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의 영향을 받지 않고, 육상에서도 이동이 가능한 고속 상륙수단
초수평선 상륙작전의 핵심 – 공기부양상륙정
최현호 군사커뮤니티 밀리돔 운영자/자유기고가
현대전에서 상륙작전은 레이다 같은 탐지수단과 대함미사일 같은 공격수단의 발전으로 인해 실행에 큰 위험이 따른다. 이런 위협 속에서 상륙함을 지키면서 목표 해안에 상륙하기 위해서 초수평선 상륙작전이 고안되었다. 초수평선 상륙작전의 핵심은 속도다. 하지만, 기존의 상륙정은 속도가 느리고, 수심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운용에 제약이 많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운용되는 것이 공기부양상륙정이다. 빠른 속도로 바다와 육지를 자유롭게 오가는 공기부양상륙정을 소개한다.
[그림 1] 대표적인 공기부양상륙정인 미 해군의 LCAC
• 기존 상륙주정의 단점
현대전에서 함정, 주정 또는 항공기에 탑승한 해군과 상륙군이 해양을 통하여 적의 해안에 군사력을 투사하는 상륙 작전Amphibious Operation은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다. 수많은 병력과 장비를 실은 대형 상륙함으로 이루어진 상륙부대가 레이다와 같은 적의 눈을 피해 접근하기 어려워졌고, 대함미사일과 해안포는 해안에 접근을 거부한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미 해병대는 1980년대부터 초수평선 상륙작전Over the Horizon Amphibious Operation이라는 새로운 작전개념을 도입했다. 초수평선 상륙작전은 적이 관측하기 어려운 해안가 기준 수평선 너머에 도크형 상륙함(LPD)이나 강습상륙함(LHD)같은 대형 상륙함을 위치시키고 상륙헬기, 상륙장갑차, 그리고 상륙주정Landing Craft을 사용하여 적 해안으로 침투한다.
[그림 2] 수심의 영향을 받는 일반적인 선형의 상륙주정. 사진은 미 해군의 다목적 상륙주정 LCU
그러나 상륙헬기는 속도는 빠르나 병력 수송용이라 상륙부대에 필요한 전차나 포 등의 중장비를 운반할 수 없다. 상륙장갑차는 병력 수송용이며 속도가 느리다. 상륙헬기와 상륙장갑차의 문제를 해결할 수단 중 하나가 상륙주정이다.
상륙주정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는 60톤이 넘어가는 현대적인 전차를 실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현재 운용되는 대부분의 상륙주정은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함선 형태로, 대부분 속도가 30노트 이하로 느리다. 무엇보다 상륙 주정의 흘수보다 얕은 수심에서는 운용이 불가능하다.
상륙작전을 거부하기 위해 적이 부설한 기뢰도 상륙주정에 큰 위협이다. 이런 제약으로 인해 상륙주정이 닿을 수 있는 곳과 목표 지점이 멀리 떨어질 경우 상륙부대는 적의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상륙주정의 한계를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가 태평양에서 1943년 11월 20 ~ 23일 벌어진 타라와 전투다. 미군은 타라와섬에 상륙하면서 많은 병력을 태울 수 있는 상륙주정 LCVP를 대량 투입했다. 하지만, 섬 주변 해안에 대한 정보 부족, 잘못된 밀물과 썰물 주기 파악으로 예정했던 상륙거점에서 1km 정도 떨어진 지점에 병력을 내려놓았고, 일본군의 강력한 방어로 인해 큰 피해를 보았다.
[그림 3] 태평양 전쟁 당시 LVCP의 접근 문제로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상륙하는 미 해병대
최근 상륙주정에 워터제트를 채용하거나 새로운 선형을 사용하여 속도 문제를 해결한 것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물에 잠기는 설계가 유지되면서 해안 접근성에 대한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 속도와 육상 기동성도 갖춘 대안, 공기부양정
이런 상륙주정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 호버크래프트Hovercraft로도 불리는 공기부양정Air Cushion Vehicle이다. 공기부양정은 부양팬Lift Fan에 의해 빨려 들어간 공기로 만들어진 공기 쿠션Air Cusion이 선체를 들어 올리면서 뜨는 원리를 이용한다.
공기부양정은 공기 쿠션을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선체 아랫부분을 고무 같은 신축성 있는 재료로 감싼다. 선체를 감싼 것을 치마와 비슷하다고 하여 ‘스커트Skirt’라고 부른다. 부양팬은 추진력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선체 후방에 설치된 별도의 추진기Propeller로 움직이고, 방향타로 조종한다.
