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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서초’에 4C가 몰려드는 까닭은?

醉月 2009. 7. 10. 09:08

‘글로벌 서초’에 4C가 몰려드는 까닭은?

 

 金容三 편집장/부장  (dragon03@chosun.com)

 

대한민국 기초자치단체 중의 하나인 서초구는 가로 세로를 종단 횡단하는 데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 미니 도시다. 아니 도시랄 것도 없다. 서울의 복판에 자리 잡은 ‘커뮤니티’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가 서울시다. 그런데 서울에 위치한 25개의 자치구 중 서초구는 행정구역 면적을 비롯하여 공원면적, 1인당 독서량, PC 보유대수가 1위다. 전국 동 단위 중 예금액이 가장 많은 곳이 서초동(예금자산 규모 4조원)이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전국 최고의 구(463만원)이며, 월평균 300만원 이상인 노인 고소득자가 가장 많은 곳이니, ‘서울 중의 서울’인 셈이다.
 
  필자는 오랜만에 집사람과 함께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갔다. 그날 임동혁씨의 달콤한 피아노 연주, 보스턴 심포니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활동하는 성시연씨의 지휘도 일품이었지만, 공연이 열리기 전 예술의전당 앞 분수대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들의 느긋한 표정이 마음 깊은 곳에 압핀처럼 들어와 박혔다.
 
  ‘서초구’라는 커뮤니티가 부러운 것은 이 도시의 富(부)의 수준이나 원스톱 행정 시스템, 복지체계가 아니었다. 우면산과 청계산이라는 녹음이 제공하는 싱그러운 공기, ‘되살아난 하천의 상징’이 된 양재천의 물길이 제공하는 여유로움, 서리풀공원과 한강으로 상징되는 녹색 공간…. 그렇다. 서초구의 가장 큰 자랑은 예금량이나 평균소득, PC 보유대수의 랭킹이 아니라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주민 행복지수 1위라는 점일 것이다.
 
  그동안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는 여유보다는 속도를, 환경보호보다는 도시개발 건설을 더 절실한 과제로 여겼다.
 
  이제 1인당 소득 2만 달러 고비에서 우리는 그동안의 질풍노도가 가져온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개발과 환경의 조화, ‘빨리빨리’ 문화와 ‘느림의 미학’의 공존, 배달겨레의 고유 문화와 외국 문화와의 융·복합,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이 어울려 살며 인간다운 가치를 높여 가는 커뮤니티의 건설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月刊朝鮮이 이번 달 별책부록의 주제로 하고 많은 지자체 중 서초구를 택한 이유는 이 작은 커뮤니티가 힘들고 어려운 과제에 도전장을 내밀고 국내 어느 곳보다 먼저 인프라 구축에 나서 작지만 빛나는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2009년 5·6월호)는 이번 미국發(발) 경제위기가 지나고 나면 국가 단위로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두바이처럼 國富(국부)펀드와 私兵(사병)으로 무장한 중세시대 도시국가와 같은 하나의 지정학적 단위로 움직이는 지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 전세계에는 뭉칫돈(Capital)들이 투자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다니고 있다. 기업(Corporation)들은 매력적인 시장이나 고객이 눈에 띄는 곳이면 어디로든 진출한다. 지구촌 시대의 소비자(Consumer)들은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라면 그것이 어느 나라에서 생산된 것이든 따지지 않는다. 또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발달로 국경을 초월한 업무가 가능해져 자본과 기업의 글로벌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는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힘을 자본(Capital), 기업(Coporation), 소비자(Consumer),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4C로 정의 했다. 세계적 차원에서 전개되는 무한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가나 지역 단위로 4C의 흡인을 위한 총체적인 경쟁력이 중요한 과제다.
 
  과거에는 중앙정부의 우산 아래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공공서비스의 생산과 공급에 주력했던 지방정부들은 이제 독자적인 힘으로 지역 경쟁력의 확보, 지역 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 지역사회의 산업 발전을 위해 외국의 지방정부·글로벌 기업과의 접촉과 협상을 통해 4C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현재 서초구 관내에서는 연간 6조원의 세금이 걷히고, 삼성그룹, 현대-기아자동차의 본사와 LG전자의 R&D 캠퍼스 등 대한민국 빅 3 기업의 本山(본산)이 클러스터(cluster·群落)를 이루고 있다. 혹자는 이 회사들이 들어서 있는 양재IC~반포IC 사이를 ‘21세기의 곡창지대’라 부른다.
 
  원스톱 행정 서비스, 녹색 주거환경, 영어 인프라, 기업하기 편리한 시스템을 앞세워 4C 유치의 모범을 보임으로써 주민 복지에 앞장서고 있는 커뮤니티. 이것이 매력 넘치는 ‘글로벌 서초’의 참모습 아닐까.

 

가상의 취업 준비생 ‘김군’이 본 기업 도시 서초구 대한민국 먹여 살리는 21세기 新곡창지대


최근 LG전자 R&D 캠퍼스가 서초구에 입주했다. 이로써 서초구에는 삼성그룹 본사,

현대-기아車 그룹 본사와 R&D 센터를 포함, 국내 ‘빅 3’ 기업 세 곳의 본사와 R&D 센터가 모두 입주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경부고속도로 인근에 자리 잡아, 지방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기업도시로 변모하는 서초구의 모습을 假象(가상)의 취업 준비생 김모군의 시각에서 바라봤다.

 

金南成 月刊朝鮮 기자 (sulsul@chosun.com
李玲朱 月刊朝鮮 인턴기자


 지방 H대 4학년생 김모군은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고속버스 안에서 살짝 잠이 깼다. 바람을 가르던 고속버스가 한순간 멈췄기 때문이다.
 
  ‘아, 서울에 도착했구나.’
 
  시간은 오후 2시를 가리켰다. 김군이 차창 커튼을 젖히자, 햇볕과 함께 서울요금소를 통과해 서울로 들어가려는 긴 차량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김군이 탄 버스는 요금소를 지나자마자 버스전용차로에 올라,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 터미널로 질주했다.
 
  버스가 분당과 판교 아파트村(촌)을 지나 달래내 고개에 오르자, 서울 강남 일대가 멀리서 펼쳐졌다. 초·중·고와 대학교를 모두 경상도에서 다닌 김군은 서울이, 특히 강남이 낯설었다.
 
  그에게 그나마 낯설지 않은 ‘서울’은 광화문, 명동, 서울시청 일대밖에 없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환호성의 현장이며, 이후 수많은 촛불 집회가 열린 곳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서울에서 모 대기업 직원으로 일했던 그의 아버지 영향도 있다.
 
  그의 아버지는 “점심때 명동, 광화문 일대에는 온통 대기업 배지를 단 직원들로 북적거렸다”며 “너도 졸업하면 그 근처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김군에게 자주 얘기했다.
 
  요새 김군은 ‘아버지 말씀대로 내가 그 근처에서 일할 수 있을까’ 하고 속으로 반문하곤 한다. 경기불황으로 경제 성장률이 사실상 0%로 멈추면서, 취업난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우리 세대가 88만원 세대라고 불릴까.’
 
  88만원 세대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최저 월급 ‘88만원’을 받는 비정규직 신세라는 뜻이다.
 
  이런저런 상념에 잡혀 있는 동안, 그가 타고 있던 버스가 다시 멈췄다. 달래내 고개 위에서부터 양재 IC까지 3.8㎞ 구간에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버스 안에서 김군은 차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버스 우측 멀리서 낯 익은 로고가 보였다.
 
  ‘현대-기아자동차’ 로고였다.
 
 
  [양재동으로 본사 이전 후 승승장구하는 현대-기아車 그룹]
 
  양재동으로 본사 이전 후 매출·순이익 급신장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몇 번 서울을 오가는 동안,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현대-기아차 로고가 이날만큼은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얼마 전 몇몇 대기업 인턴사원 모집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던 탓이다. 그는 ‘인턴사원도 안됐다’는 자괴감으로 힘들어 했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누구에게나 취업이 어려운 게 88만원 세대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김군은 졸업 후 신문기자가 되고 싶지만, 대기업 중견기업을 가리지 않고 원서를 넣을 계획이다. 1년에 5~6명만 뽑는 신문사 시험에 목을 매다가는 청년 백수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하지만 수백 명을 뽑는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도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처럼 어렵다.
 
  고속버스가 조금씩 현대-기아차 본사에 다가서자 두 동의 쌍둥이 빌딩이 더욱 크게 느껴져, 그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김군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현대-기아차 본사 건물 기사를 검색해 봤다. 그가 이 회사 본사 홈페이지와 주요 언론 홈페지에서 검색한 내용은 이렇다.
 
  현대-기아차 사옥 두 동은 지상 21층(지하 3층) 높이 108.4m로 연면적이 약 14만8500㎡(약 4만5000평)이다. 외관상 두 동은 크기나 하는 일이 같아 보이지만 실제 차이가 있다. 크기는 2007년 새로 건립된 사옥이 2000년 말 입주한 기존 사옥보다 약 1.8배가량 크다.
 
  구사옥은 현대-기아차와 계열사들의 사무실 역할을 하지만, 신사옥은 사무실뿐만 아니라 주로 R&D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자동차 반도체 연구실, 전자 개발, 미래 디자인, 차량 품평장 등 최첨단 R&D 시설이 갖춰져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임직원 약 4000여 명이 이 건물 내에서 일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과거 종로구 계동 사옥에서 서초구 양재동으로 본사를 옮긴 후 급격하게 성장했다. 지난 1999년 18조2310억원이었던 매출 규모가 2001년 22조5051억원, 2002년 24조5658억원으로 늘었고, 2005년에는 27조3837억원, 2008년 약 32조1898억원으로 늘어났다.
 
  당기순이익도 1999년 6693억원에서 이듬해 1조1723억원으로 배 가량 늘었고, 해마다 1조4529억원, 1조7665억원, 1조8041억원을 기록한 뒤 2005년에 2조3146억원을 달성, 처음으로 순이익 2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역이 잘되려면 기업이 들어와야
 
  ‘현대-기아차가 본사가 있는 서초구에 내는 세금과 임직원들이 지역에서 쓰는 돈만 해도 상당하겠구나.’
 
  김군은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거제도를 떠올렸다. 김군의 중학교 친구 한 명은 인문계 고등학교를 포기하고 공고에 진학했다. 그 친구는 공고를 졸업하자마자 거제도에 있는 대기업 조선소에 취업해, 현재 8년차 기능직 근로자다.
 
  얼마 전 고향에서 우연히 만난 김군의 친구는 각종 야근수당을 합하면 연봉이 4000만원 이 넘는다고 자랑했다. 하청업체에 다니는 자신의 아내 연봉도 3000만원가량이라고 했다. 당시 김군은 이 친구가 자신에게 허세를 부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김군은 집에 배달된 月刊朝鮮 2007년 12월호를 보고 친구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았다. 이날 그는 ‘자신이 괜히 인문계 고등학교에 간 건 아닐까’라는 후회를 처음으로 했다. 月刊朝鮮에 실린 거제시장 인터뷰 기사 가운데 일부다.
 
  <-거제시민들의 소득이 금년에 3만 달러를 돌파하는 겁니까.
 
  “우리 市(시)가 소득 2만 달러를 넘긴 때가 2003년입니다. 2004년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1만4000달러였을 때 우리 시의 소득은 2만2000달러였습니다. 지난해에는 2만5000달러를 돌파했는데 잠정적으로 통계를 내 보니 이미 3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봅니다. 조선소 인부들의 대졸 초임이 4000만원을 넘습니다. 기능직도 4~5년만 되면 5000만원 이상 됩니다. 지난해 양대 조선사에서 직원들에게 지급된 인건비가 월 2200억원가량 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군의 어머니는 김군 친구의 얘기를 듣고 “거제에서는 개도 1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며 “지역이 잘되려면 무조건 큰 기업이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TOP3 기반 구축 위한 LG전자 양재동 R&D캠퍼스]
 
  양재IC를 약 500m 앞두고 그의 시선은 좌측 창가로 향했다. 현대-기아차 대각선 건너편에는 각종 빌딩이 몰려 있었다. 이마트를 비롯하여 외국계 대형 할인마트인 코스트코(COSTCO), 서울오토 갤러리 등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그 가운데서도 최근에 지은 듯 날렵한 모양의 건물 하나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LG전자’였다.
 
  그는 “LG전자가 언제 本社(본사)를 여의도에서 서초구로 옮겼나”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구미 出身(출신)인 그는 고향에 LG전자 공장이 있어 LG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 왔다. 버스가 거북이 운행으로 느릿느릿 기어가는 동안, 휴대전화로 인터넷 검색을 했다. 공교롭게 그가 사용하는 휴대전화도 이 회사에서 나온 제품이었다.
 
  LG그룹 홈페이지에 들어가자, 이 건물에 대한 정체를 알 수 있었다. LG전자가 지난 3월 19일 언론사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김군이 본 건물은 LG전자 본사가 아니라 LG전자 R&D 캠퍼스였다. 이 건물과 현대-기아차 R&D 센터의 거리는 직선으로 약 1.5㎞. 업종은 다르지만,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기업의 R&D 센터 두 곳이 불과 10분 거리에 자리 잡았다.
 
양재동 LG전자 R&D 캠퍼스.

  김군은 풍수지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서초구의 풍수지리가 남다르게 좋은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현대-기아차 본사와 LG전자 R&D 캠퍼스 배후에 있는 높은 산(청계산)이 눈에 들어왔다.
 
  김군은 다시 보도자료에 시선을 돌렸다. 김군이 읽고 있는 보도자료는 LG전자 R&D 캠퍼스를 다음과 같이 설명해 놓았다.
 
  <지난 2006년 3월부터 총 2600억원을 투자해 3년 만에 완공한 서초 R&D 캠퍼스는 지상 25층, 지하 5층의 연면적 12만5000여㎡(약 3만8000평) 규모로 3000여 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하게 된다. 이는 연면적 및 수용인원 기준으로 LG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구 시설이며, 서울 소재 제반 연구시설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다.
 
  서초 R&D 캠퍼스는 휴대폰, 디지털TV, 멀티미디어(오디오·비디오), 광스토리지 등 첨단제품 분야에서 차세대 핵심기술을 선행 확보한다. 또 디지털 컨버전스(융합) 관련 제품 연구를 통해 LG전자의 새로운 성장엔진을 발굴하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이와 함께 역삼동에 위치해 있던 LG전자 디자인센터가 서초 R&D 캠퍼스로 이전함에 따라 R&D와 디자인 부문이 한 건물 안에 공존, 기획단계부터 R&D와 디자인의 결합을 효과적으로 연구, 실행할 수 있게 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올해 R&D 부문에 사상 최대 규모인 3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0년 글로벌 TOP 3에 오르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의미가 있다.>
 
 
  [7년째 전국 할인점 단일 매장 매출액 1위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김군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다, 두 회사 인근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이 전국 하나로마트 중에서 가장 매출액이 높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한참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의 눈에는 코스트코와 이마트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현대차 바로 옆에 있어 잘 살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실제 하나로마트를 찾아가는 길은 초행자들에게는 쉽지 않다. 지하철만을 이용해서는 갈 수 없었고, 지하철역에 내려서도 택시를 타고 10분 이상 들어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단일매장 매출액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경영학 전공인 김군은 양재 하나로마트의 입지조건에도 불구하고 단일 점포 매출액 1위를 한다는 게 의아했다. 유통업에서 농산물을 판매하는 직영점을 열 때, 가장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가 접근성과 교통이라는 건 상식이기 때문이다.
 
하나로마트 양재점 내부.

  김군은 문득 생각난 게 있어, 자신의 가방을 열었다. 그는 사흘 전인 6월 20일에 배달된 月刊朝鮮 2009년 7월호 부록을 꺼냈다. 부록의 제목은 ‘서초구’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살펴보니,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김군이 읽은 7월호 부록의 하나로마트 양재점 기사는 다음과 같다(편집자 주: 가상의 김군이 月刊朝鮮 이번 호 부록 기사를 본 것으로 기자가 설정한 것임).
 
  <하나로마트는 농협유통의 브랜드 이름으로, 농협유통은 지난 2008년 매출액 1조7000억원을 달성했다. 농협유통이 고속질주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하나로마트 양재점이다.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7년 연속 할인점 부문 단일매장 매출액 1위를 달리고 있다(하루 평균 매출 10억5000만원, 연 3650억원). 매출액은 양재점이 앞서지만, 방문 고객 수는 매출액 2위인 창동점이 앞선다. 양재점의 하루 평균 방문 고객 수는 1만3000여 명. 이에 비해 창동은 1만7000명을 넘어선다. 그럼에도 매출액은 양재점이 더 높은 이유가 뭘까. 이원일 하나로마트 양재점 홍보팀장의 설명이다.
 
  “저희 양재점 고객 분들이 저희 매장을 이용하는 이유는 접근이 편리해서가 아니라 상품의 질이 좋기 때문입니다. 실제 저희 매장을 찾는 고객 99%가 자가용을 이용합니다. 양재점은 하나로마트 본사와 같은 곳에 있어 농산물을 산지와 직거래한다는 장점이 있죠. 이 때문에 유통 단계가 축소되어 산지의 농민들에게는 높은 수취가격을, 소비자에게는 낮은 가격에 고품질의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원일 팀장은 양재점이 7년째 단일매장 1위를 하는 배후에 서초구가 있다는 걸 강조했다. 이원일 팀장의 이야기다.
 
  “저희 매장이 있는 양재점은 인근에 외국계 코스트코, 신세계 이마트 등 유통업계의 강자들이 버티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 고객인 서초구 주민들은 품질과 서비스에 대해 무척 민감합니다. 저희가 ‘우리는 할인점이니까, 백화점처럼 할 필요 없어’라는 인식을 갖는 순간, 그 자리에서 매출이 감소합니다. 저희는 지난 7년간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고객들을 대했습니다. 고객만족도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저희가 1등을 유지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태평로 시대 마감하고 서초동 시대 개막한 삼성그룹 본관]
 
삼성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서초동 본관에서 나오고 있다.

  김군이 탄 버스는 양재IC를 지나면서 속도가 높아졌다. 서초IC까지 2.2 ㎞를 지나 반포IC로 접어들자, 버스 우측 차창으로 오후 햇빛에 반사되는 거대한 건물群(군)이 김군의 눈에 들어왔다. 2007년부터 입주가 시작돼 최근 입주를 마친 삼성그룹의 본관 건물 세 개 동이었다.
 
  삼성그룹은 지난 30년 동안의 태평로 시대를 마치고 서초구 서초동으로 본사를 이주했다. ‘삼성타운’은 삼성전자(C동: 지상 43층)와 삼성물산(B동: 지상 32층) 그리고 삼성생명(A동: 지상 34층) 사옥인 초현대식 빌딩 3개 동(연면적 39만㎡)으로 이뤄진 대규모 업무 단지다. 전체 직원이 모두 입주한 현재 계열사 직원 2만여 명이 상주하고 있다.
 
  삼성생명 소유인 A동에는 삼성중공업, 삼성경제연구소 등이 입주했고, 삼성물산 소유인 B동에는 삼성물산 본사 등이 입주했다. 삼성전자 소유인 C동에는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들이 입주했다. 특히 삼성 사장단 협의회를 지원하는 업무지원실도 함께 이주했다.
 
  김군은 상주 직원들의 수가 2만명이 넘는다는 기사를 보면서, 막연히 삼성타운 주변 상가 임대료와 땅값이 크게 뛰었을 거라고 짐작해 보았다. 김군의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서초구청 기업지원과 관계자는 “삼성타운 입주가 끝나면서 하루 평균 상주 인구만 2만명 이상이 늘었다”며 “40만명 이상에 달하는 강남역 일대 하루 유동인구도 따라서 크게 늘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강남지역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진 지난해 초에도 지역 부동산 가격은 그대로 유지됐다는 것.
 
  강남역 인근의 부동산 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타운 인근 지역에 분양한 모 주상복합 상가 1층 분양금이 3.3㎡당 평균 6500만원에서 8700만원 사이였다. 이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모씨는 “기존 점포의 권리금도 삼성타운 조성 계획이 발표된 4년 전보다 약 2배에서 2.5배 늘었다”고 했다.
 
강남역 일대.

  삼성타운 인근 오피스텔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삼성타운 인근에 위치한 풍림아이원 495㎡(15평형) 매매가는 지난 1~2년 새 2억5000만~3억원 수준으로 올랐다. 인근 롯데골드로즈, 한화오벨리스크 등도 지난 2년 새 1억원 이상 상승했다.
 
  반포IC로 들어온 고속버스는 국내 최대 병상을 자랑하는 가톨릭의대 본관 병원을 지나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들어왔다. 경부선 정류장에 내려 밖으로 나오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건물이 보였다.
 
  김군은 광화문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양재IC부터 반포IC까지 약 5㎞ 구간에서 자신이 봤던 기업들을 떠올려 봤다. 그러다 문득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액이 얼마인지 궁금해졌다.
 
  서초구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현대-기아차의 매출액은 약 48조원, 삼성전자 약 72조원, 삼성물산 약 11조원, 삼성중공업 약 10조원, 삼성토탈 약 5조원, 삼성석유화학 약 1조6000억원, 삼성정밀화학 약 1조1000억원, 농협유통 약 1조7000억원 등 모두 합쳐 150조4000억원이었다.
 
  김군은 자신이 1㎞당 30조원이 넘는 길을 밟고 지나왔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자신의 수첩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나며 봤던 회사 몇 개만 더 있으면, 우리 세대들이 이렇게 마음 졸이며 살지 않을 텐데. 경부고속도로 양재IC 구간부터 반포IC 구간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21세기의 곡창지대 같은 곳이다. 이런 곡창지대를 우리나라 곳곳에 만드는 게 우리 사회와 우리 세대가 할 일이 아닐까?”
 
경부고속도로 양재 IC에서 서초 IC구간 모습. 우측에 현대-기아차 본사가 보인다.

 
  김군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
 
  김군은 주요 기업들이 서초구에 둥지를 틀게 된 이유를 궁금해했다. 아직 대학생인 그를 대신해 필자들이 서초구에 있는 기업들에 물어봤다.
 
  ―본사나 R&D 센터를 서초구로 이전한 이유는.
 
  “LG전자 R&D 캠퍼스는 서초구의 지원 덕분에 건립될 수 있었습니다. 원래 이 자리는 저희 회사 물류창고 부지였습니다. 도시계획법상 물류센터 자리에 연구센터를 지을 수 없습니다. 저희가 이곳에 연구센터를 짓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서초구청에서 서울시에 용도변경을 해달라고 대신 뛰어다녔습니다. 도시계획법상 용도변경은 아무리 빨라도 1년인데, 서초구청은 6개월 만에 일을 끝냈습니다.
 
  물류센터 자리에 굳이 연구센터를 지은 건 서초구의 이미지가 좋기 때문입니다. 연구센터가 자리 잡은 곳은 경부고속도로의 관문이에요. 이 자리에 저희 회사 로고가 붙은 연구센터를 설립할 경우 회사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LG전자 홍보팀 임원)
 
  “서초구는 인근 자연환경이 좋고, 교통, 주거시설이 좋습니다. 저희 본사뿐 아니라, R&D 센터는 박사급 고급 연구원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지방이나 서울 변두리 쪽에서 일하는 걸 꺼립니다. 자녀들 교육문제, 친구 친지들이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곳에 일하기를 바라지요. 이런 의미에서 서초구는 본사나 R&D 센터가 입주하기 적격입니다.”(현대자동차 홍보실 임원)
 
  “李健熙(이건희) 회장의 복합화 경영철학 때문입니다. 계열사들이 한 건물 혹은 가까운 지역에 있으면 경영 스피드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저희는 과거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부지에 102층 사옥을 건설하려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곳을 물색하던 중 서초구 서초동 일대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통이 좋은 데다, 삼성전자 계열사들의 공장이 몰려 있는 경기도 수원, 기흥, 탕정 등이 60㎞ 반경에 있으니까요.”(삼성그룹 구조본 임원)
 
통계로 보는 서초구의 힘
가구당 월평균 소득, 區民 행복지수 1위
 
하익봉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

 2009년 3월 말 현재, 서초구의 인구는 41만8726명(16만1886가구)이다. 開廳(개청) 당시인 1988년 41만4779명(10만5047가구)보다 인구는 3947명이, 가구수는 5만6839가구가 증가했다. 區(구) 면적은 47.14 ㎢(서울시 전체 면적의 7.8%)로 서울시 25개 구청 중 가장 넓다. 전체 면적 가운데 52%가 그린벨트다. 서초구는 서초동, 잠원동, 반포동, 방배동, 양재동 등 12개 동이 강남구에서 분리되면서 생겨났다.
 
  2007 서울서베이 조사 결과 서초구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63만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강남구가 396만원, 송파구가 349만원이다. 월평균 소득 500만원 이상인 가구가 2004년에는 전체 가구 중 12.9%에서 2007년에는 40.7%로 증가해 전체 자치구 중에서 가장 높았다. 월평균 300만원 이상 노인 소득 분포율 역시 2003년 5.6%에서 2007년에는 11.5%로 증가해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 가장 높았다.
 

 
  국내 상장기업 최고경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거주지역
 
  경제 분야에서 서초구가 톱을 차지하고 있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선 대한민국 대표 ‘빅3’ 기업인 삼성그룹의 삼성타운(서초동), 현대기아차그룹의 본사(양재동), LG그룹의 서초 R&D 캠퍼스(양재동)가 입지해 있다.
 
  아시아 최대의 수입 중고차 전문시장인 서울오토갤러리도 서초구 염곡동에 위치해 있다. 국내 최대 지하상가인 강남터미널 지하상가엔 1·2·3구역에 걸쳐 620개의 점포가 입주해 있다. 국내 최대 꽃시장인 양재동 화훼꽃시장은 경매시장과 도매시장이 함께 자리한 곳으로 면적이 9만2562.4m²(2만8000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꽃시장이다.
 
