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울릉도 불침항모 만들어 ‘日本海’ 가라앉혀라

醉月 2008. 7. 31. 00:53

동해 제해·제공권 확보와 울릉도·독도 개발을 위한 제언

 

울릉도, 독도는 서로 보이는 거리에 있다
도동 중심상가 평당 지가 1000만원
일본 오키섬에는 공항이 있다
울릉도에 군항(軍港)과 공항 만들어야
독도 관광객 위해 방파제, 안전통로 필요
독도 해치는 주범은 사람과 헬기장
44년 건설하고도 완성하지 못한 45㎞ 일주도로

울릉도의 주거지는 대부분 해안에 몰려 있다. 중심지인 울릉읍 도동은 해안에서 시작되는 골짜기에 들어서 있는데, 그곳엔 포항이나 묵호(동해시)에서 들어오는 여객선을 위한 항구(도동항)가 있다. 도동(道洞)은 이름 그대로 도동항에서부터 300여 m쯤 가파르게 올라가는 좁은 도로를 따라 형성된 ‘도심(?)’이다.

울릉도 성인봉은 해발 984m이다. 성인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도동 끝자락에서 시작된다. 이정표엔 거리가 4.3km로 씌어 있다. 도동항에서부터 따진다면 5km가 조금 안 될 것이다. 해발 1000m에 육박하는 산 정상까지의 등산로가 5km도 되지 않는다면 매우 가파를 것이다.

성인봉이 초행인 기자는 1시간10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사진을 찍으려고 가끔씩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면 3분 정도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중턱에서 꼭 찍고 싶은 것을 보았다. 정상 좌측에 있는 공군 레이더 기지를 발견한 것. 그러나 울창한 나뭇가지 때문에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시야가 트인 곳을 찾아 더 올라가보자’는 희망과 ‘더 올라가면 사진을 찍기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염려 사이에서 망설이다 후자를 선택했다. 그것이 실수였다. 정상을 향한 능선에는 철쭉 등 관목만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뜻밖에 키 큰 교목이 늘어서 있었다.

그런데다 반대편 산록에서 ‘스르륵’ 넘어온 안개가 한순간에 시야를 가렸다. 그 안개를 뚫고 찾아간 정상에서 10여 m 떨어진 곳에 ‘전망대’라는 공간이 있었다. 맑은 날 독도가 잘 보이는 곳이라는데, 안개 때문에 발 아래 계곡도 보이지 않았다. 독도를 찍기 위해 성인봉 정상에 올라간 것인데 동해 용왕은 이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리….’ 할 일이 없어진 기자는 다시 뙤약볕이 쏟아지는 도동으로 내려왔다. 하산 도중 이따금 뒤 돌아보며 레이더 기지를 찾아봤지만 그것도 실패했다. ‘독도는 정성이 부족한 자들에겐 함부로 허락하지 않는다.’

 

갈매기똥을 맞다

독도를 배경으로 삼봉호 선상에서 독도시 낭송회를 연 한국시인협회 회원들.

“탁~”

마른하늘에 날벼락은 아니었지만 맑은 하늘에서 떨어진 물방울 하나가 왼쪽 어깨를 때렸다. 빗방울치고는 매우 굵게 느껴져, 카메라 파인더에 고정돼 있던 눈을 반사적으로 돌렸다. 그 순간 얼굴에 튀긴 물방울이 ‘희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은 투명해야 하는데, 왜 흰색이지?…’ 1초 후 해답이 저절로 찾아졌다.

물방울이 아니라 갈매기의 똥을 맞은 것이다. 냄새는 나지 않았다. “제기랄!”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한 손님이 연방 공중으로 새우깡을 던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삼봉호를 따라온 괭이갈매기들은 허공에서 날렵하게 새우깡을 낚아채갔다. 그분을 향해 심통을 부렸다.

“갈매기떼 때문에 독도를 찍을 수 없잖아요. 나중에 던져주시죠.”

   

울릉도에서 두 번째로 일어난 뺑소니 사고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

다시 파인더로 눈을 돌렸지만 좀체 갈매기떼는 떠나가지 않았다. 갈매기가 파인더 앞을 지나가면 카메라의 자동 초점조절장치는 갈매기에 초점을 맞춰 선명한 독도를 찍지 못한다. 그때 오세영 한국시인협회장이 ‘독도’란 제목의 시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눈보라 휘날리고 파도가 거칠어질 때마다/ 네 안부가 걱정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믿는다/ 네 사는 그 곳을/ 어떤 이는 태양이 새 날을 빚고/ 어떤 이는 또 무지개가 새 빛을 품는다 하거니/ 태양과 무지개의 나라에서 어찌/ 눈보라 비바람이 잦아들지 않으리/ 동해 푸른 바다 멀리 홀로 떠 국토를 지키는 섬/ 내 사랑하는 막내아우야.”

삼봉호에는 한국시인협회 회원들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독도 시인’으로 유명한 편부경씨의 주선으로 독도의 기운을 느껴보기 위해 입도(入島) 허가를 받고 찾아왔다. 그러나 거친 파도 때문에 삼봉호는 독도 접안에 실패해 독도 동도(東島) 정상에서 해야 할 시 낭송회를 삼봉호 갑판에서 한 것이다.

