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민삿갓의 팔도기행_포항~영덕

醉月 2010. 12. 17. 08:44
포항~영덕 일출 찾아 떠난 겨울바다 별미 여행 '금지된 맛' 고래고기에서 영일만 일출까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우리나라. 이 바다는 우리에게 헤아릴 수 없는 혜택을 가져다준다. 그 중 동해의 가장 큰 선물은 다름 아닌 일출이다.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육지의 그것과는 또 다르게 신화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시시각각 다양하게 변주되는 빛깔은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선사한다. 그래서 동해는 일출만으로도 사시사철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만약 새해 첫 태양이라면? 아마 그 감동은 평상시보다 곱절 이상일 것이다.

▲ 호미곶 일출. ‘상생의 손’과 어우러진 일출 장면은 어느덧 호미곶의 상징이 되었다.

동해는 이 즈음이면 입맛 돋우게 하는 별미가 가득 넘쳐난다. 그게 포항~영덕으로 이어진 해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야들야들한 과메기, 금지된 맛 고래고기, 담백한 대게까지. 정말 2박3일의 겨울 여행이 이렇게까지 포근해질 수 있을까 싶다. 아마 누구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동해로 가는 길, 여행 목적이 무엇이든지 입 안에 군침이 가득 고이는 ‘파블로프 효과’를.

포항, 영덕은 멀다. 우리나라 남동쪽에 치우쳐 있어 영남권을 제외한 지역에선 접근하는 데만 최소 3~5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첫날은 포항 호미곶 근처로 접근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가는 도중에 영일만 야경을 놓치면 아쉽다. 첫날은 호미곶 주변에서 묵어야 이튿날 일출을 감상하기가 수월하다.

호미곶 일출은 특별한 미학이 있다. ‘상생의 손’이 주는 상징도 가슴에 와 닿는다. 국립등대박물관 구경 후 해안도로를 달리며 구룡포 과메기 덕장을 구경한 뒤 죽도시장도 들른다. 동해안 최대 시장이라는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과메기·대게는 물론이요, 고래고기까지 파는 식당도 있다. 회는 기본이다. 시장 구경도 재밌다.

▲ 한때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이름이 높았던 구룡포항. 요즘은 과메기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죽도시장을 벗어나면 해안도로를 따라 북으로 달린다. 7번 국도가 아닌 20번 국가지원지방도다. 이 도로는 해안에 바싹 붙어간다. 북부해수욕장~칠포~월포를 지나며 포항의 겨울 바다를 만끽했다면 잠시 산으로 들어가보자. 내연산이다. 일정에 따라 연산폭포까지만 탐승할 수도 있고, 시간이 없다면 보경사 구경만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도 있다. 일정상 정상을 한 바퀴 도는 종주산행은 쉽지 않다.

내연산을 다녀오면 겨울 바다엔 이미 땅거미가 깔리고 있을 터. 여기서부터 강구항까지는 7번 국도를 따르면 된다. 둘째 날 잠자리는 강구항 주변에서 구한다. 대게로 저녁을 겸해 소주 한잔 곁들이면 더 없이 좋다.

이튿날 강구항 일출을 감상한 후 위판장에서 대게가 거래되는 광경을 구경한다. 귀가하는 날이니 대게찜을 구입해도 괜찮다. 강구항부터는 20번 국가지원지방도를 탄다. 축산등대를 구경하고 관어대 조망을 즐기면 고래불해수욕장. ‘명사20리’ 고래불해수욕장 겨울 바다 산책으로 포항~영덕 겨울 바다 2박3일 여행은 서서히 막을 내리게 된다.

동해 가는 길.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익산-포항 간 고속도로를 어지럽게 갈아타며 포항 나들목으로 나서면 웬만한 체력을 가진 이도 기진맥진. 사실 수도권에서 5시간 이상 걸리는 포항 호미곶은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다. 누구라도 제법 지쳐 있을 터. 그럼에도 영일만 해안도로를 타고 호미곶을 달리다 보면 가슴은 두근두근 설렌다. 호미곶에서 감상하는 일출이 기대되기 때문이리라.

▲ 한반도 모양의 호랑이상.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뼈 부분에 해당된다.

호미곶 일출&등대박물관

‘상생의 손’ 너머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 장관

동쪽의 구룡포에서 장기곶을 거쳐 서쪽의 동해면으로 돌아나오는 구룡반도 ‘호랑이 꼬리뼈’ 일주도로는 구불구불 이어진 해안선이 매우 아름다워 호미곶 일출 감상 전후의 드라이브에 제격이다. 산악 드라이브의 묘미와 파도를 끼고 가는 해안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모두 지니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이뤄낸 대한민국의 철강신화를 상징하듯, 밤새도록 불야성을 이루는 영일만 야경도 제법 볼 만한다. 만약 늦은 밤에 이곳에 도착했다면 포항에서 영일만 해안도로를 돌아 영일만 야경을 감상하며 호미곶 가까이 접근한다. 100년 넘게 불을 밝히고 있는 호미곶등대의 불빛도 놓치기 아쉽다.

호미곶 일출광장 앞바다에서 만나는 ‘상생의 손’. 이젠 어느덧 호미곶 일출의 상징물로 대우받고 있는 조형물이다. 2000년 새천년을 맞이하며 서로 돕고 살자는 의미로 만들었다는 이 조형물은 처음엔 바다에 불쑥 솟은 손이 어색하더니 어느덧 익숙한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뿐만 아니라 요즘엔 ‘상생의 손’을 배경으로 한 일출 사진은 호미곶을 들렀다는 ‘증명사진’이 되기도 한다.