  서초구는 국내 상장기업 최고경영자가 가장 선호하는 거주지역이다. 한국일보(2006년 4월 17일)가 국내 상장기업 최고 경영자를 상대로 선호하는 거주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초동(56명), 성북동(45명), 압구정동(44명), 도곡동(42명), 방배동(42명), 청담동(36명), 반포동(35명), 한남동(31명), 논현동(25명), 대치동(22명) 순으로 조사됐다. 2008년 12월 26일자 朝鮮日報(조선일보) 조사에서는 전국에서 음식점이 가장 잘되는 지역으로 서초구가 뽑혔다.
 
  서초구에는 예술의전당, 국립국악원, 한국종합예술학교, 백석예술대학, 대한민국 학술원, 대한민국 예술원 등 국내 최고·최대의 공연시설 및 교육기관이 위치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서초동 클래식 악기거리는 국내외 유명악기 판매점과 수리점 등 80여 개의 상점이 성업 중이다.
 
  707만여 권의 방대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과 국내 최초의 유비쿼터스 도서관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 쌍방으로 통합검색이 가능한 국립디지털도서관, 국내 최대 규모 및 최다 도서를 보유하고 있는 교보문고 강남점이 서초구에 입지해 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서초구의 독서율은 서울시내 타 지역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06년 기준 서울시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민의 연간 스포츠레저 활동 참여 평균지출 비용은 강남구가 7만8820원, 송파구가 5만990원인데 비해 서초구는 10만520원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1위를 기록했다. 기초예술 관람률 및 문화교육 경험률에 있어서도 미술관·미술전시회 이용률이 서울시 평균이 16.57%인데 반해 서초구는 33.8%, 음악·무용·연극 등 공연장 이용률은 서울시가 16.45%인데 비해 서초구는 36.21%로 최고를 기록했다.
 

 
  1인당 거주 면적 1위
 
  서초구는 교육 분야에 있어서도 2007~2008년도 서울대 합격률 연속 1위, 2009학년도 시·군·구별 소위 ‘SKY大(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합격률 최상위권, 2008년도 전국 중학교 1학년 학년진단평가 전과목 최상위(국어:1위 90.88점/ 영어:1위 94.88점/ 수학:2위 91.88점/ 사회: 2위 88.50점/ 과학:2위 81.00점), 교원 1인당 학생수는 16.2명으로 전국 69개 자치구 중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지역 공립고 교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교(반포, 서울, 서초, 양재, 언남고)가 가장 많이 분포해 있는 구이기도 하다.
 
  서초구에는 단일병원 건물로는 국내 최대인 서울성모병원과 국내 유일의 장애아동치료 전문병원인 서울시립 어린이병원, 세계 한인협회 한약 대표브랜드로 선정된 비염·아토피 전문치료 기관인 편강한의원이 있고, 기초자치단체 최대 규모인 지하 2층 지상 4층의 노인요양원이 있다. 의료분야도 기초기반이 자리 잡혀 있어 사망률에서 전국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도 2003년 2537명이었던 것이 2008년에는 1777명으로 서울시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령계층별 인구구성비 중 15세 미만 인구는 2003년 16.4%에서 2007년 15.4%로 1.0% 감소하고,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2003년 5.7%에서 2007년 7.1%로 1.4%가 늘어나 인구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있지만 서초구 기초노령연금 수급률은 28%로 서울시 자치구 중 최저 수치다. 노인 사회활동(취미활동) 참가율은 31.4%로 서울시에서 가장 높다.
 
  매일경제 주관 국내 주택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10년 후 대한민국 특급주거지’를 묻는 설문조사에 서초·강남은 43.3%를 차지, 미래 최고 주거지역으로 선정된 바 있다. 가구마다 전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국내 최초 리히터 규모 7 이상을 견딜 수 있는 耐震(내진)설계 및 2개월 이상 생활할 수 있는 지하 방공호를 갖춘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 아파트는 6년 연속 아파트 가격 전국 최고가를 기록했다.
 
  1인당 거주면적에서 서초구는 34.36㎡로 1위, 강남구가 31.39㎡로 2위, 용산구가 30.13㎡로 3위를 차지했다.
 
  서초구에는 국내 최고 최대의 건물들이 즐비하다. 센트럴시티는 건축면적이 약 7730평으로 서울광장의 2배, 축구장 3개의 크기로 체육시설이나 학교, 화물창고 등 특수목적의 건물을 제외하면 서울시 단일면적 가운데 건축면적이 가장 넓다. JW메리어트서울호텔은 메리어트 6개 등급 중 최상급인 JW등급을 세계 10번째로 획득했다.
 
  서초동에 있는 ‘부티크 모나코’ 오피스텔은 허스트타워(미국 뉴욕), 뉴욕타임스 빌딩(미국 뉴욕), 뉴턴 스위츠 레지덴셜 타워(싱가포르), CCTV 본사건물(중국 베이징)과 함께 독일건축박물관이 수여하는 세계 최우수 최고층 건축상(Highrise상) 톱5 작품에 최종 선정됐다.
 

 
  地自體 종합경쟁력 평가 전국 1위
 
  서초구는 총 공원 면적이 1만5816㎡로 서울시 자치구 중 공원 면적이 가장 넓다. 단지 내 3305㎡ 면적의 연못을 보유하고 있는 반포 래미안은 아파트 단지 내 연못 규모로는 전국 최대다. 반포대교의 무지개 분수는 길이 1140m로 세계기네스협회에 2008년 11월 17일 세계 最長(최장) 분수로 공식 등재됐다.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한 서초는 호남·경부·영동고속터미널, 남부시외버스터미널, 양재화물터미널 등이 입지해 있다. 지하철은 2·3·4호선, 7호선, 9호선, 신분당선 등 6개 노선에 걸쳐 29개 驛舍(역사)가 있어 지하철 보유 노선 또한 최다이다.
 

  서초구는 2008년 전국 시·군·구에 대한 종합경쟁력 평가에서 118.1점을 얻어 전국 최고를 차지했다. 구민의 높은 생활수준과 영어교육 등을 통한 개인 발전 기회가 많아 서울시 신입 공무원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어 하는 자치구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필요 없는 경비는 과감히 줄여 행사·축제 경비지출 비율은 지방세 수입 대비 0.47%로 전국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초구는 2008년 6월 29일 국민일보의 구민행복지수 조사에서 77.2점을 받아 서울시에서 구민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자치구로 선정됐다. 2위는 금천구(76.1), 3위는 강남구(76) 순으로 나타났다.
 
  서초구는 대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대검찰청,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지방검찰청, 1059개의 변호사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법조 타운이다. 국가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 국군정보사령부가 입지해 있고, 대한민국 거주 프랑스인의 절반인 560여 명이 거주하는 서래마을이 있는 곳이다.
 
  서초구는 대졸 이상 高(고)학력 인구비율이 43%로 전국 최고, 대졸 이상 가구주비율이 73.6%로 서울시 최고다. 인구 1000명당 이혼율은 2007년 1.8건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이혼율 최소, 가구당 PC 보유 대수는 1.39대로 서울시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시 자치구 중 이혼율 가장 낮아  
徐喆仁 月刊朝鮮 기자 (ironin@chosun.com
 서초구의 인구는 41만1951명이다. 서초구에서는 하루 평균 8쌍의 남녀들이 가정을 꾸리고 10.5명의 아이가 태어난다. 2007년에는 결혼 10.1쌍, 출생 10명이었다. 20여 년 전인 1998년에는 하루 3.7쌍이 결혼하고 12명이 출생했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결혼은 2.1배 증가했지만 출생률은 20% 정도 감소했다.
 
  하루 평균 사망자 수는 3.2명으로 20년 전의 3명과 큰 차이가 없다. 반면에 하루 평균 이혼 건수는 2쌍으로, 20년 전 0.4쌍보다 무려 5배나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의 이혼율과 비교하면, 2004년에는 1.8건, 2006년 1.9건, 2007년 1.8건으로 크게 변화가 없는 수치다. 서초구의 이혼율은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인구 41만1951명
 
  서초구는 하루 평균 229명이 전입해 오고 241명이 전출한다. 하루 평균 470명이 이삿짐을 꾸리는 셈이다. 서초구의 인구는 2001년 39만7983명에서 현재는 41만1951명이다. 가구수는 13만8387가구에서 15만8880가구로 10.2%가 늘어났으나 평균 가구원수는 2.78명에서 2.59명으로 줄었다.
 
  차량은 하루에 42.7대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서초구에 등록된 차량은 전년보다 9.4% 증가한 18만1234대로 전체 등록 차량 중 84.2%가 승용차다. 官用(관용)과 영업용을 제외한 차량이 17만813대로, 1가구당 평균 자가용 보유대수는 1.08대로 조사됐다.
 
  주택건설의 선행지표인 건축허가 건수는 2002년을 기점으로 해마다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는 하루 평균 2동 정도로 작년 1동에 비해 2배 증가했다.
 
  하루 화재 발생 건수는 1건, 작년 0.7건에 비해 소폭 상승했고, 구급 활동 건수도 48건에서 50건으로 상승했다.
 
  서초구민은 일상생활 중 하루 평균 1인당 389L의 물을 사용하고, 407.7t의 쓰레기를 버린다. 서초구 공무원은 1인당 주민 318명을 상대하며, 하루 평균 8108건의 민원서류를 처리하고, 해외여행 및 어학연수 등을 위해 하루 440건의 여권을 발급한다.
서초구에 사는 사람들   
유명 법조인, 정치인, 기업인, 문화예술인들의 삶터
 
金美英 자유기고가
[1]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 [2] 송광용 서울교대 총장. [3] 방배3동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오세영 시인.
[4] 산악자전거 마니아인 가수 김세환씨. [5]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예술의전당 뒤편에 위치한 牛眠山(우면산)은 소가 졸고 있는 모습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瑞草’(서초)라는 지명은 ‘꾸벅꾸벅 졸던 소가 눈을 뜨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좋은 풀이 지천’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초구에는 법조계, 재계, 의료계, 교육계, 언론계, 예술계, 체육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두루 둥지를 틀고 있다. 최근에는 강남구 청담동에 몰려 살던 연예인들이 서초구로 대거 이동하면서 신흥 연예인촌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서초구 하면 법조 타운이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이곳엔 전·현직 법조계 인사들이 무리지어 산다. 林采珍(임채진)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서초구 고문 변호사인 蔡奎達(채규달)·鄭周炫(정주현)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베스트’ ‘한맥’ 소속의 수많은 변호사들이 서초구에 거주하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高承德(고승덕) 의원(서초 을)도 서초구 주민으로 10년째 방배동 서래마을에 터를 잡고 있다. 고 의원은 2004년 당시 경향신문 기자였던 이무경씨와 결혼했는데, 부인 이씨는 “남편은 반포천 때문에 서초구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다. 집 근처의 반포천을 좋아하는 고 의원은 틈나는 대로 부인과 함께 반포천 둑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고 의원 부부는 청계산 밑자락 텃밭에 유기농 고추며 상추 등을 직접 재배하여 이웃들과 나눠먹는다. 부인 이씨의 말이다.
 
  “남편이 마트에 가는 걸 좋아해 집 근처에 위치한 하나로 마트나 킴스클럽을 자주 가요. 요즘엔 24시간 문을 여는 곳이 많아 늦은 밤이나 새벽에 장을 보러 갈 때도 있죠. 서초구에서는 동사무소만 잘 활용해도 외국어 회화를 저렴한 가격에 배울 수 있어요. 반포4동 동사무소에서 공개 프랑스어 강좌를 여는데, 이걸 들으려고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요.”
 
 
  조선시대부터 정치인들 많이 살아
 
  서초구에는 李壽成(이수성) 전 국무총리, 金德龍(김덕룡) 청와대 국민통합특보, 李惠焄(이혜훈) 의원 등이 오래전부터 기거해 오고 있다. 서초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서초구에는 조선시대부터 유명 정치인이 많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현 법원 단지와 그 남쪽 일대에는 조선 태종 때 예문관 대제학을 지낸 鄭易(정역)과 그 후손들인 해주 정씨들이 모여 살았고, 삼풍아파트 단지 남쪽은 세종의 4남인 임영대군의 후손이 대대로 살아왔다. 또 서초구청 뒷산에는 조선 개국공신 鄭道傳(정도전)의 묘로 추정되는 자리가 있다.
 
  풍수지리학자들은 서초구를 선인이 책을 읽는 仙人讀書形(선인독서형)의 명당이라고 말한다. 그 때문인지 이곳엔 오래전부터 많은 학계 인사가 살고 있다. 宋光鏞(송광용) 서울교대 총장을 비롯해 李千洙(이천수) 대진대 총장, 朴在甲(박재갑) 서울대 의대 교수(전 국립암센터 원장), 李達坤(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전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孫鳳洙(손봉수) 연세대 교수, 白瑩鉉(백영현) 고려대 교수, 金度年(김도연) 성균관대 교수, 尹順鍾(윤순종) 홍익대 교수 등 전국 대학의 교수들이 고루 서초구에 살고 있다. 가수 이적의 어머니인 여성학자 박혜란씨도 서초구에 거주하고 있다.
 
  재계 인사들도 많이 산다. 李洙彬(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李潤雨(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방배동 동광단지에서 이웃해 살고 있다. 愼鏞浩(신용호) 금강제화 대표, 尹潤洙(윤윤수) 휠라코리아 대표, 金海寬(김해관) 동원 F&B 대표, 尹東漢(윤동한) 한국콜마 대표도 서초구 구민이다.
 
  서초구를 거쳐 간 대표적인 재계 인물들로는 辛格浩(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金宇中(김우중) 전 대우그룹 명예회장, 鄭泰守(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 등이 있다.
 
  서초구는 연예인들의 삶터이기도 하다. 그 면면은 다음과 같다.
 
  ● 가수: 조용필, 이미자, 하춘화, 김세환, 윤형주, 김창완, 신승훈, 이효리.
  ● 영화배우: 최민수, 장동건, 이서진, 송혜교, 김정은, 주진모, 하지원, 김보성.
  ● 탤런트: 김수미, 강석우, 최란, 최수종, 하희라, 이덕화, 김용림, 남일우, 소지섭, 송승헌, 김남진. 
  ● 개그맨: 김제동, 박준형, 김지혜, 김학도 등.
 
  항간에는 이들 연예인이 동네 반상회에 참여하는 날은 어지간한 영화제 시상식 이상으로 ‘별들의 잔치’가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1] 소지섭 [2] 송혜교 [3] 장동건 [4] 조용필 [5] 송승헌

 
  탤런트 최수종·하희라 부부의 삶
 
  서초구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서초구를 대표하는 연예인이다. 최씨 부부는 결혼과 동시에 양재동에 신접살림을 차린 후 잠원동을 거쳐 지금은 방배동에 살고 있다. 결혼 후 14년 동안 이들 부부는 서초구를 벗어난 적이 없다. 하희라씨는 “세 번의 유산 끝에 어렵게 남매를 얻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를 낳고 키워 보니 서울 어디에도 이만한 동네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아이들은 아토피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다 해서 조금만 공기가 나빠도 금방 얼굴에 티가 나는데, 이곳에 살면서 그런 걱정은 덜었어요. 집 바로 뒤편에 서리풀 공원이 있고 주변에 나무가 많아서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다 보면 서울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입니다.”
 
  최수종씨 부부는 집 주변에 녹음이 우거지고, 산책로가 있어 한여름에도 에어컨 한 번 틀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하희라씨는 출산 후 몸매 관리도 집 근처 공원과 청계산을 산책하는 것으로 했다.
 
  “애 낳고 무려 17kg이나 찐 살을 보니 한숨만 나오더라고요. 작심하고 청계산 매봉을 거의 매일같이 올랐더니 6개월 만에 예전 몸매로 돌아오더군요. 운동하다 보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김수미씨도 만나고, 강석우, 이덕화, 최정원씨 등도 볼 수 있어요. 청계산은 아마 우리나라에서 연예인들이 가장 많이 오르는 산일 걸요?”
 
 
  가수 하춘화씨 이야기
 
서울교대 옆 아파트에 살고 있는 가수 하춘화씨.

  올해로 데뷔 48주년을 맞은 가수 하춘화씨 역시 서초구 토박이다. 서울교대 옆 우성 아파트에 20년간 거주한 그는 “서초구가 너무 좋아 옆 동 아파트에 친정 부모까지 산다”고 말했다. 결혼을 늦게 한 그녀는 KBS 행정직 부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남편과 지금껏 신혼 같은 기분으로 살고 있다. 쉰을 넘긴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삶은 늘 활력이 넘친다. 하춘화씨의 말이다.
 
  “저처럼 동네 상가를 잘 활용하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외식을 싫어해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 앞에 있는 마트에서 장을 봐다가 집에서 밥을 해먹습니다. 마트 건물 4층에 있는 독서실은 제가 집처럼 드나드는 곳이죠. 3년 전에 받은 예술철학 박사 학위 논문도 거기서 탄생했습니다. 논문 마지막 단계에서는 그 옆에 고시원에도 몇 달간 다녔어요. 남들은 나이 먹어서 왜 사서 고생이냐고 했는데, 독서실과 고시원을 드나들 땐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릅니다. 서초동에 교대가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면학 분위기가 잘 조성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그녀는 신경쇠약으로 탈진까지 하며 얻은 박사 학위이니만큼 내년부턴 강단에도 설 계획이라고 말한다.
 
  “일반 아파트에 살면 연예인으로서 불편하지 않으냐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예요. 한곳에 오래 살아서인지, 이웃들이 한가족 같습니다. 반상회에 잘 참여하지도 못하는데, 이웃 분들이 직접 재배한 야채며 꽃들을 때마다 나눠 주시곤 하죠.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남편도 이웃 주민들과 어울릴 때는 너무 재미 있어 합니다.”
 
  하춘화씨는 서초구청과 함께하는 자원 봉사 릴레이에도 앞장서 독거노인, 불우 청소년 돕기를 몇 년째 계속하고 있다. 그 공로로 지난 2001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서초구에서 하는 좋은 일이라면 언제든지 달려나갈 생각이에요. 구청장님과 저는 서로가 팬인데, 다른 일도 아니고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것이라면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앞장서고 싶습니다.”
 
  가수 김세환씨는 양재동 토박이다. 그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40대 같은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청계산에서 산악자전거를 오래 타다 보니 세월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예술인들의 삶터
 
  산악자전거 마니아인 김씨도 서초구 자원봉사 모임에 빠지지 않고 출석하는 고정멤버다. 그는 “집 앞에 양재천과 시민의 숲이 있고, 바로 옆에 고속도로가 있는 서초구는 나 같은 사람이 살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집 근처에 맛집이 많은 것도 그가 서초동을 사랑하는 이유라고 한다.
 
  “친구들 만날 때나 운동하고 난 후에 꼭 들르는 메기 요릿집이 있어요. 그곳에 가면 ‘도리뱅뱅이’라고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빙어에 고추장 소스를 바른 요리가 있는데 맛이 기가 막힙니다. 소주 안주로 그만이에요.”
 
  술 마시는 걸 좋아하지만 억지로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지는 않는다는 그는 즐겁게 운동하고, 즐겁게 한잔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한다.
 
  “저희 집 근처에 심은하씨도 산다고 하는데, 아직 보지는 못했어요. 그 외에 다른 연예인 이웃들은 운동 나가면 가끔씩 보기는 하죠.”
 
  김세환씨 바로 이웃에 사는 심은하씨는 결혼 전엔 우면동 단독주택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고, 결혼 후에는 양재동 빌라에서 남편과 두 딸을 키우며 살고 있다. 그녀가 살고 있는 양재동 빌라를 지나치다 보면 아이와 함께 베란다에 나와 숲을 구경하는 심씨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TV에서 자주 보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작가, 화가, 성악가 등 예술인들도 서초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시인 柳岸津(유안진)·吳世榮(오세영)씨, 소설가 金源一(김원일)·金洪信(김홍신)씨, 지휘자 금난새, 소프라노 조수미, 테너 임웅균, 뮤지컬 배우 최정원·남경주, 사진작가 조선희씨 등도 서초인이다.
 
  한국서정시단의 중진 오세영 시인은 방배3동에서 2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 “방배동 하면 잘사는 동네로 알려져 있는데 내가 사는 곳은 富村(부촌)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문을 열었다. 오씨는 “서울대를 퇴직하기 전까지만 해도 방배동 집에서 논문 자료를 모으고 글을 썼다”며 “겨울이면 강원도 백담사를 찾아 시 창작의 불꽃을 피우기도 하지만, 집 근처 우면산을 거닐며 영감을 얻을 때가 많다”고 말한다. 그는 얼마 전 우면산 생태공원을 거닐다 자신의 시가 적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예전에 누구한테 들은 것 같기는 한데, 막상 가서 보니 생태공원에 정말 제 시가 전시돼 있더군요. 산책로에 걸어놔서 지나가는 주민들이 편히 읽게끔 해놨는데, 구청의 섬세한 정성에 한동안 눈길이 가더군요. 제가 사는 곳은 집 뒤편에 나무가 우거져 공기가 참 맑아요. 봄, 가을이면 나무 향내도 진하게 나고요.”
 
  오씨는 최근 만해 한용운 시인의 사상을 전파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과 강원도를 오가며 강의를 하고 문예지를 만들고 있다. 그는 “만해에게 백담사가 있었듯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서초구가 창작의 혼을 불어넣어 주는 문학의 고향 같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팝페라 가수 임형주씨의 서래마을 사랑
 
서래마을을 끔찍하게 사랑한다는 팝페라 가수 임형주씨.

  세계를 누비며 한국의 음악을 알리고 있는 팝페라 가수 임형주씨도 서초구를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다. 방배동 서래마을에서 10년째 거주하고 있는 그는 “해외에 나가 있는 시간이 많은데, 한국에 오면 집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제가 살고 있는 서래마을이 너무 맘에 들어요. 마을 자체가 하나의 문화예술촌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아침에 조깅을 하러 나서면 마을 전체에 고소한 빵냄새가 풍기고, 곳곳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죠. 노래를 하는 사람으로서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에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집 근처에 영화배우 김정은과 황정민, 개그맨 김제동씨 등이 사는데, 이들과 한동네 살다 보니 자주 마주치기도 한다. 최근엔 베이커리 가게에서 뮤지컬 배우 남경주씨를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단다.
 
  “서래마을 곳곳에 맛있는 음식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뚜르뒤뱅’이라는 와인바는 와인이 좋고, ‘홍일회관’이라는 한식집은 5000원이면 모든 메뉴를 즐길 수 있어요. ‘톰볼라’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있는데, 그곳의 파스타 맛이 일품입니다.”
 
  임씨는 “서초구에 젊은이들을 위한 공간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흔히 서초구를 강남구와 많이 비교하잖아요. 서초가 강남에 비해 녹지가 많아서 좋기는 한데, 그래도 트렌디한 상업적 건물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젊은이들의 문화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좀 더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무료연주회가 많이 열리는 서초문화예술회관이 리노베이션됐으면 해요. 구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인데 건물이 너무 낙후됐거든요. 일전에 구청장님께도 말씀 드렸는데, 하루빨리 재건축이 됐으면 좋겠어요.”
 
  20대 초반인 임씨는 아직 애인은 없지만 가능한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결혼 후에도 서초구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도 서초구만한 도시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서초구에는 축구 감독 허정무, 축구 스타 김남일, 야구 감독 선동열씨 등 스포츠인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인터뷰] 서초구 홍보대사 최수종·하희라 부부
 
  “서초구 관공서는 경찰서 빼고 다 가봤어요”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빌라에서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최수종·하희라 부부. 서초구 홍보대사인 부부는 자연친화적 환경을 서초구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자신들이 사는 방배동 집 주변에도 서리풀공원과 산책로가 있어 집안 공기가 다르다는 것. 남편 최수종씨의 말이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다 공감할 거예요. 주변에 산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아이들 때문에라도 이사 안 가고 이곳에서 오래 살고 싶어요.”
 
  두 사람 다 워낙 어린 나이에 연예계 활동을 시작해 동사무소며 구청에 갈 일이 있었나 싶은데, 최수종씨는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세금이며 각종 공과금, 민원을 문의할 때 직접 관공서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해결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전 지금도 동사무소나 구청에 가야 할 일은 매니저한테 안 맡기고 제가 합니다. 관공서에서 줄 서서 기다리다 보면 제 얼굴을 알아보신 주민 분들이 먼저 하라고 양보해 주시기도 하는데, 전 절대로 먼저 안 해요. 그분들도 다 바쁜데, 제가 특혜를 누릴 수는 없으니까요.”
 
  경찰서만 빼놓고 서초 관내 관공서는 다 가본 것 같다는 최씨와 달리 부인 하희라씨는 “남편이 워낙 꼼꼼히 잘 챙겨 주부인 자신은 관공서에 가본 일이 별로 없었다”며 웃었다. 신혼 초기엔 은행에서 번호표 뽑는 걸 몰라 한참을 순서가 오길 기다린 적도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초구 홍보대사로서 서초구 지역발전과 봉사활동에 솔선수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지방화, 그리고 서초   
영어가 술술 통하는 마을로 탈바꿈
 
崔善姬 자유기고가 (giongia@hanmail.net
원어민 교사와 함께 영어 동화책을 읽고 있는 방배영어센터 어린이 회원들.
 전문가들은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의 작은 나라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중요한 원인을 국민 대다수가 영어를 구사하는 데서 찾는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시아 국가로 싱가포르를 꼽는 것 역시 영어가 자유롭게 통용되기 때문이다.
 
  朴成重(박성중) 서초구청장은 취임 직후부터 “세계적인 名品(명품)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언어가 통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잉글리시 프리미어 서초(English Premier Seocho)’ 프로젝트를 수립, 2012년까지 주민의 30%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 일환으로 설립된 것이 서초구 내의 권역별 영어센터다. 지난해 5월 방배영어센터가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올 4월 반포와 양재영어센터가 나란히 개원했으며, 내년에는 서초 영어센터가 문을 열 계획. 방배영어센터는 민병철어학그룹이, 반포·양재영어센터는 웅진씽크빅이 위탁 운영 중이다.
 
  이들 영어센터는 영어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영어도서관과 다양한 상황체험을 통해 재미있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신개념 영어몰입교육 공간이다. 저렴하면서도 수준 높은 영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2만 권의 영어 도서를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영어도서관인 반포영어센터는 문을 연 지 두 달 만에 회원 수가 1200명을 넘어섰다.
 
