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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병리학자 양기화의 ‘광우병 사태’ 500일 기록

醉月 2010. 2. 24. 08:52

신경병리학자 양기화의 ‘광우병 사태’ 500일 기록
“이념과 과학을 혼동한 학자들과 ‘PD수첩’떠올리면 지금도 기가 막힌다”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그는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혼자서 중얼거리지 않았다. ‘PD수첩’ 명예훼손 소송 재판정에도 섰다. 이념과 과학이 뒤엉킨 진흙탕 싸움판에서 상처 입은 ‘의사 양기화’의 광우병 사태 참전기.

“아니라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예’라고 하려면 땀을 흘리고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비록 그 말이 죽음을 뜻하더라도 아니라고 하기는 쉽다. 아니라고 하면 조용히 앉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살아가면서 죽기만 기다리면 된다. 이것이 비겁한 자의 역할이다.”

양기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위원(56·의학박사)은 가톨릭대 의대 다닐 적 연극동아리에서 조명을 들었다. 본과 1학년 때 공연한 작품 ‘안티고네’의 한 대목이 지금도 생생하다. 극중 크레온의 대사가 가슴패기를 때렸다.

크레온은 국법을 어긴 안티고네를 옥에 가둔 뒤 죽이라고 명하면서 “아니라고 말하기는 쉽다”고 말한다. 안티고네는 조카이면서 아들의 약혼녀. 대중이 인륜을 앞세워 사면을 요구했는데도 크레온은 이렇게 결론짓는다.

“멋대로 법을 어기거나 왜곡하는 이는 내 집안사람이라도 용서할 수 없다. 지도자는 사소한 문제라도 그것이 옳든, 심지어 옳지 않든 국법에 복종해야 한다.”

신탁(神託)을 받아 나중에 조카를 석방하겠다는 게 크레온의 속셈이었으나 안티고네는 감옥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는다. ‘안티고네’는 이름난 그리스 비극.

폭풍 속으로

그는 크레온처럼 행동했다. “뭔가 크게 잘못됐다”고 숨어서 중얼거리지 않았다. 나서서 뭔가를 해야 했다.

 “정부가 잘못했다고 비판하기는 쉬웠습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예’라고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욕먹을 걸 뻔히 알았지만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과학적 사실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2008년 여름, 그는 폭풍 속으로 들어갔다. 뭇사람에 맞서 “정부 말이 옳다”고 했다. 진보가 뭔지, 보수가 뭔지도 잘 몰랐다. 그저 팔을 걷어붙이고 과학과 이념의 혼돈을 정리하려고 했다.

“폭풍 속으로 휘말렸어요. 솔직히 광풍을 예상하지는 못했습니다.”

폭풍은 상처를 남겼다. 악성 덧글이 그의 블로그를 도배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무서웠다.

“길 가다 칼 맞는 수 있으니 가면 쓰고 다니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니던 직장에서도 잘렸다. 6개월을 집에서 놀았다. 의대생인 차남도 “미국산 쇠고기 먹어도 되느냐?” “아버지가 틀린 것 아니냐?”고 물었다.

“아들 녀석 둘이 모두 의대를 다녀요. 큰애는 정치 성향이 없어요. 둘째는 ‘보수적 진보’라고 스스로 말할 만큼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그 녀석하곤 몇 번 붙었죠. 결국은 과학으로 설득했습니다.”

야화(野火)가 광화문을 점령했다. MBC ‘PD수첩’이 불을 질렀다. 뿔난 민심은 ‘명박산성’ 앞에서 외쳤다.

“너나 먹어라.”

그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2008년 5월2일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가족부가 정부종합청사에서 마련한 ‘끝장토론회’자리에 앉으면서 폭풍 속으로 들어갔다. 4월부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광우병 관련 자문에 응하던 터였다. 5월7일엔 국회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말했다. 조인스닷컴 블로그(‘눈초의 블로그’)에 광우병 공포의 오류를 밝히는 글도 썼다.

“인터넷 괴담에 휩쓸린 사람들에게 전문가로서 진실을 알렸어요. 전문가 아닌 사람이 전문가로 행세하면서 턱없는 얘기가 나돌았거든요.”

