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는 ‘브레인 월드’
감정도 촬영할 수 있나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
Part 1
뇌(腦)! 모든 생각과 감정이 명멸하는 장소
평균 1.2~1.5kg, 커봤자 2kg 안팎(칸트 1.65kg, 비스마르크 1.807kg). 꼬불꼬불 징글맞은 한 움큼의 회백질 고기. 이곳에서 모든 생각과 감정이 태어나고 명멸한다니, 분초를 다투며 아등바등하거나 죽기 살기로 힘들어하던 시간들이 조금은 멋쩍고 허무하다.
뇌는 인간을 생각하고 움직이게 하는 사령탑이다. 뇌 없이는 생존은 물론, 관계를 맺고 창작하는 인간다움도 없다. 단순하게 보면 뇌는 정보를 들여온 뒤 그에 맞는 반응을 내보내는 일을 한다. 외부자극뿐 아니라 배앓이 등의 내부현상에도 적절히 반응한다. 뜨거운 물을 들이키면 “앗, 뜨거”라고 소리치며 얼른 컵을 내려놓고, 창피하면 얼굴을 붉히며 도망가는 것 모두 뇌의 지시에 따른 결과다.
당연하고 간단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뇌에서는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 뇌는 대표적인 복잡계. 계산기처럼 ‘1+1’을 입력하면 2가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복잡다단한 단계를 거쳐 2를 내놓는다. 뇌의 신경세포는 무려 1000억개. 뇌는 이 세포 간 연결 통로인 시냅스의 작동으로 기능한다. 신경세포 하나당 1000개의 시냅스를 만든다면, 모두 100조개의 시냅스가 있는 셈. 이 시냅스는 사용빈도에 따라 생성, 강화, 소멸을 반복하며 뇌 구조를 변화시킨다.
이런 뇌의 정보처리 경험은 기억으로 보관되는데, 이 기억은 다시 뇌의 작동에 영향을 준다. 한 번 배운 수영을 잊지 않거나, 한 번 가본 길을 더 잘 찾는 것은 이 때문. 이 기억정보들은 차곡차곡 쌓여 우리의 능력, 성격, 건강 등을 결정한다. 친구가 공부를 더 잘하고, 내가 싸움을 더 잘하고, 둘 다 성격이 나쁜 것은 사람마다 뇌 작동방식이 달라서다.
욕구의 마그마 ‘변연계’, 컨트롤타워 ‘전두엽’
그렇다면 뇌는 어떻게 생겼을까. 뇌는 크게 대뇌, 소뇌, 뇌간으로 나뉜다. 소뇌는 대뇌의 운동기능을 보충하며, 뇌간은 호흡하고 땀을 내는 등 생존에 필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주름처럼 내부를 둘러싼 대뇌피질과 안쪽 깊숙이 위치한 변연계로 구성된 대뇌는 소뇌와 뇌간이 하는 일을 제외한 모든 인간의 감정 및 인지활동에 관여한다. 대뇌는 정중앙을 기준으로 좌뇌와 우뇌로 나뉘고, 앞쪽에서부터는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 측두엽으로 나뉜다. 전두엽은 앞쪽 뇌, 나머지 부분은 뒤쪽 뇌에 속한다. 뒤쪽 뇌는 시각 청각 촉각 등 감각을 인식하고 저장한다. 이 뒤쪽 뇌는 사람과 동물 모두 발달해 있다. 앞서 말했듯 앞쪽 뇌는 인간다움을 만드는 뇌다. 그리고 측두엽에 있는 변연계에서는 식욕, 성욕 등 욕구가 들끓는다. 전두엽은 뒤쪽 뇌와 변연계에서 들끓는 감각, 욕구들을 파악해 판단한 뒤 적절한 명령을 내린다.
일상의 매초 매분, 어쩌면 삶 전체는 전두엽과 변연계 간 분투의 연속이다. 변연계에서 올라오는 ‘마그마’를 전두엽이 적절히 통제한다. 전두엽이 손상된 치매환자들이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사이코패스도 전두엽의 이상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몇 해 전 4명의 젊은이를 바닷물에 빠뜨려 죽인 70대 살인범도 욕망을 조절하는 전두엽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본다. 극히 일부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뇌 기능을 ‘기자의 하루’를 통해 살펴보자.
Part 2
인생(人生)! 전두엽과 변연계 간 투쟁의 연속
상서로운 빛이 가득한 나무숲에 작은 새들이 날아다닌다. ‘아바타’ 행성에 온 듯 나른하고 달콤하다. 머릿속은 로맨틱하지만 현실에선 짹짹, 새소리 알람이 요란하다. 뒤쪽 뇌로 들어온 소리를 시상이 감지했지만, 아직 대뇌는 아침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숲으로 착각하고 있다. 소리는 모든 감각정보가 거쳐가는 ‘중계소’인 시상을 통해 측두엽에서 해석된다. 우측 측두엽은 음악 운율 뉘앙스 등 비언어적 소리를, 좌측 측두엽은 언어적 소리를 담당한다. ‘이성의 뇌’인 좌뇌와 ‘감정의 뇌’인 우뇌답게 소리도 사이좋게 나눠서 관장한다. 이렇게 모든 의식은 각성(비몽사몽)을 거쳐 인식(아침이 왔다는 사실)에 다다른다.
회사 가는 길. 멀리서 회색 점 세 개가 꿈틀거린다. 시각을 지배하는 후두엽에서 그것들이 ‘새’임을 인지하자 전두엽에서 세 가지 판단이 충돌한다. 눈을 감고 뛰거나, 다른 행인을 기다렸다가 붙어가거나, 샛길로 돌아가거나.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조류공포증이다. 공포증은 해마에 각인된 공포감이 비정상적으로 증폭, 지속되는 현상이다. 측두엽 안쪽에 위치한 해마는 단기기억 저장소다. 해마는 감정과 본능의 저장소인 변연계와 꼭 붙어 있는데, 변연계가 느낀 공포감을 해마가 기억해 같은 상황이 오면 적절히 대비하도록 한다.
가짜웃음과 진짜웃음의 차이
기억 기제는 학설이 분분하지만, 기억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이 반복적으로 오가면서 새로운 기억이 구성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런 단기기억이 반복되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 뒤쪽 뇌에 저장된다. 주소, 이름, 가족 등 핵심정보는 모두 장기기억으로 넘어간다. 뇌는 감미로운 음악, 맛난 케이크, 쌀쌀한 날씨 등 사소한 정보들을 받아들이지만 전부를 기억하진 않는다. 해마는 꼭 필요한 것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잊도록 진화했는데, 감정을 입힌 정보를 더 오래 담아둔다. 시험 전날에 외운 내용이나 좋아하는 선생님의 과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이유도, 인생의 최악과 최고의 순간을 평생 잊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뇌과학’ 관련 취재를 위해 만난 모 선생님. 내용이 어려워 머리에서 김이 난다. 용량이 부족해 전전두엽 바깥쪽 면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은 것 같다. 전전두엽은 앞에서 바라볼 때 세 개의 면으로 이뤄져 있는데 아래 면은 충동억제센터, 세로 면은 의욕센터, 바깥 면은 계획센터다. 어떤 일을 계획하고 독창적인 전략을 세우는, 소위 머리 좋은 사람들은 바깥 면이 발달해 있다. 의욕 없고 잠만 자는 ‘귀차니스트’들은 세로 면이 부실한 사람들이다.
내용이 어려우니 농담도 즐겁지가 않다. 그래도 예의상 입꼬리를 올리는데 표정이 영 부자연스럽다. 진짜웃음과 가짜웃음은 다른 기제를 거친다. 자발적 웃음은 웃음회로를 만드는 기저핵으로 가서 필요한 근육들을 조절한다. 하지만 지시에 따른 웃음은 운동피질로 중계된다. 운동피질은 머리를 빗거나 설거지를 하는 숙련된 움직임에 특화된 곳. 웃음은 수십 개의 근육을 섬세하게 조절하는 고도의 작업이다. 운동피질이 내보내는 웃음은 서툴고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모 선생님이 전두엽을 다친 사례를 들려준다. 50대 회사원인 A씨는 승진 소식에 동료들에게 2차까지 한턱 쐈다. 하지만 3차를 가기 위해 술집 계단을 내려가던 중 굴러떨어져 머리를 다쳤다. 의식은 찾았으나 앞쪽 뇌(전두엽)가 많이 손상됐다. 다행히 뒤쪽 뇌는 예전과 같았다. 하지만 A씨는 회사생활을 할 수 없었다. 방향감각, 계산능력, 기억력은 예전과 같았지만 성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 어딜 가나 ‘양반’ 소리를 듣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막말을 퍼붓거나 욱하며 화내기 일쑤였다. 자신의 의견과 조금만 달라도 감정이 폭발해 욕설을 퍼부었다. 여성에 대한 관심이 지나쳐 식당에 가서도 일하는 아주머니들에게 치근댔다. 예쁜 목소리의 텔레마케터가 전화를 걸어오면 끊지를 않았다. 이는 전두엽 아래 면인 충동억제센터가 손상을 입었을 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절제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감정 충동, 성욕, 식욕이 여과 없이 분출된 것.
취재 후 모 선생님이 추천해준 ‘두뇌 실험실’을 읽다가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다. 예전 미국 드라마 ‘하우스’에서 본 ‘환상사지’ 관련 내용이었다. 극중 하우스 박사는 잘린 왼팔이 여전히 있다고 느끼는 환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이웃에게 이상한 처방을 내린다. 거울상자를 만들어 정상적인 오른팔을 ‘환상팔’이 위치한 왼편에 자리하도록 하자 고통이 말끔히 사라졌던 것. 이는 일종의 트릭이다. 팔이 사라져도 신체감각을 느끼는 대뇌 두정엽은 활동을 계속한다. 없는 팔의 감각을 인지하려니 ‘환상사지’로 나타났던 것이다. 뇌가 거울에 비친 팔을 진짜라고 믿으면서 고통도 사라졌다.
이처럼 대뇌 두정엽 표면은 신체감각을 느끼는 곳이다. 성기, 발, 몸통, 손, 엄지, 얼굴, 입술, 목구멍 순으로 표면마다 느끼는 신체부위가 다르다. 또 각 부위는 민감도가 다 다른데 얼굴과 손, 입술이 민감하고 몸통과 다리는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손, 입술의 움직임과 감각이 예민한 이유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박사는 갈 곳 잃은 팔의 신경말단이 통증을 일으킨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실험을 했다. 팔 하나를 잃은 환자의 눈을 감게 한 다음, 면봉으로 신체 부위를 골고루 자극해 간지러운 부위를 물었다. 환자의 대답은 놀라웠다. 윗입술을 만지니 집게손가락, 아래턱을 치니 새끼손가락을 만진다고 답했다. 손가락과 입술, 턱의 감각을 느끼는 두정엽의 지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팔(손가락도 같이)이 사라지면서 손가락의 감각을 관장하는 신경이 옆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로써 뇌지도는 바뀔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퇴근 후 회식.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달아오르고 눈이 풀린다. 목소리가 커지는 이도 있고 웃음이 많아지는 이도 있다. 술을 마시면 사람들이 좋게는 인간적, 나쁘게는 동물적으로 변하는 이유. 알코올이 전두엽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전두엽이 느슨해진 틈을 타 변연계가 욕구를 충동질한다. 이 요구가 꼭 나쁜 건 아니다. 무서우면 도망가고 배고프면 밥을 먹는 등 자신을 보호하는 구실도 하기 때문이다.
뇌과학, 미래를 바꾸다!
심심풀이라지만 이 ‘뇌 구조도’에는 중요한 이해가 깔려 있다. 바로 한 사람을 결정짓는 게 뇌라는 사실이다. 일반인 사이에서 뇌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풍부해진 것은 최근의 일. 학문의 대상으로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 역시 막 발걸음을 뗐다.
1662년 영국의 신경해부학자 토머스 윌리스가 대학 강단에 섰다. 대뜸 뇌를 꺼내든 그는 쭈글쭈글한 그것이 인간을 꿈꾸게 하고 과거를 기억하게 한다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인간의 영혼이 심장이 아닌 뇌에 있다는 첫 주장이었다. 이후 뇌에 대한 다양한 탐구가 이어졌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살아 있는 뇌를 열어젖혀 실험하는 일이 윤리적으로 불가능했던 것. 하지만 뇌과학계는 영상기기의 발달로 한계를 극복하며 날개를 달았다. 1895년 뇌를 평면으로 찍는 X선이 등장한 뒤, 1972년 뇌의 단면을 볼 수 있는 CT(컴퓨터단층촬영), 75년 PET(양전자방출 단층촬영), 80년대 초 CT보다 해상도가 좋은 MRI(자기공명영상)가 차례로 개발됐다. 그리고 92년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가 개발되면서 뇌과학 발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fMRI는 뇌가 활동하는 동안 소모되는 산소량과 혈류량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특정 행동을 하거나 감정에 사로잡힐 때 활동하는 뇌 부위를 알 수 있다. fMRI 개발 이후 언어, 운동, 감각 등 특정 기능과 관련한 뇌 영역을 보여주는 ‘뇌지도 작성’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1928년 개발된 EEG는 뇌파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영상기기의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
선진국들이 앞 다퉈 뇌과학에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 뇌를 통해 인간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고, 이는 곧 혁명이기 때문일까. 뇌를 이해하면 정신현상은 물론, 각종 불치병에 대한 치료법도 그 실마리를 찾게 된다. 의사들은 알츠하이머, 루게릭, 파킨슨, 뇌졸중, 정신분열증 등을 연구하고 과학자들은 천재의 탄생, 뇌의 세부기능 등 좀더 근본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오늘날 뇌과학은 사실보다 공상에 의지한 초기 연구단계를 통과하고 있다. 뇌와 마음에 대한 거대 통합이론을 제시하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일지도 모른다. 일부 전문가는 뇌의 비밀이 모두 밝혀지면 인간도 로봇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무서운 속도로 뇌가 정체를 드러내고 있음은 분명하다.
