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발견이의 도보여행_03

醉月 2012. 1. 31. 08:35

은근함을 지나 만나는 아련함
걸을수록 홀딱 빠지는 블랙홀 綠陰 / 수많은 발걸음에 다져진 숲길의 안락함

첫 번째 코스
 
 
걸을수록 홀딱 빠지는 블랙홀 綠陰
 
  ● 서울(서대문구~종로구~성북구) : 백사실 계곡과 북악 스카이웨이 산책로
  ● 걷는 거리 : 12.2km
  ● 소요 시간 : 5시간 내외(쉬는 시간 포함)
 
 
  구불거리는 숲길에서 길의 소실점은 찾아낼 수 없다. 북악 스카이웨이에서는 직선으로만 뻗을 것 같은 자동차 길도 예외가 아니어서 커브의 뒤태를 감추는 은근함을 내포한다. 이러한 은근함은 찻길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에서도 그대로 접목된다. 삭막할 것 같은 찻길 옆 산책로는 길 찾기의 부담감 없이 산보객들을 종로구 숲길에서 성북구 숲길로 옮겨다 놓는다. 그 전에 걷는 백사실 계곡은 짧으면서도 도심 속 비밀정원다운 아련함을 풀어낸다. 또 그보다 전에 지나는 홍제천은 고려시대의 걸작인 보도각백불과 홍지문, 세검정을 보며 나아가는 역사의 길이기도 하다.
 
 
 
홍제역~홍제천길(홍지문) 50분/2.7km
 
   지하철 3호선이 지나는 홍제역에서 첫발을 내딛는다. 1번 출입구(1)를 나서면 가뜩이나 좁은 인도에 여러 시설물이 들어서면서 더 번잡해진 거리로 나오게 된다. 나온 방향 그대로 3분 정도 가다 유진상가 전 작은 찻길을 건너지 말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5분 정도 걸으면 만나는 효제약국 앞에서 길을 건너면 홍제교 옆으로 홍제천 물줄기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천변길로 내려갈 수 있다. 그곳부터 맑은 물이 눈을 시원하게 닦아내는 홍제천길(2)이 시작된다. 하지만 홍제천길은 다른 천변길보다 도회적이다.
 
  물줄기 양옆으로 석축이 직각으로 섰고 그 위로는 찻길까지 놓였다. 심지어는 물길 위로 교각을 세워 닦아놓은 내부순환 고가도로에 하늘 조망권을 침해받기도 한다. 이런 주변 환경 때문에 홍제천길 옆으로 관목을 심고 야생화도 식재했지만 이 구간만큼은 걷기 코스로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 같다.
 
  물줄기와 수평을 이루던 홍제천길은 15분 정도 지나면 물줄기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걷게 만든다. 그리고 곧 천변 너머 절벽 밑으로 신비로운 자태의 누각과 그 안에 모셔진 백불(白佛)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백불 앞을 흐르는 홍제천은 지금까지 걸으며 보았던 팍팍한 도심의 물줄기가 아니다. 백불 앞 홍제천은 천연덕스럽게도 자연계곡의 멋들어진 모습으로 순식간에 바뀌어 있다. 절벽을 이루는 탕춘대 능선의 끝자락과 옥천암 암자의 전각들이 만나면서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지는 한국적인 공간미가 볼 만하다.
 
  보도각백불 쪽으로 건너가는 다리를 지나 백불을 보고 다시 나와 홍제천길을 계속 걷는다. 10분 만에 탕춘대성의 성문인 홍지문(弘智門)(3)에 다다른다. 숙종 45년에 탕춘대성과 함께 세워진 홍지문은 1921년에 허물어진 것을 1977년에 다시 세운 것이다. 한북문이라고도 불렸던 홍지문의 편액은 숙종이 친필로 직접 하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백사실 계곡~북악 스카이웨이 입구 50분/2.4km
 
  홍지문을 지나면 곧 상명대학교로 향하는 입구이기도 한 세검정사거리다. 세검정 방향으로 길을 건너 5분만 가면 인조반정에서 이름의 유래를 찾는 세검정(洗劍亭) 정자가 있다. 칼을 씻는다는 뜻의 이 정자는 인조반정 때 이곳에서 광해군의 폐위를 의논하고 그 앞 바위에서 칼을 갈아 날을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인조반정에 성공한 몇몇 공신이 피 묻은 칼을 이곳에서 씻었다는 말도 있다. 그랬거나 말거나 이곳은 예부터 경치가 아름다워 인조반정이 있기 오래전부터 정자를 세워 풍류를 즐기던 명소였다고 한다. 지금도 정자 앞의 너럭바위를 돌아 떨어지는 계류의 유려한 흐름이 지나는 이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적셔준다.
 
