문화&사상

불교와 정신치료

醉月 2011. 12. 6. 00:12

불교와 정신치료
-자기 변혁을 향한 여행으로서의 불교

Ⅰ. 연구 목적

Ⅱ. 서양의 정신치료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
Ⅲ. 변혁을 위한 여행으로서의 불교와 정신치료의 공통점 모색
    1. 변혁의 출발점
    2. 변혁의 목표
    3. 장애물
    4. 진전에 대한 평가
    5. 목표 도달을 위한 기법 등
Ⅳ. 매슬로의 욕구위계설과 삼단계 모델
    1. 욕구위계설
    2. 매슬로의 트랜스 퍼스널 모델과 불교
Ⅴ. 끝맺음

 

I. 연구 목적
서양의 정신치료가 불교의 가르침과 수행기법을 정신치료 장면에 도입하고 활용하기 위하여 노력해온 지도 반 세기가 훨씬 지났다. 이제 적지 않은 서양의 정신치료자들이 불교의 명상기법과 가르침들을 실제로 그들의 환자치료에 적용함으로써 불교연구에 대한 그들의 열의는 가속화되고 있다.1) 그러나 서양의 정신치료가 인간의 심리적 문제해결을 위하여 불교적 방법론을 모색하고 적용해 온 반면에 불교는 서양의 정신치료 연구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양의 정신치료는 일찍이 인간의 마음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불교적 방법론과 그 유용성의 가치를 인식하고 불교연구와 활용에 열성적인 데 반해서 불교는 자신들의 마음공부를 위해서 오직 불교적 방법론과 전통에 의지할 뿐 서양의 정신치료에는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불교와 서양의 정신치료학은 그 역사적 배경이나 성장과정과 전통에서 아주 판이하게 다르지만 둘다 인간이 당면하고 있는 고통을 문제삼고 그 해결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따라서 서양의 정신치료자들은 불교가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마음의 문제와 고통을 해결하고자 하는 동일한 목적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불교적 방법론과 세계를 연구 활용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어느 편이 마음의 문제와 고통을 보다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즉, 서양의 정신치료는 마음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서양 심리학과 동양 심리학의 대표자인 불교적 방법론을 함께 적용하는 반면에 불교는 불교적 방법론만을 사용하고 있다면 누가 마음 공부와 마음병 치료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하는질문이다.

 

이제 마음 공부를 위한 불교적 가르침과 방법론은 더이상 불교인들 만의 것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기독교인들을 위시하여 적지 않은
타종교인들도 불교연구와 활용에 열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양의 기독교가 서양인들만의 종교가 아니듯이 불교 또한 이제는 불교
인들만의 독점물이 아니다. 그러므로 마음 공부나 마음 치료를 목적으로 하면서 오직 불교적 방법에만 의존하는 것은 비효과적이다. 마
음 치료를 위한 불교적 가르침은 서양의 정신치료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고 완성되어질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인간의 마음의 문제와 고통을 해결하고자 하는 동일한 목적을 바탕으로 자아변혁을 향한 마음의 여행으로서의 불교
와 정신치료의 공통점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아울러 서양의 정신치료에서 연구 활용되고 있는 불교가 서양의 정신치료학에서 어떤 위
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활용적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대략적 윤곽을 제시해 보고자 하는 시도로서 아브라함 매슬로(Abraham
Maslow)2)의 욕구위계설과 삼단계 모델을 소개하고자 한다. 즉, 본 연구의 목적은 서양의 정신치료가 불교적 방법론과 가르침들을 그
들의 목적에 맞게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서양인들의 특성과구조에 맞도록 새롭게 재단한 서양불교의 쓰임과 그 유용성을 살펴
보고자 한다. 나아가서 서양의 정신치료에서 불교의 위치를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서 서양의 정신치료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와 윤곽을
돕고자 한다. 또한 자아변혁을 향한 마음의 여행으로서의 불교와 정신치료의 공통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는 불교적 가르침 자체를 탐구하거나 이해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불교적 가르침을 마음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입장에서 그 방법론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Ⅱ. 서양의 정신치료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
서양에서의 불교는 상대적으로 아직 그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심리학과 과학의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문학, 예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서 점차 그 영향력이 빠르게 확산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불교를 대하는 서양인들의 태도는 우리 동양인들과는 다소 차이를 드러낸다.
즉, 서양인들의 실용주의적 정신은 불교 자체를 이해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불교를 사용하는 데 일차적 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서양인들이 불교를 이해한다는 말을 바꾸어서 하면 서양인들이 불교를 자기들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고 적용하
면서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서양인들은 불교를 동양의 보고(寶庫)라고 부르고 자신들의 뛰어난 세공능력, 즉 과학적 연구
방법론과 실용주의를 도구로 눈부신 보석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불교를 연구하고 불교적 수행을 실천하고 있는 우리들이 서양인들의 손에 의해서 세공되고 재단되어지는 불교를 그들의 관
점에서 들여다보는 것도 불교 이해와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보다 깊고 정확한 이해에 도움을 주리라 여겨진다. 본 연구에서
는 심리학의 영역 가운데서도 서양의 정신치료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우리 불교인들의 수행과 자기 이해를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
논의해 보고자 한다.
우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서양의 정신치료 초기에는 정신분석이 그 주된 역할을 담당하면서 병리적인 인간, 비정상적이고 불건강한
사람에 초점을 맞추었다. 치료자는 환자가 겪고 있는 마음병의 무의식적인 원인을 발견하고 분석해냄으로써 정신적 고통과 병의 증상
을 완화시키는 데 그 목적을 두었었다. 그러므로 정신치료는 사람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데 방해되는 심리적인 문제 해결을 통
해서 주어진 환경에 보다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실존주의와 인본주의 심리학이 대두되면서 인
간의 본성과 욕구에 대한 시각이 전면적으로 수정, 확대되었다. 즉,정신분석 치료에서는 성욕구와 파괴욕구 또는 자살욕구를 인간의
주요 기본 욕구로 보았으며 심리적 병 또한 주로 기본적인 생리적욕구의 결핍이나 억압 또는 사랑받고 인정받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고 보았다. 그러나 실존주의 심리학은 삶의 의미 추구나 존재의 의미가 건강한 삶의 핵심이라고 보고 그것이 좌절되었을 때 마음의 병
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인본주의 심리학은 거기에 더해서 인간의 자아실현 경향성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욕구로 보았으며 인간
의 전체성과 창조성, 가치실현 등의 긍정적이고 고차적인 특성들을 강조했다. 트랜스 퍼스널 심리학은 인간의 잠재성 개발과 자아실현
의 욕구를 넘어서서 자아초월의 영적 정신적 측면을 인간이 가지고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욕구로 보았다.

