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민삿갓'의 팔도기행_영평정

醉月 2010. 11. 12. 09:29
영·평·정 | 산 높고 강 깊은 국토의 ‘오장육부’

산도 첩첩이요, 강도 첩첩이라. 산줄기는 높디높고 강줄기는 깊디깊은데, 물은 산을 넘지 않고 휘감아 흐르니 눈 닿는 곳마다 산태극수태극이라. 바로 강원도 영서 남부지방의 세 고을 ‘영평정(영월, 평창, 정선)’의 자연 풍광이다. 높은 산과 깊은 강 사이에 자리잡아 여름이 오면 더욱 끌리는 고을들 영평정으로 떠나 보자.

영평정(寧平旌)이란 영서지방 남부에 자리를 잡은 영월(寧越), 평창(平昌), 정선(旌善) 세 고을을 합쳐 부르는 이름이다. 오대산(1,563m), 가리왕산(1,561m) 등 높은 산이 첩첩으로 둘러싸고 있는 깊은 오지라 예로부터 ‘산다 삼읍 영평정(山多 三邑 寧平旌)’이라 불렸다.

이중환의 <택리지>를 뒤적이면 이 고을들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농토가 없는 것이 흠이다” “험한 산과 골짜기뿐이다” “화전은 많으나 논은 매우 적다” “산골마을이라 비록 산천이 아름답고 한때 병란을 피하기 좋아도 대를 이어 살기엔 적당치 못하다”…….


▲ 서강의 지류인 주천강에 걸린 섶다리. 줄배와 더불어 강마을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우리의 전통 산줄기로 보면 이 세 고을의 동쪽은 백두대간, 북쪽은 백두대간의 오대산에서 뻗은 ‘한강기맥’, 서쪽은 한강기맥의 삼계봉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영월지맥’이 울타리를 두르고 있다. 이 울타리 안쪽의 모든 물은 남한강 본류가 돼 영월 남쪽으로 빠져나간다.

즉 영평정은 남한강 최상류에 속한다. 현재 명지대 교수로 미술사를 가르치고 있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이곳을 ‘국토의 오장육부’라고 했는데, 참으로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남한강 최상류이니 해발 고도는 당연히 높을 테고, 게다가 산천 수려하고 인심 순박하니 여름 여행 대상지로 삼기엔 이만한 곳도 드물 듯싶다. 뙤약볕 쏟아지는 한여름, 산과 강이 서로 휘돌아 흐르며 빚어낸 이 깊고도 깊은 고을들을 하루 이틀 돌아보고 나면 몸도 마음도 더없이 흐뭇해져 여름 내내 자꾸만 그리워질 것이다. 영평정은 그 정도로 매력적이고 중독성이 강한 고을들이다.

영평정의 여행 동선은 이름대로 영월~평창~정선의 순서로 엮고 싶지만, 지리적으로 정선이 가운데 끼어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래서 북부부터 시작해 평창~정선~영월이나 아니면 남부부터 거슬러 오르며 영월~정선~평창 순서로 들르게 마련인데, 보통은 영동고속도로가 지나는 북부부터 답사를 하는 게 무난하다. 사실 영평정을 한 번에 꿰는 코스로는 수십 년 전부터 이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었다.

▲ 봉평의 메밀밭. 9월 초순이 되면 이렇게 온통 새하얀 메밀꽃으로 뒤덮인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지 봉평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강원도의 수문장’ 원주 치악산(1,282m)을 지나게 되는데, 요즘엔 도로 사정이 워낙 좋아진 탓에 둔내터널을 빠져나가야 비로소 진짜 강원도 땅에 들어섰다는 실감이 난다. 그리고 거기부터 영평정의 땅이기도 하다.

영평정의 첫 여행지는 평창의 관문인 봉평이다. 장평 나들목으로 나와 6번 국도를 따라 흥정천을 잠시 거슬러 올라가면 길은 산허리를 돌아 봉평에 닿는다. 봉평. 바로 소설가 이효석(1907~1942년)의 고장이자 그의 대표작인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지다.

인간의 기억이란 게 참 묘하다. 봉평이란 고을은 어느 계절에 들러도 새하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반길 것만 같으니 말이다. 오늘도 계절이 가을이라면 눈 닿는 곳마다 새하얀 메밀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있을 테지만, 지금은 호밀이 익어가고 하얀 감자꽃이 소박하게 피어 있는 한여름.

“메밀은 보통 8월 초순에 파종합니다. 그러면 9월 초순의 효석문화제 기간에 활짝 피어나죠.”

봉평면사무소 직원은 “파종하고 꽃이 피는 데까지 한 달이 걸린다”고 덧붙인다. 8월에 파종하는 메밀밭은 봉평면 전체를 통틀어 약 30만㎡. 면사무소에서는 메밀농사를 독려하기 위해 ‘경관보존 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계약에 의해 메밀을 심는 농부에겐 1ha당 170만 원씩 지불한다고 귀띔한다. 이렇게 해서 초가을이 되면 봉평 전체가 메밀꽃으로 뒤덮이게 되는 것이다.

▲ 1. 가산 이효석이 어린 시절을 보낸 봉평의 생가. 지금은 다른 사람의 소유로 돼 있다. 2. 효석문화제가 열리는 봉평장날에 마을 청년이 전통방식으로 메밀국수를 뽑고 있다. 3. ‘메밀꽃 필 무렵’에서 허생원이 성서방네 처녀와 마주쳐 ‘무섭고도 기막힌’ 하룻밤 인연을 맺은 물레방앗간.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메밀은 홍수 등으로 농사를 망쳤을 때나 무논 드문 깊은 산골에서 심던 구황작물이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소설의 이 구절 역시 그런 궁핍한 환경에서 탄생한 서정이다. 그러고 보니 소설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퇴락한 시골장이었던 봉평장은 사시사철 장날마다 관광객으로 붐비고, 메밀국수를 파는 음식점은 주말이 되면 자리가 없으니 말이다.

봉평 여행은 기왕이면 장날(2, 7, 12, 17, 22, 27일)에 맞추자. 그래야 좀 더 다양한 구경거리가 있으니 말이다. 메밀음식도 맛보고 봉평장도 둘러보면서 소설 속 공간인 충주집 표석이며, 가산공원의 이효석 흉상 등을 둘러본 뒤 흥정천을 건너면 허 생원이 성 서방네 처녀와 마주쳐 ‘무섭고도 기막힌’ 하룻밤 인연을 맺은 물레방앗간이다. 물론 근래에 복원해 놓은 것이다.

물레방앗간 뒤쪽 언덕으로 돌아 오르면 이효석문학관. 이곳은 이효석의 길지 않은 일생과 문학에 대해 좀 더 깊이 알 수 있는 공간으로 평소에 쓰던 유품들도 전시돼 있다. 이효석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생가는 효석문학관에서 1.5km쯤 떨어져 있다. 천천히 걷는다 해도 2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 메밀꽃이 길 양쪽으로 피어난 가을엔 걷는 맛이 좋으나 여름엔 아무래도 무덥기만 하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효석 생가는 강원도 산골이 다 그러하듯 외딴집이었다. 지금은 그 옆으로 그럴듯한 식당도 들어섰고, 집 앞쪽으로는 봉평읍을 우회하는 왕복 4차선 6번 국도가 눈에 걸린다.

생가 툇마루에 앉으면 떠오르는 생각 한 토막. 강원 산골 메밀밭을 배경으로 원시적 자연을 꿈꾸는 작품을 써낸 이효석의 말년은 아주 불행했다. 1940년 부인과 어린 자식을 잃고 실의에 빠져 만주를 유랑하던 이효석은 1942년 결핵성 뇌막염에 걸려 요절하고 말았으니 그의 나이 겨우 36세였다.

