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북한 장사정포 대응임무 전환 2년, 서울은 불안하다!

醉月 2008. 7. 31. 09:05

자동연결 안 되는 ‘부실 신경망’… 대응시간, 미군 2~3분·한국군 6~11분

 

정확히 3년 전, ‘신동아’는 북한 장사정포의 위협을 정밀 분석하는 기사를 통해 “핵심은 이에 대응하는 C4I 능력”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지구사 대화력전 수행본부’가 주한미군 2사단에서 한국군 3군사령부로 임무 전환된 지 2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과연 어떨까.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던 공언과 달리 한국군의 C4I체계는 미군과의 근본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또 대화력전의 얼개가 ‘미군 주도, 한국군 보조’에서 ‘한국군 주도, 미군 보조’로 바뀌면서 그 차이는 더욱 큰 문제를 낳고 있는데…. 보이는 것에만 신경 쓰느라 보이지 않는 것을 놓친 한국군의 오류, 그로 인한 난제 중의 난제를 해부했다.

2006년 12월20일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화력시범행사에서 (주)한화에서 개발한 227mm MLRS(다연장로켓탄)이 성공리에 발사되고 있다.

1994년 이른바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논란의 초점으로 떠오른 이래, 광화문에서 직선거리 40km 내외에 불과한 판문군 일대의 북한 장사정포가 서울을 불안하게 만드는 주요 군사위협으로 자리매김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총 1100문으로 추산되는 서부전선의 장사정포 가운데 서울을 사거리 안에 둔 것은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를 주축으로 한다. 2004년까지 170mm 자주포가 100문, 240mm 방사포가 200문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군 정보당국은 170mm 자주포가 150문으로 늘어 총 350문이 서울지역을 사거리 안에 둔다고 판단을 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장사정포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서부전선의 한미연합군 전력은 물론 서울의 주요 국가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위협이 자못 심각하다. 워낙 숫자가 많아 짧은 시간 안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 이들이 서울 시가지를 타격할 경우 남측 전쟁지도부나 시민들에게 끼칠 공포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개전 초기 1~2시간의 장사정포 집중사격으로 한미연합군 전력이 타격을 입을 경우 피해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전쟁의 승패 자체를 가리는 변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 이유다(뒤페이지 상자기사 참조).

 

이런 심각성 때문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그 작전을 지휘해야 하는 한미연합사는 장사정포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1993년부터 ‘지상구성군사령부(지구사) 대화력전 수행본부’를 설치해 운영했다. 미 2사단에서 운영한 지구사 대화력전 수행본부는 한강 이북에 있는 미군 포병화력과 한국군 군단의 화력을 종합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개전 초기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에 대해 그때그때 가장 효율적인 대응수단을 골라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무력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군단과 부대가 보유한 탐지·타격자산을 수행본부가 최우선순위로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그러나 미 2사단의 철수를 포함한 주한미군 감축계획과 맞물려 지구사 대화력전 수행본부는 2005년 한국군이 그 임무를 인수하게 됐다. 이른바 ‘10대 임무전환’의 핵심이었던 대화력전 임무인수를 앞두고 과연 한국군이 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벌어졌고, 이 때문에 다른 임무와 달리 대화력전 임무는 2004년부터 몇 차례의 합동훈련 끝에 임무인수 일자를 확정할 정도로 난항을 겪었다.

 

우여곡절을 거쳐 2005년 10월 휴전선 서부지역을 관할하는 3군사령부에 지구사 대화력전 수행본부가 설치되어 임무인수가 완료됐다. 2010년 무렵 3군사령부와 1군사령부가 지상군작전사령부(지작사)로 통합되면, 수행본부 임무도 당연히 지작사가 수행하게 된다. 2005년의 임무 인수를 즈음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육군 등은 ‘난제를 매우 성공적으로 끝마쳤다’고 자평했다. 미군이 수행하는 대화력전과 한국군이 인수한 후 대화력전 사이에 능력이나 대비태세에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었다.

