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발견이의 도보여행_04

醉月 2012. 2. 3. 11:22

솔향 자욱한 편안한 숲길, 산은 한여름에도 옷을 갈아입는다
촉촉한 숲길이 비단결보다 곱더라 / 내리는 비에도 끄덕없는 고슬고슬한 숲길

첫 번째 코스
 
 
촉촉한 숲길이 비단결보다 곱더라
 
  ● 서울(관악구) : 목골산 산책로와 삼성산 허릿길
  ● 걷는 거리 : 7.2km
  ● 소요 시간 : 3시간 내외(쉬는 시간 포함)
 
 
  정상 등정의 욕망을 걷어내고 산을 찾아야 이렇듯 언저리의 비단결 오솔길이 눈에 들어온다. 극성스런 산꾼이었다는 사람들도 이리 편한 숲길이 삼성산 기슭에 숨어 있는 줄 몰랐다며 놀라고 만다. 최근에는 관악산 둘레길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구간이 편입되기도 했다. 이곳의 소나무는 똑같은 수종임에도 유난히 솔향이 자욱하다. 태양의 보살핌에서 소외된 북쪽기슭 허릿길이 햇빛 대신 습기를 잔뜩 머금은 덕분이다. 그래서 이 길의 소나무들이 뿜어 대는 피톤치드의 양은 다른 산을 압도한다. 이 역시 정상을 향하는 햇볕 뜨거운 길에서는 맛볼 수 없는, 낮은 숲길에 내리는 은총일 것이다.
 
 
 
민방위교육장~목골산 숲길 15분/0.7km
 
   삼성산은 물도 넘어갈 수 있을 만큼 낮고 순하다는 무너미고개를 사이에 두고 관악산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지만 이 품 넓은 산은 관악산의 동생 정도로 취급되며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 그래도 걷기의 범주에서 보자면 오히려 관악산보다는 삼성산이 더 품 안에 잡히는 숲길이 많다. 이번에 걸을 길은 삼성산이 관악산의 그늘에 가렸듯, 삼성산의 그늘에 가려졌던 목골산이라는 작은 야산에도 특별한 개별성을 부여한다. 이 산을 지나고 삼성산 북쪽 기슭의 촉촉한 소나무길을 찾아갈 것이다. 답사 시 함께 걸었던 100여 명의 회원 모두 감탄해 마지않았던 명품 오솔길이다.
 
  지하철역과 이 길을 연계하려면 2호선 신림역을 떠올려야 한다. 신림역 4번 출입구를 나온 후 곧바로 만나는 버스정류장에서 ‘관악10번 마을버스’를 탄다. 10분 거리에 있는 버스 종점인 관악구민방위교육장(아까시아마을)(1)에서 내린다. 여기서 걷는 길이 시작된다. 버스에서 내리면 뒤쪽으로 ‘민방위교육장 300m’ 푯말이 보이니 그걸 따라간다. 차가 간간이 다니는 길옆으로 박석을 깔아 놓은 인도가 있으니 그리로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곧 마주하게 되는 민방위교육장 앞에서 왼쪽으로 가면 다시 길이 사방으로 나뉜다. 관악산생태공원 안내판 왼쪽으로 촘촘한 나무계단길이 있다. 이 길은 촘촘한 가로 줄무늬 문신을 수피에 가득 새긴 벚나무 오솔길이다. 이 길을 올라서면 곧 ‘관악산생태공원’을 만난다. ‘관악산생태공원’이란 거창한 이름에 비해 연못 몇 개로 꾸며 놓은 공간은 조악하다. 이곳 지명을 따서 ‘목골산생태공원’이라는 소박한 작명을 했더라면 더욱 정감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관악산생태공원 이름 옆에 조그맣게 ‘선우지구’라고 쓰여 있다. 다른 곳에도 같은 이름으로 생태공원을 더 만들 요량인가 보다.
 
  마치 천수답처럼 계단식으로 물을 가둔 연못을 오른쪽에 두고 쭉 올라간다. 두 번째 연못을 지나는 곳에서 좁은 오솔길로 그대로 직진한다. 3분만 걸어 올라가면 목골산 능선이다. T자형 갈림길이니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큰길을 따라 능선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목골산 능선~삼성산 성지 1시간20분/3.6km
 
  목골산 능선은 삼성산 북쪽 가지능선이기도 하다. 이 능선을 타고 우리는 삼성산까지 갈 것이다. 목골산에는 아까시나무와 갈참나무가 많다. 남부럽지 않게 많은 잎을 펼쳐내는 활엽수들인지라 아늑한 길이 좋다. 능선을 따라 10분 정도 가면 왼쪽으로 호압사라고 쓰인 푯말이 나온다. 호압사라고 쓰인 이 방향으로 가도 되지만 그쪽은 내리막이 심하다. 봉우리를 돌아가는 아름다운 중턱길을 가려하니 ‘독산고교’ 이정표 방향으로 곧장 간다.
 
