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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기행

醉月 2011. 2. 9. 08:56

 

인간의 뇌는 소우주라 불릴 정도로 복잡하여 신비의 베일에 깊게 싸여 있다. 그러나 과거 20년 동안에 밝혀진 뇌에 관한 지식은 지난 200년 동안에 이루어진 지식을 훨씬 능가한다. 인간이 도전해야 하는 미래과학연구의 마지막 프론티어가 되고 있는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격언을 과학적 의미로 바꾸면 “너의 뇌를 알라”로 바꿀 수 있다. 뇌에 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최근까지 이런 일은 불가능했다. 또한 뇌에 관한 지식은 우리의 생활과는 관계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과거 20년 동안에 밝혀진 뇌에 관한 지식은 지난 200년 동안에 이루어진 지식을 훨씬 능가한다. 뇌 연구학자의 70%이상이 현재 생존하고 있을 정도로 뇌 연구는 최근에 들어와서 급속한 발전을 하는 신생학문이다. 인간이 도전 해야 하는 미래과학연구의 마지막 프론티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사고, 감정, 기억, 인식, 마음의 표현, 공부 등과 같은 친숙한 과정들이 뇌 없이는 결코 일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뇌는 인간 실체를 표현하는 유일한 기관이며 모든 창조물들은 뇌에 의해서만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다. 뇌는 창조물과 창조물, 인간과 인간에 따라 다르다. 뇌의 차이에 의해서 지능, 이성, 적성, 감성 등이 다르다. 즉 '나는 뇌이며 뇌가 나'인 것이다. 또한 '뇌가 공부하는 주체'이다.

 

 

 

 

20세기 최대의 천재인 아인슈타인은 '과학의 천재', '두정엽의 천재'라 불리고 있다. 입체 공간적 과학적 사고 기능을 하는 두정엽(마루엽)이 보통사람보다 15%이상 크고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3살 때 처음 말문을 연 아인슈타인이 우리나라에서 강제적 조기 교육을 받았다면 범재나 둔재로 전략하여 인생의 낙오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뇌 발달을 최적으로 시킬 수 있는 교육을 실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뇌를 알고 교육 시키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자라는 우리 아이들의 뇌는 한꺼번에 모든 부위가 같이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따라서 부위별로 발달하는 속도가 다르다. 아이들의 뇌는 아직도 뇌의 각 부위가 성숙되어 있지 않아 회로가 엉성하고 가늘게 연결되어 있다. 모든 뇌 부위가 다 성숙되어 회로가 치밀하게 잘 만들어진 어른의 뇌처럼 가르쳐 주기만 하면 어떤 내용이라도 모두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착각하여 아무 내용이나 무차별적으로 강제적으로 조기교육을 시키고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고등학생들이 보는 수학정석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인슈타인, 1879~1955

  

 

 

뇌의 신경 회로인 뉴런


가느다란 전선에 과도한 전류를 흘려 보내면 과부하 때문에 불이 일어나게 된다. 마찬가지로 신경세포 사이의 회로가 가늘게 연결되어 있는데도 과도한 조기 교육을 시키게 되면 과잉학습장애증후군과 같은 스트레스 증세가 나타나 뇌 발달에 큰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최근 연구를 통해 뇌 부위별 최적의 발달시기가 언제쯤인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뇌 발달시기에 맞는 '적기교육'을 시행하여야만 효율적인 학습이 이루어진다. 즉, 뇌 기반 교육(Brain Based Learning)을 시행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만연하고 있는 개인의 적성과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무모한 '선행교육', '강제교육'을 없애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대학입시 준비 교육을 하루 빨리 개선하는 것이 명실 공히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길이다.

 

 

 

인간의 뇌는 소우주라 불릴 정도로 복잡하여 신비의 베일에 깊게 쌓여있다. 미래에는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연구와 소우주인 뇌의 신비를 밝히는 연구가 과학 연구의 핵심을 이루리라 생각한다. 복잡한 뇌기능 연구를 위해서는 고전적으로 사용되던 의학, 생명과학 뿐만 아니라 심리학 등의 인문사회과학과 공학 등의 상호 연계 연구, 즉 융합 연구가 필수적이다.

 

 


최근 유전자를 연구하는 분자생물학과 공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개인 유전자의 전체 염기서열과 뇌기능 유전자와 뇌 질환 관련 유전자를 포함한 유전자 특성이 상당부분 알려졌다. 성격이나 행동, 질병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자기공명촬영기법(MRI)과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PET)의 발전으로 신비한 뇌 기능을 직접 볼 수 있는 뇌 영상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이야기하거나 감정표현을 하면서 자기 뇌의 활동을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예를 들어 우울증이 있을 때 신경전달물질계의 이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영상으로 확실히 알 수 있다면 자살을 상당 부분 막을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줄기세포를 다른 사람의 뇌에 이식하여 오랫동안 생존하면서 기능을 유지하게 하는 기술도 혁명적으로 진보하여 뇌질환 치료에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기억과 같은 뇌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도 개발되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도 현실에서 가능하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인간의 두뇌를 닮은 ‘인조 뇌’나 ‘신경컴퓨터’를 제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인조로봇은 제한적이나마 사고능력을 갖게 되어 복잡한 환경에 적응하여 어느 정도 자율적 행동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런 로봇이나 신경컴퓨터의 등장으로 우리 생활은 혁명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은 실제 주지사를 하고 있다. 만일 앞으로 인조인간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인간의 정체성 및 윤리에 크나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슬기롭게 대처해야 될 것이다.

 

미래 뇌 과학 연구를 더욱 촉진하기 위하여 미국은 ‘뇌연구 10년(Decade of Brain)’법안, EU에서는 ‘유럽 뇌 연구 10년’ 법안, G7 국가는 공동으로 인간 프론티어 과학 프로그램(Human Frontier Science Program)을 제정하였다. 일본 또한 뇌의 세기(Century of the Brain)를 선언하여 뇌과학 연구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는 향후 20년 동안 뇌 연구에 30조원(2조엔, 180억달러) 즉 매년 1조5천억 원이 넘는 연구비를 투자하는 놀랍고도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뇌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1998년도에 세계 최초의 구체적인 법인 ‘뇌연구촉진법’을 제정ㆍ공


주지사가 된 '터미네이터'

 

 

 

포하여 지난 10년간 뇌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였다. 또한 2008년부터 시작되는 ‘2단계 뇌 연구 촉진 계획’을 세우고 국가적인 뇌 연구원 설립계획을 세워 새로운 미래사회를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무한 경쟁 시대에서의 국가적 생존, 더 나아가 선진국 진입의 국가적 목표들을 달성하는데 뇌 과학 연구의 발전은 필수적이다. 뇌의 연구는 인류에게 남겨진 최후의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왜 그렇게 침을 질질 흘리는 거야?” 라는 표현은  자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아직 어린 아기,  혹은 먹이를 눈앞에 두고 다가올 즐거운 식사를 미리부터 단단히 채비하는 동물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면 침을 흘리기 마련이다.

 

 

 

침 흘리는 코모도 도마뱀


침 흘리는 모습이 인상적인(?) 동물로는 인도네시아 코모도섬에만 존재하는 코모도왕도마뱀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침을 질질 흘리며 먹이감을 노려보다 기회가 오면 먹이감을 물어버린다. 특이하게도 아주 심하게 물지는 않으므로 먹이감이 물린 상처로 급히 죽는 일은 흔치 않다. 코모도왕도마뱀에 물린 동물은 도마뱀의 꼬리에 맞은 충격이나 출혈이 심해서 죽는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도마뱀의 침 속에 들어있는 세균 때문에 죽는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먹이감을 발견한 코모도왕도마뱀은 먹이를 한 번 물고는 끈기 있게 이 동물이 쓰러질 때를 기다린다. 도마뱀으로부터 전해진 세균이 증식하면서 물린 동물은 서서히 쇠약해진다. 더 시간이 지나 이 동물이 세균 감염에 의해 쓰러지게 되면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던 코모도왕도마뱀은 쓰러진 먹이감을 처리하곤 한다.

 

 

 

 

왜 평소에는 침이 나오지 않다가 음식이 구강에 들어올 때는 물론이고 음식을 보기만 해도 침이 나오기 시작하는 걸까?

 

약 100년 전에 러시아의 파블로프(Ivan Petrovich Pavlov, 1849~1936)는 소화 과정에서 인체로부터 어떤 액체가 어떻게 분비되는지를 연구했다. 그는 음식이 입에 들어올 때는 물론이고, 개를 이용한 실험에서 주인이 발자국 소리나 종소리만 내는 경우에도 이미 음식을 받을 것을 기대한 개가 침을 흘리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침의 분비는 외부에서 발자국소리나 종소리와 같은 정보가 입력될 때 이 정보가 대뇌로 전달되면 대뇌의 기능에 의하여 침을 분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의 연구결과는 조건반사라는 개념을 낳았으며, 뇌신경계통과 소화계통이 연결되어 있음을 잘 보여 주었다. 그는 소화가 일어나는 생리작용에 대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19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개를 이용한 조건반사 실험을 한 파블로프(1849~1936)

  

 

 

구강에서 침을 분비하는 침샘은 세 종류가 있다. 귀밑샘(이하선, 耳下腺), 턱밑샘(악하선, 顎下腺), 혀밑샘(설하선, 舌下腺)이 그것이며, 모두 구강 양쪽에 쌍으로 존재한다. 귀밑샘은 이중에서 가장 크고 찾기 쉬운 장소에 있다. 맛깔스런 음식을 앞에 놓은 후 좌우의 뺨 안쪽부분을 혀로 더듬어 보면 침이 나오는 구멍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세 쌍의 침샘에서 분비되는 침의 양은 하루에 약 1리터나 된다. 침의 구성은 물이 약 99.4%를 차지하고, 그 외에 점액소(뮤신, mucin), 전해질, 노폐물, 완충제, 대사산물, 효소 등이 소량 포함되어 있다. 이 중에서 소화에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은 점액소와 효소다. 점액소는 소량의 당(탄수화물)이 단백질에 결합된 당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과 혼합되면 점액을 형성한다. 점액은 음식물을 감싸주어 침이 윤활작용을 하게 해 주며, 구강에 노출된 점막을 보호해 준다.

 

 

 

 


침은 음식물에 포함된 화학물질을 녹여서 혀 위에 돌출되어 있는 미뢰(맛봉오리)를 자극하고, 음식물을 점액으로 뒤덮게 해준다. 삼키기 쉽게 해 주는 것이다. 또한 침에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병원성 세균과 대항해 싸울 수 있는 면역글로불린A와 리소자임(lysozyme)이라는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어서 세균의 침입을 막아 준다. 그러므로 방사선 치료에 의해 침샘이 파괴되거나 스트레스 과다에 의해 침 분비가 감소되면 구강에 존재하는 세균이 증식하여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세 쌍의 침샘에서 분비하는 침의 성분은 약간씩 차이가 있다. 아밀라아제(amylase)는 귀밑샘에서 분비된다. 아말라제는 탄수화물 성분인 녹말(starch)을 분해하여 설탕, 젖당, 갈락토오스 등을 형성한다. 음식물에 포함된 녹말 중 침에 의해 소화되는 양은 50%가 채 못 된다. 미처 덜 분해된 녹말은 위를 거쳐 소장(작은창자)에 도달했을 때 이자(췌장)에서 분비된 아밀라아제에 의해 완전히 분해된다. 이 다음 소장벽을 통해 몸 속으로 흡수되는 것이다. 턱밑샘과 혀밑샘에는 아밀라아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대신 이들은 점액소를 분비하여 소화를 도와 준다. 식사를 하는 경우 세 침샘에서 분비되는 침의 양은 모두 증가한다. 이 중 턱밑샘에서 분비되는 침의 양이 70%에 이를 정도로 많다.

 

 

구강건조증(침 마르는 병)
구강건조증은 침 분비량이 1분당 0.1ml 이하인 경우를 가리킨다. 이것은 정상적인 분비량의 약 1/6에 불과한 것이다. 입이 마르는 이유는 침샘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화가 난 경우에 입이 마르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아드레날린(에피네프린이라고도 함)이라는 물질이 분비되어 심장박동수를 증가시킨다. 또한 혈관이 수축되어 혈압이 올라가며, 동공이 넓어지고, 침이 마르는 등의 신체변화도 일어난다.
이외에도 류머티스 관절염 혹은 쇼그렌증후군(Sjogren's syndrome)과 같은 면역 이상 질환이 있는 경우, 스트레스나 긴장이 쌓일 때,약물에 의한 부작용, 기타 여러 가지 질병에 동반되는 경우 등이 있다. 구강건조증을 방치하면 치과 질환이 생길수 있으므로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 입안을 깨끗이 할 수 있도록 양치질을 자주 하고, 침 분비가 잘 되도록 단단한 음식을 씹어 먹으면 도움이 된다.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 mumps)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는 소아과에 다니며 예방접종을 한다. 소아과에서는 엄마가 예방접종을 빠뜨리지 않고 잘 기억할 수 있도록 예방접종 계획표를 전해준다. 이 예방접종 항목중에 MMR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홍역(measles), 볼거리(mumps), 풍진(rubella)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볼거리는 과거에 유행성이하선염이라 하던 것이다. 문자 그대로 침샘의 하나인 이하선(귀밑샘)에 염증이 생긴 병이 유행하는 것을 가리킨다. 파라믹소군에 속하는 바이러스에 의해 전파된다.
일반적으로 5-9세의 어린이에게서 잘 발생하며, 사춘기가 지난 남성에게 발병하는 경우에는 고환에 감염되어 불임을 초래하기도 한다. 드물게 바이러스가 이자에 감염되는 경우 당뇨병이 생길 수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중추신경계를 침범하기도 한다.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므로 대증요법으로 치료한다. 다행히 일반적으로 잘 낫는 편이며, 한 번의 예방접종으로 평생 예방이 가능하다.


볼거리의 증상: 이하선(귀밑샘)이 부어있다.

 

 

 

 

힐만Maurice Ralph Hilleman


딸을 치료하면서 볼거리 백신을 개발한 힐만

(Maurice Ralph Hilleman, 1919~2005)


현재 예방접종에 이용되고 있는 볼거리 백신을 개발한 힐만은 미국의 바이러스학자로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백신을 개발한 사람이다. 그는 홍역, A형 간염, B형 간염 등 모두 30가지가 넘는 백신을 개발했다. 20세기에 탄생한 모든 사람을 통틀어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힐만의 귀여운 딸(Jeryl Lynn)의 인후에 통증이 생긴 것은 5세 때인 1963년 3월이었다. 딸의 부어 있는 침샘을 관찰한 힐만은 볼거리라는 진단을 내리고, 딸을 연구실로 데려갔다. 다음 날 남아메리카로 떠날 계획이었던 힐만은 늦은 밤에 딸을 치료했다. 약 한 달 후 여행에서 돌아온 힐만은 딸에게서 얻은 시료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했으며, 이를 이용하여 볼거리용 백신을 제조하는데 성공하였다. 그가 개발한 백신은 1967년에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승인을 얻어 널리 이용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당뇨병이었다. 내가 어릴 적부터 아버님께서는 아침마다 인슐린 주사를 맞으셨는데, 인슐린이 담긴 약병에는 ‘porcine insulin’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다. 당시만 해도 난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였기에 사전을 찾아 보았다. 아니 이럴 수가. ‘porcine’은 ‘돼지의’, ‘돼지 같은’이란 의미였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돼지의 인슐린을 맞고 있었던 거다.

 

 

 

삼겹살 덕분에 지금은 돼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됐지만, 그 시절 난 돼지에 대해 강한 편견을 갖고 있었기에, 잠깐 동안이었지만 아버지를 멀리하려 했던 기억이 난다. 유전공학의 발달로 사람 인슐린의 DNA 서열이 밝혀졌고, 그것과 동일한 서열을 갖는 인슐린을 만들어내게 되면서 돼지 인슐린을 맞는 일은 없어졌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돼지 인슐린을 사람에게 쓰는데 큰 부작용이 없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다. 대체 돼지는 사람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아버지들의 아버지>는 ‘최초의 인간’의 정체를 발견한 고생물학자가 살해당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여기에 의문을 품은 잡지사의 미녀기자가 전직 기자와 더불어 이 사건을 파헤치는데, 그들이 알아낸 실체적 진실은 ‘이브’가 돼지였다는 것. 즉 영장류와 돼지가 같은 구덩이에 빠졌다가 첫 인간을 낳았지만, 돼지가 인간의 조상이라는 걸 역겨워한 학계에서 돼지 부분을 지우고 그냥 ‘원숭이에서 진화되었다’고만 주장해 왔다는 게 이 소설의 요지다. 갑자기 진화론을 반대하시는 어떤 분의 말씀이 생각난다. “사람이 원숭이에서 진화된 거라는데, 동물원에 가보세요. 사람으로 되는 원숭이가 한 마리라도 있나.”  돼지와 원숭이를 같은 우리에 놓아 둔다면, 어쩌면 인간 비슷한 생물체가 한 마리쯤은 태어날지 모르겠다.

 

 

 

돼지와 사람의 밀접한 관계는 기생충에서도 확인된다. 모든 동물은 자신만의 고유한 회충을 갖는다. 사람은 사람 회충, 개는 개 회충, 고래는 고래 회충 이런 식이다. 그런데 사람이 고래 회충알을 먹으면 알이 부화되어 유충이 위를 물어뜯을지언정 사람 안에서는 절대 성충으로 자라지 않으며, 사람에서 성충이 되어 알을 낳는 건 오로지 사람 회충알 뿐이다. 돼지 회충은 예외일까? 이에 궁금증을 가진 일본의 형제 기생충학자가 있었다. 형은 사람 회충 50알을, 동생은 돼지 회충 50알을 각각 먹었는데, 형이 회충 감염으로 인한 각종 증상에 시달린 반면 동생은 시종 멀쩡했다. 이들은 이 실험을 근거로 “돼지 회충알은 사람에게 감염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에 버클리(Buckley JJC)란 사람이 돼지 회충의 유충을 빵에 싸서 돼지 두 마리와 나눠 먹기도 했다. 이때 돼지는 두 마리 다 돼지 회충에 걸린 반면 버클리 자신은 전혀 감염되지 않아 그 주장이 맞는다는 걸 재확인했다.

 

 

 

 

하지만 그와 반대되는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타가타(Takata I )라는 일본 학자가 돼지 회충의 알을 사람한테 먹여서 감염시키는 실험에 성공한 걸 필두로 비슷한 사례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앤더슨(Anderson TJC)은 DNA 서열을 근거로 북미지역의 회충 감염자 9명이 돼지 회충에 의한 것임을 입증한 바 있다. 또, 네이섬(Nejsum P)이라는 학자는 덴마크 학술지에 실린 논문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폈다.
“덴마크에서 회충에 걸린 사람은 죄다 회충 유행지에 다녀온 사람이었는데, 비보그 주(덴마크 지명)를 조사해 봤더니 지난번에 회충에 걸린 사람은 돼지에게서 감염이 옮아간 것이었다. 우리 같은 선진국서는 이렇게 돼지에서 사람으로 회충이 전파될 수 있으니 돼지똥과 접촉하는 걸 조심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들!”

 

 

 

과연 누구 말이 맞는 걸까? 여기에 대해 아직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기생충학계는 “회충의 유행지에서 돼지회충과 사람회충의 교차감염이 일어나고 있다”는 크롬턴(Crompton DW) 박사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고, 우리나라 역시 사람에서 나온 회충의 일부가 돼지회충이라는 게 밝혀진 바 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돼지를 두려워할 일만은 아니다. 중국의 펭(Peng W)이라는 학자는 돼지에게 사람회충의 알을 감염시켜 봤는데, 47마리의 돼지 중 단 한 마리에서만 감염이 이루어졌단다. 그는 이 실험을 토대로 “둘 사이에 교차감염이 일어난다 할지라도 매우 낮은 수준일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연구윤리기준의 강화로 인해 이제 돼지회충을 사람에게 먹이는 실험을 할 수는 없지만, 펭의 실험결과로 추측하건대 사람이 돼지회충에 걸리는 건 극히 드문 경우가 아닐까 싶다. 돼지회충알을 50개나 먹었던 일본 학자에서 아무런 증상이 없었던 이유도 거기 있으리라.


부화되고 있는 사람 회충의 알

 

 

 

다 자란 회충의 암컷. 길이 15~30cm


드물지만 교차감염이 일어나고, 형태학적으로 구별이 안 가는데다, DNA 서열도 아주 비슷한 돼지회충과 사람회충, 이 둘의 조상이 같다는 데 생각이 미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추론일 거다. 그렇다면 최초의 숙주는 무엇이었을까? 사람의 회충이 돼지로 간 것일까, 아니면 돼지회충이 사람으로 간 것일까? 사람들은 원래 나쁜 건 다 돼지 탓을 하기 마련, 클릭스(Kliks MM)란 학자가 이에 대해 명쾌하게 답했다.

 

“원래 돼지회충이 있었는데, 신석기인가 구석기시대인가 사람이 돼지를 기르게 되면서 돼지회충이 사람에게 전파된 거다. 멧돼지를 봐. 전부 돼지회충에 걸려 있잖아? 이건 돼지를 사육하기 전부터 돼지회충이 있었다는 얘기야.”

 

인간이 돼지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대략 9,000년 전이라고 한다. 실제로 25,000년 전 유적을 보면 사람들이 멧돼지를 사냥하러 다니는 벽화가 있으니, 그 이전에는 돼지를 기르지 않았던 게 확실해 보인다. 만일 멧돼지가 회충의 기원이 되는 숙주라면, 그래서 돼지를 기르면서 돼지회충이 사람에게 넘어온 것이라면 9천년 이전의 화석에선 회충알이 발견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클릭스에게는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프랑스의 브르고뉴란 곳에서 옛 동굴이 발굴되었는데, 거기서 사람회충의 알이 발견된 것. 벽화 몇 점이 남아 있는 그 동굴은 대략 3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었고, 돼지의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진실은 명백하다. 사람이 원래 회충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다 돼지를 키우게 됐다. 먹성이 좋은 그 돼지는 사람의 변을 먹었을 테고, 사람과 비슷한 환경을 가진 돼지의 장에서 회충 알이 부화되어 성충으로 자랐을 것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돼지회충과 사람회충은 각각 다른 종으로 독립한 것이었다. 돼지를 기르지 않았던 아프리카 누비아 유적의 미라에서도 회충알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돼지회충을 전파한 이가 인간이었음을 말해준다.


프랑스에서 발견된 3만년 전의 회충알

 

 

 

 

그래, 돼지와 사람이 밀접한 관계가 있고, 돼지에게 회충을 전파한 게 사람이라고 치자. 그게 뭐 어쨌다고? 이런 밀접한 관계 덕분에 돼지가 인간에게 장기를 이식할 가장 좋은 모델로 꼽힌다는 거다. 인공장기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실용화가 요원하고, 다른 사람의 장기는 언제나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지라, 현재 가장 실용성 있는 모델은 여러 모로 인간과 비슷한 돼지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돼지와 장기이식’으로 검색을 해보면 꽤 많은 기사가 뜨는데, 더 타임스 기사에 의하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돼지 장기가 인간에게 이식될 수 있단다. 꼭 돼지가 우리와 밀접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올지도 모를 그 시대를 대비해서라도 돼지에 대한 편견을 교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이 돼지야!”란 말이 욕으로 통용되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돼지의 심장을 가진 사람과는 사귀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러우니 말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들고 건강한 마음(뇌)에 건강한 신체가 유지된다는 말은 변하지 않는 진리다. 마음(뇌)과 신체의 연결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다. 정신적 위기 상황에서 여러 가지 신체적 질병이 생기며 신체적 질병에 걸렸을 때 정신적 위기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발생될 수 있다. 신체적 질병에 걸렸을 때 극복하고자 하는 정신력이나 신념·의지를 강화하면 암과 같은 불치의 병에서 기적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노화 과정을 늦출 수 도 있다.

 

 

 

최근 뇌가 면역계를 포함한 모든 신체의 기능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에 뇌가 건강해야 면역력이 증가하여 만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 결과 “신경정신면역학”이 태동하여 크게 발전하고 있으며 앞으로 뇌기능 조절을 통한 질병치료가 어느 정도 가능해지리라 예측되고 있다. 인간의 가장 큰 소망은 건강하게 장수하는 일일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 성장하고 종국에는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진시황은 영원히 늙지 않게 하는 불로초를 찾으려고 이 세상 곳곳을 뒤졌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과연 불로초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일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불로초는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으며 바로 우리 뇌에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정신과 신체 장기는 뇌에 의해 기능이 조절되고 있다. 따라서 뇌의 노화는 뇌의 조절 통제 기능을 약화시켜 우리를 늙게 만든다는 사실이 최근 보고 되고 있다. 뇌를 건강하게 잘 유지 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다. 쉽게 암으로 변할 수 있는 세포(암화세포)들은 우리 몸에 계속 생겨나지만 정상 면역계가 작용하여 제거하기 때문에 암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정신적 요인이나 스트레스가 우리 뇌에 작용하여 면역계를 억제시키면 이런 암화세포들이 파괴되지 않고 계속 성장하여 암을 형성하게 된다.


건강한 뉴런 <출처: NIM>

뇌의 신경세포(뉴런) <출처: LLNL>

 

 

 

실제 닥쳐온 위기나 질병을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이나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면역기능이 높다고 보고되어 있다. 반대로 자신감이 없거나 부정적인 사람은 면역 작용을 하는 백혈구인 임파구와 세균을 잡아먹는 거식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그리하여 여러 가지 질병에 잘 걸리고 질병 진행 속도가 더 빨라져 일찍 죽는다는 보고가 많다. 미국의 학자인 마루카 박사는 839명의 환자를 30년 간에 걸쳐 추적 조사했다. 이 결과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견해가 심리적·신체적 기능 특히 면역 기능을 크게 저하시켜 사망률을 증가 시킬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면역 기능 외에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견해가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사람은 닥쳐오는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불행을 경험하는 기회가 많다. 불행한 일은 수명을 단축시킨다. 두 번째, 비관적인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약물치료에 대한 지시나 금연, 금주 등의 예방법을 지키지 않는다. 세 번째, 비관적인 사람은 낙관적인 사람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 우울증은 자살률은 물론 사망률도 증가시킨다. 따라서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경향은 일찍 발견하여 교정해야 한다. 매사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일을 추진하는 것이 건강을 좋게 할 뿐만 아니라 일의 효율도 높일 수 있다.

 

 

 

 

여기서 낙관적 사고라는 것은 단순히 비관적이고 부정적 사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긍정적, 낙관적 사고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일에 대해서 가장 낙관적인 생각과 가장 비관적인 생각의 양극단을 떠올려 보라. 그 중 가장 낙관적인 생각을 선택해 보는 노력을 해 보는 것이 좋다. “힘들다”, “안 된다”,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시냅스 회로에서의 신경전달 기능을 떨어뜨려 뇌 활성을 전반적으로 억제시킨다. “할 수 있다” “된다”는 생각은 시냅스 회로에서의 신경전달 기능을 증가시켜 일의 성취도를 높여준다. 명랑하고 밝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우울하고 어두운 감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비해 병에 덜 걸리고 장수할 뿐만 아니라 정신 기능을 크게 증가 시킨다. 즉, 감정은 정신의 사소한 부산물이 아니라 정신과 더불어 건강과 장수를 조절할 수 있는 중요한 양대 축이다.

 

 

 

 

이성과 정신은 뇌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대뇌 신피질에서 나온다. 감정이나 본능은 신피질 아래쪽에 있는 오래된 고피질인 변연피질에서 나온다. 이성의 뇌와, 감정과 본능의 뇌는 수많은 회로로 연결되어 있어 상호 쌍방통행으로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성의 뇌는 감정과 본능의 뇌를 적절히 조절하고 있기 때문에 이성이 감정폭발을 잘 제어한다. 또한 즐거운 감정일 때가 우울할 때보다 복잡한 문제 해결과 같은 지적 능력이 더 우수하며 더 건강하고 장수한다.  명랑할 때는 우울할 때보다 시냅스 회로에서의 정보를 전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전도가 더 원활하기 때문에 학습효과가 더욱 높아지고 면역기능이 높아져서 건강하게 된다. 따라서 교육을 할 때도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즐거운 자율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어린 학생들의 건강을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다.

 

 

 

 

우리 뇌에는 수천 억 개에 달하는 신경세포(뉴런)가 있으며 한 개의 신경 세포는 다른 신경 세포와 약 1천~10만개의 시냅스(회로)로 연결되어 있다. 즉 인간의 뇌에는 백 조에서 1경 개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수의 신경회로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20세가 넘으면 매일 5만 ~ 10만개 정도의 신경 세포가 죽어간다. 그 만큼 정보가 전달되는 신경 회로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매일 이렇게 신경세포가 죽는다 하더라도 이변이 없는 한 평생 동안 사멸하는 신경세포는 10% 미만이다. 남아 있는 신경세포를 잘 이용하면 뇌 기능을 유지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다른 신체 장기에 없는 ‘가소성’이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뇌에 있는 신경회로는 항상 고정된 숫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자극을 주면 정보가 통하는 길인 시냅스 회로가 새로 만들어지고 두꺼워져 정보유통이 원활해진다. 안 쓰고 내버려 두면 이 회로는 사라지게 된다. 좁은 길이라고 쓰지 않고 내버려 두면 황폐해져 없어지게 되지만 매일 다니면 더 넓어지고 다니기 편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즉, 신경세포도 근육처럼 커진다.


뇌의 시냅스의 상상도 <출처: NIH>

 

 

 

생활 속에 매일 접하는 새로운 자극과 어려움을 극복해서 보다 나은 상황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은 뇌 신경세포에 적절하고도 신선한 자극이 된다. 수많은 창조적인 시냅스 회로를 만들어 주고 활성화 시켜주는 것이다. 이렇게 활짝 열린 회로는 뇌 기능을 활성화시켜 생활에 보다 나은 활력을 불어 넣어 준다. 삶을 새롭고 창조적으로 변화시켜 준다. 특히, 삶의 목표와 열정은 우리 뇌에 가장 좋은 자극을 준다. 목표와 열정은 우리를 늙지 않게 한다.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삶의 목표와 열정이 사라질 때 뇌의 노화가 빨리 일어나 진짜 노인이 되는 것이다. 또한 책을 읽고 글쓰기와 생각하기를 즐겨 하는 것과 같은 적절한 지적 자극은 앞서 설명한 가소성에 의해서 우리 뇌 회로를 치밀하고 두껍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가 이러한 가소성을 잘 이용한다면 사람들은 더욱 건강하고 장수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위대한 철학자 칸트는 “손가락은 대뇌의 파견 기관”이라고 말했다. 이는 살아가는데 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인간은 약 500만 년 전 두 발로 걷게 되면서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수없이 많은 일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인간의 뇌는 발달하게 되었고 찬란한 문명을 창조하게 되었다. 정교한 손놀림이 인류의 두뇌 발달의 원동력이 되었다.

 

대뇌에는 중심구라고 하는 도랑이 있고 도랑의 앞쪽에는 전두엽, 뒤쪽에는 두정엽이 있다. 이 도랑에서 전두엽 쪽으로는 운동과 관계 있는 “운동 중추”가 있고 두정엽 쪽으로는 통각, 촉각, 온도감각 등의 피부감각과 관계 있는 “감각 중추”가 있다. 이 운동과 감각 중추에 신체 각 부위를 지배하는 뇌 부위를 표시해보면 좌우대칭의 물구나무를 선 사람의 모양이 된다. 그 가운데서도 손을 지배하는 영역은 상당히 넓다. 전체의 약 30%가 손을 움직이고 감각하는데 관여한다. 다음으로 혀를 지배하는 부위가 크다. 지배하는 면적 크기에 따라 사람을 그려보면 손과 혀가 큰 기형적인 사람이 된다. 이런 기형적인 작은 사람을 “호문쿨루스(homunculus)"라고 부른다. 손은 신체의 극히 작은 부분인데 손의 운동과 감각 부분이 가장 넓은 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손이 뇌의 기능을 가장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즉, 손이 인류 문명 창조의 일등 공신의 역할을 한 것이다. 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고 생활한다는 상상을 해 보라. 손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뇌에서 인체 각 부위를 담당한 지도


‘더 핸드’란 책을 쓴 캘리포니아 의대의 프랭크 윌슨(Frank R. Wilson) 교수는 “진정한 지식은 순수한 사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외부 세계의 적극적인 조작, 즉 행동과 감성의 결합에 의해 만들어 진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손으로 자꾸 만지고 머리를 써서 조작하는 기회가 많아지도록 교육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꼭두각시 연출가, 마술사, 암벽 등반가, 외과 의사, 보석가공사, 기타 연주자 등 예술가의 손은 감성 그 자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손은 뇌의 계획과 프로그램에 따라 단순히 수동적으로만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집어 들고, 만져보고, 찌르고, 쥐어 짜고, 구별하고, 밀치면서 터득한 손의 감각이 뇌의 정교한 신경망을 창조해 낸 것이다. 눈과 귀도 많은 양의 감각을 뇌로 전달하지만 수동적일 뿐이다. 5개의 손가락이 서로 협력해 움직이는 미묘한 동작은 수학자들조차 도저히 해석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복잡하다.

 

 

 

 

손으로 어떤 것을 가리키면서 언어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화났을 때 탁자를 치는 것은 지금도 가장 빠른 의사 소통 수단이다. 사람에게는 이런 몸동작이 출생 14개월 뒤 나타나지만 침팬지에게는 없다. 정치인들의 손동작도 훌륭한 언변 이상의 효과를 낸다. 게다가 이런 제스처는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구실도 해준다. 최근 손동작이 기억해 내기 힘든 단어를 상기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손짓은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시각 언어가 아니라, 어휘 기억장치의 문을 여는 열쇠라는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다른 연구에서도 손과 뇌의 연관성이 확인되었다. 손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대기를 꼭 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단어를 찾도록 하는 퀴즈를 내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을 때보다 정답을 덜 맞추거나 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또한 여섯 달 동안 피아노 레슨을 받은 어린이들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그림 조각 맞추기 능력이 34% 향상 되는 것도 알려졌다. 뇌의 일부가 중풍 등으로 마비된 환자도 손·발 등을 자극하거나 운동시키는 물리요법을 실시하면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중요한 손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많은 부분을 뇌로 전달해 준다. 단순히 손을 움직이는 것보다, 머리로 생각하면서 정교하게 움직이면 더 많은 뇌 부위가 활성화되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혓바닥 못 집어 넣겠니?” 뭔가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 동생이 “메~롱”라며 놀린다거나 어딘가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계속 재잘거리는 경우 이런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는 입 속에 들어 있어서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기관이지만 아주 다양한 기능을 한다.

 

 

 

혀는 부피에 비하여 많은 근육을 가지고 있다. 혀에 분포하는 근육은 혀 속에 들어있는 근육(내인근 또는 고유근이라 함)과 목구멍쪽으로 연결되어 있는 근육(외인근 또는 외래설근이라 함)으로 나눌 수 있다. 외인근의 경우 혀를 쭉 내뻗었을 때 눈으로 볼 수 있다. 뭉툭해 보이는 코끼리 코가 나무젓가락을 집는 장면은 신기하다. 이렇게 코끼리 코가 섬세한 동작을 할 수 있는 것은 코 안에 근육의 수가 많고 기능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혀 안의 근육도 마찬가지다. 혀 근육은 입 안에 들어온 음식물에 대해 압박, 마찰, 비틀기 등을 행할 수 있다. 기계적으로 음식물을 조각내고 음식물을 씹고 삼키는 것을 도와준다. 물론 쑥 내밀어서 다른 사람을 놀릴 때도 쓸 수 있다.

 

 

 

 

혀의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맛을 보는 것이다. “이 음식점은 생선 구이가 아주 일품이야!”라는 말은 단지 음식의 순수한 맛 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온도가 적절한지, 혀에 닿는 느낌이 좋은지도 함께 평가하는 것이다. 즉 혀는 맛을 보는 동시에 온도와 촉각을 함께 느낀다. 그리고 이를 음식에 대한 평가에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맛을 보는 것은 혀다”라는 말은 완전히 옳다고 할 수는 없다. 혀로 맛을 구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단지 혀 만으로 맛을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코에 이상이 생기면 맛을 구별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감기에 걸렸을 때 음식 맛이 잘 안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런 이치다. 또한 눈도 맛을 구별하는데 도움을 준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바로 시각과 맛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말이다. 일반적인 오렌지 주스는 오렌지 농축액으로 만든다. 이 오렌지 농축액이라는 것은 오렌지를 푹 삶아서 부피를 줄인 것이다. 보관이나 운송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농축 과정에서 오렌지 고유의 맛과 향을 많이 잃게 된다. 그래서 농축액으로 다시 오렌지 주스를 만들 때는 물을 넣어 부피를 늘릴 뿐만 아니라 오렌지 향을 타서 맛도 보충한다. 냄새가 맛을 구별하는데 도움을 주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USDA

 

 

 

 

맛의 종류에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등 네 가지가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한 답이 못 된다. 매운 맛을 더해야 완전한 답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은 생물시간에 수업을 제대로 안 받은 분이다. 매운 맛은 ‘맛’이 아니다. 고추의 매운 맛은 고추에 들어 있는 캅사이신(capsicin)이라는 물질이 혀에 통증을 가하는데, 이를 맵다고 느낄 뿐이다.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를 미맹이라 한다. 이는 PTC(phenylthiocarbamide)라는 물질을 이용하여 검사할 수 있다. 정상인들은 PTC의 맛이 쓰다고 느끼지만 미맹인 경우에는 아무 맛도 못 느끼거나 쓴맛이 아닌 다른 맛으로 느낀다.

 

 

 

 

흔히 알려진 네 가지 맛 외에 다섯 번째 맛으로 감칠맛이 있다.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더 먹고싶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이 바로 이 감칠맛이다. 감칠맛은 1908년 이케다 기쿠나에라는 일본 화학자가 발견하여 우마미(일본어로 맛이 좋은 느낌)라 이름 붙였다. 일본의 아지노모토(味の素, 맛의 본질이라는 뜻) 회사는 1909년에 감칠맛을 일으키는 물질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 그리고 이 물질을 각종 조미료 제조에 이용하여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감칠맛을 일으키는 물질은 성분을 분석한 결과 아미노산의 하나인 글루탐산에 나트륨(Na)이 한 개 붙은 글루탐산나트륨(monosodium glutamate)임이 알려졌다. 이 물질은 오늘날 MSG라는 약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MSG는 오늘날에도 식품첨가물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수많은 음식에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1960년대 이후 MSG가 사람에게 유해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약 30년에 걸친 논쟁이 있은 후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최종적으로 안전하다는 판정을 내렸다(이것이 대규모 식품 회사들의 로비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확인하기는 어렵고, 실제로 MSG를 과량 복용하면 몸에 해롭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것이 오늘날 전세계에서 맛을 내기 위해 수많은 음식에 MSG를 첨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미료가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면 다 먹은 후에도 계속해서 입안에 군침이 도는 느낌이나 물을 더 마시고 싶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이것도 조미료에 들어 있는 MSG에 의한 것이다.

 

일찍부터 일본에서는 감칠맛이 제5의 맛이라 주장했지만 감칠맛이 다른 맛과 구별되는 새로운 맛이라는 증거가 발견된 것은 1997년의 일이다. 로퍼(Stephen D. Roper)와 차우다리(Nirupa Chaudhari) 부부가 실험용 생쥐의 맛봉오리에서 MSG를 구별할 수 있는 기능을 지닌 새로운 종류의 세포를 찾아낸 것이다. 이로써 MSG는 이미 알려져 있는 네 가지 맛과 다른 방식으로 감칠맛을 느끼게 해 준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최초의 MSG조미료. 아지노모토

 

 

 

 

흔히 “혀를 굴린다”는 표현을 쓸 때는 외국어 발음 중 한글에는 없는 부드러운 발음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혀는 뒤쪽이 목구멍 쪽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실제로 굴릴 수는 없다. 단, 혀의 근육에 문제가 있으면 혀를 움직이는 일이 어려워질 수는 있다. 혀의 근육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혀를 앞뒤 또는 좌우 방향으로 둥글게 말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혀의 기능에 큰 문제가 없다면 치료할 필요는 없다. 혀가 짧아서 “ㄹ” 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여 “곤로”를 “곤노”라 하거나 “바람풍”을 “바담풍”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경우는 어느 언어를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들보다 정확히 발음하기 어려울 것이다. 외국어 발음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혀를 잘 굴린다’ 하더라도 할 말이 없으면 말을 할 수 없다. 말의 발음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입안에 발생한 백색판증 NIH

 

 

 

 

혀에 암세포가 자라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혀에서 암세포가 자라기 시작하면 그 부위가 정상적인 기능을 못하게 된다. 암은 근본적으로 암 세포를 잘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의 하나이다. 만일 혀를 자른다고 하면 끔찍하다는 생각이 안 들 수 없을 것이다. 다행이 혀에 생기는 이상은 비교적 눈에 잘 띄므로 다른 암과 비교할 때 조기진단이 용이하다. 일반적인 혀암(설암)의 특징을 소개하니, 혀를 평소에 잘 살펴보시기를 부탁한다.

 

1. 초기의 모양
단단한 흰색이 혀에 나타나거나 표면이 갈라지는 궤양이 나타난다. 치료하지 않고 그냥 두면 잇몸으로 번져 나간다.

 

2. 발생빈도
입안에 생기는 암중에서 가장 흔하다. 나라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매년 10만명당 5-10명에게서 발생한다. 여자보다 남자에게 잘 생기고, 40대 이하에서는 드물다.

 

3. 원인
어떤 종류든 담배를 피는 경우, 알코올 섭취량이 많을수록 잘 생긴다. 인체 유두종 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도 혀암의 유발인자이고, 리보플라빈(riboflavin)이나 철 등이 결핍되는 것도 발암원인으로 거론된다. 백색판증(leukoplakia, 백반증)과 적색판증(erythroplakia, 홍반증)은 암이 되기 직전의 상태이므로 얼른 치료하지 않으면 암으로 발전한다.

 

4. 증상
초기에는 아무 증상도 없을 수 있다. 혀가 암세포 덩어리에 닿는 느낌으로 초기에 암세포를감지할 수 있고, 암세포조직에 궤양이 생기면(갈라지면) 통증과 출혈이 있을 수 있다.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혀 근육 조절이 어려워지고, 통증이 심해지고, 숨쉬기 힘들어지고, 음식을 먹고 말하는데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5. 진단
혀에 생긴 이상 조직을 떼어 내어 현미경으로 암세포를 찾아낸다.

 

6. 치료
수술, 항암제, 방사선 치료 등을 실시한다. 혀를 잘라내야만 하는 경우 인공적으로 혀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언어장애가 발생하면 언어치료를 병행한다.

 

7. 주의사항
혀에 생긴 암세포를 일찍 발견하면 80% 이상의 경우에 완치 가능하다. 혀 표면에 흰색 또는빨간색으로 세포 덩어리가 보이고, 표면 위로 자라기 시작하면 즉시 전문의와 상담을 한다.

 

 

 

 

인체의 기본단위는 세포다. 세포가 모이면 조직이 되고, 조직이 모여 장기가 되며, 장기가 모여 특수한 기능을 담당하는 계통(system, 소화계통, 순환계통, 호흡계통 등)을 이룬다. 세포는 종류에 따라 모양과 기능이 다르지만, 수십 회 정도 분열을 한 후에는 사라지는 것이 정상이다. 사라져야 할 세포가 사라지지 않고 성장(분열)을 계속하면 몸에 필요치 않은 세포가 덩어리를 이루어 자라나게 된다. 이를 종양(tumor)이라 한다. 종양은 치료하기 어렵고 예후가 나쁜 악성(malignant)과 비교적 치료가 용이하여 예후가 좋은 양성(benign)으로 구분하며, 암은 일반적으로 악성종양을 가리킨다. 과거에는 적당한 암 치료법이 없었으므로 “암”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일단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질 만큼 무서운 질병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암의 종류에 따라 항암제를 투여하거나 수술, 방사선, 호르몬 등을 이용하여 치료할 수 있다. 물론 췌장암 같은 몇 종류의 암은 불치의 병으로 간주되긴 한다. 암은 늦게 발견하면 치료가 어려우므로 예방과 조기진단이 가장 중요한 병이라 할 수 있다.

 

 

활짝 웃는 사람의 이가 아주 하얀 색으로 잘 정돈되어 있다면 타인에게 좋은 첫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이로 침이 질질 흘리면서 잡아먹으려는 듯한 기분나쁜 얼굴을 하고 웃는다면 혐오감이나 공포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동물원 우리 속의 동물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육식을 하기가 곤란해지므로 식습관을 바꾸게 하는 곳, 그곳이 바로 이다. 아무리 덩치큰 공룡이라 해도 채식동물이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무서울 게 없다. 그러나 육식을 하는 공룡이 쥬라기공원 영화에서 사람을 노리는 모습은 머리에 떠올리기만 해도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덩치가 작다 해도 육식공룡은 작은 동물은 물론 자신보다 더 큰 다른 공룡을 잡아먹기도 했다. (국립서울과학관 2층에 육식공룡이 채식공룡을 해치는 모형이 있다) 동물이 육식을 하려면 일단 이부터 튼튼하고 봐야 한다. 호랑이든, 악어든, 피라니아 물고기든 이만 튼튼하면 혹시 먹지는 못하더라도 인간의 몸을 언제라도 상하게 할 수 있으니 무섭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통증은 다 참더라도 치통은 못 참는다”라 하여 이가 건강해야 함을 강조하는 이야기도 있고, 궁여지책을 가리키기 위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는 말을 쓰기도 한다. “소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서는 입으로 들어온 음식이 일단 잘게 쪼개져야 하며, 이 때 제일 먼저 이가 나서야 일이 진행된다.

 

 

 

 

젖니가 빠지고 간니가 나고 있는 어린이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 어린이와 어른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장아장 걷는 모습과 세상 근심을 잊게 하는 활짝 핀 웃음으로 어른을 즐겁게 하는 어린이들은 엄마젖을 열심히 빠는 시기에 아래 중앙에 이 두 개가 난 것을 시작으로 상하좌우에 모두 5개씩 20개의 이를 가진다. 이를 젖니(유치)라 한다. 젖니는 유치원을 다니는중에 빠지기 시작하고 새로운 이가 나기 시작한다. 젖니가 빠진 후 새로 나는 이를 간니(영구치)라 하며, 젖니는 초등학교 상급생이 될 때쯤 모두 빠진다. 해외토픽이나 믿거나 말거나 등에서 간니마저 모두 빠져 버린 노인에게서 새로운 이가 났다는 이야기가 보도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로또 1등 당첨과는 비교가 안되게 희귀한 일이며, 간니는 더 이상 새로 나지 않으므로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상하와 좌우의 이는 아주 유사한 모양을 하고 있다. 어른의 경우 앞 중앙에서 안쪽으로 앞니 2개, 송곳니 1개, 작은 어금니 2개, 큰 어금니 2-3개가 자리잡고 있으므로 곱하기 4를 하면 모두 28-32개의 이를 가지고 있다. 즉 정상적인 성인의 이의 개수는 28-32개가 된다. 큰 어금니중 가장 안쪽에 위치한 이는 사랑을 느끼는 청소년 시기에 맨 마지막으로 이가 나온다는 뜻에서 사랑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사랑니는 사람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경우부터 심한 통증을 느껴 치과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해결 가능한 경우까지 있지만 사랑니가 나지 않는 경우도 비정상이라 할 수 없다. 반드시 정상적으로 사랑니가 나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정상적인 이의 개수는 28-32개가 된다.

 

 

 

 

이가 아파 고생을 해 보신 분은 건강한 이를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계실 것이다. 이가 튼튼한 것을 다섯 가지 복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원래 오복이란 고대중국에서 발행된 <상서(尙書)>에 오래 살고, 부유하며, 편안하고, 훌륭한 덕을 닦고, 제 명에 죽는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어느 결엔가 건강한 이가 오복의 하나로 꼽히게 됐고, 수백년간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우리 몸을 이루는 한 가지 구성 요소에 불과하지만, 현대화 과정에서 대학교에 의학이라는 학문과 별도로 치의학이라는 학문이 독립된 단과대학의 역할을 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과목도 구강외과, 치주과, 보존과, 보철과, 교정과, 소아치과 등으로 세분화되어 이에 생긴 문제점을 어떻게 하면 가장 깔끔하게 치료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계속 연구하는 중이다. “다른 통증은 다 참을 수 있지만 이 아픈 건 정말 못 참는다”거나 “이는 자연치료가 되지 않으니 치과에 일찍 가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잘 하는 짓이다”라는 속설이 있다. 이가 아프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심한 경우 인상이 찌그러져서 타인들과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으니 건강한 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이의 구조는 겉으로 보이는 부분과 잇몸에 박혀 있는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을 치아머리(crown, 치아관), 잇몸에 박힌 부분을 치아뿌리(root)라 하며, 그 경계부위를 치아목(neck, 치경)이라 한다. 치아머리는 사람의 몸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인 사기질(enamel)로 덮여 있다. 사기질의 주성분은 인산칼슘이며, 약해 지면 치아가 부서지기 쉬워진다. 따라서 아동기에는 칼슘인산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치아건강에 도움이 된다.


치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상아질(dentin)이다. 상아질은 뼈와 강도가 비슷하지만 세포가 들어 있지 않은 것이 뼈와의 차이점이다. 상아질 안쪽, 즉 치아의 중간에는 치아속질공간(pulp cavity)이 위치해 있다. 치아뿌리관을 통해 치아로 들어온 혈관과 신경이 분포하는 곳이 바로 치아속질공간이다. 이가 심하게 손상되어 치아속질공간이 외부로 노출되면 피가 나거나 통증(아프기도 하지만 아주 기분 나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치아뿌리는 치아주위조직(periodontal ligament)에 의해 뼈에 고정되어 있다. 치아뿌리의 상아질은 시멘트질(cementum)에 의해 표면이 덮여 있다. 시멘트질은 상아질을 보호하고, 치아주위조직의 부착기능을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시멘트질의 구조는 뼈와 비슷하지만 뼈보다는 연한 편이고, 손상되면 원상복구가 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양치질에 3.3.3 법칙이 있다는 것은 유치원생들도 다 아는 이야기다. 하루에 세 번씩, 식사 후 3분 이내에 3분간 이를 닦음으로써 이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왜 닦아야 할까? 이를 닦으면 진짜로 이가 건강해지는지 과학적 증거를 대라면 대답하기가 힘들어진다.

 

“과학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려면 “보편타당성”을 지녀야 하는데 이를 닦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간에 모든 인자를 똑같이 해 놓고 관찰 또는 실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이를 닦는 것이 이를 더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은 목욕을 하지 않는 경우가 목욕을 잘 하는 경우보다 피부병이 잘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또한 음식을 섭취한 후 양치질을 하지 않은 상태로 이에 고추가루를 달고 다닌다면 사회생활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고, 입 안의 기분상태도 상쾌하지 못하므로 이닦기가 습관화한 분들은 이를 안 닦고 버티는 것이 더 힘들 것이다. 식사 후에 이 사이에 찌끄러기가 남아 있으면 입에 존재하는 세균과 만나 치태(plaque)를 형성하게 된다. 치태는 부드럽고 비석회화성 세포침착물로서 치아 표면에 형성되는 막을 가리킨다. 치태는 치아우식증(흔히 충치라 함)과 치주질환을 야기시키는 중요한 인자로 작용한다. 치태는 곧 치석으로 발전한다. 치석이 형성되는 기전은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고 있으나 치석이 치과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평소에 양치질을 잘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시로 스케일링을 실시하여 이를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치과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험프리 데이비(Sir Humphry Davy, 1778-1829)


 

현대인과 원시인중 누구의 이가 튼튼할까? 원시시대에는 오늘날과 같은 치과지식이 없어서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을 테니 전반적으로 보면 현대인의 이가 더 튼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질병유무를 이용하여 이의 튼튼함을 판정하는 것이 아니고 이 자체가 감당할 수 있는 힘으로 판정하자면 현대인의 이는 원시인보다 훨씬 약하다. 즉 이는 진화된 것이 아니라 퇴보하였다.


이가 약해진 가장 큰 이유는 식생활 습관의 변화 때문이다. 굽거나 요리한 고기를 먹는 것은 생고기를 먹는 것보다 씹는데 힘이 덜 든다. 그러므로 이에 힘을 줄 필요가 줄어 든다. 수천년 수만년에 걸친 인간의 식생활 변화는 가능하면 이에 힘을 덜 주는 방법으로 발전해 왔다. 이제는 바게뜨 빵도 질기다고 치즈 케익을 먹을 정도가 되었으니 “씹지 않아도 살살 녹는다”는 이야기는 “음식이 맛있다”는 의미와 함께 “내 이는 계속 퇴화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 되어 버렸다. 현대인의 이가 약해지면서 얼굴 생김새도 달라져 턱 부위는 날이 갈수록 작아져가고 있다. 이는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그러므로 오징어 다리를 씹어서라도 이를 튼튼히 유지하는 것이 만약을 대비하기에 좋을 것이다. 웬만하면 삼키지 말고 씹어서 넘기는 것이 이를 튼튼히 유지하기에도 좋고, 위에도 부담이 적게 가니 길게 보기에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이란 무엇인가?”
참으로 많이 들어온 말이기는 하지만 막상 직접적인 질문을 받고 보면 뚜렷하게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이다. 최근에 멕시코에서 발생한 신종 플루가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스(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 SARS)와 조류독감의 유행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바 있는 인류는 신종 플루의 유행도 조만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신종 플루는 무차별적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공포의 대상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치사율이 10% 이하이므로 조류독감과 비교하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질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오래 전부터 인류에게 알려져 있는 암은 엄청난 연구비를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질병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매스컴에서는 새로운 암 치료법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었다는 뉴스를 전해 주고 있다. 그런데도 주변에서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들을 수 있으니 참으로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의 몸은 세포가 모여 이루어져 있다. 세포가 모여 특정한 기능을 할 수 있는 단위를 이룬 것을 조직이라 하고, 이 조직이 모여 조직보다 큰 단위인 장기(또는 기관)를 이룬다. 여러 장기가 모여 일정한 기능을 하는 단위를 이룬 것을 계통(예를 들면 소화기계, 순환기계 등)이라 한다. 사람의 몸을 이루는 세포는 수가 늘어나면서 성장을 하게 된다. 세포는 영원한 것이 아니라 많아도 30회 정도 분열되면 더 이상 분열되지 못하고 도태되어 사라지게 된다. 세포분열 조절 기전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또는 세포의 정상적인 성장이나 손상이 있을 때 일어나는 재생과는 무관하게 비정상적으로 세포 증식이 일어나는 경우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는 뜻으로 신생물(neoplasm) 또는 종양(tumor)이 생긴다고 한다.

 

종양은 그 행태에 따라 악성과 양성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악성 종양을 암이라 하고, 양성 종양은 혹 또는 종양이라 하는 경향이 있다. 양성인 경우에는 수술하기가 쉽고, 인체를 공격하는 정도가 훨씬 약하므로 완치하여 정상을 되찾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악성 종양인 암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수많은 치료법이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진단 후 5년간 살아 있을 확률은 약 50%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니 일반인들이 “암”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공포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어로는 암을 cancer라 한다. 이것은 그리스어로 게(crab)를 뜻하는 karkinos(karcinos)와 라틴어 cancrum에서 유래하였다. 기록상 가장 오래 전부터 알려진 유방암의 모양이 게와 닮은 까닭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고, 암세포가 정상 세포 내에서 게처럼 마구 헤집고 다닌다는 것을 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2세기에 가장 유명한 의사였던 갈레노스(갈렌, Galenos)이 암 조직 주변에 혈관이 발달해 있는 모양이 게 다리를 닮아서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지지만 히포크라테스 관련 문건에 karkinos라는 용어가 사용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근거는 확실치 않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암이라는 용어는 게에서 유래하였으며, 오늘날 암을 상징하기 위해 게를 그려 놓거나 암을 박멸하자는 포스터에 암세포 대신 게를 그려 넣곤 한다.


암 박멸을 상징하는 네덜란드와 콜롬비아의 우표

 

 

 

 

<위, 몸 속의 밥통>글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위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세포가 존재한다. 암이란 한 가지 종류의 세포가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자라나는 질병이므로 위에 존재하는 어떤 세포든 암세포로 전환되면 위에 암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이론적으로는 위에서 발생하는 위암의 종류가 아주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위암의 대부분(세계적으로는 약 85%)이 위 안쪽 면 점막에서 발생하는 위선암이다. 이외에 평활근육종을 비롯한 육종, 다른 암이 위로 전이되어 발생하는 암, 암과 유사한 유암종 등이 있으나 각각의 발생빈도는 미미하므로 일반적으로 위암이라 하면 위선암을 가리킨다. 위선암의 발생원인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역학조사를 통해 알아낸 위암의 위험인자는 다음과 같다.


1. 음식 
   건조, 훈제, 소금으로 절인 음식속에 포함된 고농도의 질산염저단백, 저비타민 식이
2. 위암발생과 관련된 질병
   만성 위축성 위염, 위수술 경험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악성 빈혈, 용종(polyp) 등이 있는 경우
3. 유전
   가족중에 위암 환자가 있는 경우 암 발생 가능성이 4배 증가
4. 기타
   흡연, 남자가 여자보다 흔히 발생, 중년 이후에 흔히 발생

 

 

 

 

위암은 우리나라에 특별히 많은 질병의 하나다. 그러므로 아무리 부자라 해도 위암에 걸렸다고 수술을 받기 위해 미국의 유명병원을 찾아가는 일은 헛수고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미국 외과의사들은 위암 수술경험이 한국의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 발생하는 암중에서 남성의 경우 전체암의 약 24%를 차지함으로써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 위암이다. 여성의 경우에는 세계적으로 점점 발병률이 떨어지는 추세에 있어서 그런지 우리 나라에서 2002년에 약 15%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1위 자리를 유방암에게 내주었다. 세계적으로는 중국, 일본, 칠레, 아일랜드 등이 위암이 흔히 발생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 나라도 이에 못지 않은 위암 강국(?)이다. 한국인들에게 위암이 잘 생기는 이유는 짜고, 맵고, 탄 음식을 좋아하는 식습관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의 음식이 서로 다르긴 하지만 위암이 잘 생기는 이유가 식습관 때문이라는 것은 모두에게 해당한다. 실제로 미국으로 이민 가서 식생활 습관을 바꾼 사람들을 조사해 본 결과는 위암 발생이 현저하게 떨어졌음을 보여 주고 있다. 위암 발생을 줄이기 위해 서양식 식습관을 가지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 하면 지방이 많고 섬유질이 적은 음식을 섭취하면 위암발생은 감소하는 대신 대장암 발생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니 암으로부터 해방되기는 틀린 일이다.

 

 

 

 

암세포의 수가 늘어나면 자라는 덩어리가 커지는 속도가 빨라지므로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갈수록 치료가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든 암이 빨리 찾아내어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완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위암은 모든 암중에서 조기진단이 가장 중요한 암이다. 암세포가 점막층에 국한되어 있는 조기위암의 경우에는 치료 후 5년간 생존할 확률이 거의 100%에 이르지만 1, 2, 3, 4기로 진행될수록 5년 생존율은 약 반으로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조기진단과 조기치료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위암 수술 장면. 연대의대 노성훈 교수의 수술 장면이다.


전국민 의료보험을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의료보험공단이 매년 공짜로 정기검진을 해 주는 것은 그것이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즉 본인은 정상이라 생각하고 있더라도 정기검진을 통해 이상이 있는 것을 찾아내어 치료해 주면 먼 훗날 큰 병이 생겼을 때 보험료를 부담하는 것보다 이익이 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의료보험공단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다.

 

의료보험공단의 정기검진에서 40대 이상의 경우 위암을 검사하는 항목은 선택사항으로 분류되어 있다. 위암 검사로는 위내시경 검사 또는 상부위장관 사진촬영이 행해진다. 위내시경검사는 작은 카메라를 입으로 넣어 식도를 통과하여 위에 이르게 한 후 위 내면에 이상이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내시경 기구가 목을 통과할 때 엄청난 불쾌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수면내시경을 이용하여 잠시 편안하게 잠든 사이에 위내시경검사를 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위내시경검사를 원치 않는 경우에는 위 사진을 찍어볼 수도 있다. 내시경검사와 비교할 때 마취가 불필요하고, 쉽게 행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확진이 어려워서 다시 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 단점이다.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점점 진행이 빨라지므로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조기진단이 꼭 필요한 암이 바로 위암이다.

 

 

 

 

오늘날과 같이 교통과 통신이 발전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전쟁에서 너무 허약한 상대를 만나 예정보다 빨리 진군했다가 보급로가 끊겨서 고생하는 일이 흔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전쟁을 위해 자신이 먹을 음식을 직접 들고 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으므로 보급로 확보는 더욱 중요했다. 통조림의 등장은 더위에도 음식이 상하지 않고 보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수식량 조달에 획기적인 사건이었으며, 이와 함께 제너가 발견한 종두법을 최초로 군대에 도입한 사람이 나폴레옹이었다.

 

 

 

그는 모포소독이 전쟁 때 잘 발생하는 전염병을 해결할 수 있음을 알았으나 이를 무시하고 모스크바로 쳐들어갔다가 이가 매개하는 질병인 발진티푸스가 유행하면서 제대로 힘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퇴각해야만 했다. 이 전쟁에서 계속해서 발생하는 환자들을 처리하기 위해 집단 수용시설을 많이 지은 것이 병원 발전에 한 몫을 했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그는 또한 이집트 침공 시에 학자들을 대동하여 고대 이집트 문명을 재발견하는 공을 세우는 등 오로지 땅만 넓히던 전쟁을 문화적인 침략과 약탈로 넓힌 인물이기도 하다. 프랑스 혁명 후 왕이 떠난 자리에 황제라는 이름으로 즉위하여 한 시기를 풍미했지만 전쟁에 패한 그를 기다린 것은 유배였다. 러시아 원정 실패 후 엘바 섬에, 워털루 전투 패배 후 세인트 헬레나 섬에 유배된 그는 그 섬에서 5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20세기의 히틀러 만큼이나 사망 후에도 미확인 소문을 만들어낼 만큼 영향력이 남아 있었으므로 나폴레옹이 왜 죽었는지는 지금까지도 새로운 논문이 쏟아질 만큼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그의 사망직후 그를 부검한 의사와 입회인은 (일부가 폐결핵이라는 주장을 하기는 했지만) 그가 위암으로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가 정치적 목적에 독살당했다는 소문이 계속해서 꼬리를 물고 퍼져나갔다. 실제로 1955년에 나폴레옹의 머리카락에 비소 함량이 과다하게 축적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1980년에는 나폴레옹이 생활한 침실에도 비소 함량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즉 나폴레옹의 비소에 의한 독살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나온 것이다. 그 외에도 아메바성 이질 감염, 매독, 의료과실에 의한 사망설 등이 제기되었다.


나폴레옹의 초상화에는 배를 만지는 장면이 흔하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그림(1812)

 

 

 

그러나 결론은 위암이었다. 2005년과 2007년에 위암이 사망원인이라는 기록과 증거가 발견됨으로써 의문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현재는 위암이 가장 유력한 사망원인이라 할 수 있다. 나폴레옹이 오늘날에 나타난다면 수술과 항암요법을 통해 완치될 가능성도 있었을 텐데 당시의 의학은 위암에 대하여 진단도, 치료도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수술은 사람의 몸에 칼을 대는 행위다. 수술은 응급상황에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그런데 오늘날과 같이 의학에서 수술이 보편화한 것은 항균화학요법마취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술을 통해 인체내부가 외부환경과 만나게 되면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사람 몸속으로 침입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항균화학요법이 발전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수술결과가 좋을 수가 없었다. 또한 마취제가 없으면 수술시 발생하는 통증을 견딜 수 없었으므로 수술에 따른 환자들의 고통은 상상하기 힘들 만큼이나 컸다.


알코올이나 마약과 같은 원시적인 마취제를 제외하면 아산화질소, 에테르, 클로로포름 등이 발견되어 수술시 마취제 사용이 보편화한 것은 약 200년 전의 일이었다. 18세기가 끝나기 직전 데이비(Sir Humphry Davy, 1778-1829)가 아산화질소를 이용한 발치(拔齒, 이 뽑기)를 처음 시도하여 논문을 발표했으나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미국의 치과의사 웰즈(Horace Wells, 1815-1848)는 1844년에 아산화질소를 이용하여 발치를 했으나 당시만 해도 적정용량을 모른 채 사용을 했으므로 성공보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계속되는 연구와 노력에 의해 아산화질소는 물론 에테르, 클로로포름 등의 마취효과가 발견되면서 수술법이 발전하게 되었다. 마취제를 이용한 발치가 마취제 발전의 시금석이 된 것은 큰 수술보다 이를 뽑는 수술이 위험도가 낮았으므로 시도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 뽑는 수술은 이차감염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낮다.

 

뇌는 무게가 평균 1,300~1,500g으로 몸무게의 약 2.5%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 몸의 산소 소모량과 혈류량의 20%를 차지한다. 몸의 다른 부분에 비해서 무게 대비 10배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 정도로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다.

 

 

 

 

주름잡힌 뇌를 펼치면 표면적이 2,300㎠로 신문지 반장 정도의 작은 면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뇌의 극히 작은 부분, 단 몇 ㎜ 정도라도 손상된다면 인생이 영원히 바뀌어버릴 수도 있다. 뇌의 기능이 심하게 손상된 사람은 마치 식물처럼 사고와 운동을 할 수 없다. 식물인간이라 불리게 되고 인간으로서의 존재 가치마저 의심받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뇌는 어떻게 수 많은 정보를 교신하고 있을까? 우리가 아무리 복잡한 정보체계를 상상한다 해도, 수백 억~수천 억 개에 이르는 무수한 신경세포가 거미줄처럼 서로 다른 수천, 수만 개의 신경세포와 연결되어 교신을 하고 있는 뇌의 복잡성에는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한 개의 신경세포는 수천, 수만 개의 신경세포와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이러한 정보 교신을 담당하고 있는 주역이 바로 화학물질인 신경전달물질이다. 이 신경전달물질의 발견은 20세기에 이루어진 가장 획기적인 발견 중의 하나다.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에는 세포질이 서로 전깃줄처럼 연결되어 정보가 전달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한 결과 신경세포 사이에는 항상 일정한 간격(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이러한 간격을 뛰어넘어서 정보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어떤 매개물질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자연스러운 추론이 나오게 되었다.

 

 

 

 

1921년 오토 뢰비(Otto Loewi, 1873~1961) 박사는 미주신경(심장과 장에 분포하고 있는 부교감신경)이 붙어 있는 개구리 심장과 미주신경을 제거한 개구리 심장을 준비하여 각각 링거액에 담그고 링거액이 서로 통하게 연결시켰다. 첫 번째 개구리의 심장에 붙어 있는 미주신경을 자극하자 심장의 박동이 느려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주신경이 없는 두 번째 개구리의 심장박동도 느려진 것이다.

 

즉, 오토 뢰비 박사는 첫 번째 개구리의 심장에 붙어 있는 미주신경을 자극하면 이 신경의 말단에서 어떤 물질이 유리되어 나와 링거액을 통해 신경이 없는 두 번째 개구리 심장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신경전달물질의 존재를 처음으로 증명한 셈이다. 이 공적으로 그는 1936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이 신경전달물질을 미주신경말단에서 나온다는 의미로 ‘미주신경’물질이라 명명하였다. 그 후 이 물질은 아세틸콜린임이 밝혀졌다. 현재까지 뇌에는 40여 종류가 넘는 신경전달물질이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오토 뢰비(Otto Loewi, 1873~1961)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 시냅스(Synapse) 간격을 넘어
수용체(Receptor)에 전달되는 과정 NIH


신경전달물질 (신경호르몬 포함)은 보통 때는 신경섬유 말단부의 조그마한 주머니인 소포체에 저장되어 있다. 신경정보가 전기적 신호로 신경 섬유막을 통해 말단부로 전파되어 오면 이 주머니가 신경세포막과 결합한 후 터져서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 간격에 유리된다. 유리된 전달물질은 1/20,000㎜ 정도의 짧은 간격을 흘러서 다음 신경세포막에 도달된다. 세포막에 있는 특수한 구조와 결합함으로써 정보가 전달되는 것이다. 이 특수한 구조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물질이라는 의미에서 ‘수용체(receptor)’라고 한다. 

 

수용체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비유하자면 신경전달물질은 일종의 열쇠이며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체는 열쇠구멍에 해당된다.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하는 열쇠가 수용체라고 하는 열쇠구멍에 맞게 결합함으로써 다음 신경세포막에 있는 대문이 열려 정보가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각각의 신경전달물질들은 각자 특유의 수용체 분자하고만 결합하여 특정정보를 전달한다. 정리하자면, 신경정보를 가지고 있는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하는 화학분자와 그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용체라고 하는 특수 단백질 분자의 상호결합으로 고도의 정신기능에서부터 행동․감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결정 되는 것이다.

