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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또 하나의 한국_01

醉月 2013. 9. 25. 01:30

일본, 또 하나의 한국

지은이: 부지영 

 

기업명과 어감으로 풀어보는 한국어의 일본섬 사투리
  일본의 독도망언 이후 한일관계는 여전히 삐걱거리고 있다. 계속되는 한일정상회담과 외무장관회담에도 불구하고 독도문제는 양쪽 모두에 의해 팽팽하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정신대 피해자 등 우리측의 항의시위에 대응하여 이제는 일본 우익단체들이 동경의 주일한국 대사관 앞에서 버젓이 독도탈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본과 어업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일본정부는 소위 자신들이 설정한 직선기선을 넘어오는 한국 선박에 대해 여전히 나포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직선기선을 기준으로 한 일본 정부의 단속이 위법이라는 일본 사법부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금 여기서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우리에게 일본은 무엇인가.

 

또 일본에게 있어 한국은 무엇인가.   우리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으로 보다 근본적인 명제를 던지고자 한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의 논리대로라면, 일본은 우리 땅이라는 주장이다. 일본은 고대 우리 한반도 인들이 개척한 동북아의 프런티어였으며, 지금의 일본은 그 위에 세워진 말하자면 동북아의 미국 서부, 혹은 동해의 LA 같은 그런 존재다. 지금까지도 역사적으로 한국식 이름과 민속신앙 등의 일본 전래루트를 찾은 '일본 속의 한국 문화'(김달수), 고대 한국어와 고대 일본어의 상관관계를 모색한 '노래하는 역사' (이영희), 신문에 연재되기도 했던 '일본 속의 한국이름' 등의 시도가 있었으나, 우리의 시도는 보다 근본적인 것이다.

 

우리는 현대 일본어조차 한국인에게는 결코 외국어가 아니며 오히려 한국어의 일본섬 사투리라는 명제에서부터 출발하려 한다. '언어는 최고의 박물관'이라는 람스테드의 말처럼 오히려 몇 천년전의 세월 속에서 낡아버린 유적 몇 점을 나열하는 것보다는 일본어 나아가 현재의 일본 그 자체가 고대부터 찬란했던 한국문명의 살아있는 유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 장에는 어려운 학술서나 논문을 인용, 정리하기보다 우리에게 낯익은 일본 기업들의 이름이 한국어의 동경 사투리라는 예부터 시작해 보려고 한다.

 

우리들의 머릿속에 이미 입력되어 있는 한국어와 너무도 많이 들어 낯익은 일본 회사의 브랜드가 같은 어원을 가진 말들이며, 나아가 일본인들이 세계에 자랑하고 있는 이름과 브랜드들이 한국어의 일본섬 사투리라는 것을 한 번 실감해 보자.   또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최근에 일본의 일부 양식 있는 지식인들이 인정하듯, 단지 일왕이 한반도로부터의 도래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인을 만들어온 어머니 존재가 바로 한국인이었다는 사실도 같이 찾아 올라가 보자. 이 여행에 필요한 항공권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한국과 일본의 오묘한 관계에 대한여러분의 끊임없는 호기심뿐이다.    

 

 첫째 이야기: '아침해 맥주'의 나라
    일본인과 해의 궁합  

우리 문화에서 가장 큰 명절이라면 역시 추석과 설날이 꼽힌다. 추석이 충만한 풍요의 명절이라면 설은 시작의 명절이다. 추석을 상징하는 것이 달이라면 설을 상징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새로 떠오르는 신년의 해, 즉 새해다.   현해탄 건너 일본인들도 우리처럼 구정을 쇠는 것은 아니지만 메이지유신 이후 모든 전통절기를 양력으로 바꿈에 따라 양력 1월 1일엔 우리와 비슷하게 떡도 빚고, 여러 단으로 된 술잔에 술을 먹으면 새해의 안녕을 빈다.   설뿐만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일본사람들은 해를 좋아한다.