  약간의 내리막길을 5분 더 가면 목골산 봉우리를 돌아가는 갈림길이다. 솟대 같은 기둥에 걸린 ‘호암산2.4km’ 이정표 방향으로 걷는다. 봉우리 허리를 구절양장 돌아가는 그림 같은 오솔길이 나온다. 이 구간을 처음 걸어 보는 이들은 대개 아름다운 길에 입이 헤벌어지기 십상이다.
 
  아쉽게도 금방 끝나 버린 이 길을 지나면 갑자기 길이 넓어진다. 삼지창 모양으로 길이 갈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얼마간 걷다 보면 다시 만나는 길이니 맘에 드는 길을 골라 걷자. 그래도 혹시 모르니 너무 좁은 길이나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는 가지 말고 직진하듯 길을 잡자. 길을 잘못 들었으면 ‘호압사’ 절을 물어 간다. 목골산 허릿길을 돌아 나온 후 40분 정도 걸어가면 호압사입구사거리다.
 
  호압사입구사거리까지 가는 길은 넓지만 곳에 따라 좁아지기도 한다. 참나무숲길을 걷다가 보면 어느새 삐쭉 솟은 소나무 숲으로 산은 옷을 갈아입는다. 중간에 왼쪽으로 헬기장 전망대가 있지만 길찾기가 불편해지므로 설명 없이 그냥 가도록 하겠다. 호압사입구사거리는 사찰을 200m 앞두고 있어 절 모습은 볼 수 없다. 다만 솟대 같은 막대 이정표가 직진 ‘호압사 300m’ 오른쪽 ‘호암산문 300m’ 우리가 온 방향을 ‘산복터널 500m’라고 팔 벌려 안내한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가야 하는 왼쪽 방향만 안내판이 없다.
 
  솟대 안내판에서 선택받지 못한 왼쪽을 보면 조그만 길이 오롯하다. 약간 가파른 이 길을 살짝 내려간 후로는 중턱을 따라 평지를 걷는다는 느낌으로 걷는다. 이제부터 삼성산 허릿길인데 길이 좀 복잡하다. 정식 등산로가 아니고 동네 주민들이 살살 거닐던 자투리 길이어서 좁은 길들이 자꾸 곁가지를 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간 기착지가 ‘삼성산 천주교 성지’이기 때문에 지나는 이들이 쉽게 방향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관악산 둘레길과 이제부터 구간이 겹치므로 길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삼성산 성지<3>~관악산입구 정류장<4> 1시간10분/3.0km
 

정상 등정의 욕망을 걷어내면 걷기 편한 숲길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부언하건대 삼성산 성지를 지난 후에도 자꾸만 내려가거나 자꾸만 올라가면 길을 잘못 든 것이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평지 같은 이 숲길은 축축한 물기가 곳곳에 어린다. 물기 많은 땅에서 자라는 양치류 풀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코끝이 먼저 수목에 버무려진 물비린내를 감지해 낸다. 습기를 머금은 소나무의 솔향과 풀향이 길을 따라 자욱하다. 큰 계곡은 없지만 실핏줄같이 뻗은 수맥들이 오솔길 지하를 지나 아랫녘으로 뻗는 모양이다.
 
  호압사입구에서 삼성산 성지까지는 10분 거리다. 기해박해(1839) 때 순교한 세 분의 성직자가 안장된 곳으로 바로 옆에 물맛 좋기로 유명한 삼호약수터를 끼고 있다. 삼성산 성지에서는 삼호약수터로 내려와서 길을 잡는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평지를 걷는다는 느낌으로 울창한 숲길을 간다. 길은 여전히 서늘함이 감돈다. 촉촉함에 젖어 걷는 숲길이 얼마나 싱그러운지는 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약수터를 지나 10분 넘어 그 길을 가면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계곡을 건너기도 한다. 그리고 조금은 생뚱맞게 야외 농구장이 나온다. 그대로 농구장 옆을 스친다. 얼마 안 가 오랜만에 보는 나무이정표다. 많이 낡아 언제 철거될지 모를 이 이정표가 직진은 ‘현대아파트 500m’ 왼쪽은 ‘신림9동’ 오른쪽은 ‘국기봉1.7km’를 가리킨다. 현대아파트 방향으로 간다. 곧 운동기구가 많은 너른 쉼터다. 이 쉼터에서 왼쪽 내리막으로 가면 10분 만에 5515번 버스 종점이 있는 현대아파트로 갈 수 있어 힘이 들면 코스를 단축해서 귀가할 수 있다.
 