 

 

 

 

 

유리된 신경전달물질이 신경세포막에 있는 수용체 단백질과 결합하면 시냅스 간격에서 신경세포로 이온이 들어올 수 있는 길, 즉 이온 통로가 열린다. 이온은 원자나 분자가 전기를 띄고 있는 것이다. 양(+) 전기를 띄고 있는 것은 양이온, 음(-)의 전기를 띄고 있는 것은 음이온이라고 한다. 이온 통로가 열리는 방법은 수용체 분자 자신이 이온 통로가 될 수도 있고, 또는 수용체 옆에 있는 이온통로가 활성화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이온 통로가 열리게 되면, 나트륨이온(Na+), 칼슘이온(Ca++)과 같은 양이온, 혹은 염소이온(Cl-)과 같은 음이온이 신경 세포로 들어올 수 있게 된다.

 

 

 

평상시 신경 세포는 -60㎷에서 -90㎷의 음전하를 띠고 있다. 만일 나트륨, 칼슘 이온 등의 양이온이 들어오면 신경 세포는 양전하를 띠게 되고 신경세포는 흥분 하게 된다. 반대로 염소이온과 같은 음이온이 세포 내로 들어오면 세포는 음전하가 커지게 되어 신경세포의 흥분이 억제된다. 신경세포를 흥분시키는 신경전달물질로는 글루탐산, 억제시키는 전달물질로는 GABA(감마 아미노 부티르산)가 대표적이다. 단순하게 보면, 신경전달물질은 신경에 전기를 흐르게 하는 스위치와 같은 역할은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신경전달물질만 가지고는 온전한 스위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신경전달물질이 적절히 유리된다고 하더라도 이와 결합하는 수용체가 적절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신경정보는 효율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가 합쳐져야 온전한 스위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스위치의 비유는 이해를 돕기 위함이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신경전달물질의 종류도 많고 그 각각에 맞는 수용체도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재미있는 점은, 어떤 이유로 전달물질의 유리가 적어지면 수용체 수는 증가하고, 반대로 유리가 너무 많아지면 수용체 수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스위치에 자동 수리 기능까지 있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 뇌의 기능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항상성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항상성이 깨지면 여러 가지 신경 정신 질환이 발생한다.


시냅스의 현미경 사진(1만6천배 확대)

 

 

 

 

우리는 흔히 세계를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와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로 나눈다. 그런데 정신세계를 움직이고 조절하는 것도 물질로 이루어진 화학적 신경전달물질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현재는 복잡한 정신세계, 마음의 세계를 눈에 보이는 과학적 개념으로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해 감에 따라 보이지 않는 세계, 추상적인 세계의 일부를 구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정의가 과학적으로 상당히 애매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존재를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앞으로 그 존재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며, 인간 활동의 최고 주체이며, 인류문화 창조의 근원이 신경전달물질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주체들, 인류에 큰 타격을 주었던 전쟁을 일으켰던 사람들의 신경전달물질 체계가 보통 사람들의 것과 어떻게 다른가를 연구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들의 사상과 행동의 원인을 가시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도의 정신기능, 감정, 운동 및 감각기능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신경전달물질이 필요한지 아직도 완전히 모른다. 앞으로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서로 다른 기능을 하고 있는 많은 신경전달물질들이 끊임없이 발견될 것이다. 이 신경전달물질 체계의 특성을 밝힘으로써 인간 정신세계의 본질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괴로운 병이다. 들이마시는 공기 중 코 점막에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포함되었을 때 발병하며, 코감기 증상이 나타난다. 투명한 콧물이 수시로, 밑도 끝도 없이 흘러내리고, 수시로 재채기를 하며, 코와 눈이 가렵다. 코감기가 일주일 정도 있으면 회복되는 데 비해 알레르기성 비염은 언제 회복될지 기약이 없으니 심난하다. 할 수 없이 주머니 속에 여행용 티슈를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콧물을 닦아야 하는데, 데이트라도 할 때 콧물을 닦고 있자면 정말이지 죽고 싶다. 감기는 겨울에만 조심하면 되지만, 이 질환은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괴롭히며, 심지어 일년 내내 이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아토피성 피부염


과거에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그리 흔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눈에 띄게 비염 환자가 많아졌다. 알레르기성 비염, 아토피성 피부염, 그리고 천식을 '알레르기성 질환'이라 부르는데, 좀 잘사는 나라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이 질환들의 빈도가 크게 늘었다. 

 

2002년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지난 30년 동안 소위 선진국에서는 아토피성 피부염이 2-3배 가량 증가해, 어린애들의 15-20%가 이걸로 고생한단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얼굴 곳곳이 벌개진 아이들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대체 알레르기 질환은 왜 점점 늘어나는 걸까?

 

 

 

 

이걸 설명하기 위한 게 바로 '위생가설'이다. 알레르기 질환의 증가는 잘사는 나라에서 사람들이 장에 사는 병원균에 덜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몇몇의 과학자(H.H. Smits 등)는 특히 기생충 감염이 알레르기 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기생충이 많은 나라들에서는 알레르기 질환이 드물다. 미국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소 임상기생충학 책임자였던 에릭 오티슨(Eric Ottesen)은 남태평양 산호섬인 마우케(Mauke)의 주민들을 조사했는데, 1973년에는 주민 600명 중 3%만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었던 반면 1992년에는 그 비율이 15%로 증가한 것을 관찰했다. 그 기간 동안 오티슨은 기생충 박멸을 위한 각종 의료 시설을 건립해 치료에 힘썼고, 그 결과 30%가 넘던 기생충 감염률이 5% 이하로 떨어졌단다. 기생충과 알레르기, 이들은 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알레르기는 항체의 한 종류인 면역글로불린 E가 점막조직에 주로 분포하는 비만세포(mast cell)와 결합함으로써 일어나는 일련의 현상을 말한다. 비만세포에는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기관지를 수축시켜 알레르기 증상이 일어나게 한다.

 

항체 하면 병원균을 공격하여 물리치는 이로운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항체가 잘못 작용하면 우리 몸에 해로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항체가 우리 몸을 공격하는 것인데, 이런 현상을 자가면역이라고 하고, 이런 증상으로 일어나는 병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한다.


비만세포의 현미경 사진

  

 

 

알레르기 환자들은 면역글로불린 E 항체가 높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기생충 감염시에도 알레르기 때와 비슷하게 혈중 면역글로불린 E 생산이 증가된다. 하지만 이 면역글로불린 E는 알레르기 때의 면역글로불린 E와는 달라서 비만세포에 달라붙어도 히스타민이 분비되지 않는다. 만일 기생충에 의해 만들어진 면역글로불린 E가 비만세포에 다 달라붙으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면역글로불린 E가 붙을 자리가 없어짐으로써 알레르기 증상이 억제되게 된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밥솥 안에 상한 밥이 있다. 그 밥을 먹으면 100% 탈이 난다. 그래도 배고픈 것보다는 배아픈 게 낫다고 생각해 밥을 먹으려 하는데, 기생충들이 밥솥 주위를 철통같이 지키고 앉아 우리는 못 먹게 하고 자기네만 먹어버려 우리가 식중독에 걸리지 않는다는 거다. 다른 주장도 있다. 기생충에 대한 항체를 만드느라 우리 조직을 공격하는 항체를 덜 만들게 된다는 것. 이건 기생충과 우리가 상한 밥을 나눠먹어서 식중독 증상을 덜 일으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요즘에는 사이토카인(cytokine)을 가지고 이 관계를 설명한다. 사이토카인은 세포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인데, 인터류킨(interleukin)이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IL이라고 표기한다. 발견된 순서대로 번호를 붙이는데, 기생충에 감염되면 그 사이토카인 중 하나인 IL-10이 분비된다. IL-10은 전반적으로 인체의 면역 반응을 억제시킨다. 그래서 우리 몸이 알레르기 항원에 덜 반응할 수 있고, 증상도 완화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상한 밥을 몇 숟갈 떴을 무렵, "그 밥 먹지 마!"라는 전화가 걸려오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실제로 만손주혈흡충(Schistosoma mansoni)이라는 기생충에 걸린 사람은 IL-10의 혈중 농도가 아주 높은 대신 피부가 알레르기 항원에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근데 이 기생충을 약으로 치료했더니 IL-10 생산이 감소되고, 알레르기 항원에 대한 반응이 증가되었다고 하니, IL-10이 상한 밥을 먹지 말라는 신호인 셈이다. 이밖에 기생충이 자기가 더 잘 살기 위해 숙주 면역을 전반적으로 감소시켰다는 설-이건 기생충이 평소의 징그러운 모습을 동원해 우리의 식욕을 줄인 것에 비유할 수 있다-도 있는데, 이유야 어떻든 현재 알레르기 질환과 기생충 감염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는 중이다. 기생충과 알레르기를 넣고 검색을 해보면 무려 2,000편의 논문이 나올 정도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알레르기를 없애기 위해 억지로 기생충에 걸려야 하나?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었다. 도쿄대학의 후지타 고이치로 교수는 자신의 장 속에서 촌충을 3년이나 길렀다고 한다. 그는 어시장에서 불결한 생선을 골라먹고 겨우 촌충에 감염됐다고 한다. 알레르기 질환도 완화시킬 수 있고 살도 뺄 수 있는 방법이긴 해도 이런 걸 다른 사람에게 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엽기적인 거 말고 좀 더 건전한 방법은 없을까? 있다. 기생충을 먹는 대신 기생충의 추출물을 주사하는 거다. 기생충을 접시에 담아 따뜻한 곳에 놔두면 기생충이 몸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배출하는데, 이걸 기생충의 분비‧배설 항원이라고 부른다. 이건 그냥 단백질이라, 정제만 잘 한다면 몸 안에 투여해도 별 문제는 없다.


촌충의 몸 일부(좌)와 촌충의 머리부분(우)

 

 

 

한 연구자는 쥐모양선충이라는 기생충의 단백질을 실험 쥐에 투여한 후 천식을 일으키는 물질을 주는 실험을 해 보았다. 일반 쥐가 천식 증상을 보인 것과는 달리, 기생충의 단백질을 투여한 쥐는 천식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기생충과 알레르기를 연구하는 부산대 유학선 교수팀도 사자 회충의 단백질을 이용해 천식반응을 억제하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그래, 바로 이거다. 기생충을 몸에 키우라고 하면 싫어할 사람이 있어도, 단백질쯤이야

 

 

 

 

무서운 얘기와 희망적인 얘기를 하나씩 해본다. 알레르기 질환이 항원에 대해 생긴 항체가 자기를 공격하는 질환인 것처럼, 다발성 경화증이나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도 그와 비슷한 메커니즘에 의해 발생한다고 추측된다. 모두 자가면역질환인 셈이다. 항체가 중추신경계를 공격해 감각이상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게 다발성 경화증이고,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세포를 항체가 공격함으로써 생기는 질환이 바로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이다. 기생충의 감소와 더불어 이런 질환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는 게 바로 무서운 소식이다. 그럼 희망적인 얘기는? 요충을 가지고 실험 쥐를 이용해서 실험을 해봤더니, 실험 쥐에서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의 발생을 감소시켰단다.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기생충이 희망이다. 최소한 먼 훗날에는.

이집트란 나라를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외계인이 만들었다는 설도 있지만, 아무튼 먼 조상들이 세운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가지고 얼마나 많은 관광수입을 올리는가? 또 하나 부러운 건 피라미드 안에 들어있는 미라였다. 그 미라로 인해 만들어지는 이야깃거리는 한둘이 아닌데, 3탄까지 만들어진 영화 '미이라'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미이라'는 잘못된 표기이며, '미라'가 표준이다).

 

 

 

"서선생, 미라가 발견됐는데, 혹시 기생충 검사 가능해?" 우리 조상들도 미라나 만들지, 하는 아쉬움에 잠겨 있던 난 다른 대학에 근무하는 교수님의 전화에 화들짝 놀랐다. "우리나라에도 미라가 있어?" 하지만 있었다.

 

 

 

2001년 경기도 양주군에서 어느 양반 가문 묘역의 이장 도중 5세 정도로 추정되는 어린이의 미라가 발견된 것. 방사성 탄소(14C)를 이용해 연대를 측정한 결과 이 미라는 4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다. 1991년 알프스 빙하에서 발견된 '아이스맨'이나 페루처럼 건조한 기후 덕에 만들어지는 미라들과 달리 우리나라의 미라는 16-17세기 양반들에게 사용됐던 '회격묘'라는 독특한 묘 덕분에 만들어졌다. 회격묘는 이중으로 된 관 바깥에 회를 넣어 굳힌 것으로, 회의 두께가 워낙 두꺼워 도굴도 어려울뿐더러 벌레와 습기를 비롯한 그 어떤 것도 침투가 불가능하다. 회격묘에 묻혔다고 해서 다 미라가 되는 건 아니지만, 외부와 차단된 환경이 미라가 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으리라.


 

발굴된 회격묘. 두꺼운 회가 관을 싸고 있다.

 

 

 

 

연대가 그리 오래된 건 아니지만, 그 양주 어린이의 미라는 이집트 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집트 미라가 내부 장기를 들어낸 인공미라인 반면 이건 몸 안의 구조물들이 거의 그대로 보존된 자연미라였으니까. 미라에 대한 내시경이 시행되었을 때, 간과 폐 등의 장기가 보이는 것에 모두가 감탄했었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대변이 발견되었을 때였다. 내시경을 할 때 몸 안에 물을 넣는 탓에 대변이 황금색으로 빛나 보였는데, 내가 기생충학을 전공하는지라 같이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쳤다. 그 대변과 더불어 대장의 일부를 잘라 검사실로 가져간 뒤 현미경으로 관찰해 봤다. '다섯 살인데 기생충이 있겠어?'라는 생각은 2초도 안되어 오류임이 밝혀졌다. 현미경에는 회충과 편충, 그리고 간디스토마의 알이 우글우글거렸다. 흙을 통해 감염이 가능한 회충과 편충이야 그렇다 쳐도, 민물고기 회를 먹어야 걸리는 간디스토마 알의 존재는 그 당시에는 다섯 살짜리 양반집 자제도 민물회를 먹었다는 걸 말해 준다. 그 밖에도 미라에서는 결핵과 간염의 증거가 발견되었는데, 5년 남짓한 생애 치고는 참 고생 많이 했다 싶다.

 

 

 

 

 

 

하동 미라에서 발견된 참굴큰입흡충의 알


1년 뒤, 경남 하동에서 나이든 여인의 미라가 발견되었다. 조선시대 사대부 부인의 것이었는데, 보존상태는 양주 것만큼 좋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대변 안에는 요코가와흡충알 등과 더불어 매우 획기적인 알이 들어 있었다. 바로 참굴큰입흡충(Gymnophalloides seoi)의 알. 참굴큰입흡충은 그 이름처럼 굴을 매개로 전파되는 기생충으로, 1993년 췌장염으로 서울 모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대변에서 이 기생충의 알이 발견된 바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참굴큰입흡충은 새의 기생충으로 알려졌지 사람에서 나온 적은 없었으니, 세계 최초의 인체 감염 사례인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굴을 날로 먹기를 좋아하는데도 비교적 최근에 인체감염이 발견된 이유는 전남 신안군이라는 특수한 지역의 굴에서만 이 기생충이 발견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 기생충에 걸린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그쪽 지역에 살거나 그곳에 놀러가서 굴을 먹은 경험이 있었다. 그러니, 신안에서 멀리 떨어진 하동 땅의 미라에서 이 기생충의 알이 나온 것은 나 같은 기생충학자에게 놀라운 소견이었다. 혹시나 싶어 하동 근처의 굴을 100여개 잡아다 검사를 해봤을 때 참굴큰입흡충은 없었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였다. 이 여인이 신안 앞바다에 가서 굴을 먹었거나, 400년 전에는 하동 지방의 굴에도 참굴큰입흡충이 있었거나. 나를 비롯한 미라 팀이 후자의 가능성을 더 높게 본 이유는 그 당시엔 교통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던데다 여성이 그 멀리까지 여행을 했다는 게 시대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만일 하동 근처에서 미라가 또다시 출토되고, 그 미라도 참굴큰입흡충에 감염되어 있다면 자신있게 "후자일 확률이 높다"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2007년에는 강릉 지방에서 미라가 발견되었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과 싸웠던 최씨 성을 가진 장군의 묘인데, 그때 생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턱 근처에 골절의 흔적이 뚜렷이 보였다. 장군의 일생에 대한 문서가 같이 발견되었기에 그가 1622년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그의 출생연도가 1561년이니 61살까지 산 셈이다.

 

이 미라의 특이한 점은 내부 장기가 거의 완벽하게 보존이 되어 있었다는 것. CT를 찍어보니 공기의 통로인 기관(trachea)은 물론이고 폐로 들어가는 기관지까지 식별이 가능했다. 심지어 대동맥까지 관찰이 가능했으니, 그야말로 완벽하게 보존이 된 거다. 이 미라에서 편충알과 회충알이 나왔다는 건 이제는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꽤 높은 지위에 올랐던 장군의 키가 150센티를 갓 넘었다는 건 나로서는 의외였다. 당시 우리 선조들의 키가 워낙 작아 그 정도면 큰 키였을 수도 있고, 장군을 뽑을 때 키를 별로 따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진실이 뭐든 간에 미라 한 구가 말해주는 건 이렇듯 많다.


 

강릉지방에서 발견된 최장군 미라

 

 

 

 

 

과거를 알아 가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베일에 싸여 있던 조선시대의 기생충 감염상도 그 중 하나, 비교적 귀하게 살았을 양반집 사람들이 죄다 기생충에 걸려 있었다는 사실은 그 시절 사람들 대부분이 몸에 기생충 몇 마리씩은 넣고 살았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 조상들은 회충을 몸에 넣고도 아름다운 시를 읊고, 편충에 걸린 채 칼싸움을 했구나! 이렇게 과거 유적에서 기생충을 조사함으로써 당시 사람들의 삶을 알고자 하는 학문을 고기생충학(paleoparasitology)이라 하며, 외국에서는 많은 학자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어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페루의 미라에서 광절열두조충(Diphyllobothrium latum)의 알이 발견되었는데, 그 미라는 대략 1만년 전 것으로 추정되었다. 광절열두조충은 연어를 날로 먹어서 걸리니, 그 시대 사람들은 연어를 날로 먹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선사시대 수렵인이 농경인보다 기생충에 덜 걸려 있었다는 것도 그들이 얻은 흥미로운 결과다.


좀 늦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고기생충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안타까운 건 우리나라의 미라가 조선시대 것에 국한된다는 사실. 알프스에서 발견된 '아이스맨'이 5천년 전의 것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가장 오래된 미라라 봤자 대전에서 발견된, 세종 때 미라가 고작이다.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너무 좌절할 건 없다. 고기생충학이라고 해서 미라만 가지고 연구해야 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미라가 없어도 고분의 흙 등 다른 샘플을 통해 얼마든지 연구가 가능하니까. 경주 지방에서 발견된 통일신라시대의 유적에서는 편충알이 나오기도 했고, 4천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패총에서는 간디스토마의 알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렇긴 해도 진실을 말하는 데 있어서 미라만큼 좋은 자료는 없기에, 오늘도 나는 미라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기다린다.

인간의 복잡한 정신을 분자활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현재 인간의 사고, 의식과 행동, 감정을 뇌 속 화학물질의 작용으로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동안의 연구 결과 뇌에는 신경전달물질, 수용체, 2차‧3차 전달자들, 각종 기능 단백질을 비롯한 많은 활성물질이 발견되었다. 그 중에서도 신경전달물질과 그 수용체들이 가장 중요한 두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

 

 

 

정신분열병, 우울병, 신경증, 파킨슨병, 무도병, 간질, 자폐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수면장애 등과 같은 중요한 신경정신계 질환이 특정 신경전달물질계(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의 기능 과다 및 감소로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도파민 신경전달물질이 유리되어 나오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망가지면 수용체는 정상이나 수용체와 결합하는 도파민 신경전달물질이 없기 때문에 도파민이 매개하는 운동기능이 상실된다. 이러면 무하마드 알리와 교황 바오로 2세가 앓았던 파킨슨병이 생긴다. 반대로 도파민 수용체가 과도한 활동을 하면 영화 ‘뷰티풀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인 존 내쉬(John  Forbes Nash Jr., 1928~ ) 박사와, 영화‘샤인’의 주인공인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David Helfgott, 1947~ )이 앓았던 정신분열병이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카데미시상식장에 선 데이비드 헬프갓(David Helfgott, 왼쪽)

 

 

 

 

우리는 정신분열병, 우울병등과 같은 신경정신 질환을 수치스러운 질병으로 생각하고 약물치료를 적절히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위장질환, 간질환, 신장질환, 고혈압을 약물로 치료하듯이 신경정신질환은 뇌에 오는 뇌 질환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상당부분 약물로 치료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에서 처방되는 약 중 우울증 치료제가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10개 약 중 3~4개가 정신질환 즉, 뇌질환 치료제라는 사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도파민 운반체사진. 정상인(좌)과 필로폰 중독자(우)의 차이를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크나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필로폰, 코카인, LSD 같은 환각제, 몰핀 같은 마약, 술, 담배, 인터넷 중독 등도 복측 피개부(VTA)에 있는 도파민 신경전달물질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됨으로써 환각, 행동과 사고의 장애를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랑에 빠지면 중독 때와 마찬가지로 복측 피개부의 도파민의 과도한 활성이 나타난다. 즉, 사랑에 빠지면 중독 때와 비슷하게 눈이 멀어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매력이 없어지는 것 같다. 그러므로 사랑에 빠지기 전에 상대방을 자세히 알아 볼 필요가 있겠다.

 

 

 

 

우리 뇌의 맨 위 맨 앞에 있는 전전두엽에는 사람의 기분과 감정 그리고 폭력성을 제어하는 세로토닌계가 있다. 이 세로토닌계가 선천적으로 혹은 후천적인 어떤 이유로 기능장애가 나타나면 하부 뇌에서 표출되는 감정과 폭력성을 잘 제어하지 못하게 된다. 최근 이러한 세로토닌계의 장애가 있어서 제어할 수 없는 폭력성이 나타나 연쇄살인을 일으킬 수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또, 최근 영국과 호주의 과학자들은 사람의 기분을 좌우하는 세로토닌이 메뚜기들의 잠자던 공격성을 깨운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메뚜기들은 평소 단독생활을 하며 순하다. 그러던 메뚜기들이 가뭄으로 먹이가 줄어드는 등 특정상황하에서는 세로토닌 분비량이 3배로 늘어나 무리를 이루어 논밭을 폐허로 만들 정도의 맹렬한 공격성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앞으로 뇌과학이 보다 발전한다면 사전에 뇌의 장애로 폭력성을 나타내는 경우를 미리 알아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를 적절하게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로 인한 사회 범죄를 예방하고 경제적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뇌과학은 우리 삶에 아주 가까이 있는 인간과학이 되고 있다.


남아프리카의 메뚜기떼

 

 

 

 

신경전달물질을 유리하는 신경 섬유의 말단부에는 수용체가 있다. 흥분전도를 위해 신경전달물질이 신경세포 말단에서 유리되어 나오면 일부는 다음 신경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에 결합하여 흥분을 전달한다. 그런데 신경전달물질의 일부는 유리되어 나온 자기의 신경 세포말단에 있는 수용체에 결합한다. 신경전달물질의 방출량을 자동으로 조절하기 위해서이다. 신경전달물질이 많이 유리되어 나오면 유리되어 나온 자기 신경섬유 말단에 있는 수용체에 거꾸로 결합하여 유리를 억제하게 되며, 적게 유리되어 나오면 이 수용체가 억제되어 신경전달물질의 유리량이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거꾸로 작용하여 기능을 조절하는 것을 되먹이기(feedback)라 하며, 이 수용체를 자동 조절하는 수용체라는 의미에서 자가 수용체라 부른다. 예를 들어 뇌하수체 호르몬(성장호르몬, 성호르몬 등)이 말초혈액 내로 많이 유리되어 나오면 이 호르몬이 거꾸로 뇌하수체에 있는 수용체에 작용하여 호르몬의 유리량을 억제하게 된다. 반면 유리량이 적어지면 거꾸로 뇌하수체 수용체에 작용하여 유리량을 증가시킨다. 그 결과 생체는 항상 일정한 호르몬 양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것이 가장 대표적인 되먹이기(feedback) 현상이다.

 

 

 

 

이 자가수용체는 신경전달물질 유리량을 자동으로 조절하여 그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장치며, 대부분의 신경계가 가지고 있다. 그러나 드물게 자가수용체가 없는 신경계도 있다. 전두연합령은 사고, 판단, 창조와 같은 인간만이 가진 고도의 지적 활동을 총괄하는 뇌 부위이다. 이 전두연합령은 주로 ‘A10’ 이라고 이름 붙은 도파민 신경섬유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도파민 신경섬유 말단에는 자가수용체가 없다. 따라서 되먹이기(feedback)가 작용하지 않아 유리가 증가하여도 억제는 일어나지 않고 정보는 계속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된다. A10 도파민 신경계가 활성화되면 도파민 유리가 계속되어 정보전달이 더욱 원활해지고 끝없이 이루어져 창조와 인간정신 창출이 무한히 이루어질 수 있다. 즉, 창조는 창조를 낳게 되어, 머리를 쓰면 쓸수록 좋아지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A10 도파민 신경계는 창조의 본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신경계의 발달 여부가 그 사회의 문화척도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10 도파민 신경계의 기능이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노력으로 발달시킬 수 있는지 확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신경계는 앞에서 말했듯이 기능의 과다를 막는 장치인 자가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적절히 쓰면 쓸수록 발달된다는 사실이다. 전두연합령으로 올라가는 A10 신경계의 기능 강화는 천재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하부 뇌를 자극하는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생각보다 사려 깊고 창조적인 생각을 갖도록 인내를 가지고 노력하는 일이 중요하다.

 

 

 

 

정신분열증을 겪은 존 내쉬. 천재수학자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게 이 신경계를 사용하면 망가진다는 사실을 알고, 적절히 쓰는 것이 좋다. 전두연합령에서의 도파민의 과잉 활동은 창조를 촉진할 수도 있으나 어떤 원인으로 균형이 깨져 기능 장애가 나타나면 정신분열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신분열병의 원인은   전두연합령에서의 기능 장애로 하부로 내려가는 도파민 계의 과잉활동이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여겨지고 있다. 정신분열병에서는 상황에 맞지 않고 비합리적이며 제어되지 않는 사고의 비약과 환청, 환시 등 환각이 자주 나타난다. 천재와 광인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앞으로 뇌의 두 주역인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의 특성에 관한 연구가 과학의 첨단 연구가 될 것이며, 이 두 주역의 정체 해명으로 인간정신의 해명, 나아가 생명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거보를 내딛게 될 것이다.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니 의사가 걱정 말라며 약을 처방해 주었다. 약국에 가서 약을 구입하는 순간 약사는 “식사 후에 한 알씩 드세요”라고 했다. 그래서 약을 호주머니에 잘 넣어 두었지만 식사를 하고 물을 마실 때 깜빡 잊고 약을 먹지 않았다. 잠시 후 “아차, 약을 안 먹었군!”하며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렸지만 막상 약을 먹으려니 물을 찾을 수가 없다. 가까운 가게라도 가려면 100미터는 족히 걸어가야 하고, 오로지 약을 먹기 위해 생수 한 병을 구입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약을 안 먹을 수는 없으니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함께 있던 친구가 “그냥 삼키면 되잖아”라고 했다.

 

 

 

약을 먹을 때 물을 함께 마시는 것은 약이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위로 잘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다. 입으로 섭취하는 약은 일반적으로 위에 도달하면 위액에 의해 녹으면서 작은 입자로 분해된다. 그리고 소장(작은창자)에서 벽을 통해 흡수된 다음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다가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기능을 함으로써 인체의 생리작용에 영향을 주어 치료효과를 가져 오게 된다. 알약을 입에 물고 오래 있다 보면 침에 의해 약이 녹으면서 쓴맛과 같은 특정한 맛을 느낄 수도있고, 캡슐에 싸인 약은 입에 오래 머물다 보면 캡슐이 열리면서 약 알갱이가 쏟아져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입안에서 사용해야 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약은 얼른 삼키는 것이 좋다. 입을 통과해 간 알약이 물과 함께 있으면 음식이 내려갈 때보다 훨씬 빨리 위에 도달한다. 즉 입을 지나 위로 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매우 짧다. 입과 위 사이에 식도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식도는 도대체 무슨 기능을 하길래 이렇게 빠른 시간에 음식물을 지나 보낸다는 이야기일까?

 

 

 

 

입은 몸에서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 위한 음식을 받아들이는 곳이고, 코는 몸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를 얻기 위해 공기를 받아들이는 곳이다. 입으로 들어온 음식은 식도를 통해 위로 들어가고, 코로 들어온 공기는 기도를 통해 폐로 들어간다. 그런데 코와 입으로 들어가는 길이 서로 통한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감기에 걸려 코가 막히는 경우 숨을 쉬기가 곤란해진다. 이 때 산소를 잘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입으로 숨을 쉬게 되고, 코를 막고 숨을 참는 경우에도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할 때 코와 입으로 동시에 공기를 받아들이게 된다. 코 속에는 코털과 같이 공기 속에 포함된 먼지 등을 거르기 위한 장치가 잘 발달되어 있지만 입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 입으로 숨을 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몸에 산소가 부족하면 즉시 이상이 나타나게 되므로 입에서 공기를 정화시키는 기능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시급히 산소를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으면 코를 대신하여 입이 일을 한다.

 

콧물이 심하게 흐르는 경우에는 코와 입이 통하는지를 직접 시험할 수도 있다. 코를 풀기 위해 손수건이나 휴지를 코 밑에 자꾸 대다 보면 피부가 자극을 받아서 헐게 되는 경우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이 때 코를 풀기 싫다고 코를 들이마시면 콧물이 몸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폐는 액체와 맞지 않는 장기이므로 폐에 액체가 들어가면 문제가 생기기 쉽다. 그렇다면 들이마신 콧물은 어디로 간 것일까? 약간은 지저분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위에서 목구멍까지 역류한 물질을 “엑”하며 끌어올려 뱉어내듯이 콧물을 “흐으윽”하며 들이마신 후 “엑”하며 입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하면 코로 들이마신 콧물을 입으로 빼낼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코와 입이 통하는 증거가 된다.

 

 

 

비강, 인두, 후두덮개, 후두, 식도의 위치


 

코와 입이 통하는 장소는 기도의 맨 위쪽에 있는 후두덮개(후두개) 바로 윗부분이다. 코와 후두 사이에 위치한 인두는 흔히 호흡계통에 속하는 기관이며, 코인두, 입인두, 후두인두 등 세 곳으로 나뉘어진다. 입인두와 후두인두는 음식물과 공기가 함께 지나가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입으로 들어온 음식물이 위로 가지 않고 후두를 통해 폐로 가면 곧바로 호흡과정에 문제가 생겨 숨쉬기 곤란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후두 입구에는 음식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기능을 하는 후두덮개가 존재한다.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실 때 목구멍을 통과하는 순간 캑캑거리며 기침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후두덮개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즉, 후두덮개가 음식이 후두 쪽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주어야 하지만, 이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 음식이 후두 쪽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 반사작용에 의해 음식을 쫓아내게 되는데, 이 현상이 바로 기침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흔히 “사래 들렸다”는 것이 바로 이 경우를 가리킨다.

 

 

 

 

식도는 지름 2cm, 길이 25cm 정도의 관 모양을 하고 있으며, 인두아래쪽 끝에서 시작된다. 주된 기능은 입구로 들어온 음식물을 위로 보내는 것이며, 이를 위해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다. 식도 표면세포는 아주 두터운 층으로 되어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자극에 잘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실수로 입에 뜨거운 음식을 넣은 경우 뱉어내야 바람직하지만 순간적으로 놀란 경우에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뱉어내기보다 삼켜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입은 뜨거운 감각을 잘 느끼지만 식도나 위에서는 뜨거운 것에 대한 감각을 거의 느끼지 못하므로 입안의 음식물을 삼키면 응급처치(?)가 된다는 것쯤은 경험으로 몸에 습득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경우 식도는 입에서부터 식지 않고 넘어온 뜨거운 음식에 대한 자극을 고스란히 이어받게 된다. 그러므로 식도 상피세포는 두터워야 한다. 혹시나 뜨거운 국을 먹을 때와 같이 뜨거운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 경우 음식을 뱉어내고 난 후에도 입 천장 등에서 세포가 떨어져 나오는 경험을 하신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뜨거운 자극은 식도의 상피세포가 정상적인 경우보다 훨씬 빨리 떨어져 나가게 하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식도의 상피세포는 두텁게 되어 있어야 뜨거운 자극 등에 의해 일부가 떨어져 나가더라도 나머지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피부에 손상이 생겼을 때 시간이 지나면 원상회복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도와 같이 몸 속에 존재하는 상피세포도 계속해서 바깥쪽으로 자라나고, 수명을 다 하면 탈락된다. 식도는 뜨거운 자극뿐 아니라 마찰, 차가움, 화학물질 등에도 잘 견뎌야 하므로 상피세포는 두터울 수밖에 없다.


음식물을 잘 통과시키기 위해서 식도에는 점액을 분비하는 점액샘이 발달되어 있다. 점액샘에서 분비된 점액은 상피 표면에서 음식물이 잘 이동해갈 수 있도록 윤활작용을 한다. 이에 따라 음식물은 식도벽에 달라붙지 않고, 순탄하게 아래로 내려갈 수 있게 된다.


두텁게 발달된 식도의 상피 세포

 

 

 

입에서 물리화학적 자극에 의해 잘게 부서진 음식물이 목구멍을 통과해 가려면 삼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질긴 음식과 같이 쉽게 목구멍을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의식적으로 음식물을 삼켜야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삼키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삼키는 과정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음식물의 강도와 재질이 삼키기 쉽게 가공되어야 한다. 입에서 일어나는 소화는 삼키는 과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식도의 단면(왼쪽 위. 오른쪽 아래는 기관의 단면임.)


삼키는 과정은 음식물의 위치에 따라 구강기, 인두기, 식도기, 위로 들어가는 시기 등 네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구강기는 음식물을 입안 뒤쪽으로 밀어 넣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삼키는 과정 중 유일하게 자신이 직접 조절할 수 있는 시기이다. 인두기는 후두덮개(후두개)가 후두를 막아서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지 않도록 한 후 삼킴 반사(swallowing reflex)에 의해 음식물이 인두를 거쳐 식도로 들어가게 한다. 식도기는 식도에 존재하는 근육의 운동에 의해 음식물을 아래로 내려 보내며, 식도아래 조임근이 열리면 음식물은 위로 들어간다. 음식물의 종류, 물리화학적 성질에 따라 삼키는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에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9초면 입에서부터 인두와 식도를 지나 위로 들어가는 과정이 끝난다.

 

 

 

물을 마시는 경우에는 1-2초만에 물이 위에 다다를 수 있고, 마른 떡을 삼키는 경우와 같이 식도를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은 음식은 삼키는 과정에서 음식물이 얼른 내려가지 않고 목구멍을 답답하게 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 때는 위에 도달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물을 마시면 답답한 느낌이 해소되면서 음식물이 위에 쉽게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구토는 위로 들어간 음식물이 입으로 올라오는 현상이다. 구토는 아주 기분나쁜 느낌을 가지게 한다. 일단 위로 들어간 음식물은 위액과 섞이게 된다. 위액에는 강한 산성을 띤 염산과 소화를 담당하는 효소가 포함되어 있다. 위벽처럼 위액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세포는 그렇지 않지만 식도 세포는 위액에 포함된 채로 역류한 염산 등에 의해 손상을 입기가 쉽다. 그러므로 구토를 하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일단 위로 들어간 음식물은 절대로 식도로 올라오지 않으면 좋겠지만 구토와 같은 심하고 특징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도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식도를 역류해 올라오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식도의 두 번째 중요한 기능이 바로 위 내용물의 역류를 방지하는 것이다. 식도의 위쪽 1/3의 근육층은 골격근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래 1/3은 민무늬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간의 1/3은 이 두 가지 근육층이 혼합되어 있다. 식도의 위와 아래 끝부분에는 돌림 근육이 발달되어 있어 조임근의 기능을 한다. 식도 아래 끝에 위치한 조임근은 음식물이 식도에서 빠져나가 위로 들어가는 경우에는 열리지만 평상시에는 수축되어 있어서 위 내용물이 식도로 거꾸로 올라오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

 

 

 

 

식도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병은 식도염이다. 식도염은 식도에 염증이 생기는 현상이다. 염증(inflammation)이란 물리화학적 자극에 의하여 사람의 세포가 빨갛게 되거나, 열이 나고, 붓고, 통증이 있고, 기능이 상실되는 현상 등이 나타나는 경우를 가리킨다. 식도에 염증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위액이 역류하기 때문이다. 위액에는 염산뿐 아니라 소화효소가 들어 있으나 식도는 염산과 소화효소에 대한 저항력을 거의 지니지 못하므로 위액이 역류되면 상피세포가 떨어져 나가고, 이러한 외부자극에 의한 염증이 발생하게 된다.

 

 

 

식도염 등의 감염을 일으키는 캔디다(Candida)진균


위암과 위궤양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목적으로 위 내시경 검사가 널리 행해지고 있다. 위 내시경 검사를 하다 보면 우리 나라에서는 위나 식도에 염증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이 꽤 많이 발견된다. 염증이 있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음을 뜻하지만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의사들이 굳이 치료를 권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쓰린 통증과 같이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식도염을 해결하기 위해 약을 투여할 수도 있다. 위액이 역류하여 발생하는 식도염을 역류성 식도염이라 한다.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식도 아래쪽에 위치한 조임근이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다. 치료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서 가장 좋은 치료법을 찾는 것이 좋다. 역류성 식도염 다음으로 식도염의 흔한 원인은 감염에 의한 것이다. 세균 감염에 의한 식도염은 흔치 않지만, 대상포진 바이러스나 캔디다(Candida) 진균 등이 식도에 감염되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그 병원체를 해결할 수 있는 약을 투여하면 된다

여성은 평균적으로 51.5세가 되면 폐경(menopause)에 이른다. 폐경이란 매달 하던 생리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이 말은 곧 난소에서 더 이상 에스트로겐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 전만 해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폐경에 도달할 때까지 살지 못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75-80세가 된 지금, 많은 나라의 여성들은 인생의 30% 가량을 폐경 상태에서, 극히 미량의 에스트로겐만을 가지고 지내야 하게 됐다. 폐경 상태를 폐경기라고도 하고 갱년기라고도 한다.

 

 

 

 

골다공증에 걸린 뼈


에스트로겐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2차 성징을 발현시키고 생리를 유발하는 것 이외에도 에스트로겐은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근육양을 줄이고 지방을 연소시키며, 자궁내막의 성장을 촉진하고 혈액응고에도 관여한다. 최근에는 에스트로겐이 여성의 정신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폐경이 되어 에스트로겐이 없어지면 많은 여성들이 안면홍조증을 비롯해서 식은땀, 불면, 심계항진, 우울증, 식욕감퇴, 손과 발에 바늘로 찌르는 느낌 등의 증상에 시달린다. 또한 에스트로겐은 뼈의 흡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지라, 골다공증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에스트로겐 대체요법을 시행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폐경 이후 여성들이 겪는 증상은 에스트로겐을 투여해 주면 거의 대부분 없어진다. 골밀도 감소를 막아줘 골절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도 호르몬 대체요법으로 인한 커다란 이익이다. 심지어 대장암도 감소시킨다니, 정말 유익한 치료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폐경은 자연적인 노화현상이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이 아니라는 게 그 하나고, 두 번째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적했듯이 호르몬 대체요법이 심혈관계 질환과 유방암의 확률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첫 번째 주장에 대해서는 노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해도 그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론이 가능할 듯한데, 문제는 두 번째다. 과연 호르몬 대체요법이 심혈관계 질환과 유방암을 증가시킬까? 유방암에 대해서는 증가시킨다는 문헌들이 더 많다. 에스트로겐만 쓰면 자궁내막암의 위험이 있는지라 대부분의 대체요법이 프로게스틴이라는 호르몬을 같이 투여해 자궁내막의 증식을 억제하는데, 이 경우 유방암의 확률이 증가된단다. 어느 정도나? 한 논문에 의하면 50-64세 여성을 놓고 봤을 때 2년 이상 호르몬 대체요법을 쓰면 세배 가량 유방암이 증가했다고 한다.


 

에스트로겐 겔을 사용하는 여성

 

 

 

즉, 대체요법을 쓰지 않은 집단에선 1000명당 3명이 유방암에 걸린 데 반해 대체요법을 쓴 집단에선 약 1000명당 9명이 유방암에 걸렸다. 그럼 심혈관계 질환은? 여기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결과가 많아 섣불리 단정 짓기 어렵지만, 최근에는 대체요법이 정맥의 혈전을 더 생기게 함으로써 뇌졸중의 확률을 약간이나마 증가시킨다는 쪽이 우세하다. 그러니, 안면홍조증 등 폐경으로 인한 증상이 있을 경우 제한적으로 호르몬 대체요법을 시행하라는 게 미국 국립보건원의 권고다.

 

 

 

 

그렇긴 해도 폐경 여성에서는 호르몬 대체요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럼 남성은 어떨까? 여성에서 에스트로겐이 중요한 호르몬이듯, 남성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호르몬은 바로 고환에서 만드는 테스토스테론이다. 태아 때 남성이 되도록 하고, 사춘기에서 2차 성징을 유도하며, 정자를 만들고 성욕을 유발시키는 건 다 이 호르몬이 하는 일이다. 다들 짐작하다시피 남성은 폐경처럼 호르몬 분비가 갑자기 중단되는 일은 없다.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40대 이후부터 1년에 평균 1.2%씩 감소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 호르몬의 감소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테스토스테론의 결정


1939년 베르너(Werner AA)라는 사람은 50대 남성에서 신경과민, 우울증, 기억력 감퇴, 쉽게 피로해짐, 불면증, 성욕감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하며 이를 '남성 갱년기(male climacte rium)'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일부 남성에서만 일어나므로 잘못 붙여진 용어라는 게 입증되었다.

 

또한 여성의 폐경기에 해당하는 용어인 '남성 폐경(male meno pause)'란 용어도 남성에서는 생식력의 중단이 없으며, 남성 호르몬의 감소도 개개인에 따라 다르므로 적합한 용어는 아니었다. 더 중요한 것이 남성 갱년기 증상과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말해서 위에서 언급된 갱년기 증상들은 테스토스테론의 감소에 의한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 나이든 남성에서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을 시행해야 하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 동안 테스토스테론 투여는 성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뇌하수체의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태어날 때 X 염색체를 하나 더 가지고 있는, 소위 클라인펠터(Klinefelter syndrome, ) 증후군 환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는데, 후자의 경우에는 테스토스테론 생성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를 보면 나이든 사람들에게 테스토스테론 대체 요법을 처방하는 건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도 그런 추세로 갈 것 같다. 과연 테스토스테론은 필요한 것일까?

 

세계적인 병원인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를 시행하기로 했다. 연구자들은 60세 이상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자 57명을 구해 테스토스테론 혹은 테스토스테론 제제를 2년간 투여했고, 31명에게는 가짜약(플라시보)을 줬다. 호르몬의 효과는 근육량과 산소요구량, 체지방 지수 등 신체적 능력, 인슐린에 대한 혈당강하 정도, 삶의 질 등을 가지고 판단했는데,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호르몬을 투여한 집단에서는 혈중 호르몬 농도가 분명히 상승했지만, 신체적 능력, 인슐린 반응성, 삶의 질 등에서 그다지 이득을 주지 못했다." 이 결과는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렸는데, NEJM은 전 세계 의학 학술지 중 인용빈도가 가장 높아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 비뇨기과 의사들이 쓴 ‘남성과학’이란 책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이 호르몬(테스토스테론 제제)은 다양한 노화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회춘호르몬으로까지 인식되고 있으나 이를 입증할만한 구체적인 증거는 빈약하다."


 

테스토스테론 약병

 

 

 

 

물론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으로 효과를 봤다는 문헌도 많이 있다. 하지만 나이든 남성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줄 약제가 나오려면 연구가 더 필요한 것 같다. 50세가 몇 년 남지 않은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앞으로 7년 안에는 되겠지!"

두뇌와 교육은 뗄 수 없는 깊은 관계가 있다. 교육이 학습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이러한 일을 담당하는 곳은 사람의 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우리 교육환경을 보면, 아이들의 뇌 발달의 이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교육이 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뇌를 기반으로 한 교육(brain based learning)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아기가 출생하기 전 뱃속에 있을 때부터 조기교육에 열중하고 있다. 남보다 더 먼저 일찍, 더 많이 공부하면 더 공부를 잘해서 높은 점수를 받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즉, 선행 교육, 양적 교육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런 강제적인 교육 방법은 좋지 않다. 우리 아이들의 뇌는 모든 뇌 부위가 다 성숙되어 회로가 치밀하게 잘 만들어 진 어른의 뇌와 다르다. 아이들의 뇌의 시냅스 회로는 마치 가느다란 전선과 같다. 가느다란 전선에 과도한 전류를 흘려 보내면 과부하 때문에 불이 일어나게 되는 것처럼 시냅스 회로가 아직 가는데도 과도한 조기 교육을 시키게 되면 뇌에 불이 일어난다. 각종 신경 정신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아이는 “감정과 본능이 없는 인간”이 아니라 “감정과 본능이 가장 예민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감정과 본능을 억누르는 교육 방식으로는 청소년 비행 등 부작용을 낳을 수 밖에 없다. 지성과 창조력은 정서와 감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감정과 정서의 충족이 없는 편중교육, 단시간에 효과를 내는 암기교육, 아이의 특성이나 적성의 고려 없이 일률적인 인간을 만들어 내는 두뇌 평준화 교육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아이들의 뇌의 발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참고하여 진정으로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① 뇌는 적절자극에 발달하나 과잉, 장기간 자극에 손상 받는다. 뇌는 휴식과 수면이 필수이다.
② 뇌는 끊임없이 창조 된다. 죽은 신경세포는 살릴 수 없으나 시냅스는 새로 만들어진다.
③ 뇌는 평생을 통해 발달할 수 있다.
④ 지성(학습 등), 창의력은 정서(감정)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⑤ 특정한 뇌 기능은 특정한 시기(기간)에 효율적으로 더 잘 습득된다.
⑥ 환경 요인(스트레스와 풍족한 환경)은 뇌 발달과 기능(이성과 감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출생 시 태아의 뇌는 성인 뇌의 25% 정도인 350g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작은 뇌가 생후 3년 만에 1000g 정도로 성장하며 이후 10세 정도까지 빠르게 자라다가 사춘기가 지나면서 성인 뇌 무게인 1300~1500g에 도달하게 된다.

 

머리가 좋다 나쁘다는 대뇌피질의 각 영역이 어떻게 얼마나 잘 발달 했는가로 판별이 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 할 수 있는 것도 이 대뇌피질이 다른 포유류보다 훨씬 발달했기 때문이다. 대뇌피질은 꼬불꼬불한 고랑처럼 홈이 파여 있고, 표면에 굵직하게 나 있는 몇몇 홈을 기준으로 앞쪽은 전두엽, 뒤쪽은 후두엽, 양옆은 측두엽, 위쪽은 두정엽으로 영역을 구분한다. 전두엽은 가장 넓게 차지하고 있는 부위로 사고와 언어에 대한 일을 관장한다. 두정엽은 신체를 움직이는 일과 입체 공간적 인식기능을 담당한다. 측두엽은 언어적 능력과 청각에 관련된 일을 한다. 후두엽은 눈으로 보고 느끼는 시각적인 정보를 담당한다. 


대뇌피질은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 등으로 구분된다.

 

 

 

연령별 두뇌의 발달. 붉은 빛이 도는 부분이 발달하고 있는 곳이다.
유아시절은 두뇌 앞부분이, 나이가 들수록 뒤 부분이 발달하는 것을 보여준다.


두뇌는 20세경까지 서서히 발달 하나, 좌우 뇌를 연결하는 뇌량(Corpus Callosum) 발달로 볼 때 앞의 전두엽부터 뒤의 후두엽 쪽으로 이동하면서 발달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연상사고와 언어기능의 연령별 성장률을 관찰한 그림에서 보면, 만 3세에서 6세경의 아동은 앞쪽의 뇌량의 성장률이 60~80%에 달한다. 그러나 언어기능은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만 6세에서 7세경의 아동에서는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인 칼로좀 이스무스(callosal isthmus)에서 85%이상의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인다. 만 7세에서 11세경의 아동에서도 80%이상의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만 11세에서 15세경의 아동에서도 20~25%의 성장률을 보이며, 여전히 측두엽 부위의 뇌 발달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언어기능의 정확한 조율은 비교적 늦은 아동기 (만 6~15세경)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Thompson 등, Nature, 404 :190-193)

 

 

 

 

 

신경세포의 회로는 만 3세까지 일생을 통해서 가장 활발하게 발달한다. 또, 다른 시기와는 달리 고도의 정신활동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을 이루는 부분, 즉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이 골고루 발달한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다양한 영역의 정보를 왕성하게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두뇌발달의 기초가 된다. 즉, 어느 한 부분의 뇌가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뇌가 골고루 왕성하게 발달하므로, 어느 한쪽으로 편중된 학습은 좋지 않다. 예를 들어서 독서만 많이 시킨다든지, 언어교육을 무리하게 시킨다든지, 카드학습을 지속적으로 시키는 등의 일방적이고 편중된 학습방법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감학습을 통해 두뇌를 골고루 자극할 때 뇌 발달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즉 잠깐 스치듯이 지나가는 정보는 신경회로를 만들긴 하지만, 곧 없어지고 만다.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주어야 신경회로가 튼튼하고 치밀하게 자리를 잡는다. 특히 이 시기에는 감정의 뇌가 일생 중에서 가장 빠르게 그리고 예민하게 발달하기 때문에 사랑의 결핍은 후일 정신 및 정서 장애로 연결되는 경향이 많다.


영 유아기에는 감성, 정서 발달이 중요하다.

 

 

 

 

전두엽은 인간의 종합적인 사고와 창의력, 판단력, 주의 집중력, 감정의 뇌를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부위일 뿐만 아니라 인간성, 도덕성, 종교성 등 최고의 기능을 담당한다. 이 시기는 전두엽이 보다 빠른 속도로 발달한다. 따라서 초등학교 1학년에 배우는 내용을 암기 위주로 선행 학습을 강요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새롭고 자유로운 창의적 지식, 한 가지의 정답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지식을 가르쳐 주는 것이 전두엽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이 시기에 예절교육과 인성교육 등이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성장한 후에도 예의 바르고 인간성 좋은 아이가 될 수 있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이 과학적으로 맞는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전두엽 발달은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발달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다른 사람과의 관계 및 인간성이 계속 성숙되어 고상한 품격을 갖추게 된다.

 

 

 

 

 

 

2, 3세경에 세 단어 문장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접미사, 조사 등 문법적인 형태소의 사용이 시작되며 언어는 사고, 인지기능과 상호작용하면서 같이, 그리고 서서히 발달 한다. 창의적 상상의 발달이 4~5세 사이에 절정을 이룬다는 보고로 볼 때 모국어에 의한 활발한 사고의 발달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언어와 사고 발달에 도움이 된다.

 

 

 

초등학교 시절의 독서가 평생 국어 실력을 좌우한다.


측두엽은 언어기능, 청각기능을 담당하는 곳으로, 측두엽이 발달하는 시기에 외국어 교육을 비롯한 말하기·듣기·읽기·쓰기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공간 입체적인 사고 기능, 즉 수학·물리학적 사고를 담당하는 두정엽도 이때 빨리 발달한다. 이 시기의 아이는 자신의 의사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 따지기를 좋아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런 측면도 뇌 발달과 관계가 있다. 뇌 발달에 맞춰본다면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이 이 시기에 가장 빠른 속도로 발달하므로 만 6세 이후에 본격적으로 한글 학습을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너무 빨리 한글교육을 시키게 되면 초등학교에 들어와서는 이미 배운 내용을 학습하기 때문에 국어교육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는 언어기능의 뇌가 집중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조금만 자극을 주어도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어 한다. 따라서 초등학교 시절에 세계명작들을 재미있게 그러나 지루하지 않게 많이 읽고 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이때의 경험과 실력이 평생 국어 실력을 좌우한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영어 잘하는 것이 최고의 경쟁력으로 부각되면서 영어 조기 교육의 붐이 일고 있다, 부지런한 엄마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영어를 들려주면서 자극을 준다. 대부분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영어 교육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뇌 발달에 맞춰보면 별로 교육적인 효과가 크지 않다. 자연스러운 환경 속에서 이중 언어 환경이 잘 구비되어 있는 경우, 즉 집에서는 한국어를 쓰고 밖에서는 영어를 쓰는 외국에 사는 아이라면 두 개의 언어를 동시에 쉽게 습득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시냅스 회로가 발달되어 있지 않고 이중 언어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을 때 두 개 언어를 동시에 강제적으로 많이 주면 상호 경쟁하기 때문에 두 개 언어 모두 효과적으로 잘 받아들일 수 없다. 모국어 보다 외국어를 너무 강제로 시키면 모국어까지도 발달이 지연될 수 있다. 즉, 한국에서 사는 아이는 학원이나 비디오 등으로 잠깐 영어를 배운 뒤에 대부분 생활 속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교육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 영어를 이해하고 말할 때 한국어로 번역하여 이해하게 되고 한국어를 영어로 작문한 다음에 영어로 말하게 되기 때문에 그만큼 비효율적이다. 설사 아이가 잘 따라 한다고 해도 뇌에서 동기유발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별 재미가 없고, 그러다 보면 아이는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여 평생 영어를 싫어할 수도 있게 된다.

 

뇌 학자들은 너무 일찍 마구잡이로 시키는 것보다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외국어 교육을 시키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언어는 단순한 단어의 연결이 아니라 사물을 이해하고 인식하는 인지 기능과 감정이 같이 들어가 있어야 참다운 언어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인지기능과 감정이 같이 발달하는 시기에 언어교육이 이루어져야 자연스러운 언어 습득이 이루어질 수 있다. 또 언어교육을 시킬 때는 다양한 내용의 자극을 주면서 재미있게 학습하는 방법이 좋다. 똑같은 내용을 강제로 단순 반복· 암기 교육을 시키면 뇌에 있는 일부의 회로만이 자극을 받아 발달한다. 따라서 특정 내용을 암기하는 당장의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편협하고 감정이 메마른 지식의 소유자로 성장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시각 기능이 발달해서 자신의 주위를 훑어보고 자신과 다른 사람의 차이를 선명하게 알게 되며 자신의 외모에 큰 관심을 갖게 된다. 보기에 화려하고 멋진 연예인이나 스포츠맨들에 빠져 열광하는 것도 시각기능이 발달한 이 시기의 뇌 발달 특징과 관련이 깊다. 따라서 이 시기에 잘 나타나는 이런 특징들을 나무라고 못하게 하는 것 보다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고 다른 것의 중요성도 알도록 해 주는 것이 자기 발전을 위한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는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텔레비전 광고에 위와 간에 사용하는 약이 자주 등장하다 보니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선을 그었을 때 위는 오른쪽 아래로 쳐진 모양을 하고 있고, 은 왼쪽 위로 향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상식으로 알고 계신다.  일반적으로 “배가 아프다” 또는 “속이 아프다”고 하는 경우 위에 이상이 생긴 경우가 가장 흔하다. 이것은 위가 탈이 잘 생기는 장기이기도 하고, 소화를 담당하다 보니 이상이 생기면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인체가 쉽게 이상을 감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화만 잘 이루어지면 위에 생긴 이상을 잘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으므로 조기진단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위가 담당하는 일은 아래와 같다.

첫째, 기계적인 운동을 통해 음식물을 물리적으로 박살낸다. 기계적인 운동이란 위가 움직이면서 음식물을 깨부수는 운동을 가리키며 

        연동운동이라고도 한다.

둘째, 산과 소화효소를 분비하여 음식물을 화학적으로 분해한다.

셋째, 짧은 시간이지만 음식물을 저장한다. 그러므로 고기덩어리와 같이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음식을 섭취하면 식욕이 덜 생기며,

        소화가 잘 되는 야채의 경우 일찍 배가 고파진다.

넷째, 내인인자(intrinsic factor)를 생성하며 비타민 B12가 잘 흡수되도록 한다. 등이다

 

 

 

 

위. 사진 가운데의 J자 모양 주머니


텔레비전 화면에서도 가끔씩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위는 위아래로 관이 연결된 주머니 모양을 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로 쳐진 듯한 모양은 J형을 이루고 있다. 식도에서 위로 연결되는 부분을 들문(cardia), 위에서 작은 창자로 연결되는 부분을 날문(pylorus)이라 하며, 들문을 지나는 수평선보다 몸 위쪽에 위치한 부분을 위바닥(fundus), 들문을 지나는 수평선보다 아래쪽에 위치한 위바닥 반대편을 위몸통(body)이라 한다. 위바닥이 윗쪽에 위치한 것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여기서 바닥이란 위의 입구를 기준으로 할 때 반대편 쪽에 위치한 부분을 의미한다. 위로 들어온 음식물은 위에서 분비되는 분비물과 혼합되면 액체 속에 건더기가 들어있는 모양이 된다. 이를 미즙(chyme)이라 하며, 이 상태로 날문을 통과하여 작은창자로 들어가면 위에서 못다한 소화를 함과 동시에 소장(작은창자)벽을 통해 소화된 영양소가 인체로 흡수된다.

 

 

 

날문에는 날문조임근이 존재하여 미즙의 흐름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므로 미즙의 흐름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된다. 미즙은 위에서 분비된 염산과 혼합되어 있으므로 강산성을 띠고 있을 뿐 아니라 부식성을 지니므로 식도로 올라오게 되면 불쾌한 느낌이 드는 것은 물론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위에서 음식이 충분히 소화되기 전에 계속해서 음식을 섭취한다 해도 날문조임근의 기능은 변하지 않으므로 위에는 음식을 축적된다. 비어 있는 위는 음식물이 들어 있을 때보다 수축하여 위점막에 세로로 주름이 잡히게 되며, 이를 위주름(rugae)이라 한다. 위에 음식물이 차게 되면 위의 부피가 늘어나면서 위주름도 거의 사라져 주름이 거의 사라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1500ml 정도라 하는 위의 용량은 위가 최대로 팽창되었을 때의 부피를 가리킨다. 한국인의 경우 남성과 달리 여성의 경우에는 이보다 15% 정도 용량이 더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에 차 있던 음식이 작은창자로 빠져나가면 부피가 줄어들게 되면서 위주름이 다시 나타난다. 위의 신축성이 뛰어난 경우에는 한번에 섭취하는 음식의 양이 다른 사람들보다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위를 너무 많이 채우는 것은 위의 기능에 무리가 가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위에 음식이 가득 찼다 해도 뇌에서 그 사실을 인지하여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시간이 요구되므로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것도 필요이상의 영양분 섭취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사람에게 필요한 3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이고, 6대 영양소라 하면 여기에 비타민, 무기질, 물이 포함된다. 입에서 아밀라아제에 의하여 소화되기 시작한 탄수화물은 위액 분비가 시작되는 초기까지는 위에서도 탄수화물 소화 기능을 발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위가 본격적으로 소화를 담당할 시기에 이르면 위액의 pH는 2정도까지 떨어지게 되므로 아밀라아제는 강산성에서 기능이 멈추게 되고, 이 때부터 탄수화물은 기계적 소화만 일어난다. 입에서 기계적소화만 거쳐 위로 들어온 지질은 리파아제에 의하여 가수분해된다. 동물의 소화과정에서 리파아제의 기능이 잘 발휘될 수 있는 pH는 중성에서 약염기성이므로 지질소화는 위에서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덜 소화된 지질은 작은 창자로 들어간 후 이자(췌장)에서 분비된 리파아제에 의하여 완전히 소화된다.


단백질도 완전히 소화되는 것은 작은창자의 기능이지만 위에서 펩신(pepsin)에 의해 일어나는 소화에 의해 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진다. 펩신은 그리스어로 소화를 뜻하는 pepsis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펩신이 아니라 펩시노겐이며, 이것이 변하여 소화 기능을 가진 펩신이 되면 위로 들어온 단백질을 소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펩신의 기능이 잘 나타나는 pH는 1.5-3 정도이므로 위에서 염산이 충분히 분비되어야 펩신이 단백질 소화를 시작할 수 있다. 음식으로 섭취된 단백질은 입체구조를 하고 있으며, 펩신에 의해 잘게 잘라지게 된다. 단백질은 기본적으로 20개 종류의 아미노산이 입체적으로 연결된 모양을 하고 있으나 펩신에 의해 소화가 되면 아마노산이 수개로 연결된 조각으로 분해되어 작은창자로 들어간다.

 

 

 

 

 

 

위벽은 위의 안쪽 면을 가리킨다. 위는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염산을 분비하므로 위벽은 강한 산성에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해야 하며, 자신이 분비하는 소화효소에 의해 소화되지 않아야 함은 물론 수시로 발생하는 음식물과의 마찰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위벽은 이와 같은 자극으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해 점액세포(mucus cell)에서 알칼리성 점액을 분비하여 위벽 상피세포의 표면을 덮어 준다.

 

 

 

위벽에 존재하는 위주름에는 표면에 점액세포가 많이 위치해 있으며, 안쪽으로 들어가면 내인인자와 염산을 분비하는 벽세포(parietal cell), 펩시노겐을 분비하는 주세포(으뜸세포, chief cell), 가스트린(gastrin)을 분비하는 G세포 등이 위치해 있다. 가스트린은 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하나로 위에서는 벽세포에서 위산분비를 촉진시키고, 주세포(으뜸세포)에서 펩시노겐 분비를 자극하는 기능을 한다. 가스트린 분비는 단백질이 소화되어 생성된 아미노산, 위를 지배하는 미주신경의 자극, 위의 팽창, 칼슘 등에 의해 자극된다. 벽세포에서 분비되는 내인인자는 작은창자의 점막에서 B12가 잘 흡수되도록 도와 주는 기능을 한다. 또한 벽세포에서 분비되는 염산은 위액을 강한 산성으로 만들어 외부에서 침입한 미생물을 사멸시키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펩신 활성화, 식물세포의 세포벽과 육류의 결합조직을 파괴하는 기능을 한다.

위벽의 세포

 

 

 

소화를 담당하는 위는 작은창자와 달리 영양소를 흡수하지는 못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① 위점막의 상피는 알칼리성 점액으로 덮여 있으므로 흡수를 할 수 없다.
② 위점막 상피에는 영양소를 운반하는 기전(mechanism)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
③ 위점막에서는 수분을 통과시키는 기능을 못한다.
④ 위에서는 소화가 일부 일어날 뿐 완료되지 않는다.

 

 

 

 

 

 

레아뮈르(Rene Antoine Ferchault de Reaumur, 1683~1757)


일반적으로 공기 중에 보관하는 음식은 하루가 지나면 세균을 포함한 미생물이 자라기 시작하므로 상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입으로 들어오는 새 음식은 오래 보관해 두면 상하지만 일단 위액과 혼합된 후 입 밖으로 나온 음식은 공기중에 오래 보관해 두더라도 상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프랑스의 레아뮈르(René Antoine Ferchault de Réaumur, 1683~1757)다.

 

레아뮈르는 기하학, 화석학을 포함한 자연사, 수학, 물리학 등의 기초과학은 물론 산업과 기술에 대해서도 여러 업적을 남긴 과학계의 팔방미인이었다. 그가 특히 능력을 발휘한 분야는 곤충학이었으며, 동물행동학을 창시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위액의 성질에 대한 연구결과도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것이었다. 그가 발견한 내용은 솔개의 위에서 소화된 음식물이 위액과 함께 있는 경우 썩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그 이유를 몰랐지만 지금은 그것이 위액에 포함된 산성용액에 의해 세균이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점이 잘 알려져 있다.

 

 

 

 

1883년에 독일의 코흐(Robert Koch, 1843~1910)가 콜레라의 원인균을 발견하여 “콜레라는 콜레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병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 주장에 반대한 독일의 페텐코퍼(Max Josef von Pettenkoffer, 1818~1901)는 콜레라가 병원성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콜레라균이 잔뜩 들어있는 용액을 직접 들이켰지만 콜레라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위액의 강한 산성에 의해 콜레라균이 몰살당했기 때문으로 생각되고 있다.

 

 

 

 

위에서 일어나는 소화과정은 어른과 어린이에게 별 차이가 없지만 그렇다고 똑같은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차이를 하나 예로 들라면 신생아의 위에서는 어른에게서 분비되지 않는 렌닌(rennin)이 분비된다는 점이다. 포유동물의 위에서는 어미의 젖을 소화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효소의 복합체를 분비한다. 이 복합체를 레닛(rennet)이라 하며, 레닛에 포함된 대표적인 효소가 바로 렌닌이다. 렌닌은 우유에 들어 있는 카세인(casein)을 응고성 단백질로 만드는 기능을 한다. 신생아가 모유를 마신 경우에 모유에 포함된 카세인이 응고성 단백질로 바뀌게 되면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결과적으로 모유가 소화되기에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는데 도움을 주며, 성인에게서는 렌닌이 존재하지 않는다. 치즈는 우유에 포함된 단백질을 분리하여 응고시킨 음식이며, 치즈를 제조할 때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바로 소의 위에서 분리한 렌닌이다
 

MLB(메이저리그 베이스볼)라고 불리는 미국 야구 리그에서는 현역 시절 커다란 활약을 한 선수를 ‘명예의 전당’ 에 모심으로써 그를 기린다. 베이브 루스루 게릭 등 우리가 아는 위대한 선수들은 다 거기 있는데, 지금 초미의 관심은 마크 맥과이어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느냐 마느냐다. 1961년 양키스의 로저 매리스가 61개의 홈런을 쳐 베이브 루스가 갖고 있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넘어선 이래, 그 기록은 37년간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 카디날스의 강타자 마크 맥과이어는 1998년 로저 매리스의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좌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62호 홈런을 쳐냈고, 그 후에도 꾸준히 홈런을 추가하며 한 시즌에 70개의 홈런을 치는 대기록을 세운다.

 

 

 

 

 

 

전성기 마크 맥과이어의 호쾌한 스윙


 하락세에 있던 미국 야구의 인기를 되살렸다는 평을 듣는 그는 명예의 전당의 보증수표로 일컬어지는 통산 500홈런을 훨씬 넘어선 583개의 홈런을 친 선수다. 하지만 명예의 전당 입성을 결정짓는 기자단 대부분은 맥과이어를 외면했고, 그는 75% 이상의 득표를 얻어야 하는 조건에 한참 미달한, 채 25%도 안 되는 득표에 그치고 만다. 2009년 1월의 일이다.

 

도대체 왜 기자단은 그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을까? 바로 스테로이드였다. 맥과이어와 같은 기간 선수생활을 했던 호세 칸세코라는 선수가 자서전에 맥과이어의 약물복용 사실을 폭로한 것. 행크아론의 기록을 경신하며 통산 홈런 1위로 올라선 배리본즈 역시 스테로이드의 도움을 받았으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인지라, ‘명예의 전당’행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테로이드는 그림과 같은 구조를 갖는 물질을 통칭한다. 그림에서 보듯이 탄소원자 17개가 4개의 고리(ABCD)를 이룬 게 기본 구조고, 그 옆에 뭐가 붙느냐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 스테로이드는 모든 사람이 갖고 있다. 신장 위에 있는 부신이란 기관에서, 그리고 고환과 난소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록 해줄 뿐 아니라 체액의 균형도 맞춰주는 등 많은 일들을 한다. 하지만 운동 선수들이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다고 할 때, 그 스테로이드는 아나볼릭-안드로게닉 스테로이드(anabolic-androgenic steroid, AAS)‘를 지칭하며, 흔히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로 불린다. ‘아나볼릭’이란 말은 ‘짓는다’, ‘안드로게닉’은 남성적이라는 그리스어에서 파생된 것. 그러니 이 호르몬을 복용할 경우 근육과 뼈의 양이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성대와 체모가 자라는 등의 남성적 특징이 뚜렷해진다. 남성의 고환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도 이 역할을 수행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의 구조를 변형시켜 ‘짓는 효과’를 증강시킨 게 바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다.