삼봉호의 발동음은 잦아들고, 호흡을 위해 시 낭독이 끊긴 공간을 갈매기의 울음과 날갯짓 소리, 그리고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가 메웠다. 시인들은 숙연히 국토의 막내를 느끼려고 집중했다. 화첩을 꺼내 스케치하는 사람도 있었다. 충남 금산에서 온 임영봉 시인은 인삼으로 만든 사탕과 초콜릿, 쿠키를 돌렸다. 그는 “독도에 주둔한 경비대원들에게 주려고 싸들고 왔는데 전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오 회장에 이어 김문중 시인과 신협 시인도 독도에 관한 시를 발표했다(성우로 활동하는 박상경씨가 대신 낭독). 갑판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독도의 노래-. 너울너울 뱃전은 흔들리고 덩달아 독도도 기분 좋게 오르내렸다. 독도의용수비대가 활동한 1954년부터 반세기 동안 독도는 피로써 지켜내야 하는 결의에 찬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시심(詩心)이 맴도는 곳이다.

 

범인 못 잡는 뺑소니 사고

정윤열 울릉군수가 강조하지 않았다면 도동항 입구에 내걸린 그 현수막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목격자를 찾습니다!!(제보 보상금 3000만원)/ 지난 4월12일 새벽 1시~3시30분 사이 저동 내수전 화력발전소 부근 뺑소니… 연락처 ○○○-○○○○’

플래카드는 울릉도 역사상 두 번째로 일어난 뺑소니 사고의 목격자를 찾고 있었다. 울릉도에는 일주도로 공사를 시작한 1970년대에 처음으로 자동차가 들어왔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1997년 초등학생을 숨지게 한 뺑소니 사고가 처음 일어났으나, 사고 운전자는 6시간 만에 자수했다. 울릉도에서 사고를 낸 사람은 도망칠 수가 없다. 항구만 막아버리면 ‘독 안에 든 쥐’ 신세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올해 4월 두 번째로 뺑소니 사고가 일어났는데, 그 사이 울릉도민의 심성이 거칠어졌는지 범인이 자수하지 않고 있다.

경북 구미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배모(17)군은 사고 전날 고향인 울릉도에 들어와 생일을 맞은 친구들과 놀고 혼자 귀가하다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배군은 차에 치이면서 끌려간 듯 사고 현장엔 17m에 걸쳐 핏자국이 남았다. 사고 조사에 참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배군의 옷에서 은빛 가루를 검출했는데, 이것이 유일한 단서다.

울릉도는 4508가구에 인구는 1만88명인데, 이 중 20세 이상이 8450명이다. 등록된 자동차는 3168대이고, 이 가운데 흰색 승용차와 SUV 차량은 800여 대다. 뺑소니 사고가 일어나자 울릉경찰서는 전담반을 편성해 울릉도 내 흰색 차량 전체와 포항이나 묵호로 연결되는 카페리에 승선하는 자동차를 샅샅이 검색했으나 혐의 차량을 찾아내지 못했다.

1997년만 해도 울릉도 사람들에게 뭍은 머나먼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휴대전화 덕분에 순식간에 뭍에 있는 사람과 연락할 수 있다. 위성방송 덕분에 울릉도민도 서울 강남의 유흥가를 무대로 한 폭력사건 보도와 부잣집 가족의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똑같이 볼 수 있게 됐다.

대처 사람의 눈에는 도동항 입구가 촌스럽게 비칠지 몰라도 이곳의 상권은 ‘정말’ 대단하다. 이곳에서 팔리는 호박엿과 오징어, 묵나물, 각종 회와 약(藥)소불고기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평당 땅값이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와 비슷한 1000만원대라고 한다.

지난해 울릉도 방문객은 21만1735명이었다. 성수기인 8월에는 무려 4만1054명이 찾아왔다. 울릉도 주민보다 네 배 이상 많은 사람이 한 달 동안 울릉도를 휩쓸고 간 것이다. 성수기에는 하루에 최대 3535명이 울릉도에 들어왔다. 떠나는 출도자보다 들어오는 입도자가 많으면 울릉도 체류자가 늘어난다. 지난해 최대 하루 체류자 수는 울릉도 전체 인구의 80%가 넘는 8053명이었다. 거주자 반, 여행자 반. 이제 울릉도 주민은 과거처럼 순박하지 않다. 이재에 밝은 도시민 못지않게 영악하다.

   

평당 땅값이 1000만원에 달하는 도동항 입구 상가촌.

울릉도는 뱀과 도둑, 공해가 없다 하여 3무(三無)의 섬으로 불렸으나 지금은 뱀 빼고 다 있다. 과거에는 쥐와 모기도 없었다는데 배를 타고 들어왔는지 제법 바글거린다고 한다. 또 향나무, 바람, 미인, 물, 돌이 많아 5다(五多)의 섬으로도 불렸는데, 요즘은 미인을 찾기 힘들다고 한다. 여기서 미인은 얼굴이 예쁜 여성이 아니고 마음이 착한 사람일 것이다.

울릉도는 분명히 육화(陸化)하고 있다. 이러한 울릉도를 향해 ‘신비의 섬’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은 어른더러 ‘어린아이가 되라’고 하는 것만큼 어려운 주문이다. 울릉도 사람들도 대한민국이라는 큰 문화 속에 편입돼 누리고 살 권리가 있다.

 

독도 東島의 인구밀도, 서울과 비슷

섬 특유의 신비감을 떨어뜨리는 육화 현상은 독도에서도 발견된다. 독도는 크게 동도와 서도로 나뉘는데, 전투경찰이 주둔하는 동도에 올라가면 빨간 우체통을 볼 수 있다. 우체통이 있다는 것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뜻이다. 91개의 섬으로 구성된 독도에는 799-805라는 우편번호와 함께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산 1번지에서 96번지까지의 주소가 부여돼 있다. 섬 숫자보다 번지수가 많은 것은 한 섬에 여러 가구가 있음을 뜻한다.

