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214급 잠수함 도입하면 큰일난다고?

醉月 2008. 7. 31. 00:28

한국 때문에 뒤집어진 그리스, 그리스 때문에 출렁거린 한국

 

209급으로 1개, 214급으로 1개…도합 2개 잠수함 전단 구성
한국은 척당 3억3333만유로, 그리스는 4억5000만유로에 계약
올림픽 적자 본 그리스, 정부 적자 줄이려 무기 인수 거부
EU 회원국 유지 위해 성매매까지 GDP 통계에 넣은 그리스
그리스 사회당 정부, 리베이트 노리고 고가에 무기 도입?
해군이 유도한 최저낙찰제…HDW도 울고 현대도 울었다

2006년 북해에서 시험운항에 나선 그리스 해군의 214급 잠수함 . 국가부채 비율이 높은 그리스는 ‘파파니콜리스’로 명명한 이 잠수함의 인수를 돌연 거부해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해 12월 초 몇몇 신문은 해군이 추진하는 잠수함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기사를 내놓았다. ‘국방부와 해군은 독일 HDW(하데베) 조선소가 설계한 1800t급 잠수함의 도입을 늘리는 대신 국내에서 설계하기로 한 3000t급 잠수함 사업은 연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1800t급 잠수함은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이 고문으로 있던 현대중공업이 HDW의 설계도를 받아 건조하고 있다. 그리스는 한국에 앞서 같은 유형의 1800t급 잠수함을 독일에 주문했는데, 이 잠수함에 문제가 있어 인수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 이 기사의 핵심 내용이었다.

이 기사들은 1800t급 잠수함은 문제가 많은데 해군 출신인 윤 전 장관과 현대중공업 그리고 독일 HDW 조선소 사이에 검은 커넥션이 있어 국방부와 해군은 이 잠수함 도입을 늘리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대부분의 전략가가 꼽는 최고의 전략무기는 핵무기와 화학무기이다. 그러나 한국은 NPT(핵확산금지조약)와 CWC(화학무기금지협약) 가입국이기 때문에 이러한 무기를 가질 수 없다. 반면 북한은 NPT는 탈퇴했고, CWC는 가입한 적이 없어 핵무기와 화학무기를 제조 보유할 수 있다. 전략가들은 이렇듯 불평등한 현실에서 한국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전략무기는 잠수함이라고 단언한다. 잠수함은, 특히 스텔스 성능이 도입된 잠수함은, 최첨단을 달리는 현대과학을 활용해도 탐지하기 어려우니 한국처럼 강대국에 둘러싸인 나라는 잠수함 전력 확보에 진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盧 정권이 한 일은 다 잘못됐다?

잠수함의 효용은 전시에 극명하게 드러난다. 유사시 잠수함이 적국의 중요 항구가 있는 해안에 침투해 감응(感應)기뢰를 깔아놓으면, 석유를 비롯한 전략물자를 실은 선박이 들어오지 못해 적국은 전쟁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 잠수함은 전략시설이 있는 적국 해안 근처로 침투해 토마호크 같은 초정밀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하고 돌아올 수도 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날아온 초정밀 크루즈 미사일 공격을 받은 적은 혼란에 빠진다.

잠수함은 핵무장한 나라에 대해서도 이러한 공격을 퍼부을 수 있으므로 한국처럼 반(半)강제적으로 NPT와 CWC에 가입한 나라는, 잠수함 전력 확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몇몇 언론이 사업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3000t급 잠수함이 바로 한국형 크루즈 미사일 탑재를 목표로 하는 전략 잠수함이다.

공교롭게도 3000t급 도입을 연기하고 1800t급 도입을 증가하는 결정은 북한이 강행한 핵실험에 대해서는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고집스레 추진해 국가 안보를 불안하게 만든 노무현 대통령-윤광웅 국방장관 시절에 추진됐으니, 적잖은 사람이 의혹의 눈길을 보낼 만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노무현 정부의 국방부는 한미동맹과 국가안보는 약화시켰지만, 잠수함 분야에서는 긍정적인 기능을 했다.

 

재래식 잠수함의 절대강자 HDW

한국은 2006년 6월9일 현대중공업에서 몇몇 언론이 문제를 제기한 1800t급 잠수함 제1번함 진수식을 열고, 이 함정에 초대 해군 총참모장을 지내 ‘해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손원일 제독의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 한국은 1800t급 잠수함을 ‘손원일급’으로 부르나, 이 잠수함을 설계한 독일 HDW 조선소는 ‘214급’으로 부른다.