스테로이드의 구조

 

 

 

합성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좋은 효과를 보이려면 남성화보다 근육증강 등의 효과가 더 커야 한다. 그래서 이것의 효과를 따지기 위해 항문 근처를 지지하는 근육인 항문거근(levator ani)이 남성화의 상징기관인 전립선에 비해 무게가 몇 배나 증가했는지를 측정해 그 비율을 수치로 표기한다. 합성된 스테로이드의 대부분이 2-3 정도의 수치를 보이지만, 스타노조롤(stanozolol)은 6-10, 난드롤론(nandrolone)은 10-12나 된다. 후자의 두 스테로이드가 각각 가장 널리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3, 2위에 랭크된 것은 그런 이유다. 그럼 1위는 뭘까? 바로 테스토스테론이다. 이게 일등인 이유는 ‘짓는 효과’ 면에서는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0.3-0.4), 원래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것인지라 외부에서 주입한 것인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원래 고환이 발달하지 않아 테스토스테론이 나오지 않는 환자를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그것 말고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여러 환자에 적용이 가능하다. 에이즈로 인해 지나치게 체중이 감소한, 소위 악액질(cachexia) 환자라든지 심한 화상이나 신부전처럼 영양공급이 부족할 수 있을 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근육양과 강도를 늘려준다는 점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스포츠 선수들에게 대단히 유혹적이었다. 이 효과는 특히 여성에서 더 큰데, 1972년 올림픽에서 동독 여자 선수들은 육상이나 수영처럼 근력을 필요로 하는 종목에서 큰 두각을 나타냈다. 독일 통일 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 시절 수천 명의 선수들이 매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투여받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 중에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당시 여자 수영선수들의 모습을 보시라. 그 약의 남성화 효과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결국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부터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금지약품이 되었지만, 육상선수나 보디빌더 등에 의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꾸준히 이용되었고, 결국 프로야구 선수들도 그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1990년대 배리 본즈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본다면, 데뷔 초 가냘픈 몸매로 49개의 홈런을 쳤던 맥과이어를 기억한다면 스테로이드가 얼마만큼 근육증강에 도움이 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거다. 스테로이드로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으면 되지 뭐가 문제야?”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사용을 금하는 것은 그 약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날렵하던 시절의 배리 본즈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100m, 200m 세계기록을 세운 그리피스 조이너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은 어마어마하다. 아이들에서 뼈의 성장판을 일찍 닫히게 하고, 남성의 가슴을 크게 만든다. LDL이라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을 낮춤으로써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가능성을 높인다. 심지어 심장마비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을 수 있다. 과민해지고 충동적이 된다. 대머리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간 기능의 이상을 초래하며, 황달을 일으킬 수 있다. 간 종양의 가능성을 높인다. 고환을 위축시키고 여성에선 무월경을 초래할 수 있다. 여드름이 난다. 감염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29세된 여자 육상선수가 침대 옆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상처라고는 넘어질 때 긁힌 자국과 피부의 여드름이 전부였다. 그녀의 혈액에서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스타노조롤이 검출되었다. 그녀의 사망원인은 그러니까 이 약물에 의한 심장마비였다. 2009년 국제 법의학지(Forensic Science Internaional)에 실린 증례다. 2007년 국제 심장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ardiology)에는 27-37살 육상선수 네 명이 심장마비로 죽은 사례가 나와있다. 네 명 모두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양성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이와 비슷한 예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좀 더 유명한 선수를 예로 들면, 서울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그리피스 조이너(Florence Griffith Joyner)라는 선수가 있었다. 빼어난 미모까지 갖췄던 그녀가 100미터와 200미터에서 세웠던 기록은 아직까지도 세계기록으로 남아 있는데, 그녀는 불과 나이 서른아홉에 죽고 말았다. 사인은 간질로 밝혀졌지만, 일각에서는 그녀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으로 죽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1987년까지 10초 96이 그녀의 100미터 최고 기록이었는데 1년 사이에 0.4초를 앞당긴 점, 도핑테스트가 엄격해지기 시작하자 곧바로 은퇴한 점 등이 그 근거였다.

 

 

 

 

 

스포츠스타들은 자기 분야에서 일반인은 따라올 수 없는 다른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네들이 많은 돈을 버는 건, 그런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약물의 힘을 빈 것이라면 더 이상 그들을 존경할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그 약물은 자기 자신을 해친다.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 마흔도 못되어 죽는 것보다 좀 덜 벌더라도 오래 사는 게 진정으로 잘 사는 게 아닐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독이 든 사과다. 아무리 그게 맛있게 보일지라도.

치매 증세 없이 건강하게 자주 골프를 즐기던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엘지 맥린 할머니. 2007년 102세의 나이로 파3홀(100야드)에서 드라이버로 티샷을 날려 평생 처음 홀인원을 하였다. 이로써 2001년 101세난 할아버지가 세운 정규 골프코스 최고령 홀인원 기록을 깼다.

 

 

 

골프를 즐기는 노부부


이 할머니는 유명한 “투나이트쇼(The Tonight Show)”에 출연하여 “누구든지 끊임없이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녹슬지 않은 기억력과 이야기 솜씨를 과시하였다. 어떻게 이런 고령에 홀인원을 할 수 있으며 좋은 기억력을 유지 할 수 있는가?

 

최근 연구결과 지속적인 운동을 하면 건강한 성인의 뇌에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날 수 있음이 밝혀졌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수록 뇌의 신경세포가 감소한다고 생각하였다. 운동을 계속하면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날 뿐만 아니고 늙은 신경세포 간에 새로운 연결망이 만들어지며, 뇌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켜 뇌 세포에 더 많은 영양과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뇌기능이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뇌 신경망을 만드는 “뇌 유리 신경 성장 인자(BDNF: Brain Derived Neurotropic Factor)"생성도 증가시켜 뇌의 지적 능력을 더욱 향상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 뇌에도 여러 가지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가 존재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기억력 중추인 해마와 뇌척수액이 순환하는 뇌실의 밑 부분(Subventricular Zone)에는 줄기세포가 어느 정도 있음이 알려지고 있다. 뇌가 일부 손상을 입거나 뇌의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혈관이 터져 출혈하는 뇌출혈이 발생하면 산소공급이 차단되어 신경세포가 죽게 된다. 이때 죽은 신경세포는 다시 살릴 수 없으나 뇌에 존재하고 있는 줄기세포가 병변 부위로 이동하여 일부의 죽은 세포를 대신하여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물론, 병변이 큰 경우는 모든 병변 부위를 줄기세포에서 나온 신경세포로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앞으로 뇌 속에 있는 줄기세포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외부에서 줄기세포를 넣어주지 않아도 망가진 신경세포를 보다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어 세포치료의 신기원이 열릴 것이다.

 

쥐는 뇌실 밑 부분에 있는 줄기세포가 앞쪽으로 이동하여 후각 신경세포를 새로이 만들어 내기 때문에 늙은 쥐도 냄새 맡는 능력이 계속 유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에서는 이런 이동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억제되어 있어 60세 이후가 되면 후각이 상당히 떨어지게 된다. 앞으로 억제된 줄기세포의 이동을 풀 수 있게 된다면 늙어도 냄새를 잘 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뇌의 해마의 현미경 사진

 

 

 

 

운동과 몸의 평형유지에 중요한 소뇌가 호르몬 중추인 시상하부를 통해 감정중추인 변연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최근 보고되고 있다. 즉, 운동을 하면 감정적인 균형이 잘 이루어져 우울증이 잘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버드대의 존해티박사는 “운동은 집중력과 침착성을 높이나 우울증과 충동성은 낮춰 우울증 치료제인 프루옥세틴(프로작)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증후군’(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리타린)를 복용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일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많은 학자들이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들의 유리가 원활히 일어나서 우울증이 없어지고 뇌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하여 뇌기능이 올라 갈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운동을 하다가 그만 두면 별 효과가 없으며 효과를 얻으려면 하루 40분 정도씩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욕심을 내서 매일 수 시간씩 운동을 하는 운동 중독증은 우리 몸과 두뇌를 지치게 만들기 때문에 좋지 않다. 이와 같이 운동은 신이 내린 귀중한 천연적인 ‘항우울제’이며 ‘집중력 향상제’라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운동하면 뇌의 노화를 막을 수 있다.

 

 

 

 

그 동안 연구결과를 보면 근육처럼 뇌도 어떤 자극이나 좋은 경험에 대해서는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신경세포도 근육처럼 커지게 된다. 사용하면 커지고 기능이 좋아지나 쓰지 않으면 작아지고 기능을 잃어버린다(Use the brain or lose it)는 기본법칙은 근육과 마찬가지다. 버클리 대학의 마크로젠츠위그 박사와 다이아몬드 박사가 보고한 연구 결과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들은 쥐를 3종류로 나누어 실험을 해 보았다. 한 종류의 쥐는 장난감을 넣어주고 12마리가 같이 지내게 하였다. 두 번째 종류의 쥐는 장난감도 넣어주지 않고 아주 제한된 공간에서만 지내게 하였다. 3번째 종류의 쥐는 보통상태에서 키웠다. 장난감을 넣어줘서 마음대로 놀게 한 쥐는 뇌의 무게가 약 10%쯤 증가하였다. 처음에는 뇌가 증가된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믿지 않았다. 그 후 계속된 연구에서 뇌의 무게도 증가 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풍족한 환경(A)에서는 해마 줄기세포의 수를 증가시키나 스트레스(C)는 이를 감소시킬 수 있다. <자료: 저자 연구실>


 

이런 결과는 환경이 뇌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재미있고 신선한 자극은 뇌의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이아몬드 박사팀은 아주 늙은 쥐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를 실험해 보았다. 그들은 아주 늙은 4마리의 쥐를 8마리의 젊은 쥐와 같이 넣어주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관찰 해 보았다. 늙은 쥐는 젊은 쥐와 같이 살고 있는 것을 즐겼으나 젊은 쥐는 별로 그렇지 않았다. 젊은 쥐와 같이 살고 있는 늙은 쥐의 뇌 무게는 10%쯤 증가하였으나 늙은 쥐와 같이 살고 있는 젊은 쥐의 뇌 무게는 증가가 없었다. 늙은 쥐는 젊은 쥐로부터 자극을 받아 뇌의 무게가 증가한 것이다.

 

최근 우리 연구실에서는 사람들이 사는 다양한 환경을 모방해 환경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 위해 보다 복잡하고 정밀한 실험을 하였다. 쥐는 한 종류의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면 점차 적응하기 때문에 첫 번째 그룹의 쥐는 강박스트레스, 진동스트레스, 수중 부동스트레스, 강제수영스트레스 등의 다양한 스트레스에 무작위로 노출시켰다. 두 번째 그룹의 쥐는 풍족한 환경, 즉 넓은 방에 다양한 장난감과 같이 지내게 하였다. 세 번째 그룹의 쥐는 스트레스 환경과 풍족한 환경이 교차 되게 하면서 사육하였다. 네 번째 그룹의 쥐는 보통 환경에서 키웠다. 다양한 스트레스환경에 노출된 쥐들은 보통 환경에서 자란 쥐들보다 기억력이 감소하였고 기억중추인 해마에서의 신경세포 사멸이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숫자도 가장 적었다. 반면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쥐들은 기억력도 증가하였고 해마에서의 줄기세포 숫자도 증가하였다. 스트레스와 풍족한 환경이 교차되는 환경에서 자란 쥐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났던 기억력 감소, 신경세포의 사멸과 줄기세포의 수적 감소를 점차 회복시켰다. 또한 11개월 된 유전자 조작 치매 마우스에 스트레스를 주면 24개월 된 유전자 조작 치매 마우스와 비슷한 기억력 감퇴와 조직 병변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우리가 보고하였다. 즉 스트레스가 치매 발병을 배 이상 앞당길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는 80세에 생기는 치매를 40세에 생기게 한다는 의미이다

 

11개월 된 치매 모델 쥐(Q)에 스트레스를 주면 24개월 된 치매 모델 쥐(R)에서와 같이 신경세포 사멸(검게 보이는 작은 세포)이 나타난다.
<자료: Jeong et al. FASEB J. Vol. 20 April 2006>

 

 

 

 

뇌의 성장을 자세히 검토 해 보면 신경세포의 성장은 주로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온 수상돌기가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자극에 의해서 수상돌기가지가 두터워진다. 신경세포의 가지가 증가하고 두께가 두꺼워지기 때문에 뇌가 더 커지게 된다. 이 수상돌기들은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된다. 그러나 뇌를 새롭고 창조적인 방법으로 적절히 사용한다면 돌기의 연결점인 시냅스 회로가 활성화 되면서 정보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회로를 만들어 흥분전도를 보다 원활하게 해준다. 평소에 잘 쓰지 않던 손으로 이를 닦는 등 일상적인 행동에 조금 변화를 주거나 아니면 악기연주나, 외국어를 새로 배우는 것 등을 하면 더 많은 돌기가 생겨날 수 있다.

 

미국 듀크대학의 캐츠교수는 “수수께끼나 문제를 푸는 것은 새로운 수상돌기를 만들어 내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며 잠자고 있는 정보의 통로들을 강화시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누구든지 마음에 활기를 갖는 것은 치매를 모르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물리적인 나이보다 사물에 호기심이 사라지는 것이 진짜 노인이 되는 것이다. 여하튼 무슨 일이나 「 이 나이에 무슨」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적극적으로 도전해보자. 그렇게 함으로써 여태까지는 「 노인의 분수를 모르는 짓」으로 여겼던 것이, 그것이야 말로 뇌를 신선하게 자극하여 젊음을 되찾는 「 생명수」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위의 실험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재미있는 놀이와 함께 일이나 공부를 하거나, 나이가 들어도 젊은이와 같이 젊은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하면 우리의 뇌 신경세포는 가지가 왕성하게 자라서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옷차림이나 분위기를 밝고 활발하게 젊은이들과 어울려 일하는 것이 장수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식사를 한지 약 3시간이 지났다. 야외에서 잘 지내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 왔다. 배가 아픈 것은 가끔씩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전과 달랐다. 비교적 좁은 부위가 꽤 심하게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 정도 통증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심한 통증 때문에 얼굴을 찌푸린 탓인지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눈치를 챘다. 얼른 병원에 가 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주변에 있는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어떻게 왔느냐는 의사의 말에 대충 상황을 이야기하며 통증이 심했다고 하자 의사는 “어떻게 아프셨어요?”라고 물었다. ‘배가 아프면 아픈 거지 아픈 것에도 종류가 있나?’라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순간 의사가 다시 “소화가 잘 안 될 때처럼 비교적 넓은 부위가 아프시던가요? 근육이 당기듯이 아프시던가요? 그것도 아니면 쓰리듯이 아프시던가요?”라고 물었다. 이미 통증은 어느 정도 사라졌으므로 의사의 이야기를 곰곰 되씹으며 어떻게 아픈지를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몽둥이에 맞은 듯이 아프냐? 바늘로 찌르듯이 아프냐? 그것도 아니면 뱃속에 뭐가 들어서 그 옆 부분을 눌러서 아픈 느낌이냐?”라며 농담을 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아픈 것에도 참 종류가 많다. 그렇다면 위에 이상이 생겼을 때는 배가 어떻게 아픈 것일까?

 

 

 

 

위 궤양 초기


궤양을 가장 간단히 이야기하면 점막이나 피부의 상피가 갈라지는 것이다. 위의 안쪽 면에 해당하는 위벽은 강한 산성에 견딜 수 있도록 점액세포에서 생성된 알칼리성 점액이 위벽 상피세포의 표면을 덮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이 상피세포가 손상을 입어 갈라지게 되는 것이 바로 위궤양이다. 갈라지는 원인은 다양하며, 갈라진 부위 주변의 세포는 파괴되거나 괴사를 일으킨다. 그러면 방어기전에 의해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 


위궤양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통증, 위의 산성물질에 의해 일어나는 증상, 출혈, 위 나 가슴이 무겁고 답답한 느낌, 구토, 식욕변화 등이 있다. 통증은 특징적으로 위와 같은 뱃속의 어느 특정 부위가 쓰리듯이 아프거나 송곳으로 찌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식사 후 30분~2시간 정도에 통증이 시작되어 음식물이 완전히 위를 빠져나갈 때까지 계속된다.

 

 

 

위에서 소화가 일어날 때 분비되는 산성 물질은 트림을 했을 때 기분 나쁜 느낌을 일으키고, 가슴에 캥기는 느낌을 일으키기도 한다. 위액의 위산이 과다 분비된 경우가 많지만 소수에서는 저산 또는 무산증인 경우도 있으므로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궤양이 심하여 상피세포에 손상이 가해졌을 때 이 부위가 위벽 내부에 있는 모세혈관을 침범하게 되면 출혈이 발생한다. 극히 미량의 출혈은 감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나 심한 경우에는 구토에 의해 음식물이 입으로 올라올 때 피가 혼합되어 있거나 대변이 검은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텔레비전에 가장 자주 등장한 노벨상 수상자는 아마도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호주의 베리 마셜(Barry J. Marshall)로 생각된다. 노벨상 수상 이전에 스승인 로빈 워런(J. Robin Warren)과 함께 국내 모 회사의 광고모델로 출연했으나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는 한동안 텔레비전에서 사라진 바 있다. 마셜과 워런이 노벨상 수상자로 결정된 후 다시 광고 출연 요청을 받자 워런은 상업적인 이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연을 거절했다. 그러나 마셜은 광고출연료를 모두 연구비로 쓴다는 조건으로 재방송에 응했다는 후문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두 노벨상 수상자의 업적은 헬리코박터균(Helicobacter pylori)을 발견한 것이었다.

 

 

노벨상 사제의 하이파이브 : 제자인 마셜(좌). 스승인 워런(우)

 

헬리코박터균은 위궤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세균이다. 이 균이 발견되기 이전에 위궤양의 원인으로 생각한 것은 위산, 위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 펩신, 정신적 스트레스, 조직저항성 감퇴, 체질, 알러지, 감염, 내분비 기능 이상, 영양부족 등 여러 가지였다. 의학에서 원인이나 치료법이 아주 많은 경우에는 뚜렷한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거나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위궤양의 원인이 다양하다는 것은 위궤양 발생 기전을 정확히 모르고 있었음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워런은 1979년에 위에 존재하는 세균을 처음 발견한 후 이 세균이 위궤양 발생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 워런과 같은 기관에서 내과 의사로 일하고 있던 마셜은 박사학위 연구를 위한 주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워런의 도움을 받아 이 세균이 위궤양의 원인이 되는지를 규명하고자 했다. 1982년에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하는데 성공한 마셜은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헬리코박터균이 위궤양의 원인임을 확신했으나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는 1984년에 자신이 직접 헬리코박터균을 먹은 후 위벽에 헬리코박터균이 정착하면서 염증이 발생하는 현상을 관찰함으로써 헬리코박터균이 위궤양의 원인이며, 항균제로 위 속에 존재하는 이 균을 사멸시키면 위궤양 발생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위의 악조건하에서도 생존 가능한 세균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세균에 의해 위의 질병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워런과 마셜의 연구에 의해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이 위궤양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은 알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 감염자의 10~15%에서만 궤양이 발생한다는 점은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위궤양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님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아직까지 현대의학이 위궤양 발생기전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2006년에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잃고 왜행성으로 격하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세상이 바뀌면 진리로 바뀔 수 있다. 진리도 바뀌는 판에 윤리, 법, 관습 등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2,000년 전에는 전쟁에서 발생한 포로에게 노예 신분을 주거나 승자 마음대로 목을 베는 것이 아무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오늘날에는 포로에게 식사만 제대로 주지 않아도 윤리적 비판을 받게 된다. 지난번 글에서 코흐(Robert Koch)가 콜레라라는 질병의 원인균을 발견했을 때 이를 믿지 않는 페텐코퍼(Max von Pettenkofer)가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콜레라균이 포함된 용액을 들이마셨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마셜도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위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서 헬리코박터균을 얻어 직접 섭취했다. 약 2주일 후 위염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내시경으로 위에 염증이 생겼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헬리코박터균을 죽일 수 있는 약을 투여함으로써 자신의 병세가 호전될 수 있었다.

 

페텐코퍼와 마셜 외에 종두법을 발견한 제너(Edward Jenner)의 스승이었던 헌터(John Hunter)도 임질을 일으키는 원인균을 증명하기 위해 임질환자에게서 얻은 고름을 자신에게 직접 주사하였다. 이와 같이 역사적으로 자신의 몸을 실험에 이용한 예는 얼마든지 더 있다. 진리를 찾아내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졌다는 점에서 그 정신이 거룩해 보일지는 모르나 현대의 연구윤리에 따르면 이는 절대로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


마셜의 경우 자신의 몸을 던진 실험 이전에 실험동물에게 헬리코박터균을 감염시키는 실험에서 실패한 바 있다. 현재의 실험윤리는 동물실험에 실패한 경우에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마셜이 자신의 몸을 이용한 연구는 연구윤리를 위반한 것이다. 이를 이미 알고 있던 마셜은 자신의 몸을 이용한 실험을 하기 위해 연구윤리위원회의 심의신청을 하지 않았음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실험을 해야만 했다.


자신의 가설을 확인하고 싶지만 더 나은 연구방법은 없다면 내 몸을 바쳐서라도 연구를 하고 싶은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윤리적으로는 용인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엄격한 요건을 따라야 하니 과학자들의 연구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게 아무리 올바른 길이라 해도 말이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에는 약간의 과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가 위궤양의 원인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스트레스가 위궤양을 일으키는 기전은 다음과 같다.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에 해당하는 교감신경의 활성을 유도한다. 위에서 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위산분비가 촉진된다. 위산 분비가 촉진되면 위산이 필요이상으로 과다해지므로 위에서 궤양이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스트레스는 위궤양의 원인이 된다. 소화계통에 발생하는 궤양에는 위궤양 외에 십이지장궤양도 있으며, 흔히 이 둘을 합쳐서 소화성 궤양 또는 위궤양이라 하기도 하지만 이 둘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는 질병이다. 작은 창자에 대해 기술할 때 십이지장궤양을 소개하겠지만 스트레스는 위궤양과 다른 경로로 십이지장궤양을 일으키기도 한다. 현대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각박해지면서 스트레스 없이 산다는 게 거의 불가능해져 가고 있지만 그래도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고안하여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질병 없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위궤양은 위의 상피세포에 손상이 가해지는 질병이므로 직접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좋은 진단법이다. 그러므로 내시경검사가 아주 유용하게 이용된다. 내시경검사는 위궤양뿐 아니라 암과 같이 위에 생긴 다른 질병을 진단하는 데에도 탁월하다. 그러므로 위궤양이 의심되면 내시경을 해 보는 것이 좋다. 위궤양은 심한 경우 통증을 참기가 힘들고, 출혈이 생기면 피가 새고, 심한 경우에는 위벽이 갈라져 위에 구멍이 뚫리는 수도 있다. 위궤양의 원인이 다양하다 보니 치료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헬리코박터균을 죽이기 위해 항균제를 투여할 수 있고, 위산분비를 직접적으로 감소시키는 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잘 쓰지 않는 방법이지만 과거에는 위를 지배하는 신경의 기능을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위산분비를 감소시키기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쓰기도 했다.

 

마셜이 자신의 몸을 이용한 실험을 한 사실이 알려진 후 여러 제약회사 연구비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이 때 마셜의 연구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운 회사는 이미 비스무스(Bismuth) 함유물을 시판하던 회사였다. 비스무스 함유물은 위점막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며,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위점막보호제가 시판되고 있다.


내시경 검사를 하는 의사

  

 

이외에 궤양이 곧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거나 발생부위가 치료하기 힘든 경우, 출혈이 심한 경우 등에는 수술적 방법으로 위궤양을 치료할 수도 있다. 위궤양은 합병증을 쉽게 유발할 수 있는 질병이다. 전문의와 상의하여 신속하게 치료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입니다" 뉴욕 양키스의 4번 타자였던 루 게릭(Lou Gehrig 1903~1941)은 베이브 루스와 함께 양키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선수였다. 통산타율 3할 4푼, 493개의 홈런을 기록한 그는 2,130경기에 연속으로 출장한 철인이기도 했다(이 기록은 56년이 지난 1995년, 볼티모어의 칼 립켄 주니어에 의해 깨졌다). 두 번이나 MVP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이상이 나타난 것은 1938년이었다.

 

 

 

"피곤하다. 이유는 모르겠다. 다시 잘 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 해, 그는 13년만에 처음으로 3할 이하(.295)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친다. 이듬해가 되었을 때 그는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맨 위에 적힌 말은 1939년 7월 그가 양키 스타디움에서 팬들에게 남긴 은퇴 연설의 한 대목이다. 병원에 간 그에게 내려진 진단명은 '근육위축가쪽경화증'. 훗날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이 병의 진행은 전설적인 타자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비가 와서 음식을 삼키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됐고, 더 이상 걸을 수도 없었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3년이 고작이었다. 1941년 눈을 감았을 때, 그의 나이는 겨우 38세였다. 그의 등 번호 4번은 양키스에서 영구 결번(Retired Number)이 되었다. 그와 함께 등 번호도 은퇴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일이다.

 

 

루게릭병의 원래 이름은 근육위축가쪽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이다. 여기에서 'a'라는 접두어는 '없다'라는 뜻이다. 'myo'는 근육을 의미한다. 'trophic'은 '영양상태' '육성'이란 뜻이다. 지금까지를 종합하면 '근육이 영양을 잃고 쇠약해진다는 뜻이다'. 'lateral'은 척수의 측면을 말하는데, 여기에는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이 위치하고 있다. 'sclerosis'는 '단단하게 됨' '경화증'이라는 뜻. 그러니까 척수의 측면에 건강한 신경이 있는 대신 돌덩어리처럼 된다는 말이다.


루 게릭(좌)과 베이브 루스(우) 1927년 사진

 

 

 

한마디로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에 있는 운동 신경원(neuron)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운동 신경원은 호흡과 연하(삼키기)운동, 그리고 몸의 모든 자발적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계의 단위를 말한다. 운동 신경원에는 두 가지가 있다. 뇌에서 척수로 명령을 전달하는 상부운동신경원(upper motor neuron)이 있고, 척수에서 해당 근육으로 명령을 전달해 근육을 움직이게 만드는 하부운동신경원(lower motor neuron)이 그것이다. 우리 몸의 모든 자발적 움직임은 이 둘의 협력에 의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주먹을 쥐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먼저 당신의 뇌가 상부운동신경원을 통해 손 근육을 통제하는 부위의 척수로 명령을 전달한다. 그 다음 척수에서 해당 근육으로 신호를 보냄으로써 당신이 주먹을 쥘 수 있는 거다.

 

상부운동신경원이 망가지는 경우, 예컨대 뇌가 망가지면 척수로 명령을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뇌의 통제에서 벗어난 척수는 자기 마음대로 근육에 명령을 보내고, 근육은 긴장이 지나쳐 경직상태에 이른다. 엄마가 안 계시면 아이가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노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하부운동신경이 망가지면? 척수는 근육에 전혀 명령을 보내지 않게 되고, 근육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아이가 아프면 컴퓨터 게임이고 뭐고, 자리에 누워만 있는 것처럼. 결국 근육은 쇠약해지고, 위축되어 양이 줄어든다. 루게릭병은 상부와 하부의 운동신경원이 다 망가져,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게 된다. 대기만 해도 튈 정도로 무릎반사가 증폭되고, 그와 동시에 근육이 위축된다. 감각이나 인지 능력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도 이 병의 특징이다.

 

 

어느 날 갑자기 팔, 다리에 힘이 없어진다. 길을 가다가 푹 쓰러지거나, 손에 힘이 풀려 가벼운 물건조차 들지 못한다. 처음에는 왜 그런지 잘 모른다. "전등을 갈아주다가 힘이 없었고... 그 후에 일어나서 보니까 쓰레기봉투도 못 묶겠어요. 힘이 없어가지고. 저리거나 아픈 건 전혀 없어요. 왜 그러지 왜 그러지 하면서 괜히 불길한 생각이 들더라고." 이건 초기증상에 불과하다. 병은 계속 진행되고, 환자 자신은 서서히 기능을 잃고 있다는 걸 느낀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 말을 들었는데 오늘은 말을 안 듣고. 그러니까 더 무섭죠. 문지방을 분명히 어제까지 넘었는데 오늘은 문지방을 못 넘은 거예요. 그리고 쓰러지고." 결국 씹거나 삼키지도 못하고,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우리가 숨을 쉬는 것도 횡경막과 늑간의 근육을 써서 하는 행위. 루게릭병이 진행되면 이것조차 할 수가 없다. 숨을 쉬려면 기관을 절개하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하지만, 이 경우 감염이 문제가 된다. 루게릭병의 사인은 대개 호흡부전이나 폐렴으로, 대개 증상이 발현된 지 3-5년 사이에 죽는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10년 이상 살기도 하는데, 그 중 한명이 바로 세계적인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ven Hawking) 박사다.

 

 

 

 

 

루게릭병에 걸린 이탈리아 축구 선수 스테파노 보로고노보
(Stefano Borgonovo)를 위한 자선 경기(2009년 4월)


이 병은 인종이나 민족 같은 것에 무관하게 매년 10만명 당 2명의 환자를 발생시킨다. 40-60세가 대부분이라니 올해 마흔셋인 나로서는 어떻게 하면 루게릭 병에 안 걸리나를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원인을 모른다는 것. 10% 정도는 유전이라지만, 나머지 90%는 유전과 무관하다.

 

그래도 위험요인을 찾아보면 몇 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 괌 지방에서 먹는 신경독으로, 장기간 먹으면 루게릭병은 물론이고 알츠하이머병에도 잘 걸린단다. 두 번째로 좀 황당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탈리아 축구 선수들에서 루게릭 병이 일반인보다 다섯 배나 높게 발생했단다 (1970년-2000년 사이 열여덟명이 이 병에 걸렸다). 세 번째로 걸프전에 참전한 군인들에서 루게릭 병의 비율이 높았다. 가족, 친지 중 이 병에 걸린 사람이 없고, 괌에 간 적도 없으며 걸프전에도 참전하지 않았으니 난 안심해도 되는 건가? 그렇지 않다. 이런 사람들에서 좀 더 많이 걸렸다는 것 뿐, 이것들을 피한다고 안 걸리는 건 아니니까. 2005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1,500명의 환자가 투병 중이며, 외국보다 조금 늦은 55-75세에서 가장 발병률이 높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환자의 말이다. "컴퓨터로 찾아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땀이 순식간에 흐르더라고요. 그렇게 순식간에 땀을 흘려본 적이 없죠."안타깝게도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단지 병의 진행을 느리게 할 수 있는 약만 나와 있을 뿐이다. 릴루졸(riluzole)은 이 병에 대해 FDA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약이다. 일반인에 비해 루게릭병 환자들에서 글루타메이트(glutamate)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농도가 높다는 게 밝혀졌는데, 동물 실험 결과 글루타메이트는 장기간 노출시 신경원을 파괴시켰다. 그러니 릴루졸로 글루타메이트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는 거다. 이미 파괴된 신경원을 회복시켜 주지 못하는 게 유감스럽지만.

 

 

 

호킹 박사는 21세 때 루게릭병으로 진단된 이후 40년이 넘게 생존해 있다. 전동 휠체어에 앉아 목소리를 내주는 신서사이저에 의지한 채 강연을 하는 호킹 박사의 모습은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기간 동안 그는 <시간의 역사>를 비롯해 수많은 책을 집필했고, 블랙홀과 양자우주론 등 혁명적인 이론들을 정립했다. 호흡도 혼자 하지 못하고, 손가락 몇 개만 움직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병은) 사랑하는 가족들로부터 날 앗아가지 못했으며, 내 일을 방해하지도 못했습니다. 난 운이 좋습니다. 이 병에 걸린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병의 진행이 느린 것도 행운입니다. 하지만 이건 우리가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40년을 넘게 루게릭병과 싸우며 위대한 업적을 이룬 스티븐 호킹의 생애는 충분히 감동적이다. 하지만 호킹 박사와 달리 대부분의 환자들은 3-5년 내 목숨을 잃고, 그 중 일부는 기관절개술을 거부한 채 죽음을 선택한단다. 당장 죽지는 않더라도 이혼을 당하고 가정파탄을 겪는 환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 병에 대한 연구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1942~)박사

 

 

인도 대마(Cannabis) 에 함유되어 있는 성분으로, 기원전 3000년에 신농(神農)이 구전한 바도 있는 대마초. 즉 마리화나는 수천 년 동안 환각제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마리화나의 성분 중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etrahydrocannabinol, THC)이 환각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졌다. 이를 소량 섭취해도 심혈관계 및 중추신경계에 강한 작용을 나타낸다. 심혈관 증상으로 심박동 증가 및 수축기 혈압상승, 결막충혈이 나타난다. 중추신경계 증상으로는 몽롱 상태가 되고 대량에서는 선명한 환각을 동반하게 되며 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마리화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장래를 망치고 있다.

 

 

 

마리화나를 반복 사용할 때는 모든 일에 피동적이고 내향적이 될 뿐만 아니라 집중력의 상실로 의욕을 잃고 인격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또한 단기 기억이 손상되며 임무수행능력이 저하되며 과거, 현재, 미래를 혼동하는 인격 해리가 나타나 자신과 환경의 경계를 구별하는 능력이 감소된다. 경계의 상실과 함께 인류나 우주와의 일치감을 느껴서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자살행위도 하게 된다.

 

약 200만 명의 10대가 매년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으며 우울증에 걸린 10대들은 또래보다 2배 이상 대마초를 남용하거나 의존하게 된다고 보고하였다. 대마초사용은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고 정신분열병, 불안, 심지어 자살 생각을 3배나 더 많이 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C21H3002)의 구조

 

 

 

 

최근의 연구결과, 놀랍게도 인간의 뇌에는 대마초의 주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이 결합하는 수용체(cannabinoid(CB) 수용체)가 있음이 밝혀졌다. 즉 우리 뇌에 내인성 모르핀이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대마초와 비슷한 환각물질이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다. 얼마 전에 돼지의 뇌에서 대마를 피웠을 때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화학물질이 발견되었다. 이 화학물질은 「아난다마이드」로 명명되었는데, 이 이름은 「행복」이라는 뜻의 산스크리스트어인 「아난다」에서 따온 것이다. 이는 인간의 뇌에 대마 수용체로 이루어진 어떤 신경체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가끔 우리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한 세계, 아름다운 세계를 눈에 그릴 때가 있다. 이때 인간은 고난의 현실세계를 벗어나 평소에 경험해 보지 않았던 이상 감각, 이상 세계, 휘황찬란한 세계를 꿈꿈으로써 무한정의 창조적 생각에 빠질 수도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생각이 삶의 산뜻한 청량제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초현실적인 이상 감각이 자주, 뚜렷이 나타날 때는 병적인 환각이 된다. 이와 같은 환각은 뇌에 존재하고 있는 대마초와 비슷한 신경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대마초는 환각제로 주로 사용되었지만, 대마초는 치료제로 일부 사용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시기는 중국의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에서는 빅토리아 여왕의 주치의가 대마초를 가리켜 「가장 귀중한 명약 중 하나」라고 하면서 여왕의 생리통 완화제로 이를 처방했다는 기록이 있다. 대마는 또한 암 치료를 위한 화학요법 때 나타나는 구토를 멈추게 하고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 환자에게 식욕을 되찾게 하며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의 경련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녹내장 환자에게 안압(眼壓)을 감소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암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고 입맛을 증가시키고 약에 의한 구토를 억제하기 위해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 사용하고 있다.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대마초


또한 마리화나의 환각효과가 LSD, 필로폰 등의 환각제보다 약하기 때문에 사용해도 되지 않느냐는 일부의 주장이 있지만 마리화나는 다른 환각제 중독으로 가는 중요한 관문이 되기 때문에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학계와 법원의 판결이다.

 

최근 우리 뇌에 존재하고 있는 내인성 마리화나(칸나비노이드)신경계는 두려운 기억을 제거하는 등 기억 조절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 이 마리화나 신경계 조절을 통해 두렵고도 무서운 기억을 제거할 수 있게 될 날도 올 것이다. 또한 이 신경계는 과식과 흡연욕구를 자극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서 이 수용체 차단제를 다이어트와 금연 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정신과 신체에 백해무익(百害無益) 하다고 알려진 대마초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인간의 질병 치료에 귀중한 명약으로 개발 될 수도 있다. 이 세상에는 잘못 쓰면 독약이 되고 잘 쓰면 명약이 될 수 있는 약이 허다하다. 인간사에서도 이런 진리가 널리 통용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일부 연예인들의 환각제 복용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마약과 환각제 이용의 증가는 범죄로 이어지면서 자신을 파멸시키고 사회를 불행하게 만든다. 환각제는 환청, 환시 등 환각현상을 일으키는 물질로 본드, 대마초, LSD, 필로폰(암페타민 유도체인 Methampethamine이 주성분), 액스터시(암페타민 유도체 MDMA), 코카인, 케타민 등을 말한다. 이 가운데 코카인과 필로폰 엑스터시 등은 각성 효과가 있는 환각제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하고 감각을 예민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필로폰과 엑스터시 등이 각성작용과 환각 작용을 나타내는 이유는 고도의 정신 작용을 하는 신경전달물질도파민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로폰과 엑시터시 등을 복용하게 되면 뇌는 정신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도파민을 과도하게 유리시키거나 수용체에 붙어 도파민 신경계를 자극시키게 된다. 이와 같이 도파민 신경계가 과도하게 자극되면 제어되지 않는 비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이 나타나서 ‘정신분열증’이 생기게 된다. 필로폰 환각제의 가장 나쁜 부작용인 정신분열증은 자신은 물론 우리 사회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 그리고 필로폰 등을 장기 복용하면 약효가 떨어졌을 때 몸이 처지고 피해망상이나 과잉 공격 등에 사로잡히는 금단 현상이 일어나고, 중독증이 더 심해지면 망상형 정신 분열증이나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이며 포악한, 마치 동물 같은 행동을 하는 등, 거의 완치가 불가능한 폐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중독의 뇌 작용 메커니즘

 

 

근본적으로 알코올과 담배(니코틴), 인터넷 중독도 비슷한 뇌 메커니즘인 복측피개부(VTA)의 도파민 신경계의 과도 활성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르베르가 “뇌”라는 소설에서 이야기한 쾌락을 담당하고 있는 ‘최후의 비밀의 장소’가 바로 이 부위이다. 모든 중독의 핵심이 이곳과 연결되어 있다. 환각제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가장 심각한 폐해는 건전한 정신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사회나 가정에서 자신의 위치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고, 집중력과 새로운 세계에 혼신의 힘을 다해 도전하고 싶은 욕구를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환각제 근절의 근본적 처방은 사회 문제로 귀착된다. 즉 쾌락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건전한 노력 없이 쉽게 보답을 얻게 되는(부동산 투기 등) 사회에서는 더 많은 환각제 복용이 나타난다.

 

 

 

 

환각제는 자신을 파멸시킨다.


통계에 의하면 중고생들의 약 50%가 본드나 부탄가스를 흡입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대부분 본드나 부탄가스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다가 폭발사고가 일어나 화상을 입었다는 어처구니없는 보도를 들을 때도 우리 집 아이는 그렇지 않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부탄가스나 본드를 한번 맛 보면 벗어나기가 힘들다. 다른 물질을 녹이는 유기 용매로 작용하는 본드나 부탄가스 등은 뇌혈관 장벽을 아주 쉽게 통과하여 뇌를 망가뜨려 뇌신경을 파괴시키는 것은 물론, 간이나 골수까지 파괴시켜 간염이나 재생불량성 빈혈을 일으키고 청각이나 시각장애 등 거의 모든 신체 장기에 손상을 일으킨다. 이처럼 본드나 부탄가스는 단 한 번의 흡입으로도 뇌를 망가뜨릴 수 있고 심지어는 생명을 잃게 하는 무서운 독극물이나 다름없다.

 

본드나 부탄가스는 순수한 마음과 정신으로 진리 탐구와 학문 탐구에 열중해야 할 우리 청소년들의 정신력과 판단력, 집중력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킨다. 특히 나이가 아주 어린 초등학교 학생들이 본드나 부탄가스 흡입에 손을 대고 있다는 소식은 정말 안타깝다. 위기에 빠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마약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한 일이다. 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의 고민이 무엇이며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하고 있는가를 주시하고 대화를 통해서 풀어 나갈 방향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아이는 괜찮겠지’ ‘내 아이는 그런 것을 절대로 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야단보다는 따뜻한 사랑의 말 한마디가 우리 아이를 본드나 부탄가스 중독으로부터 구해내는 길이다.

 

이란 무엇인가?”
참으로 많이 들어온 말이기는 하지만 막상 직접적인 질문을 받고 보면 뚜렷하게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이다. 최근에 멕시코에서 발생한 신종 플루가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스(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 SARS)와 조류독감의 유행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바 있는 인류는 신종 플루의 유행도 조만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신종 플루는 무차별적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공포의 대상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치사율이 10% 이하이므로 조류독감과 비교하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질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오래 전부터 인류에게 알려져 있는 암은 엄청난 연구비를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질병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매스컴에서는 새로운 암 치료법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었다는 뉴스를 전해 주고 있다. 그런데도 주변에서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들을 수 있으니 참으로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의 몸은 세포가 모여 이루어져 있다. 세포가 모여 특정한 기능을 할 수 있는 단위를 이룬 것을 조직이라 하고, 이 조직이 모여 조직보다 큰 단위인 장기(또는 기관)를 이룬다. 여러 장기가 모여 일정한 기능을 하는 단위를 이룬 것을 계통(예를 들면 소화기계, 순환기계 등)이라 한다. 사람의 몸을 이루는 세포는 수가 늘어나면서 성장을 하게 된다. 세포는 영원한 것이 아니라 많아도 30회 정도 분열되면 더 이상 분열되지 못하고 도태되어 사라지게 된다. 세포분열 조절 기전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또는 세포의 정상적인 성장이나 손상이 있을 때 일어나는 재생과는 무관하게 비정상적으로 세포 증식이 일어나는 경우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는 뜻으로 신생물(neoplasm) 또는 종양(tumor)이 생긴다고 한다.

 

종양은 그 행태에 따라 악성과 양성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악성 종양을 암이라 하고, 양성 종양은 혹 또는 종양이라 하는 경향이 있다. 양성인 경우에는 수술하기가 쉽고, 인체를 공격하는 정도가 훨씬 약하므로 완치하여 정상을 되찾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악성 종양인 암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수많은 치료법이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진단 후 5년간 살아 있을 확률은 약 50%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니 일반인들이 “암”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공포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어로는 암을 cancer라 한다. 이것은 그리스어로 게(crab)를 뜻하는 karkinos(karcinos)와 라틴어 cancrum에서 유래하였다. 기록상 가장 오래 전부터 알려진 유방암의 모양이 게와 닮은 까닭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고, 암세포가 정상 세포 내에서 게처럼 마구 헤집고 다닌다는 것을 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2세기에 가장 유명한 의사였던 갈레노스(갈렌, Galenos)이 암 조직 주변에 혈관이 발달해 있는 모양이 게 다리를 닮아서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지지만 히포크라테스 관련 문건에 karkinos라는 용어가 사용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근거는 확실치 않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암이라는 용어는 게에서 유래하였으며, 오늘날 암을 상징하기 위해 게를 그려 놓거나 암을 박멸하자는 포스터에 암세포 대신 게를 그려 넣곤 한다.


암 박멸을 상징하는 네덜란드와 콜롬비아의 우표

 

 

 

 

<위, 몸 속의 밥통>글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위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세포가 존재한다. 암이란 한 가지 종류의 세포가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자라나는 질병이므로 위에 존재하는 어떤 세포든 암세포로 전환되면 위에 암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이론적으로는 위에서 발생하는 위암의 종류가 아주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위암의 대부분(세계적으로는 약 85%)이 위 안쪽 면 점막에서 발생하는 위선암이다. 이외에 평활근육종을 비롯한 육종, 다른 암이 위로 전이되어 발생하는 암, 암과 유사한 유암종 등이 있으나 각각의 발생빈도는 미미하므로 일반적으로 위암이라 하면 위선암을 가리킨다. 위선암의 발생원인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역학조사를 통해 알아낸 위암의 위험인자는 다음과 같다.


1. 음식 
   건조, 훈제, 소금으로 절인 음식속에 포함된 고농도의 질산염저단백, 저비타민 식이
2. 위암발생과 관련된 질병
   만성 위축성 위염, 위수술 경험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악성 빈혈, 용종(polyp) 등이 있는 경우
3. 유전
   가족중에 위암 환자가 있는 경우 암 발생 가능성이 4배 증가
4. 기타
   흡연, 남자가 여자보다 흔히 발생, 중년 이후에 흔히 발생

 

 

 

 

위암은 우리나라에 특별히 많은 질병의 하나다. 그러므로 아무리 부자라 해도 위암에 걸렸다고 수술을 받기 위해 미국의 유명병원을 찾아가는 일은 헛수고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미국 외과의사들은 위암 수술경험이 한국의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 발생하는 암중에서 남성의 경우 전체암의 약 24%를 차지함으로써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 위암이다. 여성의 경우에는 세계적으로 점점 발병률이 떨어지는 추세에 있어서 그런지 우리 나라에서 2002년에 약 15%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1위 자리를 유방암에게 내주었다. 세계적으로는 중국, 일본, 칠레, 아일랜드 등이 위암이 흔히 발생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 나라도 이에 못지 않은 위암 강국(?)이다. 한국인들에게 위암이 잘 생기는 이유는 짜고, 맵고, 탄 음식을 좋아하는 식습관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의 음식이 서로 다르긴 하지만 위암이 잘 생기는 이유가 식습관 때문이라는 것은 모두에게 해당한다. 실제로 미국으로 이민 가서 식생활 습관을 바꾼 사람들을 조사해 본 결과는 위암 발생이 현저하게 떨어졌음을 보여 주고 있다. 위암 발생을 줄이기 위해 서양식 식습관을 가지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 하면 지방이 많고 섬유질이 적은 음식을 섭취하면 위암발생은 감소하는 대신 대장암 발생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니 암으로부터 해방되기는 틀린 일이다.

 

 

 

 

암세포의 수가 늘어나면 자라는 덩어리가 커지는 속도가 빨라지므로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갈수록 치료가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든 암이 빨리 찾아내어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완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위암은 모든 암중에서 조기진단이 가장 중요한 암이다. 암세포가 점막층에 국한되어 있는 조기위암의 경우에는 치료 후 5년간 생존할 확률이 거의 100%에 이르지만 1, 2, 3, 4기로 진행될수록 5년 생존율은 약 반으로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조기진단과 조기치료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위암 수술 장면. 연대의대 노성훈 교수의 수술 장면이다.


전국민 의료보험을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의료보험공단이 매년 공짜로 정기검진을 해 주는 것은 그것이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즉 본인은 정상이라 생각하고 있더라도 정기검진을 통해 이상이 있는 것을 찾아내어 치료해 주면 먼 훗날 큰 병이 생겼을 때 보험료를 부담하는 것보다 이익이 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의료보험공단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다.

 

의료보험공단의 정기검진에서 40대 이상의 경우 위암을 검사하는 항목은 선택사항으로 분류되어 있다. 위암 검사로는 위내시경 검사 또는 상부위장관 사진촬영이 행해진다. 위내시경검사는 작은 카메라를 입으로 넣어 식도를 통과하여 위에 이르게 한 후 위 내면에 이상이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내시경 기구가 목을 통과할 때 엄청난 불쾌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수면내시경을 이용하여 잠시 편안하게 잠든 사이에 위내시경검사를 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위내시경검사를 원치 않는 경우에는 위 사진을 찍어볼 수도 있다. 내시경검사와 비교할 때 마취가 불필요하고, 쉽게 행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확진이 어려워서 다시 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 단점이다.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점점 진행이 빨라지므로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조기진단이 꼭 필요한 암이 바로 위암이다.

 

 

 

 

오늘날과 같이 교통과 통신이 발전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전쟁에서 너무 허약한 상대를 만나 예정보다 빨리 진군했다가 보급로가 끊겨서 고생하는 일이 흔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전쟁을 위해 자신이 먹을 음식을 직접 들고 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으므로 보급로 확보는 더욱 중요했다. 통조림의 등장은 더위에도 음식이 상하지 않고 보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수식량 조달에 획기적인 사건이었으며, 이와 함께 제너가 발견한 종두법을 최초로 군대에 도입한 사람이 나폴레옹이었다.

 

 

 

그는 모포소독이 전쟁 때 잘 발생하는 전염병을 해결할 수 있음을 알았으나 이를 무시하고 모스크바로 쳐들어갔다가 이가 매개하는 질병인 발진티푸스가 유행하면서 제대로 힘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퇴각해야만 했다. 이 전쟁에서 계속해서 발생하는 환자들을 처리하기 위해 집단 수용시설을 많이 지은 것이 병원 발전에 한 몫을 했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그는 또한 이집트 침공 시에 학자들을 대동하여 고대 이집트 문명을 재발견하는 공을 세우는 등 오로지 땅만 넓히던 전쟁을 문화적인 침략과 약탈로 넓힌 인물이기도 하다. 프랑스 혁명 후 왕이 떠난 자리에 황제라는 이름으로 즉위하여 한 시기를 풍미했지만 전쟁에 패한 그를 기다린 것은 유배였다. 러시아 원정 실패 후 엘바 섬에, 워털루 전투 패배 후 세인트 헬레나 섬에 유배된 그는 그 섬에서 5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20세기의 히틀러 만큼이나 사망 후에도 미확인 소문을 만들어낼 만큼 영향력이 남아 있었으므로 나폴레옹이 왜 죽었는지는 지금까지도 새로운 논문이 쏟아질 만큼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그의 사망직후 그를 부검한 의사와 입회인은 (일부가 폐결핵이라는 주장을 하기는 했지만) 그가 위암으로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가 정치적 목적에 독살당했다는 소문이 계속해서 꼬리를 물고 퍼져나갔다. 실제로 1955년에 나폴레옹의 머리카락에 비소 함량이 과다하게 축적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1980년에는 나폴레옹이 생활한 침실에도 비소 함량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즉 나폴레옹의 비소에 의한 독살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나온 것이다. 그 외에도 아메바성 이질 감염, 매독, 의료과실에 의한 사망설 등이 제기되었다.


나폴레옹의 초상화에는 배를 만지는 장면이 흔하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그림(1812)

 

 

 

그러나 결론은 위암이었다. 2005년과 2007년에 위암이 사망원인이라는 기록과 증거가 발견됨으로써 의문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현재는 위암이 가장 유력한 사망원인이라 할 수 있다. 나폴레옹이 오늘날에 나타난다면 수술과 항암요법을 통해 완치될 가능성도 있었을 텐데 당시의 의학은 위암에 대하여 진단도, 치료도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십여 년 전, 현대 농구팀을 응원하던 팬들에게는 한기범 선수의 기아 입단은 공포 그 자체였다. 2미터 5센티의 키를 가진 한기범 선수는 가만히 서서 리바운드 볼을 따냈고, 골 밑에서 공을 잡았다면 여지없이 골로 연결시켰다. 그보다 십여 센티는 작았던 현대 선수들이 아무리 팔짝팔짝 뛰어봤자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그 선수를 보면서 관심 있는 의사들은 의구심을 가졌다. 혹시 저 선수 마판(마르팡) 증후군이 아닐까? 그 예상은 맞았다. 그는 마판 증후군이었다.

 

 

 

마판 증후군은 이 병을 처음 발견한 소아과 의사 마르팡(Antoine Marfan)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몸의 구조를 만들고 그걸 지지하는 조직을 결합조직(connective tissue)라고 하는데, 마판 증후군은 결합조직에 이상이 생기는 병이다.

 

구체적으로 피브릴린 -1(fibrillin-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 그 유전자에서 만드는 피브릴린 이라는 당단백에 선천성 결함이 생기는데, 이 당단백은 엘라스틱 섬유(elastic fiber)를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당기면 확 늘어났다 손을 놓으면 원래 크기로 줄어드는 그 엘라스틱 섬유,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우리 몸에는 그런 섬유질이 도처에 분포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엘라스틱 섬유가 특히 많은 곳은 인대, 눈의 모양체 부위, 그리고 혈액을 보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대동맥이다. 마판 증후군에 걸리면 당연히 이런 구조물들에 이상이 온다.


마판(마르팡, Antoine Bemard Jean Marfan, 1858~1942)

 

 

 

 

마판 증후군의 증상
<출처: John C S Dean, European Journal of human Genetics(2007)>


가장 특징적인 소견은 역시 골격에 나타난다. 마판증후군을 거미손가락증이라고도 부르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첫째, 환자는 비정상적으로 크고, 손발이 길며 손가락, 발가락도 길다. 마판 증후군을 진단하는 방법 중 손목 징후(wrist sign)라는 게 있는데, 이건 엄지손가락 끝과 새끼손가락 끝을 맞대면 반대쪽 손목을 감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요즘 여자분들 중엔 이렇게 되는 분들이 계시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그건 손목이 가늘어서 가능한 거니까.

 

둘째, 몸의 아랫부분이 특히나 길어 상부, 즉 머리에서 골반까지의 길이보다 골반에서 발바닥까지의 길이가 훨씬 길다. 이걸 비율로 따지면 상부/하부가 0.85-0.93 정도가 된다는데, 다리가 길다고 꼭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게다가 팔의 길이가 굉장히 길어, 팔을 양쪽으로 벌렸을 때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의 길이가 키보다 커서, 이 비율이 1.05 이상인 게 보통이다.

 

 

 

셋째, 마판 증후군 환자들은 손과 발의 관절이 매우 느슨하다. 엄지손가락을 뒤로 젖히면 손목에 닿을 정도다. 머리는 길고 폭이 좁고, 앞머리와 눈썹 부근이 튀어나와 있는 것도 마판 증후군의 특징이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아브라함 링컨은 마판 증후군의 여러 특징을 갖고 있어 환자라는 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확실하진 않다. 그밖에 척추가 옆으로 휜다든지, 가슴이 움푹 들어간다든지 하는 것도 다 마판 증후군에서 볼 수 있는 골격 변화다. 미국의 마판 증후군 단체가 환자들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두었으니 궁금하면 볼 수 있다. 

 

눈 이상
마판 증후군의 절반 이상에서 수정체의 위치가 정상에서 이탈되어 있다. 다른 질환에선 이런 증상이 드무니, 수정체가 바깥쪽 위에 가 있다면 마판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마판 증후군이 치명적인 이유는 이 질환이 심혈관계를 침범하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게 승모판 탈출증으로, 이건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존재하며 혈액 공급을 관리하는 승모판이 좌심실이 수축할 때(좌심실 수축기) 좌심방 쪽으로 탈출하는 거다. 좌심실 수축기란 심장이 몸 전체로 혈액을 보내는 시기. 강한 압력으로 혈액을 짜내려는데 승모판이 굳게 닫혀 있는 대신 좌심방 쪽으로 밀려가면 그 틈으로 혈액이 역류해 좌심방 쪽으로 들어가게 된다. 소량이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틈이 크다면 몸 전체로 나가야 할 혈액이 제대로 나가지 못하고, 뇌로 가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어 의식을 잃는 일도 생긴다. 또 흔한 증상 하나가 대동맥의 시작 부위가 확장되는 거다. 심장은 강한 압력으로 혈액을 내보낸다. 그 압력을 견디면서 혈액을 우리 몸 곳곳에 전달하려면 대동맥 벽은 엘라스틱 섬유가 풍부한, 튼튼한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마판 증후군은 이 엘라스틱 섬유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혈액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대동맥은 부풀 수밖에 없다. 그대로 놔두면 대동맥은 점점 더 확장되고, 혈액은 우리 몸으로 가는 대신 다시 심장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심한 경우 대동맥이 터지는 경우도 있다. 마판 증후군 환자가 갑자기 사망하는 건 대부분 이런 대동맥 이상에서 기인한다.

 

 

 

 

마판 증후군은 1만명 당 2-3명에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농구나 배구 선수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이들 종목이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긴 선수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당연해 보인다. 우성 유전의 형태를 취하지만 25-30%는 가족력이 없이 발생하기도 한다. 15번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가 이상한 거라 이를 고칠 방법은 아직까지 없지만, 증상을 완화시키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주요 사인이 대동맥 문제니만큼 심장박동을 느리게 하는 약, 혈압을 낮추는 약을 써서 심장의 부담을 줄여주면 된다. 이런 약제들을 씀으로써 마판 증후군 환자들의 수명이 크게 늘었다는데, 이미 대동맥벽이 확장되었다면 수술을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 배구계의 별이었던 강두태 선수는 32세이던 1990년, 급성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현대 팀의 센터였던 배구선수 김병선, 2미터에 달하는 키로 철벽 블로킹을 보여줬던 이 선수 역시 32세이던 1995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다음 기사를 보자.


“프로배구 최장신(207㎝) 선수인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센터 박재한(26)이 조만간 수술대에 올라 이번 시즌을 접게 됐다. 삼성화재는 8일 4년차인 박재한이 오는 13일 서울 일원동 삼성의료원에서 심장 대동맥 혈관 확장에 따른 인공 혈관 교체 수술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 중요한 순간마다 투입돼 높은 블로킹 벽을 쳤던 박재한은 최근 정밀진단에서 대동맥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된 `마판증후군'으로 판명났다.” (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2006)

 

농구와 배구 이외에 마판증후군에 걸린 유명인들이 누가 있는가 찾아봤더니 의외로 음악가가 많다. 그룹 디어헌터의 리더 브래드포드 콕스나 기타리스트 로버트 존스도 그렇고,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와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도 마판증후군으로 의심되는 경우란다. 뒤의 두 명은 유달리 손가락이 길고 유연해서 보통 사람이 따라올 수 없는 테크닉을 구사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니, 마판증후군이 음악에도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Niccolò Paganini, 1982~1840)

 

 

 

 

글 머리에서 언급했던 한기범 선수는 아버지와 동생을 마판 증후군으로 잃은 사연을 갖고 있다. 그 자신도 2000년 갑자기 쓰러져 생사의 갈림길에 섰지만, 10시간이 넘는 수술 끝에 가까스로 건강을 되찾았다. 그의 말이다. “키 크고 팔다리가 긴데도 운동을 잘하면 (마판 증후군일)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다들 검사를 한 번씩 받아보셨으면 해요.” 그의 말대로 키가 큰 운동선수들은 대동맥과 심장에 이상이 없는지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강두태 선수처럼 젊은 나이에 갑자기 목숨을 잃는 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이건 손가락이 유난히 긴 음악가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오랫동안 정신적인 수양을 연마한 옛날 도사들은 뜨거운 불 속에서도 아픔을 느끼지 않고 바늘로 찔러도 통증을 느끼지 않는데 과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모든 통증 가운데서도 분만의 고통이 가장 큰데 어떻게 무통 분만이 가능한가? 침을 맞고 마취가 되는데, 그 까닭은 무엇인가? 양귀비꽃에서 추출한 아편의 주성분인 모르핀 등의 마약은 심한 외상이나 수술 후 통증을 효과적으로 없애주는 진통작용과 하늘을 나는듯한 황홀감을 주는 약이다. 이런 작용 때문에 통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통증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으나 아편전쟁이 일어나 청나라가 멸망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의 진통제로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이 모르핀이 어떻게 통증을 없애주며 사람에게 쾌감을 주는가를 1970년대 초에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였다.

 

 

 

뇌에 모르핀이 결합되는 특별한 단백질(수용체)이 1973년에 발견되었다. 이 결합단백질이 뇌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말은 뇌 속에 이 수용체 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는 내인성 물질이 있다는 말이다. 즉 뇌 속에도 모르핀과 같은 작용을 가진 물질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강력히 암시하였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뇌 속에서 내인성 마약물질을 찾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 1975년, 우리 뇌에는 모르핀보다 1백 배 정도 강력한 작용을 가진 마약이 존재하고 있음이 발견되었다. 이 물질을, 뇌 속에 존재하고 있는 내인성 모르핀(endogenous morphine)이라는 의미로 줄여서 엔도르핀(endorphine)이라 부르게 되었다.


출산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엔도르핀 덕분이다.

 

 

 

이 엔도르핀은 마약-멜라닌-부신피질호르몬 전구단백질(preopiomelamocortin, POMC)의 C단(오른쪽 끝)의 31개 아미노산 부위가 잘라져서 형성된다.  즉 엔도르핀과 부신피질 자극호르몬(ACTH), 멜라닌 세포 자극 호르몬(MSH)은 큰 분자량의 같은 단백질 분자 속에 포함되어 있다가 필요할 때 각각 잘라져서 독립된 호르몬으로 작용한다. 다시 말해 엔도르핀과 ACTH, MSH 호르몬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스트레스에 대항하기 위해 같이 잘라져 나오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통증 불안 등을 경감시켜 즐거움과 진통 효과를 주는 아주 고마운 물질이다. 반면 멜라닌 색소를 증가시켜 스트레스시 피부를 검게 변하게도 한다.

 

 

 

엔케팔린의 결정 사진


엔도르핀의 분비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증가되나 즐거울 때는 억제된다. 예를 들어 통증자극이 가해질 때나 임신 중 산통이 시작될 때에 산모와 태아의 뇌에서 엔도르핀 유리가 최고조에 달하여 위급상황에 대처하게 되며 출산후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신생아 뇌에서 엔도르핀이 계속 높게 유지가 되거나 장기간 지속되는 심한 스트레스에 의해서 엔도르핀이 과도하게 유리될 때는 면역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임파구의 기능이 억제되어 감염이나 암 발생이 증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약 중독과 같은 증세도 나타날 수 있으며 자폐증이 발생 될 수도 있다는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엔도르핀이 항상 좋은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엔도르핀을 구성하고 있는 31개의 아미노산 중 N단(왼쪽 끝)의 5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티드도 내인성 모르핀 작용이 있다. 이 펩티드는 뇌 속에 있다는 의미에서 엔케팔린(enkephalin: en은 속 Kephalin은 뇌라는 의미)이라 명명하였다.

 

 

 

 

높은 산을 등산을 한다든지 스카이다이빙 하는 것과 같은 스트레스가 있을 때, 뇌에서 내인성 마약인 엔도르핀이 나오기 때문에 고통을 덜 느끼게 되고 하늘을 날 듯한 비상감 같은 느낌을 경험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분만할 때에 산모와 태아가 받는 고통과 통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산모의 뇌에서 마약이 최고도로 유리되어 나와 산모와 태아가 받는 고통을 덜어주게 된다. 어린아이는 이 세상을 나오는 순간부터 마약에 노출되는 셈이다. 누구나 마약에 중독될 가능성은 있다. 특히 상상력을 갈망하는 예술가는 마약이나 환각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두렵고도 황홀한 인공천국, 나는 그것을 통해 거대한 상상의 나래를 편다”라고 프랑스의 위대한 상징주의 시인인 샤를 보들레르는 시집 <악의 꽃>에서 마약의 황홀경을 묘사하고 있다. 그는 아편 중독 때문에 금치산자 선고까지 받았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등의 불후의 명작을 통해 인간의 원죄의식과 신성을 묘사한 러시아의 대 문호 도스토옙스키(도스토예프스키)도 말년에 마약중독에 시달렸다. 도덕적 이상과 나약한 인간의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참모습을 깊이 있게 묘사했던 도스토옙스키도 인간의 본능 속으로 추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러시아의 소설가 도스토옙스키(좌)와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우)

 

 

장미처럼 화려하고 비수같이 날카로운 감성으로 19세기의 유럽 시단을 주름잡았던 랭보와 베를렌느도 마약이라는 검은 마수에 결국 파멸을 맞고 말았다. 베를렌느는 마약과 술에 취해 랭보를 권총으로 쏘았다. 이로 인해 베를렌느는 투옥되고 랭보는 유랑하다 요절하고 말았다. 미국의 유명한 팝가수인 레이 찰스조니 캐시도 한때 모르핀계 마약인 헤로인 중독에 깊이 빠져 지옥에서 헤매다가 겨우 빠져 나왔다. 다시 옛 명성을 찾기까지 힘든 과정을 겪었다. 이들의 생은 “레이”와 “앙코르”라는 영화 속에 잘 묘사되어 있다.

 

영혼을 다루는 위대한 예술가들이 이러한데 보통 인간, 우리는 어떻겠는가? 우리도 예외일 수는 없다. 특히 참기 힘든 스트레스가 계속될 때 뇌에서는 마약을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적절히 해소하도록 도와주지 않는다면 언제 마약의 유혹에 빠질지 모른다. 우리 인간은 그 유혹을 어느 정도로는 선천적으로 지니고 나오기 때문에 우리는 각고의 노력과 정신적 수양으로 뇌에 있는 마약신경계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마약의 유혹을 벗어날 수 있다.


찰스 레이의 인생을 다룬 연화 "레이"의 포스터

  

 

 

캘리포니아 대학의 존 레번 박사 팀이 치과 환자들에게 진통제를 먹인 경우나 밀가루로 만든 가짜 약을 먹인 경우나 모두 치과 치료 중에 통증을 느끼지 않았다. 밀가루로 만든 가짜약(플라세보,placebo)도 진짜 진통제로 믿고 먹으면 뇌에서 진짜 약으로 받아들여 통증을 느끼지 않게 된다. 밀가루로 만든 가짜 진통제를 진짜 진통제로 알고 먹게 되면 뇌에서 엔도르핀이 나와서 통증을 느끼지 않게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아프지 않다’, ‘괴롭지 않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가 비관적 사고보다 뇌에 있는 마약 체계를 효율적으로 자극해서 우리 몸을 각종 질병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게 해준다.

 

 

 

 

 

마약, 환각제 남용 징후

다음의 여러 징후를 통해 약물남용 여부를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1. 식사를 거르는 등 일상생활에 무관심해지거나 침울해진다.
2. 무의식적인 근육의 떨림과, 갈증이 자주 나타난다.
3. 최근 일의 수행이나 집중력에 심각한 문제가 나타난다.
4. 성격에 따라 흥분하거나 우울 상태를 나타낼 수 있으며 행동이나 인격, 태도에 변화가 나타난다.
5. 학교 또는 직장 출근, 직업의 질, 성적, 직업생산성, 준법성 등에 갑작스런 변화를 일으킨다.
6. 책임회피의 태도를 보인다.
7. 행위와 소유 감정에 있어서 은밀해진다.
8. 동공의 축소나 확대를 감추기 위해 적절하지 않는 장소에 색안경을 쓰고 다닌다.
9. 주사 자국을 감추기 위해 소매가 긴 옷을 입고 다닌다.
10.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약물 남용자와 알고 지낸다.
11. 부모나 친구로부터 평소와 다르게 자주 돈을 빌린다.
12. 타인으로부터 주의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외형이나 생활 태도를 의식적으로 두드러지지 않게 하려고 한다.
13. 약물을 가지고 오기 위해 창고․옷장․지하실 같은 장소에 이유 없이 자주 드나든다.
14. 개인위생에 무관심하게 된다.
15. 멍청한 상태로 앉아서 허공을 쳐다본다.
16. 옷이나 장식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
17. 이성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거나 아주 없다.
18. 졸린 듯한 태도를 보인다.
19. 사소한 일에도 쓸데없이 자주 웃는다.
20. 담배나 알코올성 음료 또는 미지의 약물 사용이 늘어난다.

도 크다”, “간이 부었나?”, “간이 콩알만해졌다”, “간에 기별도 안 간다”
예로부터 간은 일상 대화 중에 흔히 등장하는 장기다. 위에 예를 든 네 문장에서 앞의 셋은 간의 크기에 변화가 생겼음을 의미하고, 마지막의 것은 먹은 음식의 양이 적어서 간까지 가 보지도 못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간의 크기가 변하는 일과 먹은 음식이 충분하면 간까지 가는 일이 실제로 가능한 것일까? 결론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화는 간이 작아지게 하고, 간에 지방이 끼는 지방간은 간이 커지게 한다. 간은 소화에 관여를 하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음식이 지나가는 길에 있는 장기가 아니므로 간에 기별도 안 가는 것은 섭취한 음식의 양에 관계없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탄수화물이 소화되면 간에 가서 저장이 되므로 간에 기별이 간다고 할 수도 있다. 아무리 간에 저장되는 탄수화물이 많다고 해도 몸으로 느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피부를 제외하면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이기도 한 간의 기능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사람의 몸에서 해독을 담당하는 장기”다. 종합병원에 가면 내과도 소화기, 순환기, 호흡기, 내분비, 신장, 혈액, 종양, 알러지, 류머티스, 감염 등 10개의 분과로 분류되어 있다. 간에 이상이 있는 분은 소화기내과로 가야 하는데 간에서는 어떤 소화기능을 하는 것일까?

 

간의 기능을 크게 (1) 대사조절, (2) 혈액조절, (3) 쓸개즙생성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혈액에 포함된 영양소와 독소를 흡수하는 기능이 바로 대사조절 기능이다. 대사를 통해 몸에 해로운 물질인 독소를 해롭지 않은 물질로 바꾸는 것이 바로 간의 해독작용이다. 술(알코올)을 기분 좋게 마시기는 했는데 대사능력을 초과한 경우네는 두통, 속이 뒤틀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 때 체내에 들어온 알코올을 대사하여 원상태로 회복시켜 주는 것도 간의 기능이다. 음식으로 섭취된 탄수화물은 작은창자에 이르는 동안 소화되고, 작은 창자의 벽을 통해 흡수되면 혈류를 따라 간으로 가서 포도당(glucose)이 당원(glycogen)으로 변환되어 간세포에 저장된다. 간은 사람의 몸에서 가장 많은 양의 피를 저장하고 있는 장기이기도 하다. 피가 간을 통과해 가는 동안 병원체를 포함한 이물질과 손상된 적혈구 등이 간에서 제거되기도 하며, 간세포에서는 피 속에 포함되어 있는 단백질을 합성하기도 한다. 피 속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단백질인 알부민은 삼투압을 조절한다. 그 외에도 피 속에는 여러 가지 물질을 운반하기 위한 운반 단백질을 비롯하여 다양한 기능을 하는 단백질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쓸개즙은 쓸개(담낭)가 아닌 간에서 생성된다. 쓸개즙에 포함된 수분과 전해질은 위에서 작은 창자로 넘어 온 미즙을 중화시킨다. 또 쓸개즙에 포함된 염은 지질의 소화와 흡수에 중요한 기능을 하므로 간이 소화기관임을 보여 준다.

