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자치구 중 이혼율 가장 낮아 |
|
 |
서초구의 인구는 41만1951명이다. 서초구에서는 하루 평균 8쌍의 남녀들이 가정을 꾸리고 10.5명의 아이가 태어난다. 2007년에는 결혼 10.1쌍, 출생 10명이었다. 20여 년 전인 1998년에는 하루 3.7쌍이 결혼하고 12명이 출생했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결혼은 2.1배 증가했지만 출생률은 20% 정도 감소했다. 하루 평균 사망자 수는 3.2명으로 20년 전의 3명과 큰 차이가 없다. 반면에 하루 평균 이혼 건수는 2쌍으로, 20년 전 0.4쌍보다 무려 5배나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의 이혼율과 비교하면, 2004년에는 1.8건, 2006년 1.9건, 2007년 1.8건으로 크게 변화가 없는 수치다. 서초구의 이혼율은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인구 41만1951명 서초구는 하루 평균 229명이 전입해 오고 241명이 전출한다. 하루 평균 470명이 이삿짐을 꾸리는 셈이다. 서초구의 인구는 2001년 39만7983명에서 현재는 41만1951명이다. 가구수는 13만8387가구에서 15만8880가구로 10.2%가 늘어났으나 평균 가구원수는 2.78명에서 2.59명으로 줄었다. 차량은 하루에 42.7대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서초구에 등록된 차량은 전년보다 9.4% 증가한 18만1234대로 전체 등록 차량 중 84.2%가 승용차다. 官用(관용)과 영업용을 제외한 차량이 17만813대로, 1가구당 평균 자가용 보유대수는 1.08대로 조사됐다. 주택건설의 선행지표인 건축허가 건수는 2002년을 기점으로 해마다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는 하루 평균 2동 정도로 작년 1동에 비해 2배 증가했다. 하루 화재 발생 건수는 1건, 작년 0.7건에 비해 소폭 상승했고, 구급 활동 건수도 48건에서 50건으로 상승했다. 서초구민은 일상생활 중 하루 평균 1인당 389L의 물을 사용하고, 407.7t의 쓰레기를 버린다. 서초구 공무원은 1인당 주민 318명을 상대하며, 하루 평균 8108건의 민원서류를 처리하고, 해외여행 및 어학연수 등을 위해 하루 440건의 여권을 발급한다. | |
서초구에 사는 사람들 |
|
|
유명 법조인, 정치인, 기업인, 문화예술인들의 삶터 |
| |
金美英 자유기고가
 |
 |
[1]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 [2] 송광용 서울교대 총장. [3] 방배3동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오세영 시인. [4] 산악자전거 마니아인 가수 김세환씨. [5]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
 | |
예술의전당 뒤편에 위치한 牛眠山(우면산)은 소가 졸고 있는 모습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瑞草’(서초)라는 지명은 ‘꾸벅꾸벅 졸던 소가 눈을 뜨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좋은 풀이 지천’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초구에는 법조계, 재계, 의료계, 교육계, 언론계, 예술계, 체육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두루 둥지를 틀고 있다. 최근에는 강남구 청담동에 몰려 살던 연예인들이 서초구로 대거 이동하면서 신흥 연예인촌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서초구 하면 법조 타운이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이곳엔 전·현직 법조계 인사들이 무리지어 산다. 林采珍(임채진)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서초구 고문 변호사인 蔡奎達(채규달)·鄭周炫(정주현)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베스트’ ‘한맥’ 소속의 수많은 변호사들이 서초구에 거주하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高承德(고승덕) 의원(서초 을)도 서초구 주민으로 10년째 방배동 서래마을에 터를 잡고 있다. 고 의원은 2004년 당시 경향신문 기자였던 이무경씨와 결혼했는데, 부인 이씨는 “남편은 반포천 때문에 서초구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다. 집 근처의 반포천을 좋아하는 고 의원은 틈나는 대로 부인과 함께 반포천 둑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고 의원 부부는 청계산 밑자락 텃밭에 유기농 고추며 상추 등을 직접 재배하여 이웃들과 나눠먹는다. 부인 이씨의 말이다. “남편이 마트에 가는 걸 좋아해 집 근처에 위치한 하나로 마트나 킴스클럽을 자주 가요. 요즘엔 24시간 문을 여는 곳이 많아 늦은 밤이나 새벽에 장을 보러 갈 때도 있죠. 서초구에서는 동사무소만 잘 활용해도 외국어 회화를 저렴한 가격에 배울 수 있어요. 반포4동 동사무소에서 공개 프랑스어 강좌를 여는데, 이걸 들으려고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요.” 조선시대부터 정치인들 많이 살아 서초구에는 李壽成(이수성) 전 국무총리, 金德龍(김덕룡) 청와대 국민통합특보, 李惠焄(이혜훈) 의원 등이 오래전부터 기거해 오고 있다. 서초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서초구에는 조선시대부터 유명 정치인이 많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현 법원 단지와 그 남쪽 일대에는 조선 태종 때 예문관 대제학을 지낸 鄭易(정역)과 그 후손들인 해주 정씨들이 모여 살았고, 삼풍아파트 단지 남쪽은 세종의 4남인 임영대군의 후손이 대대로 살아왔다. 또 서초구청 뒷산에는 조선 개국공신 鄭道傳(정도전)의 묘로 추정되는 자리가 있다. 풍수지리학자들은 서초구를 선인이 책을 읽는 仙人讀書形(선인독서형)의 명당이라고 말한다. 그 때문인지 이곳엔 오래전부터 많은 학계 인사가 살고 있다. 宋光鏞(송광용) 서울교대 총장을 비롯해 李千洙(이천수) 대진대 총장, 朴在甲(박재갑) 서울대 의대 교수(전 국립암센터 원장), 李達坤(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전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孫鳳洙(손봉수) 연세대 교수, 白瑩鉉(백영현) 고려대 교수, 金度年(김도연) 성균관대 교수, 尹順鍾(윤순종) 홍익대 교수 등 전국 대학의 교수들이 고루 서초구에 살고 있다. 가수 이적의 어머니인 여성학자 박혜란씨도 서초구에 거주하고 있다. 재계 인사들도 많이 산다. 李洙彬(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李潤雨(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방배동 동광단지에서 이웃해 살고 있다. 愼鏞浩(신용호) 금강제화 대표, 尹潤洙(윤윤수) 휠라코리아 대표, 金海寬(김해관) 동원 F&B 대표, 尹東漢(윤동한) 한국콜마 대표도 서초구 구민이다. 서초구를 거쳐 간 대표적인 재계 인물들로는 辛格浩(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金宇中(김우중) 전 대우그룹 명예회장, 鄭泰守(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 등이 있다. 서초구는 연예인들의 삶터이기도 하다. 그 면면은 다음과 같다. ● 가수: 조용필, 이미자, 하춘화, 김세환, 윤형주, 김창완, 신승훈, 이효리. ● 영화배우: 최민수, 장동건, 이서진, 송혜교, 김정은, 주진모, 하지원, 김보성. ● 탤런트: 김수미, 강석우, 최란, 최수종, 하희라, 이덕화, 김용림, 남일우, 소지섭, 송승헌, 김남진. ● 개그맨: 김제동, 박준형, 김지혜, 김학도 등. 항간에는 이들 연예인이 동네 반상회에 참여하는 날은 어지간한 영화제 시상식 이상으로 ‘별들의 잔치’가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
[1] 소지섭 [2] 송혜교 [3] 장동건 [4] 조용필 [5] 송승헌 | 탤런트 최수종·하희라 부부의 삶 서초구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서초구를 대표하는 연예인이다. 최씨 부부는 결혼과 동시에 양재동에 신접살림을 차린 후 잠원동을 거쳐 지금은 방배동에 살고 있다. 결혼 후 14년 동안 이들 부부는 서초구를 벗어난 적이 없다. 하희라씨는 “세 번의 유산 끝에 어렵게 남매를 얻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를 낳고 키워 보니 서울 어디에도 이만한 동네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아이들은 아토피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다 해서 조금만 공기가 나빠도 금방 얼굴에 티가 나는데, 이곳에 살면서 그런 걱정은 덜었어요. 집 바로 뒤편에 서리풀 공원이 있고 주변에 나무가 많아서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다 보면 서울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입니다.” 최수종씨 부부는 집 주변에 녹음이 우거지고, 산책로가 있어 한여름에도 에어컨 한 번 틀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하희라씨는 출산 후 몸매 관리도 집 근처 공원과 청계산을 산책하는 것으로 했다. “애 낳고 무려 17kg이나 찐 살을 보니 한숨만 나오더라고요. 작심하고 청계산 매봉을 거의 매일같이 올랐더니 6개월 만에 예전 몸매로 돌아오더군요. 운동하다 보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김수미씨도 만나고, 강석우, 이덕화, 최정원씨 등도 볼 수 있어요. 청계산은 아마 우리나라에서 연예인들이 가장 많이 오르는 산일 걸요?” 가수 하춘화씨 이야기
 |
서울교대 옆 아파트에 살고 있는 가수 하춘화씨. | 올해로 데뷔 48주년을 맞은 가수 하춘화씨 역시 서초구 토박이다. 서울교대 옆 우성 아파트에 20년간 거주한 그는 “서초구가 너무 좋아 옆 동 아파트에 친정 부모까지 산다”고 말했다. 결혼을 늦게 한 그녀는 KBS 행정직 부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남편과 지금껏 신혼 같은 기분으로 살고 있다. 쉰을 넘긴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삶은 늘 활력이 넘친다. 하춘화씨의 말이다. “저처럼 동네 상가를 잘 활용하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외식을 싫어해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 앞에 있는 마트에서 장을 봐다가 집에서 밥을 해먹습니다. 마트 건물 4층에 있는 독서실은 제가 집처럼 드나드는 곳이죠. 3년 전에 받은 예술철학 박사 학위 논문도 거기서 탄생했습니다. 논문 마지막 단계에서는 그 옆에 고시원에도 몇 달간 다녔어요. 남들은 나이 먹어서 왜 사서 고생이냐고 했는데, 독서실과 고시원을 드나들 땐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릅니다. 서초동에 교대가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면학 분위기가 잘 조성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그녀는 신경쇠약으로 탈진까지 하며 얻은 박사 학위이니만큼 내년부턴 강단에도 설 계획이라고 말한다. “일반 아파트에 살면 연예인으로서 불편하지 않으냐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예요. 한곳에 오래 살아서인지, 이웃들이 한가족 같습니다. 반상회에 잘 참여하지도 못하는데, 이웃 분들이 직접 재배한 야채며 꽃들을 때마다 나눠 주시곤 하죠.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남편도 이웃 주민들과 어울릴 때는 너무 재미 있어 합니다.” 하춘화씨는 서초구청과 함께하는 자원 봉사 릴레이에도 앞장서 독거노인, 불우 청소년 돕기를 몇 년째 계속하고 있다. 그 공로로 지난 2001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서초구에서 하는 좋은 일이라면 언제든지 달려나갈 생각이에요. 구청장님과 저는 서로가 팬인데, 다른 일도 아니고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것이라면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앞장서고 싶습니다.” 가수 김세환씨는 양재동 토박이다. 그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40대 같은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청계산에서 산악자전거를 오래 타다 보니 세월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예술인들의 삶터 산악자전거 마니아인 김씨도 서초구 자원봉사 모임에 빠지지 않고 출석하는 고정멤버다. 그는 “집 앞에 양재천과 시민의 숲이 있고, 바로 옆에 고속도로가 있는 서초구는 나 같은 사람이 살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집 근처에 맛집이 많은 것도 그가 서초동을 사랑하는 이유라고 한다. “친구들 만날 때나 운동하고 난 후에 꼭 들르는 메기 요릿집이 있어요. 그곳에 가면 ‘도리뱅뱅이’라고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빙어에 고추장 소스를 바른 요리가 있는데 맛이 기가 막힙니다. 소주 안주로 그만이에요.” 술 마시는 걸 좋아하지만 억지로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지는 않는다는 그는 즐겁게 운동하고, 즐겁게 한잔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한다. “저희 집 근처에 심은하씨도 산다고 하는데, 아직 보지는 못했어요. 그 외에 다른 연예인 이웃들은 운동 나가면 가끔씩 보기는 하죠.” 김세환씨 바로 이웃에 사는 심은하씨는 결혼 전엔 우면동 단독주택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고, 결혼 후에는 양재동 빌라에서 남편과 두 딸을 키우며 살고 있다. 그녀가 살고 있는 양재동 빌라를 지나치다 보면 아이와 함께 베란다에 나와 숲을 구경하는 심씨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TV에서 자주 보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작가, 화가, 성악가 등 예술인들도 서초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시인 柳岸津(유안진)·吳世榮(오세영)씨, 소설가 金源一(김원일)·金洪信(김홍신)씨, 지휘자 금난새, 소프라노 조수미, 테너 임웅균, 뮤지컬 배우 최정원·남경주, 사진작가 조선희씨 등도 서초인이다. 한국서정시단의 중진 오세영 시인은 방배3동에서 2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 “방배동 하면 잘사는 동네로 알려져 있는데 내가 사는 곳은 富村(부촌)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문을 열었다. 오씨는 “서울대를 퇴직하기 전까지만 해도 방배동 집에서 논문 자료를 모으고 글을 썼다”며 “겨울이면 강원도 백담사를 찾아 시 창작의 불꽃을 피우기도 하지만, 집 근처 우면산을 거닐며 영감을 얻을 때가 많다”고 말한다. 그는 얼마 전 우면산 생태공원을 거닐다 자신의 시가 적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예전에 누구한테 들은 것 같기는 한데, 막상 가서 보니 생태공원에 정말 제 시가 전시돼 있더군요. 산책로에 걸어놔서 지나가는 주민들이 편히 읽게끔 해놨는데, 구청의 섬세한 정성에 한동안 눈길이 가더군요. 제가 사는 곳은 집 뒤편에 나무가 우거져 공기가 참 맑아요. 봄, 가을이면 나무 향내도 진하게 나고요.” 오씨는 최근 만해 한용운 시인의 사상을 전파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과 강원도를 오가며 강의를 하고 문예지를 만들고 있다. 그는 “만해에게 백담사가 있었듯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서초구가 창작의 혼을 불어넣어 주는 문학의 고향 같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팝페라 가수 임형주씨의 서래마을 사랑
 |
서래마을을 끔찍하게 사랑한다는 팝페라 가수 임형주씨. | 세계를 누비며 한국의 음악을 알리고 있는 팝페라 가수 임형주씨도 서초구를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다. 방배동 서래마을에서 10년째 거주하고 있는 그는 “해외에 나가 있는 시간이 많은데, 한국에 오면 집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제가 살고 있는 서래마을이 너무 맘에 들어요. 마을 자체가 하나의 문화예술촌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아침에 조깅을 하러 나서면 마을 전체에 고소한 빵냄새가 풍기고, 곳곳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죠. 노래를 하는 사람으로서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에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집 근처에 영화배우 김정은과 황정민, 개그맨 김제동씨 등이 사는데, 이들과 한동네 살다 보니 자주 마주치기도 한다. 최근엔 베이커리 가게에서 뮤지컬 배우 남경주씨를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단다. “서래마을 곳곳에 맛있는 음식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뚜르뒤뱅’이라는 와인바는 와인이 좋고, ‘홍일회관’이라는 한식집은 5000원이면 모든 메뉴를 즐길 수 있어요. ‘톰볼라’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있는데, 그곳의 파스타 맛이 일품입니다.” 임씨는 “서초구에 젊은이들을 위한 공간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흔히 서초구를 강남구와 많이 비교하잖아요. 서초가 강남에 비해 녹지가 많아서 좋기는 한데, 그래도 트렌디한 상업적 건물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젊은이들의 문화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좀 더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무료연주회가 많이 열리는 서초문화예술회관이 리노베이션됐으면 해요. 구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인데 건물이 너무 낙후됐거든요. 일전에 구청장님께도 말씀 드렸는데, 하루빨리 재건축이 됐으면 좋겠어요.” 20대 초반인 임씨는 아직 애인은 없지만 가능한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결혼 후에도 서초구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도 서초구만한 도시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서초구에는 축구 감독 허정무, 축구 스타 김남일, 야구 감독 선동열씨 등 스포츠인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인터뷰] 서초구 홍보대사 최수종·하희라 부부 “서초구 관공서는 경찰서 빼고 다 가봤어요”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빌라에서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최수종·하희라 부부. 서초구 홍보대사인 부부는 자연친화적 환경을 서초구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자신들이 사는 방배동 집 주변에도 서리풀공원과 산책로가 있어 집안 공기가 다르다는 것. 남편 최수종씨의 말이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다 공감할 거예요. 주변에 산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아이들 때문에라도 이사 안 가고 이곳에서 오래 살고 싶어요.” 두 사람 다 워낙 어린 나이에 연예계 활동을 시작해 동사무소며 구청에 갈 일이 있었나 싶은데, 최수종씨는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세금이며 각종 공과금, 민원을 문의할 때 직접 관공서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해결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전 지금도 동사무소나 구청에 가야 할 일은 매니저한테 안 맡기고 제가 합니다. 관공서에서 줄 서서 기다리다 보면 제 얼굴을 알아보신 주민 분들이 먼저 하라고 양보해 주시기도 하는데, 전 절대로 먼저 안 해요. 그분들도 다 바쁜데, 제가 특혜를 누릴 수는 없으니까요.” 경찰서만 빼놓고 서초 관내 관공서는 다 가본 것 같다는 최씨와 달리 부인 하희라씨는 “남편이 워낙 꼼꼼히 잘 챙겨 주부인 자신은 관공서에 가본 일이 별로 없었다”며 웃었다. 신혼 초기엔 은행에서 번호표 뽑는 걸 몰라 한참을 순서가 오길 기다린 적도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초구 홍보대사로서 서초구 지역발전과 봉사활동에 솔선수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
글로벌, 지방화, 그리고 서초 |
|
|
|
 |
원어민 교사와 함께 영어 동화책을 읽고 있는 방배영어센터 어린이 회원들. |
 | |
전문가들은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의 작은 나라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중요한 원인을 국민 대다수가 영어를 구사하는 데서 찾는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시아 국가로 싱가포르를 꼽는 것 역시 영어가 자유롭게 통용되기 때문이다. 朴成重(박성중) 서초구청장은 취임 직후부터 “세계적인 名品(명품)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언어가 통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잉글리시 프리미어 서초(English Premier Seocho)’ 프로젝트를 수립, 2012년까지 주민의 30%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 일환으로 설립된 것이 서초구 내의 권역별 영어센터다. 지난해 5월 방배영어센터가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올 4월 반포와 양재영어센터가 나란히 개원했으며, 내년에는 서초 영어센터가 문을 열 계획. 방배영어센터는 민병철어학그룹이, 반포·양재영어센터는 웅진씽크빅이 위탁 운영 중이다. 이들 영어센터는 영어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영어도서관과 다양한 상황체험을 통해 재미있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신개념 영어몰입교육 공간이다. 저렴하면서도 수준 높은 영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2만 권의 영어 도서를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영어도서관인 반포영어센터는 문을 연 지 두 달 만에 회원 수가 1200명을 넘어섰다. 조기 유학 필요 없는 서초구 영어센터
 |
지난해 5월, 문을 연 방배영어센터. | 반포1동 주민센터 2층에 위치한 반포영어센터를 찾은 날,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도서관만은 책을 읽는 아이들과 엄마들로 북적거렸다. 도서관 이용료는 月(월) 2만원이다. 한 번에 4권씩 1주일간 대출할 수 있다. 아이가 책을 빨리 읽는다면 중간에 얼마든지 다른 책으로 바꾸어 갈 수 있어 읽고 싶은 만큼 무제한 대출이 가능하다.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왔다는 30대 주부 朴善兒(박선아)씨는 “외국에 나가면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다는 게 가장 부러웠는데 우리 동네에도 이런 영어도서관이 생겨 정말 좋다”고 말했다. 교사 한 명과 두 명의 학생이 짝을 이루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북버디’는 반포영어센터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의 절반 이상이 외국 어학연수 경험이 있어 이 프로그램은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신청자가 워낙 많아 7월부터는 한 팀을 4명으로 늘리고 토론 시간도 늘리는 ‘북클럽’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미국 16개 공립학교에서 쓰고 있는 독서역량지수 프로그램을 사용해 영어 독서능력을 점검하고 관리해 주는 것도 특징이다. 초등학생에서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수준별 읽기 능력 및 이해력 평가 등을 통해 독서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러닝 센터(learning center)에서는 읽기, 수학·과학, 다감각, 동물, 요리 등의 정규 과정을 운영한다. 도서관 이용료와는 별도로 週(주) 2회 50분 수업에 유치원생은 6만5000원, 초등학생은 8만원을 받는다.
