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말론으로 본 2012년_마야력의 저주? 행성 충돌?
2012년 지구 종말을 다룬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또 다시 종말론이 확산되고 있다.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종말론의 근거는 마야인들이 만든 고대 달력이 서기 2012년 12월 21일에 끝난다는 점과, 명왕성 바깥쪽 케이퍼벨트에 ‘플래닛X’라는 미확인 행성이 존재하며 이것이 2012년 지구와 충돌할 것이란 설이다. 자생 종교인 증산도 역시 시기는 못박지 않았지만 “조만간 천지개벽이 일어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고대 마야력
5126년짜리 달력 2012년이면 끝나 vs 계산상의 한 주기가 돌아간 것일 뿐
지금의 멕시코 일대 중남미에서 BC 300~900년 사이 융성기를 누렸던 고대 마야 문명의 주인공들은 기원전 3114년부터 시작해 총기간이 5126년에 달하는 장구한 달력을 만들었다. 이들은 394년을 한 단위로 삼았는데 그 13번째 단위가 끝나는 때가 서기 2012년(5126-3114=2012년)으로, 이 해에 고대 마야력은 끝이 난다. 종말론자들은 이를 근거로 “2012년 세상이 종말을 고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미국 포츠머스대학의 천문학자 카렌 마스터스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마야 달력의 2012년은 자동차 주행기록상의 ‘9999.99마일’처럼 계산상의 한 주기가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마야인들은 2012년 12월 21일이 세상의 종말이라고 언급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텍사스대학의 마야 비명(epigraphy)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튜어트 박사 역시 “마야는 세상이 종말을 맞는다고 한 적이 없다”며 “그냥 미래 특정시점의 기념일을 적어놓은 것뿐”이라고 했다. 버클리대학 인류학자인 로즈매리 조이스 박사 또한 “마야인들은 아무것도 예언해 놓지 않았다”며 “(2012년은)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되는 새 달력의 시작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은하계 일직선 배열설
은하계 공전축 변해 엄청난 파괴력 vs 근거없는 억측…일직선 돼도 영향 없어
마야 달력에 따르면 2012년 12월 21일, 은하계의 중심과 태양, 지구 등의 행성이 일직선으로 배열된다고 한다. 종말론자들은 “이날 은하계의 공전축이 변하게 되며, 그 파괴력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마야인들이 2만5800년마다 한 번씩 태양과 은하계의 중심이 일직선상에 놓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2012년 12월 21일이 바로 그날”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코넬대학에서 천문학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앤 마틴 박사는 “근거 없는 종말론으로 인해 두려움이 확산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천문학자 필 플레 박사는 “행성이 일직선으로 배열된다고 해서 어떻다는 것이냐”라며 “일직선 배열은 정확히 2012년에 일어나지도 않을 뿐더러 지구에 해를 끼칠만큼 강력한 중력을 일으키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플래닛 X’와 지구 충돌설
지구 지름 4배의 행성 접근 vs 지구에 위협될 만한 접근체 없어
MBC ‘서프라이즈’ 9월 6일자는 일본 고베대학 무카이 다다시 교수를 화면에 담으며 “(명왕성 궤도 바깥쪽에 있다는) 이른바 ‘케이퍼벨트’에 ‘행성 X’라 부르는 10번째 행성이 존재할 것”이라 주장했다. 이 방송은 ‘행성 X’에 대해 “지름이 지구의 4배에 달하고, 질량이 지구의 23배이며, 3600년 주기로 태양을 공전한다”며 “머지않은 시점에 ‘행성 X’가 지구에 근접하거나 충돌할 것이며 그 시기가 2012년”이라고 방송했다.
