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죄가 없어요!
어느 부인이 찾아왔다. 회사원이던 그녀의 남편은 모종의 의혹사건에 연루돼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던 중 자살했다. 며칠 조사를 받다, 하루 귀가했는데 그날 밤 남편은 집으로 오지 않았다. 부인은 실종신고를 했고 며칠 후 잔 수교 부근 한강 물에서 죽어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유난히 사고가 많은 곳이었다.
남편 구명시식에 들어갔다. 곧 영가 둘이 나타났다. 한 사람은 부인의 남편 영가였고, 한 사람은 뜻밖에도 남편을 괴롭히고 압박하던 수사관이었다. 수사관 역시 물귀신이 돼 영가로 나타난 것이다. 자동차가 한강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죽은 것이었다. 더욱 기막힌 것은 수사관의 사고지점도 잠수교였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었다. 갑자기 숱한 물귀신 영가들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바로 그 지점에서 죽은 영가들이었다.
구명시식을 하는 동안 괴이한 일들이 잇따랐다. 법당의 온 등이 흔들리고 영가가 움직이는 대로 촛불이 춤을 추는가 하면 오디오가 저절로 켜지는 등 온통 난리였다. 참석자들은 공포에 떨었다. 가까스로 영가들을 진정시켰다.
그러자 남편 영가와 수사관 영가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말이 대화지 실상은 격렬한 싸움이었다. 수사관 영가는 “네가 틀림없는 범인이야. 네가 죽었기 때문에 사건은 끝났지만 너는 영원히 심판받아야 해”라고 했다.
반면 남편 영가는, “억울하다. 단지 나의 희생으로 모든 문제를 끝낼 수 있길 바라면서 회사를 위해 택한 길일뿐이라구!”라며 맞받아쳤다.
수사관의 가혹한 심문 탓에 남편은 자살했고 사건은 남편의 자살로 흐지부지 종결됐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이승에서는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영계에서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을 따름이었다. 각자 가슴에 쌓인 앙금을 풀도록 정성을 다해 기도했다. 남편을 화장하도록 부인에게 권하며 우여곡절 끝에 식을 마쳤다.
그런데 더욱 끔찍한 사건은 뒤에 벌어졌다. 화장을 하려고 묘를 파보니 오랜 세월이 흐른 남편의 시신이 한강에서 발견된 상태 그대로였던 것이다.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죽어서 흙이 되는 자연의 순리조차 거역하는 것일까. 한(恨)은 방부제와도 같았던 것이다.
아무리 깜깜한 어둠도 빗자루로 쓸어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아주 조그만 불로도 어둠은 몰아낼 수 있다.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과 인간이 덕을 베풀고 선업을 쌓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일지….
버림받은 영혼을 위한 기도
J는 불심이 깊은 사람이다. 오래 전부터 조계사에 드나들며 수행모임에도 참석하고 있었다. 조계사 경내 산중다실에서 모임을 갖던 중 누군가 <한 마리 까치되어>라는 책을 소개했다. 책을 읽고 너무도 경이로워 그 자리에 가져왔다 했다.
내용을 들어보니 J 역시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어 모임이 끝난 후 조계사 경내 서점에서 책을 구해 읽었다. 그는 숱한 심령,정신계 서적들을 탐독해 왔다. 자신의 조상들 세계가 복잡하다는 말을 자주 들은 탓이었다. 그러나 그 많은 책들 중, 영혼에 관해 확실하게 설명한 책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한 마리 까치되어>를 읽어 보니 영혼세계와 인간세상간 관계를 명확히 알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구명시식을 청했다. 구명시식은 누구나 다 하는 것이 아니다. 인연이 닿아야 가능한 것이다. 마침 그는 구명시식이 필요한 듯싶었다. 한 달 후 구명시식 당일. 그는 자기 집안에 얽인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재혼했다. 그는 아버지의 전처인 큰어머니가 그저 병으로 돌아가신 줄 알았다. 그런데 구명시식에 나타난 큰어머니 영가를 통해 가슴 아픈 사연이 드러났다. 큰어머니는 사망하기 전 큰 병으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병간호는 커녕 중환자인 큰어머니를 너무도 소홀히 대했다. 결국 큰어머니는 운명하면서 아버지에게 원망을 품었고 그것은 곧 한이 됐다.