봉평은 이효석 생가 외에도 둘러볼 곳이 여럿 있다. 열목어 헤엄치는 흥정천 상류로 오르면 펜션단지를 지나 물가에 자리잡은 허브나라농원이 보인다. 또 6번 국도를 따라 나오면 흥정천 하류 물가의 조선 4대 명필로 꼽히는 봉래 양사언(1517~1584년)의 글씨가 남아 있는 팔석정(八石亭)도 빼놓을 수 없다.

펑퍼짐한 밭뙈기 사이로 흐르던 시냇물이 이곳에 와서 집채만한 기암들을 만나면서 깊은 소를 만들었는데, 주변엔 소나무가 어우러진 멋진 풍광을 빚었다. 특별히 빼어난 경관이 없는 흥정천에서 그나마 돋보이는 곳이다. 도로가의 판관대(判官臺)는 율곡의 부친이 거주할 때 율곡을 잉태하였다는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언제나 그윽한 오대산의 품

이제 봉평을 벗어나면 ‘영평정의 지주’인 오대산(1,563m) 품에 들게 되는데, 굳이 다시 영동고속도로를 타지 않아도 좋다. 6번 국도를 타고 가다 진부 읍내에 특별히 볼일이 없다면 31번 국도를 이용해 운두령 방면으로 길을 잡아보자.

그렇게 이승복반공기념관과 이승복 생가 등에 들른 뒤 되돌아 내려와 신약수와 방아다리약수를 맛보고 다시 6번 국도를 만나면 곧 월정사다. 우리 들꽃이나 생태에 관심 있는 이라면 월정사 입구의 한국자생식물원에 꼭 들러야 한다. 면적도 제법 넓어 찬찬히 둘러보면 보통 1~2시간쯤 걸린다.


▲ 소나기재 전망대에서 바라본 선돌기암. 서강을 배경으로 펼쳐진 풍광이 일품이다.

자장율사가 부처의 정골사리를 적멸보궁에 모시고 북대·남대·서대·동대에 오류성중(五類聖衆)이 상주한다는 믿음으로 기도하면서 창건한 월정사는 강원 남부의 으뜸 사찰답게 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400~500년생 전나무가 군락을 이룬 일주문 근처의 전나무 숲길 산책도 빼놓지 말자. 피톤치드가 철철 넘치는 매력적인 길이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약 8km. 승용차로 이동이 가능하다. 짙푸른 천연림을 적시는 이 길은 금강연이라 불리는 맑은 계류를 끼고 이어진다.

상원사는 세조가 병을 치료하면서 인연을 맺은 절집. 경내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범종인 상원사범종(국보 제36호)과 세조가 동자승으로 변한 문수보살을 보고 제작한 작품이라는 목조문수동자상(국보 제221호) 등 굵직굵직한 볼거리가 있다. 자객으로부터 세조를 구해준 인연으로 조성했다는 고양이 조각상은 문수전 계단 아래쪽에 있다.

▲ 월정사 입구의 전나무숲. 여느 국보급 문화재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숲이다.
이 정도면 월정사와 상원사 두 절집을 거칠게나마 돌아본 셈인데, 만약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을 보고 싶다면 상원사 위쪽의 산길을 따라 40분쯤 걸으면 된다.

비로봉 정기가 동으로 뻗어 내린 곳에 있는 적멸보궁은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의 정골사리가 묻혀 있어 우리나라 불교의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영축산 통도사, 태백산 정암사, 사자산 법흥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4대 적멸보궁에 든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4대 적멸보궁 중 무려 세 군데를 영평정 삼읍에서 사이좋게 하나씩 품고 있는데, 이는 모두 자장율사 덕분이 아니겠는가.


애잔한 사연 전하는 아우라지 강변

오대산을 벗어나 진부에서 59번 국도를 타고 정선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 국도는 오대천을 끼고 가는 아름다운 길이다. 도중에 수항계곡·막동계곡·장전계곡·숙암계곡 등의 지류가 나타나는데, 물도 맑고 숲도 짙어 한여름에 쉬어가기는 아주 그만이다.

진부에서 이렇게 32km를 달리면 북평면 나전교 근처에서 42번 국도를 만나는데, 좌회전해 강릉 방면으로 9km 지나면 여량1교 삼거리다. 여기서 왼쪽의 410번 지방도를 타고 7~8km 가면 요즘 레일바이크로 전국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구절리역이고, 우회전해 여량1교를 건너 곧장 가면 1km 만에 아우라지 강변이다.

‘아우라지’는 남한강의 본류인 골지천과 황병산에서 발원한 송천이 만나 어우러지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지명. 이 아우라지는 뼝대(벼랑의 강원도 사투리) 드높이 솟아 있지도 않고 강물이 ㄹ자로 휘휘 돌아가는 절경도 아니다. 다만 그 이름처럼 두 개의 강물이 어우러져 있는 평범한 강변일 따름이다. 그런데 왜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가슴을 아리게 해 발길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 정선 아우라지 나루터의 줄배. 뱃사공이 정선아리랑에 얽힌 이야기를 구수한 사투리로 풀어준다.

그것은 아우라지 강변에서 나룻배를 타 보면 안다. 강폭은 10m도 안 되는 짧은 거리. 정선 여량면사무소에서 고용한 주민 뱃사공은 줄을 천천히 잡아당기며 노래 한 대목을 뽑는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 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쌓이지 / 잠시 잠깐 님 그리워 나는 못살겠네~”
- 민요 ‘정선 아리랑’ 중에서

그리고 뱃사공은 아우라지가 정선아리랑 ‘애정편’ 가사의 발상지임을 구수한 사투리로 자랑스럽게 풀어낸다. 배에 올라탄 시간은 겨우 3분. 그렇지만 상상의 나래는 먼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연인의 안타까운 심정을 읽어낸다.

“이 가사에 얽힌 사연은 일제강점기인 1910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가지요. 사랑하는 사이였던 여량리의 처녀와 구절리 너머 유천리에 사는 총각. 이들은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느 날 싸리골로 동백을 따러 가기로 했더래요.

그런데 전날 밤에 내린 폭우로 강물이 불어 나룻배가 건널 수 없게 되자, 두 연인은 애타는 마음으로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당시 이 강 나루터엔 소리도 잘하고 장구도 잘 쳐 ‘지장구 아저씨’로 불리던 남자가 뱃사공으로 있었는데, 그는 연인의 안타까운 마음을 아리랑 가락에 담아냈으니 그게 바로 이 노래래요.”

▲ 정선문화예술회관에선 장날마다 창극을 공연한다. 창극의 올해 주제는 ‘아리랑 고개 너머’.

‘정선아라리’라고도 불리는 정선아리랑은 조선 건국 무렵 고려의 충신들이 정선의 남면 거칠현동으로 옮겨와 은거하면서 겪었던 고난의 심정을 읊은 한시를 정선에 구전되던 토착 민요에 의탁해 불렀던 것이 시원이라는 게 정설이다.

흔히 강원도엔 정선아리랑만 있는 것으로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웬만한 고을엔 다 아리랑이 전해온다. 강원도만 짚어도 원주아리랑, 평창아리랑, 삼척아라레이, 횡성어러리, 정선아라리, 태백 아라레이…. 많고도 많다. 강원도 토박이 노인들은 “원래 정선, 평창 아리랑이 구분돼 있던 것이 아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두 강원아리랑으로 불렸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선아리랑이 대표로 등극한 까닭은? 정선군이 인근 다른 고을보다 발 빠르게 움직여 이미 1971년에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을 받았기 때문이지만, 그 전에 여러 토양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애정편’ 가사의 발상지인 아우라지엔 애잔한 사연을 지닌 명확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또 동강의 저 유명한 ‘전산옥’이라는 술집이자 여자, 이런 대상을 읊은 가사는 산골 생활의 평범한 일상에 드라마틱한 요소를 가미해주었다.