 

실제로 지구사 대화력전 수행본부의 체계나 작동방식은 2005년 10월 이전과 이후에 별 차이가 없다. 1·5·6군단 등 3군사령부 예하 주요 정찰수단이나 타격자산 가운데 필요한 부분을 수행본부가 사용할 수 있도록 최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물론 대화력전을 수행본부만이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수행본부가 사용하지 않는 화력은 각 군단장이 자신의 작전판단에 따라 군단 차원에서 지역별로 활용할 수 있고, 이러한 ‘군단 대화력전’의 효율화를 위해 군단별로 수행본부를 만들어 훈련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구사 대화력전이든 군단 대화력전이든 구성은 똑같다. 무인정찰기(UAV)나 특공조 등을 통해 북한군 포병진지 동향을 확인해 공격징후가 명확한 경우 한국군의 K-9 자주포나 MLRS(다연장로켓탄) 등으로 이를 격파하는 ‘공세적 대화력전’과, 북한군이 포를 발사했을 때 그 궤적을 TPQ-36/37레이더로 역추적해 포의 위치를 찾아내 타격하는 ‘대응적 대화력전’이다. 이를 위해 사전에 어떤 진지를 공격할 것인지 설정해 그 대응방법을 ‘결정’하고, 정찰수단으로 동향을 ‘탐지’하며, 화포나 공군력으로 이를 ‘타격’한 다음, 최종적으로 그 결과를 ‘평가’하는 4단계가 기본적인 처리절차다. 작전을 수행하는 도중에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표적이 등장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처리절차를 실시간으로 진행해 가능한 한 빨리 무력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신 자료로 분석한 장사정포 피해 예측
1시간에 9000~1만7000발, 서울 15~30% 파괴

3년 전 ‘신동아’가 북한 장사정포의 위협을 분석(‘신동아’ 2004년 12월호 ‘북 장사정포, 알려지지 않은 다섯 가지 진실’ 참조)한 이후에도 장사정포에 대한 군 당국의 정보평가는 꾸준히 업그레이드됐고 이 가운데 일부는 국회 등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다음은 이를 바탕으로 다시 시도한 장사정포 위협분석이다.


육군교육사령부 교범에 따르면 170mm 자주포는 갱도진지에서 나와 10발의 포탄을 쏘고 다시 들어가는 데 평균 34분, 240mm 방사포의 경우는 19분이 걸린다. 이를 본문에서 살펴본 보유 문수로 환산해보면 170mm 자주포가 개전 초기 한 시간에 2700발, 240mm 방사포가 6400발의 포탄을 날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가운데 170mm 자주포는 사거리연장탄(RAP)을 사용하는 경우에만 서울에 닿을 수 있지만, 북한이 상당수의 RAP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을 뿐 정확한 수량은 알려진 바가 없다. 최대치를 적용한 군 당국의 평가는 더욱 비관적이어서 지난해 한나라당 이성구 의원실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개전 초 한 시간에 1만7000발을 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같은 자료에서 공개된 170mm 자주포 포탄의 살상범위는 2100㎡, 240mm 방사포 포탄의 살상범위는 1만1300㎡에 달한다. 이를 앞서의 시간당 포탄 수에 곱해보면 170mm 자주포가 560만㎡, 240mm 방사포가 7230만㎡를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총면적의 15%가량이 ‘쑥대밭’이 될 수 있다는 것. 군 당국의 최대치 데이터로는 서울의 30% 가까이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이는 판문군 일대에 배치된 장사정포가 오로지 서울 지역만을 공격한다는 가정하에 계산된 최대치다. 개전 초기 장사정포가 전방지역의 군사시설, 특히 북한 장사정포를 타격할 수 있는 한미연합군의 포병 화력을 중점적으로 타격할 수밖에 없음을 가정하면 실제로 민간지역에 대한 공격범위는 훨씬 좁을 수 있다. 다만 어느 경우든 북한의 장사정포가 그 압도적인 수량을 바탕으로 수도권 지역의 군사·민간시설에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수치다.


