鈍銘千字

고사성어_19

醉月 2009. 9. 2. 08:52

    呑棗(홀륜탄조)
   (온전할 홀)  (완전할 륜) 呑(삼킬 탄) 棗(대추 조)
 
  주자어류(朱子語類) 논어(論語) 16편에는  도리란 조리가 분명한 일이지 뭉뚱그린 것이 아니다(不是  一物) 라는 말이 있다.
  옛날, 한 의원이 사람들에게  배를 생으로 먹으면 치아에는 좋지만 비장(脾臟)에는 좋지 않고,

반대로 대추는 비장에는 좋지만 치아에 해를 줄 수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스스로 총명하다는 한 사나이가 이 말을 듣고, 의원에게 말을 하였다. 

저에게 배와 대추의 좋은 점만을 취하고, 그것들의 나쁜 점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의원은 이제껏 이런 방법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었기에, 호기심에 찬 말투로 그 사나이에게 물었다. 그 사나이의 대답은 이러했다. 

배를 먹을 때는 씹기만 하고 삼키지는 않으며, 대추를 먹을 때는 씹지 않고 통째로 삼켜 버리는 것입니다. 
     呑棗 란  꼼꼼하게 이해하지 않고 뭉뚱그려 넘어감 을 비유한 말이다. 


 

  羊頭狗肉(양두구육)
  羊(양 양) 頭(머리 두) 狗(개 구) 肉(고기 육)
 
  안자춘추(晏子春秋) 내편(內篇)의 이야기. 춘추시대, 제(齊)나라 경공(景公)은 어리석고 무능한 국왕이었다.

그는 궁안의 여자들로 하여금 남장(男裝)을 하게 하고, 이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궁궐 밖의 여자들도 이 소문을 듣고 남장을 하기 시작하였다.

경공은 이 사실을 알고 관리를 보내 이러한 유행을 금지하도록 하였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승상(丞相)인 안영(晏 )에게 그 까닭을 묻자, 안영은 이처럼 대답하였다. 

궁안에서는 여자들에게 남장을 시키면서 궁밖에서는 이를 금지시키시는데,

이는 마치 문에다 소머리를 걸어 놓고 안에서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猶懸牛首于門而 賣馬肉于內也).

만약 왕께서 궁안의 남장을 금지시키신다면, 궁밖의 여자들도 남장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본시 소머리와 말고기였던 것이 후에는 양머리(羊頭)와 개고기(狗肉)로 바뀌었다. 

羊頭狗肉 이란  겉과 속이 일치하지 않음 을 비유한 말이며, 영어로는  Cry up wine and sell vinegar(포도주 대신 식초 팔기) 라고 한다.

가짜 한우고기와 가짜 양주 판매업자, 그리고 풀려난 권력형 비리관련자들. 이들은 모두 개(?) 수준이다.
  

  怒髮衝冠(노발충관)
  怒(성낼 노) 髮(터럭 발) 衝(찌를 충) 冠(갓 관)
 
  사기(史記) 염파인상여(廉頗藺相如)열전의 이야기. 전국(戰國)시대,

진(秦)나라 소양왕(昭襄王)은 유명한 보물인 화씨벽(和氏璧)이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의 수중에 있다는 말을 듣었다.

소양왕은 화씨벽을 차지하려는 욕심에 혜문왕에게 진나라의 15성(城)과 바꾸기를 청하였다.

그러나 혜문왕은 화씨벽을 주더라도 15성을 얻지 못한채 속을 것만 같고, 그렇다고 주지 않으면 진나라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 걱정되었다.
  혜문왕은 인상여를 사신으로 임명하여 진나라에 보냈다. 화씨벽을 가지고 진나라에 온 인상여는 소양왕이 15성과 화씨벽을 교환하려는 진실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알고, 소양왕을 속여 다시 화씨벽을 돌려 받았다. 인상여는 화씨벽을 손에 넣자마자 궁전의 기둥에다 깨뜨려버릴 기세로 나섰다. 어찌나 화가 났던지 그의 머리털은 관을 밀어 올릴 정도였다(怒髮上衝冠).

이렇듯  怒髮衝冠 이란  분노가 극에 달함 을 묘사한 말이다. 
  

  風雨同舟(풍우동주)
  風(바람 풍) 雨(비 우) 同(같을 동) 舟(배 주)
 
  손자(孫子) 구지(九地)편에는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서로 미워하나,

배를 같이 타고 가다가 바람을 만나면 서로 구함이 좌우의 손과 같다(當其同舟而濟, 遇風, 其相救也) 라는 대목이 있다.
  춘추시기, 중국의 남쪽에 오(吳)와 월(越)이라는 두 개의 제후국이 있었다. 두 나라는 영토가 인접하고 산수(山水)가 서로 이어져 있었지만, 항상 전쟁이 그치지 않았으며, 양국 백성들은 서로 원수 대하듯 하였다.
  이러한 양국 관계 때문에, 백성들은 서로 마주 치기라도 하면 가볍게는 말다툼이나 욕지거리, 심하게는 사생 결단의 싸움을 하였다.

