惜誓
惜余年老而日衰兮, 歲忽忽而不反. 석여년로이일쇠혜, 세홀홀이불반.
내가 나이 들어 날로 쇠하는 것도 안타까운데 세월이 어느덧 흘러가서 돌아오지 않는구나.
登蒼天而高擧兮, 歷衆山而日遠. 등창천이고거혜, 역중산이일원.
푸른 하늘에 올라가 높이 떠 있으면서 많은 산을 지나 날마다 멀어져 가니
장강의 굽은 구석을 바라보기도 하며 사해의 출렁이는 것을 지나기도 하였네.
북극에 올라가서 쉬고 이슬을 마시면서 충성하는 마음을 채우고,
붉은 새를 날려서 앞서 달리게 하여 태일의 수레를 끌어 달리게 하였다.
왼쪽에는 창룡이 꿈틀거리며 오른쪽에는 백호가 달린다.
해와 달로 덮개를 삼고 옥녀를 뒤 수레에 태우기도 하였다.
캄캄한 속으로 힘차게 달려 곤륜산 터에 쉬나니
즐거움이 극에 이르러도 만족하지 않는 것은 신명나게 노닐고 싶기 때문이다.
단수를 건너서 세차게 내달리니 대하의 유풍이 오른쪽에 보이고
고니가 한 번 날아오르니 산천의 구석마다 알 수 있으며
두 번 오르면천지의 둥글고 모난 것까지도 보게 되는구나.
나라의 중앙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면 회오리바람에 의탁하여 배회하기도 하였고,
소원의 들판에 다다라 옆에 있는 적송자와 왕자교는
가야금을 안고서 음률을 가다듬고 나는 청상곡을 맞추었네.
깨끗한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뭇 기운을 마시고 높이 올라서
장생하여 오래 신선이 되고 싶지만 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만은 못할 것이다.
고니가 좋은 때를 잃고 머무르니 올빼미가 무리 지어 공격하고 억압하는구나.
신룡이 물을 잃고 땅에서 살아가니 땅강아지와 개미들이 못살게 괴롭히는구나.
고니와 신룡이 이와 같은데 현인께서 난세에 겪는 일이야 어떠하리요!
수명이 점점 다하여 날로 쇠잔하면서도 진실로 그대들은 머뭇거려 쉬지도 않고 아첨만 하는 구나.
속된 풍조를 쫓아 그치지 않으니 뭇 사악한 무리가 모여서 정직한 사람을 못 쓰게 만드네.
어떤 이는 투합하여 구차하게 나아가고 어떤 이는 은거하여 깊이 숨는데
무게와 분량을 다는 기구를 잘 알지 못하고 저울추와 지렛대를 똑같이 보고서 저울대에 달고 있구나.
어떤 이는 속세를 따라 어울리며 구차하게 영합하고 어떤 이는 두려워 않고 바른말을 하기도 하네.
바르게 살피지 못함이 진실로 애가 타니 띠와 실을 섞어서 새끼줄로 삼을거나.
때마침 세상이 어두워서 흑백을 구분 못하듯 선악을 전혀 모르고 있네.
산과 연못의 옥과 거북을 버리고 자갈돌을 서로 귀히 여기니,
매백이 자주 간하다가 소금에 절여지고 내혁이 간신으로 처신하여 등용되고 말았네.
어진 사람이 절개를 다한 것이 슬프니 오히려 소인에게 몰리게 되었네.
비간이 충간하다가 가슴이 도려내졌고 기자는 머리 묶고 미치광이 노릇하였으니,
물이 거꾸로 흘러 샘이 말랐고 나무는 뿌리가 빠져서 자라지 못하고 있네.
자신의 몸만을 중히 여기고 나라의 재난을 걱정하지 않으니, 이 몸은 아무 공로도 없이 애만 끓고있네.
아! 끝났도다. 봉황새가 높이 날아다니는 것은 보이지 않고
황폐한 들판에 모여 있네. 사방을 두루 돌아다니다가
덕 있는 임을 만나서 내려가리니, 저 성인의 성덕을 가진 분이
흐린 세상을 멀리하여 스스로 숨어 계시니,
기린이 얽매이어 갇힌다면 개와 양과 다를 바 무엇이리요.
[ 賈誼 ] 최연소 박사가 된 중국 전한 문제 때의 문인 겸 학자. 진나라 때부터 내려온 율령 ·관제 ·예악 등의 제도를 개정하고 전한의 관제를 정비하기 위한 많은 의견을 상주했다. 당시 고관들의 시기로 좌천되자 자신의 불우한 운명을 굴원(屈原)에 비유해 <복조부(鵩鳥賦)>와 <조굴원부(弔屈原賦)>를 지었다.
허난성[河南省] 뤄양[洛陽] 출생. 시문에 뛰어나고 제자백가에 정통하여 문제의 총애를 받아 약관으로 최연소 박사가 되었다. 1년 만에 太中大夫가 되어 진(秦)나라 때부터 내려온 율령 ·관제 ·예악 등의 제도를 개정하고 전한의 관제를 정비하기 위한 많은 의견을 상주하였다.
