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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나이원의 '중의양생' _03

醉月 2012. 2. 21. 09:42

심리요법(心理療法) 제1편 오행으로 마음의 병을 치료

심리요법

 

양의사는 병을 볼 때 낮은 층차 물질의 메커니즘을 중시한다. 반면 한의사가 병을 볼 때는 근본을 중시하며 아울러 고층공간의 메커니즘으로 깊이 들어간다. 완전히 ‘병’이란 개념 자체를 벗어나 병 자체가 아니라 병의 증상(病象)을 일으킨 근본원인을 탐구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병이 낫는다.

 

중국 고대의 심리치료에서는 종종 오행 상생상극(相生相剋)을 이용했다. 여기서 오행(五行)이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를 말한다. 오행은 상호간에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의 관계가 있다. 가령 상생에는 목생화(木生火), 화생토(火生土), 토생금(土生金), 금생수(金生水), 수생목(水生木)이 있고 상극에는 목극토(木克土), 토극수(土克水), 수극화(水克火), 화극금(火克金), 금극목(金克木)이란 개념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 오장에 모두 오행의 속성이 있다고 보는데 다시 말해 간(肝)은 목(木)에 속하고 심(心)은 화(火)에 속하며 폐(肺)는 금(金), 비(脾)는 토(土), 신(腎)은 수(水)에 속한다. 오장을 오행에 배속할 수 있다면 이들 사이에도 상생과 상극의 원리가 적용된다. 가령 목인 간(肝)은 화인 심(心)을 생한다. 역으로 목인 간은 토(土)인 비(脾)를 극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또 사람의 정신작용을 오행과 오장에 배속시킬 수 있다고 본다. 가령 간은 혼(魂)을 저장하고 심은 신(神)을 저장하며, 비는 의(意 뜻)와 지(智 지혜)를 저장하며, 폐는 백(魄)을 저장하고, 신은 정(精)과 지(志 의지)를 저장한다. 사람의 정신질환은 바로 이들의 작용에 이상이 발생한 것이므로 오장의 상생과 상극의 관계를 이용하면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명의 주단계의 웃음 처방

 

금원(金元) 시대의 저명한 의사였던 주단계(朱丹溪)는 일찍이 아내를 잃은 남편을 치료한 적이 있다. 이들 부부는 살아생전 금슬이 매우 좋아 아내가 사망한 후 남편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슬픔이 심한 사람은 병이 생기기 쉽다. 한의학에서는 칠정(七情) 중에서 희(喜)는 심(心)을 상하게 하고 노(怒)는 간(肝)을 상하게 하며 우사(憂思 근심걱정)는 비(脾)를 상하게 하고 비(悲)는 폐(肺)를 상하게 하며 경공(驚恐 놀람과 공포)은 신(腎)을 상하게 한다고 본다. 단계는 이 환자를 보자마자 곧 슬픔이 지나쳐 생긴 병임을 알고 오행의 상극을 이용해 처방했다. 슬픔은 폐(肺)를 상하게 하고 폐는 금(金)에 속한다. 금을 극하는 것은 화(火)이고 오장에서는 심(心)이 화가 된다.

 

그는 환자의 맥을 짚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임신한 지 몇 달이 되었군요. 얼마 안 있어 아이를 낳을 겁니다.” 환자는 ‘나는 분명히 남자인데 어떻게 아이를 가질 수 있는가!’라고 생각했다. 그는 생각할수록 우스워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당신 참 한심한 의사로군!” 하고는 나갔다.

 

그는 이후 만나는 사람마다 “사람들이 모두 주단계가 명의라고 하던데 뭐 대단할 게 있는가? 남자와 여자의 맥도 구별하지 못하면서 나더러 임신했으니 곧 아이를 낳을 거라고 하더군.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를 만나든 한 번씩 이 이야기를 꺼냈고 이야기를 할 때마다 허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하자 그의 병은 약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낫게 되었다. 바로 화극금(火克金)의 방법을 사용해 심이 주관하는 즐거움이 폐가 주관하는 슬픔을 치료한 것이다.

 

욕망과 집착이 없어야 건강해져

 

옛날 의사들은 이처럼 오행의 상생상극을 이용한 심리치료를 통해 종종 좋은 효과를 보았다. 다시 말해 사람의 칠정(七情)과 오장육부의 오행을 서로 배합한 후 상생과 상극의 방법을 이용해 정신질환을 치료하면 효과가 좋았다.