세계엔 특이한 모양의 나라가 많다. 지중해에 있는 이탈리아는 긴 장화 모양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가 예전에는 토끼로 알려져 있었지만, 전통적으로 우리 조상들은 우리나라를 호랑이로 생각했다. 토끼 모양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학자가 우리나라를 깔보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다. 조선 후기에 그려진 ‘근역강산맹호기상도(槿域江山猛虎氣象圖)’를 보면 만주 땅을 향해 앞발을 높이 들고 울부짖는 용맹한 호랑이 모습임을 알 수 있다.

그랬을 때 이곳 포항의 구룡반도는 호랑이의 꼬리뼈 부분에 해당한다. 그런 까닭에 조선시대엔 호미곶이라 불렸는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장기갑·장기곶으로 바뀌었다가 2001년 다시 호미곶이란 명칭을 되찾았다. 뿐만 아니라 호미곶이 자리한 행정구역인 포항시 ‘대보면’이란 지명도 새해부터 ‘호미곶면’으로 바뀐다. 여론조사에서 무려 주민의 86%가 명칭 변경에 찬성했다 하니 ‘호미곶’이란 지명이 갖는 상징과 힘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매년 1월 1일엔 호미곶 광장에서 일출축제가 펼쳐진다. ‘호미곶, 한민족의 희망을 품다!’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올해 행사는 다양하다. 전야 행사로는 새해를 맞는 순간에 2010발의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이어 대북공연 등 각종 공연이 펼쳐진다.

역시 가장 큰 행사는 해맞이. 해맞이광장 앞바다의 ‘상생의 손’ 조형물이 일출 감상 포인트다. 먼 바다에서 밤새도록 작업하던 고기잡이배의 집어등 불빛이 점차 힘을 잃을 무렵이면, 붉게 변하던 수평선에서 문득 붉은 태양이 솟아오른다. 행사 며칠 전 해맞이광장엔 수만 마리의 과메기를 매달아 놓는다. 일출 행사가 끝나면 이 과메기들을 관광객들에게 뿌린다. 일출도 보고 과메기도 가져가니 일석이조. 해가 뜨고 나면 1만 명분 떡국 만들기 행사도 벌어진다.

또 2010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의 성공을 시민의 힘으로 이끌어내자는 의미로 관광객 2010명이 참가한 G20 성공기원 플래시몹(Flash Mob)이 펼쳐진다. 이들은 가로 90m, 세로 30m 크기의 G20 글자를 만들고 깃발을 흔들며 군무를 벌인다.

호미곶의 2010년 1월 1일 일출 시각은 7시33분. 일출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행사도 구경하려면 아무리 늦어도 30분 전엔 해맞이광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는 게 좋다. 기왕이면 호미곶 근처의 숙소에서 묵는 게 이튿날 일출을 감상하기에 수월하다. 그렇지만 여행 시기가 1월 1일 해맞이축제랑 겹친다면 호미곶에서 숙소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이때는 인근 도로가 마비될 정도로 인파가 몰린다. 포항시에서는 이날 축제 행사 때 무려 15만~20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호미곶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참고로 1월 셋째 주말인 16일의 일출시각은 7시32분으로 1월 1일과 거의 비슷하고, 1월 마지막 주말인 30일엔 7시24분에 해가 뜬다.
1908년 처음 붉 밝힌 호미곶등대

호미곶 주변은 볼거리도 많다. 장기곶등대와 국립등대박물관, ‘연오랑 세오녀’의 전설을 기록한 연오랑과 세오녀 조형물, 한반도 모양의 호랑이상, 청포도 시비 등 역사와 지리적인 상징성이 있는 조형물들이 주변에 설치돼 있다.

호미곶등대(경북기념물 제39호)는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인 인천의 팔미도 등대(1903년 6월)에 이어 1908년 12월에 두 번째로 불을 밝힌 등대다. 1907년 일본 배가 호미곶 앞바다 암초에 부딪혀 침몰한 것이 등대가 세워진 계기. 2010년 새해 첫날 해가 떠오르면 오랜 세월 밤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의 길잡이가 되어준 이 등대의 나이는 102살이나 된다.

무려 1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에 버티고 있지만, 아직도 견고할 뿐만 아니라 밤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도 여전하다. 등대는 철근 없이 벽돌로만 지었는데, 높이 26.4m, 하부 둘레 24m, 밝기 30만 촉광으로 22마일(35.2km)까지 불빛이 나간다. 6층으로 된 등대 내부의 각 층 천장엔 조선 왕조의 상징인 이화(李花), 곧 오얏꽃 문양이 새겨져 있다. 출입문과 창문은 고대 그리스 신전 양식으로 장식, 전체적인 건축미도 뛰어나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대로 꼽힌다.

▲ (좌) ‘연오랑 세오녀’의 전설을 기록한 연오랑과 세오녀 조형물. (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청포도’란 시가 새겨진 이육사 시비. 시인 이육사는 호미곶에서 멀지 않은 동해면 일월동 옛 포도원에서 이 시를 지었다고 전한다.

호미곶등대 옆 건물에 조성한 국립등대박물관은 우리나라 등대의 역사는 물론 인류와 등대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 빛을 비추는 등명기, 등명기를 돌리는 회전기 등 등대에 사용된 구식 시설물 등 한국 등대의 발달사와 각종 해양·수산자료를 살필 수 있는 총 700여 점의 소장품이 있다. 우리나라 등대 100년사를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통해 선보이고 있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교육적이다.