그리고 지리적으로 아우라지는 남한강 천 리의 뗏목 수로가 시작된 곳이라 정선 떼꾼들의 아리랑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은 ‘강원도의 으뜸 아리랑’이라 하면 ‘정선’을 꼽는 데 가장 큰 힘이 됐을 것이다.

한편 지난 5월 1일부터 아우라지가 있는 면소재의 명칭이 북면에서 여량면으로, 화암약수가 있는 동면은 화암면으로 각각 변경됐으니 여행길에 헷갈리지 않도록 하자. 더불어 한반도 지형을 빼닮은 선암마을이 자리하고 있는 서면 주민들은 ‘한반도면’으로 명칭 변경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아리랑 노랫가락 흥겨운 정선 장터

아우라지에서 나룻배를 타 본 뒤엔 구절리로 들어가 보자. 한때 정선선의 종점으로 정겨운 꼬마열차가 다니던 이곳은 요즘 레일바이크 여행지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레일바이크를 타고 오장폭포도 구경했다면 다시 되돌아 나와 정선 읍내로 방향을 잡는다.

정선 여행은 가능하면, 아니 무조건 정선 장날(매월 2, 7, 12, 17, 22, 27일)에 일정을 맞추는 게 좋다. 앞서 지나왔던 ‘메밀꽃 필 무렵’의 봉평장은 굳이 장날을 맞추지 않아도 괜찮지만 정선장은 정선 나들이의 핵심이니 다른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장날에 들르는 게 좋다.

“맛있는 곰취 좀 사가시래요.”
“요건 얼마에요?”

정선장은 오지 마을 사람들이 깊은 산속에서 직접 뜯어온 나물이나 약초 따위를 들고 나와 파는 5일장이다. 이곳은 산골 사람들이 오랜만에 친지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도시에서 찾아온 사람들은 이런 정경들에서 옛 추억을 되살리며 즐거워한다.

정선장에선 철마다 나오는 특산물을 싼 값에 살 수 있지만, 무엇보다 정선아리랑을 직접 들을 수 있으니 이보다 큰 행복은 없다. 40명으로 이루어진 정선아리랑 군립예술단 회원들이 장날마다 장터 한쪽의 야외공연장에서 정선아리랑을 불러 젖힌다.

“눈이 올려나 비가 올려나 억수장마 질려나 /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 민요 ‘정선 아리랑’ 중에서

▲ (위) 정선의 가장 큰 보물은 바로 정선아리랑이다. 장날이 되면 공연장에서 군립예술단 회원들이 정선아리랑 공연을 펼친다. (아래) 정선 5일장에서 산나물을 파는 할머니들. 5일장은 도시인들에게 아련한 추억을 선사한다.

공연이 펼쳐지면 노래에 맞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노인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3대 아리랑의 하나로 꼽히는 정선아리랑의 고을 정선. 어디서든지 애잔한 아리랑 노랫가락이 울려 퍼지는 분위기가 바로 정선의 매력이 아니던가.

이런저런 구경을 하며 장을 둘러본 뒤 무료로 정선아리랑 창극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정선문화예술회관도 꼭 들러 보자. 창극의 주제는 매년 바뀌는데, 올해 창극의 제목은 ‘아리랑 고개 너머’. 역시 장날에 맞춰 공연한다.

이 외에도 정선엔 볼거리가 여럿 있다. 동쪽을 적시고 흐르는 동대천은 녹음 짙은 숲과 전설 깃든 기암절벽이 조화를 이뤄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히기에 더없이 좋은 물줄기다. 이곳엔 정선의 자랑인 거북바위·화암동굴·화암약수·소금강·몰운대 등 화암8경이 줄지어 있어 경치 좋은 드라이브 길로도 매우 사랑을 받고 있다.

정선은 지금은 청정생태고을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탄전으로 유명한 탄광촌이었다. 정선 동쪽의 사북·고한은 한때 서민들의 추운 겨울을 책임지던 마을이다. 정암사에 가려면 이런 탄광 마을들을 지나쳐야 한다.

예전 온 도시가 탄가루로 뒤덮였던 때에도 정암사는 그 고고함으로 어두운 막장에서 피눈물 흘리던 사람들의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씻어주었다. 탄광 지역이 그리 멀지 않건만 고산 특유의 짙은 숲내음과 청정함이 배어 있고 경내를 흐르는 계곡엔 1급수에서만 사는 열목어가 헤엄친다. 진흙에서 핀 연꽃처럼 참 보배로운 존재다.

적멸보궁은 범종각 뒤편에 터를 잡았고, 부처의 진신사리는 적멸보궁 뒤편의 절벽 위에 서 있는 수마노탑(보물 제410호)에 봉안되어 있다. 적멸보궁에 들렀다 정감 있는 산길을 5분쯤 오르면 석회암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리고 상륜부에 청동장식을 얹은 수마노탑이 반긴다. 이쪽에선 보기 드문 7층 모전석탑이다.

여기에선 정암사의 아늑한 정경 너머로 탄광도시 고한이 멀리 내려다보인다. 월정사, 정암사, 법흥사 등에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셨던 자장율사가 여기서 입적했다.

물줄기 따라 흘러가는 동강 여행

자, 이제 영평정의 마지막 고을 영월로 떠나 보자. 정선에서 59번 국도를 타면 남면~신동을 거쳐 영월읍에 도착하게 된다. 특히 영월~신동까지는 38번 국도가 왕복 4차선으로 넓게 뚫린 덕분에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구간은 눈길을 끌 만한 명소도 없거니와 영평정 오장육부의 가장 핵심인 동강을 보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따라서 동강을 상류부터 눈에 담고 가려면 정선 읍내에서 42번 국도를 타고 평창 방면으로 7km 달린 뒤 광하교를 건너지 말고 동강으로 내려서야 한다.

▲ 어린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쫓겨나 유폐 당했던 청령포. 배를 타고 건너야 한다.

산 많기로 소문난 강원도에서도 오지의 대명사로 손꼽혀온 정선·평창·영월 땅을 차례로 적시고 흐르는 동강은 험한 석회암 절벽을 끼고 굽돌아 흐르는 전형적인 사행천이다. 조선시대 궁궐을 지을 때 태백과 정선 등 강원 남부에서 베어낸 목재가 뗏목으로 엮여 동강의 물줄기를 통해서 남한강 물길을 따라 한양 광나루까지 실려 나갔다.

당시 떼꾼들이 깊은 곳이라는 뜻으로 그저 ‘골안’이라고만 부르던 동강엔 이들을 상대하는 객주집이 강가를 따라 줄을 이었다. 그러나 1957년 영월과 함백을 연결하는 함백선이 석탄과 더불어 목재 수송도 떠맡으면서 동강은 적막강산의 고요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20세기도 다 저물어갈 무렵 동강댐 건설 문제가 불거지면서 문득 잠에서 깨어나 우리 곁에 나타난 것이다.

상류에서부터 가수리~운치리~고성리~덕천리를 차례로 거치게 되는데, 가수분교 근처는 동남천과 만나는 합류지점이라 물고기도 많다. 그러나 동강을 드라이브만 하면서 눈에 담기엔 아쉬움이 많다. 이럴 땐 높이 오르는 게 최고. 동강엔 백운산, 능암덕산, 잣봉, 선바위봉 등 전망대로 불리는 여러 산이 있으나 국토의 오장육부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는 백운산(883m)이다.

백운산은 중류의 운치리 점재마을에서 강을 건너서 접근할 수 있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가파른 산길에서 30여 분 땀을 흘린 뒤에야 전망대에 설 수 있지만, 발아래 펼쳐진 풍광과 조우하는 순간 오름길의 고생은 한순간에 사라진다.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솔개도 전혀 부럽지 않은 조망이다.

백운산 전체를 둘러보는 코스인 점재교~정상~칠족령~제장교 코스는 4시간 정도 걸리는데, 산이 무척 가파르므로 노약자와 미경험자는 고성산성에 오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게 낫다.