동도엔 전경대 막사와 포항지방항만청이 운영하는 등대가 있으니 번지가 따로 부여될 수밖에 없다. 서도에도 서도 전체 번지와 함께 서도를 주거지로 한 유일한 독주 주민 김성도씨네를 위해 또 하나의 번지가 부여돼 있다. 서도의 어민 숙소도 별도의 번지를 갖고 있다.

요즘 시골은 주민은 물론이고 호적을 둔 사람도 줄어들지만 독도만은 예외다. 지난 2월말 현재 독도에 주소를 둔 주민은 1가구 3명(김성도씨 가족)이고 독도를 호적지로 한 사람은 무려 619가구 2066명이다. 독도를 본적지로 하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다.

울릉군은 1개 읍 2개 면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세력이 가장 약한 북면은 605가구에 인구가 1303명이다. 독도를 본적지로 한 인구는 북면의 상주인구보다 월등히 많다. ‘독도 사랑’이 없으면 이러한 현상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

독도는 거주자가 너무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독도에서 주로 사람이 거주하는 동도의 면적은 7만3297㎡이다. 이곳에 40여 명으로 편성된 전경 소대와 3명의 독도 등대원이 상주한다. 43명을 상주인구로 잡을 경우 동도의 1㎢당 인구밀도는 587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대한민국의 평균 인구밀도가 490명이 안 되는데, 동도의 인구밀도는 그보다 높은 것이다.

7만3297㎡의 동도 대부분은 괭이갈매기도 둥지를 틀기 힘든 기암절벽이 차지한다. 전경들과 등대지기는 해발 98.6m인 동도 정상 부근에서 생활한다. 정상 부근의 면적은 3000㎡ 정도인데, 이를 토대로 1㎢당 동도의 인구밀도를 계산해보면 1만4333명이라는 답이 나온다. 지난해 서울의 인구밀도가 1만7103명이었다. 동도의 정상이 서울만큼 바글거린다면 인구 과밀이 초래하는 일반적인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43명의 상주자로부터 나오는 배설물과 쓰레기 처리다. 2004년 경주대 울릉학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동도에서는 하루 평균 4.35㎥의 폐수와 38ℓ의 분뇨, 그리고 월평균 1.27㎥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한다. 이들의 숙소에는 발전과 난방을 위해 유류를 저장해야 하는데, 유류 탱크에 기름을 넣고 빼는 과정에서도 오염이 발생한다.

2005년 일반인의 독도 방문이 허가된 후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조업을 하던 어민들이 남긴 폐그물, 그리고 독도에서 공사를 한 업체가 버린 자재의 양도 적지 않다. 2003년 독도 주변 바다를 청소했을 때 폐그물 910㎏과 철제관 2300㎏, 일반 쓰레기 620㎏이 수거됐다. 요즘도 독도에는 해양 폐기물을 치우는 선박이 찾아와 작업을 한다.

괭이갈매기의 사체와 배설물은 자연 정화할 수 있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오·폐수와 분뇨도 어느 정도까지는 자연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인총(人總)이 너무 많으면 여의치 않다. 비닐처럼 썩지 않는 물건은 독도의 거센 바람과 파도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독도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시작한 상주(常住)가 독도를 오염시키고 있다. 사람 손을 탈수록 독도의 신비감은 사라진다.

지난해 울릉도를 찾은 사람의 36%가 독도 방문을 시도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가고 싶어 하는 독도의 자연을 유지하면서 독도를 마음껏 즐기게 할 방법이 없을까. 독도 관광을 매개로 울릉도의 경기를 진작시킬 방법은 없을까.

   

독도의 우체통. 독도는 799-805라는 우편번호를 갖고 있다. 오른쪽은 독도 동도 정상을 짓누르듯이 건설된 전경대 막사와 헬기장 등대. 동도는 인구 과밀로 신음하고 있다.

울릉도는 관광객이 뿌리는 돈을 전부 쓸어 담지 못하고 있다. 울릉도를 찾는 사람은 거개가 묵호나 포항 등지에서 1박을 하고 울릉도행 배에 오른다. 1박을 하는 날 대부분 음주를 즐긴다. 울릉도에서 풀어야 할 돈과 신명을 뭍에서 풀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울릉도에 도착해 한 차례 독도 방문을 시도한다. 그런데 독도로 찾아가는 뱃길은 울릉도를 찾아오는 뱃길보다 험한 편이다.

뭍에서 울릉도, 울릉도에서 독도까지의 뱃길에 시달리고 나면 나이 든 관광객은 돌아갈 뱃길이 끔찍하게 여겨져 울릉도에서는 별다른 관광을 하지 않으려 한다. 이러니 울릉도의 관광산업은 도내(島內) 전체로 확산되지 못하고 도동항에 집중하고 만다. 북면은 벽촌이고 도동은 서울이 되는 것이다.

독도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울릉도가 부유해진다. 울릉도의 부가 독도 때문에 창출된다면 울릉도 사람들은 앞장서서 독도를 지키려 할 것이다. 울릉도와 독도는 공동운명체다. 독도 영유권을 분명히 하고 울릉도와 독도의 신비감을 유지하면서도 관광객이 좀더 쉽게 독도와 울릉도를 체험하게 해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안보와 관광을 결합한 전략으로 그 방법을 모색해보자.

 

동해의 제해·제공권부터 확보해야

독도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는 선박.

먼저 독도 영유권을 확고히 하는 문제다. 앞에서 밝혔듯, 독도에는 전경 1개 소대가 두 달 주기로 주둔한다. 이 전경 소대는 경북경찰청 직속의 울릉경비대(중대급)에 속한 부대다. 울릉경비대는 4개 소대로 편성돼 있는데, 이 4개 소대가 돌아가면서 두 달씩 독도에 파견 근무를 하는 것이다.