영국의 일부 타블로이드 신문들도 유사한 내용의 보도를 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와 시카고 트리뷴 등 미국 언론은 “미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한 각국의 천문연구기관에서 지구로 접근하고 있는 소행성을 모두 관측하고 있다”며 “특정 행성이 지구로 접근하고 있다면 당연히 알아차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NASA 데이비드 모리슨 연구원의 견해를 인용해 “과학자들은 지구로 접근하는 물체 중 직경 2마일(3.2㎞)이 넘는 것을 한군데 모아 지도를 그려 놓았다”며 “하지만 조만간 지구에 위협이 될 만한 접근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2029년 지구에 접근하는 아포피스란 소행성이 있긴 하다”며 “하지만 이 소행성은 약 1만8000마일(2만8900㎞)가량 지구를 비껴갈 것이며 크기도 축구장의 2.5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증산도의 천지개벽설
경전에 ‘장차 병으로 세상을 쓸으리라’ 기록
사스·신종플루 등을 ‘천지개벽’ 전조로 여겨
천지개벽(天地開闢)설을 주장하는 대표적 종파는 증산도(甑山道)다. 증산도는 상생(相生)·보은(報恩)·해원(解怨)·후천개벽(後天開闢)·원시반본(原始返本)의 5대 교리를 내세우는 민족의 전통 종교로 “우주는 서로 돕고(相生) 은혜를 갚는(報恩) 관계로 엮여 있으며, 다가오는 후천 시기에 천지개벽(後天開闢)이 일어나 모든 원한을 풀게 되고(解怨), 모든 것이 본래 있던 제자리를 찾게 된다(原始返本)”는 내용을 종지로 삼고 있다.
증산도 경전인 증산도 도전(道典)에는 천지개벽의 시기에 대해 “전에 없던 별놈의 병이 느닷없이 생기느니, 이름 모르는 놈의 병이 생기면 약도 없느니라”면서 “앞으로 시두(時痘·천연두)가 없다가 때가 되면 대발(大發·크게 일어남)할 참이니, 만일 시두가 대발하거든 병겁(病劫) 심판이 난 줄 알아라”라고 교조(敎祖)가 전했다는 내용이 있다. 증산도에서는 이 구절과 함께 “장차 병으로 세상을 쓸으리라”는 구절, 그리고 “괴병이 돌 때는 자다가도 죽고 먹다가도 죽고 왕래하다가도 죽는다”는 구절을 근거로 한때 만연한 사스나 신종독감 등을 ‘천지개벽’의 전조 현상으로 여긴다. 증산도는 “다가올 병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태을주(太乙呪)란 주문을 외워 공력을 키워야 하며 그렇게 공력을 키운 인재들이 새로운 세상을 연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가(道家)의 시각
양(陽)에서 음(陰)의 시기로 넘어가는 때
“우주 기운 따뜻해져 사람들 마음 들떠”
전통적 도가에선 지금의 시기에 대해 양(陽)을 상징하는 ‘건(乾)’에서 음(陰)을 상징하는 ‘곤(坤)’의 시기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해석한다. “남성을 나타내며 상극과 투쟁을 상징하던 ‘건’의 시기에서, 여성을 표상하며 포용과 생산을 의미하는 ‘곤’의 시기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란 것이다. 전통 선도를 연구하는 명지대 김종업 교수는 “‘곤’으로 이행되는 기간 역시 조만간 끝이 나고, 새로운 시기인 ‘인(人)’의 시대로 진입하게 되는데, 그 기준이 되는 시기가 2012년이라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역사적으로 종교는 인간의 공포심에 의거해 포교를 해온 측면이 있다”며 “종말론은 일부에서 제기하는 종교적 해석일 뿐이며, 도가에서 말하는 ‘인’의 시기란 지금까지 잠재해 있던 인간의 의식이 깨어나 창조적 활동이 왕성해지는 쪽으로 우주의 기운이 발하기 시작하는 시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유학자 봉기종 옹은 “우리 선조들은 우주가 움직이는 원리인 천지도수(天地度數)를 살폈다”며 “이에 따르면 지금은 우주의 기운이 따뜻해지는 때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지구온난화가 일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봉 옹은 “기운이 따뜻해짐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이 들뜨게 되고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차분하게 생활하다 보면 차차 좋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인과 종말론
미래에 대한 공포가 종말론으로 구체화, 대세 따르려는 집단심리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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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러스트 한규하
사이버 공간에 종말론이 득세를 하고 있다.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1999년의 종말론이 해프닝으로 끝난 지 그리 오래지 않은데 또 웬 종말론일까? 이번 종말론은 2008년 금융위기 확산 이후 점차 힘을 얻기 시작한 이야기이다. 종말론이라는 극단적인 이야기를 쉽게 공유하는 사회현상 또한 현대인의 심리 특성을 반영한다. 뜬금없이 2012년이라는 시점에 의미를 부여하여 종말론을 만들어내야 하는 역설적 상황은 바로 우리가 경험하는 현재의 혼란을 그대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 혼란은 어제에도 오늘에도 매일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2012년 종말론이 과거와 다른 것은 전방위적인 단서들이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널리 퍼지는 단서들에는 고대 마야의 달력, 노스트라다무스의 새 그림 예언서의 발견, 주역(周易)의 기록, 나아가 21세기의 특성에 맞게 할리우드 영화 시나리오와 유사한 행성 지구 충돌 시나리오도 있다. 수마트라 토바호에 있는 지구 최대 화산이 2012년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 멸망 이야기도 있다.