   

현재 해군은 제1번함을 장보고함으로 명명했기에 ‘장보고급’으로 부르는 1200t급 잠수함을 9척 보유하고 있다. 이 잠수함도 HDW 조선소에서 설계했는데, HDW는 이 잠수함을 ‘209급’으로 부른다. HDW가 새로 개발한 잠수함에 숫자로 이름을 붙이는 것은, 그들만의 전통이다.

제1,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은 키엘(Kiel)에 있는 조선소에 U-보트(독일어로는 ‘우 부트’로 읽는다)란 이름의 잠수함을 만들어, 연합국 해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U-보트는 우리말로는 ‘물속의 배’, 즉 잠수함을 뜻하는 독일어 Unter See Boot(‘운터 제 부트’. 영어로 표현하면 Under Sea Boat)를 축약한 것이다. U-보트를 만들던 키엘의 조선소가 바로 지금의 HDW 조선소다.

이 조선소에서는 지금 ‘U-보트 타입 212’ ‘U-보트 타입 214’ 등을 제작하고 있고, 과거에는 ‘U-보트 타입 206’과 ‘U-보트 타입 209’를 제작했다. 그런데 ‘U-보트’는 잠수함을 뜻하므로 세계 각국은 ‘U-보트’는 떼고 부르게 되었다. 즉 ‘타입 212’로 부른다. 타입 212는 우리말로는 212급이니 한국은 HDW가 제작한 잠수함을 ‘212급’ ‘214급’ ‘206급’ ‘209급’으로 부른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은 키엘의 조선소를 복구해 HDW로 명명하고, 이 조선소로 하여금 독일 해군용 잠수함을 만들게 했다. 독일은 한국 서해만큼이나 수심이 얕은 북해와 발틱해를 면하고 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戰犯)국가로 찍혀 있어 먼바다(遠海)로 나가 작전하는 공격용 잠수함 보유를 자제하고 있다. 발틱해와 북해처럼 수심이 얕고 가까운 바다(近海)에서 방어작전을 위주로 하는 작은 잠수함만 보유하고 있다.

작은 잠수함은 내부가 좁아 승조원의 생활이 매우 불편하고, 어뢰를 비롯한 무기와 식량을 많이 실을 수 없다. 따라서 원해에 나가 오랫동안 작전을 벌이지 못하고 근해에서 단기전을 펼치는 방어용 잠수함이 된다. HDW는 이러한 개념하에 작은 잠수함 제작에 착수하며, 스텔스 성능을 향상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스텔스란 적에게 피탐(被探)되는 확률을 낮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잠수함의 엔진과 스크루에서 나오는 소음을 최소화해야 한다. 오랜 노력 끝에 HDW는 이 기술을 개발해 가장 조용한 잠수함인 206급을 내놓았다. 독일 해군에 인도된 이 잠수함을 상대로 대잠전(對潛戰)을 펼쳐본 미국과 영국 해군은 이 잠수함의 정숙도(靜肅度)에 깜짝 놀랐다.

206급은 잠수정에 가까운 600t급이지만(대개 500t 이하를 잠수정, 이상은 잠수함으로 구분한다) 전략핵잠수함을 잡을 수 있었다. SLBM이라고 하는 핵무기를 탑재한 1만t급의 전략핵잠수함도 어뢰를 맞으면 압력선체(외피)가 깨지고, 깨진 틈으로 바닷물이 스며들어 결국 침몰하게 된다. 소음이 적은 206급 잠수함은 해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게릴라처럼 1만t급 잠수함에 접근해 어뢰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

   

스텔스 기능까지 갖춘 212급

2006년 6월9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손원일함 진수식. 이 잠수함은 2007년 2월9일부터 시험운항에 들어간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나라가 206급 잠수함에 주목했다. 이 나라들은 전범국가가 아니므로 원해 작전이 가능한 잠수함을 희망했다. 이러한 수요에 따라 HDW는 206급의 장점은 유지한 채 덩치를 키운 209급을 내놓았다. 209급 잠수함은 한국을 비롯한 13개국에 60척이 판매되는 공전(空前)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러는 사이 잠수함 제작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기존의 핵잠수함은 소음이 큰 것이 단점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소음을 결정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 이를 신형 핵잠수함인 ‘시 울프’급에 적용했다. 시 울프는 1만t급인데도, 소음은 209급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재래식 잠수함에도 혁명적인 기술 발전이 있었다. 재래식 잠수함은 디젤엔진을 가동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에 충전해놓았다가, 이 전기로 스크루를 돌려 잠항한다. 그런데 디젤엔진을 돌리면 잠수함 내 산소가 소모돼 승조원들은 산소 부족으로 질식하게 된다. 따라서 디젤엔진을 돌리면 바로 수면 근처로 부상해 외부 공기를 주입해야 한다.