의식 너머 잠재의식 자극, 소비자 욕구와 욕망의 블랙박스 열기
누군가 당신에게 “‘아리랑’이라고 할 때 무엇이 떠오르냐”고 묻는다면, 아마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 “한(恨) 같은 정서” 등으로 답할 것이다. 또는 “슬픔이 느껴질 정도로 단아하고 아름다운 한국 여인”이나 “어머니 느낌”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아리랑 할 때 ‘부끄러운 자식’이 떠오르지 않냐”고 묻는다면? 당신의 ‘입’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반박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뇌’는 별 거부감 없이 아리랑과 부끄러운 자식의 조합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뉴로 마케팅 리서치 전문기관 브레인앤드리서치(Brain · Research)가 한 정부 산하기관의 의뢰를 받아, ‘아리랑’에 대한 사람들의 뇌 반응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기법(이하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을 통해 조사했다. fMRI는 뇌세포가 소비하는 혈중산소량을 정밀하게 측정함으로써 뇌의 어느 부위가 얼마나 활성화되는지 보여주는 첨단 기계. 사람의 뇌는 슬픔을 느낄 때와 웃을 때, 만족하거나 거부감을 줄 때, 혹은 기억을 되살릴 때 등에 따라 활성화되는 부위가 다르다.
아리랑과 함께 다양한 자극(부끄러운 자식과도 같은 존재, 대한민국 여권, 어머니, 한, 부채, 태극 문양 등)을 준 결과, 가장 많은 피험자들이 ‘부끄러운 자식과도 같은 존재’를 접할 때 거부감을 드러내는 뇌 부위인 ACC(Anterior Cingulate Cortex)가 가장 적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리랑과 부끄러운 자식의 조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것. ‘대한민국 여권’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당시 조사를 의뢰한 기관은 아리랑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별다른 진척도, 발전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리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알아보면서 뇌 반응을 살피는 뉴로 마케팅 조사를 병행했던 것. 브레인앤드리서치 박정민 비즈니스 사업부 팀장은 “사람들은 아리랑을 접할 때 서글프고, 약하고, 숨기고 싶은 듯한 이미지를 무의식적으로 떠올린다고 볼 수 있다”며 “아리랑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려면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줄이고 여권과 같이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긍정적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뇌 영상 촬영(fMRI), 뇌파 조사(EEG·Electro EncephaloGraphy), 시선 추적(Eye Tracking), 피부전도도 반응 조사(GSR) 등과 같은 뇌과학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의 뇌세포 활성이나 자율신경계 변화 등을 측정함으로써 소비자 심리 및 행동을 이해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뉴로 마케팅(Neuro Marketing)이 급부상하고 있다.
뉴로 마케팅은 소비자의 뇌를 들여다봄으로써 소비자의 의식 너머, 무의식과 잠재의식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간의 사고는 95%가 무의식중에 발생한다”는 하버드대 제럴드 잘트먼(Gerald Zaltman) 교수의 말처럼, 사람들은 왜 자신이 그 물건을 사려고 하는지, 왜 특정 브랜드에 끌리는지 이유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뇌는 거짓말을 못한다
또 설문조사나 FGI(포커스 그룹 인터뷰) 등에서는 타인을 의식해 속내와 다르게 답하는 경우도 흔하다. 철저한 설문조사 끝에 ‘無섹스, 無루머, 無스캔들’을 표방하며 창간한 모 여성지가 17개월 만에 폐간한 사례에서 보듯, 소비자의 의식과 숨겨진 심리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뇌’는 거짓말을 못한다.
세계 언론에서도 뉴로 마케팅의 잠재력을 인정했다. 2005년 경제전문지 ‘포춘’은 뉴로 마케팅을 ‘미래를 이끌어갈 10대 새 기술’로 선정했다. 뉴욕타임스, 뉴스위크, 비즈니스위크, 포브스 등에서도 다양한 산업에서 뉴로 마케팅이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코카콜라, P·G, 유니레버, 로레알, 켈로그, 나이키, 혼다, 다임러크라이슬러, LVMH 등 소비자의 심리가 중요한 소비재 기업들은 뉴로 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뉴로 마케팅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크게 제품 개발, 광고 분석, 브랜드 및 마케팅 전략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제품 개발
뇌는 ‘TN7’보다 ‘K7’에 더 반응한다!
2009년 여름, 기아자동차 브랜드경영팀은 야심작인 준대형 세단 VG(프로젝트명)에 어울리는 이름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당시 기아차는 글로벌 시장 공략의 일환으로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알파뉴메릭(alphanumeric) 방식의 차명을 고심하고 있었다. A부터 Z까지, 1부터 9까지 모든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해보고 사내외 소비자 반응을 조사했다. 기아차 브랜드경영팀 박병윤 이사는 “알파벳마다 풍기는 뉘앙스가 조금씩 달랐다. 또 알파벳과 숫자를 포함해 두 자리로 갈지, 아니면 세 자리로 할지를 놓고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진짜로 소비자들이 어떤 조합을 좋아할지, 궁금하던 찰나에 국내 한 경영 전문잡지에서 뉴로 마케팅이 각광을 받는다는 기사를 접하게 됐다”고 했다.
이후 이 팀은 국내 신경과학 분야의 권위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재승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와 함께 뉴로 마케팅 기법으로 차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정 교수는 한국인 100명과 국내 거주 외국인 100명을 합쳐 모두 2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설문을 실시했다. 알파벳과 숫자의 각종 조합을 보여주면서 호감이 가는 걸 선택하라는 내용. 하지만 이 조사엔 응답자의 답변이 솔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변수가 숨어 있었다. 피실험자들의 조합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굳이 기아차에게 부정적인 답변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 이런 왜곡의 가능성을 걸러내기 위해 설문을 하면서 시선 추적을 병행했다. 이는 피실험자의 시선이 실제 어디에 가장 오래 머물렀는지를 조사하는 기법이다. 마지막으로 fMRI를 통해 피실험자들의 뇌 반응도 측정했다. 즉 설문을 통해 소비자의 ‘의식’을, 시선 추적과 fMRI를 통해 ‘무의식’을 조사한 것.
혁신적이고 고급 이미지 떠올려
이런 절차를 거쳐 선택된 차명이 바로 지난해 말 출시된 ‘K7’이다. 당시 K, T, N, Y, Z 등이 피실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알파벳 후보였는데, 특히 강하고 날렵한 느낌의 K와 첨단 이미지의 T는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다. 일반적으로 대형차급을 의미하는 숫자 7은 행운의 숫자로도 여겨져 대중적 선호도가 높았다. 또 피실험자들은 알파벳과 숫자를 하나씩 배열한 두 자리 조합을(예를 들어 ‘K7’), 알파벳 두 개와 숫자 한 개를 배열한 세 자리 조합(예를 들어 ‘TN7’)보다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여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fMRI 분석 결과에서도 ‘K7’은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선호할 때 반응하는 뇌 부위인 ‘중전두엽’이 매우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승 교수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람들은 ‘K7’이라는 이름에서 세련되고 혁신적이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특히 외국인들의 평가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7’은 출시 두 달 만에 1만여 대가 팔리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렇듯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뇌 반응을 측정해 제품의 이름은 물론 디자인이나 성능 등에 반영하는 사례가 많다. 일본 혼다사는 뉴로 마케팅을 활용해 정면에서 보면 화가 난 사람의 얼굴 같은 디자인의 오토바이를 개발해 주목받았다. 사람의 뇌에는 얼굴을 인식하는 신경회로가 있어 얼굴과 유사한 형태에 특별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활용했다. 독일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남성 고객이 선호하는 차종을 파악하기 위해 뇌 사진을 찍었더니, 젊은 남성들의 경우 일반 승용차보다 스포츠카를 봤을 때 쾌락 중추가 더욱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니레버는 에스키모를 타깃으로 한 아이스크림 개발에 뉴로 마케팅을 활용했다. 에스키모는 추운 지역에 살기 때문에 아이스크림보다 초콜릿을 더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뇌 반응을 분석한 결과 초콜릿바 아이스크림이 그냥 초콜릿보다 더 본능적 만족감을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광고 분석
뇌는 ‘김태희’만 기억한다!
톱스타 김태희의 귀엽고 섹시한 춤으로 화제를 모았던 한 휴대전화 광고. 하지만 효과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이 광고는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다. 사람들이 김태희의 얼굴과 몸매만 쳐다봤기 때문이다. 브레인앤드리서치가 광고를 보는 동안 시청자의 시선과 뇌파, 피부전도도 반응 등을 측정한 결과, 시선은 모델에 약 80% 집중됐고 제품이나 브랜드, 메시지 등에는 거의 가지 않았다(시선분포 비율 그래프 참고). 감성 반응 역시 모델이 출연할 때 강하게 나타난 반면, 제품이 나왔을 때는 미약하게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미녀 스타를 기용한 광고에서는 흔히 나타난다. 샤라포바 같은 미녀 스포츠 스타의 경우, 옷과 모자에 부착된 브랜드 인지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브레인앤드리서치가 샤라포바와 윌리엄스의 테니스 경기를 관람하며 시선추적 테스트를 시행했는데, 샤라포바의 경우 피험자의 시선이 얼굴에 과도하게 집중돼(74%) 브랜드 인지율이 떨어지는 반면 윌리엄스는 시선이 브랜드를 포함해 고루 퍼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광고 모델이 누구였는지는 알겠는데, 무엇을 광고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흔히 하는 말이 사실임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셈.
최악의 광고는 공포와 불안 유발하는 것
최근 fMRI를 통해 광고 효과를 분석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미국에서만 1억명, 전 세계적으로 2억명이 생중계를 시청하는 ‘슈퍼볼’(북미 미식축구 리그의 챔피언을 가리는 경기) 막간 광고의 단가는 천문학적 수준이다. 폭스 방송의 30초당 광고 단가는 25억원, 1초당 약 8500만원이 소요된다. 이렇듯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광고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의 프리드먼 교수팀은 10명의 실험자를 대상으로 2007년 슈퍼볼에서 방영된 33가지 광고를 시청하게 한 뒤 fMRI로 뇌 반응을 분석했다. 그런데 대부분 광고가 오히려 ‘고통의 중추’를 활성화해, 제품에 대한 호감도를 전혀 높이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인간의 공포나 불안 등을 담은 광고는 최악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쾌락 중추를 활성화한 건 20% 미만에 불과했다.
최근 ‘뇌과학과 경영의 만남-뇌과학 활용 마케팅’ 보고서를 낸 삼성경제연구소 한일영 수석연구원은 “광고 효과 측정은 물론 광고 시안이나 위치, 크기, 빈도 등을 결정할 때도 뉴로 마케팅은 많이 활용된다. 즉 다양한 광고 시안을 보여준 후 피실험자들의 뇌 반응을 측정해 어떤 것이 가장 강렬한 반응을 보이는지 측정하고 이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또 fMRI를 통해 노골적으로 성을 묘사하는 것보다 은근히 신체 부위를 암시하는 광고가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고려대 심리학과 성영신 교수팀이 성적 광고 사진 100장을 △명백하게 성행위를 묘사한 것 △명백하게 신체 부위를 노출한 것 △성행위를 암시한 것 △신체 부위를 암시한 것 등 4개 그룹으로 나눠 피실험자들에게 보여주고 뇌의 반응을 관찰했다. 그 결과 사람들을 가장 몰입하게 만든 것은 은유적으로 신체 부위를 노출한 광고였다. 이 광고를 봤을 때 전두엽과 함께 성적 흥분을 담당하는 영역인 뇌섬엽이 가장 활성화됐다.
자극이 반복되면 ‘지른다’!
연구팀은 MP3 플레이어, 섹스 앤 더 시티 DVD, 고디바 초콜릿, 스탠퍼드대 티셔츠 등과 같은 물품을 보여주고 fMRI로 뇌 영상을 촬영했더니, 쾌락 중추인 ‘대뇌 측좌핵’이 활성화됐다. 그리고 제품 가격만 보여줬을 땐 고통 중추인 ‘뇌섬엽’이 활성화됐다. 마지막으로 제품과 가격이 함께 있는 사진을 보여줬더니 쾌락 중추인 대뇌 측좌핵과 고통 중추인 뇌섬엽과 함께 판단, 사고를 관장하는 ‘전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됐다.
이때 물건을 구매하겠다고 한 사람에게선 쾌락 중추가, 구매하지 않겠다고 한 사람에게선 고통 중추가 더 활성화됐다. 또 자극이 반복될 경우 쾌락 중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밝혀졌다. 실제로 제품 이미지를 반복해서 보여줬을 때 처음엔 제품을 사지 않으려고 했던 피실험자의 87%가 제품을 사겠다고 뜻을 바꿨다. 즉 같은 제품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홈쇼핑 광고는 충동구매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한편 신용카드를 쓸 때 과다하게 지출하는 이유도 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신용카드처럼 돈이 나중에 빠져나가는 지불 수단은 당장 돈이 없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고통의 중추인 뇌섬엽이 상대적으로 덜 활성화된다. 그래서 전전두엽의 피질은 지출을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 및 마케팅 전략
뇌는 ‘삼성 치약’을 싫어한다!
