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세계 패권’ 미 해군에 맞선 중국 해군의 급성장

醉月 2008. 8. 1. 08:28


항모전단 격파하는 ‘현대 해군’으로… 목표는 남중국해 장악

 

‘세계의 바다는 미국이 지배한다.’ 아무도 부인하기 어려운 이 명제에 중국이 도전장을 던졌다. 중국 해군의 계속되는 전력 증강은 최소한 자국 주변 바다에서는 미국의 압도적 우위를 좌시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올해만 해도 ‘093 핵추진 공격 잠수함 사진 최초 공개’ ‘중국 항모탑재용 전투기, 러시아서 도입 추진’ ‘사상 최초로 대서양에서 훈련’ 같은 중국 해군 관련 기사들이 국내 언론지면을 장식했다. 특히 ‘중국 항공모함 건조 추진설’은 국제면이 아닌 1면에 실릴 만큼 큰 충격이었다. 과연 중국 해군은 어디까지 왔으며 앞으로 어디까지 갈 것인가.

 

2007년 5월 싱가포르 근해에서 실시된 다국간 해상훈련에 참가하고 하이난도 싼야항으로 귀환한 중국 해군 호위함 ‘샹판(襄樊)’호(함번 567). 중국은 서태평양 해군포럼 창설 멤버의 하나로 이전에도 옵서버를 파견해왔지만 이 포럼의 다국간 해상훈련에 참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괄목상대(刮目相對).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는 뜻이다. 지난 3년 사이 중국 해군의 변화상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면 중국 해군은 이미 과거의 중국 해군이 아니다.

 

가장 좋은 예가 지난 3년 동안 중국 해군이 새로 선보인 051C식, 052B식, 052C식 세 종류의 대형 구축함이다. 구축함은 현대 해군에서 주력 군함이다. 원래는 어뢰정을 공격하기 위한 소형 전투함이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점차 덩치가 커지면서 전투기를 상대하는 대공(對空), 수상함을 상대하는 대함(對艦), 잠수함을 상대하는 대잠(對潛) 등 거의 모든 방식의 해전에서 쓰이는 팔방미인이다. 이 핵심적인 전투함의 면면이 3년 사이에 확 바뀐 것이다.

 

세 종류의 신형 구축함 가운데 가장 먼저 선을 보인 군함은 2004년 배치된 052B식 구축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서방권에서는 루양Ⅰ급, 혹은 첫 번째로 건조한 배의 이름을 따서 광저우급으로도 부르는 이 구축함은 중국 함정 중 최초로 러시아 기술을 직도입했고 서방권 기술도 광범위하게 참조해 건조한 배다. 배의 크기를 따지는 데는 여러 척도가 있는데 무장, 식수, 식량 등 전투에 필요한 모든 장비와 물자를 탑재한 상태의 군함 무게를 만재배수량이라고 한다. 052B의 만재배수량은 6500t으로 구축함 중에서는 중간 크기에 해당한다.

 

052B 루양Ⅰ급은 중국 구축함 중에서는 최초로 스텔스 설계를 적용했다. 스텔스 전투기와 마찬가지로 스텔스 설계를 적용한 군함은 상대방에게 포착될 확률이 낮고, 설사 적에게 존재를 들켜도 공격당할 위험이 줄어든다. 덩치 큰 구축함도 스텔스 설계를 제대로 적용하면 상대방 레이더에는 고속정 정도의 크기로 보일 수 있다.

현대 해전에서는 함포보다는 미사일 위주로 전투가 진행된다. 052B 루양Ⅰ급은 적의 군함을 공격하기 위한 대함미사일로 중국산 YJ-83 16기, 적 전투기를 공격할 수 있는 대공미사일로는 러시아제 SA-N-7B(SA-N-12) 그리즐리 48기를 탑재했다.