이때가 재래식 잠수함으로서는 가장 위험하다. P-3C를 비롯한 초계기가 부상한 재래식 잠수함을 발견해 폭뢰를 투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폭뢰가 터지면 강한 수압이 발생하고, 이 수압이 잠수함의 압력선체에 균열을 일으킨다. 이 갈라진 틈으로 바닷물이 스며들어와 잠수함은 침몰하게 된다.

공기 주입을 위한 잦은 부상은 재래식 잠수함이 안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런데 우리말로는 ‘공기불요(不要)추진체제’로 번역되는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가 개발됨으로써, 2~3일에 불과하던 재래식 잠수함의 잠항 기간이 15일 정도로 늘어나게 되었다. AIP의 원리는 간단하다.

 

AIP와 FAS 탑재

물(H₂O)을 전기분해하면 수소(2H₂)와 산소(O₂)가 발생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AIP는 바닷물을 분해해 산소를 생산하고, 이 산소를 디젤엔진과 승조원에게 공급해 잠항 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것이다. AIP의 개발로 재래식 잠수함의 게릴라적 기능은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전파와 빛은 물속을 통과하는 데 한계가 있으나, 소리(음파 또는 초음파)는 상당한 거리까지 전달된다. 따라서 물속에서는 초음파를 이용해 물체를 탐지하는데, 초음파 탐지 장비가 바로 ‘소나’다. 그런데 초음파 중에는 ‘장파(長波)’ 또는 ‘초장파(超長波)’라고 하는 매우 큰 것이 있다. 초장파의 파장은 종종 206급이나 209급 잠수함보다 클 수 있는데, 자기보다 큰 초장파가 밀려오면 206급과 209급은 이를 탐지하지 못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게 해준 것이 ‘측면배열소나’로 번역되는 FAS(Flank Array Sonar)다. FAS는 ‘압력선체’라고 하는 잠수함 외피에 길게 설치되는 것이라, 초대형 장파를 탐지해낸다. AIP와 FAS 같은 장비를 추가하려다보니 206급은 너무 작아 HDW는 1200t 크기의 212급을 제작하게 되었다.

이 잠수함에 스텔스 성능을 강화한 기술이 추가되었다. 잠항하는 잠수함의 스크루 뒤에는 와류(渦流)가 발생하는데, 이 와류는 대형 고래가 힘차게 헤엄칠 때 생기는 와류보다 훨씬 크고 강하다. 적군은 소나를 통해 이러한 와류가 포착되면, 상대 잠수함이 침투한 것으로 판단하고 대잠전 태세에 들어간다. HDW는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와류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덕분에 저속으로 잠항하는 212급에서는 대형 고래가 헤엄치는 것보다 작은 와류가 발생한다.

또 다른 스텔스 기술도 채택됐다. 잠수함은 효용이 큰 무기이지만, 기뢰(機雷)에는 약한 특징이 있다. 기뢰는 한마디로 ‘물 위나 물속에 부설하는 지뢰’인지라, 잠수함과 접촉하면 바로 터진다. 이때 발생하는 센 수압이 잠수함 압력선체에 균열을 주고, 그 균열로 바닷물이 스며들어와 잠수함은 침몰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뢰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이 ‘감응(感應)기뢰’다. 감응기뢰는 스스로 물체를 탐지해내는 능력이 있다. 감응기뢰 가운데 성능이 가장 우수한 것이 자석(磁石) 기능을 갖춘 ‘자기(磁氣)감응 기뢰’다. 대개 잠수함의 압력선체는 특수강으로 제작되는데, 특수강은 자석이 붙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감응기뢰에 강력한 자석 기능을 부여하면, 이 기뢰는 잠수함이 나타나면, 스스로 잠수함 쪽으로 접근해 폭발함으로써 잠수함을 침몰시킨다.

   

HDW는 자기감응기뢰를 피하기 위해 212급의 압력선체를 자석이 붙지 않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압력선체를 만들면 특수강으로 제작할 때보다 제작비가 훨씬 많이 든다.

HDW는 독일 해군으로부터 이러한 기능을 갖춘 212급 잠수함 네 척 건조를 주문받아 2003년 제1번함을 진수한 후 시험운항을 거쳐 독일 해군에 인도했다. 이를 본 이탈리아 해군이 똑같은 212급 잠수한 두 척을 주문해 HDW는 212급 잠수함 여섯 척을 건조했다.

 

심해 작전용 214급 개발

기뢰는 기본적으로 천해(淺海)용 무기다. 얕은 바다는 회피 공간이 작아 잠수함은 감응기뢰가 접근해오는 것을 알아도 피하지 못해, 해를 입는다. 하지만 심해(深海)에서는 깊이 잠항함으로써, 접근해오는 기뢰를 피할 수 있다. 기뢰는 일정 수심대에서만 떠 있도록 제작된 것이라, 수압이 센 깊은 바다로 따라 들어가면 목표물과 접촉하지 못해도 수압 때문에 저절로 터져버린다.