   

광우병에 걸린 소. 소가 주저앉은 데에는 50여 가지 원인이 있다.

‘광우병에 대한 괴담들의 진실은?”이라는 포스팅을 읽은 ‘중앙일보’가 그를 만났다. 기사는 사회면 톱으로 실렸다. 그날 블로그엔 800개 넘는 덧글이 달렸다. “미친 소 너나 드세요” 같은 반응이 많았다. 처음엔 악플에 일일이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욕설을 퍼부은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한 것. 설득은 통하지 않았다. 정치적 성향을 묻는 사람도 많았다. 블로그는 이념과 과학이 뒤엉킨 싸움판이었다.

“초기엔 95%가 악플이었어요. 공손하게 댓글을 달았죠. 이 주장은 반대 주장이 이렇다면서 관련 논문을 소개했어요. 그런데 참는 것도 한계가 있더군요. ‘SRM(특정위험물질)까지 처먹어라’ 같은 덧글을 읽은 뒤엔 참다 참다 에잇….”

그는 광우병과 관련해 60건의 포스팅을 올렸다. 블로그 조회 수를 다 더하면 100만 클릭이 넘는다. 뭇사람에게 공공의 적으로 몰려 공격받으면서 파워 블로거로 뜬 것이다. 2008년 7월7일 올린 ‘오역 소동’이란 제목의 글은 24만 클릭을 기록했다.

“꾸준히 글을 올리자 ‘이 아저씨 말이 맞는 구석도 있다’ ‘이 사람 의견이 맞는 것 같다’는 덧글이 달렸어요. 지지하는 반응이 늘더니 악플이 전체 덧글의 30%가량으로 줄었습니다. 나중엔 덧글 자체가 줄고 극렬분자만 남더군요. 막연한 공포를 퍼뜨리는 집단을 적어도 인터넷 공간에선 잠재운 셈이죠.”

 

괘씸죄

▼ 왜 폭풍 속으로 들어갔습니까?

“과학의 팩트가 그거였어요.”

▼ 괜스레 나섰다고 후회한 적 없나요?

“없습니다.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나서기로 한 뒤론 최선을 다했죠.”

그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말한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SBS ‘시시비비’, KTV ‘100분 토론’ 등이 패널로 출연해달라고 불렀으나 토론에 참석하지 못했다. 의사협회 주수호 당시 회장이 출연을 막아서다.

“전국 방송을 통해 광우병 괴담을 과학적으로 해명할 기회가 무산됐죠. 결국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만 토론회에 참석해 vCJD(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이른바 인간광우병) 위험이 부풀려졌어요.”

정부가 광우병 논란과 관련해 수차례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으나 의사협회는 거절했다. 개혁 성향의 집행부가 이듬해 회장 선거 때 젊은 의사 표를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따라붙었다. 의사협회는 당시 이런 성명을 내놓았다.

“미국은 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니며, 한국도 피해를 볼 수 있어 광우병 공포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파돼 vCJD를 일으킨다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너무 성급하게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국민 건강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식품 안전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부라면 사전 예방 원칙에 따라 유해한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폭풍 속으로 들어간 지 한 달이 지난 2008년 6월, 그는 의사협회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의사협회 안팎에선 “유능한 인재가 소신을 피력하다 정치적으로 희생됐다” “양기화 박사만한 전문가가 없는데…”라는 말이 나돌았다.

“괘씸죄였어요. 정부가 주최한 토론회에 동의 없이 참석한 게 집행부를 자극한 거죠. 제가 스트레스가 심해 토론회 참석을 기피한다면서 의사협회가 저 대신 다른 사람을 토론회에 내보낸 적도 있답니다. 토론회 참석 요청이 들어왔다는 말을 전달받지도 못했고요. 욕먹을 각오는 했지만 실직은 상상도 못했죠. 막상 직장에서 쫓겨나니 마음이 어수선하더군요. 실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아내 표정도 어두워졌고요.”

물론 의사협회의 설명은 다르다. 객관적 기준에 따라 해임했다는 것.