다만 최근 들어 240mm 방사포의 재장전 시간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견해가 군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판단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어 실제보다 과대평가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는 것. 특히 한미 양국군 사이에서 중점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러한 논란은 올해 연말까지 최종적으로 결론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정-탐지-타격-평가

눈여겨볼 것은 바로 이 ‘실시간 처리’다. 지구사 대화력전 수행본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정찰기 등에서 수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한미연합군이 보유한 대응자산 전체에서 어떤 것을 동원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지를 선택하고, 그 타깃의 좌표를 내려보내 사격명령을 내리는 일을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개념이다. 각 군단이 이를 개별적으로 판단해 수행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지구사 수행본부를 운영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두뇌’ 기능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북한 장사정포는 그 압도적인 수량이 위력적이므로 대응속도와 시간이 대화력전 성패의 관건이 된다. ‘1초라도 빠르게’라는 말이 과장일 수 없다. 따라서 대화력전을 구성하는 세 부분, 즉 두뇌에 해당하는 수행본부와 눈에 해당하는 정찰자산, 주먹에 해당하는 타격자산이 얼마나 실시간으로 연동되어 있는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매끄럽게 연결돼 있는 경우에는 장사정포가 많은 포탄을 날리기 전에 제압할 수 있지만, 연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대응속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 예상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눈과 뇌, 뇌와 주먹을 연결하는 신경망에 해당하는 C4I(전술지휘통제체계)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2005년 10월 이전 수행본부를 운영하던 미 2사단은 ADOCS(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라는 C4I체계를 운용했다. 이를 통해 정찰위성과 U2기 등 한반도 전역을 감시하는 탐지자산이 수집한 장사정포의 동향과 미 2사단이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무인정찰기, TPQ-36/37레이더가 확인한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한데 모으는 것이다.

 

또한 ADOCS는 미 2사단 예하 포병연대가 보유한 MLRS 30여 문과 팔라딘 자주포 30여 문으로 연결돼 있었다. 정찰기가 새로운 목표물을 확인하면 ADOCS가 가장 적합한 타격방식을 자동으로 선정해 해당 포대에 타깃 좌표까지 단번에 보내주는 방식이다. ADOCS에서 사격명령을 받은 미군 포병여단은 AFATDS(첨단야전포병전술자료체계)라는 C4I체계를 통해 어떤 포에서 어떤 포탄을 발사할지, 그 결과는 어떤지 확인하는 과정을 역시 자동으로 수행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사람이 할 일이 별로 없는 수준의 자동화를 바탕으로 미군의 대화력전은 탐지부터 격파까지 2~3분이 걸리는 것을 목표로 시행됐다.

 

그러나 이러한 C4I 연결은 미군끼리만의 이야기였다. 한국군이 운용하는 탐지자산과 타격자산은 ADOCS에 연결돼 있지 않고, 한국군 포병화력은 AFATDS와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연락반을 배치하고 유무선 통신으로 좌표를 ‘부르는’ 방식이었다. 연결이 자동화되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격파하기까지의 시간은 상당부분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2005년 9월21일 합동참모본부 회의실에서 이상희 당시 합참의장(왼쪽)과 리언 라포트 한미연합사령관이 대화력전 수행본부 임무전환 문서에 서명했다.

