方外之士

列仙小傳_호공[壺公]과 비장방[費長房]

醉月 2009. 11. 11. 08:55

밤마다 호로병 속으로 사라지다

 

▲ @박영철

약을 팔아 하루에 수 천전을 벌다

한나라 때 汝南여남지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곳에 費長房비장방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시장을 관리하는 작은 벼슬아치였다. 어느 날 하루 여느 때처럼 비장방이 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있는데, 처음 보는 늙은이가 약을 팔고 있었다.

그 노인이 약을 팔 때는 항상 정해진 정찰가격으로 팔았다. 약을 사는 사람에게는 이 약을 먹고 나면 반드시 무엇을 토해내는데, 토한 뒤 며칠이 지나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약을 사간 사람은 며칠이 지나자 약효가 나타나 병이 다 나았다. 그래서 그 약을 파는 늙은이의 장사가 갑자기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매일 수 천전을 벌었다.

시장 관리였던 비장방이 이러한 사실을 옆에서 가만히 예의 주시하고 있는데, 특이한 것은 약 파는 늙은이가 돈을 벌어들인 후 그 돈의 대부분을 시장의 가난하고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해 희사하는 것이었다. 하루에 꼭 필요한 사오십전만 남겨서 그것으로 겨우 생활을 하였다.

비장방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의혹을 누르면서 더욱 조심스럽게 그 늙은이를 눈여겨 살펴보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약 파는 늙은이가 세 들어 살고 있는 작은 집이 바로 비장방이 살고 있는 집과는 거리를 마주하여 위치하고 있었으므로 집안의 내부구조나 살림살이 등이 잘 보였다.

그 노인의 집 내부에는 특별히 이상하지는 않았으나 방안에는 침상이 없었다. 거실 중앙에는 제법 커다란 "비어있는 호로병"(空壺공호)하나가 공중에 매달려 있는데, 그 용도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奇異기이함을 느끼게 한다.

밤마다 호로병 속으로 사라지다

시장의 사람들은 이 늙은이가 어디에서 왔는지, 도대체 이름이 무엇인지를 아무도 몰랐다. 다만 실내에 있는 "비어있는 호로병"(空壺) 때문에 "壺公"호공이라 불렀다.

그런데 비장방이 이 늙은이를 며칠간에 걸쳐 유심히 관찰하다가 이 비어있는 호로병의 사용처를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저녁 무렵 비장방이 우연히 2층에 올라가서 호공 집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때 호공이 방바닥에서 "그 비어있는 호로병"을 향해 훌쩍 뛰어올라 호로병속으로 쑥 들어가더니 보이지 않는다. 새벽이 될 때까지 보이지 않다가 날이 밝을 무렵 방안에 나타났다.

비장방은 이때서야 비로소 호공이 집안에 침상을 놓아두지 않은 까닭을 알게 되었다. 하나의 호로병속에 능히 몸을 감출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난 뒤부터 이 "호공"이야말로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로부터 비장방은 거의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호공집으로 가서 마당을 쓸고 먼지를 터는 등 청소를 해주고, 또는 식사 시중을 들기도 하였다. 호공은 비장방이 보내주는 음식물은 종래 받지 않았으나, 비장방이 몸으로 봉사하는 청소 등은 거절하지 않았다. 비장방은 조금도 懶怠나태함이 없었고, 호공에게 어떠한 요구사항도 없이 처음처럼 묵묵히 성심을 다하여 봉사하였다.

마침내 어느 날 하루, 비장방이 여느 때처럼 호공의 방 청소를 끝내고 막 돌아가려고 하는데, 호공이 비장방을 불렀다.
 

호공의 제자가 되다

 
▲ @박영철

호로병 속으로 들어가다

壺公호공이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費長房비장방을 불러 세우더니 "오늘밤 늦은 시간에 길가는 행인들이 없을 때쯤 너는 이곳으로 다시 오너라."한다. 비장방은 알겠다면서 연거푸 대답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늦은 시간에 비장방이 다시 호공의 집을 방문하자, 호공은 "나는 지금 이 호로병 속(壺中)으로 뛰어 들어갈 것인데, 너도 내가 하는 모양을 보고 내 뒤를 따라 호로병 속으로 뛰어 들어오너라!"한다.

말을 마친 호공은 훌쩍 몸을 솟구쳐 호로병속으로 들어가는데, 더 이상 종적이 보이지 않는다. 비장방도 호공을 뒤따라 훌쩍 뛰어 가볍게 호로병속으로 들어갔다. 호로병속에 들어간 비장방은 눈앞에 펼쳐진 다른 세계를 보고 놀랄 뿐이었다.