영가로 나타난 큰어머니는 아직도 그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원망은 남편이 재혼해 낳은 자녀들인 J 남매를 향하고 있었다. 도무지 큰어머니 영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생전의 아버지를 대신해 큰어머니 영가에게 진심으로 빌고 사죄하라 일러줬다.
J부부는 정성스레 기도했다. 부처의 해원 법문을 들려주고 후손들에 대한 미움을 풀라고 간청했다. 오랫동안 자신을 위한 기도를 올리자 큰어머니 영가는 마음을 돌렸다. 오랫동안 외로이 원망의 세월을 보내던 큰어머니 영가가 우리의 기도에 마음을 푼 것이다. 그 후 J는 어려운 일에 부딪히면 찾아왔다.
그의 가게가 세들어 있는 4층 건물이 건물주의 부도로 법원경매에 부쳐져 전세금 한푼 못 받게 된 적이 있었다. 다시 한번 구명시식을 통해 복을 빌어보자고 제의했다. 그리하여 2차 구명시식을 하게 됐다. J가 그 건물을 꼭 사게 되고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영감이 떠올랐다. 얼마 후 정말로 그는 법원경매를 통해 거의 빈손으로 시가 7억원에 이르는 건물을 인수했다. 그 뒤에도 J 부부와는 좋은 인연이 계속됐다.
과부의 짝사랑
어느 날 M씨가 나를 찾아왔다.
아는 이의 소개로 나를 찾은 그녀는 유명한 방송인이었다. 평소 활달한 그녀의 모습은 브라운관을 통해 알고 있던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그녀를 맞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역시 구명시식을 해야했다.
구명시식날이었다. 법당에 나타난 M씨의 조상들 영가 중에는 그녀의 할아버지 영가가 계셨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살아 생전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당하셨다.
바로 자신의 손아래 친척에 의해 호되게 매를 맞아 몇 달을 앓아 누운 끝에 세상을 하직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옆에 알 수 없는 한 과부의 영혼이 나타나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것이 아닌가. 자신은 바로 그 할아버지를 살아 생전 남몰래 사모하던 같은 마을의 과부라고 했다.
혼자 청상과부로 살아가던 그녀에게 유일한 희망은 바로 이웃집 할아버지(그 당시에는 젊은 유부남이었음)의 얼굴을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남몰래 연모하던 그 분이 어느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였으니, 그녀는 살아가는 유일한 기쁨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청상과부의 기나긴 밤. 희미하게 비치는 조각달은 그녀에게 더욱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주었다. 모든 삶의 의미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그녀는 자신도 그를 따라 죽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 이름없는 과부의 죽음을 어느 누가 슬퍼해 주랴. 아무도 애도해 주는 이 없는 그녀의 죽음도 안타까웠지만, 제사를 지내줄 사람은 더욱이 없는 처지였다.
그러다가 필자가 집전하는 구명시식에 염치불구하고 오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M에게 그 이름모를 과부영가의 제사를 잘 지내줄 것을 부탁하였고, M은 흔쾌히 약속을 해주었다. 그러자 과부영가는 감사의 절을 하고 사라졌다. 천도가 어렵다는 자살한 영혼이 되어, 죽어서도 그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고 떠돌던 중음신(中陰神)으로 떠돌던 여인의 영가가 이제 자신의 거리로 돌아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구명시식은 이처럼 망자(亡者)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어 나는 참으로 흐뭇했다.