등대박물관을 관람하는 데 최소 1시간 정도 걸린다. 2008년 6월부터 무료로 개관하고 있다. 주차장 역시 무료. 관람시각 09:00~18:00(17:30 입장 마감). 매주 월요일, 추석·설날 당일 휴관. 등대박물관 054-284-4857, www.lighthouse-museum.or.kr

호미곶 일출을 감상한 뒤 바로 국립등대박물관을 구경하면 좋겠지만, 박물관은 오전 9시에 문을 연다. 따라서 일출 구경 후 30분을 더 광장에 머문다 해도 겨우 8시. 개관시각까지는 무려 1시간이 남는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등대박물관을 구경하지 않고 가기란 정말 아쉽다. 이 경우 호미곶공원을 둘러보고 근처에서 느긋이 아침식사를 즐긴다면 1시간 정도 시간을 맞출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만약 구룡포 위판장을 구경할 예정이라면 등대박물관보다 먼저 구룡포에 다녀오는 게 좋다. 구룡포항의 위판장 경매는 아침 일찍 열리기 때문에 등대박물관을 관람하고 나서면 늦는다. 동선이 겹쳐 비효율적이긴 해도 호미곶~구룡포 사이의 거리도 14km 정도로 그리 멀지 않으니 구룡포에 먼저 다녀올 수 있다. 이 경우 아침은 호미곶보다 구룡포에서 해결하는 게 낫다. 호미곶보다 역사 깊은 맛집이 많아 선택의 폭이 넓다.

>> 숙박

호미곶 국립등대박물관 옆 마을에 해수장모텔(054-284-8044), 호미곶한나모텔(054-284-9802), 호미곶콘도텔(010-9555-8044), 대보해수탕(054-284-2168) 등이 있고, 조금 떨어진 대보초등학교 입구에 경주여인숙(054-284-9606)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호미곶에서 구룡포 방향으로 조금만 나가면 해안도로 주변에 호미곶해오름민박(054-284-9790), 송림촌방갈로(054-284-6600), 2km 떨어진 지점의 해송모텔(054-284-8245) 등 숙박업소가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다.

▲ 바닷가 덕장에서 바닷바람에 익어가고 있는 과메기.

구룡포&과메기·피데기·고래고기

과메기 ‘야들야들 꼬들꼬들’ 익어가는 항구


호미곶에서 구룡포까지는 승용차로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해안 풍광이 아름다워 드라이브 분위기가 아주 좋다. 과메기 본고장답게 과메기 덕장이 바닷가 곳곳에 늘어서 있고, 오징어를 반건조 상태로 말리는 피데기 덕장도 많다. 차창을 열면 비릿한 바다 냄새가 찬바람과 함께 차 안으로 파고든다.

이렇게 달리다 구룡포읍 석병리 해안을 지날 즈음이면 ‘한반도 동쪽 땅끝마을’이라는 이정표를 만난다. 남한의 육지에서 가장 동쪽 갯마을이니 한번 들러보자. 석병리마을 해안 방파제 끝 갯바위엔 ‘한반도 동쪽 땅끝, 경북 포항시 남구, 동경(경도) 129˚ 35' 10", 북위(위도) 36˚ 2' 51"’라 쓰인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구룡포(九龍浦)는 신라 진흥왕 때 장기현감이 고을을 순찰 중 용주리를 지날 때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이 치며 바다에서 9마리의 용이 승천했다고 해서 불리는 지명이다. 아홉 마리의 용이란 다름 아닌 강력한 회오리바람이 바닷물을 하늘로 말아올리는 ‘용오름현상’이었을 것이라는 게 현대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구룡포는 동해안의 대표적인 황금어장이었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이후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었다. 성어기엔 일본 어선 900여 척, 조선 어선 100여 척이 정박할 정도로 항구가 매일 넘쳐났다. 이들 일본인 어부들 중엔 구룡포에 주소지를 둔 사람도 900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들은 구룡포항 인근 구룡포우체국을 돌아가는 작은 골목 안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지금도 작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일본식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구룡포에서 고래의 명성은 아주 높았다. 고래를 잡는 포경업이 가능했던 1980년대 중반까지 구룡포는 울산 장생포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래잡이 전지기지였다. 1950년대만 해도 구룡포항엔 뱃머리에 커다란 창살이 장착된 포대가 위용을 자랑했다.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가 포경을 금지하자 포경업이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구룡포의 경제도 크게 위축되었다. 이런 구룡포의 숨통을 틔워준 게 바로 과메기다. 1990년대 이후 과메기가 계절 별미와 건강식으로 알려지면서 점차 인기를 끌기 시작하다가 최근엔 전국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 1 야들야들 숙성된 과메기를 쪽파와 함께 생미역에 얹어 돌돌 말아먹는 맛은 그야말로 별미다. 2 포항 구룡포의 특산물인 과메기. 3 죽도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고래고기. 4 고래고기는 부위별로 10가지 맛을 간직하고 있다.

한겨울의 구룡포항은 여름과는 다른 분위기의 활기가 넘친다. 이른 아침 대게 등이 들어오는 위판장은 상인들의 몸짓·손짓으로 뜨겁고, 항구 주변의 덕장에선 과메기와 피데기 등을 손질하는 인부의 몸놀림으로 뜨겁다. 특히 구룡포의 겨울은 과메기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멀리 시베리아에서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파도소리 요란한 바닷가 덕장은 과메기를 손질하는 어부의 손길로 바빠진다. 과메기 축제는 지난 12월에 이미 치러졌으나 그 열기는 겨우내 이어진다.