개인의 불안이 공유되면서 구체적 현실로
거창한 전설이나 과학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런 혼란을 그대로 찾을 수 있다. 최근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신종플루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신종플루 발병자나 이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종말론과 유사한 두려움을 야기한다. 이런 불안한 상태를 경험할 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심리상태를 분명히 더 확인하려고 한다. 아니, 이런 불안을 구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추종하고 따르려 한다. 그렇기에 서로 “종말론에 대해 들어 봤어?” “정말 종말이 곧 올까?”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 종말론은 서로 공유하게 됨으로써 분명한 실체가 있는 사회현상이 된다. 막연한 불안이 구체적인 현실이 되기 시작한다. 현대인의 심리적 특성이 이런 상황을 더욱 패닉 상태로 악화시키고 있다.
절대적 삶의 존재를 기대할 수 없거나 믿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반사적으로 절대적인 죽음의 상황을 가정하는 것, ‘스스로 자신을 확신할 수 없어, 종말론과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자신의 파괴를 기대하는 현대인의 심리’는 분명 역설적 상황이다. 왜냐하면 근대정신이란 바로 절대적인 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존재로 자신을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종말론을 미래로 믿으려는 현대인의 심리 상태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들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자 하는 성향이다.
현재가 이해하기 힘들 때 재난 시나리오 찾아
현대인들의 경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하다.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볼 수 없는 경우라면 미래의 불안은 더욱 증폭된다. 보통 극단적 행동이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우울하고 어두운 성향으로 드러낸다. 또는 상황을 감내하고 견디려는 자책감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낀다. 주어진 상황과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을 맞추면서 그것으로 인정받는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대세(大勢)가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그것이 삶의 목적이 된다. 종말론이 대세라면 그것도 추종하려 할 것이다.
2012년 종말론은 미국발 금융위기와 같은 불안요인이 절대적인 파국으로 진행되다가 점진적으로 상황이 전환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대중들은 자신이 속한 상황이 무엇인지, 또 어떤 일이 왜, 어떻게 일어나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을 때 나름 체계적인 방식으로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을 한다.
레온 페스팅거라는 심리학자는 이런 인간의 일종의 습관적인 행동을 ‘귀인(attribution)’이라 했다. 귀인현상은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지식이나 경험이 더 이상 봉착한 문제를 설명하거나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때 쉽게 나온다. 과거의 경험이나 과거에 축적했던 지식으로는 현재 일어나는 현상을 더 이상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을 때,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가장 분명하고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 최고의 재난 시나리오를 스스로 찾거나 만든다. 스스로 합리적이라 믿거나 현상을 논리적으로 잘 이해하려는 경우 가용한 다양한 정보나 단서들을 활용해 최고의 공포 시나리오를 만들게 된다.