 |
조계수 반포영어센터장. | 반포영어센터 조계수 센터장(웅진씽크빅 영어교육사업단)은 “도서관 프로그램만 잘 활용하면 유학을 갈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오전에는 성인 강좌가 마련되어 있다. 현재 수준별로 4개 학급이 편성되어 100여 명이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외국에서 오래 거주하고 돌아온 주부들을 위해 프리 토킹(free talking)반도 운영된다. 조 센터장은 “외국어 실력이 뛰어난 주부들이 많아 학부모 자원봉사단인 PHO(Parent Help Organization)를 만들었다. 이들이 6월부터 1일 司書(사서) 등으로 활동하며 도서관 운영을 도울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형태의 도서관이라 주민들의 관심이 높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문의가 많아요. 주민들의 영어 실력과 독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공공 도서관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습니다.” 영어 지옥훈련 실시 서초구청도 전 직원이 영어 사용 환경 조성에 나섰다. 지난 2007년, 5급 공무원 이상의 간부급 회의를 영어로 진행한다는 지침이 내려진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해 6월부터 매일 업무가 끝난 저녁 7시부터 10시30분까지 3시간30분 동안 집중적인 영어교육을 실시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테스트를 통과한 간부들에게는 수료증을 주었다. 영어 학습이 부진한 직원들은 실력이 우수한 직원들의 도움을 받는 멘토링 제도도 운영했다. 오랫동안 영어책을 손에서 놓고 지냈던 50대 직원들은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한동안은 주말도 없이 영어공부에 매달려야 했다. 이 과정은 지금도 ‘지옥영어훈련’으로 불리고 있다. 이런 준비를 거쳐 첫 영어회의가 열린 것은 2007년 12월. 난생 처음 진행하는 영어회의에 국장급, 과장급 직원들은 진땀을 뺐다. 회의 자료를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고, 즉석에서 영어로 질문을 던지는 구청장에게 영어로 답하는 일도 苦役(고역)이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실력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分期(분기)마다 한 번씩 진행되는 영어회의는 이제 직원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보고서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과 스트레스가 크게 줄었다. 무엇보다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
서초구청은 국·과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분기마다 한 번씩 영어회의를 진행한다. | 정보전산과 金時煥(김시환) 과장은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공부한 덕분에 ‘영어 울렁증’을 극복했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공무원들이 영어로 회의를 한다고 하니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어요. 하지만 영어로 회의자료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힌다는 데 의미가 있지요. 행정용어도 알게 되고, 原語民(원어민)에게 내용이나 발음을 교정받으면서 반복적으로 연습하니 다들 나아지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지금까지 영어회의가 다섯 번 진행됐는데 처음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직원들을 위한 주 2회 영어회화반도 개설했다. 수준에 따라 초·중·상급반으로 나뉘는데, 상급반은 원어민 수업으로 진행된다. 영어 외에 일본어·중국어 과정도 있다. 일정 수준의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들은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5일간 반포영어센터에서 집중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들만 뽑은 145문장을 반복해서 외우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 참가했던 김과장은 “그동안 외국인을 만나면 아주 쉬운 표현인데도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몰라 난감했는데, 이제는 그런 고민을 덜었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12개 국어로 서비스
 |
박성중 구청장으로부터 외국인 자문위원단 위촉장을 받고있는 방송인 이다도시 씨. | 서초구는 관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생활편의를 위한 지원에도 나섰다. 그동안 영어·프랑스어·일본어·중국어 등 4개 국어로 운영되던 구청 홈페이지를 모두 12개 언어로 늘린 것이다. 이제는 독일어·폴란드어·러시아어 등 유럽권 3개 언어와 아랍어·태국어·터키어· 몽골어·베트남어 등 아시아권 5개 언어까지 서비스된다. 외국어 번역은 전문 번역가 및 해외 한인회의 협조를 받았으며, 보다 정확한 표현과 정보를 위해 한국에 소재하는 각국 대사관의 검토를 거쳤다. 외국어 홈페이지에는 서초구 생활안내, 교통, 관광명소, 가격정보, 교육문화, 각종 통계자료 등 한국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서초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정책 등도 확인할 수 있다.
 |
반포영어센터 영어 도서관 내부. | 현재 서초구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6000여 명이다. 터키계 국제학교인 ‘레인보우 외국인학교’를 비롯해 반포4동의 프랑스마을, 외교안보연구원, 외교센터, 외국기업 지원을 위한 인베스트 코리아 등이 서초구에 자리 잡고 있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김시환 과장은 “국내 거주 외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 42개국에 퍼져 있는 100여 개의 韓人會(한인회)와 온라인으로 정보와 문화를 교류하는 월드서초 네크워크를 통해 해외교민들도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민원을 한곳에서 처리하는 통합민원실인 OK민원센터 안에 외국인 도움코너(Help desk for foreigners)도 마련했다. 외국어에 능통한 자원봉사자들이 요일별로 나뉘어 구청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문의하는 외국인들에게 영어·불어·일어·중국어 등 해당 언어로 통역을 해 일상생활에서의 불편을 해소해 주고 있다. 모든 직원이 외국인 응대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표현들을 담은 매뉴얼 북도 제작 중이다. 영문판 생활안내서 발간
 |
양재동에 있는 터키계 국제학교 ‘레인보우 인터내셔널 스쿨’. | 외국인들을 위한 영문 생활안내서도 발간했다. 라는 제목이 붙은 220페이지 분량의 안내서에는 주거 및 생활정보·교통·통신·교육·의료복지·문화·레저·쇼핑·맛집·관공서·주요연락처 등 분야별 정보가 담겨 있다. 한국에서의 은행거래 방법, 휴대전화 개설하기, 전기·가스·수도 등 공과금 납부방법, 건강보험 및 교통시설 이용안내, 생활쓰레기 상담 등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사례 위주로 소개하고, 외국인의 입장에서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한국의 문화 및 생활 전반에 걸친 설명도 곁들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유학생이자 KBS 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해 유명해진 브로닌 멜렌(서초구 거주) 씨는 “가이드 북의 도움을 아주 많이 받았다”며 구청으로 직접 감사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특히 글로벌 시대를 맞아 서초구에 자리 잡고자 하는 기업인들을 위해 비즈니스타운, 생활공간, 세제 혜택 및 관련 업무에 필요한 서비스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외국인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는 서초구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대표해 외국인 지원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외국인 전용 주민센터(동사무소)라 불리는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의 운영주체로도 활동하게 된다. 글로벌 다문화축제 개최 이번에 위촉되는 자문위원은 총 13명(외국인 9명, 내국인 3명)이다. 국적별로는 프랑스인 7명, 호주인 1명, 일본인 1명, 한국인 3명이다. 프랑스 출신 유명방송인 이다도시 씨를 비롯해 프랑스학교장, 프랑스학교 학부모대표, 교수, 작가, 일어강사 등이 참여한다. 한국인의 경우 외국 거주경험이 있거나 외국인 지원에 관심이 많은 주민을 참여시켜 본인의 외국체류경험 등에 비추어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예정이다. 지난 6월 1일에 있었던 자문위원 위촉식에서 박성중 구청장은 “다문화시대에 외국인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일원으로 우리와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지자체의 역할”이라며 “이들을 통해 우리의 것을 알리고 또 이들의 아이디어를 區政(구정)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 사용 환경 조성을 위해 서초구가 보유하고 있는 유·무형의 자산들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매년 5월 서초구민의 날을 전후해 1주일 동안 반포4동 프랑스마을(서래마을)을 중심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이 대거 참여하는 세계문화주간 글로벌 다문화축제를 개최하는가 하면, 외국인 자원봉사단 구성, 외국인과 주민 간 1대1 영어가족 맺기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는 관내에 있는 아리랑 국제방송, EBS 등과 연계해 구청 직원, 주민들을 위한 영어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이다.
▣ 터키인들이 세운 레인보우 국제학교
 |
레인보우 국제학교 누스렛 첼릭 교장. | 지난 2007년 9월 서초구 양재동에 문을 연 레인보우 외국인학교는 터키인들이 세운 국제학교다. 미국식 교육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일본·터키·인도·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아프가니스탄·아제르바이잔·방글라데시 등 12개 국가에서 온 11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 중에는 한국인 학생도 3명 있다. 교육 과정은 유치부와 초등부로 나뉜다. 유치부의 경우 영어유치원처럼 운영돼 입학에 제한이 없다. 초등부는 다른 국제학교와 마찬가지로 내국인은 해외 거주 3년 이상 등의 요건을 채운 경우에만 입학이 가능하다. 올 8월부터는 중학교 과정이 신설된다. 터키를 비롯해 캐나다·미국·영국 등에서 온 22명의 교사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며 제2외국어로 터키어·한국어를 선택할 수 있다. 학교 설립자인 에쉬레프 사을란 이사장의 부탁으로 몽골 국제학교장으로 근무하다 올 초 한국으로 온 누스렛 첼릭 교장은 “한국과 터키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에 거주하는 터키인들이 많아졌고, 이들의 자녀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이슬람 문화권인 터키인들에게 미국, 영국계 국제학교는 문화적인 차이가 커 아이들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학교부지로 양재동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알타이 디케치 교감은 유창한 한국어로 “터키인들이 서초구에 많이 모여 살고 있고, 교통이 좋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10년째라는 그는 “학교 개교 때부터 지금까지 서초구청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학교에 야외 행사가 있을 때면 구청 인조잔디구장을 하루 종일 빌려 주고, 학교 앞 도로에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과속방지턱을 설치해 주는 등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도와주어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어 디케치 교감은 “여기서 교육받은 터키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 양국의 문화대사 역할을 한다면 형제의 나라이기도 한 두 나라 간의 관계는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속 | |
서래마을 르포 |
|
|
|
이무늬 月刊朝鮮 인턴기자
 |
 |
서래마을 프랑스학교 앞의 한가로운 오후 풍경. |
 | |
서초구 방배본동과 반포4동에 걸쳐 있는 서래마을은 프랑스인들이 많이 살아 일명 ‘프랑스 마을’로 알려진 곳이다. 서래路(로) 양 옆 가로등에는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가 교차로 걸려 있고, 한글과 프랑스어를 倂記(병기)한 교통표지판이 서 있다. 바닥에는 빨강·흰색·파랑의 프랑스 국기를 본뜬 보도가 설치돼 있다. 오후 3시쯤 파리크라상 반포서래점에서는 붉은 머리의 중년 여성이 바게트를 들고 계산대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카운터에 서 있던 점원이 佛語(불어)로 그녀에게 말했다. “마담, 쥬 뾔 부제데(Madame, Je peux vous aider·부인,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빵집을 나오자 백발의 프랑스인 노부부가 손녀인 듯한 아이를 목마 태우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이의 파란 눈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가 피어났다. ‘서울프랑스학교’의 하교시간. 서래마을 골목길에서 프랑스 아이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불어로 재잘대며 ‘까르르’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화창한 오후의 빛살 속으로 퍼져 나갔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09년 4월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은 1만6920명. 그중 1188명이 서울에 살고 있고, 이 가운데 416명이 서초구에 살고 있다. 프랑스 마을은 1974년 한남동에 설립됐던 프랑스학교가 1985년 서초구 반포 4동으로 이전하면서, 프랑스 사람들이 함께 이사를 와 형성됐다. 서래마을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의 90%는 한국에 진출한 프랑스 기업이나 韓佛(한·불) 합작기업에 근무하는 임원이며, 나머지 10%는 프랑스 학교나 각 대학의 불문과 교수, 프리랜서 등이다. 비즈니스의 중심지 강남과 인접한 지리적 요건은 프랑스 마을 형성에 주요 원인이 됐다. 뿐만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양재천, 한강공원, 우면산 등 쾌적한 환경도 한몫을 했다. 마리피에 알리홀(여·38) 씨는 2년 전 한국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 들어와 서래마을에 정착한 뒤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장을 맡고 있다. 서래마을의 장점을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서래마을은 경치가 아름답고, 공원이 많아서 좋아요. 체육시설이나 병원, 식당 등의 편의시설도 잘돼 있고, 외국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 많아요. 또 이웃인 한국인들이 정말 친절해요. 처음엔 異國(이국) 땅에 와서 많이 낯설고 힘들었는데 주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정통 프랑스 바게트를 만날 수 있는 곳
 |
서래마을 글로벌빌리지센터. |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는 등 治安(치안)이 뛰어난 점도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요인 중의 하나다. 장 미셸 타리에(57) 씨는 프랑스 테제베(TGV)에서 근무하다 2000년 한국에 들어와 이곳에 정착했다. 한국인 부인이 고향을 그리워해 한국에 들어와 철도관련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남매를 둔 그는 서래마을의 치안은 프랑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들이 금요일 저녁에는 꼭 친구들과 놀러 나가요. 프랑스 같으면 밤에 아이 혼자 밖에서 노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아요. 어떨 땐 아들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단 사실조차 잊을 정도예요.” 서초구청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 임현옥씨는 “OK민원센터에서 제공하는 각종 생활정보와 상담시설은 외국인들을 서래마을로 모이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래마을에서 프랑스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의 하나는 파리크라상 반포서래점이다. 이곳을 찾는 고객의 30%는 프랑스인이다. 모든 직원이 간단한 불어를 구사할 줄 안다. 여느 빵집과 달리 그곳에는 바게트 종류가 5가지로 다양하다.