  우리는 좀 더 걸어 관악산 입구 계곡까지 간다. 그러니 이 쉼터에서 오른쪽으로 가다 넓은 길에서 왼쪽 ‘돌산 550m’ 이정표를 보고 그 길로 빠지자. 5분 못 미쳐 약간 오르막인 길을 가다 세련된 사각기둥의 이정표가 나오면 ‘돌산 국기봉 0.3km’ 방향을 참조하여 왼쪽 45도 방향으로 간다. 다시 5분을 더 가면 소방재난본부에서 붙여 놓은 ‘K72’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호수공원 900m’ 방향인 오른쪽으로 간다. 이후로는 줄곧 관악산 계곡 큰길 진입로까지 내리막이다. 조금은 거친 암반도 있지만 위험을 감수하라고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다.
 
  내려갈 때도 갈림길이 조금 있지만 어디로 가든 관악산 초입 진입로로 내려온다. 제대로 내려가면 관악산호수공원보다 100m 아래쪽으로 떨어진다. 큰길이 나오면 왼쪽으로 간다. 곧 관악산입구 광장과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계곡에 발이라도 담글 요량이라면 계곡을 따라 조금 위로 올라가면서 명당자리를 찾아보자. 걷기 후의 탁족은 피로회복은 물론 관절 건강에도 좋은 습관이다.
 



  두 번째 코스
 
  내리는 비에도 끄덕없는 고슬고슬한 숲길
 
  ● 서울(중랑구) : 봉화산 둘레길
  ● 걷는 거리 : 7.0km
  ● 소요 시간 : 2시간30분 내외(쉬는 시간 포함)
 
 
  봉화산 봉우리를 칭칭 감고 늘어선 좁은 오솔길에 이정표 말뚝을 쿡쿡 눌러 박으니 그 길이 자연스레 봉화산 둘레길로 알려지게 되었다. 화강암이 풍화된 고슬고슬한 봉화산 마사토 길은 비가 와도 물이 고이지 않아 좋고, 성긴 숲길은 햇빛이 고이지 않아 좋다. 이 숲길은 걷는 이의 발걸음을 유순하게 받아들여 사람들도 머무르지 않고 천천히 흐르게 만든다. 그렇게 봉화산 둘레길은 정처없이 흐르며 둥글게 돌아 돌아 가는 둥그런 세상을 만든다.
 
 
  봉화산역~봉화산 둘레길 입구 15분/0.7km
 
   사람들의 발길에 무수히 쓸리며 조금씩 깎여 나간 봉화산 오솔길의 길바닥엔 오래 자란 나무들이 겉뿌리를 곳곳에 드러낸다. 흙길 위에 드러난 많은 나무뿌리들은 오랜 기간 사람의 발로 닦아 낸 흙길만이 가지는 거친 상처이자 훈장이다. 길 위의 나무뿌리는 길손의 발길을 슬쩍 걸어 채는 장난을 쳐 보지만 이런 상투적인 수작에 응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나무가 발을 걸어 와도 이를 피하는 사람의 발걸음이 훨씬 더 지능적이기 때문이다. 혹 나무뿌리에 걸려 기우뚱했다면 그건 마음이 몸에 포개지지 않고 저 혼자 다른 어딘가를 거닐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숲길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봉화산 둘레길은 지하철 6호선 봉화산역 4번 출입구(1)를 나오면 찾기 쉽고 가깝다. 지상으로 이어진 계단을 올라와 그 방향 그대로 걷는다. 아파트 단지 사거리를 그대로 지나 곧장 앞으로 가면 신내근린공원 사이의 도로를 걷게 된다.
 
  공원 끝에서 왼쪽 11시 방향으로 진행하는 ‘신내공원다목적체육관’ 이정표를 보고 그쪽으로 길을 잡는다. 3분 정도 걸어 올라가다 ‘신내공원다목적체육관’을 50m 앞둔 곳에서 왼쪽 조경석 너머로 울창한 숲길이 시작된다. 봉화산 둘레길이 시작되는 곳(2)까지는 불과 50m 거리이다.
 
  울창한 숲길이 좌우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오면 비로소 둘레길에 올라선 것이다. 어느 쪽으로 돌아 걷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테지만 오른쪽으로 가는 것으로 안내하겠다. 봉화산은 조림사업이 오래 전에 마무리되었는지 저절로 자라난 잡목이 자연이 키워 낸 숲의 전형을 보여준다. 간간이 오래 전에 심은 듯한 소나무가 활엽수들 사이에서 힘겹게 자신의 영역을 지켜내는 형국이다.
 


 
  봉화산 둘레길~정상 산책로 50분/2.4km
 

<대동여지도>에 아차산봉수대라고 명기됐던 봉수대를 정상에 복원해 놓았다.
  비가 무시로 내리는 우기에 진행한 봉화산 둘레길 취재는 20여 명의 회원이 함께 움직였다. 평소에는 바짝 메말라 서걱거릴 것 같은 작은 계곡과 골짜기도 여러 날에 걸쳐 내린 빗물에 제대로 때를 벗기고 목욕을 한다. 숲은 축축함과 촉촉함의 경계를 들락날락했지만 굵은 알갱이의 마사토 흙길은 촉촉함과 까끌까끌함의 언저리에서 사람의 발길을 받아낸다.
 