공기의 힘으로 수면 위에 떠 있기 때문에 수심이 얕은 연안이나 하천에서도 고속 기동이 가능하다. 그리고 지형의 제약이 있지만, 해안에 인접한 모래사장과 같은 육지에서도 이동이 가능하다.
공기 쿠션을 이용하는 것은 공기부양정과 동일하지만, 선체의 앞과 뒤에만 스커트가 있는 표면 효과선SES Surface Effect Ship도 있다. 표면효과선도 고속 운항이 가능하지만, 선체 측면이 물에 잠기기 때문에 물 밖으로 나올 수 없다 공기부양정도 단점은 있다. 수면 위에 떠있기 위해 지속해서 팬을 돌려야 하므로 연료 소모가 심하고, 소음과 진동이 크다. 구동체계도 부양용과 추진용 엔진, 감속기어, 팬 등으로 일반 선박보다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내파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파도가 높아지면 운항이 어렵다. 기존 선박보다 조향 정확성이 떨어지며, 빠른 방향 전환도 어렵다. 공기 쿠션을 가두는 스커트가 손상되어도 조종이 어렵다. 육상에서도 진행 방향에 장애물이 있거나, 지형에 굴곡이 심한 경우 운행이 어렵다.
공기부양정은 1950년대 개발되었지만, 개발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1870년대 영국의 조선공학자 존 아이삭 소니크로프트John Isaac Thornycroft가 공기부양정 특허를 등록했다. 하지만, 당시 기술로는 필요한 엔진을 만들 수 없어 제작에는 이르지 못했다.
1915년 오스트리아의 다고베르트 뮐러 폰 토마뮐 Dagobert Müller von Thomamühl이 선체 아래에 공기 쿠션을 만들어 선체를 띄우는 세계 최초의 ‘공기쿠션’ 함선인 표면효과선을 개발했다.
1950년대 초반, 영국의 기계공학자인 C.S 코커렐 Cokerell에 의해 수륙양용이 가능한 공기부양정의 시초가 만들어졌다. 1958년 영국 국립연구개발회사Nati onal Research Development Corporation는 영국 항공기 제작업체 사운더로Saunders-Roe와 코커렐의 설계를 기반으로 하는 SR-N1이라는 실증기를 제작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립연구개발회사는 영국 정부가 공공 부문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기 위해 설립한 정부 투자 기관이다.
[그림 4] 1959년 7월, 영국 해협 횡단에 성공한 SR-N1
SR-N1은 길이 9.58m, 폭 7.62m였고, 공기부양용으로 450마력 엔진을 사용했고, 이 엔진을 통해 흘러 들어가는 공기 일부가 추진력을 얻는데 사용되었다. SR-N1은 1959년 6월 11일 첫 부양에 성공했고, 1959년 7월 25일에는 영국 해협 횡단에 성공했다.
영국 특허청이 코커렐의 공기부양정 특허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후발주자들의 개발도 잇달았다. 1962년 5월에는 영국 빅커스-암스트롱Vickers-Armstrong이 25인승의 VA-3를 개발했다. 영국 항공사 브리티시 유나이트 에어웨이스British United Airways는 1962년 7월 20일 부터 VA-3로 영국과 프랑스간 해협 횡단선을 운용했다. 이후 공공부문, 상업운송, 레져용으로 다양한 공기부양정이 개발되었다.
• 군사적으로 유용한 공기부양정
공기부양정은 병력과 장비를 적재하고 빠른 속도로 신속하게 목표 해안에 진입할 수 있어 군사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이런 장점 때문에 일반적인 상륙주정이 상륙작전을 펼칠 수 없는 곳에서도 작전이 가능하다. 미 해군은 공기부양상륙정이 전 세계 해안의 80% 에 상륙할 수 있지만, 기존 상륙주정은 해안의 17%만 상륙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공기부양정의 군사적 이용은 1960년대 초반 영국군이 평가부대를 만들어 사운더-로가 개발한 SR-N1 등을 시험 평가한 것이 처음이다. 평가된 호버크래프트 가운데 1964년부터 양산이 시작된 SR-N5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림 5] 호버크래프트 구조 : ①추진용 프로펠러 ②공기흐름 ③부양용 팬 ④스커트
와든Warden급으로 불린 SR-N5는 길이 12.01m, 폭 6.93m, 최고속도 70노트, 항속거리 240nm의 제원을 가졌다. 병력 16명을 태울 수 있었고, 부양과 추진용으로 900마력 엔진 1기를 장착했다. 영국은 SR-N5 를 말레이시아, 태국, 리비아 등지로 보내 시험했다.