과메기의 유래를 잠시 살펴보자. 과메기의 재료는 원래 청어였다. 겨울에 청어 눈을 꿰어 말리므로 한자로 관목어(貫目魚)라 했다. 청어과메기는 조선시대엔 궁중 진상품으로까지 명성이 높았다. 예전 구룡포에서 청어는 아주 흔한 생선이었다. 호미곶 근처엔 ‘가구리개(까꾸리개)’라는 지명의 해안이 있는데, 옛날 파도가 심한 날엔 청어가 뭍으로까지 밀려올라와 ‘까꾸리(갈고리의 경상도 방언)’로 긁을 정도였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1960년대 이후 청어 어획량이 갑자기 줄어들면서 이후 꽁치로 바뀌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꽁치의 숙성기간은 청어에 비해 훨씬 짧으면서도 맛도 좋았다.

과메기는 생김새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배를 따서 뼈와 내장을 제거하고 숙성시킨 것은 ‘배지기’, 통째로 짚으로 엮어 숙성시킨 것은 ‘통마리’라고 한다. 배지기는 3~4일이면 숙성되지만, 통마리는 숙성까지 15일 정도가 걸린다. 포항 사람들은 통마리를 더 좋아한다.

과메기 맛? 말리는 기술에 따라 다르다. 바닷바람에 말려야 구수하고 담백하며 비린내가 없다. 덜 말려도 너무 말려도 맛이 떨어진다. 요즘엔 바닷바람이 아닌 열풍기로 말린 것들도 많다. 바닷바람으로 자연스레 말린 것과는 맛에서 큰 차이가 난다.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야들야들 꼬들꼬들 숙성된 과메기를 마늘·쪽파와 함께 생미역에 얹어 돌돌 말아 먹으면, 제아무리 시베리아 기단이 극성을 부려도 구룡포의 겨울은 제법 훈훈해진다. 다시마나 미역 같은 해조류 대신 김에 싸서 먹어도 맛있다. 물론 깻잎이나 배춧속에 쌈을 싸 먹어도 괜찮다.

과메기에 어울리는 술? 그건 ‘소주’라고 구룡포 술꾼들은 입을 모은다. 그들은 소주를 밤새 마셔도 과메기 안주라면 이튿날 속도 편하고 얼굴도 번지르르하다고 자랑한다. 남성뿐만이 아니라 여성들의 피부에도 좋다고 하니 남녀 가릴 것이 없는 별미인 것이다.

>> 숙박

구룡포항 주변에 아쿠아모텔(054-284-6900), 선출민박(054-276-9932), 구룡포해수욕장에 태풍민박(054-276-4319), 해뜨는집(054-284-2515), 나루끝민박(054-276-3709) 등 숙박 시설이 여럿 있다.

구룡포해수욕장 언덕의 이어도모텔(054-284-6555)은 바다 조망이 빼어나다. 구룡포 버스 정류장 근처에 영빈장(054-276-2729)과 금강장(054-276-3011) 등의 여관급 숙소가 있다. 구룡포에서 북쪽 해안으로 조금만 더 달리면 석병리마을민박펜션(010-9077-3793), 땅끝민박(016-512-3902) 등 깨끗한 숙소를 만날 수 있다.

>> 별미

구룡포에서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별미는 과메기와 고래고기. 구룡포는 과메기를 내지 않는 집이 없을 정도다. 심지어 구멍가게에서도 과메기를 판다. 구룡포항 새마을금고 앞의 실내식당(054-276-9856)이 주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1만5,000원짜리 한 접시면 어른 2~3명이 맛볼 수 있다.

구룡포의 고래고기 역사는 고래잡이만큼이나 오랜 전통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고래고기를 내는 유명 식당들은 대부분 대를 이어 운영한다. 고래고기는 고래수육, 고래육회, 고래국밥, 고래전골, 고래찌개, 고래불고기 등 메뉴가 아주 다양하다. 구룡포수협 근처의 삼오식당(054-276-2991), 모모식당(054-276-2727), 유림식당(054-276-4574) 등이 구룡포에서 유명한 고래고기 전문점이다. 고래수육 4만~6만 원, 고래꼬리 3만~5만 원, 고래국밥 1만 원.
 
죽도시장

포항 경제를 이끌어가는 재래시장

포항 죽도시장. 부산에 자갈치시장이 있다면 포항엔 죽도시장이 있다. 6·25전쟁이 끝난 뒤인 1955년 무렵 갈대 무성한 포항 내항의 늪지대에 노점상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일반 점포 1400여 개와 노점상 800여 개 등으로 이루어진 포항 최대의 재래시장이다. 1970~1980년대엔 포항제철(포스코)과 함께 포항 경제를 이끄는 양대 축이었다니 그 저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죽도시장은 아주 크다. 언제나 사람들로 바글댄다. 포항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거니와 주민들도 자주 찾는다. 요즘엔 익산-포항 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아진 뒤 포항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죽도시장은 먹을거리도 넘쳐난다. 겨울이면 과메기는 물론이요, 양미리·도루묵 등 제철 생선이 지천이다. 고래고기도 맛볼 수 있다. 신선한 활어도 저렴한 가격에 실컷 맛볼 수 있다. 정말 매혹적인 먹거리들로 가득 차 있어 눈요기만으로도 배부를 지경이다. 수산물이 나오는 어시장은 포항 내항과 붙은 바다 쪽에 형성되어 있다.

▲ 포항 내항에 위치한 죽도시장은 동해안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이다.

회를 맛보려고 어시장을 한 바퀴 돌면서 구경하다보면 어느 정도 가격이 나온다. 횟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시장 입구 쪽은 조금 비싼 편이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조금씩 싸진다. 활어회는 모듬회 한 접시에 3만~5만 원인데, 보통 1인당 1만 원 정도로 생각하면 적당히 회를 맛볼 수 있다.