 

예를 들어 신(神)이 상했다면, 이는 심화(心火)의 병이니 신수(腎水)로 다스릴 수 있다. 칠정 중에서 신(腎)에 배속된 것은 ‘정(精)’과 ‘지(志)’이니 이것을 활용하면 ‘신(神)’을 다스릴 수 있고 병도 고칠 수 있다. 또 만약 슬픔이 지나쳐 ‘백(魄)’이 상했다면 이는 폐금(肺金)의 병이니 심화(心火)에 해당하는 ‘신(神)’의 즐거움을 이용해 치료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하며 소위 ‘칠정(七情)’ 질환을 잘 치료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정신이 긴장되지 않는 사람과 번뇌가 없는 사람은 정신질환이 잘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정신이 긴장하지 않을 수 있는가? 대답은 매우 간단하다. 바로 사람의 욕망과 집착을 담담하게 내려놓아 많이 내려놓으면 내려놓을수록 더 좋아진다. 필자는 독자 여러분에게 당신이 정상인이거나 환자거나 지금부터 욕망을 내려놓고 담담해질 것을 건의한다. 이렇게 하면 칠정으로 인한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이 줄어든다.

 

또 현대의학 연구에서도 사람이 긴장하지 않고 번뇌하지 않아 몸이 평형을 잘 유지하면 위장병이나 심장병 발병이 줄어들고 수면의 질도 좋아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뿐만 아니라 신체 방어와 저항력도 좋아져 비정상적인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감기 등의 질병도 줄어든다.

 

심리요법(心理療法) 제2편 한의학의 심리치료

동한(東漢)의 장중경(張仲景)

 

동한시대를 대표하는 유명한 의사로는 장중경(張仲景)이 있다. 그가 저술한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한의사들의 중요한 참고 서적으로 꼽힌다. 이 책은 나중에 ‘상한론(傷寒論)’과 ‘금궤요략(金匱要略)’ 두 권으로 분리되어 전해졌다. ‘상한잡병론’ ‘평맥법(平脈法)’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환자의 가족이 찾아와 청하길, ‘환자가 열이 나고 가슴 담담함이 극심합니다’라고 했다. 다음날 의사가 도착하니 환자가 벽을 향해 누워 있다면 이는 열이 이미 사라진 것이다. 설령 맥이 조화롭지 않아도 이미 나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에 벽을 향해 누워 있으면서 의사가 도착한 것을 듣고도 놀라 일어나지 않고 흘겨보거나, 아니면 대충 말하는데 그치거나 맥을 짚는데 침을 뱉는다면 이는 꾀병이다. 이런 경우에는 설사 맥에 문제가 없어도 ‘이 병은 대단히 위중한 병이라 마땅히 강력한 약을 복용하고 침과 뜸을 많이 놓아야 한다’고 말하면 이내 낫는다.”

 

금원(金元)의 장자화(張子和)

 

중국의학의 역사에서 금원(金元)시기는 아주 특별하다. 이 시기에 잇달아 네 명의 유명한 의사가 등장해 본격적인 학파를 형성하는데 후세에 끼친 영향이 워낙 커서 이들을 흔히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라고 부른다. 장자화(張子和)는 바로 이 금원사대가의 일원이다. 그는 여러 가지 치료법 중에서 특히 공하(攻下, 설사)시키는 처방을 잘 사용했기 때문에 ‘공하파(攻下派)’로 불렸다. 그는 또 심리치료에도 아주 뛰어난 인물이었다.

 

한 여인이 여행 중 강도를 만나 물건을 빼앗긴 후 정신적인 장애가 생겼다. 항상 두려워하며 또 무엇을 빼앗기거나 혹은 의외의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그녀는 자그마한 소리에도 몹시 무서워했는데 1년이 넘도록 많은 의사들의 치료를 받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장자화는 그녀의 병을 자세하고 끈기 있게 진찰한 후 이 병은 담기(膽氣)가 손상되어 발생한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중국 고대에는 겁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담(膽)이 작다’거나 ‘담기(膽氣)가 상했다’는 표현을 하는데 바로 담이 작다는 의미이다. 이런 경우에는 마땅히 심리치료법을 써야 한다.