구명시식의 진정한 의미는 망자의 영혼을 천도하고 싶어하는 자손의 마음을 평온하게 하면서, 자신이 처한 모든 환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여 인생을 보다 뜻깊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특히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한다는 것에 그 가장 큰 뜻이 있다 하겠다.
4대까지 미친 깊은 사연
좋은 집안서 태어나 좋은 학벌을 쌓은 L씨는 좋은 직장을 다니다 퇴직, 자기 사업을 한지 몇 년밖에 안 된 사람이다. 하지만 그토록 성실히 일에 매달리건만 계속 적자투성이다. ‘좌절’이라는 낱말은 자신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다 급기야 부도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L씨는 그 동안 어려움을 겪지 않고 살아왔다. 자신을 단련할 만한 위기가 없었다. 세상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뜻대로 풀리는 것 또한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 필자를 찾아온 것이다.
L씨 조상 영가들을 차례로 불러 모셨다. 그 중 4대 조부의 영혼을 따라 무수한 원혼들이 함께 나타났다.
4대 조부는 어느 고을의 부사를 역임했는데, 인자한 목민관은 아니었다. 무수한 원혼들은 이런저런 일로 부사에게 원망과 한을 품은 고을 백성들이었다. 원한에 사무친 흉측한 모습의 정령도 있었다. 송사에서 사또가 한쪽 편만 드는 바람에 모진 태형 끝에 목숨을 잃고만 혼령이었다. 바로 L씨 가족을 괴롭히고 하는 일마다 망치게 만든 원혼이었다.
살인의 원한은 참으로 질기다. 크리스천인 L씨는 평소에는 얌전한 사람이다. 그런데 어쩌다 한 번 정신이 이상해질 때면 사람이 영 달라진다. 모든 가구를 부수고 가족이며 주위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기 일쑤였다. 어쩌다 술이라도 한 잔 마시면 난리가 났다.
그러 때면 L씨는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꼭 죽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이 모든 것이 L씨 집안을 배회하는 원혼의 소행인 듯싶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원혼의 기력은 많이 쇠잔해 있었다. 4대를 넘어가니 원망의 기운도 옅어진 것이다. L씨와 부인이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천도를 간절히 빌어주는 모습에 감탄하고 감사하는 눈치였다. 필자 역시 그 영가에게 부처의 법문을 쉴 새 없이 들려주었다. 사또 영혼도 원혼들에게 백배사죄했다. 그는
‘이런 기회가 없어 사과하고 싶어도 못했는데 이 자리를 만들어준 4대손과 손부에게 고맙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하며 앞으로는 자신이 적극 나서서 자손들이 잘 되도록 음덕을 행사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장 커다란 죄악이 살인이다. 더욱이 권력이나 금력을 이용, 목숨을 빼앗는 일은 자손 몇 대에까지 화가 미치는 행위다. 물리적으로 육체적 목숨을 빼앗는 것만이 살인은 아니다. 한 사람의 양심과 이성 그리고 명예를 훼손하는 일도 살인과 다름없다.
영혼의 진동수
친구 T가 찾아왔다. 국영기업체에 근무하는 그는 얼마 전 죽은 조카를 위한 구명시식을 청했다. 젊은 나이에 비명에 간 조카였다. 한 달 후 T와 조카의 부모 그리고 여러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식에 들어갔다. 열심히 독경했다.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법당에 깔린 다다미를 쥐어뜯는 소리가 들렸다. 법당안은 금방 공포로 가득해졌다.
구명시식 도중 필자와 대화하는 영혼은 신도나 가족들의 눈에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영매의 눈과 귀로만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영혼의 진동수(파장)와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진동수가 너무 다른 탓이다. 프로펠러나 선풍기가 빨리 돌면 본체를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영매는 영혼의 진동수, 즉 ‘갈망’을 빨리 알아내 가족들에게 전달한다. 신도들이나 구명시식을 청한 가족 중 영력이 세서 영혼과의 대화를 어렴풋이나마 듣고 보는 이가 있다. 도 영혼이 건드리는 숟가락 소리나 동전의 달그락거림 같은 작은 소리를 듣는 경우도 극히 드물긴 하나 분명 있다. 하지만 이처럼 법당 다다미 전체를 쥐어뜯는 소리는 처음이었다. 그만큼 이번 영혼들의 몸부림은 절실했다.