독도에 파견된 전경 소대를 ‘독도경비대’로 부른다. 독도경비대가 보유한 가장 큰 무기는 구식포다. 일본이 넘보는 독도에 왜 구식포만 설치했냐고 따지는 사람이 있겠지만, 동도는 공간이 좁아서 큰 무기는 설치할 수 없다. 육군 사단이나 군단에 배치한 105㎜나 155㎜ 포는 끌고 올라올 수도 없고, 끌고 올라온다 해도 이를 발사할 때 일어나는 진동을 동도가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독도는 신생대 때 바닷속 화산 분출로 만들어진 섬인지라 오랜 풍화작용으로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다. 실제로 독도 주변에는 무너져 내린 굴이 적지 않다. 이러한 곳에서 포를 쏘는 것은 섬을 해치는 자살행위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독도경비대는 유사시 독도 상륙을 시도하는 세력과 소총전을 벌이는 것 외엔 이렇다 할 작전을 할 수가 없다. 상대가 독도에 상륙하는 상황은 곧 그들이 제해권(制海權)을 가져갔음을 의미한다. 제해권을 장악하면 자동으로 제공권(制空權)도 확보되니 상대는 항공기를 띄워 독도경비대를 공격할 수 있다. 독도 경비대는, 상륙하는 상대는 보지도 못하고 전멸하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독도 영유권 다툼이 첨예할 때 일각에서는 가장 강력한 해병대를 독도에 주둔시키라고 요구했는데, 제해권과 제공권을 뺏기면 해병대도 똑같은 결과를 맞는다. 독도 영유권을 분명히 하고 싶다면 특수부대를 독도에 상주시킬 것이 아니라 동해의 제해권과 제공권부터 확보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독도는 풍화작용으로 무너져 내리는 곳이 많다. 바위틈이 얼마나 더 벌어지는지 조사하기 위해 설치한 자.

최근 해군은 이지스함을 진수하면서 이 함정의 모항이 될 제주기지도 건설할 수 있게 됐다. 제주기지에는 이지스함을 중심으로 한 기동전단이나 기동함대가 들어선다. 남해 방어는 부산에 사령부를 둔 3함대가 담당하므로, 제주기지를 모항으로 한 기동전단이나 기동함대는 한반도 주변은 물론이고 한반도에서 수천 해리 떨어진 먼 바다에 나가서 작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으로 향하는 유조선은 말라카해협과 대만해협을 통과하는데 두 해협은 해적과 중국-대만 갈등으로 종종 위험한 상황을 맞곤 한다. 이러한 일이 벌어졌을 때 기동전단이나 함대가 달려가 한국으로 오는 유조선의 안전을 확보한다. 제주기지는 주로 남방항로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다.

동해의 안전을 책임진 해군 부대는 동해시에 사령부를 둔 1함대다. 1함대에서 가장 큰 군함은 3000t급의 한국형 구축함(KD-Ⅰ)인 광개토대왕함이다. 1800t급 호위함 ○척과 1200t급 초계함 ○척이 그 뒤를 받친다. 1함대와 함께 유사시 동해 제해권을 다툴 수 있는 부대가 원산에 사령부를 둔 북한의 동해함대와 일본 해상자위대의 마이쓰루(舞鶴) 지방대,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령부를 둔 러시아의 태평양함대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마이쓰루 지방대 외에 한국이 만들려고 하는 기동함대보다 훨씬 더 강력한 자위함대도 갖고 있다.

현재 중국은 동해 쪽으로는 출구가 없어 동해에 대해서는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나진항을 빌려 동북3성의 물류를 빼내게 된다면 한반도를 바라보고 있는 칭다오(靑島)의 북해(北海)함대나, 아니면 한국처럼 별도로 만든 기동함대로 동해 진출을 시도할 수 있다.

이 다섯 함대 가운데 가장 세력이 강한 것이 일본의 마이쓰루 지방대와 러시아의 태평양함대다. 한국의 1함대는 그 다음으로 꼽는다. 이 가운데 동해 작전을 가장 활발히 하고 있는 것 역시 마이쓰루 지방대다. 러시아는 이러한 사실을 인정한 듯 동해를 ‘이폰스키 모례’로 부른다. 이폰스키 모례는 일본해를 러시아어로 옮긴 것이다.

일본은 “동해와 해안선을 가장 많이 접하는 나라는 일본이니, 동해의 고유 명사는 일본해여야 한다”며 ‘일본해’ 제해권을 유지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기동함대가 창설된다고 해도 한국의 해군력은 일본을 앞지르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동해 제해권과 관련해 한국은 지정학적 이점을 갖고 있다. 울릉도라고 하는, 절대로 가라앉지 않는 초대형 항공모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울릉도에 해군·해경 항구 만들어야

사동에 건설 중인 울릉항. 왼쪽에 우뚝한 산이 가두봉이다.

울릉도에 군사기지를 만든다면 해군은 일본에 밀리지 않는 동해 제해권을 확보할 수 있다. 해군은 이러한 가치를 인정해 이미 대령을 부대장으로 한 118 조기경보전대를 울릉도에 배치했다. 하지만 조기경보 기능을 하는 부대로는 울릉도의 전략적 가치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제주기지 개발이 끝나 예산상의 여유가 생기면, 해군은 울릉도에 기지를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 기지에 KD라 하는 한국형 구축함과 FFX라 하는 차기 호위함 그리고 최근 진수한 PKX 차기 고속정을 전진 배치한다면 한국은 일본 해상자위대에 밀리지 않는 동해 제해권을 확보할 수 있다.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군사력을 동원한 무력 점령이 아니라 소수 극렬분자의 행동이다. ‘돌아오라 다케시마’를 주장해온 일본 시마네(島根)현의 우익은, 단정(短艇)이나 고무보트를 이용해 기습적인 독도 상륙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러한 배는 구축함이나 호위함 같은 대형 함으로 잡기 힘들다. 실수로 대형 함이 이 배를 들이받아 희생자가 생기기라도 하면 이는 또 다른 문제로 비약된다.