[그림 6] 미 해군과 육군이 베트남전 당시 운용한 SK-5 PACV
미군은 베트남전 당시 SR-N5를 벨Bell이 면허 생산한 SK-5를 메콩강 삼각주에서 운용했다. 미 해군과 육군은 SK-5에 기관총 등의 무장을 갖추고 공기부양 순찰정PACV Patrol Air Cushion Vehicle이라고 명명했으며, 1966년부터 1970년까지 각각 3척씩 운용했다. 이후 손실된 함정을 제외한 나머지가 미 해안경비대로 이관되었다.
소련은 1969년부터 프로젝트 1205 스캇(Skat, 나토 분류명 Gus)급을 시작으로 공기부양정 운용을 시작했다. 스캇급은 길이 21.4m, 폭 7.3m, 만재배수량 27톤, 최고속도 49노트, 항속거리 200해리의 제원을 지녔다. 승조원은 4명이고, 40명이 탑승할 수 있었다.
[그림 7] 구소련의 첫 공기부양정 프로젝트 1205 스캇급
현재는 영국, 미국, 러시아 외에도 우리나라, 일본, 이란, 북한 등 여러 나라가 다양한 목적으로 공기부양정을 운용하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체급의 공기부양정이 개발되었지만, 상륙작전을 위해 차량까지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기부양 상륙정Air Cushion Landing Craft을 개발 및 운용하는 나라는 손에 꼽는다.
• 현재 공기부양상륙정 운용국가
◆ 미 국
미 해군과 육군은 베트남전에서 기관포 등의 무장을 갖춘 PCAV를 운용한 후로 한동안 공기부양정 운용을 중단했다. 그러나 미 육군은 베트남전 당시부터 사용하던 바퀴 달린 바지선으로 불리던 수륙양용 보급차량 LARC-V와 LARC-LX을 대체할 수단으로 공기부양정을 선택했다.
미 육군은 조종실 앞에 30톤가량의 차량이나 물자를 올릴 수 있었던 벨의 보이저Voyageur 공기부양정 설계를 기반으로 경공기부양정LACV Lighter Air Cushion Vehicle-30을 개발했다. LACV-30은 길이 24m, 폭 12m, 최고속도 52노트, 탑재중량은 30톤이었다. 적재공간에는 미군 표준 20피트 컨테이너 탑재가 가능하여 군수지원 능력이 우수했다.
[그림 8] 미 육군이 1983년부터 1994년까지 운용한 LACV-30
하지만, LACV-30은 도입 가격이 높고, 운용비용이 많이 든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 육군은 1983년부터 1994년까지 26척만 운용하고 퇴역시켰다.
미 해군은 1970년대 초반부터 초수평선 상륙작전을 위해 강습상륙 공기부양정ALC Amphibious Assault Landing Craft사업을 시작했다. 경쟁을 거쳐 벨 에어로스페이스 텍스트론의 설계가 채택되었는데, 주력전차를 싣고도 50노트라는 빠른 속도로 항해하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미 해군은 벨 에어로스페이스 텍스트론의 설계를 개량한 상륙공기부양정LCAC Landing Craft Air-Cushion를 1987년부터 도입하기 시작했다. LCAC는 선수와 선미에 경사로를 가지고 있어 장비 선적과 하역이 자유롭다. LCAC는 길이 28m, 폭 14.7m, 만재배수량 176톤이며, 최대 60톤까지 적재가 가능하며, 최대속도는 40노트다. LCAC는 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운용중이다.
[그림 9] 미 해병대 초수평선 상륙작전의 핵심수단 LCAC
미 해군은 2010년부터 LCAC를 대체할 선박-해안 연결선SSC Ship-to-Shore Connector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10년 8월 제안요청서(RFP) 발행 후 2012년 7월에 텍스트론Textro이 주도하는 산업팀이 SSC 시험 및 훈련선 1척을 제작하는 사업자로 선정했다. 시험 및 훈련선은 LCAC-100으로 불린다.
시제품을 생산한 텍스트론은 2014년 8월 양산 모델 생산업체로 선정되었다. 첫 양산 모델은 LCAC-101로 명명되었고, 2015년 4월에는 LCAC-102와 LCAC-130 생산 계약이 체결되었다. SSC 프로그램을 통해 도입될 수량은 시험 및 훈련선을 제외하고 72척이다. 미 해군은 2020년부터 SSC의 초기운용능력(IOC)을 확보할 예정이다.