 

장자화는 환자를 의자에 앉힌 후 다른 사람을 시켜 그녀를 꽉 붙잡게 했다. 그리고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탁자를 세게 쳐 “꽝” 하는 소리가 나도록 했다. 환자가 이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랐다. 이때 장자화가 말했다. “무엇을 두려워하십니까? 그저 탁자를 때려 좀 소리가 났을 뿐이니 두려워할 것 없습니다.”

 

잠시 후 그녀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그저 탁자가 내는 소리에 불과할 뿐이야.’ 이렇게 생각하는데 장자화가 또다시 탁자를 쳤다. 그녀는 또 생각했다. ‘그저 탁자 소리일 뿐이니 뭐 두려울 게 있는가?’ 그리고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장자화는 그 후에도 같은 동작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그녀는 더 이상 탁자 치는 소리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이때 갑자기 창밖에서 찌익 하면서 창문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환자는 또 두려워했다. ‘이것은 또 다른 소리가 아닌가!’ 그러면서 누군가 창밖에서 뛰어 들어와 자신의 물건을 약탈해갈까 두려워했다. 장자화가 말했다. “그저 창밖에서 나는 소리에 불과할 뿐인데 무엇이 두렵습니까?” 이렇게 점차 조금씩 적응시키자 환자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나중에는 환자가 웃으면서 물었다. “이것이 무슨 치료법입니까? 정말 괴상하군요!”

 

장자화가 대답했다. “‘내경’에는 ‘놀란 사람을 편안히 하는(驚者平之)’ 치료법이 기록되어 있는데 바로 사람이 두려워할 때 두려워하는 이 일을 평상적인 일처럼 대하게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만일 무슨 일이든 모두 평상적인 작은 일로 여긴다면 곧 두렵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경자평지(驚者平之)’의 방법으로 이 병을 치료한 것입니다.”

 

그러자 환자가 얼른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과연 그렇군요.” 그 후 이 환자는 두려움이 사라졌다. 장자화는 또 그녀가 집에 돌아간 후 여전히 두려워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그녀가 귀가한 후에도 여러 차례 사람을 보내 그녀의 문을 두드리게 했다. 그녀는 처음엔 여전히 두려워했으나 몇 번 같은 일을 겪은 후에는 일상적인 일로 생각해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장자화는 이처럼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남들이 고치지 못한 불안공포 증상을 고칠 수 있었다.

 

심리요법(心理療法) 제3편 돌로 우울증을 고친 부청주

돌로 우울증을 고친 부청주


고대 명의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정신병을 치료했다. 명말청초(明末淸初)의 ‘선의(仙醫)’ 부청주(傅靑主)에게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평소 아주 금슬이 좋았던 부부가 어느 날 특별한 원인도 없이 심한 말다툼을 했다. 그 이후 아내는 우울해하며 병이 들었는데 음식을 먹거나 마시지도 않았다.


마음이 조급해진 남편이 당대의 명의로 소문난 부청주를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그러자 부청주는 아내의 증상을 다 들은 후 돌을 하나 골라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 부인의 병은 환자를 보지 않아도 치료할 수 있지만 내게 있는 약이 온전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이 돌멩이를 가져다 솥에 넣고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돌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계속 끓이도록 하세요. 돌이 부드러워지면 다시 와서 약을 가져가면 반드시 부인의 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다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솥에 물이 마르면 안 되니 불 옆을 떠나시면 안 됩니다.”


그런데 돌을 얼마나 삶아야 부드러워지는지 아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하지만, 남편은 부청주의 말을 진실로 믿었다. 물론 이는 아내에 대한 그의 지극한 관심에서 자연스레 우러나온 것이다. 남편은 돌을 가져가서 사나흘을 삶았으나 변화가 없었다. 또 여러 날을 삶아 7, 8일이 지났지만 아무리 오래 삶아도 돌은 부드러워지지 않았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부청주를 찾아가 물어보았다. “이 돌이 언제나 부드러워질 수 있습니까?”


그러자 부청주는 조금만 더 삶아보라고 당부했다. 또한, 약한 불로 천천히 삶아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는 부청주가 대단한 명의이므로 그의 말은 절대 잘못이 없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계속 돌을 삶았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자 그의 아내는 약을 먹지 않았음에도 저절로 병이 나아버렸다.