 

국호를 일본이라고 한 것은 '해의 근본' 나아가 '해가 뜨는 곳'이라는 의미이고, 우리는 보기만 해도 지겨운 일장기는 흰바탕에 썰렁하게 붉은 해만을 그려 놓은 히노마루다.   그런데 이토록 해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알면 까무러칠 일이지만, 그토록 좋아하고 숭상하는 '히'가 실은 한국말이라는 사실이다. 엄밀히 말하면 한국어의 일본섬 사투리다. 학문적으로는 '고대 조선어의 일본지방식 변천어'라고 길고 어렵게 표현 하지만 이를 우리가 쉽게 쓰고 있는 일상용어로 바꾸면, '한국어의 일본 사투리'가 되는 것이다.  

 

흔히 일본어는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는 '일'이라는 한자를 천자문 그대로 '날 일'이라고 해서 '일'이라는 음독만 하는데, 일본인들은 어떤 경우에는 우리의 일과 비슷한 중국음을 따서 '니치'라고 음독하고 어떤 때는 '히'라고 전통적인 발음대로 뜻을 새겨 훈독을 해서 외국인들을 골탕먹인다. 그러나 그것은 그 동안의 일본어 교과서가 서양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우리는 그 서양인들을 위해 쓰인 일본어 교과서나 교재를 가지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일본어가 골탕먹일 수 있으나 한국말을 할 수 있는 한국인의 머릿속에는 이미 일본어가 기본적으로 입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문법에서 발음까지, 심지어는 한자의 발음까지도 말이다.   

 

 '아사히'는 한국어 '아침해'의 일본 사투리   우리말 '해'의 일본식 사투리가 '히'이고, 주로 고유어일 때 훈독을 한다는 사실만 알면 이 문제는 쉽게 풀린다. 일본어 히(hi)가 한국어 해(hae)와 동계라는 사실은 이미 1백년 전 메이지 초기에 한국어와 일본어 양쪽 모두에 능통했던 W. G. 에스턴(대영제국 왕립 아시아 연구, 1879). 가나자와에서 시작해 전후의 하토리. 오노 스즈므 등 저명한 학자들을 거치며 일본의 한국어^5,23^일본어 비교연구분야에서는 정설로 굳어진 지 오래다.

 

우리쪽에서도 김사엽. 서연범. 재미학자 박병식. 그리고 노래하는 역사 시리즈의 이영희 같은 분들이 연구를 해왔다. 다만 연구의 양이 일본쪽에 더 많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어쨌거나 학문적으로는 여러 설이 있지만 가장 그럴 듯한 학설의 하나는 태양을 뜻하는 고대한국어인 '하라(hara)' (한자)의 어원에서부터 현대 한국어의 '해(hae)'와 일본어의 '히(hi)'가 되었다는 식이다.

 

하라(고대한국어)해(한) 히(일)   그러나 우리 모두가 한일 양국 언어비교론을 전공하려는 것이 아닐 바에는 그 진수만 기억하자. 일장기의 '히'는 현대 우리말 해의 고어에서 온 말이라는 것을.   일본 사람들이 '조'를 한자발음으로 '쵸'라는 음으로 읽을 때보다 '아사(asa)라고 읽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말이 실은 고대 한국어에서 나온 까닭이다.

 