 
  조기 유학 필요 없는 서초구 영어센터
 
지난해 5월, 문을 연 방배영어센터.

  반포1동 주민센터 2층에 위치한 반포영어센터를 찾은 날,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도서관만은 책을 읽는 아이들과 엄마들로 북적거렸다.
 
  도서관 이용료는 月(월) 2만원이다. 한 번에 4권씩 1주일간 대출할 수 있다. 아이가 책을 빨리 읽는다면 중간에 얼마든지 다른 책으로 바꾸어 갈 수 있어 읽고 싶은 만큼 무제한 대출이 가능하다.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왔다는 30대 주부 朴善兒(박선아)씨는 “외국에 나가면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다는 게 가장 부러웠는데 우리 동네에도 이런 영어도서관이 생겨 정말 좋다”고 말했다.
 
  교사 한 명과 두 명의 학생이 짝을 이루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북버디’는 반포영어센터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의 절반 이상이 외국 어학연수 경험이 있어 이 프로그램은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신청자가 워낙 많아 7월부터는 한 팀을 4명으로 늘리고 토론 시간도 늘리는 ‘북클럽’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미국 16개 공립학교에서 쓰고 있는 독서역량지수 프로그램을 사용해 영어 독서능력을 점검하고 관리해 주는 것도 특징이다. 초등학생에서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수준별 읽기 능력 및 이해력 평가 등을 통해 독서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러닝 센터(learning center)에서는 읽기, 수학·과학, 다감각, 동물, 요리 등의 정규 과정을 운영한다. 도서관 이용료와는 별도로 週(주) 2회 50분 수업에 유치원생은 6만5000원, 초등학생은 8만원을 받는다.
 
조계수 반포영어센터장.

  반포영어센터 조계수 센터장(웅진씽크빅 영어교육사업단)은 “도서관 프로그램만 잘 활용하면 유학을 갈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오전에는 성인 강좌가 마련되어 있다. 현재 수준별로 4개 학급이 편성되어 100여 명이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외국에서 오래 거주하고 돌아온 주부들을 위해 프리 토킹(free talking)반도 운영된다.
 
  조 센터장은 “외국어 실력이 뛰어난 주부들이 많아 학부모 자원봉사단인 PHO(Parent Help Organization)를 만들었다. 이들이 6월부터 1일 司書(사서) 등으로 활동하며 도서관 운영을 도울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형태의 도서관이라 주민들의 관심이 높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문의가 많아요. 주민들의 영어 실력과 독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공공 도서관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습니다.”
 
 
  영어 지옥훈련 실시
 
  서초구청도 전 직원이 영어 사용 환경 조성에 나섰다. 지난 2007년, 5급 공무원 이상의 간부급 회의를 영어로 진행한다는 지침이 내려진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해 6월부터 매일 업무가 끝난 저녁 7시부터 10시30분까지 3시간30분 동안 집중적인 영어교육을 실시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테스트를 통과한 간부들에게는 수료증을 주었다. 영어 학습이 부진한 직원들은 실력이 우수한 직원들의 도움을 받는 멘토링 제도도 운영했다.
 
  오랫동안 영어책을 손에서 놓고 지냈던 50대 직원들은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한동안은 주말도 없이 영어공부에 매달려야 했다. 이 과정은 지금도 ‘지옥영어훈련’으로 불리고 있다.
 
  이런 준비를 거쳐 첫 영어회의가 열린 것은 2007년 12월. 난생 처음 진행하는 영어회의에 국장급, 과장급 직원들은 진땀을 뺐다. 회의 자료를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고, 즉석에서 영어로 질문을 던지는 구청장에게 영어로 답하는 일도 苦役(고역)이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실력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分期(분기)마다 한 번씩 진행되는 영어회의는 이제 직원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보고서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과 스트레스가 크게 줄었다. 무엇보다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서초구청은 국·과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분기마다 한 번씩 영어회의를 진행한다.

  정보전산과 金時煥(김시환) 과장은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공부한 덕분에 ‘영어 울렁증’을 극복했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공무원들이 영어로 회의를 한다고 하니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어요. 하지만 영어로 회의자료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힌다는 데 의미가 있지요. 행정용어도 알게 되고, 原語民(원어민)에게 내용이나 발음을 교정받으면서 반복적으로 연습하니 다들 나아지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지금까지 영어회의가 다섯 번 진행됐는데 처음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직원들을 위한 주 2회 영어회화반도 개설했다. 수준에 따라 초·중·상급반으로 나뉘는데, 상급반은 원어민 수업으로 진행된다. 영어 외에 일본어·중국어 과정도 있다.
 
  일정 수준의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들은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5일간 반포영어센터에서 집중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들만 뽑은 145문장을 반복해서 외우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 참가했던 김과장은 “그동안 외국인을 만나면 아주 쉬운 표현인데도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몰라 난감했는데, 이제는 그런 고민을 덜었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12개 국어로 서비스
 
박성중 구청장으로부터 외국인 자문위원단 위촉장을 받고있는 방송인 이다도시 씨.

  서초구는 관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생활편의를 위한 지원에도 나섰다. 그동안 영어·프랑스어·일본어·중국어 등 4개 국어로 운영되던 구청 홈페이지를 모두 12개 언어로 늘린 것이다. 이제는 독일어·폴란드어·러시아어 등 유럽권 3개 언어와 아랍어·태국어·터키어· 몽골어·베트남어 등 아시아권 5개 언어까지 서비스된다.
 
  외국어 번역은 전문 번역가 및 해외 한인회의 협조를 받았으며, 보다 정확한 표현과 정보를 위해 한국에 소재하는 각국 대사관의 검토를 거쳤다.
 
  외국어 홈페이지에는 서초구 생활안내, 교통, 관광명소, 가격정보, 교육문화, 각종 통계자료 등 한국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서초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정책 등도 확인할 수 있다.
 
반포영어센터 영어 도서관 내부.

  현재 서초구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6000여 명이다. 터키계 국제학교인 ‘레인보우 외국인학교’를 비롯해 반포4동의 프랑스마을, 외교안보연구원, 외교센터, 외국기업 지원을 위한 인베스트 코리아 등이 서초구에 자리 잡고 있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김시환 과장은 “국내 거주 외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 42개국에 퍼져 있는 100여 개의 韓人會(한인회)와 온라인으로 정보와 문화를 교류하는 월드서초 네크워크를 통해 해외교민들도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민원을 한곳에서 처리하는 통합민원실인 OK민원센터 안에 외국인 도움코너(Help desk for foreigners)도 마련했다. 외국어에 능통한 자원봉사자들이 요일별로 나뉘어 구청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문의하는 외국인들에게 영어·불어·일어·중국어 등 해당 언어로 통역을 해 일상생활에서의 불편을 해소해 주고 있다. 모든 직원이 외국인 응대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표현들을 담은 매뉴얼 북도 제작 중이다.
 
 
  영문판 생활안내서 발간
 
양재동에 있는 터키계 국제학교 ‘레인보우 인터내셔널 스쿨’.

  외국인들을 위한 영문 생활안내서도 발간했다. 라는 제목이 붙은 220페이지 분량의 안내서에는 주거 및 생활정보·교통·통신·교육·의료복지·문화·레저·쇼핑·맛집·관공서·주요연락처 등 분야별 정보가 담겨 있다.
 
  한국에서의 은행거래 방법, 휴대전화 개설하기, 전기·가스·수도 등 공과금 납부방법, 건강보험 및 교통시설 이용안내, 생활쓰레기 상담 등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사례 위주로 소개하고, 외국인의 입장에서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한국의 문화 및 생활 전반에 걸친 설명도 곁들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유학생이자 KBS 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해 유명해진 브로닌 멜렌(서초구 거주) 씨는 “가이드 북의 도움을 아주 많이 받았다”며 구청으로 직접 감사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특히 글로벌 시대를 맞아 서초구에 자리 잡고자 하는 기업인들을 위해 비즈니스타운, 생활공간, 세제 혜택 및 관련 업무에 필요한 서비스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외국인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는 서초구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대표해 외국인 지원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외국인 전용 주민센터(동사무소)라 불리는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의 운영주체로도 활동하게 된다.
 
 
  글로벌 다문화축제 개최
 
  이번에 위촉되는 자문위원은 총 13명(외국인 9명, 내국인 3명)이다. 국적별로는 프랑스인 7명, 호주인 1명, 일본인 1명, 한국인 3명이다. 프랑스 출신 유명방송인 이다도시 씨를 비롯해 프랑스학교장, 프랑스학교 학부모대표, 교수, 작가, 일어강사 등이 참여한다. 한국인의 경우 외국 거주경험이 있거나 외국인 지원에 관심이 많은 주민을 참여시켜 본인의 외국체류경험 등에 비추어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예정이다.
 
  지난 6월 1일에 있었던 자문위원 위촉식에서 박성중 구청장은 “다문화시대에 외국인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일원으로 우리와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지자체의 역할”이라며 “이들을 통해 우리의 것을 알리고 또 이들의 아이디어를 區政(구정)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 사용 환경 조성을 위해 서초구가 보유하고 있는 유·무형의 자산들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매년 5월 서초구민의 날을 전후해 1주일 동안 반포4동 프랑스마을(서래마을)을 중심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이 대거 참여하는 세계문화주간 글로벌 다문화축제를 개최하는가 하면, 외국인 자원봉사단 구성, 외국인과 주민 간 1대1 영어가족 맺기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는 관내에 있는 아리랑 국제방송, EBS 등과 연계해 구청 직원, 주민들을 위한 영어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이다.
 

  ▣ 터키인들이 세운 레인보우 국제학교
 
레인보우 국제학교 누스렛 첼릭 교장.

  지난 2007년 9월 서초구 양재동에 문을 연 레인보우 외국인학교는 터키인들이 세운 국제학교다. 미국식 교육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일본·터키·인도·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아프가니스탄·아제르바이잔·방글라데시 등 12개 국가에서 온 11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 중에는 한국인 학생도 3명 있다.
 
  교육 과정은 유치부와 초등부로 나뉜다. 유치부의 경우 영어유치원처럼 운영돼 입학에 제한이 없다. 초등부는 다른 국제학교와 마찬가지로 내국인은 해외 거주 3년 이상 등의 요건을 채운 경우에만 입학이 가능하다. 올 8월부터는 중학교 과정이 신설된다.
 
  터키를 비롯해 캐나다·미국·영국 등에서 온 22명의 교사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며 제2외국어로 터키어·한국어를 선택할 수 있다.
 
  학교 설립자인 에쉬레프 사을란 이사장의 부탁으로 몽골 국제학교장으로 근무하다 올 초 한국으로 온 누스렛 첼릭 교장은 “한국과 터키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에 거주하는 터키인들이 많아졌고, 이들의 자녀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이슬람 문화권인 터키인들에게 미국, 영국계 국제학교는 문화적인 차이가 커 아이들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학교부지로 양재동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알타이 디케치 교감은 유창한 한국어로 “터키인들이 서초구에 많이 모여 살고 있고, 교통이 좋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10년째라는 그는 “학교 개교 때부터 지금까지 서초구청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학교에 야외 행사가 있을 때면 구청 인조잔디구장을 하루 종일 빌려 주고, 학교 앞 도로에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과속방지턱을 설치해 주는 등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도와주어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어 디케치 교감은 “여기서 교육받은 터키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 양국의 문화대사 역할을 한다면 형제의 나라이기도 한 두 나라 간의 관계는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속
서래마을 르포   
복작대는 서울에서 만난 뜻밖의 여유
 
이무늬 月刊朝鮮 인턴기자
서래마을 프랑스학교 앞의 한가로운 오후 풍경.
 서초구 방배본동과 반포4동에 걸쳐 있는 서래마을은 프랑스인들이 많이 살아 일명 ‘프랑스 마을’로 알려진 곳이다. 서래路(로) 양 옆 가로등에는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가 교차로 걸려 있고, 한글과 프랑스어를 倂記(병기)한 교통표지판이 서 있다. 바닥에는 빨강·흰색·파랑의 프랑스 국기를 본뜬 보도가 설치돼 있다.
 
  오후 3시쯤 파리크라상 반포서래점에서는 붉은 머리의 중년 여성이 바게트를 들고 계산대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카운터에 서 있던 점원이 佛語(불어)로 그녀에게 말했다.
 
  “마담, 쥬 뾔 부제데(Madame, Je peux vous aider·부인,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빵집을 나오자 백발의 프랑스인 노부부가 손녀인 듯한 아이를 목마 태우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이의 파란 눈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가 피어났다.
 
  ‘서울프랑스학교’의 하교시간. 서래마을 골목길에서 프랑스 아이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불어로 재잘대며 ‘까르르’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화창한 오후의 빛살 속으로 퍼져 나갔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09년 4월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은 1만6920명. 그중 1188명이 서울에 살고 있고, 이 가운데 416명이 서초구에 살고 있다. 프랑스 마을은 1974년 한남동에 설립됐던 프랑스학교가 1985년 서초구 반포 4동으로 이전하면서, 프랑스 사람들이 함께 이사를 와 형성됐다.
 
  서래마을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의 90%는 한국에 진출한 프랑스 기업이나 韓佛(한·불) 합작기업에 근무하는 임원이며, 나머지 10%는 프랑스 학교나 각 대학의 불문과 교수, 프리랜서 등이다. 비즈니스의 중심지 강남과 인접한 지리적 요건은 프랑스 마을 형성에 주요 원인이 됐다. 뿐만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양재천, 한강공원, 우면산 등 쾌적한 환경도 한몫을 했다.
 
  마리피에 알리홀(여·38) 씨는 2년 전 한국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 들어와 서래마을에 정착한 뒤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장을 맡고 있다. 서래마을의 장점을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서래마을은 경치가 아름답고, 공원이 많아서 좋아요. 체육시설이나 병원, 식당 등의 편의시설도 잘돼 있고, 외국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 많아요. 또 이웃인 한국인들이 정말 친절해요. 처음엔 異國(이국) 땅에 와서 많이 낯설고 힘들었는데 주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정통 프랑스 바게트를 만날 수 있는 곳
 
서래마을 글로벌빌리지센터.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는 등 治安(치안)이 뛰어난 점도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요인 중의 하나다. 장 미셸 타리에(57) 씨는 프랑스 테제베(TGV)에서 근무하다 2000년 한국에 들어와 이곳에 정착했다. 한국인 부인이 고향을 그리워해 한국에 들어와 철도관련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남매를 둔 그는 서래마을의 치안은 프랑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들이 금요일 저녁에는 꼭 친구들과 놀러 나가요. 프랑스 같으면 밤에 아이 혼자 밖에서 노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아요. 어떨 땐 아들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단 사실조차 잊을 정도예요.”
 
  서초구청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 임현옥씨는 “OK민원센터에서 제공하는 각종 생활정보와 상담시설은 외국인들을 서래마을로 모이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래마을에서 프랑스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의 하나는 파리크라상 반포서래점이다. 이곳을 찾는 고객의 30%는 프랑스인이다. 모든 직원이 간단한 불어를 구사할 줄 안다. 여느 빵집과 달리 그곳에는 바게트 종류가 5가지로 다양하다.
 
추석맞이 외국인 송편 빚기.

  반포서래점장 소정섭(30)씨는 “이곳의 빵은 모두 프랑스에서 직수입한 제조기와 밀가루, 설탕, 버터를 이용해 프랑스식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밀가루 종류가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 3가지에 불과하지만 프랑스에서는 24가지나 되고, 설탕도 3~4 종류가 있어 빵의 종류별로 각기 다른 밀가루와 설탕을 사용한다고 한다.
 
  파리크라상은 프랑스 고유의 빵맛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밀가루를 수입해다가 정통 프랑스식 바게트의 맛을 재현하고 있다고 한다.
 
  ‘깜빠뉴’와 ‘트래디션 바게트’는 파리크라상 반포서래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다. 깜빠뉴는 프랑스 도시 사람들이 시골을 그리워하며 만들었다는 프랑스 시골빵으로 호밀이 약간 들어가 겉은 거칠지만 속은 쫄깃하다. 트래디션 바게트는 저온 숙성한 바게트로 짭짤한 맛이 난다.
 
  마리피에 알리홀 씨는 “파리크라상은 서울시내 다른 빵집과 맛이 차별화돼 있다”며 “파리 시내에서 먹는 빵맛과 전혀 다르지 않아 이곳이 한국이란 생각을 잠시 잊게 된다”고 말했다.
 
 
  여유를 만끽하는 프랑스 레스토랑
 
  서래마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골목길에 위치해 있고, 오픈되어 있는 테라스를 가지고 있다. 레스토랑의 문 앞에는 브런치(breakfast와 lunch의 합성어) 메뉴가 걸려 있다. 메뉴는 프렌치토스트, 팬케이크, 와플 등 다양했다.
 
  오전 11시쯤 서래마을을 찾아가 보니 사람들이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늦은 아침을 즐기고 있었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식사가 늦게 나와도 느긋하게 기다렸다. 대부분이 식사를 마치고도 대화를 하며 2시간 가까이 앉아 있었다. ‘빨리 빨리’ 돌아가는 한국의 시계가 그곳에서는 멈춰버린 듯했다.
 
  파리크라상 건너편에 위치한 ‘라트루바이’는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마리피에 알리홀 씨가 자주 찾는 곳이다. 그녀는 “서래마을에는 레스토랑이 많지만 대부분 이탈리안 음식점”이라며 “라트루바이에서는 다양한 프랑스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라트루바이에서 브런치를 즐기고 있던 강정민(24)씨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좋아 시간이 날 때면 서래마을을 찾는다”며 “이곳은 한적하고 느긋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가정식 요리를 하고 있다는 프렌치 레스토랑 ‘떼레메르’를 찾아가 봤다. 불어로 ‘땅과 바다’라는 뜻의 이 레스토랑은 파리크라상 골목에 있는 건물 3층에 위치해 있다.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없고 한적했다. 프랑스 음악이 흘러나왔고, 앤티크한 실내 인테리어가 편안한 가정집의 느낌을 주고 있었다.
 
  서래마을에서 7년째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 박준지씨는 프랑스 사람들이 가정에서 손쉽게 해 먹는 요리로 ‘블루치즈 파스타’와 ‘홍합요리’, ‘양갈비 구이’를 추천했다. ‘블루치즈 파스타’와 ‘홍합요리’를 시키자, 그릇 한가득 푸짐한 파스타와 홍합이 나왔다.
 
  ‘블루치즈 파스타’는 고린내 나는 진한 치즈향과 쫄깃한 파스타가 어우러져 깊은맛을 냈다. 마늘과 양파로 간을 해 느끼하지 않고 홍합요리와도 잘 어울렸다.
 
  박씨에게 왜 이곳 요리를 프랑스 ‘가정식’ 요리라고 칭하는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우리나라에서 프렌치 요리 하면, 코스로 즐기는 고급요리를 떠올리는데, 프랑스 사람들이 가정에서 그렇게 먹지는 않거든요. 저희 가게에서 내놓는 요리는 프랑스 사람들이 실제 가정에서 먹는 음식입니다.”
 
  서래마을에 사는 프랑스 사람들은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때면 떼레메르를 찾는다. 가끔 재료를 구하기 어렵거나, 자신이 요리해서 그 맛이 잘 나지 않을 때 이곳을 찾는다는 것. 박씨가 말했다.
 
  “프랑스 음식은 좋은 재료를 가지고 풍요롭게 먹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항상 신선한 재료로 넉넉하게 대접하고자 노력합니다.”
 
작년 12월에 열린 ‘서래마을 자선 음악회’.

 
  프랑스학교의 존재
 
  서래마을의 메인거리 서래로를 따라 올라가 보니 세련된 신식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서울프랑스학교다. 재학생 415명은 프랑스 국적이 63%, 프랑스가 아닌 20개의 국가에서 온 외국인과 한국 학생 37%로 구성돼 있다. 모든 수업이 프랑스어로 진행된다.
 
  이 학교의 학년 체계는 유치원 3년, 초등학교 5년, 중학교 4년, 고등학교 3년 등 총 15년 과정으로, 프랑스 현지와 같이 9월에 신학기가 시작해 다음해 6월에 학사 일정이 끝난다. 1년간 7주 수업과 2주의 짧은 방학이 반복되고 6월 말 가장 긴 방학인 여름방학이 있다.
 
  서울프랑스학교 수업의 특징은 대부분의 수업이 대화를 통해 진행된다는 점이다. 교사가 한 주제를 학생들에게 제시하면 학생들이 그 주제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토론한다.
 
  두 번째 특징은 정규 커리큘럼 외에 외부활동이 많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현지 문화를 익히도록 한국문화 체험교실을 많이 마련하고 있다. 한국 지리를 배우기 위해 학생들은 초등학교 1학년생부터 수학여행을 간다. 또 한국 전통문화를 익히기 위해 외부에서 장구 선생님, 한국고전무용 선생님 등 많은 강사들을 초빙한다.
 
  장 미셸 타리에 씨는 “우리 딸 수정(16)이도 이곳의 한국문화체험교실을 좋아한다”며 “가야금 소리가 참 예쁘다고 한다”고 했다.
 
  서울프랑스학교의 티에리 티으망 교장은 “그동안 한국어는 선택 외국어 중 하나였지만, 곧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학생들부터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학교가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들의 교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이 학교 모임을 통해 생활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티에리 교장은 라오스의 프랑스학교에서 5년간 교장으로 근무하다 한국에 온 지 3년이 됐다. 외국 생활을 한 지는 올해로 18년째라고 한다. 그에게 서울프랑스학교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어떤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아시아에는 도쿄, 홍콩, 싱가포르 등 모두 21개의 프랑스학교가 있어요. 한국의 경우 외국인학교 입학에 대한 규제가 비교적 까다로운 편입니다. 한국 학생들이 입학하기 어려워 학생이 적은 편이지만, 다른 어느 국가의 프랑스학교에 뒤지지 않는 양질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서울프랑스학교 주최로 열린 축제에서 학생들이 가장행렬 퍼레이드를 펼쳤다.

 
  프랑스축제 준비 중
 
크리스마스 때면 서래마을에서 열리는 프랑스 전통 장터.

  서울프랑스학교 교장은 대사관 소속으로 정부에서 파견한 임기 3년의 공무원이다. 그는 “올해 임기가 끝나는데 연장할 수 있는 기간만큼 연장해서 2년간 더 머무르고 싶다”며 “생각 같아서는 더 있고 싶지만, 그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 학생들은 ‘반포서래 한·불 음악축제’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은 난타와 장구, 한국고전무용을 연습하고, 중학생들은 프랑스 대중가요인 샹송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6월 21일에 음악축제가 열린다. 특정 음악장르를 위한 축제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거리에 나와 맘껏 연주할 수 있는 행사다. 사람들은 프랑스 전국 각지의 콘서트장, 지하철역, 광장, 길거리에서 온갖 종류의 음악을 연주한다.
 
  이 음악축제는 1982년 6월 21일 처음 열렸다. 6월 21일은 유럽에서 해가 가장 긴 날로 축제를 즐기기에 적합한 날이다. 지금은 세계 58개국으로 확산돼 같은 날 이를 본뜬 음악축제가 동시에 열린다.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가 교차로 걸려있는 서래로.

  우리나라에서도 작년부터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교류 차원에서 같은 날 ‘반포서래 한·불 음악축제’ 를 서래마을 몽마르트르 공원에서 열기 시작했다.
 
  서울프랑스학교가 주축이 되고, 반포4동 주민자치센터 직원들이 함께 프로그램을 짜 진행하는 이 축제는 올해 날짜를 조정해 6월 20일(토)에 열린다. 길거리 공연, 프랑스 군악대 뮤직퍼레이드, 프랑스학교 학생 假裝行列(가장행렬), 샹송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획돼 있다. 한국과 프랑스 간의 문화 교류, 다양한 프랑스문화체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반포4동에서는 매년 설날 행사, 추석 행사, 대보름 축제, 음악 축제 등을 열어 한국 주민들과 프랑스 주민들과의 화합을 도모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봄 4월 서초구에서는 마라톤 대회를 열어 다국적 사람들이 함께 땀 흘리며 和睦(화목)을 다질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서로의 문화 존중하는 마을사람들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강좌, 서울 거주 내국인을 위한 불어강좌, 한국요리교실, 한지공예교실을 열고 있다. 고아원, 양로원 등을 찾는 봉사활동 프로그램도 만들어 내외국인 교류의 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마리피에 알리홀 센터장은 “이곳은 한·불 동아리가 잘 조직돼 있어서 한국인들과 프랑스인들의 교류가 많다”며 “자주 만나 함께 활동하다 보니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랑스인들을 자주 접하는 정영복 반포4동장은 “서래마을에 살고 있는 프랑스 사람들은 매사에 정확하고, 自國(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서래마을에 살고 있는 프랑스 사람들은 유대관계가 끈끈하다. 그는 “프랑스 주민들끼리 쓰레기 처리, 반상회 등 마을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정보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어 특별한 어려움 없이 생활하고 있다”며 “프랑스 사람들도 지역 활동에 적극 참여한다”고 말했다.
 
  한국 주민들과도 잘 화합한다. 반포4동 주민들은 외국인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에 익숙하고, 프랑스 문화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 문화에도 개방적이다.
 
서래마을에 가면 프랑스 아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얼마 전 한 언론매체에서 “프랑스 학생들이 골목에서 담배를 자주 피워 한국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보도한 기사를 봤다고 하자, 정영복 동장이 놀라며 답했다.
 
  “그런 이야기가 보도됐다면, 외지인들이 와서 한 말일 거예요. 한국 사람이나 프랑스 사람들 사이에는 전혀 트러블이 없어요.”
 
  장 미셸 타리에 씨에게 한국인 이웃에 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고 친절해요. 길을 물어도 하나같이 모두 친절하게 답해 줍니다. 아이들도 한국 정서를 좋아해요. 우리 아들(18)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내년에 프랑스로 가야 해서 우리도 함께 가려고 했지만 아들이 ‘가족만큼은 꼭 한국에 남아 있으라’며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을 잃는 게 두렵다’고 하더군요.”
 