‘삼성 치약’에 어떤 느낌이 드는가? 매우 어색하면서도 조화롭지 않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브레인앤드리서치가 IBM과 자동차, 농심과 라디오, 삼성과 음료수 등 기업 이미지와 그 기업과 전혀 상관없는 제품 이미지를 함께 보여주고 fMRI를 통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뇌 부위인 ACC가 얼마나 활성화되는지 조사한 결과, 삼성의 활성화 정도가 가장 큰 것으로 밝혀졌다. 즉 ‘삼성 치약’ ‘삼성 음료수’와 같은 말을 사람들은 무척 거슬려 한다는 것. 그만큼 삼성은 브랜드를 확장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제품 자체가 아니라 제품의 브랜드가 소비자의 뇌에 어떤 반응을 주는지 분석해 브랜드 및 마케팅 전략에 반영하기도 한다. 흡연자들은 ‘말을 탄 카우보이’(말보로)나 ‘사막의 낙타’(카멜) 이미지만 봐도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는 게 외국 연구진의 fMRI 분석 결과 밝혀졌다. 특히 ‘말보로’ ‘카멜’ 등의 로고가 없이 이미지만 있을 경우 쾌락 중추가 더욱 강하게 활성화했다. 이렇게 확실한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회사의 경우 별다른 설명 없이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소비욕구를 높일 수 있다.
매장의 상품을 어디에,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서도 판매량이 달라질 수 있다. 마트에 들어서면 소비자의 약 70%는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길을 선택하게 된다. 운동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우뇌보다 좌뇌에 더 많기 때문. 좌뇌는 오른쪽 신체를 담당하기 때문에 발은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꺾인다. 즉 중앙 통로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45도 꺾어진 방향에 매장의 주요 제품을 놓으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 허웅 소장은 “주부 소비자 상당수는 세탁기를 볼 때 ‘용량’ 표시를 가장 유심히 본다는 걸 시선 추적 결과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즉 주부 소비자들은 세탁기를 선택할 때 디자인이나 여타 정보보다 용량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 따라서 판매원들이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세일즈하면 좋은지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지난해 11월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에서 발행된 ‘소통의 내비게이션, 뉴로 마케팅’ 보고서에 따르면 할인가격표는 파란색보다는 빨간색을 사용해야 효과가 좋다. 빨간색 가격표는 소비자에게 가격 파괴의 기대를 줘 해당 가격표에 시선이 고정되는 효과를 유발하기 때문. 또 한정수량, 한정판매 등 특정한 조건을 걸면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탐욕스러워진다.
뉴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의 생각을 완벽히 읽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뇌 영상 촬영, 뇌파 조사, 시선 추적 모두 뇌의 흥분 상태나 각성 정도만 알려줄 뿐, 그 사고 내용은 알 수 없다. ‘시골의사’로 알려진 박경철 씨는 “뇌의 부위와 인간의 감정을 연결하는 건 아직까지는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복잡다단한 사람의 심리를 신경 자극만으로 읽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또 소수 피험자에게서 나온 지엽적인 결과만 가지고 소비자 심리 자체를 조작할 가능성도 있다. 뇌의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뇌의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성영신 교수도 “뇌를 완벽하게 읽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뉴로 마케팅은 기존 조사 방법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설문과 FGI 등 기존 마케팅 조사 방법을 하면서 뇌 영상, 뇌파 조사, 시선 추적 등 뉴로 마케팅을 접목해야 한다는 것. 이들을 통합해 살펴보면 각각의 정보가 개별적으로 줄 수 없는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
뇌과학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우리의 뇌과학이 알아내지 못한 부분이 알아낸 부분보다 훨씬 크다. 그렇기에 뉴로 마케팅은 온갖 논란에도 ‘뇌’라는 거대한 욕망의 ‘블랙박스’를 읽는 수단으로 각광을 받을 것이다.
돈을 잃으면 더 공포
멀쩡한 주식을 팔아버린 건… 바로 뇌!
‘머니 앤드 브레인’(까치)의 저자 제이슨 츠바이크는 책에서 “돈을 잃으면 뇌 전두대상피질의 신경세포 38%가 켜졌으나 같은 액수의 돈을 벌면 13%만 작동했다”고 했다. 미국에서 기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높으면 주가는 1% 오르지만 예상보다 낮으면 3.4%나 하락한 것도 사람들이 부정적인 소식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머니 앤드 브레인’에 따르면 뇌의 각 부위에서 일어나는 경제적인 판단은 아래와 같다.
①전전두엽 장기투자 계획을 짬
②전두대상피질 돈을 딸 때보다 같은 액수의 돈을 잃을 때 더 민감하게 반응
③측위신경핵 큰돈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엄청나게 흥분해 침착하게 기다리지 못하게 함
④도파민(뇌 속 신경전달물질) 도박에서 느끼는 쾌감을 마약 중독에서 느끼는 쾌감과 비슷할 정도로 전달해 도박에 중독되게 함
⑤편도체 주가가 폭락하면 공포감에 휩싸여 “당장 주식을 팔아치우라”고 명령
· 좌반구 주식시장에서 없는 패턴도 만들어내 돈을 벌 수 있다고 자신함
· 해마상융기 돈을 잃었던 것보다 벌었을 때의 기억을 오래 기억해 돈을 잃어도 계속 투자하게 만듦
· 뇌섬엽 돈을 잃었다고 인정하면 매우 고통스러운 기분이 들게 해 손절매를 하지 못하게 함
남녀 뇌 구조 선천적 vs 사회조건화 과정
# 미술관에 간 男女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에서 예술작품을 보는 남녀의 뇌를 관찰했다. 그 결과, 남성은 오른쪽 두정엽만 움직인 반면 여성은 좌우 뇌를 모두 활용했다. 연구팀은 “여성은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감상을 다른 경험이나 생각과 연결짓는 반면, 남성은 작품 자체에만 주목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쇼핑하는 男女
독일 님펜부르크대에서 쇼핑하는 남녀를 연구했다. 1/10초 단위로 시선을 포착하는 장비를 사용해 무의식중 눈길을 주는 방식과 머무는 곳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여성은 물건 하나하나를 세심히 관찰한 반면 남성은 진열대를 한 번에 스윽 훑어봤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좌뇌와 우뇌의 소통이 더 원활한 여성이 세심한 구매행동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남녀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우리도 직관과 경험으로 이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정색하고 입 밖에 꺼내는 사람은 드물다. 일상 대화에서 ‘남녀 어쩌고’를 문두에 붙이는 것과 공식적으로 차이를 지지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 2005년 성차별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하버드대 로렌스 서머스 전 총장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당연히 남녀 차를 연구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남녀의 유전학적 뇌 차이를 연구하는 옥스퍼드대 앤 무어 박사는 저서 ‘브레인 섹스’에서 “정치적 압력으로 연구를 포기하는 학자가 많다. 하지만 경계해야 할 것은 왜곡된 해석이지 과학적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책의 역자인 한국상담대학원대 곽윤정 교수는 “한국은 보수적 분위기가 강해 남녀의 뇌를 연구하는 학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남녀의 뇌에 대한 호기심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시작은 다소 우스꽝스러웠다. 19세기 독일의 한 과학자는 남녀 뇌의 둘레를 측정해 여성을 ‘작은 남성’ ‘고릴라’에 비유했다. 여성의 뇌는 남성의 뇌보다 9%가량 작은데, 뇌의 크기와 지적 능력이 비례한다고 생각했던 것.
임신 6~7주차 남성호르몬이 성별 결정
하지만 최근 뇌과학의 진전으로 남녀의 뇌에 대한 연구도 날개를 달았다. 남녀가 다른 원인은 뇌에 있다. 연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성별에 따른 행동의 차이는 사회적 조건화의 과정이라는 입장과 팽팽히 맞선다. 학계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내용을 중심으로 남녀의 뇌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봤다. ‘브레인 섹스’(앤 무어, 데이비드 제슬/ 북스넛),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루안 브리젠딘/ 리더스북)과 한국상담대학원대 곽윤정 교수, 연세대 의대 신경과 남효석 조교수 등의 조언을 참고했다.
남녀 간 생물학적 차이는 어떻게 시작될까. 과학자들은 생쥐와 붉은털원숭이 등 동물실험을 통해 임신 6~7주차에 성별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성별은 유전자와 호르몬의 조합으로 결정된다. XY 유전자를 지닌 태아라도 이 시기에 남성호르몬에 노출되면 남성적 성향이나 남성의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호르몬에 노출되는 정도. 호르몬의 농도와 분비되는 시기에 따라 여성적 남성 뇌, 남성적 여성 뇌 등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뉜다. 동성애 성향도 이 시기의 호르몬 투입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여기에 교육과 환경 등 사회적 조건이 더해져 한 사람의 성격과 인지능력이 결정된다.
이렇게 성별이 갈린 뇌는 호르몬 분비가 왕성한 사춘기를 거치면서 여성성과 남성성을 더해간다. 자리를 잡은 남성과 여성의 뇌는 다른 구조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뇌는 여성보다 백질이 두껍다. 이는 남성의 뇌가 정보전달을 더 쉽게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좌뇌와 우뇌 사이의 뇌량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두껍다. 그래서 남성은 양쪽 뇌의 기능이 특화된 반면, 여성은 양쪽 뇌가 통합적으로 기능한다. 예술작품을 감상하거나 쇼핑할 때 남녀 행동이 다른 것도 이런 좌뇌와 우뇌의 관계에서 비롯한다.
이런 뇌 작동의 차이는 현실에서 생각과 행동의 차이로 이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간지각능력과 언어능력의 차이다. 공간지각능력은 남성이 더 뛰어나다. 남성은 좌뇌와 우뇌가 분리돼 한쪽이 일하는 동안 다른 활동이 간섭하지 않는 반면, 양쪽 뇌가 원활히 소통하는 여성의 뇌는 여러 일을 동시에 수행한다. 언어능력은 여성이 더 뛰어나다. 여성은 문법과 쓰기 등 언어기능을 모두 좌뇌에서 담당하지만, 남성은 앞뒤에서 골고루 관여한다. 그래서 남성은 언어활동을 할 때 여성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성의 육감은 실질적 감각
‘좌뇌의 남성’ ‘우뇌의 여성’이라는 문구가 알려주듯, 정서에 반응하고 표현하는 능력은 여성이 월등하다. 여성은 어느 쪽 뇌에 전달되든 정서 관련 정보를 인지하지만 남성은 우뇌에 전달돼야만 그것을 눈치챈다. 여성의 정서반응은 양쪽에서 조절하지만 남성은 우뇌에서만 담당하는 것이다. 또 여성은 상대방의 감각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표정과 언어의 미묘한 불일치나 떨림을 귀신같이 알아채 남성을 기겁하게 만드는 여성의 육감은 실제적 감각인 것이다.
이런 구조적 차이와 함께 호르몬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성별을 결정하는 호르몬은 평생 남녀의 몸에 흐르며, 그들의 감성을 조종한다. 여성은 에스트로겐,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는다. 에스트로겐은 관계를 중시하는 여성적 특징을,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적인 남성성을 유발한다. 이 호르몬은 원시시대 때 사냥을 하던 남성과 농사를 짓던 여성의 특징으로부터 유전됐다는 진화심리학적 주장도 있다.
1. 고양이가 작게 우는 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지 않고 당신은 고양이의 위치를 손으로 가리킬 수 있는가?
a. 신경 쓰면 가리킬 수 있다. b. 바로 가리킬 수 있다. c. 잘 가리키지 못할 것 같다.
2. 당신은 처음 들은 노래를 얼마나 잘 기억할 수 있는가?
a. 쉽게 기억하고 일부분을 따라 부를 수도 있다. b. 노래가 간단하고 리듬이 분명하면 기억할 수 있다. c. 잘 기억하지 못한다.
3. 몇 번 만나지 않은 사람이 전화를 걸어왔다. 당신은 그 사람이 신원을 밝히기 전에 목소리를 금방 알아챌 수 있는가?
a.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b. 대체로 알아차릴 수 있다. c.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4. 당신은 결혼한 친구들과 함께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 2명이 비밀리에 부적절한 관계를 갖고 있다. 당신은 그것을 쉽게 알아차리는가?
a. 대부분 알아차린다. b. 대체로 알아차리는 편이다. c.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는 편이다.
5. 당신은 큰 모임에 나가서 알지 못하던 사람 5명을 소개받았다. 만일 다음 날 그들의 이름을 들으면 그 얼굴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가?
a. 대부분 떠올릴 수 있다. b. 몇 명 떠올릴 수 있다. c. 거의 떠올리지 못한다.
6. 초등학교 때 당신은 받아쓰기와 글짓기를 잘하는 편이었나?
a. 둘 다 잘하는 편이었다. b. 둘 중 하나는 잘하는 편이었다. c. 둘 다 잘하지 못했다.
7. 당신은 차를 후진해서 주차하려 한다. 그런데 공간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하는 편인가?
a. 다른 곳을 찾아본다. b. 조심스럽게 후진한다. c. 쉽게 차를 후진한다.
8. 낯선 곳에서 사흘을 보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와서 북쪽을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하는 편인가?
a. 잘 대답하지 못한다. b. 조금 생각한 뒤 정확히 대답한다. c. 바로 정확히 대답한다.