남편은 매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약을 먹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병이 나았을까? 그래서 또 부청주에게 달려가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부청주가 반문했다. “최근에 당신 아내는 무슨 일을 했습니까?”


“아내는 제가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돌을 삶고 또 언제까지 삶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을 보고는 미안해하며 제가 돌을 삶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제가 일이 있어 밖에 나갈 때면 아내가 대신 삶았습니다. 이렇게 삶다 보니 며칠 후 아내의 병이 저절로 좋아졌습니다.”


원래 이런 것이었다. 그들 부부는 금슬이 아주 좋았기 때문에 남편이 자기 병을 위해 고생스레 돌을 삶는 것을 본 아내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어쨌든 할 일도 없으니 돌을 삶는 것이나 돕자고 나선 것이다.


금슬이 좋았던 이 부부가 말다툼을하다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아내가 남편의 말에 서운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알고 보니 남편은 너무나도 아내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처방을 위해 밤낮 잠도 자지 않고 돌을 삶는 남편의 모습을 본 아내는 서운한 감정이 모두 풀렸고 자발적으로 남편의 일을 도와주려 했다. 이 과정에서 불쾌하고 나빴던 일은 다 잊고 노기(怒氣)가 풀리자 우울증이 저절로 나은 것이다.

 

심리요법(心理療法) 제4편 꾀병환자 대처법

꾀병환자 대처법


동한(東漢)시대의 장중경(張仲景)은 ‘꾀병(詐病)’을 치료할 때 다음과 같은 방법을 썼다. 꾀병 환자에게 “수백 개의 혈 자리에 침과 뜸을 맞아야 한다”라며 환자에게 겁을 주는 방식으로 병을 치료했다. 만약 꾀병 환자라면 침이나 뜸을 맞는 것이 무서워 계속 아픈 척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장중경은 꾀병환자를 감별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가령 환자의 맥(脈)을 보니 매우 조화로워 문제가 되는 곳이 없다고 하자. 맥박수도 적당하고 부위에 따른 맥의 모양도 적당해서 어느 것 하나 문제가 없다면 이는 꾀병임이 틀림없다. 이럴 때 장중경은 환자에게 처방을 지어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병은 매우 심각하군요. 당장 구토하고 설사하는 약을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수백 군데 혈 자리에 침과 뜸을 떠야만 겨우 나을 수 있습니다.”


많은 혈 자리에 침을 맞고 뜸을 떠야 하며 게다가 구토하고 설사하는 약까지 복용해야 한다고 겁을 주면 대부분의 꾀병환자는 아픈 것이 싫어서라도 더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는 장중경이 2천 년 전에 사용한 방법이다.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몸이 좋지 않았다. 하루는 조회시간에 햇빛에 너무 오래 서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기절하고 말았다. 친구들은 나를 양호실로 데려갔고 나는 그곳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는 속으로 ‘이번에는 한참 쉴 수 있어서 좋다’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던 때라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들의 수업량이 꽤 많을 때였다. 좋은 성적을 내려면 책을 많이 읽고 또 수업도 많이 들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선생님께 책을 읽으라고 지적당하는 것이 싫었다. 그런데 이렇게 양호실에 누워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깃발을 들거나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좋은가! 나는 이런 생각을 품고 양호실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참을 누워 있다 보니 선생님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보아하니 큰 주사기로 식염수나 포도당 주사를 놓아야겠구나.” 아마 선생님은 이런 방법으로 나를 놀라게 하신 것으로 보인다. ‘아이고! 안 되겠구나. 당장 주사를 맞는다면 아파서 어떻게 하는가!’ 나는 얼른 침대에서 일어났고 더는 꾀병을 부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수업을 들으러 갔다.


지금도 내가 진찰할 때면 가끔 멀쩡하면서도 병으로 속여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이런 꾀병환자들에게 때로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 가령 아프다는 사람, 특히 어린이 환자를 불러 심각한 표정으로 병이 나으려면 침을 많이 맞아야 한다고 말해준다. 이렇게 하면 어린이들은 침 맞는 것이 두려워 감히 꾀병을 부릴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심리요법(心理療法) 제5편 운동, 수련과 장수

운동, 수련과 장수 (上)

 

어떤 환자가 병에 걸려 치료를 받기 위해 의사를 찾아갔다고 하자. 환자가 진료비를 지불했음에도 의사가 돈을 받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환자를 무시하면서 땅바닥에 돈을 내팽개친다면 이때 환자는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할까?


