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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나이원의 '중의양생' _08

醉月 2012. 3. 25. 06:36

 

한의학에서는 약을 사용할 때 단순히 성미(性味)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생산지(産地)를 중시하고 또 약재의 포제(炮製)와 약의 생긴 모양이 어떤가도 중시한다. 여기서는 대표적인 한약재인 백출(白朮)을 예로 들어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백출의 성미(性味)는 쓰고 달며 따뜻하다(苦甘溫). 맛이 쓰기 때문에 습을 말려버리는 조습(燥濕)능력이 있다. 또 단맛이 있기 때문에 중초를 조화시키고 비위(脾胃)를 보(補)할 수 있다. 한편 따뜻한 성질은 중초의 기를 조화시킬 수 있는데 여기서 중초의 기란 비위(脾胃)를 말한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백출의 쓴맛은 조습작용이 있고 감온(甘溫)하기 때문에 비위를 조화시키고 보할 수 있다.


중국에서 나오는 다양한 백출 중에서 절강(浙江) 어잠(於潛)에서 나오는 백출이 비교적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강 근처에서 생산되는 백출은 두텁고 흰색을 띠기 때문에 ‘운두출(雲頭朮)’이라고 한다. 보통 한약 처방전을 쓸 때 어잠에서 나는 백출을 ‘어출(於朮)’이라고 쓴다. 반면 선흡(宣歙) 지방에서는 비교적 마르고 흰색의 백출이 나는데 모양이 마치 개머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흔히 ‘구두출(狗頭朮)’이라 한다. 구두출은 어잠에서 나는 운두출보다 더 낫다. ‘본초강목’에서도 구두출이 절강에서 나오는 운두출보다 낫다고 했다.


그 외에도 선거(仙居) 내지는 강서(江西)에서 나는 백출이 더 좋고 효능도 앞서 언급한 백출보다 더 좋다. 당연히 가격도 비싸다. 소위 ‘효능이 좋은 백출이 더 비싸다’고 하는 것이 이 말이다. 또 자연산 백출은 생산량이 적어서 가격이 더 비싸다.


백출은 포제 방법이 다양하면서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찹쌀 뜨물에 담그거나 혹은 흙을 섞은 후 볶거나 혹은 사람 젖이나 꿀물에 적셔 볶거나 담가서 쓰기도 하는데 각각 모두 다른 작용이 있다.

 

찹쌀 뜨물에 담가 쓰기


나미감(糯米泔)이란 찹쌀을 씻은 후 나오는 뜨물이다. 찹쌀은 곡식에 속하기 때문에 찹쌀 물에 담근 백출은 찹쌀의 곡기(穀氣) 때문에 비위(脾胃)를 조화시키는 작용이 뛰어나다. 그래서 비를 조화시키거나 따뜻하게 보할 때는 찹쌀 뜨물에 담근 백출을 사용한다.


오래된 벽토를 사용해 굽기


벽토(壁土)란 벽에 바르는 흙을 말한다. 옛날에는 집을 지을 때 대나무로 그물 같은 망을 만든 후 찰흙을 볏짚과 함께 반죽해 벽에 발랐다. 벽토는 시간이 오래 지나면 비와 바람을 맞아 접착성이 약해져 떼어내기 쉽다. 이런 흙을 한의학에서는 ‘진(陳)벽토’라 하는데 시간이 오래된 벽토를 말한다. 이런 진벽토를 사용해 백출을 구우면 비위를 돕는 능력이 있고 비의 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다.


꿀물로 볶거나 젖에 담가 쓰기


꿀물로 볶은 백출이 있고 사람 젖에 적신 백출도 있다. 이렇게 하면 백출의 건조한 성질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 젖이나 꿀은 백출의 건조한 성질을 눅여주어 특수한 용도로 쓸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한의학에서 약을 쓸 때는 같은 백출이라도 재배한 백출을 쓰는가 아니면 자연산 백출을 쓰는가에

 따라 약효가 달라진다. 또 병의 증상에 따라 다른 백출을 쓰는데 다양한 포제방식을 통해 비교적 좋은 약효를 얻을 수 있다.