 

이처럼 서양의 정신치료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먼저 마음이 병든 사람을 분석하고 치료하는 일에서 출발하여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람들의 잠재력 개발과 자아실현을 돕고 나아가서 자기를 초월하여 영적 우주적 존재로 향하는 자아치유-자아실현-자아초월에 이르
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발달시켜오고 있다. 특히 정신치료학의 발달은 영혼의 성장을 방해하는 병든 자아를 분석, 치료한 다음 건강한
자아를 회복하여 자아실현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발달이론, 성격이론, 자아심리학 등 다양한 심리학적 이론들과 함께 치료
에 도움을 주기 위한 성격검사나 지능검사, 자기평가 질문지 등 각종의 심리검사와 같은 도구들을 개발해 왔다. 게다가 서양의 정신치
료는 선, 요가, 도교, 이슬람, 샤머니즘 등과의 만남을 통해서 인간의 잠재력 개발과 자아실현을 성취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아를
초월하려는 인간의 욕구를 인식하고 그것에 대한 연구가 트랜스 퍼스널 심리학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서양
의 정신치료는 더이상 중생의 마음병을 치유하는 일에 머물러 있지않고 중생에서 부처가 되는 길을 연구하고 그 방법을 제시하기 위한
시도를 시작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켄 윌버(Ken Wilber)3)가 말하는 트랜스 퍼스널 단계나 매슬로가 말하는 자아초월의 단계
가 바로 속세에서 열반 또는 중생에서 부처가 되는 단계에 해당하는것이다.

 

한편, 동양의 심리학이라 불리는 불교는 마음병을 치료하고 부처가 되는 길에 대하여 서양의 심리학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 깊이에 대해서도 서양의 정신치료에 비해서 심오하고 방대하다. 그러나 문제는 서양의 심리학이 이미 그들의 이
론에 동양심리학을 접목시켜서 그들의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서양심리학의 제4세력인 트랜스 퍼스널 심리학
을 학자들은 동양종교+서양심리학 또는 동양종교서양심리학이라고들 말한다. 그렇다면 불교의 입장에서 불교만을 알고 불교에만 의지
해서 마음치료를 고집한다면 그 방법과 효율성 면에서 서양의 정신치료에 뒤질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특히 서양의 정신치료는 아동기 성장과정에서 부모나 기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이 어떻게 성인의 심리적 사
회적 대인관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체계적이고 심도있는 이론들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
들이 개인 안에서 홀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때 인간의 고통이나 문제를 인간관
계 속에서 역동적으로 파악하려는 서양 심리학에 대한 이해는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데 적지않은 도움을 줄 것이다. 사실, 불교의 유
식학이나 구사론은 서양의 성격이론에 비해서 그 깊이가 방대하고 심오하지만 독립된 개인의 심리구조를 중심으로 연구되어 있기 때
문에 그러한 심리구조가 대인관계 속에서 실제적으로 어떻게 작용하고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실질적 응용이나 활용에는 어려움이
있다. 반면에 서양의 성격이론은 그 깊이 면에서 불교의 가르침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인간의 발달과 성장과정 그리고 다양한 인간관
계 속에서 어떻게 인간의 성격이 형성되고 발달되는지, 즉 인간심리나 성격의 고정적 본질적 측면보다는 개인과 개인 또는 개인과 집단
과의 관계속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성격이나 인간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역동적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일어나는 자
기행동이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보다 쉽게 적용하고 사용할 수가 있다.

 

또한 서양의 정신치료는 출발부터 중생의 마음병을 치유하는 것이 일차적 목적이지만 불교는 처음부터 속세를 떠나서 출가하고 부처
가 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불교의 가르침의 상당부분은 부처의세계, 깨달음의 세계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므로 서양의 정신치료와
불교는 똑같이 인간의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그 목표로 하지만 중생의 마음에 초점을 맞춘 서양의 정신치료와는 달리 불교는 처음부
터 부처의 마음에 관심을 두고 부처가 되기 위해서, 부처되는 과정에서 필요하거나 도움이 되는 중생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즉, 서양의 정신치료가 중생의 근기에서 중생의 마음을 설명한 것이라고 한다면 반면에 불교는 상대적으로 깨달은 자의 시각
에서 깨달음의 세계가 중심이 되고 있으며 중생의 마음 또한 깨달음의 경지에서 설명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지극히 중생의
근기에 머물러 있는 보통수준의 사람들이 불교를 이해하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며 이해의 정도 또한 상당한 개인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불교수행에 있어서 깨달음의 세계를 이해하거나 보살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까지 자기 문제를 극복한 뒤라야만
가능하다. 그것은 마치 산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다리가 튼튼하고 몸이 건강해야만 하는 이치와도 같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처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건강한 인간이 되어야만 한다. 굳이 심한 정신증이 아니더라도 신경증이나 성격장애, 또는 정서장애 등 심리적으
로 불안정하거나 파괴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부처가 되겠다고 하는 것은 마치 팔다리가 부러진 사람이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고자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마음이 병들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먼저 마음병을 치료해서 건강을 회복한 다음에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지나친 질투심이나 경쟁심, 권위의식, 차별의식, 자아도취증 등과 같은 심리적 상태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의 정신건강
수준과는 상관없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무조건 맹목적으로 정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때로는 깨닫기 위한 노력에 앞서서 자
신의 마음상태를 점검하고 지나친 마음의 병들을 먼저 치유하는 것도 효과적인 수행의 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서양의 정신치료학은 중생의 마음병을 치료하는 데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서양의 정신치료학은 불교에 비해서 부처가 되는 길에 대한 제시는 아직 부족할지 모르지만 건강하고 합리적인 인간으로의 길에는 그 방법론과 실용성 면에서
불교에 앞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Ⅲ. 변혁을 위한 여행으로서의 불교와 정신치료의 공통점 모색
종교적인 의미체계로서의 불교와 인간의 심리적 문제해결을 통해서 주어진 환경에 보다 효과적이고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서양의 정신치료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서로 다르다. 그러나 불교와 정신치료는 인간의 고통을 문제삼고 그 해결을 추구한다는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불교와 정신치료는 고통으로부터 출발하여 변화, 성장, 진화, 변혁을 향한 여행이라고 하는 동일한 목
적을 가지고 서로 다른 전통에서 성장해 왔다. 본 연구에서는 어빈(Deane Shapirp Irvine)4)의 변혁을 위한 여행의 5가지 차원들을 통
해서 심리학적 방법론과 정보들을 불교연구와 이해에 활용해 보고자 한다.