9. 당신은 동성인 사람 6명과 치과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과 얼마나 가까이 앉을 수 있는가?
a. 15cm 이하의 거리 b. 15~60cm의 거리 c. 60cm 이상의 거리
10. 새로 이사 온 이웃집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는데 수도꼭지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하겠는가?
a. 소리를 무시한다. b. 소리를 들었다면 이웃에게 알린다. c.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남성은 a. 10점 b. 5점 c. -5점, 여성은 a. 15점 b. 5점 c. -5점으로 계산한다. 0~60점이면 남성, 50~100점이면 여성에 가깝다. 60점 이상을 받은 여성은 여성에 가까운 뇌를, 50점 이하를 받은 여성은 남성에 가까운 뇌를 가지고 있다.
뇌는 ‘희로애락’ 감정의 중추, 수많은 작동 거쳐 내 반쪽 찾아내
사랑은 가슴으로 할까, 머리로 할까. 당연히 가슴으로 하는 사랑이 더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연인을 보면서 두근두근 설렘의 감정을 느끼는 실체는 사실 가슴이 아니라 머릿속 뇌다. 이상형의 상대를 만났을 때 온통 정신이 나가고 멍한 생각에 빠지는 그 순간에도 뇌는 끊임없이 인식의 저편에서 사랑의 감정을 불러온다. 뇌 과학자들은 사람이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뇌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눈부신 결과물이 쏟아지는 뇌 과학 분야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신뢰할 만한 성과들도 함께 내놓고 있다.
‘뇌가 마음이고, 마음이 곧 뇌’
사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매우 복잡하다. 불안, 두려움, 행복, 불행, 사랑, 쾌락 등 때와 장소와 대상에 따라 다르다. 우리는 오랫동안 뇌가 이성에, 가슴(마음)이 감정에 관여한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뇌 과학의 비약적 발전으로 ‘뇌가 마음이고, 마음이 곧 뇌’라는 사실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감정 또한 1차적 느낌이 아니라, 뇌의 작동으로 걸러져 나온 2차적이면서도 간접적인 결과라고 봐야 한다.
사람의 뇌는 크게 신피질과 변연계, 뇌간으로 구성돼 있다. 신피질은 고차적인 지각과 이성을, 뇌간은 호흡·혈압·체온 같은 생리기능을, 변연계는 감정을 담당한다. 변연계는 뇌의 여러 신경조직이 기능적으로 연결된 둥그런 원형 회로로, ‘감정의 뇌’라고도 불린다. 변연계가 감정을 주관한다는 사실은 쥐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변연계가 손상된 쥐는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 이 같은 결과는 원숭이는 물론, 사람에게도 나타난다.
뇌에서의 정보 전달은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로 이뤄진다. 신경세포는 다음 신경세포로 전기적 흥분을 전달한다. 이 전기신호는 세포막을 따라 ‘축삭’이라 불리는 길게 뻗은 돌기를 향해 빠른 속도로 진행하다가, 축삭의 말단에 이르면 그곳에 저장돼 있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유도한다. 과학자들은 뇌에서 분비되는 200개 가까운 신경전달물질이 감정에 관여한다고 보고 있다.
한 예로, 겨울에 마음이 우울해지는 이유도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 때문이다. 겨울철 잠을 촉진하는 멜라토닌의 분비 시간이 길어지면, 계절정서장애를 겪는 사람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우울증이 나타난다. 뇌 과학자들은 실제로 멜라토닌 분비량의 증가를 우울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최근 뇌 과학은 신경전달물질과 감정의 미스터리한 관계를 하나둘 밝혀내고 있다. 사람이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는 ‘섬엽(insula)’과 전측대상피질, 미상핵과 피각의 활동이 증가하는 반면, 공포를 느낄 때는 편도체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뇌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비슷한 감정이라도 장소, 시간, 대상에 따라 작용하는 뇌 부위가 달라진다는 점도 최근 뇌 과학이 이뤄낸 또 하나의 성과. 예를 들어 스포츠팬이 느끼는 승리의 기쁨을 관장하는 영역은 대뇌 한가운데 측좌핵으로, 성행위나 마약 복용, 흡연을 통해 기쁨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대뇌 아래 변연계와 다르다.
뇌와 감정 사이의 관계가 하나둘 규명되면서 감정이 단지 사람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포유동물과 조류의 뇌에도 변연계가 발달해 있으며, 이 때문에 이들 역시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실제로 놀이 중인 쥐의 뇌에서는 즐겁거나 행복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나왔다. 또한 짝을 잃고 우울증에 걸린 침팬지나 주인을 보고 반갑게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를 보면 동물들도 뭔가를 느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감정은 사람의 생존에 필요한 뇌의 본능작용이나 다름없다. 공포심은 위기를 회피하는 데 필수 요소이며, 가정이나 집단생활에서 느끼는 기쁨과 질투는 조직 또는 사회를 유지하기도 하고 때론 무너뜨리기도 한다.
한 꺼풀씩 벗겨지는 감정의 비밀
그렇다면 과연 사람은 뇌를 이용해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까. 1990년대 미국에서 출시된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은 대표적인 정신질환 치료제다. 이 약물은 시냅스에서 이용하는 세로토닌의 양을 증가시켜 우울 증상을 호전시킨다. 약물에 의해 증가한 세로토닌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는, 이른바 ‘조작된 감정’인 셈. 정신병리학에서는 지금도 약물로 감정조절 분비물질을 제어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한다.
최근 부작용이 있는 약물 대신 음식이나 행동요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로 화가 났을 때 달콤한 초콜릿이나 사탕을 먹거나 명상으로 마음을 조절한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된다. 초콜릿 맛을 느낄 때와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의 뇌 반응은 거의 동일하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에서는 페닐에틸아민, 엔도르핀,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 등이 분비되는데 이들 물질은 주로 자신감과 안정적인 기분, 육체적 쾌감을 가져다준다. 미국 럿거스대 과학자들은 초콜릿을 먹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사랑할 때 분비되는 물질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전통 불교의 좌선이나 인도 수행법인 위빠사나 수련법 같은 명상요법도 감정 조절에 효과가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아일린 루더스 박사팀은 오랫동안 명상을 해온 사람의 우뇌 안와전두피질을 이루는 회백질(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회백색 부분) 부위가 일반인보다 발달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안와전두피질은 오른쪽 눈 바로 뒤에 있는 뇌 영역이며, 감정 변화가 생기거나 식욕이 생길 때 활성화된다. 이 부위에 이상이 오면 강박충동장애나 자폐증이 생겨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 연구진은 20년 이상 명상을 한 사람들이 감정 조절을 잘하는 이유가 수련을 통해 회백질 부위가 발달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뇌 과학이 발전하면서 미스터리한 감정의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이 더 많다. ‘무의식’ ‘자아개념’ 같은 신비로운 뇌의 활동이 어떤 부위의 작용으로 생기는 것인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또 일부 학자는 복잡한 감정을 규명하기 위해선 뇌 연구결과에 대한 지나친 맹신이나 뇌 지상주의적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전적인 뇌신경과학을 맹신해서도, 그렇다고 고전적인 인지심리학으로 회귀해서도 안 된다는 것. 뇌와 마음, 몸을 물리적 별개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얼마 전 감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펩타이드 물질의 수용체가 뇌세포뿐 아니라, 면역계와 온몸의 장기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뇌와 몸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사람의 감정을 구성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고 보면 ‘사랑은 가슴이나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한다’는 말이 일리 있는 듯하다.
뇌 과학 최전선 조장희 소장·오가와 박사 “뇌세포의 언어 연구”
가천의대 한국뇌과학연구소 조장희(74·왼쪽 사진) 소장과 석좌교수 오가와 세이지(76) 박사는 신경과학계의 ‘바이블’로 꼽히는 ‘신경과학(Lippicott Willams · Wilkins)’에서 ‘뇌 활동의 기능성 이미지화를 가능하게 한 과학자’로 소개될 만큼 뇌 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거장들이다.
조 소장은 1975년 뇌 기능 측정기기인 양전자 단층촬영(PET)을 개발했다. 그는 PET와 고해상도 뇌 영상촬영이 가능한 7.0T(테슬라·자기력선속의 밀도 단위)급 핵자기공명영상(MRI)을 결합한 ‘PET-MRI 퓨전영상기기’를 통해 뇌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했는데, 이는 뇌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가능케 했다. 오가와 박사는 1980년대 말 세계 뇌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연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를 개발했다. fMRI를 통한 그의 연구는 뇌의 시각, 청각, 감각 영역을 지도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인지과학’ 분야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1월27일 뇌과학연구소에서 두 석학을 만났다.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오가와 뇌의 ‘세부 기능’을 연구한다. 호불호에 따라 뇌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뇌가 어떻게 파악하는지에 대한 것들이다. 뭔가를 구별할 수 있는 건 작용하는 뇌의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fMRI의 기본 아이디어가 뇌 속 물의 흐름을 보는 것인데, 물이 많이 보이면 활성화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조장희 뇌를 정확하게 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동안 해상도가 떨어져 해마 등 뇌의 세부 부위를 보지 못했지만, 이제는 뇌의 신진대사 과정도 볼 수 있게 됐다. 파킨슨병 환자는 뇌의 흑질 부위가 70% 망가지는데, 이 또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25년간 연구하면서 자장의 세기를 70배로 키워 해상도를 높였다. 앞으로도 해상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다.
뇌의 실체가 파악되고 있는 만큼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도 알려졌나.
조 이제 겨우 실체가 파악됐을 뿐이다. 여태껏 뇌 자체가 세부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기 때문에 기능을 연구할 단계가 아니었다. 그러나 뇌 과학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오가와 박사의 fMRI 연구 덕에 산 사람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게 됐다. 요즘엔 한문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뇌 반응을 살피면서 뇌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
오 fMRI를 활용해 인지과학 분야를 연구하는 곳이 세계적으로 수천 개가 생겼다. 이 연구소들은 심리학, 의학, 사회과학, 언어학 등의 분야를 뇌 과학과 접목해 숨겨진 뇌 기능을 찾고 있다. 인풋에 따라 패턴이 달리 나오는 것을 바탕으로 뇌 신호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연구를 하다보면 언젠가 뇌의 명령구조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오가와 박사는 “뇌세포 간 주고받는 특별한 언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언어를 해독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오 그렇다. 그 코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것이 나의 꿈이다. 그래서 뇌 반응을 연구하는 인지과학에 주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뇌 반응은 워낙 순식간에 복합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측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이러한 테크닉을 측정하기엔 아직 우리의 기술이 너무 부족하다.
조 오감에 대한 뇌의 반응은 그동안 많이 연구돼왔다. 앞으로는 뇌세포 간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코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뇌에도 모스 부호(Morse Code·모스에 의해 발명된 전신부호) 같은 것이 존재하리라 본다. 나는 퇴행성 신경질환에도 관심이 많다. 이를 연구하기 위해 뇌 현상을 더욱 자세히 보려고 노력 중이다.
세계적인 뇌 과학자인 만큼 뇌 건강법도 남다를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뇌가 좋아지나.
오 간단하다. 뇌를 많이 사용하면 된다. 훈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뇌의 활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 자주 이용하면 그만큼 뉴런 간 연결이 좋아진다. 즉, 학문을 배우고 의문을 제기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뉴런 간 연결이 좋아지게 된다. 그렇게 좋아진 힘을 바탕으로 공부나 연구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처럼 너무 공부에만 치중하는 것도 문제다.
조 한국도 마찬가지다. 뇌의 일부분만 과도하게 사용하면, 뇌가 균형적으로 자라지 않을뿐더러 약해지게 마련이다. 뇌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잠도 충분히 자야 한다. 그래야 뇌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석학이 드문 이유가 뭘까. 한국인이 서양인에 비해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뇌의 균형만 맞춘다고 뇌가 활성화되는 건 아닐 듯하다.
조 물론이다. 좋은 환경도 필요하다. 대학의 1차 기능은 연구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에는 연구 분위기가 잡혀 있지 않을뿐더러, 관료적 문화까지 만연해 연구를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진다. 학생들이 연구하는 환경에서 자란다면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뇌과학연구소 연구자들의 전공이 다양한 것 같다. 당신들은 어떤 학문을 공부했나.
오 학부(도쿄대)에서 응용물리학을 배우고 대학원(스탠퍼드대)에서 바이오물리학을 공부했지만, 지금은 뇌 과학을 연구하고 있다. 뇌 현상에 관심이 많아 전공을 조금씩 옮겼다. 뇌 현상은 복합적이다. 이를 규명하는 기계 역시 복합적이다. 따라서 뇌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뇌만 연구한 사람보다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가 더 유리할 수 있다.
조 학부(서울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스웨덴 웁살라대에서 응용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에 PET 스캐너를 쉽게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물리학을 전공한 나에겐 어렵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흔한 실크가 다른 나라에 가면 귀해지듯, 사람의 재능도 마찬가지다.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가면 유리해질 수 있다. 다른 시각을 갖고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원의 경우 3분의 2는 물리, 기계, 음악, 언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다. 이들이 있어야 복합적인 뇌 기능을 제대로 연구할 수 있다.
뇌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뭔가.
조 전에 볼 수 없던 것을 보게 되니 재미있고 즐겁다. 마치 콜럼버스가 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신나고 행복하다.