T에게는 절친한 친구가 있었다. 얼마 전 격포 앞바다에서 익사한 친구였다. 군인이던 친구는 30명이 넘는 부하들과 함께 낚시를 갔다가 모두 수장되고 말았다. 법당 바닥을 울리는 소리는 그들이 물 속에서 나오려는 아우성과 몸부림 탓이었다.
조카 구명시시에 친구 영혼이 나타난 사실에 T는 아연실색했다. 그러나 곧 친구의 죽음에 무심했던 스스로를 반성했다. T는 얼굴도 모르는 30여 명의 영혼들에게 일일이 술을 따랐고 머리 숙여 절했다. 물론 조카 영혼이 먼 길을 편히 잘 가도록 인도해 줄 것도 부탁했다. 그리고 조카는 편한 모습으로 삼촌에게 감사하며 떠나갔다.
이처럼 구명시식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자주 벌어진다. 그때 나타나는 영혼들은 세인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진 자신들의 억울한 죽음이 알려지기를 바란다. 영매에게 한풀이를 애원하는 영혼 대부분은 후손이나 가족이 제사를 지내주지 않는 케이스들이다. 아울러 영혼은 자신이 죽을 당시 모습만 기억하며 그 모습 그대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구명시식이었다.
그 후 T는 캐나다로 발령받았다. 기술과 정보를 향유할 수 있는 선진국 근무를 오랫동안 원했으나 그동안 아프리카나 오지로만 돌던 사람이었다. 물론 ‘물귀신 친구’ 덕이다. 자신을 천도해 준 T에게 보답한 것이다. T는 영혼의 도움으로 소망을 이룬 셈이다.
케네디 암살자
고려 최일(최영) 장군을 모시는 무당이 많다. 최영 장군은 한이 많기 때문이다. 한이 너무도 깊어 무덤에 풀 한 포기 나지 않았다 한다. 조선 홍국영(홍 총각 또는 홍 도령)도 많이 모신다. 정조를 도와 재상에 올라 만 4년간 세도정치를 시도한 홍국영은 화병으로 죽었다. 이처럼 한 많은 영혼을 무당은 잘 모신다.
미국 영능력자들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영혼을 잘 모신다. 케네디 영혼은 아직도 플로리다에 잘 나타난다. 부인 재클린과 재혼한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의 아파트에도 나타났다 한다.
미국 후암정사에 머물 때였다. 어느 신도가
“이것 좀 보세요. 마이애미 플로리다 해변을 산책하는 케네디를 목격했다는 기사가 났어요”라며 신문을 펼쳐 보였다. 관심있게 기사를 읽자 신도는 “케네디를 구명시식 해보라”며 재미삼아 권했다.
흔쾌히 수락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구명시식에 케네디 영가가 나타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과 케네디는 정상회담차 미국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래서 그 구명시식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다. 당시는 케네디 영가와 대화를 나눌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구명시식을 통해 본격적으로 얘기를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케네디 구명시식 당일, 그의 영가가 법당에 나타났다. 필자와는 구면인 셈.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당신의 죽음에 관해 말해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케네디 영혼은 뜻밖의 사실을 털어놓았다. ‘달에 있는 외계인들의 기지를 파악한 탓에 외계인들의 우두머리인 보이지 않는 정부, 즉 세계정부가 나를 암살한 것이오.’ 충격이었다.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케네디 영가의 고백은 계속됐다. ‘생전에 우주개척, 특히 달 착륙과 개발에 지구 인류의 의망을 걸었소. 달을 가지는 자, 세계를 가진다 하지 않았소? 그러자 이미 달을 기지화한 외계인의 하수인들이 비밀이 탄로날까 두려워 나를 살해한 것이오. 얼마 전 뉴욕시 전체가 정전돼 큰 혼란이 일지 않았소? 바로 그 외계인들이 일으킨 대형 사고였소.’
