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부활하는 러시아 동북아를 다시 노린다

醉月 2008. 9. 10. 22:52

“잃어버린 옛 소련 힘 되찾자” 극동지역 대대적 개발 나서 태평양 함대 등 군사력 강화하고 원유 무기로 영향력 확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대통령 때인 지난해 2월 극동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를 깜짝 방문했다.

‘동방을 지배하라’라는 뜻의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 태평양 함대의 기지가 있고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푸틴은 당시 세르게이 다르킨 연해주 지사를 만나 2012년 이곳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문제를

논의하면서 1000억루블(약 3조5000억원)을 연방정부에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르킨 지사는 그동안 연해주 개발에 특별히 관심을 보여온 감사의 표시로 푸틴에게 단검을 선물했다.

제정 러시아 황제의 훈장이 새겨진 이 칼은 러시아의 태평양 함대에서 근무하던 한 장교가 갖고 있던 것으로,

1905년 쓰시마 해전에서 태평양 함대가 일본 해군에 패배한 뒤 사라졌던 유물이다.

러시아군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사할린 섬에서 일본군 포로로부터 이 칼을 되찾았다.

당시 러시아 언론은 이 에피소드를 보도하면서

“푸틴이 동북아에서 잃어버린 러시아의 영향력을 반드시 회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 러시아 태평양 함대수병들이 해군의 날을 맞아 사열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그루지야 사태로 국제 사회의 관심이‘러시아의 부활’에 쏠리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동북아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지난해까지 동북아를 포함한 극동 지역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러시아가 최근 들어 극동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개발을 추진하면서 옛 소련의‘힘’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극동 지역은 러시아에 지정·지경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중국과 남·북한(한반도)과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데다

태평양을 두고 미국·일본과 마주하고 있다.

또 시베리아와 사할린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됐을 뿐만 아니라 캄차카반도와 오호츠크해는

황금어장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육상의 파이프라인과 해상 수송로의 안전 확보를 위해 러시아로선 극동 지역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태평양 함대 전력 강화
항공모함 5~6척 건조, 2012년 태평양 함대에 배치
공군력도 강화, 최신예 전투기 배치하고 과시 비행


러시아가 극동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가장 눈에 띄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태평양 함대의 전력 강화이다.

블라디미르 비소츠키 러시아 해군 사령관이 지난 7월 27일‘해군의 날’을 맞아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항공모함 5~6척을 건조할 것이며 2012년 이후에 북해 및 태평양 함대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러시아는 1985년 건조된 항공모함(니콜라이 쿠즈네초프호) 단 한 척만 갖고 있다.

때문에 태평양 함대에 최신형 항모가 배치된다면 러시아의 전력은 크게 향상될 것이 분명하다.

러시아는 새로 건조하는 항모를 미국처럼 대형화하지는 않는 대신, 첨단화에 주력하고 적의 어뢰 공격으로부터 항모를 보호하며

상륙작전까지 가능하도록 육·공군과의 협력으로 핵 잠수함·구축함·무인정찰기·해병대를 포함하는 항모전단(戰團)을 구성할 계획이다. 항모전단을 북해 함대와 태평양 함대에 집중 배치, 미국과 대등한 전력을 보유한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에 배치되는 미국의 최신예 항모 조지 워싱턴호 전단과도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또 태평양 함대에 올 연말까지 최신예 핵 잠수함도 배치할 계획이다.

이 핵 잠수함은 수중 배수량이 1만7000t급인 보레이(북극 바람이란 뜻)급으로, 건조 비용만 140억루블(약 5040억원)이나 된다.

러시아는 이미 첫 보레이급 핵 잠수함인 유리 돌고루키호를 지난 2월 진수했다.

이 잠수함은 수심 450m까지 내려가 수중에서 100일 동안 작전을 펼칠 수 있다.

1147년 모스크바를 개척한 키예프 공국의 지도자 이름을 딴 유리 돌고루키호는 길이 170m, 너비 13m로

21세기 러시아 핵 전력의 주력이다.

태평양 함대에 배치될 예정인 보레이급 핵 잠수함은 두 번째로 건조 중인 알렉산데르 네프스키호로 알려졌다.

보레이급 핵 잠수함에는 최신형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인 블라바(철퇴라는 뜻) 미사일 12기가 장착된다.

극초음속인 블라바 미사일은 핵탄두가 모두 10개이며,

사거리 8000㎞로, 목표지점의 350m 이내를 맞힐 수 있는 정확도를 자랑한다.

러시아는 이 미사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태평양 함대의 주력 함정으로는 슬로바급 순양함 바략호와 소브레멘니급 구축함 2척, 우달로이급 구축함 4척 등이 있지만

러시아는 앞으로 최신예 군함들을 건조해 전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이와 함께 공군력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공군은 지난해 8월 극동기지인 블라고베셴스크에서 Tu-95MS 폭격기 2대를 발진시켜 미군의 핵심 기지가 있는

태평양의 괌까지 비행하며 군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러시아 전략폭격기가 괌까지 무려 13시간 동안 장거리 비행을 한 것은

냉전 종식 후 당시가 처음이다.

파벨 안드로소프 공군 소장은 러시아 언론과의 회견에서

“미군 항모에서 출격한 전투기를 만났을 때 우리는 그들과 웃음을 교환한 뒤 귀환했다”며

“과거 냉전 시절 젊은 조종사들이 태평양을 건너 미군 전투기들과 조우하던 전통을 되살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에도 러시아 전략 폭격기들은 지난 2월 일본 영공을 침범, 깜짝 놀란 일본 항공 자위대의 F-15 22대가 긴급 발진해

영공 밖으로 쫓아내기도 했다.

러시아 전략 폭격기는 지난 3월에도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침입, 동해에서 한·미 합동 훈련 중이던

미군 항모 니미츠호에 접근했으나 한국 공군 F-16 전투기 4대와 미군 F/A-18 전투기 2대가 발진하자 물러나기도 했다.

Tu-95MS 전략 폭격기는 구형인 Tu-95 장거리 폭격기에 핵탄두 장착 크루즈 미사일 16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한 모델이다.

러시아 공군은 지난해 말 최신예 Su-24M2 펜서 전술폭격기 4대를 극동 지역에 배치했다.

Su-24M2는 재래식과 핵 폭탄을 모두 탑재할 수 있는 공격형 폭격기이다.

또 러시아 공군은 괌에 배치된 미국의 최신예 F-22 전투기에 대응하기 위해

최신예 Su-35 전투기를 2010년부터 실전에 배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