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이란 처방에는 황금(黃芩), 황련(黃連), 황백(黃柏), 치자(山梔子) 이렇게 네 가지 약재가 들어 있다. 얼핏 봐선 그다지 해독능력이 없어 보이는 이 네 가지 약재로 어떻게 해독할 수 있을까?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옛날 사람들이 말하는 독(毒)은 늘 열독(熱毒) 내지는 습독(濕毒)을 가리켰는데 황련해독탕은 주로 습열을 해독하는 처방이다. 이 처방에 쓰이는 네 가지 약재는 공통적으로 맛이 쓰고 성질이 찬 고한(苦寒)한 약인데 이런 종류의 약들은 대부분 위(胃)를 상하게 한다.
이 때문에 고대 의사들은 이들 약의 독성을 제거하는 한 가지 방법을 고안해냈다.
“약은 곧 독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는 독약(毒藥 독성이 있는 약이란 의미)으로 내장의 병을 치료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모든 약은 전부 독이란 뜻이다. 약에 기왕 독이 있다면 어떻게 그 독성(毒性)을 제거하는가? 바로 포제(炮製)하거나 다른 약을 배오(配伍)하는 것이다.
여기서 포제란 약재를 씻거나 자르는 등의 방법으로 가공해 독성을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배오란 원래 약재와 성질이 상반(相反)되거나 중화(中和)작용을 하는 약을 함께 넣어 원래 약의 독성을 줄이고 효능을 강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포제나 배오를 하면 원래 약재의 독성이 아주 적어지거나 심지어 독성이 사라지게 하면서 약성은 그대로 발휘할 수 있다.
황금(黃芩)은 상초(上焦)의 화(火)를 내리는데 여기서 상초란 횡격막 위의 가슴 부분을 말한다. 황련(黃連)은 중초(中焦)의 화를 다스린다. 중초는 횡격막 아래에서 배꼽까지를 말한다. 황백(黃柏)은 하초(下焦)의 화를 다스리는데 하초는 배꼽 아래 복부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상중하초의 개념은 사람의 가슴과 배 부위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세 부분으로 나눈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상초에는 폐, 심장, 기관 등이 포함되어 있고 중초에는 간, 담(膽 쓸개), 비(脾), 위(胃) 등이 있으며 하초에는 대장, 소장, 방광, 신(腎), 자궁, 난소 등이 있다. 인체의 오장육부는 모두 이 상중하 삼초에 분포한다. 그런데 황금, 황련, 황백 세 가지 약은 각기 상초, 중초, 하초의 화를 다스릴 수 있다. 게다가 치자(梔子)는 상중하 삼초의 화를 다스릴 수 있는 약이기 때문에 이 처방은 삼초의 화를 모두 제거할 수 있다. 황련해독탕은 바로 이 네 가지 약이 함께 어우러져 작용을 일으킨다.
황련해독탕은 어떻게 해독하는가-(2)황금
황련해독탕의 약재 중 먼저 황금을 살펴보자. 황금은 상초를 다스리지만, 약성을 강화하기 위해 포제의 방식으로 상부로 도달하게 한다. 특히 예를 들면 ‘주초상행(酒炒上行)’이라 하여 약재를 술로 볶으면 폐, 심장과 같이 상부의 병을 다스릴 수 있다. 그렇다면 만약 간, 담의 화를 치료하고자 하면 어떻게 하는가? 이때는 약성을 간담으로 이끄는 돼지 담즙으로 황금을 볶는데 이렇게 하면 간과 담의 화기를 치료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약재를 볶으면 비나 위를 상하지 않게 할 수 있다.
황금의 주요 성미(性味)는 고한(苦寒)하기 때문에 복용할 때 위를 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황금을 사용할 때는 다양한 방식을 사용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한다. 배오의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예로 들면 황금이 후박(厚朴)을 만나면 복통을 멈출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후박은 황련과 만나도 복통을 멈추게 하는 작용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황금이나 황련은 원래 위를 상하게 할 수 있지만, 후박과 만나면 오히려 위장의 통증을 치료하는 작용을 할 수 있다.