그곳에는 神仙신선들의 세계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데, 수많은 누각들이 즐비하다. 누각들을 잇는 복도는 마치 무지개처럼 허공에 놓여있다. 호공은 이곳에서는 더 이상 약을 파는 늙은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몸에는 널찍한 도포와 높은 모자를 쓴 仙官선관의 모습인데, 좌우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호위하고 있다.

호공은 비장방에게 "이제야 너에게 사실대로 말하는데, 나는 仙人선인이다. 이전에 나는 하늘에서 직책을 맡고 있었는데, 임무를 소홀히 하여 문책을 받았다. 그래서 인간 세상에 귀양 왔다. 보건대 너는 가히 가르칠만한 재목이라서 이번에 나를 따라 이곳에 오게 되었다."한다.

호공의 제자가 되다

이 말을 들은 비장방은 즉시 두 무릎을 꿇고 땅에 머리를 대면서 절하고, 또 머리를 땅에 찧으면서 "저는 無知무지한 속인입니다. 그 동안 지은 罪業죄업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다행스럽게 仙師선사께서 연민의 정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원하옵건대, 마치 죽은 시체와 같은 이 사람이 재생할 수 있도록, 그리고 죽어가는 고목이 다시 봄을 만나 새싹이 돋을 수 있도록 거두어 주십시오. 다만 제가 용렬하고 죄업이 많아 선사님의 가르침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 두려우나, 선사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거두어 주십시오. 거두어 주신다면 바로 하늘과 같은 크나 큰 恩德은덕이라 사료되옵니다"한다.

호공은 "내가 너를 살펴보니 너의 骨相골상은 매우 뛰어나다. 그러나 썩은 나무에 조각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너에게 仙道術法선도술법을 가르쳐줄 것이니 절대로 세상 밖으로 유출시켜서는 안된다."라고 한다. 이때부터 비장방은 시간이 날 때마다 호공을 모시고 가르침을 받았다.

스승과 제자가 되어 仙術선술을 배운지 한참 시간이 흘렀는데, 어느 날 호공이 아무 연락도 없이 비장방이 살고 있는 이층집으로 찾아왔다. 호공이 "내가 술을 조금 가져왔는데, 자네와 함께 마시고 싶구나!"한다. 비장방은 사람을 시켜 호공이 아래층에 갖다놓은 술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런데 호공이 가져온 술 단지가 제법 큰 술 단지인 줄 알았는데, 단지 작은 술잔 하나였다. 그러나 작은 술잔 하나에 불과하였으나 하인 중에서 아무도 그것을 들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여 움직여 보려고 하였으나 땅바닥에 붙은 듯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비장방은 부득이하여 호공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호공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아래층으로 내려와 가볍게 술잔을 들고 이층으로 올라온다.
 

지팡이를 시체로 만들다

 
▲ @박영철

지팡이를 시체로 만들다

壺公호공이 술잔을 가볍게 들고 이층으로 올라오자, 호공과 비장방이 마주앉아 술잔의 술을 번갈아서 한잔씩 마셨다. 점심때가 조금 지나서 시작한 술좌석이 어두워질 때까지 이어졌지만 술잔속의 술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술좌석이 끝날 때 쯤 호공이 비장방에게 "나는 내일 이곳을 떠나려고 하는데, 네가 원한다면 나를 따라 함께 가는 것이 어떻겠는가? 한다.

비장방이 대답한다. "저도 당연히 仙師선사님을 모시고 함께 떠나고 싶습니다. 다만 제가 집을 떠나는 것을 일가친척들이 모르도록 하고 싶은데, 선사님께서 좋은 방법이 있으시다면 가르쳐 주십시오?"

호공이 "그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한다. 호공이 손을 내밀어 푸른 대나무 지팡이(靑竹杖)를 비장방에게 주면서 "내일 너는 이 대나무 지팡이를 자네가 사용하는 침상위에 올려놓고 살그머니 집을 빠져나와 내가 있는 곳으로 오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다음날 비장방은 대나무 지팡이를 침상위에 올려놓자, 지팡이가 즉각 비장방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그것은 아무런 기미도 없이 시체처럼 침상에 빳빳하게 누워있다. 집안사람들이 방에 들어왔다가 비장방이 急死급사한 것을 알고는 시체를 껴안고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 비장방의 眞身진신은 방 한 켠에 서있었는데, 아무도 비장방을 볼 수 없었다. 비장방은 조용히 집을 나와 호공을 따라 고향인 汝南여남 성문을 벗어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호공을 따라 인적이 전혀 닿지 않은 깊은 산속으로 들어온 비장방이 이곳이 어디인지 궁금하여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호공이 입을 벌려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사나운 호랑이가 달려들다

그러자 갑자기 무성하게 우거진 숲속에서 긴 이빨과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우레와 같이 표효를 내지르는 호랑이들이 사방에서 나타나 비장방을 빙 둘러 쌌다. 비장방은 처음에 놀라서 당황하였으나 이전에 수련 성취한 많은 신선들도 여러 가지 磨難마난의 시험을 받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자 차츰 진정하게 되었다.