  바짝 말라 있을 때도 흙먼지가 잘 일지 않을 것 같은 봉화산 둘레길을 15분 정도 걸으면 왼쪽으로 정상 봉수대까지 가는 길이 나온다. 둘레길에서 정상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는 이정표가 없다. 하지만 1분만 정상 쪽으로 가면 잘생긴 나무푯말 이정표가 갈림길마다 서서 갈 길을 일러준다. 물론 정상까지 다녀오는 것은 선택사항이다. 그냥 둘레길만 걸어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봉화산 기슭을 순환하는 둘레길을 벗어나 정상 봉수대까지 가는 길은 편도 15분 남짓이다. 지도를 펼쳐 놓고 등고선이 가장 넓게 벌어진 길을 걷는 것이어서 정상까지도 산보하듯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다. 봉화산의 봉수대 이름은 ‘아차산 봉수대터’다. 아차산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지만 <대동여지도>에 그렇게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봉수대 옆에는 400년이나 되었다는 도당굿당이 지금도 보존되어 있다. 굿당 건물은 몇 십 년 전에 새로 지어진 것이지만 ‘봉화산 도당굿’은 원형이 잘 유지되어 있어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정상 부근에는 간단한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매점과 화장실, 정자 쉼터 등이 배치되었다. 둘레길로 다시 내려오는 길은 당연하게도 올라갔던 길을 되짚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금방 지났던 길을 되짚어 가는 것인데도 갈림길이 거듭되면 어디로 올라왔는지 금세 잊고 망설이기 일쑤다. 둘레길을 벗어났던 지점으로 동선을 이어 걸으려면 이정표상에서 ‘신내4단지’를 따르다 ‘신내공원’ 이정표를 앞세워 길을 잡으면 된다.
 
 
  봉화산 둘레길~봉화산역 1시간20분/3.9km
 
  정상까지 갔다 온 후 다시 봉화산 둘레길에 발걸음과 마음걸음을 얹어 본다(4). 둘레길로 다시 내려오기만 하면 이제는 갈림길 걱정은 붙들어 매 두기 바란다. 둘레길을 걸으면 무수히 많은 길이 새끼를 쳐서 갈라지고, 다시 합쳐지기를 거듭하지만 야무지게 박아 놓은 둘레길 이정표가 소리 없는 내비게이션이 된다.
 
  무슨 ‘○○길’이라고 만들어 놓고 외지손님들을 안방으로 모시려면 적어도 이 정도 안내사인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기본 중의 기본인 길 안내를 ‘나몰라라’하는 판에 찾아온 손님들을 현관에서 헤매다 돌아가게 만드는 몰지각한 ‘○○길’들이 대한민국에 판을 치는 것이 현실이다. 넓은 나무데크를 깔고, 멋들어진 계단에, 잘생긴 조경석과 입구에 큼지막한 안내판만 덜렁 세워 놓으면 그게 다인 줄 아는 분들이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적지 않다. 나무데크 계단과 조경석과 큼지막한 안내판은 길잡이를 할 수 없고, 이 길에 얼마만한 예산이 투여됐는가를 보여줄 뿐이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만들었어도 식탁을 찾을 수 없다면 그건 대접이 아닌 우롱일 것이다.
 
  봉화산 둘레길은 적어도 이정표를 통한 길 안내는 만족스럽다. 이렇게 길 안내는 봉화산 곳곳에 붙은 길 안내 사인에 그대로 맡기면 된다. 봉화산 둘레길은 그리 편안하기만한 길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길 곳곳에 딱딱한 나무뿌리가 땅 위에 엉켜 있고, 길의 높낮이도 제각각이다. 이러한 패턴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이어진다. 그런데 이런 길이 진짜 사람의 두 발로 닦아 낸 것이다. 중장비가 동원되면 길은 넓어지고, 판판해지겠지만 그런 길에는 마음이 왈칵 다가가질 않는다. 지금처럼 저절로 자란 숲 속에서 저절로 닦인 길에는 걷는 이의 마음도 저절로 딱 붙어 버린다.
 
  둘레길은 1시간 정도 더 이어진다. 둘레길을 처음 시작했던 ‘신내공원다목적체육관’ 위에 다다르면 봉화산역(5)까지는 왔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다만 다시 내려가는 기점이 되는 ‘신내공원다목적체육관’ 위의 갈림길을 자칫 지나칠 수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숲이 우거지는 계절에는 다목적체육관 지붕 건물이 성긴 나뭇잎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보일 수 있으니 주의 깊게 보기 바란다

 

길 위에 숲이 있고 역사가 있고 긴 여운이 있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 녹음 속, 두 발 굴리며 하하호호!