 

현대 군함은 상대방 미사일을 격추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어무기로 근접방어체계(CIWS)를 탑재한다. 근접방어무기는 보통 레이더와 연동된 기관포를 자동적으로 빠른 속도로 발사하는 방식으로 적 미사일을 격파한다. 052B 루양Ⅰ급은 730식 중국산 근접방어무기도 탑재하고 있다.

이처럼 052B 루양Ⅰ급은 현대 군함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구색을 제대로 갖춘 구축함이다. 052B 루양Ⅰ급의 출현만으로도 ‘중국 구축함은 시대착오적 퇴물’이라는 선입관을 무너뜨린 엄청난 변화였다. 그러나 중국 해군의 ‘깜짝쇼’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줄잇는 ‘깜짝쇼’

2003년부터 2004년에 걸쳐 중국 인터넷에는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낯선 신형 구축함 사진이 때때로 공개되어 세계 군사 전문가들의 시선을 끌었다. 군사정보에 대해 여전히 통제가 심한 중국에서 건조 중인 군함 사진이 공개된 것 자체도 놀라웠지만, 더 눈길을 끈 것은 이 구축함 함교의 모양새가 매우 특이하다는 사실이었다.

 

이 새로운 함정은 기본적으로 052B식 루양Ⅰ급과 비슷해 보이지만, 비교적 높고 뚜렷하게 각이 진 함교의 형태는 미국 이지스 구축함의 그것을 연상케 했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도 없이 느닷없이 사진으로 공개된 구축함의 정체를 놓고 군사 마니아부터 전문가들에 이르기까지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이 배가 바로 2004~05년 정식으로 취역한 052C식 루양II급 구축함이다. 뚜껑을 열고 보니 052C식 루양II급은 예상대로 만만치 않은 면모를 갖춘 구축함이었다. 우선 위상배열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다. 위상배열 레이더는 전파를 발사하는 소자 수십~수천 개를 배열(array)하는 방식의 레이더다. 빙글빙글 회전하는 일반적인 기계식 레이더와는 달리 전자적인 조작만으로 3차원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2005년 7월 중국 동쪽 해상에서 동해함대 소속 잠수함들이 인민해방군 창건 78주년 기념 군사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방식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되는 SPY-1 레이더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에 탑재되는 AESA 레이더도 기본적으로 모두 위상배열 레이더의 일종이다. 위상배열 레이더를 탑재한 구축함은 적의 전투기를 상대하는 방공능력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052C식 루양II급은 대공미사일로 중국산 HHQ-9를 수직발사관(VLS) 방식으로 탑재했다. 수직발사관은 갑판이 아니라 함정 내부 공간에 탑재된 미사일을 수직으로 발사하는 방식이다. 보다 많은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현대적인 미사일 발사 체계다.

 

중국 해군은 2006년에도 신형함을 선보였다. 이번에도 등장방식은 비슷했다. 중국 해군의 공식 발표가 없는 상태에서 인터넷을 통해 건조 중인 군함의 사진이 떠돌기 시작한 것이 1단계였다. 당연히 외국의 군사관련 인터넷 웹사이트에선 진짜냐 가짜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중국 언론이 침묵을 지키는 상태에서 홍콩 언론이나 캐나다의 화교계 군사전문잡지인 ‘간와방무평론(漢和防務評論)’ 등에서 중국판 이지스 구축함이 건조 중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보도가 등장하는 것이 2단계였다. 전문가들조차 이미 신형 구축함 2종이 선보인 지 1~2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신형 함정이 건조될 리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새로운 군함의 존재가 공식 확인됐다.