호랑이 무리들이 비장방 신변을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는데, 어떤 것들은 입을 벌려 물려고 하고 어떤 것들은 발톱을 치켜들면서 공격하려고 하였으나 비장방은 泰然自若태연자약하였다. 그러고 있는 잠깐사이에 호랑이 떼들이 사라졌다.

이때 호공이 미소 지으면서 비장방 얼굴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나서 호공은 몸을 돌리더니 한마디 말도 없이 비장방을 데리고 앞을 향해 걸어간다.

그 다음날, 그들은 바위를 파내어 방을 만든 한 칸의 石室석실앞에 도착했다. 호공은 비장방을 인도하여 석실 안으로 들어가게 한 후 한마디 던진다. "오늘 밤에 너는 이 석실 안에서 지내도록 하여라." 호공은 말을 마친 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몸을 돌려 어디론지 가버렸다.

석실 안으로 들어간 비장방은 어두운 석실에 눈이 적응될 때까지 한 참을 기다렸다가 눈을 뜨고 사방을 두루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 장방형의 석실은 분명히 한 덩이의 큰 암석 가운데를 파냈는데, 석실의 벽은 밝고 깨끗한 느낌이었고 석실의 천정부분은 둘레가 모두 깊게 찢어져 좁고 긴 틈이 생겨나 있는 것 같았다.

 

떨어지려는 바위 밑에서 가부좌하다

 
▲ @박영철



떨어지려는 바위 밑에서 가부좌하다

비장방은 다시 한 번 석실 천장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맙소사! 이것이 석실의 천장이 아니었다. 다만 석실 크기만 한 한 덩이 의 큰 바위가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틈새를 통해 살펴보니 큰 바위가 볏짚으로 꼰 한 가닥 새끼줄에 매달려 있었다.

새끼줄 위에는 한 무더기 뱀들이 이를 둘둘 감고 입을 벌려 새끼줄을 씹고 있었다. 보아하니 비장방의 머리위에 매달려 있는 큰 바위가 곧 머리를 향해 떨어져 내려올 것 같았다.

바위가 떨어지면 비장방은 바위 밑에 깔려 魚肉어육이될 판이었다. 비장방은 놀란 가슴에 석실 밖으로 달아나려고 하면서 발걸음을 옮기다가 갑자기 이것도 분명히 壺公호공이 그를 다시 한 번 考險고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위가 머리위에서 떨어질 것이라는 위험을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곧 땅바닥에 가부좌하고 앉아서 눈을 감고 調息조식에 들어갔다.

한 동안 시간이 지나고 호공은 비장방이 어떻게 하고 있나 살펴 보기위해 석실로 들어왔다. 비장방이 태연자약하게 있는 것을 본 호공은 비장방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미소를 지으며 "그대는 가히 가르칠 만하구나!"한다.

똥을 먹으라고 하다

호공은 비장방을 석실 밖으로 불러내더니 품속에서 한 움큼의 물건을 꺼내더니 비장방에게 먹으라고 권한다. 비장방은 그 물건을 받아 손바닥위에 놓으니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한 무더기의 사람 똥인데, 그 똥 위에 수 십 마리의 구더기가 꾸물꾸물 기어 다닌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조차 속이 메스꺼워 구토가 일어난다. 비장방이 이것을 먹지 못하고 난처하다는 듯이 주저하고 있을 때, 손바닥안의 그 똥이 갑자기 황금색으로 변하더니 날아가 버린다.

호공은 얼굴에 실망감을 가득 띠우면서 연거푸 탄식한다. "가석하구나!, 가석하구나! 네가 이 仙藥선약을 먹었더라면 능히 날아다닐 수 있는 飛仙비선이 될 수 있었으며 나를 따라 갈 수 있었는데! 이제 때를 잃었으니, 신선의 반열에 들기는 어렵다. 너는 다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 말에 비장방은 後悔莫及후회막급이었으며, 눈물을 흘리면서 통곡할 뿐이었다.