첫 번째 코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 서울(강서구) : 양천향교와 궁산 소악루, 허준박물관
  ● 걷는 거리 : 3.9km
  ● 소요 시간 : 1시간30분 내외(쉬는 시간 포함)
 
 
  이 길을 걸으면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었던 선인(先人)들의 기개를 읽어낼 수 있을까? 더도 말고 복잡한 심사를 털어내고 그분들이 보았던 풍치나 두 눈에 고이 담아낼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강서구 최고의 전통문화 도보 코스라고 할 수 있는 이 길은 서울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양천향교와 강서구와 깊은 인연을 지닌 천재 화가 겸재 정선, 우리나라 한의학의 큰 별 허준 선생이 거쳐 가신 공간을 지난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라는 야은(冶隱) 길재의 시조를 수식어로 쓰지 않을 수 없는 길이다.
 
 
 
양천향교역~겸재정선기념관 30분/0.6km
 
   강서구에서 내세우는 옛 선인들의 발자취를 훑어 걷는 길은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시작된다. 지하철 2번 출입구(1)를 찾아 지상으로 나온 후 가로등에 조그맣게 달린 ‘겸재정선기념관 450m’ 이정표를 보고 왼쪽으로 간다. 다시 갈림길에서 ‘겸재정선기념관 500m’ 이정표를 쫓아 오른쪽으로 가자. 겸재정선기념관은 점점 다가오는데 이정표에서는 멀어진다고 표시하니 아마 푯말을 설치할 때 실수가 있었나 보다.
 
  5분을 채 못 걸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눈에 확 띄는 금빛 사찰이 있는 골목으로 직진한다. 잠깐만 걸으면 적, 황, 청의 빛깔이 선명한 삼태극이 그려진 양천향교 외삼문(2)에 다다른다. 향교는 유교를 바탕으로 한 조선시대의 지방교육기관으로 고려 태조 13년(930년) 평양에 향교를 설치하여 학생을 가리키고 문묘를 세워 제사를 지낸 것이 시초라고 전해진다. 성균관의 하급기관이라고 볼 수 있는 교육기관이었으나 고종 때 과거제도가 없어지면서 그 역할이 크게 줄어들었다.
 
  양천향교의 외삼문을 들어서면 정면으로 명륜당이 보인다. 양반 자제들이 글공부를 하던 명륜당에서는 지금도 한문과 예의범절 교육을 실시한다. 평일에 명륜당 주변을 걸어보면 공부에 여념이 없는 이들을 자연스레 가까이 접하게 된다. 명륜당 뒤에 있는 내삼문 안쪽으로는 공자와 성현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이 여느 향교와 마찬가지로 가장 윗자리를 차지한다.
 

궁산 정상을 향해 걷는 길.
  양천향교를 한 바퀴 돌아 나와 외삼문 밖의 계단을 내려온 후 궁산으로 가기 위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3분 남짓이면 궁산 산책로 입구(3)를 만나는데, 자칫 그 앞에 있는 겸재정선기념관을 놓칠 수도 있다. 궁산 입구를 등지고 오른쪽을 보면 대형 붓 모양의 석조물이 있고, 그 뒤로 현대식으로 지어진 겸재정선기념관을 볼 수 있다.
 
  겸재정선기념관은 겸재 선생이 65~70세까지(1740~1745년) 지금의 강서구 가양동 일대를 지칭하는 양천현의 현령으로 있으면서 많은 작품을 남긴 것을 기념하는 곳이다. 겸재 선생은 앞으로 걷게 될 궁산에서 바라본 한강의 모습을 많이 그렸기에 기념관터 역시 궁산 자락을 선택했다고 한다. 기념관에서는 겸재 선생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유물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어른 기준 1000원의 관람료를 징수한다.
 


 
  궁산 산책로 30분/1.0km
 

겸재 정선이 올라 앉아 그림을 그렸다는 소악루.
  궁산 산책로 입구에서 궁산근린공원 종합안내도를 훑어보고 포장 산책로를 올라간다. 5분 정도 가다 왼쪽으로 나무계단이 나오면 포장길을 벗어나 그쪽으로 향한다. 얼마 안 가 사방을 조망권으로 둔 궁산 정상에 닿는다.
 