 

떼꾼들의 애환 서린 주막집, 전산옥

고성리에서 고성터널을 지나 신동을 거쳐 영월읍 방향으로 달리다 동강을 만나면 다시 그 물줄기를 거슬러 오른다. 동강은 영월에 속하는 중류·하류에도 제법 명소가 많기 때문에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옛날 떼꾼들이 느꼈던 운치를 맛보면서 동강의 속살을 엿보는 데는 래프팅이 최고. 동강에서 래프팅이 이뤄지는 코스는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뗏목이 떠내려가던 곳으로서 강 주위로는 민가 등 인공 구조물이 거의 없어 그야말로 적막강산의 운치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사실 래프팅이란 게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경향도 있지만 그렇다고 동강 여행에서 래프팅을 해보지 않으면 정말 서운하다.

가장 일반적인 래프팅 출발지점은 문산나루터. 고무보트는 석회암 벼랑이 줄지어 서 있는 강줄기를 따른다. 첫 번째 고난은 ‘개죽이 여울’. 물살의 흐름이 하도 이상해 떼꾼들이 ‘개떡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란다.

이곳을 무사히 벗어나 뼝대를 몇 굽이를 돌면 이윽고 비경이 많은 동강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어라연이 나타난다. 단종의 혼령도 그 아름다움에 반했다는 상선암·중선암·하선암 세 개의 암봉이 어우러진 경치가 참 좋다.

어라연 바위 사이를 빠져나오면 동강 래프팅 코스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는 ‘된꼬까리 여울’. 뗏목이 자주 부서지는 바람에 노련한 떼꾼도 긴장감을 놓지 못했다는 곳이다. 그렇지만 뗏목보다 여건이 좋은 고무보트는 아무래도 수월하다.

힘을 합쳐 겨우 벗어나면 물결 휘돌아가는 만지동. 정선 아우라지를 떠난 떼꾼들이 동강에서 가장 험한 물살인 된꼬까리여울을 무사히 지나 만지동에 이르면 일단 한숨을 돌리고 전산옥을 찾았다 한다.

▲ 영월 마대산 깊은 산속에 터를 잡고 있는 김삿갓 옛집.

“우리 서방님은 떼를 타고 가셨는데 / 황새여울 된꼬까리 무사히 지나 가셨나 // 황새여울 된꼬까리 다 지났으니 / 만지산 전산옥이야 술상차려 놓게”
- 민요 ‘정선 아리랑’ 중에서

만지동 갈대숲엔 동강의 전설적인 주막집 ‘전산옥’ 터만 남아 있다. 꿩 대신 닭이라 했던가. 조금만 더 흘러가면 어라연상회를 만난다.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이 대부분 들렀다 가는 곳이다. 전산옥 주막이 사라졌으니 이곳에서라도 조껍데기술 한 잔으로 목젖을 축여 보자. 여기서부터 목적지인 거운교까지는 지척이니 걱정도 없다. 술 한 잔 들이켜는데, 문득 뼝대에 부딪혀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 여름날 동강의 추억은 그렇게 깊어간다. 깨어나기 싫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말이다.

어디 래프팅뿐이겠는가. 여름날 동강의 품에 안겨서 즐길 거리는 참 많다. 도보여행을 하고 싶다면 강변을 따라 걸으면 되고, MTB를 좋아하는 사람은 페달을 밟으면서 강변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낚시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은 상류의 도암댐 탓에 물이 탁해지는 바람에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아직 동강엔 물고기가 많이 헤엄친다. 다슬기 잡이도 빼놓을 수 없다.

동강에서 이런저런 테마를 다 즐긴 뒤 쏟아질 듯한 밤하늘의 별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영월 별마로천문대를 찾으면 된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을 빼놓을 수 없다. 영월 읍내에서 동강과 서강이 하나로 만나 남한강이란 이름으로 흘러가는 풍광이 일품이다. 이 정도로 성이 차지 않고 정말로 한 마리 새가 돼 동강을 굽어보고 싶다면 패러글라이딩 체험 비행을 신청하면 된다. 천문대 옆에 패러 활공장이 있다.

동강을 실컷 누렸으면 이제 서서히 영평정 고을을 떠날 때가 돼 간다. 88번 지방도를 타면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다 고씨동굴을 지나 하동면 와석리 김삿갓유적지로 들어서면 방랑시인 김삿갓(1807~1863년)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엔 김삿갓 묘소 외에도 김삿갓문학관·김삿갓 고택을 비롯해 조선민화박물관·묵산미술관 등 볼거리가 있지만, 이곳에 들른 뒤 서강을 돌아보려면 영월까지 되돌아와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일정이 빠듯하다면 김삿갓 유적이나 서강 중 하나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겠다.

동강의 미학에 버금가는 서강

영월엔 두 개의 큰 강이 있다. 하나는 영월 동쪽을 적시고 흐르는 동강이요, 다른 하나는 서쪽 산기슭 사이를 휘도는 서강이다. 태기산에서 발원한 주천강과 오대산 남쪽에서 발원한 평창강은 영월군 서면에서 합류하는데, 이곳에서부터 영월 하송리를 거쳐 영월 읍내 남쪽에서 동강에 합류하는 지점까지를 서강이라 부른다.

서강 주변엔 청령포와 장릉 등 단종과 관련 있는 역사 유적지가 많다. 동강의 명성에 가려 있지만 남한에서 몇 남지 않은 1급수 하천으로서 동강에 버금가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 강물인 것이다.

남면 광천리에 있는 청령포(淸浦)는 노산군으로 강봉된 단종이 1457년(세조 3년) 영월로 유배와 머물던 곳이다. 단종에겐 너무도 고독하고 절망적인 장소였겠지만 육육봉의 기암과 짙푸른 솔밭, 강변의 백사장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은 빼어나다.

황포돛을 단 동력선을 타고 강을 건너면 울창한 소나무숲이 반긴다. 숲속에는 단종이 머물던 어가를 비롯해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를 적은 금표비(禁標碑), 단종이 서낭당을 만들 듯이 쌓았다는 돌탑 등이 남아 있다. 솔숲에서 눈길을 끄는 나무는 천연기념물(제349호)로 지정된 관음송(觀音松). 단종의 유배 생활을 지켜보았고, 단종이 오열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소나무다.

▲ 단종이 잠들어 있는 장릉.

청령포를 나와 장릉을 둘러본 뒤 31번 국도를 타면 2~3km 만에 소나기재에 닿는다. 단종이 넘을 때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는 유래가 전하는 이 고개는 서강 조망이 기막힌 조망처. 휘감고 흐르는 강줄기를 배경으로 선돌 하나가 우뚝 서 있는 풍광은 빼고 더할 것 없는 조물주의 명품이다. 차를 대고 5분 만에 포인트에 도착할 수 있으니 아마도 동강과 서강을 통틀어 가장 접근이 쉬운 전망대가 아닌가 싶다.

이어 연당교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88번 국가지원지방도를 따르면,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두려워하던 단종이 해를 보고 절했다는 배일치(拜日峙). 이 고개를 넘으면 영월 책박물관 앞 삼거리에 닿는다.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 전망대는 여기에서 왼쪽 길을 따라 3km 정도 들어가야 하는데, 어차피 다시 이 삼거리로 나와야 하므로 박물관 견학 시간은 일정에 따라 조정하면 된다.