호공은 비장방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위로한다. 그리고 "너는 비록 날 수는 없으나, 다만 지상의 신선인 地仙지선은 될 수 있다. 그러면 지상에 있는 귀신들을 주관할 수 있고 수명은 가히 수 백살을 살 수 있다. 일체가 모두 과거세의 宿緣숙연이니, 너는 더 이상 지나치게 傷心상심하지 말아라" 한다.

말을 마친 호공이 한권의 符籙부록을 꺼내어 건네주면서 또 한마디 한다. "이 부록을 따라하면 너는 가히 귀신을 부릴 수 있으며,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을 치료하고 재앙을 소멸시킬 수 있다."

이때 비장방은 이곳은 산이 너무 깊고 길이 험하여 집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호공은 비장방의 이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이 비장방에게 竹杖죽장 하나를 건네주면서 "이 죽장위에 올라서라. 그러면 곧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다.

비장방은 호공에게 큰절을 올리면서 그동안 보살펴 주신 은혜에 감사를 표시하였다. 인사를 마치고 죽장위에 올라서자 바로 눈앞에 구름이 일어나고 귓가에는 바람소리가 들려온다.

 

관속에는 죽장하나가 놓여있다

 
▲ @박영철

관속에는 죽장하나가 놓여있다

비장방이 죽장을 잠깐 동안 타고 있는데 바람소리와 구름이 문득 사라진다. 이미 몸은 옛날 자신이 살았던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집안사람들은 비장방이 돌연 나타나자 가족들은 깜짝 놀라면서 귀신을 보았다고 눈을 의심한다.

비장방은 가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거듭해서 그간 일어났던 일들을 설명해나가자 그때서야 그들은 차츰 진정하게 되었다.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비장방은 가족들과 함께 그를 매장했던 무덤으로 가서 무덤을 파고 관 뚜껑을 열었다.

관안에는 과연 푸른 대나무 죽장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이때서야 가족들은 비로소 비장방의 말을 온전히 믿게 되었다. 비장방은 壺公호공과 작별을 하고 집으로 올 때 타고 온 죽장을 성 밖 葛陂池갈피지에 버렸는데, 이 죽장이 물속으로 들어가자 바로 靑龍청룡으로 변하였다.

비장방은 원래 자신이 집을 떠난 지 삼일쯤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집안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실제로 일 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장방이 집으로 돌아온 후, 그는 神技신기한 술법을 소유한 기인으로 소문이 널리 퍼졌다. 비장방은 부적을 사용하여 귀신을 마음대로 부리고, 병을 치료하였는데 靈驗영험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어떤 때에는 비장방이 다른 사람들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갑자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방향을 향해 怒氣노기를 띠우면서 큰 소리로 꾸짖는다. 같이 있던 사람들이 이에 놀라 무엇을 보고 그렇게 꾸짖느냐고 물으면 "귀신에게 욕을 하였을 뿐이다."한다.

관아에 나타난 요괴를 붙잡다

그 당시 汝南여남 지방에는 妖怪요괴가 출몰했다. 이 요괴가 여러 차례 관아에 나타났다. 이 요괴가 나타날 때는 수레를 타고 말을 뒤 따르게 하여 거동하는 모습이 고을 태수가 움직이는 것과 똑 같았다. 요괴가 여남군 관아에 들어온 후에는 북을 두드리고 소란을 떨었으며, 다시 관아 안팎을 순시하였는데, 이때마다 성안 백성들의 민심이 불안하고 공포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비장방은 요괴가 나타나는 날에 맞추어 군 관아로 가서 고을 태수와 만났다. 태수와 閑談한담을 나누면서 요괴 잡을 방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고을 태수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요괴가 나타났다. 고을 태수는 깜짝 놀라면서 곧 바로 내실로 도망치듯 숨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도망가고 비장방만 홀로 대청에 남았다.

요괴는 의기양양한 모양으로 수레를 타고 관아로 들어왔다. 요괴는 비장방이 그곳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수레를 돌려 돌아가려고 한다. 비장방이 공중을 향해 大喝대갈 일성한다. "좌우 神將신장들은 이 요괴를 사로잡아라!"

수레위의 요괴는 그 자리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신장들에게 붙잡혔으며, 수레에서 끌어내려져 관아 마당 한가운데 무릎 꿇려졌다. 요괴는 연신 머리를 조아리면서 용서를 구한다.
비장방은 요괴에게 삿대질하면서 꾸짖는다. "아주 간이 큰 요괴로구나! 아무 이유도 없이 높은
벼슬아치 복장을 하고 唐突당돌하게 관부에 나타났는데, 너는 이 죄가 매우 커서 사형에 처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겠지? 어서 빨리 너의 본 모습을 나타내어라."한다.