의사협회 간부들은 2008년 7월9일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에 참가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의견을 바꾼다. “청와대가 의사협회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의사협회가 정권의 눈엣가시가 됐다”는 말이 나돈 뒤다. 의료전문지 ‘메디컬투데이’는 의사협회의 이 같은 표변을 ‘철없는 회장님’이란 표현으로 비꼬았다. 정치와 권력, 이념과 과학이 뒤엉킨 오락가락 소동이었다.

   

증인으로 서다

그는 지난해 11월4일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정책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PD수첩 제작진 재판에 증인으로 섰다.

검찰은 12월2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능희 CP(책임프로듀서), 김보슬 PD, 김은희 작가에게 징역 3년, 이춘근 PD, 송일준 PD에겐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피고인들이 취재 과정에서 보도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곡했고, 담당 공무원을 매국노에 비유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1심 선고공판은 1월20일 열린다.

재판의 쟁점은 오보 여부가 아니라 PD수첩이 고의로 피고소인의 명예를 훼손했느냐다. 정책 비판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PD수첩 측은 주장한다.

“검찰에 출두해 4시간 넘게 참고인 조사를 받았어요. PD수첩 제작진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여지도 적잖다고 해요. 보도는 엉터리더라도 명예훼손은 아닐 수 있다는 거죠.”

2008년 5월2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첫 촛불문화제엔 1만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4월29일 PD수첩이 방영한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가 방아쇠 구실을 한 측면이 있다. PD수첩 보도의 핵심은 크게 넷이다.

1. 미국 시민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가 기립불능 소를 도축하는 과정에서 한 가혹행위를 촬영한 장면.

2. 버지니아에서 사망한 아레사 빈슨이 vCJD에 걸린 것 같다는 내용.

3. 한국인 대부분의 프리온 단백질유전자 코돈129가 MM형이어서 vCJD에 걸릴 가능성이 백인보다 몇 배나 높다는 내용.

4. 한번 감염되면 vCJD에 걸려 모두 사망한다는 내용

1→2→3→4로 이어진 얼개는 시청자에게 광우병의 위험을 알리는 데 유용했으나 방영 직후부터 번역을 잘못했다는 주장이 나왔으며 황우석 전 서울대 석좌교수 논문조작을 밝히는 데 기여한 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 사이트에도 PD수첩 보도가 과학적 진실과 다르다는 의견이 올랐다.

“잘 모르겠지만, 기자는 팩트를 찾는 능력을 훈련받고, PD는 팩트를 전달하는 능력을 훈련받는 것 같아요. PD수첩 보도는 팩트는 엉터리지만 구성은 탁월했습니다. 잘못된 사실을 순서대로 나열하면서 공포를 부추겼어요. PD수첩에 나온 주저앉는 소는 젖소예요. 젖소는 우유를 통해 미네랄 성분이 빠져나가 주저앉는 증상을 자주 보인다고 합니다. PD수첩에서 번역자로 일한 정지민씨가 젖소로 번역했는데, PD수첩은 ‘광우병 걸린 소’라고 단정했어요. PD수첩도 나중에 ‘광우병 걸린 소’라고 말한 부분은 잘못됐다고 시인했죠.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도 vCJD가 아니라 베르니케 뇌병증으로 밝혀졌고요.”

“PD수첩도 방송 시점엔 빈슨의 사인을 몰랐을 거다”라고 기자가 말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다르게 답했다.

“몰랐다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의도적으로 왜곡한 측면이 있어요. KBS 기자와 함께 치매 관련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50분짜리 2회 분량이었는데, 미국에서 주로 취재했어요. ‘치매 바로 알면 잡는다’라는 단행본을 냈을 때라서 책 홍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도움말, 섭외, 통역, 번역을 해줬습니다. 미시간, 미네소타, 노스캐롤라이나, 캘리포니아를 누비고 다녔어요. 인터뷰한 내용을 번역해 시트를 만들었는데 영어 발음이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 대목이 몇 군데 있더군요. 내용상 꼭 들어가야 하는데 번역이 불확실하다고 했더니 방송엔 못 내보낸다고 말하더군요. 자막 번역이 틀리면 프로그램 전체의 신뢰가 깨진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PD수첩은 번역가가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잘못된 번역을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의도적으로 오역한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의도가 없었다면 취재의 ABC조차 안 지킨 거고요.”