동해처럼 심해에 접해 있는 나라의 잠수함은 감응기뢰를 피할 수 있으므로, 굳이 스테인리스 스틸로 압력선체를 제작할 필요가 없다. 대신 원해 작전에 필요한 더 많은 무장의 탑재를 요구한다. 209급 잠수함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사이 재래식 잠수함의 무장 분야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푼(Harpoon)은 함정에서 발사해 적 함정을 공격하는 대표적인 함대함(艦對艦) 미사일이다. 그런데 기술 발전 덕분에 잠수함에서도 적 수상함을 공격하는 미사일이 개발되었다. ‘잠대함(潛對艦)’ 미사일이 등장한 것인데, 그 대표가 하푼에서 발전한 ‘서브 하푼(Sub Harpoon)’이다. 한국 해군은 장보고급(209급) 잠수함 제7, 8, 9번 잠수함인 이순신(李純信·충무공 李舜臣 휘하에 있던 조선 수군 제독 이름), 나대용, 이억기함에 잠대함 미사일인 서브 하푼을 탑재했다.

2003년 한국 국방과학연구소는 미국제 하푼과 유사한 성능을 가진 함대함 미사일 ‘해성(海星)’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100여 발을 제작해 최근 건조 가 끝난 3500t급의 KDX-Ⅱ 구축함을 시작으로 주요 수상함에 탑재해오고 있다. 이어 국방과학연구소는 잠대함 미사일 개발에 착수했는데 이 사업도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과거의 어뢰 사거리는 수㎞에 불과했으나 요즘 어뢰의 유효 사거리는 18㎞다. 사거리가 길어진 것은 어뢰의 크기가 커졌음을 의미한다. 주요 국가들은 AIP와 FAS를 기본적으로 갖춘 상태에서 장거리 어뢰와 잠대함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 도입을 희망했다. HDW는 이러한 수요를 212급의 덩치를 키우는 것으로 해결했다. 그리하여 1800t으로 덩치를 키운, 그러나 특수강으로 압력선체를 만든 심해 작전용 214급을 내놓게 되었다.

214급 잠수함에 관심을 기울인 첫 번째 나라가 그리스와 한국이다. 한국은 북한 때문에, 그리스는 터키와의 갈등 때문에 이 잠수함 도입을 검토했다.

 

정권교체로 드러난 사회당 정권의 부정

대한해협을 사이에 둔 한국과 일본이 숙적 관계에 있듯이, 그리스와 터키는 기원전 12~13세기에 있었다는 트로이전쟁 시대부터 에게해(海)를 사이에 두고 갈등해왔다. 그리스는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투르크로부터 400여 년간 식민 지배를 당하다 1830년에야 독립했으므로 터키에 대한 적개심이 강한 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두 나라는 터키 남쪽에 있는 키프로스 문제로 예각(銳角)을 세워왔다. 키프로스는 터키 쪽에 더 가까이 있는 섬이지만, 인구는 그리스계가 8대1로 많았다. 두 나라가 이 섬 영유권을 놓고 다투자 미국과 영국이 개입해 1960년 이 섬을 키프로스공화국으로 독립시켰다. 하지만 터키와 그리스는 이 섬에 대한 심정적 영유권을 포기하지 않은 채 계속 대립했다.

이러한 문제 등으로 2001년과 2002년 두 나라 사이에 긴장이 고조됐다. 단순 국력을 비교하면 인구가 월등히 많은 터키가 그리스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국력의 열세를 느낀 그리스는 즉각 무력 증강에 박차를 가했다. 이 시기 그리스를 이끌던 세력은 ‘범(汎)헬레닉 사회주의운동당’이란 이름을 가진 사회당이다.

그리스의 사회당 정부는 신속한 전력 증강을 위해 독일 HDW사에 세 척의 214급 잠수함을 주문하고 이어 한 척을 더 주문했다. 레오파드 전차 제작사로 유명한 독일의 크라우스 마페이 베그만사에 신형 레오파드-Ⅱ 전차 제작을 발주하고, 독일 정부에는 당장 그리스 육군이 사용할 수 있도록 독일 육군이 사용해온 중고 레오파드-Ⅱ 전차 수출을 요구했다. 프랑스의 닷소사에는 15대의 미라지 전투기 제작을, 미국의 록히드마틴사엔 C-130 대형 수송기와 F-16 전투기용 자체방어 시스템을 주문했다.