우리가 모르는 새 얼마나 무섭고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인가. 미국인들이 풀어야 할, 세계 최고 문명과 맞바꾼 업(業)이었던 것이다.
록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 그 유혹적인 목소리에 매혹당하지 않은 젊은이가 있었을까. 육감적인 춤과 노래로 하루아침에 전 세계를 매료시킨 트럭 운전사 출신 프레슬리. 1977년 나이 마흔 둘에 약물중독으로 사라졌지만 그를 잊지 못하는 이들은 아직도 많다. 그의 고향 멤피스에 있는 묘소에는 지금도 많은 꽃들이 꽂혀 있고 그의 생일인 1월 8일에는 추모행사가 열린다. 갓 로큰롤에 빠져든 젊은이들부터 열렬한 팬이었던 중년 여성 그리고 백발의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현장이다.
하지만 프레슬리는 화려한 명성과 인기만큼 사생활에서는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 오랜 연애 끝에 결혼했지만 아내는 항상 곁에 없는 ‘제왕’에게서 남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던지 자신의 태권도 사범과 가까워져 그를 따라갔다.
그 후 일본 도쿄에서 프레슬리는 재기했지만 전성기 때만 못한 인기에서 비롯된 충격과 이상 비만, 약물중독 등으로 결국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 안타까운 이승에서의 사연 때문인지 몇 년 전부터 프레슬리의 유령이 나타난다는 설이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필자가 미국에 머물 때였다. 프레슬리 유령 관련 기사를 유심히 읽은 며칠 뒤 그의 고향 멤피스를 방문하게 됐다. 프레슬리 무덤까지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불현듯 프레슬리를 위한 구명시식을 떠올렸다. 그 후 뉴저지의 법당에서 프레슬리 구명시식을 올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식에 몰입하자마자 갑자기 지진이라도 난 듯 엄청난 진동과 소리가 법당을 뒤흔드는 게 아닌가. 프레슬리가 로큰롤에 맞춰 온몸을 뒤흔들며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너무 놀라 어쩔 줄 모르는 참석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곧 프레슬리 영가와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죽지 않았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주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가며 ‘살아 있다’고 알렸던 것이다.
이혼과 재기 실패 등으로 약물에 탐닉하다 일찍 죽음을 맞은 그는 아직도 이승을 맴돌며 자신에게 쏟아졌던 박수갈채를 못 잊고 있었다.
그의 노래 <러브 미 텐더>를 틀어주며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그는 매우 좋아하며 ‘나도 로큰롤보다는 이런 정적인 노래를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 팬들도 당신의 이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자 매우 기뻐했다.
프레슬리의 구명시식에서는 특이하게도 팬 영가들이 엄청나게 많이 따라 나왔다. 맨 처음 요란하게 춤을 추며 등장한 프레슬리 뒤로 숱한 팬 영가들이 꼬리를 문 것이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오빠부대’들이었다. 엘비스 프레슬리. 그는 죽어서도 팬들을 몰고 다니는 낭만과 정열의 영혼(중음신)으로 환생을 거부하고 있었다
끝도 처음같이
일부 연예인들이 불미스런 사건으로 매스컴에 올라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인기를 먹고사는 그들이 스스로 ‘공인’임을 모르고 마구 행동하는 탓이다.
오늘날 청소년층의 절대적 사랑을 받는 연예인들은 ‘무당’과 참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 슈퍼맨, 우상적 존재이며 무한한 ‘끼’와 신명으로 많은 이들을 따르게 만든다는 점이 닮았다.
