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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식 네트워크

醉月 2009. 4. 30. 09:33

전직·원로의 경험·식견 활용하자
현직 떠나면 조언해줄 방법없어 '뒷방'신세, 인재 아쉬운 지방서는 소통시스템 더 절실


 

문정수 김기재 정문화 박부찬 김영환 강태홍 김주호 정채진 최종호…. 400만 부산의 살림을 맡았던 전직 부산시장들이다. 이들은 지금 어디서 어떤 일들을 하고 있을까. 전직 시장의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했을 때 통화가 된 이들은 하나같이 "나를 뭐하러 찾지?"하는 반응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부산과 '무관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1977년 이후 시장을 지낸 뒤 아직 생존해 있는 11명 중 부산 거주자는 두 명(김영환, 문정수)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서울 등 타지에 살았다.


이들 전직을 가볍게라도 묶는 자문기구나 별도 모임은 없었다. 시장에 관한 한 '현직'만 있을 뿐, '전직(前職)'은 '흘러간 물'이었다.

민선 1기로서 지난 1995년 7월부터 3년간 부산시정을 이끌었던 문정수(69) 전 부산시장은 "활용 여하에 따라서는 전직의 경험과 경륜이 지역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서 "광역이든 기초든 비용이 들어간 전직 단체장의 경험과 식견을 활용하는 차원의 제도적 장치를 국가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PIFF)의 산파로서 1996~1999년 4년간 PIFF조직위원장을 역임한 문 전 시장은 "전직 시장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의 관료, 청와대 참모, 대학총장, 기업의 임원 등 '전직'을 잘 활용하면 지역 지식 네트워크의 중요한 축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요직을 지낸 전직 인사와 원로들의 경험과 경륜이 사장되고 있다. 인재의 중앙집중화로 한 명의 고급 인재가 아쉬운 지방에 이들의 경륜과 식견을 '재활용'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높다.

인적 자원에 있어 부산은 대통령을 두 명이나 배출한 도시답게 중앙 무대에 진출해 두각을 나타낸 인재가 많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정계 관계 재계 학계 언론계 등 요처에서 대한민국의 중추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은 보이지 않는다.

본지는 지난 9월초 '부산 지식 네트워크' 시리즈 1탄에 이어 구체적 실행 전략을 찾는 시리즈 2탄을 부산은행·부산인적자원개발원과 공동기획으로 마련했다. 시리즈 2탄에선 전·현직 관료 및 원로들의 소통 네트워크와 서울의 '부산갈매기들'을 연결하는 방안 등을 집중 모색, 지식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큰 길 하나를 만들 예정이다.

부산은행·부산인적자원개발원·국제신문 공동 기획

◇역대 부산시장 근황 ※부산시 자료

구분

이름

재임기간

거주지

비고

민선2,3기

안상영

1998.7~2003.10

 

사망

민선1기

문정수

1995.7~1998.6

부산(서울)

前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29대

김기재

1994.9~1995.6

경기도 성남

前 행자부 장관

28대

정문화

1993.3~1994.9

서울

前 경주대 총장

27대

박부찬

1992.12~1993.3

서울

대학 강의

26대

김영환

1990.12~1992.12

부산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회장

25대

안상영

1988.5~1990.12

 

사망

24대

강태홍

1987.5~1988.5

서울

 

23대

김주호

1986.8~1987.5

경기도 성남

 

21대 

최종호

1982.5~1985.2

경기도 성남

 

20대

김무연

1981.4~1982.5

대구

 

19대 

손재식

1980.1~1981.4

서울

 

18대

최석원

1977.7~1980.1

서울

동백회 주도

 


어려운 시대일수록 '老兵의 지혜' 돋보이는 법
조언 구하기 꺼리는 사회분위기 소통구조 만들면 자연스레 해소, 지역·국가발전 밑거름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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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부산 갈매기'들