  세검정 정자를 지나면서 정자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앙증맞게 좁은 산책로를 몇십 미터 걷게 된다. 그리고 개천 옆에 조성된 체육공원 쉼터를 따라 걷다 천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 계속해서 상류로 향한다. 왼쪽으로 휘어지는 물길 옆을 5분 정도 걷다 오른쪽에 ‘패밀리마트’ 편의점이 나오면 그곳을 끼고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간다. 이후로 백사실 계곡까지 가는 길은 골목길 갈림길마다 안내판이 안내를 한다. 혜문사라는 절 이정표도 같은 방향이니 참조하자.
 
  백사실 계곡(4)은 현통사라는 사찰 앞을 지나면 물줄기와 함께 길을 내어주기 시작한다. 비가 내린 직후에 찾으면 위풍당당한 계곡 물줄기에 속이 다 후련해질 것이다. 특히 현통사 앞은 낙차가 큰 폭포가 형성되어 일부러 수량이 많을 때 찾아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필자는 우렁차게 흐르는 물보다는 부끄럽다는 듯 졸졸졸 흐르는 물줄기가 백사실 계곡과는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곳은 은밀한 비밀정원의 느낌이 강하다.
 
  물줄기를 따라 닦여 있는 길을 오르면 백사 이항복 대감의 별장터였다는 넓은 연못 공터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다시 물줄기를 왼쪽에 두고 큰길을 따라간다. 그럼 얼마 가지 않아 부암동 주택가가 나오며 백사실 계곡의 비밀스런 숲길은 마무리된다. 부암동 골목길을 만나면 왼쪽 담뱃가게가 있는 쪽으로 나아간다. 포장된 골목길을 따라 10분 못 미쳐 가면 노란 폴크스바겐 자동차가 있는 산모퉁이 카페 앞을 지난다.
 
  산모퉁이 카페를 지난 지 3분 만에 왼쪽으로 북악 스카이웨이 산책로로 향하는 중요한 갈림길을 만나니 갈림길에 신경을 바짝 써야 한다. 이 갈림길에 특별한 이정표는 없고 왼쪽으로 조그만 주차장과 함께 가정집으로 올라가는 작은 계단이 있다는 정도만 설명할 수 있다. 또 입구 전봇대에 ‘art for Life’라는 보라색 이정표가 붙어 있기도 하다. 이 골목은 포장길이지만 곧 양옆으로 우거진 숲이 그늘을 드리운다. 잠깐 오르막을 오르다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북악 스카이웨이 찻길이다.
 

한양에서 경치 좋은 두 곳 중의 하나로 꼽혔던 백사실 계곡의 백석동천 표지석.
 
  북악 스카이웨이 산책로~한성대입구역 2시간30분/7.1km
 
  북악 스카이웨이 찻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다 왼쪽으로 건널목을 건너면 곧바로 북악 스카이웨이 산책로의 종로구 구간(5) 입구가 시작된다. 이곳에 화장실과 벤치 등이 있으니 잠시 쉬어가는 게 좋겠다. 여기부터 북악 스카이웨이 찻길을 오른쪽에 두고 걷는 산책로는 온전히 숲길이라 할 수 있다. 아주 완만한 경사를 보이며 차츰차츰 고지를 향하는 이 길은 걷기를 막 시작한 입문자에게 적당한 수준이다. 아까시나무가 식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참나무가 조금씩 아까시를 밀어내며 영토를 확장하는 형국이다. 곳곳에 식재된 소나무와 잣나무는 바람결에 향긋한 솔향을 선사하기도 한다.
 
  북악 스카이웨이 산책로에 진입한 지 30분 만에 북악산과 북한산이 바라보이는 팔각정 휴게소에 닿는다. 잠시 다리쉼을 하고 20여 분을 더 걸으면 북악 스카이웨이의 종로구 구간이 끝나고 성북구 구역이 기다린다. 성북구의 시작은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만나는 하늘마루 쉼터이다. 하늘마루는 북악하늘길 2코스인 일명 김신조 루트의 들머리가 되기도 한다. 특히 김신조 루트 입구의 하늘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보현봉 모습이 압권이어서 하늘전망대만큼은 들렀다 가길 권한다.
 