  궁산 정상 끝 부분에 있는 돛단배 모양의 전망대에 올라보자. 유장하게 흐르는 한강 하구에 펼쳐진 무한한 공간이 방화대교를 품고 행주대교를 지나 아득하다. 겸재 선생이 그린 작품 중에 <소악후월>이란 작품이 이곳에서 바라본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 작품을 그리기 위해 겸재 선생은 칠십 가까이 된 노구를 추스르며 이곳에 올랐을까? 이토록 산이 유순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궁산 정상을 한 바퀴 돌아보면 알 수 있듯이 사방으로 트인 시야가 군사 요충지로서의 역할도 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조사를 해보니 백제 때부터 이곳이 성터였다는 문헌이 남아 있으며, 임진왜란 때는 의병의 집결장소로, 한국전쟁 때는 국군이 주둔했던 전략지로 나름 명성을 쌓은 곳이란다.
 
  궁산 정상을 한 바퀴 돌아 동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겸재 선생이 한강을 바라보며 화폭을 채웠다는 소악루 정자와 만난다. 언덕 위에 자리한 소악루 그 자체도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데 그 누각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풍치는 더 기가 막히다. 정자 안에는 겸재 선생이 이곳에서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진경산수화>를 현재의 모습과 비교할 수 있도록 해두어 흥미를 유발시킨다.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라면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덧씌운 커다란 쓰레기 산이 생기면서 그 뒤로 보이던 진짜 산들이 가려졌다는 것이다. 거대한 쓰레기 산에 가로막힌 시야가 새삼 인간의 무자비함을 일깨운다.
 
  소악루를 거쳐 나오다 소악루의 역사를 설명하는 안내문을 읽어본다. 안내문에 따르면 지금의 소악루는 1994년, 주변 경관과 지세 등을 고려하여 새로 지은 것으로 원래 소악루의 위치는 지금과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겸재 선생이 앉았던 바로 그 자리가 아니라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제는 궁산을 내려간다.
 
과거와 현재의 한강 풍경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궁산 정상 전망대).
 
  공암나루공원~가양역 50분/2.3km
 
  소악루에서 남쪽으로 3분 정도 내려가다 갈림길을 만나면 왼쪽으로 간다. 이후 계속해서 걸어가면 버스차고지 철망을 끼고 돌아 나오게 된다. 궁산에 진입하며 보았던 궁산근린공원 종합안내도에 따르면 이곳이 궁산 ‘부출입구-1’에 해당하지만 현장엔 아무런 표식도 없다. 올림픽대로와 직접 연결되는 램프에서 건널목을 건너 맞은편 공암나루공원으로 넘어간다.
 
  공암나루공원(4)은 올림픽대로와 아파트단지 사이에 조성된 녹지공원이다. 1.5km에 달하는 긴 산책로에는 우레탄이 깔려 있고, 벚나무와 자귀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왼쪽으로 올림픽대로가 나란히 달리고 있어 고속으로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가 매우 거칠게 귀를 잡아끌 것으로 예상되지만, 몇 년 전에 설치한 고성능 투명 차음막 덕분에 이 벽을 타고 넘는 자동차 소음은 거의 없다. 오히려 투명 차음막 너머로 무섭게 질주하는 자동차들은 컬러 무성영화를 보는 듯 이채롭다.
 
  쉼터와 운동시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구비된 공암나루 산책로를 10분 정도 걸으면 공원관리사무소 건물이 나온다. 건물 주변으로 화장실과 식수대가 있으므로 잠시 다리쉼을 하며 에너지 충전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걷는 거리는 짧지만 볼거리들이 많으므로 다리가 조금 아플 수도 있다. 관리사무소를 지나 다시 또 그만큼 가면 오른쪽으로 구암공원 입구(5)가 보인다.
 
  구암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연못 위에 특이한 모양의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광주에서 떠내려 왔다는 전설이 있어 광주암이라고 부른단다. 그래서 광주군에서 이 바위를 빌려간 값으로 해마다 싸리비 몇 자루씩을 양천에서 받아갔단다. 그러다 양천에서 이 바위는 필요 없으니 도로 가져가라고 하여 그런 일이 없어졌다는 옛이야기가 구전된다.
 
  예전 택지개발사업을 하면서 이곳이 땅으로 메워지고 광주암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 다행히 이곳을 원형대로 보존하기 위해 새로운 호안을 구축하고 공원을 조성해 지금의 광주암이 보존될 수 있었다. 이토록 풍채 좋고 잘 생긴 바위가 수장될 뻔했다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광주암이 있는 연못을 돌아 허준박물관 방향으로 나와 큰 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곧 한국한의사협회와 맞붙은 허준박물관에 닿는다. 허준박물관에서는 이 지역에서 나고 생을 마감한 허준 선생의 자료를 전시한다. 또한 허준 선생이 활동하던 조선시대의 내의원과 한의원을 재현하여 전시하고 있다. 그 밖에도 한의학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어른 기준 800원의 관람료를 징수한다.
 
