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중국음식 기행_08

醉月 2012. 1. 5. 06:59

한인타운 왕징의 미식로드 광순다제 식당 10선

베이징⑤

왕징이 한인타운이어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한국 음식만 먹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눈을 살짝만 돌려보면 미식거리라고 할 만큼 맛있는 중국 식당들이 많습니다. 왕징을 북에서 남으로 가로지르는 광순베이다제(廣順北大街)와 이 대로가 오후 4시 방향으로 꺾어진 광순난다제(廣順南大街)가 바로 그렇습니다. 오늘은 이 3.5㎞ 정도의 대로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식당 10곳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왕징에선 한국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중국의 음식도 함께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01 옌지펑마오촨청(延吉茂串城) 베이징점(北京店) 전화 6470-5988
   
▲ 옌지펑마오촨청. ‘연길풍무뀀성’이라는 한글 간판도 보인다. 중국에서는 꼬치구이를 우리말로 ‘뀀성’이라 표기한다.
조선족 동포들이 많이 사는 옌볜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의 펑마오라는 꼬치전문점의 베이징 분점입니다. 톈진(天津), 칭다오(靑島) 등 중국 여러 곳에 분점이 있습니다. 서울 구로동과 대림동에도 분점이 있습니다. 꼬치(串)는 재료를 대나무 꼬치에 꿰어서 굽기 때문에 ‘촨청(串城)’을 ‘뀀성’이란 우리말로 쓰기도 합니다.
   
   이 식당의 꼬치는 고춧가루의 매운맛이 잘 가미돼 있어 한국 사람 입맛에 잘 맞습니다. 번듯한 테이블에 깨끗한 실내장식, 넓은 홀에 친절한 직원이 모두 수준급이지요. 아울러 조선족 동포들이 둥베이(東北)지방에서 즐기는 냉면이나 온면이 정말 맛있다는 걸 확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중국 식당은 저녁 9시면 이미 주문을 마감하지만 이 식당은 늦은 시간까지도 영업을 합니다. 저녁시간을 놓쳤을 때에도 주문이 가능합니다. 매니저는 물론이고 조선족 동포 직원들이 우리말을 하기 때문에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해도 편안하게 꼬치를 즐길 수 있습니다. 꼬치를 주문하면 테이블마다 숯불을 올려주는데, 직접 구울 수도 있고, 구워 나온 것을 식지 않게 올려놓을 수도 있습니다. 양갈비(羊排), 불고기양념(燒串), 돼지혈관(猪血管), 삼겹살(五花肉), 마늘양념을 한 닭 오돌뼈(蒜汁掌中寶) 등이 좋고, 궁중냉면(宮廷冷面)도 훌륭한데, 이 냉면은 한 그릇만 주문해도 서너 명이 나눠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02 웨루산우(岳麓山屋) 전화 8471-3613
   
   매운맛이 입안을 자극하는 후난차이(湖南菜) 전문점입니다. 중국 음식이 느끼하거나 냄새가 난다고 하는 분들에게 필자가 제일 먼저 추천하는 식당으로 지금까지 실패해 본 적이 없는 식당입니다. 분점도 두 곳이 더 있는데 첸하이 식당가에 스차하이점(什刹海店)이, 공인체육관 근처에 궁티시루점(工體西路店)이 있습니다. 중국 현대미술에서 사대천왕 중 하나로 꼽는 팡리쥔(方力鈞)이 주인인데, 가난한 화가에서 재벌급 미술가로 수직 상승한 스타입니다. 후난차이의 대표적 음식인 솽써위터우(雙色魚頭), 마오자홍샤오러우(毛家紅燒肉), 어린 배추로 만든 샤궈와와차이(砂煲娃娃菜)도 권할 만합니다. 위터우에는 삶은 면을 넣어주기 때문에 쌀밥을 별도로 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03 샤오페이양(小肥羊) 왕징점(望京店) 전화 8472-6573
   
   네이멍구(內蒙古) 초원에서 키운 살찐 양고기를 뜨거운 육수에 데쳐 먹는 훠궈(火鍋) 전문점입니다. 중국식 샤브샤브의 일종인 훠궈를 부담없이 푸짐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훠궈는 한국에서 흔히 먹는 샤브샤브와 비슷해 한국인들이 중국에서 가장 거부감 없이 즐기는 음식이지요. 매운 육수와 담백한 육수를 한꺼번에 끓이는 큰 냄비에 양고기를 비롯해 야채와 두부 등 각종 식재료를 데쳐 먹습니다. 한국인들에게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은 음식입니다.
   