한국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만 단군할아버지가 고조선을 건국하던 B. C 2333 년 당시 국호를 조선이라 하고 아사달에 도읍했다는 기록을 보면 당시에는 분명 현대의 중국말 챠오센이나 그 중국말에서 따온 한자발음인 조선이라고 읽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연구와 문헌들을 종합하면 조선은 '아사+달'='아침 들', 혹은 '아침 나라'라는 현대어로 풀 수 있다. 일본이 3세기에 와서야 히미코(해의 무녀, 우리말 해님이)라는 족장이 야마토라는, 큐슈 일부를 다스리는 부족국가를 세우고 일왕도 인정했듯이 4세기에서 7세기에 들어서야 그나마 한반도의 도움을 얻어 고대국가의 틀을 마련했던 것과 비교하면 일본보다 약 2천 5백년이나 앞서서 '아사'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아사달의 '아사'가 일본말이라고 얘기할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오늘의 '아사'라는 말은 우리의 관점에서는 고대 조선어이며 따라서 광의의 한국어 이며, 그 한국어의 동경사투리가 현재 일본어에 남아있을 뿐이다. 결국 우리는 많은 문헌들을 통해서 일본 현대어 '조'의 '아사'가 표기만 히라가나로 되어있을 뿐 우리 현대어 '아침'과 어원이 같은 고대 한국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고어시간에도 배웠듯 15세기의 '아  과 비교해도 같은 처음 계열인 스, 즈, 츠가 서로 바뀌어 일본어에서는 '아사'라는 형태로 아   ^25,135^ 아삼 ^25,135^ 아사, 현대 한국어에서는 모음만 바뀌어 아   ^25,135^ 아침으로 된 것이다. 한반도 안에서도 각 지방의 방언에 따라 '형님'이 '성님'으로 자음이 바뀌기도 하고, '많다'는 뜻에 '하다'가 '허다'가 되는 식으로 모음이 바뀌기도 하는데 이 정도면 굳이 어려운 학문적 루트 찾기 숨바꼭질을 하지 않고도, 직감적으로 '아사히(조일)'라는 일본어는 '아침해'라는 한국어의 일본어 사투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 기업 '아침해 그룹'   복잡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여기서 흥미로운 제안을 하려고 한다. 일본어가 한국어의 일본섬 사투리라면 우리는 일본어를 외국어가 아니라 우리가 쓰고 있는 현대 한국어, 그것도 표준어로 바꾸어 부를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오늘의 일본에서 방금 우리가 한국어로 풀어 낸 아침해의 일본 사투리 '아사히'가 이름으로 붙은 일본 기업을 찾아보자. '아사히'라는 이름의 기업은 참으로 많다. 일본 최고의 신문이 아사히(조일) 신문이고, 최근에는 일본에서 베스트5에 드는 은행이 아사히 은행으로 통합, 개칭됐으며, 아사히 생명은 역사적으로나 국제, 경제적 위치로나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보험회사이다.  

 

'아사히 맥주'하면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맥주의 하나이다. 아사히 맥주가 처음 발매된 것이 지금부터 백년 전인 1892 년 (명치 25 년)의 일이고 아사히(조일) 신문의 창간호도 1879 년(명치 12 년)에 나왔다. 그만큼 아사히는 일본인들의 가슴속에 뿌리박힌 대표적인 일본 브랜드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신문에서, 책에서, 혹은 맥주라벨에서, 아니면 사업관계로 '아사히'라는 일본말을 만나게 될 때 다음부터는 "아 이것은 우리말 아침해의 일본말 사투리랬지"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속으로 우리말 아침해로 바꿔서 불러 보자. 그 이름들이 아침해 신문으로, 아침해 맥주로, 또 아침해 은행으로 다가 올 것이다. 아니 '아사히'라는 이름 속에 파묻혀 살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그 말이 실은 한국어라는 것을 재치 있게 설명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20세기 초반 한때 겪었던 일제시대의 정신적 사슬을 벗어 버리지 못하고 꼴같지도 않은 열등의식 속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한때는 그것이 '극일론'과 '지일론' 논쟁을 낳기도 했고, 최근에는 '없다', '있다'의 논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그러나 진정한 극일은 "가보니 아무 것도 아니더라"는 무인도 발견 CF식의 한탄이 아니라 "가보니 몇 천년 전부터 우리 것이더라"는 대륙적인 대일관의 정립과 공감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속으로 다시 한 번 되뇌어 보자 "아사히는 아침해. 독도는 우리 땅 일본도 우리 땅."    

 

둘째 이야기: 해돋이와 히타치의 비밀
    세계최대의 전자메이커 해돋이 사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일반 독자들이라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브랜드가 또 하나 있다. 히타치(HITACHI)가 그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 전자전기 메이커로 가전제품은 물론 컴퓨터를 포함한 정보통신시스템, 사회 인프라시스템 등을 취급하며 세계를 통틀어 약 33 만명의 사원을 거느리고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최첨단 기업 중 하나이다. 96 년도에 미 포천(Fotune)지가 선정한 세계 500 대 그룹기업 가운데서의 랭킹이 종합 13위, 전기산업으로는 세계 제1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계열회사가 913개에 이르는 실로 전세계적 거대기업의 하나이다.