1. 변혁의 출발점
변화와 성장, 그리고 변혁을 향한 마음의 여행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가? 불교와 정신치료는 모두 그 출발점을 고통으로 본다
는 점에서 일치한다. 마음 여행의 출발점이 고통이라는 의미는 불교와 정신치료가 인간은 고통을 통해서 성장하고 변화한다는 사실에
서로 동의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부처님이 성도하신 후 최초로 하신 설법이 사성제이고 사성제의 제1성제가 고통에 대한 선언이다. 즉, '깨닫지 못한 중생의 삶은 고통
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중생은 왜 고통받아야 되는가? 하는 고통의 원인에 대한 의문이 일어나게 되고 그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자연히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정신치료에서 인간의 본성을 바라보는 견해는 4가지로 요약될 수있다.

 

첫째는 인간 본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으로서 전통적인 프
로이드 학파가 여기에 속한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을
성충동과 자살충동으로 보았으며 심리적 문제의 근본 원인을 본능의 좌절과 억압에서 찾으려고 했다. 두 번째는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하며 자아실현의 경향성을 타고났다고 보는 견해로서 로저스의 내담자 중심 치료나 인본주의 심리학과 같은 자아 심리학이 여기에
속한다. 세 번째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는 견해로서 실존주의 심리학과 행동주의 심리학이 여기에 해당한다. 마
지막으로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하고 개인적 자아의 한계를 벗어나서 모두가 하나가 되는 우주적 자아와 합일하려는 자아 초월의 경향
성을 타고났다고 보는 견해로서 트랜스 퍼스널 심리학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편 불교에서 보는 인간관 역시 위의 네 가지 시각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우선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부정적
인 시각은 중생이 가지고 있는 탐진치 삼독을 들 수 있다. 여래장 사상이나 유식의 청정무구식의 개념을 근거로 보면 불교는 인간의 본
성품을 깨끗하고 선한 것으로 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생과 부처를 하나로 보는 선사상을 토대로 본다면 인간은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닌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와 같이 불교나 정신치료에서 보는 인간의 본성은 어느 한 특성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다양하고 역동적이다.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어
떤 측면에서 바라보든지 관계 없이 고통은 우리가 뭔가에 속박되어 있다는 인식으로 이끌고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서는 그 속박
이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된다고 하는 점에서 불교와 정신치료는 일치하고 있다.

2. 변혁의 목표
불교수행과 정신치료는 둘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일치한다. 정신치료에서는 인간의 본성을 보는
견해들이 이론들에 따라서 다르며 치료의 목표 또한 인간 본성을 보는 견해에 근거해서 달라진다. 우선 인간을 본능에 의해서 지배받는
부정적 존재로 보는 시각에서는 욕망과 본능을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것을 변화의 일차적 목표로 삼는다. 불교수행에서 보자면 무
조건적으로 부처님과 불보살님들에게 의지하여 구제와 가피를 바라는 형태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인간을 선하고 자아실현의 경향성을 가진 존재로 보는 인본주의 심리학에 기초한 정신치료에서는 자아발견을 돕는 것이 일차적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즉, 외부로 향한 시선을 내부로 향하게 하여 본래 선하고 자아실현의 경향성을 가진 자기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을 보다 가치 있는 존재로 느끼도록 돕는 것이다. 불교적 입장에서 보면 이는 불보살님이나 부처님의 가피와 복을 바라
는 타력신앙으로부터 탈피하여 인과를 이해하고 신구의 삼업을 닦음으로써 삼독에 물든 본래 청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인간은 본래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고 보는 견해에서는 책임감과 개인의 선택의 중요성이 강조된다(실존주의 심리학). 나아가서
인간 자체가 본래 악하거나 선한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적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주어진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고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도록 돕고(행동주의 심리학) 삶과 존재의 의미추구를 통해서 바람직한 자아를 창조해 가도록 돕는다(실존주의 심리
학). 한편 불교적 입장에서 보자면 모든 고통은 인간의 선악에 의한 것이 아니라 상대적 가치를 절대적 가치로 오인하고 집착하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이에 적용되어 질 수 있다. 그러므로 변혁의 목적은 더럽고 깨끗하고 길고 짧고의 상대적 차별이 본질적으
로는 차별이 없으며 모두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도록 돕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인간의 본성을 선천적으로 선할 뿐만 아니라 우주와 조화를 이루는 존재라고 보는 정신치료에서 변혁의 목표는 개인적 자아가
아니라 우주적 자아 즉, 자기 중심적인 소아(小我)를 버리고 모두가 일체를 이루는 대아(大我)를 얻도록 돕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주변의 환경과 타인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수용하고 궁극에는 그들과 하나되는 일체를 경험하도록 돕는
다. 그런데 앞에서 보았듯이 정신치료에서 인간의 본성을 우주와 조화되고 하나가 되는 존재로 보는 시각은 불교나 요가, 도교 등 동양
사상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정신치료와 불교의 목표가 거의 완전히 일치한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즉, 불교에서
도 역시 본질적으로 모두가 하나임을 깨닫도록 돕는 것이 변혁의 목표다. 다시 말해서 일체의 모든 것들은 서로 분리되어지거나 독립적
으로 존재할 수 없는 상호의존적 존재들이며 궁극적으로는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돕는 것이다. 선의 전통에서는 우리 모두가 부
처라는 사실을 깨닫고 체험해 가도록 돕는 것이 될 것이다.

 

3. 장애물
성장과 변화, 변혁을 향한 마음의 여행을 방해하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즉, 인간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심리적으로 건강하며 자아를 실
현하면서 본래 부처인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체험해가는 데 가장 장애 요인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이다. 정신치료에서 프로이
드 학파는 인간이 원래 악하고 욕망에 지배받는 존재이며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본성이 성장과 변혁을 방해한다고 본다. 한편 불교에서
는 삼독과 집착 등이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나아가서 무상 무아 고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로 인한 차별심, 분별심, 번
뇌, 망상, 아만 등도 변혁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것이다.

