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20세‘초장수 시대’가 다가온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들 대다수는 성장 기간의 여섯 배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이론에 따라 20세까지가 성장기인 인간의 수명도 1백20세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건강이다. 오래 살면서 이런저런 병에 시달리며 고통받는다면 결코 즐거울 리가 없다. 그래서 ‘건강 장수’가 중요하다. 1백20세 ‘장수 만세’ 시대에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비법을 알아보았다.
시쳇말로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고 싶다고들 한다. 자기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신 기능이 떨어지더라도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각종 질병에 대처하지 못해 단명하던 과거에는 오래 사는 것 자체가 소원이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1980년 국내에 2백명에 불과하던 100세인은 2000년에 2천2백명으로 증가했다. 미국과 일본에는 각각 수만 명의 100세인들이 있다. 미국 인구통계청은 2050년이면 100세 이상 사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6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에는 가까운 미래에 100세를 넘어 1백20세까지 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러 곳에서 나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대부분은 성장 기간의 여섯 배까지 산다고 한다. 이 이론대로라면 인간이 20세까지 성장한다고 볼 때 1백20세가 인간 수명의 한계인 셈이다. 여기에 유전자 복제, 생체 이식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백20세가 최고 수명이 아니라 평균 수명인 시대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는 이유이다. 실제로 일본 오사카 시는 지난해 1백20세 이상 장수인이 5천명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고령자인 1백52세 할아버지와 1백51세 할머니를 포함해 모두 79명이 1백40세 이상이고, 1백30세가 1천여 명, 1백20세가 3천9백여 명이다. 출생 연도가 뚜렷하지 않고 주민등록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아 공식적인 통계는 아니지만 이런 사례에서 보듯 1백20세 수명 시대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든 많이 움직여라
따라서 요즘에는 오래 사는 만큼 벽에 똥칠하지 않고 장수하는 비결에 관심이 높아졌다. 김창오 세브란스병원 노인내과 교수는 “노인 대부분이 생의 마지막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건강하지 않으면 오래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그 비결은 장수인들의 공통점에서 엿볼 수 있다. 장수에 대한 세계 각국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장수인 열 명 중 아홉 명은 큰 병에 시달리지 않았다. 또 세 명 중 한 명은 치매에도 걸리지 않았다. 생의 마지막 몇 년 동안 신체적 장애가 급속히 진행되어 사망에 이른다는 점도 유사하다.
특히 장수 여성은 40세 이후 출산한 경험이 일반인에 비해 높았다. 미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40세 이후 출산 경험이 있는 일반 여성은 5.5%인 데 반해 장수인 여성은 19.2%였다.
장수인은 노화가 천천히 진행된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른바 장수 유전자를 찾기 위한 연구가 세계 각국에서 활발한 이유이다. 국내에서도 장수 유전자를 찾는 연구가 한창이다. 박상철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은 “서양에서는 장수 유전자가 있다고 발표했지만, 한국 장수인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인 남성만의 장수 유전자는 따로 있다. 바로 알코올 분해효소이다. 그래서 한국 장수인, 특히 남성은 술을 잘 마신다. 이에 대한 연구를 더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100세 이상 장수인의 형제들은 100세까지 살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15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들은 비슷한 식생활과 환경에서 함께 자랐기 때문에 유전적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장수 전문가들은 수명을 결정하는 유전적 요인은 30%이고 나머지는 후천적 요인이라고 말한다. 후천적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신체 활동, 식습관, 마음가짐이다. 한마디로 꾸준히 움직이고, 하루 세 끼를 거르지 않으며, 느리게 사는 것이 장수의 왕도이다.
이 세 가지는 면역력을 올리는 필수 요소이다. 2002년 코미디언 이주일씨는 폐암 수술을 잘 받았지만 감기에 걸려 폐렴으로 사망했다. 폐암 치료를 받으면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 탓이다. 질병에 걸리지 않아도 나이가 들면 면역력은 떨어진다. 젊을 때는 아무것도 아닌 감기 바이러스에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수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청춘처럼 팔팔한 면역력을 유지할 수는 없더라도 면역력 이 떨어지는 것은 최대한 늦추라고 주문한다.