   

그리스 목줄 조인 국가 부채

사회당 정부는 2004년으로 예정된 그리스올림픽도 함께 준비했다. 그리스 정부는 각종 경기 시설을 짓는 등 올림픽을 치르기 위한 예산으로 46억유로를 책정했는데 공사 지연과 물가 상승으로 실제로 61억 유로를 지출했다. 15억유로가 더 들어갔으면 방송중계료와 입장권 판매를 통해 이를 보전했어야 하는데, 이것도 실패해 그리스 정부는 상당한 부채를 떠안게 되었다.

올림픽은 2004년 8월에 열렸는데 이 행사가 있기 5개월 전인 3월, 그리스는 총선을 치러 10년 동안 권력을 장악해온 사회당이 물러나고 보수당인 신민당이 집권하는 권력교체가 이루어졌다. 10년 만에 권력을 장악한 보수당 정부는 권력 장악이라는 기쁨을 맛보기도 전에 올림픽 적자를 해결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WTO(세계무역기구) 창설 후 세계적으로 경제 블록 구성이 대세가 되었다. 유럽에서는 EU라고 하는 초대형 경제공동체가 탄생했는데, 그리스는 여기에 창설 멤버로 참여했다. 그 후 터키가 EU 가입을 희망했는데 EU 가입의 전제 조건 가운데 하나가 회원국 간의 갈등 종식이다. EU 가입이라는 목표 때문에 터키는 그리스 사이에 생긴 전운(戰雲)을 가라앉혔다.

EU는 또 회원국에 국가 전체 GDP에 대비한 그 나라 정부의 부채 비율이 3% 이하일 것을 요구한다. EUROSAT로 불리는 EU 통계청이 이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는데, EU 통계청은 2004년과 2005년 전체 GDP에 대비한 그리스 정부의 부채 비율을 6.9%와 4.5%로 추정했다. 이 때문에 EU 통계청은 그리스 정부에게 EU 회원국 자격을 유지하려면 2007년 말까지 이 비율을 3%로 이하로 낮추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2004년과 2005년의 그리스 정부의 부채 비율을 실사해보니 추정치보다 훨씬 높은 7.8%와 5.2%가 나왔다. 깜짝 놀란 EU 통계청은 그리스의 EU 회원국 유지가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는데, 그로 인해 그리스 경제는 크게 흔들리고 집권 보수당의 인기가 하락했다.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보수당은 부채 비율을 빠른 시간 내에 낮춰야 했다.

그리하여 채택한 묘안(妙案)이 지하경제를 조사해 국가 GDP에 포함시키는 것이었다. 그리스는 관광산업이 발달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지하경제의 규모가 큰 편이다. 그리스 정부는 성매매까지 포함된 지하경제 부분을 조사해 국가 GDP 규모를 25%가량 높여놓았다. 국가 GDP의 규모가 커지면 정부 부채 비율은 자연적으로 하락하므로 그리스는 2007년 말까지 정부 부채 비율을 3% 이하로 맞출 수 있게 된다.

그러자 EU 통계청이 “지하경제는 모든 나라에 있지만 그 어떤 나라도 이를 국가 GDP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며 그리스 정부의 통계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러한 때인 2006년 독일과 프랑스, 미국의 무기 회사들이 사회당 정부가 주문한 무기제작이 완료됐다며 대금을 지급하고 인수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인수하면 그리스 정부의 부채 비율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무기 가운데 개당 가격이 가장 비싼 것이 잠수함이다. 한국은 214급 잠수함을 전부 국내에서 건조했으나 그리스는 ‘파파니콜리스’로 명명한 1번함은 HDW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2번함부터 그리스 조선소에서 제작했다. 2005년 파파니콜리스함을 진수한 HDW는 자체 시험승조원과 그리스 해군 승조원으로 하여금 2006년 9월말까지 북해와 발틱해에서 시험운항을 펼치게 했다. 이 시험운항에는 그리스에 이어 214급 잠수함을 인수하기로 한 한국 해군 장교들도 참여했다.

 

212급 인수 거부한 그리스 속사정

시험운항이란 무기가 설계한 대로 제작됐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여기서 부족한 점이 발견되면 이를 보정하는 작업을 펼친다. 파파니콜리스는 대체로 설계한 기능을 만족시켰다. 그러나 일부 분야는 충족시키지 못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부상 항해 중 격랑이 일면 함체가 45도까지 기우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이 발견되자 HDW측은 무게중심을 다시 잡아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정부 부채에 부담을 느낀 그리스 정부는 HDW측에 잠수함 건조 비용 지급 시기를 2007년 이후로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닷소와 록히드마틴에도 똑같은 요구를 했다. 이에 대해 HDW측은 ‘잠수함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대금 지급 시기를 연기해주면 다른 나라에서 214급 잠수함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이런 일이 있은 직후 파파니콜리스함의 시험운항에 참여한 그리스 해군 요원들이 본국 훈령을 받고 돌연 철수해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그리스 언론에서는 ‘파파니콜리스함이 수상 항해 시 크게 기울어진다’는 등의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때 ‘포캐스트 인터내셔널(Forecast International)’이라는 잡지 2006년 제1분기호가 그리스 조야를 발칵 뒤집어놓는 기사를 게재했다.