  복잡하고 북적대는 서울 속에서 만난 뜻밖의 여유. 가끔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한국과 프랑스 문화가 공존하는 서래마을에서 느긋한 ‘브런치’를 즐겨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서초구 거주 외국인들을 만나보니   
생활환경은 대만족,,언어 소통은 해결과제
 
崔善姬 자유기고가 (giongia@hanmail.net
 서초구에는 현재 6000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외국인들 사이에 ‘살기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해마다 외국인 주민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초구에 거주하고 있는 4명의 외국인을 통해 서초구민으로서 느끼는 생활의 장단점을 들었다.
 
 
  [알렝 디부안 르노삼성자동차 연구소장(프랑스인)]
 
서래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알렝 디부안 씨.

  알렝 디부안 씨는 3년 반 전 한국에 왔다. 프랑스인인 그는 경기도 기흥에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연구소장으로 근무 중이며, 부인 도미니크 디부안 씨와 함께 서래마을에 살고 있다.
 
  한국에 온 후 처음 8개월 동안은 남산 인근 동네(한국어가 서툴러 정확한 행정구역 명을 기억하지 못함)에서 혼자 지냈지만 부인과 둘째 아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서래마을 주민이 됐다.
 
  거주지로 서래마을을 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프랑스 학교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어느 나라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 경우 교육 문제가 거주지 결정의 첫 번째 조건이 되지 않겠느냐”며 “서래마을 외에 다른 지역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큰아들은 프랑스에서 이미 대학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지만 한국에 온 작은아들은 아직 고등학생이어서 집을 얻는 데 첫째 조건이 학교였어요. 마침 서래마을에 프랑스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이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시아권 국가에서의 생활은 한국이 처음이라는 그는 “어느 정도 불편함이 있을 것이라는 각오는 하고 왔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특히 그는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외국인에게는 정말 유용한 공간”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도 몇 년 근무했고, 일본 출장도 자주 다녀 외국생활은 익숙한 편이에요. 하지만 한국은 2002년 월드컵 때 처음 알았을 정도로 낯선 나라라 어떤 곳인지 전혀 짐작을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와 보니 IT 기술을 포함해 하이테크 기술이 굉장히 발달해 있는데다 강남의 분위기는 마치 뉴욕을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하고 역동적이더군요. 그만큼 복잡하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그렇게 번잡한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강남이라 해도 분위기가 전혀 다른 이 서래마을이 저는 아주 좋아요. 조용하고, 밤늦게 돌아다녀도 치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서울에서 이보다 좋은 동네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에게는 주민들이 ‘몽마르트르 언덕’이라 부르는 산책로에서 언제든 편안하게 조깅을 하고, 집 근처 레스토랑에서 각 나라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서래마을의 강점이다.
 
  해마다 6월이면 프랑스 사람들이 주축이 돼 진행하는 거리문화축제도 그가 꼽는 자랑거리. 작년에는 “프랑스 사람들도 따라 부르기 어려워하는 샹송 가수 파트리샤 카스의 노래를 한국인들이 멋지게 부르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다른 문화를 배려하는 한국인들의 마음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의 아내 역시 프랑스 주부들의 모임에 참여해 봉사활동도 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영어 자막이 있는 한국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등 한국 생활을 무척 즐기고 있다. 그의 아내는 김기덕 감독의 열성적인 팬이라고 한다.
 
 
  파전에 막걸리 즐겨
 
  알렝 디부안 씨 부부는 문화 예술에 관심이 많아 주말이면 음악회, 오페라, 전시회 등을 찾아 다닌다. 알렝 디부안 씨는 “예술의전당이 가까이 있다는 것도 내가 서래마을을 좋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 유명한 재즈 카페는 모두 섭렵했을 정도로 재즈 마니아다. 그는 “집 근처에 재즈와 와인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바가 있어 좋다”고 했다.
 
  알렝 씨는 한국의 전통문화에도 관심이 많아 시간이 날 때면 지방으로 여행을 떠난다. 부산, 경주, 안동, 전주, 춘천, 강화, 속초 등 그동안 많은 곳을 찾아 다녔다. 그러는 동안 한국의 맛에 길들여져 매운탕, 닭갈비, 파전 같은 음식이 좋아하는 메뉴가 됐다. 그는 막걸리와 함께 먹는 파전의 맛을 일품으로 꼽았다.
 
  ‘막걸리’라는 말에 필자가 놀란 표정을 짓자, 그는 “프랑스에서 즐겨 먹던 사과주스의 새콤한 맛과 비슷하다”며 “막걸리를 즐기는 프랑스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한국 음식과 서래마을 예찬을 이어가는 그에게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교통체증 문제를 들었다. 퇴근시간에는 기흥에 있는 회사에서 서래마을까지 보통 1시간30분이 넘게 걸린다는 것이다.
 
  택시기사와 버스기사들의 난폭한 운전 습관도 고쳐야 할 점으로 지적했다. 택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뭔가 생각난 듯 “왜 한국에서는 주소만 가지고 택시기사들이 길을 찾아가지 못하는지”를 되물었다. 대로변이나 큰 건물이 있는 곳이 아닌, 주택가에 들어서면 손님이 직접 방향을 일러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는 “그 덕분에 한국에 와서 가장 빨리 배운 한국말이 우회전, 좌회전, 직진, 유턴”이라며 웃었다.
 
  “생활환경이 잘 갖추어진 것에 비해 영어가 통하지 않는 것도 외국인이 느끼는 불편함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언어나 교통은 서초구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으니 엄밀히 말하면 서초구에 대한 불만은 없는 셈이죠. 아내도 인정했지만, 서래마을은 한국인이나 외국인이나 정말 살기 좋은 곳이거든요.”
 
  앞으로 1년 정도 더 머물 계획이지만 여건이 허락한다면 한국에서의 체류 기간을 최대한 늘리고 싶다는 알렝 디부안 씨. 인터뷰를 마칠 즈음 그는 “아내를 비롯한 프랑스 주부들이 지면을 통해 구청 관계자들에게 꼭 전해 달라고 한 말이 있다”며 “서초케이블을 통해 보다가 최근 중단된 프랑스 방송을 다시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오오타 나미 일본어 강사(일본인)]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3년 전 한국 생활을 시작한 오오타 나미 씨. 현재 서래마을에 살고 있다.

  올해 3월 서래마을 주민이 된 오오타 나미 씨는 일본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한국어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그녀는 유창한 한국어로 통역 없이 인터뷰에 응했다.
 
  그녀가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 생활을 시작한 것은 3년 전으로, 서래마을에 오기 전까지는 대구에서 살았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남편을 만났어요. 그 뒤 남편은 한국으로, 저는 일본으로 돌아가 3년 동안 두 나라를 오가며 연애를 했지요. 주로 전화 데이트를 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다 결혼했어요. 남편의 직장 때문에 신혼살림은 대구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서울로 옮기게 되면서 어느 동네로 가야 할지 고민을 했는데, 주변에서 서래마을을 많이 추천해 주더라고요. 외국인이 많아서 살기 편할 거라고요. 그래서 어떤 곳인지 한번 보러 왔는데, 아늑한 동네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 자리에서 남편한테 말했어요. ‘여기서 살고 싶다’고요.”
 
  오오타 씨는 이사온 지 3개월밖에 안됐지만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주변 생활정보를 꼼꼼히 수집했다. 덕분에 서래마을을 포함한 서초구의 생활환경을 한껏 즐기고 있다. 날씨가 좋을 때는 자전거를 끌고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로 나가 ‘친환경 드라이브’를 즐기고, 어느 날은 집과 가까운 국립도서관에서 책에 파묻혀 지내기도 한다. 공원이 가까워 수시로 산책을 나가고, 멋진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일도 서래마을에서 누리는 즐거움 중 하나라고 한다.
 
  “여기서는 혼자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셔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없고, 어디에서든 외국인을 만날 수 있어 좋아요. 대구는 정이 많은 도시인 반면 외국인을 만나기 어렵고, 외국 문화에 대해 비교적 덜 개방적이어서 외로움을 느낄 때가 가끔 있었거든요.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외국인도 그런 걸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 여기서만 얻을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를 애용한다는 오오타 씨는 센터에 개설돼 있는 여러 가지 한국문화 강좌를 단계적으로 한 가지씩 수강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녀는 “센터에 오면 비교적 저렴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할인 쿠폰도 얻을 수 있고,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도 사귈 수 있다”면서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일본인 친구들과 만나 얘기를 하면 동네에 그런 곳이 있느냐며 다들 부러워한다”고 덧붙였다.
 
 
  생활 정보에 대한 영어 서비스 필요
 
  하지만 異國(이국)에서의 생활이 완벽하게 만족스러울 수는 없는 법. 오오타 씨는 “처음 이사 왔을 때 사소한 것들이지만 생활정보를 몰라 주부로서 불편한 점들이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가령, 쓰레기 분리수거 요일이나 공과금 납부 방법, 은행이나 우체국 위치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정보들을 몰라 답답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나는 남편이 한국인이라 좀 빨리 익히기는 했지만 부부가 모두 외국인일 경우에는 한동안 불편한 생활을 할 것 같다”며 “전입신고를 위해 동사무소를 찾을 때 이런 정보들을 영어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교통카드 만드는 법, 지하철과 버스 타는 법 등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외국인들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들이라 좀 더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지하철은 정말 잘되어 있어서 어디든 가기 편한데, 버스는 아직도 좀 어려워요. 안내방송이 한국어로만 나오고, 또 그걸 알아듣는다 해도 정류장 이름을 몰라 어디서 내려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오오타 씨는 요즘 버스 정류장 이름도 외우려 노력하고, 산책을 많이 하며 동네 지리도 익히고 있다. 그녀는 “서래마을은 주변 환경이 워낙 잘 갖추어진 곳이라 이 정도의 불편은 엄살 수준”이라며 “살기 좋고,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살고 싶다”고 말했다.
 
 
  [제니퍼 아네트 홍익대 영문과 교수(호주인)]
 
서울생활이 무척 즐겁다는 제니퍼 아네트 교수.

  오오타 나미 씨와 함께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한국어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제니퍼 아네트 씨를 만났다. 호주에서 온 그녀 역시 서초동에 살고 있는 서초구민이다. 한국에 온 지는 벌써 8년째. 홍익대 영문과 교수인 그녀는 일주일에 두 번 이곳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오오타 씨의 유창한 한국어를 부러워하는 그녀에게 한국어 수준을 묻자 “겨우 택시 탈 수 있는 정도”라며 부끄러워했다.
 
  “여행을 워낙 좋아해 틈이 날 때마다 서울은 물론 지방까지 기차, 고속버스 등을 이용해 다녀요. 한국은 지방마다 특색 있는 축제가 많아서 어디를 가든 흥미진진해요. 작년에는 울릉도에 다녀왔어요. 그런데 지방으로 갈수록 영어가 통하지 않아 불편한 점이 많아요. 그래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죠. 마침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에 학교 수업이 없어서 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진행하는 한국어 강좌를 들을 수 있게 됐어요.”
 
  “서초동에서 홍대까지 출퇴근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느냐”고 묻자 그녀는 “전혀”라며 고개를 저었다. “2호선을 타면 갈아탈 필요도 없고, 정확히 35분 걸린다”며 “이 정도 거리는 호주에서 바로 옆 동네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홍대 앞에 살면 걸어서 다닐 수도 있으니 더 편리하겠지만, 저는 서초동이 좋아요. 그쪽은 가게도 많고, 사람도 많아 너무 복잡하고 시끄럽거든요. 홍대 앞 거리에 좀 오래 있다 보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에요. 서초동은 홍대 앞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동네예요. 홍대 앞이 수많은 젊은이로 활기가 넘친다면, 서초동은 도회적이면서 세련된 분위기가 있지요. 제가 서초동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녀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어 위험한 나라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정말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한국에 있는 동안 많은 곳을 여행하고, 다양한 한국 전통 문화를 체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초구뿐만 아니라 한국은 음식점이든, 관공서든, 은행이든, 고객을 오래 기다리게 하는 곳이 없어요. 일처리가 매우 빠르고 효율적인 나라예요. 또, 서울의 다른 지역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서초구의 환경만 놓고 보자면 세계적인 도시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아요. 다만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이 큰 단점입니다. 앞으로 이 부분만 보강한다면 외국인 입장에서 이렇게 안전하면서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도시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알리 카라괴슬루 터키음식점 ‘파샤’ 사장(터키인)]
 
국내 최초의 터키음식 전문점을 연 알리 사장.

  서초구에는 세계 각 나라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전문 레스토랑이 많다. 강남역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터키음식전문점 ‘파샤’도 그중 하나다. ‘파샤’는 국내 최초의 터키 음식 전문점으로 2001년 문을 열었다.
 
  터키인 요리사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터키 현지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파샤의 가장 큰 장점. 이곳은 개업 직후부터 고향 음식을 그리워하던 국내 거주 터키인들과 색다른 맛을 찾는 미식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명성을 얻었다.
 
  ‘파샤’의 사장은 터키인인 알리 카라괴슬루 씨다. 10년 전 고등학교를 마친 직후 한국에 와 서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그는 1년간의 어학연수 과정을 마친 후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대학교 2학년이 되던 해, 한국에서는 그 어느 곳에서도 터키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레스토랑 창업을 결심했다. 터키에서 섬유산업을 하던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계획에 “한번 해 보라”며 선뜻 투자를 약속했다.
 
  결국 그는 학업을 중단하고 사업가로 변신했다. 서초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한국에서 2년쯤 생활하다 보니 괜찮은 상권에 대한 感(감)이 잡혔고,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이 눈에 들어 왔다고 한다. “이왕 가게를 할 바에는 사람들이 많고 목 좋은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한국 친구들의 조언도 이곳으로 결정하는 데 한몫을 했다.
 
  외국인이 레스토랑을 창업하는 것이 까다롭지 않았는지 묻자 그는 “생각보다 아주 간단했다”고 답했다.
 
  “서류들도 쉽게 통과되고, 구청에 오갈 일도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주방에서 일할 터키인 요리사들의 비자가 나오지 않아 그것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지요. 10억원 이상의 자금을 터키에서 가져와 전액 투자한 사업인데, 직원들 비자 문제가 이렇게 힘들게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 좀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결국 처음 문을 열 때는 요리사를 두 명밖에 데려오지 못해 한동안 힘들었어요. 다행히 고비를 잘 넘겨 1년쯤 지나니 단골도 많이 생기고, 매출이 늘기 시작했지요.”
 
  그는 레스토랑 운영 경험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맛과 마케팅에 두루 신경을 쓰며 잠재돼 있는 수완을 발휘했다. 덕분에 ‘파샤’는 국내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 수없이 등장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얻었다. 터키인 요리사의 수도 7명으로 늘었고, 100평이던 가게를 240평으로 확장 이전했다. 최근에는 분점 문의가 많아 앞으로는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업이 안정되면서 2년 전에는 집도 아예 레스토랑 바로 뒤인 서초동으로 옮겼다. 그는 터키인 아내와의 사이에 네 살짜리 아이를 두고 있는데, 이 아이는 양재동에 있는 레인보우 외국인학교 부설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인근에 터키인들이 많아 그의 레스토랑은 터키인들의 친목과 정보 교환을 위한 자리로도 종종 애용된다고 한다.
 
  그는 “아내가 서초동을 정말 좋아한다”며 “사업하기도 좋은 곳이지만 집 근처에서 외식, 쇼핑, 영화관람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 일상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고 했다.
 
  “10년 전에는 서초구에 지금처럼 외국인이 많지 않았는데 그동안 정말 많이 늘었어요. 터키 사람들도 아주 많아졌고요. 그만큼 서초구가 국제화되었다는 뜻이겠지요. 1년에 한두 번씩은 터키에 가는데, 그때마다 한국에서 사업하는 게 어떤지 묻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적극 권하는 편이죠. 특히 서초구를 추천해요. 도심 정비가 잘되어 있고, 안전하고, 구청에서의 일처리도 아주 빠르고, 외국인들이 많아 살기도 좋다고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이곳에 자리 잡은 게 얼마나 잘한 결정인지, 요즘 들어 새삼 느끼고 있답니다.”
 

  [이곳이 궁금하다]
 
  ▣ 외국인 전용 주민센터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
 
  프랑스인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외국인이 살고 있는 서초구 반포4동에는 지난해 6월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가 문을 열었다. 외국인들의 편리한 서울 생활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외국인 전용 주민센터다. 서울시의 글로벌빌리지 운영계획에 따라 마포구 연남동, 강남구 역삼동에 이어 세 번째로 개관했다.
 
  외국인들의 조기 정착과 적응을 돕기 위해 전기, 가스, 수도, 의료, 교통 등 다양한 생활민원을 상담하고 안내해 주며 외국인등록사실증명이나 거주사실증명원 등의 서류도 팩스를 통해 발급해 준다. 수준별 한국어 교실을 운영해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한편, 한국어로 물건 사는 법이나 예약하는 방법 등을 익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글로벌센터와 연계해 외국인 주민들의 자체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자수, 매듭교실, 한지공예, 한복입기, 예절교육 등 한국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외국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프랑스인이 영어로 진행하는 ‘와인 클래스’는 서래글로벌빌리지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 강좌다. 정기적인 강좌는 아니지만 한 번 개설될 때마다 내·외국인 수강생들로 성황을 이룬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프랑스인 알리홀 마리 피에 씨는 “외국인 주민의 정착과 안전을 위해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해 외국인 주민과 지역 주민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를 소개했다. 계속
역사의 흔적을 찾아서   
선사시대부터 사람 거주한 상서로운 땅
 
裵振榮 月刊朝鮮 기자 (ironheel@chosun.com
조선 3대 임금 태종이 묻힌 서초구 내곡동 헌릉.
 1987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강남구가 分區(분구)된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필자의 집에 놀러왔던 이모가 물었다. 그때 필자와 이모 모두 강남에 살고 있었다.
 
  “강남구가 분구된다는데, 새로 생기는 구의 이름이 뭐가 될 것 같니?”
 
  “글쎄요. 반포구가 되지 않을까요? 강남 지역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지역 가운데 하나고, 발음하기도 괜찮고.”
 
  얼마 후 신설된 구의 이름은 瑞草區(서초구)로 결정됐다. 당시 서울시지명위원회에서는 서초구·반포구·양재구 등을 놓고 논의 끝에 서초구로 결정했다고 한다.
 
  오늘날 서초구의 중심을 이루는 서초동 일대는 조선시대에는 경기도 과천군 동면 서초리, 日帝(일제)강점기 때는 경기도 시흥군 신동면 서초리였다.
 
  서울시사편찬위원회에서 펴낸 <서울지명사전>에 의하면, ‘서초’라는 지명은 옛날에 이곳에 서리풀이 무성했다 하여 ‘서리풀이’, 霜草里(상초리)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서리풀’이라는 이름은 오늘날 서리풀공원 등에 남아 있다.
 
  이와 함께 <서울지명사전>은, ‘서초’라는 지명의 유래에 대해 다른 說(설)도 소개하고 있다. 이곳 물은 우면산 여러 골짜기 물이 이리저리 서리어 흐르고 서래마을 물을 받아 다시 동작동 물과 합류, 한강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물이 서리어 흐르는 벌판’이라 하여 ‘서릿벌’이라고 한 것이 변하여 ‘서리퍼리’,‘서리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한자로는 ‘蟠浦(반포)’라고 표기했는데, 이것이 변해서 ‘盤浦(반포)’가 되었다고 한다. 때문에 이 일대를 서릿마을, 혹은 서래마을, 서애마을이라고 했다. 프랑스인들이 집중 거주해 ‘리틀 프랑스’로 널리 알려진 팔레스호텔 뒤편 서래마을이 그곳이다.
 
  後者(후자)의 설명대로라면, 오늘날 서초동과 반포동이라는 洞名(동명)은 같은 말에서 파생된 셈이다.
 
 
  원지동 고인돌
 
  행정구역상 서초구가 생겨난 것은 1988년, 이 지역이 서울시에 편입된 것은 1963년이었다. 서초구는 1968년 영동 제1차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강남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발전하기 시작한 신흥도시다. 반포동과 서초동 일대의 아파트촌과 강남대로 일대의 오피스빌딩들이 신흥도시 서초구를 상징한다.
 
  하지만 이것이 서초 역사의 전부는 아니다. 서초의 역사는 멀리 先史(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4년 원지동 원터마을 일대에서 발견된 선돌(立石·입석)과 고인돌군(支石墓群·지석묘군)이 그 증거다. 이 고인돌 유적에서는 신석기 시대 말부터 청동기 시대까지 곡물 수확용으로 사용했던 반달형 돌칼도 발견됐다.
 
  李亨求(이형구) 선문대 교수의 <서울 원지동 지석묘 조사연구서>, 서울대박물관의 <한국지석묘종합조사연구> 등에 의하면, 이 고인돌들은 바둑판 형태의 南方式(남방식) 고인돌로, 인근 한강 유역의 고인돌들이 탁자 형태의 北方式(북방식) 고인돌인 것과 대조된다고 한다. 원지동 고인돌은 아득한 선사시대에도 한강이 북방문화와 남방문화 간의 경계선이었음을 보여주는 유적인 셈이다.
 
  1984년 이형구 교수의 조사에서는 원터마을 일대 4개소에서 11기의 고인돌이 발견됐다고 하는데, 2002년 한양대 박물관과 서초구의 ‘원지동 고인돌 유적 정밀 지표 조사’에서는 7기만이 존재가 확인됐다. 하지만 ‘서울지역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巨石(거석)문화 유적’으로 알려졌던 이 고인돌들이 지금도 남아 있는지는 서초구청 관계자들도 확인해 주지 못하고 있다.
 
  그밖에 1958~59년 서초구 양재동에서 6기, 우면동에서 1기의 고인돌이, 1947년에는 지금의 강남구 개포동에서 4기의 고인돌이 발견됐으나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인근 강남구 역삼동에서는 청동기 시대 주거지 유적이 출토된 바 있다.
 
  이런 유적들은 선사시대부터 지금의 서초구와 그 인근에 사람들이 거주했음을 보여준다.
 
 
  마라난타가 세웠다는 우면산 대성사
 
  475년 백제 문주왕이 고구려의 南進(남진)에 밀려 공주로 遷都(천도)하기 전까지 백제의 首都(수도)는 오늘날 풍납토성 혹은 하남시 인근으로 比定(비정)되는 하남위례성이었다. 이 시기 오늘날 서초구 지역은 도성 배후의 농업지대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서초구 우면산에 있는 大聖寺(대성사)는 백제에 불교를 전파한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창건한 절이라고 전해진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백제 침류왕 때인 384년 東晋(동진)을 거쳐 백제로 들어온 마라난타가 이듬해인 385년 2월 漢山(한산)에 절을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대성사에서 펴낸 <백제불교 초전법륜성지 우면산 대성사 사적진언>에 의하면, 백제에 들어온 후 水土病(수토병)으로 고생하던 마라난타는 우면산 기슭에 大聖草堂(대성초당)을 세웠는데, 우면산에서 나는 생명수(약수)를 마시고 병을 고쳤다고 한다.
 
  이 책에 따르면, 신라의 元曉(원효)·義湘(의상), 고려시대의 普照國師 知訥(보조국사 지눌), 太古王師 普愚(태고왕사 보우), 조선시대의 無學(무학)·普雨(보우) 등이 이 절에 머물렀다고 한다. 오늘날의 대성사는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분인 龍城(용성) 스님이 1910년 다시 건립한 것이다.
 
  한편 서초구 방배동과 사당대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관악구 남현동 538-1번지 일대에서는 1973년 백제 중·후기의 것으로 보이는 窯址(요지)가 발견됐다. 백제시대에 토기를 생산했던 이 요지는 한강변에서 발견된 백제시대 유일의 요지다.
 
  고구려 장수왕은 475년 백제의 수도 위례성을 함락시키고 한강유역을 확보한 후 이 지역에 남평양을 설치했다. 경기도 구리시, 서울 광진구에서 고구려 시대의 유적들이 발견되는바, 지금의 서초구 일대도 남평양에 속했을 것이다.
 
  551년 백제 성왕은 신라와 연합해 한강 하류 지역을 탈환했으나, 2년 후 신라 진흥왕의 배신으로 이 지역을 신라에 빼앗겼다. 신라는 이 지역에 新州(신주)를 설치했다. 신주는 신라의 삼국통일 후에는 漢山州(한산주)·남한산주 등으로 이어졌는데, 지금의 서초구 지역도 여기에 속했다.
 
  고려 성종 2년(983년) 전국에 12牧(목)이 설치됐을 때 지금의 서울지역 대부분은 楊州牧(양주목)에 속했다. 서초구 지역은 양주목과 인근 광주목에 속했다. 숙종이 1104년 南京(남경)을 설치한 후 서초구 지역은 남경 관할 아래 놓였다.
 
 
  정도전, 이방원의 무덤이 이곳에
 
  서초구는 麗末鮮初(여말선초)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유적을 품고 있다. 서초구 우면동에는 고려 공민왕 때의 文臣(문신)인 李存吾(이존오)의 사당이 있다. 이존오는 辛旽(신돈)이 국정을 전횡하자 공민왕에게 이를 諫(간)하다 왕의 노여움을 사서 귀양을 갔다가 30세의 나이로 죽었다.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구름이 무심탄 말이 아마도 허랑하다. 중천에 높이 떠이셔 임의로 다니면서 구태야 광명한 날빛을 따라가며 덮나니”라는 시조가 바로 이존오가 신돈의 전횡을 비판하면서 지은 시조다.
 
  서초구 양재역 인근 서초동 산23-1번지에서는 조선 건국의 1등 공신인 鄭道傳(정도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발견됐다.
 
  이 묘가 정도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선 현종 때 실학자 柳馨遠(유형원)이 펴낸 <東國與地誌(동국여지지)> 果川縣(과천현)편에 “정도전의 묘는 과천현에서 동쪽으로 18리, 양재역에서 동쪽으로 15리 되는 곳에 있다”는 구절이, <봉화정씨족보>에는 “정도전의 묘가 광주 사리현에 있고, 부인 최씨의 묘는 양재역 상초리에 있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과천현 동쪽 18리면 우면산 북쪽 자락이다. 이 일대에서 전해져 오는 민간 전승에도 비슷한 얘기가 있다고 한다.
 