   

주저앉는 소

송일준 PD는 휴메인소사이어티가 촬영한 주저앉는 소 동영상과 버지니아에서 사망한 아레사 빈슨 어머니 인터뷰가 방영된 다음 “아까 그 광우병 걸린 소 도축되는 모습도 충격적, 광우병이 그렇게 무서운 병이라면서요?”라고 김보슬 PD에게 묻는다. 김 PD는 “그렇다. 예방도 치료도 할 수 없는 병. 0.1g의 위험물질만으로도 감염, 끓여 먹거나 익혀 먹어도 감염 물질이 사라지지 않고, 감염되면 100% 사망하는 병. 21세기 신종 전염병이라 모든 것이 연구되거나 알려지지 않아서 더욱 무서운 병”이라고 답했다.

“광우병에 걸린 소라도 SRM을 제거하면 vCJD 감염 위험은 무시해도 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PD수첩에서는 쇠고기인지, 뇌 조직인지 거두절미하고 0.1g의 위험물질만으로 감염된다고 말했어요. 감염되면 100% 사망한다는 지적도 잘못이고요.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나면 100% 사망한다고 해야 맞습니다. 코돈129가 MM형이어서 vCJD에 걸릴 가능성이 백인보다 몇 배나 높다는 내용도 잘못된 것이고요.”

이춘근 PD는 “정부는 쇠고기 원산지 표기를 확대한다고 하지만 쇠고기뿐 아니라 라면스프, 알약캡슐, 심지어는 화장품에도 쇠고기 성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식용 미국소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 것.

“vCJD는 물론이고 다른 CJD도 말초신경을 통해 발병했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SRM이 콜라겐, 젤라틴의 원료로 쓰이는 것도 아니고요. 콜라겐이나 젤라틴을 포함한 화장품 약품을 사용할 때 상처를 통해서 프리온에 감염될 확률도 거의 없어요.”

“아직까지는 없다는 거 아닌가요. 앞으로는?”이라고 물었다. 그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답했다.

“화장품도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그런 식으로 접근하죠. 물론 ‘아직까지는 없다’는 게 정확한 표현입니다. 하지만 영국이라는 실험장이 있었습니다. 영국에서 발견된 BSE(소해면상뇌증, 이른바 광우병) 감염소가 18만두가 넘습니다. BSE 발생이 정점에 달하고 5년이 지난 뒤 vCJD가 출현합니다. 이후 160사례가 발견되고요. 육골분 사용을 금지하고 SRM의 유통을 막으면서 BSE 감염은 가파르게 떨어지죠. 지난해 발견된 BSE 감염소가 전세계에서 30마리예요. BSE, vCJD가 통제가능한 질병이 된 거죠. 미국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인정한 위험통제국입니다.”

이 대목에서 그가 조심스럽게 한우 얘기를 꺼냈다.

“미국산 쇠고기로 인한 광우병 감염 위험은 골프를 하다가 홀인원 하는 순간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도 낮습니다. 위험성이 0에 가깝다는 거죠. 0을 기준으로 삼아 평가하면 한우가 상대적으로 더 위험해요. 한우에서 아직까지 BSE가 확인되지 않은 것은 검사를 제대로 안 해서라고 봐야 합니다. 한국은 아직까지 OIE가 공인한 위험통제국이 아니에요. OIE는 한국을 미확인국으로 분류합니다. 오랜 노력 끝에 기준 점수를 넘어 올해 중 위험통제국 지위를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의 한우 위생조건이 미국소의 그것과 비교할 때 오히려 떨어지는 겁니다.”

▼ 한국서도 확인되지 않았을 뿐 BSE가 발생했다는 주장인가요?