불안 상황에서 자신을 피해자로 여기는 심리
귀인행동은 나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현대인의 습관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발생한 문제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겉으로 뚜렷한 무엇이 눈에 띄지 않을 때 쉽사리 그럴 듯한 원인을 심리적 요인에서 찾는다. ‘내부 귀인’이 일어나는 것이다. 내부 귀인은 사건이나 문제가 바로 자신이 겪고 있는 것이거나, 외부에 분명한 이유가 눈에 띄지 않을 때 일어난다. 하지만 종말론은 외부귀인이다. 작년 미국발 금융위기 상황에서 ‘과거의 위기에 대한 현재의 불안’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을 때 자신의 불안한 감정을 내부가 아닌 외부로 귀인하려는 상황에서 종말론은 힘을 얻게 된다. ‘미래에 대한 공포’가 종말론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종말론을 추종하는 행동은 현대인의 삶의 방식과 비교적 잘 접목될 수 있다. 현대인의 성격은 바로 현실의 지배적 상황에 자신을 맞추려 하며 순응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일이나 인간관계를 항상 상황의 논리에 맞추고 또 그런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고 남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 한다. 상황과 상대에 따라 말과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특정 인물이나 과제에 강한 열정이나 믿음으로 빠져들지는 않는다.
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도 않는다. 단지 일상적이며 규범에 맞는 일들을 무리 없이 수행할 뿐이다. 남들에 비해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왕따가 되는 것을 두려워 한다. 현실적인 삶의 논리에 충실하다.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급작스런 변화이다. 신종플루의 급속한 확산도 이들에겐 종말론의 또 다른 증거가 될 것이다.
대중은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불안한 상황보다 적극적으로 따를 수 있는 분명한 상황 변화를 막연히 기대한다. 구체적 근거를 통해 분명한 미래가 설정되면 대중은 쉽게 추종한다. 이들에게 미래의 불안은 미래가 불안정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대세나 규범, 틀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불안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대부분 자신을 희생자이거나 피해자로 지각한다. 이들이 불안을 이겨내는 방법은 자신의 조상이나 사회적 범주에 속하는 영웅적 인물의 자랑스러움을 통해 대리적 정서를 경험하는 것이다. 대세를 찾고 이를 따르는 한국인의 삶의 방식도 여기에 한몫한다. 종말론은 이들의 마음속에서 막연한 기대로 생겨난다.
/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 교수 swhang@yonsei.ac.kr
과학으로 본 2012년
둘둘 마는 노트북·TV·휴대폰 확산, 유전자 치료로 암·에이즈 정복
‘무선 시대의 시민들은 각자의 수신기를 하나씩 가지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게 될 것이다. 군주, 총리, 외교관, 은행가, 관리, 감독 등은 어디에 있든지 업무를 처리하고 서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은 히말라야 꼭대기에, 다른 사람은 해수욕장에 있더라도 문제없이 회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로버트 슬로스라는 사람이 1912년에 쓴 ‘100년 후의 세계’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로버트 슬로스가 내다본 2012년이 채 안됐지만, 인류는 이미 ‘무선 인터넷’ ‘휴대폰’ 등 문명의 이기(利器)를 갖추고 그가 예측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당시 그의 예측은 동시대인들로부터 황당한 공상 정도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판에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는 핀잔도 들었을지 모른다. 실제 인류는 로버트 슬로스의 예측 이래 1·2차 세계대전과 같은 참혹한 재앙을 겪었다. 그런 세기말적 재앙 앞에서 인류는 세상이 곧 끝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곤 했다.
하지만 인류는 재앙과 어려움을 극복해가며 지금도 꿋꿋이 전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10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 또 다시 종말론에 휩싸인 2012년. 불과 3년 앞의 세상이지만 인류는 그때도 몰라보게 발전한 세상에서 여전히 미래를 개척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이 미래를 점치는 유일한 방법은 그 미래를 직접 만드는 것’이란 말도 있다. 앞으로 3년 이내 세상을 바꿀 과학기술을 통해 2012년을 예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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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지멘스사가 개발한 자동차 가상 체험 시스템. / 영국 플라스틱로직사가 개발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로 만든책. photo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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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초 100메가비트 무선휴대 단말기 보급
인터넷의 폭발적인 보급이 진행 중인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해커로부터 프라이버시와 기밀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이 내년쯤 보급된다. 2013년에는 바이러스를 감지해 백신을 자동 생성하고, 한 선의 광섬유로 매초 1페타(페타는 1000조)비트 이상의 광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 개발된다. 세계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매초 100메가비트의 멀티미디어 무선휴대 단말기도 보급된다.