그런데, 두 나라 사람들이 같은 배를 타게 되었는데, 마침 폭풍우가 몰아쳤다. 두 나라 사람들은 협심합력하여 난관을 벗어나야 했기 때문에, 서로 욕하거나 싸우지 않고, 마치 왼손과 오른손처럼 서로 도왔던 것이다.
   風雨同舟 는  오월동주(吳越同舟) 라고도 한다. 이는 원수같은 사람들이  공동의 난관을 만나 어쩔 수 없이 합심함 을 비유한 말이다.

 

  餘桃啖君(여도담군)
  餘(남을 여) 桃(복숭아 도) 啖(먹을 담) 君(임금 군)
 
  한비자(韓非子) 세난(說難)편의 이야기. 춘추시기, 위(衛)나라 영공(靈公)의 총애를 받던 미자하(彌子瑕)는 어느 날 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몰래 국왕 전용 수레를 타고 황궁을 빠져 나왔다. 당시 위나라의 법에는 함부로 국왕의 수레를 탄 사람은 발목을 자르는 월형( 刑)에 처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국왕은 지극한 효성이라며 칭찬하였다.
  그 후, 어느 날 미자하는 국왕과 함께 과수원을 거닐다가, 먹다만 복숭아 반쪽을 국왕에게 건넸다. 국왕은 반쪽 복숭아를 먹으면서도  나를 끔찍하게 생각하는구나. 이 맛을 참고 나에게 먹도록 해주다니. 라고 칭찬하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국왕은 미자하의 모든 행동이 눈에 거슬리기만 하였다. 그러던 중, 미자하가 죄를 범하게 되자, 국왕은 그녀를 꾸짖었다.
이 천한 것아! 네가 이럴 수가 있느냐? 지난 날 국왕의 명이라면서 과인의 수레를 훔쳐타고, 또 먹다 남은 복숭아를 감히 나에게 먹이다니.     餘桃啖君 이란  사랑과 미움, 기쁨과 분노가 늘 변함 을 비유한 말이다. 
  

  吳牛喘月(오우천월)
  吳(오나라 오) 牛(소 우) 喘(헐떡거릴 천) 月(달 월)
 
  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言語)편의 이야기. 서진(西晉) 초,

진나라 무제(武帝) 사마염(司馬炎)의 상서령(尙書令)으로 만분(滿奮)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만분이 진무제를 알현하러 갔을 때, 진무제는 그에게 북쪽 창 옆에 앉도록 하였다.

그 쪽 창문에는 종이 대신 투명한 유리 병풍이 놓여 있었다. 바람을 두려워하는 만분은 이를 자세히 보지 못하고,

그 창가에 앉기를 꺼려했다. 진무제가 이를 보고 웃자, 만분은 얼른 창 가에 가서 앉으며 다음과 같이 해명하였다.
   남쪽 오(吳)나라의 물소들은 더위를 매우 싫어하여, 여름이 되면 물속에 들어가 놀거나 나무 그늘에서 쉬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한낮의 뜨거운 태양입니다. 어쩌다 밤에 밝은 달을 보게 되면 그것이 태양인줄 알고 곧 숨을 헐떡이게 됩니다.

저도 오나라의 소가 달 보고 숨을 헐떡이는 것과 같은 경우입니다(臣猶吳牛, 見月而喘). 
吳牛喘月 이란  지레짐작으로 공연한 일에 겁을 내고 걱정함 을 비유한 말이다

요즘 걱정스런 일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은 건강의 적(敵). 희망을 갖고 차분하게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脫穎而出(탈영이출)
  脫(벗을 탈) 穎(이삭 영) 而(말 이을 이) 出(날 출)
 
  사기(史記) 평원군우경(平原君虞卿)열전의 이야기. 전국시기, 조(趙)나라 평원군(平原君)의 식객(食客) 모수(毛遂)는 3년여를 묵으면서,

이제껏 어떠한 재능을 발휘해 본적이 없었으므로,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기원전 257년, 진(秦)나라의 공격으로 조(趙)나라의 수도인 한단(邯鄲)이 포위되었다.

평원군은 효왕(孝王)의 명으로 초(楚)나라에 원군을 요청하러 가게 되었다.
출발하려는 순간, 갑자기 모수가 나서서, 초나라까지 수행하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모수는  군께서 저에게 좀더 일찍 기회를 주셨더라면,

저의 모든 재능이 일찍 드러났을 것입니다(乃穎脫而出). 라고 했다.
  이에 평원군은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데리고 초나라로 떠났다. 평원군은 초왕과의 협상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때, 모수가 한 손에는 칼을 뽑아 들고, 또 한 손으로는 초왕의 옷깃을 잡은채, 초왕을 설복시켜 동의를 얻어 내게 되었다.
脫穎而出 이란  모든 재능이 완전하게 드러남 을 비유한 말이다.   