 

자아 심리학 또는 인본주의 심리학은 변화와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자신의 내면세계와 긍정적인 자아실현의 경향성을 들여다 보
면서 그것에 따르지 않고 외부 세계와 기준에 맞추려는 것이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한다. 이에 해당하는 불교적 이해 역시 비슷하
다. 즉, 내면세계를 관찰하면서 자기를 바로 보지 않고 본질적으로 공(空)한 상대적 세계의 모양과 형상에 끄달려서 갖가지 차별상을
일으키고 집착하는 것이 이 수준에서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또한 거짓된 자아를 진짜 자아로 착각하는 것도 이 범주에 해
당될 수 있다.
실존주의와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각각 잘못된 선택과 적절한 기술의 부족, 그리고 부적절한 상벌체계가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라고 본다. 또한 자기 존재와 선택에 대한 책임감의 부족도 중요한 장애물이 된다. 불교에서 이와 관련된 시각을 찾아본다면 아마도 인
과에 대한 잘못된 견해 또는 신구의 삼업, 계율에 대한 집착이나 그릇된 견해 등이 이 범주에 해당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트랜스 퍼스널 심리학과 불교는 성장과 변혁을 방해하는 장애물에 대해서 공통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즉, 인간은 자신 안에 이미 완전함을 갖추고 있으며 본래 청정하므로 따로 완전을 추구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믿지 못하는 것이 장애다. 다
시 말해서 우리는 이미 본래부터 부처인데 자신이 부처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부처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장애물이라는 것이다.

4. 진전에 대한 평가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지금 현재 우리는 성장을 향한 마음의 여행에서 어디쯤 가고 있는가? 정신치료나 불교수행에서 현재 자신
이 위치한 곳, 즉 수행이나 치료의 과정에서 목표를 향하여 제대로 잘 가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점검해 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정
통 프로이트 학파는 인간의 방어나 억압 또는 자기 기만 등의 속성때문에 현재의 위치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보다 정
확한 평가를 위해서 다양한 심리검사를 사용한다. 행동주의적 접근에서는 자기 관찰법을 주로 사용한다. 그외 인본주의 심리학에서는
매슬로의 자아실현을 성취한 사람의 특성을 비교해 보는 방법이 가능하고 트랜스 퍼스널 심리학에서는 켄 윌버의 자기 평가 질문지가
있기는 하지만 정신분석에서처럼 체계화되거나 보편화되지는 않고있다.
한편 불교에서 수행의 진전을 평가하는 방법은 매우 독특하다. 대중들로부터 존경받고 수행의 경지가 높다고 그 권위를 인정받은 사람
으로부터의 인정과 평가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또한 스승이나 은사스님의 평가와 그 외 도반들의 반응도 한몫을 담당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나 큰스님 또는 스승의 인정이 얼마만큼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사람마다 평가하는 준거가
다르기 때문에 타당도와 신뢰도라는 측면에서는 그 근거가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반야경에서 부처를 낳고 보살을 낳은 것이 반
야의 지혜라고 한 점을 미루어볼 때 올바른 수행이나 영적 성장을 평가할 수 있는 참고수단은 공사상에 대한 이해와 밀접한 관계가 있
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공사상에 대한 이해의 실천적 모습, 또는 결과로서 드러나는 행위는 일체의 차별성을 떠나서 그야말로 남녀노
소·지위·신분·능력에 관계없이 상호존중하며 권위적이지 않은 인격적 특성이 평가의 준거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다음은 매슬로가 제안하는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들의 17가지 특성들이다. 수행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수행의 중간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 인격적 특징 또는 성장을 평가하는 데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① 현실을 보다 효과적으로 인식하며 현실과의 쾌적한 관계를 유지한다.
② 자신과 타인, 자연에 대한 수용적 태도를 갖고 있다.
③ 자발적이고 자연적으로 행동한다.
④ 자기 중심적이지 않고 문제 중심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⑤ 고독·프라이버시를 좋아하고 결핍이나 불운에 대해서 초연하다.
⑥ 문화나 환경으로부터 자율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행이나 평판, 주변의 의견, 가치관에 휘둘리지 않는다.
⑦ 사소한 일상도 참신한 마음으로 외경과 기쁨을 체험한다.
⑧ 신비 경험과 절정 체험을 한다.
⑨ 공동체와 사회 전체에 대한 깊은 인간애를 갖고 있다.
⑩ 깊은 대인관계 능력을 갖고 있다.
⑪ 민주적 성격구조를 갖고 있다.
⑫ 수단과 목적을 구분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⑬ 철학적이고 악의 없는 유머감각을 갖고 있다.
⑭ 자아실현적 창조성을 갖고 있다.
⑮ 특정문화에 적응하거나 편입되는 것에 저항적이다.

 

확고한 가치체계와 유연성을 갖고 있다.
앞의 성격특징이 통합되어 나타나는 성격특징으로서 대립성과 이분성이 사라지고 욕망과 이성이 조화를 이룬 건강한 상태다.
이상과 같은 성격 특징을 갖춘 사람이 불교적 관점에서 완전한 인격이나 깨달은 사람의 특징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개
인의 인격적 특징을 독단적이고 주관적인 방법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반증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으로 연구했다는 점에서 의
의가 있다고 하겠다. 즉, 불교에서도 수행의 정도나 진전을 평가함에 있어서 개인적인 도력이나 신비력 또는 법랍이 아니라 구체적으
로 이웃과 공동체를 위하여 보다 봉사하고 헌신하는 자비 실천력과  권위나 차별이 아닌 따뜻하고 자애로운 인격 특징의 체계적이고 현
실적인 준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개인의 수행과 성장이 어떤 신비력이나 도술 또는 권위 형태로 나타나기보다
는 이웃과 공동체를 향한 봉사와 자비로 드러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면 그 또한 보살도의 진정한 의미를 실현하는 중요한 방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5. 목표 도달을 위한 기법들
불교수행이나 정신치료에서 성장과 변화를 촉진시키는 방법이나 기법들은 주로 자각능력을 증가시키는 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 특히
꿈분석이나 자유연상법을 중요한 기법으로 사용하는 정신분석 치료에서는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행동이나 심리과정을 자각하고 통찰
하는 것만으로도 치료의 효과가 충분한 것으로 본다. 인본주의 심리학적 접근에서는 상호존중과 신뢰, 따뜻함 등 지극히 인간적이고 개
방적인 태도가 중요한 도구로 작용한다. 불교수행에서는 다양한 명상법과 참선수행법, 밀교의 삼밀수행, 염불수행, 사경수행, 절수행
등 개인의 상태와 근기에 맞는 수많은 방법들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아울러서 육바라밀 수행법 또한 보살로 나아가는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된다. 어떤 의미로는 불교수행에서는 역시 효과적
인 수행방법이나 기법도 중요하겠지만 수행의 과정과 결과로서 드러나는 인격적 특징들, 즉 따뜻함, 친절함, 부드러움 등을 훈련하고
자비를 실천하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기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Ⅳ. 매슬로의 욕구위계설과 삼단계 모델
매슬로는 미국 심리학계의 제1세력인 정신분석과 제2세력인 행동주의 심리학을 비판하고 심리학의 제3세력인 인본주의 심리학을 확립
했으며 뒤에는 심리학의 제4세력인 트랜스 퍼스널 심리학 창설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매슬로는 정신분석이 주로 병리적 인간에 초점
을 맞출 뿐만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나 행동을 본능이나 충동과 자아와의 상극, 또는 상호작용이라는 말로 이해하려는 경향에 강한 불만
을 표시했다. 한편 행동주의 심리학은 인간의 사고나 감정 등은 너무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연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인간행동을 오직 반응하는 저차원의 존재로 환원해서 기계론적으로 파악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매슬로는 뉴튼식의 원자론적 모델과 요
소환원주의적인 당시의 과학주의 경향에 기초를 둔 정신분석과 행동주의 심리학이 인간의 결점이나 병을 밝혀낸 성과를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러한 저차원적이고 어두운 부분에 더해서 인간의 잠재능력·가능성·창조성·성장·자아실현 등 인간의 전체성과 바람직하고
고차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심리학을 확립하려고 노력했다.