 

 

 

 

일상 생활에서 권태감을 느끼는 사람이 “이제 이 생활에 염증이 생겼나 봐”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있다. 의학적으로 염증이란 외부에서 가해진 자극에 대하여 신체가 반응하는 방어기전으로 열, 빨간색으로 변화, 부어오름, 통증, 기능 상실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염증 부위에는 반응기전과 관련된 여러 가지 종류의 세포들이 모여든다. 간에 염증이 생기면 간세포가 파괴된다. 간은 재생능력이 뛰어나므로 특수한 경우에 파괴되는 만큼 재생이 이루어진다면 염증이 있더라도 정상기능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보통은 간에 염증이 생기면 간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간에 염증이 생기는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감염, 약을 포함하여 간독성을 일으키는 물질에 노출, 과다한 알코올 섭취 등이 있다. 한 때 “간염 천국”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우리나리에서는 간염이 유행했었다. 가장 흔한 원인은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이었다. 30여년 전에는 전국민의 66%가 환자 또는 보균자라는 기사도 있을 정도다. 예방접종을 비롯한 예방법에 대한 계몽과 교육이 성과를 거두어 이제는 환자와 보균자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태이다.

 

80년대에 B형 간염이 매스컴을 장식했다면 90년대에는 C형 간염이 매스컴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B형 간염의 유병률이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는 것과 달리 C형 간염은 전세계적으로 나라에 관계없이 1-2%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자 A형 간염이 수시로 매스컴에 등장하곤 한다. 최근에도 몇몇 학교에서 집단으로 A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환자발생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간염은 진행상황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급성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직후를 가리키며, 만성은 보통 간세포 괴사와 염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급성 감염 시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지만 증상이 없이 만성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A, B, C형 간염중 A형은 만성으로 이행하지 않고, 급성 감염 후 회복되는 것이 특징이지만 B형과 C형은 20년 이상 감염 상태로 지낼 수 있다. 간염이 이렇게 장기간 지속되면 간경화를 거쳐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외에 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는 D형, E형, G형이 더 존재하나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서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다.

 

 

 

 

필자가 어렸을 때 동네 노인들이 오래간만에 만나는 손자를 비롯한 어린이들에게 “요새 힘드나, 왜 이렇게 얼굴이 노랗노?”라고 하시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피곤하면 얼굴이 노래진다는 것은 동네 어른들의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인 듯한데 이게 과연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이야기일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얼굴이 노래지는 현상을 황달이라 하며, 황달은 간염이 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기도 하다.

 

간염이 발생한 경우 간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하면 간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피 속에서 적혈구가 산소운반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헤모글로빈은 네 개의 글로빈이 한데 모인 상태에서 철이 결합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철에 산소가 결합할 수 있으므로 폐에서 숨을 쉴 때 들어온 산소와 결합하여 온몸을 돌아다니다가 산소를 필요로 하는 조직에 산소를 내려 준다. 적혈구의 수명은 약 120일이다. 수명을 다한 적혈구는 파괴되는데 이 때 적혈구에서 유리된 헤모글로빈은 빌리루빈으로 변하게 된다. 빌리루빈은 간세포에서 접합(conjugation)이라 하는 다음 과정을 거쳐가야 하지만, 간세포가 파괴되어 있으면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일어날 수가 없다. 간세포에서 처리되지 못한 빌리루빈은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한 채 혈류를 타고 떠돌아다니다가 인체 곳곳에서 정착을 한다. 피부에 침착되면 피부색이 노랗게 변하고, 계속해서 빌리루빈이 쌓이게 되면 노란색에서 점점 더  짙은 색으로 피부가 바뀌어 가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나 지금이나 간염 중에서는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환자가 가장 많으므로 피곤하면(간염에 걸리면) 얼굴이 노래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방접종과 생활습관개선을 통해서 간염을 해결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불과 한 세대 전의 이야기이므로 그 이전에는 B형 간염 환자가 꽤 많았을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 간염의 대표적인 증상의 하나가 피로감이므로 과거에 노인들께서 얼굴이 노랗게 변한 사람을 보고 피곤한지를 묻는 것은 의학적으로 간염 환자의 증상이 발현되는 것과 연관을 지을 수 있다. 물론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피로해졌나?”고 하신 것이 아니라 “힘든 모양이네, 얼굴이 노래진 걸 보니”라고 하셨으니 전후 관계를 바꾸어 이야기하신 건 분명하다.


황달로 피부와 눈이 노랗게 된 사람

 

 

 

 

위에서 B형 간염의 시대, C형 간염의 시대를 거쳐 최근에는 A형 간염이 유행하고 있다는 내용을 기술했다. 왜 최근에 A형 간염이 갑자기 우리나라에서 유행을 하기 시작했을까? A형 간염 바이러스는 과거에도 우리나라에 상주하고 있던 바이러스다. 최근에는 A형 간염 환자수가 매년 수천 명 단위로 증가하고 있으나 과거에는 매년 수백 명 정도의 환자만 발생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A형 간염이 갑자기 우리나라를 찾아온 찾아 온 질병은 아니다.

 

전염성 병원체의 감염에 의해 생기는 질병은 위생상태가 좋아지면 줄어든다는 것을 상식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한 예로 1976년에 필라델피아에서 미국 재향군인회가 열렸을 때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전염병이 유행을 한 바 있다. 선진국이며 위생상태가 뛰어난 미국에서 발생한 이 질병은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감염이며, 냉방기(에어컨)에 고인 물에서 이 균이 자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냉방기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생기지 않을 수도 있는 질병이니 위생상태가 개선된다고 반드시 전염병 발생이 줄어드는 것은 아님을 보여 준 예라 할 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A형 간염이 유행하는 것이 위생상태와 관계가 있는 걸로 판단된다. 위생상태가 나빠서가 아니라 과거와 비교하여 위생상태가 개선된 것이 A형 간염이 유행하게 된 원인인 것이다.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시절에는 지금보다 A형 간염이 유행할 가능성이 컸지만 어린 시절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약하게 감염되었다가 별 문제 없이 지나가므로 자연적으로 면역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위생이 개선된 오늘날에는 어린 시절에 약하게 감염될 기회가 없으므로 면역능력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나이가 든 후에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이 급성 간염 증세를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A형, B형, C형 간염 바이러스

 

  

 

신종 독감이 전세계적으로 유행을 하고 있는 가운데 예방법을 이야기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는 “외출했다 돌아오면 노출 부위를 씻어라”는 것이다. 물론 환자들이 있는 지역을 피하는 것과 같이 병원체를 피하는 것이 중요한 예방법이다. 그러나 매번 이렇게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한 방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예방접종법이 개발되기를 기다릴 것이다. B형 간염 예방접종은 일반적으로3회에 걸쳐 받아야 한다. 그 후에 예방효과를 검사하여 충분히 않으면 한 번 더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예방접종의 효과가 100%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알고 계실 것이다. 신생아 예방접종표에 B형 간염 예방접종은 반드시 받아야 하지만 A형과 C형 예방접종은 필수로 표기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는 A형 간염 예방접종이 필수 또는 권장사항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미 예방접종법이 개발되어 있는 이상 그 효과가 100% 예방을 보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지내려면 예방접종 받기를 고려해보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환자로 판명된 경우에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만성인 경우에 완치하기가 쉽지 않다. 간염과 싸우기보다 가까운 친구로 지내겠다는 생각으로 주치의와 상의하면서 열심히 노력하면 별다른 문제 없이 수명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토미 존(Thomas Edward John Jr)은 메이져리그 통산 288승을 올린 좌완 투수였다. 1963년 데뷔, 비교적 순탄한 투수 생활을 영위하던 그에게 위기가 닥친 건 1974년이었다. 구속이 저하됐고, 공을 던질 때는 물론 던지고 난 후에도 팔꿈치 안쪽에 심각한 통증이 느껴졌다. 일명 ‘데드 암(dead arm)' 이라고도 불리는 이 증상은 공을 던질 때 필수적인 팔꿈치의 척골 측부인대(ular collateral ligament)가 파열된 게 원인이었다. 당시만 해도 팔꿈치 부상은 투수 생명이 끝나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인식되던 때였고, 전설적인 투수 샌디 쿠팩스(Sandy Koufax)가 조기 은퇴를 한 것도 데드 암 때문이란 설이 유력했다.

 

 

 

그때 토미 존이 속한 다저스 팀의 주치의였던 프랭크 조브(Frank Jobe)가 혁명적인 수술을 제안했다. 건강한 팔에 있는 근육의 힘줄을 떼어내 부상당한 팔에 옮겨 심는다는 것. 성공률이 5%에 불과했지만 토미 존은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은 한시간 만에 끝났다. 1년 반에 이르는 재활을 거친 토미 존은 1976년 마운드에 복귀, 3번이나 20승 투수가 되는 등 13년 뒤 은퇴할 때까지 무려 164승을 더 거두는 활약을 펼친다.

 

토미 존 수술’로 명명된 ’척골 측부인대 재건술‘은 그 뒤 팔꿈치를 다친 수많은 야구 선수들을 구원했고, 그 혜택을 입은 선수 중에는 임창용과 오승환 등 우리나라 선수도 다수 있다.


토미존 수술의 원조 토미 존(통산 288승)과 수많은 투수를 구한
프랭크 조브 박사

 

 

 

 

손바닥을 위로 했을 때 안쪽에서 팔꿈치를 지지하는 인대를 척골 측부인대라고 한다. 이 인대는 앞부분과 뒷부분, 그리고 얇은 중간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팔꿈치를 구부리거나 폈을 때 자세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팔꿈치를 90도로 구부렸을 때 큰 역할을 하는데, 이건 대부분의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 취하는 동작이다. 한번 오버핸드 드로우로 공을 던져 보시라. 준비 동작에서도 그렇지만, 투구를 하면서 팔을 쭉 펼 칠 때 팔꿈치에 바깥으로 향하게 하는 강력한 스트레스가 가해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 스트레스가 무려 60 Newton meter라는데, 이걸 척골측부인대가 견디지 못하면 급성 파열이 오거나 미세한 균열이 생기게 된다. 공을 던질 때 갑자기 팔꿈치가 찢어지는 느낌이 있고 팔꿈치 안쪽이 면도날로 팔꿈치를 긁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100%다. 공을 많이 던지는 선발투수에 많고, 무리해서 많은 경기에 등판하면 확률은 더 높아진다. 14세 이전부터 변화구를 던지거나 투구 속도가 빠른 것도 위험 요인이란다.

 

 

 

 

손상된 인대를 다른 근육의 힘줄로 바꿔주는 수술이다. 토미 존은 손상된 팔의 반대쪽 팔에 있는 근육에서 힘줄을 떼어 냈지만, 요즘은 같은 쪽 팔에 있는 palmaris longus라는, 손목을 구부리는 근육을 이용한다. 손바닥을 위로 향한 후 새끼 손가락과 엄지 손가락을 닿게 하고 주먹을 쥐면, 손목 위에 굵은 힘줄이 하나 나타날 거다. 그게 바로 palmaris longus의 힘줄인데, 이건 정상적인 활동을 할 때 별반 중요하진 않다, 인구의 15%에서는 이 근육의 힘줄이 없어 허벅지 안쪽이나 발바닥에 있는 힘줄을 이용하기도 한다.

 

수술과정은 이렇다. 팔꿈치를 이루는 위쪽 뼈와 아래쪽 뼈에 각각 두 개씩의 구멍을 뚫은 다음 채취한 힘줄을 8자 모양으로 끼우면 된다. 요즘엔 8자 모양의 윗부분을 서로 연결시켜 줌으로써 신장력을 더 크게 하는 게 유행인데, 이걸 ‘도킹(docking)법’이라 부른다. 이렇게 이식된 힘줄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대처럼 변해 팔꿈치를 지지해 줄 수 있게 된다. 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수술 후 열흘간은 팔에 부목을 댄 채 움직이지 않아야 하고, 부목을 제거한 후에는 보조기를 착용한 뒤 30도 가량 구부리고 100도 가량 펴는 운동을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서서히 운동량을 늘려 나가야 하며, 이 재활훈련은 1년 가량이 소요된다. 그보다 일찍 마운드에 복귀하는 경우 다시 부상을 입을 위험이 있으며, 이 경우엔 선수생명이 진짜 끝날 수가 있다. 토미 존은 이렇게 말했다. “결코 서두르지 마세요. 빨리 회복하려고 서두른다고 팔이 빨리 낫는 건 아닙니다. 당신이 재활프로그램을 충실히 한다면 메이져리그에서 이제까지 당신이 던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 동안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입니다.”

 

 

 

토미존 수술의 전통적인 방법(좌)과 도킹법(우)<출처: Tom Borak, The Surgical Technologist, 2009>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토미 존 수술을 받은 투수는 588명, 1996년부터 4년간은 164명이었으니 3.5배가량 증가했다. 메이져리그 투수로 대상을 한정하면, 2002년과 2003년 등록된 700명의 투수 중 75명이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투수 아홉 명 당 한명 꼴이다. 수술을 받지 않았을 경우 회복될 확률이 절반도 안 되는 데 비해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면 90%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다고 하니, 데드암이 맞다면 일찍 수술하는 게 훨씬 좋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미국에서는 18세 미만의 투수가 토미 존 수술을 받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1997년에는 18세 미만이 15%인 데 반해 2005년에는 그 비율이 33%였다. 진단기술이 좋아지고 수술의 성공률이 높은 것도 이 수술이 증가한 이유지만, 젊은 투수들이 그만큼 혹사를 당하고, 슬라이더처럼 팔에 무리가 가는 공을 많이 던진다는 얘기도 된다. 이건 미국 얘기만은 아니다. SK의 김광현 선수는 안산공고 시절 15회까지 226개의 공을 던진 적도 있고, 미국에 진출한 정영일 선수는 광주진흥고 시절 242개를 던지기도 했다. 수술보다는 예방이 중요한 법, 이 문제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토미존 수술을 받고 기량을 회복한 임창용 선수


최근 일본에서 시속 160km/h의 강속구를 뿌리며 맹활약 중인 임창용 선수도 토미 존 수술의 수혜자다. 신기한 건 임창용의 투구 스피드가 수술을 받기 전보다 더 빨라졌다는 것. 그래서 야구인들 사이에서는 수술을 받으면 "부상 전보다 구속이 3-4 km/h 늘어난다"는 얘기가 정설로 나돌고 있고, 실제로 토미 존 수술을 한 뒤 투구 스피드가 빨라진 경우가 제법 있다. 그래서 멀쩡한 팔을 수술해 달라고 요구하는 선수도 있었는데, 토미 존 수술이 구속을 빠르게 한다는 건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 힘을 쓰는 건 근육의 수축에서 나오며, 인대는 우리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 삽입된 힘줄은 단지 관절을 지지해주고, 그럼으로써 통증을 없애줄 뿐,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건 아니니 말이다. 그럼 투구 스피드가 빨라진 선수는 어떻게 된 걸까? 마운드에 복귀하기 전 그 선수가 1년의 시간 동안 재활을 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그 재활 프로그램은 그 선수의 몸을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고, 투구에 필요한 근육을 단련시켰다. 그러니, 팔이 멀쩡한 투수라면 토미 존 수술을 받을 게 아니라 재활 프로그램을 따라 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일 거다.

 

 

 

 

과학의 진보는 소수의 창조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된다. 찢어진 인대를 떼어내고 다른 근육의 힘줄을 이식한다는 프랭크 조브 박사의 혁명적 발상은 마운드를 떠났을 수많은 투수들에게 새 삶을 부여했다. 이 수술의 이름을 '프랭크 조브 수술'로 붙였다면 좋을 뻔했다. 

 

우리는 평생 동안 인생의 3분의 1을 잠을 자면서 보낸다. 그 만큼 잠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는데 필수적이며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제공해 준다. 수면은 고갈된 신경전달물질을 다시 보충하여 활발한 뇌 활동을 대비 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재충전의 시간이다. 또한 수면은 뇌신경세포가 피곤해져 병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자기 방어 역할도 한다. 따라서 잠을 잘 자는 것은 뇌 기능을 적절히 유지하고 건강을 지키는 첫 걸음이다. 또, 잠을 잘 자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도 보고되고 있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의 인생과 역사를 바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경우가 너무나 많다. 뇌정보전달의 원천인 신경전달물질을 처음으로 증명함으로서 뇌 연구에 신기원을 열어 노벨의학상을 받은 오토뢰비박사는 실험의 핵심 과정이 잠자는 사이 떠올라 깨자마자 이른 새벽에 실험실로 뛰어가 실험에 성공하였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자킬박사와 하이드’의 아이디어를 얻었고, 모차르트, 베토벤은 많은 곡의 악상이 잠자는 사이 떠올라 인류에 큰 축복을 남겼으며, 폴 매카트니도 꿈속에서 떠오르는 ‘예스터데이’의 선율을 우리의 마음에 영원히 남겼다.

 

 깨어 활동하고 있는 동안 뇌는 깊은 생각에 집중하지 못하고 수많은 사소한 문제에 매달리게 된다. 하루 동안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숙고하는 때가 수면 시간이다. 잠자는 사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착상이 떠오른다. 잠자는 동안 특별히 관련이 없는 정보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연관을 만들어 내며 창의성을 낳게 된다.


 

꿈 속에서 '예스터데이'의 선율을 얻었다는 폴 메카트니

 

 

 

서로 잘 들어맞지 않는 생각들과 기억들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창의성의 기본이다. 옥스퍼드대학의 포스터교수는 수면부족은 창의성을 죽이나 숙면은 새로운 문제해결책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일단 생각한 다음에 잠을 자는 것이 좋다.

 

 

 

 

자는 동안 의식은 사라지지만, 뇌혈류량이나 산소 소모량은 깨어 있을 때에 비해 아주 크게 저하되지 않는다. 뇌신경세포의 활동도 크게 감소되지 않는다. 깨어서 활발히 활동할 때는 빠른 뇌파 인 베타파, 쉬면서 명상할 때는 조금 느린 알파파, 깊은 잠을 잘 때는 느린 진폭의 서파(델타파)수면이 나타나고 빠른 눈 움직임이 주로 나타나는 렘수면에서는 빠른 진폭의 뇌파가 나타난다. 꿈의 80%는 램수면에서 나타난다.

 

 

4가지 형태의 뇌파
<출처: Tortora & Grabowski, 1996.p.414>

 

 

 

꿈을 잘 꾸는 렘수면시 기억파인 세타파가 잘 나타나기 때문에 꿈이란 기억한 것을 자는 동안 다시 한 번 기억시키는 과정이라는 설명이 제시되고 있다. 즉, 꿈이란 동물이 생존에 필요한 행동을 더욱 잘 기억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영ㆍ유아인 경우 성인보다 꿈을 잘 꾸는 렘수면이 더 긴데 이것은 뇌회로가 잘 발달하지 않은 아이의 두뇌에 기억이 더 잘 되도록 하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좋은 수면은 서파(Slow Wavers)수면과 렘수면이 교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출처: Rechtschaffen @ Kales, 1968, KALAT, 2005, WEITEN 2004>

 

 

 

좋은 수면은 서파수면과 렘수면이  교대로 나타나되 렘수면이 전체의 20%를 넘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를 계속 입력해야 하는 젖먹이는 뇌신경세포가 빨리 피곤해지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자면서 보낸다. 이때 꿈을 많이 꾸는 렘수면이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어른에게서는 렘수면이 많아지면 쓸데없는 꿈을 꾸고 꿈속에서 자극을 많이 받아 사지 근육의 긴장이 잘 풀리지 않는다. 이로 인해 깊은 잠을 잘 못 자기 때문에 뇌신경세포의 피로가 잘 풀리지 않고 때로 자살충동을 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렘수면을 방해하면 꿈꾸는 것을 방해하여 불안, 초조, 불만 등이 나타나면서 불안신경증, 긴장성두통, 무력감, 우울증과 같은 여러 가지 신경정신질환에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현실에서도 꿈을 잃지 말아야 되지만 잠을 자는 중에도 꿈을 꾸어야 한다. 이와 같이 적절한 꿈은 인생에 크나큰 활력소를 제공해주고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실험쥐의 뇌의 해마를 염색하여 활영한 현미경 사진
<출처: Jean Livet et al, NIH Research Matters, 10/31/2007>


 

그 동안 사람과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 기억력을 강화시킨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최근 미국의 엘리자베스 굴드 (Elizabeth Gould) 박사팀이 두 그룹의 쥐를 대상으로 한 그룹은 정상수면을 취하게 하고 다른 그룹은 3일 동안 잠을 못 자도록 한 결과 잠을 못 잔 쥐들의 기억중추인 해마에서 줄기세포로부터 신경세포 생성이 현저히 저하됨을 보고하였다. 수면은 우리 뇌의 해마에 존재하고 있는 줄기세포를 활성화시켜 새로운 신경세포를 많이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 쥐가 낯선 환경에 있을 때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가 활성화되며 그 직후 잠잘 때도 이 해마의 활동이 증가되나 잠을 못 자게 하면 반대로 활동성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사실을 관찰하였다. 전날 밤 8시간이상 잠을 충분히 자고 기억테스트를 받은 학생과 잠자지 않고 테스트를 받은 학생들의 성적을 비교한 결과 잠을 충분히 잔 학생들의 성적이 평균 30%이상 좋았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또한 최근 단어를 외우고 잠을 잔 그룹이 잠을 자고 나서 단어를 외운 그룹에 비해 더 많은 단어를 기억해 내었음이 밝혀졌다. 즉 수면이 특정사실, 경험적 사건 등을 기억해내는 서술적(선언적)기억 (declarative memory)을 증가 시킨다. 잠자는 동안 뇌는 전날의 경험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단기기억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킨다. 시험 전날 밤새워 당일치기로 공부했던 것들은 오래가지 않아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면 하루에 얼마 동안 자는 것이 좋을까?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인간의 생체리듬으로 볼 때 대략 7~9시간이다. 최근 수면 부족이 체중증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만복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렙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식사량이 늘고 체중증가로 이어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엘리어슨(Arn Eliasson) 박사는 수면시간이 짧은 사람들이 정상 수면을 취하는 사람보다 활동량과 칼로리 소모량은 많으면서도 체질량지수{BMI; 체중/키(미터)제곱}는 오히려 정상보다 높은 28.3(정상치 25, 수면시간이 긴 사람은 24.5)을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컬럼비아 대학 갱위쉬(James  Gangwisch) 교수가 10대청소년과 학부모 1만 5000명을 상대로 조사 연구한 결과 자정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드는 학생들은 밤 10시정도 잠자리에 드는 학생들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42%,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이 3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주도한 갱위쉬교수는 “충분한 수면이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으며 부모들은 자녀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만연하고 있는 남보다 더 일찍(선행교육) 더 많이(양적교육) 공부하기 위해 수면 시간을 줄여서 공부하는 ‘4당5락’은 결코 인생의 성공을 보장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잠을 통해 감정의 회로가 새롭게 재부팅되기 때문에 아픈 기억도 자고 나면 말끔히 없어져서 새로운 ‘도전’에 맞설 힘이 생겨나게 되나 수면 부족은 정서적 불안을 유발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자고 있는 동안의 뇌는 창의성을 분출해 내는 보고 일뿐만 아니라 우리의 감정을 보호하는 든든한 방어벽을 만들어내는 공장이다.


잠을 자야 창의성이 분출된다.

 

 

배짱이 좋으면 이 커지고, 무서워서 간이 작아진다면 간의 크기변화가 건강에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마음가짐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만으로 간의 크기를 변화시킬 수 있을 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간의 크기가 변한다는 것은 간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간은 대사 조절, 혈액 조절, 쓸개즙 생성과 같은 여러 가지 기능을 한다. 간의 크기가 눈에 띌 정도로 달라지는 경우 커지거나 작아지는데 방치하면 생명을 잃을 지도 모를 위험에 처해 있음을 의미하므로 빨리 의사를 만나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간은 재생이 잘 되는 장기다. 간에 특별한 이상이 생겨 간의 일부를 수술로 제거하는 경우에도 재생이 잘 되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수술로 떼어낸 경우가 아니라 질병에 의해 간이 작아졌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간경변이 꽤나 진행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간경변은 간이 딱딱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간경변 초기에는 간이 커지는 경우도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간이 작아져 말기에 이르면 크기가 반 이하로 작아지기도 한다. 음식점이나 식료품매장에서 소, 닭, 돼지의 생간을 보신 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이를 보신 분들은 누구나 간이 말랑말랑하다는 사실을 아실 것이다.  말랑말랑한 간이 딱딱해졌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간경변은 간에 발생한 이상이 만성이면서도 말기에 접어들었음을 가리킨다. 간경변의 원인에는 과음(알코올), 담관과  담즙 이상, 심장이상, 대사이상, 간염 등이 있다. 문제는 간경변을 치료하기가 지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간이 딱딱해진다는 것은 이미 간이 손상될 만큼 손상되어 더 이상 회복되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더 이상의 진행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라 할 수 있다. 원인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질 수 있지만 어떤 치료도 정상으로 되돌리기는 안타깝게도 어렵다. 결론적으로 간이 작아지는 것은 간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음을 의미하며, 즉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를 강력히 권한다.


알코올중독으로 딱딱해진 간(위)과 건강한 간(아래)

  

 

 

젊은 시절에 섹시한 여배우로 이름을 날린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드  바르도(Brigitte Bardot)는 40대에 은막을 떠난 후 동물보호운동에 열심이었다. 그런데 소신이 너무 강했는지 나이가 더 든 후에는 수시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늘어놓아 외신에 이름을 올리곤 한다. 이 동물애호가 브리짓드 바르도가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는 습관에 대하여 수시로 비판을 하더니 한국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여기에 대하여 몇몇 한국인들이 “개고기를 먹는 것이 개를 학대하는 것이라면, 거위나 오리를 그냥 잡는 것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고통을 주어 가며 잡아서 요리를 하는 푸아그라(Foie gras, 거위 혹은 오리 간 요리)는 왜 프랑스의 고급 요리인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프랑스의 문화”라는 이해하기 힘든 답변을 남겼다. 푸아그라를 먹는 게 프랑스의 문화라면 개고기를 먹는 것은 한국의 문화가 아니란 말인가?


푸아그라는 프랑스어로 살찐 간이라는 뜻이다. 간이 살이 쪘다는 것은 간이 커질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푸아그라는 누가 선정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철갑상어알, 송로버섯(트뤼프, truffles)과 함께 서양의 3대 요리로 손꼽힌다. 그러나, 인간이 인위적으로 거위나 오리의 간을 살찌게 하는 방법이 꽤나 야만적이므로 동물애호가들의 비판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하기야 청나라에서 거위를 산 채로 철판 위에 올려놓고 뜨거워서 고통을 느낀 거위가 팔딱팔딱 뛰다가 마침내 죽게 되는 과정에서 발이 부풀어오르는 것을 먹는 거위 발 요리와 비교하면 프랑스의 푸아그라가 덜 야만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간의 크기를 크게 하려면 일단 많이 먹여야 한다. 탄수화물이 소화되면 작은 창자에서 흡수된 후 간에 가서 당원(글리코겐)의 형태로 저장된다는 내용은 앞의 글에서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탄수화물이 축적되는 걸로는 간이 충분히(?) 커지지 않으므로 운동도 못하게 하고, 지방이 포함된 사료를 수개월 동안 충분히 먹여야 한다.

 

 

 

푸와그라 요리(좌)는 인위적으러 먹이를 먹여(우) 간을 살찌워서 만든다

 

 

오리보다 거위의 간이 더 높은 평가를 받으며, 다 자란 거위의 간은 1kg을 훨씬 넘을 정도로 비대해진다. 참고로, 기원전 2500년 전에 이집트 사람들이 푸아그라 요리의 시초라 할 수 있게 간을 크게 만드는 법을 알아냈다고 한다. 지금은 간을 통째로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는 다른 재료와 혼합하여 요리를 한다. 쇠고기 등심보다 지방함량이 높은 꽃등심이 더 구미를 당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푸아그라는 지방 함량이 높으니 부드럽고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입에 들어가면 살살 녹는다”는 느낌을 주는 고급요리가 된 것이다. 비록 느끼한 음식을 싫어하시는 분에게는 입맛에 맞지 않을 테고, 지방이 워낙 많아 몸에 좋은 음식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음식의 발전 과정에서 다른 재료들, 즉 단백질, 비타민, 무기염류 등을 첨가하는 방법이 도입되었지만 푸아그라의 근본은 잘 먹고 운동을 안 하여 지방이 잔뜩 낀 간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알려져 있듯이 비만, 당뇨, 고혈압, 대사증후군과 같은 현대의 생활습관 변화와 관련된 질병은 늘어만 가고 있다. 생활 습관의 변화란 운동량이 갈수록 줄고, 영양 섭취는 필요이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니, 간에 지방이 끼는 지방간 환자도 당연히 늘어나고 있다. 2008년 11월 20일, 간의 날을 맞이하여 대한간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년전인 1988년에 지방간 환자의 유병률(전체 인구중 질병을 지닌 사람의 비율)이 7%였는데 20년이 지난 2008년에는 28%를 기록했다고 한다. 참고로 1997년에 22%를 기록한 바 있는데 아마도 경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던 시기적 특수성에 의해 국민들의 알코올 섭취가 늘어난 것이 당시에 급격히 지방간이 증가한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 있었다.

 

1997년에는 특수상황이었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지방간이 늘고 있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함으로 보여 준다. 지방간의 증가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기는 하지만 여성들도 지방간 환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제 남녀를 가리지 않는 보편적인 질병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특징적으로 여성의 경우에는 20-40대에서 남성보다 유병률이 훨씬 낮지만 50대에 추격을 시작하여 60대에는 거의 같게 나타난다. 여성의 특징이라면 알코올성 지방간은 적고,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많다는 것이다.

 

 

 

 

지방간의 원인은 알코올에 의한 알코올성 지방간과 다른 원인에 의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구분할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일반적으로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대사증후군 등이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빈도가 높지는 않지만 라이(Reye) 증후군과 같이 어린이들에게서 뇌를 침범하는 특이한 병이 지방간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최근 5년간의 자료에 의하면 당뇨병 환자의 65%, 고혈압 환자의 48%, 대사증후군 환자의 36%에서 지방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 세 가지 만성대사질환은 모두 비만과 관련이 있으므로 지방간 유병률의 증가는 현대인의 생활양상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예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방간이 건강의 적신호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다 다른 만성대사질환과 비교할 때 일반인들의 지방간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이 문제다. 2008년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의 25%는 지방간이 나이가 들면 자연히 발생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고, 지방간 환자의 52%는 지방간이라는 진단을 받은 후에도 병원에 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방간은 그대로 두면 10년 후 약 30% 정도의 환자에서 생명을 좌우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 간경변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일반적인 질병 치료의 목표는 그 원인을 찾아내어 깨끗이 제거하고, 현재의 증상을 정상인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인을 찾기가 어려우면 난치 또는 불치의 병이 되고 만다. 지방간의 경우에는 적절한 영양섭취, 금주, 간독성 물질 제거, 동반된 대사질환 교정 등이 치료법이다. 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 금주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데 한두 달 동안 식이요법과 금주를 실시하면 간에 축적된 지방의 양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지방간이란 인체의 대사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서서히 진행되어 온 만성 질병이므로 의사와 상의하여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지는 형태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암은 전세계적으로 전체 암의 약 4%를 차지하는 질병이지만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발생률이 더 높은 질병이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B형 간염 유병률이 높은 나라에서 간암이 흔히 발생하는 이유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면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예방을 위해서는 간염이 생기지 않아야 하므로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독성물질로부터 간을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음주를 적절히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간암이 생기면 암세포가 점점 자라서 간의 크기가 커지지만 간에는 이를 감지할 수 있는 신경분포가 적으므로 증상이 발생했다 하면 간암이 많이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이것이 또한 간암 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진단을 위해 피 속에 들어 있는 알파태아단백(α-fetoprotein, AFP)을 측정하는 것은 간편하지만 모든 환자에서 증가하는 것은 아니므로 간암을 발견 못할 가능성이 높고, 영상술을 이용하여 간에 생긴 암세포를 찾아내는 것은 암이 어느 정도 진행 되야 눈에 띄므로 조기진단이 어렵다는 점이 간암 해결의 문제점이다.


치료는 암세포를 수술로 잘라내기, 암세포로 가는 혈관을 막아서 암세포를 고사시키기, 간이식 등이 있겠고,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고주파열을 사용하거나 국소적으로 알코올을 주입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흔히 암 치료에 이용되는 항암제나 방사선치료가 간암에서는 효과적이지 못한 것이 간암 해결의 어려운 점이다. 무슨 병이나 마찬가지지만 간암이 발생하면 전문의와 상의하여 치료계획을 잘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상인 간세포(좌)와 암에 걸린 간세포(우)의 비교. 정상 간세포는 미토콘드리아(붉은색)이 핵 주위에 몰려있으나
암세포는 전체에 퍼져있다.<출처: Sandia National Laboratory, 2005/3/22>

 

 

그의 데뷔전은 인상적이었다.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 그날 그는 홈런과 결승점이 된 희생 플라이를 쳤다. 그의 활약은 그 뒤에도 계속됐고, 그는 신문의 스포츠란에 여러 번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데뷔 첫해 15홈런에 68타점, 이듬해 3할이 넘는 타율에 76타점. 포수라는 포지션이 공격력을 그리 중시하지 않는 시절이었기에, 찬스에 강하고 타점이 많은 그의 존재는 롯데에게 축복이었다. 1999년 롯데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그가 9회에 동점 2점 홈런을 쳤기에 가능했다.

 

 

 

"6년째 투병중인 임수혁 선수".이러고도 3년이 지났다. <출처: 연합뉴스>


2000년 4월 18일, 실책으로 나가 후속 타자의 땅볼로 2루로 간 그는 갑자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사람들이 몰려왔고, 경기는 그가 들것에 실려나간 이후에야 재개되었다. 그때만 해도 그의 모습을 야구장에서 다시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으리라. 하지만 그로부터 9년 2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는 병원에 있다. 뇌의 일부분이 죽어 의식이 없는 상태로. 1969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마흔 하나, 동갑내기 양준혁 선수가 아직도 펄펄 날고 있는 걸 보면 이대로 누워만 있는 게 너무 아깝다. 여기서 언급한 선수가 누구인지 짐작이 갈 거다. 그렇다. 롯데 임수혁 선수  얘기다. 그가 쓰러진 이유는 부정맥. 이건 심장의 전기적 활동에 이상이 생겨 심장박동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를 통칭하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심장은 열심히 뛰면서 혈액을 공급하고 있다. 심장을 뛰게 하는 건 뭘까? 누가 심장에게 뛰라는 신호를 보내는 걸까? 이 신호에 해당하는 게 바로 전기, 심장으로 전류가 전달될 때마다 심장은 수축과 이완을 되풀이한다. 그럼 전기는 누가 발생시킬까? 이 전기의 발원지는 바로 우심방에 위치한 동방결절 (sinoatrial node, SA node)이다. 영국의 해부학자 키스(arthur Keith) 등은 우심방 벽에서 주위와 구별되는 세포들의 덩어리를 발견하고 이게 바로 심장의 활동이 시작되는 부위라고 추정했는데, 정말 그랬다. 이 동방결절은 외부의 자극 없이 스스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신비한 기관으로, 발전소를 생각하면 된다. 발전소가 물의 힘이나 기름을 태워 전기를 만드는 데 비해 동방결절에서는 나트륨과 칼륨, 그리고 칼슘이 드나들면서 전기를 발생시킨다. 여기서 만들어진 전류는 우심방과 좌심방을 거쳐 심방 중격, 즉 좌심방과 우심방을 나누는 벽으로 간 뒤 그 하단에 위치한 방실결절(AV node)로 전달된다.

 

 

 

 

심장의 동방 결절(1)과 방실결절(2)의 위치 <출처: (CC)J.Heuser, Patrick J. Iynch>

 

심방에서 심실로 전기를 매개해 주는 곳이라 방실결절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이걸 그냥 전봇대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왜? 동방결절에서 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 때는 여기서 전기를 만들 수 있으니까. 게다가 동방결절에서 지나치게 자주 전류를 내려 보내면 아예 전기신호를 차단해 심장이 쉴 수 있게 해주니, 똑똑한 지역발전소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방실결절을 거친 전류는 히스속(His bundle)이라는 전선 비슷한 기관으로 가고, 곧 복잡한 망으로 구성된 퍼킨제 섬유(Purkinje fibers)에 도달한다. 이 퍼킨제 섬유는 심실 곳곳으로 전류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배전소를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전달된 전류는 심실을 흥분시키며, 심장의 수축을 일으킨다. 이게 잘 이루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게 바로 심전도(electrocardiography), 매 순간마다 일정하게 그래프가 만들어지면 심장 전도가 잘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심장은 매 분마다 60-100번을 뛴다. 횟수보다 더 중요한 건 규칙성이다. 카드 결제일도 아니고, 멋진 이성을 앞에 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거나 느리게 뛰는 등 평상시 박동수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게 바로 부정맥이다. 심장이 느리게 뛰면 혈액공급이 잘 안되어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고, 실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심장에 혈액이 오래 고여 있다 보면 혈액응고가 일어나고, 이 핏덩어리가 다른 곳에 가서 혈관을 막는 소위 색전증이 일어날 수도 있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것 역시 좋은 일은 아니다. 심장에 혈액이 차기도 전에 쥐어 짜 버리면 충분한 양의 혈액이 나가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고, 심장은 심장대로 일을 과다하게 하니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호흡곤란과 흉통이 생기고, 심한 경우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은 심장이 빨리 뛰는 대표적인 경우로, 이건 알 수 없는 이유에 의해 심장이 분당 350-600회 정도 뛰는 걸 말한다.

 

 

 

24시간 심전도 기록, 23시 00분~03시20분 영역에서 심방세동이 나타났다. <출처: J.Heuser>

 

 

하지만 부정맥이 늘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심한 증상을 나타내는 건 아니다. 살아오면서 이따금씩 심장이 박동을 건너뛰거나 더 뛴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거다. 이건 정상인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런 경험이 자주 있다면 문제가 된다. ‘어쩌다 그런 거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심장에 있어서는 대단한 착각이다. 갑자기 죽는 사람의 90%가 심장에 의한 것이며, 그 중 일부는 부정맥 때문이니 말이다. 가끔씩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던 사람이 심실세동(ventricular fibrillation), 즉 전기신호가 마구잡이로 전달되어 심장이 제대로 뛸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사망하는 경우는 비교적 흔하다. 그러니 가끔씩이라도 심장박동이 이상하면 병원에 가볼 필요가 있다.

 

 

 

 

부정맥의 발생 부위가 심방이냐 심실이냐, 혹은 그 경계부위냐에 따라, 또 심장이 늦게 뛰냐 빨리 뛰냐에 따라 치료법은 달라진다. 일단 시도되는 게 항부정맥제를 쓰는 것으로, 전기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나트륨이나 칼륨 등을 조절해 효과를 나타내기도 하고,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심장을 느리게 뛰게 해주기도 한다.

 

심실세동이 일어나거나 심장이 그냥 멈춰버린 경우에는 ‘제세동기(defibrillator)’를 써야 하는데, 이걸 쓰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다. 드라마 같은 데서 많이 나오는, 심장에 전기충격을 주는 게 바로 제세동기다. 요즘은 몸 안에 심는 것도 나왔는데, 이건 부정맥에 대한 영구적 치료법이 되기에 갈수록 널리 이용된다.


제세동기를 이용하여 심장에 전기충격을 주는 긴박한 장면

 

 

 

약물치료보다 중요한 건, 부정맥이 있다는 걸 본인이 느끼고 병원에 가야 한다는 것. 통상적인 신체검사에서 어쩌다 한번씩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걸 알기는 힘들다. 이럴 때 쓰는 게 바로 24시간 심전도, 뭔가 좀 이상하다 싶을 땐 병원에서 주는 심전도 기계를 차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심장의 전기적 상태를 체크해봐야 한다.

 

 

 

 

임수혁 선수는 프로야구 선수생활을 시작할 당시에도 부정맥을 지병으로 가지고 있었다. 운명의 그날, 2루로 간 임수혁 선수에게 심실세동이 일어났다. 요동치던 그의 심장은 얼마 못 가 멈춰버렸고, 뇌에 혈액 공급이 중단되자 그는 갑자기 찾아온 어지러움 때문에 그라운드에 쓰러지고 만다. 팔다리를 비롯해 우리 몸의 다른 기관들은 30분까지 혈액공급이 안 된다 해도 괜찮을 수 있지만, 뇌는 산소에 취약해 4-5분 가량 혈액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다면 죽기 시작한다. 심장을 마사지하고 입으로 공기를 불어넣는 심폐소생술을 4분 이내에 시행해야 하는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당시 운동장에는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의료인이 존재하지 않았다. 제세동기 같은 장치는 없었다 해도, 심폐소생술을 아는 누군가가 그의 심장을 힘껏 눌러 줬다면 그의 심장은 다시 뛸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장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임수혁 선수가 쓰러진 뒤 병원에 실려갔을 때까지의 시간이 무려 11분이었다니, 그 동안 그의 뇌가 얼마나 손상되었을까? 얼마 전 두산의 이종욱 선수가 동료 선수와 부딪혀 턱뼈가 부러진 사건이 있었다. 이종욱 선수가 쓰러지자 1분도 안되어 대기 중이던 앰뷸런스가 그라운드에 도착했고, 이 선수는 금방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그 앰뷸런스를 보면서 임수혁 선수를 생각한 사람들이 많이 있으리라. 임수혁 선수의 사고 이후에 야구장에 앰뷸런스가 대기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임수혁 선수는 아직도 투병 중이다. 그가 쓰러졌을 당시에 비하면 세상의 관심은 줄어들었지만, 그의 가족과 팬들은 아직도 그가 꿋꿋이 일어나리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나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최근 우리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인간사이의 소통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여기에다가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인간내면의 가치 추구는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어 우울증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우울증은 가장 흔한 정신과적 질환으로 인구의 1~5% 정도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이며 남자는 평생 10~15%, 여자는 15~20%가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최근 보고되고 있다.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노인 우울증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울증은 저조한 기분 상태를 말하며, 기분이란 외적 자극과 관계없이 자신의 내적인 요인에 의해서 지배되는 인간의 정동(情動)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외적인 어떤 자극 때문에 반응성으로 생기는 일시적인 ‘반응성 우울증’은 정상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우울증은 특별한 이유 없이 생기며 상황에 맞지 않는 ‘정신병적 우울증’을 의미한다.

 

 

 

우울증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우울 정서를 들 수 있다. 이는 환자의 90% 이상에서 나타나며 일상적인 관심과 흥미가 상실되고 식욕이 감퇴하며, 열등감·절망감에 사로잡혀 자살충동까지 느낄 수 있게 된다. 또한 인지기능 및 사고의 장애가 나타나며, 자신감 결여, 장래에 대한 불안, 사회적 지위에 대한 절망감, 이유 없는 죄책감, 망상 등도 나타난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사고 흐름의 장애, 행동장애, 판단력 장애, 사회 대처능력의 감소, 집중력의 감소와 아울러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환자 5명 중 4명은 자살을 생각하며 6명 중 1명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슈베르트, 말러, 빈센트 반 고흐, 버지니아 울프, 헤밍웨이, 헤르만 헤세, 휘트먼, 에드거 앨런 포, 마크 트웨인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한 예술가들도 인생의 고뇌 속에 우울증의 큰 고통을 안고 살아갔지만 우울증  속에서 또 다른 예술적인 영혼을 불태워 인류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최근에도 우울증을 앓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충격적인 자살로서 생을 마감한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본다.


빈센트 반 고흐(1850-1890)의 자화상

 

 

 

 

 

정신분열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울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은 충분히 밝혀내지 못했지만 유전적 요인, 신경생화학적 요인, 심리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뇌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우울병의 원인 규명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의하면 우울증은 세로토닌 신경계와 노르에피네프린 신경계의 기능부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이 신경계의 기능을 올려주면 우울증이 완화 될 수 있다.

 

  

세로토닌(좌)과 노르에피네프린(우)의 구조식

 

 

세로토닌 신경전달물질은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이기 때문에 부족하면 우울증, 공격성, 불안, 과식증 등이 발생할 수 있고 과할 때는 환각과 기분의 상승, 진통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음이 알려지고 있다.  이 신경계의 기능을 선택적으로 증강시켜주는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나 SNRI(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NaSSA(노르에피네프린, 특이 세로토닌 항우울제), 삼환계(三環系) 약물, 단가아민 산화효소 억제제 등을 투여해 주면 우울증 의 근본 증세는 상당히 호전된다.

 

멜라토닌은 낮에 적게 합성되고 밤에 많이 합성되어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밤이 왔다는 것을 알려줘 잠을 유도하기 때문에 시차병에 사용되고 있다. 멜라토닌은 세로토닌으로부터 합성되기 때문에 햇빛을 비쳐주면 멜라토닌은 적게 합성되고 대신 뇌내 세로토닌 함량은 올라가게 된다. 이런 이유로 햇빛 조사량이 적은 유럽에서 우울증 환자가 더 많이 발생하며 광 치료가 우울병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여성들은 우울증을 더 조심해야한다.


맥길 대학의 딕식(Diksic) 교수 팀은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술(PET)을 이용하여 세로토닌 합성률을 측정했다. 그 결과 남성에서는 여성에 비해 세로토닌 합성률이 50%정도 높았다. 또한 세로토닌 전구물질트립토판이 부족하게 되면 여성에서는 세로토닌 합성이 남성에 비해 4배정도 감소한다는 사실을 보고하였다. 딕식박사는 뇌 내 세로토닌 합성률이 여성에서 훨씬 낮기 때문에 남성보다 여성에서 우울증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즉 여성에서는 세로토닌 합성이 낮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저장된 세로토닌이 고갈될 수 있다.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신경전달물질로서 사용되는 세로토닌의 양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울이나 불안이 여성에서 많이 발견된다. 여성에게 우울증이 많은 이유로서 급격한 호르몬 변화나 남성우위의 사회에서 생활하는 데서 받는 스트레스나 심리적인 불편이 일부 역할을 하리라 생각된다.

 

 

 

최근 우울증이 있는 사람의 뇌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정상인에 비해 훨씬 많이 분비한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미량으로 장기간 복용하면 우울병이 나타난다는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한 그릇의 쌀밥이나 콘프레이크와 같은 탄수화물 음식은 사람의 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군다나 우울증에 빠져 있는 경우에도 탄수화물 음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탄수화물이 풍부하고 단백질이 적게 함유되어 있는 음식은 췌장으로부터 인슐린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며 이 인슐린 호르몬은 간이나 근육의 아미노산을 혈액으로 내보내게 되는 데 이때 나오는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은 뇌혈관 장벽을 통과해 뇌신경세포에 들어가 세로토닌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된다.

 

또한 월경시의 통증과 긴장으로 고생하는 여자에게도 탄수화물 음식은 우울, 통증, 긴장이나 화를 줄여주는 데 일부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쌀밥 같은 탄수화물 음식이 우울증에 좋다.

 

 

 

반면 단백질이 너무 많은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여기에서 생긴 많은 아미노산들이 트립토판의 뇌 세포막을 통한 흡수에 경쟁적으로 작용하여 트립토판이 신경세포 속으로 흡수되는 양을 줄여주게 된다. 따라서 세로토닌 신경전달물질이 적게 만들어져 기분 상승효과가 적어진다. 따라서 우리들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섭취를 현명하고 균형 있게 조절하여 매일의 생활을 보다 즐겁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

 

 

 

 

만성적인 우울증이 암 발병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음이 최근 보고되고 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브렌다 페닝크스(Brenda Penninx) 박사는 최근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최소한 6년 이상 만성적인 우울증에 시달리는 노인들은 암에 걸릴 위험이 그렇지 않은 노인들에 비해 88%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82년, ’85년, ‘88년 3차례에 걸쳐 70세 이상 남녀 노인 4,828명을 조사·분석한 결과, 이들 중 146명이 만성우울증 환자였으며 암 발생률은 우울증 환자가 1,000명당 30.5명인 반면 우울증이 없는 사람은 1000명당 21.9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페닝크스박사는 만성울증이 정상 면역체계를 공격하는 생물학적 과정을 촉발시켜 면역기능을 억제시킴으로써 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뇌의 연상피질(분홍색 부분)


외형적인 신분, 명성과 부의 높낮이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했던 사람들은 급격한 상황의 변동에 크나큰 스트레스를 받아 쉽게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들은 외면의 가치를 추구하기보다 내면의 가치를 더 존중하는 사고방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즉 외면에 드러나는 화려함과 가치에 쉽게 흥분하는 것보다 은은한 내면세계의 가치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외면 가치에 대한 말초적 반응은 뇌의 중간 부위에 위치한 감정중추(번연계)에서 일어나나 내면 가치에 대한 반응과 사려 깊은 행동은 뇌의 최고 중추인 뇌의 연상피질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이 연상피질을 원활히 자극할 수 있는 사려 깊은 행동과 강인한 적응력을 갖추도록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다른 말초장기(위장질환, 신장질환, 당뇨병 등)의 질병이 있을 때 적절한 약물로 치료하듯이 뇌에 오는 질환인 우울증, 정신분열병을 뇌질환이라고 생각하고 차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약물로 치료 받으면 상당히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이랬다 저랬다 하는 행동을 가리켜 “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라는 말을 쓴다. 간과 쓸개는 크기에 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위치상으로는 아주 가까이에 자리잡고 있다. “간담이 서늘하다”라는 말에서 간과 쓸개가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음을 추정할 수도 있다.

 

 

 

쓸개는 담낭이라고도 하며, 서양사람들은 이를 (서양)배모양이라 하고, 우리의 조상들은 주머니 모양이라 했다. 쓸개는 쓸개즙(담즙)을 저장하는 일을 하므로 속이 비어 있고, 근육층이 발달해 있다. 비대칭 타원 모양을 하고 있으며, 길이는 7cm, 폭은 4cm 정도다.

 

간과 쓸개에서 배출되는 물질은 작은 창자로 흘러 들어간다. 간에서 빠져나오는 관과 쓸개에서 빠져나오는 관이 만나서 작은 창자로 들어가는 길을 담도라 한다. 담도는 작은 창자쪽에서 보면 한 가닥이지만 간과 쓸개쪽으로 올라가면 갈라져 각각 간과 쓸개로 들어간다. 간으로 연결되는 관은 다시 오른쪽과 왼쪽의 것으로 갈라진다.


간과 쓸개(초록색). 쓸개에 붙은 작은 관이 담도이다.

 

 

 

 

소화와 관련하여 담도가 하는 일은 단 하나, 쓸개즙을 통과시키는 일이다. 쓸개즙은 간에서 하루에 500-1,000ml가 꾸준히 생산되고, 쓸개에서는 이를 저장하고 농축시키는 기능을 한다. 쓸개가 저장할 수 있는 최대량은 40-70ml 정도이며, 저장된 쓸개즙은 분비되어야 할 시기를 기다린다. 입으로 들어온 음식이 위를 통과하여 작은창자(소장)에 이르는 동안 소화계통 곳곳에서는 다양한 기능이 일어나 소화가 진행된다. 위를 통과한 미즙이 샘창자로 들어가면 창자벽에 위치한 세포에서 콜레시스토키닌(cholecystokinin, CCK)이라는 호르몬을 합성한다. 이 호르몬이 샘창자 내부로 흘러나오면 이자(췌장)와 쓸개를 자극하여 소화에 필요한 물질을 작은창자로 보내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자는 사람의 몸에서 필요로 하는 소화효소 중 가장 많은 양을 분비하는 곳이지만 이자에서 분비되는 효소만으로 지질을 모두 소화시킬 수는 없으므로 담즙이 샘창자(십이지장)로 흘러들어가 지질 소화를 도와주어야 소화가 잘 진행된다. 미즙에 지질 함량이 많은 경우에는 콜레시스토키닌 분비량도 많아진다. 쓸개즙은 약 알칼리성을 띠고 있으며, 소화효소를 포함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액 속에 들어 있는 쓸개즙염이 커다란 지방 방울을 잘게 쪼개는 역할을 하므로 소화효소의 접촉면을 넓혀 주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지질 분해효소인 리파아제의 기능이 더 잘 나타나게 된다.

 

 

 

 

곰의 쓸개를 말린 웅담


가끔씩 텔레비전에서 곰의 몸에 관을 꽂은 후 곰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건강을 위해 곰의 쓸개즙을 섭취하는 뉴스가 방송되곤 한다. 불법으로 야생동물을 다루다 경찰에게 잡혔다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곰의 쓸개즙이 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의학적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미래에 곰의 쓸개즙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될지는 모르겠으나 갖가지 기생충과 미생물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야생동물의 체액을 가열하지도 않고 그냥 먹는 것은 새로운 인수공통전염병의 탄생을 기다리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웅담(熊膽)이란 문자 그대로 곰의 쓸개를 가리킨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말려서 약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곰뿐 아니라 저담(猪膽)이라 하는 돼지의 쓸개를 약재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쓸개가 없는 동물도 있다. 이 경우에는 간에서 생성된 쓸개즙이 저장되지 못하고 곧장 샘창자로 흘러 들어간다.

 

 

 

 

쓸개는 쓸개즙을 저장하는 기능 외에 쓸개즙의 조성을 변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위에서 쓸개가 쓸개즙을 농축시킨다고 기술한 것은 쓸개즙의 조성이 변화된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저장기간이 길어질수록 수분이 흡수되므로 쓸개즙염의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 쓸개즙의 성분은 담즙산이 약 80%, 레시틴을 포함한 인지질이 약 16%, 나머지가 콜레스테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외에 빌리루빈을 포함한 기타 성분이 소량 포함되어 있다. 담도를 흘러가는 쓸개즙의 성분에 변화가 생기면 침전물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아질수록 쓸개즙에 단단한 침전물이 생기는데 이를 담석이라 한다. 담석은 담도에 생긴 돌멩이 라는 뜻이다.

 

 

 

담석은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으며, 콜레스테롤 담석이 약 80%, 색소 담석이 약 20%를 차지한다. 두 담석 모두 원인이 아주 다양하므로 원인을 제거하여 담석을 예방하기는 아주 어렵다. 미국에서는 크기에 차이가 있을 뿐 부검결과를 종합하면 40세 이상 여성의 20%, 남성의 8%가 담석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 서양인들에게 콜레스테롤 담석이 많은 것은 지질을 많이 섭취하는 식생활습관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우리나라에서도 진행 중인 식생활습관의 변화는 담석 환자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인체 내부에 쓸모 없는 돌멩이가 생기면 여러 가지 증상을 유발한다. 주변조직을 건드려 통증을 일으키고, 자극을 받은 조직은 방어기전을 발동하여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쓸개즙이 흘러나갈 길을 막고 있으므로 폐쇄에 따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매스꺼움, 구토, 소화불량, 복부 팽만, 불쾌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는 수술로 제거하거나 돌멩이를 녹일 수 있는 약을 투여하는 것이다. 또한 초음파를 이용하여 몸 밖에서 충격파를 보내 담석을 작은 가루로 깨뜨릴 수 있다. 어떤 치료방법을 선택할 때에는 담석의 크기와 위치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쓸개 속의 담석

 

 

 

 

피비게르(Johannes Andreas Grib Fibiger, 1867~1928)


기생충이 암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는가? 192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피비게르(Johannes Andreas Grib Fibiger, 1867~1928)의 수상업적은 스피롭테라 선충이 위암을 발생시키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당시 또다른 수상후보의 한 명이던 일본인 야마기와는 토끼의 귀에 콜타르를 반복 도포하여 암을 발생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발암물질이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한 공로로 후보에 오른 바 있다. 그로부터 83년이 지난 지금 야마기와의 연구업적은 수많은 발암물질을 발견하는 원동력이 됨으로써 화학물질에 의한 발암과정이 암 연구에서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지만 피비게르의 연구업적은 특수상황에서 발생한 우연의 발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피비게르는 엉터리 업적으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셈이다.

 

그렇다면 기생충이 암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는 거짓인가? 피비게르의 연구결과에 잘못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기생충이 암을 일으킨다는 기생충 발암설은 엉터리 이론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세상이 돌고 돌듯이 진리도 돌고 도는 법이라 새로운 발견이 나타나면서 기생충 발암설은 진리로 탈바꿈했다. 혹시 민물생선회를 먹으면 암에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는가?

 

 

 

한때 매스컴에서 민물생선회가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떠든 적이 있으나 최근에는 잠잠해진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민물생선회 이야기가 매스컴을 탈 때는 비브리오균이 오염되어 있다거나 생선을 키우기 위해 몸에 좋지 않은 화학물질을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간흡충(간디스토마)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생충이 인체에 들어오면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민물고기에 기생하는 간흡충은 덜 익혀 먹을 때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온다.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상복부가 거북해지고, 통증, 설사, 소화불량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담도에 염증을 일으키고,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이차 감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담도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담도암은 치료하기 어려운 암에 속하므로 예방이 중요하지만 문제는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간흡충은 담도암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전체 담도암 중에서 간흡충에 의한 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게 높지 않으며, 담석, 쓸개의 석회화 또는 도자기화, 낭종, 용종, 경화성 담관염, 선천성 간섬유증 등이 모두 암 가능성을 높이는 질병이므로 일단 발견되면 치료를 잘 하셔야 한다. 담도암을 일으키는 간흡충 외에 주혈흡충도 방광암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기생충이 암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거짓이 아니다.

 

 

 

 

기원전 5세기에 활약한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와 2세기에 로마에서 활약한 갈레노스는 질병이 사람의 몸 속에 존재하는 네 가지 용액의 불균형에 의해 발생한다는 4체액설을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사람의 몸 속에는 혈액, 점액, 흑담즙, 황담즙이 존재하며 이들이 균형을 이루면 질병이 발생하지 않고, 불균형을 이루면 질병이 발생하므로 병이 생기면 부족한 액체를 보충하여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4체액설에 이야기하는 흑담즙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4체액설은 역사적으로는 중요하지만 오늘날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론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쓸개즙(담즙)은 무슨 색을 띠고 있을까? 피 속에서 산소운반을 담당하는 적혈구의 수명은 120일이다. 간염 이야기에서 기술했듯이 수명이 다한 적혈구가 깨지면 헤모글로빈이 빌리루빈으로 대사되어 간으로 간다. 쓸개즙에는 빌리루빈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노란색을 띠며, 혈액속에 빌리루빈이 과다한 경우에는 피부 표면에 빌리루빈이 침착되어 피부색이 노랗게 변하기도 한다. 쓸개즙에 빌리루빈이 아주 많이 포함되어 있으면 초록색을 띠기도 한다.


빌리루빈 결정

 

 

 

대변과 소변의 색깔이 노란 것도 빌리루빈 때문이다. 적혈구 파괴후 생성된 빌리루빈이 모두 간으로 가는 것이 아니므로 콩팥을 통과하는 피로부터 빌리루빈이 걸러진 것이 소변이 노란색을 띠는 이유이고, 쓸개즙에 포함된 빌리루빈이 작은창자로 들어가서 소화가 끝난 물질과 함께 대변으로 배출되는 것이 대변색이 노란 이유다.

 

 

 

 

과음이나 배멀미와 같이 구토가 심하게 발생하는 경우에는 위 속의 물질을 모두 입으로 내보낸 후에도 계속 속이 뒤틀린상태가 유지된다. 더 이상 올릴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왝왝거리다 보면 어느 순간 소량의 노란색 물질이 입으로 올라오는데 이것이 바로 쓸개즙이며, 자신의 눈으로 직접 쓸개즙의 색을 확인할 수가 있다.

야구선수 김재현은 신일고를 나온 뒤 바로 프로에 뛰어든, 당시만 해도 타자로선 드문 고졸 선수였다. 하지만 그의 데뷔시즌은 누구보다 화려했다.

  

 

3할이 넘는 타율에 빠른 발과 장타력을 모두 갖췄다는 징표인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고 (21홈런-21도루), 같은 신인선수인 서용빈, 유지현과 함께 LG를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호남형의 외모로 여성 팬들에게 유난히 인기가 많은데다 실력 또한 출중했던 김재현에게 시련이 닥친 건 2002년이었다.

 

3할3푼4리의 타율로 승승장구하던 그 해, 그는 자신이 그전만큼 잘 달리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2루타성 타구를 치고도 1루까지밖에 가지 못하는 김재현에게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스타가 되더니 이젠 설렁설렁 뛰느냐?”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왼쪽 엉덩관절을 이루는 대퇴골두에 혈액공급이 안되어 괴사가 왔다는. 한마디로 말해 대퇴골 머리부분이 썩었다는거다.


대퇴골 무혈성 괴사를 극복한 김재현 선수

 

 

 

 

고관절(엉덩관절)은 넓적다리와 골반 사이를 연결한다. 이 관절은 볼(ball)과 소켓(socket)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대퇴골의 머리가 볼에 해당한다면, 골반뼈 바깥에 있는 절구(acetabulum)가 소켓 역할을 한다. 대퇴골 머리의 절반 이상이 절구 속에 파묻히고, 여기에 인대와 근육이 달라붙어 관절을 안정시킨다. 그 결과 이 관절은 매우 강하고 안정되어 있어, 서 있는 동안 윗몸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고, 갖은 과격한 운동도 견뎌낼 수 있다. 어깨 관절은 이런 소켓 구조가 없어 인대와 근육에만 의존해 관절이 유지되는데, 고관절이 교통사고 같은 사건이 아니라면 탈구되는 경우가 아주 드문데 비해 어깨의 탈구가 많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고관절의 단면도, 볼과 소켓 형태이다. 

 

 

겉보기에 튼튼하게 생긴 대퇴골이라 해도 지속적인 혈액공급이 필요하다. 대퇴골의 혈액공급은 폐쇄동맥(obturator artery)이라는 굵은 혈관에서 대퇴골 머리 쪽으로 가지를 친 혈관(artery to head of femur)과 넓적다리 깊숙한 곳을 지나는 혈관에서 돌아 나오는 혈관들(circumflex femoral arteries)이 주로 담당한다. 다른 조직과 달리 뼈는 혈액순환이 차단되어도 24시간 이상 생존이 가능하지만, 수 일 이상 혈액순환이 회복되지 않으면 점차 괴사(necrosis)에 빠지게 된다.

 

세균감염으로 인한 괴사와 달리 혈액공급이 안 되어서 생기는 거라 이걸 ‘무혈성 괴사(avascular necrosis)'라고 부른다. 이 병은 생각만큼 드문 질환은 아니어서, 미국의 경우 1만5천명당 한 명에서 발생한다. 50세 미만에서 주로 발생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4-8배 많단다. 한쪽에 생기면 다른 쪽에도 생길 확률이 높은 것도 이 병의 특징이다(42-72%가 양측성이란다). 우리나라의 통계는 아직 없는데, 몇 년 전 가수 김경호가 이 병에 걸린 게 밝혀져 주위를 안타깝게 한 적도 있고, 영화배우 이영하도 같은 병으로 수술을 했음이 밝혀진 바 있다.

 

 

 

 

그럼 대퇴골두의 무혈성 괴사는 왜 생기는 걸까? 외상으로 오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아직 확실히 밝혀진 건 없다. 다만 어떤 그룹에서 더 높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는데, 대표적인 위험인자로 거론되는 게 스테로이드 과다사용이다. 스테로이드와 무혈성 괴사의 관련성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이 되었지만, 스테로이드를 쓴다고 다 무혈성 괴사가 오는 건 아니다. 중국의 한 연구자가 단기 스테로이드 요법을 쓰는 환자 1,300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그 기간 중 이 병에 걸린 사람은 단 4명, 0.3%에 불과했다. 물론 이 비율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하면 높은 비율이니, 스테로이드를 꼭 써야 하는지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도 무혈성 괴사가 생기는 위험 인자다. 술을 많이 마시면 지방간이 되고, 지방이 떨어져 나가 혈관을 막음으로써 소위 색전증을 일으킨다는 가설이 있지만, 이것 역시 정확한 건 아니다. 그 밖에 겸상적혈구빈혈증(sickle cell anemia) 환자에서는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 혈관이 막힐 수 있다는 보고가 있고, 깊은 물에 들어갔다 나올 때 걸리는 잠함병(Caisson's disease)도 무혈성 괴사의 발생률을 증가시킨단다.

 

 

 

좌측 대퇴골두 괴사 환자의 방사선 사진(좌)과 MRI 사진(우)

 

 

초기 단계에서 환자는 아무런 증상도 느끼지 못하지만, 질병이 진행되면서 사타구니나 넓적다리 안쪽의 통증을 호소하며, 이건 걸을 때 더 심해진다. 이때는 X-레이를 찍어도 별다른 소견이 나오지 않는다. 병이 더 진행되면 쉴 때에도 아프다. 초기에는 관절의 운동범위가 정상이지만, 병이 진행되어 관절이 파괴되면 다리를 안쪽으로 돌린다든지, 바깥쪽으로 들어 올리지 못하게 된다. 이때쯤 되면 X-레이 소견상 대퇴골 머리가 평평해지고, 대퇴골두와 절구 사이의 간격이 아주 좁아져 있다. 대퇴골 머리가 건물이 무너지는 것처럼 심하게 내려앉으니, 그쪽 다리가 짧아져 보이는 것도 증상의 일부다. 질병 경과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데, 이건 환자에 따라 다르다. X-레이가 병의 말기에나 진단이 가능한 반면, MRI는 무혈성 괴사를 가장 빨리 진단할 수 있는 좋은 진단법으로, 이걸로 보면 괴사된 뼈와 살아 있는 뼈가 확연히 구분된다.

 

 

 

 

최후의 선택인 인공 고관절, 세라믹(왼쪽 2개)과 금속(오른쪽)으로 만든다.
<출처: FDA>


중요한 것은 질병의 진행 시기다. 대퇴골 머리의 함몰이 심하지 않다면 관절을 유지하면서 위험인자를 제거해 주는 보존적 요법을 쓸 수 있지만, 함몰이 심한 경우에는 인공 고관절 치환술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건 대퇴골의 머리를 없애고 금속이나 세라믹으로 된 인공 뼈를 끼워 넣는 거다. 대퇴골과 맞물리는 골반뼈의 절구까지 문제가 생겼을 때는 그곳 역시 바꿔야 하는데, 전자를 ‘인공 고관절 반치환술’, 후자를 ‘인공 고관절 전치환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수술은 영구적인 게 아니어서, 삽입된 인공뼈가 닳거나 인공관절이 이완되는 등의 문제점이 발견되기도 한다. 게다가 수술 이후 운동범위가 제한되는 등의 문제점도 있으니 젊은 환자인 경우 인공 고관절 전치환술은 최후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온 게 바로 ‘인공 고관절 표면 치환술’, 대퇴골 머리를 모두 제거하는 대신 연골만을 없애고 거기다 합금을 씌우는 이 방법은 재활도 빠르고 부작용도 덜해 주목을 받고 있다. LG 선수였던 김재현 선수가 받은 수술도 바로 표면 치환술이다.

 

 

 

 

2003년, 나이 스물여섯의 김재현은 야구인생이 끝날지도 모르는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주루 플레이를 할 수 없고, 수비를 안 하는 지명타자로밖에 나설 수 없지만, 김재현은 LG와 SK를 거치며 여전히 날카로운 스윙을 과시하는 중이고, 작년 말에는 연봉 5억에 SK와 재계약을 하는 등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2008년 수술을 한 영화배우 이영하 역시 건강한 상태로 브라운관 복귀를 앞두고 있단다.

 

반면 가수 김경호의 경우 이런 저런 사정으로 1년이 지나서야 수술을 받았는데,  그 바람에 그는 연골이 완전히 내려앉아 다리를 절었고, 움직일 때마다 심한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8월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고, 재활치료를 한 끝에 얼마 전 새 앨범을 들고 팬들 앞에 설 수 있었다. 대부분의 병이 그렇듯이 대퇴골의 무혈성 괴사도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그러니 고관절이 아플 경우 "이러다 말겠지"라고 무심히 넘기지 말고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술을 많이 먹는 사람의 경우엔 더더욱.


인공 고관절을 삽입한 이후의 X레이 사진

 

 

 

뇌의 신경 세포 사이에서 정보 전달이 일어나는 시냅스는 전기줄처럼 연결되어 있지 않고 일정 간격으로 떨어져 있다. 따라서 이 간격을 뛰어 넘어 정보가 전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물질이 나와서 다음 신경 세포에 정보를 전해줘야 한다. 이 물질을 “신경전달물질”이라고 부르고 있다. 다시 말해, 뇌기능은 수 십 종류의 신경전달물질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이들 신경전달물질들이 적절히 잘 만들어져서 적절히 유리 되어야 정보 전달이 잘 일어난다. 하지만 신경전달물질이 너무 많이 혹은 적게 만들어져 유리되면 여러 가지 정신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회로(시냅스) 말단부에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공장이 있다. 이 공장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료가 있어야 하고 만드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원료는 먹는 음식을 통해서 얻게 되고 휴식과 잠자는 시간에 주로 만들어 비축해 놓고 있다. 즉, 뇌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을 균형있게 잘 섭취해야 하고 충분한 휴식 시간과 수면이 필요하다.