포항시내 죽도시장 안쪽의 할매고래집(054-241-6283)과 왕고래집(054-247-2552)에서도 고래육회와 수육을 맛볼 수 있다. 구룡포 식당보다 더욱 간편하게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접시에 1만~3만 원. 고급 부위는 가격이 비싼데, 가슴 부위인 우네(3만~5만 원)는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어시장 바로 옆에 포항시에서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이 있다. 30분에 500원. 죽도시장 054-247-3776. 고객콜센터(09:00~18:00, 토요일, 공휴일 휴무) 1566-8253, 홈페이지 www.jukdosijang.kr
 
포항 내연산

연산폭포까지만 다녀와도 비경 엿볼 수 있어

▲ 주변의 바위와 어우러진 풍광이 빼어난 잠룡폭포.
죽도시장을 나오면 이젠 북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물론 죽도시장 오거리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영덕으로 곧장 갈 수도 있겠지만, 겨울 바다 여행에 나섰으니 해안으로 따라가보자. 죽도시장에서 해안도로를 계속 따르면 북부해수욕장을 거쳐 영덕으로 갈 수 있다. 여기서는 7번 국도가 아니라 20번 국가지원지방도다.

영일만 푸른 바다를 차분히 구경할 수 있는 북부해수욕장을 벗어나면 해안도로가 갑자기 호젓해진다. 20번 국가지원지방도로인 포항(죽도시장)~송라(화진해수욕장) 구간은 해안 드라이브의 운치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칠포·월포해수욕장을 지나 화진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해안 풍광은 북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더 아름다워진다.

하지만 어디 바다만 빼어나랴. 서쪽을 바라보면 낙동정맥과 그 지맥들이 첩첩 산물결을 이루고 있는데, 속살 아름다운 내연산(內延山·710m)을 어찌 두고 지나갈 수 있을까. 내연산은 12폭포로 대표되는 계곡 풍광이 아름다워 여름날 계곡산행으로 아주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전국 각지에서 많은 등산인이 찾아든다. 그렇지만 어찌 여름에만 아름다우랴. 폭포가 얼어붙기 시작하면 내연산은 또 다른 자태로 속살을 단장한다.

▲ (위) 내연골 탐승을 시작한 후 가장 먼저 만나는 상생폭포. (아래) 내연산의 관음폭포. 커다란 굴이 뚫린 암벽 위로 쏟아지는 폭포수가 장관이다. 한겨울엔 꽁꽁 얼어붙는다.

아무리 바빠도 내연산의 속살을 구경해야만 ‘본전’을 뽑을 수 있다. 해안 경관을 실컷 보고 맛좋은 계절 별미로 입을 즐겁게 했다 해도, 시간에 쫓겨 내연산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다면 본전 생각이 절실할 것이다. 산 좋아하는 등산인이라면 마음은 보경사~내연산~향로봉~시명리~내연골~보경사 원점회귀 코스로 내연산을 한 바퀴 도는 종주산행이 끌릴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산행에만 6~7시간이 걸리는 만만치 않은 코스다. 더군다나 2박3일 포항~영덕 일정으로는 쉽지 않다.

아침 일찍 호미곶 일출을 감상하고 구룡포와 죽도시장에 들른 후 내연산을 찾았다면 점심때가 훌쩍 지났으리라. 겨울 해는 짧으니 종주산행은 시도할 수도 없다. 아무리 강한 체력을 가졌다 해도 종주산행은 무리다.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종주산행에 나서기보다는 보경사~연산폭포(2.7km) 코스를 산책 삼아 다녀오는 것이다. 이렇게만 해도 내연산 내연골의 백미를 어느 정도 감상할 수 있다.

내연골 탐승은 보경사(寶鏡寺)에서 시작한다. 산길은 내연골을 왼쪽에 끼고 이어진다. 옥빛의 명경지수를 바라보며 넓고 평탄한 길을 20분쯤 오르면 갈림길이다. 곧장 가면 연산폭, 오른쪽 길은 문수암~내연산~향로봉으로 이어지는 종주산행 코스다.

직진하면 곧 상생폭이다. 왼쪽에 솟은 바위벼랑은 옛날 기녀가 풍류객과 노닐던 기화대, 낙타 등처럼 생긴 바위 턱을 흘러내린 두 줄기 폭포수가 몸을 담그는 못은 그 기녀가 술에 취해 절벽 아래로 떨어져 소에 빠져 죽었다는 기화담이다. 한겨울이면 꽁꽁 얼어붙는다. 상생폭을 지나 옥빛 폭포수가 둥글게 둘러싸인 암벽 안으로 쏟아지는 보현폭, 삼보폭이 멀리 보인다.

용이 숨어 있을 듯한 풍치를 자랑하는 잠룡폭은 오래전 영화 ‘남부군’의 목욕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무풍폭을 지나면 내연골 12폭포 중 백미로 꼽히는 관음폭과 연산폭이다. 까마득한 바위벼랑인 학소대와 비하대 사이를 휘감고 흘러내린 연산폭 물줄기가 곧바로 관음폭을 더듬고 감로담에 몸을 담그는 장면은 내연골의 백미다. 물론 한겨울엔 옥빛 계류와 폭포수가 하얗게 얼어붙는다. 그래도 그 미학은 변함없다.

보경사에서 연산폭까지 걷는 데만 왕복 1시간30분, 구경하는 시간까지 합쳐도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길이 험하지 않아 일반 탐승객도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다. 한겨울에도 연인이나 가족끼리 찾아오는 탐승객이 많다. 내연산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주차료 승용차 2,000원. 문의 054-26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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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연산 별미로 꼽히는 우리밀 손칼국수.