IT업계에는 이미 상용화된 평판 디스플레이의 뒤를 이을 차세대 전략 제품으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가 등장한다. 구부리거나 둘둘 말 수 있는 특성을 갖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휴대폰, 노트북, 전자책, 전자태그, 벽면 디스플레이 등에 쓰이며 새로운 형태의 첨단 IT기기들이 쏟아질 것이다. 특히 안경이나 콘택트렌즈에 화면을 투영시키는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새롭게 각광받을 것이다. 2013년에는 유기물질이 빛을 내는, 둘둘 말리는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가 새로운 조명원으로 부각돼 형광등 대신 벽을 장식한다. 수은과 납 등 중금속을 사용하지 않는 이점이 있다.
컴퓨터로 3D 지도 보며 교실에 앉아 해외 여행
가상현실 기반의 체험형 학습시스템도 실용화된다. 현실세계의 부족한 부분을 가상세계로 보충해줌으로써 ‘증강된 현실’을 만들어내는 ‘실감형 학습 시스템’이 2012년 실현된다. 예를 들면 교실에서 수업 중인 학생들이 컴퓨터 모니터에 3D로 나타난 뉴욕지도를 보면서 진짜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며 길 안내 표현을 학습하는 식이다. 미국에 가지 않고도 미국의 환경을 체험하며 영어 수업을 받는 시스템이다. 개구리를 해부하는 과학실습 시간. 진짜 개구리는 없다. 가상현실시스템으로 구현한 개구리는 실물과 다를 바 없고, 개구리 심장 박동이 실제처럼 손끝으로 전해진다. 야외나 섬 혹은 바다로 나가지 않고도 그곳에서와 똑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증강현실 기술’은 미래를 이끌 10대 혁신기술 중 하나다.
C형간염 백신 개발…날씨도 마음대로
아직 뛰어난 치료제가 없는 C형간염 백신. 현재 전세계 대형 제약회사가 모두 덤벼들어 30여 가지 C형간염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단일 의약품목으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분야다. 특히 서구에는 C형간염 환자가 B형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아 C형 백신 개발자는 돈방석에 올라앉을 수 있다. C형간염 바이러스의 경우 변이가 워낙 심해 백신 개발이 쉽지 않은 실정이지만 제약업체들이 강력한 개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2011년쯤 백신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엘니뇨, 라니냐 등으로 인한 기상이변이 보여주듯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와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심각한 상태다. 이와 관련 과학자들은 지구로 쏟아져오는 태양빛을 아예 우주에서 쫓아버리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우주 밖에 거대한 거울을 쏘아올려 태양빛을 반사시켜 버리겠다는 것. 일부에서는 아예 이 에너지를 모아 지구로 보내 에너지원으로 쓰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여러 종류의 대기대순환모델(GCM·Global Climate Model·전지구기후모델)을 개발해 우리나라 1개 도(道)만한 지역의 기후변화를 수개월 전부터 예측하고 있다. 2012년이면 이 모델을 이용해 동북아를 오염시키는 황사의 이동경로 모니터링 기술이 실용화되고 2013년이면 태풍을 약화시키거나 해류를 제어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인류가 날씨를 바꿈으로써 자연재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맛 거의 안 변하는 김치통조림 등장
김치 장기보존 기술은 우리나라의 토종 기술이지만 일본이 호시탐탐 공략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분야다. 김치는 상온에서는 3~4일만 넘겨도 신맛을 내는 등 보존이 가장 어려운 식품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미국, 동남아 등 원거리 수출에 장애가 되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통조림처럼 1년 이상 같은 맛을 유지하는 김치보존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압력을 가해 탄산가스를 넣어주고 전기장을 걸어줌으로써 상온에서도 1개월 이상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이 3년 안에 상용화될 전망이다. 장기보존 기술이 나온다면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라이프사이언스 분야에서는 21세기 의료시장을 가장 크게 잠식할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 치료가 뜬다. 특정 유전자를 조합시킨 운반체유전자(벡터)를 환자의 몸에 주입하고 벡터에 의해 환자의 세포로 유전자를 운반시키는 방법이 등장한다. 미국의 경우 이미 200여 병원에서 5000여명이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질병 관련 유전자 치료에 이용되는 벡터 중 상당수는 특허가 난 상태다. 유전자 치료 대상으로는 효과적 치료법이 없는 유전병과 암, 에이즈가 검토되고 있어 2013년경에는 불치의 병으로 알려진 에이즈와 각종 암 치료제가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때가 되면 너나 없이 가입하고 있는 암보험이 쓸모없어지지 않을까.
