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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목격자 CCTV 어디까지 왔나

醉月 2009. 4. 21. 10:08

침묵의 목격자 CCTV 어디까지 왔나

CCTV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각종 강력범죄로 인해 CCTV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경찰서와 행정관청뿐만 아니라 아파트 주민들이 집단으로 CCTV를 대량 구매해 아파트 단지 곳곳에 설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CCTV 보급이 늘어나면서 CCTV에 녹화된 화면을 통해 각종 강력범죄를 해결하는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해결하는 데도 화성 인근에 설치된 CCTV에 연쇄적으로 포착된 강호순의 차량이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수요증가에 따라 디자인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과거 아날로그 시절의 CCTV가 밋밋한 막대형 디자인 일색이었다면 최근에는 설치장소와 사용목적, 주변환경과 빛의 유무에 따라 돔(Dome)형 CCTV와 이동식 CCTV는 물론 몰래 카메라와 공갈 카메라 등 폭넓게 선택할 수 있다. 한국하니웰 전략마케팅실의 라세희 과장은 “CCTV를 설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설치하는 곳의 주변환경과 빛의 유무”라며 “최근에는 CCTV로 찍히는 사람의 감정까지 생각해서 CCTV를 제작하는 추세”라고 했다.


▲ 1 LED 조명 돔형 CCTV 소형 돔 속에 LED와 적외선 조명이 들어있다. 2 LED 조명 CCTV어두운 곳에 주로 설치한다. 3 CCTV 하우징 비바람을 막아주는 박스형 CCTV의 하우징. 4 방폭형 CCTV 정유공장, 유조선 등에서 주로 사용된다.
돔형

거부감 적어 전체 판매량의 30~40% 차지
최대 444배 줌… 1초에 한 바퀴 반 회전하기도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은 돔형 CCTV다. 검정색 플라스틱 반원형 돔 속에 들어있는 카메라가 주변영상을 촬영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막대형 카메라보다 CCTV가 주는 거부감이 덜해 전체 CCTV 판매량의 30~40%가량을 차지한다. 주로 아파트나 빌딩의 엘리베이터, 관공서나 기업체, 편의점 천장에 매립하거나 부착하는 방식으로 설치된다. 대당 가격은 돔 속에 어떤 종류와 기능을 갖춘 카메라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엘리베이터와 같은 좁은 공간만 감시하는 10만원 미만의 카메라부터, 최대 444배의 줌 기능을 갖춘 100만원 이상 카메라까지 다양하다. CCTV의 감시범위를 결정하는 회전반경도 가격과 성능에 따라 30도 회전에서 최대 360도 회전까지 차이가 크다. 국내 CCTV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삼성테크윈의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이나 서울역 같은 넓은 공간을 감시하는 초고속 돔 카메라는 1초에 한 바퀴 반을 도는 500도 회전능력을 갖추고 상하좌우로 고속회전 하면서 주위를 관찰한다”고 말했다.


박스형

지하주차장·도로 등 어두운 곳에 주로 설치
번호판 순간 포착… 400m 거리 물체도 식별


박스형 CCTV는 빛이 없는 어두운 곳에 주로 설치된다. 박스 안 여유공간이 넉넉해 LED 조명을 따로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덩치가 크고 성능이 좋은 고급 카메라도 문제없이 들어간다. 공원이나 지하주차장, 가로등이 없는 골목길 같은 곳에 많이 설치돼 있다. 주로 야외에 설치되기 때문에 방수기능은 기본이다. 도로 교통분야에도 많이 사용된다. 특히 100m 앞에 있는 움직이는 자동차의 번호판을 인식하는 CCTV의 경우 고도의 기술이 사용된다. 어두운 밤에 질주하는 자동차의 번호판을 순간 포착해 판단하는 초정밀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속 100㎞ 이상으로 달려도 대개 90% 이상 번호판 포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최전방 경계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400m 밖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식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테크윈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CCTV가 최전방 경계근무를 펴는 초병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몰래 카메라형

눈에 안 띄게 작게작게… 50원 동전 크기도
유흥업소서 애용… 최근엔 가정 설치도 늘어


몰래 카메라형 CCTV도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이는 CCTV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초소형 디자인의 카메라다.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한 외관상으로는 카메라 렌즈를 식별할 수 없다. 렌즈가 거의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대당 가격도 노출형 카메라에 비해 월등히 비싸다. 50원짜리 동전 크기 만한 초소형 렌즈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가격이 더욱 올라간다. 특히 몰래 카메라형 CCTV는 렌즈크기가 작아서 유흥주점, 안마시술소 등지에서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사건사고와 범죄가 발생하기 때문에 CCTV 수요는 많은 반면, 고객들은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은행의 현금자동지급기(ATM)에도 증거확보용으로 많이 설치돼 있다.

최근에는 가정용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용 몰래 카메라를 주로 찾는 고객들은 아이를 보모에게 맡기고 직장에 나가는 맞벌이 부부들이다. 아동학대 사건이 벌어졌을 경우 증거 수집용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산전자상가에서 CCTV를 판매하는 한 관계자는 “요즘에는 가정부나 보모에 의해 발생하는 도난사건이나 아동학대사고 때문에 집안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려는 문의가 한 달에 수십 건씩 들어온다”고 말했다.


