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치미병(上工治未病)
중국 전통의학과 관련된 고서는 매우 많으며 질병을 해결하고 미리 방지할 수 있다. ‘황제내경’, ‘비급천금요방’ 등의 서적뿐만 아니라 또 수련(修煉)이나 연단(煉丹)을 논술한 ‘포박자(抱朴子)’ 등의 전적(典籍)은 모두 ‘훌륭한 의사는 병이 생기기 전에 치료한다(上工治未病)’는 개념을 주장했다. 거의 모든 서적에 모두 이와 유사한 개념이 있다. 즉, 질병을 예방하자면 병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거나 혹은 발생하기 전이나 싹트기 전 무형일 때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어찌 절묘한 수법을 기다리겠는가? 그렇다면 이것은 그저 이론일 뿐일까? 아니면 실제적일까?
좋은 의사는 병을 미리 치료한다
중국 전통의학의 수많은 고서(古書)는 모두 병을 미연(未然)에 방지할 것을 강조한다. 대부분의 한의학자도 모두 인정하다시피 “훌륭한 의사는 병이 생기기 전에 치료하고 중간 정도의 의사는 이미 발생한 병을 치료한다(上工治未病, 中工治已病)”는 말에 담긴 의미는 질병은 예방(豫防)이 치료(治療)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파(學派)나 의가(醫家)마다 서로 다른 주장이 많은데 이는 의사에 따라 의술(醫術)과 의학에 대한 소양(素養)이 다르고 이해하는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행상극으로 병을 치료하고 예방
‘난경(難經)’과 ‘금궤요략(金匱要略)’에서는 모두 병을 치료할 때, 좋은 의사는 병정(病情)이 장차 다른 장부(臟腑)나 경락(經絡)으로 전이(轉移)되는 것을 알고 병이 날 수 있는 경락이나 장부를 미리 치료하면 병이 다른 경락이나 장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렇게 하면 당연히 질병을 예방하는 목적에 도달할 수 있다.
“소위 병이 생기기 전에 치료한다는 것은 간(肝)의 병을 보면 그것이 비(脾)로 전이될 것을 아는 까닭에 미리 비기(脾氣)를 실(實)하게 하여 간의 사기(邪氣)를 받지 않게 한다. 그러므로 병이 생기기 전에 치료한다고 하는 것이다. 중간 정도 실력의 의사는 간의 병을 보면 어디로 전해질지 모르기에 간만 열심히 치료한다. 그러므로 이미 병든 것을 치료한다고 한다.”<‘난경’ 제77난(難)>
“무릇 병이 생기기 전에 치료한다는 것은 간의 병을 보면 비로 전해질 것을 알기에 미리 비를 실하게 한다는 것이다. 다만 비가 왕성한 시기에는 사기를 받지 않기 때문에 보하지 않는다. 중간 정도 실력의 의사는 어디로 전이될지 모르기 때문에 간의 병을 보면 비를 실하게 하지 않고 오직 간만 치료한다.”<‘금궤요략’ 장부경락선후병맥증>
인체의 생리와 구조에 대한 한의학적인 견해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인체는 하나의 소우주(小宇宙)이며 우주에 어떤 것이 있으면 인체에도 상응하는 것이 있다. 가령 하늘에 풍(風), 화(火), 습(濕), 조(燥), 한(寒) 등 오기(五氣)가 있으니 땅에는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의 오행(五行)이 있다. 지상의 만물(萬物)은 약(藥)을 포함해 모두 오행(五行)과 서로 대응하는 산(酸 신맛), 고(苦 쓴맛), 감(甘 단맛), 신(辛 매운맛), 함(鹹 짠맛)의 오미(五味)가 있으며 또한 한(寒), 열(熱), 온(溫), 량(凉), 평(平)의 오성(五性)이 있다. 사람에게는 다섯 가지 의지인 노(怒 분노), 희(喜 기쁨), 사(思 생각), 우(憂 근심), 공(恐 두려움)이 있으며 이는 오장(五臟)과 서로 대응된다. 그러므로 약물(藥物)로 병을 치료할 때는 우선 오미와 오장의 상생상극 관계를 이용해 병을 치료해야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무릇 간병(肝病)에 보할 때는 신맛을 사용하고 도울 때는 쓴맛을 사용하며 익(益)할 때는 단맛의 약을 사용해 조리한다. 신맛은 간(肝)으로 들어가고 쓴맛은 심(心)으로 들어가며 단맛은 비(脾)로 들어간다. 비는 신(腎)을 상하게 할 수 있는데 신기(腎氣)가 미약(微弱)하면 수(水)가 운행하지 않게 되고, 수가 운행하지 않으면 심의 화기(火氣) 성해지고, 심의 화기가 성해지면 폐(肺)를 상한다. 폐가 상하면 금기(金氣)가 운행하지 않게 되고 금기가 운행하지 않으면 간기(肝氣)가 성하게 되어 간이 저절로 낫는다. 이것이 바로 간을 치료할 때 비를 보하는 요점이다. 간이 허(虛)하면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실하면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경(經)에서 이르기를 ‘허한 것을 더 허하게 하지 말고 실한 것을 더 실하게 하지 말며 부족한 것은 보하고 남는 것은 덜라’고 했다. 이것이 바로 그 의미이다. 나머지 장(臟)도 이렇게 유추한다.” <‘금궤요략’ 장부경락선후병맥증>
침구(鍼灸) 혈자리에서도 각 경락에 모두 정(井), 형(滎), 수(兪), 경(經), 합(合) 오수혈(五兪穴)이 있는데 이 역시 오행과 관련이 있다. 침구 치료를 할 때는 심지어 혈자리의 오행 상생상극의 속성은 물론이고 상응하는 병세의 관계까지도 고려한다. 이렇게 하면 인체 각 경락과 장부의 에너지가 천지와 상응해 변화하게 할 수 있다. 때문에 병이 쉽게 나으며 마찬가지 방법을 질병 예방에도 사용할 수 있다.