전직 시장들의 작은 바람

전직 부산시장들도 대부분 부산과 '무관하게' 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들을 챙겨주거나 묶어주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기회가 주어지면 기꺼이 자문과 조언을 해줄 수 있다고 밝힐 정도로 부산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었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최종호(78) 전 부산시장(21대)은 특이하게도 관선시절의 '동지'들이 함께 참여하는 '동백회'라는 모임을 매월 갖고 있었다. 그는 "1985년, 당시엔 부산이 직할시여서 주요 기관장들의 유대가 남달랐다. 그때 시작된 모임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시장은 당시 시경 국장하던 이균범 씨, 부시장하던 이호배(전 농수산부장관) 씨, 검사 출신 백광영(전 내무부장관) 씨 등이 주요 멤버라고 소개했다.

역시 서울에 사는 최석원(77) 전 부산시장(18대)은 "스스로 부산시 홍보대사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래도 부산시는 전직 시장을 챙기는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지금까지 두차례 전직 시장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허남식 시장 취임 후인 지난 2005년 7월 최석원 정문화 전직 시장 등 7명을 초대했고, 지난해 7월에도 강태홍 최종호 전직 시장 등 6명을 불러 시정보고회를 열었다.

부산에 사는 김영환(73) 전 부산시장은 전직 시장의 자문역할 등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전직 시장을 활용하고 안하고는 전적으로 현 시정팀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분기별로 한번씩 모여 실질적 도움이 되는 자문이 되면 좋겠지만, 형식적인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회장을 맡고 있다.

400만 거대도시를 이끈 전직 시장들의 경험과 경륜은 확실히 남다른 만큼 어떤 형태로든 지역 지식인 네트워크로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전직 인사· 원로 다양하게 분포

지난 80년대 말~90년대 초까지 부산에서 '부산발전시스템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했던 강경식(72)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 부산 출신인 그는 경제 관련 정부 부처를 두루 거치고 국회의원과 경제부총리까지 역임했다. 국제구제금융(IMF) 사태 때 핵심에 있었던 '죄'로 한동안 곤욕을 치르기도 했던 그지만, 경험과 경륜으로 치면 그 만큼 화려한 인물도 찾기 힘들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그의 경륜과 식견은 지역사회 발전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강 이사장은 "부산 출신 원로급 전문가들이 소통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연결망이 없어 아쉬울 때가 많았다"면서 "지식 네트워크와 같은 체계적 시스템을 구축해 원로들의 식견과 지혜를 활용하려는 시도는 고무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부산은행장을 역임하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재직중인 심훈(67) 위원 역시 "실제로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원로와 전직 기관장 등의 의견을 구하고 이들의 제안을 숙고하는 풍토가 된다면 그만큼 지역사회의 경륜과 지식의 폭이 넓고 깊어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심 위원은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은퇴 후에는 반드시 부산으로 돌아와 지역 사회에 봉사하며 살고 싶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들과 비슷한 처지의 부산 연고 원로급 인사는 중앙 무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우선 정부기관 등에서 직무를 수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한 인사들을 보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회의장을 지낸 박관용 현 동아대 석좌교수를 비롯해 윤광웅 전 국방장관, 송기인 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 이수훈 전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등이 부산 출신 인사들이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한이헌(경제수석), 이호철(민정수석), 이정호(시민사회수석) 씨 등 전직 청와대 참모 출신도 적지않다.

정형근 전 한나라당 의원(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비롯한 전직 국회의원들과 박재윤, 윤수인, 장혁표(이상 부산대), 최재룡(동아대), 강남주(부경대) 등 전직 대학총장들의 인적 네트워크도 무시해선 안된다. 또한 소설가이자 향토사학자인 최해군 씨를 비롯, 김상훈(전 부산일보사장·시인), 김규태(전 국제신문 논설주간·시인) 씨 등 문화 언론계 인사들도 있다.