 |
추석맞이 외국인 송편 빚기. | 반포서래점장 소정섭(30)씨는 “이곳의 빵은 모두 프랑스에서 직수입한 제조기와 밀가루, 설탕, 버터를 이용해 프랑스식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밀가루 종류가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 3가지에 불과하지만 프랑스에서는 24가지나 되고, 설탕도 3~4 종류가 있어 빵의 종류별로 각기 다른 밀가루와 설탕을 사용한다고 한다. 파리크라상은 프랑스 고유의 빵맛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밀가루를 수입해다가 정통 프랑스식 바게트의 맛을 재현하고 있다고 한다. ‘깜빠뉴’와 ‘트래디션 바게트’는 파리크라상 반포서래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다. 깜빠뉴는 프랑스 도시 사람들이 시골을 그리워하며 만들었다는 프랑스 시골빵으로 호밀이 약간 들어가 겉은 거칠지만 속은 쫄깃하다. 트래디션 바게트는 저온 숙성한 바게트로 짭짤한 맛이 난다. 마리피에 알리홀 씨는 “파리크라상은 서울시내 다른 빵집과 맛이 차별화돼 있다”며 “파리 시내에서 먹는 빵맛과 전혀 다르지 않아 이곳이 한국이란 생각을 잠시 잊게 된다”고 말했다. 여유를 만끽하는 프랑스 레스토랑 서래마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골목길에 위치해 있고, 오픈되어 있는 테라스를 가지고 있다. 레스토랑의 문 앞에는 브런치(breakfast와 lunch의 합성어) 메뉴가 걸려 있다. 메뉴는 프렌치토스트, 팬케이크, 와플 등 다양했다. 오전 11시쯤 서래마을을 찾아가 보니 사람들이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늦은 아침을 즐기고 있었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식사가 늦게 나와도 느긋하게 기다렸다. 대부분이 식사를 마치고도 대화를 하며 2시간 가까이 앉아 있었다. ‘빨리 빨리’ 돌아가는 한국의 시계가 그곳에서는 멈춰버린 듯했다. 파리크라상 건너편에 위치한 ‘라트루바이’는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마리피에 알리홀 씨가 자주 찾는 곳이다. 그녀는 “서래마을에는 레스토랑이 많지만 대부분 이탈리안 음식점”이라며 “라트루바이에서는 다양한 프랑스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라트루바이에서 브런치를 즐기고 있던 강정민(24)씨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좋아 시간이 날 때면 서래마을을 찾는다”며 “이곳은 한적하고 느긋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가정식 요리를 하고 있다는 프렌치 레스토랑 ‘떼레메르’를 찾아가 봤다. 불어로 ‘땅과 바다’라는 뜻의 이 레스토랑은 파리크라상 골목에 있는 건물 3층에 위치해 있다.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없고 한적했다. 프랑스 음악이 흘러나왔고, 앤티크한 실내 인테리어가 편안한 가정집의 느낌을 주고 있었다. 서래마을에서 7년째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 박준지씨는 프랑스 사람들이 가정에서 손쉽게 해 먹는 요리로 ‘블루치즈 파스타’와 ‘홍합요리’, ‘양갈비 구이’를 추천했다. ‘블루치즈 파스타’와 ‘홍합요리’를 시키자, 그릇 한가득 푸짐한 파스타와 홍합이 나왔다. ‘블루치즈 파스타’는 고린내 나는 진한 치즈향과 쫄깃한 파스타가 어우러져 깊은맛을 냈다. 마늘과 양파로 간을 해 느끼하지 않고 홍합요리와도 잘 어울렸다. 박씨에게 왜 이곳 요리를 프랑스 ‘가정식’ 요리라고 칭하는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우리나라에서 프렌치 요리 하면, 코스로 즐기는 고급요리를 떠올리는데, 프랑스 사람들이 가정에서 그렇게 먹지는 않거든요. 저희 가게에서 내놓는 요리는 프랑스 사람들이 실제 가정에서 먹는 음식입니다.” 서래마을에 사는 프랑스 사람들은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때면 떼레메르를 찾는다. 가끔 재료를 구하기 어렵거나, 자신이 요리해서 그 맛이 잘 나지 않을 때 이곳을 찾는다는 것. 박씨가 말했다. “프랑스 음식은 좋은 재료를 가지고 풍요롭게 먹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항상 신선한 재료로 넉넉하게 대접하고자 노력합니다.”
 |
작년 12월에 열린 ‘서래마을 자선 음악회’. | 프랑스학교의 존재 서래마을의 메인거리 서래로를 따라 올라가 보니 세련된 신식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서울프랑스학교다. 재학생 415명은 프랑스 국적이 63%, 프랑스가 아닌 20개의 국가에서 온 외국인과 한국 학생 37%로 구성돼 있다. 모든 수업이 프랑스어로 진행된다. 이 학교의 학년 체계는 유치원 3년, 초등학교 5년, 중학교 4년, 고등학교 3년 등 총 15년 과정으로, 프랑스 현지와 같이 9월에 신학기가 시작해 다음해 6월에 학사 일정이 끝난다. 1년간 7주 수업과 2주의 짧은 방학이 반복되고 6월 말 가장 긴 방학인 여름방학이 있다. 서울프랑스학교 수업의 특징은 대부분의 수업이 대화를 통해 진행된다는 점이다. 교사가 한 주제를 학생들에게 제시하면 학생들이 그 주제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토론한다. 두 번째 특징은 정규 커리큘럼 외에 외부활동이 많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현지 문화를 익히도록 한국문화 체험교실을 많이 마련하고 있다. 한국 지리를 배우기 위해 학생들은 초등학교 1학년생부터 수학여행을 간다. 또 한국 전통문화를 익히기 위해 외부에서 장구 선생님, 한국고전무용 선생님 등 많은 강사들을 초빙한다. 장 미셸 타리에 씨는 “우리 딸 수정(16)이도 이곳의 한국문화체험교실을 좋아한다”며 “가야금 소리가 참 예쁘다고 한다”고 했다. 서울프랑스학교의 티에리 티으망 교장은 “그동안 한국어는 선택 외국어 중 하나였지만, 곧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학생들부터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학교가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들의 교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이 학교 모임을 통해 생활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티에리 교장은 라오스의 프랑스학교에서 5년간 교장으로 근무하다 한국에 온 지 3년이 됐다. 외국 생활을 한 지는 올해로 18년째라고 한다. 그에게 서울프랑스학교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어떤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아시아에는 도쿄, 홍콩, 싱가포르 등 모두 21개의 프랑스학교가 있어요. 한국의 경우 외국인학교 입학에 대한 규제가 비교적 까다로운 편입니다. 한국 학생들이 입학하기 어려워 학생이 적은 편이지만, 다른 어느 국가의 프랑스학교에 뒤지지 않는 양질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
작년 12월 서울프랑스학교 주최로 열린 축제에서 학생들이 가장행렬 퍼레이드를 펼쳤다. | 프랑스축제 준비 중
 |
크리스마스 때면 서래마을에서 열리는 프랑스 전통 장터. | 서울프랑스학교 교장은 대사관 소속으로 정부에서 파견한 임기 3년의 공무원이다. 그는 “올해 임기가 끝나는데 연장할 수 있는 기간만큼 연장해서 2년간 더 머무르고 싶다”며 “생각 같아서는 더 있고 싶지만, 그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 학생들은 ‘반포서래 한·불 음악축제’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은 난타와 장구, 한국고전무용을 연습하고, 중학생들은 프랑스 대중가요인 샹송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6월 21일에 음악축제가 열린다. 특정 음악장르를 위한 축제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거리에 나와 맘껏 연주할 수 있는 행사다. 사람들은 프랑스 전국 각지의 콘서트장, 지하철역, 광장, 길거리에서 온갖 종류의 음악을 연주한다. 이 음악축제는 1982년 6월 21일 처음 열렸다. 6월 21일은 유럽에서 해가 가장 긴 날로 축제를 즐기기에 적합한 날이다. 지금은 세계 58개국으로 확산돼 같은 날 이를 본뜬 음악축제가 동시에 열린다.
 |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가 교차로 걸려있는 서래로. | 우리나라에서도 작년부터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교류 차원에서 같은 날 ‘반포서래 한·불 음악축제’ 를 서래마을 몽마르트르 공원에서 열기 시작했다. 서울프랑스학교가 주축이 되고, 반포4동 주민자치센터 직원들이 함께 프로그램을 짜 진행하는 이 축제는 올해 날짜를 조정해 6월 20일(토)에 열린다. 길거리 공연, 프랑스 군악대 뮤직퍼레이드, 프랑스학교 학생 假裝行列(가장행렬), 샹송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획돼 있다. 한국과 프랑스 간의 문화 교류, 다양한 프랑스문화체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반포4동에서는 매년 설날 행사, 추석 행사, 대보름 축제, 음악 축제 등을 열어 한국 주민들과 프랑스 주민들과의 화합을 도모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봄 4월 서초구에서는 마라톤 대회를 열어 다국적 사람들이 함께 땀 흘리며 和睦(화목)을 다질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서로의 문화 존중하는 마을사람들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강좌, 서울 거주 내국인을 위한 불어강좌, 한국요리교실, 한지공예교실을 열고 있다. 고아원, 양로원 등을 찾는 봉사활동 프로그램도 만들어 내외국인 교류의 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마리피에 알리홀 센터장은 “이곳은 한·불 동아리가 잘 조직돼 있어서 한국인들과 프랑스인들의 교류가 많다”며 “자주 만나 함께 활동하다 보니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랑스인들을 자주 접하는 정영복 반포4동장은 “서래마을에 살고 있는 프랑스 사람들은 매사에 정확하고, 自國(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서래마을에 살고 있는 프랑스 사람들은 유대관계가 끈끈하다. 그는 “프랑스 주민들끼리 쓰레기 처리, 반상회 등 마을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정보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어 특별한 어려움 없이 생활하고 있다”며 “프랑스 사람들도 지역 활동에 적극 참여한다”고 말했다. 한국 주민들과도 잘 화합한다. 반포4동 주민들은 외국인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에 익숙하고, 프랑스 문화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 문화에도 개방적이다.
 |
서래마을에 가면 프랑스 아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 얼마 전 한 언론매체에서 “프랑스 학생들이 골목에서 담배를 자주 피워 한국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보도한 기사를 봤다고 하자, 정영복 동장이 놀라며 답했다. “그런 이야기가 보도됐다면, 외지인들이 와서 한 말일 거예요. 한국 사람이나 프랑스 사람들 사이에는 전혀 트러블이 없어요.” 장 미셸 타리에 씨에게 한국인 이웃에 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고 친절해요. 길을 물어도 하나같이 모두 친절하게 답해 줍니다. 아이들도 한국 정서를 좋아해요. 우리 아들(18)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내년에 프랑스로 가야 해서 우리도 함께 가려고 했지만 아들이 ‘가족만큼은 꼭 한국에 남아 있으라’며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을 잃는 게 두렵다’고 하더군요.” 복잡하고 북적대는 서울 속에서 만난 뜻밖의 여유. 가끔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한국과 프랑스 문화가 공존하는 서래마을에서 느긋한 ‘브런치’를 즐겨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 |
서초구 거주 외국인들을 만나보니 |
|
|
|
서초구에는 현재 6000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외국인들 사이에 ‘살기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해마다 외국인 주민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초구에 거주하고 있는 4명의 외국인을 통해 서초구민으로서 느끼는 생활의 장단점을 들었다. [알렝 디부안 르노삼성자동차 연구소장(프랑스인)]
 |
서래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알렝 디부안 씨. | 알렝 디부안 씨는 3년 반 전 한국에 왔다. 프랑스인인 그는 경기도 기흥에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연구소장으로 근무 중이며, 부인 도미니크 디부안 씨와 함께 서래마을에 살고 있다. 한국에 온 후 처음 8개월 동안은 남산 인근 동네(한국어가 서툴러 정확한 행정구역 명을 기억하지 못함)에서 혼자 지냈지만 부인과 둘째 아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서래마을 주민이 됐다. 거주지로 서래마을을 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프랑스 학교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어느 나라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 경우 교육 문제가 거주지 결정의 첫 번째 조건이 되지 않겠느냐”며 “서래마을 외에 다른 지역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큰아들은 프랑스에서 이미 대학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지만 한국에 온 작은아들은 아직 고등학생이어서 집을 얻는 데 첫째 조건이 학교였어요. 마침 서래마을에 프랑스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이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시아권 국가에서의 생활은 한국이 처음이라는 그는 “어느 정도 불편함이 있을 것이라는 각오는 하고 왔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특히 그는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외국인에게는 정말 유용한 공간”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도 몇 년 근무했고, 일본 출장도 자주 다녀 외국생활은 익숙한 편이에요. 하지만 한국은 2002년 월드컵 때 처음 알았을 정도로 낯선 나라라 어떤 곳인지 전혀 짐작을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와 보니 IT 기술을 포함해 하이테크 기술이 굉장히 발달해 있는데다 강남의 분위기는 마치 뉴욕을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하고 역동적이더군요. 그만큼 복잡하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그렇게 번잡한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강남이라 해도 분위기가 전혀 다른 이 서래마을이 저는 아주 좋아요. 조용하고, 밤늦게 돌아다녀도 치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서울에서 이보다 좋은 동네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에게는 주민들이 ‘몽마르트르 언덕’이라 부르는 산책로에서 언제든 편안하게 조깅을 하고, 집 근처 레스토랑에서 각 나라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서래마을의 강점이다. 해마다 6월이면 프랑스 사람들이 주축이 돼 진행하는 거리문화축제도 그가 꼽는 자랑거리. 작년에는 “프랑스 사람들도 따라 부르기 어려워하는 샹송 가수 파트리샤 카스의 노래를 한국인들이 멋지게 부르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다른 문화를 배려하는 한국인들의 마음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의 아내 역시 프랑스 주부들의 모임에 참여해 봉사활동도 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영어 자막이 있는 한국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등 한국 생활을 무척 즐기고 있다. 그의 아내는 김기덕 감독의 열성적인 팬이라고 한다. 파전에 막걸리 즐겨 알렝 디부안 씨 부부는 문화 예술에 관심이 많아 주말이면 음악회, 오페라, 전시회 등을 찾아 다닌다. 알렝 디부안 씨는 “예술의전당이 가까이 있다는 것도 내가 서래마을을 좋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 유명한 재즈 카페는 모두 섭렵했을 정도로 재즈 마니아다. 그는 “집 근처에 재즈와 와인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바가 있어 좋다”고 했다. 알렝 씨는 한국의 전통문화에도 관심이 많아 시간이 날 때면 지방으로 여행을 떠난다. 부산, 경주, 안동, 전주, 춘천, 강화, 속초 등 그동안 많은 곳을 찾아 다녔다. 그러는 동안 한국의 맛에 길들여져 매운탕, 닭갈비, 파전 같은 음식이 좋아하는 메뉴가 됐다. 그는 막걸리와 함께 먹는 파전의 맛을 일품으로 꼽았다. ‘막걸리’라는 말에 필자가 놀란 표정을 짓자, 그는 “프랑스에서 즐겨 먹던 사과주스의 새콤한 맛과 비슷하다”며 “막걸리를 즐기는 프랑스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한국 음식과 서래마을 예찬을 이어가는 그에게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교통체증 문제를 들었다. 퇴근시간에는 기흥에 있는 회사에서 서래마을까지 보통 1시간30분이 넘게 걸린다는 것이다. 택시기사와 버스기사들의 난폭한 운전 습관도 고쳐야 할 점으로 지적했다. 택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뭔가 생각난 듯 “왜 한국에서는 주소만 가지고 택시기사들이 길을 찾아가지 못하는지”를 되물었다. 대로변이나 큰 건물이 있는 곳이 아닌, 주택가에 들어서면 손님이 직접 방향을 일러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는 “그 덕분에 한국에 와서 가장 빨리 배운 한국말이 우회전, 좌회전, 직진, 유턴”이라며 웃었다. “생활환경이 잘 갖추어진 것에 비해 영어가 통하지 않는 것도 외국인이 느끼는 불편함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언어나 교통은 서초구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으니 엄밀히 말하면 서초구에 대한 불만은 없는 셈이죠. 아내도 인정했지만, 서래마을은 한국인이나 외국인이나 정말 살기 좋은 곳이거든요.” 앞으로 1년 정도 더 머물 계획이지만 여건이 허락한다면 한국에서의 체류 기간을 최대한 늘리고 싶다는 알렝 디부안 씨. 인터뷰를 마칠 즈음 그는 “아내를 비롯한 프랑스 주부들이 지면을 통해 구청 관계자들에게 꼭 전해 달라고 한 말이 있다”며 “서초케이블을 통해 보다가 최근 중단된 프랑스 방송을 다시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오오타 나미 일본어 강사(일본인)]