   
    04 취안쥐더(全聚德) 왕징점 전화 6511-2418
   
▲ 취안쥐더
중국 요리 가운데 가장 유명한 베이징오리 베이징카오야(北京烤鴨)를 맛볼 수 있는 전문점입니다. 오리구이는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세세한 설명이 필요 없는 요리이고, 그 이외에 산둥(山東)과 베이징의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1인당 150위안 정도인 고급 식당으로 베이징을 처음 방문하는 이들을 접대하기에 적당한 곳입니다. 베이징카오야는 식탁 앞에서 직접 썰어주는 오리고기를 밀전병에 파를 넣고 장을 찍어서 먹습니다. 고기를 먹고 나면 오리고기를 끓인 탕도 나오지요.
   
   
    05 멘쿠(面酷) 전화 8472-4700
   
   산시(山西) 지방의 국수와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입니다. 식당 이름의 쿠(酷)는 영어 ‘쿨(cool)’을 중국어로 표현한 것이지요.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다큐멘터리 ‘누들 로드’의 첫머리에 면발을 뽑는 멋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이 멘쿠의 본점이지요. 이곳은 왕징 분점입니다. 홀 한복판에 면발 뽑는 주방에서 직접 면을 뽑는데, 칼로 쳐내는 면에서부터 반죽을 늘려가면서 뽑는 면, 한 가닥으로 국수 한 그릇을 만드는 면, 손가락으로 눌러 고양이의 귀와 같은 모양으로 만드는 수제비 비슷한 면 등 갖가지 면을 뽑는 것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국수와 함께 산시성에서 유명한 식초로 만든 음료도 맛볼 수 있습니다.
   
   
    06 시후춘톈(西湖春天) 전화 6472-1188
   
   항저우(杭州) 요리를 비싸지 않게, 그러나 품위 있게 맛볼 수 있는 식당입니다. 메뉴에 사진이 잘 배치돼 있어서 중국어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도 주문하기 편리합니다. 이 식당은 그때그때 반 값 정도로 파는 요리들을 선정해서 마케팅에 활용하곤 하는데, 식당 벽면의 포스터를 훑어보면 식비도 아껴가면서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시후추위(西湖醋魚)나 룽징샤런(龍井蝦仁) 등은 항저우의 대표적 음식이고, 메뉴를 보면서 시선이 멈추는 요리를 찍어 보면 다양한 항저우 요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07 이쉬안자오쯔관(一軒餃子館) 전화 6473-5656
   
   둥베이차이(東北菜), 즉 중국 만주지방의 음식을 위주로 하는 식당으로, 자오쯔(餃子)가 아주 맛있습니다. 만두피의 다양한 색깔이 아름다운 우차이자오쯔(五彩餃子), 새우로 만든 셴샤수이자오(鮮蝦水餃), 징잉샤황자오(晶瑩蝦皇餃) 쓰시산전정자오(四喜山珍蒸餃) 등 다양한 자오쯔를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값도 저렴한 편이라 부담없이 자오쯔에 빠져볼 수 있습니다.
   
   이 식당을 찾아간다면 대표적인 둥베이차이 쏸차이탕(酸菜湯)도 꼭 도전해 보기 바랍니다. 소금에 절인 배추를 잘게 썰어서 돼지고기를 넣고 끓인 탕인데, 약간 냄새가 나면서 텁텁한 맛이 있어 처음 한술을 떴을 때는 약간 거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세 번째 숟가락에서는 배추를 끓여서 나오는 시원한 맛과 돼지고기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지요.
   
   
    08 산거구이저우런(三個貴州人) 전화 6501-7798
   
   시인 한 사람과 화가 두 사람 등 세 사람의 구이저우 사람이 모여 만든 구이저우차이(貴州菜) 식당입니다. 왕징 인근의 ‘798예술구’에서의 만난 사람들이 문을 연 식당인데, 식당 구석구석에 예술과 문화의 향기가 배어 있고, 주인장들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베이징에서 모두 다섯 개의 분점을 운영할 정도입니다.
   