오 인간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기관이 뇌인데, 어떻게 흥미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젊은 뇌 원하면 운동은 필수 … 균형 잡힌 식습관도 중요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
나이가 들수록 뇌 기능은 저하한다. 기억력은 30대부터 떨어지기 시작한다. 공간탐지력도 기억력과 관련된 뇌 부위인 해마의 영향을 받는데, 이 역시 약해진다. 눈앞의 일에 집중하는 실행기능 능력 또한 줄어든다. 청력 등 감각정보 능력이 쇠퇴하고 근육을 움직이는 일도 어려워지는데, 그 이유가 근육 때문인지 아니면 명령을 내리는 뇌 때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뇌 기능이 저하하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해마와 실행기능에 중요한 전전두엽이 작아지는 까닭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반드시 뉴런이 감소하는 건 아니다. 다만 개별 뉴런들이 수축할 뿐이다. 뉴런 사이의 시냅스 연결 수치도 줄어든다. 그래선지 노인들은 양쪽 뇌를 다 활용해 뇌 기능을 높이려는 경향이 있다.
유전보다는 생활방식에서 뇌질환 발생
뇌 기능이 악화되면 뇌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병이 알츠하이머. 세포 내부의 폐기물과 아밀로이드, 플라크 등 침전물이 해마에 축적돼 전두엽과 측두엽으로 퍼지는 병이다. 건망증에서 시작되는 이 병의 증상은 고도의 지능장애로까지 이어진다. 65세 이상 노인의 1%가 이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2007년 5만9000여 명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2002년에 비해 1.8배 증가한 수치. 알츠하이머에 걸리면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맹독이 뇌 속에 축척돼 신경세포를 죽인다. 그래선지 신경세포의 감소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다. 병의 10%는 유전에 의해 나타나는데, 그 원인은 21번 염색체에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 유전보다는 수면 부족이나 과도한 스트레스, 불균형한 식습관 등 생활방식에 의해 발발한다.
신경계 난치성 질환 가운데 가장 많이 발병하는 파킨슨병은 60세 이상의 1% 정도가 앓고 있다. 초기엔 근육장애 증상이 나타나지만 말기엔 주의력장애 같은 정신적 증상도 나타난다.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하거나 아세틸콜린의 과다 분비로 발병한다고 여겨지는데, 도파민이 부족하면 뇌의 기저핵에서 아세틸콜린에 의한 신경 흥분을 억제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이 흥분이 시상이나 척수를 따라 근육에 전달되면 손발이 떨리거나 느려지는 것. 발병 원인은 유전과 환경요인 등이다. 용접공, 제초제나 살충제를 사용하는 농업 종사자의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여, 분열된 의사소통, 반복된 행동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자폐증도 뇌질환의 하나다. 자폐증 환자들은 소뇌가 유달리 작은 게 특징이다. 또 대뇌피질의 변이문제를 안고 있다. 인구 100명 중 6명에게서 발견되며,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4배 더 많이 나타난다. 자폐증 환자들의 경우 전두엽 피질 중 일부 부위는 신경세포 연결이 과도하고, 일부 부위는 부족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신경세포 연결이 과도할 때 세세한 일에 매우 뛰어난 경향을 보이곤 한다. 아일랜드 트리니티대 정신의학과 마이클 핏젤라드 교수는 “자폐증 같은 정신질환이 창조적인 천재성과 연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자폐증 등 뇌기능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천재성을 동시에 갖게 되는 현상을 서번트 신드롬(Savant Syndrome)이라 하는데, 영화 ‘레인 맨’의 실제 모델인 킴 픽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폐증의 경우 유전과 상관관계가 있다.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에게 이 장애가 있으면 나머지 한 명도 자폐증을 앓을 가능성이 50%가 넘고, 친척들 역시 약간의 자폐 증상을 갖게 될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독립적인 자폐증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졸중도 뇌질환의 하나다. 모세혈관 가운데 하나가 파열하거나 막혔을 때 일어나는 장애다. 뇌졸중 대다수는 혈전에서 시작된다. 혈전은 동맥경화증이나 여타의 상해로 굳어진 혈관 안에서의 응고현상을 말한다. 혈전은 뇌 안에서 직접 형성될 수도 있고, 다른 부위를 돌아다니다 뇌에 정착할 수도 있다. 뇌졸중의 일반적인 증후는 사지마비나 신체 일부의 감각 마비, 착란 등이다. 갑자기 말을 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증상도 나타난다. 뇌졸중은 젊은 사람보다 노인에게서 더 흔히 발병하는데, 미국인의 경우 50세 이상이 되면 뇌졸중 발병 확률이 20%에 달한다. 담배와 과도한 음주 등이 뇌졸중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손상된 뇌 기능에 대한 해결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몇 가지 방법을 실천하면 뇌를 나이보다 훨씬 젊게 유지, 발달시킬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운동. ‘운동화 신은 뇌’의 저자인 존 레이티와 에릭 헤이거먼은 “신체가 건강해지면 뇌는 저절로 건강해지기 때문에 일주일에 적어도 6시간은 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산소운동을 하면 세포 내부에서 천연 산화방지제가 생성돼 지방과 탄수화물을 더욱 효율적으로 태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뉴런을 더 강하게 만들 수도 있다. 중간 강도의 운동을 하면 손상된 부위를 복구하는 화학물질의 수치가 높아져, 뇌 회로가 튼튼해지고 면역체계도 강화된다. 무산소운동을 하면 뇌하수체가 ‘청춘의 샘’이라는 성장호르몬을 분비한다. 성장호르몬은 나이 들수록 줄어드는 뇌를 다시 크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은 뇌질환을 예방하기도 한다. 중년 때 운동을 한 사람의 경우 70대에 알츠하이머가 발병할 확률이 운동하지 않은 사람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60대에 운동을 시작해도 그 위험성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병의 진척도 막는다. 파킨슨병 초기 환자의 경우, 운동을 하면 퇴화하는 운동근육을 다시 활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
평생 운동을 안 했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70대여도 몇 개월간 운동량을 늘리면 실행기능이 향상된다. 물론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30분 이상씩 일주일에 3~4회 운동해야 한다.
뇌 나이를 젊게 유지하는 방법은 그 밖에도 많다. 아침밥을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는 하루에 400kcal의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그 에너지원이 바로 포도당이다. 수면 중에도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아침엔 소진되게 마련. 에너지가 적으면 뇌의 체온이 낮아져 뇌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
아침밥은 반드시 먹어야 한다!
필수지방산 중 DHA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는 것도 방법이다. DHA가 뇌의 기억력을 높이기 때문. 게다가 뇌의 지방질에는 약 10%의 DHA가 포함돼 있는데, 이것이 부족하면 뇌 기능에 중요한 세포막이 작동하기 어렵다. 꽁치, 고등어, 방어, 다랑어 등에 DHA가 풍부하다.
채소도 뇌 활성화에 좋다. 녹황색 채소에 함유된 필수지방산의 하나인 알파리놀산은 체내에서 DHA로 바뀐다. 대두도 좋다. 대두에는 레시틴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는 기억력을 불러오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원료가 된다. 또 간장, 된장, 청국장 등에는 염분이 많이 포함돼 있는데, 이 염분은 이온으로서 바깥세상의 정보를 뇌에 전달할 때 중요한 구실을 한다. 그 밖에 달걀노른자, 우유, 멸치 등도 뇌 활성화를 돕는다.
반면 피해야 할 것도 있다. 카페인의 경우, 섭취량이 늘면 뇌가 피곤한 상태로 유지된다. 담배도 마찬가지. 니코틴이 과다하게 들어오면 아세틸콜린 수용체의 감도를 떨어뜨려 본래의 지능이 잠시 떨어질 수 있다. 술도 좋지 않다. 대량의 알코올 섭취는 뇌세포를 죽인다.
참고서적 : ‘3일 만에 읽는 뇌의 신비’(서울문화사), ‘운동화 신은 뇌’(북섬), ‘똑똑한 뇌 사용설명서’(살림비즈), ‘교양으로 읽는 뇌과학’(은행나무)
클릭 대신 뇌파로 조정, 뇌 기능 활용한 게임 인기
# 컴퓨터 앞에 앉는다. 농경사회를 만드는 게임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먼저 가뭄이 든 곳에 비가 내리게 지정한다. 헤드셋을 쓴다. 눈을 감는다. 최대한 정신을 집중한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지만 내가 지정한 곳에 비가 내린다. 농작물이 많아지고 인구가 늘면 나의 스테이지는 높아진다.
# 오랜만에 스포츠게임을 해볼까. 오늘은 축구게임을 해보자. 헤드셋을 쓰고 게임을 실행한다. 본격적으로 게임에 들어가기 전 나를 대신할 선수를 선택한다. 여러 선수가 나란히 서 있다. 기술과 체력이 뛰어난 한 선수가 마음에 든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그 선수가 선택됐다. 호감 가는 선수에게 눈길이 간 것을 컴퓨터가 이미 인식했기 때문이다. 경기를 뛰는 동안에도 나는 그냥 가만히 앉아 패스, 점프, 트래핑 생각만 하면 된다. 그런데 잠깐 스쳤던 생각까지 컴퓨터가 감지해 게임 전략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키보드, 마우스, 컨트롤러 없이 생각만으로 게임을 할 수 있을까.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 Computer Interface·BCI)’를 이용한다면 가능하다. BCI는 키보드나 마우스 같은 인터페이스 없이 뇌의 신호를 헤드셋을 통해 컴퓨터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 의학이나 과학 분야에서 이미 적용돼왔다. 예를 들어 미국 조지아주립대는 팔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센서를 부착해, 환자가 팔을 움직이고 싶을 때 담당 뇌 부위의 뉴런 신호에 따라 인공 팔을 움직이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은 현재 BCI를 이용한 게임 ‘Story of god’을 개발하고 있다. 2009년 2월 관련 논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사용한 공간 기반 게임 설계’도 발표했다. 게임과 BCI의 접목은 ‘게임은 쉽고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사용자가 재미를 느끼면서 게임에 몰입해야 하는데 키보드, 마우스 등과 같은 게임 인터페이스가 이를 방해한다는 것. 연구진은 오직 사용자의 집중력과 간단한 물리적 움직임만으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BCI를 위한 헤드셋과 닌텐도의 무선 컨트롤러를 개조한 3차원 공간 마우스만 사용하도록 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이용
헤드셋은 이마에 부착된 센서로 전두엽의 뇌파를 측정한다. 측정된 뇌파는 계산공식을 거쳐 수치로 나타난다. 이 값이 사용자의 집중력이다. 뇌파 신호를 분석할 때 주파수를 이용하는데 주파수는 델타(δ)파, 세타(θ)파, 알파(α)파, 베타(β)파, 감마(γ)파 등으로 나뉜다. 사용자의 집중 상태는 베타파를 보면 알 수 있다. 베타파는 경계, 각성, 문제풀이 등 어떤 것에 집중할 때 발생하기 때문. 사용자가 헤드셋을 쓰고 게임에 집중하면 뇌파가 수치로 계산된다. 사용자가 집중할수록 명상 단계(meditation level)에서 집중 단계(attention level)로 레벨을 높일 수 있다. 스킬 버튼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려면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 버튼이 실행되려면 각 버튼마다 정해진 값 이상의 집중력이 발휘돼야 하기 때문.
이 연구를 지도한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여운승 교수는 BCI를 이용한 게임의 특징으로 사용자의 무의식까지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기존 방식은 클릭 등 사용자가 하는 의식적인 행동이 마우스 같은 게임 인터페이스를 통해 컴퓨터에 입력됐다. 하지만 BCI를 이용한 게임은 뇌파가 컴퓨터로 바로 입력되기 때문에 사용자의 순간적인 무의식까지 게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뇌파를 측정하는 데 변수가 많고, 피부 상태나 표정에 따라 뇌파가 달라지는 등 기술적인 한계도 적지 않다. 또 사용자가 늘 일정 수준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고, 원하는 지점을 정확히 조준해 뇌파를 발생시킬 수 없다는 점도 한계다. 상대방과 격투를 벌이는 게임이라면 짧은 시간 안에 사용자의 의도가 컴퓨터에 정확히 반영돼야 하는데, 지금의 기술로는 이를 구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 교수는 “뇌파를 이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의미 있다”면서 “기술 개발과 콘텐츠 연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롤플레잉 게임처럼 시간적 여유가 많은 게임 콘텐츠에 BCI가 적합하다”며 “관련 시나리오도 많이 개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뇌파를 직접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뇌 기능을 활용한 게임 콘텐츠는 끊임없이 개발돼왔다. 특히 2007년 출시된 닌텐도 ‘매일매일 DS 두뇌트레이닝’은 게임으로 뇌를 단련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빅히트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기억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맡는 뇌의 전두엽을 활성화한다는 원리를 담고 있다. 간단한 계산과 ‘소리 내어 문장 읽기’ 등을 통해 자신의 뇌 연령을 알아볼 수 있게 해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시니어 포털사이트 ‘유어 스테이지’(www.yoursta ge.com)도 치매를 예방하고 두뇌를 훈련하는 게임 콘텐츠를 제공한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사용자의 성별, 학력, 출생연도, 난이도를 입력한다. 게임을 종료하면 본인의 성취도는 물론, 동일한 조건의 사람들과 비교해 자신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게임과 뇌의 상부상조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도 ‘생활의 게임 The브레인’이라는 두뇌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게임은 서울대병원 임상인지신경과학센터(Clinical Cognitive Neuro science Center·CCNC)에서 감수했다. 게임 결과를 통해 논리수리력, 공간지각력, 작업기억력, 주의집중력, 집행력 등 본인의 ‘브레인지수’를 알 수 있다. 또 특정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기획된 게임도 많다. 만일 공간지각력이 낮다면 그것을 높일 수 있는 게임을 하면 된다. 게임마다 요구되는 능력과 그것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를 설명해놓아, 해당 게임이 뇌 기능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이처럼 게임과 뇌의 ‘상부상조’는 앞으로 더 많아질 전망이다. 공상과학(SF) 영화 속 주인공처럼 기계에 가만히 앉아 상대방과 격투게임을 하는 날이 조만간 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컴퓨터와 뇌가 서로 소통해 컴퓨터에 입력된 나의 생각이 컴퓨터를 거쳐 다시 내 뇌에 입력된다면 어떨까. 내가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생각하면 컴퓨터 속 나의 가상인물이 케이크를 먹고, 그가 포만감을 느끼면 나도 배부르다고 느끼는 컴아일체(com我一體)의 순간이 오는 걸까.