 

탄수화물, 단백질과 지방 이 세 가지의 기본 영양소와 각종 비타민제, 칼슘, 철분 등의 금속이온들은 신경전달물질의 합성과 대사에 필수적이다. 이런 영양소들이 결핍되면 신경전달물질 합성이 적어져서 뇌기능이 떨어지고 기억력감퇴, 우울증, 운동 및 감각기능의 저하, 신경염 등을 앓게 되며 과잉으로 신경전달물질들이 유리되면 정보전달이 정상과 달리 과잉으로 일어나 정신분열병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음식을 균형 있게 섭취해야 신경전달물질이 잘 생긴다.

 

 

 

심한 영양실조는 뇌 성장에도 장애를 미쳐 정상보다 더 작은 뇌가 만들어 질 수도 있으며 심한 기능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뇌 신경세포는 분열을 해서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낼 수는 없으나 좋은 영양을 공급해주고 적절히 잘 쓰면 근육처럼 자라서 회로를 치밀하고도 넓게 만들어 정보 전달이 잘 일어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적절한 영양공급은 뇌기능에 필수적이다.

 

 

 

 

 

토론토 대학의 하비앤더슨(Harvey Anderson) 박사는 엄마 쥐에 먹인 음식은 어린 쥐의 음식기호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고하였다. 즉 탄수화물만을 먹은 엄마 쥐는 탄수화물만을 잘 먹는 아이를 낳고 단백질만을 먹은 엄마 쥐는 단백질을 잘 먹는 아이를 낳는다. 따라서 임신 기간 동안의 편식은 자신은 물론 아이의 뇌건강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대개 나이가 들면 의욕과 입맛이 떨어져서 덜 움직이고, 덜 먹게 된다. 이밖에도 약한 치아와 입맛의 변화로 채소와 같은 섬유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음식은 피하게 되고 유동식을 선호하게 되며 적당한 운동의 부족으로 변비가 잘 생긴다. 그 결과 음식섭취가 더욱 저하되고 우리 몸의 근육이 위축되어 운동량이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실제 65세 이후 노인들의 칼로리 권장량은 남자가 1900Kcal, 여자가 1600Kcal정도 되나 실제 섭취량은 이것보다 더 적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운동량과 일의 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필요하며 영양섭취는 30대에 비해 양은 적지만 질은 높여 주어야 한다. 쥐에서는 덜 먹인 경우가 오래 산다는 보고가 많지만 사람에서는 오히려 오래 사는 사람일수록 평균보다 체중이 약간 높다는 보고가 많다. 모든 연령층에서 약간 살이 찐 사람이 건강하며 건강한 사람의 평균체중은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올라간다. 체중이 줄고 늘고 하는 것은 뇌에 의해 조절된다. 따라서 비만도 좋지 않지만 나이에 따른 평균보다 무리하게 체중을 줄이거나 음식섭취를 줄이는 것은 현명한 일이 못 된다.

 

 

 

 

탄수화물은 뇌가 움직이는데 필요한 유일한 에너지원이다. 근육이 움직이는 데는 3가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모두 사용될 수 있지만 뇌가 움직이는 데는 탄수화물, 즉 포도당만이 사용된다.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과도하게 주사 맞게 되면 갑자기 저혈당이 되어 뇌가 움직이지 못하여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 물론 과도한 당분섭취는 당뇨병 등의 성인병과 관계되기 때문에 좋지 않지만, 적절한 당분섭취는 뇌 건강유지에 아주 긴요하다. 단백질은 중요한 신경전달물질들을 만드는 원료가 되며 지방과 함께 세포막을 구성한다. 적절한 단백질 섭취는 신경전달물질 제조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부족함이 없이 섭취해야 한다. 예를들면, 단백질을 구성하고 있는 아미노산 중 타이로신은 고위정신작용, 쾌락, 운동, 혈압, 호흡조절 등에 필수적인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 합성의 원료이며 트립토판은 우울증을 포함한 정서, 수면과 폭력성 조절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 합성의 주원료이다.

 

 

타이로신(좌)과 트립토판(우)의 분자구조 (청색: 질소, 흰색: 수소, 적색: 산소, 흑색: 탄소)

 

 

 

지방은 모든 세포막의 구성 성분으로서 특히 신경세포막의 정상기능을 유지해 주는 필수 성분일 뿐만 아니라 일부의 신경전달물질과 신호전달물질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다. 모든 장기 중에서 뇌만큼 지방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장기는 없기 때문에 그만큼 신경전달이나 신호전달에는 지방이 중요한 것이다. 지방은 단순한 세포막의 구성성분이 아니라 신경기능의 핵심이다.

 

 

 

적절한 지방 섭취는 뇌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다.


'이노시톨 인지질'은 신경세포를 포함한 거의 모든 세포의 신호전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어떤 신호가 전달될 때에 이 인지질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인지질이 부족하게 되면 신호전달기능에 중요한 차질이 빚어져서 세포가 성장하고 교신하는데 지장이 오게된다.

 

그동안 지방은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환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무조건 기피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지방소비양이 증가할수록 사망률이 떨어진다는 보고도 많이 있다. 과거 1인당 1일 지방 소비량이 20g일 때 평균수명은 40세 정도였고, 60g일때 55세, 100g정도 때 65세, 140g일 때 67세, 그 이상일 때는 다시 감소한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지방섭취량이 40g이하 일 때는 인구 1000명당 사망률이 100, 60-80g일 때는 65명, 100-120g일 때는 60명 정도로 사망률이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서구에서는 하루 섭취 열량의 50% 이상을 지방을 통해서 하기 때문에 비만, 고지혈증 등이 많이 생기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줄이기 위해서 서구에서는 지방 섭취를 30% 이하로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09년 초 질병관리 본부가 2007년 국민건강영양 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에너지원은 탄수화물이 67%, 지방이 18.4%, 단백질이 14.7%로 나타났다. 하루 섭취필요량은 남자가 92%, 여자가 82.9%로 필요 에너지양보다 약간 적었다. 따라서 비만, 고지혈증 등을 가진 사람을 제외하고는 무작정 줄여서는 안 된다. 즉 어느 정도의 지방 섭취는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트랜스지방은 액체 상태 기름을 고체 상태로 만들 때 (마가린 등)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한 섭취를 줄이고 자연적인 지방 섭취를 하는 것이 좋다.

 

 

 

 

요즈음 사회적으로 만연하고 있는 몸짱 열풍 때문에 무리하게 날씬한 몸을 만들기 위해 정상범위의 체중인데도 체중을 과도하게 줄이는 바람에 외국에서 모델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패션의 본고장인 이태리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너무 마른 사람들은 모델로 쓰지 않겠다고 발표하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체질량지수(BMI)가 20도 안되는 여대생들의 70% 이상이 체중을 더 줄이기 위해서 무리하게 운동이나, 다이어트 등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최근 일본 후생성이 40~69세 남녀 8만 8000명에 대해 13년간 추적조사를 벌인결과 20세에 비해 5kg이상 체중이 줄어든 사람의 사망률은 변화가 적은 사람에 비해 남성은 1.44배, 여성은 1.33배 높았다. 반면 20세에 비해 5kg이상 체중이 증가한 남성의 경우 사망률은 0.89배로 낮아졌다. 20세에 비해 체중이 감소한 사람이 사망률이 높은 원인은 명확치 않으나 젊을 때보다 체중이 너무 저하 되면 면역력이 감소해 질병에 쉽게 감염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따라서 체중을 너무 줄이는 것은 우리의 건강, 특히 뇌 건강 유지와 장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만뿐 아니라 저체중도 뇌 건강, 몸 건강에 해롭다.

 

 

 

 

요즈음 다양한 매스미디어를 통해 어떤 음식이 뇌에 좋다는 정보를 접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그런 정보가 과학적, 의학적 사실 규명이 부족할 경우가 많다. 뚜렷한 증거도 없는 이런 정보에 신경 쓰면서 특정 음식을 골라 먹으면 오히려 뇌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따라서 우리들은 특별한 음식에 가치를 두기보다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골고루 균형 있게 즐거운 마음으로 섭취하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매일을 생활하는 것이 우리의 건강 특히 뇌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서 뇌의 기능을 좋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길이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위를 통과한 음식은 창자로 들어간다. 위벽의 수축작용을 통해 음식물이 물리적으로 부서지기도 하고, 위에서 여러 가지 소화효소가 분비되어 화학적으로 분해되기도 하지만 위를 통과할 때까지 일어나는 소화는 전체 소화의 반이 채 되지 않는다. 즉 위보다는 창자에서 소화되는 정도가 더 크다는 뜻이다. 창자는 작은창자(소장)와 큰창자(대장)로 나뉘어진다. 작은창자의 길이는 약 6m이지만 큰창자의 길이는 불과(?) 1.5m 정도다. 그러므로 크고 작은 구분이 길이에 의한 것이 아님은  금방 눈치챌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이름에서 크고 작음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정답은 굵기이다. 작은창자의 굵기는 약 2.5~4cm 정도지만 큰창자는 약 7.5cm로 작은 창자보다 훨씬 굵다. 흔히 볼 수 있는 인체 내부 그림에서 배쪽에 꼬불꼬불한 모양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 장기가 바로 작은창자다. “산길이 아주 꼬불꼬불하고 험하다”, 또는 “세상일이 험하고 복잡하여 살아가기가 힘들다”를 의미하는 구절양장(九折羊腸)이란 말은 문자 그대로 아홉 번 굽어진 양의 창자를 가리킨다. 포유동물의 창자는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꼬불꼬불하므로 서로 닮은 모양을 하고 있다.

 

 

 

작은창자를 한문으로 옮기면 소장(小腸)이 된다. 소장은 십이지장(샘창자), 공장(빈창자), 회장(돌창자) 등 세 부위로 나눌 수 있다. 아직까지 샘창자, 빈창자, 돌창자와 같은 한글용어에 익숙지 않으신 분들은 과거에 많이 사용한 한문식 용어를 사용하곤 한다. 하기야 한글식 용어가 익숙지 않다 해도 공장이나 회장 같은 한문식 용어도 익숙지 않은 것이 문제이긴 하다.


용어가 익숙하다, 아니다는 일상생활에서 접할 기회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20세기 초, 서양의학이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되던 시기에는 적합한 용어를 찾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 후 일본의 지배를 받으며 일본식 한자 용어를 빌려다 쓰다 보니 소장, 십이지장, 공장, 회장이라는 용어가 생겨난 것이다. 당장은 익숙지 않겠지만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샘창자, 빈창자, 돌창자라는 이름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샘창자란 특정 물질을 분비하는 분비샘이 발달되어 있다는 뜻이고, 빈창자는 평소에 비어 있다는 뜻이며, 돌창자는 돌기모양을 하고 있다는 뜻에서 생긴 이름이다.

 

 

작은창자는 샘창자, 빈창자, 돌창자로 나눌 수 있다.

 

 

 

작은창자 맨 앞쪽에 위치한 십이지장(十二指腸)의 길이는 약 25cm이다. 십이지장이라는 이름은 손가락 12개를 옆으로 늘어놓았다는 뜻이지만 손가락 하나의 굵기가 (25/12=)2.0833cm이나 되는 경우가 흔치 않으므로 실제 십이지장의 길이는 손가락 12개를 늘어놓은 것보다 긴 셈이다. 그런데 샘창자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샘창자는 분비샘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위에서 아무리 열심히 소화를 한다 해도 위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가 다양하지 못하므로 음식물이 아주 작은 크기까지 소화되지는 않는다. 샘창자 중간쯤에는 쓸개즙과 이자액이 흘러나오는 구멍이 있어서 지질과 단백질의 소화에 필요한 물질을 받아들이게 된다. 다른 장기에서 분비된 물질을 얻는 것이 샘창자의 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샘창자의 샘에서 분비하는 물질은 소화효소가 아니라 알칼리성 점액과 호르몬이다. 위에서 음식물이 위액과 혼합된 상태의 물질을 미즙(糜汁)이라 한다. 미즙은 위에서 분비된 염산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강한 산성을 띠고 있다. 이 액이 식도로 역류하면 염증반응을 일으키듯이 작은창자로 들어가면 작은창자 벽에 있는 세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작은창자 입장에서는 강한 산성으로부터 보호받을 장치가 필요하므로 알칼리성의 점액을 분비하는 샘이 발달되어 있다. 샘창자의 샘에서 알칼리성 점액이 분비되어 미즙과 혼합하면 중성이 되는 것이다

 

 

 

 

샘창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면 위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못한 음식을 완전히 소화하는 것과 이렇게 소화된 음식으로부터 생겨난 영양소를 흡수하는 것이다. 샘창자는 쓸개즙과 이자액의 도움을 받아 화학적 소화를 담당한다. 지질 소화를 위한 쓸개즙의 역할은 7월 20일자 오늘의 과학(쓸개)에서 기술한 바 있다.


이자(췌장)는 탄수화물 분해효소(carbohydrase), 지질 분해효소(lipase), 핵산 분해효소(nuclease), 단백질 분해효소(protease) 등을 모두 분비한다. 아밀라아제(amylase)는 탄수화물 분해효소, 리파아제(lipase)는 지질 분해효소, 트립신(trypsin), 키모트립신(chymotrypsin), 카르복시펩티다아제(carboxypeptidase) 등이 단백질 분해효소에 해당한다. 효소에 의한 소화가 화학적 소화라면 물리적 소화는 음식물을 혼합하고 기계적으로 잘게 부수는 행위를 가리킨다. 샘창자에서는 미즙과 소화효소, 점액을 혼합하기 위해 분절운동을 한다. 또 음식물을 더 잘게 부수기 위해 계속 꿈틀거리는데 이를 연동운동(蠕動運動) 또는 꿈틀운동이라 한다.

 

 

 

 

샘창자, 빈창자, 돌창자의 길이는 각각 약 25cm, 2.5m, 3.5m 정도이다. 샘창자의 길이가 아주 짧은 데다 연동운동이 잘 일어나므로 음식물은 쉽게 샘창자를 빠져나간다. 그러므로 흡수가 일어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창자벽의 모양도 흡수에  유리하지 않다.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흡수과정의 약 90%는 작은창자에서 일어나고, 약 10%만이 큰창자에서 일어난다. 작은창자에서 일어나는 흡수의 대부분은 빈창자에서 일어나므로 빈창자는 흡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이왕 입으로 들어온 음식을 열심히 소화시켜 놓았으니 몸에서 흡수하지 않고, 그냥 대변을 통해 밖으로 내보내게 되면 아주 아까울 것이다. 소화시키느라 노력한 것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작은창자의 벽에는 미세융모라 하여 흡수를 잘 할 수 있는 특수한 구조물이 발달되어 있다. 미세융모는 아주 작은 털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흡수를 위한 첫 단계는 소장벽이 영양소와 접촉하는 것이다. 그래야 세포내로 영양소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창자의 벽에는 미세융모라는 돌기가 나와 있다.

 

 

 

 

미세융모는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는 부분의 면적을 아주 크게 넓혀 주는 역할을 한다. 숨쉴 때 들어온 공기로부터 산소를 충분히 받아들이는 기능을 하는 폐포(허파꽈리)와 마찬가지로 미세융모도 주어진 공간에서 최대한 표면적을 넓게 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게 해 준다.


앞에서 작은창자의 길이가 약 6m 라 했으니 키보다 훨씬 길다. 그러니 음식물을 흡수할 수 있는 표면적도 아주 넓어서 약 3,300cm2에 이른다. 그런데 이 수치는 표면이 평평할 때의 이야기이다. 실제로는 약 1mm 정도의 길이를 한 융모가 돋아 있고, 이 융모 하나당 수십개씩 미세융모가 나 있으므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도록 노출된 면적은 200,000 cm2나 된다. 즉 융모와 미세융모가 없을 때와 비교하여 약 60배나 표면적을 넓혀 놓았으니 흡수가 잘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인원으로부터 시작하여 수백만 년간 먹을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살아온 인류는 언제 먹을 것이 생기고 떨어질 것인지를 예측하기가 어려웠으므로 있을 때 먹고 나면 없을 때 먹지 않고도 견딜 수 있도록 저장능력을 발전시켜야만 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을 넘어서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패스트푸드가 득세하면서 영양분이 과다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영양과다의 시대가 도래하자 수백만 년간 진화시켜 온 몸에 무리가 가해지기 시작했다. 필요 이상으로 영양분을 축적하게 되어 비만, 당뇨, 고혈압, 대사증후군 등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질병이 대유행을 하게 되었다. 오늘날의 식생활 환경은 영양분을 알맞게 섭취하는 것보다 과다섭취하기 쉽게 변했으므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이 먹더라도 흡수를 하지 않고 그냥 내보내는 식으로 몸의 기능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 몸이 알아서 그렇게 해 주면 좋으련만 수백만 년간 진화에 의해 발전시켜 온 저장능력을 되돌리기에는 수십 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짧아서 자연선택이 일어날 틈이 없었다. 그렇다고 먹고 싶은 욕구를 참기도 어렵고, 또 심심하면 한 번씩 회식자리가 마련되어 며칠간 겨우 해 온 식이조절을 말짱 도루묵으로 만들어 놓으니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을 조절하기가 어려우니 흡수를 하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

 

 

 

 

엄청나게 체중이 많이 나가서(보통 250kg 이상인 경우)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가 사람들은 위를 잘라내는 배리애트릭 수술을 시도하기도 한다. 위를 잘라내니 소화가 안 되어 음식물의 흡수가 줄어들기를 기대할 수 있고, 위에서 분비되어 식욕중추를 자극하는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게 되어 식욕을 느끼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소화를 못 하게 하는 대신 흡수를 못 하게 하기 위해 빈창자를 잘라내면 어떻게 될까?

 

 

수술로 과체중을 치료하는 배리애트릭 수술의 여러가지 방법

 

 

 

이론적으로는 아주 타당한 방법이다. 흡수를 담당하는 장기를 잘라내 버렸으니 흡수가 안 될 것이고, 그러면 체중조절이 절로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빈창자를 잘라 낸다고 영양소가 하나도 흡수되지 않은 것은 아니니 생명에도 지장이 없다. 그러나 이 방법은 배리애트릭 수술과 마찬가지로 과체중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가 되는 극심한 경우에만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적절한 운동과 식이조절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장기를 잘라내는 것은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일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킬힐은 초미니스커트와 함께 매력적인 맵시꾼의 필수품 중 하나이다. 하지만 보기만 해도 아찔한 하이힐을 애용하는 여성의 경우, 굽이 높을수록 그만큼 하지정맥류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본 기사의 한 대목이다. 하지정맥류(varicose vein of lower extremities)라면 다리의 혈관이 꾸불꾸불 드러나 있는 질병, 여성들의 필수품인 하이힐이 정맥류를 유발한다니 이거 큰일이지 않은가? 과연 정맥류는 무엇이고 어떤 원인으로 생기는 걸까? 하이힐이 정맥류를 유발한다는 그 기사는 사실인 걸까?

 

 

 

우리 몸은 심장으로부터 혈액을 공급받는다. 심장은 수축할 때마다 동맥으로 혈액을 내보내고, 우리 몸에 산소를 배달한 혈액은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돌아간다. 궁금해진다. 동맥은 벽도 두껍고 그 안에 근육층이 있어서 압력을 높일 수 있는지라 먼 곳까지 혈액을 보내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벽도 얇고 압력도 낮은 정맥은 어떻게 저 먼 심장까지 혈액을 보낼 수 있을까? 발바닥에서 심장에 이르는 긴 경로를 이동하려면 중력에 역행해야 하는데 말이다. 답은 바로 정맥 판막(venous valve)이다. 일정 간격으로 위치한 이 판막들의 존재는 올라간 혈액이 다시 역류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판막들은 발바닥과 종아리 근처의 정맥에 많이 분포한다. 정맥 주위에 있는 근육도 정맥의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종아리 근육은 우리가 걸을 때, 특히 발끝이 아래로 내려갈 때 수축을 해 두꺼워지는데, 이때 근육과 인접해 있는 정맥벽이 눌리면서 혈액이 심장 쪽으로 갈 수 있는 거다.

 

  

 

정상적인 정맥(A)과 정맥류가 생긴 정맥(B)
정맥 판막(Valve)가 손상되고 정맥 벽이 약해지고 늘어나 심장으로 가는 혈액이 역류하게 된다.

 

 

 

하지 정맥류는 주로 무릎 아래쪽의 정맥에 생긴다. 정맥의 판막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해 위에서 아래로 혈액이 역류하고, 정맥의 압력이 높아져 정맥류가 유발된다. 문헌에 의하면 정맥류가 생기는 정맥에는 엘라스틴이라고 하는 탄력섬유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역류한 혈액이 들어와 정맥이 쉽게 확장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상당수의 질병이 그렇듯이 정맥류도 유전적인 영향을 받으며, 여성에서 분비되는 성호르몬도 정맥류 발생에 어느 정도 기여한다. 임신 초기 정맥류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도 임신중에 분비되는 호르몬이 정맥의 수축을 방해하기 때문이란다.

 

정맥류는 의외로 흔한 질환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남성의 40%, 여성의 32%가 이 질환에 걸린다고 하는데, 다른 문헌에는 성인 남성의 10-20%, 여성의 25-33%가 이 질환을 갖고 있단다. 남녀 비율이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에서 더 흔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치료를 받는 경우가 여성에서 더 많기 때문일 거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여성은 첫 임신 때 이 질환이 발병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다음 임신을 하면 병이 더 악화된다. 뚱뚱한 사람, 오래 서 있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도 이 병의 위험 요인이고, 몸에 꽉 끼는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정맥류의 위험인자 중 하나라고 한다.

 

 

 

하지 정맥류는 남성에게도 많이 생긴다. 남성 환자의 치려전(A)과 치료후(B)의 모습.
<출처: BIHARI IMRE DR. ORVOSI HETILAP 2007>

 

 

 

정맥류는 그렇게 증상이 심하지 않은 질환이다. 대부분 미용상의 문제로 병원을 찾는데, 요즘같이 미모가 중시되는 시대에선 이것도 물론 심각한 증상일 수 있다. 좀 심해지면 다리가 아프고 불편한데, 이런 증상들이 계속되면 다리를 올리고 쉬는 게 좋다. 오래 서 있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종아리까지 오는 탄력 스타킹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간혹 가려울 수도 있는데, 이건 다리에 노폐물이 쌓여서 그런 거고, 주의하지 않으면 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 아주 심한 경우 출혈과 궤양, 피부 변색이 일어나며, 이 경우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정맥류를 진단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개 표피 정맥에 생기니 딱 보면 알 수 있는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를 밝은 곳에 세워 놓고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초음파를 해보면 정맥에서 혈액의 역류가 어떤 식으로 일어나는지도 관찰이 가능하다. 정맥류가 있을 때는 우선 탄력 스타킹을 신어보고, 일하는 동안 다리를 수시로 드는 연습을 해본다. 이렇게만 해도 상당부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방법으로 증상이 없어지지 않던지 정맥류의 굵기가 4 mm를 넘는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데, 지난 100여 년간 가장 좋은 해결책은 바로 수술이었다. 정맥류가 생긴 정맥을 묶은 뒤 뜯어내는 것, 이게 수술의 원리다. “정맥이 없으면 어떡하냐”는 의문이 들 거다. 하지만 그 정맥은 어차피 기능을 못하는, 혈액이 역류하는 정맥이었다는 걸 상기하자. 게다가 표피 정맥이 없다 해도 다리 깊숙이 있는 정맥들이 있고, 그쪽이 혈액을 올려 보내는 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하니 하등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렇긴 해도 수술은 회복기간도 길뿐더러 환자에게 상처를 남기는, 학술용어로 말하자면 침습적인 방법이다. 더 간편하고 미용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던 사람들은 결국 다른 치료법을 개발해 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경화요법(sclerotherapy)이다. 이건 정맥 안으로 경화제를 주입해 정맥을 막아 버리는 거다. 원래는 경화제만 주입했는데, 기체랑 같이 넣어 주면 거기서 생긴 거품이 정맥 안의 혈액을 치워줘, 경화제가 더 잘 작용하게 해준다는 게 알려지면서 요즘은 같이 넣어 주는 게 추세다. 또 다른 방법으로 정맥 내 레이저 요법(EVLT: endovenous laser therapy)이 있다. 정맥 내에 가느다란 광섬유를 넣고 레이저를 가함으로써 정맥류가 생긴 정맥을 막아버리는 거다.


하지 정맥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레이저를 가할 때 생기는 열이 정맥에 섬유화를 일으킨다는 게 그 원리. 이것 외에도 고주파 전류를 써서 정맥을 막는 방법도 나왔는데, 위에서 열거한 방법들은 수술에 비해 상처를 덜 남기고 회복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런 방법들이 얼마나 효과적인가 하는 거다. 나온 지가 몇 년이 안된 탓에 대규모 조사를 시행한 적은 없지만, 임상 의사들 사이에서는 “레이저나 경화요법이 수술보다 재발율이 높다”는 의견이 대세라고 한다. 수술을 해도 10년을 추적 관찰하면 재발률이 5%-60%에 달하는데, 그보다 더 재발율이 높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니, 나이가 젊은 사람이라면 레이저나 경화요법 같은 방법으로 치료를 할지라도, 50이 넘은 사람인 경우엔 수술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이힐을 신고 걸으면 종아리 근육이 수축한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 가보자. 하이힐을 신으면 정맥류에 더 잘 걸리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하이힐을 신으면 발끝이 아래로 내려가고, 이 과정에서 종아리 근육이 수축을 한다. 위에 적은대로라면 혈액이 더 잘 올라가야 맞다. 하지만 문제는 힐을 신고 걸을 때 종아리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수축된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는 거다. 하이힐이 정맥류에 좋지 않다는 믿음이 생겨난 건 그런 이유고, 정맥류에 관한 문헌 하나는 아예 하이힐을 ‘덜 중요하긴 하지만 정맥류를 일으키는 원인의 하나’로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다른지라 실험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근데 여기에 대해 연구를 한 사람이 있을까? 딱 한 팀이 있었다. 포테리오-피호(Joao Poterio-Filho)를 비롯한 브라질 연구팀은 여성들에게 하이힐을 신고 걷게 한 뒤 정맥압을 측정함으로써 하이힐과 혈액순환의  관계를 분석했는데, 그 논문의 결론은 이거였다.

 

 

 

“하이힐을 신고 걸어다니면 근육이 그만큼 더 일을 하므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내가 잘못 해석한 게 아닌가 싶지만, 다음 문장이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이 결론은 하이힐이 정맥혈 순환에 좋지 않다는 일반적인 통념에 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음 놓고 하이힐을 신어라”고 하기엔 이 논문 한편은 너무 부족하다. 하이힐이 정맥류에 안전한지 여부는 좀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후에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요즘 들어 아침을 거르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이 잘못이라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아침식사가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하루에 정신활동, 즉 뇌를 움직이기 위해서 드는 에너지는 얼마나 될까? 정신활동의 정도에 따라서 다르나, 대개 하루에 약 400kcal정도 된다. 심장보다 세 배나 되는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사실로 볼 때 뇌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뇌신경세포의 수는 수천 억 개, 시냅스 회로의 수는 1,000조~1경(10,000조)개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많은 신경세포와 회로를 활성화시켜서 뇌 활동을 하는 데는 당연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밥을 먹지 않고 일할 때 손발에 힘이 빠져 일을 못하는 것은 물론, 뇌에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면 뇌신경세포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어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잠을 자는 것도 에너지 소모가 적긴 하지만 뇌를 비롯한 신체의 각 장기는 계속 활발한 신진대사를 하면서 에너지를 소모한다.


뇌는 신경세포, 시냅스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뇌세포를 움직이려면 탄수화물 섭취가 필수


이처럼 많은 뇌신경세포를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원이 다름 아닌 밥의 소화되면 생기는  포도당이며 단백질과 지방은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원료가 되고 있다.


따라서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적절한 당과 단백질, 지방 섭취를 통하여 각종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 대비해 놓아야 하루 종일 뇌의 활동이 극대화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나 공부하는 학생들은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밥을 거르지 않고 잘 먹는 것이 좋다.

 

 

 

 

'시간이 없다', '식욕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아침밥을 먹지 않고 그냥 나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얼마 전 질병관리 본부가 발표한 국민 건강 영양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약22%가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을 안 먹는 결식률은 20대가 42.5%, 10대가 30.2%, 30~40대가 22.7%, 6~11세는 11.4%를 나타내었다. 즉, 두뇌활동이 왕성한 청소년기와 20대~40대에서 아침을 안 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번 조사에서 하루에 한 끼라도 결식을 하는 사람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칼슘, 철, 비타민 등 필수 영양소 섭취 부족 비율이 세끼를 다 먹는 사람보다 2.5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아침을 거르고 점심까지 기다린다면 장시간의 공복은 우리 신체, 특히 두뇌에 큰 부담이 된다. 직장인․수험생들을 포함한 상당수의 사람들이 아침밥을 거르고 점심도 간단히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습관이 오래 가면 건강에는 좋지 않다.

 

 

 

 

첫째, 아침밥을 굶게 되면 에너지가 부족해져 활동을 대비한 우리 신체의 준비가 불충분해진다. 특히 포도당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뇌 활동이 떨어져서 지적 활동이 둔해질 수 밖에 없다. 사람은 수면 중에 체온이 1℃ 정도 내려가는데, 체온이 떨어지면 뇌 활동도 떨어진다. 따라서 오전에 뇌 활동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수면 중에 떨어진 체온을 올려 줘야 한다. 이렇게 신체의 준비를 해주는 것이 아침밥이다.


일본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는, 아침밥을 거르는 학생의 약 70%가 체온이 35℃ 정도에 머물렀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저체온 증후군'이 문제가 되어서 아침밥 먹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둘째,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오전 내내 호르몬 중추인 뇌하수체 바로 위에 있는 시상하부 속의 식욕중추가 흥분을 하게 된다. 또한 옆에 있는 감정중추도 흥분을 하게 되어 정서가 불안해 진다. 따라서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혈당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즉 아침밥으로 먹는 탄수화물이 혈당량을 높여 생리적으로 안정상태가 유지되어야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아침을 거르면 과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음식물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만들고 대사활동을 촉진하는 부신피질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식사할 때 조금씩 나온다. 그러나 식사 습관이 불규칙하거나 간식을 불규칙하게 하는 학생들은 그때마다 부신호르몬이 분비되어 신체의 리듬이 깨지고 정서적으로도 불안정해진다.

 

넷째, 아침을 거르고 점심도 간단히 하는 사람들은 대개 저녁 식사에 과식하게 마련이다. 한꺼번에 먹는 많은 양의 식사가 활동을 별로 하지 않는 저녁 시간대에는 지방이나 탄수화물과 같은 영양소를 축적시켜 비만을 초래한다.


아침이나 낮 동안에는, 축적 가능한 영양분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로 소모되어 축적되는 일이 적다. 특히 한창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이나 육체 및 정신노동자들은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많기 때문에 균형 있는 영양의 아침식사가 꼭 필요하다. 다만 비만의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탄수화물이나 지방 위주의 식단 보다는 이들 영양소 외에 과일, 야채 및 우유 등으로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고 공복감을 해소하면서 신체의 기능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최근 미국 미네소타 대학 연구진이 5년에 걸쳐 15세 이하 청소년 2,215명을 대상으로 식습관, 몸무게 및 기타 생활 스타일을 추적 조사한 결과 규칙적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10대들의 체질량지수(BMI)가 그렇지 않은 청소년이 비해 더 낮았으며 약 2.3kg정도 몸무게가 적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대학 연구진들은 “아침을 먹게 되면 하루 동안의 식욕을 통제할 수 있어서 점심이나 저녁때 과식을 피할 수 있게 되어서 과체중이 방지될 수 있으며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병원의 머피(Murphy) 박사는 소아과 전문지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학교의 무료 조식 프로그램에 참가한 초등학교 학생 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전반적으로 성적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다. 머피 박사는 이들 학생들이, 특히 출석률과 산수 점수가 좋아졌다고 보고하였다.


따라서 두뇌를 많이 사용하는 학생들은 아침식사를 꼭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규칙적인 식사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활습관을 조사했더니, 아침식사를 매일 하는 사람들이 하지 않은 사람보다 지적 활동이 왕성하고 오래 산다는 결과가 나왔다.


어릴 때의 영양 상태, 어릴 때부터의 습관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적절한 식사를 하면서 슬기롭게 하루를 준비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작은창자는 길이가 약 6m에 이를 정도로 길다. 이렇게 긴 작은창자가 잘 고정되어 있지 않으면 때에 따라서 제 위치를 잃고 꼬여 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흔히 '창자가 꼬였다', '배알이 꼬였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뱃속에는 구획을 나누는 막이 있어서, 창자뿐 아니라 뱃속에 있는 무슨 장기든 함부로 자리를 바꾸지 않고 제 위치를 지킬 수 있게 해 준다. 길고 긴 창자가 제 위치를 지킬 수 있게 도와주는 기능을 담당하는 막을 창자간막(장간막)이라 한다.

 

창자간막은 배의 뒤 벽에 고정되어 빈창자(공장)와 돌창자(회장)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내장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음식점에서 창자에 붙어 있는 창자간막의 일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창자간막은 부채살 모양을 하고 있으며 혈관이 잘 발달되어 있다. 이 혈관을 통해 창자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분이 전달되는 것이다. 또한 창자간막은 내장 중에서도 지방이 잘 축적되는 곳의 하나이기도 하다.


창자간막의 지방세포. 146배 확대

 

 

 

 

그런데 실제로 작은창자가 꼬이는 일은 없을까? 꼬인다는 표현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창자가 제 위치를 잃는 경우가 드물게 생길 수 있다. 사람이 유인원으로부터 긴 세월에 걸쳐 진화를 해 오는 과정에서 창자간막처럼 창자를 고정시키는 장치를 발전시키기는 했다. 그러나 진화과정은 자연에 적합한 것을 선택하는 것일 뿐 가장 훌륭한 존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아니므로 생명체에는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다.

 

 

 

아기가 크게 울면서 다리를 배위로 끌어올리는 동작을 한헐적으로 반복하면 창자겹침증을 의심할 수 있다.


가장 문제가 잘 생기는 곳은 작은창자 끝부분이다. 작은창자에서 큰창자로 넘어갈 때 갑자기 굵어지므로 작은창자의 맨 아랫부분인 돌창자(회장)는 큰창자의 앞에 위치한 막창자(맹장)로 말려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를 창자겹침증(장겹칩증, 장중첩증 )이라 한다. 이렇게 되면 창자간막에 붙어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손상을 입기 쉽고, 고유의 기능을 못 하게 되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어른의 경우에는 창자에 종양과 같이 특별한 문제가 생긴 경우에나 창자겹침증이 발생하지만 2세 이하의 아이에게서는 원인 모르게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곤 한다. 건강하던 아이가 갑자가 크게 울면서 다리를 배 위를 끌어당기는 동작을 1-2분 정도 지속하다가 5-15분 정도 증상이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면 창자겹침증을 의심할 수 있다. 그냥 두면 창자에 구멍이 뚫리거나 주변의 세포가 괴사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신속히 치료를 해야 한다.

 

치료방법은 X선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하는 조영제를 항문쪽에서 밀어넣어 압력에 의해 밀려들어온 돌창자가 원상복귀하도록 하는 방법이 널리 쓰이며, 이 방법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수술을 통해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한다. 물론 이미 심각한 이상이 생긴 부위가 있다면 수술로 해결해야 한다.

 

 

 

 

위궤양에 대해서는 4월 27일자 오늘의 과학에서 이미 소개한 바 있다. 위궤양의 원인중 하나가 스트레스라고 기술한 바 있지만 샘창자(십이지장)도 스트레스로 인해 궤양이 생길 수 있다. 차이점이라면 스트레스에 의해 궤양이 발생하는 기전이 위와 샘창자에서 다르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흥분시킨다. 그러면 샘창자의 샘에서 담당하는 분비기능이 억제되어 위에서 들어오는 미즙(chyme)을 중화시킬 수가 없게 된다. 샘창자에서 알칼리점액을 적절히 분비해야 미즙을 중화시킬 수 있지만 그 분비기능이 억제되면 중화작용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게 되므로 산성을 띠고 있는 미즙이 샘창자벽을 자극하게 된다.


위궤양에서와 마찬가지로 산성물질은 샘창자벽을 자극하여 벽세포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궤양 발생의 원인이 된다. 점점 복잡해져 가는 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긴 하다. 그렇더라도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질병해결의 지름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하는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의 발생기전이 다르지만 이 두 가지 궤양에 대하여 일반인들이 그 차이점을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 일상적으로 위궤양이라 할 때는 십이지장궤양도 포함하여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헬리코박터균과 위산분비가 궤양발생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도 차이가 없다.


약 25cm의 길이를 자랑하는 샘창자에서 궤양이 발생하는 부위는 보통 위쪽의 3cm정도이다. 위에 이상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위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경우 환자에게 미리 고지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내시경 검사를 수행하는 의사는 샘창자에 궤양이 있는지를 함께 확인해 준다.

 

위궤양이든 십이지장궤양이든 심하지 않으면 먹는 약과 자연치유능력에 의해 회복될 수 있지만 구멍이 뚫리거나 출혈이 있을 정도가 되면 수술과 같은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십이지장(샘창자)궤양의 내시경 사진

 

 

 

 

작은창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소화와 흡수다. 그러므로 작은창자에서 일어나는 운동도 이 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위를 통과한 미즙이 작은창자로 들어오면 분절운동에 의해 샘창자에서 분비된 점액과 효소에 섞이게 된다. 소화가 더 진행되어 잘게 쪼개진 영양소가 흡수되기 시작하면 연동운동(꿈틀운동)이 일어나면서 작은창자 속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아래로 내려 보내게 된다. 작은창자에서 일어나는 운동을 총괄하는 것은 인체의 반사 작용이다. 위에 음식물이 들어오면서 팽창하면 위창자반사(gastroenteric reflex)가 일어난다. 그러면 작은창자 전체에 걸쳐 분비기능과 연동운동이 항진된다. 따라서 샘창자가 비워지면서 내용물이 아래로 흘러가서 빈창자로 들어가게 된다.


위에 음식물이 들어오면 가스트린(gastrin)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러면 작은창자와 큰창자사이에 있는 돌막창자판막(ileocecal valve)이 열리게 된다. 이 판막은 돌창자 끝에 위치하여 돌창자의 내용물이 막창자로 배출되는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샘창자로 들어온 내용물이 돌창자를 빠져나갈 때까지는 보통 5시간 정도가 걸린다. 작은창자를 통과하는 음식물은 연동운동에 의해 다음위치로 계속 이동해 가는 것이다.

 

 

 

 

작은창자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주로 위에서 일어나는 소화를 중지시키고, 작은창자에서 일어나는 소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종류와 기능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가스트린 : 위에 분포하는 미주신경과 음식물에 의해 위가 팽창되는 현상에 의해 자극을 받아 위에서 분비되기도 하고, 미즙에 들어있는 덜 소화된 단백질의 자극을 받아 샘창자에서 분비되기도 한다. 위에서 산과 효소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위와 창자의 운동이 잘 일어나게 함으로써 소화기능을 활성화한다.

 

세크레틴(secretin) : 샘창자에 미즙이 들어오면서 산성의 자극을 받아 분비된다. 이자에서는 알칼리성 완충제 분비를 촉진하여 미즙을 중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이외에 위의 분비작용과 운동성을 억제하며, 간에서는 쓸개즙 분비를 촉진한다.

 

콜레시스토키닌(cholecystokinin, CCK) : 미즙에 포함되어 있는 단백질과 지질의 자극에 의해 샘창자에서 분비된다. 이자에서는 소화효소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샘창자로 효소가 전달되어 소화를 마무리하게 해 준다. 또 간에서는 쓸개즙 형성을 증가시키고, 동시에 쓸개(담낭)를 수축시킴으로써 쓸개즙이 샘창자로 전달되어 지방 소화가 용이하게 한다. 위에서는 분비작용과 운동성을 억제하며, 중추신경계를 자극하여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해 준다.

 

위억제펩티드(gastric inhibitory (poly)peptide, GIP) : 미즙에 포함되어 있는 지질과 포도당의 자극에 의해 샘창자와 위에서 분비된다. 이자에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혈액속에 포함된 탄수화물(혈당)양을 조절하게 하며, 위의 분비작용과 운동성을 억제하기도 한다.

 

 

 

 

소화를 담당하는 장기 중에는 암이 잘 생기는 것들이 많다. 남녀를 통합한 우리나라 암발생빈도는 위암이 1위, 폐암이 2위, 대장암이 3위, 간암이 4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이를 남녀에 따라 구분해 보면 남성에서는 위암, 간암, 대장암 발생빈도가 차례로 1, 3, 4위를 차지하고, 여성에서는 위암, 간암, 대장암 발생빈도가 차례로 3, 4, 7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소화를 담당하는 장기에서 암이 흔히 발생하지만 소장암이라는 말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왜 작은창자에서는 암이 생기지 않는 것일까?


작은창자에서 암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선종, 평활근종, 지방종, 혈관종과 같은 양성종양뿐 아니라 선암, 림프종, 유암종, 평활근육종과 같은 악성종양(암)도 발생할 수 있다. 단지 다른 장기와 비교할 때 악성종양의 발생빈도가 현저히 낮으므로 일반인들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왜 다른 장기와 다르게 작은창자에서 악성종양 발생이 적은지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누구라도 그 이유를 알아낼 수만 있다면, 그래서 이를 응용하여 다른 암을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면 명예와 함께 엄청난 부를 동시에 누릴 수 있을 것이다.

“26세 대학생입니다. 혈압이 152가 나왔는데 고혈압 약을 먹어야 할까요?” 네이버 지식인을 보면 이런 유의 질문이 자주 눈에 띈다. 고혈압이 그만큼 흔하며, 병의 심각성에 비하면 증상이 없는 편이기 때문일 거다. 고혈압은 혈압계로 혈압을 재는 것으로 쉽게 진단된다.

 

 

“26세 대학생입니다. 혈압이 152가 나왔는데 고혈압 약을 먹어야 할까요?”

게다가 고혈압 약이 한두 개가 아닌지라 치료도 가능하지만, 고혈압인지 모르고 지내는 사람도 많고, 고혈압으로 진단되었다 할지라도 치료를 안받고 버티는 사람도 꽤 있다. 이유인즉슨 고혈압 약을 한번 먹기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이게 바람직한 태도인지 판단해보기 위해 고혈압에 대해 잠시 알아보자.

 

 

최고혈압 140, 최저혈압 90을 넘기면 고혈압

 

고혈압은 만성적으로 동맥의 혈압이 올라간 상태를 말한다. 운동 직후라든지 혈압을 측정해주는 사람이 아주 매력적인 경우 일시적으로 혈압이 오를지언정, 이런 걸 고혈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잡념을 버리고 난 뒤 다시 측정하면 낮아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두 번 연속 혈압이 높다면 그때는 고혈압 진단을 붙일 수밖에 없다.

 

혈압을 말할 때는 늘 최고혈압과 최저혈압을 같이 말해야 한다. 최고혈압이란 심장이 피를 쥐어짤 때 측정되는 혈압이고, 최저혈압은 심장이 이완되어 혈액을 받아들일 때의 측정치를 의미한다. 120/80이란 수축기 때 120 mmHg, 이완기 때 80mmHg란 뜻인데, 과거에는 최저혈압이 고혈압을 진단할 때 더 중요하다고 인식되었지만, 요즘은 최고혈압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맥박압(pulse pressure), 즉 최고혈압과 최저혈압의 차이가 크면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다. 맥박압은 동맥경화증처럼 동맥벽의 탄성이 떨어질 때 커지니, 맥박압이 높아지면 그만큼 위험하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혈압이 얼마 이상일 때 고혈압이라고 부를까? 미국의 국립보건원(NIH)과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최고혈압 140, 최저혈압 90을 넘기면 고혈압이라고 정의했다. 최근에는 최고혈압 120, 최저혈압 80을 넘는 경우 ‘고혈압 전단계’라고 해 관리를 하고 있는지라 혈압이 ‘정상’이란 판정을 받는 게 무지 어려워졌다.


혈압을 재서 140/90이 넘으면 고혈압이다.

 

 

 

 

고혈압에는 원인이 명백한 경우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수많은 상황이 고혈압을 발생시킨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신장질환, 경구 피임제 복용, 레닌(renin)을 분비하는 종양 등등. 어떤 사람이 고혈압일 때 어떤 이유 때문에 혈압이 높은지 알 수 있다면 치료는 쉬워진다. 원인을 제거하면 되니까. 예를 들어 레닌을 만드는 종양 때문에 혈압이 높은 경우 수술로 제거하면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고혈압의 원인을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원인이 명백한 고혈압을 속발성 고혈압(secondary hypertension) 혹은 이차성 고혈압이라고 하는 데 반해 원인을 모르는 고혈압을 본태성 고혈압(essential hypertension) 혹은 일차성 고혈압, 또는 원발성 고혈압이라 부른다. 본태성 고혈압이 문제가 되는 건, 고혈압의 원인을 제거하는  대신 강제적으로 혈압을 낮추는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비특이적 치료는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고, 약을 써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웃집에 사는 미자를 좋아해 병이 났는데, 미자를 만나게 해주는 대신 컴퓨터 게임기를 사주는 게 상태를 그다지 호전시키지 않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원인 모를 고혈압이 고혈압 환자의 90%가 넘어

 

 

짜게 먹으면 고혈압이 생길 수 있다.


안타까운 건 전체 고혈압 중 본태성 고혈압의 비율이 90-95%에 달한다는 사실. 고혈압 환자들에서 치료에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비교적 높은 (50-60%) 이유다. 원인은 잘 모르지만 본태성 고혈압은 다음 요인들이 관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1) 유전: 오래 전부터 고혈압의 발생에는 유전요인이 중요하다고 간주되어 왔다. 고혈압 때문에 병원에 가면 “가족 중에 고혈압이 있나요?”를 꼭 묻는 건, 그 경우 유전에 의한 고혈압으로 쉽사리 진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연구들이 유전과 고혈압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유전자가 고혈압에 관여하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이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할 것 같다.


2) 환경: 짜게 먹으면 고혈압에 걸린다는 건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밖에 비만과 술, 가족 수 등이 고혈압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요인들이다. 난 날씬할 때부터 혈압이 높았기에 “살을 빼면 혈압이 내려간다”는 말에 별로 동감하지 않지만,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6개월간 4.4 kg을 감량하자 혈압이 2.5 mmHg만큼 감소했다니 고혈압이 있을 때 살을 빼는 것도 시도해 봄직하다. 

 

 

 

3) 레닌(renin)의 역할: 신장(콩팥)에서 분비되는 레닌은 여러 단계를 거쳐 안지오텐신 II (angiotensin II)라는 화합물이 되는데, 이건 동맥의 근육에 작용해 혈압을 올리는 강력한 혈압상승제이다. 그러니 안지오텐신 II를 만들지 못하도록 하면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다.

 

 

'조용한 살인자' 고혈압, 각종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켜

위에서도 말했듯이 고혈압은 별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치료를 안받고 버티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당장 불편한 게 없기 때문인데, 그런 분들이 아셔야 할 무서운 사실은 고혈압이 조기에 사망할 확률이 높은 질환이라는 거다. 멀쩡하던 사람을 갑자기 죽이는 병, 고혈압을 ‘조용한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고혈압은 도대체 어떻게 사람을 죽이는 걸까? 고혈압이 장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1) 심장: 가장 흔한 사인은 심장질환이다. 심장은 평소 혈관으로 혈액을 보내야 하는데, 혈관의 압력이 높으면 심장이 혈액을 내보내는 게 무지하게 힘이 든다. 그 결과 심장이 더 일을 많이 해야 하며, 그러다 보니 심장의 벽이 두꺼워진다. 그것도 어느 정도지, 계속 그렇게 일만 하면 지쳐서 쓰러진다. 그게 바로 심부전이다. 그밖에 심장이 산소를 많이 쓰다 보니 협심증이 오고, 이로 인한 심근경색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2) 뇌: 고혈압이 있을 때 목 뒤를 만지는 걸 본 적이 있을 거다. 이런 후두통은 고혈압이 심할 때 나타나는데, 여기서 좀 더 나가면 혈관이 막히거나 뇌출혈이 일어나는 등 심각한 사건이 초래될 수 있다.


3) 신장: 고혈압에 의한 사망의 원인 중 10%는 바로 신장 때문이다. 고혈압으로 인해 신장이 손상되어 나오지 말아야 할 단백질과 혈액이 소변으로 나오며, 결국 신부전으로 이행될 수 있다.


고혈압이 심하면 후두통이 나타난다.

 

 

 

 

“최고혈압이 140이 넘거나 최저혈압이 90을 넘는 환자는 누구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계속 고혈압의 기준치를 낮춰 왔다. 내가 배울 때만 해도 최저혈압이 95를 넘어야 고혈압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80만 넘어도 고혈압 진단을 내릴 기세다. 그 정도 혈압도 위험하다는 게 연구결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겠지만, 문제는 그럴 경우 치료의 대상이 너무 많아진다는 거다. 성인인 경우 남성의 40%, 여성의 31%가 120-139/80-89에 속하는, 소위 고혈압 전단계에 속해 있고, 정상 혈압을 가진 사람은 남성이 28%, 여성은 47%에 불과하다고 한다. 너도 고혈압, 쟤도 고혈압이라면, 그러고도 별 탈 없이 잘 산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고혈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것이며, 진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도 병원에 안가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내과학 책에 쓰인 지침이 비교적 합리적으로 생각된다. “최고혈압이 140이 넘거나 최저혈압이 90을 넘는 환자는 누구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혈압은 위험한 병, 매일 약 먹기를 두려워 말아야

 

 

고혈압약


치료방침은 이렇다. 저염식을 하고, 그게 안되면 약물을 쓴다. 주로 쓰는 약은 이뇨제와 아드레날린 차단제, 혈관확장제, 칼슘 차단제 등이 있고, 안지오텐신 II를 만드는 효소를 억제시키는 약도 요즘 각광을 받고 있다.

 

고혈압약을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는 건 맞다. 그게 귀찮다고 해서 약을 먹지 않는다면 한창 일할 나이에 심부전이나 뇌출혈, 신부전으로 사망하는 걸 감수해야 한다. 어느 쪽이 나은가를 따질 필요도 없어 보인다. 게다가 요즘에는 고혈압 약이 좋은 게 많이 나왔는지라 아침에 한번만 먹어도 된다니, 아침밥 먹는다는 생각으로 챙겨먹으면 좋을 것 같다. 오래 살려면 약 먹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고혈압은 심각한 병이다.

 

 

산소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생명의 필수인자이다. 산소가 부족하면 우리 신체세포는 호흡할 수도 없고 대사가 일어나지도 않아 서서히 죽어간다. 이렇게 고마운 산소도 너무 과도하게 작용하면 조직세포에 독 작용을 미치게 되어 오히려 세포의 죽음을 촉진하게 된다.

 

 

고마운 산소도 독이 될 수 있다, 활성유리산소기

 

 

일산화탄소(연탄가스) 중독 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환자를 고압의 산소실(chamber)에 갑자기 너무 오래 노출시키면 특히 뇌세포에 해독을 미칠 수 있다. 심장 혈관이나 뇌 혈관이 막힌 후 갑자기 막힌 부위를 뚫리게 하여 혈류 순환을 증가시키면 산소가 부족한 부위에 손상이 증가할 수 있다.

 

이 모든 독작용은 대사 중에 생성된 유리(활성)산소기(프리래디컬, free radical)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 지고 있다. 이 유리산소기는 우리 조직세포의 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유리산소기가 과도하게 발생함으로써 조직세포가 늙어가게 되고, 암이 생기며, 각종 퇴행성 질환이 생긴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 유리산소기의 생성을 억제하는 물질을 항산화 물질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멜라토닌과 비타민 A(베타카로틴), C, E가 대표적인 항산화제로 알려지고 있다. 비타민 A, C, E를 합쳐 ACE 비타민이라고도 한다


다양한 비타민 제제들

 

 

 

 

멜라토닌, 항노화 효과가 있는가?

 

뇌가 만드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건강식품과 만병통치약으로 얼마 전 유행하였다. 미국에서는 노화방지 약, 치매치료제, 정신병 치료제 심지어 에이즈나 암에도 효과가 있다는 책이 등장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웃 일본에서도 잡지나 책에서 널리 소개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해외 여행시 선물로 사오고 있다. 과연 멜라토닌이 기적의 약인가? 얼마 전 유명한 과학지 <네이쳐(Nature)>와 <셀(Cell)>지에 멜라토닌의 효과가 과장되었으며 잘못 해석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하는 논문이 실렸다.  

 

그러면 멜라토닌은 어떤 호르몬인가를 알아 보기로 하자. 멜라토닌은 낮과 밤을 구별 지어주는 호르몬이다. 밤이 되면 멜라토닌 생성이 시작되면서 우리 몸에 밤이 되었음을 알려 준다. 뇌신경 활동이 둔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과 같이 작용하여 수면을 유도 해주는 물질이다.

 

 

 

멜라토닌. 시차 회복에 효과가 있으나 노화방지 효과는 아직 불확실하다.


멜라토닌은 뇌 중앙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송과선이라는 곳에서 분비된다. 낮 12시간 동안은 분비되지 않고 밤 12시간 동안 분비된다. 대량 하루에 0.3 mg 정도 분비되지만 분비 즉시 대부분 대사되어 버리고 혈중에는 3백만의 1정도로 소량만 존재한다. 사람은 멜라토닌이 분비되면 밤인줄 알고 활동이 적어지나, 밤에 주로 활동하는 쥐는 멜라토닌이 분비되면 오히려 활발히 활동한다. 즉 사람과 쥐는 멜라토닌에 관해서는 정반대의 작용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멜라토닌 효과에 대한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이 효과를 사람에게 직접 확대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시험관이나 쥐 실험에서 멜라토닌은 유리 활성산소를 방어하는 강한 항산화 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유리 활성산소는 암, 노화과정 및 치매 등의 발생에 연관을 가지고 있다. 멜라토닌의 양을 연령별로 보면 5-6세에 가장 높고 그 이후로는 차츰 감소한다. 이런 이유에서 멜라토닌을 보충하면 노화를 방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왔으며 쥐를 통한 실험이 실시되어 멜라토닌 붐이 시작되었다.

 

 

 

 

멜라토닌이 시차 회복 이외에 다른 효과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아
 
과연 멜라토닌의 이런 시험관과 쥐에서 나타나는 항산화 작용이 우리 생체 내에서도 일어나는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여러가지 보고된 멜라토닌의 효과 가운데서 「시차병」에 일부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 

 

장거리 비행 후 낮과 밤 시간이 바뀌어 며칠동안은 밤이 되어도 낮으로 잘못 알고 멜라토닌을 분비하지 않기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다. 이 같은 시차병(제트래그)에는 도착한 날 저녁부터 취침 전에 한번씩 멜라토닌을 먹으면 수일 내 밤과 낮의 리듬이 빨리 정상화 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3 mg-10 mg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원인으로 인한 불면증에는 효과가 크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멜라토닌이 시차병 외의 다른 효과, 즉 노화방지 효과, 암 예방 효과, 치매 예방효과 등에서는 널리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비타민 A, C, E를 비롯한 항산화 물질들의 효과

 

시험관에서의 연구 결과들은 비타민 A.C.E가 유용한 노화 억제제가 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해주고 있다.  최근 바나나, 망고, 황도, 단호박 등의 옐로푸드 속에 많이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A가 면역과정을 높여 주는 것으로도 보고 되고 있다. 베타카로틴은 자체로도 면역력을 높여주지만 비타민 A가 부족할 때는 비타민 A로 전환해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①비타민A, ②비타민C, ③비타민E의 분자구조

 

 

최근 미국 텍사스 대학에서의 연구보고는 음식에서 비타민 C나 베타카로틴(비타민 A)을 많이 섭취하는 중년 남자들은 섭취량이 적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낮다고 보고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1950년대 후반 전기회사에 근무하는 40-55세 사이의 남성 1566명에게 식사 및 건강에 관련된 사항들을 질문하였다. 그 후 24년간 베타카로틴 및 비타민 C와 E의 함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한 남성은 동종의 음식 섭취량이 낮은 남성에 비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37%, 관상동맥 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30% 정도 낮았다고 보고하였다. 다른 대규모 조사에서는 여성들도 베타카로틴 복용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조사에서 건강에 좋은 식사를 하고 있던 남성의 매일 비타민 C 섭취량은 권장량의 두 배 정도인 138 mg 이었고 베타카로틴 섭취량은 5.3 mg이었다. 이런 조사결과에 대해 미국 심장협회 영양위원회 위원장인 버클리 대학의 크라우스(Krause) 소장은 과일이나 야채의 섭취와 심질환 및 암과의 관련성을 조사한 지금까지의 여러 연구 결과와 일치하며 항산화물은 약으로보다는 음식에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 하였다.

 

 

건강에 좋은 비타민도 적정 권장량을 먹는 것이 좋아

 

그러나 최근 비타민C가 백혈병 치료제 글리백을 포함한 각종 항암제의 효과를 30%~70%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를 미국 스론케터링 암센터에서 보고 하였다. 비타민 C를 너무 많이 섭취하면 항산화 효과가 나오지 않고 오히려 자유산소기 생성을 증가시킬 수도 있음이 보고되었다. 그동안 항산화 작용을 가진 비타민 C와 E는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미국 브리검 여성 병원의 가지아노(Gaziano)교수가 14,641명의 미국 남성의사를 대상으로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비타민 C, E를 오래 복용해도 각종 암(전립선암, 대장암, 폐암, 방광암, 췌장암등)의 위험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올해 초에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보고하였다.

 

비타민 C를 장기간 복용하면 염증성 다발성 관절염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음을 영국맨체스터대학의 연구진들이 “류머티스질환 회보"에 보고하였다. 이에 반해서 미국 듀크대학의 클라우스(Klaus)박사팀들은 “관절염과 류머티즘지”에 고용량의 비티민 C를 장기간에 걸쳐 과량 복용하면 오히려 골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동연구팀은 현재 권고 되고 있는 비타민 C의 1일 권장량인 90mg(남성) 및 75mg(여성)을 초과해서 섭취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1일 2,000mg 이상 과량 복용하면 삼투성설사, 철분 결핍, 신장 결석 형성등이 생길 수 있음을 경고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비타민C를 1g이상(레몬을 30개 이상 먹어야 섭취되는 과도한 양)의 과용량을 매일 복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과연 우리 건강에 좋은 것인지는 아직 증명되고 있지 못하다. 확실한 효과가 인정될 때까지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권장량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  최근 여러 가지 가능한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공인된 권장량을 즐겁게 섭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명약도 과하면 독약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야

 

 

 

물도 적절히 먹으면 생명수가 되나 과도하게 먹으면 생명을 빼앗는 독수가 될 수 있듯이, 이 세상의 어떤 약도 적절히 사용하면 명약이 되나 과량으로 쓰면 독약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서는 항산화 비타민류 이외 과일(사과, 복숭아 등)에 들어있는 폴리페놀등의 항상화물질이 알려진 것보다 최고 5배정도 많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 폴리페놀은 녹차, 은행잎 등에도 많이 들어 있다.  따라서 우리들은 치매와 같은 뇌질환이나 암, 심혈관 질환에 걸리지 않고 오랫동안 무병장수 하기 위해서는 신선한 공기 속에서 즐겁게 영양 불균형이 초래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베타 카로틴이나 비타민 C나 E 그리고 폴리페놀 등이 함유되어 있는 야채나 과일 섭취를 균형 있게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딸기, 포도, 사과 등에는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이 풍부하다. <출처: Ngd>

 

 

이자는 위 뒷쪽에 위치하여 넓고 길쭉한 나뭇잎 모양을 하고 있는 장기로 췌장이라고도 한다. 가장 긴 쪽이 약 15cm 정도이며, 샘창자(십이지장)와 지라(비장) 사이에 수평 방향으로 놓여 있다. 질량은 약 80g 정도이고, 분홍빛을 띤다. 나뭇잎 모양이라고 하기는 했지만 앞면만 복막에 덮여 있고 나머지 부분은 샘창자와 함께 복막뒷쪽에 위치하므로 잘 보지 않으면 어느 것이 이자인지 잘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왜냐 하면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복막과 붙어 있어서 얼핏 보면 다른 부위와 구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자는 소화와 관련된 수많은 효소를 분비하고, 이 효소가 샘창자로 흘러 들어가서 입으로 들어온 음식물이 소화되는 과정을 완료할 수 있게 한다. 그러므로 소화를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장기의 하나일 뿐 아니라 인슐린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기관이기도 하다.

 

이자의 구조

 

 

 

이자 수많은 소화 효소와 각종 호르몬을 분비하는 중요한 기관

이자에서 분비된 물질은 이자관을 따라 샘창자로 들어간다. 이자가 소화에 필요한 효소를 분비하고, 여러 가지 기능을 담당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려면 이와 같은 기능을 하라는 신호를 받아야 한다. 이자의 기능을 자극하는 신호는 작은창자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전달해 준다. 작은창자에서는 가스트린(gastrin), 세크레(secretin), 콜레시스토키닌(cholecystokinin, CCK), 위억제펩티드(gastric inhibitory (poly)peptide, GIP) 등의 호르몬을 분비한다. 가스트린은 주로 위에 작용할 뿐 이자에는 특별한 기능을 하지 않지만 세크레틴은 이자에서 알칼리성 완충제를 분비하여 샘창자에서 미즙을 중화할 수 있게 준다. 콜레시스토키닌은 이자의 소화효소 분비기능을 자극하여 소화를 유도하는 기능을 하고, 위억제펩티드는 이자섬(pancreatic islet)을 자극하여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킨다.


미즙은 산성을 띠고 있으므로 미즙이 샘창자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세크레틴 분비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콜레시스토키닌은 미즙에 지질과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어야 이자의 소화효소 분비가 촉진된다. 또 인슐린은 탄수화물량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므로 미즙에 지방과 함께 포도당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야 인슐린 분비가 촉진된다.

 


이자는 외분비와 내분비 기능을 모두 한다

 

 

동물 몸 속에서 내분비를 담당하는 샘에서 분비되어 별도의 관으로 가지 않고 혈액내로 분비되는 과정을 내분비라 하고, 혈액이 아니라 체표면이나 몸속에 있는 관으로 분비되는 과정을 외분비라 한다. 이자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와 미즙 중화를 위한 완충제는 소화관으로 분비되므로 외분비에 해당하고, 이자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일단 혈액으로 분비된 다음 혈액을 타고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운반되므로 내분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자는 외분비와 내분비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현미경으로 이자세포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외분비와 내분비를 담당하는 곳을 구별할 수 있다. 외분비를 담당하는 곳을 이자샘꽈리(pancreatic acinus), 내분비를 담당하는 곳을 이자섬(pancreatic islet)이라 한다. 이자샘꽈리 부분에 존재하는 샘꽈리세포와 분비관의 상피세포에서는 소화효소와 완충제를 분비한다.


이자 조직의 현미경 사진

 

 

 

이렇게 분비되는 물질은 작은 분비관에서 만나 큰 분비관으로 모인 다음 이들이 다시 모여 이자관(췌관, pancreatic duct)을 이룬다. 이자관은 간과 쓸개로부터 나온 총담관과 합쳐져 샘창자로 들어간다. 현미경으로 본 내분비 부분은 약 10%, 외분비부분은 약 90%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절대적인 분비량은 소화효소가 호르몬보다 훨씬 많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자는 소화효소가 담긴 이자액을 분비한다

이자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가 샘창자까지 흘러 내려가기 위해서는 효소가 용액 속에 담겨 있어야 한다. 이자의 소화효소가 포함된 분비액을 이자액이라 하며, 하루에 분비되는 이자액은 측정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보통1,000~3,000ml 정도이다 . 음식물이 샘창자에 도달한 후에 세크레틴의 자극을 받아 분비되는 이자액은 pH가 7.5에서 8.8 사이인 약알칼리성 용액이다. 이자액이 약알칼리성이므로 미즙을 중화할 수 있는 것이다. 콜레시스토키닌의 자극을 받아 분비되는 소화효소에는 이자아밀라아제(침에서 분비되는 아밀라아제와는 아미노산 구조에 약간의 차이가 있으므로 별도의 이름을 가진다), 이자지질분해효소(pancreatic lipase), 여러 가지 종류의 단백질 분해효소(protease)와 핵산분해효소(nuclease)가 있다.


탄수화물은 아밀라아제, 지방은 리파아제에 의하여 분해되지만 단백질을 분해하는 소화효소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이자에서는 3대 영양소를 소화할 수 있는 효소가 모두 분비되지만 양적으로 가장 많은 것은 전체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단백질 분해효소다. 수많은 종류의 단백질 분해효소중 가장 많은 것 세 가지는 트립신(trypsin), 키모트립신(chymotrypsin), 카르복시펩티드분해효소(카르복시펩티다아제, carboxypeptidase)다. 단백질은 20가지 종류의 아미노산이 무작위로 연결된 모양을 하고 있으며, 이 세 가지 효소는 특정 아미노산 부위에 작용하여 구조를 절단하므로 세 가지가 함께 기능을 해야 긴 단백질 덩어리를 아주 짧은 아미노산으로 분해할 수 있다

 


이자는 왜 자신의 소화효소에 의해 스스로 소화되지 않는가?

막창이나 순대같이 내장을 요리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우리 몸 속에서 소화가 되기 때문이다. 소화가 된다는 것은 이 음식이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 핵산과 굳이 화학적으로 부서질 필요가 없는 작은 무기물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내장을 즐기시는 분들이 간, 폐, 창자, 심장 등을 구별하면서 어느 것이 더 맛있고, 어느 것이 맛이 못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자가 맛있다거나 맛이 없다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내장 중에 이자가 어느 부위인지를 구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내장이든 몸 속에 들어오면 입으로부터 작은창자까지 내려가면서 몸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에 의해 소화가 된다. 즉 이자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가 샘창자로 내려가서 소화과정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수많은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이자는 다른 동물의 몸 속으로 들어가면 그 동물이 가진 소화효소에 의해 소화가 되지만 왜 자신이 함유하고 있는 소화효소에 의해서는 소화가 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이자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가 기능을 할 수 있는 완전한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샘꽈리세포에서 합성되어 분비되는 소화효소는 소화기능을 가진 효소가 아니라 효소가 되기 전단계의 물질이다. 이자에서는 기능을 나타낼 수 있는 전단계의 물질이 만들어진 후 샘창자로 내려간 다음 효소로서의 기능을 나타내므로 이자는 자신이 지닌 소화효소에 의해 소화되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단백질의 기능은 유전암호해독후 수식이 일어나야 가능해진다

1990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간 유전체 해독작업(human genome project)은 2004년에 공식적으로 끝이 났다. 이에 따르면 사람의 세포는 어떤 세포건 30억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된 유전체(genome)와 약 22,000개의 유전자(gene)를 가지고 있다. 유전체, 유전자, 이들의 재료가 되는 DNA가 중요한 이유는 단 하나,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정보는 부모로부터 자식으로 전달되어 자식이 부모와 유사한 유전형질을 가지게 한다. 그러나 유전자와 DNA는 유전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일 뿐 그 자체로는 어떤 기능도 하지 못한다. 즉 유전자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져야 기능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자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단백질분해효소에 대한 유전자는 핵 내에서 전사(transcription)에 의해 RNA를 합성해야 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RNA는 세포질로 빠져나와 내형질그물(소포체, endoplasmic reticulum)에 붙어있는 리보소체(리보솜, ribosome)으로 옮겨 가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전해 주며 이 과정을 해독(translation) 또는 번역이라 한다. 이자에서 DNA로부터 RNA를 거쳐 합성된 단백질은 효소로서의 기능을 나타내는 물질이 되기 전단계의 물질이므로 효소원(zymogen) 또는 풋효소(proenzyme)라 한다. 풋효소는 그 자체로 효소로서의 활성을 지니지 못하며, 샘창자로 분비된 다음 구조에 변형이 일어나야 효소로서의 활성을 지닐 수 있다. 그러므로 유전자가 지닌 유전정보를 이용하여 특정 단백질이 합성되면 고유기능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유전암호해독후 수식(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이 일어나야 한다.


그러므로 트립신, 키모티립신, 카르복시펩티드분해효소가 활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이자에서 합성된 후 샘창자로 분비된 다음 유전암호해독후 수식이 일어나야 한다. 이것이 이자가 자체로는 소화되지 않는 이유이다. 샘창자로 분비된 키모트립신과 카르복시펩티드 분해효소가 효소로서의 활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트립신의 자극을 받아야하므로 세 가지 중요한 단백질 분해효소중 트립신의 역할이 소화과정을 촉진하는데 가장 중요하다.

 


이자에 염증이 생기면 이자가 스스로 소화되는 사태가…

 

 

급성이자염(급성 췌장염)은 응급실로 가야 될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염증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발생한다. 이자에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의 감염, 이자관이 막히는 경우, 혈액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알코올을 비롯하여 장기에 손상을 유발하는 화학물질 등이 이자염(췌장염)의 원인이 된다. 이자에 염증이 일어나는 것은 손상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지만 세포질에 존재하는 용해소체(리소좀, lysosome)에서 소화효소를 분비하게 된다.