   대표적인 구이저우차이 쏸탕위(酸湯魚)를 맛볼 수 있습니다. 토마토를 소금에 절여 만든 장으로 육수를 내서 메기를 끓인 탕이지요. 토마토로 만들어 탕의 색은 붉지만 우리의 매운탕과 같은 붉은색도 아니고, 약간 신김치 국물이 들어간 듯하지만 우리의 맛과는 다른 독특한 맛이 납니다. 시고 매운 맛이지요. 구이저우의 특산주인 46도 파오주(泡酒)도 음미할 만합니다.
   
   
    09 메이저우둥포주러우(眉州東坡酒樓) 전화 6480-0776
   
▲ 메이저우둥포주러우
중국 전체로 보면 가장 대중화된 음식인 쓰촨요리(四川菜)입니다. 입안이 얼얼하게 매운맛이 그만이지요. 특히 쓰촨요리의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지방의 음식과 섞이지 않게 하려는 보수적 기풍이 있습니다. 왕징에서 전통적 쓰촨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이 식당을 우선적으로 추천할 수 있습니다. 이 식당이 내세우는 가장 대표적 요리는 돼지허벅지를 뭉근하게 끓여 부드럽게 만든 둥포저우쯔(東坡肘子)인데 이것만은 꼭 맛보기를 권합니다.
   
   
    10 루강샤오전(鹿港小鎭·Belagio Cafe) 전화 8476-4645
   
   대만에서 건너온 퓨전 레스토랑입니다. 식당에 들어서면 서울인지 베이징인지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세련된 실내장식이 멋지지요. 일반적으로 중국 식당은 여러 명이 가서 여러 가지 요리를 시켜야 하는데 이곳은 혼자 가서 먹어도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특별히 어떤 음식을 추천받는 것도 좋지만 잘 찍어 놓은 음식 사진을 보고 시선이 끌리는 대로 주문해도 좋은 식당입니다.

 

 

중국 배낭여행족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샤오츠

▲ 내몽골 꼬치, 내몽골 꼬치거리
중국에서 배낭여행을 하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 무엇일까요. 음식의 종류로 꼽는다면 샤오츠(小吃)가 가장 많을 것 같습니다. 샤오츠를 직역할 만한 우리말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음식을 잘 아는 중국인에게 물어도 한마디로 설명을 해주지 못합니다. 간식거리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만 정확지는 않습니다.
   
   샤오츠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밀가루로 만든 국수, 샤오룽바오, 자오쯔, 케이크와 비슷한 녠가오(年餻), 기름에 지진 여우빙(油餠), 반죽을 구워 싸 먹는 춘쥐안(春卷)을 비롯해 찹쌀을 대나무 잎에 싸서 쪄낸 쭝쯔(粽子), 찹쌀가루로 경단을 만들어 삶은 탕위안(湯圓), 대나무 꼬치에 작은 조각 여러 개를 꽂아 불에 구운 꼬치류(串兒) 등등…. 더욱이 가격까지 착하지요.
   
   주전부리나 간식에 비교하면 한 끼 식사가 될 만큼 양이 많은 편이고, 우리의 분식과 비교해 보면 종류, 재료, 조리방법이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습니다. 깔끔하게 단장한 패스트푸드점에서부터, 우리네 분식집 수준의 작고 허름한 식당, 노점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나 먹을 수 있습니다. 너무 배가 고플 때 돈만 내면 얼른 주니까 시장기를 빨리 달래기에도 좋고, 저녁 어스름에 가벼운 맥주 한잔을 곁들이면 훌륭한 안주가 되기도 합니다. 식당에 혼자 들어가서 먹기도 편하고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객에겐 저렴해서 좋습니다. 중국어를 잘하지 못해도 가벼운 손짓만으로도 쉽게 주문할 수 있습니다.
   
   지방을 여행하면서 그 지방 특색의 샤오츠를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테마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각 지방의 음식문화 교류가 워낙 활발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샤오츠도 많지요. 샤오츠는 중국의 음식문화, 또는 각 지방의 음식문화의 발전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샤오츠는 그 지방에서 흔한 식재료를 사용해 간단하게 조리하는 음식으로서 간소하게 한 끼 배 채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기간이 흐르면서 식재료는 큰 변화가 없어도 조리방법이 간단한 것에서 복잡하고 세세한 것으로 발전해 격식이 있는 정찬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곤 합니다. 중국의 명품요리 가운데 저잣거리의 샤오츠에서 기원한 것이 많은데 바로 이런 과정을 거친 것이지요.
   