  정도전의 후손들이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이 일대를 뒤진 끝에 정도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묘를 발견했다. 1989년 한양대박물관에서 이 묘를 발굴했는데, 몸통이 없는 머리 부분 유골이 나왔다. 이는 정도전이 제1차 왕자의 난 때 李芳遠(이방원·태종)에게 斬首(참수)됐다는 기록과 일치한다. 이 묘에서는 조선 초기의 고급 백자도 함께 출토됐다. 이 때문에 한양대박물관 측에서는 “정도전의 묘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발굴 작업이 끝난 후 이 묘는 서초교육청 공사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유골은 평택시 진위면에 있는 정도전의 사당인 문헌사 맞은편 은정골 야산에 假埋葬(가매장)됐다.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효령대군의 묘.

 
  王村과 방배동 木偶
 
  공교롭게 정도전을 제거한 후 조선 제3대 국왕이 된 태종 이방원이 묻힌 獻陵(헌릉)이 이곳에서 멀지 않은 서초구 내곡동에 있다. 흔히 조선 제23대 임금인 순조와 왕비 순원왕후 김씨의 능인 仁陵(인릉)과 합쳐 헌인릉이라고 한다. 한편 지하철 2호선 방배역 인근에는 태종의 아들인 효령대군의 묘와 그의 사당인 淸權祠(청권사)가 있다.
 
  현재 대검찰청·서울고등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등이 들어서 있는 서초동 1701번지 법원단지 일대는 효령대군의 장인인 鄭易(정역)이 살던 곳이다. 조선 태종 때 대제학을 지낸 정역이 이곳에 들어와 살면서 해주 정씨들의 集姓村(집성촌)이 형성됐는데, 이후 이곳을 鄭谷(정곡)이라고 부르게 됐다. 지금도 법원단지 입구에는 정역의 神道碑(신도비)가 서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정도전·이방원 등이 주도한 조선 건국으로 된서리를 맞은 고려 왕실의 후예들이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500년 넘게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남부터미널 뒤쪽인 서초3동 1451번지 일대의 王村(왕촌)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 왕씨 집성촌이 형성된 것은 조선 건국 후 충주에 숨어 살던 왕미 일가가 1496년 이곳으로 들어와 살면서부터였다고 한다.
 
  18대째 이곳에 살고 있는 王泰植(왕태식·74)씨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50여 가구의 왕씨가 살았지만, 지금은 30여 가구 남아 있다”고 말했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오늘날 남부터미널에서 효령로에 이르는 땅이 전부 왕씨 일가의 소유였다고 한다.
 
  지금의 우면산터널 입구 평화빌딩 인근에는 왕미의 아들 왕효곤의 묘를 비롯해 100여 기의 왕씨 일가 묘가 있었으나, 1970년대에 강남개발과 함께 전부 용인으로 移葬(이장)됐다. 왕태식씨는 “이장 당시 무덤에서 도자기·엽전 등이 나왔지만, 그때만 해도 먹고살기 바쁘던 때여서 주의해서 챙기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 일대에는 왕씨뿐 아니라 全(전)씨와 田(전)씨, 玉(옥)씨도 많이 살고 있는데, 全씨와 田씨를 합쳐 163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고려왕조가 몰락한 이후 일부 왕씨들이 조선왕조의 박해를 피해 ‘王’자와 모양이 유사한 全씨, 田씨, 玉씨 등으로 姓(성)을 바꾸었다는 설을 생각하면 흥미로운 일이다.
 
  한편 방배동의 한 고분에서는 1970년대에 고려 말~조선 초의 것으로 보이는 木偶(목우) 6점이 출토됐다. 6점 가운데 5점은 인물상이었는데, 3점은 여인상, 2점은 남자상이었다. 거의 완전한 형태로 발굴된 이 목우들은 7~8cm 높이로 약간의 채색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남자상 가운데 하나는 辨髮(변발)을 하고 있는데, 이는 몽골의 영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 목우들은 고려시대 복식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 목우들이 발견된 고분은 그 후 개발의 물결에 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우면산에서 바라본 서초동.

 
  말죽거리
 
  말죽거리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지금의 양재역 일대는 조선시대 政變(정변)과 外侵(외침)의 무대였다.
 
  명종 2년(1547년)에는 ‘양재역 壁書(벽서)의 獄(옥)’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양재역 벽에서 명종의 母后(모후)로 垂簾聽政(수렴청정)을 하면서 전횡을 일삼던 문정왕후를 비방하는 벽서가 발견된 것을 기화로 權臣(권신) 尹元衡(윤원형) 일파가 政敵(정적)인 尹任(윤임)의 잔당과 李彦迪(이언적) 등 士林(사림)들을 대거 숙청한 사건이다. 이를 丁未士禍(정미사화)라고도 한다.
 
  사건의 무대가 된 양재역은 조선시대에 공무로 여행하는 이들에게 말(馬)과 숙식을 제공하던 곳이었다. 오늘날 지하철 3호선 양재역이 있는 이곳은 말죽거리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말죽거리’라는 지명은 한양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이곳 양재역에서 말에게 죽을 끓여 먹였던 데서 비롯됐다고 하는 것이 다수설이다. 하지만 ‘이괄의 난’ 때 피란을 가던 仁祖(인조)가 이곳에서 유생 금이 등이 쑤어 올린 팥죽을 말 위에서 먹고 갔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설과 병자호란 때 이곳에 주둔했던 淸(청)나라 장수 용골대의 부대가 말에게 죽을 쑤어 먹인 곳이라 해서 그런 지명이 나왔다는 설도 있다.
 
  오늘날의 蠶院洞(잠원동)에는 조선시대에 국립양잠소 격인 ‘잠실도회’가 있어 ‘蠶室里(잠실리)’라고 했다. 이 지역이 서울에 편입될 때 지금의 송파구에 이미 잠실동이 있었기 때문에 중복을 피해 잠실리의 ‘잠’자와 인근 신동면 신원리의 ‘원’자를 따서 잠원동이라고 命名(명명)하게 됐다.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오늘날의 서초구 지역은 경기도 과천군 동면과 광주군 언주면에 속했었다. 언주면이라는 이름은 언주로·언주고등학교 등에 남아 있다. 일제시대에는 경기도 시흥군 신동면에 속했다.
 
18代째 서초동에서 살고 있는 왕태식씨.

 
  1963년 서울시에 편입
 
  서초구가 서울특별시에 편입된 것은 1963년이다. 이후 1973년까지 오늘날의 서초구 지역은 성동구 언주출장소와 영등포구 신동파출소에서 관할했다. 오늘날 서초구의 운명이 결정된 것은 이 무렵이었다. 1965년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서 副都心(부도심)으로 개발하기로 결정되고, 1968년 영동 제1차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추진되면서 서초구는 오늘날과 같은 현대도시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서초구에서는 한국현대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경부고속도로 起工(기공)이었다. 경부고속도로의 첫 구간인 서울~수원 간 고속도로 기공식이 열린 것은 1968년 2월 1일, 기공식이 열린 장소는 서울 영등포구 원지동(현재의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인근)이었다. 이날 오후 朴正熙(박정희) 대통령은 수천 년 동안 서울 남쪽을 감싸 왔던 바위산을 切開(절개)하는 發破(발파) 스위치를 눌렀다. 폭음과 함께 다이너마이트가 작렬하면서 암벽이 쪼개지자, 육군 220重(중)건설공병단 소속 불도저들이 무너진 바위더미를 밀어붙이며 통로개척에 나섰다. 조국 근대화의 상징인 경부고속도로 공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서초구는 1973년 관악구가 신설되면서 관악구와 성동구 영동출장소 관할이 됐다가 1975년 강남구가 신설되면서 강남구에 속하게 됐다(관악구 방배동 제외. 방배동은 1980년에 강남구로 편입됐다). 그리고 1988년 서초구는 강남구에서 분리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蛇足(사족) 하나. 서초구가 강남구에서 분구될 때 구의 이름이 ‘서초구’로 결정된 경위에 관해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서초구 분구 時(시) 서울시지명위원회에 앞서 강남구지명위원회에서 신설되는 구 이름을 놓고 논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서초구·반포구·양재구 등이 거론됐다.
 
  그런데 ‘서초구’라는 지명에 대해 양재동·우면동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이들은 “일개 마을에 불과한 ‘서초’를 구 이름으로 삼을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은 서초구 면적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자기들 지역의 이름을 따서 구 이름을 짓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대구에서 한약방을 하던 全(전)모씨가 우면동에 살던 강남구 지명위원 조모씨를 찾아와 “우면동 사람이라면 ‘서초’라는 구 이름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는 “牛眠山(우면산)은 소가 졸거나 자고 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우면산 앞에 있는 ‘瑞草(서초)’는 ‘소가 눈을 뜨면 사방에 좋은 풀이 널려 있으니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좋은 뜻”이라면서 “지역의 盛衰(성쇠)는 그 명칭을 따라가게 마련인데, 지명을 서초로 하면 이 지역에서 부자와 인재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우면동 사람들은 ‘서초’라는 지명에 반대하지 않게 됐다.
대한민국 톱 브랜드의 집결지
  
서초에서 최고면 대한민국에서 최고
 
白承俱 月刊朝鮮 기자 (eaglebsk@chosun.com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주변.
 서초구는 작지만 강한 자치區(구)다. 관내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록과 시설물이 적지 않다. 재계 서열 최상위 기업, 국내 최고 공연시설, 국내 최고 의료시설, 국내 최대 교통 터미널과 대형서점, 아시아 최대 수입 중고차전문 시장 등이 입주해 있다. 서초구청이 ‘名品(명품)서초’를 내세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에 걸쳐 있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지하철 9호선 개통과 함께 이곳 지하상가를 오가는 유동인구가 늘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국내 최대 지하상가인 이곳은 東西(동서)를 축으로 1km에 달하는 지하도 양쪽에 620개의 상가가 입주해 있다.
 
  1·2·3구역으로 구성된 이곳은 의류·패션잡화(1·2구역)와 인테리어 소품(3구역) 매장이 들어서 있다. 이들 외에도 화원, 가구점, 문구점 등 웬만한 가게는 다 있다. 강남의 지하 ‘동대문·남대문 시장’인 셈이다. 가게 주인과 ‘협상’을 잘하면 원하는 제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1000원짜리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도 등장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지하상가식 백화점’이라 가격이 싸면서 품질은 뛰어나다. 서초구의 정책적 지원을 받는 이곳은, 지하상가의 최대 약점인 공기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공기청정기 시설이 국내에서 가장 잘돼 있다.
 
국내 최대규모의 교보문고 강남점.

 
  국내 최대 규모의 꽃시장
 
  서초구에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유통시장이 또 있다. 양재동 꽃시장이다. 이곳에 위치해 있는 농수산물유통공사 양재동 화훼공판장은 국내 유일의 꽃 종합 도매시장으로 화훼유통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경매를 통해 공정한 거래를 유도하고,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하며 화훼 생산농가에는 안정적 판로를 제공한다. 소비자는 신선한 꽃을 싼 값에 살 수 있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하루 경매 금액은 2억원이다. 2008년 말 현재 출하 농가 수는 1만6000여 명이며, 출하 단체는 330여 개소, 중도매인은 370명에 달한다. 화훼공판장의 경매시세는 인터넷, ARS 시스템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양재동 화훼공판장을 책임지고 있는 손영순씨는 “정보화 시대에 맞춰 화훼산업을 인터넷에 적극 홍보하고 유통 관련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꽃시장 맞은편에 위치한 서울오토갤러리는 아시아 최대의 수입 중고차 전문시장이다. 지하 5층, 지상 6층(연면적 1만1530㎡) 규모의 건물에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 수입차가 빼곡히 전시돼 있다. 전국에서 거래되는 수입차 10대 중 9대가 거쳐 가는 곳으로, 주차된 차량을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1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국내 최대규모의 양재동 꽃시장.

 
  ‘잘사는 사람’ 많은 地自體
 
  서초구는 여의도에 버금가는 금융센터가 될 전망이다. 삼성그룹 본사가 서초구로 이전하면서 서초구는 증권업계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지점을 갖게 됐다. 삼성증권 삼성타운지점은 독립된 상담실이 12개이며 고객교육센터는 별도로 설치·운영되고 있다. 삼성생명빌딩 여섯 개 층을 사용하고 있는 삼성타운지점은 전용면적이 2000㎡에 달한다.
 
  서초구에는 국가정보원과 국군정보사령부 등 국내 최고 정보기관도 입주해 있다.
 
  서초구에는 이른바 ‘잘사는 사람’이 많다. 국내 상장기업 최고경영자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이 바로 서초구 서초동이다. 서초동은 전국 동 단위에서 예금액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서초구청에 따르면, 서초동의 예금자산 규모가 4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서초구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전국 최고(463만원)이며, 월평균 300만원 이상인 노인 고소득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전국에서 음식점이 가장 잘되는 지역 또한 서초구다. 그래서인지 노점상이 거의 없다.
 
  서초구는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내로라하는 기록이 많다. 서초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1인당 독서량이 최고다. 2007년 서울서베이 가구조사에 따르면, 서초구 주민 1인당 독서량은 교양서적 5권(1위), 잡지 2.5권(1위), 업무관련 서적 1.8권(3위)으로 전체 독서량 1위를 차지했다.
 
  서초구민의 독서량이 높은 데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점이 서초구에 위치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2003년 개점한 교보문고 강남점은 국제규격 축구장의 1.7배에 해당하는 면적에 35만종 200만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다. 단일 서점으로 국내 최대, 최다 도서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교보문고 강남점의 연간 매출액은 약 500억원이며, 20~30대를 비롯해 실버층의 구매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 교보문고 독서홍보팀 정길정씨는 “크고 작은 기업이 많고 교육열이 높은 곳이라 경제경영 서적과 교육관련 참고서가 많이 팔린다”고 했다.
 
  교보문고 강남점은 고객이 원하는 책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북 로케이션 시스템’과 매장의 책을 체계적으로 운반할 수 있는 ‘자동물류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하철 노선과 驛舍 전국 1위
 
  국내 최대 온라인 교육기업인 ‘메가스터디’도 서초구에 위치해 있다. 메가스터디는 2000년 학원강사 출신인 孫主恩(손주은)씨가 인터넷상에서 강의를 시작, 폭발적 인기를 모으며 성장했다. 2009년 3월 현재 메가스터디의 시가총액은 1조2000억원으로 코스닥 상장기업 4위를 기록했다.
 
  서초구에는 국내 빅3 외국어학원 본사가 입지해 있다. 대한민국 교육경영대상을 차지한 이익훈어학원, 대한민국 서비스품질지수 1위를 차지한 파고다어학원, 국내 생활영어의 메카인 민병철어학원이 국내 외국어학원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서초’를 논할 때 편리한 교통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자치구 중에서 지하철 노선과 驛舍(역사)가 가장 많은 곳이 서초구다. 2호선(사당·방배·서초·교대·강남), 3호선(신사·잠원·고속터미널·교대·남부터미널·양재), 4호선(동작·총신대입구·사당·남태령), 7호선(이수·내방·고속터미널·반포·논현), 9호선(구반포·신반포·고속터미널·사평·신논현), 신분당선(강남·양재·양재 시민의 숲·청계산 입구) 등 6개 노선에 29개 역사가 있다.
 
  2호선 강남역의 경우 지하철 이용객 수는 1일 평균 21만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서울시민 1000명 중 23명이 하루에 한 번은 강남역을 이용하는 셈이다.
 
  서초구에는 전국을 연결하는 최대 규모의 터미널도 입지해 있다.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을 비롯해 남부시외버스 터미널과 국내 최대 물동량을 자랑하는 양재화물 터미널이 있다.
 
  사회분야에서 서초구가 보유하고 있는 기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서초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 구민행복지수가 가장 높다. 2008년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서초구는 77.2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76.1점을 얻은 금천구가 2위, 강남구(76점)와 송파구(75.9점)가 그 뒤를 이었다.
 
  서초구는 가구당 PC 보유대수가 서울시에서 가장 많다. 2007년 서울서베이 가구조사에 따르면, 서초구는 1.39대로 1위, 송파구는 1.16대, 강남구는 1.12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구역 넓이, 아파트 분양가 1위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에서 행정구역이 가장 넓은 곳이 서초구다. 서초구의 면적은 47.0㎢로 서울시 면적의 7.8%를 차지한다. 강서구(41.4㎢)와 강남구(39.5㎢)가 뒤를 잇고 있다. 서초구는 자치구 중 공원면적이 1만6000여㎡로 서울시에서 가장 넓다.
 
  행정구역이 넓은 만큼 서초구에는 각종 기록을 보유한 건축물들이 많다. 센트럴시티(강남고속버스 터미널 호남선 라인)는 체육시설, 학교 등 특수 목적의 건물을 제외한 서울시 단일면적 가운데 건축면적(1층 바닥면적)이 가장 넓다. 2만5500여㎡(약 7730평)로 서울광장의 두 배, 축구장 3개 크기에 달한다.
 
  강남고속버스 터미널 뒤편에 있는 JW메리어트 서울호텔은 전 세계 3000개 숙박시설 중 최고 등급인 JW등급을 10번째로 획득했다. 지하 4층, 지상 34층짜리 건물에 479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70개국에 3000여 개의 숙박시설을 갖춘 세계 최대의 호텔기업이다. 메리어트호텔은 시설 수준이나 규모에 따라 6개 등급으로 나뉜다. JW등급이 최상위 등급이다.
 
  서초동에 위치한 ‘부티끄 모나코’ 오피스텔(지하 5층·지상 27층)은 2008년 독일건축박물관이 수여하는 ‘세계 최우수 초고층 건축상’을 수상했다. 세련된 외관 디자인과 평면으로 설계된 실내구성이 파격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같은 동에 위치한 고급주택 ‘트라움하우스’는 6년 연속 전국 最高價(최고가) 주택으로 선정됐다. 1가구당 전용면적이 273.6㎡(82.7평)로 賣買價(매매가)는 50여 억원에 달한다. 가구마다 전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고, 국내 최초로 리히터 규모 7.0 이상의 강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가 돼 있다. 또 2개월 이상 생활할 수 있는 지하방공호까지 마련돼 있다.
 
  서초구는 아파트 분양가가 전국에서 최고다. 3.3㎡(1평)당 평균 분양가가 3093만원으로 구로구의 세 배가 넘는다. 최근 반포동에 들어선 대단지 고급아파트 자이, 래미안이 대표적이다. 인근에 있는 ‘아크로비스타’는 국내 최초로 에너지절약 1등급 아파트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서초구는 1인당 주거면적이 104.79㎡로 서울시에서 가장 넓다.
 
  서초구는 ‘명품 서초’에 걸맞게 ‘복지 서초’를 지향하고 있다. 서초구는 사망률 조사에서 4년 연속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기초노령연금 수급률이 전국에서 최저다. 그만큼 자립이 가능한 노령인구가 많다는 얘기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또한 서울시에서 최저다. 노인의 사회활동 참가율은 서울시에서 최고 수준이다.
 
 
  건축비용 1조원 들어간 서울성모병원
 
건축비용 1조원이 들어간 서울성모병원.

  서초구는 노인복지를 위한 각종 시설을 추가로 건립 중에 있다. 2010년 개관 예정인 ‘노인전문요양원’은 지하 2층, 지상 4층에 병상 200개를 갖추게 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요양시설 중에서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남고속버스 터미널 인근에 있는 서울성모병원(舊강남성모병원)은 단일병원 건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건축면적이 여의도 63빌딩보다 넓다. 이 병원은 지하 6층·지상 22층·연면적 19만㎡에 1200개 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건물 대부분이 자연채광이 가능하고, 친화적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별도의 담장이 없다. 리히터 규모 6.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으며 건물 21층에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최고급 병실이 마련돼 있다. 의료진을 포함한 전체 인력은 3200여 명에 달한다.
 
  2009년 3월 재개원한 서울성모병원은 건축비용이 1조원, 각종 첨단 의료장비 도입에 2000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은 암병원, 심혈관센터, 장기이식센터 등 센터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최적의 교통 인프라를 갖고 있다. 고속버스 터미널과 지하철 2·3·7·9호선 역사가 병원 인근에 있다. 또한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을 연결하는 리무진버스가 있고 JW메리어트호텔, 팔레스호텔 등 고급 숙박시설이 주변에 들어서 있다. 해외 환자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궁금하다]
 
  ▣ 서초구의 최고, 최다, 최초
 
  ■ 1㎞ 地下道에 620개 매장 입주한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 하루 경매 금액 2억원인 양재동 화훼공판장
  ■ 국내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과 국군정보사령부 소재
  ■ 축구장 1.7배 넓이에 200만권 서적 보유한 교보문고 강남점
  ■ 국내 최대 온라인 교육기관 메가스터디와 이익훈·파고다·민병철어학원 본사 입주
  ■ 축구장 3개 크기의 센트럴시티
  ■ 50억원짜리 최고가 주택 트라움하우스
  ■ 63빌딩보다 넓은 서울성모병원
  ■ 아시아 최대 수입 중고차 전문시장 서울오토갤러리
선진 복지 시스템
  
사회적 약자 보호, 더 나은 삶의 질 보장
 
李根平 月刊朝鮮 인턴기자 (pubmonth@chosun.com
서초구 보건소 로비모습. 보건소가 일반병원 못지않게 쾌적하게 꾸며져 있다.
 서초구는 1996년 9월 전국 최초로 장애인 치과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지역에 상관없이 복지카드를 소지한 장애인은 누구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진료비도 불소도포(치아에 불소를 발라 충치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것)는 4000원, 그 외 진료는 1100원으로 저렴하다. 기초생활수급장애인인 서초구민은 무료보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의료진은 16명의 자원봉사 의료진이 주축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서초구 치과의사회가 협조하는 형식이다.
 
  서초구에는 현재 약 9500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서초구는 이들을 보호하고 재활치료를 도울 수 있는 문화센터를 건설 중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규모로, 사업비 219억6700만원이 투입된 이 시설은 2008년 1월 착공에 들어가 올 9월 준공식을 목표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장애인정보문화센터는 장애인의 재활 및 심리치료를 돕기 위해 수중재활치료실, 심리치료실, 성인재활치료실 및 주·단기보호시설 등을 갖출 계획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이곳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치료와 보호의 병행’이라는 목적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서초구는 이 시설을 통해 장애인 직접 지원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두고 있는 가정의 부담을 덜고 이들을 장기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
 
 
  노인이 행복한 도시
 
‘Safe&Clean Food’ 운동을 독려하는 박성중 서초구청장.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서초구의 복지정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노인 복지 영역이다. 서초구의 총 인구는 약 41만명이고, 그중 7.7%에 해당하는 약 3만2000명이 만 65세 이상의 노인이다. 현재 추세에 따르면, 서초구의 노인 인구는 매년 3000명 이상 증가해 고령사회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서초구는 이른바 ‘노인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노인전문요양원’ 건립이다. 현행 대한민국 노인종합복지관 설치는 1자치구 1노인종합복지관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나, 이는 노인 인구 증가를 감안하지 않은 20세기형 제도라는 것이 서초구의 생각이다.
 
  현재 이 지역의 노인시설을 대표하는 ‘서초양재노인종합복지관’이 여러 가지 문제점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은 이를 대변한다. 한쪽 지역에 치우쳐 있어 일부 지역 노인들을 위한 특수시설이라는 비판과 함께 서초구 노인 인구를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문제점이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충남 태안의 서초휴양소 내 어린이놀이터.

  이에 따라 서초구는 ‘지역밀착형 권역별 노인종합복지시대’라는 기치 아래, 2007년부터 권역별 노인종합복지관 건립 사업을 시작했다. 수치로 말하자면, 노인 인구 1만명당 하나의 시설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그 결과 올 6월과 7월 중 ‘서초방배노인복지관’과 ‘서초중앙노인복지관’이 각각 개관된다.
 
  서초구는 기존의 ‘서초양재노인종합복지관’과 함께 3만명의 노인 인구에 3개의 노인 시설을 갖추게 된다. ‘노인 인구 1만명당 하나의 시설’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다. 이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서초구는 노인여가복지시설인 노인종합복지관 3개소를 운영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자치단체가 될 것이다.
 
  기초자치단체로서는 최대 규모인 200병상 시설을 갖추고 내년 3월에 준공 예정인 ‘서초노인전문요양원’도 주목할 만하다. 서초구는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요양등급 1~3급까지인 시설 및 在家(재가)보호 대상자가 전체 노인의 약 4.5%인 1438명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요양 등급이 1~2급인 시설보호 대상자는 약 2.5%인 800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지만, 현재 2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서초구 관내 민간노인요양시설 및 재가시설 8개소는 양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시대를 앞서가는 복지정책
 
강원도 횡성군에 위치한 서초수련원.

  서초구는 이런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2003년 노인전문요양원 부지를 확보해 놓았다. 지난해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충분한 숫자의 노인요양원을 요구함에 따라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부지 확보에 매달리고 있을 때, 서초구가 노인요양원 건립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데는 서초구의 장기적인 안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충남 태안의 ‘서초휴양소’는 60세 이상 노인 및 동반가족들이 휴양과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콘도형식의 사회복지시설이다. 다른 지역에 거주해도 예약할 수 있지만, 60세 이상 노인을 동반한 서초구민에게는 우선권과 할인혜택이 주어진다. 이는 다른 자치구의 휴양소와 비교할 때 눈에 띄는 점으로, 2006년 개관할 당시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가 됐다.
 