스테이지2 논과 밭을 일구고 사람 수를 늘리는 게 목표. 스킬 버튼을 조합해 다양한 농작물을 경작할 수 있다. 기회를 활용해 풍년이 오면 사람들의 믿음지수가 높아지고 점수 획득도 가능하다. 문명을 정착시키면 추가 스킬과 특수 아이템도 획득할 수 있다.
스테이지3 천재지변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목표. 스킬 버튼을 사용해 집과 동물을 추가하고, 인구 육성 및 아이템을 활용해 갈등 요소와 싸운다. 싸움에서 이기면 점수 획득. 스테이지 종료 후 누적 점수를 통해 자신의 집중력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사용한 공간 기반 게임 설계’ 논문
영화 속 뇌질환 장치 … 사이코패스부터 자폐증까지 다양하게 소비
수많은 연구자의 궁극적 탐구대상이 됐던 뇌(腦)는 문화예술인에게도 넘어야 할 산과 같다. 극예술 장르에서 뇌는 의학계에서만큼이나 도전과 좌절의 대상이었다. 연극시대 또는 영화시대 초기만 해도, 뇌 기능이나 뇌질환 등 뇌를 소재로 한 작품은 드물었다. 무성영화시대에는 특히 소리 없이 화면만으로 관련 내용을 이해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이코’ 성공 이후 대담한 시도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장르 관습(어떤 한 장르의 작품을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자주 쓰는 설정들. 가족드라마 장르의 ‘세대 간 단절’ 등이 대표적인 예)을 통해 상업성을 추구하는데, 뇌질환을 소재로 하면 장르의 개성이 무너지고 ‘인간 드라마’라는 좁은 틀에 갇히고 만다. 그래서 각종 뇌질환 중 단기기억상실 정도만 스릴러 장르에서 하나의 장치로 활용되는 데 그쳤다.
하지만 1960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영화 ‘사이코’를 통해 뇌질환을 장르와 접목시키는 데 성공했다. 스릴러 장르의 기본인 일련의 범죄행각을 ‘사이코패스’와 연결한 것. 물론 프리츠 랑의 ‘M’(1931) 등 연쇄살인범을 다룬 영화는 이전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이를 정신장애와 결부해 풀어낸 영화는 없었다. 히치콕 감독은 이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서 ‘사이코’의 마지막 10분을 할애해 정신과 의사로 하여금 관객에게 범죄자의 정신이상을 설명하게 했다.
사이코패스 살인범 테마는 처음엔 공포 장르에서 소화됐지만, 곧 범죄 스릴러 장르로 확대돼 나갔다. 돈 시겔의 ‘더티 해리’(1971)가 그 신호탄이다. 이 장르 관습이 꾸준히 이어져 호러-범죄 스릴러의 걸작인 ‘양들의 침묵’(1991)에서 극점에 올랐다. 이 영화는 사이코패스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첫 번째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이다. 이후 유사한 영화가 쏟아져나왔다.
드라마 장르에서도 1970년대에 이르러 뇌질환을 다루기 시작했다. 힌트를 준 것은 조셉 헬러의 베스트셀러 ‘캐치 22’(1961)로, 군대 내 정신질환자를 통해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는 내용이다. ‘캐치 22’는 1970년 영화화됐다.
1975년에는 정신병동을 소재로 한 인간 드라마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아카데미상 5개 부문을 석권하며 어마어마한 흥행을 거뒀다. 그러자 유사 테마의 작품들이 쏟아져나왔다. ‘정신병동 영화’라는 하부 장르가 생겨날 정도였다. ‘피셔 킹’(1991)과 ‘처음 만나는 자유’(1999) 등이 좋은 예다.
이렇듯 뇌질환 영화에 대중이 호감을 보이자 할리우드는 대담한 시도를 했다. 사이코패스나 정신병동이라는 관습에서 벗어나 더 많은 질환을 더 많은 장르에서 소비한 것이다. 1988년 ‘레인 맨’으로 시작된 이 같은 경향은 1990년대에 전성기를 맞았다. 자폐증, 뇌성마비,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뇌질환을 다루며 뇌의 이곳저곳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뇌질환을 소재로 한 영화의 붐은 몇 가지 할리우드식 계산법에 근거한다. 첫째, 배우들이 원했다. 배우의 연기 도전에서 장애인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어 하는 역할이다. 그만큼 연기력을 인정받기 쉬운 장르인 데다, 신체손상보다 정신손상 쪽 연기를 더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이런 시도를 부추긴다.
둘째, 영화 제작사에게도 뇌는 좋은 소재다. 일단 배우들이 하고 싶어 하므로 스타 캐스팅이 쉽고, 출연료가 적어도 기꺼이 응하니 일석이조다. 게다가 이 영화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면 흥행 가능성까지 높아진다.
셋째, 영화 제작자들은 뇌질환 소재가 기존의 장르 관습에 끼워넣기 좋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뇌질환은 상황을 극단화하는 장치로 이용된다. 알츠하이머(영화 ‘아이리스’ ‘노트북’ 등)는 자신과의 추억을 점차 잊어가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 딱 맞고, 정신지체(영화 ‘포레스트 검프’) 및 자폐증(영화 ‘레인 맨’) 환자는 세상을 순수하게 바라보는 관찰자형 인물로 설정하기 좋다. 이처럼 뇌를 소재로 한 영화는 차근차근 상업화 단계를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1980년대부터는 뇌 기능과 관련한 ‘기억’의 테마가 스크린을 누볐다. 인간의 삶이란 곧 기억이며, 기억을 변형하거나 새로 조작하면 삶 자체가 바뀐다는 발상이 등장했다. ‘블레이드 러너’(1982)와 ‘토탈 리콜’(1990) 등이 그렇게 탄생했다. 타인의 기억을 자신의 뇌에 전극으로 주입해 타인이 돼본다는 설정의 ‘스트레인지 데이즈’(1995)가 나타났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2004)에서는 고객의 기억 일부를 지워주는 회사가 등장했다.
기억에서 파생한 하부 갈래가 바로 ‘단기기억상실증’ 테마다. 코미디 영화 ‘탐정 포그와 애완견 애꾸’(1994)에서 처음 등장한 이 질환은 범죄 스릴러 ‘메멘토’(2001)를 통해 대중에게 그 이름을 떨쳤고, 이후 ‘첫 키스만 50번째’(2004) 등에서 꾸준히 차용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영화를 살펴보자. 할리우드가 기기묘묘한 아이디어를 짜내 인간의 뇌를 조목조목 상업화하고 있을 때 ‘아시아의 할리우드’를 꿈꾸는 한국은 상당히 무덤덤했다. 뇌질환 소재의 영화라고 해봐야 근대소설을 영상화한 ‘백치 아다다’ 정도였다.
‘말아톤’ ‘맨발의 기봉이’ ‘추격자’ 등 인기
그런 측면에서 영화 ‘말아톤’(2003)은 15년 전 할리우드에서 ‘레인 맨’을 통해 성공시킨 자폐증 테마가 한국에 상륙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말아톤’은 5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성공을 거뒀고, 주연배우 조승우를 스타덤에 올렸다. 정신지체인을 다룬 ‘맨발의 기봉이’(2006) 역시 성공을 거뒀다. 비수기에 개봉됐음에도 235만 관객을 끌어들였다. 정신병동 영화도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를 통해 신고식을 마쳤다.
사이코패스 범죄 스릴러가 제대로 소화되기 시작한 것도 얼마 안 됐다. ‘피아노맨’(1996)과 ‘세이 예스’(2001) 등을 통해 이상심리 범죄자를 다루긴 했지만 ‘어릴 적 상처에 의해 살인마가 된’ 정도의 가벼운 분석이었다. 사이코패스 범죄 스릴러를 대대적으로 표방하고 나온 첫 영화는 신태라 감독의 ‘검은 집’(2007)이고, 빅히트한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2008)가 뒤를 이었다.
이런 영화가 등장하고, 흥행에 성공한 것도 사회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에서 영화 ‘더티 해리’가 연쇄살인범 조디악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호응을 얻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유영철 사건 등 각종 사이코패스 범죄가 등장했고 이를 영화화한 작품을 대중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비해 뇌질환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TV 드라마는 별로 없다.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이나 미국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선 1972년 KBS 드라마 ‘여로’에서 정신지체 장애인인 ‘영구’가 등장했지만, 그저 순수한 영혼의 대명사로 다뤄졌을 뿐이다. 이후 드라마에서 뇌질환자들은 조연급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가볍게 소비되는 TV 드라마에서는 장애, 특히 정신장애는 지나치게 무거운 소재다. 또 최신 유행인 ‘기억’은 TV에서 소비되기엔 지나치게 ‘똑똑한’ 소재다. 뇌와 관련해 TV 드라마가 차용하는 소재는 기억상실 정도다. 영화계의 맹렬한 러브콜과 달리, TV와 뇌의 관계는 아직까진 단순한 차원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뇌에 대한 오해와 진실 9가지 … “몇 잔 술에도 인지적 기능장애”
20세기 후반 이래 인간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신경과학적 탐구는 인류 과학의 촉망받는 분야가 됐다. ‘뇌의 어떤 부위가 어떻게 작동해 어떤 기능을 하는가’ 하는 점은 과학자뿐 아니라 일반인의 관심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일반인은 뇌에 대해 많이들 오해하고 있다. 그것이 당연하기도 하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린스턴대 인지심리학 교수 카너먼(Kahneman) 박사 등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는 늘 합리적인 것은 아니고 탈합리적인 경우가 많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있다고 믿거나, 서로 다른 것 또는 같은 것으로 범주를 묶어 이분법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이런 ‘휴리스틱스(heuristics·주먹구구식) 사고’가 두드러진 곳 중 하나가 인류 과학의 최후 개척지라고 불리는 뇌과학 영역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의 뇌에 대한 생각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지금까지의 신경과학적, 인지과학적 연구 결과를 근거로 밝혀보고자 한다.
인간의 이성은 뇌에, 감성은 심장에 있다?
“머리로 말하지 말고 가슴으로 말하라”에서 ‘가슴’이 은유적 표현이라는 것을 모르는, 아니 잊어버리는 사람이 종종 있다. 이는 자동차가 빨리 또는 천천히 달리는 것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게 속도 계기판이므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은 엔진이 아니라 속도 계기판이라고 믿는 것과 같다. 정서적 흥분이 일어날 때 가장 두드러지게 빨리 뛰는 심장이 감정, 즉 마음의 중추는 아니다. 감정을 통제하는 것은 뇌이고 가슴, 즉 심장은 그 지령을 받는 지엽적 기관일 뿐이다. 감정을 포함한 마음의 자리는 바로 뇌다.
뇌(두개골)가 커야 지능이 높다?
그럴싸해 보이는 주장이지만 참이 아니다. 뇌 크기로 따진다면 인간의 뇌는 우월한 편이 아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인간의 뇌보다 5배 이상 큰 뇌를 가진 고래도 있다. 신체와 뇌의 비율을 따져도 다람쥣과의 일종이 인간보다 우세하다. 따라서 뇌가 커야 하거나, 신체 대 뇌의 비율이 높아야 지능이 높다는 생각은 진실이 아니다.
마음을 물리적 원리로 환원해 설명할 수 있다?
모든 자연 현상을 물리적 원리로 환원해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과학자들은 인간의 마음 현상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단정에 대해 유보적인 과학자들도 있다. 심적 현상이란 완전히 물리적으로 환원해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부 철학자, 인지과학자 등을 중심으로 ‘체화된 마음’이란 주장이 전개되고 있다. 자기 뇌 안에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뇌를 넘어서서 몸을 통해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활동에 마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뇌-몸-환경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통일체로 작용한다는 것으로, ‘마음=뇌’라는 식의 물리주의적 생각을 허물어뜨리는 주장이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쇠퇴한다?
기억이란 사진 찍듯이 기억해 넣고 나중에 다시 꺼내는 것이라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기억은 경험한 내용을 사진 찍듯 기억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독특한 스케치를 해서 저장하는 것이다. 기억을 꺼낼 때는 넣어둔 스케치를 그대로 꺼내는 게 아니라 제2의 스케치를 그리는 것이다. 스케치는 유전적 요인, 운동 정도, 약물 복용, 인지적 전략 노하우 등 환경 맥락에 따라 잘 그려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나이가 들면 덜 움직이고, 덜 운동하기 때문에 환경이 나빠져 첫째나 둘째 스케치의 구성이 잘 안 될 수 있는데, 그것이 기억력 감퇴로 나타난다. 그러나 채소, 푸른 생선 등 항산화 식품을 꾸준히 먹고, 기억 훈련과 관련된 인지적 전략을 연습하면 기억력을 지킬 수 있다.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기억력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좌뇌와 우뇌는 각각 작용한다?