“2003년 크리스마스 이브 때 캐나다에서 수입한 소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서 미국 정부가 BSE 검사를 강화합니다. 그 뒤로 지금까지 두 마리의 BSE 감염소가 발견됐습니다. 이 두 마리는 영국형 BSE가 아니라 비정형 BSE로 밝혀졌어요. 영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BSE와는 다른 비정형 BSE는 발병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처럼 육골분을 수입해 사료로 쓴 일본에선 자국 소를 전수(全數)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 35마리가 BSE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어요. 일본의 사례를 적용하면 한국서도 BSE가 발생했을 소지가 커요. 수의사 중에도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은 고위험군 소도 조사하지 않았거든요. 물론 소 사육 규모를 고려하면 일본보다는 감염 소가 적을 겁니다. 광우병에 걸린 소들은 지금은 죽었거나 도축됐겠죠.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불거진 광우병 광풍은 내 눈에 박힌 들보도 들여다보지 못한 일종의 코미디였어요. PD수첩 보도는 다시 봐도 기가 찹니다. 광풍으로 나라가 소용돌이친 걸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나요. 사람이 항상 합리적이고 과학적일 순 없지만….”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BSE는 소멸 단계에 들어섰어요. 식품을 매개로 한 vCJD는 앞으로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한국처럼 자국 소의 SRM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은 국가에선 비정형 BSE 감염소의 SRM이 vCJD를 일으킬 여지는 낮지만 남았습니다. 암시장에서 주저앉는 한우를 거래하는 현장이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어요.”

한우 사랑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조상들은 소를 생구(生口)라고 불렀다. 생구는 집안의 종을 일컫는 말. 사람 대접하던 소가 죽으면 장사 지낸 뒤 먹었다. 소는 뜯어먹히면서 사람에게 귀속한다. 머리는 국밥으로, 내장은 탕으로, 피는 선지로, 꼬리는 찜으로, 고기는 구이로서 사람의 근육을 이루고, 피로 흐르며, 뼈를 세운다. 한국뿐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가 자국 소를 사랑하는 까닭은 등에 일을 업고 살다가 몸을 통째로 사람에게 귀속하는 이 같은 소의 숙명 덕분일 게다. 우리네 조상들은 “소가 소를 먹으면 미친다”고 가르쳤다.

“부엌에서 나오는 허드렛물로도 소죽을 끓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서구에선 우유 생산을 늘리려고 동물성 단백질을 먹였습니다.”

괴물은 오랫동안 영국의 외양간에 숨어 지냈다. BSE는 1985년 영국에서 처음 확인된다. 1970년대 중반부터 목장에서 스멀거린 것으로 추정된다. 1987년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정체불명의 병증으로 소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수의사들은 속수무책”이라고 보도했다. 광우병(mad cow disease)이라는 소름끼치는 단어를 작명한 건 ‘선데이텔레그래프’다.

“영국 축산업계는 오래전부터 육골분 형태의 동물 단백질을 사료에 섞었어요. 육골분은 소 양 돼지 가금류를 도살할 때 나오는 찌꺼기를 섞은 겁니다. 초식동물인 소가 소, 양, 돼지를 먹었습니다. 영국에서 육골분을 수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도 2001년 1차 광우병 파동을 겪었고요.”

영국 정부는 1996년 BSE와 관련한 새로운 CJD 질환이 나타났다고 실토한다. 소의 SRM을 먹은 사람이 프리온 질환에 걸린 것이다. 사람들은 이 질환에 vCJD라는 이름을 붙였다. 각국은 영국산 소의 수입을 금지했고,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소들의 묵시록이 시작된 것이다.

▼ 양의 프리온 질환이 양을 먹은 소에게 옮겨가고, 소를 먹은 사람에게 옮겨가 vCJD가 발생한 거죠?

“한국에 잘못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건 폐기된 가설이죠. 옛날 얘기예요. A교수가 그렇게 주장한 뒤 거의 모든 언론이 그렇게 써왔어요. 양에서 소로 갔으니 소에서 사람으로 옮겨가기도 쉽다는 논리인데, 양의 프리온 질환인 스크래피와 BSE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어요. 영국 정부가 2001년 발행한 광우병 보고서에도 나오는 내용입니다. A교수는 광우병 보고서도 안 읽은 모양입니다. 스크래피가 종의 장벽을 넘어 소를 감염시켰다면 소에서 사람으로 전달되는 건 아주 쉽습니다. 종간(種間) 장벽을 한 번 넘은 병원체는 다음 장벽은 훨씬 쉽게 뛰어넘거든요. 사람과 소 사이엔 분명 종간 장벽이 있습니다. 영국에서 양의 뇌나 뼈를 먹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스크래피에 걸린 양고기가 맛이 좋다는 소문이 퍼져 오히려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양의 프리온 질환은 250년간 소와 사람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어요.”