그러나 주발(周勃) 등 당시 고관들의 시기로 장사왕(長沙王)의 태부(太傅)로 좌천되었다. 자신의 불우한 운명을 굴원(屈原)에 비유하여 <복조부(鵩鳥賦)>와 <조굴원부(弔屈原賦)>를 지었으며, 《초사(楚辭)》에 수록된 <석서(惜誓)>도 그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4년 뒤 복귀하여 문제의 막내아들 양왕(梁王)의 태부가 되었으나 왕이 낙마하여 급서하자 이를 애도한 나머지 1년 후 33세로 죽었다. 저서에 《신서(新書)》 10권이 있으며, 진(秦)의 멸망 원인을 추구한 <과진론(過秦論)>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작품은 가의(賈誼)의 작품으로서 '약속하였는데 그 어긴 것을 슬퍼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王逸)
그 내용을 3단으로 나누어보면
첫 번째가 연로하지만 결백을 가지고 선인이 되더라도 고향에의 그리움을 노래한 것이고,
두 번째는 소인에게 고향이 지배되고 세상이 혼탁한 것을 한탄하고 상심해하는 노래이다.
마지막으로는 좋은 때에 出仕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멀리하곘다는 의지를 노래한 내용이다.
惜誓의 題意는 王逸에 의하면 '惜者 哀也. 誓者 信也, 約也.'라고 하였는데,
희왕이 자기와의 약속을 어긴 것을 애통해 하는 줄거리인 것이다.
王夫之는 屈原이 죽기로 맹세하고 있는 것을 애석히 여긴다고 풀이하기도 하였다.
한 예를 들자면 이렇게 해석한 것이다.
惜余年老而日衰兮, 歲忽忽而不反. 석여년로이일쇠혜, 세홀홀이불반.
내가 나이 들어 날로 쇠하는 것도 안타까운데 세월이 어느덧 흘러가서 돌아오지 않는구나.
푸른 하늘에 올라가 높이 떠 있으면서 많은 산을 지나 날마다 멀어져 가니
觀江河之紆曲兮, 離四海之霑濡. 관강하지우곡혜, 이사해지점유.
장강의 굽은 구석을 바라보기도 하며 사해의 출렁이는 것을 지나기도 하였네.
攀北極而一息兮, 吸沆諧以忠虛. 반북극이일식혜, 흡항해이충허.
북극에 올라가서 쉬고 이슬을 마시면서 충성하는 마음을 채우고,
飛朱鳥使先驅兮, 駕太一之象輿. 비주조사선구혜, 가태일지상여.
붉은 새를 날려서 앞서 달리게 하여 태일의 수레를 끌어 달리게 하였다.
蒼龍流揆於左參兮, 白虎騁而爲右飛. 창룡유규어좌참혜, 백호빙이위우비.
왼쪽에는 창룡이 꿈틀거리며 오른쪽에는 백호가 달린다.
建日月以爲蓋兮, 載玉女於後車. 건일월이위개혜, 재옥녀어후거.
해와 달로 덮개를 삼고 옥녀를 뒤 수레에 태우기도 하였다.
馳茂於杳冥之中兮, 休息 崑崙之墟. 치무어묘명지중혜, 휴식호곤륜지허.
캄캄한 속으로 힘차게 달려 곤륜산 터에 쉬나니
樂窮極而不厭兮, 願從容好神明. 낙궁극이불염혜, 원종용호신명.
즐거움이 극에 이르러도 만족하지 않는 것은 신명나게 노닐고 싶기 때문이다.
涉丹水而駝騁兮, 右大夏之遺風. 섭단수이타빙혜, 우대하지유풍.
단수를 건너서 세차게 내달리니 대하의 유풍이 오른쪽에 보이고
黃鵠之一擧兮, 知山川之紆曲, 황곡지일거혜, 지산천지우곡,
고니가 한 번 날아오르니 산천의 구석마다 알 수 있으며
再擧兮堵天地之環方. 재거혜도천지지환방.
두 번 오르면천지의 둥글고 모난 것까지도 보게 되는구나.
臨中國之衆人兮, 託回飇乎尙羊. 임중국지중인혜, 탁회표호상양.
나라의 중앙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면 회오리바람에 의탁하여 배회하기도 하였고,
乃至少願之野兮, 赤松王喬皆在芳, 내지소원지야혜, 적송왕교개재방,
소원의 들판에 다다라 옆에 있는 적송자와 왕자교는
二子擁瑟而調均兮, 余因稱乎淸商. 이자옹슬이조균혜, 여인칭호청상.
가야금을 안고서 음률을 가다듬고 나는 청상곡을 맞추었네.
澹然而自樂兮, 吸衆氣而昊翔. 담연이자락혜, 흡중기이호상.
