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상

조용헌의 周遊天下_04

醉月 2012. 8. 26. 21:21

소양인男이 태음인女 만나야 하는 까닭은…

25년간 표주(漂周)한 만공거사(滿空居士)

조용헌| 동양학자·칼럼니스트 goat1356@hanmail.net

 

만공거사는 강호를 주유하면서 사람의 체질을 파악하는 방법을 익혔다.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면서 사람의 체질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나중에는 귀신과 통해서 알게 된다.
돈 많은 사람이 아니라 ‘몸 부자’가 진짜 부자라고 그는 말한다.

 

만공거사 최근환 씨.

 

고등학교 다닐 때 가장 즐겨 읽은 책이 무협지다. 10권을 읽는 데 1주일 정도 걸렸다.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그때는 밤낮으로 읽었다. 무협지 읽다 진이 빠져 기말고사를 망친 적도 있다. 무협지 내용 가운데 가장 흥미 있었던 부분은 주인공이 천하를 유랑하는 대목이다. 이 유랑 과정에서 자신에게 절정 무공을 전해주는 사부도 만나고, 절세미녀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몸에 좋은 환약(丸藥)도 먹고, 독극물에 중독도 되고, 막힌 기혈(氣穴)도 뚫고, 절벽 아래로 내려가 귀한 약초도 캐고, 사파(邪派)의 두목에게 걸려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한다. 무협지의 주인공은 풍찬노숙의 방랑을 통해 성숙한다. 어디 성숙이 그냥 되는 것인가? 발효가 되려면 시큼하게 거품이 나와야 하고, 거품이 나오려면 생채기도 나야 하고, 약간 썩으면서 변색도 일어나야 하는 것 아닌가.

 

10대 시절 읽던 무협지의 배경이 그리웠는지 필자는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의 여러 명산을 답사했다. 무협지의 무대인 중국의 산은 도대체 어떤 산이란 말인가? 무당권법의 창시자인 장삼봉이 수련한 명산인 무당산(武當山)은 산 전체에 토(土) 기운이 흘러 사람을 품어주는 형세였다. 소림사가 있는 숭산(崇山)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바위의 암기(岩氣)와 계곡물, 그리고 토기(土氣)가 어우러진 산이었다. 가장 인상이 강하게 남은 산은 화산(華山)이었다. 화산은 2200m 높이의 바위산인데, 산 전체가 거의 화강암으로 이뤄진 금기(金氣)의 산이다. 북한산 인수봉 같은 거대 바위 봉우리가 하늘 높이 쭉쭉 뻗어 있다. 오악 중에서 가장 험한 곳이 화산이라는 게 중국 무림계의 정평이었다. 무협지에 보면 ‘화산논검대회’라는 게 나온다. 정파와 사파의 고수들이 모여 최종 승부를 겨루는 무대다. 화산에는 불교 사찰이 없다. 도사들이 산 전체를 전세 냈던 도교의 산이다. 그래서 화산은 무술(武術), 양생(養生), 기공(氣功), 비약(秘藥)과 관련이 깊다.

 