 

‘진정한 의미의 현대 해군’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051C식 루저우급도 공개된 정보가 부족해서 정확한 성능은 여전히 미스터리에 가깝다. 그럼에도 외관은 052C 루양II급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을 연상케 하는 요소가 많다. 중국에서는 051C, 서방권에서는 루저우급으로 부르는 이 구축함에 탑재된 대공미사일의 정체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으나, 미 국방부는 ‘중국 군사력 보고서’ 2007년판을 통해 러시아제 SA-N-20(S-300FM Fort-M)이라고 밝혀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미사일의 교전 거리는 레이더 능력과 밀접하게 연계되는데, SA-N-20의 최대 사거리가 150km에 달할 정도로 막강해서 중국 해군의 함대 방공능력이 크게 향상됐음을 입증했다. ‘중국 군사력 보고서’는 051C 루저우급에 대해 ‘중국 해군의 대공 방어 범위를 2배 이상 넓히는 등 해상 대공방어 능력을 두드러지게 향상시킨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052C급의 2번함은 아직 정식 배치되지 않은 상태지만 미 국방부는 빠르면 12월 중으로도 작전배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신형 구축함의 출현 의미는 중국 해군의 기존 구축함 성능을 분석해보면 금방 파악할 수 있다. 2004년 이전에 중국이 보유한 구축함은 모두 네 종류였다. 총 16척으로 가장 많이 보유했던 051식 루다급은 1971년에 첫선을 보였다. 만재배수량 3960t으로 구축함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에 속한다.

 

최초 건조 당시 HY-1 함대함 미사일로 무장하고 헬기 갑판을 갖춘 051 루다급은 현대 중국이 보유한 최초의 구축함이자 원양 항해가 가능한 전투함이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일부 개량형 2, 3척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대공미사일이 없었던 것이다. 대공미사일이 없으면 적 전투기를 공격할 방법이 없고, 적 전투기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이후 중국 해군은 1994년 만재배수량 5700t의 052식 루후급, 1999년 만재배수량 6600t의 051B식 루하이급을 내놓았다. 이들 구축함은 051식 루다급보다 덩치가 크고 HQ-7 등 대공미사일도 갖췄지만, 여전히 미사일 사거리가 짧고 탑재 레이더의 성능이 떨어지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 비행체의 수에도 한계가 있어 기껏해야 개별 함정을 방어하는 정도일 뿐 함대나 일정구역을 방어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었다.

이 밖에도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소브르메니급 구축함도 보유하고 있었지만 대공 방어능력이 제한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다시 말해 2004년 이전의 중국 해군 구축함들은 적의 전투기나 대함미사일을 방어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현대 해전에서는 적의 군함보다는 전투기를 어떻게 상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1981년 아르헨티나 전투기가 영국 구축함 셰필드를 엑조세 대함미사일 단 1발로 격침시킨 바 있다.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대함미사일은 워낙 성능이 좋아 이를 방어할 수 없는 군함들은 바다 위를 떠다니는 관(棺)이나 다를 바 없다. 육상에서 출동한 전투기의 지원을 받거나 항공모함에 탑재된 함재기의 지원을 받지 않는 이상 방공능력이 부족한 군함이 살아나기란 쉽지 않다.

 

중국 해군이 2004년 이후 새롭게 건조한 군함들이 하나같이 대공 능력에 상당한 포커스를 둔 것도 이 같은 현대 해전의 추세 때문이다. 달리 말해 구축함 등 수상함정의 방공능력을 대폭 향상시킨 2004년 이후의 중국 해군은 진정한 의미의 현대 해군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새로 등장한 잠수함 ‘3종 세트’

새로 등장한 해군 전력은 구축함뿐만이 아니다. 중국 해군은 잠수함에서도 최근 수년간 새로운 ‘3종 세트’를 선보였다. 093식 상급 공격원잠, 094식 진급 전략원잠, 신형 636식 킬로급 재래식 잠수함이 그 주인공이다.

 

현대 잠수함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첫째는 디젤엔진과 축전지를 조합하는 재래식 잠수함(SS)이다. 둘째는 원자력 추진기관을 사용하면서 주로 상대방 잠수함을 공격하는 어뢰를 탑재한 핵추진공격잠수함이다. 흔히 공격원잠(SSN)이라 부른다. 셋째는 원자력 추진기관을 사용하면서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잠수함이다. 이런 잠수함을 전략원잠(SSBN)이라고 부른다. 순항미사일 공격에 중점을 둔 핵추진유도미사일잠수함(SSGN)도 기술적으로 공격원잠이나 전략원잠을 변형시킨 것이다. 신형 킬로급은 재래식, 093식은 공격원잠, 094식은 전략원잠에 각각 해당하므로 결국 중국 해군은 잠수함 전략의 전 분야에서 완전히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셈이다.