 

이 그룹의 모기업 격인 히타치(일립) 제작소는 창업연도가 1910 년(명치 43 년)으로 일본인들이 자랑하는 역사적인 기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회사의 이름이 바로 한국말이라면 놀라서 나자빠질 히타치의 직원들이 또 약 33 만명은 될 것이다. 열혈 우익계열의 젊은이들이라도 있다면 필자를 살해하겠다고 현해탄을 건너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을 한일 양국의 학자들이 이미 증명하고 있는 명백한 사실이다.  

 

히타치의 회사명은 일어로는 '일립'로 표기하는데, 이것 또한 아침해 맥주 아침해 신문만큼이나 똑 떨어지는 100% 한국어의 일본 사투리다(저자 주: 앞으로 우리의 주체성을 살리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의 일본 사투리로 간주되는 용어가 이 책에 다시 등장하는 경우에는 우리말로 바꿔서 표기하려 한다. 우리 독자들끼리 만나 이야기하거나 컴퓨터 통신을 할 때 이렇게 바꿔 부르는 채팅이라도 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장래에는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인터넷 웹사이트를 꾸며 볼 예정이다.)   히타치의 '히'가 우리말 '해'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앞에서 설명한 바 있고, 수많은 고명하신 학자들께서 한일 비교문화론을 통해 증명했으므로 다시 부언할 필요는 없겠다.  

 

 '히'가 '해'로 풀리면 다음은 '타치(tachi)'가 왜 우리말 '돋이(toji)'인지만 풀면 되겠다. 다른 현학적인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영어로 일본의 '립'이 'tachi'로, 한국어의 '돋이'는 'toji'로 발음되기 때문에 일단 자음의 배열과 뜻이 같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빌려서 설명하면, 일본어가 고대 조선어에서 파생된(혹은 뿌리가 같은) 언어이기 때문에 현대의 일본어와 현대의 한국어 사이에 규칙적이고도 일정한 1 대 1의 대응^5,23^치환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과학적으로 탐구 여행을 하고 싶은 이들은 이 장의 끝에 붙은 한국어와 일본어의 과학적인 1 대 1 대응관계를 연구 분석한 학자들의 이야기를 먼저 보아도 좋을 것이다.   한국의 표준말과 방언 사이에도 이러한 규칙성은 존재한다. 예를 들면 표준말의 '형님'이 방언 '성님'으로 'ㅎ'과 'ㅅ'사이에, '^36,36^라고 해도'의 어미가 '^36,36^락캐도'식으로 'ㅎ'과 'ㅋ'사이에 치환되는 경우다. 이 정도의 자음이 바뀌었다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어와 일본어 사이에도 한국 내의 방언가에 존재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규칙적인 변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한일 양국의 학자들이 약 280 년간 연구해 온 한일 양국어의 발음대응규칙에 따라 변환된 사례에서 보듯이 ㅅ, ㅈ, ㅊ 등 3가지 치음 사이에서 현대 한국어의 'ji(지)' 발음이 일본어의 'chi(치)' 발음으로 바뀌었다고 보면 히타치와 해돋이의 수수께끼는 간단히 풀린다.

 

즉 히타치는 해돋이라는 한국어와 정확히도 자음에서부터 모음에 이르기까지 1 대 1로 대응하는 '한국어의 일본 사투리'인 것이다. 이제 나머지 하나, 모음인 아(a)와 오(o)가 서로 다르다고 다른 나라 말이라고 한다면 사투리의 정의조차 모르는 국수주의자이거나 이보다 더욱 협소한 지방주의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말 사투리(saturi)는 지방의 고유언어, 즉 방언을 뜻하는데, 일본어에서 시골을 뜻하는 마을 '리'를 '사토'로 훈독한다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한국 현대어 '사투리'나 일본의 시골을 뜻하는 '사토'나 모두 '사토' '사투'라는 공통된 의미의 단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히타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정리를 하자면 결국 히타치는 해돋이의 일본어 사투리, 보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동경지방 사투리로, 이 한국말 '해돋이'의 일본식 사투리가 지금 세계 최대의 전기, 전자제품 메이커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여러분이 쓰고 있는 일본 전자제품 가운데 히타치 제품이 있다면 속으로 다시 한 번 되뇌어 보자. "너 우리말 해돋이의 일본 사투리라며.   혹시라도 여러분이 거래를 하거나 비즈니스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 가운데 히타치 계열의 회사가 있다면, 그리고 조금은 사적인 전자메일이나 텔렉스라도 보낼 수 있는 상대회사의 일본인 카운터파트가 있다면 지금 당장 텔렉스를 하나 기안해 보자.  