[그림 10] 미 해군의 LCAC를 대체할 차기 공기부양 상륙정 SSC의 컴퓨터 그래픽
SSC는 길이 27.9m, 만재배수량 180.57톤이고 탑재량은 74톤으로 M1A1 전차 1대를 운반할 수 있다. 항공기에 사용되는 플라이 바이 와이어Fly-by-Wire 방식의 조종방식으로 채택하여 조종 편이성을 향상시키는 등 많은 부분에서 성능이 향상되었다.
◆ 러시아
러시아는 구소련시절부터 공기부양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했다. 그러나 미국처럼 상륙작전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양한 급을 건조하여 서로 다른 임무를 부여했다. 그리고 탑재 공간이 개방된 미국의 LCAC나 SSC와 달리, 탑재 공간이 밀폐되어 내부가 보호된다는 설계상의 차이도 있다.
1969년부터 운용한 프로젝트 1250 스캇급에 이어 1972년부터 운용된 프로젝트 1206 칼마(Kalmar, 나토 분류명 레베드Lebed)급은 길이 25.6m, 폭 10.8m, 만재배수량 116톤, 탑재량 37톤으로, T-54 전차 1대를 탑재할 정도로 커졌다. 개량형인 프로젝트 1206T 칼마-T 급은 길이 30.7m, 폭 13.2m, 만재배수량 121톤으로 커졌지만, 상륙임무 대신 항만 기뢰 소해 임무를 부여받고 발틱함대와 흑해함대에 각 1대씩만 배치되었다.
[그림 11] 우리 해군이 불곰사업으로 도입한 무레나급 공기부양정
1982년부터 운용한 프로젝트 12061 쨔플랴(Tsaplya, 나토분류명 무레나Murena)급은 길이 31.6m, 폭 14.8m, 만재배수량 151톤, 탑재량 45톤이다. 쨔플랴급은 자함 방어를 위한 AK-630 기관포와 SA-N-5 함대공 미사일도 갖추고 있다. 쨔플랴급은 총 10대가 완성되었고, 이 가운데 3척이 불곰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해군에 도입되었다.
프로젝트 1209 오마르(Omar, 나토분류명 유테노크 Utenok)급은 길이 23.3m, 폭 11.8m, 만재배수량 54.1톤, 탑재량 24톤으로 단 2척만 건조되어 1980년부터 흑해함대에 배치되었다
1975년부터 운용된 프로젝트 12321 제이란(Dzhe yran, 나토분류명 아이스트Aist)급은 길이 47.3m, 폭 17.8m, 만재배수량 303톤으로 탑재중량 80톤의 대형 공기부양 상륙정이다. 20척이 건조되었으나, 2019년 기준으로 6척만이 남아 있다.
1988년부터 운용된 프로젝트 12322 쥬브르(Zubr, 나토분류명 포모르닉Pomornik)급은 현재 운용되는 공기부양정 가운데 가장 크다. 길이 57m, 폭 25.6m, 만재배 수량 555톤이며 탑재중량은 러시아 주력전차 3대를 탑재할 수 있는 150톤을 자랑한다. 15척이 건조된 쥬브르급은 2019년 현재 러시아 해군 2척, 그리스 해군 4척, 그리고 중국 해군이 5척을 보유하고 있다.
[그림 12] 현재 세계 최대 크기의 공기부양정인 프로젝트 12322 쥬브르급
구소련과 러시아의 공기부양 상륙정의 역사는 길지만, 대부분이 구소련 시절 건조되었고, 이 가운데 스캇급, 칼마급, 칼마-T급, 쨔플랴급, 오마르급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사이 퇴역했다. 러시아 정부는 상륙전력 재건을 위해 2018~2027 국가 군비 프로그램에서 쥬브르급과 쨔플라급의 생산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과거에 생산된 공기부양정에 장착된 가스터빈은 크림반도 합병 이후 관계가 악화된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었지만, 현재는 러시아 자체적으로 생산이 가능하므로 재생산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 중 국
해군 전력을 증강하고 있는 중국도 공기부양상륙정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09년 7월 우크라이나와 쥬브르급 2척을 직도입하고 2척은 중국에서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에는 러시아와 추가로 1척을 중국에서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중국 해군은 쥬브르급을 도입하기 훨씬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공기부양상륙정을 개발하고 운용해 왔다. 중국은 1960년대에 센양에서 송링Songling급을, 상하이에서는 711식을 개발했다. 이 함정들은 소량이 생산되어 시험용으로 운용되었다.
711식을 개발한 상하이에 위치한 708 연구소는 중국 공기부양상륙정 개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708 연구소는 711식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곧 716식(나토분류명 다구Dagu급)을 건조했다.