 

1990년대 이후 중국 해군은 킬로급 잠수함 4척(877EKM식 2척, 636식 2척)을 보유해왔는데, 2004년 이후 올해까지 최신형에 해당하는 636식 8척을 러시아로부터 추가 도입하면서 사실상 중국 재래식 잠수함의 주력을 교체했다. 이전에 중국 해군이 보유하던 033식 로미오급, 035식 밍급, 039식 송급은 숫자상으로는 수십 척에 달했지만 하나같이 시끄럽고 수준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숙성을 생명으로 하는 잠수함에 대한 ‘시끄럽다’는 평가는 ‘존재 가치가 없다’ 혹은 ‘성능이 아주 나쁘다’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레이더가 통하지 않는 물속에서 잠수함을 찾는 최선의 수단은 소리다. 소음이 심한 잠수함은 그만큼 적에게 발각되기 쉽기에 가치가 떨어진다.

처음 선보인 093식과 094식의 의미도 작지 않다. 과거에도 중국은 시아급 전략원잠, 한급 공격원잠 등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소음이 너무 심해서 평판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093식, 094식의 정확한 성능은 여전히 미지수지만, 최소한 소음만은 대폭 줄어들었다는 것이 세계 전문가들의 공통적 평가다. 잠수함에 있어서도 서구 해군 강국에 필적하는 공격원잠과 전략원잠을 보유하게 됐다는 것이다.

 

쏟아지는 중국군 리포트

이 같은 중국 해군의 대변신에 대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나라는 미국이다. 최근 들어 미국이 중국의 군사력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는 공개 보고서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1980년대 냉전이 맹위를 떨칠 당시 미국은 해마다 ‘소련의 군사력(Soviet Military Power)’이라는 제목의 연례 보고서를 공개했다. 소련이 얼마나 가공할 만한 수준의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것이 미국의 안전과 세계 평화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데이터와 화려한 그래픽을 통해 상세히 공개하는 보고서였다. 전면 컬러로 인쇄된 이 보고서는 영어는 물론 일본어, 독일어 심지어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전세계에 배포됐다. 이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소련을 가상 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1992년 소련 붕괴 이후 이 보고서는 더 이상 발행되지 않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러시아가 다시 군사대국으로 부활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을 주제로 한미 국방부의 공개보고서가 배포될 조짐은 전혀 없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사정이 다르다. 매년 봄 미 국방부는 ‘중국 군사력 보고서(약칭 CMP)’를 작성, 의회에 제출한다. 약 100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중국이 최근 어떤 무기를 도입했으며 어느 정도의 병력이 어떤 훈련을 하고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의 공식 보고서뿐 아니라 랜드연구소 등 미 국방부의 연구용역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는 반민반관 성격의 정책 연구소, 권위 있는 정책 보고서로 유명한 미 의회 조사국 등도 중국군, 혹은 중국 해군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미국 관변에서 특정 국가의 군사력을 주제로 한 공개 보고서가 나오는 사례가 중국 외에는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이 같은 ‘중국군 스터디 열기’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적어도 미 관변 보고서의 ‘인기 주제’로만 보자면 미국은 중국을 구 소련 수준의 가상 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쏟아지는 보고서 중에는 중국과의 가상대결 시나리오를 담고 있는 것들도 있다. 미국 관변 연구자 가운데 일부는 중국과의 무력충돌을 이미 진지하게 상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랜드연구소가 지난 4월 공개한 ‘용의 소굴로 들어가기, 중국의 접근거부(anti-access) 전략과 미국에의 영향’도 중국과의 가상 교전 시나리오를 담은 대표적 보고서 중 하나다.

