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수 약 11만명, 임원 수만 약 300명에 달하는 방대한 '친 부산' 조직이 서울에 있다. 부산시 중·고교 재경총동창회협의회(이하 총동창회협의회)라는 조직이다.
이 모임에는 경남중고, 부산중고, 동래중고, 동아고, 개성고(옛 부산상고) 등 21개 남자 중·고교와 부산여고 경남여고 동래여고 등 6개 여고를 합친 총 27개 중·고교 재경 총동창회가 소속돼 있다. 말하자면 '동창회의 동창회'다. 타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임이다. 왠만한 부산 출신 전문가나 지식인들이 망라돼 있어 재경 지식 네트워크의 중요한 데이터베이스(DB) 역할을 할 수 있다.
각 학교 동창회간 협의체 성격의 총동창회협의회가 조직된 것은 지난 1992년이다. 경남고 9회 졸업생인 김경희(73·용마공영 회장) 현 협의회장을 비롯해 몇몇 학교 동창회 간부들이 의기투합해 결성을 주도했다.
이들은 출발 당시부터 부산을 연고로한 재경인들의 '네트워크화'를 목표로 했다. 과거 비평준화 시대에 자연스럽게 형성됐던 일류 고교와 그 외 고교간의 '서열화'를 배제하고, 외부의 정치적 이용을 철저히 배격키로 했다. 무엇보다 수평적 네트워크화를 통해 '부산 사람'이라는 동질성을 확보하고 회원간 친목도모를 통한 교류 협력을 우선한다는 내부 원칙도 세웠다.
이 모임이 벌이고 있는 최근 부산 지역 사회와의 오프라인 연결 활동은 주목된다. 지난해 7월 5일 허남식 부산시장이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재경 총동창회협의회 회장단을 상대로 부산시정 설명회를 가졌고, 올 6월에는 협의회 회장단 및 27개 재경 총동창회 회장단을 부산에 초청해 현장 시찰 등의 행사를 갖기도 했다.
타 지역이 부러워할만도 하다. 대구광역시 서울사무소의 김형일 소장은 "재경 동창회 부분 만큼은 우리가 부산을 따라 가지 못한다. 대구는 아직까지 각 동창회 사무국장 모임 결성 준비 단계다. 목표는 부산의 총동창회협의회 수준을 뛰어 넘는 것인데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동창회협의회의 네트워크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운영하는 카페형 홈페이지(cafe.daum.net/nampoforum)에서 협의회의 활동 내용과 각급 학교 총동창회의 소식 등을 전하고 있으나, 개별 홈페이지 연결 등 입체적 운영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당면한 현안 과제는 곧 부산 지식 네트워크 구축과정에서 해결돼야 할 숙제기도 하다.
각급 학교별 동창회의 유기적 연결망 구축은 기본이고, 학교별 재경 동창회에 속한 정(政)·관(官)·산(産)·학(學)·언(言)·문(文) 등 분야별 인사들을 통합·분류하는 작업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학교간 벽을 허무는 차원에서 총동창회협의회의 직능(직업별) 카테고리를 분류하고, 이를 다시 부산 지식 네트워크의 카테고리별 지식인 그룹과 접속시키는 방식이다.
총동창회협의회의 조직망을 잘 활용하면 해외에 나가 있는 부산 연고 전문가 및 지식인 그룹과의 네트워킹도 가능해진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거쳐 서울에서 SI(시스템통합)컨설팅 업체를 운영중인 김용찬(55·서강대 겸임교수) 총동창회협의회 총무는 "해외 거주 부산 출신자들은 고교 동창회 등을 통한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이들은 비즈니스 및 학문적 교류가 활발한 재경 동창회 회원들과 자주 연락을 하는 것으로 안다. 통합 네트워크 차원에서 이를 결합할 수 있으면 전체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협의회에는 재경 총동창회가 결성돼 있는 27개 학교만 들어있어 동문회 단계에 머물러 있는 나머지 100여개 재경 중·고교를 어떻게 끌어들이느냐가 과제로 남아 있다. 협의회측은 되도록 많은 동창회가 참여하길 희망하고 있다.
부산 지식 네트워크가 부산 안팎의 지식인(점)을 연결하는 선들의 거대한 지식 연결망이라고 할 때, 서울은 하나의 '큰 점(點)'이자 부산과 소통하는 양대 '허브(Hub)'가 될 수밖에 없다. 그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총동창회협의회에 지역사회의 지원과 관심이 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전문가들은 "지식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현실적으로 동창회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동창회가 갖는 폐쇄성과 '우리가 남이가'식의 편협한 접근을 철저히 경계해야 더 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김경희 부산재경총동창協 회장
"고향발전 좋은 연결고리 역할 할것"
"부산의 중·고교 재경 총동창회 창립식이나 행사 광고가 신문에 나면 무조건 그 곳으로 달려갔어요. 서울에 사는 부산 사람들이 작게는 친목도모, 궁극적으로는 고향 발전에도 함께 기여하자고 설득하니까 흔쾌히 가입을 하더라고. 가야고, 부산진고 등도 그렇게 해서 들어왔지요. 처음부터 27개 학교가 소속된 건 아니었거든요."
부산시중고교재경총동창회협의회 김경희(73·사진·용마공영 회장) 회장은 지난 92년부터 시작된 협의회 결성과 이후 과정을 설명하면서 한껏 고무된 모습이었다. 총동창회협의회의 산파 역할을 하면서 재경 인사들에게 '동창회 맨'으로 불리는 그는 부산 지식 네트워크에 대한 얘기를 듣자 "바로 그거야. 아주 효과적일 것예요"라며 몹시 반겼다.
1965년부터 17년간 재경동창회 총무를 맡기도 했던 김 회장은 "어떤 학교든 다양한 연령대의 동창들이 서울의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그 연결고리 역할은 결국 동창회가 한다"면서 "각 학교별 총동창회가 서로간 벽을 허물고 네트워킹을 통해 화합하고 유대를 강화하자는 것이 당초 우리 협의회의 결성 목적 중 하나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