 

따라서 앞에서 제시했듯이 매슬로는 정신분석이 병리적인 인간에 대한 관찰을 토대로 정신병리학적 측면을 논한 데 반해서 그는 심리
적으로 건강한 인간에게 주목하고 건강 심리학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완전히 실현한 인격적 성숙·완성에 도
달한 상태의 17가지 인간 특징을 제안했다.
매슬로는 자아실현적인 인간특징에 대한 연구 등을 토대로 인간본성에 대한 자신의 가설을 제시했다. 즉, 인간의 충동이나 욕구는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성적이거나 좋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슬로는 인간에게는 생득적·본능적·기본적인 욕구가 있으며
그 욕구들은 병렬적이기보다는 계층적으로 존재한다고 보고 그의유명한 욕구위계설을 내어 놓았다.

 

1. 욕구위계설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에서 자아실현과 자아초월의 욕구에 이르는 일종의 계층적 구조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
므로 매슬로의 욕구위계설에서는 인간은 일단 어느 정도까지 기본적인 욕구가 적당하게 충족되면 거기에 만족하여 정체하지 않고 심
리적으로 한층 더 고차원적인 욕구로 이동하면서 성장한다. 즉,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충족이 인간성의 성장을 촉진하고 건강한 성격
을 형성한다고 보고 '심리적으로 건강하다면 자신의 충동을 믿어도좋다'고 제안했다.

 

① 생리적 욕구:

인간이 존재하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가장 저차원적이고 강한 것으로 쾌락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식욕·수면욕·성욕 등이 여기에 해당되며 사랑·공감·집착·열정·질투 등 많은 이차적인 정서들과 연합되어 있다. 생리적 욕구는 인간의 건강에 필수적이며 생리적 욕구가 극단적으로 결핍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인간은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되는 경향이 있다.

② 안전에의 욕구:

 생리적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어지면 다음에는 안전·의존·안정·보호에 대한 욕구가 나타나고 공포·불안·혼란으로 부터의 자유와 질서 등을 필요로 한다. 주로 염려·불안·공포 등의 정서반응과 관련되어 있다.

③ 귀속과 사랑의 욕구:

 인간은 생리적으로 충족되고 안전한 환경에 놓이게 되면 타인으로부터 사랑받고 소속감과 거주지를 확보하려는 욕구가 나온다. 그러나 생리적으로 결핍되고 안전하게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사랑받거나 인정받는 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어지고 계속적으로 생리적 욕구와 안전에의 욕구에 매달리게 된다. 주로 사랑·애정·질투·고독 등의 정서를 수반한다.

④ 승인욕구:

생리적 욕구, 안전과 사랑과 소속감이 어느 정도 채워지면 인간은 그것으로 만족하고 행복해 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싶어 한다. 성장과정에서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은 성장 후에도 필요이상으로 지위·권력·명성에 집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사람들은 지위나 권력, 명성에 대한 집착·좌절감·비굴감 등의 정서적 반응을 수반한다.

⑤ 자아실현의 욕구:

대개 생리적·안전·애정·승인욕구들이 어느 정도까지 만족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나타나는 욕구다. 인간은 가장 자신에게 맞는, 이번에는 자아를 발견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발생한다. 그리고 가장 자기다운 고유의 존재방식을 취하고 싶고,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로 실현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욕구의 좌절은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불만이나 권태 등의 정서를 수반한다.

⑥ 자아초월의 욕구:

인간은 어느 정도의 자아실현이 이루어지면 이번에는 자아를 초월하고자 하는 욕구가 일어난다. 매슬로는 자아초월의 욕구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구 가운데 가장 높은 고차원의 욕구로 보았다. 자아초월 욕구에 대한 인식은 심리학의 제4세력인 트랜스 퍼스널 심리학을 제창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물론 인간의 욕구가 반드시 매슬로의 욕구위계설을 따라서 정확한 순서로 일어나거나 누구나 여섯 단계의 욕구를 모두 거치면서 성장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간이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만이 아니라 자아실현이나 자아초월에 대한 욕구 또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성 이해와 연구에 그 폭을 한층 더 넓혀주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보다 긍정적 태도를 가능하게 해준다. 다시 말해서 생리적 욕구와 충동만을 인간의 본능적 측면으로 강조하던 종래의 이론은 인간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매슬로의 계층적 욕구구조론은 '물질이냐' '정신이냐' 하는 이원론적 극단적 논쟁을 극복하고 인간은 물질에서부터 마음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시켜 준다. 아울러서 적당한 욕구 충족은 보다 고차원적인 욕구로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인간의 욕구 충족은 해로운 것이 아니라 인간성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건강한성격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인간은 매슬로의 이론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계속해서 돈을 원하고 어느 정도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아도 다음 단계인 자아실현이나 자아초월의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아동기 성장과정에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욕구가 필요한 시기에 적당하게 만족되지 못한 어린이는 치명적인 결핍으로 인해서 훗날 병적으로 집착하고 고착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발달에서 기본적 욕구가 일정 수준까지 충족되어지면 한 단계 높은 다음의 욕구로 이동하는 자연적인 욕구체계가 무너지고 기본적인욕구는 무제한적인 신경증적 욕구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필요한 시기에 기본적인 욕구가 지나치게 결핍되면 인간은 신경증적으로 그 욕구에 매달리게 되고 결국 신경증적인 성격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매슬로에 의하면 인간의 악은 선천적이고 본능적인 것이기보다는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심리적 사회적 결과로서 성격이 왜곡된 것이다.