정상적으로는 이자에서 비활성으로만 존재해야 하는 소화효소가 비정상적 상황에서는 활성화하므로 이자자체를 소화시키기 시작한다. 이를 자가소화(자가분해, autodigestion, autolysis)라 한다. 이와 같은 염증이 지속되는 기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염증 발생 초기에 자가치유에 의해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지만 약 10~15%의 경우에는 자연치유가 되지 않고 이자 전체가 소화에 의해 파괴되어 버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이자가 기능을 못하므로 소화기능에 이상이 나타날 수 있고, 내분비기능 이상에 의해 당뇨병 등이 생길 수도 있다. 이자의 염증은 이자 자체를 파괴하므로 때로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급성이자염(급성췌장염)의 경우에는 통증이 아주 심하므로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하며, 만성이자염(만성췌장염)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급성만큼 통증이 심하지는 않지만 복통과 함께 여러 가지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나므로 치료를 잘 받아야 한다.

 

무좀은 참 성가신 질병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병에 속하진 않지만 그로 인한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닌데다, 자기가 잘 안 씻어서 걸린 것 같아 일말의 죄책감까지 느껴야 한다. 남이 알면 동정은 커녕 “더럽다”고 외면할까 두려워 혼자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간지러움을 참아야 하는 무서운 병, 그게 바로 무좀이다.


“오래전부터 무좀을 앓아왔는데 잘 낫지가 않네요. 가렵고 각질이 생기고 갈라지고 수포도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생겼습니다. 발톱무좀까지 앓고 있는데, 이젠 그만 보내버리고 싶어요.” 나 역시 무좀을 몇 번 앓아 봤기에 이분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잠시도 괴로운데 오랫동안 무좀을 앓고 있다면 얼마나 보내버리고 싶을까?

 

 

무좀은 곰팡이에 피부가 감염된 병, '백선'의 일종이다

 

백선(Tinea)’이란 병이 있다. 피부사상균(dermatophytes)란 곰팡이에 의해 피부에 감염이 일어난 상태를 말한다. 이 피부사상균은 각질을 용해시킬 수 있는 효소(keratinase)를 가지고 있어 각질을 영양분으로 삼아 생활하는데, 세계적으로 42종이 알려졌고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것만도 11종에 달한다. 그 중 트리코피톤 루브럼(Trichophyton rubrum)이라는 종이 무좀의 대부분을 일으킨다는 것만 알아두자.

 

백선은 발생부위에 따라 분류하는데, 머리에 감염되면 머리백선, 사지나 몸에 생기면 몸백선, 발에 생기면 발백선, 손톱과 발톱에 생기면 손발톱백선이라 부른다. 그밖에 다른 부위에도 백선이 생길 수 있는데, 심지어 수염백선도 있다. 이 중 발백선은 전체의 33-4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백선이다. 이 발백선을 영어로는 ‘육상선수의 발(athlete's foot)', 우리말로는 ’무좀‘이라 한다.


무좀의 원인이 되는 균. 4000배 확대

 

 

 

 

무좀은 발에서 발로 전파된다

무좀은 어른에서 많고, 어린이에선 드물다. 지저분한 병이라는 인식과 달리 과거에는 발생빈도가 낮았지만 위생상태가 좋아진 요즘 들어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구두와 양말을 신고 생활하면 발에 있는 물기가 그대로 유지되고, 그에 따라 곰팡이가 침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다. 그래서 무좀은 한번 걸렸다 하면 양쪽 발을 동시에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 한 연구에 의하면 선진국 사람들의 15% 정도가 무좀에 시달린다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거기 속한다고 치면 지금도 6-7명당 한 명은 몰래 발가락을 책상다리에 비비고 있다는 거다. 무좀은 어떻게 걸릴까? 습기찬 곳을 사람들이 맨발로 걸어야 하는 곳에서 걸린다. 목욕탕이나 수영장, 라커룸 등이 무좀균이 좋아하는 장소다. 당연히 여름에 더 많으며, 환자한테서 떨어져 나온, 인설이라는 비듬 비슷한 물질을 통해 발에서 발로 전파된다. 그렇게 떨어진 무좀균의 포자는 12개월 이상 생존할 수 있다니 맨발을 너무 좋아할 일은 아니다. 이것도 물론 개인차가 있어, 같은 샤워실을 썼다고 해도 걸리는 사람이 있고 안 걸리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지만.

 

 

무좀에는 3가지 종류의 증상이 있다, 가장 흔한 것은 발가락 사이의 무좀

 

 

발가락 사이를 가끔 확인할 필요가 있다. <출처: CDC>


임상 양상에 따라 지간형, 소수포형, 각화형으로 구분한다. 가장 흔한 게 지간형으로 4번째 발가락과 5번째 발가락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그 다음에 잘 생기는 곳은 세 번째와 네 번째 사이다. 왜 하필 여기일까? 엄지와 둘째 사이와 달리 이 부위는 발가락 사이의 틈이 없어 공기가 잘 통하지 않고, 습기가 잘 발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증상은 간지러움이 심하고 피부가 희게 짓무르는 것. 피부가 습기에 불어 하얗게 되는 건데, 세균감염이 동반되면 통증과 함께 심한 악취가 나기도 한다.

 

소수포형은 작은 수포가 발바닥의 중간 부위나 발의 가장자리에 많이 생겨나고, 소수포가 형성될 때 가려움증이 심하다. 각화형은 발바닥 전체에 걸쳐 각질이 두꺼워지고 긁으면 고운 가루처럼 떨어지는데, 가려움증은 그리 심하지 않지만 치료에 잘 안들어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 수가 많다. 떨어진 각질 조각에는 무좀균이 득실대니 주위에 이런 분이 있다면 경계하는 게 좋다.

 

 

 

 

발이 가렵다고 다 무좀은 아니다, 약이 안 들으면 정확한 진단을 받을 것!

발에 병이 생겼다고 해서 무조건 무좀은 아니다. 그러니 먼저 곰팡이에 대한 검사를 통해 확진을 해야 하는데, 이게 바로 KOH 검사다. KOH 용액은 각질의 단백질, 지방 등을 녹여버리지만 곰팡이균의 세포막은 녹이지 못하므로 무좀이 의심되는 조직을 긁어서 슬라이드에 놓고 KOH 용액을 떨어뜨리면 현미경에서 곰팡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무좀이라고 스스로 진단을 내린 뒤 약국에 가서 무좀약을 사서 바른다.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접촉피부염, 칸디다증, 농포성 건선 등도 무좀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 있으니 약에 듣지 않는 경우엔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무좀은 불치의 병이 아니다, 치료가 된다

항곰팡이 제재를 하루 두 번씩 병변과 그 주변부에 발라주는 것이 일차적 치료다. 이런 약들은 무좀균이 세포막을 못 만들게 함으로써 효과를 내는데, 1-2주 정도 발라주면 된다. 애석하게도 시중에 나와 있는 무좀약이 모두에게 잘 듣는 건 아니어서, 비교적 효능이 좋은 염산테르비나핀계 치료제의 경우에도 치료 성공률이 7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게다가 당장은 나았다 해도 나중에 재발하는 경우도 잦다. 오죽하면 피부과학 책에 “반복된 감염으로 인해 무좀은 치료되지 않는 병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문제”라고 써 놓았겠는가? 국소적인 치료가 실패하거나 무좀이 만성화된 경우 먹는 약을 써야 한다. 요즘은 반복된 재감염이 가족 내에서 전파되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가족 전부를 치료하는 걸 권장하는 추세다. 치료 후 발을 항상 깨끗하게 씻고, 씻은 후에 잘 말리는 게 중요하다. 가족 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환자의 양말이나 발수건을 항상 구분하여 사용해야 한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약 대신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것. 식초와 소주를 혼합한 용액에 발을 담갔던 사람도 있는데, 그런 행동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따름이다. 무좀은 치료가 되는 병이며, 초기 치료를 제대로 하고 발을 잘 말리는 등 예방에 만전을 기하면 얼마든지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으니, 식초에 의지하는 건 웬만하면 하지 말자.

 


발가락양말을 비웃지 말자

 

 

무좀 하면 발가락양말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발가락양말이 “이미 걸린 무좀을 치료해 주지는 못하지만 발가락 사이의 습기를 제거해 줌으로써 무좀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되어 있는데, 이것에 대해 연구한 사람은 아직 없는 듯하다.

 

“버선을 신으면 전파를 막는 데 효과적”이라는 일본 논문은 있지만, 치료나 예방에 발가락양말을 언급한 문헌은 찾지 못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한 듯싶은데, 그렇다 하더라도 발가락양말을 신은 사람을 보고 웃지는 말자. 우리가 그 사람의 무좀에 대해 뭘 알겠는가?


발가락 양말

 

 

 

 

무좀, 방치하지 말고 빨리 치료하자

무좀을 장기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발톱에까지 무좀이 생길 수가 있다. 이건 발톱색깔이 변하며 광택도 잃고, 심한 경우 발톱이 박리되거나 부스러져버리는 무서운 병이다. 발톱무좀에 걸리면 무좀약을 3개월에서 1년까지 먹어야 할 정도로 고생을 하니, 발톱을 소중히 보존하기 위해 애초부터 무좀 치료를 잘하자. 거듭 말하지만 무좀은 부끄러운 병이 아니며, 치료가 안 되는 병도 아니니까.

등푸른 생선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물질인 DHA(Docosa Hexaenoic Acid)가 머리를 좋게 하고 학습 능력을 높여주며 동맥경화치매와 같은 노화 과정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두뇌에 좋다고 알려진 DHA는 등푸른 생선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DHA는 물고기나 조개류를 제외한 쇠고기, 돼지고기 등의 육상 동물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물고기에 특히 DHA가 많은 이유는, 물 속의 동물성 플랑크톤이 DHA의 전신 물질인 알파 리놀렌산을 많이 가진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은 뒤 DHA를 합성하는데, 이를 물고기가 먹이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덴마크 연구팀이 그린란드 에스키모인과 덴마크 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역학 조사 결과 수산식품을 주식으로 생활하고 있는 그린란드 에스키모 원주민들은 육식 중심의 덴마크 백인에 비하여 성인병이 아주 적게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고하였다.

 

등푸른 생선에 포함되어 있는 지방산은 분자구조에 따라 3종류로 구분된다. 첫째로 고도 불포화 지방산인 DHA, EPA(Eicosa Pentaenoic Acid), 알파 리놀렌산 등의 오메가 3지방산과 리놀산, 감마 리놀렌산, 아리키돈산 등의 오메가 6지방산이 있다. 두번째로 오레이산 등의 모노 불포화지방산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팔미티산의 포화지방산이 있다.


유명인사도 등푸른 생선으로 만든 건강 음식에 관심이 많다.
사진은 영국의 찰스 왕세자부부.

 

 

 

이 중 오메가 3계열의 지방산과 오메가 6계열의 지방산은 사람에게 유익한 기름으로 알려져 있다. DHA와 EPA 등과 같은 『오메가-3 고도 불포화 지방산』이 성인병 예방에 관계한다는 사실이 보고된 이후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DHA의 분자구조. 고도 불포화지방산의 하나인 오메가 3지방산에 속한다.
<출처: Edgar181 at en. wikipedia.com>

 

 

 

DHA는 두뇌 신경회로 발달에 필요한 성분

 

 

 

DHA를 먹은 쥐는 안 먹은 쥐보다 미로를 더 쉽게 찾는다.


영국의 크로포드(Crawford) 박사에 의하면 DHA는 인간 뇌 조직의 지방 세포에 약 10%쯤 포함되어 있고 단백질 대사와 합성에 관계하는 소포체 막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치매 환자 뇌에서는 그 양이 현저하게 줄어든다고 보고하였다. 또 DHA가 부족하면 태아의 두뇌 발육이 늦어지기 때문에 미숙아 뇌에서는 DHA 양이 적다고 했다.

 

미국의 크래머(Kramer) 박사는 64명의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에 DHA와 EPA를 복용하게 한 후 환자들이 복용하는 소염진통제의 양을 줄일 수 있었다고 보고했으며, 미국 하버드 의대의 슈바이처(Schweicher) 교수도 천식 환자에 복용하게 한 후 폐 기능이 개선되었다고 보고했다. 그들은 불포화 지방산이 염증을 일으키는 프로스타글란딘류코트리엔이라는 물질의 생성을 억제시킴으로써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DHA를 먹인 쥐는 안 먹인 쥐보다 미로를 더 쉽게 찾는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 이와 같이 DHA는 신경회로망의 구성과 재건에 관계한다고 주장되고 있다.

 

 

 

 

DHA는 결핍되면 안되나, 보통은 추가로 더 먹을 필요가 없다

DHA는 불포화 지방산의 하나로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고 혈전의 생성을  방지해 각종 성인병을 예방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항혈전 효과로 뇌 혈류의 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져 중풍과 혈관성 치매 예방 효과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DHA는 뇌 세포에 비교적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결핍되는 경우는 임상적으로 발견되지 않았으며, DHA가 정상인이나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상반되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의 과학적인 증거로 볼 때 두뇌에 좋다거나 성인병과 치매 예방에 좋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DHA가 결핍될 수 있는 심한 영양실조일 때는 DHA를 공급해 주는 것이 신경 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하리라 생각되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DHA 공급이 필수적이지는 않는 것 같다.

 

치매와 같이 대량으로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경우, DHA가 일부 신경세포의 기능 유지에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등푸른 생선(고등어, 참치, 연어)과 같은 해산물이나 양배추, 시금치, 콩, 브로콜리, 양상추, 해바라기 씨, 콩기름 등과 같은 불포화 지방산을 만들 수 있는 채소류 섭취를 늘려서 균형 있는 식사를 하는 것이 두뇌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된다.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한 해바라기 씨

 

 

 

 

DHEA는 장기복용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아  

얼마 전 DHEA(DeHydro EpiAndrosterone) 열풍이 불었다. DHEA는 약이 아닌 일반 식품으로 슈퍼마켓이나 상점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되고, 여행객들이 자유롭게 구입해 국내로 가지고 들어오면서 불로장생의 약으로 잘못 인식되었다. DHEA는 어떤 물질이며, 과연 인간에게 젊음을 돌려줄 수 있는 불로초인가? DHEA는 콜레스테롤로부터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과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을 만들기 위한 중간 단계 물질로서 부신에서 주로 생산되는 물질이다. 즉 콜레스테롤로부터 DHEA가 만들어지고 DHEA로부터 남성호르몬이, 이어 여성호르몬이 만들어진다. 30대 이후 이 DHEA는 몸 안에서의 생산과 분비가 차츰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를 보충해주면 노화가 예방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됐다.

 

 

 

수많은 종류의 DHEA 제품들


실제로 DHEA 농도가 높은 60세 이후 노인들은 심혈관 질환이 나타나는 비율이 적고 오래 사는 것으로 일부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바렛(Barrett) 박사 등은 혈청 DHEA 농도와 심혈관 질환과는 관계가 없다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동물 실험에서는 DHEA가 비만 억제 작용을 보였으나,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또한 DHEA를 실험 동물에 투여했을 경우 연령 증가에 따른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반전시켰고,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한 효과를 높였다는 보고가 있다. 또 전신성홍반성낭창 환자의 임상 상태를 개선시킨다는 보고가 있으나 아직 신빙성이 있을 만큼의 반복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DHEA를 복용하면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 생산이 체내에서 증가하기 때문에 남자는 전립선암, 여자는 유방암이나 자궁암이 유발될 수 있으며 콧수염과 여드름이 나고 피부가 거칠어지게 된다.

 

 

 

또한 적혈구 생성이 자극 받아 늘어나기 때문에 뇌졸중 유발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아직은 DHEA 장기 복용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이 잘 연구되어 있지 않다. 이처럼 모르는 물질을 신비의 영약으로 맹신하는 것을 삼가 하여야 건강하고 장수할 수 있다.

 

 

기억력 증진 효과와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가 있는 기능성 물질, BT-11

최근 저자 연구실에서는 천연물 한약인 원지 추출물에서 활성 성분인 BT-11을 추출 분리하여 그 효능을 연구한 결과 강한 기억력 증진 효과와 스트레스 방어 효과가 있음을 동물 실험과 임상 실험을 통해 확인하였고, 여러 편의 국제 저널에 결과를 발표하였다.

 

 

정상동물에서 뇌에서의 포도당 흡수가 증가되어 붉게 보인다.(뇌기능이 잘 이루어지고 있음을 나타냄)스트레스를 받은 뇌에서는 포도당
흡수가 감소되어 희게 보인다.(뇌기능이 저하됨을 의미)BT-11을 미리 주고 스트레스를 주면 뇌에서의 포도당 흡수가 다시 증가한다.
(스트레스에 의해 감소된 뇌기능이 다시 올라감을 의미함)<인용: 신기영, J.Neurosci Res:2009>

 

 

그리고 우리나라 식품의약품 안전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효능을 인정받고 기능성 물질로 정식 등록하였다. 기억력 증진 효과가 있으면서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가진 물질이 보고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기억력 증진제와 스트레스 완화제로 정상인은 물론 경도 인지장애와 치매 환자에도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자는 소화효소와 함께 호르몬을 분비한다. 호르몬은 이자의 섬(pancreatic islet)에서 분비되어 이자의 내분비기능을 나타낸다. 이자의 섬은 발견한 학자의 이름을 따서 랑게르한스섬이라고도 한다. 랑게르한스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피 속에 포함된 탄수화물의 양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가장 유명하다.

 

 

이자에서 분비되는 인슐린, 피 속의 탄수화물 양을 조절하는 호르몬 

인슐린의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당뇨병이 유발되며, 현대의 서구화된 생활습관은 당뇨병을 비롯하여 대사증후군, 고지혈증, 비만 등 여러 가지 생활습관병을 야기시키므로 문제가 된다. 이자의 섬에서 내분비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은 외분비기능(소화기능)을 담당하는 부피의 약 1/10에 불과하지만 기능에 있어서는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자의 랑게르한스 섬에서는 인슐린 등 다양한 호르몬을 생산한다 

일반적인 세포는 둥근 모양을 하고 있으며 세포 내에 둥근 핵을 가지고 있다. 분비를 담당하는 세포를 보통 샘세포(선세포)라 하는데 세포가 둥글게 줄지어 배열하고, 그 사이에 빈 공간을 가진 모양을 하고 있다. 이자에서 소화효소 분비와 같은 외분비기능을 담당하는 세포는 샘세포와 유사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내분비기능을 담당하는 세포는 일반적인 분비세포의 모양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세포가 섬처럼 서로 떨어져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이를 처음 발견한 학자는 독일의 병리학자인 랑게르한스이며, 그의 이름을 따서 이자에서 내분비를 담당하는 세포를 랑게르한스섬이라 한다.


이자에 있는 랑게르한스 섬의 현미경 사진
<출처: Polarlys at en. wikipedia.com

 

 

랑게르한스섬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에는 여섯 종류가 있다. 이 여섯 가지 호르몬을 분비하는 세포는 다섯 가지 종류가 있으며, 각각의 호르몬이 분비되는 세포와 기능을 요약하면 표와 같다.

 

 

 

  

 

베타세포에서는 인슐린 외에 아밀린이라는 호르몬도 분비를 한다. 아밀린이 분비되는 양은 인슐린의 약 1/100이며, 제2형 당뇨병이나 인슐린종(인슐린을 과다 생산하는 종양으로 이자의 베타세포가 과다 증식하여 발생함)이 생긴 경우에 분비량이 증가한다. 랑게르한스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특징적으로 서로서로 분비를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인슐린은 베타세포를 자극하지만 알파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며, 글루카곤은 알파세포를 자극하고, 알파세포는 베타세포와 델타세포의 기능을 활성화한다. 소마토스태틴은 알파세포와 베타세포의 기능을 모두 억제한다.

 


당뇨병, 소변과 혈액에 탄수화물의 양이 증가하는 병

당뇨는 소변 속에 탄수화물이 포함되어 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탕이나 설탕의 성분, 밥이나 빵을 먹을 때 한참 씹고 나면 알 수 있듯이 탄수화물이 분해되어 작은 조각이 되면 단맛을 느끼게 된다. 당뇨병의 특징적인 증상은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화장실에 자주 가는 것이다. 당뇨병 발생 초기에는 몸에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으므로 무시하고 사시는 분들도 있지만 당뇨병은 대표적인 만성 질환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즉 당장 문제가 없다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질병이 점점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키게 된다. 당뇨병 말기에 찾아오는 심각한 상태는 콩팥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거나 신경에 이상을 일으켜 죽는 날까지 통증으로 고생을 하는 것이다. 또한 망막에 이상이 생기면 출혈이 생기고 심하면 눈이 멀 수도 있으므로 평생 관리를 잘 해야 한다.

 

 

 

당뇨는 혈액 속의 혈당을 측정하여 판단한다.


당뇨병이라는 이름은 소변에 탄수화물(당)이 포함되어 있다는 뜻에서 왔지만 오늘날 당뇨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효과를 판정함에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피 속에 포함된 탄수화물의 양이다. 과거에는 단맛을 띠는 소변에 파리가 모여드는 현상을 관찰한 것이 당뇨병이 발견에 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소변보다 피 속에 들어 있는 양을 측정하여 진단과 치료효과를 판정한다.


환자들의 희망은 깨끗이 치료되어 다시 정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이겠지만, 당뇨병은 완치가 지극히 어려운 질병의 하나다. 그러므로 평생 함께 지내야 할 친구(?)라 생각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하여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조절을 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슐린 발견의 전초전

이자에서 당뇨를 조절하는 물질이 분비된다는 사실은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알려지기 시작했다. 1901년 오피(Eugene Opie)는 당뇨병 환자를 조사하여 랑게르한스섬이 위축되어 있고, 염색을 하면 특징적인 소견을 발견할 수 있다는 기록을 남겼다. 1908년 주엘처(Georg Zuelzer)는 개의 이자추출물을 분리하여 개에게 주사하면 개의 소변을 통해 배출되는 탄수화물 양이 다시 처음 수준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발견했다. 주엘처는 어떤 물질이 이와 같은 현상을 일으키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이자추출물을 정제하려 했으나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1909년에 메이어(Jean De Meyer)는 혈당을 조절하는 물질이 이자섬에서 분비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라틴어로 섬(island)을 뜻하는 insula를 본떠서 혈당을 조절하는 가상의 물질에 대하여 인슐린(insuline)이라 이름붙였다. 1910년 샤퍼(Edward Albert Sharpey-Schafer)는 이자 랑게르한스섬에 정상과 다른 변화가 생기면 당뇨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표함으로써 메이어의 가설에 힘을 실어 주었다. 다른 기록에 의하면 샤퍼가 인슐린(insuline)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했다고도 한다.


제1차 세계대전 직전에 파울레스코(Nicolas Paulesco)는 이자에서 추출한 물질을 당뇨병에 걸린 개에 주사하여 혈당을 극적으로 감소하는 결과를 얻은 후 이 물질을 판크레인이라 명명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발발로 연구를 중단한 그는 1921년에 이러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후 더 순수한 물질을 얻는 일에 노력을 기울였다.

 


최연소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으로 이어진 인슐린의 발견

루마니아에서 파울레스코가 당뇨를 조절하는 물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캐나다의 밴팅이라는 개업의사는 환자가 찾아오지 않아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은 남지만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그는 다행히 생리학 시간강사 자리를 얻어서 계속적으로 공부와 연구에 시간을 쏟게 되었다.

 

  

인슐린 발견으로 최연소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밴팅(왼쪽), 인슐린 결정의 현미경 사진(오른쪽)

 

 

1920년 10월 30일, 밴팅(Frederick Grant Banting, 1891~1941)은 이자관을 완전히 막아서 선세포를 위축시키면 당뇨병이 발생한다는 논문을 발견했다. 그는 이자관을 묶은 후 이자에서 소화효소와 혼합되지 않은 당뇨병 조절물질을 얻어야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그는 토론토대학 생리학 교수인 매클로드(John James Richard Macleod)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매클로드는 연구방법에도 익숙지 않고, 아이디어 외에는 생리학 지식이 부족한 그의 제안을 거절하려 했으나 거듭되는 요청에 의해 8주간의 휴가 기간 동안 자신의 실험실을 사용하도록 허락했다. 그리고는 실험동물을 다루는 기술을 가르쳐 주고, 베스트(Charles Herbert Best, 1899~1978)라는 조수를 붙여 주었다. 밴팅과 베스트는 이자관을 묶은 후 이자를 갈아서 당뇨병에 걸린 개에게 주사한 결과 개의 혈당이 떨어짐을 발견했다. 그리하여 혈당을 떨어뜨리는 물질을 순수분리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휴가가 끝나고 돌아온 매클로드는 기대치 않게 밴팅과 베스트가 혈당을 조절하는 물질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insuline에서 “e”를 떼어내고 insulin이라 부르자고 제안했고, 이것이 오늘날의 인슐린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 계기다. 밴팅과 베스트는 자신들이 정제한 물질을 당뇨병 환자에게 투여하여 기대한 결과를 얻었고, 대량으로 순수 분리함으로써 수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질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1923년에 만 32세의 밴팅은 매클로드와 공동으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됨으로써 현재까지 109년의 역사에서 최연소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라는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또한 인슐린 발견 업적은 발견 후 노벨상 수상까지 가장 짧은 시간이 걸린 업적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생명과학의 발전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인슐린

지금까지 노벨상을 2회 수상한 사람은 4명이 있다.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수상한 퀴리 부인, 물리학상을 2회 수상한 바딘, 화학상과 평화상을 수상한 폴링과 함께 화학상을 2회 수상한 생거(Frederick Sanger)는 생명과학 발전에 크게 공헌한 인물이다.

 

 

 

그는 오늘날 분자생물학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라 할 수 있는 단백질, DNA, RNA 등 세 가지 종류의 분자들이 어떤 순서로 배열되어 있는지를 알아내는 방법을 모두 발견했다. 그 중에서 단백질과 DNA 서열을 알아내는 방법이 각각 1958년과 1980년의 노벨 화학상을 그에게 안겨다 주었다.

 

생거가 자신이 발견한 시약(Sanger’ s Reagent)을 이용하여 단백질이 어떤 아미노산 순서에 의해 배열되어 있는지를 발견하기 위해 사용한 재료가 바로 인슐린이다. 또한 X선 회절법을 이용하여 단백질의 분자구조를 결정하는 방법을 알아냄으로써 196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호지킨(Dorothy Crowf oot Hodgkin)과 방사성면역측정법을 개발하여 진단검사의학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게 한 1977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얠로(Ro salyn Yalow) 등 두 명의 여류과학자가 자신들이 개발한 방법이 유용함으로 보여 주기 위해 사용한 물질이 바로 인슐린이었다.


인슐린 분자 시뮬레이션 모습
<출처: PumpingRudi at en. wikipedia.com>

 

 

 

인슐린이 발견 후 노벨상 수상까지 가장 짧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당뇨병의 폐해를 해결하는데 아주 유용한 물질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밴팅의 발견 이후 당뇨병 치료를 위해 주로 돼지로부터 인슐린을 분리하여 사용했으나 1970년대 이후 유전공학 기법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돼지 인슐린 대신 사람 인슐린의 유전정보를 대장균에 집어넣은 후 대장균이 만들어낸 사람 인슐린을 분리하여 당뇨병 환자 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인슐린은 4건의 노벨상 수상과 관련이 있고, 유전자재조합 기술 발전에도 큰 역할을 했으니 오늘날의 생명과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연구재료 역할을 했다고 할 수가 있다.

일곱 살 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계속되는 기침에 시달렸는데, 여러 병원을 전전해도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아이의 상태를 걱정스레 바라보던 어머니는 아이의 손을 붙잡고 시내에 있는 용하다는 병원에 데려갔다. 나이가 지긋한 그 의사는 그가 기침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더니 이렇게 일갈했다. “이건 습관이어요!”

 

 

아이가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기침을 하는 경우, 질병이 아닌 '습관성 기침'일 수 있다

 

아이가 몇 주, 심지어 몇 달 동안 기침을 하는데 치료에 듣지 않는다면 습관성 기침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상기도 감염 같은 게 있어서 기침하다가 그게 습관이 되는 것, 이게 바로 습관성 기침이다. 이것과 괴로워서 하는 기침의 다른 점은 잠을 잘 때, 그리고 집중해서 뛰어놀 때는 절대로 기침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

 

기침의 강도가 세도 아이가 그다지 아파 보이지 않는다면 이것 역시 습관성 기침을 의심할 증거가 된다. 습관성 기침이란 진단이 내려지고 나면 기침은 시나브로 줄어들기 마련인데, 이건 아이가 하지 말아야겠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 결과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그 아이는 기침을 하는 대신 눈을 깜빡인다든지 하는, 다른 틱장애를 보일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의 반복적인 기침은 질병이 아닐 수도 있다.

 

 

 

 

목적 없이 반복되는 이상한 행동이 있는 경우, 틱 장애를 의심해야…

틱장애란 목적 없이 반복되는 갑작스런 동작(운동 틱)이나 음성(음성 틱)을 지칭한다. 기간은 대개 1초 이내로 짧으며, 리듬을 타지 않는다. 단독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가 섞인 경우도 있다. 틱의 빈도와 강도는 다양하게 변한다. 스트레스나 갈등이 있을 때라든지 불안하고 정서적으로 흥분되었을 때 악화되는 경향이 있고, 놀라거나 무언가에 집중해 있을 때는 일시적으로 없어지기도 하는데, 수면 중에는 대부분 틱이 나타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 수 분에서 수 시간 동안 틱을 참을 수는 있지만, 긴장감과 충동이 증가하여 결국 틱을 해야만 해소된다.

 

운동 틱 중 비교적 흔한 것으로는 눈 깜빡이기, 어깨를 으쓱대기, 목을 비틀거나 무릎이나 발을 흔들거리는 게 있고, 음성 틱에는 기침을 하거나 목구멍에서 ‘음, 음’ 소리를 내거나 혀를 차거나 코를 훌쩍이거나 헛기침을 하는 것 등이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동작이 복합되어 마치 목적을 가지고 하는 행동처럼 보이기도 한다. 틱장애는 기간과 양상에 따라 일과성 틱장애, 만성 틱장애, 뚜렛장애로 구분된다. 이 중 가장 많은 것은 일과성으로, 국내의 한 연구에 의하면 눈을 자주 깜빡이는 아이 46명을 조사한 결과 그 중 43명이 틱장애로 진단되었고, 일과성이 39명, 만성이 2명, 뚜렛장애가 2명이었다고 한다.

 


18세 이전 아이에게 흔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일과성 틱 장애

 

 

18세 이전의 아이에서 4주 이상 1년 이하의 기간에 틱장애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타날 때 ‘일과성 틱장애(transient tic disorde r)’라고 한다. 학령기 아동의 5-20%에서 볼 수 있을 만큼 흔한데, 남자아이에서 더 많다.

 

뇌에 이상이 있거나 머리가 나쁜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긴장이나 불안,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등 유발요인이 있을 때는 상담을 통해 교정을 시도해야 하고, 틱 자체에 대해서는 부모나 교사가 너무 지적하거나 야단을 치지 않고 무관심하게 대하는 것이 좋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도 틱 장애의 유발 요인 중 하나이다.

 

 

 

 

1년 이상 지속되고 성인이 되서도 잔재가 남는 만성 틱 장애

 

 

 

틱 장애의 하나인 뚜렛 장애를 처음 보고한 프랑스 의사,
뚜렛 <출처: Eubulides at en.wikipedia.com>


만성 틱 장애(Chronic motor or vocal tic)는 음성 틱보다는 운동 틱인 경우가 많으며, 거의 매일 나타나며 1년 이상 지속되는 게 특징이다.

 

학교 들어가기 전이나 초등학교 초기에 시작되어 청소년 초기에 없어지는데, 성인이 되었을 때도 그 잔재가 남아 있어 스트레스나 피로가 심할 때면 다시 틱이 나타날 수 있다.

 

전 인구의 1-2%를 차지하며, 급성과 다른 점은 사회적, 직업적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건데, 이때 불안이나 우울한 감정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정서, 행동 면에서 철저한 평가가 필요하고, 가족관계 내에서 무슨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학교 공부나 사회 생활에 지대한 지장이 있다면 치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통제할 수 없는 신체동작과 발성이 동시에 나타나 고통받는 장애 : 뚜렛장애

“우리 크리스티안에게 처음으로 뚜렛장애가 나타난 것은 태어난 지 4년 6개월 되는 때였다. 머리와 어깨, 상체, 팔을 흔들면서 증상이 시작되었다….음성 틱도 나타났다. 즉 ‘이런 젠장’ ‘개자식’과 같은 말들을 내뱉었고 헛기침을 하고 헐떡이는 듯한 여러 소리를 냈다.” 뚜렛장애(Tourette's disorder)는 고대부터 알려져 있었으나 뚜렛(Georges Gilles de la Tourette, 1857~1904)이 보고한 이후 체계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다양한 운동 틱과 음성 틱이 한 환자에서 동시에 혹은 번갈아서 나타나며, 욕이나 외설적인 말을 하는 욕설증(coprolali a), 남의 말을 따라 하는 반향언어(echolalia)가 나타나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한 두 틱에 비해 증세가 훨씬 심하며, 그만큼 부모의 심란함도 가중된다. 유병률은 0.04%로 추정되며 남녀 비는 3:1이다. 일란성 쌍둥이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일이 잦은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유전성도 어느 정도 작용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뚜렛장애 환자의 가족 내에는 뚜렛장애나 만성운동 틱장애, 강박장애가 많다고 한다. 운동기전을 조절하는 뇌 구조물에 이상이 생겼다는 주장도 있고, 도파민의 활성이 높아져서 뚜렛장애가 초래됐다는 설도 있지만 확실한 병변을 찾지는 못한 상태다.

 

 

 

뚜렛장애 역시 스트레스나 불안에 의해 악화되는 만큼 심리적인 요인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듯하다. 발병연령은 7세 경이 가장 많으며, 얼굴의 단순 운동 틱으로 시작해 목, 어깨, 팔, 몸통, 다리 등 아래쪽으로 번져나가는 경향이 있지만, 진행과정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뚜렷한 이유 없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청소년기에 증상이 가장 심하고 성인기에는 다소 완화된다.

 

뚜렛장애의 치료 역시 증세를 악화시키는 인자를 발견하고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부분은 그리 증세가 심하지 않아 약물치료 대신 정신행동 요법, 교육, 안심시켜주기 등으로 호전된다. 증상이 심할 때는 약을 써야 하겠지만, 아이들인 경우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고, 상황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것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으므로 약물치료를 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뚜렛장애가 호전되지 않아 성인이 되어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뚜렛장애는 얼굴의 단순 운동 틱으로 시작하곤 한다.

 

 

 

 

틱 장애를 판정하기 위해서는 감별 진단을 한다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해서 다 틱장애는 아니어서, 무도병(chorea)이나 근긴장이상증(dystonia), 근경련증(myoclonus) 같이 신경의 이상에서 비롯되는 병이나 주의력결핍장애, 강박장애 등의 정신과적 질환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코를 킁킁대고 훌쩍거리고 헛기침을 자주 한다고 해서 다 음성 틱인 것은 아니며, 개중에는 알레르기성 비염 같은 이비인후과 질환도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틱 장애가 있는 아이를 손가락질 하기 보다는 격려와 지지해줘야 한다.


 

 “길을 가다가 우리 같은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지만 말아 주세요.” 뚜렛장애를 가진 어느 분의 말이다. 가끔씩 틱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본다. 틱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정서적 지지건만, 틱장애가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야단을 치거나, 놀리고 따돌리는 경우가 더 많을 거다.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무의미한 동작을 반복하는 또래 친구가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부모님과 교사의 책임이 중요한 건 이런 이유이다. 틱장애 대부분은 일과성으로 지나가니, 그 아이를 놀리고 상처를 주는 대신 못 본 척 해주고 격려와 지지를 해주라고 다른 아이들한테 충분히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틱장애로 인해 본인이 기가 죽지 말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

남자보다 여자가 일반적으로 더 오래 사는 것으로 통계에 나와 있는데 (한국 평균수명 : 남자 75세, 여자 82세, 일본 평균 수명: 남자79세, 여자 86세) 이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가? 여러 가지 가능한 이유가 제시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바로 뇌의 구조와 기능이 일부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비교적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자가 더 오래 산다, 그 이유는 뇌의 차이?

우선 염색체의 구성이 남자는 XY, 여자는 XX로 서로 다르다. 이런 염색체 구성의 차이가 어떻게 여자와 남자를 다르게 만드는지는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염색체의 차이만이 남성다움의 결과를 자동적으로 가져오지는 않으며 남성이 남성으로 되기 위해서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의 수준이 높아야 한다. 이 남성호르몬의 생성과 유리는 뇌 호르몬 조절센터인 시상하부에서 직접 조절하고 있다. 즉 시상하부에서 호르몬 조절 인자가 나와 뇌하수체에 작용하고, 뇌하수체 호르몬이 유리되어 최종적으로 고환에 작용하여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유리되어 나온다. 동물의 경우 호르몬 생산 공장인 뇌하수체 바로 위에 있는 이 시상하부가 암컷보다 수컷에서 더 크다.

  

100세 생일 축하 케익을 받는 할머니, 고령자가 늘어 더 이상 기네스북에 오르지 못한다.(왼쪽)
뇌량(그림 가운데)은 양쪽 뇌가 연결되는 부분이다(오른쪽). <출처: 그레이 해부학, 1858>

 

 

 

시상 하부의 크기, 남자가 더 크다

스탠포드 대학의 러셀 퍼놀드(Russell D. Fernald)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어느 한 수컷이 그 무리의 우두머리가 될 때 그 수컷의 시상하부가 눈에 띄게 커진다고 한다. 그러나 그 수컷이 다른 수컷에게 지배권을 빼앗기게 되면 그 시상하부가 쪼그라든다고 한다. 이 시상하부의 지배를 받고 있는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유리되어 나와 거꾸로 뇌신경계에 영향을 미친다. 태어나기 전에 테스토스테론이 너무 많으면 왼쪽 뇌보다 오른 뇌 반구가 우세하게 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 때문에 남자 쪽이 왼손잡이가 더 많은 것 같으며 남자 아이들을 더욱 난폭한 행동으로 몰아 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인디아나 대학 킨제이 연구소장 준 라이니시 박사(June M. Reinisch)는 6-10세의 형제 17쌍과 자매 17쌍을 상대로 호르몬과 공격성 간의 상호관계를 연구하여 보고하였다.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상황에 대한 대응을 상상해 보라는 다지 선택형 실험에서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더 공격적인 대답을 하였다.

 

시상하부에 대한 연구와는 별도로 최근 뇌과학자들은 뇌의 왼쪽 반구와 오른쪽 반구간의 의사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두꺼운 신경망인 『뇌량(뇌의 다리)』이 남자보다 여자 쪽이 약 10% 정도 더 크게 발달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뇌의 크기를 감안한 상대적인 뇌량의 크기는 여자가 더 크다고 보고하고 있다.

 

 

여자가 좌우의 뇌를 더 잘 연결해서 사용한다

 

 

남자는 분석적이고 언어적인 활동을 할 때 주로 좌뇌를 사용하나 여자는 양쪽 뇌를 동시에 같이 사용하는 것으로 대체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듣고 기억하고 말하는 중심센터인 측두엽 부위의 신경세포 숫자가 여자에서 10%쯤 많다는 사실도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왼쪽 대뇌손상은 여자보다 남자에게 언어능력의 장애로 잘 나타나고 오른쪽 대뇌손상은 남자에게 공간능력의 장애로 더 잘 나타난다. 즉 남자는 뇌 손상에서 여자보다 취약하여 손상에 더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이 또한 남자가 오래 못사는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연구팀에 의하면 여자는 철자를 생각하는데 뇌의 좌우 양쪽 모두를 쓰는데 비해 남자는 주로 왼쪽 뇌를 쓴다고 한다. 뇌의 오른쪽은 감정을 이해하는데 쓰이므로 여자들은 철자를 생각하는데도 더욱 많은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동원하는 셈이 된다. 이렇기 때문에, 더 언어구사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철자를 쓸 때, 여자들이 더 많은 뇌를 사용한다.

  

 

 

고대에는 병법 가운데 “미인계”가 자주 이용되었다. 네덜란드 연구팀은 40명의 남녀 대학생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매혹적인 이성과의 대화가 뇌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고하였다. 남자의 경우 아름다운 미인과 대화할 때는 집 주소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기억력 테스트에서도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특히 여자에게 매력을 많이 느낀 남자일수록 점수가 낮았다. 그러나 여자는 매력적인 남자와 대화를 해도 기억력 점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런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여자는 좌우뇌를 모두 동원하여 나이, 경제력, 친절함 등을 다양하게 평가하나 남자는 좌뇌 위주로 분석하여 외모의 아름다움만을 보고 전체적인 이미지, 성격, 분위기 등을 다양하게 잘 보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자의 뇌가 스트레스 해소를 더 잘한다

 

 


여자들은 분위기를 잘 감지하고 전체적인 감정 파악능력이 뛰어나나 감정에 치우치기가 쉽다. 여자들은 감정이 풍부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스트레스 상황 하에서 이를 감정적으로 해소를 잘하기 때문에 장수하는 경향이 많다는데,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모여 앉아 더 이야기를 잘 하고, 잘 웃을 뿐만 아니라 울기도 잘하며 복잡한 생각보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움직이면서 살아간다. 심리학자인 노르만 커즌즈(Norman Cousins) 박사는 웃음이 질병치료에 신비로운 영향을 미치며 장수하는데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였다. 또한 프레이(William Frey) 박사는 감정적인 눈물 속에는 우리 신체가 내보내야 하는 많은 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서는 때로는 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와 같이 남자들은 외부로부터 오는 여러 가지 자극에 대하여 여자들처럼 감정적 반응을 잘 나타내지 않고 감정적 표현을 내부에서 억제하고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더 많은 손상을 입고 있다.

 

 

 

또한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여자들은 양쪽 뇌를 원활하게 잘 사용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과 분위기와 감정 파악 능력이 뛰어나 환경에의 적응력이 남자보다 더 좋다. 여자들은 매일 살아가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효과적으로 더 잘 대처하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고 감정적으로 적응력이 더 좋다. 이에 비해 남자들은 좌뇌 위주의 논리적, 이론적 사고 속에서 상황을 주로 논리적으로 판단하면서 부딪치면서 더불어 살아가기보다, 남과 다른 대접을 받으면서 홀로 살아가기 때문에 변화무쌍한 환경에 감정적으로 적응을 잘 못하게 되어 생활 속에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여자보다 수명이 짧은 경향이 많다고 이해되고 있다. 이런 뇌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실들이 작용하여 여자들이 평균 5년 이상 더 오래 살며, 100세 이상 장수자 가운데서도 여자가 2배 이상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래 살려면, 남자들도 여자들처럼 뇌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

 

 

적어도 여자만큼 오래 살기 위해서는 남자들도 여자와 같은 뛰어난 적응력을 가져야 하며, 감정적 해소를 할 필요가 있다. 울적하여 울고 싶을 때는 참지 말고 울며, 이야기할 때는 너무 논리적인 데만 신경 쓰지 말고, 상대방 감정과 분위기를 파악하면서 이야기해야 한다. 어떤 생활 환경에서도 적극적이고도 낙관적인 태도로 열심히 일하고 단순하게 적응하는 것이 남자에겐 필요하다. 또한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외상, 각종약물(향정신성 약물 등)과 알코올로부터 남자들은 뇌 손상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하는 것이 좋다. 즉, 위험인자에 노출되는 것을 가급적 피하고 내부에 스트레스나 자극을 쌓아두지 말고 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면서 남과의 접촉을 통해 즐겁게 더불어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남자가 여자보다 수명이 짧다.

 

  

 

위를 지나 작은창자에서 소화된 음식은 잘게 쪼개져 창자 벽을 통해 흡수가 된다. 길고 긴 작은창자를 지나면서 몸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소의 대부분이 흡수되고 나면 남은 찌꺼기는 큰창자로 들어간다.

 

큰 창자는 흔히 물을 흡수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 외에도 여러 기능을 하며, 이러한 기능은 큰창자 내에 존재하는 세균(대장균)과 깊은 관계가 있다. 큰창자에 사는 세균들이 일부의 노폐물이나 독소를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로 바꿔주면 큰창자가 이를 흡수하는 것이다. 사람의 몸에 전혀 쓸모 없는 물질을 유용한 물질로 바꾸고, 이를 흡수하여 재활용하게 하니 큰창자와 그 속에 사는 세균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물의 흡수를 담당하는 큰 창자,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큰창자는 작은창자가 끝나는 지점부터 항문까지를 가리킨다. 6미터에 이르는 작은창자 길이의 1/4에 불과한 약 1.5미터 정도지만 폭이 약 7.5cm이므로 작은창자보다 두 배 이상 굵다.

 

대장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왼쪽) 큰 창자의 폭은 약 7.5cm로 작은 창자보다 두 배 이상 굵다.(오른쪽)
<출처: NIDDK imager Library. NIH(왼쪽)>

 

 

작은창자와 마찬가지로 큰창자도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작은창자에서 항문 방향으로 막창자(맹장), 잘룩창자(결장), 곧창자(직장)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막창자는 주머니 모양을 하고 있으며, 꼬리처럼 매달려 늘어진 부위에 충수염(맹장염)이 발생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잘룩창자는 인체의 소화기관을 그림으로 그릴 때 길쭉하게 꼬여있는 모양을 한 사람의 창자 바깥부위를 감싸며 길게 위치한 부분이다. 잘룩창자는 사람 몸통의 오른쪽에 위치하여 아랫배에서 위로 올라가는 부분(오름잘룩창자, 상행결장), 직각으로 꺾여 몸의 중심을 가로질러 왼쪽으로 걸쳐 있는 부분(가로잘룩창자, 횡행결장), 다시 90도를 꺾어서 아래로 내려가는 부분(내림잘룩창자, 하행결장), 곧창자로 연결되기 직전 S자 모양을 한 부분(구불잘룩창자, S자형결장) 등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곧창자는 약 15cm의 길이를 하고 있으며, 항문 바로 앞에 위치한 부위를 가리킨다.

 

 

큰 창자의 첫 번째 기능 : 물의 흡수

 

 

인체는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얻기 위해 음식물을 소화시킨 다음 몸 안으로 흡수하는데, 이때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작은창자다. 음식물은 입에서부터 식도와 위를 지나 작은창자에 이르면 이자에서 분비된 소화효소와 작은창자의 기계적인 운동, 간에서 분비된 쓸개즙염에 의해 산산조각이 난다. 그리고는 길고도 긴 작은창자의 통로를 지나가면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 몸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작은창자를 통과하여 큰창자로 들어갈 때쯤에는 미처 흡수되지 못한 영양소가 일부 포함되긴 하지만 영양가 없는 찌꺼기가 주로 남는다.

 

이들 찌꺼기들이 몸 밖으로 나가기 위해 창자를 통과해 갈 때 그 흐름을 쉽게 하기 위한 물이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 물은 인체를 구성하는 가장 많은 성분이므로 함부로 몸 밖으로 내보낼 수가 없다. 큰창자는 찌꺼기가 배출되는 통로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물을 흡수하는 기능을 한다.


기분 좋게 배변을 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며칠간 끙끙거리다 화장실에서 아주 기분 좋게 배변을 한 경우에는 대변 양이 꽤 많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한 번의 배변에서 몸 밖으로 빠져 나오는 대변양은 약 200ml 이다. 하루에 작은창자로부터 큰창자로 들어오는 물질의 양은 약 1,500ml이며, 물은 이 중에서 약 3/4을 차지하고 있다. 하루에 1리터가 훨씬 넘는 물이 큰창자에서 흡수됨으로써 배변횟수를 조절해주고 있는 것이다.

 


큰 창자의 두 번째 기능 : 대장균에 의한 비타민 생산과 흡수

흔히 큰창자는 물을 흡수하는 것 외에 별다른 기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큰창자가 물만 흡수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 작은창자에서 큰창자로 들어오는 물질이 약 1,500ml이고, 이중 약 3/4(1,125ml)이 물이며, 대변으로 배출되는 양은 약 200ml이라 했으니 얼른 생각해도 계산에서 175ml가 비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수치는 큰창자에서 흡수되는 비타민의 일부, 쓸개즙염, 빌리루빈(bilirubin) 등의 양을 가리키는 것이다.

 

 

 

대장균, 쓸모 없는 물질을 분해하여 인체에 유익한 비타민을 생산한다.


인간의 몸이 진화를 통해 작은창자에서 모든 소화를 끝내고 필요한 영양소를 흡수하게 된 것은 자연의 섭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어째서 일부 비타민은 작은창자에서 흡수되지 못하고 큰창자에 이르러서야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일까?

 

그것은 큰창자에서 흡수되는 비타민이 섭취한 음식에 포함된 것이 아니라 큰창자 안에 존재하는 세균에 의해 합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큰창자에 세균(대장균)이 살게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유인원 이전부터 세균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큰창자에서 살기 시작한 세균이 대사를 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몸에 쓸만한 것(비타민)을 만들게 되자 우리 몸은 그 물질을 흡수하는 식으로 진화해 왔을 것이다. 큰창자에서 흡수하는 비타민은 비타민 B5(판토텐산)와 바이오틴, 비타민 K가 전부다. 이 세 가지 비타민은 음식으로 섭취하지 않아도 구할 수 있으므로 결핍되어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창자간순환 : 간에서 나온 물질이 창자에서 흡수되어 다시 간으로 간다

창자간순환이란, 순환이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창자와 간에서 물질이 서로 오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즉 창자에 들어온 물질이 창자 벽을 통해 흡수되어 혈관을 타고 간으로 간 다음 간에서 다시 분비되어 담관을 따라 창자로 들어오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이 현상을 영어로는 창자(entero-)와 간(hepa-)을 순환(circulation)한다는 뜻으로 enterohepatic circulation이라 한다.

 

창자간 순환에서 간으로부터 창자로 들어올 때는 작은창자로 들어오지만 창자로부터 흡수되는 것은 큰창자 벽을 통해 일어난다. 창자간 순환을 거치는 물질에는 쓸개즙염과 빌리루빈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큰창자에서 흡수된다. 큰창자 벽을 통해 흡수된 쓸개즙염은 혈관을 통해 간으로 운반된 후 지방소화를 위해 쓸개즙을 생성할 때 재료로 재사용된다. 쓸개즙염과 마찬가지로 창자간 순환을 거치는 빌리루빈이 있다. 빌리루빈은 적혈구가 파괴될 때 흘러나온 헤모글로빈이 대사되어 생성되는 물질이다. 간으로 간 빌리루빈은 후에 적혈구가 만들어질 때 재사용된다.

 


꾸르륵~ 소리를 발생시키는 큰 창자의 운동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한 친구의 배에서 “꾸르륵”소리가 났다. 갑자기 대화가 멈춰지면서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웃음을 지었다. “너, 점심 굶었니? 그런데 소리 한 번 되게 크다.” 큰창자는 내용물들을 내려 보내기 위해 운동을 한다. 막창자에서 오름잘룩창자를 지나 가로잘룩창자에 이르기까지는 움직임이 아주 서서히 일어나야 한다. 천천히 지나가야 수분흡수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로잘룩창자를 지나면 내용물은 배변되기를 기다리며 대기하게 되므로 움직임이 거의 멈추다시피 했다가 어느 순간에 항문을 통해 한꺼번에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수도관에 물이 흐르면 그 소리가 관 밖으로 들려오듯이 지름 약 7.5cm인 큰창자 속을 소화 후에 남은 찌꺼기가 통과해갈 때 소리가 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큰창자 속에 들어 있는 세균이 노폐물 등을 대사하면서 메탄가스와 같은 기체를 만들어 놓으므로 기체와 고체가 좁은 공간에 섞여서 서로 부딪히고 있으면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뱃속에서 소리가 나는 것은 창자가 제 할 일을 잘 하고 있음을 뜻한다. 창자 속에 들어 있는 대변(고체)은 점점 굳어가는데 그 사이로 기체가 빠져 나오게 되는 것이 창자에서 발생하는 “꾸르륵”거리는 소리이며, 뱃속이 비어 있을 때는 소리가 더 잘 들리므로 배고플 때 소리가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몸살처럼 자꾸 곳곳이 쑤시고 피로하더군요. 감기인가 싶어 집 앞 내과에 가봤는데 저보고 골다공증이라네요. 제가 만 32세인데, 골다공증은 50대 후반이나 60대쯤 되어야 생각하는 병인 줄 알았어요. 제가 쑤시고 아팠던 게 다 골다공증 때문일까요?” 네이버에 올라와 있는 질문이다. 골다공증을 넣고 검색을 하면 이런 질문들 이외에도 하루에도 수십 개의 기사가 뜨는 걸 볼 수 있는데, 이건 사람들이 그만큼 이 병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골다공증은 도대체 왜 생기며, 얼마나 위험한 병인가?

 

 

골다공증은 뼈가 덜 단단해서, 쉽게 부러지는 질환을 말한다

골다공증은 뼈가 덜 단단해져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부러지는 질환을 말한다. 뼈가 단단한지 여부는 뼈의 질과 골밀도에 의해 결정되는데, 뼈의 질을 측정하는 건 현재로선 불가능하므로 그냥 골밀도만 가지고 판정을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젊은 성인들 평균치의 2.5 표준편차 이하의 골밀도, 즉 3% 이하인 경우를 골다공증으로 정의하고 있다. 골밀도는 30세 전후에 최고에 도달한 뒤 5년마다 2%씩 감소되고, 폐경 후에는 이보다 3배쯤 빠른 속도로 감소를 하게 된다. 골다공증이 여성의 질환으로 알려진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정상적인 뼈(왼쪽), 골다공증 환자의 뼈(오른쪽)

 

 

 

미국에는 골다공증 환자가 약 800만명 정도 있고, 골다공증까지 진행되진 않았지만 골밀도가 조금 떨어진 골감소증 환자는 2,200만명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골다공증 환자가 몇 명이나 있는지 전국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최근 50-79세의 성인 4천여 명의 척추뼈를 검사한 결과 여자는 40.1%, 남자는 6.5%가 골다공증에 해당됐다고 하니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나이가 많고 술을 마시고 운동을 안 하시는 여성이라면 특히 조심해야

 

 

골의 소실은 뼈를 만드는 활동과 흡수되는 과정의 불균형에서 발생한다. 보통은 골흡수가 먼저 시작되고 그 자리에 다시 뼈가 만들어져 균형이 이루어지는데, 이 조화가 깨져 골흡수가 더 많아지면 골밀도가 감소하게 된다. 사람의 많은 부분이 그렇듯이 골밀도도 유전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예컨대 부모 중 한쪽의 골밀도가 낮은 경우 자녀도 골밀도가 낮을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4.3배가 높고, 부모가 모두 낮은 경우에는 8.6배나 높아진다. 그러니 결혼을 할 때 배우자 부모의 뼈가 튼튼한지 살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나이가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위험요인이다. 갑상선 근처에 있는 부갑상선에서는 부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건 뼈의 흡수를 담당하는 파골세포를 더 많이 만들어내 뼈 흡수를 증가시키고, 칼슘을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함으로써 골밀도를 감소시킨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부갑상선호르몬이 증가되니, 골다공증의 위험이 증가될 수밖에 없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파골세포를 억제하는 기능이 있는데, 폐경 후 에스트로겐이 감소되면 파골세포가 더 많이 만들어짐으로써 골밀도가 감소하게 된다.  


뼈 속의 칼슘 성분을 지켜야 골밀도를 유지할 수 있다

 

 

 

알코올 중독은 골다공증의 발병률을 증가시키고, 위절제술을 받은 환자에서는 비타민 D와 칼슘을 잘 흡수하지 못하게 돼 골다공증의 위험이 높아진다. 운동을 하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우리 뼈는 힘을 좀 받아야 단단해지는지라 역기 같이 무거운 걸 드는 운동을 하면 뼈가 더 많이 만들어져 골밀도가 증가한다. 그러니 운동을 안하고 집안에만 있거나 체중이 너무 덜나가 뼈에 하중을 실어주지 못하면 골밀도가 감소한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약물이 골소실에 기여하는데,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당질코르티코이드는 골흡수를 증가시키고 골형성을 줄이는 대표적인 약제다.

 

 

골다공증은 별다른 사전 증상이 없다, 정기적인 골밀도 측정이 필요하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 환자의 X레이 사진


골다공증은 별다른 증상이 없다. 그래서 방심하기 쉬운데, 자칫 잘못하면 뼈가 부러지는 치명적인 사건이 초래되는 게 문제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위는 척추뼈다. 정상적인 척추 뼈는 몸무게의 다섯 배에 해당하는 하중을 견딜 수 있지만, 골다공증 환자는 단순히 몸을 앞으로 구부리기만 해도 척추뼈가 부러질 수 있는데, 특히 물건을 양손으로 든 상태에서 허리를 갑자기 펴는 건 “내 허리 잡아가라”고 비는 것과 같다. 그러니 골다공증 환자는 바닥에 있는 건 웬만하면 다른 사람을 시켜서 줍게 해야 하고,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반드시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물건을 몸에 가까이 해서 들어 올려야 한다. 척추뼈가 부러지는 이외에 대퇴골이 부러지는 것도 골다공증의 중요한 합병증으로, 특히 대퇴골의 목 부분이 잘 부러진다. 나이가 들어 골밀도가 감소된  분들은 넘어질 때 대퇴골 목이 부러지는 경우가 흔한데, 이 경우 수술을 해도 계속 누워 있어야 하고, 혈전증을 비롯해 다른 치명적인 증상이 수반될 수 있다. 그러니 나이 드신 분들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자. 이밖에 손목이나 갈비뼈 등도 골다공증으로 인해 뼈가 부러지기 쉬운 부위다.

 

 

 

웬만큼 골밀도가 감소하지 않았다면 X-ray 사진은 대개 정상이다. 그래서 골밀도측정이 필요하다. 척추와 대퇴골의 이중에너지 방사선흡수법(DXA, dual energy X-ray absorptiometry )이 가장 널리 쓰이는데, 이건 방사선이 인체를 투과할 때 투과물질이 얼마나 투과되는지를 측정함으로써 골밀도를 잰다. Z-score는 그 결과를 대상자의 성별, 나이별 평균치와 비교한 것이고, T-score는 그걸 젊은 정상인의 최대 골밀도와 비교한 거다. T score가 -1 이내면 정상, -1에서 -2.5 이내면 골결핍, -2.5 이하면 골다공증으로 진단한다.  

 

 

골다공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칼슘 섭취와 운동 등 다양한 예방활동이 필요하다

1. 칼슘

골밀도는 뼈 안에 칼슘이 얼마나 있느냐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면 골밀도가 증가되고 뼈가 단단해지게 된다. 그러니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유, 멸치, 배추김치 등 칼슘이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2. 비타민 D

비타민 D는 칼슘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건 자외선에 의해 피부에서 주로 생성되며, 일부는 음식으로부터 흡수된다. 햇볕을 쬐지 못하거나 영양섭취를 불충분하게 하면 비타민 D가 결핍될 수 있으므로 나이가 드신 분들에겐 비타민 D를 보충해 줄 필요가 있다.

 

3.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에스트로겐은 골밀도 유지에 매우 중요한 호르몬이다. 폐경이 되어 에스트로겐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 에스트로겐 대체요법을 시행한다면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유와 같이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왼쪽)
평소에도 운동을 꾸준히 하면 골밀도가 증가하여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오른쪽)

 

 

 

4. 비스포스포네이트(biphosphonate)

골흡수를 강력히 억제하는 효과가 알려지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여러 가지 약제가 있지만 alendronate가 가장 널리 쓰이며, 척추골절의 발생을 47%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5. 꾸준한 운동

운동은 골다공증의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테니스 선수들을 조사했더니 운동을 하는 쪽의 팔뼈는 운동을 안 하는 쪽에 비해 뼈의 밀도가 훨씬 높았다는 보고가 있고, 폐경기 여성에게 보행, 조깅, 계단 오르기를 9개월간 시켰더니 척추 골밀도가 5.2%나 증가했다. 그러니 골다공증을 걱정만 하지 말고 운동을 조금씩이라도 하자. 체중미달도 골다공증의 중요한 원인이니, 지나친 다이어트도 삼가는 게 좋겠다.

 

6. 식이요법

골다공증의 식이요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소금을 적게 먹어야 하고, 고기, 생선 같은 단백질과 야채를 가능한 한 매끼 섭취해야 한다. 저지방우유, 요구르트, 생선, 해조류, 콩, 두부, 달래, 무청, 귤 등이 권장되는 음식이고, 인스턴트식품이나 시금치나 땅콩, 음주, 흡연, 탄산음료, 커피 등은 피해야 할 음식이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골밀도가 높은 사람들 중에는 10년 이상 차를 마신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차를 마신 기간이 길수록 골밀도가 높았는데, 이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 차에는 불소(플루오린)와 식물성 에스트로겐, 망간(망가니즈) 등이 함유되어 있었고, 이것들이 골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추측되었다. 골다공증의 위험이 높은 여성분들은 이제부터 차를 한번 마셔보는 건 어떨까?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폭력 범죄자가 됐다면 이는 가정교육이 잘못된 탓이라기보다는 뇌의 생리학적 결함 때문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제시되었다. 미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아드리안 레인(Adrian Raine) 교수는  「신경정신과학, 신경심리학 및 행동신경학」지를 통해 발표한 남녀 살인범 38명의 뇌를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한 연구결과에서 이같이 주장하였다.

 

 

극단적인 폭력성의 원인은 가정환경 탓이 아닐 수도

 

레인 교수는 PET검사를 통해 이들의 뇌 각 부위의 포도당 흡수치를 측정한 결과, 어린 시절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살인범들이 가정에서 학대 받았거나 가난하게 자란 다른 살인범들에 비해 뇌 내 2개 부위의 활동이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포도당은 뇌 세포가 활동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원으로서, 포도당 흡수치는 뇌 세포의 활동과 상관관계가 있다. 연구 대상이 된 이들 살인범 38명 중에서 26명은 좋은 가정환경에서 성장했으며, 이들은 공격적 행동과 관련이 있는 중간 전두엽 피질 등 뇌 내 2개 부위의 활동이 성장환경이 나빴던 다른 살인자들에 비해 뇌 세포의 활동이 약한 것으로 측정됐다. 이 같은 차이점 이외에 성별이나 연령, 인종 등에 따른 뇌 활동의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뇌의 전두엽은 고등 정신 기능 중에서 동기를 유발하여 주의력을 집중하고, 조화롭고 목적 지향적인 사회적 행동을 하게 하며 감정적 긴장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전두엽(붉은 색)은 대뇌 앞쪽에 위치하고 있다.
<출처: Life Science Databases(LSDB)>

 

 

 

레인 교수는 「이들이 감정과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브레이크가 결여되어 있다.」고 풀이하면서 이 같은 뇌의 결함은 유전적 요인이나 머리 부상, 출산 과정에서의 사고 또는 임신 기간 중의 음주, 흡연, 마약 복용 등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머리 부상이나, 출산할 때 아이가 두뇌 손상을 입지 않도록 조심하고, 임신 기간 중에는 음주나 흡연, 마약복용 등을 절대 하지 않는 것이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는 아이를 얻는 첩경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그렇다고 폭력 성향과 관련이 있는 뇌 부위가 손상됐다고 해서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으며, 약물요법 등을 통해 이를 어느 정도 치료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인 사이코패스도 뇌의 두 군데에서 일반인들의 두뇌 스캔 사진과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 크레이그(Craig)박사 연구팀들이 분자 정신의학 저널에 보고하였다. 이 두 군데 부위는 인간의 감정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편도핵의 갈고리 다발과 고난도의 의사 결정과 관계된 안와 전두엽 피질 부위였다. 범죄학자와 심리학자들은 그간 폭력적 가정환경과 어머니와의 유대부족, 동년배의 영향, 출산 전 영향 등을 폭력 범죄의 주요 원인으로 여겼으며, 이 때문에 좋은 가정환경에서 성장하고도 폭력 범죄자가 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못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폭력의 원인을 신경 생리학적인 측면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시작됐으며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극단적인 폭력성은 전두엽의 기능 장애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왼쪽)
사이코패스의 뇌는 안와 전두엽과 편도핵에서 정상인과 차이를 보인다.(오른쪽)
<출처: Mol Psychiatry. 2009 Oct;14(10):946-53, 907. Epub 2009 Jun9.)>

 

 

 

전두엽을 다친 후, 폭력적인 성향으로 바뀐 경우도 있다

1848년 미국 버몬트에 있는 철도회사의 현장 감독으로 일하고 있던 ‘피니스 게이지(Phineas Gage, 1823~1860)’는 폭약으로 큰 바위를 제거하기 위해 바위에 구멍을 내고 구멍에 다이너마이트를 채운 후 그 구멍을 긴 쇠막대로 틀어막아야 했다. 그가 구멍을 틀어막고 있을 때 실수로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여 틀어막고 있던 쇠막대가 하늘로 치솟았으며 이어 게이지의 왼쪽 볼을 치고 그의 머리를 관통했다.

 

 

 

게이지의 머리를 관통한 쇠막대의 컴퓨터 합성사진
<출처: Harvey P. Neuwquist. The great brain book>


그의 머리뼈에 지름이 10센티미터나 되는 구멍을 내고 왼쪽 눈 뒤의 뇌를 꿰뚫었다. 긴 쇠막대가 제거된 후 신체적으로 일을 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더 이상 침착하게 일을 못했으며 버럭 화를 내고 이유도 없이 욕을 해댔다. 심한 욕을 해대는 것만 제외하면 겉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전두엽 부위가 제거된 동물은 긴장과 감정조절 능력이 부족하며 이해관계가 있는 주위에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역시 이 부위가 제거된 사람도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이 없어지고 무엇을 생각함에 두서가 없어지며,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위를 쉽게 하게 된다.

 

또한 감정적으로 실망하는 기색이 없어지며 마치 세상만사를 초월한 듯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본 지능이나 생각하는 능력은 크게 손상 받지 않아서 짧은 물음에 답하거나 쉬운 셈을 잘할 수 있다.

 

 

 

또 다른 실험의 한 결과로 미국 아이오와대 의과대학의 스티븐 앤더슨(Steven W. Anderson) 박사는 전전두엽 피질이 외상이나 수술 등으로 손상되면 비도덕적인 행동이 사회에 미치는 결과를 인식하고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결핍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앤더슨 박사에 따르면, 신경과학전문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생후 15개월 때 얻어맞고 쓰러져 전전두엽을 다친 20세 여자와 생후 3개월 때 뇌수술로 역시 전전두엽이 손상된 23세의 남자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했다. 이들 남녀는 당시 뇌 손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어 교육수준이 높은 부모 밑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으며 정상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사춘기가 되면서 행동이 표변해 습관적인 거짓말, 좀도둑질, 싸움질, 무책임한 성행위를 하기 시작했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정신테스트 결과 상황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내릴 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앤더슨 박사는 이렇듯 비정상적인 판단력과 폭력적인 성향의 원인을, 어렸을 때의 전전두엽 손상이 결국 정신병과 유사한 증세를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다. 앤더슨 박사는 “이 연구결과만 가지고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며 반사회적인 행동이 반드시 전전두엽 피질의 손상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비행의 신경학상 원인과 정신병의 생물학적 원인을 규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두엽 장애가 정신 질환인 ADHD의 한 원인일 수도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질환(ADHD)도 전두엽 부위의 장애로, 동기가 결여되어 주의 집중력의 장애가 오며 행동조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주인공처럼 전두엽 절제술은 정신병의 치료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이 수술을 받은 환자는 지능의 저하는 별로 없으나 근심∙걱정∙불안∙우울∙흥분 등의 감정적 긴장증세가 일부 호전된다고 한다. 반면에 의무도 잊고 남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도덕적인 면에 무관심해지는가 하면, 경망하고 유치한 행동을 잘하게 된다.

 

또한 중대한 일을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기도 하며, 주의가 산만하여 어떤 확고한 계획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고 그저 되는 대로 자극에 따라 행동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현재는 정신병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 전두엽 절제술을 시행하는 경우는 없다. 이와 같이 전두엽 부위는 주위를 집중하여 어떤 목적을 지향한 의지적 활동을 일관성 있게 수행하는데 관련이 있으며, 정교한 사고나 예측을 하는 데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위다.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포스터 주인공 잭닉콜슨은 영화에서 정신병 치료를 위해 전두엽 절제술을 받았다. <출처: 네이버 영화>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3~6세 사이인 유치원 시절에 전두엽이 일생 중에서 가장 빠르게 발달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단순 반복적인 지식교육보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도덕성 및 인성 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옛말을 가슴에 깊이 새겨 아이들에게 단순한 지적 교육보다 인간성 교육을 시키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큰창자는 물과 일부 비타민을 흡수하는 기능 외에 대변이 배출될 때까지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영양소를 비롯하여 사람의 몸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물은 소화기관을 거쳐 가면서 모두 흡수되었으니, 대변은 몸에 전혀 쓸모가 없는 노폐물로 취급된다.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이니 사람들은 진화 과정에서 대변을 기피하게 되었고, 그 결과 대변 냄새를 맡거나 모양을 보기만 해도 혐오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대변은 인체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변이 너무 빨리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설사나 필요 이상으로 큰창자에 오래 머물고 있는 변비가 모두 몸에 뭔가 이상이 있음을 나타낼 수 있고, 색깔이나 모양이 평소와 다르게 변하는 현상도 건강이 잘 유지되지 못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아무리 힘을 줘도 배출이 안 되는 경우, 변비라고 한다

대변이 제때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으면 큰창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체류시간이 길어지면 큰창자에서는 한 방울의 물이라도 더 흡수하므로 대변이 점점 딱딱하게 된다. 대변이 큰창자에 오래 머무는 현상을 변비라 하는데, 변비가 생기면 큰창자에 대변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물을 점점 더 많이 흡수하여 배변이 더욱 힘들어진다. 결국 변비는 그 자체로 변비를 더 심하게 하는 것이다.