200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광웅 당시 국방부 장관은 “북한 장사정포가 구체적인 포격 움직임을 보일 경우 240mm 방사포는 6분, 170mm 자주포는 11분 이내에 격파가 가능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통신병이 좌표를 부르거나 단말기에 일일이 입력했기 때문에 자동화된 미국과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상자기사 참조). 대응사격에 활용되는 자산 역시 미군 포병이 주축을 맡고 한국군 포병은 조력을 담당하는 것에 가까웠다는 게 이 무렵 지구사 대화력전 훈련에 참가했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앞서도 말했듯 군 당국은 그동안 수행본부가 한국에 인수된 이후에도 대응능력이나 대비태세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강조해왔다. 탐지자산을 운용하는 미군 부대는 그대로 한국에 남아 수행본부에 정보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MLRS 등 타격자산의 운용부대가 철수한다 해도 장비 자체는 대여 형태로 한국군이 인수할 가능성이 커서 대응화력의 규모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여기에 한국군이 최근 수년간 TPQ-36/37레이더와 MLRS를 꾸준히 늘려왔기에 전체적인 대화력전 전력 규모는 오히려 증가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눈과 주먹은 그대로일지 모르지만 두뇌와 신경망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2004년 10월 대화력전 임무 인수가 결정된 이래 미국측이 과연 ADOCS나 AFATDS를 한국군에 넘겨줄 수 있는가는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고 당국자들은 전한다. 대화력전이 결국은 C4I의 문제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들 C4I체계와 관련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이전 여부에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2005년 한 해 동안 진행된 양측의 관련협상에서 최종적으로 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우선은 미국측이 자신들의 고유한 C4I체계를 한국측에 통째로 넘겨주는 것을 원치 않았고, 한국측으로서도 기술적으로 한국군 전체의 C4I체계와는 다른 미군측 체계를 이전받아 예하 부대에 연결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작업으로 결론났기 때문이었다. 남아 있는 미군 자산과 한국군이 담당하게 된 수행본부의 연결을 위해 이동형 ADOCS 수 세트를 한국측에 대여해 JADOCS(합동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로 만들고 연락반 등의 형태로 활용하는 타협안으로 결론지어졌다는 후문이다.

 

한국군이 대화력전 수행본부를 인수한 이후 대응화력의 주축은 주한미군 화력에서 한국군 포병으로 넘어왔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느린 한국군의 C4I체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처리절차의 숙달 같은 훈련 차원에서 일부 개선이 이뤄지긴 했지만, 1990년대 제작된 CPAS(지휘소자동화체계)와 BTCS(대대전술사격지휘체계) 기반의 현재 시스템으로는 6~11분이라는 2004년 당시의 C4I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으므로 미군의 2~3분에 비견할 바가 못 된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공식 설명 가운데 지적해야 할 또 한 가지 부분은 대화력전 임무 인수를 앞두고 있던 2005년 당시의 것들이다. 대화력전 C4I 능력에 대해 당시 국방부와 합참은 여러 차례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을 열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측은 한국군의 ADOCS 활용 능력을 염려했지만, 실제로 한국군 인원들이 이를 운용해보니 충분히 가능하더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때의 ADOCS는 한국군이 인수한 것이 아니라 훈련을 위해 대여받은 것에 불과했고, 그나마 앞서 설명했듯 한국군의 탐지자산이나 타격자산과 연동하는 것에는 관련이 없다.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2008~09년 이후 미군측 탐지·타격자산 일부의 철수가 논의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ADOCS를 대여 받아 훈련한 결과를 들어 한국군 수행본부 C4I의 능력이 미군과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포장한 당시 군 당국의 설명은 ‘눈 가리고 아웅’인 측면이 있다.

 

체계 구축이 끝 아니다

물론 군 당국도 C4I의 중요성이나 현재 상태의 ‘불안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국방부가 2004년 시작한 KJCCS(합동지휘통제체계) 구축작업 완료시기를 당초 예정된 2009년에서 2007년 말로 앞당긴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KJCCS는 육해공군의 모든 정보와 작전상태를 취합하는 시스템인 만큼 대화력전만을 위해 개발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화력전 부분만이라도 특화해 2007년 말까지 전력화함으로써 이전에 ADOCS가 담당하던 기능을 갈음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시스템이 구축된다고 해서 곧바로 완벽한 성능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게 C4I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미군의 전례나 한국군이 기존에 운영하던 CPAS의 경우만 봐도 수년간의 시험운용과 훈련, 시행착오와 개선작업을 거쳐 안정화해야 한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의 전문가들조차 실제로 KJCCS가 ADOCS에 버금가는 처리속도를 달성하려면 빨라도 2010년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CPAS가 애초 의도했던 쓰임새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군 내부의 공공연한 목소리임을 감안하면, KJCCS의 개발완료가 곧 대화력전 C4I 능력의 완성인 듯 말하는 군 당국의 공식설명은 신뢰하기 어렵다.