  酒酸不 (주산불수)
  酒(술 주) 酸(실 산) 不(아닐 불)  (팔 수)
 
  한비자(韓非子) 외저설우상(外儲說右上)편의 이야기. 춘추시기, 송(宋)나라에 술을 만들어 파는 장씨(莊氏)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되를 속이지도 않고 손님에게도 매우 친절했으며, 술 빚는 솜씨 또한 훌륭했다.

뿐만 아니라 술집임을 알리는 깃발까지 높이 세워 두었다. 그러나 술이 팔리지 않아서 언제나 쉬어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장씨는 이를 이상하게 여겨 양천(楊 )이라는 유식한 노인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노인의 답은 이러했다.  바로 당신 집의 개가 너무 사납기 때문이오.  장씨는 술장사와 개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양천이라는 노인은 다시 설명하였다.  사나운 개가 술 사러 오는 사람들을 보고 짖어대고, 특히 아이들이 술 심부름을 왔다가 놀라 달아나는 판인데, 누가 감히 술을 사러 오겠소? 그러니 술이 시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오.
   酒酸不  란  경영 방법이 좋지 않거나 일처리가 잘못 되었음 을 비유한 말이다. 금융시장과 정치권에서 술 썩은 냄새가 난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나서서 책임지려는 이는 아무도 없다. 술장사는 술을 생각해서라도 당장 개를 없애고 손님을 맞아야 하는 법인데도 말이다.
  

  方 圓鑿(방예원조)
  方(모 방)  (자루 예) 圓(둥글 원) 鑿(구멍 조)
 
  전국시기, 진(秦)나라는 장의(張儀)의  연횡책 을 채용하여 소진(蘇秦)의  합종책 으로 대항하는 6국을 상대하였다.

천하를 통일하기 위해, 진나라는 빈번하게 6국을 침범하고 남쪽 대국인 초(楚)나라에 위협을 가하였다.
  초나라 회왕(懷王) 때, 굴원(屈原)은 동쪽의 제(齊)나라와 연합하여 진나라의 공격에 대항할 것을 주장하였으나,

초회왕의 어린 자식과 총희 등이 방해하였다. 결국 굴원은 관직마저 박탈당한 채 멀리 유배당하게 되었다.
  굴원의 제자인 송옥(宋玉)은 스승에게 닥친 이러한 일에 대해 비분(悲憤)을 억누르기가 어려웠다.

송옥은 자신의 억울한 마음을  구변(九辯) 이라는 시로 그려냈는데,

이 시 중에는  둥근 구멍에 네모난 자루(圓鑿而方 兮) 라는 대목이 있다.

이 표현은 굴원의 원대한 정치적 이상이 간신배들의 어두운 눈과 달라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읊은 것이다.
   方 圓鑿  또는  圓鑿方  는  양자가 서로 어울리지 않음 을 비유한 말이다.
막판 세 불리기에 열중인 각 당(黨). 질(質)보다 양(量)에 치중한 탓인지, 둥근 사람을 네모난 곳에 앉히고,

네모난 사람을 둥근 자리에 쑤셔 넣으려고들 하는 것 같다.
  

  人面桃花(인면도화)
  人(사람 인) 面(낯 면) 桃(복숭아 도) 花(꽃 화)
 
  당(唐) 맹계(孟棨)의  정감(情感) 이라는 시에 얽힌 이야기. 당나라 때, 최호(崔護)라는 매우 잘 생긴 젊은이가 있었다.

어느 해 청명(淸明)이던 날, 그는 혼자서 장안(長安)을 여행하다 성(城)의 남쪽에 이르렀다.
  그는 복숭아 꽃이 만발한 곳에 집 한채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물을 얻어 마시기 위해 대문을 두드렸다.

한 여인이 나와서 그에게 물 한 잔을 주었다. 꽃이 만발한 복숭아나무 아래에 선 여인은 마치 복숭아꽃 같았다.

최호와 그 여인은 상대의 뛰어난 모습과 아름다운 자태에 서로 반하였다.
  이듬해 같은 날, 최호는 다시 그 곳에 가서 그 여인을 찾았다. 집과 담은 옛모습 그대로였지만,

문은 이미 굳게 잠긴채 사람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에 최호는 시 한 수를 지어 사모하는 마음을 달랬으니...
   지난해 오늘 이 문안엔, 고운 얼굴 복숭화꽃 서로 붉게 비추었지(人面桃花相暎
紅). 고운 그 얼굴은 어디 가고, 복숭아꽃만 봄바람에 웃고 있네.
   人面桃花 란  한눈에 반한 뒤, 다시 만나지 못해 그리워하는 여인 을 비유한 말이다. 추워지는 날씨,

그리고 마지막 가는 가을.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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