수소차 질주… 휴대용 통역기 등장, 영어 걱정 끝?
논란이 되고 있지만 검증을 거친 유전자조작 식물이나 동물들이 식량문제를 해결해 줄 가능성도 높다. 수퍼벼, 수퍼밀, 수퍼옥수수, 수퍼돼지 등이 굶주린 8억명의 인구를 배고픔에서 해방시켜줄 것이다. 2010년경에는 화학살충제나 화학비료 대신 인체에 영향이 없는 생물살충제와 생물비료가 등장한다.
2012년경 수소연료전지차가 실용화된다. 웬만한 거리에는 연료전지 자동차가 가득하고, 웬만한 주유소에서 수소에너지를 충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연료전지 자동차와 함께 2013년에는 자동운전 시스템이 실용화된다. 보다 성능 좋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개발되면 전기차의 대중화도 빨라질 수 있다.
2012년에는 분명 지금과 다른 뭔가가 기다리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어딜 가도 휴대용 통역기만 차고 다니면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는 꿈의 현실이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운명의 해 2012년 한반도·세계 격랑 속으로
고대 마야인들이 기원전 3114년 만든 ‘마야달력(Mayan Calendar)’이 서기 2012년에 끝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012년 세상이 멸망하는 것 아니냐”는 지구종말론이 또 다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이같은 종말론에 대해 일부에선 “명왕성 바깥 쪽 케이퍼벨트에 있는 미확인 행성 ‘플래닛X’가 지구에 충돌해 인류가 멸망할 것이며, 그 시기는 2012년이 될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이같은 종말론은 차치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2012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환경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2012년은 한반도 전시작전통제권이 전환되고,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는 해이다. 이 해에 우리나라는 4월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온 나라가 선거의 격랑에 휩쓸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은 2012년 김일성 출생 100년(4월 15일)이자 김정일 출생 70년(2월 15일)을 맞는다. 북한은 이 해 1월 1일을 기해 ‘다른 나라와 독자적으로 맞설 수 있는 군사·경제력을 갖는다’는 의미의 소위 ‘강성대국 진입’을 선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관측통들은 “북한의 ‘강성대국’은 사실상 핵무기의 개발과 장거리 운반수단의 확보를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남·북한이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되는 2012년엔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도 적잖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3월엔 러시아 대선이 예정돼 있어 푸틴의 재집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9~10월엔 중국 18대 공산당대회가 예정돼 있어 후진타오 주석의 후임을 선발하게 된다. 미국 역시 11월에 대통령 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런던올림픽(7월), 여수세계박람회(5월)와 같은 굵직한 국제행사들도 이 해에 실시된다. 이제부터 불과 3년 뒤인 2012년. 이 해에 우리가 겪게 될 격변의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짚어봤다.
- 운명의 해 2012년 한반도·세계 격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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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미국 대통령 / 푸틴 러시아 총리 /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2012년 한국
4월 11일
19대 국회의원 선거… 재외국민 첫 투표권 행사
2012년 총선은 4월 11일로 예정돼 있다. 19대 국회를 구성할 2012년 총선의 변수 중 하나는 ‘재외국민’이다. 지난 2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무려 287만에 달하는 전체 재외국민 중 230만명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30만표는 전라북도 전체 인구(200만)를 웃도는 엄청난 수치로, 벌써부터 한나라당이 소속의원 113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재외국민특위를 만들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야당이 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외국민이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2012 총선을 겨냥해 야권은 ‘반MB 연합’의 기치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권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공적’을 내세워 집권을 연장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살리기, 4대강 정비사업 등 경제적 이슈와 함께, 북핵문제와 통일문제 등 굵직한 이슈들이 총선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월 17일
한반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한미연합사령부 해체
평시 작전통제권과 달리,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한미연합사령관이 일원화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도록 돼 있는 것이 현행 지휘체계다. 이 시스템에 변화가 일어나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합동군 사령부가 창설되며,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으로 전환되고, 주한 미군기지가 이전되기 시작하는 때가 2012년이다.