   

 

미·중 해군 충돌 4대 시나리오

‘중국군이 동북아에 전진 배치된 미 해군 항공모함 전투단을 공격할 경우 항공모함 1척으로는 방어망이 뚫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괌이나 싱가포르에 항공모함을 추가 배치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랜드연구소의 4월 보고서가 내린 결론 가운데 하나다. 이 보고서는 중국 해군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중국 해안으로 접근하는 미국 항공모함을 격퇴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다음 예상 가능한 공격 방안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제1안은 중국 해군이 25척의 유도미사일 구축함과 40척의 유도미사일 호위함 등 주요 수상 전투함을 총동원해 미 항모를 공격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보고서의 결론은 부정적이다. 최근 중국 해군의 급속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수상 전투함 전부를 투입해도 미 항모전투단의 방어망을 돌파할 수 없다는 것. 최근 중국이 신형 구축함을 건조했다고는 하지만 중국 함정의 대공방어능력이 여전히 제한적이어서 이들이 미 항모전투단의 방어망을 돌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제2안은 지상기지에서 발진한 중국 해군이나 공군 소속 전투기·폭격기가 2~4기의 대함순항미사일(ASCM)을 동시에 발사하는 것이다. 100대의 중국 전투기가 200기의 대함순항미사일을 미 항모에 발사할 경우 미 함재기와 이지스 구축함의 우수한 방공능력도 포화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특히 중국이 최근 요격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초음속 순항미사일 보유량을 늘리고 있어 이런 위협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질 전망이다.

 

제3안은 중국이 대량으로 보유한 하피 대레이더 미사일을 미 항모나 이지스구축함을 목표로 발사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개발한 하피 미사일은 원래 무인기(UAV)로 개발됐지만 순항미사일처럼 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미사일은 워낙 소형이어서 탐지가 힘든 대신 파괴력이 약하다. 하지만 약 54기의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한다면 이지스 구축함의 방어능력을 초과해 레이더를 파괴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단 이지스 구축함을 무력화한 후 중국이 2차 대함 미사일 공격을 가해 미국의 항모전투단을 파괴할 수도 있다.

 

제4안은 잠수함을 동원한 공격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50여 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속도가 느리고 소음이 심해 작전 수행이 어려우므로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 더구나 어뢰를 탑재한 중국 잠수함이 미 항모전투단의 대잠 경계진을 뚫고 들어와 항공모함 주변 8해리 이내로 접근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위협을 줄 가능성이 있는 잠수함이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신형 636식 킬로급 잠수함이다. 중국이 대함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신형 킬로급 잠수함 8척을 분산 배치해 작전한다면 그 가운데 최소한 한 척은 미군 항공모함을 미사일 사정거리 안에 둘 수 있다는 추정이다.

 

물론 실전에서는 이러한 공격방법들이 별도로 이뤄질 필요가 없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중국이 네 가지 방법을 동시에 동원하는 것이다. 이 경우 거의 확실하게 미 항공모함의 방어망이 뚫린다는 것이 랜드연구소 보고서의 결론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일본 요코스카에 전진 배치된 항모 1척으로는 중국 해군의 공격에 대한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하와이의 미 항공모함이 대만 인근까지 출동하려면 7일이 소요된다. 이 기간이면 중국의 대만 점령 등 미국이 우려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랜드연구소 보고서는 대만으로 항모가 이동하는 데 이틀이 걸리는 괌이나 사흘 거리인 싱가포르에 추가로 항모를 배치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 중국 해군이 미국 해군을 정면으로 상대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지만 미국이 항공모함 추가 배치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성장한 것만큼은 틀림없다.

