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낭여행족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샤오츠
▲ 내몽골 꼬치, 내몽골 꼬치거리 |
샤오츠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밀가루로 만든 국수, 샤오룽바오, 자오쯔, 케이크와 비슷한 녠가오(年餻), 기름에 지진 여우빙(油餠), 반죽을 구워 싸 먹는 춘쥐안(春卷)을 비롯해 찹쌀을 대나무 잎에 싸서 쪄낸 쭝쯔(粽子), 찹쌀가루로 경단을 만들어 삶은 탕위안(湯圓), 대나무 꼬치에 작은 조각 여러 개를 꽂아 불에 구운 꼬치류(串兒) 등등…. 더욱이 가격까지 착하지요.
주전부리나 간식에 비교하면 한 끼 식사가 될 만큼 양이 많은 편이고, 우리의 분식과 비교해 보면 종류, 재료, 조리방법이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습니다. 깔끔하게 단장한 패스트푸드점에서부터, 우리네 분식집 수준의 작고 허름한 식당, 노점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나 먹을 수 있습니다. 너무 배가 고플 때 돈만 내면 얼른 주니까 시장기를 빨리 달래기에도 좋고, 저녁 어스름에 가벼운 맥주 한잔을 곁들이면 훌륭한 안주가 되기도 합니다. 식당에 혼자 들어가서 먹기도 편하고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객에겐 저렴해서 좋습니다. 중국어를 잘하지 못해도 가벼운 손짓만으로도 쉽게 주문할 수 있습니다.
지방을 여행하면서 그 지방 특색의 샤오츠를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테마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각 지방의 음식문화 교류가 워낙 활발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샤오츠도 많지요. 샤오츠는 중국의 음식문화, 또는 각 지방의 음식문화의 발전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샤오츠는 그 지방에서 흔한 식재료를 사용해 간단하게 조리하는 음식으로서 간소하게 한 끼 배 채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기간이 흐르면서 식재료는 큰 변화가 없어도 조리방법이 간단한 것에서 복잡하고 세세한 것으로 발전해 격식이 있는 정찬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곤 합니다. 중국의 명품요리 가운데 저잣거리의 샤오츠에서 기원한 것이 많은데 바로 이런 과정을 거친 것이지요.
꼬치요리의 진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샤오츠는 아마도 양러우촬(羊肉串), 즉 양꼬치가 아닐까 합니다. ‘양꼬치’라고 말은 하지만 양고기와 같은 육류에서부터 부추나 가지와 같은 채소까지, 꼬치에 꽂을 수 있는 모든 것을 꽂아서 불에 구우니까 종류도 정말 다양합니다. 양꼬치는 중국 서부지방과 북방의 유목지역에서 많이 먹는데 양고기의 냄새를 없애주는 향료의 일종인 쯔란(孜然·커민)을 뿌리는 게 보통입니다. 이 쯔란은 미나리과에 속하는 풀의 씨로서 양꼬치의 독특한 매력이지요. 여기에 매운맛을 내기 위해 고춧가루를 뿌리기도 하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조미료로 맛을 더하기도 합니다.
특히 중국의 조선족 동포들에 의해 우리의 입맛에 맞게 진화하면서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재료로도 돼지껍질이나 삼겹살, 오징어 등이 등장했고, 고춧가루가 아닌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굽는 것도 있습니다. 라면에 들어있는 수프를 찍어 먹는 것 역시 조선족 동포들이 개발해낸 양꼬치의 변신이지요.
제가 먹어본 꼬치 중에서는 초원 유목지대인 신장성이나 내몽골 사람들, 또는 동북지방의 조선족 동포가 하는 꼬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신장성 사람들, 특히 후이족이 하는 노점이나 작은 가게에서 파는 꼬치는 소고기나 양고기 조각이 큼직큼직합니다. 이런 꼬치들은 양념보다는 고기 자체가 맛있습니다.
조선족 동포들이 하는 꼬치는 재료나 양념이 엄청 다양하게 변화했고 우리 입맛에도 잘 맞습니다. 조선족 동포들의 꼬치 전문점에는 냉면이나 온면 또는 칼칼한 된장찌개를 곁들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중국에 사는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들이 꼬치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한국 유학생들 대부분이 꼬치 매니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중국 여행에서 제일 기억나는 음식으로 양꼬치를 꼽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조선족 동포들의 꼬치가 사업으로도 번창한 것 같습니다.
너무 짜지 않게, “부야오타이셴!”
한 가지 주의할 것은 대부분의 꼬치가 지나치게 짜다는 것이지요. 주문하면서 “부야오타이셴(不要太咸·너무 짜게 하지 마세요)”이란 말을 꼭 하는 게 좋습니다.