그 첫 단추가 신체 활동을 늘리는 일이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많이 움직이라는 의미이다. 의자에 앉아서도 다리를 들어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하면 된다. 또, 산책을 자주 하거나 주차도 멀리 하고 걷는 거리를 일부러 늘리는 방법도 좋다. 어떤 방법으로든 몸을 많이 움직일수록 건강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어 있다.
신체 활동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0년 후 사망률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루 1마일(1.6km) 이하를 걷는 사람은 2마일(3.3km) 이상 걸은 사람보다 수년 후 사망률이 두 배 이상 높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최윤호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교수는 “이처럼 몸을 움직일수록 뇌졸중·심근경색 예방 효과가 나타나므로 ‘건강한 장수’에 도움이 된다. 사실 노인들이 사망하는 주요 원인은 심·뇌혈관질환으로 약 40%를 차지한다. 운동은 마라톤처럼 힘든 운동보다 걷기, 자전거 타기, 요가 등 유산소 운동이 좋다. 운동을 젊을 때부터 꾸준히 하면 더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하루 세 끼 챙기고 소식하라
지난 4월19일 일본의 기무라 지로에몬 씨가 1백14세 생일을 맞았다. 일본 혼슈 긴키 지방에 사는 기무라 씨는 현재 공식적으로 세계 최고령 남성이다. 1백20세까지 사는 것이 목표라는 기무라 씨는 건강 비결로 소식을 꼽았다. 하루 세 끼를 꼬박 챙겨 먹었고, 위가 80% 정도 채워졌다고 느끼면 더 이상 먹지 않는다고 했다.
산삼 등 특정 음식으로 건강을 챙기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특정 음식이 불로초로 작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독이 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특정 음식으로 장수했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오히려 하루 세 끼를 챙겨 먹는 일이 장수와 관련된다는 연구는 수없이 많다. 평범한 방법이지만 실천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밥맛이 없거나 귀찮아서 끼니를 거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아침을 거르거나 적게 먹고 저녁에 포식하는 습관은 장수와 멀어지는 지름길이다.
70세 이상 노인이 갑자기 소식하면 골밀도 감소, 근육 손실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소식을 하려면 먼저 자신의 하루 섭취량을 따져 과잉 상태인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영양학회가 권장하는 하루 적정 열량을 연령대별로 확인하고 그것보다 20% 정도 적게 섭취하면 소식에 해당한다. 밥 한 공기가 조금 모자라게 먹는 정도이다. 너무 채식 위주로 식단을 짜면 자칫 영양실조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구성을 6 대 2 대 2로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식을 먹으면 소식하는 의미가 없다. 처음에는 배가 고프지만 곧 익숙해진다. 지나칠 정도로 배가 고프면 물을 마시면 좋다. 포만감이 뇌에 도달하기까지는 20분 정도 걸리므로 최소 식사 시간을 20분 이상으로 잡고 음식을 천천히 먹어야 과식을 피할 수 있다. 피할 음식은 가공식품과 튀김류이다. 특히 튀김류에는 발암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소식과 상관없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최근 일본 대지진으로 방사성 물질 유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효소(酵素)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자외선이나 방사선이 체내 활성산소 농도를 지나치게 높일 수 있는데, 항산화효소(SOD)가 이를 억제한다고 한다. 항산화효소는 2002년 미국에서 방사선 노출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을 억제하고 완화하는 효능이 검증된 바 있다. 우리 몸에도 항산화효소가 있는데, 20대부터 분비량이 점차 감소한다. 이 효소 분비를 촉진하는 음식을 섭취하거나 효소 자체를 보충해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아현미, 녹차, 보리 싹 등이 항산화효소가 함유된 원료이다. 프랑스 아비뇽 지방에서 생산되는 칸탈로프 멜론은 일반 멜론에 비해 항산화효소가 여덟 배 이상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 몸에는 다양한 효소가 있다. 음식을 먹으면 영양분으로 변화시키는 효소도 있다. 소화 작용, 영양분 흡수, 노폐물 배출, 독성 물질 정화, 항산화 작용, 항염 작용도 효소의 몫이다. 나이가 들수록 효소가 부족해지면 영양분 흡수에 이상이 생기고, 몸에 해로운 물질이 쌓인다. 