옛날 인기있는 무당, 즉 영능력 뛰어난 무당은 당상관조차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당을 찾아와 머리를 조아리고 존경의 눈빛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가장 큰 금기는 교만이었다. 교만은 곧 패망의 지름길이 된다. 연예인도 무당과 마찬가지다. 교만에 빠지면 팬들의 사랑은 금방 차갑게 식어버린다.
유명한 어느 연예인이 필자에게 구명시식을 부탁했다. 그런데 너무도 교만 방자했다. ‘내가 누군데 몰라보느냐’는 듯 몹시 거만스러웠다. 심지어 구명시식에 드는 비용도 자기 같은 사람에게는 깎아줘야 한다는 투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기가 구명시식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식이었다. 저절로 선전도 된다는 등 오만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 연예인을 가만히 지켜보다 ‘이 사람 오래 못 가겠군’이라는 감이 왔다. 그 연예인의 구명시식을 거절했음은 물론이다. 구명시식은 고도의 영적 능력과 돌아간 조상을 향한 겸손한 기도가 바탕이 되는 이식이다. 교만한 이에게는 구명시식이라는 의식 자체가 필요 없다. 그 후 그 연예인의 소식이 간간이 들여왔다. 급속도로 인기가 추락해 가는 모습이었다.
이름 있는 사람일수록 한결같은 모습으로 팬들을 대해야 할 것이다. 끝도 처음 같이, 속도 겉과 같이, 남도 나와 같이, 옛날도 지금같이 한결같은 마음. 바로 이 변치 않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팬들 앞에 서야 한다. 뒤로는 온갖 스캔들에 얽히고설킨 채 겉으로만 착한 척 온갖 너스레를 떠는 모습은 언젠가는 들통나고 만다. 세상은 너무도 그들에게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어릴 적 연예계로 뛰어든 어느 여배우는 재능은 있는데 도통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나중에 잘되면 그때 가서 은혜를 갚겠다’며 필자에게 사정사정 구명시식을 청했다. 이후 인기스타가 된 그녀는 한 번도 필자를 찾지 않았다. 치솟는 인기에 우쭐해진 그녀는 점점 교만해지더니 급기야 불미스런 스캔들로 하루아침에 주저앉고 말았다.
옛 풍수지리학에서는 ‘무당이 나올 산소를 쓰면 집안 망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말은 이제 그야말로 옛말이 되고 말았다. 오늘날 무당과 같은 존재는 바로 연예인이다. 청소년들의 절대적 사랑과 함께 존재하는 우상적 존재인 그들에게 교만은 곧 자기파멸일 뿐이다.
새집을 짓고 3년 넘기 힘들다
'새 집을 짓고 3년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있다. 젊어서는 이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으나 구명시식을 통해 숱한 영혼들을 만나다 보니 이제는 마음에 잘 와 닿는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사람이 살기 위한 터전을 마련한다는 의미다. 동시에 온갖 미물들이 살던 공간을 빼앗는 일이다. 곧 나의 새롭고 안락한 삶을 위해 남을 해치는 일임에 분명하다.
지방 대도시에서 명성을 떨치던 검사가 있었다. 어려운 집안 출신의 입지전적 인물. 가난했던 그는 정원이 있는 개인주택에 살아보는 것이 꿈이었다. 그리고 꿈은 현실이 됐다. 단칸 셋방살이 때부터 꾸준히 저축했고 아내는 아내대로 계주를 해가며 모은 돈으로 집을 지은 것이다.
하지만 얼마 후 부인은 빚더미에 올라앉고 말았다. 무리하게 계를 많이 조직해 운영하다 줄줄이 깨진 것이다. 고민하던 부인은 어렵게 지은 새 집에 목을 매고 저승길을 택했다. 큰집에 홀로 남은 남편도 부인의 죽음앞에서 모든 것이 허망했다. 두 달뒤 그 집에서는 또 한구의 시신이 실려 나오고 말았다. 부러움의 대상이던 그 집은 부부 자살 이후 흉가가 돼 버렸다. 그 집을 사려는 이도 없었다. 그런데 소문을 듣고 한 종교 단체에서 그 집을 사들였고, 우연히 그곳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됐다.