보경사 매표소 바로 앞에 있는 연산온천파크(054-262-5200)는 온천사우나와 숙소를 함께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삼보가든(054-262-2224), 삼지봉식당(054-261-6679), 영일식당(054-262-1130), 천령산가든(054-261-4330) 등 민박을 겸하는 음식점이 많다. 내연산 가는 길의 중산리에 있는 하늘과땅펜션(054-262-2211)은 깔끔한 펜션이다.

가까운 바닷가인 화진해수욕장에 화진빌라민박(054-256-8289), 화진펜션(054-262-0243), 아라하우스(010-3889-6230), 펜션 휴하우스(054-255-8300), 파라프라(054-232-1999), 바다마루(054-261-3435), 화진비치펜션(016-505-3926), 1박2일펜션(019-524-3985), 바다해(070-7719-3003) 등이 있다.

>> 별미

보경사 입구엔 우리 밀을 재료로 하여 손으로 빚은 손칼국수(4,000원)를 차리는 식당이 많다. 할머니들이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서 직접 밀가루를 반죽해 칼국수를 만드는 광경이 정겹다. 춘원식당(054-262-1170) 등 수십 군데의 식당에서 손칼국수를 차린다.


▲ (위) 강구항 일출. 밤샘 작업을 하고 돌아오는 선박 너머로 번지는 아침노을이 붉다. (아래) 어두운 밤바다에서 잡아온 멸치를 털고 있는 강구항 어부들.
 
강구항 일출&영덕 대게

담백한 대게 맛볼 수 있는 명소


내연산 탐승을 마치고 승용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강구항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 제법 깊었을 것이다. 겨울 밤바다 산책도 좋지만 숙소를 구하는 게 먼저다. 강구항 쪽에도 모텔을 비롯해 민박식 펜션 등이 몇 집 자리하고 있고, 삼사해상공원 쪽에도 모텔·펜션 등이 많다. 숙소를 정해놓고 산책 삼아 강구항으로 걸어나오면 된다.

목적은 당연히 대게다. 지나온 구룡포, 죽도시장 등에서 대게 맛을 안 봤다면 대게에 관한한 우리나라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는 영덕에서 대게 맛을 보지 않을 수 없다. 대게는 12월까지는 속살이 덜 차 있지만, 1월부터 속살이 본격적으로 들어차기 시작한다. 물론 3~4월이 가장 알차지만, 그래도 1월부터는 제법 먹을 만하다는 게 현지 어민들의 귀띔이다.

영덕의 젖줄인 오십천이 동해로 흘러드는 어귀에 있는 강구항은 지금은 영덕 대게로 이름 높지만, 1997년 방영한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로 알려지기 전까지는 외지인의 발길이 그다지 많지 않은 항구였다. 일제강점기엔 일본인들이 자국민의 어업기지로 만들기 위해 축항공사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고, 8·15 광복 후엔 대게 통조림 가공공장이 생겨 대게의 집산지가 됐다. 현재는 전국 최고의 대게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 1 이른 아침의 강구항 위판장. 대게들이 허연 배를 드러낸 채 도열해 있다. 2 대게 요리.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으면 별미다. 3 영덕 대탄리의 해맞이공원.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4 삼사해상공원의 일출.

대게를 고르는 방법을 어느 정도라도 알아야지 상인들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먼저 싱싱하게 움직이는 게 가장 좋다. 일반적으로 큰 녀석이 맛있다. 크기가 비슷하다면 무거운 녀석을 골라야 한다. 속이 훨씬 알차다. 배를 눌렀을 때 단단해야 한다. 또한 게딱지 위에 검은 팥알 같은 갑낭이 많은 녀석을 고르는 게 좋다. 이는 게와 공생하는 일종의 기생충으로 게딱지로부터 풍부하게 영양분을 공급받았다는 증거인데, 대게의 영양 상태가 양호할수록 많다.

그렇지만 크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큰 녀석은 속이 빈 ‘물게’일 확률도 높다. 살이 꽉 찬 작은 녀석 여러 마리가 큰 녀석들 한 마리보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훨씬 높다. 살이 꽉 찬 대게는 담백하고 짜지 않다.

사실 영덕 대게는 보통 서민이 먹기엔 부담이 되는 편이다. 그래도 영덕까지 와서 대게를 맛보지 않으면 정말 섭섭할 터. 그래서 가능하면 싸게 먹으려 하는데, 대형 식당보다는 시장이나 위판장 주변에서 구입하는 게 싸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듯이 가격에 너무 집착하면 맛없는 대게를 고를 확률이 높다.

우선 아무리 싸도 살아 있는 대게를 직접 눈으로 보고 골라야 한다. 멀리 영덕까지 와서 죽은 대게는 아무리 싸도 사 먹지 않는 게 좋다. 가끔 난전을 보면 이미 쪄놓은 대게를 파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값비싼 대게를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위해 미리 쪄놓지는 않는다. 그 대게가 언제 죽은 건지, 또 몇 번이나 다시 찐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튿날 아침 강구항에서 일출을 맞이한다. 부두 너머의 바다가 붉은 노을로 물들 무렵이면 밤새 조업한 배들이 하나둘 항구로 들어선다. 만선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에 갈매기들이 일제히 날갯짓하며 환영한다. 그 너머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 날이 흐려 일출을 못 보았다 해도 붉은 아침 노을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강구항 뒤쪽의 언덕에서 강구항을 내려다보면서 일출을 감상하는 맛도 괜찮을 것 같다. 버스 정류장에서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 가파른 골목길을 5분쯤 오르면 강구항 뒤쪽의 언덕에 다다르게 된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강구항은 또 다른 맛으로 다가온다. ‘대게’에 감춰졌던 또 다른 강구항의 매력을 엿볼 수 있다. 영덕의 1월 일출시각은 7시30분 전후다.
 