'익은 벼'의 고개를 들게 하라

취재진이 만난 부산 출신 인사들은 지역 발전을 위해 '지적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현하고픈 열망이 대체로 높았다. 그러나 이들은 또 다른 한국적 전통과 개인적 열정 사이에서 다소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격언이 의미하는 것처럼 '겸양의 미덕'이 이들의 나서기를 막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식과 경륜을 두루 갖추고 얼마든지 지역사회를 위한 조언과 '지혜 나누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자기가 먼저 나서서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지역 사회의 현직 인사들에게 부담이 될 지 모른다며 한사코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부산 출신 전직 기관장도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인사는 "원로나 전직 인사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은 현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까지 부산에 있을 때 느껴지는 것은 현직에 있는 인사들이 전직이나 원로들에게 진정을 갖고 묻는 것 자체를 '권위의 손상'이나 '능력부족의 고백' 정도로 생각하며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문제는 누구나 공감하는 소통 네트워크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 친소관계를 떠나 지역발전 국가 경쟁력 확보라는 큰 명분 속에 지식인 네트워크라는 소통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다.

'구관이 명관'이 되게 하고, 익은 벼의 고개를 들개 하는 일은 지역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 문정수 전 부산시장 인터뷰

"제2 도시의 위상도 위태위태한 부산 지식네트워크 통해 처방 찾았으면"


문정수(69) 전 부산시장은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기타를 배우고 MP3를 갖고 다닐 정도로 젊게 산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정열적으로 사는 모습을 보면 그에게 붙는 '전직'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그는 "지면을 얼마나 줄 거냐"고 되묻는다. "적당히 한 두 문장 받아 쓰려면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국회의원과 부산시장,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등을 지낸 그의 다양한 경력과 경륜을 지역발전에 활용할 수 없을까. 어쨌든 그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먼저 물었다. '지식 통합 방안(네트워크)을 찾고 있다. 위기의 부산을 타개할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전직 시장의 견해를 들려달라.' 문 전 시장은 송골매가 물고기 낚아채듯 '위기'라는 말을 낚아챈다.

"얘기하기가 쉽진 않아요. 위기라고 했나요? 그래요. 위기입니다. 그런데 공무원은 물론 정치권 의회 언론 누구도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멍한 상태로 그냥 가고 있어요."

이어 문 전 시장은 제2 도시의 위상 추락을 걱정했다. "얼마 전 신년 하례회때 상공인들에게 싱가포르 두바이 벤치마킹 할 거 없다고 그랬어요. 가까이 있는 인천의 변화를 보면 돼요. 인천에 밀리지 않으면 제2도시 위상을 지키는데, 그게 쉽지 않단 얘기지. 위기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해요. 그래야 처방이 나옵니다. 지식 네트워크도 그러한 토대 위에서 논의되는 거예요."

전직 시장의 시정 자문 등 역할론에 대해 묻자 조심스러워한다. "잘 하면 좋지. 얘기하고픈 때도 있었어요. 수영정보단지(현 센텀시티)는 내가 시장 때 시작했는데, 뒤에 용도변경되어 주거단지처럼 변해 버렸잖아요. 그때 자문 같은 걸 할 수 있었더라면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에 보탬이 됐을텐데 아쉬워요."

'PIFF는 확실히 잘 심은 문화나무'라고 말하자 그는 PIFF만 잘 되는 게 문제라고 답한다.

"영화제가 잘 되니까, 음악 미술 무용 문학 등 다른 분야도 동반 상승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건 착시예요. 균형발전이 돼야지. 부산의 강점인 해양 관광을 살려야 합니다. 크루즈나 요트산업 같은 건 부산이 메카가 돼야 해요."

다시 '지식 네트워크' 쪽으로 초점을 옮겨놓자 그는 한가지 제안을 했다. "지방자치가 3기째예요. 전관과 전직을 활용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봐요. 전관은 비용이 들어간 경험과 경륜의 보유자 아닙니까.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이들의 경험 경륜을 활용하는 시스템을 강구할 때라고 봅니다."

