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대잠 대응력 ‘끝판 클래스’

醉月 2020. 3. 25. 18:14

천안함 10주기 전 데뷔하는 호위함, 대잠 대응력 ‘끝판 클래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2018 해군 국제관함식에서 대통령에 대하여 대함 경례 중인 대구함 승조원들. [홍순군 자주국방네트워크 기자]

2018 해군 국제관함식에서 대통령에 대하여 대함 경례 중인 대구함 승조원들. [홍순군 자주국방네트워크 기자]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30분, 백령도 남서쪽 해역의 칠흑 같은 바다를 초계 중이던 우리 해군 초계정 1척이 굉음과 함께 공중에 떠올랐다. 1200t에 불과한 작은 선체는 수중에서 일어난 엄청난 폭발로 인한 버블제트를 견디지 못하고 공중으로 솟구치며 두 동강이 났고 선실 내부는 아비규환(阿鼻叫喚)으로 변했다.

피격된 초계함은 포항급 초계함(PCC) 열네 번째 함인 천안함(PCC-772)이었다. 천안함 피격 직후 해군은 자매함인 속초함과 고속정들을 사건 해역에 급파해 천안함 승조원 구조에 나섰다. 장병 58명이 구조됐지만, 46명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벌써 10년 전 일이 돼버린 천안함 폭침 사건이다.


우리 해군의 제1임무

[자주국방네트워크 홍순군 기자]

[자주국방네트워크 홍순군 기자]

북한 잠수정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에 천안함은 너무나도 무력하게 당했다. 일각에서는 ‘경계 실패’를 주장하며 당시 함장이던 최원일 중령의 처벌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흘러 천안함 성능에 대한 정보들이 하나 둘 공개되면서 경계 실패론은 자취를 감췄다. 그만큼 천안함을 비롯한 포항급 초계함은 초계(Patrol) 임무를 수행하는 군함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열악한 성능을 갖고 있었다.

포항급 초계함의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던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충분치 못한 시대에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건조할 수 있는 군함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우리 해군은 1970년대 후반 국산 전투함 획득 계획을 추진해 1980년 국산 1호 호위함인 1800t 크기의 울산급을 만들어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충분한 수량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그 축소형인 포항급을 개발했다.

울산급과 포항급이 대량배치되던 시기 우리 해군의 제1임무는 해안으로 침투하는 북한 간첩선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대량배치된 한국형 호위함과 초계함은 간첩선을 빠르게 따라잡아 공격할 수 있도록 고속 항해 성능과 다량의 함포 무장을 갖출 것을 요구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시대가 변하고 위협이 다변화하면서 이러한 울산급과 포항급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군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북한의 해양 위협은 수상에서 수중으로 옮겨갔고, 군함을 겨냥한 대함미사일 보급이 늘면서 군함의 대잠(對潛)·대공(對空) 능력 강화가 요구되기 시작했다. 이에 해군 내에서도 1990년대 후반부터 울산급 호위함과 포항급 초계함을 개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 두 가지 군함의 대잠·대공 능력은 현대전을 치르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열악했기 때문이다.

울산급 호위함에는 PHS-32 모델, 포항급 초계함에는 AN/SQS-58 모델 수중음파탐지기(Sonar·소나)가 장착돼 있다. 다양한 소나체계 가운데 가장 저렴한 제품군에 속하는 이들 소나는 현 기준에서 군용 소나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낮은 성능을 갖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반도 근해, 특히 서해는 소나로 잠수함을 찾기 매우 어려운 수중 환경으로 악명이 높다. 소나는 음파를 이용해 수중 물체를 감지하는데, 이 음파는 매질(Transmission Medium)의 특성에 따라 그 전달 특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전달 특성이 달라진다는 것은 물속을 오가는 음파가 왜곡 또는 소실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최저 수준의 대잠 장비

[해군본부 제공]

[해군본부 제공]

서해는 한반도와 중국에서 유입되는 막대한 양의 담수와 생활 쓰레기, 각종 오수의 영향으로 근해 지역 각 포인트마다 매질 특성이 대단히 큰 차이를 보인다. 즉 수중에서 음파의 왜곡·소실·굴절이 빈번하게 일어나 소나로 잠수함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서해에서 적의 잠수함을 잡아내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가진 소나를 다양하게 갖춰야만 한다. 그러나 울산급 호위함과 포항급 초계함에는 가장 저렴한 보급형 소나가 탑재됐다. 천안함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잠 장비가 필요한 해역에 세계 최저 수준의 대잠 장비를 갖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천안함 비극이 있은 지 10년이 된 지금, 해군은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심정으로 준비한 한국형 호위함으로 천안함 같은 구형 전투함들을 착실히 대체해가고 있다. 한국형 호위함 배치(Batch)-1 사업의 결과로 6척의 인천급 호위함(FFG-I)이 전력화됐고, 현재는 인천급을 압도하는 성능을 가진 FFG-II, 대구급 8척이 하나 둘 데뷔하고 있다.