 

 "어떤 책을 통해 여러분의 회사명인 히타치가 한국말 해돋이의 일본 사투리라는 것을 알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그 때문에 전망이 어두워 보이던 중요한 계약 하나가 성사될지도 모르겠다. 혹시라도 성공을 거두게 되면 필자와 같이 골뱅이를 안주 삼아 우리나라 맥주 한잔씩이라도 하면 어떨까.   그러나 계약 하나의 성사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해돋이 전기사를 포함한 일본을 꿰뚫어 보게 될, 여러분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기 시작한 한일관계를 보는 전혀 새로운 '시각'이다.   (일본어를 한국어의 일본사투리로 직접 푸는 열쇠들)       ------------     (원포인트 어드바이스)   학계에서 진행되어 온 여러 가지 언어학적 차원의 연구결과를 여기에서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겠고, 일본 역사서 중 가장 오래된 기록중의 하나인 고사기에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정립된 한일 양국 학자들의 연구를 토대로 가장 단순한 몇 가지 규칙들만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한글^5,23^일본어 사투리 변환 규칙 (자음편)  

 (1) 대원칙으로 같은 말을 해도 일본어는 한글의 받침에 해당하는 것이 없어서 받침은 그 다음 모음(주로 아, 으)으로 넘어간다.   예) 한글의 '감사합니다'가 일본식 발음으로는 '가무사하무니다'로 발음된다. 햄버거 집 '맥도널드'는 '마그도나르도'다.  

 

(2) 한글의 ㅅ, ㅈ, ㅊ 등 처음은 대개 일본어에서 'ㅅ'으로 수렴되거나 바뀌는 경우가 많다.   예) 아침해 맥주의 한글 아침 ^25,135^ 아   ^25,135^ 아삼이 일본어에서 '아사'로 발음 됨.  

 

 (3) 한글의 ㄹ받침은 일본어에서 츠(tsu)로 바뀐다.   예) 한자어인 교실이 '교시츠'로 발음 됨.  

 (4) ㅂ, ㅍ, ㅁ 등의 순음(입술소리)도 서로 바뀌거나 소리가 엷어져 탈락된다.   예) 한자어인 막이 '바크'로 목이 '보크'로 모가 '보'등으로 발음 됨.   이외에도 그 규칙성에 대한 연구논문과 책은 필자의 서가를 하나 가득 메울 정도이지만 이 정도의 소개로 그치고, 필요할 때 인용하기로 하자.    

 

셋째 이야기: 용비어천가 속의 시미즈
    우주호텔을 건설 중인 샘물 건설   말이란 사회적으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일본어 속에서 한국어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단어 하나를 발견 해 낸다는 사실 또한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 아침해 맥주, 아침해 신문, 해돋이 전기에서 보듯이 전혀 이질적이고 껄끄럽던 언어와 대상이 다른 빛깔을 띠고 다가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한글, 그것도 현대어로 직접 풀어 낼 수 있는 현대 일본어를    5 년 동안 찾아서 수집했으며 지금도 그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필자에게 연락주시기 바란다.)  

 