 |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3년 전 한국 생활을 시작한 오오타 나미 씨. 현재 서래마을에 살고 있다. | 올해 3월 서래마을 주민이 된 오오타 나미 씨는 일본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한국어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그녀는 유창한 한국어로 통역 없이 인터뷰에 응했다. 그녀가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 생활을 시작한 것은 3년 전으로, 서래마을에 오기 전까지는 대구에서 살았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남편을 만났어요. 그 뒤 남편은 한국으로, 저는 일본으로 돌아가 3년 동안 두 나라를 오가며 연애를 했지요. 주로 전화 데이트를 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다 결혼했어요. 남편의 직장 때문에 신혼살림은 대구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서울로 옮기게 되면서 어느 동네로 가야 할지 고민을 했는데, 주변에서 서래마을을 많이 추천해 주더라고요. 외국인이 많아서 살기 편할 거라고요. 그래서 어떤 곳인지 한번 보러 왔는데, 아늑한 동네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 자리에서 남편한테 말했어요. ‘여기서 살고 싶다’고요.” 오오타 씨는 이사온 지 3개월밖에 안됐지만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주변 생활정보를 꼼꼼히 수집했다. 덕분에 서래마을을 포함한 서초구의 생활환경을 한껏 즐기고 있다. 날씨가 좋을 때는 자전거를 끌고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로 나가 ‘친환경 드라이브’를 즐기고, 어느 날은 집과 가까운 국립도서관에서 책에 파묻혀 지내기도 한다. 공원이 가까워 수시로 산책을 나가고, 멋진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일도 서래마을에서 누리는 즐거움 중 하나라고 한다. “여기서는 혼자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셔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없고, 어디에서든 외국인을 만날 수 있어 좋아요. 대구는 정이 많은 도시인 반면 외국인을 만나기 어렵고, 외국 문화에 대해 비교적 덜 개방적이어서 외로움을 느낄 때가 가끔 있었거든요.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외국인도 그런 걸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 여기서만 얻을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를 애용한다는 오오타 씨는 센터에 개설돼 있는 여러 가지 한국문화 강좌를 단계적으로 한 가지씩 수강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녀는 “센터에 오면 비교적 저렴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할인 쿠폰도 얻을 수 있고,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도 사귈 수 있다”면서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일본인 친구들과 만나 얘기를 하면 동네에 그런 곳이 있느냐며 다들 부러워한다”고 덧붙였다. 생활 정보에 대한 영어 서비스 필요 하지만 異國(이국)에서의 생활이 완벽하게 만족스러울 수는 없는 법. 오오타 씨는 “처음 이사 왔을 때 사소한 것들이지만 생활정보를 몰라 주부로서 불편한 점들이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가령, 쓰레기 분리수거 요일이나 공과금 납부 방법, 은행이나 우체국 위치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정보들을 몰라 답답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나는 남편이 한국인이라 좀 빨리 익히기는 했지만 부부가 모두 외국인일 경우에는 한동안 불편한 생활을 할 것 같다”며 “전입신고를 위해 동사무소를 찾을 때 이런 정보들을 영어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교통카드 만드는 법, 지하철과 버스 타는 법 등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외국인들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들이라 좀 더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지하철은 정말 잘되어 있어서 어디든 가기 편한데, 버스는 아직도 좀 어려워요. 안내방송이 한국어로만 나오고, 또 그걸 알아듣는다 해도 정류장 이름을 몰라 어디서 내려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오오타 씨는 요즘 버스 정류장 이름도 외우려 노력하고, 산책을 많이 하며 동네 지리도 익히고 있다. 그녀는 “서래마을은 주변 환경이 워낙 잘 갖추어진 곳이라 이 정도의 불편은 엄살 수준”이라며 “살기 좋고,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살고 싶다”고 말했다. [제니퍼 아네트 홍익대 영문과 교수(호주인)]
 |
서울생활이 무척 즐겁다는 제니퍼 아네트 교수. | 오오타 나미 씨와 함께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한국어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제니퍼 아네트 씨를 만났다. 호주에서 온 그녀 역시 서초동에 살고 있는 서초구민이다. 한국에 온 지는 벌써 8년째. 홍익대 영문과 교수인 그녀는 일주일에 두 번 이곳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오오타 씨의 유창한 한국어를 부러워하는 그녀에게 한국어 수준을 묻자 “겨우 택시 탈 수 있는 정도”라며 부끄러워했다. “여행을 워낙 좋아해 틈이 날 때마다 서울은 물론 지방까지 기차, 고속버스 등을 이용해 다녀요. 한국은 지방마다 특색 있는 축제가 많아서 어디를 가든 흥미진진해요. 작년에는 울릉도에 다녀왔어요. 그런데 지방으로 갈수록 영어가 통하지 않아 불편한 점이 많아요. 그래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죠. 마침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에 학교 수업이 없어서 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진행하는 한국어 강좌를 들을 수 있게 됐어요.” “서초동에서 홍대까지 출퇴근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느냐”고 묻자 그녀는 “전혀”라며 고개를 저었다. “2호선을 타면 갈아탈 필요도 없고, 정확히 35분 걸린다”며 “이 정도 거리는 호주에서 바로 옆 동네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홍대 앞에 살면 걸어서 다닐 수도 있으니 더 편리하겠지만, 저는 서초동이 좋아요. 그쪽은 가게도 많고, 사람도 많아 너무 복잡하고 시끄럽거든요. 홍대 앞 거리에 좀 오래 있다 보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에요. 서초동은 홍대 앞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동네예요. 홍대 앞이 수많은 젊은이로 활기가 넘친다면, 서초동은 도회적이면서 세련된 분위기가 있지요. 제가 서초동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녀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어 위험한 나라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정말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한국에 있는 동안 많은 곳을 여행하고, 다양한 한국 전통 문화를 체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초구뿐만 아니라 한국은 음식점이든, 관공서든, 은행이든, 고객을 오래 기다리게 하는 곳이 없어요. 일처리가 매우 빠르고 효율적인 나라예요. 또, 서울의 다른 지역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서초구의 환경만 놓고 보자면 세계적인 도시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아요. 다만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이 큰 단점입니다. 앞으로 이 부분만 보강한다면 외국인 입장에서 이렇게 안전하면서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도시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알리 카라괴슬루 터키음식점 ‘파샤’ 사장(터키인)]
 |
국내 최초의 터키음식 전문점을 연 알리 사장. | 서초구에는 세계 각 나라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전문 레스토랑이 많다. 강남역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터키음식전문점 ‘파샤’도 그중 하나다. ‘파샤’는 국내 최초의 터키 음식 전문점으로 2001년 문을 열었다. 터키인 요리사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터키 현지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파샤의 가장 큰 장점. 이곳은 개업 직후부터 고향 음식을 그리워하던 국내 거주 터키인들과 색다른 맛을 찾는 미식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명성을 얻었다. ‘파샤’의 사장은 터키인인 알리 카라괴슬루 씨다. 10년 전 고등학교를 마친 직후 한국에 와 서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그는 1년간의 어학연수 과정을 마친 후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대학교 2학년이 되던 해, 한국에서는 그 어느 곳에서도 터키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레스토랑 창업을 결심했다. 터키에서 섬유산업을 하던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계획에 “한번 해 보라”며 선뜻 투자를 약속했다. 결국 그는 학업을 중단하고 사업가로 변신했다. 서초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한국에서 2년쯤 생활하다 보니 괜찮은 상권에 대한 感(감)이 잡혔고,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이 눈에 들어 왔다고 한다. “이왕 가게를 할 바에는 사람들이 많고 목 좋은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한국 친구들의 조언도 이곳으로 결정하는 데 한몫을 했다. 외국인이 레스토랑을 창업하는 것이 까다롭지 않았는지 묻자 그는 “생각보다 아주 간단했다”고 답했다. “서류들도 쉽게 통과되고, 구청에 오갈 일도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주방에서 일할 터키인 요리사들의 비자가 나오지 않아 그것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지요. 10억원 이상의 자금을 터키에서 가져와 전액 투자한 사업인데, 직원들 비자 문제가 이렇게 힘들게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 좀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결국 처음 문을 열 때는 요리사를 두 명밖에 데려오지 못해 한동안 힘들었어요. 다행히 고비를 잘 넘겨 1년쯤 지나니 단골도 많이 생기고, 매출이 늘기 시작했지요.” 그는 레스토랑 운영 경험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맛과 마케팅에 두루 신경을 쓰며 잠재돼 있는 수완을 발휘했다. 덕분에 ‘파샤’는 국내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 수없이 등장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얻었다. 터키인 요리사의 수도 7명으로 늘었고, 100평이던 가게를 240평으로 확장 이전했다. 최근에는 분점 문의가 많아 앞으로는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업이 안정되면서 2년 전에는 집도 아예 레스토랑 바로 뒤인 서초동으로 옮겼다. 그는 터키인 아내와의 사이에 네 살짜리 아이를 두고 있는데, 이 아이는 양재동에 있는 레인보우 외국인학교 부설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인근에 터키인들이 많아 그의 레스토랑은 터키인들의 친목과 정보 교환을 위한 자리로도 종종 애용된다고 한다. 그는 “아내가 서초동을 정말 좋아한다”며 “사업하기도 좋은 곳이지만 집 근처에서 외식, 쇼핑, 영화관람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 일상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고 했다. “10년 전에는 서초구에 지금처럼 외국인이 많지 않았는데 그동안 정말 많이 늘었어요. 터키 사람들도 아주 많아졌고요. 그만큼 서초구가 국제화되었다는 뜻이겠지요. 1년에 한두 번씩은 터키에 가는데, 그때마다 한국에서 사업하는 게 어떤지 묻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적극 권하는 편이죠. 특히 서초구를 추천해요. 도심 정비가 잘되어 있고, 안전하고, 구청에서의 일처리도 아주 빠르고, 외국인들이 많아 살기도 좋다고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이곳에 자리 잡은 게 얼마나 잘한 결정인지, 요즘 들어 새삼 느끼고 있답니다.”
[이곳이 궁금하다] ▣ 외국인 전용 주민센터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 프랑스인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외국인이 살고 있는 서초구 반포4동에는 지난해 6월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가 문을 열었다. 외국인들의 편리한 서울 생활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외국인 전용 주민센터다. 서울시의 글로벌빌리지 운영계획에 따라 마포구 연남동, 강남구 역삼동에 이어 세 번째로 개관했다. 외국인들의 조기 정착과 적응을 돕기 위해 전기, 가스, 수도, 의료, 교통 등 다양한 생활민원을 상담하고 안내해 주며 외국인등록사실증명이나 거주사실증명원 등의 서류도 팩스를 통해 발급해 준다. 수준별 한국어 교실을 운영해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한편, 한국어로 물건 사는 법이나 예약하는 방법 등을 익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글로벌센터와 연계해 외국인 주민들의 자체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자수, 매듭교실, 한지공예, 한복입기, 예절교육 등 한국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외국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프랑스인이 영어로 진행하는 ‘와인 클래스’는 서래글로벌빌리지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 강좌다. 정기적인 강좌는 아니지만 한 번 개설될 때마다 내·외국인 수강생들로 성황을 이룬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프랑스인 알리홀 마리 피에 씨는 “외국인 주민의 정착과 안전을 위해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해 외국인 주민과 지역 주민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를 소개했다. 계속 | |
역사의 흔적을 찾아서 |
|
|
|
 |
조선 3대 임금 태종이 묻힌 서초구 내곡동 헌릉. |
 | |
1987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강남구가 分區(분구)된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필자의 집에 놀러왔던 이모가 물었다. 그때 필자와 이모 모두 강남에 살고 있었다. “강남구가 분구된다는데, 새로 생기는 구의 이름이 뭐가 될 것 같니?” “글쎄요. 반포구가 되지 않을까요? 강남 지역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지역 가운데 하나고, 발음하기도 괜찮고.” 얼마 후 신설된 구의 이름은 瑞草區(서초구)로 결정됐다. 당시 서울시지명위원회에서는 서초구·반포구·양재구 등을 놓고 논의 끝에 서초구로 결정했다고 한다. 오늘날 서초구의 중심을 이루는 서초동 일대는 조선시대에는 경기도 과천군 동면 서초리, 日帝(일제)강점기 때는 경기도 시흥군 신동면 서초리였다. 서울시사편찬위원회에서 펴낸 <서울지명사전>에 의하면, ‘서초’라는 지명은 옛날에 이곳에 서리풀이 무성했다 하여 ‘서리풀이’, 霜草里(상초리)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서리풀’이라는 이름은 오늘날 서리풀공원 등에 남아 있다. 이와 함께 <서울지명사전>은, ‘서초’라는 지명의 유래에 대해 다른 說(설)도 소개하고 있다. 이곳 물은 우면산 여러 골짜기 물이 이리저리 서리어 흐르고 서래마을 물을 받아 다시 동작동 물과 합류, 한강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물이 서리어 흐르는 벌판’이라 하여 ‘서릿벌’이라고 한 것이 변하여 ‘서리퍼리’,‘서리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한자로는 ‘蟠浦(반포)’라고 표기했는데, 이것이 변해서 ‘盤浦(반포)’가 되었다고 한다. 때문에 이 일대를 서릿마을, 혹은 서래마을, 서애마을이라고 했다. 프랑스인들이 집중 거주해 ‘리틀 프랑스’로 널리 알려진 팔레스호텔 뒤편 서래마을이 그곳이다. 後者(후자)의 설명대로라면, 오늘날 서초동과 반포동이라는 洞名(동명)은 같은 말에서 파생된 셈이다. 원지동 고인돌 행정구역상 서초구가 생겨난 것은 1988년, 이 지역이 서울시에 편입된 것은 1963년이었다. 서초구는 1968년 영동 제1차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강남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발전하기 시작한 신흥도시다. 반포동과 서초동 일대의 아파트촌과 강남대로 일대의 오피스빌딩들이 신흥도시 서초구를 상징한다. 하지만 이것이 서초 역사의 전부는 아니다. 서초의 역사는 멀리 先史(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4년 원지동 원터마을 일대에서 발견된 선돌(立石·입석)과 고인돌군(支石墓群·지석묘군)이 그 증거다. 이 고인돌 유적에서는 신석기 시대 말부터 청동기 시대까지 곡물 수확용으로 사용했던 반달형 돌칼도 발견됐다. 李亨求(이형구) 선문대 교수의 <서울 원지동 지석묘 조사연구서>, 서울대박물관의 <한국지석묘종합조사연구> 등에 의하면, 이 고인돌들은 바둑판 형태의 南方式(남방식) 고인돌로, 인근 한강 유역의 고인돌들이 탁자 형태의 北方式(북방식) 고인돌인 것과 대조된다고 한다. 원지동 고인돌은 아득한 선사시대에도 한강이 북방문화와 남방문화 간의 경계선이었음을 보여주는 유적인 셈이다. 1984년 이형구 교수의 조사에서는 원터마을 일대 4개소에서 11기의 고인돌이 발견됐다고 하는데, 2002년 한양대 박물관과 서초구의 ‘원지동 고인돌 유적 정밀 지표 조사’에서는 7기만이 존재가 확인됐다. 하지만 ‘서울지역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巨石(거석)문화 유적’으로 알려졌던 이 고인돌들이 지금도 남아 있는지는 서초구청 관계자들도 확인해 주지 못하고 있다. 그밖에 1958~59년 서초구 양재동에서 6기, 우면동에서 1기의 고인돌이, 1947년에는 지금의 강남구 개포동에서 4기의 고인돌이 발견됐으나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인근 강남구 역삼동에서는 청동기 시대 주거지 유적이 출토된 바 있다. 이런 유적들은 선사시대부터 지금의 서초구와 그 인근에 사람들이 거주했음을 보여준다. 마라난타가 세웠다는 우면산 대성사 475년 백제 문주왕이 고구려의 南進(남진)에 밀려 공주로 遷都(천도)하기 전까지 백제의 首都(수도)는 오늘날 풍납토성 혹은 하남시 인근으로 比定(비정)되는 하남위례성이었다. 이 시기 오늘날 서초구 지역은 도성 배후의 농업지대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서초구 우면산에 있는 大聖寺(대성사)는 백제에 불교를 전파한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창건한 절이라고 전해진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백제 침류왕 때인 384년 東晋(동진)을 거쳐 백제로 들어온 마라난타가 이듬해인 385년 2월 漢山(한산)에 절을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대성사에서 펴낸 <백제불교 초전법륜성지 우면산 대성사 사적진언>에 의하면, 백제에 들어온 후 水土病(수토병)으로 고생하던 마라난타는 우면산 기슭에 大聖草堂(대성초당)을 세웠는데, 우면산에서 나는 생명수(약수)를 마시고 병을 고쳤다고 한다. 이 책에 따르면, 신라의 元曉(원효)·義湘(의상), 고려시대의 普照國師 知訥(보조국사 지눌), 太古王師 普愚(태고왕사 보우), 조선시대의 無學(무학)·普雨(보우) 등이 이 절에 머물렀다고 한다. 오늘날의 대성사는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분인 龍城(용성) 스님이 1910년 다시 건립한 것이다. 한편 서초구 방배동과 사당대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관악구 남현동 538-1번지 일대에서는 1973년 백제 중·후기의 것으로 보이는 窯址(요지)가 발견됐다. 백제시대에 토기를 생산했던 이 요지는 한강변에서 발견된 백제시대 유일의 요지다. 고구려 장수왕은 475년 백제의 수도 위례성을 함락시키고 한강유역을 확보한 후 이 지역에 남평양을 설치했다. 경기도 구리시, 서울 광진구에서 고구려 시대의 유적들이 발견되는바, 지금의 서초구 일대도 남평양에 속했을 것이다. 551년 백제 성왕은 신라와 연합해 한강 하류 지역을 탈환했으나, 2년 후 신라 진흥왕의 배신으로 이 지역을 신라에 빼앗겼다. 신라는 이 지역에 新州(신주)를 설치했다. 신주는 신라의 삼국통일 후에는 漢山州(한산주)·남한산주 등으로 이어졌는데, 지금의 서초구 지역도 여기에 속했다. 고려 성종 2년(983년) 전국에 12牧(목)이 설치됐을 때 지금의 서울지역 대부분은 楊州牧(양주목)에 속했다. 서초구 지역은 양주목과 인근 광주목에 속했다. 숙종이 1104년 南京(남경)을 설치한 후 서초구 지역은 남경 관할 아래 놓였다. 정도전, 이방원의 무덤이 이곳에 서초구는 麗末鮮初(여말선초)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유적을 품고 있다. 서초구 우면동에는 고려 공민왕 때의 文臣(문신)인 李存吾(이존오)의 사당이 있다. 이존오는 辛旽(신돈)이 국정을 전횡하자 공민왕에게 이를 諫(간)하다 왕의 노여움을 사서 귀양을 갔다가 30세의 나이로 죽었다.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구름이 무심탄 말이 아마도 허랑하다. 중천에 높이 떠이셔 임의로 다니면서 구태야 광명한 날빛을 따라가며 덮나니”라는 시조가 바로 이존오가 신돈의 전횡을 비판하면서 지은 시조다. 서초구 양재역 인근 서초동 산23-1번지에서는 조선 건국의 1등 공신인 鄭道傳(정도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발견됐다. 이 묘가 정도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선 현종 때 실학자 柳馨遠(유형원)이 펴낸 <東國與地誌(동국여지지)> 果川縣(과천현)편에 “정도전의 묘는 과천현에서 동쪽으로 18리, 양재역에서 동쪽으로 15리 되는 곳에 있다”는 구절이, <봉화정씨족보>에는 “정도전의 묘가 광주 사리현에 있고, 부인 최씨의 묘는 양재역 상초리에 있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과천현 동쪽 18리면 우면산 북쪽 자락이다. 이 일대에서 전해져 오는 민간 전승에도 비슷한 얘기가 있다고 한다. 정도전의 후손들이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이 일대를 뒤진 끝에 정도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묘를 발견했다. 1989년 한양대박물관에서 이 묘를 발굴했는데, 몸통이 없는 머리 부분 유골이 나왔다. 이는 정도전이 제1차 왕자의 난 때 李芳遠(이방원·태종)에게 斬首(참수)됐다는 기록과 일치한다. 이 묘에서는 조선 초기의 고급 백자도 함께 출토됐다. 이 때문에 한양대박물관 측에서는 “정도전의 묘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발굴 작업이 끝난 후 이 묘는 서초교육청 공사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유골은 평택시 진위면에 있는 정도전의 사당인 문헌사 맞은편 은정골 야산에 假埋葬(가매장)됐다.