황금이 시호(柴胡)를 만나면 한열(寒熱 으슬으슬 춥다가 열이 나는 병)을 물리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처방이 소시호탕(小柴胡湯)이다. 이 처방은 인체의 소양(少陽)에 해당하는 간과 담의 한열(寒熱)을 없애주며 간담(肝膽)을 조화시키는 처방이다.
한편, 황금에 작약(芍藥)을 배오하면 이질(痢疾)을 치료할 수 있다.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황금탕(黃芩湯)과 작약탕(芍藥湯)이 있다. 이 두 처방은 작약과 황금을 배오해 이질을 치료한다. 황금이 상백피(桑白皮 뽕나무 껍질)를 만나면 폐(肺)의 화(火)를 삭일 수 있고 백출(白朮)을 만나면 태아(胎兒)를 안정시킬 수 있다. 이상으로부터 볼 때 옛날 사람들은 여러 가지 약재를 배오하는 것에 대해 매우 깊이 알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황련해독탕은 어떻게 해독하는가-(3)황련
두 번째로 황련을 말해보자. 황련은 중초의 화를 다스린다. 만일 황련을 사용해 상초, 하초를 다스리게 하려면 특수한 포제를 해야 한다. 가량 상초에 도달해 상초의 화를 제거하려면 황금과 마찬가지로 술로 볶아 달인다. 중초에 도달하게 하려면 생강즙(生薑汁)으로 달이고 하초에 도달하게 하려면 소금물로 달이거나 동변(童便)으로 달여야 한다. 여기서 동변이란 12살 이하 남자 어린이의 소변을 말한다. 동변으로 달인 황련은 하초로 들어가 하초의 화를 다스리는 작용을 강화시키기 때문인데 소금물로 달여도 하초를 다스릴 수 있다.
만약 허화(虛火)를 치료하려면 식초로 볶아야 한다. 또 약을 달이기 전에 먼저 황련의 털을 제거해야 한다. 여기서 ‘털’은 무엇을 말하는가? 식물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바로 수염뿌리를 말하는데 황련에서 약재로 사용하는 부분은 식물의 뿌리이다. 그런데 뿌리에는 가느다란 털이 많이 자란다. 이런 털을 제거한 후 식초에 달여 사용하면 허화를 다스릴 수 있다.
먹은 음식이 위장에 쌓여 소화되지 않는 것을 가리켜 한의학에서는 ‘식적화(食積火)’라 한다. 이 식적화를 다스리려면 황토(黃土)로 볶는 것이 좋다. 누런 황토는 오행이론상 중앙인 토(土)에 해당하며 비위 소화기계통으로 약물을 이끌기 때문이다. 또 간담의 화를 다스리려면 돼지 쓸개즙으로 볶아야 한다.
또 기분(氣分)과 혈분(血分)에 있는 습열(濕熱)을 다스리려면 각기 다른 방식으로 포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습열이 기분(氣分)에 있으면 오수유 달인 물로 볶는데 처방 중에서 좌금환(左金丸)은 바로 오수유와 황련을 사용한다. 반면, 혈분의 습열을 치료하려면 건칠(乾漆 마른 옻)을 사용해 달일 수 있다. 건칠에는 원래 독이 있는데 이 물을 이용해 황련을 달이면 혈분의 습열을 치료할 수 있다. 가령 눈이 충혈된 것을 치료하려면 사람 젖으로 황련을 달여 사용한다. 이외에 또 주의할 것은 황련을 먹을 때 돼지고기와 함께 먹지 말아야 하는데 만약 같이 먹으면 설사할 수 있다.
황련해독탕은 어떻게 해독하는가-(4)황백
세 번째로 황백을 말해보자. 황백은 하초의 화를 내린다. 황백 역시 고한(苦寒)한 약이므로 장기간 복용하면 위를 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위가 좋지 않은 사람은 복용 시 주의해야 한다.
또 척맥(尺脈)이 약한 사람은 복용을 금하는데 척맥은 하초를 주관하기 때문이다. 황백은 사천(四川)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다. 흔히 한약 처방전에 천황백(川黃柏)이라고 쓴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사천에서 난 황백이라는 뜻이다. 사천산은 육질이 두껍고 진한 황색을 띠는 것이 가장 좋다.