   

대응시간, 왜 중요한가
문제는 공산오차와 ‘악순환’의 승수효과


북한 장사정포의 위치를 확인해서 타격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한국군이 미군의 2~3배나 된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한 까닭은 ‘취약시간 내에 가능한 공격횟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장사정포는 대부분 철문이 달려 있는 갱도진지 안에 자리하고 있어 포격을 위해 진지 밖으로 나올 때가 아니면 격파가 쉽지 않다. 갱도진지를 깰 수 있는 포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고가여서 그 수량이 극히 제한적이다.


육군교육사령부의 훈련교범은, 장사정포가 사격을 위해 갱도 밖으로 나오는 시간 가운데 한국군의 TPQ레이더로 확인할 수 있는 ‘취약시간’이 240mm 방사포는 7분, 170mm 자주포는 14분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2004년 윤광웅 장관이 “240mm 방사포는 6분 이내에, 170mm 자주포는 11분 이내에 격파가 가능하다”고 말한 것은 이 취약시간 안에 공격이 가능하므로 크게 염려할 것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취약시간 내에 한 차례 공격이 가능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게 포병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미사일이나 포의 오차 때문에 한 번의 공격이 반드시 성공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155mm K-9 자주포의 경우 30km 거리에서 편의 공산오차가 19m에 달한다. 풀어서 말하자면 30km 밖에서 10발을 사격할 경우 표적 반경 19m 안에 포탄이 5발 떨어진다는 뜻이다. 북한 장사정포 진지의 크기가 통상 가로세로 4m 내외임을 감안하면 K-9 자주포가 고폭탄(HE) 포탄을 사용하는 경우 10회 이상을 쏴야 신뢰할 만한 격파가 가능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최초 한 발을 쏘고 나서 목표물이 파괴됐는지를 확인해 다시 한 번 포격을 가하는 일이 반복돼야 한다. ‘탐지-타격-격파’의 한 사이클에 미군이 2~3분, 한국군이 6~11분 걸린다는 말은 장사정포가 포격을 위해 갱도 밖으로 나와 있는 한 차례의 취약시간 동안에 미군은 ‘쏘고 깨졌나 확인해서 다시 쏘는’ 반복포격을 2~5회 할 수 있지만, 한국군은 한 번밖에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정확도가 높은 에이태킴스(ATACMS) 미사일이나 공군의 통합집속탄(JDAM) 폭격, 파괴범위가 넓은 MLRS 등 고가장비의 경우에는 한두 차례의 포격으로도 신뢰할 만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군 대화력전의 주요 타격수단인 K-9 자주포의 경우 현재의 속도로는 의미 있는 대응포격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공격횟수의 차이는 생각보다 꽤 큰 승수효과를 갖는다. 장사정포의 주요 타격대상 가운데 하나가 장사정포를 노리고 있는 한미 양국군의 대응화력이기 때문. 따라서 장사정포 하나를 타격하는 데 실패하면 한미 대응화력의 손실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장사정포 타격을 더디게 만들어 한미 대응화력의 추가 손실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이에 대한 정밀한 계산식이 있을 정도로 공격 가능횟수의 승수효과는 상당히 가파르다.

 

더욱이 미군 포병여단의 AFATDS와 한국군 포병의 BTCS를 비교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미군 포병여단이 ADOCS에서 AFATDS까지 자동으로 연결돼 있는 데 비해, 한국군의 BTCS는 기본적으로 대대 내부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뿐 수행본부와의 자동연결이 불가능하다. 이를 개선해 AFATDS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만드는 작업이 계획돼 있기는 하지만 이는 개발완료 시기를 6~7년 후로 잡고 있는 장기 과제일 뿐이다.

 

2004년 주한미군 감축협상 당시 미국측은 MLRS 2개 대대 가운데 1개 대대를 철수해 미 본토에 배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한국측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긴 했지만, ‘2009년으로 유보’됐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DOCS와 AFATDS로 연결돼 있는 미군 MLRS 대대의 철수는 한국군이 같은 규모의 MLRS를 추가 도입한다고 해서 고스란히 만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응속도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타격자산 문제도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되는 이유다.