가령 ‘겨울에 정형(井滎)을 취하면 봄에 코피가 나지 않는다’는 말을 살펴보자.
“황제(黃帝)가 ‘겨울에 정형(井滎)을 취하는 것은 무슨 이유입니까?’라고 묻자 기백(岐伯)이 ‘겨울은 수(水)가 다스리기 시작해 바야흐로 신(腎)이 닫히고 양기(陽氣)는 쇠약해지며 음기(陰氣)가 강성해집니다. 따라서 거양(巨陽)이 깊이 가라앉아 양맥(陽脈)이 사라지므로 정(井)혈을 취해 음(陰)이 거슬러 오르는 것을 막고 형(滎)혈을 취해 양기(陽氣)를 실하게 해야 합니다. 겨울에 정형을 취하면 봄에 코피를 흘리지 않는다는 말은 바로 이를 가리킵니다’라고 했다.” <‘황제내경’ 수열혈론(水熱穴論)>
정치(正治)와 종치(從治)
한의학에는 ‘망(望), 문(聞), 문(問), 절(切)’ 네 가지 진단방법이 있다. 이는 눈으로 보고, 소리를 듣고 아는 것과 질문을 통해서 혹은 맥을 손으로 만져서 아는 것을 의미한다. 이 네 가지 진단법을 가리켜 흔히 사진(四診)이라 한다.
‘난경(難經) 61난’에는 “보고 아는 것을 신(神)이라 하고, 듣고 아는 것은 성(聖)이라 하며, 물어서 아는 것을 공(工)이라 하며 맥을 짚고(切) 아는 것을 교(巧)라 한다.…중략…. 보고 아는 것은 오색(五色)을 보고 병을 아는 것이다. 들어서 아는 것은 오음(五音)를 듣고 병을 구분하는 것이다. 물어서 아는 것은 (환자가) 원하는 오미(五味)를 물어 병이 발생한 부위를 아는 것이다. 맥을 짚어서 아는 것은 손목 부위에 있는 촌구(寸口)를 진찰해 허실(虛實)을 알고 병을 알며 어느 장부에 병이 있는지 아는 것이다”라며 사진의 순서를 언급했다.
또한 팔강(八綱)의 방식으로 질병의 음양(陰陽), 표리(表裏), 허실(虛實), 한열(寒熱)을 판단한다. 질병의 양상과 증상을 팔강으로 나눠서 이해하면 병의 근본을 치료할 수 있다. 한의학의 치료방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방법은 바로 정치(正治)법이다. 소위 정치(正治)란 종치(從治)와는 다른 개념인데 ‘소문(素問)-지진요대론(至眞要大論)’의 “거스르는 자는 정치(正治)하고, 따르는 자는 반치(反治)한다”라는 치료방법에서 근거한 것이다.
다시 말해 찬 것은 덥게, 더운 것은 차게 하며, 따뜻한 것은 시원하게, 시원한 것은 따뜻하게 하며, 흩어진 것은 거두어들이고, 억눌린 것은 흩어주며, 마른 것은 눅여주고, 급박한 것은 느슨히 하며, 단단한 것은 부드럽게, 부드러운 것은 단단하게 하며, 쇠약한 것은 보(補)하고, 강한 것은 빼주는 치료법이 바로 정치법이다. 반면 ‘이열치열(以熱治熱), 이한치한(以寒治寒)’과 같은 치료법을 반치 또는 종치라 한다. 이것은 병의 증상과 비슷한 성질의 약을 이용해 병기(病氣)에 순종하며 치료하는’ 방법이다.
