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아라 대한민국!… 우주강국 첫발 내딛었다
발사체 포함 8200억 투자 국내기업 참여 80% 국산화
기술제공 러시아도 깜짝 내달 30일 '나로호' 발사
대한민국을 우주로 나가게 해줄 '우주항구'가 개통됐다. 다음 달 말 이곳에서 한국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I)'가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싣고 성공리에 발사되면 우리나라도 당당히 위성 자력 발사 국가가 된다. 한국이 선진국 주도의 우주개발 경쟁에 뛰어드는 신호탄이자, 파급 효과만 수조원에 이르는 우주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이다.◆독자 기술로 우주 선진국 반열에
나로우주센터는 외나로도 중턱을 깎아 만든 총 507만㎡의 부지에 발사대 등 최첨단 우주발사체 관련 장비를 갖추고 있다. 2000년 12월 공사를 시작한 이래 준공 때까지 3200억원이 투자됐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무(無)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나로우주센터 건설기술의 80%를 국산화했다"고 말했다.
우주를 향한 대한민국의 도전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미국으로부터 발사 추적·계측·통제 장비를 도입하기로 계약까지 체결했으나, 미 국무부가 도입 직전 국가 전략산업이란 이유로 수출을 불허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기술도입선을 급하게 바꿔 비행종단시스템은 이스라엘, 원격자료수신장비와 광학추적장비는 프랑스로부터 분산 도입하는 것으로 위기를 넘겼다.
발사대 기술을 지원하기로 한 러시아는 기술보안 논란 때문에 발사대 설계도를 당초 계획보다 한참 늦은 2007년 3월에서야 보내왔다. 그 때문에 2008년 하반기까지 완성하기로 한 일정을 맞추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러시아측은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우리가 직접 만들어도 2년은 족히 걸린다"고 했다. '불가능한 일정'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은 A3 용지 2만1631쪽에 이르는 방대한 설계도를 밤을 새워가며 일일이 국내 부품 규격에 맞도록 수정했다.
한국의 기업들도 저력을 발휘했다. 발사대 제작을 맡은 현대중공업은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에서 축적한 기술을 활용, 초당 900L의 물을 살포해 발사체가 내뿜는 엄청난 화염을 식히는 시스템을 독자 개발했다. 지하에 있는 전선들이 섭씨 수백 도의 화염에도 견딜 수 있는 차폐벽도 개발했다. SK C&C는 공간 문제로 발사대와 제어실이 다른 곳에 세워지자 수백 도의 고온에도 문제없는 통신 기술로 두 시설을 연결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발사장을 처음 건설하는 나라가 여러 기업들이 각 부분을 나눠 건설하도록 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마침내 설계도를 받은 지 19개월 만인 2008년 10월 발사대가 완공됐다. 올 3월에는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4배나 많은 성능시험도 모두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자 "한국이 계획하는 일정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했던 러시아측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발사장에 세울 발사대 건설에 우리와 함께 참여하자"고 제의해왔다.
◆수조원의 경제 파급 효과 예상
나로호 개발에는 5025억원이 들어갔다. 나로우주센터까지 합하면 나로호 발사에 8200억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이 투자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주산업이 투자 대비 효과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말한다.
우주탐사에서 비롯된 위성항법시스템(GPS)이 선박·승용차·트럭·휴대전화로까지 진출한 데서 보듯 우주선과 우주인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 신상품 개발로 속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선글라스와 브래지어의 형상기억합금, 자기공명영상(MRI)도 우주 기술에서 나온 것이다. 덕분에 '미국의 새로운 상품은 세계 최대의 발명가 집단인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나로호 역시 3조원에 육박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이미 두원중공업은 발사체 개발과정에서 확보한 특수 용접기술을 산업용 내압용기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탑엔지니어링은 나로호 발사통제·관제, 시뮬레이터 기술을 선박 자동화 시뮬레이터에 활용하고 있다. 쎄트렉아이는 위성에 실린 저잡음 전력장치를 환경방사선 감시기에 적용했다.
안보까지 감안하면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우주발사체는 탄도 대신 위성을 실을 뿐, 기본 원리에서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일본이 2001년부터 발사한 우주로켓 H-2는 미사일로 전환할 경우 사정거리가 1만5000㎞에 달한다는 전직 미국 관리의 분석이 담긴 책이 출판된 적도 있다. 유사시 우리도 비슷한 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말이다.
