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못쓰는 나무 ‘친환경 난방연료’ 변신

醉月 2009. 11. 15. 11:06

못쓰는 나무 ‘친환경 난방연료’ 변신

SK임업, 톱밥 형태로 가루 낸 뒤 압축한 ‘우드펠렛’ 화순공장
기름에 비해 난방비 20~30% 절감 효과… 재는 천연거름 재활용

 

작년까지 경영해온 의료기기 제조업체를 그만두고 ‘현역’에서 은퇴한 김용진(65·약돌온열요법연구원장)씨는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 673번지에 자신과 가족이 기거할 2층짜리 황토벽돌집을 지난 9월에 지었다. 그의 집은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문경새재 옛길(예부터 하늘재로 불렸다)가에 위치해 있어 주변 경관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방 2개, 거실, 서재, 부엌 등으로 이루어진 그의 집이 여느 집과 다른 점은 사용하는 난방 보일러가 남다르다는 점이다. 그가 사용하는 보일러는 우드펠렛 전용 보일러로 보일러 전문회사인 귀뚜라미에서 만든 것이다.

▲ 전남 일대 16개 시군에서 가져온 간벌목이 야적장에 쌓여 있다. / photo 이경호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이 보일러는 우드펠렛(Wood Pellet·못쓰는 나무를 톱밥 형태로 가루를 낸 뒤 다시 지름 6㎜, 길이 2㎝ 크기로 만든 나무 연료) 전용 보일러로, 김씨는 전남 화순에 있는 SK임업의 우드펠렛 공장으로부터 우드펠렛을 공급받고 있다. 김용진씨는 “우드펠렛 사용 비용이 기름값의 3분의 2 정도라는 설명은 들었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니 난방비가 절반밖에 안드는 것 같다”며 “이전에 석유 보일러를 사용해 데운 물과 비교해 친환경적(나무를 연료로 사용)이어서 그런지 ‘물의 기운’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드펠렛 1t가격은 39만원으로, 1㎏이 390원꼴. 단독주택 하루 난방에 10㎏(3900원)이면 충분하다. 쓰고 남은 재는 천연 거름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남 일대 처치 곤란 간벌목 활용
톱밥→압축→포장 20분이면 OK


전남 화순군 이양면 오류리 707번지에 자리한 SK임업 화순공장. 공장 부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야적장에는 전남도 일대 16개 시·군에서 보내온 간벌목(나무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사이가 너무 촘촘하게 붙은 나무를 잘라낸 것)이 가득 쌓여 있었다. SK임업 화순공장 박종필 공장장은 “현재 3000t 분량의 나무가 자연건조 중”이라며 “이 정도 분량이면 우드펠렛을 한 달 동안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는 하루에 우드펠렛 30t을 생산하고 있다. 우드펠렛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숲가꾸기 사업으로 발생하는 산림부산물이나 목재가공업으로부터 발생하는 톱밥 등을 이용해 고온·고압으로 압축성형한 친환경 난방연료다. 우드펠렛 2㎏이 석유 1L와 같은 열량을 갖고 있어 현재 기름값 기준으로 난방비용이 기름값의 70~80% 수준이라고 SK임업 측은 설명했다.

SK임업 우드펠렛 화순공장이 가동에 들어간 것은 지난 4월. 못쓰는 나무를 활용해 우드펠렛을 만드는 공장으로서는 가장 앞선 편이다. 이곳 말고도 우드펠렛을 만드는 공장이 두어 곳 더 있지만 그 공장들은 목재소에서 나오는 톱밥을 가져와 우드펠렛을 만드는 수준에 그쳐, 화순공장처럼 못쓰는 원목을 파쇄해 톱밥을 직접 만든 뒤 우드펠렛을 생산하는 곳은 이곳뿐이다.

야적장 옆에서는 집게차가 트럭에 실어온 2~3m길이의 간벌목을 컨베이어에 쉼없이 옮기고 있었다. 컨베이어를 통해 옮겨온 나무들은 우선 파쇄기를 거쳐 3㎜ 이하의 가는 톱밥 형태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톱밥들은 나무껍질 같은 이물질을 제거한 뒤 고온·압축 과정을 거쳐 우드펠렛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 생산공정 끝에서는 냉각기를 거친 우드펠렛이 15㎏ 포대에 자동포장되고 있었다. 간벌목 형태에서 여러 공정을 거쳐 완성품인 우드펠렛으로 만들기까지 20여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SK임업 측은 “톱밥을 고속 건조시키는 톱밥건조기를 자체 기술로 개발한 덕분에 생산속도가 다른 공장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고 말했다.


대부분 농가용 난방원료로 공급
정부서 전용보일러 구입해 지원


현재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는 우드펠렛 대부분은 농가 난방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SK임업의 박인규 전무는 “전용 보일러가 필요한 우드펠렛은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가 위주로 공급하고 있다”며 “전용 보일러 가격이 400만~500만원 안팎으로 비싼 편이지만 정부에서 50~70%를 보조하고 있고, 난방원료인 우드펠렛이 기름에 비해 30% 정도 저렴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기름보다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SK임업은 1t단위(15㎏ 67포대·39만원)로 판매하고 있다.

▲ 지름 6㎜ 크기인 우드펠렛.

지난 4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SK임업의 전남 화순공장은 전남도청의 적극적인 기업유치 의지가 큰 힘이 됐다. 우드펠렛 사업의 관건은 원료인 폐목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외국에서 공짜로 폐목을 들여올 수 있더라도 운반비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에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 따라서 우드펠렛 공장과 가까운 곳에서 나무를 공급받지 않고서는 생산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SK임업 측은 작년 초부터 우드펠렛 사업을 검토하기 시작했지만 원료의 안정적 공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선뜻 사업을 서두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