병의 팔강을 파악한 후에 병을 치료하는 정치(正治)의 방법을 논할 수 있는데 한의학에서는 주로 ‘한(汗), 토(吐), 하(下), 화(和), 온(溫), 청(淸), 소(消), 보(補)’ 여덟 가지 치료방법이 있다. 이런 치법(治法)은 모두 팔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그 외 음양(陰陽) 및 오행(五行)의 상생상극(相生相剋)에 근거한 치료법도 있다. 병이 생기기 전에 치료하는 것 역시 일반적인 병치료 방식과 마찬가지로 정치법이나 또는 음양과 오행의 상생상극에 따라 치료할 뿐이다.
좋은 치료법은 병법과 유사해
‘황제내경’에서는 병치료와 병세의 발전에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여긴다. 또한, 기의 역순(逆順), 맥(脈)의 허실(虛實), 음양오행이 모두 치료와 일정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았다.
좋은 치료법을 내는 것은 병법의 전략과 유사하다. 병세가 창성(昌盛)하고 심각할 때는 그것에 거스르거나 대항하지 말아야 하며, 병세가 비교적 쇠퇴할 때 다시 치료한다. 이는 전투를 치를 때 적의 날카로운 예봉과 직접 맞서지 않는 것과 같으며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기의 역순(逆順)은 천지의 음양사시와 오행에 상응하는 것이다. 맥(脈)의 성쇠는 혈기의 허실(虛實) 및 유여(有餘)와 부족(不足)으로 판단한다. 침을 놓는 방법의 대략은 침을 놓을 수 있는 병인지 아직은 침을 놓을 수 없는 병인지 아니면 이미 침을 놓을 수 없는 병인지 분명히 아는 것이다. 훌륭한 의사는 병이 생기기 전에 침을 놓고, 그다음은 병이 아직 심해지기 전에 침을 놓으며 그 다음은 이미 쇠약한 후에 침을 놓는다. 실력이 없는 의사는 병이 막 생겨 형세가 심하거나 증상이 맥과 어긋나면 침을 놓는다. 그러므로 병이 한창 성할 때는 함부로 훼손하지 말아야 하며 이미 쇠약해진 후에 침을 놓아야 한다. 훌륭한 의사는 병이 생기기 전에 병을 고치고 이미 발생한 병은 고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한다.”<영추(靈樞)-역순(逆順)>
훌륭한 의사는 병을 치료할 때 병세가 어느 정도 발전하기 전에 미리 병세를 파악하고 조기에 치료함으로써 질병의 발작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병이 생기기 전에 잘 치료하는 의사이다.
사기(史記) ‘편작창공열전’에도 치미병에 관한 일화가 있다. 편작이 제(齊)나라 환공을 만났는데 대뜸 ‘왕께서는 피부에 병이 있다’며 치료를 권했다. 환공은 자신에게는 병이 없다며 ‘병도 없는 사람을 두고 공을 세우려 한다’고 비난했다. 닷새 후, 편작은 환공에게 혈맥에 병이 있으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환공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또 닷새 후 편작은 환공에게 장위(腸胃)에 병이 있다고 말했지만 허사였다. 다시 닷새 후, 환공을 찾아온 편작은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물러났다. 환공이 편작에게 아무 말도 없는 이유를 묻자 편작은 ‘병이 피부에 있을 때는 탕약과 고약으로 고칠 수 있고, 혈맥에 있을 때는 침과 돌침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장위에 있을 때는 약술로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이 골수까지 들어가면 사명(司命, 인간의 생명을 주관하는 신)도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은 병이 골수까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저로서도 더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소문-음양응상대론(陰陽應像大論)’에는 “병을 잘 치료하는 사람은 피모(皮毛)를 치료한다”는 내용이 있고 ‘소문-팔정신명론(八正神明論)’에는 “실력이 뛰어난 의사는 병이 싹 트려 할 때 치료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다시 말해 뛰어난 의사는 병이 막 싹트려 할 때, 즉 병세가 심해지기 전에 나중에 발전할 것을 미리 예상하고 치료한다는 말이다. 만약 의사가 병에 걸리기 전에 사람들에게 미리 양생에 주의를 기울이게 할 수 있다면 그 병은 아예 발병할 기회조차 없어질 것이다. 이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뛰어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한약과 음식으로 체력을 강화
고대인들은 질병의 고통을 덜기 위해 ‘복이(服餌) 양생법’을 실시했다. ‘복이’란 한약이나 음식을 복용하는 것을 말한다. 많은 의약(醫藥) 관련서적에는 소위 ‘복식법(服食法)’이 기재되어 있다. 이것은 신체를 보양(保養)해 병이 나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지황을 먹는 ‘복지황방(服地黃方)’, 황정을 고로 달여 먹은 ‘황정고방(黃精膏方)’, 송진을 먹는 ‘복송지방(服松脂方)’ 등이다.