이것은 필자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 중 한 명인 장자화(張子和)에게 실제로 이런 치료 사례가 있었다. 한 임산부가 있었는데 출산 예정일이 지나도 아이가 나오지 않았다. 걱정된 그녀는 의사를 찾아가고 싶었지만 집이 너무 가난해 진료비를 구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웃과 친지들에게 돈을 빌렸는데 모두 가난한 처지라 작은 푼돈밖에 모으지 못했다. 그녀는 힘들게 빌린 돈을 가지고 명의로 소문난 장자화를 찾아갔다.


그녀가 장자화에게 말했다. “사람들에게 듣자하니 선생님께서 명의(名醫)라고 하더군요. 제가 선생님의 진찰을 받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돈을 빌려 얼마 되진 않지만 이렇게 모아 왔습니다. 제가 언제쯤 아이를 낳을 수 있겠습니까? 아이를 좀 빨리 낳을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그러면서 자신이 가져온 돈을 모두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장자화는 뜻밖에도 “이렇게 적은 돈으로는 진료를 받을 수 없소”라고 냉대하면서 돈을 전부 밀쳐버렸다. 그러자 동전들이 바닥에 떨어져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임산부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의사는 왜 이렇게 성미가 고약할까? 정말 화가 나서 미치겠구나. 이 돈을 얼마나 어렵게 빌린 것인데 남의 사정은 전혀 모르는구나.’ 그러면서 얼른 몸을 숙여 돈을 줍기 시작했다. 돈을 줍기 위해 몸을 움직이자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곧 진통(陣痛)이 시작되었다. 출산이 가까워진 것이다.


임산부가 예정된 출산날짜가 지났다면 마땅히 평소 자신의 운동량이 너무 적은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보았어야 한다. 장자화는 환자를 보자마자 그녀가 너무 움직이지 않아 출산이 늦어졌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의 출산을 돕자면 어떤 구실로든 환자를 움직이게 만들어야 했다. 만약 그냥 밖에 나가서 뛰라고 했다면 그녀는 분명 말을 듣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장자화의 비범함이 드러나는데 그는 그녀가 푼돈을 모아서 가져온 것을 보고는 환자의 집이 매우 가난하다는 것을 알았다. 즉, 설사 바닥에 돈을 떨어뜨린다 해도 절대 돈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 바닥에 돈을 떨어뜨리면 그녀는 반드시 돈을 줍기 위해 움직이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의 예상대로 돈을 줍기 위해 움직인 임산부는 곧 진통이 시작돼 수월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임신을 했으면 꾸준히 운동을 해야만 산달에 쉽게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사실 임산부만 운동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평소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운동


그렇다면 고대 명의들은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동한(東漢)의 명의 화타(華佗)를 언급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그가 외과(外科)의술의 대가(大家)라고 알고 있다. 지금 사람들이 훌륭한 외과 의사를 보면 ‘화타가 환생했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후한서(後漢書)’의 ‘방술열전(方術列傳)’에 따르면 화타에게는 오보(吳普)라는 이름의 제자가 있었다. 오보도 당시 꽤 유명한 인물이었는데 그는 화타로부터 배운 ‘오금희(五禽戱)’란 운동법을 실천해 백 살이 넘도록 장수했다. 그는 또 ‘오보본초(吳普本草)’라 하여 한약에 관한 책을 저술했는데 본초학 분야에선 제법 유명한 책이다.


화타는 오보에게 일찍이 사람의 몸은 마땅히 운동을 해야 하지만 운동이 지나치면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운동을 많이 해야 하는가? 몸을 움직여 곡기(穀氣)를 소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곡기’란 사람이 먹는 음식을 말하는데 오곡(五穀), 채소(菜蔬), 육류(肉類) 등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운동을 많이 해야만 음식을 잘 소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사람의 혈액순환이 좋다면 병도 쉽게 생기지 않는다.