632년만에… 꿈을 이루다
나로우주센터 준공, 고려 최무선의 '로켓 강국' 눈앞에, 세계 13번째 발사장 보유국가, 이(李)대통령 "7대 우주강국 되자"
14세기 고려 최무선이 꿈꾸던 로켓 강국(强國)의 소망이 재점화됐다. 고려 우왕 3년인 1377년 최무선은 당시로는 세계 최고 수준인 로켓 화살무기 '주화(走火)'를 개발했다. 그로부터 632년이 지난 11일 전남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 외나로도에서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발진 기지인 나로우주센터가 준공됐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KSLV-I)호'가 7월 30일을 목표일로 삼아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13번째 우주발사체 발사장 보유국가가 됐다. 다음달 나로호가 과학기술위성2호를 싣고 성공리에 발사되면 자국(自國)에서 자력(自力)으로 위성을 발사하는 10번째 '스페이스 클럽(space club)' 국가가 된다.
이날 오후 2시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조립장에서 1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준공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 10년 안에 우리 힘으로 우주시대를 열어 세계 7대 우주강국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총 507만㎡(약 153만평)의 부지에 들어선 나로우주센터는 발사대와 발사통제동·종합조립동·기상관측소·추적레이더·광학추적장치 등 첨단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내달 말 나로호 발사에 이어 내년 4월 나로호 2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
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장은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인공위성과 발사체, 발사대 등 3가지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는 1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불가능한 것을 이뤘다"고 말했다.
정부는 나로호의 뒤를 이을 후속 발사체(KSLV-II)를 2018년까지 순수 독자기술로 개발할 계획이다. 2단형인 나로호의 1단 액체로켓은 러시아에서 도입했지만, KSLV-II는 1·2단 로켓 모두 우리 힘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또 2020년까지 달 탐사 궤도선을, 2025년까지 달 탐사 착륙선을 개발하는 등 우주탐사 프로그램도 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대 무기 전문가이자 주화의 후신인 조선 신기전을 복원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채연석 박사는 "문헌 자료와 고증을 통해 확인한 주화는 14세기 당시 어떤 국가의 무기에도 뒤지지 않는 세계 최고 수준의 로켓이었다"며 "나로우주센터는 600년을 건너뛰어 로켓 강국, 우주 강국을 다시 실현할 전진 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3000도 고온에도 끄떡없는 발사대… 최첨단 기술 전시장
나로우주센터는 첨단기술이 응집된 시설물들의 전시장이다. 극소·극미의 오차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우주항공 기술의 특성상 각종 시설물에는 최첨단 기술이 이중, 삼중으로 구축돼 있다. 나로우주센터는 크게 발사체를 꼿꼿하게 세워 하늘로 올리는 발사대와 발사 후 궤적을 추적하는 추적레이더동, 발사 임무를 총괄하는 발사통제동으로 이뤄져 있다.발사대는 무게 140t, 길이 33m에 달하는 육중한 나로호를 90도로 떠받치고 있다가 발사 직전 놓아 주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발사대에 부착된 케이블을 통해 연료가 나로호에 주입된다. 섭씨 영하 200도의 극저온을 견디는 연료 장비와 발사 당시 섭씨 3000도에 달하는 초고온의 화염을 동시에 공존시켜야 하는 곳이 발사대이다. 이를 위해 나로호의 각종 장치와 통제센터를 연결하는 제반 IT 시설물을 철판과 콘크리트로 보호해 지하에 구축했다.
발사 이후 나로호가 예정된 궤적대로 순항하는지 관측하는 역할은 추적레이더동이 맡는다. 일반 레이더와 구별되는 점은 위치 추적을 하면서 동시에 교신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상에서 쏜 레이더를 나로호에 부착된 장치가 정확히 수신한 후에 이를 다시 지상 기지국으로 보내 나로호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 주는 것이다. 발사 직후 55초 만에 음속(音速)을 돌파하는 나로호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이중으로 추적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주도에 별도의 추적레이더 장치를 설치했다.
발사를 위한 연료 주입이 제대로 진행됐는지 여부와 발사 당시 각종 장비의 운용, 그리고 나로호가 안전하게 비행하는지 총괄 지휘하는 곳은 발사통제동이다. 발사통제동에는 발사임무를 총괄 지휘하는 발사지휘센터, 나로호에 연료 공급이 제대로 수행됐는지 등을 판단하는 발사체통제센터(LCC)가 입주해 있다. 발사통제동의 비행안전통제센터(FSC)는 나로호의 사고를 대비해 운영된다.