좌뇌는 언어·논리의 뇌이고 우뇌는 공간감각, 예술적 상상력 등을 담당하는 뇌’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뇌가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기능만 한다고 보기 힘들다. 인간은 무슨 일을 처리할 때 좌뇌와 우뇌를 모두 사용한다. 우리의 모든 행동이나 지적 기능은 좌뇌와 우뇌의 여러 부위가 함께 참여한 통합적 처리로 이뤄진다. 흔히 좌뇌형(분석적, 논리적) 인간, 우뇌형(감성적) 인간으로 나누어 그에 맞춰 교육하거나 인사 선발 및 관리를 한다고 하는데, 좋은 전략이 아니다. 사물을 이분법적으로 범주화하는 것은 인간의 사고 편의성 추구에 따라 생긴 오류일 뿐이다.
수면 상태일 때는 뇌도 잠잔다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한 윌리엄 제임스나 아인슈타인의 발언은 은유적 표현일 뿐이다. 이 속설이 참이라면 90%의 뇌세포는 늘 놀고 있으므로 산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인간의 뇌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쓸모없이 죽은 섬유 덩이가 된다는 것인데, 말도 안 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이 수면 상태일 때도 뇌의 대부분이 가동된다. 정상인의 뇌 영상사진을 찍으면 뇌세포의 90%가 죽어 있거나 쉬고 있는 경우는 없다. 뇌세포의 90%가 사용되지 않는다는 게 사실이라면 인류 진화 과정에서 그대로 방치됐을 리 없다.
뇌세포는 한 번 죽으면 재생되지 않는다?
2세기 전까지만 해도 한 번 손상된 뇌세포는 복구되지 않는다는 가설이 참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어른에게서도 뇌세포가 새로 생겨나 복구될 수 있음’이 관찰됐다. 신생 세포는 줄기세포에서 비롯돼 생성된다는 것. 다만 어떤 상황에서는 복구되는데 어떤 상황에서는 그렇지 못한가, 하는 점은 앞으로 밝혀야 할 과제다.
적당량의 술은 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적당한 양의 술은 뇌세포를 죽이거나 뇌에 구멍을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에 뇌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몇 잔의 술만 마셔도 일시적으로 인지적 기능장애는 온다. 단기간의 음주는 뇌의 해부학적 구조보다는 뇌의 기능에 영향을 미쳐, 뇌세포 사이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 체계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지만 곧 회복될 수도 있다.
그러나 술을 오랜 기간 자주 마시면 회복 기간이 길어진다. 뇌의 세포가 죽지는 않지만, 뇌세포의 일종인 수지상돌기가 손상돼 정보소통에 이상이 생긴다. 알코올 중독자는 뇌의 기능 변화뿐 아니라 뇌의 시상, 시상하부 등의 구조적 변화가 심해 기억과 학습장애가 오며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술 자체가 이런 병을 불러온다기보다는 술을 마시면 뇌세포 유지의 영양 원천인 비타민 B군 계열의 티아민 흡수가 방해되기 때문이다. 특히 임신한 여성이 술을 지속적으로 마시면 태아의 뇌에 영향을 미쳐 FAS(태아알코올증후군·정신지체, 소뇌증, 저체중, 짧은 안검열(아래위 눈꺼풀이 맞닿은 면)의 4가지 특징적인 증세가 나타남) 증상이 있는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지능이 높아진다?
이 속설은 특정 연구 결과와 상업적 광고에 일반인이 현혹된 사례다. 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이 뇌를 자극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지능이 높아진다든지,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면 능률이 오른다든지 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후속 연구를 통해 지지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처음 이런 주장을 편 연구자들조차 수정론으로 돌아섰다. 모차르트 음악 효과는 오래가야 10분에서 15분 지속된다고 밝혀졌다
지능은 뇌세포보다 시냅스 수로 결정 … 아이들 시기에 맞는 학습 필요
곽윤정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교수 flow2003@naver.com |
‘공부의 신(神)’은 공부 잘하는 아이를 신에 비유한 말이다. 최근 이 말을 제목으로 한 드라마도 인기몰이 중이다. 공부 능력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타고 각종 공부 방법을 넘어 비법(秘法)이 넘쳐나고 있다.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공신’이 되길 바라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공신을 만드는 방법이다. 엉뚱한 정보를 경전처럼 받들어 실천하다 오히려 있는 능력을 망치는 경우도 일어날 수 있다.
공부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뇌의 기능이 단연 핵심이다. 뇌는 유전적, 환경적 영향을 받아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발전한다. 필자의 일곱 살 이란성 쌍둥이 딸들도 성향이 정반대다. 한 아이는 채소를 좋아하고 수 개념이 발달한 반면, 다른 아이는 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고 언어능력이 뛰어나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로 뇌의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뇌 발달과정에 대한 연구결과도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우리 아이의 뇌는 어떤 과정을 통해 발달하며, 어떻게 하면 그 발달을 도울 수 있을까.
1981년 노벨 의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허블과 토르스텐 비셀은 뇌 발달 기제의 핵심을 밝혀냈다. 그들은 정상으로 태어난 아기 고양이의 눈꺼풀을 바로 봉합했다가 3개월이 지난 뒤 복원했다. 그랬더니 그간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음에도 고양이는 영원히 앞을 보지 못했다. 시각 정보를 담당하는 뇌세포를 사용하지 않는 동안 그쪽 세포가 죽어버린 까닭이다.
‘결정적 시기’ 놓치면 기회는 없다
이처럼 뇌는 사용할수록 발달하고 그렇지 않으면 금세 퇴화한다. 머리를 많이 쓸수록 두뇌 회전이 빨라진다는 얘기. 이를 위해서는 독서, 체험활동 등으로 뇌의 각 부분을 두루두루 활성화해야 한다.
많이 사용한 뇌를 들여다보면, 뇌세포를 중심으로 수많은 줄기가 뻗어 나와 꽃이 핀 것처럼 보인다. 이 줄기들은 뇌세포 간 연결 통로인데, 이를 시냅스라 부른다. 지능은 뇌세포 수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시냅스 수로 결정된다. 논리수학 능력에서 천재인 아인슈타인의 뇌를 분석한 결과, 뇌세포 수는 일반인과 비슷했지만 논리수학 능력을 관장하는 두정엽 시냅스의 부피가 남달리 컸음이 밝혀졌다.
이 시냅스를 많이 만드는 방법이 바로 다양한 자료의 반복학습이다. 시냅스는 어떤 행위를 한 번 한다고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견고한 시냅스를 만들려면 다양한 작용과 관련 있는 뇌세포들을 여러 번 사용해야 한다. 시냅스 하나가 만들어지는 시간은 적어도 6개월. 새로운 것을 배워 내 것으로 만들 때마다 뇌가 쑥쑥 자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인간의 뇌는 모든 기능이 한꺼번에 발달하지 않는다. 시기별로 발달하는 부위, 발달 속도가 다르다. 뇌의 성장에 따라 학습능력이 달라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때 뇌세포가 가장 큰 발전을 이루는 시기를 ‘결정적 시기’라고 한다. 이 시기에 그에 맞는 학습을 하면 더 많은 내용을 효율적으로 받아들인다.
기억과 감정은 뗄 수 없는 사이
갓 태어난 아이의 결정적 시기는 촉각에 좌우된다. 이때는 촉각에 해당하는 뇌가 발달하므로, 손을 자극하면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 생후 1년이 지나면 왼쪽 측두엽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음소를 구분하게 된다. 언어와 관련이 있는 측두엽은 만 4세까지 발달하는데, 언어능력의 결정적 시기다. 이때 엄마가 말을 많이 하면 아이의 언어능력이 좋아지고 외국어도 훨씬 빨리 습득할 수 있는데,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젖먹이 때 버려져 개와 함께 자란 러시아 여성이 훈련을 거듭해도 언어와 사회적 행동을 되찾기 힘든 까닭 또한 ‘결정적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무 내용이나 아무 시기에 강제로 주입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아이에게 미분, 적분을 가르치고 조기 교육을 하는 것이 무의미할 수 있다. 적기 교육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무조건 학습자료를 제공하는 대신 나이에 맞는 교육자료를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한 가지 더. 공부하는 데 중요한 능력인 기억력은 감정과 관련이 깊다. 기억은 인지 기능인데, 특이하게도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는 감정과 관련 깊은 변연계에 자리한다. 즉, 기억과 감정은 뗄 수 없는 사이인 것이다. 좋은 추억, 나쁜 기억 등 내용을 의미화하면 기억에 오래 남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정을 이용한 학습방법으로는 좋아하는 노래, TV 프로그램과 공부 내용을 연결하거나, 흥미를 느낄 만한 놀이공부를 하는 것 등이 있다.
우리 아이 뇌 망치는 5가지 아침식사보다 잠? 안 될 말 |
1. 학습 비디오가 뇌에 좋다? 아니다. 최근 인간의 다양한 활동에 대한 뇌 활성화 촬영사진을 보면, 학습 비디오를 볼 때나 게임을 할 때 뇌가 거의 활성화되지 않는다. 아이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매체는 뇌에 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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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뇌 vs 평범한 뇌의 모든 것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 상대성 원리의 아인슈타인,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인 수학자 존 내시는 흔히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천재라는 말의 기원은 ‘태어나다, 존재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ginesthai’. 오늘날 천재를 뜻하는 단어 ‘genius’는 로마시대엔 ‘개인의 성격과 운세를 결정하는 영적 존재’라는 의미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뛰어난 상상력을 창조로 발전시키는 비범한 능력과 역량을 가진 사람’으로 바뀌었다.
창조성은 문제를 독창적인 인지과정으로 해결해 다른 이의 감성까지 자극하는 능력을 아우른다. 그렇다면 창조성은 소수의 천재에게만 주어진 선물일까, 아니면 모든 사람이 갖고 있으나 일부에게만 발현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창조성을 어떻게 개념화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는 현대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핵심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창조성이 양면성을 띤다고 말한다. 키, 몸무게, 지능처럼 연속적이고 측정 가능한 속성과 제한된 소수에게만 나타나는 비연속적인 속성을 동시에 지닌다는 것. 전자는 노력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평범한 창조성’이고, 후자는 위대한 천재들의 ‘비범한 창조성’이다. 장삼이사는 모차르트나 아인슈타인 같은 비범한 천재는 될 수 없으나, 평범한 창조성은 무한히 계발할 수 있다.
창조성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는 아이큐(IQ) 검사 같은 창조성 검사법을 개발해 우수한 이들을 골라낸 뒤 그들의 삶을 추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창조적 성공을 거둔 이들을 면담하거나 뇌 영상기기로 그들의 특징을 조사하는 것이다. 최근엔 연구방법이 더욱 다양해졌다. 신경과학자들은 인지·기억 등 단순한 요소들을 과학적 방법으로 연구하고, 감정과 의식까지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본성이 낳고 양육이 기른 천재성
사람의 창조성이란 어디에서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해답은 바로 우리 뇌에 있다. 뇌는 우주의 생성과 소멸 못지않게 복잡하다. 최근 수십 년 사이 뇌의 구조와 기능을 밝히는 뇌과학이 진일보했다고 하나,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천재는 태어나는 것인지, 만들어지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소수 천재의 삶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창조적 본성’을 타고나지만, 그것을 ‘양육’하지 않았다면 완전히 드러나지 못했으리라는 점도 명백하다.
유전자와 본성은 깊은 관련이 있지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46개 염색체와 3만개가 넘는 유전자는 뇌 안에 수많은 세포를 만든다. 사람의 뇌는 이 세포들의 복잡다단한 결합에 따라 달라진다. 태아 때부터 유아, 청년, 성인기를 거치며 유전자가 뇌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뇌 안의 수조 개의 신경세포, 수십조 개의 시냅스에 유전자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현대 뇌과학은 뇌의 유연성을 통해 창조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도시 구석구석을 외워야 하는 런던 택시기사들의 경우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가 대조군보다 컸다. 악보를 보면서 본인의 연주는 물론 다른 연주자와 지휘자 등을 살펴야 하는 교향악단 연주자들은 시공간 능력과 관련 있는 ‘측두엽’이 평균보다 컸다. 이는 뇌는 사용할수록 발달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양육도 본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창조성이 꽃피운 환경요건으로는 자유와 새로운 경험, 자극받을 수 있는 다른 천재들, 자유롭고 경쟁적인 분위기, 멘토와 후원자, 경제적 풍요로움 등이 꼽힌다.
비범한 천재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어떤 경험이든 수용하는 포용력, 모험을 감수하고 저항적인 성격, 개인주의, 감수성, 장난기 등이 그것이다. 또 천재들은 이런 성향을 보이면서도 꾸준함을 잃지 않았다. 이들은 직관과 무의식 상태에서 스치는 통찰력으로 아이디어를 얻는다.
천재들의 뇌 자체를 연구한 적이 드물기 때문에, 이들 뇌의 특성을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아이디어가 섬광처럼 떠올랐다”고 말하는 사람 대부분이 자유연상을 쉽게 하는 뇌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짐작할 따름이다. 신경학적으로 말하면 그런 사람들은 여러 연합피질 사이에 연결이 아주 잘돼 있거나 연결 유형이 다를 수 있다. 연합피질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기능을 하는 곳으로, 창조성의 발로가 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누구나 ‘평범한 창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교수법을 개발하는 교사, 새로운 요리법을 연구하는 요리사 모두 평범한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평범한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3가지 방법
이 평범한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하루 30분은 창의성 훈련을 하고, 주말에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특히 흥미 있는 분야를 여러 가지 선택하되, 적어도 2가지는 지속적으로 할 것을 권장한다. 또 아는 것이 거의 없거나 모르는 영역을 선택하고, 얕고 넓게보다는 깊게 탐구해야 한다. 처칠과 아이젠하워는 그림을 그렸고,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린을 켰다.