화타는 당시 많은 사물을 관찰해 다음과 같은 이치를 깨달았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문 지도리는 좀이 먹지 않는다(流水不腐,戶樞不蠹)”는 것이다. 화타는 사람의 관절도 문의 지도리처럼 늘 움직여야만 쉽게 썩지 않으며 혈액순환도 좋아져 어혈(瘀血)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하지만 화타는 또 제자들에게 운동하되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운동원칙이다. 테니스나 골프 혹은 조깅 등은 모두 좋은 운동이지만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 현대인이 자주 앓는 테니스 엘보, 골프 엘보 등은 대부분 팔꿈치의 과도한 사용으로 발생한 것이다. 이는 태권도나 권투 등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로 모든 운동이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된다.

 

수련(修煉)


선인들이 말하는 수선(修仙)을 지금의 언어로 표현하면 바로 ‘연공(煉功)’이다. 사실 고대에는 연공을 수련(修煉)이라 했으며 단순히 공(功)을 연마하는 것 외에도 심성(心性)을 수양했다. 화타는 제자들에게 ‘오금희(五禽戱)’라는 운동방법을 가르쳤는데 제자 오보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옛날에 선(仙)을 수련하는 사람은 도인(導引)을 해야 했다. 다시 말해 자신의 몸을 움직여 신체의 기맥(氣脈)을 완벽하게 소통해야 한다. 고대인들의 춤 동작 역시 대부분 수련 도인(導引)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공자 시대에 팔일무(八佾舞)가 있었는데 이 역시 도인의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며 신체의 모든 관절을 최상의 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었다. 이것은 단지 신체를 바르게 할 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바르게 했다. 때문에 공자는 당시 정심(正心)과 성의(誠意)로 수신(修身)하는 것을 중시했고, 수신해야만 제가(齊家) 할 수 있으며 그 후에야 비로소 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를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사람의 마음이 바르게 되면 그의 몸 역시 가장 좋은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장수(長壽)


화타는 제자들에게 호랑이(虎), 곰(熊), 사슴(鹿), 원숭이(猿猴)와 새(鳥)의 동작을 배우게 했다. 다시 말해 이런 동작을 통해 목, 허리, 등 신체 주요 관절을 모두 운동시키면 쉽게 늙지 않고 질병도 덜 걸리며 가장 좋은 신체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화타는 일찍이 오보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체의 한 곳이 불편할 때 빨리 오금희 중의 하나 동작으로 땀을 내면 몸이 가벼워진다. 몸이 가벼워지면 동작이 원활해지고 혈액순환도 좋아지는데 이렇게 하면 눈과 귀가 어둡지 않고 치아도 단단해진다.”


중국 고대에는 치아가 단단하면 골격도 단단하고 신(腎) 역시 보양(保養)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화타는 또 운동하되 지나치게 하지는 말라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지나치지 않을 수 있는가? 지금의 운동선수들은 종목에 상관없이 때로는 지나친 운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과도한 운동은 무엇이 해로울까? 가령 무하마드 알리와 같이 유명한 권투선수는 펀치를 한번 날리면 수백 파운드의 힘이 실려 폭발력이 대단하다. 폭발력이 크다는 것은 운동의 힘을 극한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 알리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파킨슨병을 얻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테니스, 권투 또는 다른 많은 운동 역시 모두 큰 폭발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실 대부분 사람에게 적합한 운동은 아니다.


이외에 화타는 또 제자들에게 오금희뿐 아니라 고대인들처럼 선(仙)을 수련할 것을 요구했다. 진정한 수련은 운동뿐만 아니라 심성도 수양해야 하는데, 자신의 마음을 천지의 이치와 완전히 부합시켜야 한다. 때문에 화타는 제자들에게 심성을 수양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지금은 운동(運動)이든 기공(氣功)이든 대부분 동작을 많이 연마하며 심성수양을 중시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다. 만약 상고(上古)시대 사람들처럼 수심양성(修心養性)에 도달할 수 있다면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 말한 것처럼 천지와 우주의 이치에 부합하고 음양(陰陽)을 거스르지 않게 된다. 다시 말해 잘 때 자고 마실 때 마시며 운동할 때 운동하고 옷을 입을 때 옷을 입는 등 늘 ‘음양을 본받고 술수(術數)에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운명에 부합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정말로 몸이 좋아진다. 왜냐하면, 모든 활동이 ‘음양을 본받고 술수에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면 백 살이 되어도 동작이 쇠퇴하지 않고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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