선암마을 앞산에 올라 굽이도는 물줄기를 내려다보면 정말로 한반도를 내려다보는 것만 같다. 한반도의 근간인 백두대간의 짙고 높은 숲과 짙푸른 동해, 썰물 때면 드러나는 자랑스러운 서해의 개펄, 해남의 땅끝, 그리고 호미곶까지……. 산태극수태극이 빚어낸 자연의 선물이다. 예전엔 이렇게 멀리서 내려다볼 수밖에 없었으나 지난 4월부터 줄배와 뗏목을 타고 건넌 뒤 ‘한반도 트레킹’ 체험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술 익는 마을에 걸린 쌍섶다리

‘술 익는 마을’ 주천엔 섶다리가 있다. 섶다리는 잡목의 잔가지로 엮어서 만든 나무다리를 말한다. Y자형의 소나무를 일곱 자 간격으로 양쪽에 박고 싸릿가지를 엮은 바자를 올려놓는다. 그리고 바닥에 솔가지를 깔고 흙을 다져서 바닥을 만든다.

섶다리는 주로 추수가 끝난 늦가을에 설치하는데 겨울을 지나 이듬해 장마가 들기 전까지 사용했다. 요즘엔 장마철이 되면 섶다리를 철수한다. 따라서 홍수가 난 다음에 찾으면 섶다리를 보지 못할 확률이 높다.

주천교 200~300m쯤의 하류에 놓인 섶다리를 건너 조약돌을 밟고 50m쯤 더 내려가면 섶다리를 겹으로 질러놓은 쌍섶다리가 보인다. 이는 단종이 묻힌 장릉을 참배할 때 관찰사 일행이 강을 건너기 쉽게 하기 위해 주민들이 힘을 모아 놓아주었다는 내력을 지니고 있다. 이 외에도 주천에서 8km 정도 떨어진 판운리에 가면 주민들이 이용하는 섶다리를 건너볼 수 있다.

섶다리를 밟은 뒤 시간이 허락한다면 법흥천이 서만이강에 흘러드는 합수머리에 있는 요선암(邀仙岩)에 올라 서만이강을 내려다보며 영평정과 이별 인사를 하자. 조선의 4대 명필 중 한 분으로 꼽히는 양사언이 군수 시절 자주 들렀다는 바위 아래 물가엔 선녀가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선녀탕도 있다.

이런 곳에 어찌 정자가 없겠는가. 바위 꼭대기 주변 조망이 뛰어난 자리엔 요선정(邀仙亭)이 서 있는데, 굽어 자란 노송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물줄기 풍광이 아주 일품이다. 그야말로 하늘나라 선녀가 내려와 노닐 만한 정자인 것이다. 정자 옆의 둥근 바윗덩이엔 제법 도드라지게 새겨진 돌부처가 있다.

어느덧 영평정 삼읍과 헤어질 시간. 노을 지는 서만이강을 내려다보다 ‘이젠 떠나야지’ 하고 일어서는데 돌부처가 말을 건넨다. 적멸보궁이 있는 법흥사를 어찌 그냥 지나치려느냐고. 그래. 여름날 어스름 저녁에 적멸보궁 가는 오솔길을 걷는 맛도 좋겠다 싶다. 법흥사는 템플스테이를 하는 절집이니 하룻밤 묵으면서 자아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자아라는 주제가 너무 거창하다면 몸에 좋은 절밥을 맛보는 재미는 또 어떠랴.

 

이효석 생가

가산(可山) 이효석(李孝石·1907~1942년)은 경성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1928년 <도시와 유령>을 발표한 이후 카프(KAPF) 진영으로부터 동반자작가로 불리기도 했다. 1936~1940년 무렵 많은 소설을 발표했다. 한국 단편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메밀꽃 필 무렵>은 1936년 <조광(朝光)> 10월호에 발표된 작품.

봉평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지이면서 그의 고향이기도 하다. 소설의 무대였던 봉평장터, 이효석 흉상이 있는 가산공원을 지나 흥정천 다리를 건너면 성 서방네 처녀와 마주쳐 하룻밤 풋사랑의 인연을 맺었다는 물레방앗간이 보인다. 뒤쪽 언덕에는 가산의 문학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이효석문학관(033-330-2700·www.hyoseok. org)이 있다.

이효석 생가는 물레방앗간에서 1.5km쯤 떨어진 곳에 있다. 매년 메밀꽃이 피는 9월이면 봉평에서는 효석문화제가 열린다. 올해엔 9월 4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효석문화제 위원회 033-335-2323·www.hyoseok. com

봉산서재·판관대

봉산서재(蓬山書齋)는 율곡 이이(1536~1584년)와 화서 이항로(1792~1868년)를 모신 사당이다. 율곡의 부친이 조선 중종 때 이곳에 거주할 때 율곡을 잉태했는데, 이 사실을 후세에 전하고 기리기 위해 1896년 이곳 유학자 홍재홍이 고종에게 탄원을 올려 이이의 부친이 머물던 판관대(判官臺)를 중심으로 서재위토(書齋位土)로 하사 받아 1906년에 건축했다.

봉평에 전하는 ‘판관대 지명전설’에 의하면, 율곡 이이의 부친이 수운판관(水運判官)으로 재직하던 중 여가를 이용해 강릉으로 가다가 날이 저물어 주막에서 하룻밤을 쉬게 되었는데 용꿈을 꾼 주모가 잠자리를 같이할 것을 간곡히 애걸했으나 뿌리치고 강릉에 도착해 역시 용꿈을 꾼 신사임당과 오랜만에 잠자리를 같이해 율곡을 잉태했다고 한다.


▲ 1. 이효석 생가 2. 봉산서재·판관대 3. 팔석정 4. 봉평 허브나라농원

팔석정

팔석정(八石亭)은 흥정천 물줄기 중 최고의 경승지로 꼽힌다. 이곳에는 조선 전기 문인으로 조선 4대 명필로 꼽히는 봉래 양사언(1517~1584년)의 글씨가 남아 있다. 전설 속 삼신산인 봉래(蓬萊)·방장(方丈)·영주(瀛洲)와 석대투간(石臺投竿·낚시하기 좋은 바위), 석지청련(石池淸蓮·푸른 연꽃이 피어 있는 돌로 만든 연못), 석실한수(石室閑睡·방처럼 둘러싸여 낮잠 자기 좋은 곳), 석요도약(石搖跳躍·뛰어오르기 좋은 흔들바위), 석평위기(石坪圍碁·장기 두기 좋은 평평한 바위)가 있다. 팔석정송어횟집(033-335-8393) 앞마당 너머가 팔석정이다. 평창군 봉평면 평촌리 674-2

봉평 허브나라농원

봉평 허브나라농원은 1995년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허브농장이다. ‘허브가든’엔 100여 종의 허브가 차·약용·공예용 등으로 나뉘어 재배되고 있는데, 종류마다 학명·원산지·개화기·용도 등을 써 놓은 팻말을 달아놓아 방문객의 이해를 돕는다. ‘허브하우스’에선 농원에서 재배된 허브로 만들어진 차와 요리를 맛볼 수 있고, 허브로 만든 상품·공예품·방향제 등도 구입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야외공연장, 터키문화전시관을 비롯해 숙박 가능한 통나무집 등이 있다. 입장료는 성수기(5~10월) 5,000원, 비수기(11~4월) 3,000원. 문의 033-335-2902·www.herbnara.com


방아다리약수

평창군 진부면 척천리에 있는 방아다리약수는 시뻘겋게 물든 바위 틈에서 보글보글 솟아오르는 탄산약수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몇 모금 못 넘기지만 탄산·철분이 주성분인 약수는 위장병·신경통·피부병 등에 효험이 있다고 소문났다.