 |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효령대군의 묘. | 王村과 방배동 木偶 공교롭게 정도전을 제거한 후 조선 제3대 국왕이 된 태종 이방원이 묻힌 獻陵(헌릉)이 이곳에서 멀지 않은 서초구 내곡동에 있다. 흔히 조선 제23대 임금인 순조와 왕비 순원왕후 김씨의 능인 仁陵(인릉)과 합쳐 헌인릉이라고 한다. 한편 지하철 2호선 방배역 인근에는 태종의 아들인 효령대군의 묘와 그의 사당인 淸權祠(청권사)가 있다. 현재 대검찰청·서울고등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등이 들어서 있는 서초동 1701번지 법원단지 일대는 효령대군의 장인인 鄭易(정역)이 살던 곳이다. 조선 태종 때 대제학을 지낸 정역이 이곳에 들어와 살면서 해주 정씨들의 集姓村(집성촌)이 형성됐는데, 이후 이곳을 鄭谷(정곡)이라고 부르게 됐다. 지금도 법원단지 입구에는 정역의 神道碑(신도비)가 서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정도전·이방원 등이 주도한 조선 건국으로 된서리를 맞은 고려 왕실의 후예들이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500년 넘게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남부터미널 뒤쪽인 서초3동 1451번지 일대의 王村(왕촌)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 왕씨 집성촌이 형성된 것은 조선 건국 후 충주에 숨어 살던 왕미 일가가 1496년 이곳으로 들어와 살면서부터였다고 한다. 18대째 이곳에 살고 있는 王泰植(왕태식·74)씨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50여 가구의 왕씨가 살았지만, 지금은 30여 가구 남아 있다”고 말했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오늘날 남부터미널에서 효령로에 이르는 땅이 전부 왕씨 일가의 소유였다고 한다. 지금의 우면산터널 입구 평화빌딩 인근에는 왕미의 아들 왕효곤의 묘를 비롯해 100여 기의 왕씨 일가 묘가 있었으나, 1970년대에 강남개발과 함께 전부 용인으로 移葬(이장)됐다. 왕태식씨는 “이장 당시 무덤에서 도자기·엽전 등이 나왔지만, 그때만 해도 먹고살기 바쁘던 때여서 주의해서 챙기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 일대에는 왕씨뿐 아니라 全(전)씨와 田(전)씨, 玉(옥)씨도 많이 살고 있는데, 全씨와 田씨를 합쳐 163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고려왕조가 몰락한 이후 일부 왕씨들이 조선왕조의 박해를 피해 ‘王’자와 모양이 유사한 全씨, 田씨, 玉씨 등으로 姓(성)을 바꾸었다는 설을 생각하면 흥미로운 일이다. 한편 방배동의 한 고분에서는 1970년대에 고려 말~조선 초의 것으로 보이는 木偶(목우) 6점이 출토됐다. 6점 가운데 5점은 인물상이었는데, 3점은 여인상, 2점은 남자상이었다. 거의 완전한 형태로 발굴된 이 목우들은 7~8cm 높이로 약간의 채색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남자상 가운데 하나는 辨髮(변발)을 하고 있는데, 이는 몽골의 영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 목우들은 고려시대 복식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 목우들이 발견된 고분은 그 후 개발의 물결에 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우면산에서 바라본 서초동. | 말죽거리 말죽거리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지금의 양재역 일대는 조선시대 政變(정변)과 外侵(외침)의 무대였다. 명종 2년(1547년)에는 ‘양재역 壁書(벽서)의 獄(옥)’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양재역 벽에서 명종의 母后(모후)로 垂簾聽政(수렴청정)을 하면서 전횡을 일삼던 문정왕후를 비방하는 벽서가 발견된 것을 기화로 權臣(권신) 尹元衡(윤원형) 일파가 政敵(정적)인 尹任(윤임)의 잔당과 李彦迪(이언적) 등 士林(사림)들을 대거 숙청한 사건이다. 이를 丁未士禍(정미사화)라고도 한다. 사건의 무대가 된 양재역은 조선시대에 공무로 여행하는 이들에게 말(馬)과 숙식을 제공하던 곳이었다. 오늘날 지하철 3호선 양재역이 있는 이곳은 말죽거리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말죽거리’라는 지명은 한양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이곳 양재역에서 말에게 죽을 끓여 먹였던 데서 비롯됐다고 하는 것이 다수설이다. 하지만 ‘이괄의 난’ 때 피란을 가던 仁祖(인조)가 이곳에서 유생 금이 등이 쑤어 올린 팥죽을 말 위에서 먹고 갔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설과 병자호란 때 이곳에 주둔했던 淸(청)나라 장수 용골대의 부대가 말에게 죽을 쑤어 먹인 곳이라 해서 그런 지명이 나왔다는 설도 있다. 오늘날의 蠶院洞(잠원동)에는 조선시대에 국립양잠소 격인 ‘잠실도회’가 있어 ‘蠶室里(잠실리)’라고 했다. 이 지역이 서울에 편입될 때 지금의 송파구에 이미 잠실동이 있었기 때문에 중복을 피해 잠실리의 ‘잠’자와 인근 신동면 신원리의 ‘원’자를 따서 잠원동이라고 命名(명명)하게 됐다.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오늘날의 서초구 지역은 경기도 과천군 동면과 광주군 언주면에 속했었다. 언주면이라는 이름은 언주로·언주고등학교 등에 남아 있다. 일제시대에는 경기도 시흥군 신동면에 속했다.
 |
18代째 서초동에서 살고 있는 왕태식씨. | 1963년 서울시에 편입 서초구가 서울특별시에 편입된 것은 1963년이다. 이후 1973년까지 오늘날의 서초구 지역은 성동구 언주출장소와 영등포구 신동파출소에서 관할했다. 오늘날 서초구의 운명이 결정된 것은 이 무렵이었다. 1965년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서 副都心(부도심)으로 개발하기로 결정되고, 1968년 영동 제1차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추진되면서 서초구는 오늘날과 같은 현대도시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서초구에서는 한국현대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경부고속도로 起工(기공)이었다. 경부고속도로의 첫 구간인 서울~수원 간 고속도로 기공식이 열린 것은 1968년 2월 1일, 기공식이 열린 장소는 서울 영등포구 원지동(현재의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인근)이었다. 이날 오후 朴正熙(박정희) 대통령은 수천 년 동안 서울 남쪽을 감싸 왔던 바위산을 切開(절개)하는 發破(발파) 스위치를 눌렀다. 폭음과 함께 다이너마이트가 작렬하면서 암벽이 쪼개지자, 육군 220重(중)건설공병단 소속 불도저들이 무너진 바위더미를 밀어붙이며 통로개척에 나섰다. 조국 근대화의 상징인 경부고속도로 공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서초구는 1973년 관악구가 신설되면서 관악구와 성동구 영동출장소 관할이 됐다가 1975년 강남구가 신설되면서 강남구에 속하게 됐다(관악구 방배동 제외. 방배동은 1980년에 강남구로 편입됐다). 그리고 1988년 서초구는 강남구에서 분리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蛇足(사족) 하나. 서초구가 강남구에서 분구될 때 구의 이름이 ‘서초구’로 결정된 경위에 관해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서초구 분구 時(시) 서울시지명위원회에 앞서 강남구지명위원회에서 신설되는 구 이름을 놓고 논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서초구·반포구·양재구 등이 거론됐다. 그런데 ‘서초구’라는 지명에 대해 양재동·우면동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이들은 “일개 마을에 불과한 ‘서초’를 구 이름으로 삼을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은 서초구 면적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자기들 지역의 이름을 따서 구 이름을 짓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대구에서 한약방을 하던 全(전)모씨가 우면동에 살던 강남구 지명위원 조모씨를 찾아와 “우면동 사람이라면 ‘서초’라는 구 이름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는 “牛眠山(우면산)은 소가 졸거나 자고 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우면산 앞에 있는 ‘瑞草(서초)’는 ‘소가 눈을 뜨면 사방에 좋은 풀이 널려 있으니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좋은 뜻”이라면서 “지역의 盛衰(성쇠)는 그 명칭을 따라가게 마련인데, 지명을 서초로 하면 이 지역에서 부자와 인재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우면동 사람들은 ‘서초’라는 지명에 반대하지 않게 됐다.
|
대한민국 톱 브랜드의 집결지 | |
|
|
|
 |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주변. |
 | |
서초구는 작지만 강한 자치區(구)다. 관내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록과 시설물이 적지 않다. 재계 서열 최상위 기업, 국내 최고 공연시설, 국내 최고 의료시설, 국내 최대 교통 터미널과 대형서점, 아시아 최대 수입 중고차전문 시장 등이 입주해 있다. 서초구청이 ‘名品(명품)서초’를 내세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에 걸쳐 있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지하철 9호선 개통과 함께 이곳 지하상가를 오가는 유동인구가 늘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국내 최대 지하상가인 이곳은 東西(동서)를 축으로 1km에 달하는 지하도 양쪽에 620개의 상가가 입주해 있다. 1·2·3구역으로 구성된 이곳은 의류·패션잡화(1·2구역)와 인테리어 소품(3구역) 매장이 들어서 있다. 이들 외에도 화원, 가구점, 문구점 등 웬만한 가게는 다 있다. 강남의 지하 ‘동대문·남대문 시장’인 셈이다. 가게 주인과 ‘협상’을 잘하면 원하는 제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1000원짜리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도 등장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지하상가식 백화점’이라 가격이 싸면서 품질은 뛰어나다. 서초구의 정책적 지원을 받는 이곳은, 지하상가의 최대 약점인 공기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공기청정기 시설이 국내에서 가장 잘돼 있다.
 |
국내 최대규모의 교보문고 강남점. | 국내 최대 규모의 꽃시장 서초구에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유통시장이 또 있다. 양재동 꽃시장이다. 이곳에 위치해 있는 농수산물유통공사 양재동 화훼공판장은 국내 유일의 꽃 종합 도매시장으로 화훼유통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경매를 통해 공정한 거래를 유도하고,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하며 화훼 생산농가에는 안정적 판로를 제공한다. 소비자는 신선한 꽃을 싼 값에 살 수 있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하루 경매 금액은 2억원이다. 2008년 말 현재 출하 농가 수는 1만6000여 명이며, 출하 단체는 330여 개소, 중도매인은 370명에 달한다. 화훼공판장의 경매시세는 인터넷, ARS 시스템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양재동 화훼공판장을 책임지고 있는 손영순씨는 “정보화 시대에 맞춰 화훼산업을 인터넷에 적극 홍보하고 유통 관련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꽃시장 맞은편에 위치한 서울오토갤러리는 아시아 최대의 수입 중고차 전문시장이다. 지하 5층, 지상 6층(연면적 1만1530㎡) 규모의 건물에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 수입차가 빼곡히 전시돼 있다. 전국에서 거래되는 수입차 10대 중 9대가 거쳐 가는 곳으로, 주차된 차량을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1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
국내 최대규모의 양재동 꽃시장. | ‘잘사는 사람’ 많은 地自體 서초구는 여의도에 버금가는 금융센터가 될 전망이다. 삼성그룹 본사가 서초구로 이전하면서 서초구는 증권업계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지점을 갖게 됐다. 삼성증권 삼성타운지점은 독립된 상담실이 12개이며 고객교육센터는 별도로 설치·운영되고 있다. 삼성생명빌딩 여섯 개 층을 사용하고 있는 삼성타운지점은 전용면적이 2000㎡에 달한다. 서초구에는 국가정보원과 국군정보사령부 등 국내 최고 정보기관도 입주해 있다. 서초구에는 이른바 ‘잘사는 사람’이 많다. 국내 상장기업 최고경영자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이 바로 서초구 서초동이다. 서초동은 전국 동 단위에서 예금액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서초구청에 따르면, 서초동의 예금자산 규모가 4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서초구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전국 최고(463만원)이며, 월평균 300만원 이상인 노인 고소득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전국에서 음식점이 가장 잘되는 지역 또한 서초구다. 그래서인지 노점상이 거의 없다. 서초구는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내로라하는 기록이 많다. 서초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1인당 독서량이 최고다. 2007년 서울서베이 가구조사에 따르면, 서초구 주민 1인당 독서량은 교양서적 5권(1위), 잡지 2.5권(1위), 업무관련 서적 1.8권(3위)으로 전체 독서량 1위를 차지했다. 서초구민의 독서량이 높은 데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점이 서초구에 위치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2003년 개점한 교보문고 강남점은 국제규격 축구장의 1.7배에 해당하는 면적에 35만종 200만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다. 단일 서점으로 국내 최대, 최다 도서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교보문고 강남점의 연간 매출액은 약 500억원이며, 20~30대를 비롯해 실버층의 구매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 교보문고 독서홍보팀 정길정씨는 “크고 작은 기업이 많고 교육열이 높은 곳이라 경제경영 서적과 교육관련 참고서가 많이 팔린다”고 했다. 교보문고 강남점은 고객이 원하는 책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북 로케이션 시스템’과 매장의 책을 체계적으로 운반할 수 있는 ‘자동물류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하철 노선과 驛舍 전국 1위 국내 최대 온라인 교육기업인 ‘메가스터디’도 서초구에 위치해 있다. 메가스터디는 2000년 학원강사 출신인 孫主恩(손주은)씨가 인터넷상에서 강의를 시작, 폭발적 인기를 모으며 성장했다. 2009년 3월 현재 메가스터디의 시가총액은 1조2000억원으로 코스닥 상장기업 4위를 기록했다. 서초구에는 국내 빅3 외국어학원 본사가 입지해 있다. 대한민국 교육경영대상을 차지한 이익훈어학원, 대한민국 서비스품질지수 1위를 차지한 파고다어학원, 국내 생활영어의 메카인 민병철어학원이 국내 외국어학원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서초’를 논할 때 편리한 교통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자치구 중에서 지하철 노선과 驛舍(역사)가 가장 많은 곳이 서초구다. 2호선(사당·방배·서초·교대·강남), 3호선(신사·잠원·고속터미널·교대·남부터미널·양재), 4호선(동작·총신대입구·사당·남태령), 7호선(이수·내방·고속터미널·반포·논현), 9호선(구반포·신반포·고속터미널·사평·신논현), 신분당선(강남·양재·양재 시민의 숲·청계산 입구) 등 6개 노선에 29개 역사가 있다. 2호선 강남역의 경우 지하철 이용객 수는 1일 평균 21만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서울시민 1000명 중 23명이 하루에 한 번은 강남역을 이용하는 셈이다. 서초구에는 전국을 연결하는 최대 규모의 터미널도 입지해 있다.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을 비롯해 남부시외버스 터미널과 국내 최대 물동량을 자랑하는 양재화물 터미널이 있다. 사회분야에서 서초구가 보유하고 있는 기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서초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 구민행복지수가 가장 높다. 2008년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서초구는 77.2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76.1점을 얻은 금천구가 2위, 강남구(76점)와 송파구(75.9점)가 그 뒤를 이었다. 서초구는 가구당 PC 보유대수가 서울시에서 가장 많다. 2007년 서울서베이 가구조사에 따르면, 서초구는 1.39대로 1위, 송파구는 1.16대, 강남구는 1.12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구역 넓이, 아파트 분양가 1위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에서 행정구역이 가장 넓은 곳이 서초구다. 서초구의 면적은 47.0㎢로 서울시 면적의 7.8%를 차지한다. 강서구(41.4㎢)와 강남구(39.5㎢)가 뒤를 잇고 있다. 서초구는 자치구 중 공원면적이 1만6000여㎡로 서울시에서 가장 넓다. 행정구역이 넓은 만큼 서초구에는 각종 기록을 보유한 건축물들이 많다. 센트럴시티(강남고속버스 터미널 호남선 라인)는 체육시설, 학교 등 특수 목적의 건물을 제외한 서울시 단일면적 가운데 건축면적(1층 바닥면적)이 가장 넓다. 2만5500여㎡(약 7730평)로 서울광장의 두 배, 축구장 3개 크기에 달한다. 강남고속버스 터미널 뒤편에 있는 JW메리어트 서울호텔은 전 세계 3000개 숙박시설 중 최고 등급인 JW등급을 10번째로 획득했다. 지하 4층, 지상 34층짜리 건물에 479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70개국에 3000여 개의 숙박시설을 갖춘 세계 최대의 호텔기업이다. 메리어트호텔은 시설 수준이나 규모에 따라 6개 등급으로 나뉜다. JW등급이 최상위 등급이다. 서초동에 위치한 ‘부티끄 모나코’ 오피스텔(지하 5층·지상 27층)은 2008년 독일건축박물관이 수여하는 ‘세계 최우수 초고층 건축상’을 수상했다. 세련된 외관 디자인과 평면으로 설계된 실내구성이 파격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같은 동에 위치한 고급주택 ‘트라움하우스’는 6년 연속 전국 最高價(최고가) 주택으로 선정됐다. 1가구당 전용면적이 273.6㎡(82.7평)로 賣買價(매매가)는 50여 억원에 달한다. 가구마다 전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고, 국내 최초로 리히터 규모 7.0 이상의 강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가 돼 있다. 또 2개월 이상 생활할 수 있는 지하방공호까지 마련돼 있다. 서초구는 아파트 분양가가 전국에서 최고다. 3.3㎡(1평)당 평균 분양가가 3093만원으로 구로구의 세 배가 넘는다. 최근 반포동에 들어선 대단지 고급아파트 자이, 래미안이 대표적이다. 인근에 있는 ‘아크로비스타’는 국내 최초로 에너지절약 1등급 아파트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서초구는 1인당 주거면적이 104.79㎡로 서울시에서 가장 넓다. 서초구는 ‘명품 서초’에 걸맞게 ‘복지 서초’를 지향하고 있다. 서초구는 사망률 조사에서 4년 연속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기초노령연금 수급률이 전국에서 최저다. 그만큼 자립이 가능한 노령인구가 많다는 얘기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또한 서울시에서 최저다. 노인의 사회활동 참가율은 서울시에서 최고 수준이다. 건축비용 1조원 들어간 서울성모병원