  허준박물관도 보았으면 박물관 정문 앞에 있는 건널목을 건너 왼쪽으로 가다 곧바로 오른쪽 ‘등촌1-10단지’ 이정표를 따라간다. 길 옆으로 화단이 정성스럽게 가꾸어져 있어 쾌적한 걷기가 가능하다. 이 길의 끝에는 오두막 쉼터까지 있어 코스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쉬어가기에 좋다. 오두막 쉼터가 있는 사거리에서 홈플러스 쪽으로 길을 건너면 5분 만에 가양역(6)을 만나게 된다.
 



  두 번째 코스
 
  녹음 속, 두 발 굴리며 하하호호!
 
  ● 서울(성북구) : 개운산 산책로와 홍릉수목원
  ● 걷는 거리 : 7.9km
  ● 소요 시간 : 3시간 내외(쉬는 시간 포함)
 
 

인도를 따라 10분 남짓 가면 고려대학교 캠퍼스와 홍릉수목원이 이어진다.
  숲을 키워내는 건 흙과 햇볕과 물이다. 그 삼중주의 리듬 속에서 조화롭게 자란 숲을 우리는 국립공원, 도립공원, 혹은 수목원이라고 부르며 귀히 여긴다. 이번에 걸을 홍릉수목원은 감미로운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처럼,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명품 숲길이다. 코스의 시작인 개운산에서는 둘레길, 혹은 순환산책로라는 이름의 길 위에서 짙푸른 녹음과 조우하게 된다. 산은 작지만 아기자기한 오솔길이 근사하다. 고딕 건축양식으로 유명한 고대 캠퍼스도 발걸음에 볼거리를 보태며 걷기꾼들을 응원한다.
 
 
  길음역~개운산 정상 30분/1.4km
 
   길의 시작인 지하철 4호선 길음역 2번 출입구(1)를 나오면 왼편으로 내부순환로가 육중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고가도로를 이루며 허공을 가로지른다. 그 아래, 찻길을 건너는 건널목이 있으니 보행신호를 받아 건넌 후 왼쪽으로 간다. 돈암동부센트레빌 아파트 단지를 끼고 오른쪽 길로 돌아가면 곧 개운초등학교 앞을 지난다.
 
  학교 교정 너머로 보이는 깎아지른 절벽이 슬쩍 인사를 건넨다. 개운초교를 지난 후 만나는 갈림길에 들어서면 오른쪽 길로 방향을 잡는다. 인적 드문 작은 터널 하나를 지나면 ‘죽림정사’라는 절이 있고 사찰과 맞붙은 높다란 계단을 볼 수 있다. 그 계단이 이 코스의 들머리(2)가 된다.
 
  현대식으로 지어 올린 사찰 전각의 고운 단청을 끼고 계단을 오르면 곧 개운산의 흙길이다. 갈림길을 만나면 ‘순환산책로’ 푯말을 따라 간다. 우리가 진입하는 북쪽 능선은 개운산 정상을 짊어지고 있는 터라 조금 가파른 경사를 올라야 한다. 경사로에는 계단을 설치하여 위험한 요소는 없다.
 
  5분 정도 올라가면 경사가 끝나고 작은 쉼터와 그 앞에 우레탄으로 포장된 산책로가 보인다. 산책로 너머로는 최근에 지어진 신식 공중화장실도 보인다. 이 우레탄 산책로에서 오른쪽으로 100m만 가면 개운산 정상 쉼터다. 그곳에 식수대와 조망명소가 있으니 둘러보고 오길 권한다. 개운산 정상 조망명소에서는 서울의 북쪽 방벽인 북한산이 오래된 병풍처럼 아련하게 시선을 잡는다.
 
  정상을 돌아 다시 우레탄 길을 걸어 화장실 앞을 지나면 곧 길 왼쪽으로 담소정(談笑亭)이라는 편액이 지붕 안쪽에 걸린 정자 쉼터를 만난다. 이 정자 옆에 놓인 벤치 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보인다. 우레탄 길과 나란히 가던 이 좁은 흙길은 차츰 우레탄 길과 거리를 벌리며 석축 위에 흰색 건물로 지어진 개운산체육센터(성북구의회)로 안내한다.
 


 
  개운산 산책로~고려대캠퍼스 50분/2.7km
 
  개운산체육센터 밑의 솔숲 길을 지난 후에는 평탄한 중턱 길을 걷는다는 느낌으로 남진하면 된다. 자꾸만 밑으로 내려가도 틀린 길이고, 포장길을 만나거나 오르막길이 계속되어도 길을 잘못 든 것이다. 우선 체육센터 석축 밑을 지난 지 100m 만에 왼쪽에 작은 정자쉼터가 있는 계단 갈림길을 만난다. 여기서 계단을 가로질러 그대로 직진한다.
 