그날 밤, 밤새 가위에 눌려 숨이 막히는 등 잠자리가 몹시 불편했다. 결국 그 곳을 관리하던 분과 상의해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천도제를 올렸다.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 여기 남은 것들을 향한 모든 집착을 버리고 떠나 달라고 기도하며 축원했다. 그 후 그곳에는 큰 교당이 들어섰다. 많은 이들의 영혼을 달래주며 기도하는 정신적 안식처로 자리잡은 것이다.
서울의 어느 아파트에 살던 천문학 박사가 교통사고로 죽은 일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그 교수 위층에 사는 이가 추락사하는 사건도 빚어졌다. 그 며칠 후 교수의 아래층 집에서는 정신병에 시달리던 사람이 자살해 버리고 말았다. 정신병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생을 위해 그의 형이 동생의 천도를 위한 구명시식을 청해 왔다.
구명시식 중 난데없이 조선시대 옹주 한명이 나타났다. 그 아파트는 옹주의 묘 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 묘 주변을 맴돌던 옹주 영혼이 사람들을 자신이 있는 세계로 유도해 왔던 것이다. 수백 년을 뛰어 넘어 방황하던 영혼을 천도했다. 더불어 동생 영혼을 그 곳에서 잘 보살피고 이승의 집착을 그만 끊도록 이끌었다. 그 후 그 아파트는 평온을 되찾았다.
33명의 목숨이 사라진 자리
서울의 어느 백화점을 지을 때의 일이다.
공사기간 중 인부 33명이 작업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사건의 전말을 밝혀 나가면서 이상한 점이 드러났다. 설계도를 펴놓고 시신들이 발견된 지점을 점검하다 보니 시체들이 발견된 위치가 설계도상의 한 점으로 모아지는 것이었다.
즉, 어떤 곳을 중심으로 계속 비슷한 곳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찾지 못하던 시신들도 곧 그 한 점으로 표시된 곳 가까이에서 발굴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구명시식을 해봤다. 시신들이 한데 모여 있다시피 한 그곳은 바로 백제와 고구려의 싸움터였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그 곳은 백제와 고구려의 전투에서 사망한 이들이 묻힌 곳이었던 것이다. 수많은 청춘들이 묻힌 곳이니 그들이 가만있겠는가. 낯모르는 무수한 옛 전사들과 인부 33명의 영혼을 위해 정성을 다해 천도했다.
지금 그곳은 강남의 명소가 됐다.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려 즐겁고 유쾌하게 놀 수 있는 곳이 된 것이다.
아차산성 가까운 어느 아파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떤 여인의 아들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의문의 실족사를 하고 말았다. 고3인 아들은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럴 정도로 아들은 모범생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었다. 그리고 죽은 이유를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로부터 1년 후. 그 여인은 아들의 제삿날 잘 아는 절로 불공을 드리러 갔다. 죽은 아들을 위해 정성껏 기도를 올린 후 그녀는 집으로 왔다. 그런데 기도하는 그 시간, 그 집에 불이 났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웃집 구명시식을 할 때 아들의 영혼이 심각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그는 주변의 많은 기대와, 그러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과의 갈등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는 알게 모르게 자신에게 가해지는 입시 스트레스에 눌려 지내고 있었다.
그러한 자신의 한을 알리기 위해 불로써 자기의 존재를 나타낸 것이었다.. 이처럼 어떤 사고가 난 장소에는 남모르는 사고의 원인이 있는 법이다. 그 곳에서 먼저 죽은 영혼이 자신의 존재를 알려 자신의 한을 풀기 위해 자꾸만 어필하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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