   

그리스는 1999년 214급 세 척 도입을 계약하고 2002년 한 척을 더 주문했는데, 그리스가 네 척 도입을 위해 지급하기로 한 총금액은 18억유로였다. 한 척은 독일 HDW 조선소에서 짓고, 세 척은 그리스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은 그보다 1년 늦은 2000년 214급 세 척을 한국에서 건조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는데, ‘포캐스트 인터내셔널’지는 이때 한국이 지급하기로 한 금액은 12억7000만유로라고 밝혔다. 이 금액을 토대로 척당 가격을 비교해보면, 그리스는 척당 4억5000만유로에 계약하고, 한국은 4억2333만유로에 계약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치열한 경쟁 유도한 한국

1년 늦게 계약했으면 인플레 때문이라도 가격은 올라가야 한다. 더구나 한국은 그리스보다 주문 척수가 적은데도 척당 2667만유로나 싸게 계약했으니, 그리스 조야는 들끓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에서는 사회당 정부가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리베이트를 받는 조건으로 HDW측에 고가(高價)로 잠수함을 계약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그리스의 보수당 정부는 한국보다 높은 금액에 계약하게 된 이유를 속시원하게 밝히지 않았다. 그리스는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과 비슷한 2만달러 수준이지만 부채 척결의 의지는 한국보다 약했다. 대신 잠수함 인수 거부를 주 목표로 정한 듯 HDW측에 한 척을 무상으로 제공해달라는 엉뚱한 요구를 했다.

한국과의 가격 비교 문제로 그리스 조야가 발칵 뒤집혔을 때 몇몇 한국 언론이 그리스 언론 보도를 토대로 ‘한국이 도입하기로 한 동형의 214급 잠수함에 대해 그리스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도 부정한 관계를 통해 214급 잠수함을 도입한 것이 아니냐’는 투의 기사를 내놓았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그리스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은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이들은 “그리스가 왜 비싼 값에 214급을 도입하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은 ‘포캐스트 인터내셔널’이 공개한 것보다 훨씬 더 싼 가격에 HDW와 계약했다”고 주장한다.

2000년 한국은 국외분과 국내분으로 나눠 차기 잠수함 입찰을 실시했다. 먼저 실시한 것이 국외 입찰인데, 이 입찰에는 214급 잠수함을 개발한 독일의 HDW와 스콜핀 잠수함을 만든 프랑스의 DCNI, 고트란드 잠수함을 설계한 스웨덴의 코쿰사가 도전했다.

그런데 경쟁 도중 스웨덴의 코쿰사가 독일 HDW에 합병돼 경쟁은 독일-프랑스전으로 압축되었다. 많은 사람은 성능면에서 앞서 있고 209급 잠수함 아홉 척을 공급한 바 있는 독일 HDW사가 쉽게 이길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 해군과 국방부는 쉽사리 HDW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한국 해군과 국방부는 2000년 9월부터 11월 사이 무려 22번 입찰을 거듭하며 두 회사의 경쟁을 격화시켰다.

입찰이 거듭되자 여유를 부리던 HDW가 불안해졌다. ‘뭔가 있기 때문에 한국이 입찰을 거듭하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한국시장에서 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HDW측은 22번째 입찰에서 파격적으로 낮은 8억8000만유로를 써냈다. 당시 한국이 예상하고 있던 국외분 가격은 10억유로였는데, HDW는 거듭된 입찰에 말려 훨씬 더 낮은 가격을 내놓은 것. 그제서야 한국은 HDW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국은 HDW측을 상대로 “가격을 더 깎아주지 않으면 재입찰을 할 수도 있다”고 몰아붙이고, 한편으로는 “한국은 214급 세 척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더 도입할 수도 있다”는 당근을 제시하며 1대 1 협상을 벌여, 다시 7억8840만유로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7억8840만유로는 당시 환율로 7887억원이었다.

 

출혈 경쟁 무릅쓴 현대중공업

그리고 대우해양조선과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국내분 경쟁 입찰에 들어갔다. 대우는 209급(장보고급) 잠수함을 건조한 실적이 있고, 현대는 잠수함을 건조한 실적이 없어 많은 사람은 대우가 승리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현대는 ‘잠수함 사업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의지 탓에 출혈 도전을 감행했다.