 |
건축비용 1조원이 들어간 서울성모병원. | 서초구는 노인복지를 위한 각종 시설을 추가로 건립 중에 있다. 2010년 개관 예정인 ‘노인전문요양원’은 지하 2층, 지상 4층에 병상 200개를 갖추게 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요양시설 중에서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남고속버스 터미널 인근에 있는 서울성모병원(舊강남성모병원)은 단일병원 건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건축면적이 여의도 63빌딩보다 넓다. 이 병원은 지하 6층·지상 22층·연면적 19만㎡에 1200개 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건물 대부분이 자연채광이 가능하고, 친화적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별도의 담장이 없다. 리히터 규모 6.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으며 건물 21층에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최고급 병실이 마련돼 있다. 의료진을 포함한 전체 인력은 3200여 명에 달한다. 2009년 3월 재개원한 서울성모병원은 건축비용이 1조원, 각종 첨단 의료장비 도입에 2000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은 암병원, 심혈관센터, 장기이식센터 등 센터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최적의 교통 인프라를 갖고 있다. 고속버스 터미널과 지하철 2·3·7·9호선 역사가 병원 인근에 있다. 또한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을 연결하는 리무진버스가 있고 JW메리어트호텔, 팔레스호텔 등 고급 숙박시설이 주변에 들어서 있다. 해외 환자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는 셈이다.[이것이 궁금하다] ▣ 서초구의 최고, 최다, 최초 ■ 1㎞ 地下道에 620개 매장 입주한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 하루 경매 금액 2억원인 양재동 화훼공판장 ■ 국내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과 국군정보사령부 소재 ■ 축구장 1.7배 넓이에 200만권 서적 보유한 교보문고 강남점 ■ 국내 최대 온라인 교육기관 메가스터디와 이익훈·파고다·민병철어학원 본사 입주 ■ 축구장 3개 크기의 센트럴시티 ■ 50억원짜리 최고가 주택 트라움하우스 ■ 63빌딩보다 넓은 서울성모병원 ■ 아시아 최대 수입 중고차 전문시장 서울오토갤러리
|
선진 복지 시스템 | |
|
|
|
 |
서초구 보건소 로비모습. 보건소가 일반병원 못지않게 쾌적하게 꾸며져 있다. |
 | |
서초구는 1996년 9월 전국 최초로 장애인 치과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지역에 상관없이 복지카드를 소지한 장애인은 누구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진료비도 불소도포(치아에 불소를 발라 충치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것)는 4000원, 그 외 진료는 1100원으로 저렴하다. 기초생활수급장애인인 서초구민은 무료보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의료진은 16명의 자원봉사 의료진이 주축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서초구 치과의사회가 협조하는 형식이다. 서초구에는 현재 약 9500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서초구는 이들을 보호하고 재활치료를 도울 수 있는 문화센터를 건설 중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규모로, 사업비 219억6700만원이 투입된 이 시설은 2008년 1월 착공에 들어가 올 9월 준공식을 목표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장애인정보문화센터는 장애인의 재활 및 심리치료를 돕기 위해 수중재활치료실, 심리치료실, 성인재활치료실 및 주·단기보호시설 등을 갖출 계획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이곳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치료와 보호의 병행’이라는 목적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서초구는 이 시설을 통해 장애인 직접 지원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두고 있는 가정의 부담을 덜고 이들을 장기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 노인이 행복한 도시
 |
‘Safe&Clean Food’ 운동을 독려하는 박성중 서초구청장. |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서초구의 복지정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노인 복지 영역이다. 서초구의 총 인구는 약 41만명이고, 그중 7.7%에 해당하는 약 3만2000명이 만 65세 이상의 노인이다. 현재 추세에 따르면, 서초구의 노인 인구는 매년 3000명 이상 증가해 고령사회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서초구는 이른바 ‘노인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노인전문요양원’ 건립이다. 현행 대한민국 노인종합복지관 설치는 1자치구 1노인종합복지관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나, 이는 노인 인구 증가를 감안하지 않은 20세기형 제도라는 것이 서초구의 생각이다. 현재 이 지역의 노인시설을 대표하는 ‘서초양재노인종합복지관’이 여러 가지 문제점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은 이를 대변한다. 한쪽 지역에 치우쳐 있어 일부 지역 노인들을 위한 특수시설이라는 비판과 함께 서초구 노인 인구를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문제점이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
충남 태안의 서초휴양소 내 어린이놀이터. | 이에 따라 서초구는 ‘지역밀착형 권역별 노인종합복지시대’라는 기치 아래, 2007년부터 권역별 노인종합복지관 건립 사업을 시작했다. 수치로 말하자면, 노인 인구 1만명당 하나의 시설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그 결과 올 6월과 7월 중 ‘서초방배노인복지관’과 ‘서초중앙노인복지관’이 각각 개관된다. 서초구는 기존의 ‘서초양재노인종합복지관’과 함께 3만명의 노인 인구에 3개의 노인 시설을 갖추게 된다. ‘노인 인구 1만명당 하나의 시설’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다. 이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서초구는 노인여가복지시설인 노인종합복지관 3개소를 운영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자치단체가 될 것이다. 기초자치단체로서는 최대 규모인 200병상 시설을 갖추고 내년 3월에 준공 예정인 ‘서초노인전문요양원’도 주목할 만하다. 서초구는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요양등급 1~3급까지인 시설 및 在家(재가)보호 대상자가 전체 노인의 약 4.5%인 1438명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요양 등급이 1~2급인 시설보호 대상자는 약 2.5%인 800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지만, 현재 2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서초구 관내 민간노인요양시설 및 재가시설 8개소는 양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시대를 앞서가는 복지정책
 |
강원도 횡성군에 위치한 서초수련원. | 서초구는 이런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2003년 노인전문요양원 부지를 확보해 놓았다. 지난해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충분한 숫자의 노인요양원을 요구함에 따라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부지 확보에 매달리고 있을 때, 서초구가 노인요양원 건립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데는 서초구의 장기적인 안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충남 태안의 ‘서초휴양소’는 60세 이상 노인 및 동반가족들이 휴양과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콘도형식의 사회복지시설이다. 다른 지역에 거주해도 예약할 수 있지만, 60세 이상 노인을 동반한 서초구민에게는 우선권과 할인혜택이 주어진다. 이는 다른 자치구의 휴양소와 비교할 때 눈에 띄는 점으로, 2006년 개관할 당시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가 됐다. 서초구의 복지정책이 특별한 이유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더 나은 삶의 질을 목표로 한다는 데 있다. 2007년 4월 오픈한 육아포털사이트 ‘서초 i사랑(http://baby. seocho.go.kr)’은 서초구의 신개념 복지 서비스로, 자치단체가 구민의 육아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이트를 방문한 구민은 서초구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지원사업 프로그램의 종류, 서초구의 보육시설 및 병원·약국 위치, 출산준비와 육아법 등 임신 전부터 육아까지 꼭 필요한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다. 보건소에서 받은 産前(산전)관리내역, 아기예방접종 내역을 ‘나만의 건강관리 창’에서 실시간으로 확인 및 출력이 가능하다. ‘다음 예방접종일자 자동계산 및 알리미 서비스’를 통해 초보 엄마라도 아기의 건강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 ‘서초 i사랑’은 임신부터 육아까지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한곳에서 제공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구민 위주로 홈페이지를 꾸며 놓았다. 구축 초기부터 사이트 명칭 선정, 화면 구성에 이르기까지 구민의 참여로 이루어졌으며, 현재도 ‘서초 i사랑’ 홈페이지 배경화면은 구민의 가족사진들로 구성돼 있다. ‘Safe&Clean Food’ 운동
 |
서초구 보건소에 위치한 장애인 치과의 진료 모습. | 朴成重(박성중) 서초구청장은 2008년 9월 “남은 음식을 재사용하는 행위는 식중독과 각종 전염성 질병을 유발시키는 원인이다. 아울러 유해한 원료가 함유된 식품이 유통되는 것을 강력히 단속해 주민들이 먹을거리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선진 음식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토대로 서초구는 현재 ‘Safe&Clean Food’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남은 음식 재사용 안 하기 운동에 대한 교육·홍보·실태조사·지원에 나섰고, 야간에는 民官(민관) 합동 점검반을 만들어 유흥·단란주점 등 식품접객업소를 상대로 주방위생 안전지킴이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또 음식점에서 제공하고 있는 식단의 열량·지방·나트륨이 건강식단 기준에 부합되는 식당을 ‘건강식당’으로 지정하는 등 먹을거리와 관련해 전방위적으로 구민 만족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복지 1번지 서초구’에서의 ‘복지’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최저 수준의 삶의 질 보장’부터 중산층을 배려하는 ‘더 나은 삶의 질 보장’ 그리고 구민 전체를 고객으로 여기는 ‘고객 중심의 건전한 서비스 제공’까지 포함한다
|
환경·건강의 도시 | |
 |
|
|
李相雅 月刊朝鮮 인턴기자
 |
 |
청계산 전망대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시민들. |
 | |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세계도시 기후정상회의(C40 Climate Leadership Group)’에는 세계 80개 도시 시장과 대표단 500여 명이 참석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도시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이 자리에서 영국 런던시는 2층 버스 8300대를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자동차로 교체한다고 발표했고, 독일 프라이부르크시는 2010년까지 태양광발전과 자전거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우리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서울시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투자와 자전거 도로를 확대하겠다는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서초구도 청계산과 우면산, 서리풀공원 등을 정비해 친환경적인 휴식공간을 조성하고 ‘녹색보행 네트워크’를 만들어 단절된 녹지 축을 잇는 등 건강도시로의 역할을 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강에서 걸어서 우면산, 청계산까지 서초구는 한강에서 청계산, 한강에서 우면산까지 보행 길을 잇는 ‘녹색보행 네트워크’ 사업을 진행 중이다. 녹색보행 네트워크란 ▲한강시민공원~경부고속도로변~청계산 ▲한강~반포천~서리풀공원~우면산 ▲동작대로~한남대교 구간의 끊어진 步道(보도)를 잇고 훼손된 녹지공간을 복원해 총 28.5km의 숲길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한강시민공원을 출발점으로 올림픽대로변에서 경부고속도로변을 따라 청계산까지 이어지는 보행길 18.5km는 오는 10월까지 23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조성될 예정이다. 또 한강에서 반포천과 서리풀공원을 지나 우면산까지 이어지는 6km 보행 길과 동작대교에서 한남대교로 이어지는 올림픽대로변 산책로 4km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 필자는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신반포아파트 뒤쪽 올림픽대로 산책로를 걸어 보았다. 이 산책로는 반포 주공아파트 단지, 신반포아파트와 접하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이용률이 높지만 아파트의 담장 등으로 산책로가 단절되거나 각종 시설물 때문에 돌아가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올림픽대로변의 산책로 가로수는 8m 一列(일렬) 방식의 기존 가로수와는 달리 二列(이열) 방식과 多層(다층) 식으로 정비됐다. 성인 3~4명이 겨우 걸을 수 있는 정도(약 3m)로 길의 폭이 좁아 기존의 가로수 대신 키가 작은 나무와 색색의 야생 화초류 등을 심은 것도 다른 녹지 길과의 차이점이다. 또 장애인과 노약자, 임산부 등을 고려해 보도의 턱을 없애고 계단 대신 경사로를 조성하는 설계 기법을 도입했다. 주변 녹지와 접한 곳은 아스팔트를 없애고 황토로 포장할 계획이다. 서초구청의 녹색보행 네트워크 담당자 안봉환씨의 설명.