 백출은 본래 비기(脾氣)를 돕고 보하는 약이다. 예를 들어 백출이 들어간 사군자탕(四君子湯)이나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은 모두 중기(中氣)를 보하는 대표적인 처방이다. 그러나 두 처방에서 백출의 용도는 약간 다르다. 사군자탕은 기를 보하는 가장 중요한 처방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흙이나 진벽토로 구운 백출을 사용한다. 반면 보중익기탕의 백출은 중기를 끌어올리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백출의 포제도 ‘화중(和中 소화기인 중초를 조화롭게 한다는 의미)’을 위주로 한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포제할지는 처방을 내린 의사의 소견을 따라야 한다.


한의사의 처방전을 보면 때로 한약재에 산지나 포제 방법이 씌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처방을 내린 의사가 해당 약물의 특성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인식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습(濕)을 다스리고 제거하는 창출(蒼朮)


백출과 비슷한 약재 중에 ‘창출(蒼朮)’이 있다. 고대에는 창출과 백출의 구별이 없었으며 모두 출(朮)이라고 했다. 후세에는 이 둘을 매우 분명하게 구분해서 쓴다. 창출은 약재의 성질이 백출보다 맵고(辛) 건조(燥)해서 담수(痰水)를 물리치는 효과가 백출보다 좋다.


이런 차이 때문에 백출은 일반적으로 보약에 많이 사용하고 창출은 습을 제거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한다. 대표적인 예가 평위산(平胃散)으로 후박과 창출을 사용해 습을 제거한다. 창출은 이처럼 습을 제거할 뿐 아니라 또 사기(邪氣)를 물리칠 수 있다.


중국에서 창출의 주요 산지는 모산(茅山)인데 윗면에 붉은 주사와 같은 점이 좀 있고 비교적 단단하며 작은 창출이 좋다. 창출은 성질이 건조하기 때문에 포제할 때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창출의 건조한 성질이 몸에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창출의 약효를 이용하되 가급적 부작용을 제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특수한 포제법을 사용한다.


창출은 찹쌀 뜨물에 담가두었다가 다시 불에 말려 건조한다. 말리는 방법은 냄비에 약재를 넣고 가급적 불의 열기를 이용해 즙액을 제거한다.


그 외에 참깨를 창출과 함께 볶는 예도 있다. 참깨는 윤기가 있기 때문에 창출의 건조한 성질이 많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포제를 거친 창출로 병을 치료하면 효과도 당연히 달라진다.


물을 제거하고 담을 치료하는 창출


‘수음의 벽랑(水飮之澼囊)’이란 병이 있는데 이 병의 발생원인은 물을 너무 많이 마시거나 위장에 너무 많은 물이 고여서 생긴 것이다. 물이 너무 많이 쌓여 소화할 일종의 적체(積滯)가 생기는데 마치 주머니 모양을 이룬 것이다. 창출은 건조하기 때문에 담수(痰水)를 제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런 증상에 쓰는 대표적인 처방이 ‘신출환(神朮丸)’으로 창출의 조습(燥濕)작용을 이용해 수음의 벽랑을 치료한다.


 ‘신출환’은 창출, 대추, 참기름 등으로 만든다.
한의학에서 비토(脾土)의 주요작용은 습을 제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창출은 비토를 실(實)하게 하고 기능을 강화한다. 이것이 바로 한의학에서 담(痰)을 치료하는 가장 주요한 기전이다. 금원시대의 유명한 의사 주단계(朱丹溪)는 “비토를 실(實)하게 하고 비를 건조하게 하는 것이 ‘담을 치료하는 근본’이다”라고 했다. 그 외에 창출은 ‘여섯 가지 울증(六鬱)’을 풀 수 있다. 여기서 울(鬱)이란 바로 혈액이나 물 등이 울체되어 막힌 것이다. 울증을 풀어주는 대표적인 처방이 ‘월국환(越鞠丸)’인데 이 처방에 들어가는 주요약재는 창출, 향부자(香附子), 신국(神麴) 등이다.


오래 살고 싶으면 창출을 먹어야


창출은 또 산정(山精) 또는 산강(山姜)이라고도 불린다. ‘도선록(導仙錄)’이라 불리는 수련서가 있는데 이 책에 재미있는 말이 나온다. “당신이 오래 살고 싶으면 마땅히 산정자(山精子)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산정자는 창출을 말하는데 창출은 습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의 몸을 가볍게 하고 신체가 가벼워지면 산을 뛰어다닐 수 있어 더욱 건강해진다. 그래서 ‘도선록’에서는 창출을 환으로 만들어 자주 먹으면 건강하고 장수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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