둘째, 명상을 하거나 생각하는 습관을 들인다. 명상을 하면 감마파가 뇌의 여러 부분에서 동시에 발생하는데, 이는 복잡한 정보를 파악하는 신경군에서 일을 할 때 나온다.
셋째, 주변을 관찰하고, 글쓰기를 하면 통합 기능을 수행하는 뇌의 연합피질에 새로운 시냅스가 생겨난다.
넷째, 상상하는 습관을 들인다. 뇌를 통해 현실 너머의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이러한 상상 연습을 통해 시야를 넓혀 지금의 시공간에서 해방되면 자유로운 천재가 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주변의 힘에 영향을 받고 성장, 발전한다. 우리가 도전해야 할 일 중 하나가 그러한 힘을 깊이 이해하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재능 있는 사람에게는 그 재능을 더 빛낼 기회를 주고, 평범한 사람에게는 뇌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유은실 ‘천재들의 뇌를 열다’(허원 미디어) 번역자 esyu@amc.seoul.kr
뇌과학의 미래 ‘버추얼 브레인’… 컴퓨터 뇌로 ‘인간 뇌’ 비밀 캐기
# 2050년 어느 날, 불규칙한 발작증세로 어려움을 겪던 한 간질환자가 신경과 전문의를 찾는다. 의사는 환자의 뇌영상 측정 데이터를 버추얼 브레인(Virtual Brain)에 입력하고, 뇌신경회로의 어느 부위가 발작을 유발하는지 찾아낸다. 과거 신경외과 수술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원인 부위를 찾고 전기자극기를 삽입해야 했던 시술을 이렇게 버추얼 브레인으로 간단히 할 수 있게 됐다. 버추얼 브레인은 친절하게도 치료 후 뇌신경회로 기능까지 시뮬레이션해 보여준다.
21세기 생명과학계의 화두는 ‘시스템 생물학’이라는 융합과학의 등장이다. 시스템 생물학은 생명 현상의 원리를 시스템 차원에서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제어하기 위해 기존에 무관한 것으로만 여겼던 공학, 수학, 물리학 등을 생물학과 융합한 학문. 이를 통해 생명체를 구성하는 많은 네트워크의 구조와 기능, 생명의 진화 원리 등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생체 네트워크의 거동에 대한 수학 모델링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기존 생명과학에서 접근하기 어려웠던 현상을 규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뇌과학 연구에도 적용되고 있는데, 2005년 스위스 로잔공대(EPFL)가 IBM과 공동으로 추진한 ‘블루 브레인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IBM의 블루진 슈퍼컴퓨터로 포유류 뇌의 뉴런(신경세포) 하나하나를 분자에서부터 신경 네트워크까지 모델링해 궁극적으로 전체 뇌의 동작을 시뮬레이션한다.
이처럼 거대한 뇌신경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각 뉴런의 생물학적 특성을 일일이 파악하고 슈퍼컴퓨터로 모델링하면, 실제 뇌와 유사하게 작동하는 컴퓨터 모델, 즉 앞의 예에서 언급한 ‘버추얼 브레인’의 개발도 가능해진다. 또 이런 버추얼 브레인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뇌의 동작 원리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복잡하다. 태아의 뇌만 보더라도 하나의 뉴런이 분열과 증식, 분화를 반복해 그 수가 늘어난다. 뉴런 사이의 연결도 점차 복잡해진다. 이 과정에서 분명 어느 정도 복잡한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전에는 의식이나 지능, 감정 따위의 기능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수준 이상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뉴런 사이의 연결 정도가 강해지면 비로소 예측하기 어려운 기능이 생겨난다. 의미 없는 불규칙한 신호가 질서정연한 신호로 바뀌고, 그러면서 네트워크의 여러 곳에서 정보전달이 이뤄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슈퍼컴퓨터로 신경 네트워크까지 모델링
이후 네트워크는 점점 복잡해지며 외부자극에 따라 정교한 반응을 만드는 성숙의 단계로 발전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정보전달에 불필요한 연결은 도태해 끊어지고, 네트워크는 결국 최적의 상태를 찾아 수렴한다.
이런 뇌신경 네트워크의 발달 과정에서 뉴런 사이의 정보는 어떻게 암호화해 전달되는 것일까? 의식은 과연 언제 어떻게 출몰하는 것일까? 창의적 사고와 판단, 추론, 감정 형성 등 고등 기능은 뉴런의 어떤 상호작용에 의한 결과물일까? 인간의 뇌에 상응하는 인공지능은 구현 가능한 것인가? 간질,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정신분열증, 강박증 등 각종 뇌 질환은 뇌신경 네트워크의 어떤 회로가 고장 나서 발생하는 것일까? 이 모든 질문의 해답은 버추얼 브레인으로부터, 아니 버추얼 브레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얻게 될 것이다.
일부 뇌과학자는 인간이 자신의 뇌와 동일한 차원의 대상물인 뇌를 연구한다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컨트롤타워인 뇌를 객관적 대상처럼 인지하고 연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또 뇌에서 창발하는 기능을 기계적 시각으로 해석하고 싶어 한다. 심지어 이를 버추얼 브레인을 통해 재현하려 한다. 자신의 창조에 대한 비밀을 엿보고 싶은 욕망에서일까.
또 고령화에 따른 뇌 질환의 증가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뇌 질환에 대한 근원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진단과 치료는 삶을 크게 개선할 것이다. 환자 개개인의 특성이 반영된 버추얼 브레인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라 뇌 질환의 원인을 추적한다면 맞춤형 치료도 가능해진다.
인공지능 구현기술 때 기계와 소통 가능
이뿐 아니라 진정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의 개발로 인간은 SF 영화에서나 보던 로봇의 도움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앞서 설명한 뇌신경 네트워크의 발달 과정에서 창발하는 성질들을 이해하고 그 메커니즘을 해독하면, 역으로 특정 성질을 일으키는 신경회로의 구조도 발명할 수 있다. 인공 신경회로는 상황을 인지하고 감정을 만들어내며, 일의 순서에서 예측되는 다음 상황에 필요한 행동도 결정할 수 있다. 이런 회로로 구현된 인공지능을 탑재한 비서 로봇이라면, 고달픈 현대인의 짐을 크게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구현기술이 발달하면 인간과 기계가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기를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프로그램화된 인공지능 회로가 스스로 진화를 거듭해 인간과 감정을 교류하게 되면, 고독한 어떤 사람은 기계와 사랑에 빠지는 즐거운 혼돈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또 발명자의 의도와 다르게 형성된 인공지능 회로의 가상의식 때문에 기계가 인간에게 존재의 의미를 반문하는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렇듯 뇌과학의 발전은 인간에게 큰 기대와 설레는 청사진을 제공한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만의 고유 기능이 단지 전기화학적 신호들에 의한 것이라는 낭만적이지 않은 현실을 말해주기도 한다. 우리의 고귀한 영혼과 사랑마저 버추얼 브레인의 시뮬레이션으로 재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첨단장비 체험기
“바보 같다는 말, 등신 같다는 말, 머저리 같다는 말 자주 듣지 않아요?” 물론 내게 대놓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자꾸 누군가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의 주인공 차강진(고수 분)이 한지완(한예슬 분)에게 이렇게 말한 뒤부터다. 감정이입을 너무 심하게 했나….
‘뇌과학’ 커버스토리를 준비하면서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에서 나의 뇌를 촬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정말 ‘기회다’ 싶었다. 그동안 한 번도 뇌 검사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 정말 내가 바보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물론 내 지능이 아주 떨어질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행동이 다소 굼뜬 이유가 뇌 탓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나의 지능 수준을 알아볼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뇌 기능 연구는 초보적 수준
그런데 “‘기자 뇌 최초 공개’란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내면 재밌겠다”는 동료들의 말을 듣자 덜컥 겁이 났다. 지능이 평균 이하라는 판정을 받으면 어쩌나 싶어서다. 그래도 일은 일이기에 뇌가 호두처럼 생겼다는 ‘상식’만 챙긴 채 1월27일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로 향했다.
연구소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공학적 설계가 돋보였다. 그러고 보니 1층에 전시된 뇌 기능 측정기인 PET(양전자단층촬영)와 뇌 영상 촬영기인 MRI(핵자기공명영상)가 눈에 들어왔다. 저런 기계로 뇌를 찍는구나.
뇌과학연구소에서 김영보 교수를 만났다. 땅 짚고 헤엄치려면 지푸라기부터 잡아야 하는 법. 그런데 김 교수와 얘기하다 보니 보통 분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스크랩해둘 만한 기사는 모조리 스캔해서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컴퓨터 파일로 저장해두는 것은 물론, 뇌과학 분야 책이라면 언제든 2~3시간 안에 정리할 수 있다고 했다. 머리가 멍해졌다. 뇌과학자는 다 이렇게 기능적일까. 그러고는 움츠러든 뇌를 다시 펴는 기분으로 이 생각 저 생각을 말로 옮겼다.
“저는 제 지능을 알고 싶어요. 새를 아주 무서워하는데, 새 사진을 보면 제 뇌가 어떻게 변하는지도 알고 싶고요. ‘짜증난다, 열받는다’와 같은 부정적인 말을 하면 뇌에 힘이 빠지나요? 웃으면 뇌에 긍정적인 세포가 생기겠죠? 탄수화물을 먹기 전과 후의 모습은 어떨까요? 이번 기사에 이런 ‘간단한’ 연구들을 체험해 정리하고 싶어요.”
그러자 김 교수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곳에 온 사람마다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고 싶다’고 하는데, 그게 가능할 만큼 뇌과학이 발달하진 않았어요. 뇌 자체의 모양새를 관찰하는 연구는 진행됐지만 뇌 기능에 관한 연구는 초보적 수준입니다. 물론 fMRI로 뇌의 활동 상황을 실시간 관찰할 수 있으니, 외부 자극에 따른 뇌의 반응은 확인할 수 있죠. 궁금한 점을 실험해볼 수는 있지만, 단지 피실험자 1명에게만 이런 반응이 나타났다고 말할 수 있어요. 개인차가 심하게 나니까요.”
‘뇌 건강 확실히 챙기기’로 다짐
그래서 7.0테슬라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장치로 뇌를 촬영하고, fMRI를 통해 음악과 음악 아닌 소리에 따른 뇌 반응 실험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2월1일 실험을 위해 다시 연구소를 방문했다. 혹시 뇌 지능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어 점심에는 뇌에 좋다는 등 푸른 생선도 먹었다.
뇌지도부터 찍기 위해 지하 랩실로 들어갔다. 연구원들은 “시계, 목걸이 등 철 성분이 있는 것은 모조리 빼라”고 말했다. 7.0테슬라는 지구 자장의 35만 배 수준이기 때문에 철 성분을 갖고 들어가면 사람이 다치거나 장비가 망가질 수 있다. “귀 안에 넣으라”며 귀마개를 줬다. 탈의실에 가서 속옷 상의만 벗고 실험대에 올라갔다. 성인 한 사람이 간신히 누울 만한 공간에 누워 안테나 구실을 하는 원통형 ‘헤드코일’에 머리를 조심스레 넣었다. 연구원들은 “영상이 흔들릴 수 있으니 되도록 움직이지 마라, ‘스캐너’ 안에서 위험하다고 느낄 땐 언제든 손에 쥔 비상 버튼을 누르라”고 했다. 그렇게 굴 속 같은 스캐너로 들어갔다.
처음엔 별것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소음이 들려왔다. “자기를 유도했다가 푸는 과정에서 들리는 진동 소리”라고 하는데, 치과 치료에 사용하는 드릴 소리 같았다. “MRI 검사하느라 힘들었다”는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갇혀 있으니 정말이지 답답하고 힘들었다. 물론 육체적으로 아프진 않았지만 계속되는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쌓였다. 가만히 30분간 누워 할 수 있는 거라곤 명상밖에 없었다.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 생각할 즈음 “끝났다”는 말이 들렸다. 밖으로 나왔고 악몽은 끝났지만, 어지럼증이 생겼다.
1시간 후 있을 음악 반응 실험을 기대하며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밥을 먹는 내내 숨이 가빴고, 심장은 콩닥콩닥 뛰었다. 음악 실험 또한 뇌 촬영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7.0테슬라가 아닌 상용화된 3.0테슬라 MRI에서 진행됐기 때문인지 스캐너 폭이 넓어 한결 수월했다. 조금 전엔 관에 있었다면 이번엔 1인실 고시원에 있는 것 같다고 할까. 귀마개를 한 뒤 헤드폰을 꼈다. 노래를 들으며 마음의 안정을 취하곤 7분간 음악과 음악 아닌 소리를 번갈아 들으며 뇌 반응을 측정했다. 20여 분 후 실험이 끝났다. 이번에도 멀미를 하는 체질이라 그런지 메스꺼웠다. 오락실에 반나절 있었던 것처럼 머리가 띵했다.
이틀 후 뇌 영상 사진을 받았다. 허무하게도 나의 뇌는 그야말로 평범했다. 음악 아닌 소리보다는 음악을 들을 때 뇌가 더 활성화된다는 매우 상식적인 결과도 얻었다.
갑갑한 곳에 갇혔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아프다. 뇌를 연구하며 몇 번이나 기기 안에 누웠을 연구자들을 생각하니, 절로 그들이 위대해 보인다. 어찌 됐든 요즘 난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면 괜히 갇힌 듯한 착각을 한다. 뇌질환에 걸리면 그 곤혹스러운 실험을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등 푸른 생선 많이 먹고, 운동도 많이 하며, 잠 충분히 자서 뇌 건강을 확실히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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