  서초구의 복지정책이 특별한 이유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더 나은 삶의 질을 목표로 한다는 데 있다. 2007년 4월 오픈한 육아포털사이트 ‘서초 i사랑(http://baby. seocho.go.kr)’은 서초구의 신개념 복지 서비스로, 자치단체가 구민의 육아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이트를 방문한 구민은 서초구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지원사업 프로그램의 종류, 서초구의 보육시설 및 병원·약국 위치, 출산준비와 육아법 등 임신 전부터 육아까지 꼭 필요한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다. 보건소에서 받은 産前(산전)관리내역, 아기예방접종 내역을 ‘나만의 건강관리 창’에서 실시간으로 확인 및 출력이 가능하다. ‘다음 예방접종일자 자동계산 및 알리미 서비스’를 통해 초보 엄마라도 아기의 건강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
 
  ‘서초 i사랑’은 임신부터 육아까지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한곳에서 제공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구민 위주로 홈페이지를 꾸며 놓았다. 구축 초기부터 사이트 명칭 선정, 화면 구성에 이르기까지 구민의 참여로 이루어졌으며, 현재도 ‘서초 i사랑’ 홈페이지 배경화면은 구민의 가족사진들로 구성돼 있다.
 
 
  ‘Safe&Clean Food’ 운동
 
서초구 보건소에 위치한 장애인 치과의 진료 모습.

  朴成重(박성중) 서초구청장은 2008년 9월 “남은 음식을 재사용하는 행위는 식중독과 각종 전염성 질병을 유발시키는 원인이다. 아울러 유해한 원료가 함유된 식품이 유통되는 것을 강력히 단속해 주민들이 먹을거리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선진 음식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토대로 서초구는 현재 ‘Safe&Clean Food’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남은 음식 재사용 안 하기 운동에 대한 교육·홍보·실태조사·지원에 나섰고, 야간에는 民官(민관) 합동 점검반을 만들어 유흥·단란주점 등 식품접객업소를 상대로 주방위생 안전지킴이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또 음식점에서 제공하고 있는 식단의 열량·지방·나트륨이 건강식단 기준에 부합되는 식당을 ‘건강식당’으로 지정하는 등 먹을거리와 관련해 전방위적으로 구민 만족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복지 1번지 서초구’에서의 ‘복지’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최저 수준의 삶의 질 보장’부터 중산층을 배려하는 ‘더 나은 삶의 질 보장’ 그리고 구민 전체를 고객으로 여기는 ‘고객 중심의 건전한 서비스 제공’까지 포함한다
 
환경·건강의 도시
 
거대한 녹색의 파노라마
 
李相雅 月刊朝鮮 인턴기자
청계산 전망대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시민들.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세계도시 기후정상회의(C40 Climate Leadership Group)’에는 세계 80개 도시 시장과 대표단 500여 명이 참석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도시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이 자리에서 영국 런던시는 2층 버스 8300대를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자동차로 교체한다고 발표했고, 독일 프라이부르크시는 2010년까지 태양광발전과 자전거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우리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서울시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투자와 자전거 도로를 확대하겠다는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서초구도 청계산과 우면산, 서리풀공원 등을 정비해 친환경적인 휴식공간을 조성하고 ‘녹색보행 네트워크’를 만들어 단절된 녹지 축을 잇는 등 건강도시로의 역할을 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강에서 걸어서 우면산, 청계산까지
 
  서초구는 한강에서 청계산, 한강에서 우면산까지 보행 길을 잇는 ‘녹색보행 네트워크’ 사업을 진행 중이다. 녹색보행 네트워크란 ▲한강시민공원~경부고속도로변~청계산 ▲한강~반포천~서리풀공원~우면산 ▲동작대로~한남대교 구간의 끊어진 步道(보도)를 잇고 훼손된 녹지공간을 복원해 총 28.5km의 숲길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한강시민공원을 출발점으로 올림픽대로변에서 경부고속도로변을 따라 청계산까지 이어지는 보행길 18.5km는 오는 10월까지 23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조성될 예정이다. 또 한강에서 반포천과 서리풀공원을 지나 우면산까지 이어지는 6km 보행 길과 동작대교에서 한남대교로 이어지는 올림픽대로변 산책로 4km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
 
  필자는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신반포아파트 뒤쪽 올림픽대로 산책로를 걸어 보았다. 이 산책로는 반포 주공아파트 단지, 신반포아파트와 접하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이용률이 높지만 아파트의 담장 등으로 산책로가 단절되거나 각종 시설물 때문에 돌아가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올림픽대로변의 산책로 가로수는 8m 一列(일렬) 방식의 기존 가로수와는 달리 二列(이열) 방식과 多層(다층) 식으로 정비됐다. 성인 3~4명이 겨우 걸을 수 있는 정도(약 3m)로 길의 폭이 좁아 기존의 가로수 대신 키가 작은 나무와 색색의 야생 화초류 등을 심은 것도 다른 녹지 길과의 차이점이다.
 
  또 장애인과 노약자, 임산부 등을 고려해 보도의 턱을 없애고 계단 대신 경사로를 조성하는 설계 기법을 도입했다. 주변 녹지와 접한 곳은 아스팔트를 없애고 황토로 포장할 계획이다. 서초구청의 녹색보행 네트워크 담당자 안봉환씨의 설명.
 
한 시민이 수풀로 우거진 청계산의 숲길을 걷고 있다.

  “녹색 산책로 조성사업은 관리가 중요합니다. 구청에서 꾸준히 가지치기와 잡초 뽑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관리 역시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주민들이 노숙자나 외부인이 시설물을 더럽히면 구청과 근처 경비실에 알리고 길도 직접 청소합니다.”
 
  한강시민공원에서 청계산으로 이어지는 길 중 경부고속도로변의 한남대교~주홍교 구간에는 일반 도로와의 교차로 인해 여러 군데에 단절이 생겼다. 현재 경부고속도로 아래로 지나가는 사임당길과 서초로 등에 의해 총 10개 구간의 길이 끊어져 있다. 녹색보행 네트워크가 완성되면 단절된 구간에 보행 가교를 설치해 단숨에 이동할 수 있게 되며 양재천과 여의천 물길을 따라 청계산까지 걸어갈 수 있게 된다.
 
  한강에서 반포천, 서리풀공원을 거쳐 우면산까지 이어지는 6km 구간의 녹지 중심축은 반포4동에 있는 서리풀공원이다. 서초구는 서리풀공원의 단절된 녹지를 잇고 무분별하게 개발된 경작지를 복원하는 ‘서리풀공원 업그레이드’ 사업을 오는 10월까지 59억원의 예산을 들여 진행한다. 녹색길이 복원되고, 반포동 산59-1번지 일대에는 ‘그린아트 보도교’가 건설된다. 폭 3.5m, 길이 80m로 지상 22m 높이에 세워지는 그린아트 보도교는 市費(시비) 15억원과 區費(구비) 34억원 등 총 49억원을 들여 오는 10월에 완공된다. 그린아트 보도교가 만들어지면 동쪽의 서리풀공원과 서쪽의 몽마르뜨르 공원이 연결돼 반포로 양쪽으로 단절됐던 녹지 축이 이어진다.
 
  이 다리는 누에를 형상화하는 등 디자인에도 많은 비중을 뒀다. 대법원과 검찰청 등 인근 법조타운의 특성을 반영해 절개의 상징인 대나무로 랜드마크를 만든다. 보도교 상단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해 밤에는 야경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서초구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사업에 필요한 일부 자재를 주민들의 기증을 받았다. 서초구가 주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자재로는 계단목 790개, 안전기둥 260개, 산단풍과 복자기 나무 등의 수목 800주, 각종 운동기구 30점과 벤치 20점 등이 있다. 기증된 나무 800그루는 몽마르뜨르 공원 일대에 심어 ‘주민 참여의 숲’을 조성할 예정이며, 기증한 시민이 직접 植栽(식재)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초구민들이 시민의 숲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전체 면적 중 60%가 녹지인 서초구에는 도시 곳곳에 녹색 보행길과 자연 속의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청계산 엘레강스 프로젝트
 
  서초구는 2006년부터 ‘청계산 엘레강스 프로젝트’를 통해 등산로 정비와 쉼터 조성, 공휴일 무료 셔틀버스 운영 등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1단계씩 총 4단계로 구성된 이 사업은 등산로변 야생화단지와 숲 속 그린샤워장 등의 조성이 끝나는 올해 마무리된다. 우면산도 불필요한 운동 시설을 없애고 쉼터·약수터 주변·계단목 등을 정비하면서 주민들이 더 편하게 산을 오를 수 있도록 했다.
 
  휴일 10만명 등 연간 500만명의 시민이 찾는다는 청계산은 주중 오후 시간에도 산을 오르는 사람이 많았다. 산 입구에는 골프장 클럽하우스 입구에서 볼 수 있는 에어건(Air Gun)이 마련돼 있는데, 여러 사람이 총 모양의 공기 분사기를 눌러 신발의 흙과 먼지를 떨어내고 있었다. 에어건은 서초구 지역 주민이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청계산(618m)에는 연간 500만명의 사람들이 다녀간다.

  청계산 곳곳에는 ‘청계산을 사랑하는 서초구민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2006년 1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1891개의 계단목이 설치됐는데, 그중 1628개를 616명의 주민이 기증했다. 계단목 구매와 설치, 쉼터조성 등 1단계 전체 사업에 쓰인 3억7000만원 중 1억7500만원을 주민이 기증했고 현대백화점이 4500만원을 기증해 쉼터조성을 도왔다.
 
  계단목 하나하나에는 시민 616명의 사연이 담긴 문구와 기부한 단체, 개인의 이름이 순서대로 붙어 있다. ‘청계산을 푸르게 더 푸르게’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자’ ‘청계산이 있어 행복합니다’ ‘우리 손녀 딸 사랑해요. 할머니가’ ‘저희 결혼해요!’ 등 계단목을 밟으면서 사연 가득한 문구를 하나하나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청계산 산책길을 걷고있는 등산객들.

  청계산을 오르는 길의 양쪽 옆 곳곳에는 꽃이 심어져 있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 꽃을 심고, 꽃 가운데에 팻말을 꽂아 이름을 적어 뒀다. 알록달록한 꽃이 있으면 가까이 다가가 이름을 확인하면서 산을 올랐다.
 
  서초구는 1400m의 진달래능선에 2단계와 3단계 사업 때 각각 진달래 3000주와 5000주를 심었다. 진달래능선 입구에는 ‘이 능선은 아름다운 진달래가 생육하고 있는 곳으로서 2007년부터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진달래능선입니다.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즐거운 산행 하시기 바랍니다’라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꽃이 피는 4월에는 길을 따라 진달래꽃이 진분홍빛으로 만발한다. 또 산불 방지를 위해 진달래능선과 공중전화 쉼터에는 CCTV가 설치돼 있다. 산행을 시작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나 목을 축이고자 ‘산토끼 옹달샘’에 잠시 머물렀다. 약수터 주변 의자에서 쉬고 있던 아주머니들이 “물 참 시원하다”며 약수터 앞에 세워진 표지판에서 1급수임을 확인하고 있었다.
 
  서초구는 올해 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청계산의 어둔골과 원터골 약수터 등 노후 약수터를 정비한다. 그 외에도 원터골 등산로 입구와 산토끼 옹달샘 등의 등산로 주변에 야생화를 심고 원터골과 청계골의 낡은 시설 보수, 등산로 계단목과 안내시설 등도 정비할 계획이다. 청계산 매봉에 설치된 전망데크는 ‘서울시 우수경관 조망 명소’로 선정됐다.
 
‘청계산 엘레강스 프로젝트’ 1단계 사업 때 주민참여로 제작된 계단목 1700여 개가 산토끼 옹달샘에서 헬기장 간 859m 등산로에 설치됐다.

  우면산의 소망탑 전망대도 청계산과 함께 우수경관 조망명소로 선정돼 낮에는 반포대교를 건너 한강과 북한산까지 서울 전역을, 밤에는 예술의전당 주변과 빌딩의 화려한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우면산을 오른 지 40여 분 만에 정상인 소망탑 전망대에 도착했다. 조망 파노라마 뒤쪽 의자에 앉아 쉬는 등산객 10여 명이 있었다. 깔딱고개를 막 올라와서 숨을 고르고 있는 40대 중반의 여성에게 “우면산에 자주 오시냐”고 물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산에 올라요. 집에서 우면산까지 걸어오는 데 30분 정도밖에 안 걸려 자주 옵니다. 계단목이나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어 등산화를 신지 않고 평상복 차림으로 슬슬 걸어올 수 있으니 좋죠. 오늘도 아이들 학교 보내고 왔어요.”
 
  함께 산을 오른 다른 여성은 가방에 담아 온 과일을 꺼내 필자에게도 하나 먹으라고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우면산을 내려가면 바로 앞에 예술의전당이 있잖아요. 산에 왔다가 내려가는 길에 예술의전당에 들러서 춤추는 분수를 구경하기도 합니다. 문화 공간이 산과 연결되어 있어서 좋습니다. 반대로 예술의전당에 와서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쉬엄쉬엄 산에 오를 수도 있어요. 산에서 내려가는 길목에는 대성사 등 문화 휴식 공간이 많습니다.”
 
  서초구는 2007년에 우면산 정비를 마쳤다. 소망탑 전망대를 비롯해 등산로의 돌계단과 노후 안내간판 정리, 야생화인 비비추 400본을 심어서 범바위 입구를 전면 정비했다. 정자를 설치하고 생태연못을 조성했으며, 약수터 정비와 계단목, 토사유출 목책 등도 설치했다.
 
 
  생태하천 양재천 따라 문화 예술 거리 조성
 
  양재천도 생태하천으로 복원돼 서울의 명소가 됐다. 매년 여름방학이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수생식물과 물고기를 관찰할 수 있는 생태학습장을 운영한다. 지난 5월 20일에는 매헌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영동1교 북단 둔치인 양재천 고향논 일대에서 모내기 행사에 참여했다.
 
  오후 2시가 조금 지난 시간, 10여 명의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영동1교에서 2교 사이의 자전거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서초구는 ‘양재천 업그레이드 사업’을 통해 총 1820m 자전거 도로의 폭을 3m에서 4m로 정비했고, 자전거 이용자와 산책하는 사람 등이 함께 사용했던 길을 자전거도로와 도보로 구분했다.
 
  자전거도로와 별도로 만들어진 산책로는 조깅 및 걷기 운동에 적합한 고무칩 재질로 조성됐다. 또 길 곳곳을 사면녹화하고 계절별로 다양한 꽃을 심어 사계절 내내 산책을 하면서 꽃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영동1교~2교 사이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

  양재천 정비사업은 강남구가 영동2교에서 6교 구간을 먼저 시작했다. 서초구는 강남구 정비 사업에서 부족했던 조경 사업 등을 보완해 추진 중이다. 2007년 12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진행된 1차 사업에서는 총 23억6000만원을 들여 아이리스원과 고향원을 조성하고 둔치녹화와 사면녹화 사업 등을 진행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아이리스원에는 꽃창포와 붓꽃 등 8종의 꽃 14만5900본이 심어져 있으며 영동1교 부근의 물놀이장 주변에는 느티나무와 왕벚나무, 회양목 등이 주변을 장식하고 있다. 서초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양재천 업그레이드 사업은 공학적 설계가 아니라 친환경적인 설계를 도입했습니다. 서초구청 녹지과에서는 양재천 주변의 주요 수종으로 침수 시험을 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수종을 선택했습니다. 작년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양재천 주변이 침수됐었는데 현재 주변 수종들이 거의 복원됐습니다.”
 
  서초구는 양재천 영동1~2교 구간에 친환경 보안등인 ‘하이브리드 태양광 LED 보안등’ 21개를 설치, 일조량이 많은 날에는 태양광을 이용하고 새벽이나 날씨가 흐릴 때는 기존의 전기 에너지를 활용한다. 보안등의 밝기는 2배 밝아졌지만 전력사용량은 기존의 20%이다. 서초구 측은 “이를 통해 연간 8000Kwh의 전력사용을 절감, 3400kg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재천의 가장 큰 변신은 2007년에 영동1교와 시민의숲 사이 둔치에 조성된 양재천 야외수영장이다. 양재천 야외수영장을 찾는 입장객은 하루 평균 1500명, 공휴일에는 하루 최대 4000여 명이 다녀간다. 작년에는 5만6400명이 양재천 수영장을 이용, 2억400만원의 수익을 냈다.
 
  양재천 야외수영장에는 폭 13.2m, 길이 50m의 국제 규격 성인풀장과 직경 10m의 원형 유아풀장 2개가 마련돼 있고 유아용 워터슬라이드와 샤워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 야외수영장의 한쪽으로는 양재천이 흐르고, 시민의숲이 근처에 자리 잡고 있어 자연경관을 즐기며 수영할 수 있다. 겨울이 되면 수영장을 빙판으로 만들어 스케이트장으로도 사용된다. 올해는 6월 22일부터 8월 30일까지 70일 동안 개장할 예정.
 
양재천 영동2교 아래의 하천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웃고 있다.

  양재1동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양재행복음악회’ 모임에서는 매년 두세 차례 양재천 수변 무대에서 서초구에 거주하는 연예인들을 주축으로 콘서트를 개최한다. 2006년 11월에 처음 열린 이래 작년까지 총 6회의 콘서트가 열렸다.
 
  초청 가수를 부르거나 행사에 사용되는 비용은 양재행복음악회 측에서 마련하고 구에서는 장소 등을 후원하고 있다. 양재행복음악회 모임은 회장 이하수씨를 비롯한 15명의 양재동 주민이 참여하고 있다.
 
  영동1교에서 양재천을 따라 걷다 보면 20여 개의 와인바와 카페 등이 나타난다. 해질녘 데이트를 하는 연인과 식사를 하러 나온 가족들이 양재천변의 와인바 거리를 찾는다. 저녁 때뿐 아니라 점심식사 후 카페에서 커피나 음료를 사서 근처 공원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
 
  서초구는 올해부터 2011년까지는 영동1교와 2교 사이의 와인바 거리를 15억원의 예산을 들여 ‘연인의 거리’로 특성화하고 보행환경 개선작업을 할 예정이다.
 
 
  해충 득실대던 버려진 땅이 종합운동장으로
 
  필자가 반포2동 반포유수지 내 반포종합운동장을 찾은 5월 28일, 서초구 11개의 고등학교가 이곳에 모여서 체육대회를 열고 있었다.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하고, 트랙을 걸으며 운동을 하는 주민들도 보였다. 반포운동장에는 매년 2만여 명이 참석하는 서초구민 체육대회를 비롯해 서초행복 마라톤 등 행사가 진행되며 하루 평균 1500명, 연평균 18만명이 이용한다.
 
  반포종합운동장은 해충과 악취로 혐오 대상이었던 반포유수지가 새롭게 개발된 것이다. 반포유수지는 집중호우 때 범람하는 빗물을 가두기 위해 조성됐지만 한강개발과 방배동 일대의 치수 관개 사업이 정비된 후에는 잡초가 무성한 뻘로 변해 각종 해충이 번식하고 악취가 진동하면서 골칫거리가 됐다.
 
  서초구는 1997년부터 9년 동안 총 85억2700만원을 투입하여 반포유수지 총 1만7000여 평에 축구장과 씨름장, 농구장 4면, 테니스장 8면, 족구장 2면, 인라인 스케이트 트랙과 자전거 트랙 등의 체육시설을 갖춘 운동장을 조성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이용할 수 있도록 특수재질의 천막을 이용해 실내 배드민턴장을 만들고 테니스장 바닥은 클레이(점토) 코트로 바꿔 관절에 무리가 없게 했다. 최근에는 야간 사용자들을 위해 조명탑과 조명등을 설치하는 등 꾸준한 보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테니스를 치고 있던 주민들에게 반포종합운동장을 찾는 이유를 묻자 “사용료가 저렴해서” “집에서 가깝기 때문에” “시설 관리가 잘돼 있어서” 등의 답이 돌아왔다. 테니스장 사용 요금은 시간당 주중 4000원, 주말 6000원으로 다른 곳의 사용료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다. 서초구 테니스클럽 동호회인 ‘하우회’의 총무 李惠京(이혜경·51)씨의 설명이다.
 
  “운동장에 테니스장이 만들어지고 나서 매주 화·목요일 회원들과 모여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서초구에는 테니스 동호회가 30~40개 정도 있어요. 구에서 만든 체육시설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커뮤니티가 이뤄지고 있어 좋습니다.”
 
반포종합운동장에서 테니스 경기를 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주민들.

  반포종합운동장 인근에는 반포주공과 미도아파트 단지 등이 있어 지역 주민들의 운동장 사용이 활발하다. 동행했던 서초구청 생활운동과 김종수 스포츠팀장은 “반포 래미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더 많은 사람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종합운동장을 나오면 반포천 생태 녹지축 사업으로 조성한 ‘반포천 워킹코스’도 있다. 강남성모병원 사거리에서 동작역까지 약 2.2km, 폭 3m로 만들어진 워킹코스는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와 연결된다. 산책로 바닥재는 천연고무 재질로 돼 있어 주부들과 노인들의 운동에도 무리가 가지 않아 이용도가 높다.
 
  산책로 곳곳에 환경 해설판 등 식생정보와 관찰데크를 설치했고, 조만간 녹음체험길 생태복원길 등 생태환경 체험공간도 제공될 예정이다.
 
 
  육체건강, 마음건강 추구하는 서초구민 체육센터
 
  서초구 체육센터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반포동 반포근린공원 내의 서초구민체육센터는 지역 주민의 건강뿐만 아니라 장애우와 비만아의 체육교실·스포츠 바우처 등 지역사회 환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녹색가게도 운영하고 있다.
 
  지하 2층, 지상 3층인 서초구민체육센터는 1994년 개장해 하루 평균 3500여 명의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라켓볼장과 수영장·에어로빅장·유도장 등의 체육시설과 독서실 같은 학습 공간도 마련돼 있다.
 
  서초구민체육센터에서는 지역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장학 사업을 진행한다. ‘녹색가게 장학회’와 ‘어머니클럽 장학회’에서 학교장과 체육센터 회원의 추천을 받은 대학생 1명과 고등학생 2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서초구민체육센터 지하 1층에 위치한 녹색가게는 서초구 자원봉사자들이 재활용품을 판매하는 상설 매장이다. 세 평 남짓한 작은 가게 안에 옷가지들과 신발 등이 벽과 옷걸이 등에 걸려 있었다. 자원봉사자 崔美絃(최미현·52)씨는 “딸 아이가 반포초등학교에 다닐 때 서초구민체육센터에 녹색가게가 생겼다고 해서 운동하러 왔다가 자주 들렀는데, 지금은 자원봉사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스포츠 바우처(voucher)’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바우처란 정부가 특정 수혜자의 복지 서비스를 위한 비용을 보조하기 위해 지불을 보증하는 제도다. 저소득층 학생들은 전표를 갖고 서초구민체육센터의 전 종목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데, 현재 10~20명의 학생이 스포츠 바우처를 통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또 장애 청소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장애우 수영교실’과 ‘장애우 무료 라켓볼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무료 라켓볼교실은 서초생활체육협의회와 함께 진행 중인 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세 차례 장애우를 지도한다.
 
  2006년 개관된 언남문화체육센터는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양재2동에 있는 언남중·고등학교 안에 만들어졌다. 건립비용 185억5000만원 중 서초구가 152억5000만원, 교육청이 33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공간 중 주민 전용 공간은 3개 층이고, 주민과 학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은 3개 층, 나머지 3개 층은 학생 전용 공간이다. 지상 2층과 3층의 학교 급식식당과 정보도서관, 지상 6층의 컴퓨터실과 어학실·멀티미디어실은 학교 수업시간에 이용할 수 있게 했다. 7층 음악실은 학교 수업시간 외에는 주민들도 사용 가능하다.
 
  학교 잔디구장 아래 위치한 지하주차장도 주민과 학교가 함께 사용한다. 191대가 주차할 수 있는 규모인데, 문화체육센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전체의 30% 정도다. 나머지는 지역 주민들과 학교에서 사용한다.
 
  이 센터의 1층 헬스장에는 벽에 산소 발생기를 설치해 실내 분위기가 쾌적하다. 실내수영장을 비롯해 에어로빅과 체조·요가 등의 강의실도 마련돼 있다.
 
  이 밖에도 서초구에는 잠원스포츠파크, 양재근린공원 인조잔디축구장, 방배배수지 체육시설 등 공공체육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서초구는 지난해 11월 26일 환경부가 주최한 ‘제3회 환경관리우수자치단체(그린시티)’에서 환경부장관상을 받았다.
 

  [이것이 궁금하다]
 
  ▣ 新가지치기 공법 도입한 서초구
 

  서초구는 작년 1월부터 반포로와 서초로, 방배로, 사평로 등 관내 41개 도로에 있는 7744그루의 플라타너스를 높이 12m로 통일하고 잔가지를 정리해 우산모양으로 가지치기하고 있다.
 
  이번 사업을 위해 전국 최초로 전문가를 포함한 가지치기를 통해 나무모양을 다듬는 剪枝(전지) 작업팀이 구성됐고 공원녹지과장과 팀장 등은 전지 기술이 뛰어난 일본 도쿄를 방문하여 가로수 관리 방법과 현장 전지 모습을 견학하고 왔다.
 
  플라타너스는 가로수의 대명사로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나지만 너무 크게 자라서 주변의 건물과 안내간판 등을 가리고 꽃가루를 날려 눈병을 유발하는 등의 단점이 있다. 그래서 가로수 수종을 버즘나무 등으로 교체하라는 주민들의 건의가 있었다.
 
  서초구는 플라타너스 자리에 다른 수종의 가로수를 심으려면 그루당 200만원 정도가 소요될뿐더러 30년 이상 된 플라타너스를 함부로 뽑을 수 없다고 판단, 기존 가로수의 특성과 미관을 고려한 가지치기 방법을 도입하기로 했다. 수목 전문가와 실무자 등과 수차례 워크숍을 개최하고 플라타너스를 잘 가꿔서 멋진 경관을 조성한 외국 대도시를 벤치마킹하는 등 의견을 모았다.
 
  이쌍홍 공원녹지과장은 “가지치기를 시행한 지 2년밖에 안됐지만 4~5년 후 정도면 우리가 벤치마킹한 도쿄이나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처럼 주변 건물의 시야도 확보되고 도로 전체가 정돈되는 등 멋진 경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비쿼터스서초
  
첨단시스템으로 區民 무한돌봄이 사업 진행
 
張世珍 자유기고가 (sec1984@hanmail.net
원스톱 시스템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민원을 처리해 주는 서초구청의 OK민원센터.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사전적 의미는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 자유롭게 통신망에 접속하여 다양한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일이나 환경을 말한다. 즉 모든 사물에 컴퓨터 칩을 내장하여 상호 의사소통을 통해 보이지 않는 생활환경까지 최적화하는 인간 중심의 컴퓨팅 환경을 의미한다. 컴퓨터를 통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뜻이다.
 