▲ 영덕에서도 ‘원조 대게 마을’로 알려진 차유마을의 일출.
삼사해상공원에서의 일출 감상도 괜찮다. 강구항 남쪽의 강구면 삼사리 바닷가 언덕에 있는 삼사해상공원엔 이북5도민의 망향의 설움을 달래기 위해 세운 망향탑과 지품면에서 채취한 천하제일화문석 등이 있다. 또 안쪽엔 민족의 염원인 조국 통일과 민족 대화합을 기원하는 무게 29톤의 경북대종이 걸려 있다. 강구항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좋다.

어디에서 일출을 감상했건 다시 서둘러 강구항으로 가보자. 밤새 거친 밤바다에서 대게를 잡아온 고깃배들이 하나둘 항구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명성 높은 ‘영덕 대게’가 위판장에 있는 광경을 구경할 수 있다. 강구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이 새벽에 잘 관찰할 수 있다. 어획물을 부리는 부둣가는 생명력이 넘친다.

배에서 막 부려진 대게들이 위판장 바닥에 배를 드러내고 일렬로 자리를 잡는다. 대게를 이렇게 뒤집어놓아야 서로 물어뜯지 못한다. 이윽고 ‘영덕 대게’임을 증명하는 초록 리본을 다리에 붙잡아 맨 뒤 크기별·품질별로 줄지어 놓으면 경매가 시작된다. 상인들이 손가락으로 입찰가를 제시하면 경매인은 그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상인의 번호를 불러 낙찰됐음을 알린다.

>> 숙박

강구항엔 용궁민박(054-733-3938), 매일민박(054-733-4322), 에덴하우스(054-564-8560), 초록바다펜션(054-733-2749) 등 민박집이 수십 채가 있다.
항구와 가까운 삼사해상공원에 동해해상호텔(054-733-2222), 삼사파크모텔(054-733-3001), 그랜드비치모텔(054-733-6030), 글로리모텔(054-733-6450) 등의 숙박시설이 여럿 있다. 바다소리펜션(054-732-1575), 대게펜션(054-732-2170), 방파제펜션(054-733-8261), 루브라파크(054-733-9455), 해맞이펜션(010-7438-2020) 등이 있다.

>> 별미

대게는 흔히 찜으로 많이 먹지만 회·매운탕·튀김 등 다양하다. 담백하면서도 쫄깃쫄깃한 게살을 제대로 맛보려면 찜이 가장 일반적이다. 게딱지에 담겨 있는 ‘게 장(臟)’에 밥을 비벼 먹으면 별미다. 대부분의 식당에선 이렇게 밥을 차린다.

대게 가격은 크기와 무게에 따라 1마리에 1만~18만 원까지 다양하다. 현재 강구항엔 대게종가(054-733-4147, 080-733-3838) 등 200개가 넘은 대게 전문식당이 있다. 큰 식당에선 보통 1마리당 5만~10만 원 정도로 계산이 된다. 성인 1명이 보통 5만 원 정도 예상해야 한다.

▲ 영덕에서 대진항으로 이어지는 해안엔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강구~고래불 해안도로

우리나라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해안 풍광


▲ 호미곶 등대.
강구항~대탄 해맞이공원~축산항~대진항~영해로 이어지는 20번 국가지원지방도는 우리나라에서 몇 번째 드는 아름다운 길이다. 아무리 급한 일정이라 해도 시속 80km의 7번 국도가 아니라 이 해안도로를 따라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아담하고 작은 포구엔 늘 파도가 철썩이고, 한쪽 덕장에선 오징어며 잡아온 바닷고기들을 말리느라 분주히 손을 놀리는 주민들도 만날 수 있다. 집 앞마당까지 들어온 바다에 배를 대놓고 있는 어촌마을도 구경할 수 있다. 쉬어 가기 좋은 해맞이공원도 있고, 24기의 웅장한 풍력발전기가 휙휙 돌아가는 풍력발전단지 등의 볼거리가 있다. 우럭, 숭어가 잡히는 갯바위 낚시터도 지천이다. 동해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해안도로인 것이다. 강구항에서 승용차로 30분 정도 거리. 그렇지만 이런저런 구경에 1시간 넘게 걸리기도 한다.

강구항 북쪽의 축산면 경정리 차유마을은 영덕군에서 지정한 대게 원조마을. 마을에서 보면 북쪽에 죽도산이 바다로 툭 튀어나와 있는데 죽도산이 보이는 이곳에서 잡은 게의 다리가 죽도산의 대나무와 흡사하다 해서 대게, 즉 죽해(竹蟹)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곳의 대게는 다리가 길고 토실토실하며 껍질이 얇고 살이 많으며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여 박달대게라 부른다.

한편 영덕군은 최근 해안을 따라 도보여행 코스를 개발했다. 코스는 강구면 강구리~병곡면 병곡리 구간인데, ‘영덕 블루로드’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강구항~고불봉~풍력발전소(신재생에너지전시관)~빛의거리~해맞이공원~석리~경정리(대게원조마을)~죽도산~봉수대~목은이색 산책로~괴시전통마을~대진해수욕장~고래불해수욕장 코스는 약 45 km, 16시간이 걸린다. 즉 이 도보여행 코스는 도보로는 2~3일은 잡아야 가능한 구간이다. 그러므로 도보여행은 따로 계획을 잡아서 시도하는 게 좋다.