현장이 최고의 스승

화산 입구에 도관이 있다. 이곳에 그 유명한 수공(睡功)의 대가이자 송(宋) 태조를 감복시킨 대도사였던 진단(陳·#55055;)의 거처가 있다. 그가 머문 곳은 동굴이다. 진단이 동굴에서 100일 동안이나 잠이 든 상태로 내공을 쌓았다는 전설이 구전된다. 이 도관이 실존했던 화산파(華山派)의 본거지였는데, 필자가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도사들의 커리큘럼 가운데 독특한 과목이 있었다. 바로 표주(漂周)라는 것이다. 주유천하 과목이다. 도사 지망생이 고급과정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과목이 표주였다고 한다. 3년가량 돈을 지니지 않고 빈손으로 천하를 돌아다녀야 한다. 돈을 가지고 여행하면 유람이 되지만 돈 없이 여행을 다니면 공부가 된다. 각 지역의 민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고, 약초나 특산품은 무엇이 있는지, 어디에 명당이 있는지, 물류의 흐름은 어떤지, 그 지역의 토호와 터줏대감은 누구인지, 과거 그 지역에 어떤 역사적 사건이 있었는지 등을 공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돈 없이 천하를 떠돌아다니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네 가지 기술을 갖춰야 한다. 의술(醫術) 역술(易術) 학술(學術) 무술(武術)의 사술(四術)이 그것이다. 어느 동네에 가든지 아픈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도사는 배낭 안에 침통과 간단한 약초 몇 가지를 넣어 가지고 다니다 환자를 고쳐준다. 환자 고쳐주면 밥도 주고, 여비도 준다. 역술도 필수적이다. 자기 팔자에 관심 없는 사람 있는가? 누구든지 자기 운명에 관심이 있게 마련이고, 자녀 결혼 앞둔 부모는 신랑 신부의 사주와 궁합을 보게 마련이다. 학술은 천자문이나 동양고전에 대한 지식을 말한다. 어느 동네에 가서 오랫동안 머무르기 위한 방편으로는 서당 훈장 노릇이 딱 좋다. ‘하늘천 따지’ 하면서 아이들 가르치면 월사금이 들어온다. 표주를 다니다 보면 깡패나 악당을 만날 수 있다. 이때는 한방 때려줘야 하는 것이 도사의 임무다. 도관에서 사부와 선배에게 배운 권법(拳法)을 테스트하는 기회다. 화산파 도사들이 주유천하(漂周)를 하기 위한 밑천은 이 같은 네 가지 술법이었다. 그러나 이는 복이 많은 도사의 경우다. 어떤 사람은 인연을 만나지 못해 사술(四術)을 갖추지 못한 채 강호에 나간다. 그야말로 바람을 반찬으로 삼고, 이슬을 이불 삼아 덮고 자는 ‘풍찬노숙’이다. 그러자니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갖은 고생을 겪는다. 맨 땅에 헤딩하듯 표주하는 과정에서 사술을 익히는 수도 있다. 강호에서 사술을 익히는 팔자라고나 할까. 필드야말로 최고의 선생 아니던가!

 

강호에서 四術 익힌 만공거사

만공거사(滿空居士)는 강호에서 사술을 익힌 인물이다. 지난 25년간 한국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주유천하를 실천했다. 이름은 최근환(崔根煥·52). 지방 국립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필자는 전국을 유람하면서 수많은 기인과 도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아웃사이더를 만나봤지만, 만공거사만큼 표주의 원론적 개념에 부합하는 길을 걸어온 사람은 보지 못했다. 나도 물론 주유천하를 해보기는 했지만, 지갑에 신용카드와 현금을 가지고 다녔기에 그렇게 큰 고생을 하지 않은 편이다. 법학을 공부한 먹물이 수중에 돈 없이 돌아다녔으니 그 체험의 강도가 필자보다 훨씬 강하다. 돈이 없어야 깊은 체험을 한다. 깊은 체험을 해야 세상을 보는 통찰이 생긴다. 돈이 없어야 사람들의 민낯을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는 원래 화산파 도사 지망생도 아니었는데, ‘25년 표주’를 하다보니 자의반 타의반으로 반도(半道·50%)를 통하게 된 인물이다. 무골(武骨)에 가까운 건장한 체격이지만, 사람의 성격과 체질을 보는 눈은 예리하기 그지없다.

▼ 세상을 돌아다녀보니까 어떻던가?

“고해(苦海)다. 성인의 말씀이 틀리지 않다. 고통의 연못 혹은 강이 아니다. 고통의 바다다. 왜 바다라고 하겠는가? 그만큼 삶의 고통이 크고, 넓고, 깊다는 뜻 아니겠는가! 이 세상에 고민 없는 사람 없고 집에 우환 없는 사람 없다. 재물이 있으면 있는 대로 고민이 있고, 없으면 없는 대로 고민이 있다.”

 

필자가 만공을 처음 만난 시기는 25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북 모악산(母岳山) 암자에서 그를 만났다. 모악산 남쪽 자락에 조그만 암자가 하나 있고, 이 암자에 고시생이 여러 명 있었다. 1980년대 후반 무렵이다. 나는 그때 대학원에서 모악산 일대의 신흥종교를 연구하고 있었다. 모악산은 계룡산과 더불어 신흥종교의 메카다. 모악산에서 강증산이 배출됐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모악산 주변에는 일제강점기에 경상도에서 이사를 와 눌러앉은 사람이 많았다. 모악산에서 도인이 나왔다는 소문을 듣고 집과 전답을 팔고 이주한 이들이다. 그래서 모악산 일대에는 작은 점집이나 ○○도, ○○교를 표방하는 수십 개의 집단이 몰려 있었다. 나라가 망하고 일제가 통치를 시작하자 이에 반항하는 강경파는 만주에 가서 총 들고 독립운동을 했고, 차마 만주에는 갈 수 없었던 이들 중 일부는 신흥종교에서 표방하는 ‘새로운 세상’을 찾아 계룡산과 모악산 일대로 모여든 것이다.