 |
한 시민이 수풀로 우거진 청계산의 숲길을 걷고 있다. | “녹색 산책로 조성사업은 관리가 중요합니다. 구청에서 꾸준히 가지치기와 잡초 뽑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관리 역시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주민들이 노숙자나 외부인이 시설물을 더럽히면 구청과 근처 경비실에 알리고 길도 직접 청소합니다.” 한강시민공원에서 청계산으로 이어지는 길 중 경부고속도로변의 한남대교~주홍교 구간에는 일반 도로와의 교차로 인해 여러 군데에 단절이 생겼다. 현재 경부고속도로 아래로 지나가는 사임당길과 서초로 등에 의해 총 10개 구간의 길이 끊어져 있다. 녹색보행 네트워크가 완성되면 단절된 구간에 보행 가교를 설치해 단숨에 이동할 수 있게 되며 양재천과 여의천 물길을 따라 청계산까지 걸어갈 수 있게 된다. 한강에서 반포천, 서리풀공원을 거쳐 우면산까지 이어지는 6km 구간의 녹지 중심축은 반포4동에 있는 서리풀공원이다. 서초구는 서리풀공원의 단절된 녹지를 잇고 무분별하게 개발된 경작지를 복원하는 ‘서리풀공원 업그레이드’ 사업을 오는 10월까지 59억원의 예산을 들여 진행한다. 녹색길이 복원되고, 반포동 산59-1번지 일대에는 ‘그린아트 보도교’가 건설된다. 폭 3.5m, 길이 80m로 지상 22m 높이에 세워지는 그린아트 보도교는 市費(시비) 15억원과 區費(구비) 34억원 등 총 49억원을 들여 오는 10월에 완공된다. 그린아트 보도교가 만들어지면 동쪽의 서리풀공원과 서쪽의 몽마르뜨르 공원이 연결돼 반포로 양쪽으로 단절됐던 녹지 축이 이어진다. 이 다리는 누에를 형상화하는 등 디자인에도 많은 비중을 뒀다. 대법원과 검찰청 등 인근 법조타운의 특성을 반영해 절개의 상징인 대나무로 랜드마크를 만든다. 보도교 상단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해 밤에는 야경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서초구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사업에 필요한 일부 자재를 주민들의 기증을 받았다. 서초구가 주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자재로는 계단목 790개, 안전기둥 260개, 산단풍과 복자기 나무 등의 수목 800주, 각종 운동기구 30점과 벤치 20점 등이 있다. 기증된 나무 800그루는 몽마르뜨르 공원 일대에 심어 ‘주민 참여의 숲’을 조성할 예정이며, 기증한 시민이 직접 植栽(식재)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
서초구민들이 시민의 숲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전체 면적 중 60%가 녹지인 서초구에는 도시 곳곳에 녹색 보행길과 자연 속의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 청계산 엘레강스 프로젝트 서초구는 2006년부터 ‘청계산 엘레강스 프로젝트’를 통해 등산로 정비와 쉼터 조성, 공휴일 무료 셔틀버스 운영 등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1단계씩 총 4단계로 구성된 이 사업은 등산로변 야생화단지와 숲 속 그린샤워장 등의 조성이 끝나는 올해 마무리된다. 우면산도 불필요한 운동 시설을 없애고 쉼터·약수터 주변·계단목 등을 정비하면서 주민들이 더 편하게 산을 오를 수 있도록 했다. 휴일 10만명 등 연간 500만명의 시민이 찾는다는 청계산은 주중 오후 시간에도 산을 오르는 사람이 많았다. 산 입구에는 골프장 클럽하우스 입구에서 볼 수 있는 에어건(Air Gun)이 마련돼 있는데, 여러 사람이 총 모양의 공기 분사기를 눌러 신발의 흙과 먼지를 떨어내고 있었다. 에어건은 서초구 지역 주민이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
청계산(618m)에는 연간 500만명의 사람들이 다녀간다. | 청계산 곳곳에는 ‘청계산을 사랑하는 서초구민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2006년 1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1891개의 계단목이 설치됐는데, 그중 1628개를 616명의 주민이 기증했다. 계단목 구매와 설치, 쉼터조성 등 1단계 전체 사업에 쓰인 3억7000만원 중 1억7500만원을 주민이 기증했고 현대백화점이 4500만원을 기증해 쉼터조성을 도왔다. 계단목 하나하나에는 시민 616명의 사연이 담긴 문구와 기부한 단체, 개인의 이름이 순서대로 붙어 있다. ‘청계산을 푸르게 더 푸르게’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자’ ‘청계산이 있어 행복합니다’ ‘우리 손녀 딸 사랑해요. 할머니가’ ‘저희 결혼해요!’ 등 계단목을 밟으면서 사연 가득한 문구를 하나하나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
청계산 산책길을 걷고있는 등산객들. | 청계산을 오르는 길의 양쪽 옆 곳곳에는 꽃이 심어져 있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 꽃을 심고, 꽃 가운데에 팻말을 꽂아 이름을 적어 뒀다. 알록달록한 꽃이 있으면 가까이 다가가 이름을 확인하면서 산을 올랐다. 서초구는 1400m의 진달래능선에 2단계와 3단계 사업 때 각각 진달래 3000주와 5000주를 심었다. 진달래능선 입구에는 ‘이 능선은 아름다운 진달래가 생육하고 있는 곳으로서 2007년부터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진달래능선입니다.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즐거운 산행 하시기 바랍니다’라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꽃이 피는 4월에는 길을 따라 진달래꽃이 진분홍빛으로 만발한다. 또 산불 방지를 위해 진달래능선과 공중전화 쉼터에는 CCTV가 설치돼 있다. 산행을 시작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나 목을 축이고자 ‘산토끼 옹달샘’에 잠시 머물렀다. 약수터 주변 의자에서 쉬고 있던 아주머니들이 “물 참 시원하다”며 약수터 앞에 세워진 표지판에서 1급수임을 확인하고 있었다. 서초구는 올해 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청계산의 어둔골과 원터골 약수터 등 노후 약수터를 정비한다. 그 외에도 원터골 등산로 입구와 산토끼 옹달샘 등의 등산로 주변에 야생화를 심고 원터골과 청계골의 낡은 시설 보수, 등산로 계단목과 안내시설 등도 정비할 계획이다. 청계산 매봉에 설치된 전망데크는 ‘서울시 우수경관 조망 명소’로 선정됐다.
 |
‘청계산 엘레강스 프로젝트’ 1단계 사업 때 주민참여로 제작된 계단목 1700여 개가 산토끼 옹달샘에서 헬기장 간 859m 등산로에 설치됐다. | 우면산의 소망탑 전망대도 청계산과 함께 우수경관 조망명소로 선정돼 낮에는 반포대교를 건너 한강과 북한산까지 서울 전역을, 밤에는 예술의전당 주변과 빌딩의 화려한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우면산을 오른 지 40여 분 만에 정상인 소망탑 전망대에 도착했다. 조망 파노라마 뒤쪽 의자에 앉아 쉬는 등산객 10여 명이 있었다. 깔딱고개를 막 올라와서 숨을 고르고 있는 40대 중반의 여성에게 “우면산에 자주 오시냐”고 물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산에 올라요. 집에서 우면산까지 걸어오는 데 30분 정도밖에 안 걸려 자주 옵니다. 계단목이나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어 등산화를 신지 않고 평상복 차림으로 슬슬 걸어올 수 있으니 좋죠. 오늘도 아이들 학교 보내고 왔어요.” 함께 산을 오른 다른 여성은 가방에 담아 온 과일을 꺼내 필자에게도 하나 먹으라고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우면산을 내려가면 바로 앞에 예술의전당이 있잖아요. 산에 왔다가 내려가는 길에 예술의전당에 들러서 춤추는 분수를 구경하기도 합니다. 문화 공간이 산과 연결되어 있어서 좋습니다. 반대로 예술의전당에 와서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쉬엄쉬엄 산에 오를 수도 있어요. 산에서 내려가는 길목에는 대성사 등 문화 휴식 공간이 많습니다.” 서초구는 2007년에 우면산 정비를 마쳤다. 소망탑 전망대를 비롯해 등산로의 돌계단과 노후 안내간판 정리, 야생화인 비비추 400본을 심어서 범바위 입구를 전면 정비했다. 정자를 설치하고 생태연못을 조성했으며, 약수터 정비와 계단목, 토사유출 목책 등도 설치했다. 생태하천 양재천 따라 문화 예술 거리 조성 양재천도 생태하천으로 복원돼 서울의 명소가 됐다. 매년 여름방학이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수생식물과 물고기를 관찰할 수 있는 생태학습장을 운영한다. 지난 5월 20일에는 매헌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영동1교 북단 둔치인 양재천 고향논 일대에서 모내기 행사에 참여했다. 오후 2시가 조금 지난 시간, 10여 명의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영동1교에서 2교 사이의 자전거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서초구는 ‘양재천 업그레이드 사업’을 통해 총 1820m 자전거 도로의 폭을 3m에서 4m로 정비했고, 자전거 이용자와 산책하는 사람 등이 함께 사용했던 길을 자전거도로와 도보로 구분했다. 자전거도로와 별도로 만들어진 산책로는 조깅 및 걷기 운동에 적합한 고무칩 재질로 조성됐다. 또 길 곳곳을 사면녹화하고 계절별로 다양한 꽃을 심어 사계절 내내 산책을 하면서 꽃을 볼 수 있도록 했다.
 |
영동1교~2교 사이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 | 양재천 정비사업은 강남구가 영동2교에서 6교 구간을 먼저 시작했다. 서초구는 강남구 정비 사업에서 부족했던 조경 사업 등을 보완해 추진 중이다. 2007년 12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진행된 1차 사업에서는 총 23억6000만원을 들여 아이리스원과 고향원을 조성하고 둔치녹화와 사면녹화 사업 등을 진행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아이리스원에는 꽃창포와 붓꽃 등 8종의 꽃 14만5900본이 심어져 있으며 영동1교 부근의 물놀이장 주변에는 느티나무와 왕벚나무, 회양목 등이 주변을 장식하고 있다. 서초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양재천 업그레이드 사업은 공학적 설계가 아니라 친환경적인 설계를 도입했습니다. 서초구청 녹지과에서는 양재천 주변의 주요 수종으로 침수 시험을 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수종을 선택했습니다. 작년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양재천 주변이 침수됐었는데 현재 주변 수종들이 거의 복원됐습니다.” 서초구는 양재천 영동1~2교 구간에 친환경 보안등인 ‘하이브리드 태양광 LED 보안등’ 21개를 설치, 일조량이 많은 날에는 태양광을 이용하고 새벽이나 날씨가 흐릴 때는 기존의 전기 에너지를 활용한다. 보안등의 밝기는 2배 밝아졌지만 전력사용량은 기존의 20%이다. 서초구 측은 “이를 통해 연간 8000Kwh의 전력사용을 절감, 3400kg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재천의 가장 큰 변신은 2007년에 영동1교와 시민의숲 사이 둔치에 조성된 양재천 야외수영장이다. 양재천 야외수영장을 찾는 입장객은 하루 평균 1500명, 공휴일에는 하루 최대 4000여 명이 다녀간다. 작년에는 5만6400명이 양재천 수영장을 이용, 2억400만원의 수익을 냈다. 양재천 야외수영장에는 폭 13.2m, 길이 50m의 국제 규격 성인풀장과 직경 10m의 원형 유아풀장 2개가 마련돼 있고 유아용 워터슬라이드와 샤워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 야외수영장의 한쪽으로는 양재천이 흐르고, 시민의숲이 근처에 자리 잡고 있어 자연경관을 즐기며 수영할 수 있다. 겨울이 되면 수영장을 빙판으로 만들어 스케이트장으로도 사용된다. 올해는 6월 22일부터 8월 30일까지 70일 동안 개장할 예정.
 |
양재천 영동2교 아래의 하천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웃고 있다. | 양재1동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양재행복음악회’ 모임에서는 매년 두세 차례 양재천 수변 무대에서 서초구에 거주하는 연예인들을 주축으로 콘서트를 개최한다. 2006년 11월에 처음 열린 이래 작년까지 총 6회의 콘서트가 열렸다. 초청 가수를 부르거나 행사에 사용되는 비용은 양재행복음악회 측에서 마련하고 구에서는 장소 등을 후원하고 있다. 양재행복음악회 모임은 회장 이하수씨를 비롯한 15명의 양재동 주민이 참여하고 있다. 영동1교에서 양재천을 따라 걷다 보면 20여 개의 와인바와 카페 등이 나타난다. 해질녘 데이트를 하는 연인과 식사를 하러 나온 가족들이 양재천변의 와인바 거리를 찾는다. 저녁 때뿐 아니라 점심식사 후 카페에서 커피나 음료를 사서 근처 공원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 서초구는 올해부터 2011년까지는 영동1교와 2교 사이의 와인바 거리를 15억원의 예산을 들여 ‘연인의 거리’로 특성화하고 보행환경 개선작업을 할 예정이다. 해충 득실대던 버려진 땅이 종합운동장으로 필자가 반포2동 반포유수지 내 반포종합운동장을 찾은 5월 28일, 서초구 11개의 고등학교가 이곳에 모여서 체육대회를 열고 있었다.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하고, 트랙을 걸으며 운동을 하는 주민들도 보였다. 반포운동장에는 매년 2만여 명이 참석하는 서초구민 체육대회를 비롯해 서초행복 마라톤 등 행사가 진행되며 하루 평균 1500명, 연평균 18만명이 이용한다. 반포종합운동장은 해충과 악취로 혐오 대상이었던 반포유수지가 새롭게 개발된 것이다. 반포유수지는 집중호우 때 범람하는 빗물을 가두기 위해 조성됐지만 한강개발과 방배동 일대의 치수 관개 사업이 정비된 후에는 잡초가 무성한 뻘로 변해 각종 해충이 번식하고 악취가 진동하면서 골칫거리가 됐다. 서초구는 1997년부터 9년 동안 총 85억2700만원을 투입하여 반포유수지 총 1만7000여 평에 축구장과 씨름장, 농구장 4면, 테니스장 8면, 족구장 2면, 인라인 스케이트 트랙과 자전거 트랙 등의 체육시설을 갖춘 운동장을 조성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이용할 수 있도록 특수재질의 천막을 이용해 실내 배드민턴장을 만들고 테니스장 바닥은 클레이(점토) 코트로 바꿔 관절에 무리가 없게 했다. 최근에는 야간 사용자들을 위해 조명탑과 조명등을 설치하는 등 꾸준한 보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테니스를 치고 있던 주민들에게 반포종합운동장을 찾는 이유를 묻자 “사용료가 저렴해서” “집에서 가깝기 때문에” “시설 관리가 잘돼 있어서” 등의 답이 돌아왔다. 테니스장 사용 요금은 시간당 주중 4000원, 주말 6000원으로 다른 곳의 사용료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다. 서초구 테니스클럽 동호회인 ‘하우회’의 총무 李惠京(이혜경·51)씨의 설명이다. “운동장에 테니스장이 만들어지고 나서 매주 화·목요일 회원들과 모여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서초구에는 테니스 동호회가 30~40개 정도 있어요. 구에서 만든 체육시설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커뮤니티가 이뤄지고 있어 좋습니다.”
 |
반포종합운동장에서 테니스 경기를 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주민들. | 반포종합운동장 인근에는 반포주공과 미도아파트 단지 등이 있어 지역 주민들의 운동장 사용이 활발하다. 동행했던 서초구청 생활운동과 김종수 스포츠팀장은 “반포 래미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더 많은 사람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종합운동장을 나오면 반포천 생태 녹지축 사업으로 조성한 ‘반포천 워킹코스’도 있다. 강남성모병원 사거리에서 동작역까지 약 2.2km, 폭 3m로 만들어진 워킹코스는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와 연결된다. 산책로 바닥재는 천연고무 재질로 돼 있어 주부들과 노인들의 운동에도 무리가 가지 않아 이용도가 높다. 산책로 곳곳에 환경 해설판 등 식생정보와 관찰데크를 설치했고, 조만간 녹음체험길 생태복원길 등 생태환경 체험공간도 제공될 예정이다. 육체건강, 마음건강 추구하는 서초구민 체육센터 서초구 체육센터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반포동 반포근린공원 내의 서초구민체육센터는 지역 주민의 건강뿐만 아니라 장애우와 비만아의 체육교실·스포츠 바우처 등 지역사회 환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녹색가게도 운영하고 있다. 지하 2층, 지상 3층인 서초구민체육센터는 1994년 개장해 하루 평균 3500여 명의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라켓볼장과 수영장·에어로빅장·유도장 등의 체육시설과 독서실 같은 학습 공간도 마련돼 있다. 서초구민체육센터에서는 지역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장학 사업을 진행한다. ‘녹색가게 장학회’와 ‘어머니클럽 장학회’에서 학교장과 체육센터 회원의 추천을 받은 대학생 1명과 고등학생 2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서초구민체육센터 지하 1층에 위치한 녹색가게는 서초구 자원봉사자들이 재활용품을 판매하는 상설 매장이다. 세 평 남짓한 작은 가게 안에 옷가지들과 신발 등이 벽과 옷걸이 등에 걸려 있었다. 자원봉사자 崔美絃(최미현·52)씨는 “딸 아이가 반포초등학교에 다닐 때 서초구민체육센터에 녹색가게가 생겼다고 해서 운동하러 왔다가 자주 들렀는데, 지금은 자원봉사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스포츠 바우처(voucher)’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바우처란 정부가 특정 수혜자의 복지 서비스를 위한 비용을 보조하기 위해 지불을 보증하는 제도다. 저소득층 학생들은 전표를 갖고 서초구민체육센터의 전 종목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데, 현재 10~20명의 학생이 스포츠 바우처를 통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또 장애 청소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장애우 수영교실’과 ‘장애우 무료 라켓볼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무료 라켓볼교실은 서초생활체육협의회와 함께 진행 중인 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세 차례 장애우를 지도한다. 2006년 개관된 언남문화체육센터는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양재2동에 있는 언남중·고등학교 안에 만들어졌다. 건립비용 185억5000만원 중 서초구가 152억5000만원, 교육청이 33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공간 중 주민 전용 공간은 3개 층이고, 주민과 학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은 3개 층, 나머지 3개 층은 학생 전용 공간이다. 지상 2층과 3층의 학교 급식식당과 정보도서관, 지상 6층의 컴퓨터실과 어학실·멀티미디어실은 학교 수업시간에 이용할 수 있게 했다. 7층 음악실은 학교 수업시간 외에는 주민들도 사용 가능하다. 학교 잔디구장 아래 위치한 지하주차장도 주민과 학교가 함께 사용한다. 191대가 주차할 수 있는 규모인데, 문화체육센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전체의 30% 정도다. 나머지는 지역 주민들과 학교에서 사용한다. 이 센터의 1층 헬스장에는 벽에 산소 발생기를 설치해 실내 분위기가 쾌적하다. 실내수영장을 비롯해 에어로빅과 체조·요가 등의 강의실도 마련돼 있다. 이 밖에도 서초구에는 잠원스포츠파크, 양재근린공원 인조잔디축구장, 방배배수지 체육시설 등 공공체육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서초구는 지난해 11월 26일 환경부가 주최한 ‘제3회 환경관리우수자치단체(그린시티)’에서 환경부장관상을 받았다.