▼ 서구인과 다르게 한국인은 쇠골은 물론이고 등골에 붙은 살까지 먹습니다. 그래서 더 위험한….

“그것도 잘못 알려졌습니다. 영국도 기계골발육을 거쳐 등골에 붙은 살을 빼 먹었습니다. 영국의 전통음식인 쇠고기파이에 쇠골에 붙은 고기가 들어갑니다. 우리가 감자탕 먹을 때 척추뼈 사이의 살을 파먹듯 영국 사람들도 척추뼈, 머리뼈에 붙은 살이 아까웠나 봅니다. 고압으로 물을 쏴서 망으로 고기를 받아 햄버거 등의 재료로 썼어요. 그런데 기계골발육은 고기 조각이 잘 안 뭉쳐진답니다. 그래서 햄버거 패티를 만들 때 뇌조직을 섞었다고 해요. 영국 사람들도 SRM을 먹은 거죠. SRM을 먹은 사람들이 vCJD에 걸렸고요.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소의 SRM을 수입하지 않습니다. 소를 해체할 때 등골은 아주 작은 양이 나와요. 정육점에서 단골들에게만 서비스로 줍니다. 그걸 잘라서 기름소금에 찍어 먹으면 고소하죠. 등골만 찾아먹는 식도락가도 있던데 안 먹는 게 좋습니다. 비정형 BSE를 고려하면 SRM을 먹는 습관을 고쳐야 합니다.”

   

▼ 사골을 우려내는 설렁탕 같은 음식도 위험하다는 괴담이 퍼졌습니다.

“그건 괴담 중의 괴담이죠. 사골은 SRM이 아니에요. 프리온을 600℃로 가열한 뒤 동물에 접종했더니 그 동물이 프리온 질환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2007년 프루시너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프리온을 물, 지방 글리세롤과 함께 가열했더니 감염력이 5000~1만분의 1로 감소한 겁니다. 3시간 넘게 가열하면 감염력이 1만~10만분의 1로 떨어졌고요. 사골이 SRM은 아니지만 설렁탕, 곰탕처럼 기름이 둥둥 뜰 때까지 하루 종일 고아내는 우리의 조리문화가 지혜롭지 않습니까. 끓여 먹거나 익혀 먹어도 감염 물질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PD수첩의 표현도 말 그대로는 옳지만 과장된 것입니다. 지방 등과 함께 오랫동안 끓이면 감염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 그렇군요.

“TV 프로그램 중에 ‘1대 100’이라는 게 있어요. 1명이 100명과 대결하는 퀴즈쇼예요. 1명이 100명과 지식을 겨루긴 쉽지 않죠. 1대 100을 연상케 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광풍이 분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사태 초반 인터넷에서 나돈 정보는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것 일색이었어요. PD수첩이 불을 질렀고요. 그 같은 잘못된 주장에 맞서는 다른 해석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사람들이 편향된 정보를 토대로 위험하다고 판단한 거죠. 그 과정에서 프리온 질환 비전문가인 진보성향 학자들의 설익은 주장이 정설로 대접받았습니다. 일부 언론도 그들의 주장을 진실인 양 보도했고요. 괴담이 퍼진 데는 이념과 과학을 혼동한 일부 학자들의 책임도 큽니다.”

 

통제 가능한 질병

2009년 11월 현재 OIE 통계에 따르면 영국에서 18만4617두가 BSE에 감염돼 발병했다. 영국과 소, 소 부산물 교역이 많은 아일랜드(1644두) 포르투갈(2834두) 프랑스(1001두) 스페인(744두) 스위스(464두) 독일(417두)에서 주로 발생했다. 스웨덴 같은 국가는 영국에서 육골분을 수입하지 않아 BSE가 발생하지 않았다.