716식은 길이 17.94m, 폭 8.3m, 배수량 18.6m, 탑재중량 2톤의 소형 함정이었다. 하지만, 설계 문제로 양산에 들어가지 못했고, 1983년에 개량형인 716 Ⅱ 식(나토분류명 다구B급) 을 건조했다.
708 연구소는 1979년에 배수량 60톤, 탑재중량 15톤의 722식(나토분류명 징샤Jingsha Ⅰ급)을 개발했다. 1983년에는 추진시스템을 개량하고 배수량을 70톤으로 늘린 722 Ⅱ식(나토분류명 징샤 Ⅱ급)을 개발했다.
[그림 13] 중국이 1983년 건조한 722 Ⅱ식 공기부양상륙정
1994년에는 724식(나토코드명 진샤Jinsha급)을 개발했고, 2010년부터는 길이 33m, 폭 16.8, 만재배수량 160톤, 탑재중량 50톤으로 미국의 LCAC와 비슷한 형태의 726식(나토분류명 유이Yuyi급)을 건조했다. 2017년부터는 개량형인 726A식의 양산을 시작했다.
[그림 14] 현재 중국 해군의 주력 공기부양상륙정 726식
726식과 726A식은 중국 해군의 주력 공기부양상륙정으로, 071식 도크형 상륙함(LPD)의 웰독에 2척이 들어간다. 현재 건조중인 075식 헬기상륙함(LHD)도 2척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 대한민국
우리나라도 공기부양상륙정을 운용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해군은 SES선 건조 경험이 있는 코리아타코마(현 한진중공업)와 고속상륙정LSF Landing Ship, Fast건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1989년 개발이 완료된 공기부양상륙정은 LSF-Ⅰ 솔개라는 이름이 붙었다. LSF-Ⅰ은 길이 26.5m, 폭 13.8m, 배수량 58톤, 적재중량 21톤이었다. 하지만, 높은 연비 등의 문제로 3척만 건조된 후 사업이 종료 되었다.
2005년부터는 러시아에 빌려준 차관을 무기로 받는 불곰사업을 통해 프로젝트 1206.1 쨔플랴급 3척을 도입하여 서해에서 북한의 공기부양정 기습 대비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1990년 말부터 초수평선 작전이 가능한 헬리콥터 상륙함(LPH) 독도함 건조가 확정되자, 여기에서 운용할 공기부양상륙정이 필요해졌다. LSF-Ⅱ로 불린 신형 공기부양상륙정은 2002년부터 개발에 착수하여 2007년 4월 첫 함정이 해군에 인도되었다.
[그림 15] 미국 LCAC 기술에 LSF-Ⅰ 건조경험을 접목시킨 우리 해군의 LSF-Ⅱ 공기부양상륙정
LSF-Ⅱ는 미국의 LCAC 기술을 들여와 LSF-Ⅰ건조 경험을 결합시켜 한국형 공기부양상륙정으로 만들어 졌다. 길이 27.9m, 폭 14.6m, 만재배수량 155톤, 탑재량 55톤으로 K-1 전차 1대를 실을 수 있다. 첫 사업을 통해 2척이 해군에 인도되었고, 2016년에 2척이 추가로 발주되었다.
◆ 기 타
앞에 소개한 국가들 외에 군사적으로 공기부양정을 대규모로 운용하는 곳으로 북한과 이란이 있다. 북한은 공방 Ⅰ, Ⅱ, Ⅲ급이라는 기습 침투용 공기부양정을 약 250척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공방급은 병력 운반만 가능하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과 아라비아만 등에서 연안순찰, 공격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공기부양정을 다수 운용하고 있다. 이란은 초기에는 영국제 공기부양정을 복제 생산하였지만, 최근에는 독자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이란은 공기부양정에 다련장로켓 또는 대함미사일까지 장착하고 있다.
[그림 16] 대함미사일 발사관을 장착한 이란 해군 공기부양정
이 밖에 우리나라 해양경찰 등 세계 각국에 다양한 호버크래프트를 판매한 영국의 그리폰호버워크사도 소형 차량을 탑재가 가능한 8100TD, BHT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군에 필요한 대형 장비 운반이 어렵다.
[그림 17] 소형 군용차량 적재가 가능한 영국 그리폰호버워크의 8100TD 모델
이상으로 공기부양정과 초수평선 상륙작전의 핵심인 공기부양상륙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공기부양정은 세계 조선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작다.
그러나 이란과 북한의 사례에서 보듯이 민간용으로 개발되어도, 군사용으로 전용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민간용 표면효과선과 해군용 LSF-Ⅰ, Ⅱ 공기부양상륙정을 개발한 경험이 있어 개발 능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국내 수요만으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에 잠재적인 수출시장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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