  하늘전망대를 다녀온 후 다시 북악 스카이웨이 산책로 걷기를 잇는다. 여전히 찻길을 오른쪽에 두고 걷는다는 느낌을 그대로 갖는다면 길 찾기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다모정 정자가 있는 쉼터를 지나 25분 정도 더 가면 길이 끊어지지만 찻길 너머로 산책로가 다시 이어진다. 이곳에는 보행신호등이 있으므로 안전하게 건널 수 있다. 건널목을 건너 10분 정도 더 가면 북악하늘길의 시작과 끝이 되는 하늘한마당이다.
 
  성북구민회관 쪽으로 내려가면 15분 만에 코스가 마무리되는 한성대입구역(6)에 도착할 수 있다. 단, 이 길은 찻길 옆 인도가 좁고, 일부 구간은 인도가 없으므로 주의해서 걸어가야 한다.
 



  두 번째 코스
 
  수많은 발걸음에 다져진 숲길의 안락함
 
  ● 서울(구로구~양천구) : 매봉산과 지양산 숲길 & 서서울호수공원
  ● 걷는 거리 : 7.1km
  ● 소요 시간 : 3시간 내외(쉬는 시간 포함)
 
 
  낮은 산에도 육산(肉山·주로 흙으로 이루어진 산)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다면 서울에선 지양산에 가장 먼저 그 호칭을 부여하고 싶다. 최고점은 해발 100m를 살짝 넘긴 것에 불과하지만 부챗살처럼 넓게 퍼진 각 능선마다 아늑한 숲길을 품고 있다. 매우 다양한 숲길 코스를 거느린 지양산은 본 코너를 통해 다른 길도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양산의 진가는 걷는 이들보다 산악자전거 마니아들이 먼저 알아봤다. 서울 남부의 산악자전거 메카라 칭해도 될 정도다. 지금이야 걷는 사람들이 월등하게 많지만 그래도 심심찮게 두 바퀴로 산을 오르내리는 스릴 넘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전거가 다닐 정도니 걷는 것은 또 얼마나 편하겠는가. 지양산의 진입로 역할을 하는 매봉산은 개봉중학교 앞에서 출발하는 숲 해설 프로그램이 진행될 만큼 식생이 풍부하다. 이 길의 마무리는 2009년에 모던한 느낌으로 새 단장을 한 서서울호수공원이다.
 
 
  오류동역~매봉산 숲길 50분/2.2km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 3번 출입구(1)를 나오면 광장이다.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서 출발하기에 좋은 여건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큰길까지 나간다. 큰길 건널목을 건너 오른쪽으로 100m쯤 가다 왼쪽 오류시장 골목으로 꺾는다. 이 골목 입구에 ‘명광전기’라는 전파사가 있다. 시장골목을 다 지났을 무렵 오른쪽으로 꺾은 후 곧바로 궁동상회가 있는 왼쪽 골목으로 간다. 100m 정도 가다 백운빌라 앞에서 왼쪽, 다시 그만큼 가다 ‘푸르뫼 하이퍼’ 수퍼 앞에서 왼쪽으로 틀어 찻길까지 올라간다.
 
  복잡한 골목길을 거쳤지만 제대로 왔다면 길 건너편으로 ‘동부골든아파트 210동’이 우뚝 서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길을 잘못 든 것이다. ‘동부골든아파트’를 찾은 뒤 210동을 물어 간다. 그 아파트 210동 바로 옆에서 매봉산 숲길(2)이 시작된다.
 
  매봉산 숲길은 어느 방향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약간 거칠기도 하고 때론 부드럽기도 하다. 동부골든아파트 쪽에서 가는 길은 2차원 등고선 지도만 보아도 비단결처럼 고울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숲길로 접어든 지 10분 만에 조망명소가 있는 공터에 다다른다. 딱히 조망이랄 것도 없는 곳이어서 이곳에 박힌 조망명소 안내판이 민망하다. 엉뚱하게 박힌 안내판의 민망함은 그곳에 놓아두고 오른쪽 능선길로 간다.
 