우주로 가는 한국..`위대한 첫 출발'
- 나로우주센터 준공..“우리 기술로 우리 로켓 쏜다”
세계 7대 우주강국 진입 ‘박차’
광주에서 버스로 쉬지 않고 달려도 2시간 30분. 벌교에서부터 시원하게 펼쳐진 도로는 고흥 입구에서 끝나고 구불구불한 국도를 40여분쯤 더 달려야 도착할 수 있었다.
11일 오후 준공식이 열린 전남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 나로우주센터에서는 7월 말 발사 예정인 ‘나로호(KSLV-1)’ 모형이 먼저 반겼다.
깔끔하게 단장된 우주홍보관을 뒤로하고 경사진 길을 오르면 언덕에 발사대가 보이고 우측에는 로켓을 조립하고 보관하는 종합조립동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2000년 12월 우주센터 건립에 착수한 지 9년여만에 준공된 나로우주센터는 발사체를 조립하고 쏘아 올릴 수 있는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507만㎡의 부지에는 발사대를 비롯해 발사통제동과 종합조립동, 추적레이더동, 광학장비동, 발전소동, 기상관측소, 우주과학관 등이 들어섰다.
우주센터의 핵심시설인 발사통제동은 발사와 관련된 주요 통제시설을 갖추고 발사 임무를 총괄하게 된다.
발사통제동과 조립동, 추적레이더동 등 주요시설은 지난 2007년 12월 완공됐고 발사대 시스템은 지난해 10월 설치가 완료됐으며 3월에는 성능시험도 성공리에 마쳤다.
오는 7월 말로 예정된 국내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 발사를 시작으로 한국은 우주강국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준공식에서 “앞으로 10년 안에 우리 힘으로 우주시대를 열어 세계 7대 우주강국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해 국가 차원의 지원 의사를 밝혔다.
준공식장을 찾은 주민들도 우주센터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찼다.
김동민(74.고흥군 봉래면) 씨는 “조그만 촌 동네에 우주센터가 들어서니 감개가 무량하다”며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돼 경제도 살고 선진국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주센터 건립으로 고향을 잃은 명춘심(69.여.여수시)씨도 “고향을 잃은 것은 아쉽기 한이 없지만 그래도 우리 고향에 우주센터가 생겨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고향에 오긴 했지만, 바다만 그대로.."
- ▲ 나로우주센터 건설로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던 하반마을 주민들이 1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 나로우주센터 준공식이 끝난 뒤 옛 기억을 더듬고 있다. 이들은 6년전 우주센터 건립으로 고향을 떠나 이날 처음으로 다시 고향에 돌아왔다.
나로우주센터 건립으로 고향잃은 하반마을 주민들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톳도 캤는데..바다만 그대로네요.”나로우주센터 건설로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던 하반마을 주민들은 우주센터 앞바다를 보며 옛 기억을 더듬었다.
1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 나로우주센터 준공식에 초대받은 실향민 30여명은 식이 끝나자마자 짙푸른 바다를 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집 앞에 있던 소나무는 옛날처럼 푸르렀지만,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펼쳐진 바다는 철조망에 막혀 있었다.
친구들과 매일 뛰놀던 하반분교 자리에는 로켓이 조립되고 보관되는 종합조립동이 들어섰다.
고향을 잃은 사람들은 낯선 풍경에 서로 낯설었고, 친구처럼 늘 함께 했던 푸른 바다와 소나무를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듯 눈시울이 붉어졌다.
최정애(48.여.전남 여수시) 씨는 “어렸을 때 친구들과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해삼이나 미역을 주웠던 기억이 난다”며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어디가 어디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하반마을에서 태어나 6남매를 낳아 기른 김소아(81. 여수시)할머니는 “고향을 버리고 떠나 늘 고향 사람들이 그리웠다”며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 기분은 좋은데, 자꾸 눈물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주 보상 때 마을 이장을 했던 김동민(74.고흥군 봉래면)씨는 “당시 보상가가 제각각이어서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이 여럿 있었다”며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묘까지 다 파서 옮겨 불효를 저지른 것 같아 죄송할 뿐”이라고 울먹였다.
김 씨는 그러나 “우주센터가 들어서니 좋기도 한데 고향도 버린 만큼 기왕이면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실향민들은 우주센터 내 추적동 인근에 망향비 건립을 추진 중이다.
우주센터가 하반마을 주민들을 위해 옛 마을이 보이는 곳에 정자를 세우기는 했지만,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 정작 실향민들은 정자를 보지 못했다.
우주강국으로 가는 한국의 큰 발걸음 뒤에는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의 눈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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