한의학의 역사에는 각 장부(臟腑)를 보양하는 한약처방이나 음식처방이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비(脾)를 보하는 ‘귀비탕(歸脾湯)’, ‘사군자탕(四君子湯)’이 있고, 심(心)을 보하는 ‘천왕보심단(天王補心丹)’, 신(腎)을 보하는 ‘육미지황환(六味地黃丸)’, 비와 신을 동시에 보하는 ‘환소단(還少丹)’ 등이 있다. 또 기혈(氣血)을 함께 보하는 팔진탕(八珍湯),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 등의 한약처방이 있다.
장중경(張仲景)이 왕중선(王仲宣)에게 처방했다는 ‘오석탕(五石湯)’과 ‘황제내경’에서 언급한 ‘탕액료례(湯液醪醴)’는 사실 선천(先天)의 근본인 신(腎)을 보양(補養)하고 후천의 근본인 비(脾)를 보양하거나 혹은 간(肝)을 보양하거나 간의 화열(火熱)를 내리거나 혹은 심기(心氣)가 허한 것을 보하는 것으로 모두 오장육부의 기능을 조화롭게 만들어 질병에 저항하는 능력을 강화하고 장차 병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많은 방제학(方劑學) 서적에는 또 한약을 사용하지 않고 병을 치료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기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청나라 때 왕앙(汪仰)이 저술한 ‘의방집해(醫方集解)-물약원전(勿藥元詮)’편에는 각종 안마(按摩), 호흡(呼吸) 혹은 마음 수양(修養)방식을 기재해 독자들에게 약을 쓰지 않고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욕망 절제는 치료의 기본
만약 사람의 기호(嗜好)와 욕망(慾望)이 끝이 없다면 우환(憂患)이 그치지 않고 정기신(精氣神)이 모두 어지럽게 되어 손상되며 영위(榮衛)의 기(氣) 역시 나빠진다. 그렇다면 대량의 독약(毒藥)으로 환자의 내과(內科) 질환을 치료하고 여기에 외과적으로 침·뜸치료를 더한다 해도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황제내경’에 산재된 많은 이론에서는 도덕수준이 떨어진 것이 병이 발생하는 원인이라고 보는데 사람의 도덕이 쇠퇴해진 후 비로소 병에 걸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황제(黃帝) 시대에 이미 사람의 도덕이 많이 타락해 독약(毒藥)과 침뜸을 사용해 병을 치료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개탄이 있다.
“중고(中古)시대에 도덕이 조금 쇠퇴하자 사기(邪氣)가 때때로 이르렀는데 이때 탕액료례를 만들어 복용하면 만전을 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사람은 병에 걸리면 반드시 독약(毒藥)으로 안을 공격하고 침·뜸으로 밖을 다스려야 한다.”<‘황제내경-탕액료례’>뿐만 아니라 ‘황제내경’에서는 침석(鍼石), 다시 말해서 침과 돌침으로 병을 치료하는 방법도 간단한 일이 아니며 수도(修道)와 관련이 있다고 여겼다. “침석(鍼石)은 도(道)다. 정신이 부진(不進)하고 의지를 다스리지 못하는 까닭에 병이 나을 수 없다.” 다시 말해 반드시 정신과 의지를 도(道)에 집중해야만 침석으로 병을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양성(養性)하면 미리 병을 치료
가장 좋은 의원은 스스로 양생(養生)의 도(道)를 중시할 뿐만 아니라 사람의 성품이 선(善)하면 온갖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여긴다. 그래서 환자를 치료할 때도 우선 선량한 사람이 되도록 가르친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스스로 양성(養性)해도 병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또 좋은 의사는 환자에게 기어이 약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에게 병이 발생하는 까닭이 환자의 사상이나 행동에 문제가 있고 환자에게 약을 먹이는 것은 이렇게 생긴 질병을 잠시 구제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만약 환자가 자신의 행동과 사상을 바로 잡을 수 있다면 병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손사막(孫思邈)은 ‘비급천금요방(備急千金要方)’에서 양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무릇 양성(養性)이란 연습을 통해 성(性)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성(性)이 스스로 선해지면 연습하지 않아도 이롭지 않음이 없다. 성이 기왕 스스로 선하다면 내외의 백병(百病)이 모두 사라질 것이며 각종 화란(禍亂)과 재해(災害) 역시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양성의 요지다. 양성을 잘하는 사람은 병이 발생하기 전에 치료한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런 뜻이다. 그러므로 양성하는 사람은 단지 약과 음식을 복용할 뿐만 아니라 백 가지 행실을 두루 겸비하여 비록 약과 음식을 끊을지라도 수명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덕행이 부족하면 설사 옥액(玉液)과 금단(金丹)을 먹는다 해도 수명을 연장할 수 없다. 공자가 이르길 ‘섭생(攝生)을 잘하는 사람은 산길을 걸어도 호랑이를 만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것은 바로 도덕의 힘이니 어찌 가짜 복이(服餌 음식)로 수명을 늘리길 바라겠는가. 성인(聖人)이 약이(藥餌)를 만든 까닭은 행실에 허물이 있는 사람을 구하기 위함이다. 고로 어리석은 자는 수년간 병을 앓아도 행실을 고치려 하지 않으며 병마에 시달려 치아가 전부 빠져도 끝내 후회할 줄 모른다.”