이러한 도발을 막는 데는 고속정이 가장 효과적이다. 독도에는 고속정을 계류시킬 항구가 없으니 울릉도에 배치했다가 유사시 대처하면 된다. 구축함과 호위함은 먼 바다에 나가 지키고 고속정은 근거리에서 활동한다면 독도 주변의 동해는 확실한 우리의 바다가 될 수 있다.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임무를 맡아야 하는 것이 해경이다. 주변국과의 영유권 다툼이 없는 영토에서는 경찰이 치안을 책임진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독도가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영토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독도에 경찰을 주둔시키고 있다.

   

가두봉을 깬 암석으로 울릉항 방파제 앞을 메워 1500m 활주로를 만들자는 울릉공항 건설안.

영토가 있으면 그 주변 12해리 바다는 영토와 똑같이 우리의 주권이 미치는 영해이고, 24해리 바다는 우리의 사법권이 미치는 접속수역이 된다. 독도 주변 영해와 접속수역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려면 막강한 해양경찰이 있어야 한다. 200해리까지 뻗어나가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경제주권을 지키는 것도 해경이 해야 할 일이다.

해군이 동서남해에 각 한 개의 함대를 뒀듯, 해경도 동서남해에 지방해경청을 두고 있다. 동해해경청에는 속초·동해·울산·포항의 4개 해양경찰서가 있는데, 이 가운데 울릉도를 관할하는 것은 동해해양경찰서다. 울릉도에는 어선들의 입출항을 관리하는 해양경찰파출소만 하나 설치돼 있다.

해경의 주력 함정은 ‘삼봉호(울릉도에서 독도를 오가는 여객선과 이름이 같다)’라는 이름의 5000t급 경비함 한 척과 ‘태평양1호, 2호…’로 나가는 3000t급 경비함 ○척, ‘제민(濟民)1호, 2호…’로 나가는 1500t급 경비함 ○○척이다. 해경은 울릉도와 독도를 지키기 위해 5000t급 삼봉호와 3000t급 태평양7호, 그리고 1500t급 제민8호를 동해해양경찰서에 배속시켰다.

한국의 해양경찰청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 일본의 해상보안청이다. 일본은 군사활동을 제한하는 평화헌법 때문에 해상보안청만으로 독도 문제에 대처한다. 해상보안청은 11개 관구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마이쓰루(舞鶴)에 본부를 둔 8관구가 독도 담당이다. 8관구 측은 다케시마가 그들의 영토임을 주장하기 위해 수시로 3000t급의 순시선을 독도로 보내는데, 그때마다 동해해양경찰서는 5000t급과 3000t급 경비함을 교대로 내보내 순시선을 막아서고 있다.

 

울릉항 2단계 공사 추진해야

배를 타고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배멀미에 시달려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다.

동해해양경찰서와 해상보안청 마이쓰루 관구 간의 신경전을 보다 유리하게 이끌려면 해경도 울릉도에 기지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것이 울릉읍 사동에 건설 중인 울릉항(일명 사동항) 건설 공사다. 해양수산부는 반달처럼 완만하게 휜 사동만 앞에 방파제를 만드는 울릉항 공사를 3단계로 나눠 진행할 계획인데, 현재는 사동만 한쪽에서부터 방파제를 쌓는 1단계 공사가 끝나가고 있다.

독도와 울릉도는 바닷속 화산이 폭발해서 생긴 섬인지라 조금만 나아가도 수심이 깊어진다. 따라서 방파제를 건설하기가 매우 힘든데, 해양수산부는 1993년부터 무려 1400억원을 들여 울릉항 1단계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여객을 처리하기 위한 여객용 항구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도동항은 방파제가 없는데다 폭이 좁아서 큰 배가 들어오지 못한다. 비바람이 심한 황천(荒天)에는 아예 배를 접안하지도 못한다.

1단계 공사가 끝나면 2단계 공사를 할 수 있는데, 2단계 공사는 해군과 해경 항구 건설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울릉항 2단계 공사 때 해군과 해경 항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대해 해군과 해경은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예산상의 문제가 있어 정부의 의지가 작용하지 않으면 쉽게 추진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탄력 받는 울릉공항 건설안

해군과 해경 부두 건설을 통한 동해 제해권 확보만큼 중요한 것이 동해 제공권 강화다. 제공권과 관련해 공군도 상당한 준비를 해놓았다. 성인봉 정상에 동해 전체를 살펴볼 수 있는 장거리 레이더 기지를 건설한 것이다(기자가 성인봉에 오르다 발견한 레이더 기지). 이 기지를 관리하기 위해 공군은 중령을 부대장으로 한 8355부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부대 덕분에 한국은 독도로 날아오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P-3C기를 조기에 발견해 대처할 수 있었다.

레이더 기지 다음으로 갖춰야 할 것은 공항이다. 울릉도에는 해군 조기경보전대가 운영하는 헬기장은 있으나 고정익기가 뜨고 내릴 공항이 없다.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의 공군 기지에서 이륙한 전투기가 독도 영공에서 작전할 수 있는 시간은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10분을 넘지 못한다. F-5 같은 경량 전투기나 한국이 독자 개발한 T-50 고등훈련기는 탑재 연료가 적어 독도 영공에 도달하는 순간 바로 돌아와야 추락을 면한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복원된 독도희생어민 위령비와 한국산악회의 독도 영토 표석, 그리고 시멘트에 아랫부분이 묻혀 있다 제대로 세워진 독도의용수비대의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 영토 비석(왼쪽부터).