  이정표가 나오면 온수연립 방향으로만 가면 된다. 10분 못 미쳐 가다 나오는 푯말에서도 온수연립 방향으로 가자. 그리고 큰길만 따라가면 10분 만에 매봉산과 지양산의 분기점이 되는 궁동터널 위의 생태이동로(3)에 닿는다. 우거진 숲으로 인해 시각적으론 이곳이 터널 위라는 것을 알 수 없지만 또렷하게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가 현재 위치를 알려준다. 이렇게 가끔은 청각도 위치 판별에 큰 도움이 된다.
 


 
  지양산 숲길 50분/2.2km
 

숲 속의 헬스클럽을 방불케 하는 안산체육회. 지양산 능선에 자리한다.
  궁동터널 위 생태이동로를 지나 지양산 숲길로 올라서면 이후로는 편안한 숲길이 이어진다. 지양산도 매봉산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소나무를 상당히 많이 심었던 산이다. 하지만 소나무 군락이 많이 남은 매봉산과 달리 지양산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식물 군락의 종이 변하는 천이(遷移)가 진행되었다. 숲 스스로가 변화하며 자연스럽게 소나무를 퇴화시키고 참나무가 그 자리를 꿰차고 들어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양산 숲길은 매봉산에 비해 한결 자연스런 맛이 살아 있다.
 
  지양산에 접어든 지 10분 정도 됐을 무렵 나무계단 밑으로 사거리를 만난다. 맞은편 계단으로 일단 올라간 후 그다음엔 나무계단 오른쪽으로 살짝 뚫린 작은 오솔길을 택한다. 이 오솔길로 가야 봉우리를 거치는 오르막 숲길을 피할 수 있다. 주말농장까지 이어지는 이 작은 숲길은 지양산을 꽤 잘 안다는 지역주민들도 잘 모르는 길이다. 주로 산악자전거들이 주말에 자주 지난다. 자전거가 달려온다고 그리 놀랄 필요는 없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적잖이 있는 터라 자전거 역시 이에 대비해서 조심조심 굴러오기 때문이다. 누리장나무가 특히 많아 초여름에는 달콤한 향에 코를 벌름거리게 되는 길이기도 하다.
 
  마주 오는 사람이 있다면 어깨를 비비며 지나야 할 정도로 좁은 이 오솔길을 10분 남짓 걸으면 T자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간 후 시야가 넓게 트인 주말농장 옆길로 간다. 주말농장 시작하는 곳에 간이화장실이 있으니 해결할 것이 있으면 들렀다 가자. 주말농장 옆으로는 아까시나무가 큰 군락을 이뤄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주말농장이 끝나갈 무렵 갈림길이 나오므로 오른쪽으로 간다. 곧 이정표가 서 있는 사거리다. ‘안산체육회’ 방면인 오른쪽 능선을 탄다.
 
  지양산 주능선이라고 할 수 있는 길답게 이 능선길은 꽤 폭이 넓다. 하지만 양옆 숲이 촘촘해 한여름에도 직사광선을 머리에 쐴 일은 거의 없다. 능선을 10분 못 미쳐 걷다 나무계단 밑으로 사거리가 나오면 역시 맞은편으로 직진한다. 다시 10분을 휘적휘적 걸으면 온갖 운동기구가 모인 ‘안산체육회’다. 천막 안에 다양한 운동기구를 갖춘 숲 속의 헬스클럽인 셈이다.
 
산악자전거길로 큰 명성을 얻었던 지양산 숲길 구간. 걷기에도 더없이 좋다.
 
  지양산 숲길~서서울호수공원 1시간10분/2.7km
 
이 길의 피날레는 서서울호수공원의 소리분수가 맡는다. 항공기 엔진 소음에 분수가 반응하도록 설계되었다.
  안산체육회를 지나 5분 정도 가다 가로등이 왼쪽에 있는 Y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그리고 곧 150m 앞 언덕 위 정자에서 ‘지양마을’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가자. 역삼각형의 가로등 전선을 따라 3분 정도 가다 Y자 갈림길이 나오면 가로등 전선길을 버리고 왼쪽 길을 택한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계단이 왼쪽으로 꺾어지는 곳에서 반대편인 오른쪽 샛길로 내려간다. 곧 숲길이 끝나고 골목길이 나온다.
 
  내려오던 방향 그대로 골목을 걸어 나오면 제과점과 식당 등이 즐비한 큰길 사거리다. 왼쪽으로 길을 잡아가면 곧 길 건너편으로 시내버스 차고지가 보인다. 건널목을 건너 중부운수 버스 차고지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차고지 입구 오른쪽에 있는 버스가스충전소 바로 옆에 있는 샛길로 우회전하면 작은 공원을 지나 경인고속도로를 건너는 육교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다.
 