황금, 황련, 황백은 모두 고한한 약이다. 고한한 것은 화를 내릴 수 있는데 현대 의학적으로 말하면 화란 바로 염증이 생긴 것이다. 염증을 발생시키는 원인은 주로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등의 감염 때문인데 이때 고한한 약을 쓰면 화를 내리고 염증을 가라앉힐 수 있다.
황백 역시 다양한 목적을 위해 포제를 할 필요가 있다. 황백은 하초의 화(火)를 치료하는데 쓰는데 만약 상부 쪽을 치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술로 포제하는데 술에 볶아서 사용한다. 또 중초의 화를 다스리려면 꿀을 발라 구워 위를 상하지 않게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황백에 꿀을 바른 후 불에 굽는데 이를 한의학 전문용어로 ‘밀자(密炙)’라 한다. 또 아래쪽을 치료하려면 소금물로 포제한다.
한의학에서는 한열허실(寒熱虛實)의 구별을 강조하는데 황백을 생(生)으로 쓰면 실화(實火)를 다스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입안이 헌데 황백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구창의 원인을 위화(胃火)로 보기 때문이다. 황백이 위화로 발생한 구창을 치료할 수 있지만, 위를 상하게 할 수 있다. 이럴 때는 꿀로 볶아 사용하면 중초를 상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 만약 부스럼을 치료하는데 다른 서늘한 약으로도 잘 치료되지 않으면 황백을 꿀에 볶은 후 가루를 만들어 입에 머금게 하면 치료할 수 있다.
황백을 검게 구우면 부인과에서 붕루나 대하를 그치게 할 수 있다. 여기서 붕(崩)이란 혈붕(血崩)으로 아래에 피가 흐르는 것이며 대하는 바로 냉(冷)이다. 대하에는 비치는 액체의 색에 따라 백(白)대하, 흑(黑)대하, 적(赤)대하 등이 있다. 이런 대하는 검게 구운 황백을 사용해 치료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처방은 황백을 토복령(土茯笭)과 함께 가루로 만들어 우리 현재 홍콩발(香港脚)이라 부르는 피부질환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매우 좋다.
황련해독탕은 어떻게 해독하는가-(5)치자
마지막으로 화를 다스리는 치자를 말해보자.
치자는 실제로 산치자를 가장 많이 쓴다. 치자의 약성 역시 고한하여 상중하 삼초의 화를 내린다. 이 약은 붉은색을 띠기 때문에 심장에 들어가 작용할 수 있다. 또 약재 모양이 비교적 가볍고 바람에 잘 날리는 것이 마치 폐(肺)처럼 생겼기 때문에 폐화(肺火)도 다스릴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치자 역시 삼초의 울화(鬱火)를 다스릴 수 있다.
치자 역시 고한한 약이기 때문에 신체를 상하게 할 수 있으니 사용할 때 포제를 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치자의 포제는 어떻게 하는가? 만약 치자를 생으로 쓰면 화(火)를 내릴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지혈(止血)을 시킬 때 약재를 태워 가루를 내어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일반적으로 모두 지혈에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황(蒲黃)으로 지혈할 수도 있고 형개(荊芥)로도 지혈할 수 있다. 종려(棕櫚)도 지혈할 수 있고 지유(地楡)도 마찬가지다. 이들 약재를 지혈에 사용할 때는 모두 까맣게 태워서 쓴다. 치자 역시 태워서 사용하면 지혈할 수 있다. 또 생강즙으로 볶아서 사용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메스꺼운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
만약 인체 내부에서 내열(內熱)이 난다면 치자인(梔子仁 씨앗의 껍질을 벗긴 알맹이)을 사용할 수 있으며 체표(體表)에서 열이 나는 표열(表熱)에는 치자 껍질을 사용한다. 이런 것들은 포제할 때 한의사들이 마땅히 알아야 하는 것들이다. 왜냐하면 똑같은 약재를 사용할지라도 구체적인 포제방법이나 어떤 약물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약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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