독도 상공에서 작전을 하려면 F-15K나 KF-16 같은 중대형 전투기를 이륙시켜야 한다. 그런데 울릉도에 공항이 있다면 공군은 F-5나 T-50을 개량해 만든 FA-50 공격기로도 독도 방어 작전을 할 수 있다. 울릉도는 완벽한 불침항모가 되는 것이다. 해군 항공부대인 6여단도 이 공항에서 P-3C를 이륙시키면 동해에 출몰하는 잠수함을 보다 쉽게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상시 울릉공항에는 관광객을 태운 여객기가 주로 비행한다.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처에서 울릉도로 바로 날아갈 수 있다면 관광객은 포항이나 묵호에서 숙박비와 음주비로 쓰던 돈을 울릉도에서 지출할 것이다. 평상시에는 민간용으로, 유사시에는 군사용으로 사용하는 공항 건설은 울릉도의 숙원 사업이다. 그러나 울릉도에는 공항을 지을 평지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대해 정윤열 울릉군수는 사동만에 건설되고 있는 울릉항 방파제를 따라 공항을 건설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사동만에는 ‘가두봉’이라고 하는 돌산이 있는데 이 산을 깨 나온 돌로 방파제 앞을 메워 100인승 여객기나 P-3C가 착륙할 수 있는 길이 1500m, 너비 150m의 활주로를 만들자는 것. 그리고 가두봉 서쪽의 통구미 해안 일부를 매립해 고급 휴양지가 들어설 뉴타운을 만들자는 구상도 내놓았다.

울릉도에 공항을 짓자는 것은 정 군수가 처음으로 낸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 아이디어는 1997년 공사를 시작한 울릉항을 설계한 정공일씨한테서 나왔다. 울릉항 설계를 의뢰받은 정씨는 가두봉을 깨서 나온 돌로 방파제 앞을 메워 활주로를 만들자는 개념을 정립하고, 훗날 활주로로 확대될 것에 대비해 울릉항 방파제를 일직선으로 설계했다. 공군은 울릉공항 건설에 찬성하는 쪽이다. 공군에서는 최근 전역한 배창식 전 작전사령관(예비역 중장) 등이 울릉공항 건설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울릉도의 재정자립도는 16.5%에 불과하다. 이렇게 가난한 군이 공항을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해양수산부는 울릉군의 재정 형편을 고려해 울릉항을 ‘국가 연안항’으로 지정했다. 국가 연안항은 중앙정부가 예산을 들여 건설해 관리만 지방정부에 맡기는 항구다. 울릉도로서는 좋은 항구를 거저 얻은 셈이다.

울릉도는 이러한 특혜가 또 한 번 주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울릉공항 활주로 공사는 간단치 않아 보인다. 수심이 깊어 방파제 앞 150m를 메우는 데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본의 사정을 이해한다면 울릉공항 건설은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

일본이 독도를 시마네현 오키(隱岐)군에 속한 다케시마(竹島)로 부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키군은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제도다. 오키제도와 독도 사이의 거리는 158km로 울릉도와 독도 사이의 거리 87km보다 두 배 정도 멀다. 이러한 오키 섬에 1500m 활주로를 가진 공항이 있다. 오키 섬 해안은 ‘다이센오키(大山隱崎)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기에 많은 관광객이 출입해, 일본은 지난해 오키공항의 활주로를 2000m로 확장했다.

오키 섬이 공항을 갖고 있다면 그를 상대하는 울릉도도 공항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지난해 오키공항에서는 다케시마 모양에 일장기를 꽂은 과자를 판매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울릉도가 독도 하나만으로 관광상품을 꾸미겠다고 한다면 이는 단견이 아닐 수 없다. 울릉도에는 독도에 못지않은 비경이 많으므로, 이를 보여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육지 손님이 머물 수 있도록 콘도나 호텔을 세우고 필요한 위락시설을 갖춰야 한다. 또 독도 해양탐방에 나서는 청소년을 받을 수 있는 수양시설도 지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과 관련해 선결돼야 할 작업이 울릉도 일주도로의 완성이다.

울릉도 일주도로 공사는 1963년에 시작됐지만 아직도 완성되지 않고 있다. 2차선으로 45km를 닦는 것인데 지세가 험준하다 보니 4.4km가 남았다. 울릉도 일주도로는 지방도로로 지정돼 있어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 예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울릉도는 전략도서라는 점을 고려해 이 도로를 국도로 승격해 중앙정부에서 건설을 마무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일주도로가 완성되면 울릉도는 관음섬 등 더 많은 관광지를 관광객에게 보여줄 수 있다.

   

독도에 볼거리를 만들자

독도엔 방파제가 없어 맑은 날씨에도 파도가 접안장을 덮치는 경우가 많다.

독도 이용 방안도 심도 있게 모색해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 먼저 우리 사회는 해군과 해경이 독도를 지킬 수 있는 전력을 확보한다는 전제 아래 독도에 전경 병력을 상주시킬 것인지 아니면 철수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일반인의 독도 상륙을 허가한다면 전경부대는 반드시 상주해야 한다. 관광객을 태우고 온 배를 독도 접안장에 정박시키려면, 이 배가 던져준 줄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반 관광객 가운데는 흔들리는 배에서 내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과 여성, 아이들도 적지 않은데 이들의 하선을 도와주려면 독도에는 상주 경찰이 있는 게 낫다.