 

매슬로의 이론은 기존의 정신치료에서 병리적인 자아와 치유라는 한계를 넘어서서 심리학을 건강·성장, 그리고 자아실현과 자아초월이라고 하는 보다 넓고 깊은 영역으로 확대했다. 게다가 기존의 종교수행 전통에서 보여온 욕망의 부정과 억압이 아니라 건전하고 적절한 욕구 충족으로부터 자기치유를 통한 인간성장과 자아실현의길을 제안했다.

 

2. 매슬로의 트랜스 퍼스널 모델과 불교5)
매슬로는 뒤에 자신의 욕구위계설을 삼단계 모델로 수정했다. 즉,개인을 욕구위계배열에서 생리적 욕구로부터 승인의 욕구까지에 의해서 동기화되는 결핍 유형, 자아발견과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인본주의적으로 동기화된 유형, 그리고 자아초월을 향해서 나아가는 초자아 수준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각기 개인의 수준에 맞는 정신치료와 병리적 현상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매슬로의 트랜스 퍼스널 모델, 즉 생리적 욕구, 안전, 소속, 승인 욕구들의 결핍 수준과 인본주의 수준, 그리고 초자아 수준의 인간행동의 동기유형을 통하여 서양의 정신치료 형태들을 분류해볼 수 있다.
생리적 욕구, 안전, 소속, 승인욕구 충족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결핍 수준의 개인을 위하여 행해지는 정신치료는 전형적인 의학모델의 방식으로서 치료자는 환자를 권위적으로 지시하고 환자가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 수준에서의 정신병리는 주로 부모의 잘못된 육아와 교육에서 비롯되며 아동기 시절 부모나 그외 중요한 인물과의 인간관계 패턴과 관련이 있다. 인본주의적 수준에서 행해지는 정신치료는 개인이 자신의 정체감을 깨닫도록 도와주는 일과 관련되어 있다. 치료자는 주로 개인이 당면한 문제를 직면할 수 있도록 돕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도록 도움을 주며 대인관계기술들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인본주의적 수준에서 일어나는 정신병리는 개인이 자아발견이나 자아실현을 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초자아 수준에서 행해지는 정신치료는 자아를 초월하는 명상훈련이나 요가 등 주로 동양적 기법과 철학, 샤머
니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치료자는 개인이 자아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돕는 자비로운 스승의 모습으로 봉사한다.
초자아 수준에서 발생하는 정신병리는 삶에서 어떤 신비적, 초월적체험의 부족이나 삶의 의미나 사회정의와 같은 철학적 문제에 집착
된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매슬로는 트랜스 퍼스널 단계에서 충족되어지지 않은 형이상학적 욕구, 즉 메타욕구들로 인해서 발생하는
영혼의 병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일반 상담자와는 다른 메타 상담자를 훈련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위에서 매슬로가 트랜스 퍼스널 모델을 정신치료에 적용하
여 치료자와 환자의 관계로 설명한 예들을 불교수행에서 나타나는
스승(또는 은사)과 제자(또는 상좌)의 관계 또는 불자와 포교사 스님들과의 관계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제자나 불자들의
행동이 주로 낮은 차원의 결핍된 욕구들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결핍수준에서 행해진다면 스승이나 포교사 스님들은 제자와 불자들을
지도하는 데 있어서 다소 권위적 태도가 필요하며 때로는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해야 될 일과 하지 말아야 될 일들을 결정해 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결핍 수준에 있는 제자나 불자들은 어린아이와 같이 생리적 욕구충족이나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이 그들의 중
요한 욕망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계와 범위를 정해주지 않으면 쉽게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거나 절도와 절제를 잃어버리기 때문
이다. 이 수준에 있는 제자나 불자들은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 분수나 중도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승이나 포교사는 제자와
불자들을 어린아이 대하듯 하기 때문에 결핍 수준에서 발생하는 마음의 병은 스승이나 포교사의 잘못된 지도와 일방적 지시, 또는 억
압과 관련해서 일어난다.
그러나 생의 본질적 의미를 추구하고 자신을 깨달아가고자 하는 인본주의 수준에서 기능하는 제자나 불자들을 지도하는 스승이나 포
교사는 더이상 권위적이거나 일방적 태도를 취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자아발견과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단계에 있는 제자나 불자
들은 기본적으로 생리적 욕망 충족에 집착되어 있지 않으며 사랑받고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그들의 주된 욕구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
으로 덜 자기 중심적이다. 그들의 주된 욕구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어하기 때문에 스승과 포교사는 제자나 불자들이 자기 자신
을 올바로 이해하고 자각하는 데 필요한 당면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직면하도록 돕고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대인관계 기술을
습득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므로 스승이나 포교사는 더이상 권위주의적이거나 일방적 가르침을 주는 것이 비효과적임을 인식하고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인격적 관계를 통해서 제자나 불자가 올바른 자아를 발견하고 실현해 가도록 격려한다. 인본주의 단
계에서 발생하는 마음의 병은 제자나 불자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자기답게 살지 못하는 데서 기
인하게 된다.