   
   꼬치요리의 진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샤오츠는 아마도 양러우촬(羊肉串), 즉 양꼬치가 아닐까 합니다. ‘양꼬치’라고 말은 하지만 양고기와 같은 육류에서부터 부추나 가지와 같은 채소까지, 꼬치에 꽂을 수 있는 모든 것을 꽂아서 불에 구우니까 종류도 정말 다양합니다. 양꼬치는 중국 서부지방과 북방의 유목지역에서 많이 먹는데 양고기의 냄새를 없애주는 향료의 일종인 쯔란(孜然·커민)을 뿌리는 게 보통입니다. 이 쯔란은 미나리과에 속하는 풀의 씨로서 양꼬치의 독특한 매력이지요. 여기에 매운맛을 내기 위해 고춧가루를 뿌리기도 하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조미료로 맛을 더하기도 합니다.
   
   특히 중국의 조선족 동포들에 의해 우리의 입맛에 맞게 진화하면서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재료로도 돼지껍질이나 삼겹살, 오징어 등이 등장했고, 고춧가루가 아닌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굽는 것도 있습니다. 라면에 들어있는 수프를 찍어 먹는 것 역시 조선족 동포들이 개발해낸 양꼬치의 변신이지요.
   
   제가 먹어본 꼬치 중에서는 초원 유목지대인 신장성이나 내몽골 사람들, 또는 동북지방의 조선족 동포가 하는 꼬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신장성 사람들, 특히 후이족이 하는 노점이나 작은 가게에서 파는 꼬치는 소고기나 양고기 조각이 큼직큼직합니다. 이런 꼬치들은 양념보다는 고기 자체가 맛있습니다.
   
   조선족 동포들이 하는 꼬치는 재료나 양념이 엄청 다양하게 변화했고 우리 입맛에도 잘 맞습니다. 조선족 동포들의 꼬치 전문점에는 냉면이나 온면 또는 칼칼한 된장찌개를 곁들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중국에 사는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들이 꼬치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한국 유학생들 대부분이 꼬치 매니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중국 여행에서 제일 기억나는 음식으로 양꼬치를 꼽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조선족 동포들의 꼬치가 사업으로도 번창한 것 같습니다.
   
   
   너무 짜지 않게, “부야오타이셴!”
   
   한 가지 주의할 것은 대부분의 꼬치가 지나치게 짜다는 것이지요. 주문하면서 “부야오타이셴(不要太咸·너무 짜게 하지 마세요)”이란 말을 꼭 하는 게 좋습니다.
   
   길거리에서 연기를 피우면서 꼬치를 굽는 것도 재미있고, 키 작은 의자에 쭈그리듯 앉아서 맥주 한잔을 마시며 먹는 허름한 꼬치가 제맛입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기억하는 꼬치가 이런 것입니다. 이제 서울에선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라 우리의 추억을 자극해서 더 반가울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꼬치는 길거리 노점에서만 먹는 게 아닙니다. 윈난성 쿤밍에서라면 시내 화냐오(花鳥)시장의 라오제(老街) 골목 안에 있는 꼬치집은 항상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골목 안을 향해 줄서 있는 곳을 찾으면 바로 이 꼬치집입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 보면 작은 대문 안에서 서너 사람이 하루 종일 꼬치에 고기를 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꼬치는 제 경험으로는 중국에서 제일 맛있는 꼬치였는데, 몇 년째 그곳에서 변함없이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라면 시안판좡(老西安飯庄), 주소 西城區新街口南大街20號 전화 8168-3476, 6618-1748) 역시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고는 맛볼 수 없습니다. 대로변으로 꼬치 전문창구가 따로 있어서 꼬치를 사서 그냥 길에 서서 먹어도 되고 식당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서 먹어도 됩니다. 양꼬치 한 가지만 있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꼬치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있습니다. 톈진에 가면 톈진에서 제일 맛있는 꼬치라는 뜻의 진먼이촬(津門一串, 주소 河西區氣象台路72號, 전화 2355-1111)이란 유명한 꼬치 전문점이 있습니다. 다양한 꼬치가 입맛을 당기는 곳으로 톈진에서 제일 맛있다고 추천할 만합니다. 깨끗하고 넓은 실내에 종업원들의 서비스도 양호하지요. 베이징에서라면 지난주에 소개했던 왕징의 펑마오촨청(延吉豊茂串城, 주소 廣順北大街 樂天瑪特 롯데마트 3층, 전화 6470-5988)은 꼬치전문점으로서 중국 제일이라고 꼽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부팡샹차이!”
   