기업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은 너무도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일반인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큰 것이 바로 '상표' 혹은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고 큰 기업일수록 태평양을 건너온 구미식 용어나 국적불명의 회사명이 아닌, 한국어의 동경 사투리를 회사명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의 이름은 '아침해'처럼 창업 당시부터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이거나 혹은 조상의 유업을 잘 이어가는 일본인 전통대로 가문의 이름을 딴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가문의 이름', 즉 '성'이라고 하는 것은 실은 1천년 이전에 한국에서 전래되어 조상 대대로 물려온 것이 아니던가. 한국어의 일본사투리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예를 들어 시미즈 건설이라는 회사를 보자. 1 년 매출액이 1조 4천 7백억엔(약 13조 2천억원, 96 년 기준)에 달하고 세계의 최첨단 건설공법을 보유하여 세계적인 대규모 건설프로젝트를 따내면서 세계적인 토목학회상이나 건설상을 휩쓸고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건설회사의 하나이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실적만 해도, 93 년에는 유명한 싱가포르 '니안 시티'를 준공했으며, 독자적으로 개발한 건물 자동시공시스템인 스마트 시스템은 94 년 미국의 노바상을 수상했다. 94 년 큐슈의 미야자키에 건설된 실내 해변리조트인 시가이어 호텔 오션 45, 95 년에 준공된 세계 최대의 매장 면적을 가진 상해의 제1야오한 백화점도 이 회사의 작품이다.

 

이 회사는 지난 88 년부터는 미국의 건축 설계회사인 벨 앤트로티 사와 우주개발에 대한 업무 제휴를 맺고, 이듬해인 89 년 우주 호텔 구상을 내놓아 세계의 건축계와 학계를 놀라게 했다. 다음 세기에 지어질 초고층 빌딩이나 지하를 달리는 자기부상열차 시스템의 시공 등 이 회사의 첨단건설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그런 시미즈 건설의 이름 역시 아침해, 해돋이에 이어 똑 떨어지는 한국말의 사투리다. 필자가 처음 일본어를 배울 때, "일본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한 사람들" 이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같은 한자 문화권이면서도 왜 '조일'이라고 써놓고 아사히라고 읽는지 '일립'이라 써놓고 '히타치'라고 읽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그러다가 그것이 '아침해'와  '해돋이'라는 한글의 동경 사투리라는 사실을 알고서야 비로소 의문이 풀렸던 것이다.   요즘도 일본사람들은 가타카나로 외래어를 표기해 놓고 그 위에 한자나 또는 자신들의 용어로 뜻을 병기해서 그냥 읽고 있다. 예컨대 요즘 전세계의 재계에 불고 있는 "대경쟁시대가 오고 있다"는 제목을 달아놓고 대경쟁시대 위에 가타카나로 영어인 메가 컴피티션이라고 표기하고 그대로 읽어버리는 식이다.

 

아침해도 해돋이와 마찬가지다. 한자가 전래된 덕분에 고유어를 한자라는 문자를 빌어 표기하면서도, 당시로서는 생소했을 중국발음, 즉 음으로 읽지 않고, 고유어인 아사히와 히타치로 읽은 것일 뿐이다. 그 덕분에 아침해와 해돋이라는 우리 한국어가 일본 속에서 살아남게 된 것이다.       ------------     용비어천가에 웬 시미즈(?)   시미즈도 마찬가지다. 일본사람들은 왜 '청수'라고 써놓고 '시미즈'라고 읽는지 참으로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중국발음이 '칭수이'니 일본식으로 변형이 되더라도 적어도 한국식 '청수'와 비슷한 '쳉수'나 '칭수'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었다. 이러한 의문도 '청수'라는 것은 다만 한자를 빌어 표기한 것일 뿐, 실은 고유어를 표기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서야 비로소 풀릴 수 있었다. '시미즈(shimizu)'는 바로 한글 '샘물(saemmul)'의 동경식 사투리였던 것이다.   앞 절에서 한번 본 바 있는 한글 일본어 변환 규칙에 따라 이것을 정리해 보자.


  (1) 우선 한글 샘물의 '새'는 아침해의 '해'가 '히'로 발음되듯, 복모음이 단모음으로 줄어들면서   로 변했다. 새 ^25,135^ 시. 고등학교 때 외운 용비어천가의 한 구절을 떠올려 보자.   '  미 기픈 물은.' 여기서의   미와 시미즈의 '시미'는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똑 떨어지는 같은 말이다.   미(saemi, 한글 15세기) ^25,135^ 시미(simi, 일). 따라서 일본식으로 용비어천가를 읽으면 '시미즈 깊은 물은.'이 될 것이다.  