>> 숙박

대게 원조마을인 경정리의 차유마을에 태흥모텔(054-734-6711), 문경민박(054-732-4944), 바다여행펜션(054-734-3651)이 있다. 경정해수욕장 앞에 경정대구낚시민박(054-734-0428), 축산항에 수도장여관(054-732-4575), 대동여인숙(054-733-2252), 영덕여관(054-732-4027), 가야장모텔(054-732-3399) 등이 있다.
 
관어대&고래불해수욕장 산책

고래 헤엄치던 바다 보며 걷는 ‘명사20리’


이렇게 겨울 바다 구경에 넋을 잃고 북으로 달리다 보면 대진항 방파제 근처에서 도해단(蹈海壇)이라는 비석을 만난다. ‘바다를 걷는 단’이라는 뜻을 지닌 이 비석은 한말의 의병장인 벽산(碧山) 김도현(金道鉉·1852~1914)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나라 잃은 설움과 울분을 달래지 못한 그는 1914년 동짓날 관어대에서 유서와 절명시를 남기고 바다 속으로 걸어가 자결한 인물. 망한 조국 땅에 묻힐 곳이 없다는 비감이 비수 같은 바닷바람을 타고 절절하게 다가온다.

도해비를 뒤로하면 이내 관어대(觀魚臺·상대산·184m)가 손짓한다. 이곳은 사방으로의 전망이 좋은 곳이다. 관어대 정상으로 오르는 산책로는 여러 갈래다. 대표적으로 대진해수욕장 쪽도 있고 마을 입구에서도 있어 어디에서나 접근하기가 수월하다. 아이들 걸음으로도 정상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 1 24기의 웅장한 풍력발전기가 휙휙 돌아가는 영덕 풍력발전단지. 2 영양 남씨가 400여 년간 거주해온 괴시리 전통마을. 고택 30여 채가 잘 보존돼 있다. 3 한말의 의병장인 벽산 김도현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운 도해단. 4 ‘명사 20리’로 명성이 높은 고래불해수욕장. 겨울바다를 즐기며 걷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영해를 거쳐간 수많은 시인묵객은 반드시 올라 시 한 수를 읊었다던 관어대 정상에 서면 모든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 펼쳐진 ‘영해 평야’는 면적이 1000㏊에 달할 정도로 넓다. 송천이 빚어놓은 넉넉한 농토를 기반으로 한 부유한 씨족마을이 많이 형성돼 있다. 그 중에서 괴시리 전통마을은 영양 남씨가 400여 년간 거주해온 집성촌으로 고택 30여 채가 잘 보존돼 있다.

북쪽을 보면 영해평야와 그 사이를 굽이 돌며 흐르는 맑은 송천 너머로 부드러운 타원을 그리며 펼쳐지는 백사장이 눈에 들어온다. 끊임없이 달려들어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새하얀 파도…. 관어대 아랫마을인 영해 괴시리에서 태어난 목은(牧隱) 이색(李穡·1328~1396) 선생은 유년시절 이곳에 올라와 북쪽으로 펼쳐진 모래사장을 내려다보고 ‘관어대부(觀魚臺賦)’라는 시를 읊었다.

‘큰고래가 떼 지어 장난하면 하늘이 흔들리고 사나운 새가 외로이 날면 그림자가 떨어져 노을 닿네. 그 위에 대가 있어 이를 굽어보니 눈 가운데 땅이 보이지 않네. 위에는 한 하늘이 있고 아래에는 한 물이 있네. 망망한 그 가운데 물결은 천리요 만리일세.’
그렇다면 이제 저 바다를 감상할 차례. 관어대에서 내려온 뒤 고래불대교를 건너면 곧장 고래불해수욕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맑고 깨끗한 동해 특유의 해수욕장 고래불해수욕장은 우리나라 10대 해수욕장에 꼽힌다. 목은 이색의 시에도 나오듯이 예전 이곳엔 고래가 많았다. 그래서 ‘고래불’에서 ‘불’은 ‘뿔’로도 발음하는데, ‘갯벌’을 뜻하는 옛말이라 한다. 즉 고래불이란 ‘고래가 있는 갯벌’이란 뜻이다.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솔밭을 끼고 펼쳐지는 백사장이 아주 길다. ‘명사20리 백사장’. 지도를 보면 대진~덕천~고래불로 이어지는 백사장은 4km가 조금 넘는 거리다.

가족이나 연인들은 백사장에 발자국을 새기며 겨울 바다를 즐긴다. 고래불해수욕장 끝까지 걸어서 갔다오는 데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겨울 바다 여행으로 부족함이 없는 마무리 산책이다.

>> 숙박

대진해수욕장 근처에 좋은생각(054-734-0042), 영덕펜션 바다사랑(018-733-0454), 하늘그리고바다(010-7616-5002) 등의 숙소가 흩어져 있다.
고래불해수욕장 바로 앞에 풀하우스 펜션(054-732-0070)도 깔끔하다. 고래불식육식당(054-732-2110)도 민박을 친다. 고래불해수욕장 북쪽엔 행복비치모텔(054-734-0071), 행복펜션(054-734-0076), 바다향기펜션(054-732-0812) 등이 있다.

고래불해수욕장에서 승용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칠보산자연휴양림은 고래불해수욕장과 대진해수욕장을 잇는 ‘명사20리’ 해안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숲속의집 4만~8만 원. 야영장 2,000원, 입장료 1,000원. 주차료 승용차 3,000원. 문의 054-732-1607 www.huyang.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