▲ 윈난성 쿤밍의 유명한 꼬치집. 펑마오 꼬치

   한국 여행객들이 간단한 한 끼로 가장 많이 접하는 중국 샤오츠의 하나는 국수류입니다. 정찬을 하는 식당에서는 요리를 다 먹은 다음에 주식(主食)으로 나오기도 하고 작은 샤오츠 식당에서는 달랑 한 그릇으로 한 끼를 때우곤 하지요.
   
    면의 종류도 많습니다. 칼로 쳐내서 만드는 면, 반죽을 해서 우리 칼국수처럼 잘라서 만드는 면, 반죽을 양손에 잡고 아래위로 흔들어 늘리면서 만드는 면, 수제비 떼듯이 조각조각 떼어서 만드는 면 등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육수는 돼지고기 육수가 많지만 그 위에 얹는 고명은 고기와 야채, 양념장 등등 수없이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지역별로는 베이징의 자장멘(炸醬面), 산시성(山西省)·산시성(陝西省)·간쑤성(甘肅省)·서북지역이 유명한 뉴러우멘(牛肉面), 윈난성에서 자주 만나는 쌀국수인 궈차오미셴(過橋米綫), 광둥성의 라오멘(撈面), 쓰촨성의 얼얼하게 매운 국수 단단멘(擔擔面), 뜨겁지 않은 량펀(凉粉), 조선족 동포들이 하는 차오셴렁멘(朝鮮冷面)이나 원멘(溫面) 등등 전부 헤아리기도 힘들지요.
   
   재래시장에서는 국수를 파는 노점들이 많은데 그 자리에서 면을 뽑아 삶아주기 때문에 면발 만드는 것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즉석에서 삶아서 허름한 식탁에 둘러앉아 뜨거운 국물을 호호 불어가면서 먹는 서민의 소박한 즐거움도 그만이지요.
   
   어느 지역의 어떤 국수든 여행객들 입장에서는 참 좋은 음식입니다. 간단하고 싸고 가격 대비 성능은 훌륭하고, 배도 넉넉하게 부르고…. 그러나 한국인 입맛에는 국수 위에 뿌리는 샹차이(香菜)가 거북할 수도 있으니 “부팡샹차이(不放香菜·샹차이를 넣지 마세요)”라는 말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만두류 역시 아주 훌륭한 샤오츠의 하나입니다. 만두나 찐빵 종류의 명칭은 우리말과 중국어가 달라서 그 차이를 정확하게 알아두면 좋습니다. 중국의 만터우(饅頭)는 속에 아무것도 넣지 않은 것으로 밥으로 치면 흰쌀밥에 해당합니다. 일반 가정은 물론이고 시장이나 공사현장에서의 식사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도 예전에 먹을 것이 없었을 때에는 밀가루로 반죽을 해서 부풀리지 않고 그대로 찐 빵이 있었지만 지금은 보기 힘들지요.
   
   고기나 야채 등을 만두피로 싼 다음 쪄서 만든 것을 우리는 만두라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바오쯔(包子)라고 합니다. 톈진의 유명한 거우부리바오쯔(狗不理包子)가 대표적이지요. 바오쯔 가운데 조금 작은 것으로 속에 뜨거운 육수를 담기게 만든 것이 우리에게도 친숙한 샤오룽바오(小籠包)인데, 이것은 상하이·우시·항저우·난징 등에서 발달한 것입니다.
   
   
   식초에 찍어 먹는 자오쯔 별미
   
   바오쯔와 비슷하게 만든 것을 삶아내면 자오쯔(餃子)라고 합니다. 시안과 같은 중국의 서쪽이나 선양 하얼빈과 같은 동북 지방이 모두 자오쯔가 유명한 지방이지요. 노점이건 작은 식당이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찜통이나 찜솥을 보면 바로 식욕이 돋는 것들이지요.
   
   이런 음식들을 우리는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 게 대부분인데 중국에서는 식초에 찍어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식초(醋)가 발달한 중국 서부 건조한 지방에서는 거의 식초에 먹습니다. 검은빛이 도는 식초를 찍어서 먹어보면 입안에서 감기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신맛은 근본적으로 건강에 가장 좋은 맛이라고 하니 자오쯔나 바오쯔를 먹을 때 신맛을 잘 음미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중국에서는 중국식을 한번 따라 보는 것도 즐거운 음식여행일 테니까요.
   