 

한편, 어느 정도 수준까지 자아를 실현하고 자각능력을 갖춘 제자나 불자가 자기 중심적 세계관을 벗어나서 보살의 자비정신을 실천 수
행하고자 하는 제자나 불자들이 초자아 수준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서 스승과 포교사는 따뜻하고 자비로운 스승의 모습으로 오직 제자
나 불자들을 위하여 봉사하고 헌신한다. 그들은 제자나 불자가 공(空)의 본질을 깨달아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아(大我)를 얻도록 돕
는다. 초자아 수준에서 오는 마음의 병은 주로 초월적 신비경험에 집착하거나 세속과 출가의 세계를 구분하여 집착하고 거짓 깨달음
과 같은 현상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매슬로가 이미 지적했둣이 보다 효과적인 스승-제자 관계나 포교사-불자 간의 관계를 형성하고 제자와 불자들의 수행을 돕고
자아발견을 측진시키기 위해서는 전문색인 스승과 포교사를 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6) 즉, 스승과 포교사가 제자나 불자들의 욕구
구조와 정신역동을 이해하고 개인의 수준에 맞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훈련할 수 있는 프
로그램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매슬로는 종교수행의 전통에서도 세 가지 수준의 유형에 따라서 종교의 기능이 다르게 작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불교의 경우
를 예로 들면 생리적 욕구 등 저차원의 욕망 충족이 중요한 동기로 작용하는 결핍 수준에서 기능하는 불교는 신장님이나 사천왕과 같
은 이미지로 부각되며 개인이 행하는 선악에 따라서 상을 주거나 벌을 주는 모습이 강조된다. 신앙의 형태 또한 자기성장이나 변화보다
는 극락왕생과 복을 비는 형태로 나타난다.
인본주의 수준에서 작용하는 불교는 관세음보살님과 같은 자비와 따뜻함으로 기능하고 인간은 본래 깨끗하며 모두가 불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수행을 통하여 미혹을 벗어나면 부처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가르친다. 신앙의 형태는 이웃에게
붕사하고 자비를 베푸는 등의 사회봉사와 자비의 실천적 형태로 드러난다.

 

초자아 수준에서 기능하는 불교는 주로 정신적 깨달음과 영혼의 성장에 초점을 둔다. 그러므로 초자아 수준에서의 불교는 더이상 신격
화된 붓다의 이미지를 강조하기보다는 인간 싯다르타 태자가 수행을 통하여 부처가 된 역사적 사실이나 밀교수행과 선수행을 통해서
깨달음을 이룬 스승들과 조사들의 행적이 두드러지게 강조된다. 나아가서 개인적 자아를 초월하여 모두가 하나되는 우주적 자아에로
의 합일에 관심을둔다.
매슬로는 사회조직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나 운영방식 또한 세 가지 수준의 유형으로 분류되어 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매슬로가 예로 든 일반 회사 조직을 대신해서 승가단체를 예로 들어서 어린아이 단계에 비유할 수 있는 결핍 수준과 어른
의 단계인 인본주의 수준, 자아실현을 이룬 성인의 단계인 초자아수준의 세 유형에 따라서 그 운영을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는지를
실명해보고자 한다. 우선 가장 저차원의 결볍 수준에서 기능하는 승가단체는 힘과 권위로써 사부대중으로 하여금 해야 될 일과 하지 말
아야 할 일들을 지시한다. 그러나 인본주의 수준에서 운영되는 승가단체는 사부대중이 모두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서로 돕고 협력하
는 형태로 기능한다. 인본주의 수준에서 기능하는 승가의 사부대중들은 승가의 운영과 결정에 함께 첨여하게 되며 사부대중 각각이 모
두 고유하고 평등하 권위를 갖게 된다. 한편, 초자아 수준에서 기능하는 승가에서 는 사부대증 모두가 상대방의 성장과 행복을 위하여
봉사하고 헌신한다. 승가단체의 목적은 가능한 수준까지 전적으로 모두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서 봉사하는 것이다. 초자아 수준에서의
승가는 힘과 권위가 아니라 봉사하고 헌신하는 단체로서 모든 사부대중에게 절대평등의 윤리로 존재한다.

 

매슬로의 욕구위계설과 트랜스 퍼스널 모델을 통해서 우리는 매슬로가 그의 심리학적 이론을 확립하는 데 있어서 선, 요가 등의 동양
종교와 샤머니즘의 영향을 받았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즉, 인간이 지니고 있는 자아실현과 자아초월의 욕구에 대한 인식은 전적으
로 불교나 요가 또는 도교 등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7) 아무튼 매슬로는 당시 주로 인간의 병리적이고 불건강한 부분들을 논
의하는 종래의 병리적인 자아와 치유라는 정신분석의 전통과 한계를 넘어서서 인간의 자아실현과 성장 그리고 자아초월의 건강하고
긍정적인 부분들로 정신치료 영역을 확대하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함으로써 명실공히 자아치유-자아실현-자아초월이라고 하는 인간 성
장의 대로를 열었다고 할 것이다.

 

V 끝맺음
지금까지 본 연구는 서양의 정신치료가 어떻게 불교적 가르침에 접근하고 있는지 그 대략적 윤곽에 대해서 주로 매슬로의 이론들을 중
심으로 살펴 보았다. 또한 불교와 정신치료가 다함께 인간이 당면하고 있는 고통을 해결하고자 하는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차원
에서 상호 보완적 역할의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공통점을 모색해 보았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서양의 정신치료는 이제 종래의 마음병의
치유라는 한계를 넘어서서 자아치유-자아성장, 실현-자아초월의길을 제시함으로써 불교젝 수행과 동일한 목적을 향해서 나아가게
되었다. 쉽게 말해서 마음병을 치료하고 보다 효과적인 사회적응을 목표로 삼던 서양의 정신 치료가 이제는 그들도 부처가 되고 보살이
되는 것을 궁극적 목적으로 삼는다는 말이다.

 

물론 정신치료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므로 종교적 수행풍토에서 수천년간 누적되어온 불교적 전통과 방법론에 비할 바는 아니지
만 불교수행의 효율성을 위해서 서양의 정신치료 이론과 방법론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즉, 서양의 정신치료가 깨달음을 얻고
보살이나 부처가 되는 길에서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에 지나지 않을지 몰라도 부처가 되기 전 단계, 사람이 되는 단계에서는 분
명 방대하고 체계적인 자료와 방법론을 축적해 왔다. 서양의 정신치료는 처음부터 원만한 대인관계와 사회적응을 통하여 건강하고 합
리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에 관심을 두었다. 그러므로 정신치료는 건강한 심리적. 사회적. 신체적. 인지적 발달과정과 아울
러 병리적인 발달형태에 대한 다양한 이론들을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게다가 정신치료 이론들은 개인의 발달을 개인 안에서 일어나
는 독립적 형태로서가 아니라 개인과 집단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역동적 구조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관
계 안에서 작용하는 자기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필요한 실질적인 자료를 제공해 준다.