 

(2) 다음으로 한글 '물'은 일본어 미즈가 되는데, 우선 한글의 받침 'ㄹ'이 일본에서는 'ㅊ'으로 바뀌는 말음 법칙이 적용된 다음, 'ㅊ'를 다시 치음간 변환에 의해 'ㅈ'으로 바뀌었다. 모음은 한글 '무'가 일본어에서 '미'로 변환되는 것이다. 물(mul,한) ^25,135^ 무츠(mutsu) ^25,135^ 무즈(muzu) ^25,135^ 미즈(mizu,일).   물론 무츠와 무즈는 존재하지 않는 용어이고 다만 한글과 일본어의 상관관계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상정한 중간형태일 뿐이다. 그러나 한일간 사투리 변환법칙 두 개만 적용하면 '시미즈'의 의문은 그대로 풀린다.

 

(1)과 (2)를 종합하면 한글의 '샘물'이 일본어 시미즈가 되는 것이다. 일본에 가서 일본말을 전혀 모르더라도 식당에서 그냥 '미즈'라고 하면서 손짓하면 물을 가져다 준다. 이것은 일본말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고대 조선어를 쓰는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타임슬립한 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당신은 고대 조선어를 발음했는데, 일본 사람들은 그 소리를 물로 알아듣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네럴 워터'를 달라는 말까지 '청수'(시미즈)라고 했다가는, '시미즈'라는 이름을 가진 우락부락한 점장이 나타날지 모르니 조심하도록. 미네럴 워터는 요즘 일본에서도 역시 미네럴 워터이다.       

 

  '샘물'이라는 이름의 명소들   다시 시미즈를 사명으로 쓰고 있는 시미즈 건설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이 대단한 일본의 대표적인 건설회사에 한국말 '샘물'의 동경 사투리인 '시미즈'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무려 2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04 년, 당시 일본 연호로는 문화원년이던 해에 시미즈 가스케라는 사람이 에도, 즉 지금의 동경 간다라는 곳에 자신의 성을 따서 '샘물' 건설을 창업한다. '간다'는 왕궁 근처에 여러 장이 섰던, 우리의 종로 거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가지렁이'라는 곳은 말 그대로 대장간과 목수 등이 있던 육전 거리의 하나였다.

 

이 샘물 건설사는 창업초기에는 에도성 서환건축공사에 동원되는 전통적인 목수집이었으나, 1859 년 창업자의 사위인 세이시치가 가업을 물려받아 개항 항구였던 요코하마로 진출하면서 운이 트이기 시작한다. 요코하마에서 당시로서는 서양식 건물 건축기술을 터득한 그는 10 년도 지나지 않은 1868 년 일본 최초의 호텔인 동긴자의 쓰키지 호텔을 준공한다. 1872 년에는 일본 최초의 은행 제1 호점인 제1국립은행을, 1907 년(명치 40 년)에는 일본 최초의 본격적인 철골구조건축물인 마루젠백화범 본점 건물이 이 샘물사에 의해 준공된다.  

 

일본이 패전한 이후로 최초로 일본인들의 자존심을 세워 준 1964 년 동경올림픽 때는 요요기 실내종합 경기장을 준공했으며 1973 년부터는 세계 각지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일본 국내에만 38개의 각종 부동산과 건설 관련회사를 보유한 종합 건설^36,36^부동산 그룹으로 성장해 있다.   이 샘물회사가 지난 1980 년 나라지방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도다이지의 대불 대수리를 맡아서 한 것은 역사적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 대불은 동양 최대급 청동불상으로, 바로 한반도의 기술자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만들어준 대표적인 첨단 수출 건축물이 있기 때문이다.  

 

'시미즈'라는 이름을 회사명으로 쓰고 있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기업은 시즈오카현의 시미즈 은행인데, 이 은행도 1881 년 설립되어 1백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지방은행 중 하나이다. 이 은행에 시미즈라는 이름이 붙게 된 유래도 재미있는 것이지만, 더 재미있는 이야기는 뒤에 나올 장들을 위해 여기서는 아껴두기로 하자.   동경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바로 옆에 붙어있는 유명한 요정 '시미즈' 간판도 눈여겨 보아둠직하다. 요정을 정치의 장으로 이용하는 일본의 정치인들에게 대단히 유명한 명소중의 하나로서, G7 등 많은 굵직한 회의들이 이곳을 2차 술자리로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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