문 전 시장은 끝까지 '부산 사람'임을 강조했다. 부산에 대한 애정의 발로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그가 부산-서울을 오가며 구축해놓은 인적 네트워크는 부산으로 봐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서울의 `부산 갈매기`들
在京 부산맨 체계적 관리로 '믿을 언덕' 만들어라
다양한 분야서 포진·활약…연결망 외연·내용 넓힐 기회로, 중앙집중화 속 지방분권 이룰 든든한 가교·우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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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원로 소통 네트워크
부산 지식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외부 인재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부산에 거주하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부산 출신이거나 연고를 가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지식인들을 포함시켜야 네트워크로서 제 기능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부산 이외 지역 인사로는 서울이 단연 압도적이다.

서울의 '부산갈매기'들 중에는 지난 10여년간 대통령을 2명이나 배출한 도시답게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적지 않다. 행정부와 청와대쪽으로는 강만수 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스리박'으로 통하는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박병원 경제수석,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이 우선 눈에 띈다. 국무총리실엔 박철곤 국무차장과 김영철 사무차장 등 차관급 인사 2명이 모두 부산진고와 부산고를 졸업한 '갈매기'들.

부산시에서 29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다 최근 중앙부처로 자리를 옮긴 백운현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은 부산시와 중앙정부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백 실장의 경우 행정안전부 파견 근무 형식으로 전출 됐으나 불과 1년여 만에 행안부의 살림살이와 주요 정책을 책임지는 요직에 올랐다. 그는 실제로 부산시 공무원들에게 '행안부의 최대 우군'이 되어주고 있다. 백 실장은 "부울경 출신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매년 모임을 갖는데 이 때 부산시장 경남지사 울산시장중 한 명은 꼭 참석한다. 그러나 그 외의 특별한 모임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앙의 권한 집중이 심화되고 수도권도 충청권까지 확대되는 추세에서 지방 분권 열망을 이루려면 중앙정부 공무원들과의 연결망을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백 실장은 윤종남 전 부산고검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부안회(부산갈매기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오거돈 한국해양대총장, 국제신문 기자 출신인 김해창 희망제작소 부소장 등 30여 명의 부산 출신 인사들이 참가하고 있다.

법조계의 부산 인맥도 두드러진다. 안대희 전수안 대법관과 임채진 검찰총장, 김종대 헌법재판소 재판관, 김태정 전 법무장관 등이 법조계에서 '부산 파워'를 형성하고 있다.

주요 연구기관에서 활약하는 인사들도 주목해야 한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태주 원장, IT전략연구원 이각범 원장, 고영삼 한국정보문화진흥원 팀장 등이 눈에 띈다. 특히 서울시 산하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정문건 원장이 부산 출신이란 사실은 지역에서 눈여겨 봐둘 부분이다.

입법부의 김형오 국회의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파워 부산맨. 국회사무처 양대 '보직'이라고 하는 자리에 유병곤 사무차장과 도재문 입법차장이 활약중인 것도 자산이다.

정관계뿐 아니라 업계에도 부산 출신 지식인 그룹이 막강하다. 안철수연구소 CEO이자 카이스트 교수인 안철수 씨는 대표적인 한국의 신지식 아이콘이다. 문화계 인사 가운데는 연극연출가 이윤택(동국대 교수), 지휘자 금난새(경희대 교수), 출판인 김종해(문학세계사 대표), 영화감독 곽경택 윤제균 씨 등이 부산맨이다. 체육계에는 신상우 한국야구연맹 총재,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회장과 김호곤 전무 등이 부산 연고다.