이상의 내용을 보면 고대에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아주 중시했으며, 훌륭한 의사(聖醫)는 환자의 마음까지도 승화시켜 근본적으로 병을 치료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음양오행으로 병정(病情)을 판단
‘소문-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음양을 따르면 살고 거스르면 죽는다. 따르면 다스려지고 거스르면 어지러워진다. 그러므로 성인(聖人)은 이미 병이 발생한 것을 치료하지 않고 병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치료한다.”
‘소문-상고천진론(上古天眞論)’에는 “상고(上古)시대 사람은 도(道)를 알고 음양(陰陽)을 본받으며 술수(術數)를 조화롭게 하고 음식에 절제가 있었으며 생활에 일정한 규칙이 있어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몸과 정신을 모두 온전히 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소문’에서는 풍(風) 화(火) 서(暑) 습(濕) 조(燥) 한(寒) 등 비정상적인 기후변화로 질병이 생기는 것을 피하라고 가르쳤으며 될 수 있으면 스트레스가 적은 상태에서 살도록 했다. 또, 지나친 욕망과 집착을 버려야 쉽게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또, 오운육기(五運六氣)로 병을 판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이 기재되어 있다. 여기서 오운이란 다시 말해 오행(五行)으로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를 가리키며 육기란 기후변화의 육기(六氣 풍화서습조한)를 말한다. 오운과 육기를 1년 사계절에 적용하면 특정한 해에 어떤 병이 발생할지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계미(癸未)년에 ‘금역(金疫 오행 중 금의 기운이 허해져서 호흡기에 나타나는 유행병)’이 발생하는 것을 예측하는 식이다.
이처럼 질병의 발생을 미리 알 수 있게 되면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줄 수 있으며 풍한(風寒)이나 습열(濕熱) 등 육기의 피해를 입지 않게 할 수 있다. 상고시대 성인이 사람을 가르칠 때 허사(虛邪)와 적풍(賊風)을 피하는 데 때가 있다고 했다. 게다가 상고 시대 사람의 정신과 물질생활 역시 모두 소박했기 때문에 병이 쉽사리 발생하지 않았다. ‘황제내경’에서는 이를 가리켜 “마음이 담담하고 텅 비워지면 진기(眞氣)가 따르고 정신이 안을 지키는데 병이 어찌 올 수 있겠는가?”라고 표현했다
수도인과 한의사
중국 고대에 수도인(修道人)과 중의사(中醫師)들의 중요한 참고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는 좋은 의사는 모두 수도하는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수도하는 사람은 음양(陰陽)을 따르고 음양의 법칙에 위배되는 일을 하지 않는데 이는 마치 나라를 잘 다스리는 명군(明君)이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것과 같다. 그 때문에 좋은 의사는 마치 나라를 잘 다스리는 훌륭한 군주가 난(亂)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그 근원을 다스리는 것처럼 병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치료한다. 소문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에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성인(聖人)은 도(道)를 행하지만 어리석은 자는 거스른다. 음양(陰陽)을 따르면 살고 거스르면 죽는다. 따르면 다스려지고 거스르면 어지러워진다. 순종하지 않는 것을 역(逆)이라 한다. 그러므로 성인(聖人)은 이미 병든 것을 치료하지 않고 병이 생기기 전에 치료하며 이미 어지러워진 것을 다스리지 않고 어지러워지기 전에 다스린다는 것은 바로 이를 말한다. 무릇 병이 이미 생긴 후에 약을 쓰거나 나라가 어지러워진 후에 다스리는 것은 목이 마른 후에 우물을 파고 전쟁이 난 다음에 무기를 만드는 것과 같으니 또한 늦지 않겠는가?”