깨끗한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뭇 기운을 마시고 높이 올라서
念我長生而久僊兮, 不如反余之古鄕. 염아장생이구선혜, 불여반여지고향.
장생하여 오래 신선이 되고 싶지만 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만은 못할 것이다.
黃鵠後時而寄處兮, 稚梟郡而制之. 황곡후시이기처혜, 치효군이제지.
고니가 좋은 때를 잃고 머무르니 올빼미가 무리 지어 공격하고 억압하는구나.
神龍失水而陸居兮, 爲漏蟻之所栽. 신룡실수이륙거혜, 위루의지소재.
신룡이 물을 잃고 땅에서 살아가니 땅강아지와 개미들이 못살게 괴롭히는구나.
夫黃鵠神龍猶如此兮, 況賢者之逢亂世哉. 부황곡신룡유여차혜, 황현자지봉란세재.
고니와 신룡이 이와 같은데 현인께서 난세에 겪는 일이야 어떠하리요!
壽漸漸而日衰兮, 固遷回而不息. 수점점이일쇠혜, 고천회이불식.
수명이 점점 다하여 날로 쇠잔하면서도 진실로 그대들은 머뭇거려 쉬지도 않고 아첨만 하는 구나.
俗流從而不止兮, 衆枉聚而矯直. 속류종이부지혜, 중왕취이교직.
속된 풍조를 쫓아 그치지 않으니 뭇 사악한 무리가 모여서 정직한 사람을 못 쓰게 만드네.
或偸合而苟進兮, 或隱居而深藏. 혹투합이구진혜, 혹은거이심장.
어떤 이는 투합하여 구차하게 나아가고 어떤 이는 은거하여 깊이 숨는데
苦稱量之不審兮, 同權皆而就衡. 고칭량지불심혜, 동권개이취형.
무게와 분량을 다는 기구를 잘 알지 못하고 저울추와 지렛대를 똑같이 보고서 저울대에 달고 있구나.
或推異而苟容兮, 或直言之嶽 혹추이이구용혜, 혹직언지악악악.
어떤 이는 속세를 따라 어울리며 구차하게 영합하고 어떤 이는 두려워 않고 바른말을 하기도 하네.
傷誠是之不察兮, 甁引茅絲以爲索. 상성시지불찰혜, 병인모사이위색.
바르게 살피지 못함이 진실로 애가 타니 띠와 실을 섞어서 새끼줄로 삼을거나.
方世俗之幽昏兮, 眩黑白之美惡. 방세속지유혼혜, 현흑백지미악.
때마침 세상이 어두워서 흑백을 구분 못하듯 선악을 전혀 모르고 있네.
放山淵之龜玉兮, 相與貴夫礫石. 방산연지구옥혜, 상여귀부력석.
산과 연못의 옥과 거북을 버리고 자갈돌을 서로 귀히 여기니,
梅伯數諫而至鹽兮, 來革順志而用國. 매백삭간이지염혜, 내혁순지이용국.
매백이 자주 간하다가 소금에 절여지고 내혁이 간신으로 처신하여 등용되고 말았네.
悲仁人之盡節兮, 反爲小人之所敗. 비인인지진절혜, 반위소인지소패.
어진 사람이 절개를 다한 것이 슬프니 오히려 소인에게 몰리게 되었네.
比干忠諫而剖心兮, 箕子被髮而祥狂. 비간충간이부심혜, 기자피발이상광.
비간이 충간하다가 가슴이 도려내졌고 기자는 머리 묶고 미치광이 노릇하였으니,
水背流而源竭兮, 木去根而不長. 수배류이원갈혜, 목거근이부장.
물이 거꾸로 흘러 샘이 말랐고 나무는 뿌리가 빠져서 자라지 못하고 있네.
非重軀以慮難兮, 惜傷身之無功. 비중구이려난혜, 석상신지무공.
자신의 몸만을 중히 여기고 나라의 재난을 걱정하지 않으니, 이 몸은 아무 공로도 없이 애만 끓고있네.
已矣哉! 獨不見夫鸞鳳之高翔兮, 이의재! 독불견부란봉지고상혜,
아! 끝났도다. 봉황새가 높이 날아다니는 것은 보이지 않고
乃集大皇之夜. 循四極而回周兮, 내집대황지야. 순사극이회주혜,
황폐한 들판에 모여 있네. 사방을 두루 돌아다니다가
見盛德而後下. 彼聖人之神德兮, 견성덕이후하. 피성인지신덕혜,
덕 있는 임을 만나서 내려가리니, 저 성인의 성덕을 가진 분이
遠濁世而自藏. 원탁세이자장.
흐린 세상을 멀리하여 스스로 숨어 계시니,
使麒麟可得紀而係兮, 又何異互犬羊! 사기린가득기이계혜, 우하이호견양!
기린이 얽매이어 갇힌다면 개와 양과 다를 바 무엇이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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