 

중국 해군이 이처럼 발 빠르게 변신했다고는 하지만 약점도 없지 않다. 얼마 전 미 의회조사국(CRS)이 지난 10월말에 작성한 ‘중국의 해군력 현대화(China Naval Modernization)’ 보고서가 전미과학자연맹(FAS)을 통해 공개 배포된 바 있다. 미국의 적정 국방비를 판단하기 위한 기초 조사의 일환으로 중국의 해군력을 평가한 이 보고서는 중국 해군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다.

 

17년째 계속된 항공모함 건조說

이 보고서는 전투기나 적 순항미사일을 방어하는 방공능력 부족을 중국 해군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지적한다. 051C, 052C식 신형 구축함이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과 유사한 방공구축함이라고는 하지만 성능은 미지수다. 이지스 전투체계는 단순히 위상배열 레이더와 대공미사일을 조합하는 것 이상의 매우 복잡한 소프트웨어적 뒷받침이 필요하지만, 중국이 단기간에 이를 모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중국의 신형 방공구축함은 4척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이지스 구축함을 50척 이상 보유하고 있다.

 

중국 해군의 또 다른 약점은 적 잠수함을 추적하는 능력이다. 잠수함이나 구축함 등 수상함도 적 잠수함을 추적해 공격할 수 있지만, 잠수함을 잡는 가장 좋은 수단은 P-3C 오라이언 등 특화된 대잠초계 항공기다. 중국에는 현대적인 대잠초계기가 1대도 없다. 대잠 능력 분야는 중국 해군에 일종의 블랙홀인 셈이다.

   

 

기뢰는 가장 비신사적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해상 무기로 불린다. 지뢰처럼 바다에 뿌려두면 신경 쓰지 않아도 상대방 군함을 일격에 침몰시키는 까닭에 ‘바다의 암살자’라는 별명이 손색이 없다. 당연히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 능력도 현대 해군에는 필수요소다. 중국 해군은 소해 능력도 매우 빈약하다는 것이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미국 주도하의 무기수출 통제 때문에 무기 수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해군의 함정들이 러시아 군사기술을 중심으로 온갖 잡다한 민수용 기술이 조합돼 있어 전반적으로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중국이 항공모함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는 꾸준한 소문도 어떻게 보면 중국 해군의 강점이 아니라 약점의 상징이다. 이러한 추정은 1990년대 초반부터 계속 제기돼왔지만 17년이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설(說)’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폐기된 항모나 건조가 중단된 항모를 수입한 것으로 보아 중국이 장기적으로 항공모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 진척 속도는 매우 느리다.

 

올해만 해도 중국의 항공모함 건조와 관련된 보도는 수십 차례 이어졌다. 그러나 어느 것도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심지어 국내 언론보도 중 일부는 대만 언론의 추측성 기사를 중국측의 공식 견해로 오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각종 공식 보고서에서 중국의 항모 건조설은 그리 비중 있게 취급되지 않는다. 건조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설사 건조한다 해도 현재 중국의 기술 수준으로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관변 보고서는 중국의 항공모함이 빨라야 2012년, 아마도 2015년 이후에야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 중국 해군은 일본에 고정 배치된 미 항모전단 1개만으로도 ‘요리’가 가능한 전력이었다. 그러던 것이 (랜드연구소의 2007년 4월 기준 보고서대로라면) 이제 최소한 미 해군 항모전단 2개는 배치돼야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강해졌다. 반대로 (미 의회조사국의 평가대로) 종합적으로 미 해군과 중국 해군이라는 1대 1 정면 대결국면에서는 아직도 역부족이다. 중국 해군의 위협이란 이야기도 미국 처지에서 보자면 현재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논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3단계 확대 걸친 ‘대양해군’의 꿈

군사력 증강에는 그 전략적 배경과 목표가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최근 수년간 중국 해군이 진행해온 전력증강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 과연 중국 해군은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중국이 처한 정치 경제적 상황을 들여다보면 그 목표는 자연스레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은 이미 세계 곳곳의 에너지를 삼켜버리는 블랙홀로 부상한 지 오래다. 액수에 신경 쓰지 않고 아프리카와 중동, 남미의 유전과 광산을 모조리 휩쓸고 있는 등 기세가 등등하다. 중국은 자국에서도 석유가 나오고 지하자원도 풍부하지만 폭발적인 경제성장으로 대부분의 자원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중앙아시아나 러시아 등을 통한 육상 파이프라인 건설을 추진 중이긴 해도 중국이 자원을 수입하는 주요 통로는 여전히 바닷길이다.