4월 17일 전작권이 전환되고 연합사가 해체되면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직접 책임이 해제되면서, 유사시 한국에 지원될 병력 69만명과 항공모함 전단 5개, 160척의 해군 함정과 1600여대의 항공기 등 전시 증원목록이 자동으로 소멸된다. 또 휴전 당사자인 유엔군 사령부가 병력없는 ‘상징적 존재’로 전락하면서 군사적 불안정성이 가속화될 수 있다.
따라서 재향군인회 등 227개 단체는 2006년 9월 ‘북한핵폐기·한미연합사해체 유보 천만명 서명 추진본부’를 발족해 “전작권 전환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일관되게 “예정대로 2012년에 전환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10월 22일 발표된 41차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11항)은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전략적전환계획(STP)에 따라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한미연합사령관의 보고에 의견을 함께 하고, 2012년 4월 17일 전작권 전환에 대한 양측의 의사를 재확인했다”고 명기, 전작권 전환이 예정대로 이뤄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런 와중에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2만8500명 규모의 주한미군 중 지상병력 일부를 아프가니스탄에 차출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음을 밝혀, 전작권 전환이 되면 ‘우리 안보에 허점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12월 19일
18대 대통령 선거… ‘3김 권력우산’ 벗어던진 대선
2012년 12월 19일로 예정된 18대 대통령 선거는 오랫동안 우리 정치권을 지배해 왔던 ‘3김’의 권력우산을 완벽하게 털어내고 치러지는 대선이다.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헌논의와 행정구역개편 논의, 그리고 약 230만명에 달하는 재외국민 투표의 향방이 차기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7년 선거와 2002년 선거에서 수십만 표 차로 당락이 갈렸던 선례가 있기 때문에, 여야 모두 ‘230만표’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권에선 박근혜·정몽준·정운찬·김문수·오세훈·남경필·원희룡씨 등이 잠정적 대권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야권에선 이회창·손학규·정세균씨 등의 대권 도전이 점쳐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0월 8일 국회 행안위 국감에서 차기 서울시장에 도전할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대권 도전 의사를 확실히 했다. 남경필 의원은 “내가 대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말로 대권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2012년 북한
1월 1일
“강성대국 완성”… 핵무기·장거리 운반수단 확보 주목
‘강성대국’이란 정치구호의 출발은 김정일이다. 1980년 고구려에 대해 “군사적 의미에서 강성대국”이라 표현한 김정일은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자 권력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강성대국’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정치활동을 펼쳤다. 북한 프로파간다를 담당하는 김일성종합대학의 김재서 부학부장은 강성대국에 대해 “국력이 강하고 모든 것이 흥하고 인민들이 세상에 부러움없이 사는 사회주의 대국으로 사상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을 의미한다”고 했다.
북한은 그동안 “2012년 1월 1일까지 강성대국으로 거듭날 것”을 공표하며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왔다. 관측통들은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의 ‘강성대국’은 사실상 핵무기의 개발과 장거리 운반수단의 확보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다. 박세환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은 “사상강국, 군사강국에 이어 경제강국을 완성, 김일성의 유훈인 한반도 적화통일을 달성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는 지난 10월 26일 ‘김정일의 선군정치와 북한경제의 전망’ 토론회를 갖고 “강성대국의 핵심은 경제라 할 수 있다”며 “그런데 북한의 ‘경제부문’은 (목표 달성이) 약간 모호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동규 고려대 교수는 “북한에 핵을 버리라고 하는 것은 정권의 생명을 버리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북한 인권문제를 유엔에 상정하는 등의 방향으로 북핵문제를 전환해 순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4월 15일
김일성 출생 100년… 김정일, 후계자 공식 선언 가능성
2012년 4월 15일은 김일성 출생 100년이 되는 날이다. 북한 관측통들은 김정일의 70번째 생일이 함께 끼어있는 이 해에 김정일 후계구도가 공식적으로 발표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 핵협상을 먼저 마무리한 뒤,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를 공식 선언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과의 핵협상을 성공리에 마쳐 ‘2012년 강성대국의 기치를 마련한다’는 정치적 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 국가정보국(DNI) 산하의 오픈소스센터는 “북한이 장자 세습이란 유교적 전통과 달리 3남인 김정운을 후계자로 정한 데엔, 그가 형들과 달리 외국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어 그의 ‘사상적 순수성’을 선전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며 “후계 구축 작업은 김일성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2012년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2년 외국
미국, 11월 대통령 선거… 오바마 재선? 공화당 정권 탈환?