  ‘인간을 편리하게, 컴퓨터를 통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라는 명제에서 보면 서초구의 행정은 우리나라 어느 관청보다 유비쿼터스 환경이 잘 구현되고 있다. 2006년과 2008년 ‘지방자치단체 전자정부 평가’에서 최우수 자치단체로 선정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서초구청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통의 혁명’은 다른 지자체나 단체에서 벤치마킹하는 학습코스로도 유명하다.
 
  서초구청은 지난해 정보전산 분야에 구청 전체 예산의 약 3%에 해당하는 100억원을 투입해 컴퓨터 네트워크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가장 먼저 정비한 부분은 서초구청의 인터넷 홈페이지다.
 
  기존의 구청 홈페이지(행정정보)와 서초생활넷(생활정보)으로 이원화된 홈페이지를 전면 통합했다. 민원상담과 UMS(통합메시징시스템: 음성, 팩스, 이메일 메시지를 1개의 우편함에서 통합 운영)를 연동함으로써 민원인이 민원처리 내용을 신속히 통보받을 수 있게 했다.
 
  시각장애인, 低(저)시력자, 노인들을 위해 TTS(문자음성변환: 컴퓨터 문서에서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능)를 도입했으며, 서초 UCC(사용자들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 서비스를 통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민원상담 및 신고를 통합해 통로를 일원화했다.
 
 
  외국어 홈페이지 8개 국어로 운용
 
OK민원센터는 직장인과 학생을 위해 휴무일인 토요일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문을 연다.

  서초구청 홈페이지의 특징에 대해 金時煥(김시환) 서초구청 전산정보과장은 “전체 화면을 3단으로 분할하여 중요 콘텐츠가 부각되도록 정리했고, 사용자가 보기 편하도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세계행정의 일환으로 영·불·일·중 4개국어 외에 독일어, 아랍어 등 8개국어로 된 외국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동포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 ‘지구촌 네트워크’도 개설해 놓았다. 그 밖에 세계의 한인회 소개, 해외동포를 위한 사이버 강좌, 해외 선진 사례 제안 공모 등의 서비스를 개설해 놓았다.
 
  지난 4월 한 달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서초구청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약 8512명, 페이지 뷰는 23만1294건으로 집계됐다. 구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區政(구정)에 대한 건의, 개선, 불편사항 등 구민 의견을 수렴하는 ‘구민의 소리’ 코너이고, 그 다음이 취미, 여가활동 및 취업기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초문화센터’ 코너라고 한다.
 
  OK민원센터는 부서별로 흩어져 있던 민원업무를 한 곳에 통합, 원스톱 시스템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곳이다. 서초구청 본관 왼편에 자리한 OK민원센터는 여느 지자체의 민원실과는 규모부터 달랐다. 825㎡(250평)의 널찍한 공간엔 6개 팀 75명의 직원이 49개의 창구에서 민원인을 맞고 있었다. 관공서라고 하기엔 실내 인테리어가 너무나 깔끔했다.
 
  민원창구 외에 作名(작명) 코너, 재무상담 코너, OK 기업도우미 코너 등이 눈길을 끌었다. 작명 코너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4000명의 신생아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다. 재무상담 코너는 요일별로 법률, 세무, 건축, 부동산 전문가들이 구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상담을 해 주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OK 기업도우미 코너는 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유망 중소기업 유치, 구인 구직 상담을 해 주고 있는 곳이다.
 
 
  민원처리 대상 27종에서 573종으로 확대
 
서초구 양재역에 설치된 LED전자 현수막.

  외국인과 장애인을 위한 전용창구도 마련돼 있다. 올해 처음 문을 연 중매코너는 민원실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데, 신청자가 벌써 4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구청 측은 “민원 업무를 일원화하면서 종전 27종에 불과하던 민원처리 대상이 573종으로 확대됐다”고 한다. 각종 인허가 즉시처리민원(절차 간소화, 담당자 전결권 조정)도 종전 23종에서 231종으로 확대됐고, 처리 기간도 1~30일까지 단축됐다. 새로 단장한 여권민원실도 여권발급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종전 7~8일 걸리던 발급 기간이 4일 이내로 단축된 것은 물론, 인터넷 예약제와 여권택배제를 도입해 호평을 받고 있다.
 
  종전 한 명의 직원이 전담하던 콜센터는 4명으로 증원하면서 하루 200~800건의 상담처리가 가능해졌다.
 
  OK민원센터는 직장인과 학생을 위해 휴무일인 매주 토요일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민원인을 맞고 있으며, 여권민원실은 입주 항공사까지 문을 열고 항공권 예약 등 여행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로 2008년 110건에 불과했던 토요일 민원처리 발생 건수가 2009년 들어서는 170건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서초동에 살고 있는 유모(52·여)씨는 올해 초 제과점 개업 신고를 위해 서초구청을 찾았다. 그런데 건물 용도가 일반음식점으로 돼 있어 제과점 개업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통상 건축물 표시 정정을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7일, 개업 날짜를 연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유씨는 예정된 날짜에 제과점을 개업할 수 있었다. 건축물 표시 정정 접수 2시간 만에 변경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신고필증을 교부받는 일도 OK민원센터 내에서 1시간 만에 해결됐다. 예전 같으면 6층의 건축과에서 용도를 확인하고 1층의 지적과를 들러 다시 8층의 위생과와 청소과를 거쳐 7층의 세무과에서 면허세를 낸 다음 1층 민원실에서 허가증을 교부받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시간도 하루종일 걸릴 뿐 아니라, 그 과정도 복잡해 민원인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OK민원센터가 문을 연 이후 한 가지 일로 여러 층과 부서를 전전하는 일은 없어졌다.
 
 
  ‘원스톱 민원처리’라는 마법
 
  서초구청의 OK민원센터는 2008 행정안전부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李東祐(이동우) OK민원센터장의 말이다.
 
  “지금까지 전국 178개 지자체와 단체가 방문했고, 외국에까지 알려져 20여 외국 단체가 현장을 견학하고 갔습니다. 많은 지자체가 우리 시스템을 연구하고 적용하기 위해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언론도 OK민원센터의 원스톱 민원 처리 시스템을 혁신사례로 소개했다.
 
  서초구청 OK민원센터가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은 2006년 12월 26일이다. 朴成重(박성중) 구청장은 2006년 7월 3일 취임과 더불어 민원통합작업에 착수했다.
 
  당초 통합작업에 한 달을 예상했지만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어 애를 먹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시스템은 물론 삼성 등 주요 대기업, 한국보다 앞서 지방자치가 실시된 일본 도시들을 두루 견학했지만 서초구청이 지향하는 모델은 없었다.
 
  결국 이전에 없던 시스템을 자체 개발할 수밖에 없었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접수 처리한 민원 사무 440종에 대한 분석과, 관련 부서와 협의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딱딱한 관공서 분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민원센터 리모델링 작업도 벌였고, 직원들의 유니폼도 세계 유수의 디자이너들 작품을 참작해 독특하게 디자인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민원사무처리 대상을 402종(증명민원 21종, 인허가민원 381종)으로 선정하고 각 부서의 유관 업무자를 발탁해 조직을 구성함으로써 새로운 민원센터가 탄생한 것이다.
 
  2006년 12월 26일 문을 연 OK민원센터는 지금도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이동우 OK민원센터장의 말이다.
 
  “2007년에는 한국생산성본부가 인증하는 ISO 9001 품질경영시스템을 획득했고, 2008년에는 특허청 업무표장 등록을 마쳤습니다. 2008년에는 처리 민원이 524종으로 늘어났으며, 2009년 현재는 573종으로 더욱 확대됐어요.”
 
  OK민원센터는 2009년 5월 4일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았다. e-OK민원센터가 그것이다.
 
  그동안 지자체들이 원스톱 민원처리 행정을 꿈꾸면서도 실시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인허가권을 가진 부서들의 이기주의였다. 통합민원실 운영이 벽에 부딪힌 것도 이들 부서가 가진 권한을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지자체에서 서초구청의 모델을 부러워하면서 현실에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민들의 파수꾼, 서초 25시 센터
 
각종 사건·사고 예방을 위해 서초 관내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서초25시센터.

  서초25시센터는 구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재난사고와 범죄 예방을 위해 곳곳에 CCTV를 설치, 365일 24시간 내내 실시간 상황을 점검하는 통합관제실이다. 재난사고와 주·정차 단속 등 기존 5개 부서가 관리하던 CCTV를 한곳에 모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초25시센터는 박성중 구청장의 아이디어로 2007년 국내 최초로 탄생했다. 박 구청장은 취임 후 “도시에서는 재난재해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현장 접근이 어려워 피해가 크다. 서초구에서 운영 중인 CCTV를 한곳에서 통합 관제할 경우 위기 상황을 보다 신속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다”며 센터 설립을 추진했다고 한다.
 
  이곳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중앙정부 및 지자체, 민간단체 등 252개 기관에서 1300여 명이 다녀갔다. 2008년에는 성동구와 마포구가 서초25시센터와 유사한 통합관제실을 개설했으며, 올해는 관악구, 구로구, 송파구, 용산구 등이 설립을 추진 중이거나 이미 완료했다.
 
  서초구청 측에 따르면 서초25시센터가 개설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추진 당시 기존 CCTV 운영부서들의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고, CCTV 기종과 기능은 물론 부서별 운영 프로그램이 달라 이를 통합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투여됐다.
 
  하지만 CCTV를 한곳에서 통합 관리하게 됨으로써 업무 효율 증진은 물론 근무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서초구청 정보통신팀의 徐在旿(서재오)씨는 “서초25시센터는 24시간 운영되고 있으며 주간에는 5명의 담당자가, 야간에는 7명이 교대로 당직 근무를 한다. 서초25시센터 내에 당직상황실을 배치함으로써 효과적인 인력배치 및 신속한 상황관리가 가능해 종합관제의 효율성이 대단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원격 제어되는 주민 안전망
 
  서초25시센터는 불법주·정차 단속(91대), 그린 파킹(24대), 재난·재해(49대), 방범(117대), 청사 방호(18대), 쓰레기 무단 투기 단속(32대) 등 CCTV 카메라 331대와 통합관제시스템, GIS시스템, 출입통제시스템, 통합컨트롤러시스템 등 9종의 운영 시스템과 각종 영상표출장치 등의 운영서버를 갖춘 첨단장비로 구성돼 있다.
 
  방범용 CCTV는 구청에서 설치하여 경찰서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서초구 관내 범죄 발생률이 방범용 CCTV 설치 이전보다 20.7%(265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25시센터는 관내 주민센터의 냉·난방, 전력, 승강기, 배수 및 급수 설비 등 각종 시설물에 센서를 부착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24시간 원격관리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서초구청 측은 “이 시스템 덕분에 안전사고와 에너지 절감 등 다목적 관제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센터 내에는 U-Safe 소방방재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이 시스템은 각 건물의 주요 지점에 원격 감지센서를 설치, 각종 소방설비(열감지기, 연기감지기, 스프링클러, 펌프, 저수조 탱크)의 상태를 확인해 소방관리자와 소방서에 실시간으로 전송하여 화재 예방과 화재 발생 시 초동 진화가 가능토록 한 장치다.
 
  현재 서초구청, 서초구민회관, 서초2동 주민센터, 서초구 영유아프라자, 서일중학교 등 5개소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초구청 측은 “앞으로 반포지하상가, 고속버스터미널, 각 교육기관, 동 주민센터 등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건물에 이 시스템을 설치해 주민 안전망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孤獨死 예방, 독거노인 원격보호
 
서초25시센터 직원이 독거노인 원격보호시스템을 설치한 후 테스트해 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독거노인은 8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2010년에는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가족과 이웃의 무관심 속에 지병이나 高齡(고령)으로 돌연사한 채 방치되는 독거노인들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독거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초25시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독거노인 원격보호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서초구청과 KT가 공동 개발, 2007년 12월부터 독거노인 1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이 시스템은 독거노인 가구에 가스(CO, CO₂, LPG, LNG) 감지기, 동체 인식기, 출입문 개폐 감지기, 습도 측정기, 화재 감지기, 방범센서 등 첨단센서 6종과 비상버튼을 설치, 응급상황 감지와 최소한의 주거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독거노인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서초25시센터 관제 화면에 경보 화면과 경보음이 발생하고, 응급 메시지 창이 떠 이를 인지한 직원이 신속하게 인명구조 요청을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출입문 개폐기의 경우 외부에서 물리적인 힘을 가하면 경고음이 발생해 25시센터에 자동 통보되며, 응급상황 발생 시 가족과 친지에게 SMS 문자메시지가 발송된다.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과 친지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독거노인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 기능도 있다.
 
  현재 시스템이 설치된 10가구의 독거노인들의 만족도는 90%로 높은 편이다. 실제로 응급구호 요청 사례도 2008년 3월 26일 발생했다. 당시 반포1동에 사는 김모(80) 할머니가 긴급버튼을 통해 응급구호 요청을 보냈다. 서초25시센터는 즉시 전화를 걸어 할머니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한편 구급차를 출동시켜 13분 만에 현장에 도착, 강남성모병원으로 이송했다. 정밀검사 결과 고혈당증으로 인한 쇼크로 판명돼 김 할머니는 10일간 입원치료 후 퇴원했다.
 
  김시환 전산정보과장은 “초기에 독거 어르신들이 사생활 침해와 취지를 이해하지 못해 이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속적인 홍보와 설득으로 대상자를 선정했고, 언론보도 이후에는 설치를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왔다. 시행 초기에는 전기료를 아낀다고 외출 시 전기코드를 뽑는 어른들이 있어 통신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시행초기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독거노인 원격보호시스템은 보건복지부와 일본 도쿄市(시), 중국 치치하얼시, 미국 뉴욕시 등 국내외 69개 기관에서 현장 방문을 통해 운영 상황을 견학하고 갔다.
 


  [이것이 궁금하다]
 
  ▣ 인허가 민원, 집에서 해결하는 e-OK민원센터
 
  e-OK민원센터는 지금까지 제증명 위주의 온라인 민원처리에서 벗어나 303종의 인허가 민원을 인터넷으로 직접 신청하고 교부받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인터넷 민원처리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민원인이 서초구청 홈페이지에 접속한 후 서식 검색→신청서 작성→공인인증→수수료 결제→신청 등의 순서를 밟으면, 담당자는 접수→전자결제 연계→새올행정 시스템(전국 시·군·구 행정 정보 시스템) 연계→발급 수순으로 민원을 처리한다. 모든 과정이 끝나면 민원인은 신고필증(처리 결과 확인 증명서)을 출력하면 된다.
 
  이동우 OK민원센터장은 “집이나 사무실에서 온라인으로 각종 민원을 처리할 수 있다. 처리과정도 단계마다 SMS(휴대전화 문자 서비스)로 즉시 통보해 준다. 구청에서 취급하는 모든 종류의 민원서류를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신고필증 등을 직접 출력하는 것은 전국에서 최초”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5월 문을 연 e-OK민원센터에서는 5월 20일 현재까지 총 400여 건의 인터넷 민원처리가 이뤄졌다. 인허가 민원 331건, 세움터 55건, 세무관련 민원 6건과 통신판매업 신고 등 6건을 신고 등록했다. 도입 초기라 아직은 개인 공인인증을 통해서만 민원을 접수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법인 공인인증으로도 접수가 가능해 향후에는 업무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초구청은 현재 392종의 민원에 한해 서비스하고 있는 e-OK민원센터 기능을 올 12월까지 민원 전체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울러 OK민원센터 방문자를 위해 모든 창구에 양방향 모니터를 설치해 온라인으로 신청서를 작성, 제출된 문서를 전자화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나눔의 문화 선도하는 도시
  
주민 40%가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
 
張允曦 月刊朝鮮 인턴기자
서초구 전문자원봉사단이 노인정에서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瑞草(서초)의 의미는 ‘귀한 약초’라고 한다. 서초구는 지난 2006년 8월 전국 최초로 자원봉사 특별구가 되겠다고 선포했다. 2010년까지 全(전) 구민의 자원봉사 참여율을 선진국 수준인 40%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처음에는 구청 직원들 스스로가 회의적이었다. ‘서초구의 이른바 잘사는 주민들이 자원봉사에 적극 참여할까?’ ‘자원봉사 잘한다고 구에 어떤 도움이 될까?’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자원봉사 특별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자원봉사에 익숙지 않은 우리나라 풍토 때문이었다. 때문에 누구보다 앞서 서초구 직원들이 시간을 쪼개어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 나섰다. 구청 직원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뒤를 이어 서초구에 살고 있는 유명인사들이 자원봉사 활동에 동참했다. 구청 직원들은 구민들이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무원 자원봉사 의무화’ ‘저명인사 자원봉사’ ‘벼룩시장’ ‘서초 V 페스티벌’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처음 목표와는 달리 아직 전 서초구민의 40%가 자원봉사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구보다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수가 크게 늘었다. 덕분에 서울시로부터 ‘창의행정 추진 우수구’로 선정됐다.
 
  서울시의 다른 區(구)와 시·도 행정기관, 법원과 행정자치부에서도 자원봉사 특별구인 서초구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서초구는 단순히 강남에 있는 잘사는 동네가 아니라, 남을 위해 베푸는 동네로 格(격)이 높아졌다.
 
 
  서초구 공무원들이 선봉에 나서
 
서초 V페스티벌 현장. 페스티벌에 참가한 고승덕 의원, 배우 유지인씨와 기념 사진을 찍는 서초구민.

  서초구 소속 공무원들은 ‘서초구 공무원 자원봉사단’에 소속되어 연간 48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을 한다. 구청 차원에서 공무원 대상 봉사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봉사활동 실적은 승진 심사에 반영된다. 승진·전보 시 봉사활동 시간이 많은 공무원을 우대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 1월 5급 승진 과정에서 자원봉사 의무시간 未(미)이수자 두 명이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초구청 복지정책과 崔亨旬(최형순·46) 자원봉사팀장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공무원들은 자신은 나서지 않으면서 주민들에게만 자원봉사를 하라고 권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민들이 자원봉사에 나서려 하질 않았던 거죠. 그래서 저희 구에서는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겁니다. 우리 구청 직원들은 한 달 평균 4시간씩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면 언제, 어디서, 몇 시간을 했는지 ‘사이버 수첩’에 기재돼요. 봉사활동실적을 개인이 등록하면, 자원봉사팀에서 승인하는 시스템입니다. 봉사 계획을 세우거나 활동 내역을 확인할 때 편리해서 직원들의 참여도가 높습니다.”
 
  최형순 팀장은 “봉사활동을 하면 뿌듯함과 보람, 타 부서 직원들과 더 돈독해지는 부수효과도 얻는다”고 말했다.
 
  현재 서초구청 직원 1300여 명이 부서별 또는 동호회별로, 연간 119곳에서 정기적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서울시립 아동병원에서 간병 활동을 하고, 저소득층 자녀나 장애인 복지관 학생들의 공부를 돕는 식이다. 저소득층 구민과 맞춤형 1 대 1 결연을 맺어 봉사와 방문을 통해 꾸준한 지원을 해 오고 있다.
 
  지난해 태안 기름유출사건이 터졌을 때는 서초구 공무원 200여 명이 총 37회에 걸쳐 6개월 동안 자원봉사를 했다.
 
  서초구 직원들의 자원봉사는 주말에도 계속된다. 주말마다 청계산, 우면산, 양재천 일대에서 진행하는 환경봉사활동에는 총 839회에 걸쳐 총 1만2656명이 참여했다. 주중에 하기 힘든 독거 노인과 소년소녀 家長(가장)의 집수리를 해 주고, 주말에 열리는 장애인마라톤대회의 도우미가 되는 직원들도 있다.
 
  서초구 직원들의 부인들도 봉사심에서 남편 못지않다. 서초구에서 근무하는 직원 부인들로 구성된 봉사단체인 장미봉사단(회장 김미화)은 된장과 간장 등을 담가 불우이웃에게 나누어 주거나 치매노인의 목욕을 돕는 봉사활동 등을 한다.
 
 
  “자원봉사 도시의 모범사례”
 
음악전문자원봉사단 ‘노멀 합주단’이 축하공연을 하는 모습.

  서초구 공무원들의 봉사 모습은 구민과 연계돼 서초구 전체의 자원봉사 문화의 격을 한층 높여 왔다. 공무원 봉사단과 전문기술을 지닌 서초구민이 함께하는 서초전문자원봉사단이 그 예다. 2007년에 창단한 이 단체는 현재까지 9000회에 걸쳐 2만2000여 명이 참여했다. 교육, 법률, 의료, 외국어 등 10개 분야 4000여 명의 인력이 전문지식이 필요한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사업부 辛銀熙(신은희·35) 총괄과장은 “서초구에 거주하는 전문가 그룹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서초구에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고, 이분들이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다는 데 착안한 봉사 프로그램이 서초전문자원봉사단입니다. 끼와 재능, 전문기술이 있는 주민들이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지요. 미용 기술이 있는 분은 지역 주민에게 무료로 이발을 해 주고, 제빵사는 빵을 나누어 주고, 법률가는 무료로 법률 상담을 하는 식입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의 일부를 남과 함께 나누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李明賢(이명현·68·전 교육부장관)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사단법인 볼런티어 21의 이사장으로서 10년 가까이 서초구 자원봉사 요원을 양성하는 활동을 하고 자원봉사자로도 참여했다. 이 교수의 얘기다.
 
  “인간다운 세상의 핵심은 자원봉사입니다. 봉사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주는 활동입니다. 공부, 노래 등 분야에 상관없이 내가 가진 1%의 재능을 남을 위해 봉사하자는 취지로 ‘1% 나눔 운동’을 서초구에 도입했어요. 여유로운 사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 모두 다 같이 어울려 사는 것이 인간다운 세상입니다.”
 
  이명현 교수는 교육부장관 재임 시절 중·고등학생의 봉사활동 의무 제도를 시행했을 정도로 봉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金墉(김용·49) 박사가 한국인 최초 아이비리그 다트머스대 총장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봉사활동이었어요. 김용 총장은 젊은 시절부터 세계를 다니며 에이즈·말라리아 퇴치 봉사를 하고, 개도국에 구호물자 보내는 활동을 했습니다. 한국계 최초로 미국 워싱턴D.C. 교육감이 된 미셸 리도 교육 봉사활동을 하다 교육감에 임용됐어요. 선진국은 봉사정신을 높게 평가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초구가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서초구는 자원봉사 도시의 모범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전국 최초로 장애인 치과 개설
 
  서초구 보건소 한편에 있는 장애인 치과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자폐증 환자가 치료를 못 견뎌 진료대 위에서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의사는 “조금만 참으면 끝나요”라고 환자를 다독이며 치료에 전념했다. 그는 ‘서초를 사랑하는 의사회’ 소속 진료 봉사자다.
 
  1996년 9월에 전국 최초로 개소한 서초구 장애인 치과는 복지카드를 소지한 장애인은 누구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서초구민이 아니더라도 전화 또는 직접 방문 예약을 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서초를 사랑하는 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봉사하고 있으며 현재 15명 안팎의 자원봉사의료진과 주 1회 서초구 치과의사회의 협조로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서초구 장애인 치과는 서초에 사는 기초생활수급 장애인을 대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보철 치료를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서초구청 보건위생과 全七秀(전칠수·56) 과장은 서초구 장애인 치과가 처음 생길 때의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우리나라 치과의사 면허 4호인 故(고) 기창억 박사가 ‘장애인 치과’를 만들자고 서초구에 제의했습니다. 장애인들은 구강 관리가 잘 안돼 치아 상태가 나쁜 경우가 많아요. 환경이 열악해 치료를 못 받는 일이 있으면 안된다는 취지에서 서초구에서 전국 최초로 장애인 치과를 만들게 됐습니다.”
 
  전칠수 과장은 장애인 치과를 개소한 이듬해 치과의사 총회에 참석하여 서초구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의사들에게 장애인 치과에 대해 설명했다. 다시 전 과장의 얘기.
 
  “장애인 치과에서 봉사할 시간에 일반 병원에서 진료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의사들인데 오히려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장애인 치과 진료가 있는 날에는 병원 문 닫고 봉사 오는 분까지 있어요. 모두 사명감이 대단해요. 저는 이때 ‘서초구에 좋은 분들이 많구나. 세상이 의외로 따뜻하구나. 서초구가 정말 봉사 문화가 잘 정착된 지역이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서초구는 장애인 환자의 원활한 진료를 위해 區(구) 보건소에 특수진료대와 수송 차량을 새로 들여오고, 장애인 전용 치위생사도 채용했다. 서초구 보건소는 기부금과 구청 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 과장은 장애인 치과 내부 시설과 상패들을 보여주며 “1999년 첫 진료를 시작한 이래 현재 진료 횟수 3만 건이 넘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에 사는 저명인사들이 자원봉사 활동에 나섰다. 오른쪽 첫 번째가 가수 김세환씨, 가운데가 박성중 구청장이다.

 
  의료 봉사에 나선 의사들
 
  서초구는 장애인 치과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과 외국인을 위한 야간진료센터를 지난 200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의료지원과 金貞一(김정일·49) 의무팀장의 설명이다.
 
  “서초구 보건소 1층 진료실에 마련된 야간진료센터는 일반 의원이 문을 닫는 야간에 운영됩니다. 처방전이 필요하거나 감기, 복통 등 비응급 증상으로 진료를 받고 싶을 때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김 팀장은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한○○씨가 달구어진 다리미에 데어 화상을 입은 채 방문했어요. 한씨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기에 상처가 컸어요.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한씨 부모는 서초구 야간진료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한씨는 무사히 치료를 받고 귀가했습니다.”
 
  - 한씨 같은 사례가 많은가요?
 