1924년경 경상북도에 살던 이명호라는 사람이 위장병을 고치려고 산천을 헤매다 찾았다고 전한다. 또 옛날에 이곳에서 화전을 일구고 살던 아낙네가 바위 한가운데 움푹한 곳에 곡식을 넣고 방아를 찧는 중 바위가 갈라지면서 약수가 솟아 나왔다는 전설도 있다. 약수터 옆에 방아다리약수산장(033-335-7480)이 자리하고 있다. 문의 오대산국립공원 033-332-6417

 

한국자생식물원

오대산 입구 해발 700m에 터를 잡은 한국자생식물원은 2002년 한국 최초의 사립 수목원으로 등록된 식물원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식물에서부터 희귀식물, 멸종위기식물, 특산식물, 식·약용 식물, 화훼용 식물 등으로 분류해 자연생태계에 가깝도록 보존하고 있다. 관람료 어른 5,000원, 어린이 2,000원. 문의 033-332-7069·www.kbotanic.co.kr


▲ (위) 오대산 월정사 (아래) 오대산 상원사
 

오대산 월정사
월정사(月精寺)는 당나라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자장이 643년(신라 선덕여왕 12년) 창건한 사찰이다. 한국전쟁 중인 1951년 1·4후퇴 때 대부분이 전소했으나 1964년 이후 탄허·만화·현해 등이 중건했다. 이 절 근처에는 ‘조선왕조실록’ 등을 보관하던 오대산 사고(史庫)가 있었고, 경내에는 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과 석조보살좌상(보물 제139호) 등의 문화재가 남아 있다. 성보박물관에는 월정사를 비롯한 강원도 남부 사찰 60여 곳에 봉안된 문화재가 보관돼 있다. 종무소 033-339-6800·www.woljeongsa.org

 

오대산 상원사
월정사의 말사인 상원사(上院寺)는 705년(신라 성덕왕 4년)에 보천과 효명 두 왕자가 창건한 진여원(眞如院)이라는 절에서 시작된 사찰이다. 조선 세조가 이곳에서 문수동자를 만나 질병을 치료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우리나라 최고(最古) 범종(국보 제36호), 세조가 만난 인상착의를 바탕으로 조각된 것이라고 전하는 목조 문수동자 좌상(국보 제221호) 등의 문화재가 있다. 종무소 033-332-6666

대관령 양떼목장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양목장으로 구 영동고속도로의 상행선 대관령휴게소 자리 뒤에 있다. 대관령의 아름다운 구릉 위로 넓은 초지가 인상적인 곳으로 양떼가 넓은 초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이국적인 풍광을 구경할 수 있다. 관람시간 09:00~17:00(5~8월은 18:00), 입장료 대신 양에게 먹일 건초를 구입하면 된다. 대인 3,000원, 소인(7세~고교생) 2,500원. 문의 033-335-1966

정선장
정선읍 중심부에 자리한 정선장은 전국 최대 규모의 5일장이다. 1966년 2월 17일 처음으로 열린 이후 매달 2·7·12·17·22·27일에 장이 선다. 봄에는 참나물·곰취·더덕, 여름에는 찰옥수수·감자, 가을에는 머루·다래 등이 많이 나온다. 장날에는 오후 1시, 3시에 정선아리랑 노래 공연이 열린다. 정선문화예술회관(033-560-2566)에서도 장날에 맞춰 정선아리랑 창극 공연이 펼쳐진다. 창극의 주제는 매년 바뀌는데 올해의 주제는 ‘아리랑 고개 너머’. 창극은 오후 4시40분에 시작해 40분간 진행된다.

▲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정선의 가리왕산 어은골에 자리를 잡은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은 가리왕산 산행과 피서를 겸해 여름에 특히 인기가 있다. 매표소 뒤쪽엔 한여름에도 긴 옷을 입어야 할 정도의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얼음동굴이 있는데, 동굴 안쪽엔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차 있어 예전엔 주민들이 냉장고 대신으로 썼다고 한다. 숲속의 집 이용료는 4만4,000~6만7,000원, 오토캠핑장 8,000원, 야영데크 4,000원. 입장료 1,000원, 주차료 3,000원. 문의 033-562-5833·www.huyang.go.kr


아우라지 뗏목축제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의 피서철에 맞춰 정선 여량의 아우라지에선 옛 조선시대 남한강 뗏목 운반 모습을 재현하는 뗏목축제가 열린다. 올해엔 7월 31일(금)부터 8월 2일(일)까지 사흘간 여량면 아우라지 강변 일대에서 열린다. 축제 첫날엔 민속 공연 행사로 치러지며 불꽃놀이, 노래자랑 등이 준비되어 있다. 둘째 날엔 찰옥수수 빨리 먹기, 맨손 송어잡기 등 관광객 참여행사를 비롯해 아우라지 처녀선발대회, 매직쇼 등이 펼쳐진다. 이어 마지막 날엔 가족과 함께 하는 보드게임대회, 물속 통나무 위 오래 버티기대회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진행된다. 여량면 문화체육추진위원회 033-562-0704·www.auraji.net

▲ 1. 여량 아우라지 2. 레일바이크 3. 화암동굴 4. 화암약수

여량 아우라지
골지천과 송천이 만나는 여량면 아우라지는 정선아리랑 ‘애정편’ 가사의 발상지. 가사엔 강물이 불어나 만나지 못하는 연인의 감정이 잘 담겨 있다. 강폭은 10m도 안 되는 짧은 거리. 정선군 북면에서 고용한 뱃사공은 줄을 천천히 당기며 이곳이 정선아리랑 ‘애정편’ 가사의 발상지임을 설명해준다. 배 운항시간은 09:00~17:00. 뱃삯 왕복 1,000원, 편도 500원. 여량면사무소 033-560-2661

레일바이크
아우라지역에서 송천을 따라 8km쯤 거슬러 올라가면 구절리~아우라지 구간(7.2㎞)을 달리는 레일바이크의 출발지인 구절리역이다. 걷기 위험한 철길을 레일바이크로 달리면 마치 기관차 운전사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레일바이크로 40~50분 소요. 요금 2인승 1만8,000원, 4인승 2만6,000원. 내비게이션으로는 구절리역을 찾아가면 된다. 예약·문의 1544-7786, www.ktx21.com 

화암동굴
1930년대 금을 캐던 광부에 의해 처음 발견된 화암동굴은 동양 최대의 황금빛 종유벽을 비롯해 석회동굴 광장, 석순, 석주 등을 간직한 석회동굴이다. 관람구간은 총 1,803m로 ‘금맥 따라 365’ ‘천연동굴광장’ 등 모두 5개의 테마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관람하는 데 2시간 소요. 요금 어른 4,000원, 어린이 2,000원. 주차료 2,000원. 당일에 한해 화암동굴 주차권으로 화암약수 주차 가능. 화암동굴 관리사무소 033-560-2578

화암약수
화암약수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옆의 바위에서 솟아나는 탄산수다. 1910년 무렵 문명부라는 사람이 산신령의 계시로 발견했다고 한다. 약수의 하루 용출량은 1,660ℓ. 약수터 뒤쪽엔 소원을 비는 돌탑이 많이 세워져 있다. 관광객들이 물을 마신 후 소원을 빌면서 쌓은 것들이다. 입장료 어른 1,500원, 어린이 700원. 주차료 2,000원. 화암약수 관리사무소 033-560-2576

DD>
▲ 1. 정암사 2. 동강 래프팅 3. 별마로천문대

 

정암사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에 있는 은대봉 서쪽 아래에 자리한 정암사(淨岩寺)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 신라의 자장(慈藏·590~658년) 스님이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뒤 입적할 때까지 이곳에서 머물렀다. 적멸보궁은 범종각 뒤편에 자리잡고 있고, 사리는 적멸보궁 뒤 절벽 위에 서 있는 수마노탑(보물 제410호)에 봉안돼 있다. 이 탑은 한반도에서 보기 드문 7층 모전석탑이다. 정암사 종무소 033-591-2469

동강 래프팅
동강 래프팅 코스는 물살이 부드러운 난이도 1~2급으로 가족 단위로 즐기기에 좋다. 여러 코스가 있는데, 문산나루에서 시작해 동강 아름다움의 백미인 어라연을 거쳐 거운리 섭새에서 마무리하는 코스가 가장 인기다. 참가비는 코스에 따라 당일 3만 원. 동강변의 삼옥리·거운리에 동강한마음래프팅(033-374-2874), 알파레포츠(033-375-1500), 동강포도원래프팅(033-374-8818), 현대레포츠(033-373-3301), 태백산맥(033-375-5030), 동강나루터래프팅(033-374-5880) 등 수십 곳의 업체가 있다.