인천급이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과 달리, 대구급은 우리 해군에 전력화되기도 전 해외에서 수출 문의가 쇄도하고 태국과 필리핀이 먼저 도입했을 정도로 우수한 설계를 자랑한다. 특히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제기된 대잠 능력 면에서 상전벽해(桑田碧海)에 가까울 정도의 발전을 이룬 호위함으로 평가된다.

우선 대공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구형 호위함과 초계함의 대공 무장이라고는 보병 휴대용을 가져다 설치한 미스트랄 단거리미사일과 기관포 정도가 전부였지만, 대구급은 현대적인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레이더(AESAR)와 수직발사관에 탑재하는 최신형 함대공미사일 ‘해궁’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 독자 개발한 SPS-550K 대공 레이더는 최대 250km 거리에서 표적을 탐지할 수 있으며, 대구급은 이 레이더와 연동해 사거리 20km급 해궁 함대공미사일로 여러 개의 공중 표적과 동시에 교전할 수 있다.

대구급은 함포 후방 B섹션에 16셀의 한국형 수직발사관(KVLS)을 설치했는데, 여기에는 쿼드팩 방식으로 해궁 미사일을 탑재할 경우 최대 64발을 넣을 수 있고, 홍상어 대잠미사일과 해룡 전술함대지 미사일을 혼합할 경우 해궁 미사일 32발과 홍상어·해룡 각각 4발 등을 탑재할 수 있다. 기존 호위함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화력이다.


정밀도 면에서 우수한 고성능 소나

[해군본부 제공]

[해군본부 제공]

대구급은 기존 한국형 호위함과 초계함의 취약점이던 대잠 능력도 놀라울 정도로 강화됐다. 엄밀히 말하면 대잠 능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설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급은 한국 해군 전투함 가운데 최초로 CODLOG(COmbined Diesel-eLectric Or Gas Turbine)라는 독특한 추진체계를 채택했다. 평시에는 디젤엔진을 가동해 발전기를 돌려 전기모터만으로 항해하고, 고속 모드에서는 가스터빈을 가동하는 방식이다. 최근 많이 보급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승용차가 전기모터로 주행 시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대구급 역시 전기모터로 항해할 때는 소음이 매우 적다. 소음이 적다는 것은 적의 잠수함으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감추는 데 매우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구급은 소나도 크게 강화됐다. 함수에 장착된 SQS-240K 소나는 우리 해군 주력함인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DDG)이나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DDH)에 탑재된 DSQS-21 소나보다 탐지거리와 정밀도 면에서 크게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고성능 소나다. 이상적인 수중 환경에서는 최대 30km 거리에서 적 잠수함을 찾아낼 수 있을 만큼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대구급에는 함수의 선체고정형 소나 외에도 예인식 소나도 탑재된다. 바로 SQR-250K 저주파 선배열 예인소나다. 한국형 구축함에 탑재된 SQR-220K의 개량형인 이 소나는 대구급 호위함이 항해 중일 때 후방에 길게 늘어뜨려 예인하는 방식이다. 접촉면이 넓고 출력도 높아 50~100km 범위의 적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한 탐지 능력을 보유하는데, 이 장비 역시 세종대왕급 구축함이나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에 탑재된 소나보다 우수하다. 

우수한 소나에 적 잠수함이 탐지되면 대구급은 다양한 공격 무기로 타격할 수 있다. 적 잠수함과 거리가 멀다면 와일드캣 해상작전헬기를 발진시켜 청상어 어뢰로 공격할 수 있고, 20km 내 거리라면 홍상어 대잠미사일을 발사해 공격할 수도 있다.

적 잠수함이 SQS-240K와 SQR-250K의 감시망을 뚫고 대구급 호위함에 접근해 어뢰를 발사해도 대구급은 이를 탐지해 대응할 수 있는 SLQ-261K 어뢰음향대응체계(Torpedo Acoustic Counter Measure·TACM)도 갖추고 있다. TACM은 소음을 추적하는 어뢰의 특성을 이용한 기만체로 적 어뢰가 접근하면 수중으로 발사돼 대구급과 같은 음파 특성을 방사하며 적 어뢰를 먼 곳으로 유인해 따돌리는 역할을 한다.


천안함 비극,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

[해군본부 제공]

[해군본부 제공]

대구급이 이처럼 대잠 능력을 강화한 것은 10년 전 천안함의 비극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비 덕분에 신형 한국형 호위함들은 과거 천안함과 같이 적의 기습 공격에 손도 써 보지 못한 채 당하는 불상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대구급 호위함은 1척이 제1함대에 배치돼 작전 중이고, 2번 함 경남함과 3번 함 서울함은 지난해 진수돼 올해 해군에 인도되며, 2025년까지 대구급 호위함 8척이 건조될 예정이다.

해군은 2024년부터 대구급의 개량형인 차기 호위함 배치-3 사업 6척, 2020년대 후반부터 기존 광개토대왕급을 대체하는 차기 호위함 배치-4 사업을 진행해 최소 23척 이상의 신형 호위함을 순차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부디 해군의 건함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돼 다시는 천안함 폭침 같은 비극이 없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