독도 접안장에 내린 사람 가운데는 감격한 나머지 태극기를 들고 일반인은 올라가지 못하게 돼 있는 동도에 올라가려고 하거나 독도의 돌멩이를 가져가려 하거나 동해 용왕에게 제사를 지내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본의 아니게 쓰레기를 남기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을 단속하려면 상주 경찰이 있어야 한다.

일반인의 상륙을 허가할 경우 우리 사회는 지금처럼 시멘트로 발라진 접안장에만 일반인을 내리게 할 것인지, 아니면 동도 정상에는 올라가지 못하게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넓게 독도를 돌아볼 수 있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독도를 사랑하는 사람 가운데는 “지금처럼 접안장에만 발을 딛게 하는 것은 먼 길을 찾아온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확대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

독도에는 해풍에 씻긴 거친 바위가 많다. 운동신경이 둔한 사람은 자칫하면 떨어지거나 바위에 부딪혀 다칠 수 있다. 따라서 독도를 지금보다 넓게 보여주려고 한다면 친환경적인 안전탐방로를 설치해야 한다. 이 탐방로를 관리하려면 상주 경찰이 있어야 한다.

독도 관광을 확대한다면 관련 기관은 보다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독도에 들어온 사람은 하나같이 기념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갈 수 있는 곳이 제한되다 보니 찍을 것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독도는 1954년 이 섬에 들어간 독도의용수비대 덕분에 확실한 한국 영토가 됐다. 이 때문에 독도에 의용수비대장 홍순칠씨의 동상을 세우자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된 바 있다. 독도 영유권 다툼이 첨예했던 2005년 정부는 ‘독도의 지속 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는데 이 법 10조는 독도의용수비대의 애국정신을 기리고 기념사업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법 정신대로라면 독도에 홍씨 동상을 세울 수 있다.

독도는 천연기념물 336호이지만 접안장은 천연기념물이 아니라 이미 석물(石物)이 들어서 있다. 따라서 이곳에 홍씨 동상을 세워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동시에 애국심을 고취하자는 것이 홍씨 동상 건립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접안장에서 조금 더 들어간 바닷가에 ‘자갈마당’이 있는데 그곳에는 1950년 조재천 경북도지사가 세운 ‘독도 희생 어민 위령비’와 1953년 한국산악회가 세운 ‘독도’ 영토 표석, 그리고 1954년 독도의용수비대가 새운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 비석이 있다. 위령비는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사라졌고, 산악회 표석은 세운 며칠 뒤 독도에 상륙한 일본인들이 뽑아버림으로써 유실됐는데, 2005년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위령비)과 기자(산악회 표석)가 이 비석을 세울 때의 사진을 찾아냄으로써 그 존재가 확인됐다. 의용수비대 비석도 풍파에 밀려 쓰려진 것을 시멘트를 발라 겨우 세워놓았었다.

광복 60주년인 2005년 8월15일 경상북도는 유실된 두 비석을 복원하고 시멘트를 발라 임시로 세워둔 의용수비대 비석도 바로 세웠다. ‘독도 역사 바로 세우기’를 한 것인데 이 비석들이야말로 독도 영유권 다툼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일반인은 접안장에만 머물 수 있기에 자갈마당에 있는 이 비석을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독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관광객이 이 비석 근처로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안전통행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전통행로는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해 천연기념물인 독도를 해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독도의 지속 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독도 방파제 건설 서둘러야

독도 개방 정책을 유지할 경우 검토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독도 방파제 건설이다. 독도 주변 바다는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지므로 맑은 날씨에도 거친 파도가 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날은 여객선의 접안이 불가능해 모처럼 독도를 찾은 사람들은 일주만 하고 울릉도로 되돌아간다. 이러한 헛걸음을 줄이려면 파도를 막는 시설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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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도(왼쪽)와 서도 사이의 150여 m 바다는 독도 붕괴를 막는 숨통 구실을 한다. 이 바다에는 트라이포드를 넣어 파도를 줄이고 접안장 앞에만 방파제를 건설해야 한다. 독도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은 VIP들이 타고오는 헬기다. (아래 사진)

지난해 독도 방문을 시도한 관광객은 울릉도를 찾아온 전체 관광객의 36%인 7만6855명이었다. 그런데 독도 주변의 파도가 높아서 60%인 4만6332명만 독도에 발을 들여놓았다. 독도 개방 정책을 유지하려면 독도 상륙률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방파제 건설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독도의 구조는 특이해서 접안장 앞에 방파제를 건설해도 파도가 없는 ‘정온(靜穩)수역’을 만들 수 없다. 동도와 서도 사이 150여 m 폭의 바다로 파도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관계자들은 150여 m의 바다를 매립해 관광객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 아울러 항구 시설로 활용하자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50여 m의 바다는 독도를 유지하는 숨통이라며 이 숨통을 막는 매립에 결사 반대한다. 이들은 “이 통로로 거센 태풍과 파도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독도는 지금까지 무너지지 않았다. 이 통로를 메워버리면 통로는 한순간에 파도에 쓸려나갈 것이고, 코끼리바위 등 독도의 절경들도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150여 m 바다로 들어오는 파도를 약화시키기 위해 테트라포드(Tetrapod)를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테트라포드는 방파제 외벽에 쌓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그러나 초대형 파도는 테트라포드까지 들어서 밀쳐버리는 부력(浮力)을 발휘한다. 독도는 초대형 태풍이 불어오는 곳이므로 초대형 파도의 부력에도 밀리지 않는 아주 무거운 테트라포드를 제작해 깔아야 한다. 테트라포드를 일반인은 볼 수 없도록 수면 밑에 설치해 파도를 줄이고, 방파제를 건설한다면 독도에 상륙하는 사람은 확실히 늘어날 수 있다.