 

흔히 하루에 한 번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화장실에 얼마나 자주 가는 것이 정상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크다. 며칠째 배변을 하지 못해 뱃속에 대변이 꽉 차서 배출 욕구가 있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배출이 안 되는 경우를 변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태어나서부터 줄곧 3일에 한 번씩 배변을 한 경우에는 3일간 배변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변비라 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힘을 줘도 나오지 않는 변비의 고통(왼쪽), x선으로 본 어린 아이의 변비 (오른쪽)
<출처: Jmh649 at en.wikipedia.com> (오른쪽)

 

 

변비에서 배변 간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변의 상태다. 만약 대변이 무른 상태로 쉽게 빠져나간다면 변비에 의한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딱딱한 상태의 대변이 큰창자에 머물러 있게 되면 창자벽을 자극하게 된다.  딱딱한 덩어리가 창자 벽을 누르면 주변의 혈관이 눌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대변이 들어찬 부위 주변의 혈액순환이 나빠진다. 혈액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으면 주변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와 영양분을 적절히 공급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치핵으로 발전할 수도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려면 변비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 습관적으로 책이나 신문을 들고 들어가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권장할 일이 못 된다. 읽는 일에 열중하다 보면 더 이상 앉아 있을 필요가 없는데도 오래 앉아 있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며, 배변을 마친 후에도 계속해서 힘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변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치핵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일이 끝났으면 얼른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좋다.

 

 

변비는 약으로 치료하기 보다 섬유질 음식 섭취로 벗어나는 편이 좋다

 

 

최근에는 좋은 약이 많이 개발되어 있으므로 변비는 약으로 비교적 쉽게 해결 가능하다. 변비약은 작용기전에 따라 큰창자의 운동을 활발히 하게 하여 창자로 들어온 내용물이 빨리 빠져나가게 하는 약과 대변을 부풀어오르게 하여 잘 빠져나가게 하는 약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변비약은 아주 배변이 곤란할 때만 한시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습관적으로 변비를 약으로 해결하다 보면 큰창자가 약에 적응하여 더 이상 운동을 하지 않고 버티게 되므로 기능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주인이 주는 음식을 받아먹고 자란 동물이 야생에서 견디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다.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섬유질이 포함된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된다. 섬유가 가늘고 긴 모양을 하고 있듯이 영양소나 몸의 구조를 이야기할 때 섬유라는 말이 나오면 분자구조가 가늘고 긴 모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섬유질은 주로 식물성 음식에 많이 들어 있다. 탄수화물이나 지방과 비교하면 포만감도 느끼지 못하고, 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도 하지 못하므로 먹어봐야 힘을 쓸 수는 없지만, 몸 속에 쌓여 있는 노폐물을 청소하는 기능을 한다.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변비를 예방할 수 있다.

 

 

 

큰창자에서 대변이 형성될 때 대변을 무르게 하여 변비가 생기지 않고 잘 빠져나가게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섬유질이 많이 포함된 음식으로는 채소, 과일, 버섯, 곡류, 해조류 등이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식습관은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잘 적응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서구식 식습관이 광범위하게 접목되면서 변비로 고생하는 분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음식의  섬유질 함량을 따져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큰창자에서 제대로 물이 흡수되지 못하면, 설사가 된다

 

 

설사의 주 원인인 콜레라균


대변이 큰창자 내에 오래 머물러서 생기는 현상이 변비라면 설사는 대변이 작은창자에서부터 큰창자를 지나 항문으로 빠져나갈 때까지 너무 빨리 지나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따라서 소화과정에 있는 음식이 몸에 흡수될 시간이 없음은 물론 큰창자에서 물을 흡수할 수도 없으므로 물이 많이 포함된 대변이 배출되는 것이다. 설사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몸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오는 것이다. 음식에 독소와 같이 몸에 해로운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거나, 음식에 오염된 세균이 작은창자에 도달하여 몸에 해로운 물질을 생산하는 경우, 또 작은창자에 들어온 세균의 수가 많아서 이들이 창자 벽을 자극하는 경우 등이 설사의 원인이 된다.


흔히 수인성전염병이라 하여 오염된 물을 마실 때 사람의 몸 속으로 미생물 병원체가 침입하여 발생하는 콜레라이질은 물 같은 설사를 특징으로 한다. 이 때 빠져나가는 물의 양은 섭취한 양보다 더 많으므로 물을 보충해 주지 않으면 탈수증세가 일어날 수 있다. 자기의사를 확실히 표현하지 못하는 아기들이 설사를 심하게 하는 경우 물을 보충하지 않으면 피가 뻑뻑해져서 흐름이 원활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대변의 색이나 모양으로 내 몸의 건강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정상적인 대변의 색깔은 무엇일까? 개인에 따라 조금 다르게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누렇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정상적인 경우에도 색깔이 조금 더 짙어진다거나 더 밝아져 노란빛을 띨 수 있으며, 배변 후 자신의 대변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모르고 있는 질병이 몸 속에서 자라고 있는 것을 찾아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대변색이 누런 것은 적혈구가 수명을 다하여 깨지면서 흘러나온 헤모글로빈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빌리루빈의 색이 노랗기 때문이다. 지난 글의 “창자간순환”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헤모글로빈이 깨지면서 분해된 이 대사되어 생겨나는 빌리루빈은 간으로 가서 처리되어야 하나 이중 일부가 간으로부터 창자로 흘러 들어와 대변색을 노랗게 한다. 참고로 얼굴이 노랗게 바뀌는 황달은 빌리루빈이 대사되지 못하고 온몸을 돌아다니다 얼굴에 축적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대변이 빨간 것은 항문이나 큰 창자 아랫부분에 피가 흐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치핵이 생겼거나 큰창자에 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손상이 생긴 경우 배변 과정에서 피가 묻어 나오므로 대변이 빨간색이 된다. 대변이 까만 색이라면 위나 샘창자 부위에 출혈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출혈에 의해 소화기관으로 흘러 들어온 피가 창자를 지나가면서 피 속의 내용물이 대사되고 나면 대변이 까만색으로 바뀌는 것이다. 심한 위궤양에 의해 위벽이 갈라져 주변의 모세혈관으로부터 피가 흘러나오는 것이 검정색 대변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빨간색이든, 검정색이든 대변색을 통해 출혈이 의심되는 경우 즉시 병원에 가서 출혈의 원인을 찾아내고 처치해야 더 큰 질병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참고로 대변의 모양도 질병을 보여줄 때가 있다. 대변이 가래떡 모양으로 빠져 나오지 않고 반달모양으로 빠져 나온다면 큰창자에 종양이 생겨서 대변이 나오는 길을 막고 있음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즉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큰창자 내의 대장균이 대변과 방귀 냄새의 원인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말이 있다. 대변을 피하는 것은 더러워서이기도 하지만 냄새가 싫어서이기도 할 것이다. 훨씬 더 잘 하는 사람 앞에서 까불지 말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똥차 앞에서 방귀 끼나?”라는 말도 맡고 싶지 않은 대변의 냄새를 반영한 말이다. 대변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큰창자에 살고 있는 세균(주로 대장균) 때문이다. 이들 세균은 음식물에 포함된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인돌, 스카톨, 황화수소 등을 생산하며 이와 같은 물질이 대변냄새를 결정한다. 냄새가 독하다는 것은 대장균의 활동이 활발하다는 뜻이다. 단백질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먹으면 냄새를 풍길 재료가 많아지므로 초식동물보다는 육식동물이, 동양인보다는 서양인의 대변냄새가 더 강하다.

 

방귀는 몸에서 필요 없는 물질을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이므로 참는 것은 몸에 좋지 않다. 참고 있으면 기체들이 혈액으로 녹아 들어가 온몸을 떠돌아다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방귀에는 메탄가스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방귀에 불이 붙을 수도 있다. 최근에 환경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보다 가축들이 내뿜는 기체와 가축을 키우기 위해 목초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잘려 나가는 나무가 더 심각한 문제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건강도 유지하고 지구환경도 개선하려면 육식보다는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주위에 입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와 같이 사는 가족들은 물론이고 수시로 그와 맞대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직장 동료들도 힘이 들겠지만, 뭐니뭐니해도 제일 견디기 힘든 건 그의 연인일 거다. 초기에는 설레임 때문에 모를 수도 있지만, 좀 더 지나면 그 냄새 때문에 키스를 하는 게 고역일 거다. 여자 친구가 한사코 “다음에 하자”고 키스를 거부한다면, 본인에게 입 냄새가 나는 건 아닌지 한번 맡아볼 필요가 있다. 입 냄새는 대체 왜 나는 것이며, 고칠 수는 있는 것일까?

 

 

입 냄새는 사람의 입에서 불유쾌한 냄새가 나는 것을 말한다

입 냄새는 어려운 말로는 구취(口臭), 영어로는 halitosis, 좀 쉽게bad breath라고도 하는데, 이유가 뭐든 간에 어떤 사람의 입에서 불유쾌한 냄새가 나는 걸 말한다. 양파처럼 냄새가 심한 음식을 먹거나, 틀니를 덜 씻었거나, 담배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냄새가 나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병적인 상태에 의해 냄새가 계속 난다면 문제다. 전신질환에 의해서도 입 냄새가 날 수 있지만, 입 냄새의 90%는 입 안에 문제가 있어서 생긴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는 분명 아닐지라도, 그 고통이 죽음에 필적한다는 왕따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혼자 고민하지 말고 신속하게 병원에 가보는 게 좋다.

 

자기야~ 키스하기 전, 양치는 해야 하는 거 아닐까?(왼쪽), 성인의 1/4이 입 냄새 환자로 분류된다.(오른쪽)

 

 

막 일어났을 때라든지, 마늘이나 양파를 먹어서 냄새가 나는 걸 포함하면 입 냄새로부터 자유로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입 냄새라는 것도 기준이 참 애매한지라 이에 대한 조사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꾸준하게 냄새가 나고, 그걸 다른 사람이 알아채는 정도의 환자에 국한한다면 대략 성인의 4분의 1 정도가 입 냄새 환자로 분류된단다. 이렇게나 많은가 싶지만, 주위 사람들 중 입 냄새가 심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면 이 통계가 과장이 아님을 납득할 수 있을 거다. 미야자키 (Miyazaki H.)라는 사람은 2,672명을 조사한 결과 늦은 아침이 가장 입 냄새가 심했고, 늦은 오후가 그 다음이었다. 입 냄새가 제일 안 날 때는 오후 초반부라고 하니, 입 냄새가 심한 사람을 만날 일이 있다면 오전 11시경보다는 오후 1시경을 택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

 

 

입 냄새는 90%가 입 안에 문제가 있어서 발생한다

전신적인 질환에 의한 경우는 10%에 불과하며, 나머지 90%가 입 안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입 안의 혐기성 세균이 입 안에 있는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내는 휘발성 황화합물이 입 밖으로 나가 냄새를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세균들은 어디서 그런 물질들을 만들어 낼까?

 

 

 

1) 혀

입 냄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장소는 바로 혀다. 특히 혓바닥 뒤쪽은 입 냄새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말라 있고 잘 안 씻는 부위라 세균이 창궐하기 쉽다. 이 세균들이 황화수소같은 ‘휘발성 황화합물’을 신나게 만들어내 입 냄새가 난다. 박하라든지 분무기(mouth spray), 구강 청정제 같은 것은 일시적으로 냄새를 줄여줄 수는 있어도 치료는 되지 못하는데, 혀로 인한 입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혀 스크레이퍼(tongue scraper), 세균을 제거해 주는 좋은 기구인 이 방법을 이용하면 입 냄새의 70% 정도가 줄어든다고 한다. 귀찮고 구역질이 좀 난다 해도 왕따가 되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겠는가?


 

혀스크레이퍼로 혀 안쪽까지 긁어내면, 입 냄새를 줄일 수 있다.
<출처: Niro5 at en. wikipedia.com>

 

 

 

2) 잇몸

잇몸질환도 입 냄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빨 표면에는 수시로 세균이 달라붙는데, 이 세균들이 막처럼 모인 걸 ‘플라크(plaque)'라고 한다. 이 플라크가 잇몸을 자극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고, 이게 수 일 내 제거되지 않으면 침 속에 있는 칼슘과 인 같은 무기물이 침착 되어 석회화가 일어난다. 이렇게 석회화가 일어난 걸 치석이라고 부르고, 치석은 다시 플라크의 생성을 촉진해 잇몸의 건강을 위협한다. 치석은 이를 열심히 닦아도 제거되지 않고, 스케일링을 해야 없어진다. 잇몸질환이 입 냄새와 무관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잇몸이 안 좋은 사람치고 입 냄새가 좋은 사람이 없다는 걸 상기하며 열심히 이를 닦자. 그리고 일년에 한번씩은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을 받자. 입 냄새도 입 냄새지만, 잇몸이 나빠져 이가 다 빠지고 난 뒤 “아아, 그래서 사람들이 스케일링, 스케일링 했구나!”라고 뒤늦게 탄식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3) 코

사람의 얼굴에는 부비동이라는 공기가 찬 방이 있는데, 거기 염증이 생긴 걸 부비동염, 즉 축농증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이 숨을 쉬면 콧구멍을 빠져나간 공기가 자극성의 냄새를 야기한다. 엄밀히 말해 입 냄새는 아니지만, 가까이 하고 싶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4) 편도선

편도선도 입 냄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편도선에 있는 작은 구멍들에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이 뭉쳐서 쌀알 크기의 작고 노란 알갱이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편도결석이라고 한다. 이 경우 아주 냄새가 고약하다. 만성 편도선염을 앓는 사람에게 흔하며, 양치질을 하다가 노란 알갱이가 튀어나오면 편도결석을 의심해 보자.

 

5) 위

옆 사람이 내뱉은 트림에 시달려 본 경험은 다들 있을 거다. 트림은 공기가 위 속으로 들어가서 생기는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공기에 위 내용물이나 위산 등이 같이 배출되어 형언할 수 없는 냄새를 유발할 수 있다.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긴 해도, 지나치게 잦으면 약물치료를 받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드물기는 해도 위에서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하는 경우 입 냄새가 난다.

 

6) 전신질환

전신질환으로 입 냄새가 나는 건 드문 경우지만, 만성 간질환, 폐나 기관지의 감염성 질환, 신부전 때도 입 냄새가 날 수 있고, 당뇨병에 걸렸을 때는 ‘케톤체’라는 게 만들어져 냄새를 유발하기도 한다.

 

 

입 냄새가 난다고 좌절하지 말자. 입 냄새는 치료가 되는 질환이니까…

 

 

입 냄새의 측정은 코로 맡아보는 방법을 사용한다.


 

입 냄새가 나는 경우 대부분 주위 사람이나 자기 자신이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간혹 입 냄새가 난다고 느끼는데 실제는 안 나는 사람도 있고, 냄새가 나는 걸 자신만 모르는 경우도 있다. 입 냄새의 측정은 대개 코로 맡아보는 방법을 쓰며, 휘발성 황화합물을 측정하는 것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냄새가 난다 싶으면 의학적, 치의학적 상담을 하고, 입 안을 자세히 살펴봐 원인을 찾도록 한다. 다른 질병이 없을 경우 입 냄새의 치료는 입 속 세균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혀를 깨끗이 닦는 게 특히 중요하다. 항생제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논문에는 입 냄새가 나는 사람에게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당부해 놨다.

 

     1. 입 냄새를 걱정하느라 삶을 낭비하지 말아라.
     2. 절대 좌절하지 말아라.
     3. 커피를 많이 마시지 말아라.
     4. 혀를 너무 열심히 닦다가 상처를 내지 말아라.
     5. 이는 안 닦으면서 가글만 하지 말아라.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좌절하지 말 것”이다. 입 냄새는 치료가 되는 질환이니까.

인간의 뇌는 생명이 깃드는 순간부터 성장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단순히 신경세포(뉴런)의 수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가 커지고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 가지가 치밀하게 되고 두터워지는 것이다. 뇌에 들어온 ‘신호’는 뇌 세포 사이를 연결해주는 신경회로가 담당하여 전달하며, 신호를 처리하는 복잡하고 정교한 시냅스 네트워크가 완성되면 비로소 ‘지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지능의 높고 낮음은 뇌의 단순한 무게나 크기보다는 시냅스 가지가 잘 발달되었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다

 

 

지능은 정교한 시냅스 네트워크의 발달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뇌의 조직화가 이뤄지기 시작하는 시기는 임신 6개월이 지나서부터다. 이 시기에는 매일 약 5천~6천만 개의 뇌세포가 만들어질 정도로 뇌세포의 발육이 급격하게 진행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신생아는 1,000억 개가 넘는 뇌세포를 가지고 태어난다. 뇌의 구조는 유전자로 결정되지만 시냅스 수나 정보전달의 종류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해서, 지능의 틀은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그 내용물을 결정짓는 미세한 구조와 기능은 교육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므로 지능은 유전과 환경의 상호 작용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시냅스의 네트워크 발달로 지능을 가지게 된다.

 

 

 

임신 초기부터 출산 이후까지 태아의 뇌는 지속적으로 발달한다

1개월 – 벌써 기본적인 뇌 구조가 형성된다
임신여부를 처음으로 알 수 있는 4주째에 벌써 기본적인 뇌의 3층 구조(1층: 후뇌, 2층: 중뇌, 3층: 전뇌)가 형성된다.

 

3개월 - 서서히 기억력이 생긴다
임신 3개월에 접어들면 머리, 몸통, 팔, 다리 구분이 명확해지고 뇌 또한 제 모습을 갖추어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태아는 외부의 자극을 차츰 기억하게 되는데 아직 성인과 같은 기억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엄마의 행동에 의해 어떤 자극을 받게 되면 그것이 뇌에 전달되어 흔적을 남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 엄마는 술이나 담배는 절대 입에 대서는 안 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하고 받은 스트레스는 적극적으로 해소하도록 해야 한다.

 

5개월 -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조용히 있던 태아가 이때부터는 양수 안에서 발을 움직이며 활발하게 운동을 한다. 이 시기가 되면 태아의 뇌는 80% 이상 발달한다. 특히 청각이 발달하여 외부에서 들려오는 높고 낮은 소리를 들을 수 있으나, 그 소리의 의미는 이해하지 못하다. 따라서 큰소리로 싸우는 일은 삼가야 하며 산모의 감정을 즐겁게 평온하게 하는 것이 좋다.

 

7개월 - 감정을 발차기로 표현한다
이때 바깥 소리에 대한 선호가 생기는데 7개월째인 태아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엄마의 부드러운 목소리다. 또 아름다운 음악이나 새소리, 곤충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가 들려오면 움직이던 것을 멈추고 조용히 감상한다. 외부에 대한 반응도 재빨라져서 엄마가 배를 두드리면 발로 두드리는 곳을 차서 반응을 보인다.

 

8개월 - 단기 기억이 형성되기 시작하며 소리의 강약을 구분한다
일부 단기기억이 형성되어 수분에서 수시간 동안 단순 정보를 기억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고 그 의미를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이때부터 태아에 가해지는 좋지 않은 스트레스는 태아 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때에는 소리의 강약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 엄마 목소리의 강약에 따라 엄마의 기분을 알아챈다. 그러므로 엄마가 즐겁고 행복하면 그에 맞춰 아이도 편안하게 놀게 된다.

 

10개월 - 머리를 골반에 두고 나올 준비를 한다
이 시기의 태아는 본능적으로 바깥세상으로 나가야 될 때가 다가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툭툭 차대던 발길질도 멈추고 몸을 작게 오므린 다음 머리를 아래쪽의 골반에 두고 나올 준비를 하게 된다.

 

 

태아의 두뇌 계발을 위해, 태중 환경이 중요하다

1. 뇌 발달에 필요한 신선한 공기를 마셔야 한다

태아의 뇌는 임신 4~6개월 사이에 주로 발달하는데 특히 이 시기에 사고(지성의 뇌), 감정(정서의 뇌, 동물의 뇌), 운동중추가 있는 대뇌피질 부분이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태아는 태반을 통해 엄마로부터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으며, 뇌는 우리 신체 가운데 산소공급에 가장 민감하다. 뇌가 활발하게 발육되는 이 시기에 산소와 영양분을 풍부하게 공급받으면,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머리가 좋은 아이, 뇌가 잘 발달된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사람의 뇌는 2~3분 동안만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신경세포의 손상이 나타나서 의식을 잃거나 죽게 된다. 그러므로 태아에게는 무엇보다 산소와 적절한 영양분 공급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명심하여, 임신부는 공기가 맑은 공원이나 숲 속을 산책하면서 태아에게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임산부는 맑은 공기를 마셔서, 태아에게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줘야 한다.

 

 

특히 신선한 공기는 뇌 발달과 정보전달에 중요한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의 합성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하는 산책은 태아의 뇌 발육에 필수적인 산소를 원활하게 공급할 뿐만 아니라 모체 내의 혈액 순환을 도와주며, 스트레스를 이완시켜 맑은 정신과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므로 임신부에게는 신선한 자연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는 것이 어떤 보약보다도 좋다.

 

 

 

2. 태아와 임신부 모두 3대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해야 한다

뇌신경세포가 발달하려면 신경전달물질의 원료가 되는 단백질, 뇌세포가 움직이는 에너지 원인 탄수화물, 세포막을 만드는 지방, 즉 3대 영양소의 고른 섭취가 필수이다. 생후 2년 이내에 단백질 영양불량으로 사망한 아이 9명의 뇌를 해부해 건강한 아이와 비교해본 결과, 뇌의 중량, 단백질, 핵산 함량이 적었다고 한다. 또 생후 초기에 단백질 부족은 뇌세포 수를 감소시키고,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뇌세포로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우유, 콩, 생선, 치즈, 달걀, 두부, 육류 등 단백질 함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하는 게 좋다.

 

탄수화물은 뇌세포가 움직이는 유일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적절한 공급은 필수적이다. 지방은 뇌 세포막과 소기관 형성에 없어서는 안될 물질이며 모든 장기 가운데 뇌 세포에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3대 영양소의 고른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


임산부는 음식을 가리지 말고 3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태아에 좋다.

 

 

 

신경전달물질 합성의 조력자 ‘비타민 B군
비타민 B군이 부족하면 성격이 급해지고 기억력이 떨어진다. 뇌세포의 추진력과 억제력의 바탕이 되는 것은 신경전달물질의 원료가 되는 아미노산인데, 아미노산이 신경전달물질로 합성되기 위해서는 합성의 보조효소로 작용하는 비타민 B군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활성산소와 노폐물 억제 ‘비타민 A, C, E
세포가 건강하려면 노폐물이 없어야 하는데 두뇌도 마찬가지다. 두뇌의 노폐물 제거는 두뇌활동의 활동성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곡류 단백질과 비타민 A, C, E는 산소가 지방산과 화합하여 생기는 노폐물인 과산화물이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세 가지가 힘을 합쳐 산화방지제(항산화제) 역할을 하여 뇌의 노폐물을 제거한다.

 

3. 뇌세포 파괴할 수 있는 카페인이 포함된 식품이나 마약은 피해야 한다

술이나 담배는 태아의 뇌세포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피해야 한다. 임신 중 섭취는 뇌 발육을 억제하여 소뇌증(작은 뇌)을 야기한다(태아알코올증후군). 커피, 코코아, 콜라 등의 카페인 제품의 경우 혈관수축을 가져와서 태아 산소 공급을 저해하고, 철분과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태아에게 공급되는 영양분까지 차단할 수 있다. 산소 차단은 두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마약의 경우 태아의 뇌에 직접적인 손상을 주어서 정신박약아를 낳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4. 임신부가 받은 스트레스는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다
엄마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엄마의 혈액 내에 증가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스테로이드, 아드레날린, 베타엔도르핀이 뇌 발달을 억제 시킬 수 있고 자궁 근육을 수축시켜 태아에게 전해지는 혈류량을 떨어뜨린다. 이 때문에 산소와 영양분의 충분한 공급이 차단되어 태아의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게 된다. 또한 엄마의 스트레스는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이로 인해 태아가 긴장감과 흥분상태를 빈번하게 겪을 경우 자폐증과 같은 정신신경장애, 소아당뇨병, 고혈압 등이 발생될 수 있으며, 태아의 신체 중 유난히 큰 부분인 부신이 쉽게 피로해지게 되므로 심할 경우 뇌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풍진에 걸린 아이의 등
<출처: Patho at en.wikipedia.com>


5. 감염은 기형의 원인: 신종플루, 풍진에 감염되지 않도록 특별히 조심해야
흔히 임신을 하게 되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말고 몸조심, 마음 조심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마음가짐, 몸가짐을 조심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전염병이 쉽게 옮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최근 신종플루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이 신종플루에 임신부가 감염되면 임신부의 생명도 위태로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산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산모의 고열증상은 태아에게도 선천성 기형과 사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는 될 수 있는 한 가지 않는 것이 좋다. 고위험군인 임신부가 예방접종을 받게 되면 임신부의 항체 생성을 도울 뿐 아니라, 태아에게 항체를 전달해 분만 이후 신생아의 감염을 예방해준다. 모든 임신부는 고위험군으로 신종플루가 확진 되거나 의심되는 경우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를 투여하는 것이 태아와 임신부 모두에게 좋다. 타미플루는 태아의 선천성 기형 발생율을 높이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치사율은 일반 독감보다 낮은 0.1%미만이지만 특히 면역기능이 약한 임신부, 영유아들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영양상태를 유지하면서 충분히 수면과 휴식을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임신부가 풍진을 앓게 되면 태아는 심장에 이상이 생기거나 시력이나 청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감염으로 병균이 태아의 뇌에 들어가 정신 지체를 유발시키는 경우도 약 2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풍진이 유행한다면 외출을 삼가고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가족 가운데 풍진 환자가 있을 때는 감마 글로불린 주사를 맞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특히 중추신경계의 장애가 심하게 일어나서 시력 장애가 오거나 심한 경우 사망할 수도 있으므로 임신부는 항상 조심하여야 한다.

 

1000억 개가 넘는 뇌세포가 태아 시기에 모두 만들어지므로, 이 시기의 임신부는 신선한 공기 속에서 3대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하면서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지내는 것이 건강한 아이를 낳는데 가장 중요하다.

암이란 우리 몸에 전혀 필요 없는 세포가 덩어리를 이루며 계속 자라나는 질병이다. 암이 생기면 주변부를 계속 침범하여 다른 정상적인 기능을 못하게 하므로 결국에는 인체가 제 기능을 못해 죽음에 이르게 된다. 대장암(큰창자암)은 결장(잘록창자)과 직장(곧창자)에 발생하는 암을 합쳐서 일컫는 말이다. 대장에는 맹장(막창자)도 포함되지만 막창자에서는 암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인 대장암

오늘날 암은 우리나라에서 사망원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전체 인구의 40% 이상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같은 암이라 해도 종류별로 치료 가능성이 다르므로 발생환자 수와 사망자 수 사이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2006년 보건복지가족부의 발표에 따르면, 전체 암 환자 중 대장암으로 사망하는 비율은 폐암(21.4%, 이하 전체 암에서의 해당 암의 분율), 간암(16.6%), 위암(16.4%)에 이어 네 번째인 9.5%를 기록하였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12.8명이 대장암으로 사망한다는 뜻으로, 2006년 한 해에만 6,277명이 대장암으로 사망하였다.

 


대장암의 발생 요인으로 음식과 유전자 변이를 가장 크게 꼽을 수 있다

 

모든 질병은 예방이 최선의 방어책이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대장암 발병과 관련된 요인을 알아야 한다. 환경적 요인으로 대장암과 가장 관련 있는 것은 음식이다. 동물성 지방과 같이 포화 지방이 포함된 음식을 섭취하면 대장암 발생가능성이 증가하므로 붉은 고기(쇠고기, 돼지고기 등)의 섭취는 피해야 한다. 또한 섬유질이 적은 음식, 가공 정제된 음식, 알코올 등이 대장암을 잘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조리 방법도 중요한데, 굽거나 튀기는 음식이 다른 경우보다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전체 대장암의 약 15~20%는 유전적 소인과 관계가 있다. 1980년대부터 유전자의 변이가 암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제시되었는데, 수많은 암 중에서 유전자 변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암을 발생시키는가 하는 과정에 대해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바로 대장암이다. 가족 중에 선종(腺腫, adenoma)성 용종(polyp)을 가진 사람이 있거나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Hereditary Non-Polyposis Colorectal Cancer)이 있는 경우 직계가족의 대장암 발병위험이 2~3배 증가한다.


대장암 세포를 2000배 확대한 사진

 

 

 

또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씨병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여 대장암 발생확률이 4~20배 증가한다. 염증성 장 질환에 의한 대장암은 다른 원인에 의한 대장암보다 20~30년 일찍 발병하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직업이든 취미생활이든 육체적 활동량이 많은 분들은 결장암 발생 위험이 낮고, 50세 이상에서는 발생빈도가 크게 증가한다.

 

 

대장암의 전초신호인 선종성 용종, 정기검진으로 발견하여 제거해야 한다

 

 

대장에 생긴 용종(Polyp)
<출처: Stephen Holland at en.wikipedia.com>


용종은 필요 없는 세포의 덩어리라 정의할 수 있다. 가족 중에 선종성 용종이 있으면 대장암 발생 가능성이 높으며, 본인이 선종성 용종이 있을 경우에는 오래지 않아 대장암으로 발전한다. 선종성 용종의 경우 크기가 클수록(표면 지름이 1.0cm 이상), 세포의 모양이 정상과 다르게 변하는 경우 특히, 융모(絨毛; villous)같은 모양을 보일수록 암으로 발전하는 시간이 짧아진다. 용종은 대장 외에 위, 자궁, 방광 등에서 생길 수 있으며, 대장에 용종이 생기면 결국에는 암으로 발전하는 것이 문제다. 같은 용종이라도 염증성이나 증식성 용종은 암으로 발전하지 않으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용종을 예방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은 없으므로 정기검사를 통해 용종이 생겼는지를 확인하여, 혹시 생겨났으면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용종은 한 개인 경우도 있지만, 수십 개가 동시에 생겨나는 다발성인 경우에는, 수술이 어려우므로 약으로 치료해야 한다. 50세를 넘기면 대장암 조기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정기검진 방법은 내시경을 항문으로 넣어 용종이 생겼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일단 용종이 발견되면 종류나 모양에 관계없이 그냥 제거하는 편이 후환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음식과 대장암의 발생에 대한 연관 관계

 

 

음식과 대장암 위험도에 대한 연구결과를 몇 가지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칼로리 섭취량이 많아질수록, 혹은 비만일수록 대장암 위험도가 높아진다.

 

2. 붉은 고기, 고단백질, 고지방 식습관이 대장암 위험도를 높인다. 아마도 고칼로리 식재료를 튀기고, 굽고, 훈제하는 요리 방법이 대장암 발생을 증가시키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3. 섬유질 자체는 대장암에 대한 예방 효과가 없다. 하지만, 섬유질 음식이 대장암 발생을 감소시키는 이유는 포만감을 주어 총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항산화 물질을 포함하여, 인체 대사과정에서 생겨나는, 몸에 해로운 중간대사물질을 제거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4. 신선한 과일과 채소 섭취는 대장암 예방 효과를 지닌다.


튀긴 음식이 먹음직스럽기는 하지만, 대장암의 발생 가능성을 높여준다.

 

 

 

5. 칼슘 섭취는 대장암의 위험도를 낮춘다. 칼슘은 담즙산, 지방산과 결합하여 담즙산이나 지방산이 대장 상피세포에 유해하게 작용하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


6. 흡연은 대장 선종과 대장암의 위험을 높이고, 과도한 음주는 직장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대장암은 조기에 진단하면 치료할 수 있다

대변이 가래떡 모양으로 둥글고 길게 나오지 않고 어느 한 부분이 납작한 모양이면 항문 안쪽에 대변의 흐름을 막는 뭔가가 생겼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외에도 대변에 피가 묻어 나오거나 배변횟수와 모양의 변화를 포함하여 배변습관이 바뀌는 경우, 대장에 이상이 있음을 의심할 수 있으며 때로는 용종이나 대장암에 의해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장암이 발생한 경우에는  피로감, 체중감소, 식욕이 없고 기운이 빠짐, 오심과 구토, 소화불량이 발생하며, 배에서 정상적으로 만져지지 않는 덩어리가 만져지곤 한다. 문제는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에 오는 경우, 혹시나 암이 발견될 경우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장암의 경우, 보통 암으로 발전하기 전 단계에서 문제를 발견하여 해결할 수 있다. 시기를 놓치면 치료할 수 있는 병이 불치의 병으로 바뀌게 되니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대장암에서도 조기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장암 조기검진을 위해 국립 암센터와 대한 대장항문학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50세 이상이신 분들은 5~10년에 한 번씩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가족력이 있다던가, 용종을 제거한 적이 있는 분, 염증성 장질환이 있는 분들은 더 짧은 주기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국립 암센터의 조기 검진에 대한 홈페이지를 참조하기 바란다.

 

 

암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치료 방법이 아니라 조기 진단임을 명심해야 한다

암은 종류에 관계없이 발견 당시 어느 정도 진행했느냐가 치료 전략 수립과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장암 치료방법은 다른 암과 비슷하며, 수술이 가능하다면 일단 수술로 암 주변부를 절제해야 한다. 1기에는 보통 수술로 암 조직을 떼어낸 후 재발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지속적인 검사를 하며, 2,3기에는 결장암의 경우 수술 후 항암제를 투여하고, 직장암의 경우에는 수술 후 항암제 투여와 더불어 방사선 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다. 4기에는 환자의 상태를 보아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수술, 항암제, 방사선 치료 등을 시행한다. 암은 진행되면 될수록 치료가 어려우므로, 중요한 것은 치료가 아니라 조기진단임을 명심하고 수시로 검진을 받아서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암으로 발전하기 전에 해결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골드리본, 대장암의 상징

골드리본은 대장암을 상징합니다. 대장의 모양을 형상화한 '골드리본'은 대장암 환자와 가족에게는 대장암 극복의 의지를, 일반인에게는 대장을 건강하게 지켜나가겠다는 마음을, 의료진에게는 국민들의 대장 건강을 위해 연구와 치료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되새겨 줄 것입니다.

 

대한대장항문학회 일반인을 위한 홈페이지

“불면증 때문에 너무 힘드네요. 잠을 잘 오게 하는 방법 좀 가르쳐 주세요.” 네이버 지식iN에는 불면증에 관한 질문이 무려 4만여 건이나 올라와 있다. 질문마다 몇 개씩 답이 달려 있음에도 계속 글이 올라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이 불면증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는 뜻이리라. 불면증은 왜 생기며, 치료법은 뭐가 있을까?

 

 

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을 못 자는 것을 불면증이라고 부른다

 

불면증은 수면이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일이 바빠서 잠을 못 자는 건 불면증이 아니고, 충분히 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을 못 자는 게 불면증이다. 잠이 들기 어렵거나, 자다가 자주 깬다든지, 너무 일찍 잠을 깨는 경우, 충분히 잤는데 계속 졸린 경우를 모두 불면증이라 부를 수 있다. 하루 3시간 밖에 못 자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옆집 아저씨는 불면증일까? 아니다. 불면증이라고 하려면 낮에 피곤하거나, 계속 조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면증은 그 용어 자체가 증상이기도 하고 진단명이기도 한데, 우리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많은 상황이 불면증을 유발하므로 진단을 내리기 애매한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우울증으로 인해 잠을 못 자는 경우, 우울증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불면증이라고 진단해야 할까? 답은 ‘우울증으로 인한 불면증’이다. 너무 뻔한가? 아무튼 이런저런 원인으로 인해 잠을 못 자는 걸 이차성 불면증이라고 하고, 불면증이 최소한 한달 이상 계속되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를 일차성 불면증이라고 한다.

원인 모르게 한달 이상 잠이 오지 않는 경우를 일차성 불면증이라고 한다.

 

 

 

 

불면증의 종류와 원인은 다양하다

1. 적응성 불면증
영화 <불면증(insomnia)>에서 형사로 나오는 알 파치노백야 현상, 즉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알래스카의 특수한 환경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한다. 이런 걸 의학에선 ‘적응성 불면증(adjustment insomnia)’라고 부르며, 낯선 곳에 갔다든지, 시차가 바뀌었다든지 하는 이유로 잠을 못 자는 것도 다 ‘적응성 불면증’에 속한다. 실연을 당한 것도 이 범주에 속하며,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가 제거되면 금방 회복이 된다. 한편 ‘부적절한 수면위생’으로 인해 불면증이 올 수도 있다. 이건 기차역 앞에 살거나 같이 자는 사람이 코를 심하게 골아서 잠을 못 자는 걸 말하며, 이사를 가거나 코고는 사람과 따로 자는 것 밖에 도리가 없다. 교대로 야간근무를 하는 사람에서도 불면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 경우 야간 근무를 며칠씩 계속해서 시키지 않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

 

 

 

비행기 소음 수준의 코골이는 다른 사람의 적응성 불면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2. 약물 또는 알코올 의존성 수면장애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약물은 카페인이다. 카페인 복용 시 잠이 들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잠에서 자주 깬다. 커피 3~5잔만 마셔도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니 이런 증상이 있다면 카페인 섭취를 중단하는 게 좋다. 잠이 안 올 때 술을 먹는 사람이 있는데, 알코올은 당장 졸리게 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수면 후반기에 자주 깨게 되므로 불면증 환자에선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다. 항우울제도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

 

3. 하지 불안 증후군
이 환자들은 장딴지나 허벅지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하며, 이로 인해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 낮보다 밤이 더 심하므로, 당연히 수면에 지장을 초래한다. 도파민성 약제를 쓰면 잘 듣는다.

 

4. 정신질환과 관련된 불면증
정신과 환자의 80% 정도가 수면장애를 호소한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잠이 드는 게 어려우며, 잠이 들었다 해도 금방 깨게 된다. 조증이나 불안장애, 강박 신경증이 있을 때도 불면증이 찾아온다.

 

 

 

5. 내과적 질환과 관련된 불면증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리면 통증 때문에 잠을 잘 못 자게 된다. 천식이 있는 경우 밤에 더 증상이 심해져 잠자는 걸 방해한다. 이밖에 갑상선 기능 항진증, 위-식도 역류 등의 질환도 불면증을 유발한다. 요충에 걸린 아이들이 항문이 가려워 잠을 못 자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 4명 중 1명은 불면증 환자라는 놀라운 통계 조사가 있다

 

서구 여러 나라들의 조사 결과 성인의 10-30% 가량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고, 2007년 보고에 따르면 미국에만도 6400만 명의 불면증 환자가 있다고 한다. 여성, 고령, 우울증, 낮에 활동을 안 하는 것, 과다한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 불면증의 위험 인자라고 밝혀진 바 있다. 아시아 지역에 국한해 얘기하자면 싱가포르가 15.3%였고, 일본은 20세 이상에서 21.4%가 불면증을 겪는다고 조사되었다. 한국에선 5천명을 조사한 결과 22.8%가 불면증 환자였다. 여성(25.3%)이 남성(20.2%)보다 약간 높았고, 나이가 들수록 불면증이 증가하는 것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였다. 이런 통계들을 보면 잘 자는 것만 해도 커다란 행복이란 생각이 든다.

 

 

불면증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치료 방법도 다양하다

다른 질병으로 인해 불면증이 온 경우 그 질환을 치료하면 불면증이 개선될 수 있다. 원인을 모르는 일차성 불면증인 경우에도 수면위생을 개선하는 등의 비약물적 방법이 약물치료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수면제를 쓰면 내성과 의존성이 생길뿐더러 약을 끊은 경우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가급적이면 짧게 쓰는 게 좋다. <불면증과의 동침>의 저자 빌 헤이스(Bill Hayes)의 말이다. “이 알약들 덕분에 잠이 든 적도 많다. 하지만 내 몸은 절대 속지 않는다. 약효로 인한 수면과 자연스러운 잠의 차이점은...결국은 드러나게 돼 있다.” 

 

 

수면제를 사용하는 것은 내성, 의존성 그리고 금단증상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 (왼쪽)
침대는 잠을 자는 공간이다. TV나 책을 보는 다른 행동을 하는경우, 불면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른쪽)

 

 

1. 비약물적 방법
여러 종류의 행동치료가 나와 있는데, 대표적인 게 ‘침대에선 잠만 잔다’ 전략이다. 침대에서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 걸 일체 금하고, 다른 일도 해선 안 된다. 침대는 오직 잘 때만 올라간다. 침대에 누웠는데 20분이 지나도 잠이 안 오면?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다른 곳에 가서 활동을 하다가 잠을 잘 자신이 있을 때 다시 침대로 와야 한다. 아침에는 매일 같은 시각에 잠을 깨는 습관을 들이고, 낮잠은 피하는 게 좋다. 다소 역설적인 전략도 있다. 바로 ‘잠을 안 자려고 노력하기’ 불면증 환자들은 잠이 안 올까 봐 불안해하며,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데, 이 방법을 이용하면 그런 고통 없이 잘 수 있다는 거다. 이밖에 낮 시간에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따뜻한 물에서 몸을 이완시켜주는 것도 불면증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밤에 과식은 금물이다.

 

2. 약물적 방법
수면제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게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계통의 약으로, 쉽게 잠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밖에 진정제, 항우울제, 멜라토닌(melatonin), 항히스타민제 등이 쓰이고 있지만,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약들은 내성과 의존성, 금단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 <불면증과의 동침>의 일부를 인용해 본다. “전혀 졸리지 않는 밤이면 한밤중까지 기다리기보다 최대한 일찍 수면제를 먹어 불면증의 싹을 잘라 버렸다. 그리고 절대 사나흘 이상 연속으로 복용하지 말 것. 그렇지 않으면 의존성이 생기게 된다.”

 

불면증이 있는 경우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도 손해지만, 1년 이내에 우울증이 올 확률이 높아지고, 불안장애나 약물남용, 자살 등에 빠질 위험성도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니 불면증은 혼자서 고민해선 안 되는 큰 질병인 셈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1주 이상 잠이 안 올 때는 의사를 찾아 상담을 해보는 게 필요하다. 의사라고 해서 무조건 수면제를 권하는 건 아니며, 비약물적 방법을 먼저 권하니까 말이다.

인간의 뇌 구조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결정되지만, 지능을 결정하는 시냅스의 수나 정보 전달의 종류는 태아의 뇌가 형성되는 시기에 태내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태아의 두뇌 발달에 있어서 큰 영향을 주는 자궁 내 환경을 최상으로 만들어주는 태교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엄마의 행복은 아기의 행복, 엄마의 스트레스는 곧바로 태아의 스트레스

 

임신부와 태아는 태반을 통해서 거의 모든 부분을 같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임신하고 있을 때 엄마의 감정 상태가 태아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임신부가 흥분을 하거나 분노에 차 있으면 태아도 비슷한 흥분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것은 엄마가 스트레스로 긴장하여 감정 변화를 일으키면 엄마의 혈액 내로 증가한 스트레스 호르몬(아드레날린, 엔도르핀, 스테로이드)이 태반을 통과하여 태아에게 전해져서 태아에게도 똑같은 긴장감과 흥분 상태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아드레날린은 엄마의 자궁 근육을 수축시켜서 태아에게 전해지는 혈류량을 떨어뜨린다. 혈류량이 감소하여 산소와 영양분을 충분하게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 발달하고 있는 태아의 뇌 기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게 된다. 이런 아이는 성장하면서 지능 저하나 운동 장애를 나타낼 수도 있으며 정서가 불안한 아이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임신부가 즐겁고 명랑한 기분상태에 있으면 태아 뇌의 신경전달물질계가 자극되어 잘 발달하나 우울에 빠져 있으면 여러 신경전달물질계가 억제되어 발달이 더디게 된다.

 

그러므로 임신부는 항상 엄마의 감정 상태가 그대로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평온하고 바르게 가져야 하겠다. 우리는, 임신부가 정신적으로 심한 충격을 받았을 때 유산이 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본다.


임신상태에서의 스트레스는 태아에 좋지 않다. 엄마, 아빠, 가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매일매일 되풀이되는 엄마의 스트레스, 쉽게 흥분하는 감정 상태, 쓸데없는 욕심으로부터 오는 마음의 갈등 등은 엄마 자신뿐만 아니라 대를 이어 아이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부터 부모의 역할이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임신부는 물론 임신부의 감정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아기 아버지도 항상 평온한 마음과 자세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거운 감정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책을 읽어 주는 것과 같은 태교보다 더 중요하다.

 

 

두뇌가 발달하는 시기의 태아나 영유아에게 지나친 교육은 해가 될 수 있다

태아의 대뇌피질(지의 뇌)에는 시냅스 회로가 아주 엉성하여 지식을 이해하고 소리를 구분하여 이해하는 능력이 거의 발달되어 있지 않다. 태어나 1년 동안 영아들은 생소한 주위의 환경으로부터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많은 정보를 받기 때문에 하루 20시간 이상 잠을 자야 뇌가 회복되어 작동할 수 있다. 적어도 1년이 지나야 걸음마를 시작하고 엄마, 아빠 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따라서 영유아 시기에 과도한 지식 전달을 하게 되면 귀중한 아이의 뇌를 망가뜨릴 수 있다. 하물며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는 더욱 그렇다. 태아시절에는 6개월이 지나면 소리의 강약은 알 수 있지만 그 소리를 이해할 수는 없다. 뱃속에 있을 때 항상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소리는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이다.

 

 

아기는 충분히 잠을 자야 아기가 받은 정보를 소화할 수 있다. 귀엽다고 괜히 자는 아이를 건들지 말자.

 

 

태아는 실제로 뱃속에 있을 때 들을 수 있을까? 청각 기능은 시각 기능이 형성되는 것보다 약 두 달이나 빠른 임신 20주 쯤부터 형성되기 때문에 태아는 뱃속에 있을 때 실제로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신생아들은 처음에 큰 소리에 놀라는 반응으로 팔과 다리를 뻗는 동작을 해 보이지만 뱃속에 있을 때 듣던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면 젖을 더 빨리 빨고 안정을 찾는다고 한다. 아기들이 보채고 울 때 신경질적으로 큰 소리를 질러 보라. 그러면 아기들은 울음을 그치기는커녕 더 크게 운다. 그러나 아기들은 엄마의 목소리와 비슷한 낮은 목소리를 반복해서 들으면 울음을 그치게 된다. 실제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는 고음보다는 저음이 더 잘 전달되기 때문에 아기들이 부드러운 저음에 더 안정적으로 반응한다.

 

 

태아는 뱃속에서 엄마의 심장 고동소리를 듣고, 안정감을 느낀다

 

 

태아도 뱃속에서 외부의 자극을 느끼고, 반응한다.


뱃속에 있을 때 엄마의 심장 고동소리에 가장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은 마음이 우울하고 고통스러워 잠 못 이룰 때 엄마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엄마의 심장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평온해져 쉽게 잠이 들게 된다. 이처럼 엄마의 조용하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는 본인이나 주위 사람들뿐만 아니라 태아에게도 좋은 작용을 하여 태아 뇌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는 매일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 말 하거나 조용한 목소리로 유익한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좋다. 방금 태어난 신생아에게도 사랑스럽고 인자한 목소리나 태도를 보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기에서 명심해야 될 사실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보다는 사랑스러운 마음과 목소리의 전달이 태교나 유아교육에서는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신생아실에서 미숙아에게 조용한 음악을 틀어 주면 체중이 더 빠르게 증가한다고 한다. 신생아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큰 소리로 말하거나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는 잘못된 선입견은 버리고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태아에게 영어교육을 시킨다든지 수학교육을 시키는 것은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수학 공부하는 산모에게 스트레스를 주어 귀중한 아이 뇌 발달을 억제시킬 수 있다. 산모가 즐겁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임신 10개월을 보낼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태교이다. 영어공부, 수학공부를 가르치기보다 부부가 서로 합심하여 사랑하고 화합하는 노력이 더욱 좋은 태교이다.

 

 

 

 

음악 태교을 통하여 뇌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음악 태교로는 산모가 좋아하는 음악, 마음과 육체를 이완시키는 음악이 좋다. 아기의 청각 자극을 바탕으로 한 음악 태교는 두뇌 계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소리에 대한 감각이 발달하면 일찍부터 옹알이를 시작하고 말도 빨리 배우기 때문이다. 음악은 이에 더해 산모의 기분,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뇌 활성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켜 산모의 뇌를 발달시키며 태아의 뇌 발달에도 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주고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 산모를 통해 태아의 뇌 발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 편안한 정서 상태에 있을 때 우리의 뇌에는 느린 뇌파(7~13 사이클/초)인 알파파가 가장 잘 나타난다. 그러나 머리를 많이 쓰거나 행동할 때는 이보다 빠른 베타파(14~30사이클/초)가 나타나고, 새소리, 시냇물 소리, 바람소리, 파도소리, 낙엽이나 눈 밟는 소리 등과 같은 자연의 소리를 듣거나 수양을 할 때는 알파파가 잘 나온다.

 

최근 임신부에게 컴퓨터를 이용한 태아 심박동 검사를 실시한 후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면서 태아 심박동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자연의 소리를 들려준 후, 측정한 카오스 값이 현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자연의 소리 들려주기 전 : 0.76, 자연의 소리 들려준 후 : 0.91). 이 같은 결과는 자연의 소리에 의해 태아 심장의 건강한 생체신호가 의미 있게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자연의 소리에 의해 유도된 임신부의 편안한 정서가 태아의 신체 및 두뇌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과학적인 증거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임신부는 태아와 같이 자연의 소리를 듣거나 자연의 소리와 닮은 물리적 파동을 지닌 음악이나 임신부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스트레스가 없는 편안한 마음상태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콩 디즈니가 여름을 맞아 내놓은 새로운 놀이 기구인 UFO Zone에 사용되고 있는 물이 대장균에 오염되어 있다’ (2009년 7월 31일 홍콩의 한 신문)

 

이런 뉴스를 들으면 ‘마시는 물이 대장균에 오염되어 있다니 심각한 일이군! 이제부터 어떻게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장균이 포함된 물을 마신다고 질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대장균은 인간과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

유사 이래 인류와 함께 지내 온 대장균은 이미 사람의 큰창자(대장)에 완전히 적응된 상태라 할 수 있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자신에게도 손해라는 것을 아는 대장균은 사람의 몸에 해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사람의 몸도 대장균과 함께 사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이익이 되는 상태로 적응해 왔으므로 사람의 몸과 대장균은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공생이란 공존하는 것이 서로 도움이 되는 상태를 가리키므로 대장균이 몸에 들어오는 경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인체에 해가 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마시는 물에서 대장균이 발견되면 매스컴에서 크게 다루는 것은 대장균 자체가 위험해서가 아니라, 대장균이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이 대장균 아닌 다른 병원성 세균이 감염되었을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안전하다고 믿고 안심하고 마시던 물이 뭔지는 모르지만,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세균에 오염되어 있다고 하니 이제부터 어떤 위험한 세균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꽃과 벌의 공생관계처럼 사람과 대장균도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왼쪽)
대장균의 전자현미경 확대 사진(×10,000)(오른쪽)
<출처: Brian0918 at en.wikipedia.com(오른쪽)>

 

 

대장균이 살고 있는 큰창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물을 흡수하는 것이다. 그 외에 비타민을 흡수하기도 하고, 배출되기 전까지 대변을 저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큰창자에서 흡수되는 비타민은 음식으로 섭취한 것이 아니라 큰창자에 사는 세균에 의해 합성된 것이다. 대장균이 합성할 수 있는 비타민은 비타민 K, 비타민 B5, 바이오틴이 전부다. 이들은 대장에서 수시로 생성되므로 적절하게 음식으로 섭취하지 않는다 해도 결핍증이 생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 큰창자를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노폐물이나 독소 중에서도 일부는 대장균 등에 의해 대사되어 몸으로 흡수되어 재사용되기도 한다.

 

평소에 건전한 생활을 하면 나쁜 습관이 자리를 잡기 어렵듯이 대장균이 큰창자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 다른 병원성 세균이 큰창자에 들어오기 어려운 것도 대장균이 주는 이점이다. 큰창자의 대장균처럼 정상적으로 인체에 존재하는 세균을 정상 균무리(normal flora)라 하며, 정상적으로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몸에 해가 되는 세균의 침입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장균도 질병을 일으킨다

 

 

정상 균무리로 존재하는 대장균은 병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창자에 구멍이 뚫려 복강 내로 세균이 들어가기라도 하면 기회감염을 유발한다. 즉 평소에 비병원성이던 세균이 병을 일으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대장균은 패혈증 환자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고, 요로감염의 80%를 차지하며, 개발도상국에서는 위장관에 염증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위장관에 염증을 일으키는 병원성 대장균은 아래와 같이 다섯 군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장 병원성 대장균(enteropathogenic E. coli, EPEC)

   장 독소생성대장균(enterotoxigenic E. coli, ETEC)

   장 출혈성 대장균(enterohemorrhagic E coli, EHEC)

   장 침투성 대장균(enteroinvasive E. coli, EIEC)

   장 응집성 대장균(enteroaggregative E. coli, EAEC)

 

최근에 매스컴에 등장하는 O157:H7(일명 O-157), O26:H11(일명 O-26)등은 장 출혈성 대장균에 속하는 것으로 O와 H는 각각 대장균이 가지고 있는 항원의 종류를 가리키고, 숫자는 항원의 고유번호를 가리킨다.


실험실에서는 대장균을 검출하기 위해 배양 접시에 배양하고, 염색한다.

 

 

 

O157:H7형은 1982년에 최초로 발견되었으며, 장 출혈성 대장균에 대한 예방 접종법이 개발되지 않았으므로 증세에 따라 치료를 하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치사율은 낮은 편이다. 감염 후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는 나이에 따라 다르나, 보통 10% 이하이며,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 중 2-7%가 사망에 이른다.

 

이와 같은 종류가 몸에 해로운 이유는 긴 세월에 걸쳐 사람과 공생관계를 유지해 온 대장균의 유전형질에 변형이 생겼기 때문이다. 박테리오파지와 같이 세균에 기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대장균에 침입하거나 염색체 바깥에 별도로 존재하면서 숙주 세포의 기능을 이용하여 복제를 하는 플라스미드(plasmid) DNA가 대장균에 들어와서 유전형질을 변화시킨 것이 치명적인 대장균이 탄생하게 된 이유다. 환자가 발생하면 24시간 간격으로 2회 대변을 배양하여 대변 검사를 하여 확진하고, 세균이 검출되지 않을 때까지 격리시키며, 탈수방지를 위한 수액요법을 비롯하여 증세에 따라 알맞은 치료를 한다.

 

 

분자생물학 연구에 빠져서는 안 될 재료인 대장균

유전자를 조작한다고 하면 끔찍하게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유전자변형식품(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유전자 조작은 이미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비록 198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버그(Paul Berg)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먼저 발견하기는 했으나 오늘날 분자생물학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클로닝 방법(functional cloning)을 가능하게 한 유전자 조작은 1973년에 코헨(Stanley Cohen, 성장인자를 발견하여,198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과 보이어에 의해 처음 이루어졌다.

 

분자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실험기법의 하나인 클로닝은 원하는 유전자를 장기간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는 언제나 그 수를 증폭하여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일종의 화학물질이라 할 수 있는 유전자는 연구에 이용하다 보면 보관된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양이 필요하면 플라스미드를 지닌 세균을 배양하면 된다. 세균이 자라나면서 유전자가 담긴 플라스미드도 그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때 사용하는 세균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바로 대장균이다. 대장균은 혹시나 사람에게 감염된다 해도 병원성이 약하므로 비교적 안전하고, 수많은 종류의 세균 중 인류에 의해 가장 많이 연구된 세균이 바로 대장균이다. 대장균은 분자생물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1921년에 인슐린당뇨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초기에는 돼지의 인슐린을 분리하여 사용했으나, 1970년대에 유전자 클로닝 법이 개발되고 나서는,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를 대장균에 주입하여 대장균이 사람 대신 만들어주는 인슐린을 분리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이렇게 얻은 인슐린은 돼지가 지닌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으므로 대장균이 분자생물학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가 어떤 물체를 본다는 건 그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 눈을 거치면서 굴절되어 망막에 상이 만들어지고, 이 정보가 뇌에 전달되어 그게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이 가운데 빛의 굴절을 담당하는 기관은 각막수정체인데, 굴절에 이상이 생겨 망막보다 앞에서 초점을 맺는 걸 근시(myopia), 망막 뒤에 맺으면 원시(hyperopia)라 하고, 한 점에서 초점을 맺지 못할 때를 난시(astigmatism)라고 한다.

 

정상적인 시야(좌)와 근시인 사람이 보는 시야(우) 근시인 사람은 상이 흐릿하게 번져 보인다. <출처: NIH>

 

 

 

근시, 굴절에 이상이 생겨 망막보다 앞에서 초점이 맺히는 증상

근시라고 하더라도 물체를 눈에 가까이 가져가면 어느 위치에서는 망막에 상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 위치를 ‘원점(far point)’이라 하고, 눈에서부터 이곳까지의 거리를 ‘원점거리’라고 한다. 굴절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원점거리가 무한대일 테지만, 근시의 경우 대체 얼마나 가까이 가야 망막에 상이 맺히는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걸 나타내기 위해 쓰는 게 바로 ‘디옵터(diopter)’라는 단위로, 원점거리의 역수로 표현된다. 근시를 교정하기 위해 흔히 안경을 쓰는데, 안경의 도수가 바로 디옵터다. 예를 들어 원점거리가 2미터라고 한다면 디옵터는 0.5고,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0.5디옵터의 렌즈가 필요하다.

 

돌발문제 하나. -3디옵터인 근시의 원점은 어디일까? 1미터면 -1디옵터인데 이것보다 세배 눈이 나쁜 거니, 정답은 눈앞 33.3cm이다.

 

 

 

할머니들은 가까운 곳이 잘 안 보이는 원시가 있어서, 뜨개질이나 바느질을 할 때안경을 사용해야한다.


참고로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의 탄력이 줄어들어, 굴절이 잘 안되어, 결국 [개그콘서트] 중 '할매가 뿔났다'의 할머니처럼 ‘가까운 데 있는 건 도통 뵈지가 않게 되는’ 원시가 된다.

 

보통 -2.0디옵터 이하, 그러니까 50cm쯤 되어야 물체가 보이는 걸 경도의 근시라 하고, -2~-6디옵터는 중등도, -6디옵터를 넘으면 고도근시라고 한다. 대부분 굴절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지만, 눈의 표면에서 망막까지의 거리(이를 ‘눈길이’라고 하자)가 너무 길어도 망막 앞에 상이 만들어져 근시가 생긴다. 사람이 처음 태어났을 때는 눈길이가 짧아 초점이 망막 뒤에 맺히는 원시 상태가 된다. 그러다 생후 1년간 눈 길이가 급격히 자라면서 거의 정상시 수준에 이르게 되고, 그 뒤부터 눈길이가 천천히 자라며 굴절력과 균형을 유지한다. 근시란 이 균형이 깨지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근시는 나이가 들어도 생길 수 있지만, 보통 근시라고 하면 어린 나이에 발병하는 근시를 일컫는다. 대개 9-11세부터 눈이 나빠지기 시작, 점점 나빠지다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이 되면 멈추는 경향을 보인다. 근시인 사람에서는 녹내장이나 망막박리와 같은 눈의 이상이 더 많 올 수 있다고 하니, 모든 사람이 먼 곳을 볼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건 의사들이 꼭 해야 할 일이다.

 

 

 

 

근시가 생기는 데는 유전적인 요인도 영향을 주지만, 환경적인 영향도 크다

80년대 안과학 교과서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TV를 많이 보거나 책을 오래 본다고 눈이 나빠지지 않는다.” 하긴 그렇다. TV가 없던 조선시대에도 근시가 있었을 테고, 책과 담을 쌓은 머슴 중에도 근시는 존재했을 테니까. 이처럼 과거의 안과 책은 근시의 원인을 순전히 유전적인 측면에서 설명했다. 의문이 생긴다. 옛날보다 요즘 어린이 중에 근시가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건 착각일까? 근시의 발병에 환경의 영향은 전혀 없는 걸까?

 

1. 유전적 요인

근시에서 유전이 중요한 건 맞다. 부모가 근시면 아이도 근시일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지며, 엄마 아빠가 모두 근시일 때는 확률이 6배까지 올라간다. 형제들, 특히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 역시 근시에 유전적 측면이 있음을 말해준다. “가방끈이 길면 눈이 나쁘다.”는 속설이 있다. 연구 결과 이건 사실이었다. 근시인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애들에 비해 IQ가 높았으니 말이다. IQ가 유전되는 것처럼 근시 유전자도 아이에게 전달되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근시가 전적으로 유전 탓만은 아니다. 형제들은 물론이고 부모-자식 간도 대개 같은 환경에서 지내니, 그들을 조사했을 때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실제로 부모와 자식 세대 사이에 환경이 급격히 달라진 나라들이라든지 자식을 어릴 적에 떼어놓고 키우는 이뉴이트족(Inuit)에선 유전의 영향이 다소 적게 나왔는데, 이는 환경 역시 중요한 요인이란 좋은 증거다. 결론적으로 80년대 안과학 책은 절반만 맞다.

 

 

부모가 근시면, 아이도 근시일 확률이 3배 이상 높다.(왼쪽)
아이들이 TV를 가까이 본다면, 눈이 나쁜 것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오른쪽)

 

 

2. 환경적 요인

국가별로 근시에 대한 통계를 내보면 놀라게 된다. 의외로 동아시아 국가의 아이들에서 근시의 비율이 높게 나왔다. 0.5 디옵터 이하를 근시라고 봤을 때 호주가 2.8%, 영국이 1.1%, 미국은 10% 내외인 데 비해 싱가포르는 30%를 넘고, 홍콩은 80% 정도였다. 이걸 인종 간의 유전적 요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에 있는 아시아계 아이들의 근시 비율이 18%인 것을 보면,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환경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결론지어도 될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근시의 비율이 조사된 적이 없지만, 우리가 동아시아의 중심국가인 만큼 상당히 높은 비율이라고 예상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 나라에서 1980년 이후 근시 비율이 확연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1979년 근시 비율이 49.3%였는데, 1996년에는 65.6%로 증가했고, 이건 대만도 마찬가지다.

 

이것의 이유를 교육에 대한 스트레스나 도시 집중 등에서 찾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한 논문은 “TV 시청시간이 많은 아이일수록 시력이 안 좋았다.”고 주장한다. 어떤 요인이 근시를 부추기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연구결과 30분 이상 연속해서 책을 본다든지 책을 눈 가까이 놓고 읽으면 근시의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한다. 참고로 유럽 아이들은 주당 26시간 책을 보고, 동아시아 아이들은 32시간 책을 본다. 하지만 동아시아 아이들은 방과 후 학원에 가서 또 공부를 하니, 이게 근시가 많은 것에 일조할지도 모르겠다.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겐 다행스럽게도 컴퓨터는 근시와 상관이 없다고 알려졌고, TV를 가까이서 보면 눈이 나빠진다는 속설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그 아이들은 눈이 나빠서 TV를 가까이서 보는 거지, TV를 가까이서 봐서 눈이 나빠진 게 아니니까.

 

 

요즘은 근시 교정에 수술적 방법을 사용하기도

 

 

“안경을 안 쓰면 시력이 더 나빠지나요?” 네이버 지식iN에는 안경과 시력의 관계에 대해 묻는 말이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근시의 진행을 막아주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고, 시력이 나빠지고 좋아지는 건 안경의 착용 여부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다만, 근시로 인한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기구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안경에서 렌즈로, 그리고 라식(LASIK; laser in situ keratomileusis)으로. 앞의 두 방법이 여러 가지 불편을 야기했다면, 각막을 레이저로 깎아 굴절을 덜 시키게 하는 라식 수술은 편리하기도 하고 미적인 기능도 충족시켜준다.

 

눈이 건조해진다든지 시야가 흐려지고 물체가 겹쳐 보이며, 야간에 눈이 부시는 등의 부작용이 일부에서 나타날 수 있으니 라식수술을 받고자 할 때는 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뒤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 라식 이외에 다른 수술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으며, 기존의 교정 방법을 그대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적인 방법은 눈의 성장이 끝난 만 18세 이후에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두시길.


라식 수술을 통해 굴절율을 조절하면, 안경이나 렌즈 없이 근시를
교정할 수 있다.

 

 

 

 정리를 해보자면, 근시는 유전과 환경이 만들어낸 일종의 질병이다. 유전이야 어쩔 수 없지만, 근시를 만드는 환경이 있다면,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다. 아무리 공부가 중요해도 어린 아이들이 쉬지 않고 책을 보는 건 삼가야 하고, 아무리 TV가 재미있어도 몇 시간씩 계속 TV를 보는 건 자제하는 게 좋을 듯하다. 눈이 보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인간의 뇌는 크게 세 부분(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부위인 1층은 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후뇌(뒤뇌)로, 뇌줄기(뇌간)와 소뇌로 구성되어 있으며, 호흡∙심장 박동∙혈압 조절 등과 같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이를 ‘생명의 뇌’ 또는 ‘파충류 뇌’라고 부른다.

 

 

인간의 뇌는 3층이다. 1층은 생명의 뇌, 2층은 감정의 뇌, 3층은 이성의 뇌

두 번째 부위는 후뇌 바로 위에 있는 중뇌(중간 뇌)다. 중뇌는 위아래로 모든 정보를 전달해 주는 중간 정거장 역할을 하며, 감정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포유류들이 흥분과 공포로 울부짖거나 으르렁거리며, 움츠리기도 하고 꼬리를 흔들며 애정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이러한 감정적 행동을 담당하는 이 부분이 발달하였기 때문이다. 인간 뇌에서는 이런 감정은 변연계 부분에서 일어난다. 감정 표현은 파충류에게는 발달하지 않은, 포유류만이 가진 고유의 행동이기 때문에 ‘감정의 뇌’ 또는 ‘포유류 뇌’라고 부른다.

 

인간의 뇌는 안쪽부터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그리고 인간의 뇌의 3개의 층우로 구분할 수 있다.

 

 

세 번째 부위는 대뇌 피질부가 있는 전뇌(앞뇌, forebrain)로 가장 최근에 진화한 것이다. 전뇌는 고도의 정신 기능과 창조 기능을 관할하고 있는, 인간 만이 가진 인간의 뇌이기 때문에 ‘인간의 뇌’ 또는 ‘이성의 뇌’라고 부른다. 또한 이 부위는 학습과 기억을 하는 중요한 뇌 부위이다. 대뇌 피질부가 발달한 덕분에 우리 인간은 오늘날과 같은 인류 문명을 창조하게 되었고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하여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

 

생명의 뇌 - 뇌줄기의 손상은 뇌사를 부른다

 

 

연수(숨뇌)와 뇌교로 구성된 뇌줄기(뇌간)는, 척추 속의 신경인 척수가 고생대인 약 5억 년 전, 윗부분으로 확대 팽창되면서 형성되었다. 가장 먼저 형성된 뇌줄기는 구조가 원시적이기는 하지만, 생명체의 기본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생명 중추의 구실을 하고 있다. 생명 중추인 뇌줄기를 다른 말로 ‘파충류의 뇌’라고도 부르는데, 그 이유는 파충류의 뇌가 인간의 뇌줄기에 해당하는 형태와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뇌줄기는 생명 기능의 가장 기본이 되는 호흡∙혈압∙심장 박동 등 중요한 생명 반사를 담당하고 있어서, 이것이 손상되면 혼자 힘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된다. 뇌사 상태에 빠지면 호흡∙혈압∙맥박∙체온의 네 가지 생명 기능을 인공 심폐기로 어느 정도 유지할 수는 있지만 결국 수일 내에 죽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심장사로 죽었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각막밖에 제공할 수 없지만, 죽음의 원인이 뇌사일 때는 장기 이식 수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심장∙간∙신장∙폐 등을 이식할 수가 있다.


뇌줄기의 손상을 입은 환자는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요즈음에는 뇌줄기가 완전히 손상되어 어떤 노력으로도 다시 살릴 수 없는 뇌사 상태에 이르면, 이를 공식적으로 판단하고, 장기 이식 등을 할 수 있는 법(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져 있다. 뇌사에 빠지면 다시 살아날 수 없다. 이 점에서 뇌사는 식물인간과 전혀 다르다. 20년 만에 다시 살아났다는 얘기나 존엄사에 뇌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뇌사와 식물인간을 혼동해서 나온 것이다. 식물인간은 이 글 뒤쪽에 설명하겠다.
  