   국수나 만두류 다음에 많이 먹는 것은 아마 차오판(炒飯)이라고 하는 볶음밥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 차오판이 최후의 보루가 되곤 합니다. 날계란을 풀어서 볶은 지단차오판(鷄蛋炒飯)도 있고, 잘게 썬 소시지나 새우, 야채 등을 넣고 계란과 함께 볶은 양저우차오판(揚州炒飯)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맛있게 먹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양저우는 장쑤성 남부 경항대운하가 통과하는 내륙수운의 교통요지입니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수나라의 수양제가 대운하를 시찰할 때 수행했던 조국공 양소(楊素)가 이 지방에 전해준 것이랍니다. 양소는 쑤이진판(碎金飯), 즉 금을 쪼개어 뿌린 것 같은 계란볶음밥을 좋아했는데, 이것이 양주에서 다양한 재료를 넣은 것으로 발달해 양저우차오판이라고 한답니다. 양저우차오판은 흰쌀밥에 초록색이나 주황색 야채와 소시지 등을 넣어 볶기 때문에 색깔의 조합이 멋지지요. 양저우차오판은 지단차오판과 함께 중국 어느 지역, 어느 식당에서도 주문할 수 있는 ‘국민 볶음밥’이라 할 만합니다.
   
   볶음밥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찰진 쌀보다는 중국에서 대중적으로 많이 먹는 남방의 쌀로 한 밥, 우리말로 ‘날리는 밥’이 제격입니다.
   
   
   난징의 샤오츠 전문점
   
▲ 구이양의 ‘처우더우푸’, 삶은 만두 ‘자오쯔’, 훠궁뎬의 ‘샤오츠’

   추운 겨울이면 매운맛으로 추위까지 녹이는 뜨끈뜨끈한 마라탕(麻辣烫) 역시 중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샤오츠입니다. 촨촨샹(串串香)이라고도 부르지요. 얼얼하게 매운맛을 즐기는 쓰촨의 전통적인 샤오츠입니다. 꼬치에 꽂아진 것들을 골라 주면 주인장이 펄펄 끓는 육수에 넣고 익혀서 줍니다. 이것 역시 꽂을 수 있는 것은 뭐든지 꽂는다고 할 만하지요.
   
   가벼운 식사로서의 샤오츠 이외에 리어카에서 파는 간단한 길거리 간식도 다양합니다. 옥수수와 간식으로 구운 소시지는 주전부리로 적당합니다. 과일에 설탕을 잔뜩 입힌 빙탕후루(氷糖葫芦)는 관광지라면 어디든 있지만, 먼지가 묻기 쉬우니 비닐봉투를 씌운 것을 먹는 게 좋을 것입니다. 둥근 철판을 돌려가면서 즉석에서 얇은 밀가루 반죽을 익혀 야채 등을 넣고 싸서 주는 젠빙(煎餠)도 학생들이 하굣길에 잘 사먹는 샤오츠입니다. 산둥지방의 샤오츠인데 다른 지방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길거리 간식 가운데 처우더우푸(臭豆腐)처럼 역한 냄새를 피우면서 악명을 떨치는 것도 있습니다. 썩은 두부라고 하지만 삭힌 두부라고 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중국인들은 이 냄새 나는 두부를 맛있게 먹습니다. 우리가 삭힌 홍어를 비싼 값을 치르고 맛있게 먹는 것에 견주어 생각하면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이것은 입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냄새가 역하지만 입에 들어간 다음에는 사르르 녹을 정도로 독특한 맛이 있습니다. 중국 여행 중에 한번은 도전해 볼 만합니다.
   
   그런가 하면 샤오츠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것으로 유명한 식당도 있습니다. 난징의 푸쯔먀오(夫子廟)를 흐르는 친화이허(秦淮河) 인근에는 난징의 샤오츠 전문점들이 있습니다. 허름한 골목 식당이 아닌 갖가지 샤오츠를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세트 메뉴를 시키면 작은 밥그릇에 열여섯 가지 샤오츠를 주는 곳도 있습니다. 정말 강남의 화려한 샤오츠 음식문화를 만끽해볼 수 있습니다. 후난성 수도인 창사의 훠궁뎬(火宮殿)은 100여 가지가 훨씬 넘는 후난지방의 샤오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명소입니다. 이 식당은 지난 여름 제2168호(2011년 8월 8일자)에서 소개한 바가 있는 곳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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