한의학을 포함한 중국 고대의 과학은 음양오행(陰陽五行) 학설을 기초로 하며 물질과 정신이 모두 음양오행과 관련된다고 여긴다. 그래서 중국 고대의 과학을 이해하거나 한의학을 공부하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음양오행이다.
한편 당(唐)나라 때의 명의 손사막(孫思邈)은 ‘비급천금요방(備急千金要方)-대의습업(大醫習業)’ 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름지기 훌륭한 의사(大醫)가 되고자 하면 반드시 ‘소문(素問)’ 등을 배워 기억하고 장중경 왕숙화 등의 여러 의약서(醫藥書)도 모두 독파해 깨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음양의 명운성쇠(命運盛衰), 여러 가지 관상(觀相)을 비롯해 거북점의 다섯 가지 징후, 주역, 육임(六壬)도 동시에 정독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비로소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다. 만일 이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은 눈 없이 밤길을 걷는 것과 같아서 자칫 잘못하면 넘어지거나 목숨을 잃는다. 그 후 마땅히 이 책을 숙독해 사색하고 깊이 연구해야만 비로소 의도(醫道)를 논할 수 있다.”
또 같은 책의 ‘대의정성(大醫精誠)’ 편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러므로 의학이나 복서(卜筮)는 정통하기가 어렵다. 신기한 능력을 지닌 의사가 전수해주지 않는다면 어찌 그 심오한 이치를 알겠는가?…중략…. 그러므로 의학을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의학의 도(道)에 대해 널리 보고 깊이 연구하며 한시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며 길에서 주워들은 것을 가지고 의학의 도를 알았다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무릇 훌륭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는 마음을 평안히 하고 뜻을 가다듬어야 하며, 욕망이나 이익을 좇아서는 안 된다. 먼저 크게 자비롭고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우러나와 고통받는 생명을 널리 구제하겠다는 서원(誓願)이 있어야 한다.
병이 있어 찾아와 진료를 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빈부(貧富)나 귀천(貴賤), 나이가 많고 적거나 예쁘거나 못생긴 것을 구별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과 친한지 원한이 있는지 따지지 말며, 중국 사람인지 외국 사람인지 차별하지 말며 똑똑한지 바보인지 구별하지 말아야 한다. 모두 동등한 사람으로, 마치 자기 가족처럼 생각해야 한다.
또한 환자를 진료할 때 앞뒤를 살피며 자신에게 이로울지 해가 될지 고려하지 말아야 하며, 몸을 사리지 말아야 한다. 환자의 고통과 괴로움을 보면, 자신의 아픔으로 여기고 마음속 깊이 슬퍼하고 애처로워해야 한다. 험한 곳을 피하지 않고, 밤낮을 가리지 않으며 춥거나 덥거나 가리지 말아야 하며, 배고픔이나 목마름, 피로도 가리지 말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아가 환자를 치료하되, 성과를 내어 공적을 남기려는 마음이 있으면 안 된다.
이렇게 해야만 비로소 세상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의사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곧 큰 도적이 되는 것이다.”
신의(神醫)는 병이 생기기 전에 치료
현대과학과 의학은 매우 발달했다. 특히 면역학 이론은 더 발달했다. 의료기기 역시 매우 정밀해 CT, MRI, X선, 초음파검사기 등은 모두 인체를 투시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양의나 한의를 막론하고 의사들은 점점 병을 치료하기가 어렵고 예방은 더 어렵다고 느낀다. 왜 그럴까. 많은 사람은 오직 자신의 지식 체계상 가능한 것만 믿는다. 자신의 지식을 벗어난 것은 상상하지도 못하고 믿으려 하지도 않는다. ‘병이 나기 전에 치료(治未病)’하려면 ‘병이 나기 전에 미리 알아야(知未病)’ 한다. 고대에는 명의(名醫)를 신의(神醫)라 불렀는데 고서에는 이들의 특이한 능력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제 환공의 병세를 예측한 편작
편작(扁鵲)이 제(齊)나라에 갔을 때의 일이다. 제 환공(桓公)이 편작을 빈객(賓客)으로 예우했는데, 편작이 그를 보더니 대뜸 “왕께서는 피부에 병이 있는데 치료하지 않으시면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라고 했다. 환공은 자신에게는 병이 없다고 하면서 “의원이란 자가 이익을 탐해 병도 없는 사람을 두고 공을 세우려 한다”며 비난했다.
닷새가 지나 편작이 다시 환공을 찾아가 “왕께서는 혈맥에 병이 있습니다.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훨씬 깊어지실 겁니다”라고 말하자 마음이 상한 환공은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닷새 뒤에 편작이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좀 더 심각한 말투로 장위(腸胃)에 병이 있으니 치료하지 않으면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환공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편작을 돌려보냈다.