필자가 모악산 일대의 여러 교주(敎主)를 만나러 다니고, 무당이 공들이러 다니던 미로들, 즉 모악산 이쪽저쪽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소로를 걸으면서 굿당과 산신기도 터를 둘러보던 어느 날, 산중에서 길을 헤매다 평소 가보지 못했던 바위 절벽 뒤로 돌아들어가니 문수암이라는 암자가 눈앞에 나타났는데, 이 암자에 고시생들이 머무르고 있었다. 만공은 문수암 귀퉁이의 방에서 고시 서적을 쌓아놓고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수년 뒤 만공을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어느 지방 소도시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무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세간의 다툼이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결말을 맺는지 관찰하는 데 유리한 직업이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고 수년 뒤 설악산의 어느 암자에 머무르던 그가 갑자기 연락을 해왔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설악산의 그 암자에서 만공은 허드렛일을 해주면서 틈틈이 참선을 하고, 불교의 경전을 공부하고, 새벽에 염불하는 법도 배웠던 것 같다.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 설악산에 있어. 살다보니까 흘러 흘러 설악산까지 오게 되었네.”

“잘되었네. 자네가 전생에 쌓아놓은 청복(淸福)이 있으니 설악산까지 가게 된 것이야. 풍광이 얼마나 좋은 곳인가. 아침저녁으로 운무와 장엄한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아닌가. 이왕 산에 들어간 김에 기도나 한번 제대로 해봐.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거기서 100일 기도만 제대로 한번 해도 새로운 안목이 열릴 것이네! 염불하다보면 잿밥도 생길 것이구먼.”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네. 자네 말을 들으니 내가 힘을 내야 할 것 같구먼. 기왕 산에까지 들어온 김에 기도나 한번 해 볼게.”

한동안 설악산에 있던 만공은 서울의 북한산에도 머물렀고, 제주의 한라산에서도 살았다. 비승비속(非僧非俗)이었다. 승려도 아니고 속인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냥 한가할 수는 없었다. 처자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자식이 없었다면 그의 방랑이 유람 차원으로 승화될 수도 있었겠지만, 최소한도는 부양해야 할 대상인 처자식이 있었으므로 그의 방랑은 고독함과 서글픔으로 가득했다. 한 달에 한두 번 집에 들어갈 때도 있었고, 몇 달 만에 한 번 집에 들어갈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용하게 이혼은 안 하고 현재까지 부부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도 능력이다.

 

가장 나쁜 체질은…

▼ 이렇게 강호를 돌아다니는 것도 타고난 팔자라고 생각하는가. 운명과 팔자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사람마다 타고난 팔자는 분명 있는 것 같다. 대개 팔자대로 산다. 그래서 이 팔자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내가 내린 결론이 팔자는 그 사람의 체질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운명과 체질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 팔자와 체질이 어떻게 함수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우선 체질은 음양으로 나눌 수 있다. 궁합도 이 음양이 보완적이면 서로 맞는 것이고, 상극이면 부부가 오래가지 못한다. 궁합이 맞는 유형을 보면 소양인 남자는 소음인이나 태음인 여자를 만나는 게 좋다. 태음인 남자는 반대로 소양인 여자나 태양인 여자를 만나는 게 좋다. 소음인 여자에게 가장 좋은 상대는 태양인 남자인데, 태양인 남자가 흔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소음인 여자는 꿩 대신 닭 격으로 소양인 남자를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한 부모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거기서 태어나는 자식의 체질도 좋지 않다. 체질이 좋지 않으면 병이 많다.”

▼ 좋지 않은 체질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체질을 말하는가.