[이것이 궁금하다] ▣ 新가지치기 공법 도입한 서초구
서초구는 작년 1월부터 반포로와 서초로, 방배로, 사평로 등 관내 41개 도로에 있는 7744그루의 플라타너스를 높이 12m로 통일하고 잔가지를 정리해 우산모양으로 가지치기하고 있다. 이번 사업을 위해 전국 최초로 전문가를 포함한 가지치기를 통해 나무모양을 다듬는 剪枝(전지) 작업팀이 구성됐고 공원녹지과장과 팀장 등은 전지 기술이 뛰어난 일본 도쿄를 방문하여 가로수 관리 방법과 현장 전지 모습을 견학하고 왔다. 플라타너스는 가로수의 대명사로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나지만 너무 크게 자라서 주변의 건물과 안내간판 등을 가리고 꽃가루를 날려 눈병을 유발하는 등의 단점이 있다. 그래서 가로수 수종을 버즘나무 등으로 교체하라는 주민들의 건의가 있었다. 서초구는 플라타너스 자리에 다른 수종의 가로수를 심으려면 그루당 200만원 정도가 소요될뿐더러 30년 이상 된 플라타너스를 함부로 뽑을 수 없다고 판단, 기존 가로수의 특성과 미관을 고려한 가지치기 방법을 도입하기로 했다. 수목 전문가와 실무자 등과 수차례 워크숍을 개최하고 플라타너스를 잘 가꿔서 멋진 경관을 조성한 외국 대도시를 벤치마킹하는 등 의견을 모았다. 이쌍홍 공원녹지과장은 “가지치기를 시행한 지 2년밖에 안됐지만 4~5년 후 정도면 우리가 벤치마킹한 도쿄이나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처럼 주변 건물의 시야도 확보되고 도로 전체가 정돈되는 등 멋진 경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유비쿼터스서초 | |
|
|
|
 |
원스톱 시스템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민원을 처리해 주는 서초구청의 OK민원센터. |
 | |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사전적 의미는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 자유롭게 통신망에 접속하여 다양한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일이나 환경을 말한다. 즉 모든 사물에 컴퓨터 칩을 내장하여 상호 의사소통을 통해 보이지 않는 생활환경까지 최적화하는 인간 중심의 컴퓨팅 환경을 의미한다. 컴퓨터를 통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뜻이다. ‘인간을 편리하게, 컴퓨터를 통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라는 명제에서 보면 서초구의 행정은 우리나라 어느 관청보다 유비쿼터스 환경이 잘 구현되고 있다. 2006년과 2008년 ‘지방자치단체 전자정부 평가’에서 최우수 자치단체로 선정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서초구청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통의 혁명’은 다른 지자체나 단체에서 벤치마킹하는 학습코스로도 유명하다. 서초구청은 지난해 정보전산 분야에 구청 전체 예산의 약 3%에 해당하는 100억원을 투입해 컴퓨터 네트워크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가장 먼저 정비한 부분은 서초구청의 인터넷 홈페이지다. 기존의 구청 홈페이지(행정정보)와 서초생활넷(생활정보)으로 이원화된 홈페이지를 전면 통합했다. 민원상담과 UMS(통합메시징시스템: 음성, 팩스, 이메일 메시지를 1개의 우편함에서 통합 운영)를 연동함으로써 민원인이 민원처리 내용을 신속히 통보받을 수 있게 했다. 시각장애인, 低(저)시력자, 노인들을 위해 TTS(문자음성변환: 컴퓨터 문서에서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능)를 도입했으며, 서초 UCC(사용자들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 서비스를 통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민원상담 및 신고를 통합해 통로를 일원화했다. 외국어 홈페이지 8개 국어로 운용
 |
OK민원센터는 직장인과 학생을 위해 휴무일인 토요일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문을 연다. |
서초구청 홈페이지의 특징에 대해 金時煥(김시환) 서초구청 전산정보과장은 “전체 화면을 3단으로 분할하여 중요 콘텐츠가 부각되도록 정리했고, 사용자가 보기 편하도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세계행정의 일환으로 영·불·일·중 4개국어 외에 독일어, 아랍어 등 8개국어로 된 외국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동포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 ‘지구촌 네트워크’도 개설해 놓았다. 그 밖에 세계의 한인회 소개, 해외동포를 위한 사이버 강좌, 해외 선진 사례 제안 공모 등의 서비스를 개설해 놓았다. 지난 4월 한 달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서초구청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약 8512명, 페이지 뷰는 23만1294건으로 집계됐다. 구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區政(구정)에 대한 건의, 개선, 불편사항 등 구민 의견을 수렴하는 ‘구민의 소리’ 코너이고, 그 다음이 취미, 여가활동 및 취업기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초문화센터’ 코너라고 한다. OK민원센터는 부서별로 흩어져 있던 민원업무를 한 곳에 통합, 원스톱 시스템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곳이다. 서초구청 본관 왼편에 자리한 OK민원센터는 여느 지자체의 민원실과는 규모부터 달랐다. 825㎡(250평)의 널찍한 공간엔 6개 팀 75명의 직원이 49개의 창구에서 민원인을 맞고 있었다. 관공서라고 하기엔 실내 인테리어가 너무나 깔끔했다. 민원창구 외에 作名(작명) 코너, 재무상담 코너, OK 기업도우미 코너 등이 눈길을 끌었다. 작명 코너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4000명의 신생아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다. 재무상담 코너는 요일별로 법률, 세무, 건축, 부동산 전문가들이 구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상담을 해 주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OK 기업도우미 코너는 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유망 중소기업 유치, 구인 구직 상담을 해 주고 있는 곳이다. 민원처리 대상 27종에서 573종으로 확대
 |
서초구 양재역에 설치된 LED전자 현수막. |
외국인과 장애인을 위한 전용창구도 마련돼 있다. 올해 처음 문을 연 중매코너는 민원실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데, 신청자가 벌써 4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구청 측은 “민원 업무를 일원화하면서 종전 27종에 불과하던 민원처리 대상이 573종으로 확대됐다”고 한다. 각종 인허가 즉시처리민원(절차 간소화, 담당자 전결권 조정)도 종전 23종에서 231종으로 확대됐고, 처리 기간도 1~30일까지 단축됐다. 새로 단장한 여권민원실도 여권발급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종전 7~8일 걸리던 발급 기간이 4일 이내로 단축된 것은 물론, 인터넷 예약제와 여권택배제를 도입해 호평을 받고 있다. 종전 한 명의 직원이 전담하던 콜센터는 4명으로 증원하면서 하루 200~800건의 상담처리가 가능해졌다. OK민원센터는 직장인과 학생을 위해 휴무일인 매주 토요일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민원인을 맞고 있으며, 여권민원실은 입주 항공사까지 문을 열고 항공권 예약 등 여행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로 2008년 110건에 불과했던 토요일 민원처리 발생 건수가 2009년 들어서는 170건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서초동에 살고 있는 유모(52·여)씨는 올해 초 제과점 개업 신고를 위해 서초구청을 찾았다. 그런데 건물 용도가 일반음식점으로 돼 있어 제과점 개업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통상 건축물 표시 정정을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7일, 개업 날짜를 연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유씨는 예정된 날짜에 제과점을 개업할 수 있었다. 건축물 표시 정정 접수 2시간 만에 변경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신고필증을 교부받는 일도 OK민원센터 내에서 1시간 만에 해결됐다. 예전 같으면 6층의 건축과에서 용도를 확인하고 1층의 지적과를 들러 다시 8층의 위생과와 청소과를 거쳐 7층의 세무과에서 면허세를 낸 다음 1층 민원실에서 허가증을 교부받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시간도 하루종일 걸릴 뿐 아니라, 그 과정도 복잡해 민원인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OK민원센터가 문을 연 이후 한 가지 일로 여러 층과 부서를 전전하는 일은 없어졌다. ‘원스톱 민원처리’라는 마법 서초구청의 OK민원센터는 2008 행정안전부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李東祐(이동우) OK민원센터장의 말이다. “지금까지 전국 178개 지자체와 단체가 방문했고, 외국에까지 알려져 20여 외국 단체가 현장을 견학하고 갔습니다. 많은 지자체가 우리 시스템을 연구하고 적용하기 위해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언론도 OK민원센터의 원스톱 민원 처리 시스템을 혁신사례로 소개했다. 서초구청 OK민원센터가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은 2006년 12월 26일이다. 朴成重(박성중) 구청장은 2006년 7월 3일 취임과 더불어 민원통합작업에 착수했다. 당초 통합작업에 한 달을 예상했지만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어 애를 먹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시스템은 물론 삼성 등 주요 대기업, 한국보다 앞서 지방자치가 실시된 일본 도시들을 두루 견학했지만 서초구청이 지향하는 모델은 없었다. 결국 이전에 없던 시스템을 자체 개발할 수밖에 없었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접수 처리한 민원 사무 440종에 대한 분석과, 관련 부서와 협의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딱딱한 관공서 분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민원센터 리모델링 작업도 벌였고, 직원들의 유니폼도 세계 유수의 디자이너들 작품을 참작해 독특하게 디자인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민원사무처리 대상을 402종(증명민원 21종, 인허가민원 381종)으로 선정하고 각 부서의 유관 업무자를 발탁해 조직을 구성함으로써 새로운 민원센터가 탄생한 것이다. 2006년 12월 26일 문을 연 OK민원센터는 지금도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이동우 OK민원센터장의 말이다. “2007년에는 한국생산성본부가 인증하는 ISO 9001 품질경영시스템을 획득했고, 2008년에는 특허청 업무표장 등록을 마쳤습니다. 2008년에는 처리 민원이 524종으로 늘어났으며, 2009년 현재는 573종으로 더욱 확대됐어요.” OK민원센터는 2009년 5월 4일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았다. e-OK민원센터가 그것이다. 그동안 지자체들이 원스톱 민원처리 행정을 꿈꾸면서도 실시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인허가권을 가진 부서들의 이기주의였다. 통합민원실 운영이 벽에 부딪힌 것도 이들 부서가 가진 권한을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지자체에서 서초구청의 모델을 부러워하면서 현실에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민들의 파수꾼, 서초 25시 센터
 |
각종 사건·사고 예방을 위해 서초 관내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서초25시센터. |
서초25시센터는 구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재난사고와 범죄 예방을 위해 곳곳에 CCTV를 설치, 365일 24시간 내내 실시간 상황을 점검하는 통합관제실이다. 재난사고와 주·정차 단속 등 기존 5개 부서가 관리하던 CCTV를 한곳에 모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초25시센터는 박성중 구청장의 아이디어로 2007년 국내 최초로 탄생했다. 박 구청장은 취임 후 “도시에서는 재난재해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현장 접근이 어려워 피해가 크다. 서초구에서 운영 중인 CCTV를 한곳에서 통합 관제할 경우 위기 상황을 보다 신속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다”며 센터 설립을 추진했다고 한다. 이곳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중앙정부 및 지자체, 민간단체 등 252개 기관에서 1300여 명이 다녀갔다. 2008년에는 성동구와 마포구가 서초25시센터와 유사한 통합관제실을 개설했으며, 올해는 관악구, 구로구, 송파구, 용산구 등이 설립을 추진 중이거나 이미 완료했다. 서초구청 측에 따르면 서초25시센터가 개설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추진 당시 기존 CCTV 운영부서들의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고, CCTV 기종과 기능은 물론 부서별 운영 프로그램이 달라 이를 통합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투여됐다. 하지만 CCTV를 한곳에서 통합 관리하게 됨으로써 업무 효율 증진은 물론 근무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서초구청 정보통신팀의 徐在旿(서재오)씨는 “서초25시센터는 24시간 운영되고 있으며 주간에는 5명의 담당자가, 야간에는 7명이 교대로 당직 근무를 한다. 서초25시센터 내에 당직상황실을 배치함으로써 효과적인 인력배치 및 신속한 상황관리가 가능해 종합관제의 효율성이 대단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원격 제어되는 주민 안전망 서초25시센터는 불법주·정차 단속(91대), 그린 파킹(24대), 재난·재해(49대), 방범(117대), 청사 방호(18대), 쓰레기 무단 투기 단속(32대) 등 CCTV 카메라 331대와 통합관제시스템, GIS시스템, 출입통제시스템, 통합컨트롤러시스템 등 9종의 운영 시스템과 각종 영상표출장치 등의 운영서버를 갖춘 첨단장비로 구성돼 있다. 방범용 CCTV는 구청에서 설치하여 경찰서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서초구 관내 범죄 발생률이 방범용 CCTV 설치 이전보다 20.7%(265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25시센터는 관내 주민센터의 냉·난방, 전력, 승강기, 배수 및 급수 설비 등 각종 시설물에 센서를 부착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24시간 원격관리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서초구청 측은 “이 시스템 덕분에 안전사고와 에너지 절감 등 다목적 관제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센터 내에는 U-Safe 소방방재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이 시스템은 각 건물의 주요 지점에 원격 감지센서를 설치, 각종 소방설비(열감지기, 연기감지기, 스프링클러, 펌프, 저수조 탱크)의 상태를 확인해 소방관리자와 소방서에 실시간으로 전송하여 화재 예방과 화재 발생 시 초동 진화가 가능토록 한 장치다. 현재 서초구청, 서초구민회관, 서초2동 주민센터, 서초구 영유아프라자, 서일중학교 등 5개소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초구청 측은 “앞으로 반포지하상가, 고속버스터미널, 각 교육기관, 동 주민센터 등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건물에 이 시스템을 설치해 주민 안전망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孤獨死 예방, 독거노인 원격보호
 |
서초25시센터 직원이 독거노인 원격보호시스템을 설치한 후 테스트해 보고 있다. |
현재 우리나라 독거노인은 8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2010년에는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가족과 이웃의 무관심 속에 지병이나 高齡(고령)으로 돌연사한 채 방치되는 독거노인들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독거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초25시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독거노인 원격보호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서초구청과 KT가 공동 개발, 2007년 12월부터 독거노인 1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이 시스템은 독거노인 가구에 가스(CO, CO₂, LPG, LNG) 감지기, 동체 인식기, 출입문 개폐 감지기, 습도 측정기, 화재 감지기, 방범센서 등 첨단센서 6종과 비상버튼을 설치, 응급상황 감지와 최소한의 주거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독거노인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서초25시센터 관제 화면에 경보 화면과 경보음이 발생하고, 응급 메시지 창이 떠 이를 인지한 직원이 신속하게 인명구조 요청을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출입문 개폐기의 경우 외부에서 물리적인 힘을 가하면 경고음이 발생해 25시센터에 자동 통보되며, 응급상황 발생 시 가족과 친지에게 SMS 문자메시지가 발송된다.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과 친지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독거노인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 기능도 있다. 현재 시스템이 설치된 10가구의 독거노인들의 만족도는 90%로 높은 편이다. 실제로 응급구호 요청 사례도 2008년 3월 26일 발생했다. 당시 반포1동에 사는 김모(80) 할머니가 긴급버튼을 통해 응급구호 요청을 보냈다. 서초25시센터는 즉시 전화를 걸어 할머니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한편 구급차를 출동시켜 13분 만에 현장에 도착, 강남성모병원으로 이송했다. 정밀검사 결과 고혈당증으로 인한 쇼크로 판명돼 김 할머니는 10일간 입원치료 후 퇴원했다. 김시환 전산정보과장은 “초기에 독거 어르신들이 사생활 침해와 취지를 이해하지 못해 이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속적인 홍보와 설득으로 대상자를 선정했고, 언론보도 이후에는 설치를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왔다. 시행 초기에는 전기료를 아낀다고 외출 시 전기코드를 뽑는 어른들이 있어 통신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시행초기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독거노인 원격보호시스템은 보건복지부와 일본 도쿄市(시), 중국 치치하얼시, 미국 뉴욕시 등 국내외 69개 기관에서 현장 방문을 통해 운영 상황을 견학하고 갔다.
[이것이 궁금하다] ▣ 인허가 민원, 집에서 해결하는 e-OK민원센터 e-OK민원센터는 지금까지 제증명 위주의 온라인 민원처리에서 벗어나 303종의 인허가 민원을 인터넷으로 직접 신청하고 교부받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인터넷 민원처리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민원인이 서초구청 홈페이지에 접속한 후 서식 검색→신청서 작성→공인인증→수수료 결제→신청 등의 순서를 밟으면, 담당자는 접수→전자결제 연계→새올행정 시스템(전국 시·군·구 행정 정보 시스템) 연계→발급 수순으로 민원을 처리한다. 모든 과정이 끝나면 민원인은 신고필증(처리 결과 확인 증명서)을 출력하면 된다. 이동우 OK민원센터장은 “집이나 사무실에서 온라인으로 각종 민원을 처리할 수 있다. 처리과정도 단계마다 SMS(휴대전화 문자 서비스)로 즉시 통보해 준다. 구청에서 취급하는 모든 종류의 민원서류를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신고필증 등을 직접 출력하는 것은 전국에서 최초”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5월 문을 연 e-OK민원센터에서는 5월 20일 현재까지 총 400여 건의 인터넷 민원처리가 이뤄졌다. 인허가 민원 331건, 세움터 55건, 세무관련 민원 6건과 통신판매업 신고 등 6건을 신고 등록했다. 도입 초기라 아직은 개인 공인인증을 통해서만 민원을 접수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법인 공인인증으로도 접수가 가능해 향후에는 업무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초구청은 현재 392종의 민원에 한해 서비스하고 있는 e-OK민원센터 기능을 올 12월까지 민원 전체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울러 OK민원센터 방문자를 위해 모든 창구에 양방향 모니터를 설치해 온라인으로 신청서를 작성, 제출된 문서를 전자화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계
|
나눔의 문화 선도하는 도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