길거리에서 연기를 피우면서 꼬치를 굽는 것도 재미있고, 키 작은 의자에 쭈그리듯 앉아서 맥주 한잔을 마시며 먹는 허름한 꼬치가 제맛입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기억하는 꼬치가 이런 것입니다. 이제 서울에선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라 우리의 추억을 자극해서 더 반가울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꼬치는 길거리 노점에서만 먹는 게 아닙니다. 윈난성 쿤밍에서라면 시내 화냐오(花鳥)시장의 라오제(老街) 골목 안에 있는 꼬치집은 항상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골목 안을 향해 줄서 있는 곳을 찾으면 바로 이 꼬치집입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 보면 작은 대문 안에서 서너 사람이 하루 종일 꼬치에 고기를 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꼬치는 제 경험으로는 중국에서 제일 맛있는 꼬치였는데, 몇 년째 그곳에서 변함없이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라면 시안판좡(老西安飯庄), 주소 西城區新街口南大街20號 전화 8168-3476, 6618-1748) 역시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고는 맛볼 수 없습니다. 대로변으로 꼬치 전문창구가 따로 있어서 꼬치를 사서 그냥 길에 서서 먹어도 되고 식당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서 먹어도 됩니다. 양꼬치 한 가지만 있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꼬치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있습니다. 톈진에 가면 톈진에서 제일 맛있는 꼬치라는 뜻의 진먼이촬(津門一串, 주소 河西區氣象台路72號, 전화 2355-1111)이란 유명한 꼬치 전문점이 있습니다. 다양한 꼬치가 입맛을 당기는 곳으로 톈진에서 제일 맛있다고 추천할 만합니다. 깨끗하고 넓은 실내에 종업원들의 서비스도 양호하지요. 베이징에서라면 지난주에 소개했던 왕징의 펑마오촨청(延吉豊茂串城, 주소 廣順北大街 樂天瑪特 롯데마트 3층, 전화 6470-5988)은 꼬치전문점으로서 중국 제일이라고 꼽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부팡샹차이!”
한국 여행객들이 간단한 한 끼로 가장 많이 접하는 중국 샤오츠의 하나는 국수류입니다. 정찬을 하는 식당에서는 요리를 다 먹은 다음에 주식(主食)으로 나오기도 하고 작은 샤오츠 식당에서는 달랑 한 그릇으로 한 끼를 때우곤 하지요.
면의 종류도 많습니다. 칼로 쳐내서 만드는 면, 반죽을 해서 우리 칼국수처럼 잘라서 만드는 면, 반죽을 양손에 잡고 아래위로 흔들어 늘리면서 만드는 면, 수제비 떼듯이 조각조각 떼어서 만드는 면 등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육수는 돼지고기 육수가 많지만 그 위에 얹는 고명은 고기와 야채, 양념장 등등 수없이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지역별로는 베이징의 자장멘(炸醬面), 산시성(山西省)·산시성(陝西省)·간쑤성(甘肅省)·서북지역이 유명한 뉴러우멘(牛肉面), 윈난성에서 자주 만나는 쌀국수인 궈차오미셴(過橋米綫), 광둥성의 라오멘(撈面), 쓰촨성의 얼얼하게 매운 국수 단단멘(擔擔面), 뜨겁지 않은 량펀(凉粉), 조선족 동포들이 하는 차오셴렁멘(朝鮮冷面)이나 원멘(溫面) 등등 전부 헤아리기도 힘들지요.
재래시장에서는 국수를 파는 노점들이 많은데 그 자리에서 면을 뽑아 삶아주기 때문에 면발 만드는 것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즉석에서 삶아서 허름한 식탁에 둘러앉아 뜨거운 국물을 호호 불어가면서 먹는 서민의 소박한 즐거움도 그만이지요.
어느 지역의 어떤 국수든 여행객들 입장에서는 참 좋은 음식입니다. 간단하고 싸고 가격 대비 성능은 훌륭하고, 배도 넉넉하게 부르고…. 그러나 한국인 입맛에는 국수 위에 뿌리는 샹차이(香菜)가 거북할 수도 있으니 “부팡샹차이(不放香菜·샹차이를 넣지 마세요)”라는 말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만두류 역시 아주 훌륭한 샤오츠의 하나입니다. 만두나 찐빵 종류의 명칭은 우리말과 중국어가 달라서 그 차이를 정확하게 알아두면 좋습니다. 중국의 만터우(饅頭)는 속에 아무것도 넣지 않은 것으로 밥으로 치면 흰쌀밥에 해당합니다. 일반 가정은 물론이고 시장이나 공사현장에서의 식사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도 예전에 먹을 것이 없었을 때에는 밀가루로 반죽을 해서 부풀리지 않고 그대로 찐 빵이 있었지만 지금은 보기 힘들지요.
고기나 야채 등을 만두피로 싼 다음 쪄서 만든 것을 우리는 만두라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바오쯔(包子)라고 합니다. 톈진의 유명한 거우부리바오쯔(狗不理包子)가 대표적이지요. 바오쯔 가운데 조금 작은 것으로 속에 뜨거운 육수를 담기게 만든 것이 우리에게도 친숙한 샤오룽바오(小籠包)인데, 이것은 상하이·우시·항저우·난징 등에서 발달한 것입니다.