 

정찰자산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TPQ 레이더는 최대 24km까지 탐지할 수 있는 36이 11대, 50km까지 탐지할 수 있는 37이 5대로, 국방부는 2010년까지 6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었다. 이는 미국측이 주한미군의 일부 TPQ레이더 운용부대를 철수시키고 레이더 자체도 2008년 무렵까지 전시예비물자로 분류해 후방에 보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10월말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바에 의하면, 당초의 도입일정은 관련입찰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지연이 불가피해졌고 기종마저 아직 전력화되지 않은 유럽 기종으로 바뀜으로써 기존의 TPQ레이더와의 호환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MLRS와 마찬가지로 TPQ레이더 역시 수행본부와 자동연결돼 있는 미군측 자산과 아직 그렇지 못한 한국측 자산의 의미가 다르다. 같은 성능을 갖췄다 해도 미군측 자산의 운용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한국측의 기존 TPQ 레이더는 북한측의 전파교란에 대비하는 ECCM 기능이 없고 기억용량도 미군측 자산의 절반에 불과해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표적의 개수가 다르다.

   

 

1군사령부의 경우

여기까지 살펴보고 나면 한 가지 문제 제기가 가능해진다. 과연 세계 최강인 미군의 대화력전 능력과 한국군이 수행하는 대화력전을 비교하는 것이 의미 있느냐는 물음이다. 기자가 만난 군 관계자 가운데 상당수가 “막대한 예산과 노하우를 자랑하는 미군에 비해 부족하다 해도 이는 어쩔 수 없는 문제에 가깝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이는 충분히 타당한 논리지만, 사안의 핵심이 C4I에 있다는 앞서의 문제의식으로 되돌아가보면 사뭇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C4I 승수효과’라는 말이 있다. 똑같은 규모의 탐지자산과 타격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이를 연결하는 신경망과 두뇌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에 따라 몇 배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지구사 대화력전 수행본부’와는 별도로 개별 군단과 동부전선을 담당하는 1군사령부도 서두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지역 차원의 대화력전을 수행한다. 지난해 7월, 1군사령부는 예하 타격부대와 실시간으로 타깃 정보를 공유하는 새 C4I체계를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탐지에서 타격에 이르는 소요시간을 기존의 4분의 1 수준으로 단축했다고 국방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군 사령부 차원의 대화력전 C4I와 전구(戰區) 전체를 감시하는 정보자산이나 미군측 자산까지 통합해 운용해야 하는 지구사 대화력전 수행본부의 C4I체계는 규모나 수준이 천양지차여서 개발이나 전력화에 걸리는 시간에도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군이 지구사 대화력전의 C4I 문제에 좀더 일찍부터 관심을 기울였다면 현재 상황이 사뭇 달라질 수 있었음을 유추하는 데는 충분해 보인다.

 

한국군은 이미 수년 전부터 10대 임무전환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국방중기계획 등을 통해 막대한 군사비를 쏟아 부으며 관련 장비를 구매해왔다. 여기에 투입된 예산이 10조원 가까이 된다는 게 대화력전 임무 인수 당시 군 당국 관계자들과 산하 연구기관 전문가들의 말이었다. 1개 대대에 4300억원이 넘는데다 탄약 구매를 위해 1조원 이상의 지출이 계획돼 있는 MLRS를 비롯해 한 발에 2만5000달러가 넘는 JDAM(통합집속탄), 120만달러가 넘는 에이태킴스(ATACMS), K-9자주포와 현무 미사일 등이 대표적이다. 안보당국 핵심에서 무기체계 획득업무에 관여했던 한 인사의 말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노무현 정부 들어 매년 평균 8%가 넘는 국방비 증액이 이뤄졌고, 이 가운데 상당부분이 대화력전에 쓰일 타격자산 확보에 투입됐다. 그 이전부터도 화력과 기동전력 확보에 집중하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C4I 사업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돼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2004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KJCCS의 경우 총사업비 예상규모는 1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C4I체계 구축으로 대응시간이 4분의 1로 줄었다’는 1군사령부 사례를 감안하면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 투자였을지는 자명하지 않은가. 대화력전을 인수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계가 분명한 수행본부 C4I체계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해온 그간의 오류가 한국군에 남긴 난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