‘세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미국 대통령이 2012년 11월에 선출된다. 첫 번째 임기를 맡고 있는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도전 여부와 함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출마 여부, 그리고 공화당 후보로 누가 나서게 될지가 관심 대상이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은 지난 10월 15일 미국 성인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 결과를 발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지난 1월 78%에서 56%로 떨어진 반면 힐러리 클린턴 장관에 대한 호감도는 66%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지난 10월 13~14일 “유권자 900명에게 ‘2012년 대선이 오늘 실시된다면 오바마를 뽑겠느냐’는 질문을 던진 결과 4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지난 4월 조사 때보다 9% 낮아진 것이다. 공화당에선 2008년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과 함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팀 폴렌티 미네소타 주지사, 2008년 대선에서 여성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와 주목받았던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 등이 대권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세라 페일린 주지사는 임기를 1년6개월 남겨 놓은 지난 7월 전격 사퇴해 눈길을 끌었다. 워싱턴포스트는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집중하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라며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는 공화당에서 전국적 지명도를 발판으로 지지세를 확산하기 위해 부담스러운 주지사직을 던져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9~10월 18기 당대회… 후진타오 후계자 결정
중국의 대선 격인 제18기 당대회가 9~10월 개최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후임자를 선정하게 된다. 현재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사람은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상임부총리, 그중에서도 시 부주석의 권력 승계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 부주석은 지난 9월 있었던 제17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17기 4중전회) 이후 정협회의에 참석하고, 홍콩과 마카오의 건국기념 60주년 좌담회에 축전을 보낸 데 이어 하얼빈서 열린 ‘과학적 발전관 실천을 위한 좌담회’에서 17기 4중전회에서 채택한 당의 건설정신을 강조해 ‘국가 영도(領導)’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해왔다.
하지만 17기 4중전회에서 시 부주석이 중앙군사위원회부주석에는 지명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홍콩 밍바오(明報)는 21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사례처럼 후진타오가 ‘대권’은 넘겨주더라도 군사위 부주석 자리는 계속 쥐고 있으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같은날 “시 부주석에게 좀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보는 군부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 내부 권력투쟁이 있음을 시사했다. 시 부주석은 지난 2007년 17기 1중전회에서 권력서열 6위로 올라서며 차기 지도자로 부상했다.
러시아, 3월 대선… 푸틴 재집권 여부 최대 관심사
2012년 3월로 예정된 러시아 대선의 관심사는 현 대통령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푸틴 총리와 정면승부를 벌이느냐의 여부. 그동안 차기 출마 여부를 부정하지도 시인하지도 않았던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24일 미국을 방문, 피츠버그대학에서 강연하는 자리에서 “차기 대선에 도전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렇다”라고 명백하게 의사를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메드베데프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1일 블라디미르 푸틴 현 총리가 “2012년 대통령 복귀를 고려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뒤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대통령을 역임하며 ‘강한 러시아’를 추구해온 푸틴은 메드베데프의 정치적 스승이자 사실상의 ‘주군’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푸틴의 재집권 여부다.
이와 관련해 메드베데프는 지난 10월 20일 CNN과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푸틴과 나는 같은 정치세력이며, 누가 대선에 나설지 합의할 것”이라며 “2012년이나 2017년쯤 실제 상황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메드베데프의 이 같은 발언을 놓고 “푸틴과 경쟁하려는 시도”라는 관측과 “러시아에도 민주주의가 있음을 보여주려는 일종의 과시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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