다시 닷새 뒤에 편작이 찾아와 환공이 쳐다만 보고 그냥 물러 나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환공의 병이 이미 너무 깊어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환공은 편작의 예언대로 병이 골수까지 들어가 사망했다. 이상은 ‘사기 편작창공열전’에 나오는 내용이다.
20년 후의 생사를 예측한 장중경
동한(東漢)의 장중경(張仲景)은 조정에서 같이 근무하던 20대의 시중(侍中) 왕중선(王仲宣)을 보고는 그가 마흔 살이 되면 중병(重病)에 걸릴 운명임을 알았다. 병의 증상은 처음에 눈썹이 빠지다가 약 반년 후에 목숨을 잃게 된다. 장중경은 좋은 의도에서 왕중선에게 ‘오석탕(五石湯)’이란 탕약을 주고 “이 약을 먹으면 죽음을 면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중선은 고마워하기는커녕 그의 말을 아예 믿지 않았다. 그는 약을 받아만 두고 제대로 복용하지 않고는 장중경에게 이미 약을 먹었노라고 거짓말을 했다. 며칠 후 장중경이 그의 안색을 살펴보고는 제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았음을 알았다. 장중경은 “안색을 보아하니 탕을 복용하지 않았군. 그대는 어찌하여 자신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가!”하고는 탄식했다.
하지만 왕중선은 여전히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결국, 20년 후 왕중선은 중경이 말한 대로 눈썹이 빠지는 병에 걸렸고 187일 만에 죽었다. 이 내용은 ‘침구갑을경(針灸甲乙經) 서문(序)’에 나온다.
지극한 정성으로 신선의 처방을 얻은 화타
화타(華佗)는 방서(方書) 보기를 즐겼으며 남의 병을 고쳐주길 좋아했다. 화타는 성품이 관대하고 늘 편안했으며 매사에 욕심이 없었다. 종종 명산대천(名山大川)을 다니며 뛰어난 능력을 지닌 고인(高人)을 만나곤 했다.
한번은 화타가 공의산(公宜山)의 오래된 동굴에서 어떤 사람이 병을 치료하는 법(法)에 대해 설명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의 말이 범상치 않음을 알고 화타는 다가가 몰래 엿들었다. 그때 “화타가 이곳에 있으니 그에게 의술을 맡길 수 있겠군”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은 탐(貪)하는 성품이 있어 생명을 불쌍히 여기지 않으니 어찌 맡길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화타는 동굴 안으로 뛰어들어가 두 노인을 찾아뵈었다.
화타는 절을 올리며 말했다. “마침 두 분 현자께서 방술(方術)에 대해 논하는 것을 듣다가 돌아갈 것을 잊었습니다. 하물며 사람을 구하는 도(道)는 제가 평소 하고 싶었던 일입니다. 다만, 한번 시험해 볼 만한 법(法)을 만나지 못했고 자질이 부족한 것이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바라건대 현자께서는 어리석은 제 성의를 조금이나마 살피시어 깨닫게 해주신다면 평생 그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윗자리에 앉은 노인이 말했다. “의술을 전해주는 것이 아까운 것이 아니다. 다만, 나중에 네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될 뿐이다. 만약 지위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빈부와 귀천을 가리지 않으며 재물을 모으는데 열중하지 않고 노고를 아끼지 않으며 노인과 어린이를 불쌍히 여긴다면 나중에 화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화타는 두 번 절을 올리고는 감사드리며 말했다. “성현(聖賢)의 말씀 명심하여 따르겠습니다.” 두 노인은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동굴 동쪽을 가리켰다. “바위 위에 상자가 하나 있고 그 속에 책이 있으니 가져가거라. 빨리 이곳을 나가야 하며 속인들에게 보여주어선 안 된다! 마땅히 비밀로 해야 한다.”
화타가 책을 얻은 후 고개를 돌려보니 두 노인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화타는 두려운 마음으로 빨리 동굴을 나왔는데 갑자기 보이지 않던 먹구름이 밀려오고 비가 쏟아져 동굴이 무너져 내렸다. 화타는 나중에 육십이 되기 전에 위(魏)나라에서 도륙 당했으니 노인의 예언이 영험하게 들어맞은 것이다. 이 이야기는 등처중(鄧處中)의 ‘중장경(中藏經) 서문(序)’에 나온다.