  이 육교를 건너면 이제부터 서서울호수공원(4)의 영역으로 들어선 것이다. 서서울호수공원의 가장 깊숙한 곳인 몬드리안정원부터 보기 위해 육교를 건넌 후에는 곧바로 왼쪽으로 돌아간다. 황토로 포장된 길을 100m쯤 걷다 몬드리안정원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 길을 따른다.
 
  곧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추상화가인 피트 몬드리안의 화풍을 따른 물의 정원이 열린다. 이 정원은 질서와 비율과 균형의 미를 표방하는 몬드리안의 그림을 보는 듯 네모 반듯하다. 기존의 신월정수장 구조물을 그대로 활용한 것도 이채롭다. 1층으로 내려가면 수생식물들을 볼 수 있어 아이들의 자연학습 관찰장소로도 좋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서서울호수공원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소리분수가 나온다. 분수 노즐이 물줄기로 호수 위를 지나는 이들을 호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항공기 엔진 소음에 반응하는 이 소리분수는 김포공항의 이착륙하는 비행기들이 호수 상공을 비행하면 여지없이 물을 뿜어 올린다. 불편하기만 하던 비행기 소음을 퍼포먼스로 승화시킨 역발상의 산물이다.
 
  서서울호수공원에서는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을 돌아보자. 공원과 붙어 있는 작은 산으로는 30분 정도 걸을 수 있는 숲길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코스를 더 늘릴 수도 있다. 돌아갈 때는 공원 정문 3분 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면 된다. 즐거운 여름날의 숲길여행이 되길 바란다

 

청량감 넘치는 숲 속 공기와 비를 부르는 작은 산을 만나다
향긋한 솔향에 모두 화사해져라! / 수많은 발로 다져진 숲길의 안락함

첫 번째 코스
 
 
향긋한 솔향에 모두 화사해져라!
 
  ● 서울(강동구) : 고덕산산림욕장과 샘터·방죽근린공원 숲길
  ● 걷는 거리 : 5.2km
  ● 소요 시간 : 2시간 내외(쉬는 시간 포함)
 
 
  메마른 도심 공기는 고덕산 숲길을 만나면서 청량감 넘치는 숲 속 공기로 변신을 꾀한다. 여기에 푸른 솔향까지 머금었으니 과연 네이버 지도에서 이곳을 마땅히 산림욕장이라고 표기할 만하다. 이 코스는 서울의 숲길 산책로 중 으뜸이라고 소문난 강동그린웨이를 입문자 버전으로 짧게 줄인 것이다. 혹 이 길을 모두 걷고도 힘이 넘친다면 E마트사거리에서 계속 이어지는 강동그린웨이 후반구간을 걸어봐도 좋다.
 
 
 
명일역~고덕산 숲길 50분/1.9km
 
   고덕산 송림의 서늘함에 몸서리를 친 건 명일역 3번 출입구(1)를 나와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간 지 10분 정도 지났을 때이다. 방금 전까지 코끝에 머물던 도심의 건조함은 오간 데 없고, 향긋한 솔향과 짙푸른 녹음, 그리고 폭신한 흙길이 강동그린웨이가 시작됨을 소리 없이 알려준다.
 
  고덕산 입구(2)는 의외로 좁다. 암사 아리수정수장 입구사거리에서 대우아파트 2동의 길 건너편에 있는 좁은 샛길이 바로 산 진입로인 까닭이다. 산림욕장이라고도 표기되는 고덕산 소나무 길은 날로 영토를 넓혀가는 신갈나무 군락에 자리를 많이 내주어 온전히 송림이라고만 볼 수 없다. 반질반질 잘 닦인 흙길을 잠시 걸으면 숲 속 통나무 화장실을 지나며 넓은 공터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그냥 직진해도 되지만 우리는 왼쪽 ‘고덕산 정상’ 이정표를 따라 그곳에서 기다릴 한강 조망을 찾아갈 것이다.
 
  “애걔…. 이게 무슨 산 정상이래요?”
 
  갈림길 10여 분 만에 도착한 고덕산 정상 조망명소에서 보이는 보통의 반응이다. 한마디로 산이 너무 낮아 싱겁다는 푸념이다. 해발 100m도 안 되는 낮은 구릉이지만 엄연히 정상은 정상이고, 한강을 내려다보는 조망만큼은 여타 높은 산들의 장쾌한 그림이 부럽지 않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 너머로 서울의 경계인 아차산 능선이 열리고, 구리시의 랜드마크인 구리타워가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린다.
 