식초에 찍어 먹는 자오쯔 별미
바오쯔와 비슷하게 만든 것을 삶아내면 자오쯔(餃子)라고 합니다. 시안과 같은 중국의 서쪽이나 선양 하얼빈과 같은 동북 지방이 모두 자오쯔가 유명한 지방이지요. 노점이건 작은 식당이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찜통이나 찜솥을 보면 바로 식욕이 돋는 것들이지요.
이런 음식들을 우리는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 게 대부분인데 중국에서는 식초에 찍어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식초(醋)가 발달한 중국 서부 건조한 지방에서는 거의 식초에 먹습니다. 검은빛이 도는 식초를 찍어서 먹어보면 입안에서 감기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신맛은 근본적으로 건강에 가장 좋은 맛이라고 하니 자오쯔나 바오쯔를 먹을 때 신맛을 잘 음미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중국에서는 중국식을 한번 따라 보는 것도 즐거운 음식여행일 테니까요.
국수나 만두류 다음에 많이 먹는 것은 아마 차오판(炒飯)이라고 하는 볶음밥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 차오판이 최후의 보루가 되곤 합니다. 날계란을 풀어서 볶은 지단차오판(鷄蛋炒飯)도 있고, 잘게 썬 소시지나 새우, 야채 등을 넣고 계란과 함께 볶은 양저우차오판(揚州炒飯)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맛있게 먹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양저우는 장쑤성 남부 경항대운하가 통과하는 내륙수운의 교통요지입니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수나라의 수양제가 대운하를 시찰할 때 수행했던 조국공 양소(楊素)가 이 지방에 전해준 것이랍니다. 양소는 쑤이진판(碎金飯), 즉 금을 쪼개어 뿌린 것 같은 계란볶음밥을 좋아했는데, 이것이 양주에서 다양한 재료를 넣은 것으로 발달해 양저우차오판이라고 한답니다. 양저우차오판은 흰쌀밥에 초록색이나 주황색 야채와 소시지 등을 넣어 볶기 때문에 색깔의 조합이 멋지지요. 양저우차오판은 지단차오판과 함께 중국 어느 지역, 어느 식당에서도 주문할 수 있는 ‘국민 볶음밥’이라 할 만합니다.
볶음밥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찰진 쌀보다는 중국에서 대중적으로 많이 먹는 남방의 쌀로 한 밥, 우리말로 ‘날리는 밥’이 제격입니다.
난징의 샤오츠 전문점
추운 겨울이면 매운맛으로 추위까지 녹이는 뜨끈뜨끈한 마라탕(麻辣烫) 역시 중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샤오츠입니다. 촨촨샹(串串香)이라고도 부르지요. 얼얼하게 매운맛을 즐기는 쓰촨의 전통적인 샤오츠입니다. 꼬치에 꽂아진 것들을 골라 주면 주인장이 펄펄 끓는 육수에 넣고 익혀서 줍니다. 이것 역시 꽂을 수 있는 것은 뭐든지 꽂는다고 할 만하지요.
가벼운 식사로서의 샤오츠 이외에 리어카에서 파는 간단한 길거리 간식도 다양합니다. 옥수수와 간식으로 구운 소시지는 주전부리로 적당합니다. 과일에 설탕을 잔뜩 입힌 빙탕후루(氷糖葫芦)는 관광지라면 어디든 있지만, 먼지가 묻기 쉬우니 비닐봉투를 씌운 것을 먹는 게 좋을 것입니다. 둥근 철판을 돌려가면서 즉석에서 얇은 밀가루 반죽을 익혀 야채 등을 넣고 싸서 주는 젠빙(煎餠)도 학생들이 하굣길에 잘 사먹는 샤오츠입니다. 산둥지방의 샤오츠인데 다른 지방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길거리 간식 가운데 처우더우푸(臭豆腐)처럼 역한 냄새를 피우면서 악명을 떨치는 것도 있습니다. 썩은 두부라고 하지만 삭힌 두부라고 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중국인들은 이 냄새 나는 두부를 맛있게 먹습니다. 우리가 삭힌 홍어를 비싼 값을 치르고 맛있게 먹는 것에 견주어 생각하면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이것은 입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냄새가 역하지만 입에 들어간 다음에는 사르르 녹을 정도로 독특한 맛이 있습니다. 중국 여행 중에 한번은 도전해 볼 만합니다.
그런가 하면 샤오츠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것으로 유명한 식당도 있습니다. 난징의 푸쯔먀오(夫子廟)를 흐르는 친화이허(秦淮河) 인근에는 난징의 샤오츠 전문점들이 있습니다. 허름한 골목 식당이 아닌 갖가지 샤오츠를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세트 메뉴를 시키면 작은 밥그릇에 열여섯 가지 샤오츠를 주는 곳도 있습니다. 정말 강남의 화려한 샤오츠 음식문화를 만끽해볼 수 있습니다. 후난성 수도인 창사의 훠궁뎬(火宮殿)은 100여 가지가 훨씬 넘는 후난지방의 샤오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명소입니다. 이 식당은 지난 여름 제2168호(2011년 8월 8일자)에서 소개한 바가 있는 곳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