유럽 밖 지역에서는 일본 35두, 미국 2두, 이스라엘 1두 등이 발병했다. 2009년 BSE 발생 현황을 보면 11월까지 영국, 아일랜드에서 각각 7두가 발병했고, 포르투갈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 독일에서는 BSE에 걸린 소가 1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vCJD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도 단연 영국이다(167명). 1996년 3명이 확인된 후 환자가 늘다가 1999년 29명 발병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2005년 5명 2006년 3명이 발병했고, 2007년부터는 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BSE가 나타나고 육골분 사료 금지 조치를 시행하기 전까지 영국 식탁에 오른 쇠고기 양이 100만t이 넘습니다. 일본의 상황을 영국에서 일어난 광우병 파동의 경과에 대비해 계산한 문헌에 따르면 일본에선 1000년에 1명이 vCJD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BSE, vCJD는 이제 행정적 조치로 통제가 가능한 질병입니다.”

그는 TV토론에 단골로 출연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도맡아 설파한 A교수 등은 프리온 질환 전문가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A교수가 언론 등에서 한 광우병 관련 발언은 수의학과 교수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원론적 내용입니다. 비전문가의 주장이 전문가의 견해로 왜곡돼 사회에 전달된 겁니다. 수의사 B씨의 주장도 마찬가지고요. 그 사람들은 최신 논문을 인용하지 않고 폐기된 주장마저 사실인 양 전달했어요. 특히 A교수는 광우병 위험을 부풀린 일부 논문만 골라 언급하거나 논문의 해석을 잘못하거나 심지어 오류가 확인돼 기각된 가설도 인용했습니다. 사실 한국에 프리온 질환 전문가는 별로 없습니다. A교수, B수의사 등은 전문가가 아니죠.”

A교수는 광우병 사태 때 연구보고서 자기 표절 논란, 전문가 자격 시비가 제기돼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A교수의 자격 시비가 불거진 뒤 그도 검증 대상이 됐다고 한다.

   

“국정조사 청문회에 민간전문가로 참여했을 때 야당 국회의원이 필자의 연구성과를 제출받아 검증할 거라는 소문이 돌았어요. A교수가 공격받으니 상대편도 검증하겠다는 거였습니다. 전문성에선 꺼릴 게 없습니다. BSE를 비롯한 동물 프리온 질환은 사슴의 만성소모성 질환을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확인된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수의학 분야는 연구 여건이 제한적이었어요. 반면 사람의 대표적 프리온 질환인 CJD는 해마다 사례가 발생합니다. 임상을 담당하는 신경과 의사, 확진을 담당하는 신경병리의사 중 기초연구를 해온 사람이 있어요.”

 

이념과 과학의 혼동

그는 신경병리학을 전공했다.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대 신경병리학교실을 거쳤다. 을지의과대학 병리학교실 교수를 그만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청 독성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를 거쳐 현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위원으로 일한다.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객원연구원도 맡고 있다.

“전미신경병리학회 정회원이면서 대한병리학회 신경병리연구회에서 활동해왔습니다. 2008년 창립된 아시아신경병리학회에서도 일했고요. 2003년 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전달성 해면뇌상증 국제심포지엄에선 ‘한국에서의 광우병 규제현황’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습니다. 2001년 영국 정부가 발행한 광우병 백서 번역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고요. 식약청에 근무할 때는 광우병, CJD 관련 세미나를 여러 차례 개최했습니다. 식약청이 식품, 약품을 관리하는 곳이기에 광우병과 CJD 동향을 파악해놓아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 왜 병리학을 전공했나요?

“가톨릭대에서 수련받을 때 신경외과나 신경과에 가서 신경병리학을 전공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병원에 퍼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사례를 모으면서 연구했고, 미국에 가서 신경병리를 공부했죠.”

▼ 성적이 나빠서 병리학을 전공한 건 아니고요?

“하하. 그건 아니에요.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연극하면서 조금 망치긴 했죠. 상업극단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적도 있어요. 어떤 대학에선 성적이 우수하지 않으면 병리학교실에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는 미네소타대 의대 신경병리학교실에서 공부하면서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같은 치매증상을 보이는 뇌질환을 연구했다.

“미네소타대에서 모시던 선생님이 미국 학계에서 존경받는 신경병리의사였어요. 대학에 뇌 은행이 있었는데 미국의 중북부 5개 주에서 치매로 죽은 환자의 뇌가 미네소타대 뇌은행으로 옵니다. 뇌은행이 우리 실험실에 죽은 환자의 진단을 요청하는 시스템이었죠. 미국에서 200명 넘는 사례를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프리온 질환을 공부했고요.”