또 이경규 최백호 현철 강석우 송강호 김준석 이준기 장혁 이세창 등 배우와 가수 개그맨 등 연예계에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부산시가 챙기고 있는 재경 인사는 약 1800명. 이처럼 많은 '서울의 부산갈매기'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 네트워크망이 갖춰지면 부산은 서울에 엄청난 '믿을 언덕'을 챙기게 된다. 부산시 서울사무소 장기일 소장은 "재경 지식인 전체에 대한 네트워킹은 매우 복잡한 숙제"라며 "그러나 동창회 등에서 1차 정보를 챙기고 있어 관심을 갖는다면 어느 정도의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태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부산, 단순한 '지방' 아냐…안팎의 눈높이·목소리 업그레이드 시켜야

"부산은 단순한 '지방'이 아닙니다. 국가적으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당당한 '지역'인 것이죠. 부산 스스로 서울을 뛰어넘는 최고 도시를 지향해야 하고, 그에 따른 눈높이도 높여야 해요. '부산 지식 네트워크' 구축은 그 눈높이를 한단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봅니다."

부산대 환경공학과 교수로 18년간 재직하다 지난 8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에 선임된 박태주(58·사진) 원장은 부산 지식 네트워크 구축 사업은 지역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또 "서울 사람들이 부산대를 단순히 지방대 취급하는 것을 보고 충격도 받았다. 일반적으로 서울 사람들의 눈에는 지방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미약하다"며 "결국 부산 스스로 안팎의 네트워크망 구축과 지식 축적 및 활용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켜 목소리를 키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근무지는 서울이지만 여전히 부산에 가족들이 살고 있다는 박 원장은 "국책 연구원 책임자로 와 있지만 마음은 부산을 떠날 수 없다. 지역 단위의 지식 네트워크 구축에 부산이 첫 삽을 뜬다면 경남 울산 대구 경북 등 인근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는 연결망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동참 의지를 밝혔다.

재경 동창회의 네트워킹

흩어진 '부산 맨파워' 모으는데 동창회만한 것 있나
27개 중고교·회원수 11만명
'친부산 조직' 서울서 자리잡아 분야별 분류하면 훌륭한 DB, 미가입 학교로 외연확대 과제

 
회원 수 약 11만명, 임원 수만 약 300명에 달하는 방대한 '친 부산' 조직이 서울에 있다. 부산시 중·고교 재경총동창회협의회(이하 총동창회협의회)라는 조직이다.

이 모임에는 경남중고, 부산중고, 동래중고, 동아고, 개성고(옛 부산상고) 등 21개 남자 중·고교와 부산여고 경남여고 동래여고 등 6개 여고를 합친 총 27개 중·고교 재경 총동창회가 소속돼 있다. 말하자면 '동창회의 동창회'다. 타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임이다. 왠만한 부산 출신 전문가나 지식인들이 망라돼 있어 재경 지식 네트워크의 중요한 데이터베이스(DB) 역할을 할 수 있다.

각 학교 동창회간 협의체 성격의 총동창회협의회가 조직된 것은 지난 1992년이다. 경남고 9회 졸업생인 김경희(73·용마공영 회장) 현 협의회장을 비롯해 몇몇 학교 동창회 간부들이 의기투합해 결성을 주도했다.

이들은 출발 당시부터 부산을 연고로한 재경인들의 '네트워크화'를 목표로 했다. 과거 비평준화 시대에 자연스럽게 형성됐던 일류 고교와 그 외 고교간의 '서열화'를 배제하고, 외부의 정치적 이용을 철저히 배격키로 했다. 무엇보다 수평적 네트워크화를 통해 '부산 사람'이라는 동질성을 확보하고 회원간 친목도모를 통한 교류 협력을 우선한다는 내부 원칙도 세웠다.

이 모임이 벌이고 있는 최근 부산 지역 사회와의 오프라인 연결 활동은 주목된다. 지난해 7월 5일 허남식 부산시장이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재경 총동창회협의회 회장단을 상대로 부산시정 설명회를 가졌고, 올 6월에는 협의회 회장단 및 27개 재경 총동창회 회장단을 부산에 초청해 현장 시찰 등의 행사를 갖기도 했다.