“음이나 양으로 확실하게 구분이 안 되는 체질을 말한다. 음 체질인 것 같기도 하고, 양 체질인 것 같기도 한 경우다. 정적인 직업이 맞는 것 같지만 결국 안 맞고, 동적인 직업도 안 맞는다. 사무직도 안 맞고, 그렇다고 해서 영업직도 안 맞는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사회생활에서 방황을 많이 한다. 내 체질이 그렇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체질 탓에 나도 강호를 돌아다니게 된 것이다.”

만공은 유년 시절부터 고질병을 알았다. 비염이다. 하루에 화장지 한 통을 써야 할 만큼 콧물이 흘렀다.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도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럴 바에는 내가 고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본인의 체질이 무엇인지 연구하게 됐다고 한다. 연구 끝에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체질이구나’ 하는 결론을 얻었다. 왜 이런 체질을 타고났는지를 역추적하다보니 부모의 체질로 관심이 옮겨갔고, 체질이 서로 안 맞는 상극 체질이 결혼해 자신을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버지는 소양인, 어머니는 태양인이었다. 두 사람 다 양인(陽人)이므로 만공은 양인 체질이 가진 유전인자만 물려받았다. 열이 머리로 솟아 상기되고, 간 기능은 약하고, 폐 기능은 지나치게 강한 체질이 된 것이다. 간이 약하고 폐가 강하면 외부활동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면 간은 더욱 약해지고 상기 증상 역시 심해진다. 콧물이 계속 흐르는 비염도 이런 체질에서 유래했다. 좋지 않은 체질을 타고나 평범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산천을 방랑하게 됐다는 게 만공의 자기 진단이다. ‘나는 왜 이런 팔자인지’ 연구하다보니 ‘내 체질이 무엇인지’ 분석하게 됐고, 종국엔 다른 사람의 체질도 연구하게 됐다고 만공은 말했다. ‘사지사지(思之思之) 귀신통지(鬼神通知)’라는 말이 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나중에는 귀신과 통해서 알게 된다’는 뜻이다. 밤낮을 골똘하게 생각하면 접신(接神)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만공은 체질에 대해서는 접신이 된 사람이다. 이 집 조상 중에 체질을 연구하다 죽은 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후손이 이처럼 체질 분야에 일가견을 갖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 좋지 않은 체질이라는 것은 음과 양의 경계가 매우 애매한 체질이고, 그런 사람은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말인가. 음과 양이 확실하면 어떻게 되는가.

“사무직이든 영업직이든 자기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 음인은 사무직에 만족하고, 양인은 영업직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 이렇게 음양이 애매한 체질에 대한 처방은 무엇인가.

“자기수양을 하는 수밖에 없다. 양이 부족한 사람은 활동적으로 살려고 노력해야 하고 음이 부족한 사람은 되도록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체질별 건강법

▼ 음 체질과 양 체질에 대해 설명해달라.

“음 체질은 안으로 수렴하는 체질이다. 내성적이다. 외부 요소, 즉 사람이나 음식, 분위기 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약하다. 그렇다 보니 자기가 좋아하는 기호품, 음식, 의류, 주택 등에 관심이 많다. 아파트만 해도 그렇다. 음인이 집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아파트를 이용한 재테크는 음인들의 영역이다.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음이 많다. 그래서 여자가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런 각도에서 아파트를 옮겨서 돈을 번 집안은 여자가 경제적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파트로 돈을 벌지 못한 집은 남자가 주도권을 가진 집이다. 반대로 양인은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좋아한다. 과시욕이 강하다. 그래서 양인은 대인관계를 중시한다.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에 가치를 둔다. 음인이 옷, 자동차, 살림살이, 주택 등으로 자기를 과시한다면 양인은 인간관계가 폭넓다는 것으로 스스로를 과시한다. ‘나는 잘나가는 사람들과 인간관계가 많아!’라고 뿌듯해하는 게 양인이다.”

▼ 그렇다면 양인은 옷이나 패션에 관심이 없다는 말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특이한 양인은 패션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소양인 중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사람이 많다.”

▼ 요즘 시대에 가장 잘 맞는 체질은 어떤 것이라고 보는가.