 

요괴가 큰 자라로 변하다

 
▲ @박영철

요괴가 큰 자라로 변하다

비장방이 호통을 치자 妖怪요괴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거대한 한 마리 자라(鱉)였다. 자라 등의 껍질이 원탁만큼 크고 목 길이 만해도 한길 정도였다.

비장방이 자라를 한번 보고나서 다시 자라에게 사람의 모양으로 변하도록 하고는 부적하나를 건네주면서 "너는 이 부적을 가지고 가서 葛陂池갈피지의 龍君용군에게 보여 주어라!"한다.

이 요괴는 더 이상 어찌해 볼 도리가 없음을 알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머리를 조아린 후 부적을 가지고 돌아갔다. 이때 관아 언저리에서 숨어서 몰래 훔쳐보던 사람들이 요괴를 뒤쫓아 갈피지 연못까지 따라갔다.

요괴가 연못가에서 부적을 세워들자 요괴는 큰 자라로 변하였고, 못가의 나무 밑둥치에 자신의 긴 목을 둘둘 감더니 죽어버렸다.

어느 때 한번은 비장방은 친구와 함께 교외로 나가 산보하고 있는데, 머리에 누런색 두건을 쓰고 몸에는 가죽옷을 걸친 서생이 말안장을 하지 않은 말을 타고 앞에서 다가왔다.

그 서생은 비장방을 보자마자 곧 말에서 내려와 땅에 엎드리더니 이마가 땅에 닿도록 계속 절을 한다. 비장방은 그 서생에게 "말을 몰고 가라, 네 죄가 없으므로 사면할 것이다."한다. 그 서생은 기뻐하면서 그 자리를 떠났다.

그 자리에 같이 있던 친구가 비장방에게 무슨 연유가 있는지 묻는다. 비장방은 "아까 그 서생은 늙은 이리의 精정이 변한 것이다. 그런데 타고 온 말은 그가 훔친 것이다."한다.

감금한 용왕을 풀어서 가뭄을 해소하다

비장방은 일찍이 동해 바닷가에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祈雨祭기우제 지내는 것을 보았다. 이 지방은 큰 가뭄이 계속된 지 3년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비장방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말한다.

"아이고, 이를 어쩌나! 이것은 내가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3년 전에 동해용왕이 갈피지에 와서 葛陂池갈피지 龍君용군과 만났는데, 동해용왕이 갈피지 용군의 마누라와 눈이 맞아 간통을 하였다. 그때 내가 동해용왕을 붙잡아 문책을 하였고, 나중에 동해용왕을 석방한다는 것을 깜박 잊었다. 지금 내가 동해용왕을 빨리 풀어주고 서둘러 비를 내리게 하겠다."

기우제를 지내던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半信半疑반신반의했다. 비장방이 부적을 불사르자 순식간에 짙은 구름이 일어나 태양을 가리더니 사납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그곳 사람들은 비장방의 말을 믿게 되었다. 비장방은 또 땅을 줄이는 縮地축지의 비술을 알고 있었다. 축지술을 일으키면 천리거리도 눈앞에서 축소되었고, 법술을 거두면 대지는 원래대로 펴졌다. 이러는 가운데 비장방은 스승인 壺公호공을 다시 한 번 만나 뵙기를 희망하였으나 다시 만날 수 없었다.

그 당시 汝南여남땅에는 桓景환경이라 부르는 사람이 비장방을 쫓아 仙道선도를 배웠다. 비장방은 어느 날 환경에게 "금년 9월 9일 너의 집에 災殃재앙이 닥친다. 너는 서둘러서 집안사람들에게 진홍색 자루를 만들게 하여 그 속에 茱萸수유열매를 가득 넣어 두도록 하여라. 9월 9일 그날에 너의 가족들은 수유를 넣은 주머니를 팔뚝에 묶어서 소지하고 산위로 올라가 국화차를 마시면, 재난이 사라질 것이다."한다.

환경은 그날 비장방의 말대로 한 후 다시 집으로 돌아 와서 보니 집안의 개와 닭이 이미 모두 죽어 있었다. 다만 산으로 피신한 사람만 살아남았다. 이에 따라 민간에서는 9월 9일 중양절이 되면 높은 곳에 올라 수유열매 주머니를 차고 국화차를 마시는 풍속이 생겼으며,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는 그 풍습이 그대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