  잎맥이 뚜렷한 팥배나무가 많은 편안한 숲길이 이어진다. 5분 정도 가면 Y자로 갈라지는 길이 나오니 오른쪽 30m 앞에 나무계단이 보이는 곳으로 간다. 열 개가 조금 넘는 낮은 나무계단을 올라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간다. 다시 5분 넘어 가면 오른쪽에 나무계단이 있는 곳에서 길이 갈린다. 왼쪽 중턱 방향이 고려대학교 북문으로 가는 길이니 그쪽으로 간다.
 
  다시 5분 못 미쳐 걸으면 Y자 형태로 길이 갈라지는데 두 곳 모두 평탄한 길이어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여기서는 약간 내리막을 이루는 왼쪽이 맞다. 그리고 비교적 큰 길만 따라가면 고려대학교 북문으로 연결되는 찻길과 만난다. 잦은 갈림길에 비해 이정표가 부족한 탓에 지나는 이들이 있으면 그때마다 고려대학교 위치를 물어 방향을 잡는 것이 좋겠다.
 
  고려대학교 북문(3)으로 들어서면 자유롭게 캠퍼스를 활보하다 지도를 참조하여 고려대역이 있는 곳으로 나가면 된다. 하지만 고려대 캠퍼스를 제대로 걸어보려면 북문을 지난 지 100m 정도 됐을 때 오른쪽으로 돌면 만나는 중앙도서관에서 캠퍼스 걷기여행을 시작해야 한다.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고대 중앙도서관은 대학 본관 건물과 함께 석조 고딕 양식에 따라 크고 웅장하게 지어진 근대문화유산이다. 오래전에 지어진 이 건물들은 고려대학교 건축 양식의 모범이 되어 이후에 지어지는 고대 건물들도 비슷한 패턴을 그려내게 만들었다.
 
  중앙도서관을 끼고 돌아 새로 지어진 동원글로벌리더십홀에서 왼쪽으로 가면 본관 건물 뒤편의 작은 산책로를 지나게 된다. 이후로는 본관을 끼고 돌아 정문 부근의 큰 길을 통해 지하철 고려대역이 있는 출구 쪽으로 나가면 된다.
 
 
  홍릉수목원~회기역 1시간20분/3.9km
 

홍릉수목원 산책로.
  지하철 6호선이 지나는 고려대역 옆에 있는 삼거리에서 현대주유소 앞으로 건널목을 건너 그대로 직진한다. 약 5분 정도 인도를 걸으면 정릉천을 건너는 종암대교를 지나게 된다. 이후로 홍릉수목원까지 가는 5분 거리는 은행나무 가로수가 그늘을 드리우는 쾌적한 길이다.
 
  홍릉수목원 입구(4)에는 국립산림과학원이라는 큰 간판이 있다. 늘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토, 일, 공휴일에만 문을 열어 일반인들을 받아들인다. 홍릉수목원을 걷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일단 입구를 지나면 곧바로 오른쪽 숲길로 들어가 국립산림과학원 내부를 둘러보고 나오는 것이 좋다. 이후로는 홍릉수목원 산책로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 바퀴 크게 걸으면 된다.
 
  홍릉수목원은 임업연구원의 부속기관이다. 명성황후의 능이 있던 홍릉에 임업시험장을 조성하면서 홍릉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원래 면적은 지금의 두 배 이상이었으나 여러 국가기관이 그 안으로 들어서면서 지금의 크기로 축소되었다. 1948년까지 전국 산야에서 수집한 식물표본이 4천여 종 30만 점에 달했으나 한국전쟁 당시 대부분 소실되었다고 한다. 이후로 복원과 수집을 지속적으로 해온 결과 북한 지역 자생 수종을 제외하고 2천여 종의 국내 식물 2만여 개체를 보유하게 되었다.
 
  도심 속의 오아시스 같은 이 길을 그냥 한 바퀴 휙 돌아 나가기에는 참 아깝다. 고3 정도로 보이는 어느 여학생은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영어 문제집을 풀고 있다. 머리가 맑아지는 피톤치드 덕분에 학습효과가 클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이곳을 걸을 때는 홍릉수목원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조경수원 뒤 샛길까지 돌아 나와야 완벽한 관람이 된다.
 
  홍릉수목원 관람을 끝냈으면 정문을 나와 왼쪽으로 간다. 한적한 인도 왼쪽으로 금방 다녀온 홍릉수목원의 나무숨결이 울타리를 넘어온다. 이런 고즈넉한 길은 10분 정도 이어진다. 그리고 길은 홍릉수목원 담장을 뒤로한 채 늘 보아오던 일상의 거리 풍경으로 돌아온다. 시끄럽고 요란한 일상이 더 복잡하게 꼬여 있을수록 숲길의 위로는 절실하기 마련인가 보다. 꿈꾸듯 걸어왔던 숲길이 시가지에 오버랩된다. 코스가 마무리되는 회기역(5)은 길거리에서 처음 만나는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건너고 다음 사거리에서 직진하듯 길을 건너면 곧바로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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