▼ 2004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CJD환자를 부검했다면서요?

“미국에선 젊은 병리의사가 CJD부검을 안 하려고 해요. 찜찜하다면서 다들 도망가죠. 공기 중으로 옮기는 건 아닌데 전파 양식이 확인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부검의가 감염된 사례는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어요. 파푸아뉴기니에서 쿠루 환자를 부검한 가쥬섹도 쿠루에 걸리지 않았죠. 간질에 걸린 CJD 환자를 수술한 장비로 다른 환자를 수술하다가 CJD를 감염시킨 사례, CJD 환자의 각막을 이식받은 사람이 감염된 경우는 있었습니다.”

쿠루는 파푸아뉴기니 고산지대에 사는 포레족 사이에서 유행한 질병이다. 쿠루는 사람이 사람을 먹어서 생긴 병. 포레족은 사망한 가족의 시체를 먹었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망자의 영혼을 이어받는다고 여겼다.

   

“한국에서 그동안 4건의 CJD 환자 부검이 있었습니다. 저보다 1년 전 부산에서 CJD인 줄 모르고 환자를 부검한 의사가 최초입니다. 제가 부검한 뒤로 춘천 한림병원에서 두 케이스를 더 했고요. 한여름에 부검했는데 땀을 바가지로 흘렸어요. 오염을 줄여야 해서 속옷 벗고 수술복 입은 뒤 비닐로 만든 앞치마 걸치고 그 위에 수술가운을 입었죠. 그러곤 AI(조류 인플루엔자) 유행할 때 입는 우주복같이 생긴 걸 덧입었습니다. 고무장갑 끼고, 목장갑 끼고, 안경 쓰고, 고글 덧쓰고…. 보통 뇌를 꺼낼 때는 전동톱을 씁니다. 그런데 CJD 환자는 골을 가를 때 뼛가루가 날려선 안 돼요. 그래서 일반 쇠톱으로 머리뼈를 자릅니다. 전동톱을 사용하면 20분이면 뇌를 꺼내는데 쇠톱으로 썰었더니 1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고글 안으로 김이 서려서 앞도 잘 안 보였고요. 부검을 끝낸 뒤 탈진했습니다.”

사람의 프리온 질환은 다양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CJD를 산발형CJD( sCJD)라고 부른다. sCJD는 원인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는데, 치매 증상을 보인 뒤 1년 전후로 사망한다. iCJD는 CJD 환자의 뇌경막이나 성장호르몬을 투여받았을 때 생기는 병이다. CJD 환자를 치료할 때 쓴 의료기기로 시술받은 사람에게서 발생한 적도 있다. fCJD는 프리온 유전자에 생긴 돌연변이가 대를 이어 나타나는 병이다.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vCJD는 BSE 감염 소의 SRM을 섭취한 게 원인이다. 그밖에 이제는 사라진 쿠루가 있고, 아주 드문 치명적 불명열, GSS 등이 프리온 질환에 속한다. 알츠하이머도 치매 증상을 보이지만 프리온 질환은 아니다.

 

팩트와 진실

그는 침을 꼴깍 삼키면서 어려운 설명을 계속했다. 기자가 고개를 갸우뚱하면 같은 설명을 몇 번씩 반복했다. 괴담의 진실을 설명할 때는 A교수의 주장은 A논문에 근거하는데 그건 폐기된 가설이고 B논문을 봐야 한다, 3주 전 나온 C논문이 그 부분을 잘 설명해놓았다는 식으로 말을 이었다. 그는 과학적 사실을 종횡무진 오가면서 괴담에 일조한 사람들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했다. 그는 ‘안티고네’의 크레온처럼 고집이 강해 보였으나 광우병 사태 때 상처를 적잖게 받은 듯했다. 장시간의 인터뷰를 마친 뒤 그와 함께 걸으면서 팩트와 진실을 깐깐하게 따지는 삶보다 “뭔가 크게 잘못됐다”고 숨어서 중얼거리는 삶이 안온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