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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주행 도우미 아이다

醉月 2009. 11. 15. 11:05
로봇 주행 도우미 아이다는 운전자가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고개를 내리고 슬픈 표정을 짓는다. 운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다./미 MIT 제공

표정으로 말하는 '내비게이션 로봇'
美 MIT 미디어랩 연구진 '지능형 주행 도우미' 개발
과속·위반 여부에 따라 다양한 감정 얼굴에 나타내
"사고 예방에 큰 효과 기대"

"좌회전, 우회전, 속도를 줄이세요." 운전자가 잘 아는 길인데도 내비게이션은 아랑곳하지 않고 감정 없는 목소리로 떠든다. 짜증이 날 뿐 아니라 어떨 때는 초보 시절 구박받던 느낌마저 든다. 무미건조한 내비게이션이 사랑스러운 로봇에게 자리를 내줄 날이 머지않았다. 운전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감성'을 가진 로봇이 주인공이다.

윙크하는 주행보조 로봇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미디어랩은 지난달 29일 '감성을 가진 지능형 주행 도우미(Affective Intelligent Driving Agent)' '아이다(AIDA)'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아이다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영화에 나오는 로봇 '월E'처럼 생긴 얼굴에 4개의 관절을 가진 목을 갖고 있다. 로봇은 운전석 계기판에 달려 목을 끄덕이면서 얼굴에 눈동자 모양을 띄워 감정을 표현한다. 길을 잘 찾아가고 있으면 웃음을 짓고, 잘못하면 슬퍼하거나 놀라는 눈 모양이 된다.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기능은 기존 내비게이션에도 있다. 하지만 듣기 싫은 경고음이나 다급한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잘하자고 하는 것이지만 귀에 거슬리면 듣기 싫어진다. 아이다는 대신 깜찍한 표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예를 들어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고개를 떨어뜨리고 슬픈 눈을 한다. 이런 아양이 더 효과적인 것은 어린 딸을 태우고 운전을 해본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지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아이다는 위성항법장치(GPS) 정보를 받아 운전자가 평소에 자주 가는 경로를 파악한다. 만약 가는 길에 사람이 몰리는 행사가 예정돼 있다면 고개를 흔들거나 눈짓으로 다른 길로 가라고 알려준다. 운전자의 기분도 헤아릴 수 있다. 자동차 핸들에 센서를 달아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면 긴장하는 것을 안다.

아우디 자동차의 계기판에 장착된 로봇 주행 도우미 아이다(사진 위). 아이다는 운전자가 아무런 문제 없이 운전을 하면 즐거운 표정을 띠고, 위험상황이면 경고 표시를 한다(사진 아래)./미 MIT 제공

동승자 있는 상황을 모방

로봇이 계기판에 있으면 깜찍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흔히 휴대폰 통화보다 옆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이 운전에 더 방해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는 정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캐나다 윈저대의 크리스 리(Lee) 박사 연구진은 '사고 분석과 예방(Accident Analysis and Prevention)'지에 자동차 운전시 동승자가 있을 때 사고발생률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국 플로리다의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자동차 사고를 분석했다. 그 결과 운전자는 동승자가 있을 때 더 안전 운전을 하며, 동승자의 수가 늘수록 그 효과도 높았다. 따라서 동승자 역할을 하는 로봇 주행 도우미가 일방통행으로 정보를 주는 내비게이션보다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주행 도우미 로봇을 개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다는 MIT연구진과 미국폴크스바겐 전자연구소가 함께 개발했다. 폴크스바겐은 이미 아이다를 자사 아우디 차량에 탑재해 시험 중이다. 일본의 파이오니어는 2006년 계기판 위에 장착하는 키 15㎝의 로봇을 발표했다. 펭귄 모양의 이 로봇은 눈에 달린 LED(발광다이오드)를 깜빡이거나 양 날개를 퍼덕여 운전자에게 신호를 보낸다. 닛산은 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서 자사의 콘셉트카에 이 로봇을 장착해 선보였다.

로봇 주행 도우미의 지능을 높이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유럽의 JAST 프로젝트는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아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로봇을 개발 중이다. 사람이 상대방의 몸짓을 볼 때 뇌에선 그 동작을 따라한다. 이를 통해 상대의 의사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 JAST는 같은 방식으로 로봇이 사람의 의중을 미리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주행 도우미 로봇에 이 기술이 적용되면 사람의 의중까지 파악하는 동승자가 될 수 있다.

인간친화형 자동차 기술로 개발

로봇이 아니더라도 이미 자동차는 운전자의 상태를 파악해 그에 맞는 반응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졸음 방지다. 카메라로 눈동자가 얼마나 자주 오래 감기는지를 파악해 운전자가 졸고 있다고 판단되면 경고음을 내거나 안전띠를 진동시킨다.

하지만 이 경우 눈이 작으면 정확도가 떨어진다. 요즘엔 심장박동이나 체온을 감지해 졸음 여부를 파악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한양대 선우명호 교수는 "운전 습관에 따라 자동변속기의 기어 변속 속도를 달리해 연비를 높이는 기술처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자동차에 다양한 인간친화 기술이 들어와 있다"며 "로봇 도우미 역시 이런 기술의 하나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로봇 주행 도우미 아이다는 운전 중 실수를 하면 슬픈 표정을, 잘 하면 즐거운 표정을 띤다.

위험상황이면 경고 표시가 얼굴에 뜬다. /미 MI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