타 지역이 부러워할만도 하다. 대구광역시 서울사무소의 김형일 소장은 "재경 동창회 부분 만큼은 우리가 부산을 따라 가지 못한다. 대구는 아직까지 각 동창회 사무국장 모임 결성 준비 단계다. 목표는 부산의 총동창회협의회 수준을 뛰어 넘는 것인데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동창회협의회의 네트워크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운영하는 카페형 홈페이지(cafe.daum.net/nampoforum)에서 협의회의 활동 내용과 각급 학교 총동창회의 소식 등을 전하고 있으나, 개별 홈페이지 연결 등 입체적 운영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당면한 현안 과제는 곧 부산 지식 네트워크 구축과정에서 해결돼야 할 숙제기도 하다.

각급 학교별 동창회의 유기적 연결망 구축은 기본이고, 학교별 재경 동창회에 속한 정(政)·관(官)·산(産)·학(學)·언(言)·문(文) 등 분야별 인사들을 통합·분류하는 작업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학교간 벽을 허무는 차원에서 총동창회협의회의 직능(직업별) 카테고리를 분류하고, 이를 다시 부산 지식 네트워크의 카테고리별 지식인 그룹과 접속시키는 방식이다.

총동창회협의회의 조직망을 잘 활용하면 해외에 나가 있는 부산 연고 전문가 및 지식인 그룹과의 네트워킹도 가능해진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거쳐 서울에서 SI(시스템통합)컨설팅 업체를 운영중인 김용찬(55·서강대 겸임교수) 총동창회협의회 총무는 "해외 거주 부산 출신자들은 고교 동창회 등을 통한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이들은 비즈니스 및 학문적 교류가 활발한 재경 동창회 회원들과 자주 연락을 하는 것으로 안다. 통합 네트워크 차원에서 이를 결합할 수 있으면 전체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협의회에는 재경 총동창회가 결성돼 있는 27개 학교만 들어있어 동문회 단계에 머물러 있는 나머지 100여개 재경 중·고교를 어떻게 끌어들이느냐가 과제로 남아 있다. 협의회측은 되도록 많은 동창회가 참여하길 희망하고 있다.

부산 지식 네트워크가 부산 안팎의 지식인(점)을 연결하는 선들의 거대한 지식 연결망이라고 할 때, 서울은 하나의 '큰 점(點)'이자 부산과 소통하는 양대 '허브(Hub)'가 될 수밖에 없다. 그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총동창회협의회에 지역사회의 지원과 관심이 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전문가들은 "지식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현실적으로 동창회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동창회가 갖는 폐쇄성과 '우리가 남이가'식의 편협한 접근을 철저히 경계해야 더 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김경희 부산재경총동창協 회장

"고향발전 좋은 연결고리 역할 할것"

"부산의 중·고교 재경 총동창회 창립식이나 행사 광고가 신문에 나면 무조건 그 곳으로 달려갔어요. 서울에 사는 부산 사람들이 작게는 친목도모, 궁극적으로는 고향 발전에도 함께 기여하자고 설득하니까 흔쾌히 가입을 하더라고. 가야고, 부산진고 등도 그렇게 해서 들어왔지요. 처음부터 27개 학교가 소속된 건 아니었거든요."

부산시중고교재경총동창회협의회 김경희(73·사진·용마공영 회장) 회장은 지난 92년부터 시작된 협의회 결성과 이후 과정을 설명하면서 한껏 고무된 모습이었다. 총동창회협의회의 산파 역할을 하면서 재경 인사들에게 '동창회 맨'으로 불리는 그는 부산 지식 네트워크에 대한 얘기를 듣자 "바로 그거야. 아주 효과적일 것예요"라며 몹시 반겼다.

1965년부터 17년간 재경동창회 총무를 맡기도 했던 김 회장은 "어떤 학교든 다양한 연령대의 동창들이 서울의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그 연결고리 역할은 결국 동창회가 한다"면서 "각 학교별 총동창회가 서로간 벽을 허물고 네트워킹을 통해 화합하고 유대를 강화하자는 것이 당초 우리 협의회의 결성 목적 중 하나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