용궁의 비방을 입수한 손사막
수련(修煉)하는 사람은 반드시 정성(精誠)이 있어야 하며 선량(善良)하고 아름다운 덕성(德性)을 갖춰야 한다. 당나라의 명의 손사막(孫思邈)은 병을 잘 치료했다. 그는 의서인 ‘비급천금요방’을 통해서도 좋은 치료법을 많이 소개했다. 그가 의술에 뛰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평소 매우 선량하고 자비로웠다. 그의 성품은 “진료할 때는 마음을 편안히 하고 뜻을 가다듬어야 하며, 욕망이나 이익을 좇아서는 안 된다. 먼저 크게 자비롭고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우러나와 고통 받는 생명을 널리 구제하겠다는 서원(誓願)이 있어야 한다”라고 밝힌 ‘대의정성(大醫精誠)’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늘 불가(佛家)나 도가(道家)의 수련인을 찾아다니며 교류했고 선심(善心)으로 도움이 필요 한 사람을 도와주었다. 또 일찍이 일부 기인(奇人)을 구해주고 많은 선한 인연을 맺기도 했으며 이런 과정을 통해 좋은 의술을 배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손사막이 용궁의 비방을 얻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손사막이 종남산(終南山)에 은거하며 선율사(宣律師)와 교류할 때의 일이다. 그는 매번 왕래할 때마다 가르침을 청하곤 했다. 한번은 이 지역에 큰 가뭄이 들자 황제의 명령으로 서역(西域)의 승려를 청해 곤명지(昆明池)에 단을 쌓고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게 했다. 향과 등불을 준비해 7일간 기우제를 올렸다. 그러나 비는 여전히 오지 않았고 수위(水位)는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어느 날 밤 갑자기 한 노인이 선율사의 꿈에 나타나 애걸하며 말했다. “저는 곤명지에 사는 용(龍)입니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은 제 잘못이 아닙니다. 서역의 승려가 제 뇌(腦)를 이용해 약을 만들려고 천자를 속이고 기우제를 지내고 있으니 제 목숨이 경각에 달렸습니다. 스님의 법력(法力)으로 구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선(宣)공이 사양하며 말했다. “빈도는 계율만을 지킬 뿐이니 손사막 선생께 가서 청해보시오.” 이에 노인이 손사막을 만나러 오자 그가 말했다. “내가 알기로 곤명의 용궁에는 30개의 선방(仙方)이 있다고 하는데 이를 보여줄 수 있다면 그대를 구해주겠소.”
노인은 한참 고민을 하더니 “이 약 처방은 상제(上帝)께서 함부로 전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오늘 제 목숨이 급하게 되었으니 어찌 처방을 아끼겠습니까?”하고는 공손히 바쳤다. 이 이야기는 ‘태평광기(太平廣記) 신선(神仙)’ 편에 나온다.
좋은 의사는 병마(病魔)를 멀리하도록 가르쳐
치미병(治未病)에 대한 견해는 의서(醫書)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다. ‘난경(難經)’에서는 병의 상황을 파악해 병이 다른 곳으로 변화될 것을 미리 알고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보았다.
‘영추(靈樞)’에서는 병의 성쇠(盛衰)를 파악해 병이 들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의치 못하면 아직 병세가 심해지지 않았을 때나 혹은 병세가 이미 가라앉았을 때 즉시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보았다.
‘소문(素問)’에서는 질병의 발생이 사람의 도덕이나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즉, 음식을 절제하지 못하고, 함부로 행동하거나, 욕망이 너무 많고, 거짓말을 하거나 함부로 허튼소리를 하는 등 개인의 좋지 않은 습관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손사막의 ‘비급천금요방’은 ‘소문’과 유사하다. 성품이 선량한 사람은 자연히 병에 걸리지 않으며 재앙이나 재해도 잘 발생하지 않는다고 봤다. 양성(養性)을 잘하는 사람은 병이 발생하기 전에 잘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의사는 다만 사상이나 행동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일시적으로 구해줄 뿐이며 영원히 잘못을 시정하려 하지 않고, 늘 병에 걸리는 사람에 대해서는 대증요법만이 가능할 뿐이다. 다시 말해 머리가 아프면 머리를 치료하고 다리가 아프면 다리만을 치료할 뿐 병을 완전히 제거해 줄 수는 없다.
중국 고대의 훌륭한 의사들은 환자에게 ‘소문’이나 ‘비급천금요방’같은 그러한 양생(養生)과 예방법을 가르쳐주고 일상생활에서 천지(天地)의 음양오행(陰陽五行)과 조화롭게 살도록 가르쳤다. 즉, 환자가 먹고 마시고 잠자는 등에서 모두 절제가 있어야 하며 꾸준히 하도록 했다. 또한 비(非)정상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질병을 피하고 자신의 욕망을 줄일 수 있다면 근본적으로 병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고대 의사들이 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것이다. 만약 지금의 의사도 고대 의사처럼 사람의 도덕과 생활습관이 질병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인식하고, 이 관점에서 환자가 더는 병마에 시달리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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