  조망명소에서 계단을 내려오면 내려오던 방향 그대로 방향을 잡는다. 사유지가 많은 탓에 곳곳에 철망이 울타리를 둘렀지만 이것이 신선한 산 공기의 이동에 장애가 될 리 없다. 다만 시야에 거친 줄을 치는 탓에 거슬리기는 한다. 한 7~8분쯤 그런 길을 가면 벤치 네댓 개가 있는 작은 공터가 나온다. 왼쪽 길로 가자. 이 작은 공터에는 강동그린웨이 작은 안내지도판이 왼쪽에 있다.
 
  갈참나무와 졸참나무로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 이 길은 5분 정도 이어지다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오거리를 만나며 잠시 브레이크를 밟는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녹색이정표가 ‘샘터근린공원’이라고 가리키는 왼쪽 나무계단으로 올라서면 된다.
 
  다시 이곳에서 울창한 숲길을 5분 정도 더 가다 만나는 사거리에서 길을 잃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믿고 의지하는 이정표가 헷갈리게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 이정표를 설치할 때 안내판을 직각으로만 붙일 수 있는 직사각형 기둥을 쓰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종잡을 수 없이 다양한 방향으로 뻗는 숲 속 갈림길을 어떻게 직각으로만 안내할 수 있을까. 설치한 지 몇 년이 지난 상태인데도 아직 시정되지 않은 것이 이상할 따름이다.
 
  아무튼 여러 사람 복장 터지게 했던 이 이정표가 길 안내를 하는 이 사거리에서는 맞은편 계단으로 올라서면 맞다. 그렇게 10분을 엇비슷한 숲 속을 휘적휘적 걸어나가면 고덕산 숲길이 마무리된다.
 


 
  샘터근린공원~고덕역 1시간10분/3.3km
 

한여름에 녹음 진 숲길만큼 값진 길이 또 있을까.
  고덕산 숲길을 벗어날 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조용한 주택가이다. 작은 차로를 건너 강동그린웨이 포장도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녹색포장로를 사뿐히 밟아주면 곧 찻길 건너 샘터근린공원 입구(3)에 닿는다. 이 길을 걸으며 여러 번 생각해 봐도 그린웨이와 녹색포장로는 참 잘 어울리는 커플인 것 같다. 그 길이 안내해 준 샘터근린공원 입구에는 해마다 많은 열매를 떨어뜨리는 살구나무가 자란다. 숲 속에 뿌리를 내렸으면 산짐승들의 먹이가 되었을 그 살구가 사람이 자주 왕래하는 길가에 떨어지다 보니 자연 사람들 몫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7월 초쯤에는 다 익어 저절로 떨어진 살구의 신맛과 단맛에 진저리를 치며 걸을 수도 있다.
 
  샘터공원 입구는 작은 체육공원 같지만 곧 아담한 숲 속으로 걷는 이들을 이끈다. 샘터근린공원 숲길에서 갈림길이 나오면 ‘방죽근린공원’ 이정표가 정답이다. 그리 길지 않은 샘터근린공원 숲길이 끝나면 다리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하수공원이 기다린다. 깨끗한 화장실과 맑은 물이 콸콸 쏟아지는 식수대, 그리고 시원한 정자가 나그네들의 발길을 더디게 한다. 쉬어간들 누가 뭐랄 사람 없으니 신발끈을 헐렁하게 풀어놓고 목도 축이고, 볼 일도 좀 보고 느긋하게 망중한을 보내다 떠나도 좋겠다.
 
  샘터근린공원과 방죽근린공원(4)은 생태육교로 이어진다. 육교를 건너 방죽근린공원으로 들어서면 지금까지와 그리 다르지 않은 싱싱한 푸른 숲길이 다시 열린다. 10분 못 미쳐 걷다 왼쪽에 금칠을 한 가로등이 생뚱맞게 나오면 왼쪽으로 가자. 작은 야외 농구장 하나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면 고덕평생학습관과 큰 길을 만난다. 여기서 신호등을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 오른쪽으로 간다. 다시 만난 강동그린웨이의 녹색 포장로가 카펫처럼 E마트사거리까지 안내한다. 얼마 안 가 E마트사거리에 닿으면 사거리에서 곧장 길을 건넌다. 그 방향 그대로 3분만 더 가면 코스의 종착지인 고덕역(5)이다.
 