 

독도 헬기장은 없애야

정윤열 울릉군수는 독도의 환경을 결정적으로 위협하는 것은 동도 정상에 있는 헬기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헬기장은 동도 최정상부에 철판과 철제 기둥을 이용해 건설돼 있다. 육중한 쇳덩어리가 그렇지 않아도 풍파로 무너져 내리는 동도 정상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헬기가 이착륙을 하면 태풍 뺨치는 바람과 폭음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괭이갈매기에게 좋은 영향을 줄 리 없다.

정 군수는 “독도를 이용해 울릉도의 경제를 키우겠다는 데 대해 정부는 자연보호를 이유로 독도에 안전시설을 하는 것은 일절 허가해주지 않으면서, 정작 정부의 높은 분들은 독도 환경을 가장 많이 훼손시키는 헬기를 타고 편안히 독도를 방문하신다. 그들도 배를 타고 들어가 힘겹게 동도에 올라봐야 독도가 이런 곳이구나 알 수 있고 진정으로 독도를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독도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독도를 가장 많이 훼손시키는 것은 상주 병력과 헬기장이라고 지적한다. 비상시보다는 VIP 접대용으로 더 많이 활용되는 지금의 헬기장 사용은 분명 재고돼야 한다.

독도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검토할 또 하나의 과제가 상주 경찰을 없애고 관광도 배로 일주하면서 보는 것으로 제한하는 방안이다. 독도에는 등대지기 3인과 독도 주민 한 가구, 그리고 허가받은 어민만 상륙하게 하고 그 외는 상주나 상륙을 일절 못하게 함으로써 독도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주는 방안이다.

의용수비대가 상주하기 전인 1954년까지 독도에는 수많은 물개가 있었으나 고립된 생활로 식량이 떨어진 의용수비대가 사냥을 한 이후 물개는 종적을 감췄다. 그러나 일본 오키제도의 무인도에는 여전히 물개떼가 나타난다고 한다.

독도의 진정한 자연 복원은 물개떼를 되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인원만 남긴 채 독도를 비우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 이렇게 할 경우 독도에 대한 신비감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독도의 무인도화로 이어진다면 일본을 도와주는 이적행위가 될 수도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조선은 태종 때인 1417년 왜구 근거지를 없앤다는 이유로 인근 섬에 사는 주민을 불러들여 섬을 비우는 공도(空島)정책을 채택했다. 그로 인해 청동기시대 유적인 지석묘가 있는 울릉도는 인적이 끊어진 섬이 됐고 그 틈에 일본인들이 울릉도를 차지했다. 이러한 때인 1693년 일본에 들어가 도쿠가와 막부를 이끄는 쇼군과 담판을 지어 일본화하던 울릉도를 되찾아 온 이가 동래의 어부인 안용복이다.

안용복의 활약으로 울릉도를 되찾아 왔음에도 조선은 공도정책을 계속하다, 1894년 개척령을 공포함으로써 비로소 섬에 나가 사는 것을 허가했다. 그때 홍순칠 의용수비대장의 조부인 홍재현 옹 등 조선 8도에서 뽑힌 사람들이 들어와 1세대 울릉도 주민을 구성했다. 울릉도가 실질적인 문화공간이 된 것은 100년 남짓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울릉도는 일곱 번째로 큰 섬인데도 독특한 섬 문화가 없다.

울릉도 문화의 척박성은 여러 면에서 확인된다. 130여 명의 인구를 가진 전남 신안군 만재도에서는 김만옥 시인이 배출됐지만 울릉도는 아직 한 명의 시인도 배출하지 못했다. 울릉도의 최고 교육기관인 울릉종고에는 수필가인 이일배 교장과 시인인 성택경 교사(국어)가 재직하며 문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지만 쉽게 착근되지 않고 있다. 한국시인협회는 독도시 낭송회와 함께 울릉종고 등 울릉도 내 여러 곳에서 문학 강연을 하기 위해 ‘문화 불모지’인 이곳을 찾아왔다.

울릉도는 인재 배출도 더딘 곳이다. 울릉종고는 세칭 ‘SKY’로 약칭되는 서울의 일류 대학 입학자를 한 사람도 내놓지 못했다. 울릉종고 학생에게는 경북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벅차다고 한다. 경제가 풍성해야 공부를 하고 문화를 꽃피울 수 있다.

울릉도의 전략적 가치를 키우는 것은 독도 영유권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국제 해도에서 ‘일본해’를 지우는 도전이다. 일제 강점기처럼 한반도가 일본의 일부였다면 동해는 일본의 내해(內海)이니 일본해로 불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엄연한 국제수역인데 어느 한 나라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일본해를 지우려면 울릉도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너를 부른다

울릉도와 독도는 전략 도서와 관광의 섬에서 문화의 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 울릉도와 독도는 육지에서 찾아가기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육지 쪽으로 찾아갈 수 있는 곳도 돼야 한다. 시인협회원들을 태운 삼봉호가 독도 앞에 멈춰 섰을 때 강은교 시인은 ‘너를 부르마’란 시를 낭독했다.

“너를 부른다/ 저녁마다 어둠 가에서 멈춰 서서 너를 부른다/ 어둠이 올 때면 지붕들은 더 파리해지지/…/ 너를 부른다/ 순간의 요를 펴니 손 내미는 영원의 이불/ 영원의 이불을 덮으니 여기의 이불/ 살며시 다가와 다 식은 피톨 감싸안는/ 보라, 지금의 팔을// 너를 부르고 부른다, 아직 열려 있는 문 앞에서”

관광과 안보를 매개로 육지가 울릉도와 독도를 부르고, 울릉도와 독도가 뭍을 부르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해를 지우고 자유로이 갈매기의 똥을 맞을 수 있는 그 날을 부르고 또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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