결국 신체 기관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 몸에서는 생명을 유지하는 효소가 음식물을 분해하는 역할에 동원된다. 생명 유지 효소가 부족하게 되므로 수명이 단축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 서울 종로구 경운동 서울노인복지센터의 체력단련실에서 어르신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따라서 효소가 부족하지 않도록 우리 몸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효소 치료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효소 치료라고는 하지만 건강 유지법에 더 가깝다. 예를 들면, 고기를 영양분으로 바꾸려면 많은 효소가 필요하지만, 채식은 적은 효소로도 분해된다. 게다가 채소와 과일에 있는 효소는 우리 몸의 신진대사도 돕는다. 한국에서는 효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않다. 일반인이 직접 효소를 만들어 먹는 수준이다. 만드는 방법은 과일주를 담그는 것과 비슷하지만 술이나 물을 넣지 않는 점이 다르다. 채소나 과일을 설탕과 함께 큰 병에 넣고 밀봉해 오랜 기간 발효시키면 효소가 만들어진다. 이를 마시거나 요리에 첨가해서 먹는 사람이 최근 부쩍 늘었다.
장수인의 또 다른 공통점은 느리게 사는 것이다. 프랑스 연구 결과에서도 100세 이상 장수인들은 느리게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슨 일이든 서두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차분하고, 개방적이며, 낙천적인 성격이 나타난다. 장수한 사람의 얼굴이 ‘웃는 상’으로 보이고, 실제 나이보다 젊고 여유롭게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급할수록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짜증이 나고 화를 내기 십상이다. 특히 경쟁 사회에 사는 현대인은 느리게 사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휴가 기간에도 쉬지를 못한다.
홍영재 SH클리닉 산부인과 원장은 “건강하게 오래 살기로 유명한 유태인들은 휴가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쉰다. 책을 보다가 차를 마시다가 자기를 반복한다. 한국인은 휴가 때에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몸에 밴 것이다. 조바심을 버리고 느리게 사는 데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오래 살려면 욕심부터 버려라”
홍영재 산부인과 원장은 매일 저녁 곱창과 꽃등심을 즐겼다. 그처럼 입에서 살살 녹는 음식도 없다 싶었다. 사달이 생긴 2001년 가을, 그날에도 외식을 하던 참이었다. 배가 이상해서 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대장암과 신장암 3기로 가망이 없었다. 5시간 걸리는 대수술과 6개월 동안 뼈가 녹는 항암 치료를 받았다. 80kg이던 체중은 3개월 만에 15kg이 빠졌다. 2002년 월드컵은 그에게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10년이 지났다. 그를 평일 늦은 오후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만났다. 건강 강좌를 마치고 나온 직후였다. “병원은 산부인과 의사인 아들에게 맡겼다. 매월 15건 이상 강연 요청이 들어온다. 오전에는 진료를 보고 오후에는 강연을 다닌다. 암을 이기고 돌아온 의사에 대해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웃음)” 웃음이 젊다. 10년 전과는 딴판이다. 그 당시에는 살기 위해 강한 항암제를 썼다. 강한 만큼 암세포도 죽었지만 정상세포도 만신창이가 되었다. 구토가 심해 먹지를 못했다. 어릴 적에 먹던 청국장이 생각났다고 한다. “청국장의 원료는 콩이다. 콩에는 3대 영양소인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있다. 칼슘, 철,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도 많다. 심지어 비타민까지 있다. 콩을 발효시킨 청국장은 단언컨대 만병 통치약이다. 내가 먹고 암을 이길 수 있는 힘을 되찾았지 않은가.” 자신을 암에서 구해준 청국장에 대해 연구했다. 항암뿐만 아니라 노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산소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지만 일부는 신체를 산화시킨다. 산화는 노화를 의미한다. 활성산소가 많을수록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 이를 억제하는 효과도 청국장에 있다. 청국장이 노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홍원장은 건강 강연 때마다 되풀이한다. ‘청국장 전도사’라는 애칭까지 붙었고 청국장 관련 책도 냈다. 그는 또 다른 책을 준비하고 있다. 인생을 두 번 살라는 내용의 책을 올가을에 낼 생각이다. 많은 사람에게 건강을 유지하며 오래 살 수 있는 비결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은퇴하면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이때에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 돈, 명예, 섹스 등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게 천수를 누릴 수 있다.” |