별마로천문대
영월의 진산인 봉래산(800m) 정상에 자리한 영월 별마로천문대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립시민천문대.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이루어진 관측실엔 별자리 관찰에 필요한 각종 기자재와 교육도구가 잘 갖춰져 있다. 그 중 800mm 구경의 반사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는 주관측실에서는 해발 고도 800m라는 최상의 관측 조건에서 성운·성단·은하 등 화려한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촬영도 할 수 있다. 입장료는 어린이·청소년 4,000원, 어른 5,000원. 관람시간은 14:00~20:00. 문의 033-374-7460·www.yao.or.kr

패러글라이딩
한 마리 새가 돼 영월읍에서 만나는 동강과 서강을 굽어보고 싶다면 패러글라이딩 체험 비행을 빼놓을 수 없다. 영월 유일의 패러글라이딩 동호회인 콘돌스클럽에서는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2인승 탠덤 비행도 실시한다. 체험비용은 7만 원. 문의 033-373-9111·www.ywpara.com

▲ 김삿갓 유적지

김삿갓 유적지
하동면 와석리에는 조선 후기의 방랑시인 김삿갓의 묘소가 있다. 몇 년 전 묘소 입구에 시인의 시를 새긴 시비와 조각상을 세우는 등 문학의 거리가 조성됐다. 2003년에 건립한 김삿갓문학관(033-375-7900)은 김삿갓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개관시간 매일 09:00~18:00(매년 1월 1일은 휴무). 요금 일반 2,000원, 어린이 1,000원. 김삿갓 가족이 살던 집터는 김삿갓 묘소 앞에서 산길을 따라 1.7km(30~4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내비게이션으로는 김삿갓문학관을 찾으면 된다. www.kimsagat.or.kr

조선민화박물관
하동면 와석리의 조선민화박물관은 조선의 민화를 체계적으로 수집·연구·전시하고 있는 공간이다. ‘까치와 호랑이’ ‘어변성룡도’ ‘호렵도’를 비롯해 민화 1300점, 고가구 50점 등이 전시돼 있다. 전문안내인에게 진본 민화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관람시간은 하절기(3~10월) 10:00~18:00, 동절기(11~2월) 10:00~17:00. 관람요금은 일반 3,000원, 중·고등학생 2,000원, 초등학생 1,500원. 문의 033-375-6100·www.minhwa.co.kr

고씨동굴
하동면 진별리 남한강변에 있는 고씨동굴(천연기념물 제219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회동굴이다. 임진왜란 당시 고씨 가족이 주민들과 함께 피란했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 고생대인 약 4억~5억 년 전에 형성된 이 동굴엔 종유석과 4개의 호수, 3개의 폭포 및 6개의 광장이 있으며, 종유석·석순·돌기둥이 아름답다. 관람시간은 하절기(3~10월) 09:00~18:00, 동절기(11~2월) 09:00~17:00. 요금은 어린이 1,500원, 청소년 2,200원, 일반 3,000원. 주차비는 1,000원.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진별리, 관리소 033-370-2621

영월 장릉
영월 장릉(莊陵)은 단종을 모신 묘다. 단종은 1452년 12세의 어린 나이로 즉위했으나 1455년 계유정난을 일으킨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 청령포로 유배되었다가 목숨을 잃었다. 관람시간은 하절기(3~10월) 09:00~18:00, 동절기(11~2월) 09:00~17:00. 입장료는 어린이 700원, 청소년 1,100원, 일반 1,300원. 주차료는 승용차 1,000원. 문의 033-370-2619

▲ (위) 청령포 (아래) 선돌 기암

청령포
청령포(淸浦)는 단종이 1457년(세조 3년) 영월로 유배와 머물던 곳이다. 단종어가에는 단종이 머물던 본채와 궁녀 및 관노들이 기거하던 사랑채를 복원해 놓았다. 소나무 울창한 청령포 숲에는 단종 유배시 세워진 금표비(禁標碑), 단종이 오열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관음송(觀音松), 단종이 서낭당을 만들 듯이 쌓았다는 돌탑(망향탑) 등이 남아 있다. 입장료(뱃삯 포함)는 어른 1,300원, 어린이 700원. 주차료는 승용차 1,000원. 문의 033-370-2620

 

선돌 기암
영월읍과 북면의 경계에 있는 소나기재는 영월로 유배당한 단종과 인연이 있는 고개다. 단종이 이 고개를 넘을 때 하늘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고 해서 붙은 이름. 소나기재 정상에서 숲속 오솔길을 따라 3분쯤 걸어들어 가면 ‘선돌’이라는 뾰족 솟은 기암이 보이는데, 이곳에서는 까마득한 벼랑 아래로 푸른 서강 물줄기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입장료·주차료 없음. 내비게이션은 ‘선돌’이나 ‘선돌관광지’를 입력하면 된다.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
서면 옹정리에 있는 선암(仙巖)마을은 서강 물줄기 곁에 자리잡은 강변 마을이다. 마을 앞은 주천강과 평창강이 합류하는 지점인데, 오간재 전망대에서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를 꼭 닮은 한반도 지형을 감상할 수 있다. 줄배(1,000원)를 타고 강을 건너가서 즐기는 ‘한반도 트레킹’, 뗏목체험(5,000원, 기본 인원 6명 이상 가능), 탐사선(5,000원) 등 각종 체험이 가능하다. 한반도 트레킹·뗏목체험을 하나로 엮으면 1시간30분 정도 소요. 6,000원. 4월 달에 개장했다. 내비게이션으로는 영월책박물관(033-372-1713)을 입력한 후 찾아가면 된다. 문의 010-7224-0102

영월 곤충박물관
북면 문곡리의 곤충생태박물관은 영월 지역에 서식하는 곤충의 생태를 관찰하는 생태체험 학습장이다. 전체 5개의 전시실로 꾸며진 이곳에는 나비와 나방 1000여 점과 갑충류 1000점, 동강 유역에 서식하는 곤충 1000점 등 3000점이 전시돼 있다. 요금은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유치원생 500원. 개관시간은 하절기(3~10월) 10:00~18:00, 동절기(11~2월) 10:00~17:00. 매주 월·화요일 정기휴일. 문의 033-374-5888 

영월 책박물관
영월책박물관은 교과서 2만여 점으로 꾸민 전시공간이다. 제1전시실은 ‘책의 꿈 종이의 멋’ 등의 작은 주제로 꾸며져 있고, 제2전시실은 1960년대까지의 어린이 교과서·동화·만화·잡지·음반 등 100여 점의 자료가 갖춰져 있다. 개관시간은 하절기(3~10월) 10:00~19:00, 동절기(11~2월) 10:00~17:00. 입장료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주차료 없음. 문의 033-372-1713·www.bookmuseum.co.kr


▲ (위) 요선정 (아래) 영월 법흥사


요선정

수주면 무릉리 서만이강이 적시고 흐르는 물가에 있는 요선암(邀仙岩) 꼭대기의 요선정(邀僊亭)은 1913년에 세워진 정자다. 정자 옆 바위에 새겨 놓은 마애불좌상은 고려 시대에 제작된 불상으로 추정된다. 요선정으로 가려면 법흥천 삼거리의 요선교에서 ‘미륵암’ 이정표를 따라 300m쯤 들어간다. 미륵암 입구에서 오솔길을 따라 150m쯤 걸으면 된다. 입장료, 주차료는 없다. 내비게이션으로는 미륵암(033-372-6611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 1057번지)을 찾으면 된다.