  두 번째 코스
 
  수많은 발로 다져진 숲길의 안락함
 
  ● 서울(강서구) : 우장산 산책로 완전정복
  ● 걷는 거리 : 6.0km
  ● 소요 시간 : 2시간30분 내외(쉬는 시간 포함)
 
 
  심한 가뭄으로 논바닥이 갈라지면 사람들이 모여 하늘에 비를 갈구하던 두 개의 봉우리가 있었다. 한양성 서남쪽에 있던 이 봉우리는 원당산과 검두산으로 불렸고, 이 봉우리들을 합쳐 우장산(雨裝山)이라고 불렀다. 기우제를 지낸 지 3일째 되는 날은 반드시 비가 와서 우장(雨裝)을 하고 올랐다는 신령스런 산인 것이다. 지금은 완벽하게 공원화되어 외곽으로 포장산책로를 둘렀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자꾸자꾸 공원 중심인 숲길로만 향한다. 비를 부르는 이 작은 산은 6km에 달하는 숲길이 아기자기하게 곳곳을 수놓는다.
 
 
  우장산역~원당산 외곽 산책로 45분/2.0km
 
   예전에는 모진 가뭄에 사람 가슴마저 타들어가면 영험한 장소를 찾아 비를 부르는 기우제를 지내곤 했다. 이런 기우제에 있어 최고의 명당으로 알려진 곳이 바로 서울 강서구의 우장산이다. 이 호칭은 북쪽의 검두산과 남쪽의 원당산이라는 작은 봉우리를 합쳐서 부르는 것이다. 이제는 도심 근린공원으로 탈바꿈한 우장산공원은 두 개의 봉우리가 이어졌지만 직선거리가 1km도 되지 않는 자그마한 규모이다.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큰 신성함이 깃들어 예부터 많은 이가 비를 찾아 이 봉우리를 올랐다. 그래서 지금도 해마다 산신제를 올리곤 한다. 마른 땅에 비를 뿌려 근심을 풀어주던 이 산이 지금은 팍팍해진 도시민들의 가슴을 숲의 단비로 촉촉이 적셔주는 영험함을 발휘한다. 이 작은 산 곳곳에 감춰져 있는 오솔길과 산책로를 엮어 놓으면 놀랄 만큼 아기자기한 코스가 나타난다. 놀며 쉬며 걸으며 한나절 푹 쉬었다 오기에 그만이다.
 
  지하철 우장산역 1번 출입구(1) 계단을 올라와 그 방향 그대로 3분쯤 가다 컴퓨터 학원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간다. 조금만 가면 우장산 푸른 숲이 시야에 들어오지만 아파트단지에 길이 막혔으니 왼쪽으로 돌아 골목길을 5분 정도 더 걷는다. 올림푸스 맨션을 지나 우장산 산책로라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푯말(2)이 가리키는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선다.
 
  그러면 이게 웬일인가 싶을 것이다. 옹색하기만 한 계단을 올라선 순간 갑자기 너른 길이 나오는데, 모양이며 품새가 영락없는 남산북측순환산책로의 잘 가꿔진 길과 똑 닮았다. 산책로 오른쪽으로 잘 자란 플라타너스나무의 손바닥 모양 잎사귀가 풍성한 그늘을 만들고, 왼편으로는 벚나무와 아까시나무의 진초록 녹음으로 숲이 한껏 부푼다. 이 길은 남쪽 산인 원당산의 외곽산책로이다.
 
  봄에는 순백의 꽃을 품어내는 벚나무와 아까시나무의 호위를 받던 이 길이 여름이면 포플러와 다양한 활엽수가 만들어내는 녹음 터널을 선사한다. 특히 원당산의 자랑인 쪽동백나무 군락이 꽃을 뿜어내는 계절이면 그 향긋함이 온 산에 진동한다.
 


 
  검두산산책로 45분/1.9km
 

우장산에는 쪽동백나무 군락지가 1만㎡에 달할 정도로 넓게 분포한다.
  원당산 외곽 산책로를 30여 분 정도 걸으면 원당산에 기댄 한국폴리텍대학 앞을 지나 왼쪽에 터널이 있는 차도를 만난다. 국궁장 방향으로 계단을 올라 터널 위로 나 있는 생태이동로를 건너면 우장산의 북쪽 봉우리인 검두산 길(3)로 접어든다. 검두산은 검덕산, 검지산, 검둥산 등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다양한 이름만큼이나 이 작은 산에는 아기자기한 숲길과 산책로가 많이도 감춰져 있다. 지금부터 그 길을 하나하나 들춰서 걸어보도록 한다.
 