한국인, 평균 수명까지 살 때 3명 중 1명이 발병…암 발생·사망 계속 증가 추세
1백20세 시대를 앞두고 암은 넘어야 할 고개이다. 한국인은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며, 모든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 10명 중에서 3명은 암으로 사망한다. 지난 10년 동안 암 관련 자료를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종합한 결과에서 암 발생은 연평균 3.3%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10만명이던 암환자 수는 2008년 17만명으로 늘어났다. 외국과 비교하면, 남녀 모두 일본, 영국과 비슷하고 미국보다는 낮게 집계되었다. 한국인은 인구 10만명 중에 남성은 3백14명이, 여성은 2백41명이 암에 걸린다. 박소희 국가암관리사업단 부장은 “노령 인구가 늘어나면 암발생률이 증가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령 인구 증가보다 암 발생 증가가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과거에는 모르고 지나갔을 암을 정기검진 등으로 조기에 발견한 것도 암 발생이 증가한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라고 분석했다.
암 예방 노력하는 사람은 35%뿐
한국 사람이 평균 수명까지 살 때 암에 걸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남성이 77세까지, 여성이 83세까지 살 때, 각각 세 명 중 한 명은 암에 걸린다.
위암은 남성 암환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걸리는, 가장 흔한 암이다. 그 다음은 대장암, 폐암, 간암, 전립선암 순이다. 여성 암환자 네 명 중 한 명은 갑상선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에 유방암, 위암, 대장암, 폐암 순으로 이어진다.
특이한 점은 남성에게서 간암·폐암 발생은 감소했지만 10년 사이에 대장암과 전립선암은 각각 13.5%와 6.9%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여성에게서 갑상선암은 2000년대 초부터 증가했고, 2004년부터 발생률 1위 암으로 자리 잡았다. 연평균 24.7%의 증가율을 보이며 급증했다(21쪽 상자 기사 참조). 자궁경부암과 간암은 감소세이다. 박부장은 “간암은 B형 간염 예방 접종으로 관리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구화된 생활 습관으로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유를 찾기 위해 조사 중이지만, 갑상선암은 초음파 검사가 늘어나면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돌연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혈관질환은 지난 10년 사이에 줄어들었다. 그러나 암 발생과 그에 따른 사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9년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24만6천명이다. 이 가운데 암 사망자는 28.3%인 6만9천명이다. 1983년 11.3%, 1999년 22% 등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남성은 폐암, 간암, 위암 순으로, 여성은 폐암, 위암, 대장암 순으로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 암을 진단받은 시점부터 5년 이상 생존하는 비율은 1993년부터 2004년까지 남성은 12.9% 포인트, 여성은 15.9% 포인트 증가했다. 암별로는 갑상선암이 99.3%로 가장 높고, 유방암, 전립선암, 자궁경부암, 대장암, 위암 순이며 췌장암의 5년 생존율(7.6%)이 가장 낮다.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19세 이상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암 예방 실천 여부를 조사한 결과, 구체적인 노력을 하는 사람은 35%에 그쳤지만, 암 예방을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암이 예방 가능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46%로 나타났다. 모든 암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신체 활동을 실천하는 사람은 2009년 현재 100명 중 13명으로 전년(14명)보다 오히려 줄었다. 신체 활동이란 숨이 약간 찰 정도로 1회 30분 이상, 주 5일 이상 몸을 움직이는 행위를 말한다. 특히 청소년의 신체 활동 실천율은 100명 중 10명으로 성인보다 낮게 나타났다.