  “네, 진료센터에 있다 보면 사연을 가진 사람을 많이 접하게 돼요. 서초구뿐만 아니라, 제주도와 경남 창원에서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도 있었어요. 잘 치료받고 보건소를 나서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해요. 받는 사람도 좋지만 주는 사람이 더 좋은 것이 봉사라는 걸 매번 느낍니다. 서로에게 기쁨을 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봉사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야간진료센터는 현재 12개 분야 25명의 의사가 진료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무이며 월~금요일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다. 기본료로 1100원을 받지만 생활보호대상자는 무료다. 매월 둘째 주 금요일에는 의료 혜택을 받기 힘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외국인 무료 야간 진료가 실시된다. 김정일 팀장은 “주로 在中(재중) 동포가 방문하고 있으며 인도적 차원에서 서초구에 살지 않더라도 진료를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성숙한 봉사 문화를 확산하는 선도적 센터 파이팅!”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직원들은 매일 아침마다 이 구호를 외친다. 尹英美(윤영미·30) 기획홍보 담당자는 “업무량이 많아 일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있을까 봐 구호를 외치며 비전을 가슴에 새긴다”고 말했다.
 
 
  1년 365일을 자원봉사와 함께
 
서초구 공무원 부인들로 구성된 장미봉사단이 된장 담그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서초구는 전국 최초로 자원봉사 전문 NGO에 위탁해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초구 자원봉사센터는 2006년에 행정자치부 평가 ‘우수자원봉사센터’로 선정됐다. 센터 측은 “자원봉사를 원하는 사람과 받고 싶은 사람을 연결해 관리하는 것이 큰 역할”이라며 “자원봉사의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한다”고 말했다. 윤영미씨의 설명이다.
 
  “청소년 시기 자원봉사 경험이 시간 때우기 식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흥미롭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마련했어요. 예를 들어 서초 금요 문화마당 봉사는 금요일마다 열리는 음악회의 안내 역할을 맡으며 봉사 경험과 함께 음악 소양도 쌓을 수 있습니다. 청소년 자원봉사 한마당은 봉사기관들의 프로그램을 함께 소개하는 자리예요. 학생이 여러 종류의 봉사를 접하며 자신과 맞는 봉사활동이 어떤 건지 찾을 수 있어요.”
 
  서초구자원봉사센터는 인터넷 홈페이지(www.seocho.or.kr)를 통해 자원봉사 활동처와 봉사자 모집소식, 봉사 일감을 안내하고 있다. 또 ‘신난다 자원봉사’라는 소식지를 격월로 출간, 구내 학교와 동사무소에 비치해 봉사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했다. 자원봉사와 관련해 상담을 원한다면 국번 없이 1365를 누르거나, 02-573-9252번으로 문의하면 된다. 상담 전화번호 1365는 ‘1년 365일 자원봉사와 함께한다’란 의미라고 한다.
 
  서초구 자원봉사센터에는 청소년 자원봉사 담당 상담원이 있어 봉사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 이 센터 金賢淑(김현숙·57) 소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서초구민은 봉사에 관심이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센터에는 전국 최초로 봉사 전문 상담팀이 있어요. 자원봉사는 처음의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참가자가 지속적으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센터가 도와줍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봉사를 원하는 서초구민 누구에게나 센터 문이 열려있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
 
  서초구 내 직장인들에게도 봉사는 낯설지 않다. 서초구 자원봉사센터는 작년 12월 ‘서초구 자원봉사 송년회’를 추진했다. 현대제철 임직원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시각장애인과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는 봉사를 하며 송년회를 가졌다.
 
  현대제철 고선정 대리는 “종무식은 저녁 한 끼 정도로 가볍게 마무리했다”며 “자원봉사를 통해 나눔을 경험하는 송년회가 진짜 송년회”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도시형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해 직장인들이 부담 없이 봉사에 참여하는 장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김현숙 소장의 설명이다.
 
  “서초구에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구민이 많아 남과 더불어 사는 것을 모르는 지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서초구는 나눔을 실천하는 활동에 적극적입니다. 사회적·경제적 지위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에도 충실해요. 그 예가 서초구 저명인사들의 자원봉사 모임입니다.”
 
  김현숙 소장은 2006년부터 매월 넷째 주 금요일마다 장애아동과 독거노인을 위해 봉사하는 서초지역 사회저명인사 봉사단을 소개했다.
 
  高承德(고승덕·52) 의원(변호사), 金永模(김영모·56) 대한제과협회장, 金容培(김용배·52) 전 예술의전당 사장, 金鎬城(김호성·63) 전 서울교대 총장, 李明賢(이명현·68) 서울대 명예교수, 李容勳(이용훈·67) 대법원장 등이 회원이다. 저명인사 봉사단은 올해 초 ‘나눔이 즐거운 서초 리더’로 명칭을 바꾸었다. 나눔이 즐거운 서초 리더 단장 김호성 전 총장은 당시 “저명인사뿐 아니라 서초구민이라면 누구나, 더 나아가 전 국민이 함께 즐거운 봉사를 실천하는 리더가 되자는 의미로 단체 이름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자원봉사자를 위한 축제도 열어
 
반포 3동 주민들이 자원봉사 계획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서초구는 매년 자원봉사축제인 ‘서초 V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신은희 과장은 “자원봉사자를 뜻하는 단어 Volunteer의 ‘V’를 따온 이 행사는 한 해 동안 열심히 활동한 자원봉사자들을 위로하고 축하하며 연말을 즐겁게 마무리하는 한마당”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민에게 자원봉사는 일이나 수고가 아닌 ‘축제’인 것이다.
 
  서초 V 페스티벌에서는 우수 봉사자 시상과 그동안의 봉사활동을 마무리하며 봉사를 하나의 문화로 만드는 공간을 제공한다. 자원봉사 특별구로 처음 선포된 2006년에는 ‘자원봉사자가 이 시대의 진정한 삶의 모델’이란 주제로 서초 V 페스티벌이 자원봉사 패션쇼처럼 열려 큰 호응을 얻었다.
 
  당시 서초 V 페스티벌 기획에 참여한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세계 각 분야의 명사를 자원봉사 모델로 초청하고 축하공연을 기획해 자원봉사를 누구나 친근하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2007년에는 ‘자원봉사자가 이 시대의 진정한 스타’란 취지로 서초 V 페스티벌이 영화제 시상식으로, 2008년에는 콘서트 형식으로 개최됐다. 서초구에 사는 가수 金世煥(김세환), 배우 兪知仁(유지인)씨, 李惠焄(이혜훈·45) 의원 등이 참석했다. 올해는 10월쯤에 서초 V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이다.
 
  작년 서초 V 페스티벌에서 청소년 부문 봉사상을 받은 동덕여고 3학년 羅素辰(나소진·18)양은 자원봉사에 대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초구 자원봉사센터와 학교에서 봉사 정보를 잘 알려줘 많은 도움이 됐어요. 자원봉사를 유도하는 서초구 분위기도 참 좋았어요. 저는 꽃동네, 점자도서관 등에서 300시간 가까이 봉사를 했는데 이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어요.
 
  지난 3월 13일 서초구청에서 ‘2009 서초 자원봉사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朴成重(박성중·51) 서초구청장은 “서초구는 올해를 성숙한 자원봉사 문화 정착 원년의 해로 삼겠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이 말하는 ‘성숙한 자원봉사문화 정착 원년의 해’란 자원봉사의 3대 원칙인 무보수성, 공익성, 자발성을 지켜 가자는 의미다. 봉사를 할 때 대가를 바라거나 시간을 채우는 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서초구는 온라인 자원봉사 관리강화를 위한 e-뉴스레터 발간, 자원봉사전문가와 주민이 함께 봉사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월요나눔포럼 등을 추진하고 있다.
 

  ▣ 서민들을 위한 서초토요벼룩시장
 
서초토요벼룩시장(위), 영어로 진행되는 어린이 청소년 벼룩시장의 모습(아래).

  “새것과 다름없는 운동화 보고 가세요”, “많이 사면 물건값 깎아 드려요”
 
  서초토요벼룩시장은 토요일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물건을 팔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장사진이었다. 돗자리 위에 물건을 주섬주섬 놓고, 곳곳에서 가격흥정이 벌어지고 있었다.
 
  매주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양재역과 서초구청 광장에서는 ‘서초토요벼룩시장’이 열린다. 신발, 옷가지, 그릇 등 새것과 다름없는 물건들이 저렴한 값에 판매되고 있었다. 2년 넘게 서초토요벼룩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趙道心(조도심·59)씨는 작업복과 운동화를 가지런히 정렬하고 있었다. 조씨는 “사람 사는 구경도 하고, 물건도 재활용할 수 있어 참 좋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서초토요벼룩시장은 IMF 외환위기를 자원 재활용을 통해 극복하자는 취지로 1998년에 처음 시작됐다. 비 오는 날과 법정 공휴일에는 休場(휴장)하며 10년 넘게 지속될 정도로 호응이 좋은 행사다. 1가구 1자리가 원칙이며 재활용품만 판매할 수 있다.
 
  매월 둘째 주 또는 넷째 주 토요일 서초토요벼룩시장 안에서는 어린이·청소년 벼룩시장도 열린다. 이 벼룩시장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원어민 봉사자에 의해 영어로 물건을 사고파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벼룩시장의 판매 수익금 일부는 자원봉사단체나 불우이웃돕기 단체에 기부된다.
 

  ▣ 구청 마당에서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 열려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과 금요일 서초구청 앞마당에서는 시골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장마당이 펼쳐진다. 서초장이 열리는 구청 앞마당 모습은 1970~80년대로 돌아간 듯하다. 장터 곳곳에서 “금방 캔 고사리예요, 젓갈 한 번 맛보고 가세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손님과 상인들이 서로 고향 소식을 주고받는 모습도 보였다. 고구마, 나물, 고사리, 더덕 등 밭에서 갓 수확한 듯한 물건들이 지나가는 이의 시선을 붙잡는다.
 
  서초구와 자매결연을 한 9개도 18개 시·군의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수·축산물과 지역 특산물을 서초장에서 판매한다. 중간 경로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기 때문에 서초장에서 파는 물건은 시중가보다 20%나 저렴하다. 품질 좋고 신선한 물건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서초장을 애용하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열리는 정기 서초장날 외에 설, 정월대보름, 추석을 맞아 수시 서초장도 열린다. 계속
대한민국 교육1번지   
公교육만으로 원하는 모든 것 얻는다
 
權世珍 月刊朝鮮 기자 (sjkwon@chosun.com
 사람들이 이곳으로 이사오려는 이유의 99%는 학군 때문이죠. 물론 교통이나 녹지 등 환경도 좋지만 대부분은 학군 때문에 들어온다고 보면 됩니다.”
 
  오는 7월 입주를 앞둔 반포동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인근의 한 부동산 대표의 이야기다.
 
  “세화, 반포 등 명문 중·고등학교가 밀집돼 있어서 중·고등학생 학부모들에겐 원래 인기가 좋았는데, 계성초등학교가 여기로 이전했고, 내년에는 반포외국인학교까지 들어온다니 자녀가 어린 부모들까지 이곳에 살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요즘 난리가 났습니다. 매물을 구하기가 어려워요.”
 
  서초구의 집값이 비싼 이유 중 하나는 역시 교육환경 때문이다. 한국에서 ‘교육환경이 좋은 곳’을 의미하는 대명사가 된 ‘8학군’은 서울 강남교육청 산하 교육기관, 즉 서초구와 강남구에 위치한 학교들을 의미한다.
 
  서초구에는 초등학교 22곳, 중학교 15곳, 고등학교 11곳이 있다. 다른 구에 비해 숫자가 특별히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평균 학력(성적)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최근 2009년 수학능력시험 성적을 시군구별로 비교, 언어·수리(가)·수리(나)·외국어 4개 영역에서 1~4등급(상위권) 비율이 높은 20개 시군구를 각각 선정했다. 각 영역 20개 시군구 중 서울 지역은 서초구와 강남구뿐이었다. 평준화지역인 서울 내에서 특정 지역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이곳이 바로 ‘교육특구’라는 의미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의미하는 ‘SKY’ 합격률도 8.82%로 전국 시군구 중 서울 강남구(8.9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09년 입시에서 서울대 합격자 수(최초 합격자 기준)는 세화고 17명, 서울고 14명, 서초고 11명, 서문여고 10명, 세화여고 10명, 상문고 8명, 동덕여고 6명, 반포고 6명, 언남고 6명, 양재고 4명. 서초구 내 모든 학교가 다수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세화고등학교.

 
  잘 가르쳐서 인재 만든다
 
세화고 학생들이 원어민과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최근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이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목고로 대거 몰리는 가운데 특목고가 단 한 곳도 없는 서초구가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 중 만난 관계자들은 “부모의 경제력과 학력, 교육열이 높아 교육 성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8학군의 역사는 과거 정권이 1970년대 강남(현재의 서초·강남) 개발을 위해 경기고·서울고·경기여고·휘문고·숙명여고 등 명문고들을 강남지역으로 반강제로 이전시킨 데서 시작됐다. 이후 부유층과 중산층이 대거 강남으로 이동하는 ‘강남 붐’이 일어났고, 강남은 명문 학군의 대명사가 됐다.
 
  서초구는 1988년 강남구에서 分區(분구)됐지만 같은 학군을 유지하며 강남구와 함께 ‘교육1번지’의 명성을 이어나갔고, 세화여고·세화고·반포고·상문고·서문여고 등 신흥 명문고를 배출했다.
 
  서초구의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세화고등학교(반포동)는 세화여중·세화여고와 함께 태광산업그룹 일주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사립학교다. 1987년 개교한 세화고는 역사는 20여 년에 불과하지만 2009년 SKY 합격률은 22.7%에 달했다. 이 수치는 전국 일반계 고등학교 중 휘문고(강남구)에 이어 2위다. 열 명 중 두 명 이상은 명문대에, 절반 정도는 서울시내 중상위권 대학에 입학하고 있는 셈이다.
 
  姜憲模(강헌모) 세화고 교장은 “요즘은 예전과 달리 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특목고로 빠져나가고 있지만, 실제 명문대 합격률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1학년 입학생들은 특목고 학생들보다 성적이 높지 않습니다. 입학 당시 성적으로 판단할 때 서울대에 갈 수 있는 학생은 한 학년에 3~4명 수준입니다. 하지만 올해(2009년) 우리는 서울대에 17명을 보냈어요. 3년 동안 우리가 가르쳐서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린 겁니다. 公(공)교육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언론에서 많이 하는데, 이 지역은 그렇지 않아요.”
 
반포동의 계성초등학교.

 
  “교사들이 게으름 부렸다간 큰일 나는 곳”
 
강헌모 세화고 교장.

  “실제로 학생들은 학교보다는 학원에서 공부한다고 하고, 강남·서초지역은 이른바 ‘私(사)교육 1번지’가 아니냐”는 필자의 질문에 강 교장은 “공교육이 살아있는 곳이 이 지역이고, 사교육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까지 우리 학교에서 서울대나 해외 유명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모두 수업을 100% 잘 듣고 자율학습을 잘하는 학생들이었습니다. 학원으로 도는 아이들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질 못해요. 학교수업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것은 우리 학교 교사들의 열의가 큰 힘이 됐다고 봅니다. 제가 다른 지역 학교에 회의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수업종료 종 치기도 전에 일찍 나오고, 쉬는 시간에는 멍하니 창 밖을 내다보거나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하고 있더군요. 이쪽(서초지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에요. 교사들이 게으름을 부렸다간 학부모와 학생들 앞에서 얼굴을 못 듭니다.”
 
  세화고는 지난 5월 말 자율형 사립고 지정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 학기 초부터 지정하는 자율형 사립고는 교육과정 운영과 수업방식, 수업일수 증감 등 학사운영에 자율성을 확대하는 고등학교다.
 
  세화고뿐만 아니라 서초구 내의 고등학교들은 대부분 높은 성적과 대학 합격률을 보이고 있다. 서초구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교지원제(중3 학생들이 스스로 가고 싶은 고등학교에 1차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제도)에 대비해 관내 고등학교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판단, 지난 5월 ‘명품고 육성 계획’을 내놓았다.
 
 
  명품고교 육성 프로그램
 
강남 최고의 사립 계성초등학교 아이들.

  서초구는 서울고와 세화고, 반포고, 서문여고를 ‘명품고’로 육성키로 하고 서울고에 100억원을 들여 7층 규모의 학습관을 건립하는 등 다양한 지원 계획을 내놓았다. 서울고 학습관은 학생들이 대학처럼 원하는 강의를 찾아 듣는 ‘교과교실제’ 전용관으로 만들 예정이며, 세화고의 자율형 사립고 지정을 지원하며, 반포고는 세계 각국 고등학교와 결연을 맺어 글로벌 리더 양성에 나서도록 했다. 서문여고에는 62억원을 투입, 5층 규모의 정보도서관 건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 서쪽 사거리에서 이수교차로에 이르는 舊(구)반포 일대는 서초구 내에서도 ‘超(초)일류학군’으로 불린다. 이 구간에 세화고와 세화여고, 세화여중, 반포중, 신반포중, 반포초, 계성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내년 8월에는 외국인학교인 ‘덜위치 칼리지’가 이곳에 개교한다.
 
  이 중 최근 가장 학부모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이 계성초등학교다. 이 학교는 2009년 신입생 추첨 경쟁률이 5.4 대 1에 달했다. 현재 각 학년 3개 학급(학급당 30명)이지만, 학부모들의 수요가 워낙 많아 내년부터는 4개 학급으로 늘려 모집할 계획이다.
 
  계성초등학교는 1882년 서울 중구 명동에 설립된 가톨릭재단의 사립초등학교로, 2006년 2월 반포동으로 敎舍(교사)를 이전했다. 한 명의 담임이 모든 수업을 담당하는 일반 초등학교와 달리, 담임은 국어·수학·사회·과학 4개 과목만을 담당하며 예체능, 컴퓨터, 중국어, 茶道(다도), 도예 등은 전문강사가 수업한다. 영어 과목은 원어민 교사가 담당한다.
 
  인조잔디구장과 전교생이 운동할 수 있는 대강당, 각종 공연이 가능한 대극장, 도예실과 오케스트라실·국악실·뮤지컬실 등을 비롯해 수십 개에 이르는 특기교실, 대형 전자칠판이 구비된 교실 등은 학부모들을 반하게 할 만했다.
 
 
  명문 외국인학교 개교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서초동 서울교육대학.

  계성초 李昊根(이호근) 교감은 “2006년 서초구로 이전한 것은 단순한 교사 이전이 아니라 ‘세계 1등 학교’가 되기 위한 발돋움이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1882년 개교 이후 명동에서 오랜 역사를 이어왔지만 기존의 교사가 지나치게 좁은데다 상업지역의 특성상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죠. 이전을 확정하고 나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학교를 만들자는 계획으로 교직원들이 몇 년에 걸쳐 해외 유명 사립학교들을 빠짐없이 돌아보고 연구했습니다. 특히 서초구와는 이야기가 잘 통해서 이곳에 세계적인 학교를 한번 만들어 보자고 합의하게 됐죠. 우리의 목표는 국내 최고가 아니라 세계 최고입니다.”
 
  학생들의 실력도 세계 일류 수준으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50개국 1만여 명의 어린이가 참여해 열린 ‘2009 세계학생창의력 올림피아드’에서 계성초의 ‘하모니’팀이 우승했다. 이 교감은 “재학생의 90%가 서초·강남지역 학생들이고, 다른 사립초에 비해 학부모의 학력과 재력, 교육열 등이 월등하게 높다”고 말했다.
 
  계성초등학교 인근의 1만㎡ 부지에는 내년 초 ‘덜위치 칼리지 서울’이 들어선다. 2010년 8월 개교 예정인 이 학교는 영국에 본교를 둔 명문사립학교 덜위치 칼리지의 분교 형태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과정인 덜위치 칼리지는 현재 중국 상하이 등 해외에 3개 외국인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반포외국인학교는 1만㎡ 규모로 500여 명의 학생을 수용하게 된다. 외국인학교지만 정원의 25% 내에서 내국인도 입학할 수 있다. 학비는 연 2500만원 이하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에는 학비가 비싼 ‘귀족학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유일한 국립초등학교인 서울교육대 부설초등학교(교대부초)는 수업료가 없는 학교이지만 교육대가 각종 교육기법을 활용해 심도 있는 교육에 나서는 만큼 높은 교육수준을 자랑한다. 이 학교는 올해 입학 경쟁률이 25 대 1에 달했다.
 
 
  의학, 예술, 교육 분야의 명문학교들
 
서초구의 잔디구장에서 축구경기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

  서초에는 고등교육기관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의 산실인 서울교육대학교(서초동), 의학 분야 국내 최고 수준의 가톨릭대학교(반포동), ‘예술계의 카이스트(KAIST)’라 불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서초동)다.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서울교대는 최근 교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몇 년간 입학생 학력 수준이 상위 1% 이내로 전국 최상위권이다. 지난해에는 전국 300개 4년제 대학 중 인문사회계열 연구역량 14위를 차지했고, 2009년에는 5위가 목표다.
 
  가톨릭대는 서울 혜화동(성신교정)과 반포동(성의교정), 경기도 부천(성심교정) 3곳에 캠퍼스가 있으며, 그중 의과대학이 서울성모병원과 함께 반포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4년제 특수대학교다. 성북구 석관동에 연극원과 미술원 등의 교사가 있으며 서초동 예술의전당 내 위치한 서초동 校舍(교사)에는 음악원과 무용원이 위치해 있다.
 
  서초가 ‘교육도시’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공교육이나 교육기관 때문만이 아니다. 관내 곳곳에서 ‘영어 친화적 환경’을 발견할 수 있다. 서초구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바로 ‘EPS(English Premier Seocho, 영어 으뜸 서초)’다. EPS를 담당하는 서초구청 전산정보과 金時煥(김시환) 과장은 “글로벌 시대에 서초구를 외국인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영어가 통하는 서초’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PS 중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권역별로 영어센터를 설립한 것. 김시환 과장은 “주민들의 영어학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저비용 고효율의 영어센터를 권역별로 건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방배·반포·양재 등 3개 센터가 운영 중이며 내년 7월 서초센터가 개원할 예정이다. 영어센터는 영어도서관과 함께 요리·수학·독서 등에 대한 영어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영어의 바다’에 빠져라
 
  필자가 오후 6시께 반포1동 주민센터(동사무소) 2층에 위치한 반포영어센터를 찾았을 때는 20여 명의 어린이가 영어강의를 듣고 있었고, 영어도서관 내에도 10여 명의 어린이와 주부들이 영어책을 읽고 있었다. 규모는 601㎡(182평)로 상당히 넓었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수학·과학교실, 요리교실, 상황체험교실, 다감각 영어교실 등 다양한 강의실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월 1만원으로 2만여 권의 영어책이 있는 영어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으며 유아·초등학생·성인 등이 3만~8만원의 수업료를 내고 다양한 영어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김종학 반포1동장은 “서초구민이라면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영어를 접할 수 있다”며 “지난 4월에 문을 열었는데 호응도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현재 반포영어센터에는 800여 명이, 방배영어센터에는 1500여 명이 등록돼 있다.
 
  서초구 내 초등학교와 중학교 영어교육도 교육청이 아닌 서초구가 책임진다. 서초구는 2004년부터 초등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선정해 보내는 등 지원을 해 왔다. 그러나 ‘교사 채용과 학사관리는 전문가인 교육청이 관리하는 편이 낫다’는 주변의 지적에 따라 2007년부터는 서초구와 서울시 교육청이 협약을 체결, 서초구가 예산을 서울시 교육청에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7년부터 서초구의 지원을 받아 서울시 교육위원회가 초등학교당 2명, 중학교 각 1명씩 원어민 교사를 배치했으며, 2009년부터 관내 전체 초등학교에 원어민교사를 2명씩 확대 배치했다. 원어민교사는 정규 영어수업 외에도 교사를 대상으로 영어연수를 실시하고, 방과후 활동을 담당하며, 방학 중 캠프도 진행한다.
 
  2009년 서초구의 원어민교사 지원 예산은 29억6800만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잠원초와 양재초, 서일초등학교에는 원어민강사를 배치하고 모든 활동을 영어로 할 수 있는 영어체험교실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서초구는 글로벌 전인교육으로 공교육 정상화에 앞장서고 있다.

 
  “유아교육은 서초”
 
  이밖에 5~7세의 유아에게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유치원이 특히 많은 것도 서초구의 특징. 알파벳 스트리트, 하이스코프, LCI키즈클럽, SLP, S.O.T, PSA, EWAS 등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영어유치원이 대부분 서초·방배동에 자리 잡고 있으며,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세운 영어영재유아교육기관 ‘아트원 소사이어티’도 염곡동에 위치하고 있다. 아트원은 월 교육비가 2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유치원이다.
 
  서초동의 한 영어유치원 원장은 “교육을 고려해 거주지역을 선택할 때 중·고생 교육을 위해서는 입시학원이 많은 대치동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지만, 유아교육은 서초동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서초동에 수준 높은 영어유치원이 많다고 소문이 나면서 새로운 영어유치원들도 속속 이쪽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초구의 백화점이나 놀이터 등에서는 원어민 못지않은 발음의 영어로 대화하는 5~7세 어린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초구의 올해 교육관련 예산은 105억원. 서초구의 교육예산계획은 학교시설 현대화, 교육프로그램 지원, EPS 조성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서초구의 초등학교는 대부분 천연잔디(신동) 또는 인조잔디(방현, 서원, 서초, 원명 등) 운동장이 조성돼 있다. 22개 초등학교 주변에는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CCTV를 설치했다. 또 신동중과 서일중, 언남고에는 체육시설과 어학실, 정보관 등이 포함된 복합화시설을 마련해 방과후에는 지역주민들이 이 시설에서 요가와 헬스, 수영, 축구, 영어수업 등을 들을 수 있다.
 
  올해 교사 개축을 마친 잠원동 신동초등학교에 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이영진씨는 “학교 시설과 교육수준이 여느 사립초등학교 부럽지 않게 만족스럽다”며 “다른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은 공교육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 지역에서는 그런 걱정이 없다는 점이 가장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곳이 궁금하다]
 
  ▣ 파리 퐁네프의 다리보다 아름다운 서초의 아트 브리지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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