“소음인이다. 소음인은 내성적이고 조용하다. 위장병만 없으면 소음인이 제일 좋은 체질이다. 21세기는 육체노동을 많이 하는 환경이 아니다. 정신노동이 많다. 소음인은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을 싫어한다.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건강에 지장이 없다는 점이 특이하다. 소음인은 운동이 필요 없는 체질이다. 그리고 흥분도 잘 하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서 컴퓨터 화면을 오래 들여다봐도 상기되거나 견비통이 덜 걸리는 체질이다. 요즘 하는 일이 대개 컴퓨터 보고, 서류 분석하고, 머리 쓰는 일이지 않은가. 이러한 정신노동에 소음인이 가장 잘 적응한다. 소음인은 자기하고 무관한 일엔 관심을 크게 보이지 않는다. 자기 할 일만 골라서 한다. 효율적이다. 에너지 낭비가 없다. 불필요한 말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말실수도 적다. 조용조용하게 자기 일만 실속 있게 처리하는 스타일인 것이다. 21세기가 어찌 소음인의 시대가 아니겠는가! 약점은 위장 기능이 약하다는 것이다. 소음인은 소식해야 한다.”

▼ 소음인이 시험 공부에도 장점이 있다는 말인가.

“내가 보기에 고시 합격자 가운데 70%는 소음인이다. 하루 10시간 넘게 책상에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체질인 것이다. 소양인은 벌떡증이 일어나 이렇게 오래 앉아 있을 수 없다. 고시는 누가 오래 앉아 있느냐의 싸움이다. 소양인은 판사가 되더라도 오랫동안 일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갑갑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음인에 비해 변호사 개업을 빨리 한다.”

▼ 고혈압, 당뇨 같은 성인병은 어떤 체질이 잘 걸리는가.

“소음인은 성인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태음인이 많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 태음인은 안으로 에너지를 축적하는 체질이다. 태음인은 철저하게 실리적이다. 간이 커서 에너지가 많은 편인데, 잘 써먹지 않으니 내부에 에너지가 축적된다. 한마디로 태음인은 저장하는 체질이다. 태음인 중엔 미식가도 많다. 음식 욕심이 커서다. 중국의 소문난 미식가 대부분이 태음인이다. 많이 먹으면 고혈압, 당뇨, 뇌경색으로 이어진다. 태음인은 몸을 많이 움직여야 병이 안 생긴다. 운동과 노동을 많이 해야 몸이 건강해지는 체질이다. 태음인은 땀을 흘려야 한다.”

▼ 소양인이 잘 걸리는 병은 무엇인가.

“관절염이다. 몸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용하니 관절에 문제가 나타난다. 소양인은 활동을 좀 자제해야 한다. 등산 즐기다 관절 상하는 사람의 50%가 소양인이다. 당뇨만 해도 그렇다. 태음인이 걸리는 당뇨는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서 생기지만, 소양인은 그 반대다. 타고난 배터리 이상으로 활동한 나머지 신장이 약해져 그렇게 된 것이다. 소양인이 소갈병에 걸리면 갈증이 나 자꾸 물을 찾는다. 반면 음인은 냉혈체질이다. 수분이 필요 없다. 평소에 열 낼 필요가 없으니 수분 증발도 거의 없다. 그래서 소음인은 소갈병에도 거의 걸리지 않는 것 같다. 소양인이 당뇨를 앓으면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반면, 태음인은 몸을 움직여서 땀을 빼야 한다.”

▼ 태양인은 어떤가.

“태양인은 자주 누워 있어야 한다. 이 체질은 머리를 너무 많이 쓴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몰아서 사용한다. 위기 상황에서 대처를 가장 잘하는 체질이 태양인이다. 위기 시엔 전광석화처럼 머리가 돌아가는데, 그러려면 전기세가 많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다른 체질이 쓰는 전기의 두세 배를 순간적으로 소모한다. 에너지를 보충하는 방법은 휴식이다. 낮잠을 자거나 휴식을 자주 취해야 한다. 누워서 뒹굴뒹굴하는 것도 좋다. 태양인은 세상일에 초연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자기를 소모해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태양인은 사물을 거시적으로 살피거나 보통 사람과는 다른 시각에서 관찰하는 연습을 자연스럽게 한다. 전략가가 태양인에서 많이 배출되는 것은 그래서다. 평소에는 놀다가 문제가 생기면 한 건 하고, 다시 산으로 튀는 것이 태양인의 보신책이다.”

 

▼ 음 체질과 양 체질은 음식도 다르게 섭취해야 하는가.