영월 법흥사

영월 사자산(1,120m) 기슭에 자리한 법흥사(法興寺)는 643년에 자장율사가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흥녕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사찰이다. 초기에는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자산문이 문을 열고 위세를 떨쳤지만, 많은 풍파를 겪은 탓에 규모가 크지는 않다. 경내에는 부처 진신사리를 봉안했다는 부도, 자장이 당나라에서 사리를 넣어 사자 등에 싣고 왔다는 석분이 있다. 이 밖에 영월 흥녕사 징효대사탑비(보물 제612호), 징효국사부도(강원유형문화재 제72호), 흥녕선원지(강원기념물 제6호) 등이 있다. 입장료와 주차료 없다. 문의 033-374-9177~8

>> 별미

평창 지역
봉평 막국수
봉평 장터의 현대막국수(033-335-0314)는 봉평에서도 유명한 메밀 막국수 전문식당이다. 메밀국수 4,000원, 메밀비빔국수 5,000원, 순메밀국수 6,000원.

 

부림식당 산채백반
진부터미널 근처의 부림식당(033-335-7576)의 산채백반이 유명하다. 취나물·곰취·참나물 등 수십 가지 산나물이 올라온다. 산채백반 1인분 7,000원. 산채정식 1인분 1만 원.

대관령 황태
대관령면 소재지에 황태회관(033-335-5795), 대관령황태촌(033-335-8885) 등 황태요리를 내는 집들이 몰려 있다. 황태해장국 6,000원, 황태구이가 1만 원.

평창 송어회
평창송어양식장(033-332-0505~6)은 우리나라 송어 양식의 원조. 송어회·송어튀김 1인분(180g)에 1만5,000원, 송어구이 1kg 3만 1원.



정선 지역


곤드레나물밥
정선장터에는 정선회관(033-562-0073), 동박골식당(033-563-2211) 등 곤드레나물밥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많다. 곤드레돌솥밥·곤드레가마솥밥 각 8,000원.
 
황기보쌈
정선골 황기보쌈(033-563-8114)은 정선의 별미. 황기와 10여 가지 약초로 우려낸 육수에 돼지삼겹살을 넣어 삶은 뒤 보쌈김치를 곁들여 먹는다. 황기보쌈정식 1만 원.


 

영월 지역
올갱이 해장국
동강과 남한강 등에서 잡은 올갱이(다슬기)로 끓인 해장국도 빼놓을 수 없다. 영월역 근처에 성호식당(033-374-3215), 다슬기마을(033-373-5784) 등 잘하는 식당이 많다. 다슬기해장국 1인분 6,000원, 다슬기전골(대) 3만 원.

장릉 보리밥
장릉 옆 골목의 장릉보리밥집(033-374-3986)의 꽁보리밥은 영월 읍내에서 유명한 별미. 꽁보리밥 1인분 6.000원.

주천 메밀묵밥
주천면 신일리의 주천묵집(033-372-3800)은 주인이 직접 만든 묵을 사용한 도토리묵밥과 메밀묵밥이 별미다. 1인분 5,000원.

주천 꼴두국수
주천면의 제천식당(033-372-7147)은 메밀 칼국수를 김치와 더불어 푹 삶아낸 꼴두국수가 별미다. 1인분 4,500원.

일정별 길라잡이

일정짜기
강원도 남부 오지 고을인 ‘영평정’은 접근로에 따라 여행 동선이 여러 가닥으로 잡힌다. 여기서는 일반적인 여행 코스인 영동고속도로로 접근해서 평창~정선~영월을 순서대로 둘러보는 코스를 소개한다.

당일  몇 년 전 영동고속도로가 확장되고,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당일로도 일정을 잡을 수 있지만 자칫하면 수박 겉핥기가 될 수 있다. 영동고속도로 장평 나들목~이효석 생가~영동고속도로~진부 나들목~아우라지~정선장~점심(곤드레비빔밥·콧등치기국수)~동강(가수리·운치리·고성리)~신동면~38번 국도~영월~청령포~장릉~저녁(보리밥·다슬기탕)~38번 국도~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귀가.

1박2일  영동고속도로 장평 나들목~이효석 생가~점심(메밀국수)~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여량 아우라지~정선장~숙박(동강 가수리·운치리·고성리 등)~신동면~38번 국도~영월~봉래산 조망~청령포~장릉~점심(다슬기탕·보리밥)~59번 국도~선돌기암~88번 국지도~선암마을(한반도 지형)~주천면 섶다리~중앙고속도로 신림 나들목~귀가.

2박3일  첫날은 산자락에서, 둘쨋날은 강변에서 숙박하는 것을 추천한다. 영동고속도로 장평 나들목~이효석 생가~점심(메밀국수)~6번 국도~속사~31번 국도~이승복기념관~방아다리약수~한국자생식물원~월정사~상원사~숙박(오대산 민박촌).

이튿날은 6번 국도~진부~59번 국도~아우라지~레일바이크~정선장~점심(곤드레비빔밥)~아리랑 창극 감상~42번 국도(평창 방면)~광하교~동강 숙박(가수리·운치리·고성리·덕천리).

마지막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고성산성 등을 둘러본 뒤 고성터널~신동면 소재지~38번 국도~동강(거운리)~잣봉(어라연) 트레킹 혹은 동강 래프팅~봉래산 조망~영월읍~점심(다슬기탕·보리밥)~청령포~장릉~59번 국도~선돌기암~88번 국지도~선암마을(한반도 지형)~주천 섶다리~요선정~법흥사~88번 국지도~중앙고속도로 신림 나들목~귀가.

>>숙박

평창 지역
  봉평 흥정천 상류에 허브나라농원(033-335-2902)을 비롯해 좋은사람들펜션(033-336-5516), 겨자씨이야기(033-336-3018), 계곡민박(033-336-2881) 등 숙박시설이 많다. 오대산 입구 민박촌에 강원 황토방민박(033-332-6730), 보궁민박(033-332-6616), 자생식물원 방향에 하늘동화펜션(1544-1574) 등이 있다.

정선 지역  여량 아우라지에 옥산장(033-562-0739), 구절리에 고향민박(033-562-5005), 구절민박(033-563-7985) 등이 있다. 가리왕산 입구에 가리왕산휴양림(033-562-5833·www.huyang.go.kr), 수정헌(033-563-8860·www.sujunghun.com) 등이 있다.

동강 지역  상류인 정선 가수리에 향원 황토펜션(033-563-3303), 여유펜션(033-562-5730), 동강쉼터(033-563-4488). 운치리의 상구가든민박(033-378-3738), 수동마을에 동강펜션(033-378-6075) 등이 있다. 덕천리 제장마을에 동강킴스캐빈(033-378-8844), 정희농박(033-378-3838) 등이 있다. 하류인 영월 동강 쪽엔 문산리의 대자연민박(033-375-0819), 삼옥리 그린민박(033-374-4680), 동강의 품속(033-375-8877) 등 민박과 펜션이 많다.

서강 지역  선암마을은 영심이네(033-372-2469) 등 몇 집만 민박을 친다. 남면 북쌍리의 들꽃민속촌(033-372-7007)은 조상들의 옛 생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다. 요선암 부근에 콘도식 민박집인 무릉가족(033-372-6658), 법흥사 입구엔 솔향기(033-374-0177), 정든오토캠프장(033-372-1388~9)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김삿갓 유적지에 김삿갓민박(033-374-9595), 김삿갓펜션(033-374-1660~1) 등 민박과 펜션이 많이 들어섰다.



'풍류, 술, 멋'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호신_지리산 하늘 아래  (0) 2010.11.17
좋은 산 좋은 절  (0) 2010.11.15
가을을 걷다_강길·들길·옛길   (0) 2010.11.09
김학민의 음식이야기  (0) 2010.11.08
스님과 낚시  (0) 2010.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