  먼저 생태이동로를 지나 50m 정도 가다 포장길을 버리고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오솔길로 들어선다. 산 둘레길을 걷는다는 느낌으로 길을 잡아 10분 정도 걸으면 포장로를 만난다. 우선 왼쪽으로 간다. 100m 남짓 더 걸으면 넓은 공간에 포장길이 Y자 형태로 갈라지는 곳이다. 이곳은 검두산 정상을 돌아 다시 오게 되는 곳이니 잘 기억해 두자.
 
  먼저 왼쪽 길을 따라간다. 평지나 다름없는 약간의 경사로를 10분 못 미쳐 걸으면 검두산 정상(GPS실측치 해발 96m)에 우뚝 선 새마을지도자탑에 이른다. 난데없이 나타난 이 웅장한 탑은 검두산 기슭에 자리 잡았던 새마을운동중앙본부의 주도로 1986년에 지어진 것이다. 당시 전국 9개도와 1개 특별시 3개 직할시를 뜻하는 탑신과 바닥에 깔린 231개의 돌은 전국 각지의 돌들을 직접 가져다 깐 것으로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새마을지도자들의 화합과 단결을 의미한다고 한다. 시절이 바뀌며 새마을운동의 정신은 많이 퇴색되었으나, 그때 그 시절 이런 노력이 없었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 이런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상념에 빠지게 된다.
 
  지도자탑에서 가야 할 길은 탑 뒤로 나 있는 좁은 숲길이다. 그리로 내려가면 곧 검두산으로 건너와 처음 걸었던 오솔길과 만난다. 아까 지났던 포장산책로 Y자 갈림길까지 다시 간다. 이번에는 직진해서 가는 듯하다 곧바로 포장로를 버리고 왼쪽 관목 사이로 난 좁은 흙길로 빠져서 걷는다.
 
  그리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산기슭을 따라간다는 느낌을 가지고 오솔길을 걷는다. 답사 당시, 잘 자란 어치 한 쌍이 신갈나무의 여린 가지 위에서 다정한 뒤태를 보여주어 기분이 좋았던 작은 숲길이다. 이 길을 따라가면 얼마 되지 않아 원당산에서 검두산으로 건너왔던 생태이동로 쪽으로 돌아올 수 있다.
 
 
  원당산 쪽동백나무 군락지~우장산역 50분/2.1km
 
곳곳에 적힌 시구가 걷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생태이동로를 건너 다시 원당산으로 건너가면 이번에는 쪽동백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원당산 내측 산책로(4)를 걸을 수 있다. 생태이동로를 건너 직진하듯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쪽동백나무길이 나오기 때문이다. 초여름에 피어 달콤한 꽃향을 뿜어내는 쪽동백나무는 원당산 봉우리를 중심으로 넓은 영토를 확보했다. 이 작은 산의 1만㎡ 면적에서 쪽동백나무 군락을 볼 수 있다니 이 산의 주인은 쪽동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양안으로 늘씬하고 매끈한 쪽동백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포장 산책로를 간다. 길 곳곳에 자리 잡고 산보객의 시선을 기다리는 시판(詩板)은 산보객을 위한 보너스다. 좋아하는 시인의 문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보기도 하고, 짙푸른 녹음을 빨아들일 듯 큰 숨을 들이마셔 보기도 한다.
 
  그 길을 15분 정도 걸으면 원당산 정상에 있는 ‘우장산 정상 만남의 장소’에 다다른다. 만남의 장소는 너른 공터에 휴게시설과 운동시설 등이 구비되어 있어 지역주민들이 운동하고, 서로 만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아주 편안한 길을 걸은 터라 쉬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만남의 장소에서 비를 부르는 우장산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놓은 안내판을 읽고 그 옆으로 난 숲 속 오솔길을 따라간다. 계속해서 오솔길을 가면 이 만남의 장소로 돌아오지만 10분 정도 걷다 적당한 곳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포플러가 많았던 우장산산책로 시작점으로 떨어진다. 지금부터 우장산역(5)에 이르는 길은 왔던 길을 되짚으면 된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걸었던 길 중에 맘에 드는 길만 골라 더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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