국립암센터는 2015년 암 발생자를 추정한 결과, 2008년 17만명에서 27만명으로 51.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암 사망자는 2009년 6만9천명에서 2015년 8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박부장은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암 발생과 사망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느 정점을 기준으로 다시 하락 곡선을 보일 것인데, 그 이유가 무엇이고 그 시점이 언제일지는 더 연구해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남성 발생률 1위 대장암, 여성 발생률 1위 갑상선암은 어떤 암?
최근 10년 동안 대장암은 큰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암 발생 건수는 총 17만건이며 그중 대장암은 남녀를 합쳐서 2만2천건이다. 전체 암 발생의 12.7%로 2위에 해당한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대장암은 국내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증가한 이유를 유전적 요인과 서구화된 식습관에서 찾고 있다. 또 전체 대장암의 15~20%는 유전적 요인과 관계가 있어서 부모·형제·자녀 중에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대장암 발생률이 2~3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저섬유소, 고지질 및 고칼로리, 정제된 음식(설탕, 디카페인 커피 등) 등으로 생기는 궤양성대장염,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이 대장암의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나이(50세 이상), 음주, 흡연 등이 대장암의 위험 요인이다.
대장암은 전 단계가 있는데, 이를 선종이라고 한다. 대장암의 95%가 선종에서 발생한다. 대장암 초기에는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으며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장암의 주된 증상은 배변 습관의 변화, 변이 남은 느낌, 혈변 또는 점액변, 가늘어진 변, 복통 및 복부 팽만, 체중이나 근력의 감소, 피로감, 식욕 부진, 소화 불량, 오심과 구토, 덩어리 만져짐 등 매우 다양하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로 용종을 조기에 발견해서 없애는 것이 대장암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신선애 국립암센터 예방의학 전문의는 “붉은 육류, 육류 가공식품, 술, 비만 등이 대장암을 일으키는 요인이며 신체 활동, 섬유질 음식, 마늘, 생강, 우유 등은 대장암을 감소시키는 음식이다. 특히 칼슘이 부족한데 우유를 많이 마실 필요가 있다. 또 고기를 먹더라도 찌개나 수육보다 구워먹는 것이 더욱 발암 위험성이 크다는 연구가 나오는 추세이다”라고 설명했다.
갑상선암은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이 위험 요인으로 알려졌다. 방사선은 DNA 구조를 파괴시켜 갑상선암 발생률을 높인다. 치료 목적으로 방사선에 많이 노출될수록 갑상선암 발생이 증가한다. 어릴 때에 머리나 목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우 성인이 되어 갑상선암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 또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지역에 사는 어린이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다른 지역보다 5~8배 높았다. 어린 나이에 방사선에 노출될수록 갑상선 발생도 증가한다. 암은 방사선 노출 후 4~5년, 길게는 30년까지도 발생한다. 30년 이후에는 발생 위험이 감소하지만 일반인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다.
유전적 요인도 있다. 부모가 갑상선유두암을 진단받은 경우 자녀에게서 갑상선암이 발생할 위험도는 아들은 7.8배, 딸은 2.8배 증가한다. 그 밖에 여성 호르몬, 요오드, 양배추와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 채소류, 커피, 빵, 감자, 담배, 유방질환 등이 원인으로 추정될 뿐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갑상선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방사선 노출을 피해야 한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을 해야 한다. 한편, 엑스레이를 1회 촬영할 때 쬐는 방사선량은 약 0.05mSv(시버트)이며, 건강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계 선량은 5mSv까지다. 1년 동안 일상생활에서 연간 받는 자연 방사선량은 약 2.4mSv이다.
신애선 전문의는 “최근 갑상선암이 증가하는데,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갑상선호르몬의 원료가 되는 요오드의 과잉이나 결핍이 갑상선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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