 

대부분의 인간문제가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스트레스에서 온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때 인간관계 속에서 다루어지는 정신치료
이론들은 인간의 자기문제 인식과 해결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가 있다.
반면에 불교는 인간 수준, 또는 사람의 수준보다는 아라한이나 보살과 부처의 수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불교는 인간의 특징, 욕망이
나 문제를 설명하고 있지만 중생의 수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관계 이론이나 패턴들, 또는 문제들에 대해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설명들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불교는 그 올바른 이해와 수행을 위해서 일정한 수준의 건강한 마음과 이해능력을 요구한다. 지나치게 자
기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은 일단 자기 문제를 발견하고 치유함으로써 부처나 보살을 꿈꾸기 전에 먼저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과 불건강한 사람을 체계적으로 구분, 진단하고 그 원인과 치료에 대한 이론들을 바탕으로 발
전해온 서양의 정신치료는 자기 문제 발견과 치유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한 마디로 서양의 정신치료는 자신들이 출발한 병리심리학으로부터 건강심리학으로의 이동과 발전을 위해서 불교적 방법론과 수행을
도입했다. 그렇다면 건강심리학으로 출발한 불교가 보살과 부처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건강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 서
양의 정신병리학을 연구하고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일이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부처와 보살의 세계를 이해하고 다르기 위해서는 일
정한 수준의 정신건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몸이 지나치게 병든사람은 보약에 앞서 치료약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지나치게 병든 사람은 깨달음의 세계를 소화할 수가 없다. 그들은 먼저 건강한 사람들의 세계를 알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
연구는 서양의 정신치료가 깨달음을 향한 불교적 수행을 위해서 훌륭한 마음의 치료약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논의하고 그 구체적인 활
용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달라이 라마는 불교의 전 가르침들을 두 문장으로 표현했다. 사람들을 도와주라는 것이다. 만일 그럴 수 없다면 최소한 해롭게 하지 말
아야 한다고 했다. 물론 사람들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대전제는 대승의 핵심이며 남을 해롭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전제는 소승의 핵심이다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이나 해롭게 하지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기 문제를 먼저 알아차리고 극복하는 일이 최우선의 길이며
최상의 방법이다. 불교는 어떻게 하면 자기 문제를 알아차리고 해결할 수 있는지 그 방법과 이론들을 방대하게 제시하고 있다. 서양의
정신치료 또한 자기 문제를 발견하고 치유하는 데서 출발되었으며 이제는 자아초월이라는 말로 부처가 되고자 하는 궁극적 목정을 향
해서 불교수행과 동일한 길을 향하고 있다. 불교와 정신치료는 동양과 서양이라고 하는 서로 다른 전통에서 태어났지만 정신치료는 불
교와의 만남에 매우 적극적이다. 이제 우리 불교도 서양의 정신치료를 만나는 일에 보다 깊은 관심을 보임으로써 자기를 돕고 남을 돕
는 일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교와 정신치료의 만남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문헌들
국내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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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 불교와 정신치료: 포교사 스님들과 불자들의 만남을 위한 정신치료적 방법론의 도
입, 명성 스님의 회갑기념 논문집, 서울: 불광출판부,2000.
서광 편역, 불교상담심리학 입문, 서울: 불광출판부,1993.
정인적 지음, 자기를 이기는 자는 자유롭다, 서울 학지사,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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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남 옮김, 감각과 영혼의 만남, 서울 범양사 출판부,2000.
영어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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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Shambha1a,1999.
-_--, The Collected works of Ken Wilber, vo1.4, Integral psychology,
Transformations of consciousness and Selected essays, Boston &
London: Shambhala,1999.

각주
1) 서광, 불교와 정신치료: 포교사 스님들과 불자들의 만남을 위한 정신치료적 방법론의 도입, 명성 스님 기념논문집, 불광출판부, 2000, 참조
2) 매슬로(Abraham Harold Maslow, 1908~1970)는 미국 심리학계의 제1세력이었던 정신분석이 인간의 정신병리적인 측면을 강조한다고 비판하고 제2세력이었던 행동주의 심리학은 인간을 기계론적·환원론적·결정론적으로 취급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간의 잠재적 가능성과 자아실현 경향성 등 인간의 성장과 행복을 지향하는 심리학의 제3세력인 인본주의 심리학을 창설했다. 인간의 가능성·창조성·성장·가치실현 등 인간의 전체성과 고차성 그리고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매슬로의 이론은 1960년대 당시 성의 해방과 엑스터시·래디컬리즘·LSD문화 등의 시대적 상황과 일치하면서 인간성 회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잠재성 갤발운동(human potential movement)과 인간적 만남의 운동(encounter movement)의 원동력이 되었다. 매슬로는 우에 선·요가·도교 등 동양종교와의 만남을 통해서 자아실현(self-actalization)의 인간성 모델의 한계를 인식하고 자아초월의 인간의 영적·정신적 세계를 향한 심리학의 제4세력인 트랜스퍼스널 심리학을 창설하고 학회지를 창간했다. 당시 매슬로의 저서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특히 젊은 지식층들의 사상적 영웅으로서 명성을 떨쳤다.
3) 켄 윌버(Ken Wilber, 1949~)는 트랜스퍼스널 심리학의 가장 뛰어나고 획기적인 사상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특히 노자의 도덕경과 불교의 지대한 영향을 받은 그의 저서 {의식의 스펙트럼}(The Spectrum of Consciousness, 1974)은 그를 의식과 영성의 분야에서 금세기의 세계적 선구자로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4) Deane Shapirp Irvine, Judaism as a Journey of Tranformation: Consciousness, Behavior, and Society. The Journal pf Transpersonal Psychology, 1989, Vol. 21. No 1. 13~45.
5) John R. Battista, Abraham Maslow and Robero Assagioli: Pioneers of Transpersonal Psychology, Ed by Bruce W. Scotton, Allan B. Chinen, and John R. Battista, Textbook of Transpersonal Psychiatry and Psychology, New York: Basic Books, 1996.
Abraham H. Maslow, Toward a Psychology of Being. Third ED., New York: John Wiley & Sons, Inc, 1999, 참조
6) 서광, 불교와 정신치료: 포교사 스님들과 불자들의 만남을 위한 정신치료적 방법론의 도입, 명성 스님의 회갑기념 논문집, 불광출판부, 2000. 참조.
7) 매슬로의 사후에 출판된 그의 미완성 논문집 [Father Reaches of Humman Nature]에서 매슬로는 인본주의 심리학은 보다 심오한 인간의 마음의 영역을 설명하는 심리학의 제4세력인 트랜스 퍼스널 심리학의 준비단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다. 거기에는 동양종교의 수행실천과 교류의 중심지가 되었던 선·요가·도교·이슬람교 등의 동양종교와 샤머니즘에 대한 재인식의 영향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