당시 해군이 생각한 국내분 예정가격은 3000억원이다. 그런데 두 회사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져 가격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떨어졌다. 최종 입찰에서 대우는 2000억원을 써냈는데 현대는 그보다 428억원이 적고 예정가의 절반 정도인 1572억원을 적어냈다. 최저가격 낙찰제였으므로 경쟁의 승리자는 현대중공업이 되었다.

   

애초 해군은 ‘KSS-Ⅱ’ 또는 ‘장보고-2’로 명명된 이 사업의 규모를 1조3000억원(국외분 1조원, 국내분 3000억원) 정도로 예상했다. 그런데 혹독한 경쟁으로 총 사업비를 예정가의 72% 수준인 9459억원으로 낮추게 되었다. 외화로 따지면 총사업비는 10억유로도 되지 않은 것이다. 그 후 유로화의 환율이 올라 사업비가 다소 늘어나긴 했지만, 10억 유로를 토대로 척당 도입가를 계산하면 한국은 대략 척당 3억3333만유로로 214급을 도입한 것이 된다.

그러나 이때 해군은 실제 계약가를 공개하지 않고 애초 해군이 예상했던 가격에서 조금 낮춘 1조2700억원을 KSS-Ⅱ 사업비로 발표했다(KSS-Ⅱ의 실제 가격이 1조원(10억유로)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신동아’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한국은 ‘포캐스트 인터내셔널’이 보도한 척당 가격 4억2333만유로보다 9000만유로가 더 싼 3억3333만유로에 214급을 도입했던 것이다.

그리스가 네 척 도입하는 대가로 지급하기로 한 18억유로는 한국 처지에서 계산해보면 다섯 척을 도입하고도 1억유로가 남는 돈이다. ‘포캐스트 인터내셔널’이 이 사실을 알고 더 정확한 보도를 했더라면, 그리스 조야는 더욱 시끄러워졌을 것이다. 이런 형편이니 한 척을 무상으로 달라고 하는 그리스 정부의 요구는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리스는 한국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한 것이 밝혀져 뒤집어진 것인데, 한국의 일부 언론은 반대로 그리스 사례를 거론해 한국이 HDW와 잘못 거래한 것처럼 보도했다. 한국이 214급 도입을 결정한 2000년은 노무현 정부가 아니라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다. 이때 윤광웅 전 국방장관은 현대중공업의 고문이었으므로 현대가 214급 잠수함 국내 건조업체로 선정되는 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HDW와 계약을 체결할 당시 한국은 214급 세 척 건조를 통해 잠수함 설계 능력을 익히고 이어 한국형 토마호크와 한국형 잠대함 미사일을 탑재하는 3000t급 잠수함을 독자 설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HDW의 설계도를 받아 214급을 건조하는 사이 국방과학연구소는 세 척 건조 경험으로는 설계 능력을 익힐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HDW측은 싼 값에 214급을 제공하는 만큼 설계기술 이전에 난색을 표했다.

 

2개 전단, 18척 잠수함 전력

이러한 때 해군은 ‘잠수함 전력을 어느 규모로 구성해야 하는가’란 문제를 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두 개 전단급인 18척으로 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현재 해군은 장보고급 잠수함 아홉 척으로 한 개 전단(제9전단)을 운영하고 있다. 장보고급 잠수함 세 척을 묶어 대령이 지휘하는 전대(戰隊)를 만들고, 전대 세 개를 묶어 준장이 이끄는 한 개 전단(戰團)을 구성한 것이다. 해군은 주변국의 잠수함 세력을 고려해 빠른 시간 내에 잠수함 전단을 두 개 만든다는 결정을 내렸다.

현재 일본 해상자위대는 16척의 잠수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잠수함의 수명을 16년으로 정해놓았다. 16년이 지나면 기름칠을 해서 밀봉 보관하고 새로 잠수함을 만드는 것이다. 유사시가 되면 해상자위대는 밀봉한 잠수함을 꺼내 바로 전력화하므로 일본의 잠수함 전력은 순식간에 두 배로 불어난다.