 

문제는 중국이 이용하는 바다에 대한 통제권을 대부분 미국이 행사하고 있다는 점. 유사시 미 해군이 바닷길을 차단하는 상황은 중국으로서는 끔찍한 악몽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 마냥 순종할 생각이 없다면 경제적 생존을 위해서라도 해군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단 경제만이 문제가 아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은 대만의 독립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유사시 중국군이 대만을 제압하려면 바다를 건너야 한다. 이때 7함대를 필두로 한 강력한 미 해군력이 걸림돌이 될 것은 자명하다. 더구나 중국의 해안 지역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다. 내륙보다는 해안지역이 집중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광대한 중국 대륙 깊숙이 적을 끌어들여 승리하겠다는 과거의 인민전쟁론식 발상은 이제 실현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일대의 복잡한 영유권 분쟁도 겹쳐 있다. 중국은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 거의 모든 방향에서 인접국가와 해양 분쟁을 벌이고 있다. 1974년부터 2000년까지 중국이 남중국해 일대에서 영유권 문제로 주변국가와 무력충돌을 벌인 사례만도 13회에 달한다. 2005년에도 동중국해의 춘샤오 가스전을 놓고 일본과 거칠게 신경전을 주고받은 데서 알 수 있듯 중국 주변의 해역은 거의 모두가 폭발 직전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최근 중국 해군의 폭발적 성장은 중국 처지에서는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개방노선을 채택한 초창기인 1982년에 이미 류화칭 제독은 “중국 해군은 연안 밖에서 장거리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선언이 실천의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현재 중국 해군의 기본전략은 ‘근해 적극방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근해 방어전략이란 해안선 주변을 벗어나 보다 멀리 떨어진 해역에서도 공세적인 방어를 수행할 능력을 갖겠다는 뜻이다. 중국이 표방하는 ‘근해’의 구체적 범위에 대해 중국군 용어사전인 ‘해방군군어(解放軍軍語)’는 ‘해안으로부터 200해리까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중국군이 사용하는 근해의 개념은 상당히 유동적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일본, 필리핀 주변해역까지 포함한다.

 

더구나 각국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 해군이 장기 계획 아래 단계적으로 작전범위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본다. 1단계는 일본,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 보르네오로 이어지는 1도련선(島鍊線)까지를 중국 해군이 통제하는 것이 목표다. 2020년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2단계에는 오가사와라 제도, 마리아나 제도, 팔라우로 이어지는 2도련선까지 통제하는 것이 목표다. 3단계는 2도련선 밖까지 장거리 전진방어를 할 수 있는 단계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장악한다면

장기적으로 중국의 이러한 전략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에도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면 전세계 바다를 통제하겠다는 미국의 해양전략과 정면충돌하기 때문이다. 일단 한 곳의 바다에서라도 통제권을 잃는다면 바다를 통해 유럽, 중동, 아시아로 자유롭게 군사력을 배치, 이동, 투사하려는 미군의 군사전략에 구멍이 뚫리는 만큼 이는 미국으로서도 사활적 이익이 걸린 문제다. 더구나 남중국해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에도 거의 생명선이나 다름없는 해상교통로의 길목이다.

 

미 아태안보연구소(APCSS)의 데니 로이 연구원이 “중국의 해군력 증가가 앞으로 아시아의 최대 안보위협 요인”이라고 주장한 것은 이에 얽힌 미국의 우려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결국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국 해군의 전력강화는 앞으로 예상되는 미중 충돌과 세계 질서의 동요를 상징하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가시화하는 위기는 바다에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