“그렇다. 음 체질은 소화 기능이 아무래도 약하다. 발효식품을 많이 먹는 게 좋다. 일본인은 음 체질이 많다. 일본인이 낫토를 좋아하는 것에 그런 까닭이 있다고 본다. 반대로 양 체질은 자연 그대로의 식품을 바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원형식품이 맞는다. 대체로 생식은 양인에게 맞는다.”

 

“몸 부자가 진짜 부자”

만공의 관점에 따르면 음의 기질이 강한 사람은 부드러우나 따듯하지 못하다고 한다. 상대에게 상처 주는 말을 잘 하지 않지만 상대가 결정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손을 뻗쳐 도와주는 일에는 소극적이다. 불이 났을 때 바가지로 물을 붓기는 하지만 불난 집으로 뛰어들어가 가재도구나 어린아이를 꺼내오는 일에는 소극적이라는 말이다. 양의 기질이 강하면 따뜻하나 부드럽지 못하다. 속 깊은 인정은 있지만 상대에게 무심하다. 말도 거칠게 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방이 상처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곤란에 처했을 때 도와주려는 측은지심이 많다고 한다. 성적(性的)인 부분에서도 그렇다. 음인은 정력이 강하고, 양인은 정력이 약하다. 양인은 평상시에 에너지를 외부로 분출해 버려 내부에 쌓인 에너지가 적을 수밖에 없다. 정력은 결국 내부에 쌓인 에너지의 양에 비례한다. 양인의 에너지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이고, 음인은 외빈내화(外貧內華)에 해당한다. 실속은 음인이 갖고 있다. 양인 체질치고 정력 좋은 사람은 드물다. 6·25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양인 체질이다. 그가 정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부인에게 구박을 받았다는 스토리가 지금껏 전해진다.

사람의 운(運)도 건강과 직결된다는 것이 만공거사의 지론이다. 얼굴 혈색이 좋지 않은 사람이 하는 사업은 내리막길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건강이 좋지 않은데 돈을 벌어봐야 아무 소용없다. 운이 기울 때는 건강에서 그 조짐이 나타난다. 얼굴의 혈색과 기운이 시원찮으면 하는 일도 별 볼일 없는 것이다. 건강은 좋지 않은데 돈이 많은 경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아픈 사람은 돈을 쓰지 못한다. 기운이 있어야 돈도 쓰는 것이다. 주변 사람 가운데 건강과 기력이 넘치는 사람이 통장에 쌓아놓은 돈의 임자가 된다. 사업을 하다 건강이 안 좋아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조건 내려놓고 떠나야 한다. 떠나지 않으면 죽는다.

▼ 돈과 여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돈과 여자를 좋아한다. 결혼도 하고, 집도 샀다. 나는 돈과 여자를 싫어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위선자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돈과 여자를 좋아하게 돼 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 자본주의 사회에선 부자가 가장 상팔자 아닌가.

“몸 부자가 진짜 부자라고 생각한다. 얼굴이 좋으면 ‘얼굴부자’, 건강이 좋으면 ‘건강부자’다. 돈이 많더라도 찌푸리고 살면 그게 무슨 부자란 말인가? 인간은 몸이 말하는 대로 살 수밖에 없다. 자기 체질 잘 연구해서 체질에 맞는 섭생과 운동을 해야 한다. 체질에 맞는 생활태도를 확립하는 것이 부자가 되는 첩경이라고 생각한다.”

만공이 강호를 유람하면서 힘들 때마다 읊었던 시가 하나 있다. 부설거사(浮雪居士)의 ‘팔죽시(八竹詩)’다. 죽(竹)은 ‘대로’라고 해석한다.

 

이런 대로 저런 대로 되어 가는 대로 (此竹彼竹化去竹)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風打之竹浪打竹)

죽이면 죽, 밥이면 밥, 이런 대로 살고 (粥粥飯飯生打竹)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런 대로 보고 (是是非非看彼竹)

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賓客接待家勢竹)

시정 물건 사고파는 것은 세월대로 (市井賣買歲月竹)

세상만사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도 (萬事不如吾心竹)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 대로 보내 (然然然世過然竹)

 

만공거사는 요즘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고 있다. 이번 모내기 때 전화가 왔다. “발로 흙을 밟아보니 마음이 그렇게 흐뭇할 수 없네. 알 수 없는 충만감이 드는구먼. 등산할 때보다 훨씬 마음이 충만해지네. 사람은 역시 흙을 밟고 만져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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