북한도 대단한 잠수함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장보고급과 크기가 비슷한 로미오급 잠수함을 일곱 척 도입한 사실이 있다. 그리고 자체 조선소에서 로미오급 모방 건조에 들어가 도합 22척을 보유하게 되었다. 500t급인 상어급 잠수정 여섯 척을 자체 건조한 사실이 있고, 유고에서 100t급인 유고급 잠수정을 도입하고, 이어 북한 내부에서 이 잠수정을 모방 생산한 사실도 있다. 해군은 이렇게 도입되거나 건조한 북한의 총 잠수함정이 66척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미국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을 갖고 있는 잠수함 강국이다. 한국은 잠수함 강국에 둘러싸여 있어 잠수함 전력 증강이 불가피하다. 해군은 잠수함의 종류가 다양해지면 정비와 후속 군수지원이 복잡해지니, 성능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공급받은 HDW사의 214급 여섯 척을 추가 도입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군이 경쟁입찰을 하지 않고 설계기술을 이전하는 조건으로 척당 가격은 2000년 3척을 도입할 때의 가격에 물가 상승분을 더하는 것으로 수의계약하자고 하자 HDW는 이를 수용했다. HDW로서는 낮은 가격이 불만스러웠지만 여섯 척이라는 물량 확보에 주목해 수용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2000년 HDW와 경쟁하던 프랑스의 DCNI사는 입찰조차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퇴출 위기에 몰린 佛 스콜핀 잠수함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세계 10위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는 한국은 ‘세계 무기 시장의 시험소’다. 한국시장에서 승리한 무기는 이후 다른 나라의 경쟁에서도 승리해 베스트셀러가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F-16과 F-15다. F-16은 엔진이 한 개인데도 한국시장에서 엔진이 두 개인 F/A-18을 이겼다. 그 후 F-16은 개량을 거듭해 3000대 이상 팔린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F/A-18의 시장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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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이 펼친 FX사업에서는 ‘오래된 전투기’라는 비난을 받았던 F-15가 프랑스의 라팔과 유럽 4개국의 유러파이터를 따돌리고 승리했다. 그 후 F-15는 싱가포르 시장에서도 승리해, 오히려 지금은 시장 확보에 실패한 라팔이 퇴출 위기에 몰렸다. HDW는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한국시장에 아홉 척의 214급을 수출하게 됨으로써 대단한 선전 효과를 얻었다. 반면 프랑스 DCNI 사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해군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한 척씩 모두 여섯 척의 214급을 도입하는데, 그때마다 국내분 경쟁을 시키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대우와 현대로 하여금 매년 최저가 입찰에 부치겠다고 한 것인데, 이는 두 회사 모두 잠수함 건조와 설계능력을 갖추게 하기 위한 배려다. 그러나 2000년처럼 경쟁이 격화되면 두 회사 모두 부실 공사를 할 수 있으므로 완전 최저낙찰제는 지양한다.

214급 도입이 끝나면, 바로 한국형 크루즈 미사일을 탑재한 3000t급 한국형 잠수함 건조에 들어가 2017년쯤 제1번함을 진수한다. 3000t급 잠수함은 아홉 척 건조돼 이때쯤 수명이 다하는 장보고급 잠수함 아홉 척을 차례로 대체한다.

한국은 민간용 선박 건조에서는 세계 1위 국가이므로 빠른 시간 내 잠수함 설계 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설계기술을 갖춘 것과 핵심 부품을 제작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3000t급 잠수함 설계기술을 갖췄다고 해도 핵심부품은 HDW 등 독일 회사에서 도입해야 한다. HDW로서는, 민간용 선박 건조 1위국인 한국에 잠수함 설계기술을 넘기는 것은 잠재적인 경쟁국을 키우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설계기술을 넘겨줘도 HDW는 여전히 잠수함 업계의 강자로 남을 수 있고, 한국과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어 한국의 제안을 수용했다.

지난해 6월9일 손원일함을 진수한 뒤 해군은 정박한 상태에서 다양한 시험을 펼쳤다. 그리고 오는 2월9일부터는 이 잠수함을 큰 바다로 끌고 나가 시험운항을 한다. 이 시험운항은 장차 손원일함을 조함(操艦)할 손원일함 승조원들이 맡는데, 해군은 시험운항을 정밀하게 추진하기 위해 이들을 독일로 보내 HDW가 그리스 해군을 위해 제작한 파파니콜리스함 시험운항에 참여케 한 바 있다. 이때 우리 승조원들은 그리스 해군 장교들이 파파니콜리스함의 성능이 뛰어나다는 찬사를 하는 것을 들었다.

 

현실 왜곡한 보도

그런데 본국의 훈령이 있자 이들은 일제히 철수하고 이어 그리스 언론에 이 잠수함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전후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해군은 그리스가 내부 사정 때문에 혼란에 빠졌다고 판단했다.

2월9일부터 시작되는 시험운항에서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한 한국의 KSS-Ⅱ 사업은 성공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훈장을 달아줘야 할 사람들에게 실정(失政)을 거듭한 노무현 정부를 연결시켜 의혹의 눈길을 보낸 몇몇 언론의 보도는 현실을 왜곡한 유감스러운 처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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