공갈 카메라형

실제로 작동은 안 되지만 방범 효과는 커
1만~2만원 불과… 적외선 빛 나오는 것도


‘공갈 카메라형 CCTV’도 최근에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 말 그대로 CCTV의 외관만 갖추고 실제 작동은 안되는 카메라다. 업계에서는 모조품이라는 뜻의 ‘더미(dummy)카메라’라고도 불린다. 실제 작동이 안되기 때문에 소매점에서 1만원내외만 지불하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카메라와 저장장치가 없기 때문에 전선을 연결할 필요도 없다. ‘공갈’ 티가 적게 날수록 가격이 비싸지는데, 적외선 빛을 뿜어내는 공갈카메라는 2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공갈 카메라와 더불어 ‘CCTV 가동중’이란 경고용 스티커도 시중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상가는 판촉용으로 공갈 카메라를 대량 구매할 경우 스티커를 공짜로 끼워 주기도 한다. 현재 CCTV 업계에서는 전국에 있는 CCTV 가운데 약 10%는 공갈 카메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용산전자상가에서 CCTV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가격대비 방범효과는 공갈 카메라가 최고”라며 “최근에는 CCTV 100대를 설치하면 공갈카메라 10대를 끼워주는 식으로 판촉을 하고 있어 공갈 카메라를 찾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특수형

정유공장 등 폭발 위험지역엔 특수처리된 방폭형
시위현장엔 차량으로 이동하며 찍는 ‘트레일러 캠’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특수형 CCTV도 각광받고 있다. 정유공장이나 주유소, 유조선, LNG선박 등 폭발로 인한 화재의 위험이 상존하는 곳에서는 방폭형 CCTV가 선호된다. 일반 CCTV는 대규모 폭발이 일어날 경우 CCTV 자체가 흔적도 없이 녹아버리기 때문에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데도 곤란을 겪기가 다반사다. 하지만 방폭 카메라는 카메라와 카메라 덮개(하우징)가 납과 규소 등이 들어간 특수금속으로 만들어진 일체형으로 돼있고 렌즈도 특수처리된 유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규모폭발에도 견딜 수 있다. 사고 기록을 보존하는 일종의 블랙박스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문을 받아 소량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대당 가격은 10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시위나 집회 현장에서는 이동식 CCTV가 주로 사용된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현장마다 고정식 카메라를 일일이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레일러 캠’이라고도 불리는 이동식 CCTV는 손수레처럼 생긴 2륜 차량에 7m 높이의 카메라와 저장장치인 DVR, 자체 전력공급장치를 동시에 탑재한 장비다. 차량의 후미에 달고 다니면서 넓은 현장을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 국내 한 업체와 제휴하여 트레일러 캠을 생산·판매하는 한국하니웰 시큐리티사업부 이효진 과장은 “집회나 시위 현장뿐만 아니라 항만이나 조선소 같은 넓은 산업현장에서도 광범위하게 활용된다”고 말했다.


| CCTV 기술의 진화와 과제 |

디지털 방식 전환 80~90%… 2달치 자동 저장
전선 절단하면 대책 없어, 보호장치 개발 중


CCTV의 기술수준도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 2001년을 전후해 CCTV 녹화방식은 비디오테이프에 일일이 녹화하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거의 전환됐다. 아날로그 전자제품의 디지털 전환시점이 공교롭게 9·11테러(2001년 9월 11일)와 맞물리며 세계 각국의 보안투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현재 CCTV 업계에서 추정하는 국내 CCTV의 디지털 전환율은 80~90%에 달한다.

CCTV의 핵심이라고 불리는 DVR(디지털 비디오 레코더)의 성능도 급속히 발달했다. DVR는 아날로그로 전해지는 영상신호를 디지털로 저장하는 장치로 전체 CCTV 시스템 설치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장비다. 자체 내장된 하드디스크만으로도 대개 60일가량의 분량을 자동으로 저장한다. 하드디스크를 추가로 설치할 경우 저장분량은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아직 개선해야 할 점도 남아있다. CCTV 밖으로 노출된 전선을 절단하거나 스프레이를 분사해 화면을 가려버리면 CCTV는 순식간에 고철덩어리로 변한다. 특히 인적이 드문 공원 같은 곳에 홀로 서있는 CCTV는 대개 전선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어 고의적인 전선 절단에 더욱 취약하다. 특히 특정지점만 감시하고 있는 막대형 카메라의 경우 의도적으로 카메라의 방향을 돌려 버리면 대책이 없다. 경비업체인 에스원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CCTV는 실시간 영상을 파악할 수 없는 단순관제에 불과해 전선이 절단되면 영상이 꺼지는 것에 그친다”며 “때문에 고의성 여부를 판독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체 보호장치를 탑재한 CCTV도 출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하니웰 시큐리티사업부의 이효진 과장은 “최근에는 전선이 절단되거나 스프레이 분사 등으로 화면이 안 보이게 되면 자동으로 경보음을 울리는 CCTV도 개발되고 있다”며 “곧 모든 CCTV에 자체 보호장치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