그리고 위아래의 정보와 소뇌의 정보를 전달해 주는 중요한 교통 요충지인 뇌교가 손상을 받으면, 생명 중추가 손상을 입을 때 나타나는 증세 이외에도 소뇌로부터 전해지는 정보가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에, 몸의 평형과 방향 감각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된다. 그러므로 생명의 기본 중추인 뇌줄기를 온전하고 건강하게 유지∙보호하는 일은 우리의 고귀한 정신과 신체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감정의 뇌에 있는 변연계는 사람의 기억∙감정∙호르몬을 관장한다

 

 

강아지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포유동물에서 발달한 변연계 때문이다.


변연계는 대뇌 피질(대뇌 겉질)과 뇌줄기의 중간에 있는 기억과 감정 그리고 호르몬을 조절하는 중앙부로, 약 2~3억 년 전 중생대 무렵에 발생하여 진화하였다. 변연계는 포유동물에서 가장 잘 발달하여 있기 때문에 ‘포유류 뇌’라고도 부른다. 포유동물들이 꼬리를 흔들며 애정 표시를 하거나, 흥분과 두려움으로 울부짖거나, 으르렁거리며 움츠릴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변연계가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포유동물은 변연계에 해마와 편도핵이 있어서 파충류와는 달리 학습 기능과 기억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변연계가 손상되면, 포유동물들의 학습 기능과 기억 기능이 사라져 파충류와 비슷한 행동을 하게 된다.

 

이 밖에도 변연계에는 호르몬 조절부인 시상하부뇌하수체가 포함되어 있다. 콩알 크기만 한 시상하부는 음식을 섭취하고 체온과 수면을 조절하며,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호르몬 생산 공장인 뇌하수체를 조절한다. 그러나 이 시상하부가 손상을 받거나, 병이 생기면 우리 몸에 있는 수분이 조절되지 않아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요붕증에 걸리게 된다. 또 호르몬 생산 공장인 뇌하수체가 파괴되거나 고장이 생기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된다.

 

 

 

 

이성의 뇌 - 인간을 깨어 있게 하는 각성중추, 망가지면 식물인간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정보는 신체의 감각 기관에서 수집되어 척수를 거쳐 뇌줄기에 이른다. 여기에서 다시 모인 정보는 시상을 거쳐 일차적으로 분석된 다음, 최고 중추인 대뇌 피질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면 최고 중추인 대뇌 피질에서 최종적인 판단을 하여 필요한 명령을 다시 아래로 내려 보내 적절한 행동을 하게 한다. 이때 거미줄 같은 수많은 전파 섬유가 각성 전파를 계속 보내 최고 중추인 대뇌 피질이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도록 하는데, 이 전파 섬유를 망상활성화계(그물활성화계)라고 한다. 그리고 이 망상활성화계는 우리 인간의 의식을 명료하게 유지해 주는 각성제 역할을 한다. 우리가 먹는 진정·수면제는 망상활성화계가 활성화되는 것을 억제해서 잠을 불러오거나 진정작용을 시키지만, 각성제는 반대로 망상활성화계를 자극하여 정신을 맑게 하는 각성 효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이 망상활성화계를 활성화해서 잘 유지하면 다른 사람보다 더 맑은 정신으로 공부할 수 있다.

 

뇌줄기가 손상되면 뇌사가 일어난다. 그러나 뇌줄기가 손상을 입지 않아도 망상활성화계와 대뇌 피질부가 광범위하게 손상을 받게 되면, 의식이 없어지면서 우리의 고귀한 정신을 표출할 수 없는 식물인간 상태가 되고 만다. 그러나 손상 정도가 크지 않으면 다시 깨어날 수도 있다. 뇌사가 일어나면 다시 깨어날 수 없으나, 식물인간은 다시 깨어날 수도 있다.

 

 

이성의 뇌에 있는 각성 중추를 자극하여, 공부의 효과를 높이자

 

 

의식은 주변의 일을 보고 듣고, 받아들이고 그에 대해 반응하는 등의 인지 작용을 의미한다. 인간의 의식은 단순히 깨어 있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의식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인식을 하게 한다. 뇌진탕이나 마취 때문에 잠이 들면 외부세계를 의식하지 못하고 그에 반응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되면 잠이 든 그 시간 동안의 인생은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집중하여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맑은 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람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그물 모양의 망상활성화계인 각성 중추를 통해서 맑은 의식을 유지한다. 신체 각 부분에서 들어온 감각자극이 척수를 통해서 위로 올라와 망상활성화계를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시각적 충동이 시신경을 통해, 청각적 충동이 청각신경을 통해, 뇌로 들어와 망상체를 활성화해 대뇌 피질을 항상 깨어 있게 해준다.


공부는 맑은 의식을 가지고, 집중을 해야 잘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오감을 적절히 자극하고 이용해야 한다.

 

 

 

따라서 높은 의식을 가지고 공부를 집중하기 위해서는 오감을 적절히 자극하고 이용할 필요가 있다. 즉 일정 지식을 효과적으로 잘 습득시키기 위해서는 한 가지 자극보다, 시각∙청각∙촉각∙후각∙미각을 통해 종합적으로 정보를 전해 주는 것이 의식을 명료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지식 습득에도 더 효과적이다. 망상계의 활성 정도가 사고과정, 외부세계에 대한 인지, 신체기능의 정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병상에 계신 어머니의 몸이 점점 쇠약해져 이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 아무리 어머니를 소리쳐 불러 봐도 신음만 날 뿐. 그동안 누구보다도 아껴 온 아들의 목소리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러다 신음이 멈춘 순간, 아직 생명이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더는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을 만큼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아들은 손가락을 깨물어 피가 나게 한 후 이 피 한 방울을 어머니의 입속에 떨어뜨린다. 그러자 잠시 후 생명을 잃어 가던 어머니가 다시 신음을 내며 생명을 유지한다.

 

사극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이와 같은 장면은 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예의 하나다. 아들의 피 한 방울을 먹는다고 죽을 병이 해결될 리는 없겠지만, 우리의 조상은 피를 생명의 상징이라 여길 정도로 소중히 여겨왔다. 피는 과연 어떤 성분을 지니고, 어떤 기능을 하고 있기에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져 왔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기로 하자.

 


피가 생명의 상징인 이유, 산소를 온몸으로 전하기 때문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각각의 구성요소 중 어느 하나 덜 중요한 게 없겠지만, 피는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가 중요한 이유는 온몸에서 요구하는 산소를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산소를 공급해주는 피가 생명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예를 한 가지만 들어보자. 교통사고와 같이 특별한 사건에 의해 사람의 몸이 큰 충격을 받아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었을 때는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 이때 응급처치 순서를 결정하는 ABC는 A가 호흡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기도(airway)를 유지하기, B가 호흡(breathing), C가 혈액순환(circulation)을 의미한다.

 

숨을 쉴 때 들어온 산소는 피 속에 포함된 적혈구에 의해 운반된다. 산소가 들어오기 위해서는 통로에 이상이 없어야 하므로 기도유지를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한다. 기도가 열려 있으면, 산소가 호흡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와서 피 속의 적혈구와 결합을 해야 한다. 아무리 산소가 피 속으로 들어와 적혈구에 결합한다 하더라도 피가 몸을 잘 돌아다니지 못하면, 산소를 필요로 하는 세포나 조직에 산소를 공급할 수 없다.

 


피가 물보다 진한 이유, 혈구와 혈장 때문이다

 

피가 물보다 진한 이유는 물에 들어 있지 않은 성분이 피 속에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의 밀도가 평균적으로 물보다 높기 때문이다. 피에 들어 있는 물질을 크게 세포와 세포가 아닌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혈액이란 피를 한자식으로 표기한 것이며, 피 속에 들어 있는 세포를 통틀어 혈구라 하기도 한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세 가지 종류의 세포가 혈구에 해당된다. 피에서 세포 성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혈장(plasma)이라고 한다. 혈장은 노란색을 띠는데 그것은 피가 빨간색으로 보이게 하는 적혈구가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혈장에는 다양한 기능을 하는 수많은 물질이 녹아 있고, 이 성분과 세 혈구가 하는 일이 바로 피의 기능이 된다. 혈구는 혈액의 약 45% 정도를 차지하고, 혈장은 약 55%를 차지한다.

 

혈장에서 섬유소원(fibrinogen)을 제거한 나머지를 혈청(serum)이라 한다. 피에 녹아 있는 성분 중 피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성분은 대부분 단백질이며, 이를 통틀어 혈청 단백질 또는 혈장 단백질이라 하는데 섬유소원의 포함 여부에 따라 이름이 결정된다.


혈액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분리하면 혈장과 혈구 성분으로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혈청 단백질은 크게 알부민(albumin)과 글로불린(globulin)으로 구분한다. 글로불린은 전기장 내에서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알파(α), 베타(β), 감마(γ)로 구분할 수 있다. 피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 중 양이 가장 많은 알부민은 전체 혈장 단백질의 약 60%를 차지하며, 수많은 종류의 단백질이 혼합된 글로불린은 약 35%를 차지한다. 섬유소원은 약 4%를 차지하며, 나머지 1%는 효소, 풋효소(효소전구체), 호르몬과 같이 인체 내에서 조절기전을 담당하는 단백질이다.

 

 

출혈은 인체의 비상사태

 

 

외부에 노출된 혈액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응고되어 더 이상 피가 몸 밖으로 흘러내리지 않도록 한다. <출처: Southgeist at en.wikipedia.com>


피는 온몸을 돌아다닌다. 그러므로 피가 몸 밖으로 흐르기 시작할 때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게 되면, 이론적으로는 우리 몸의 모든 피가 밖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 따라서 사고가 났을 때 출혈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며, 피는 몸 밖으로 나오면 응고되어 더는 출혈이 일어나지 않도록 출혈부위를 막는 응고기전이 발달하여 있다.

 

혈액 응고기전은 아주 복잡하고, 혈액이 응고되기까지 10개 이상의 인자들이 제대로 기능을 해야 한다. 이 인자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몸 밖으로 나온 피가 응고되지 않고 계속 흘러나오게 되는데 이를 혈우병이라 한다. 혈우병은 흔히 남성에게서만 생기고 여성에게서는 생기지 않는다고 알려졌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혈액응고에 관여하는 인자 중 8번 인자가 결핍되는 경우를 A형 혈우병, 9번 인자가 결핍되는 경우를 B형 혈우병이라고 한다. A형 혈우병이 전체 혈우병의  80% 이상, B형 혈우병이 10~15%를 차지하여, 이 두가지 경우가 전체 혈우병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8번과 9번 인자는 그 유전인자가 X염색체에 존재한다. 따라서 여성은 X염색체를 2개 가지고 있으므로, 한쪽 X염색체가 이상이 생겨도 다른 쪽이 보완을 해 주기 때문에 혈우병이 생기지 않는다. 또한 X염색체 두개에 모두 이상이 생긴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출산되지 않아, 사실상 여성의 경우 8번과 9번 인자 결핍으로 인한 혈우병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성은 X염색체가 하나 밖에 없어 혈우병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여성에서도 X염색체가 아닌 보통 염색체에 존재하는 11번 혈액 응고인자가 결핍되는 경우, 혈우병이 발생할 수 있다.

 

 

 

 

피는 우리 몸의 택배 기사

피가 온몸을 돌아다니다 보니, 특정 부위에서 요구하는 특정 물질을 피가 옮겨다 주는 것이 가장 편하므로 피는 운반기능이 아주 발달하여 있다. 산소를 필요로 하는 세포와 조직에 코로 들어온 산소를 운반하는 것도 피가 하는 일이며, 섭취된 음식이 소화되고 나서 작은 창자 벽을 통해 들어온 영양소도 피를 통해 운반되어야 적당한 곳으로 옮겨져 저장될 수 있다. 인체의 내분비샘에서 분비된 호르몬은 혈액으로 들어가야 기능을 하며, 피로 들어온 노폐물은 콩팥의 혈관에 도달해야 걸러져서 소변으로 배출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물질의 운반기능을 담당하기 위해서, 피는 여러 가지 운반기능을 발전시켰다. 산소는 적혈구 내에 존재하는 헤모글로빈의 중심부와 결합하여 운반되고, 철∙구리∙레티놀(retinol)과 같은 물질은 이들 각각의 물질과 결합하는 단백질이 별도로 피 속에 존재한다. 피 속에 녹여서 운반하는 것보다는 운반을 담당하는 단백질과 결합하여 운반하는 편이 운송효율이 훨씬 높으므로, 피는 운반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운반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추울 때는 수축하고 더울 때는 팽창하는 혈관, 체온을 조절한다

 

 

혈관이 체온조절을 담당한다고 해서 체온조절 중추가 혈관에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체온조절기구의 최고기관인 체온조절 중추는 뇌의 시상하부에 있다. 추울 때 운동을 하면 근육의 수축작용에 의해 열이 발생하므로 그냥 있는 것보다 추위를 이겨내기가 쉬워진다. 근육의 수축작용에 의해 발생한 열은 혈액에 의해 흡수되어 몸에서 열을 필요로 하는 조직으로 재분배된다. 변온동물은 그때그때 체온을 변화시켜 가며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사람은 온도가 일정한 정온동물이므로 체온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조절을 잘해야 한다.

 

체온이 낮아질 때 소름이 돋는 것은 피부표면을 통해 방출되는 열을 최소화하기 위해 혈관이 수축함으로써 발생하는 현상이며, 혈액은 뇌를 비롯하여 온도에 민감한 기관에 우선하여 흘러간다. 반대로 체온이 높아지면 피부표면 방향으로 혈액이 몰려가면서 열을 방출함으로써 체온을 떨어뜨려 준다.


사람의 몸에는 수없이 많은 혈관이 분포하고 있다.

 

 

 

 

혈관의 총 길이는 10만km! 

한 사람의 몸에 존재하는 혈관의 길이는 약 10만km에 이른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이 약 4만km이므로 지구를 두 바퀴 반 돌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수치는 추정치이므로 정확히 재 본 사람은 아무도 없고,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혈관도 있으므로 정확히 잴 수도 없다. 사람 몸에 들어 있는 피의 양은 체중의 약 8% 정도다. 사람마다 체중에 차이가 있으니 피의 양도 달라지며, 일반적으로는 보통 4~6리터의 피를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의 체격이 과거보다 커지고 있으므로 헌혈 때 뽑아내는 피의 양도 과거에는 320mL였으나, 지금은 남자어른은 400mL를 뽑기도 한다. 피의 비중은 물의 비중이 1이라 할 때, 1.06 정도로 물보다 약간 크다. 그러나 점도는 5배 정도 더 강하므로 끈적끈적함을 느낄 수 있다. 탈수가 일어나면 혈액이 더 진해져서 점도도 더 진해진다. 피의 pH는 7.4 정도로 중성에 가까운 약염기성이다. 이런 다양한 피의 특성에 대해 다음 편부터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자.

축농증 때문에 미칠 것 같습니다.” 축농증이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코가 늘 막혀 있고, 노란 콧물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건 정말이지 사람을 미치게 한다. 소개팅을 하러 나왔는데 상대가 계속 코만 푼다면, 아무리 외모가 뛰어난들 잘 되기가 어렵다. 알레르기성 비염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그래도 맑은 콧물이 나온다는 점에서 축농증보다는 낫다. 도시인구 5~15%가 갖고 있다는 축농증, 이건 대체 왜 생기는 걸까?

 

 

코 옆에 있는 공기가 들어 있는 공간, 부비동

 

사람의 얼굴 뼈에는 공기가 차 있는 동굴이 있다. 그것도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고, 미세한 통로를 통해 코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걸 부비동(부비강, paranasal sinus), 우리 말로 풀이하면 ‘코 옆의 공간’이라고 한다. 처음 아기 얼굴이 만들어질 때는 뼈만 있지만, 태아가 성장함에 따라 공기주머니로 대체가 되어 부비동이 생긴다. 우리가 부비동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얼굴 뼈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라느니, 소리를 더 잘 울리게 하기 위함이라느니, 얼굴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충시키기 위해서라는 둥 여러 학설이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이마를 비롯한 코 주위에 총 4쌍의 부비동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상악동(maxillary sinus)다. 상악동은 부비동 중 가장 크고, 양쪽 위턱에 위치한다. 부비동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차면 연결통로를 통해 코로 고름이 흘러가고, 결국 콧구멍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런 부비동염이 가장 잘 걸리는 곳이 바로 상악동이다.


축농증으로 인한 코 막힘을 해소하기 위해 자주 코를 풀면, 주변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는 힘들다.

 

 

 

 

상기도에 감염이 생기면, 급성 부비동염을 일으킨다

호흡기 중 코와 후두인두 등 숨을 들이마시는 부위를 상기도라고 하는데, 상기도에 감염이 생기면 대부분 부비동을 침범한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려 코 점막에 염증이 생기면 연결통로를 따라 염증이 부비동으로 파급된다. 부비동이 코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상기하면 당연해 보이는데, 상기도 감염의 87%가 부비동을 침범한다는 통계가 있다. 요즘 의학에서 ‘paranasal sinusitis'(부비동염)라고 하는 대신 ’rhinosinusitis‘(코부비동염)이란 말을 쓰는데, 그 이유는 코를 침범하지 않는 부비동염이 어디 있겠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면 점막이 붓고, 코와의 연결통로(이걸 자연공이라 부른다)가 막힌다. 폐쇄된 공간은 각종 세균이나 곰팡이가 침범하기 좋은 환경이 되기 마련, 그 순간부터 온갖 잡균들이 들어와 부비동염을 일으킨다. 꼭 감기가 아니더라도 충치에 의해 염증이 파급될 수도 있고, 다쳐서 그럴 수도 있다.

 

급성 부비동염의 증상은 코가 막히고 콧물이 질질 나는 것. 그밖에 침범된 부위가 아플 수 있어, 이마라든지 눈, 뺨이 아프거나 치통이 생긴다. 이런 증상이 있고 해당 부위를 누르면 아프고, 노랗고 냄새 나는 콧물이 난다면, 급성 부비동염을 의심해야 한다. 부비동염을 제대로 진단해야 하는 이유는 적절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를 충분히 투여하고 부비동 내 고인 콧물을 빼내면 대부분 2~3일 내 치료되며, 4주 이내에 후유증이 남지 않고 회복될 때 의학적으로 ‘급성’이라고 한다. 아급성 부비동염은 회복이 더뎌 4주 이상 3개월까지 지속되는 경우이고, 3개월 이상 축농증이 계속되는 걸 만성 부비동염이라고 하며, 이 만성 부비동염을 축농증이라 부른다.

 

 

코가 막히고 끈끈한 콧물이 나오는 만성 부비동염

 

 

코가 막히고, 끈끈하고 노란 콧물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부비동염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급성에서 그런 것처럼 만성 부비동염도 상기도 감염에 의해 2차적으로 발생하는 게 가장 흔하다. 하지만 급성이 한번 그러고 마는 데 반해 만성은 병이 오래갈 뿐 아니라 자주 걸리는 걸 의미하는데, 이 경우 환자에게 부비동염을 촉발할 다른 문제점이 없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면 코 점막이 붓고, 그럼으로써 자연공이 막혀 부비동염이 생길 수 있다. 코 중격(비 중격)이라고, 코 양쪽을 나누는 벽이 휜 것도 위험 요인이다. 면역이 결핍되었을 때도 부비동염이 잘 일어나, 한 통계에 의하면 AIDS 환자의 75%에서 부비동염이 발생했다고 한다. 코 점막에는 섬모가 있어 이물질을 밖으로 밀어내는데, 이런 섬모 운동에 선천적인 이상이 있을 경우 만성 부비동염에 걸리기 쉽고, 코 점막에서 분비되는 점액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란다. 만병의 근원인 담배도 부비동염을 촉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2002년 TWA 승무원인 린 프렌치 씨는 자신이 앓고 있는 부비동염이 간접흡연에 의한 것이라며 담배회사 4곳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 애초 청구액 100만 달러를 훨씬 초과하는 550만 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급성과 마찬가지로 만성 부비동염의 증상도 코가 막히고 끈끈하고 노란 콧물이 나오는 것으로, 그 콧물이 목을 타고 넘어갈 때 한편으로는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론 찜찜하다.

 

 

 

급성 때보다는 덜하지만, 얼굴이나 머리가 아플 수가 있다. 코가 막히니 냄새를 못 맡는 건 당연하다. 이런 상태로 소개팅한다면 처음 한두 번은 ‘감기겠지’라고 넘어갈 수 있지만, 3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계속 만나야 되는지를 심각하게 고려할 거다. 부비동염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위의 증상이 3개월 이상 계속되는 환자의 콧속을 들여다봤을 때 코 점막이 붓고 빨개진데다 끈끈하고 노란 콧물까지 발견된다면 만성 부비동염일 확률이 높다. 눈 주위나 눈 밑을 누르면 아픈 것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막상 부비동염을 진단하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감염과 감별을 해야 하는데, 바이러스 질환은 증상에 따라 대처를 해주면 되지만 세균성 부비동염인 경우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시경으로 잘 들여다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CT를 찍는 것도 필요하다. 이 밖에도 알레르기성 비염, 후두염, 편두통 등도 부비동염과 감별을 해야 할 질환이다.

 

 

만성 부비동염은 감염을 치료하고, 고름을 빼내는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어

축농증 하면 완치가 어렵고 재발이 잦은, 고치기 어려운 질환으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내시경 수술이 등장했고, 좋은 항생제도 많이 나와 웬만하면 치료가 된다. 치료 목표는 세 가지다.

 

1.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것                                            
2. 부은 점막을 가라앉히기                                             
3. 막힌 자연공을 뚫어 부비동에 고인 고름이 빠져나가게 하는 것

 

첫 번째는 항생제를 쓰면 되고, 두 번째는 점막수축제로 해결이 된다. 물을 많이 마시게 하고 코에다 식염수를 뿌려주면 건조한 점막이 축축해지고, 점액의 점성이 낮아져 농이 빠져나가기 쉬워진다. 이밖에 증상에 따라 점액을 녹이는 점액용해제라든지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한 스테로이드제, 알레르기 반응을 줄여주는 항히스타민제, 그리고 진통제 등을 병행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오래 사용하면 나름의 부작용이 있어 오래 사용할 건 아니다.

 

약물요법에 효과가 없고 CT에서 병변이 확인된 경우에는 수술해야 한다. 과거에는 아픈 점막을 모두 제거했지만, 내시경 수술은 막힌 부위만 제거함으로써 점막을 최대한 보존하는 좋은 방법이다. 즉 내시경 수술을 통해 폐쇄된 부위를 제거하면 자연공을 통해 부비동에 고여 있던 고름이 빠져나가고, 그럼으로써 외부와 공기가 잘 통하게 되면 아팠던 점막도 정상점막으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별문제가 없는 경우 수술로 회복되는 경우는 93%지만, 천식이 있거나 담배를 계속 피우는 환자라면 수술 성공률은 80~85%로 떨어진다.

 

 

 

코와 부비동은 외부 환경과 항상 접축하는 기관이라 유해 환경에 노출되기 쉽다.

 

 

 

 

부비동염에 자주 걸린다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코와 부비동은 외부 환경과 항상 접촉하는 기관으로, 외부 이물질과 알레르기 항원, 해로운 병원균 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우리 코는 이런 위협을 대부분 잘 물리치지만 예기치 않게 부비동염에 걸릴 수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자. 그리고 부비동염에 자주 걸린다면 대체 왜 이러는지,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축농증에 걸려 노란 콧물을 흘리는 건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좋을 게 없으니 말이다.

지구를 한때 지배했던 공룡이 왜 갑자기 지구상에서 사라졌을까? 공룡의 멸종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과학적인 학설이 있지만, 그 가운데 최근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10km에 달하는 거대한 운석과 지구의 충돌설이다. 이 학설은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칩술륵 지역에 충돌한 거대한 혜성이 일으킨 먼지가 수년 동안 햇빛을 차단하여 식물이 죽고, 이것으로 말미암아 먹이를 구하지 못한 공룡이 생존 경쟁에서 탈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공룡의 뇌가 더 발달하였다면, 험난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면 공룡의 뇌는 그 당시 험난한 지구 환경을 헤치고 살아나갈 수 있을 만큼 우수했을까? 공룡의 몸무게는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수천kg 정도 나간 것에 비해, 뇌의 무게는 고작 70g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리라 추정한다. 이것은 뇌의 무게가 몸무게의 2만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고래나 코끼리의 뇌 무게가 몸무게의 2,000분의 1, 유인원이 100분의 1, 사람은 40분의 1을 차지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공룡은 뇌가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나 형편없이 작았다.

 

이 정도의 뇌 용량으로는 운석 충돌로 말미암아 바뀐 지구의 험난한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는다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본다. 또 다르게 생각하면, 그 작은 머리로 어떻게 그 긴 시간 지구에서 살아올 수 있었는지 신기하기도 하다. 공룡은 운석 충돌이 없었더라도, 그 둔한 머리 때문에 반드시 멸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종의 멸종을 피하기 위해서는 뇌가 커지던가 아니면 몸 크기가 작아지는 진화과정을 밟아야 하는데, 공룡은 아쉽게도 이런 기회를 가져보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지구에서 멸종하고 말았다. 우스갯소리지만, 공룡의 뇌가 10배 이상 커졌다면, 지금 어딘가에 아기공룡 둘리가 살아있을 수도 있다. 공룡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인간도 종으로서의 멸종을 맞이하지 않으려면, 뇌를 부단히 발달시켜 인류를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대뇌반구는 전두엽∙측두엽∙두정엽∙후두엽 4개로 구분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공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크고 잘 발달한 인간의 두뇌는 그 기능에 따라 여러 부위로 나눌 수 있다. 두뇌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대뇌 반구도 위치와 기능에 따라 다음과 같은 4개의 엽, 전두엽(이마엽)∙측두엽(관자엽)∙두정엽(마루모서리)∙후두엽(뒤통수엽)으로 구분한다. 대뇌 반구를 이루고 있는 네 개의 엽을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인간의 대뇌반구는 각각 담당하는 기능에 따라 크게 4개로 구분할 수 있다.
<출처: 서유헌, "천재도 되고 바보도 되는 뇌의 세계"(중앙교육연구원)>

 

 

 

첫 번째로, 후두엽은 뇌 뒤쪽에 있으며, 이 후두엽에는 시각 중추가 있어서 시각 피질이라고도 부른다. 눈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는 시각피질에서 눈으로 본 물체의 모양이나 위치, 운동 상태를 분석한다. 따라서 시각 피질이 손상되면 눈이나 나머지 시각 경로에 이상이 없다 하더라도 장님이 되고 만다.

 

두 번째로 얘기할 측두엽에는 청각 피질이라고 부르는 우표 크기만한 청각 조절 중추가 있으며, 다른 부위에서는 인지 기능과 기억 기능을 조절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기능을 하는 측두엽이 손상을 입으면, 환각이 나타나거나 기억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뇌졸중(중풍)으로 좌측 측두엽 부위에 심한 손상을 받으면, 실어증이 나타난다. 또, 오른쪽 측두엽에 자극이 가해지면 동시에 두 장소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되는데, 이것은 곧 사람의 의식 속에 과거와 현재의 일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과 같은 환각을 느끼게 한다.

 

세 번째로, 앞머리에 있는 전두엽은 가장 큰 대뇌엽으로 변연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전두엽은 어떤 상황이 위험한지 아닌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전두엽은 동기부여를 줘서 주의집중을 하게 하고, 계획을 세우거나 결심을 하는 등의 목표 지향적인 행위를 주관하며, 인간성과 도덕성을 관장한다. 따라서 전두엽이 손상을 받거나 망가지면 계획을 세우고 복잡한 행동을 하거나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일이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비합리적인 자극에 예민해지게 된다. 전두엽 손상으로 말미암아, 인간성이 파괴되고 비도덕적인 인간이 되는 것은 전두엽과 사이코패스의 관계를 다룬 글(09.11.12 오늘의 과학)에서 설명한 바가 있다. 전두엽에 손상이 있더라도 언어나 의식 상태는 지장을 받지 않으며, 단지 적응하고 계획을 세우는 일이 힘들어질 뿐이다.

 

 

 

마지막으로 머리 뒤쪽을 향해 내려가는 두정엽은 외부로부터 오는 정보를 조합하는 곳으로, 문자를 단어로 조합하여 의미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두정엽에서는 어떤 것을 생각하여 만들어 내기 때문에, 손상되면 무인식증(Agnosia: 알지 못하는 상태) 상태가 되어 공부는 물론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된다. 버논 마운트 케슬 박사가 자기 몸의 한쪽을 알지 못하는 두정엽 손상 환자에 대해 보고한 것에 의하면, 오른쪽 두정엽이 손상된 이 환자는 자기 몸의 왼쪽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시계 판에 있는 숫자를 오른쪽에만 써 넣는다. 다른 환자 중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음을 따라 하지 못하거나, 평소에 잘 알던 물건을 만지면서도 어떤 물건인지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인간의 두정엽에는 다른 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감각중추가 있어 신체의 각 부위로부터 올라오는 감각 정보를 해당 대뇌 피질에서 최종적으로 종합하고 나서, 각 부위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무인식증 환자가 쓴 숫자, 오른쪽 두정엽에 손상을 입은 환자는 왼쪽을 알지 못하므로 숫자를 오른쪽에만 쓴다.
<출처: 천재도 되고 바보도 되는 뇌의 세계"(중앙교육연구원)>

 

 

 

 

연상영역이 발달하면, 공부나 문화 창조와 같은 고등 사고가 가능해진다

공부를 할 때는 뇌의 어느 부위가 작동하는 것일까? 뇌의 어느 부위가 발달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평생 공부를 해야 하는 현대 인간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질문일 것이다. 뇌과학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부를 하는 기능은 뇌의 가장 바깥쪽 껍질 부위인 대뇌 피질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인간의 창조적 생각이 이루어지는 대뇌 피질이 발달해야 머리가 좋다고 할 수 있다.

 

 

 

 

 

주름진 모양인 인간의 대뇌피질은 침팬지를 비롯한 다른 유인원에 비해 월등하게 넓은 표면적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간은 우수한 두뇌를 가지고 문화를 창조할 수 있었다.


앞에서 본 것처럼 대뇌 피질부의 중앙에는 운동과 감각을 관할하는 운동 사령부와 감각 사령부가 있고, 옆쪽에는 언어 사령부와 청각 사령부, 뒤쪽에는 시각 사령부가 있다. 그러므로 이들 사령부가 효과적으로 기능을 잘 수행해야 공부나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나머지 대뇌피질 부위는 공부와 고도의 정신 기능, 창조 기능을 담당하는 연상영역이며, 대뇌 피질 중 가장 큰 부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께가 평균 2.5~3mm, 표면적이 신문지 한 면(A4 크기의 종이 4장) 정도인 대뇌 피질은 그 중 연상영역이 얼마나 잘 발달하여 있는가에 따라서 두뇌의 우수성이 결정할 수 있다. 두뇌가 우수하면,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연상영역이 뛰어나게 발달한 인간이 찬란한 문화를 창조하고 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 참고로 대뇌 피질의 표면적을 비교해 보면 쥐는 우표 크기만 하며, 원숭이는 엽서 크기, 침팬지는 A4 크기의 종이 한 장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인간은 A4 크기 종이의 네 장 정도 되는 넓은 부위를 차지하고 있다.

 

 

 

약 45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원숭이의 뇌 용량이 약 400cc 정도로 비슷했지만, 450만 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르면서 인류의 뇌 용량은 1,250~1,500cc로 크게 발달한 데 비해 원숭이의 뇌 용량은 400~500cc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처럼 인간의 뇌 용량이 1,500cc로 커질 수 있었던 것은 연상영역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뇌 신경세포의 효율성을 높이면, 머리가 좋아진다

그렇다면 이처럼 중요한 뇌 중추 사령부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뇌 중추 사령부 속에 설치된 회로를 보다 치밀하게 만들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모든 신경세포는 사용하면 할수록 회로가 많아지고 튼튼해지지만 잘 쓰지 않으면 회로가 막히고 가늘어지며 수도 적어진다. 뇌 신경세포는 끊임없이 신경 흥분을 전하기 때문에 중간에 휴식을 취해야만 신경 흥분이 원활하게 전도된다. 휴식이 없는 과도한 흥분은 신경세포를 지치게 하기 때문에 효율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질병을 생기게 하므로, 중간에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서 뇌를 쓰는 것이 뇌 세포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뇌를 좋게 한다.

 

단순 암기는 주로 창조의 뇌 밑에 있는 변연계를 발달시키기 때문에 창조의 뇌 발달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변연계 위쪽에 있는 창조의 뇌가 발달하려면 암기보다는 원리를 생각하고 합리성을 따지는 공부를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미성숙하게 태어나는 인간의 뇌, 20년간 차근차근 발달시켜야

 

 

350만 년도 더 된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이 아프리카의 어느 모래 위에서 발견되었는데, 이것을 두 다리로 서서 걷기 시작한 ‘창조의 첫 발자국’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네 다리로 움직이다가 두 다리로 걷게 되면서 우리의 선조는 후각보다는 시각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으며 앞다리, 즉 손이 자유롭게 됨으로써 도구를 만들고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언어와 문화가 창조되었다.

 

인간은 네 다리로 지탱하던 체중을 두 다리로 지탱하게 되면서 허리에 통증이 빈발하게 되고 두 발로 체중을 지탱하기 위해서 골반이 원숭이보다 더 두꺼워졌다. 이처럼 뇌와 머리는 진화 과정을 통해 더욱 커진 데 반해 골반은 두꺼워져서 아기가 태어나는 산도는 더욱 좁아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상황들은 항상 새롭게 개선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인간은 이미 오래전에 멸망하였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문제는 태아의 뇌가 성장 초기 단계에 있을 때 태아를 출산하여 뇌를 모체 밖에서 주로 성장시킴으로써 해결하였다.


대뇌피질이 발달한 인간은 도구의 사용과 같은 창조적인 행동을 통해 지구를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의 아이들은 동물 중에서 가장 긴 기간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간의 뇌는 다양한 환경과 경험 그리고 타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게 된다. 이렇게 미성숙하게 태어나는 인간의 뇌는 혼자서 책임지며 살아갈 정도로 발전하려면, 최소 2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커가는 우리 아이들의 뇌도 나이에 따라 알맞게,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20년 동안 천천히 발달시켜주자. 서두른다면 우리 아이의 귀중한 뇌가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피가 빨간 것은 적혈구 때문이다. 적혈구에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이 들어 있으며, 숨을 쉴 때 코로 들어온 산소는 폐(허파)에서 헤모글로빈과 결합한다.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면, 피는 빨간색을 띠게 된다. 혈액 속에서 산소운반을 담당하는 물질을 혈색소라 하며, 척추동물은 헤모글로빈이 혈색소의 역할을 한다.

 

산소는 물에 녹으므로 피 속에 녹아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헤모글로빈과 결합을 하면 산소가 피 속에 그냥 녹는 것보다 약 60~65배 정도 더 많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몸에서 요구하는 산소를 전달해 주기 위해서는 헤모글로빈이 꼭 필요하다. 헤모글로빈에 결합한 산소는 온몸을 돌아다니다가 산소를 필요로 하는 세포에 다다르면 헤모글로빈에서 해리되어 세포로 들어간다. 대신 세포에서 대사 과정에서 생성된 이산화탄소가 헤모글로빈에 결합한다. 따라서 적혈구는 산소는 물론 이산화탄소와도 결합하는 셈이다. 산소는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원소이며, 이를 적재적소에 운반해 주는 적혈구는 생명유지를 위한 필수 세포이자 혈액에 포함된 가장 중요한 성분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의 몸에는 약 25조가 넘는 적혈구가 존재한다

 

가로세로 높이가 1mm인 직육면체(1mm3=1μl)에 적혈구는 약 500만 개가 존재한다. 남성은 약 540만 개, 여성은 약 480만 개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적혈구를 가지고 있다. 같은 부피에 포함된 백혈구가 약 8천 개, 혈소판이 약 40만 개인 것을 고려하면 혈액 내에 들어 있는 세 가지 세포 중 적혈구가 전체의 90%를 훨씬 넘는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사람의 몸에 들어 있는 피가 약 5리터이므로 적혈구는 약 25조 개가 존재하고 있으며, 수명이 약 120일이므로 1초에 파괴되는 적혈구만 약 300만 개에 육박할 정도로 많다.

 

전체 피 중에 적혈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을 적혈구 용적률(hematocrit)이라 한다. 혈액을 원심 분리했을 때 전체 부피 중에 가라앉은 적혈구가 차지하는 부피를 측정하여 적혈구 용적률을 구할 수 있다. 성인 남성의 평균은 46%이고, 여성은 42%로 남성의 용적률이 더 높은데, 그 이유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이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사람 적혈구의 10,000배 확대 사진, 이런 적혈구가 우리 몸 속에는 보통 25조개 존재하며, 수명을 다해 파괴되는 적혈구가 1초에 300만개에 육박한다.

 

 

 

탈수에 의해 혈장 부피가 감소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적혈구 용적률이 증가하며, 이때 목마름을 느껴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적혈구 용적률은 떨어지게 된다. 적혈구생성소(에리스로포이에틴, erythropoietin, EPO)는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므로 농도가 증가하면 적혈구 용적률도 따라서 증가하게 된다. 반대로 내출혈이 있거나 적혈구 생성에 이상이 있으면 적혈구 용적률은 감소한다.

 

 

운동을 하면 산소 요구량이 급격하게 늘어나, 숨이 차게 된다

 

 

운동을 하게 되면, 우리 몸의 산소 요구량이 늘어 숨이 차게 된다.


100미터 달리기를 하고 나면, 숨이 차서 심호흡하게 된다. 그 이유는 갑작스러운 운동을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지고, 이를 위해 물질대사가 평소보다 더 많이 일어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세포에서 필요한 산소량이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운동을 한다 해서 갑자기 적혈구의 숫자가 늘어나지 않으므로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은 제한되어 있다. 이 때문에 몸에서는 산소 부족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부족한 산소를 더 공급하기 위해서 숨을 크게 쉬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운동 직후 우리가 숨이 찬 원인이다.

 

숨이 찬 것이 산소부족에 의한 것이라면 운동을 할 때 산소를 공급해 주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10여 년 전에 농구 중계방송에서 작전타임 중에 산소탱크를 이용하여 산소를 공급하는 장면이 포착되곤 했다. 농구처럼 쉬는 시간이 일정한 경우에는 중간마다 잠깐이라도 산소를 마시는 것이 운동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마라톤처럼 쉬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야 하는 경기에서는 산소통을 맬 수도 없고, 물을 마시는 지역에서 산소를 들이켜기 위해 시간을 지체하는 것도 경기의 리듬을 깨게 될 테니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에 유명한 마라톤 대회에서 선두를 형성하는 선수들이 케냐∙에티오피아∙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출신인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가끔 중동지방 선수가 포함되는 예도 있지만, 이들은 그 나라 선수가 아니라 아프리카 출신이면서 중동국가로 귀화한 선수가 많다. 왜 아프리카 선수들이 마라톤에 강한 모습을 보일까?

 

아프리카 선수들이 마라톤에 강한 것은 산소 공급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마라톤에 강한 아프리카 선수 중에는 고지대 출신이 많다. 지면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지구의 중력이 약해지므로 공기의 밀도는 낮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높은 곳에 올라가면 낮은 곳에 있을 때보다 숨쉬기가 곤란해진다. 고지등정을 하는 대원들이 산소 공급 장치를 준비하는 것도 산소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고지대에서 사는 사람들은 부족한 산소 공급을 해결하기 위해, 저지대에 사는 사람들보다 적혈구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낮은 지대로 내려와 마라톤 경기를 벌이게 되면, 저지대 출신보다 산소 공급이 원활하므로 경기를 훨씬 쉽게 할 수 있다.

 

앞서서 남성호르몬 안드로겐과 적혈구생성소가 적혈구 용적률을 증가시킨다고 했으니 이들을 이용하면 운동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물론, 운동능력 향상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은 운동 선수들에게는 ‘금지’된 방법이다. 적혈구생성소 등은 대표적인 금지약물 중 하나다. 실제로 에리스로포이에틴을 투여하여 경기력 향상을 꾀한 예가 있어서 1999년에 세계반도핑기구(World Anti Doping Agency, WADA)가 설립되어 어떤 약물을 금지하고, 어떤 약물은 허용할 것인지를 심사하고 있다.

 


피가 붉게 보이는 것은,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고 있기 때문

 

피의 색깔은 흔히 ‘빨갛다’고 하지만 몸에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를 때 보면 아주 빨갛게 보기 좋은 색의 피도 있고, 약간 검거나 짙은 파란색을 띠는 경우도 있다. 빨간 피가 동맥피, 검거나 짙은 파란색 피가 정맥피이다. 동맥피는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고 있어서 빨갛게 보이고, 정맥피는 산소 대신 이산화탄소와 결합하고 있으므로 색이 다르게 보인다.

 

 

산소와 결합한 인간의 혈액은 밝은 붉은 색(왼쪽)이며, 산소가 떨어진 혈액은 검붉은 색(오른쪽)을 나타낸다.
<출처: Rogeriopfm at en.wikipedia.com>

 

 

 

그렇다면 빨간색이 아닌 피를 본 적이 있는가? 헤모글로빈은 포르피린 고리를 가진 구조를 하고 있는데, 연체동물이나 갑각류의 혈액에서 산소 운반 기능을 담당하는 헤모시아닌은 포르피린 고리를 가지지 않은 구조를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헤모글로빈에 산소가 결합하는 역할을 철이 담당하는 것과 달리 헤모시아닌에서는 그 자리를 구리가 대신하고 있다. 이 구리에 산소가 붙게 되면 특이하게도 엷은 파란색을 띠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토끼 눈이 빨갛게 보이는 것과 달리 연체동물의 눈은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피는 초록색을 띨 수도 있다. 황화수소의 형태로 몸에 들어온 황(sulfur)이 헤모글로빈에 결합하면 설프헤모글로빈을 형성할 수 있다. 감염성 질환에 사용하는 약의 하나인 설파제에도 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를 투여하는 때도 설프헤모글로빈이 형성된다. 피 속에 설프헤모글로빈이 증가한 경우를 설프헤모글로빈혈증(sulfhemoglobinemia)이라 하며, 이때 피의 색이 초록색으로 변할 수 있다. 설프헤모글로빈은 산소에 결합하는 능력이 떨어지므로 산소부족현상이 야기되어 청색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산소보다 강하게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일산화탄소는 적혈구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한다

 

 

적혈구가 산소 운반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헤모글로빈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는 부위에는 철이 존재하지만, 철은 산소보다 일산화탄소와 결합하는 능력이 250배나 더 강하다. 따라서 공기 중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여 그 공기에 노출된 사람에게서 이상증세가 나타나는 현상을 일산화탄소 중독이라 한다. 만약, 공기 중에 일산화탄소의 양이 산소의 1/250만 포함되어 있더라도 우리 몸속에서 적혈구가 산소를 공급하는 능력은 반으로 떨어지게 된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두통, 현기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 결국에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깨어 있을 때는 얼른 피하면 되지만 잠들어 있을 때에는 그대로 정신을 잃게 된다. 겨울철에 연탄을 많이 이용하던 70년대까지만 해도 연탄가스 중독에 대한 뉴스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연탄에서 배출된 일산화탄소에 의해 야기된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것이다. 일산화탄소는 산소가 헤모글로빈에 결합하여 몸에서 필요로 하는 곳에 전달되는 것을 방해하므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었다가 깨어난다 해도 뇌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일산화탄소 중독은 반드시 피해야 할 일이다.


일산화탄소는 적혈구 내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능혁이 산소보다 250배나 크기 때문에,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경우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져 사람이 사망할 수도 있다.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는 전문가와 전·현역 선수들에 의해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힌다. 2009년 윔블던에서 우승함으로써 샘프라스(Pete Sampras)의 기록인 그랜드슬램 타이틀 14개를 넘어 역대 남자선수 중 가장 많은 타이틀을 획득한 선수가 되었으며, 2010년 호주 오픈에서 우승함으로써 그 기록을 16개로 늘렸다. 약점을 찾을 수 없는 완벽한 테니스로 해마다 2~3개씩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차지하던 페더러는 2008년 들어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호주 오픈 4강전에서 조코비치(Novac Djokovic)에게 3대 0으로 지고, 프랑스 오픈에선 나달(Rafael Nadal)에게 6-0으로 세트를 내주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결국 그는 윔블던에서마저 나달에게 패하며 237주 동안 지켜오던 세계랭킹 1위를 빼앗겼다. 그 해 페더러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EB바이러스 감염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B림프구

 

그 해 초부터 고열과 무기력증에 시달린 페더러가 병원을 찾은 건 호주 오픈이 끝난 뒤였다. 그가 받은 진단은 ‘Epstein-Barr virus (EB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단핵구증(infectious mononucleosis).’ 이 병을 알기 위해 잠깐 혈액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인간의 혈액은 액체 성분인 혈장(plasma)과 세포 성분인 혈구로 이루어져 있다. 혈장에는 단백질과 지질, 전해질 등이 있으며, 우리 몸을 보호하는 항체도 혈장에 있는 단백질의 하나다. 혈구 대부분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고, 백혈구혈소판이 1% 내외를 차지한다. 혈소판은 혈액응고에 관여하며, 백혈구는 다른 병원균의 침입에 맞서 우리 몸을 보호하는 군대 같은 조직이다. 군대가 모자에 그려진 막대기 숫자로 계급을 구분하는 것처럼, 백혈구도 세포 안에 과립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과립구와 비과립구로 나뉜다. 과립구의 대표인 호중구(neutrophil)가 백혈구의 54~62%를 차지하며, 세균 등의 병원체를 잡아먹어 세균이 퍼지지 않게 해준다.


혈액은 액체인 혈장과 고체인 혈구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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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립구의 대표인 림프구(lymphocyte)는 25~45% 정도며, 면역반응을 관장한다. 우리가 백신을 맞는 것도 알고 보면 림프구한테 그 병원체를 기억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인데, EB바이러스 감염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림프구, 그중에서도 항체를 만드는 B 림프구(B 세포)다.

 

 

EB바이러스는 침을 통해 전파된다

EB바이러스는 타액분비, 즉 침을 통해 전파된다. 이 대목에서 말을 할 때 유난히 침을 튀기는 주위 사람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침이 튄 게 내 입에 들어가 EB바이러스가 전파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 EB바이러스는 보다 친밀한 관계, 즉 감염된 성인이 키스해줄 때 옮겨진다. 그렇게 들어온 바이러스는 입 안의 여러 곳을 감염시키다 편도선으로 가서 B 세포와 접촉하는데, 평소에는 안 그러던 B 세포가 EB바이러스만 만나면 급히 흥분을 해버린다. 세균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야 할 B 세포가 우리 몸에 대한 항체를 만드는 것. 그것도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난 채로 말이다.

 

 

EB바이러스는 주로 침을 통해 전파된다(왼쪽). 헤르페스 바이러스과 중 하나인 EB바이러스의 10만배 확대사진(오른쪽)

 

 

그걸 놔두자니 심각한 상태가 벌어질 것 같아 우리 몸이 나름의 대응을 하는데, 그게 바로 헌병대에 해당하는 T 림프구(T 세포)를 출동시키는 것이다. 헌병대답게 T 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B 세포를 마구 제거하며, EB바이러스로 인한 증상은 대부분 이때 나타난다. EB바이러스 감염 때 혈액에는 이상하게 생긴 림프구가 많이 보이는데, 그게 바로 급히 동원된 T 세포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이런 과정들을 통해 EB바이러스가 제거되나, 일부 B세포는 여전히 이 바이러스를 갖고 있고, 이건 평생 지속된다. 면역이 약한 사람에게선 B 세포의 증식이 계속되어 암이 생길 수도 있는데, 버킷림프종(Burkitt's lymphoma)은 그 한 예다.

 


잘 사는 선진국에서는 전염단핵구증을 자주 볼 수 있다

 

 

인체의 현병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T림프군. 전자현미경 9,560배 확대사진


EB바이러스 감염은 전 세계에서 발생한다. 성인의 90%가 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가질 만큼 흔한데, 어린아이들에서 가장 흔하지만, 다행히도 이때는 대부분 무증상이거나 가벼운 인두염으로만 나타난다. 그다음으로 흔한 그룹은 역시 키스를 많이 하는 청소년과 젊은 성인으로, 이들의 75%가 전염단핵구증 양상을 보인다.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나라에서는 EB바이러스가 대개 어린 나이의 소아에 감염되는 반면 잘사는 나라들에선 성인이 될 때까지 EB바이러스 감염이 되지 않으니, 전염단핵구증을 더 자주 볼 수 있는 곳은 이들 선진국이다.

 

젊은 성인에서 전염단핵구증의 잠복기는 약 4~6주다. 피로와 근육통이 1~2주 지속하다 발열, 인후통림프절이 붓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목 뒤에 있는 림프절이 붓고 아프며, 이건 우리 몸에서 T세포를 다량으로 만들어내는 것과 관계가 있다. 발진이 생기기도 하며, 간과 비장이 커지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은 2~4주간 지속하며, 권태감과 집중력 저하 등은 수개월까지 가기도 한다. 대부분 자연 치유되나 일부 환자에서는 합병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뇌를 침범한다든지 적혈구가 깨져 빈혈이 생기기도 한다. 합병증으로 간염이 발병하기도 해, 2009년 국내 논문에는 전염단핵구증에 걸린 20대 남자에서 급성 간염이 생긴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비정상적으로 림프구가 증가하면 전염단핵구증을 의심해야…

건강한 성인의 혈액에는 1mm3당 4,500-10,000개 정도의 백혈구가 있다. 전염단핵구증에 감염 시 백혈구 수치가 10,000개를 넘어 20,000개에 이른다. 특히 림프구가 증가하는데, 그 중 10% 이상이 비전형 림프구로, 크기도 크고 불규칙한 핵을 가지고 있다. 이 질병의 이름이 전염단핵구증인 건 림프구가 많이 증가하는 데 기인한다. 열이 있고 인두염과 부은 림프절이 있는 성인에서 비정상적으로 생긴 백혈구가 많이 관찰된다면 전염단핵구증을 의심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비장까지 커졌다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과거에는 항체검사도 했지만 위음성, 즉 전염단핵구증에 걸렸는데도 양성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유용성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트랜스아미나제(transaminase)라는 간 효소가 80%에서 증가하여 진단에 널리 쓰인다.

 

 

전염단핵구증의 치료제의 개발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치료는 휴식과 진통제다. 잘 쉬면 대부분은 병이 낫는다. 첫 한 달은 비장이 터지는 걸 막기 위해 과도한 활동을 피해야 한다. 염증이 심하면 항염 작용이 있는 스테로이드를 쓰고 싶겠지만, 이 경우 세균 감염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단 편도선이 너무 커져 기도를 막는다든지, 적혈구가 깨진다든지 할 때는 프레드니졸론(prednisolone)을 쓸 수는 있다. EB바이러스는 헤르페스 바이러스(herpes virus)와 같은 과에 속하지만, 헤르페스에 잘 듣는 아시클로버(acyclovir)는 효과가 없다. 그러니 전염단핵구증의 치료는 그저 면역억제제의 사용을 줄이는 게 고작이다. 키스가 아니면 전염되기 어려우니 격리를 할 필요까진 없지만, 혹시 모르니 음식을 앞에 두고 침을 튀기며 말하는 건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 아무튼 EB바이러스의 치료약은 현재로선 없는 상태인데, 이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EB바이러스는 타액에서 주로 증식하므로 약을 먹어봤자 그 효과가 미치지 않으며, EB바이러스의 증세가 바이러스 탓이라기보다는 우리 몸의 면역반응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EB바이러스가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고 심지어 암과도 관계가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치료약의 개발이 필요하다.

 

 

황제 페더러, EB바이러스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복귀하다

 

EB바이러스가 드문 질환이 아닌 만큼 우리가 아는 사람 중에서도 환자를 찾을 수 있다. 작년 올림픽에서 박태환과 경쟁을 했던 해켓(Grant Hackett)도 2000년 올림픽 즈음에 EB바이러스에 시달린 바 있는데, 그래서 그다음 올림픽 때는 아내와 키스도 하지 않을 만큼 조심을 했단다.

 

‘어뢰’라는 별명을 얻었던 수영스타 이안 소프(Ian Thorpe)가 이른 나이에 은퇴한 것도 EB바이러스를 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안 소프와 달리 페더러는 EB바이러스를 극복했고, 2009년 2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차지하며 다시금 세계랭킹 1위에 복귀했다. 어려운 병을 극복하고 다시금 세계 일인자가 된 그에게 박수를 보내야 하겠다.


EB바이러스를 극복하고, 2010년 호주 오픈 우승을 차지한 로저 페더러

 

 

자리에 한참 누워 있던 사람이 갑자기 일어서자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불과 몇 초간의 짧은 시간이 지나자 어지러움이 사라지고 정상으로 돌아와 일상생활에 아무 지장을 받지 않는다.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진 원인은 아주 다양하다. 금세 증상이 사라져 정상을 되찾는 경우 어지러움과 함께 두통을 비롯한 다른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증상이 수시로 반복된다면 당연히 병원에 가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는 경우 머리가 어지러워진다면 쉽게 의심할 수 있는 원인으로는 빈혈저혈압을 들 수가 있다. 빈혈은 피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현상이고, 저혈압은 실제로는 피가 부족하지는 않지만 피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자세를 바꿀 때 중력에 의해 혈액이 하반신으로 모이는데, 정상적이라면 신경 반사기구에 의해 혈압이 유지되지만, 신경 반사 기구에 이상이 생겨 뇌로 가는 혈액이 부족하면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 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러움을 느끼곤 한다.

 

 

산소 공급 기능에 장애가 생겨 조직 세포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를 빈혈이라 한다

 

빈혈은 적혈구가 담당하는 산소공급기능에 장애가 생겨 조직과 세포에서 요구하는 만큼 산소를 공급해 주지 못함으로써 저산소증을 초래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한자로는 貧血이라 쓰니 피가 부족하다는 뜻이 되지만, 의학에서는 피 전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피에 포함된 수많은 성분 중에서 적혈구가 부족한 경우 또는 적혈구가 부족하지 않더라도 산소공급기능에 문제가 생긴 경우를 말한다.

 

피에는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의 세포성분 외에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는 단백질을 포함한 수많은 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기능 또한 아주 다양하다. 피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신속히 나타나는 이상이 산소운반 기능이므로 이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 피 전체에 문제가 생긴 것처럼 빈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고무줄로 팔을 감으면, 팔 아랫부분(손이 있는 방향)에 혈관이 울퉁불퉁 솟아오르면서 피부색이 파란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혈관이 막힘으로써 동맥으로부터 산소공급을 받지 못한 부위에서 나타나는 산소부족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혈관 아랫부분이 썩어 들어가는 것이다.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머리가 어지러워진다면, 빈혈과 저혈압을 의심해볼 수 있다.

 

 

 

 

헤모글로빈의 양이 기준에 못 미치면, 빈혈이라고 진단한다 

빈혈의 원인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적혈구 내에 존재하는 헤모글로빈 양이 정상보다 훨씬 떨어져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따라서 헤모글로빈 양을 측정하여 빈혈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게 되는데 성별∙나이∙임신 여부에 따라 그 진단기준이 다르다. 정상적인 헤모글로빈 수치는 보통 15mg/dl 정도이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진단기준은 6개월에서 6세까지의 어린이나 임산부의 경우 11mg/dl 이하, 임신을 하지 않은 여성과 6-15세 사이의 청소년들은 12mg/dl 이하, 15세 이상의 남성은 13mg/dl 이하인 경우를 빈혈이라 진단한다.

 

빈혈의 원인은 아주 다양하므로 원인에 따라 분류하면 종류가 아주 많아진다. 그러나 적혈구의 크기와 염색 시 어떻게 보이는가에 따라 분류하면 다음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적혈구의 크기와 염색 시 색소가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대부분의 빈혈이 해당한다.
        2.  적혈구의 크기가 작아지고 염색 시 색소가 감소되어 나타나는 경우: 철 결핍성 빈혈이 대표적이다.
        3.  적혈구의 크기가 커지고, 염색 시 색소가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거대적아구성 빈혈이 대표적이다.

 

 

눈동자 주위나 손톱을 통해서 쉽게 빈혈을 진단할 수 있다

 

토끼눈이 빨갛게 보이는것은 눈동자 흰부분에 핏줄이 잘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평소에는 붉은 색이 보이지만, 빈혈이 있으면 하얗게 보인다.


빈혈이 심한 경우에는 산소공급 부족에 의해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사고에 의해 출혈이 생기면, 산소운반을 담당해야 할 적혈구가 몸 밖으로 빠져나가 빈혈이 발생할 수가 있다. 출혈이 생긴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의사는 얼마나 빈혈이 심한지(적혈구 손실이 얼마나 심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눈동자 주변을 살펴본다.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동자 주변의 하얀 부위에 핏줄을 볼 수 있는데, 눈동자 주변이 하얗게 보인다는 것은 빈혈이 있음을 의미한다. 빈혈이 생기면 혈관 속의 적혈구 양이 감소하여 헤모글로빈에 결합하는 산소의 양도 함께 감소한다. 피가 빨갛게 보이는 것은 산소와 헤모글로빈이 많이 결합한 것을 나타내므로, 핏줄이 있는 부분이 빨갛지 않다는 것은 산소가 적게 결합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간편하게 빈혈을 진단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의사가 아닌 흰자위를 처음 들여다보는 사람이 이 방법으로 빈혈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방법은 한쪽 엄지손가락으로 다른 쪽 엄지손가락의 손톱 윗부분을 눌렀다가 떼어보는 것이다. 손톱 뿌리부분이 흰색인 것과 다르게 붉은색을 띠는 손톱 윗부분은 손가락으로 누르면 흰색으로 변했다가 손가락을 떼면 금방 원래의 색으로 돌아가야 정상이다. 손가락을 떼고 나서 1초 이내에 원래의 색으로 돌아가지 않고 손톱이 계속해서 흰색으로 남아 있으면 빈혈을 의심할 수 있다.

 

 

임산부에게서 철 결핍성 빈혈이 흔히 발생하나, 이유는 아직 확실치 않다

이 결핍되면 빈혈이 발생한다. 이유는 철이 헤모글로빈의 중심부에 있어 산소와 결합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헤모글로빈은 중심부에 철이 붙어 있어야 정상적으로 산소와 결합할 수 있으며, 산소를 요구하는 신체부위까지 산소를 운반한 다음 산소를 떨어뜨려 준다. 어떤 이유에서든 철이 결핍된 경우에는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을 할 수 없으므로 조직과 세포에 산소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함으로써 산소결핍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철 결핍성 빈혈이 임신 시 잘 나타나는 이유는 확실치 않다. 태아가 철을 많이 필요로 해서 엄마가 가진 철을 소모하기 때문이라는 가설도 있지만, 증명된 것은 아니다. 임신 외에도 음식으로 섭취되는 철이 부족하거나, 충분히 섭취는 했지만 소화기에서 철을 흡수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철 결핍성 빈혈이 나타날 수 있다. 임산부에게서 발생하는 철 결핍성 빈혈을 제외하고도,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철 결핍성 빈혈이 더 잘 생기지만 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임산부에게서 빈혈이 발생하면 철 섭취량을 늘리면 된다. 철이 필요한 임산부가 다른 영양소를 섭취하는 건 빈혈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영양제 사용 시에는 목적을 확실히 하고 사용해야 한다.

 


말라리아를 이기기 위해, 겸상 적혈구 빈혈증이 생겼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 환자가 없었던 말라리아는 90년대 중반부터 휴전선 지역을 중심으로 환자 발생이 수시로 보고되고 있다. 다행이라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삼일열 또는 사일열 말라리아는 증상이 심하지 않으므로 생명을 담보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1999년에 한 연예인이 해외촬영을 다녀오고 나서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한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열대열 말라리아는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치명적이다.

 

말라리아는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질병이므로 모기의 생존이 유리한 아열대와 열대 지역에 만연해 있다. 아마도 인류 역사상 단일 질병으로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질병이 말라리아로 여겨지는데, 유사 이래 수천 년간 말라리아로 고생한 인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라리아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적도지방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 있는 겸상(낫 모양) 적혈구 빈혈은 동그랗고 납작하며 중간 부분이 오목한 모양을 한 정상적인 적혈구 대신, 낫 모양으로 휘어진 모양의 적혈구를 가지고 있다.


겸상 적혈구 빈혈증을 일으키는 겸상(낫보양) 적혈구
<출처: NIDDK>

 

 

둥근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바뀌면 큰 혈관을 지날 때는 별 문제가 없으나 말초에 있는 아주 가는 모세혈관을 지나칠 때는 되돌아 나오는 과정에서 깨지기가 쉽다. 적혈구의 지름은 모세혈관의 굵기와 거의 차이가 없으므로 완충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낫 모양을 한 적혈구는 혈관벽에 부딪히면 깨질 가능성이 커진다. 120일이라는 적혈구의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말초에서 깨지게 되면 적혈구의 수가 줄어든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산소운반을 담당할 적혈구가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와 빈혈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겸상 적혈구 빈혈의 원인은 헤모글로빈의 구조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알파와 베타 글로빈 사슬이 각각 두 개씩 모여 네 개가 결합하는 모양을 한 헤모글로빈에서 베타 사슬에 있는 여섯 번째 아미노산이 글루탐산 대신 발린으로 바뀌게 되면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바뀌는 것이다. 베타 사슬 두 개에 모두 이상이 생기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심한 증상이 유발되지만, 베타 사슬 한 개는 정상이고, 한 개만 이상이 생기면 적혈구는 낫 모양을 하고 있지만, 증상은 심하지 않은 빈혈이 유발된다.

 

 

겸상 적혈구 빈혈증 분포(왼쪽)와 역사적으로 말라리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오른쪽)
<출처: Muntuwandi at en. wikipedia.com>

 

 

말라리아 유충은 적혈구에 기생하므로 이와 같은 적혈구를 지닌 사람이 말라리아에 걸린다 하더라도 말초에서 적혈구가 깨지기 쉬우므로 말라리아 유충은 충분히 자라기 전에 죽게 된다. 즉, 심한 말라리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유충이 죽음으로써 겸상 적혈구 빈혈보다 더 심각한 질병인 말라리아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적도 지방에 널리 퍼져 있는 겸상 적혈구 빈혈은 말라리아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인류가 발전시킨 말라리아 해결 방법에 해당하는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고등동물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행동양식의 변화를 통해 향상 발전시켜 나가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학습이라 하는데, 학습이란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고,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라 하겠다. 학습한 행동을 학습행동(learned behavior)이라 하며, 타고날 때부터 갖추어진 행동(innate behavior)과 구별한다. 학습은 중추신경계의 가소성 혹은 적응성의 하나라 생각되며, 이는 인류 문명과 문화 발달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학습은 앞으로도 인간의 무한한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기억이란 자극을 머리에 아로새겨 두었다가,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상기할 수 있는 정신 기능

 

기억이란 어떤 자극(학습)에 대하여 이를 느끼고 이것을 머리에 아로새겨 두었다가, 자극이 없어지고 나서 그 정보를 다시 상기할 수 있는 정신 기능을 말한다. 인간에게 기억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지적 성장이나 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사고∙판단∙학습도 따져 보면 모두 기억을 바탕으로 한 대뇌 기능이다.

 

기억의 보유시간이 짧은 기능을 단기기억이라 한다. 이는 비교적 불안정하며, 두부에 외상을 입거나 전기충격 등으로 의식이 상실되면, 기억이 쉽게 소실된다. 하지만 어떤 기억은 여러 가지 변형을 입어 확고해지고, 두부 외상이나 전기충격에 의해서도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기억을 장기기억이라 부른다. 정보가 뇌 속에 확고히 고정되어 기억 흔적으로 남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쥐의 대뇌 신경 세포(뉴런), 자극은 뉴런을 통해 전달된다.
<출처 : Shushruth at en. wikipedia.com>

 

 

 

장기기억은 물질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성장할수록 신경세포의 가지 수가 많아지며 두터워진다. 신경전도가 활발히 일어나는 부위의 시냅스는 새로운 가지도 생겨나면서 두터워져 흥분전도가 훨씬 원활하게 일어난다. 이런 구조적인 변화로 특정 시냅스 회로가 활성화되어 흥분전도가 회로를 쉽게 건널 수 있게 된다. 신경세포의 이런 작용 덕에 기억은 더 깊고, 오래 시냅스에 고정되고, 기억의 흔적으로 새겨져 회상하기가 더 쉬워진다.

 

 

시냅스 사이의 흥분전도가 원활하게 일어나는 경우, 시냅스 회로가 강화되고 두터워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장기기억으로 남게 된다.


계속해서 사용하는 시냅스 회로는 활성화되고 강화되나, 쓰지 않는 회로는 없어지게 된다. 즉, 장기기억은 특수한 물질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두터워진 시냅스 부위에 흔적으로 아로새겨져 오랫동안 존재하는 것이다.

 

기억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새로운 지식을 외워서 뇌에 입력하는 단계, 두 번째는 외운 것이 뇌에 저장되는 단계, 세 번째는 다시 생각하는 회상 단계이다. 그러나 이 세 단계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게 된다. 그 예로 보통 치매라고 부르는 알츠하이머병을 들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경우, 기억을 입력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는 해마가 손상되거나 망가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치매환자는 기억 정보가 잘 입력되지 못하여, 최근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러나 오래 전에 뇌에 견고하게 저장된 기억은 해마와는 관련이 없어서 치매환자들도 회상할 수 있다. 다른 예로 대뇌피질이 외상이나 치매 등 여러 요인으로 망가지면 그 부분에 저장되어 있던 기억이 없어질 수 있다. 이때는 다른 기억에는 문제가 없지만, 특정한 부위에 저장된 기억은 떠올릴 수 없게 된다.

 

 

 

기억 과정은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아

일반적으로 기억 과정은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은 아주 재미있었던 기억과 슬픈 기억, 두 가지 종류의 기억이 오랫동안 생생히 기억된다. 이런 기억은 세월이 많이 흘러도 잊어버리지 않고 생생히 떠올릴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이런 감정 상태일 때 정보가 뇌에 쉽게 입력되고 견고하게 저장되기 때문이다. 기억은 우울할 때보다 즐거운 상태에서 좀 더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따라서 항상 학습을 해야 하는 아이에게 오래 기억을 시키기 위해서는 즐겁게 공부를 하게 유도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즐겁게 공부를 하는 것은 주의집중을 증가시켜 학습정보를 쉽게 입력, 저장할 수 있게 하여 더욱 잘 기억하게 해준다.

좋은 기억력을 유지하려면, 망상활성화계의 역할도 중요하다. 뇌의 밑바닥 줄기 한가운데는 정신을 맑고 깨어 있게 유지해 주고,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신경세포의 그물이 있다. 그것을 망상활성화계라고 부른다. 이 신경세포의 그물은 뇌의 맨 위쪽에 있는 대뇌 신경세포에 계속 자극을 보내 정신을 맑게 유지해주고, 한 곳으로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감정이 복잡하거나 여러 갈래로 흩어질 때는 이 망상활성화계도 흩어지고 억제된다. 이럴 때는 주의력이 산만해져 기억이 잘 입력되지 않고 회상도 잘 안 된다. 좋은 기억력을 유지하려면 우선 기억하려는 일에 재미와 흥미를 느끼며 즐거운 마음 상태를 갖고 감정을 안정시켜야 하는데, 이런 상태가 망상활성화계를 자극하는 데 좋기 때문이다.

 

 

망상활성화계는 정신을 맑게 유지시켜서 집중력을 높여준다. 집중력이 높은 경우, 받아들인 자극을 훨씬 더 잘 기억할 수 있다(왼쪽).
즐거운 상태에서 자극을 받으면 기억의 뇌인 해마가 활성화된다. 이때, 해마 앞에 붙은 전두엽도 같이
자극받아 동기부여가 생겨, 기억이 견고하게 잘 저장된다(오른쪽).
<출처 : 서유헌, [내 아이의 미래가 달라지는 엄마표 뇌교육]>

 

 

 

기억 기능은 이성의 뇌와 감정의 뇌가 협력해야 효과적

기억 기능은 최근에 진화되어 발전한 신피질(이성의 뇌)과 오래전에 만들어진 고피질(감정의 뇌)에서 하고 있다. 그러므로 고피질과 신피질에서 서로 협력하여 기억이 이루어져야 효과적일 수 있다. 이치를 따지지 않고 지식을 단순하게 암기만 하면 고피질부인 동물의 뇌만 발달하게 된다. 동물도 반복하면 단순기억은 잘한다. 그러나 다양하고 복잡한 정보를 즐거운 마음상태에서 하게 되면, 기억의 뇌인 해마가 활성화된다. 그러면 기억이 잘 입력되고 해마 앞쪽 전두엽에 있는 동기부여의 뇌가 자극받아 동기부여가 생겨, 기억이 대뇌피질로 올라가서 견고하게 잘 저장되고 회상이 잘 이루어진다. 어떤 문제를 풀 때는 뇌 일부를 동원하는 것보다 신피질과 고피질 전체를 동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억력을 높이고 싶다면 감정표현에 솔직한 것이 좋다

 

사람이 감정을 자제하고 애써 무표정하게 있을 때, 단기 기억력이 감소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최근 보고되었다. 영화를 볼 때 즐겁고 우스운 장면이 나오거나 슬픈 장면이 나올 때, 웃거나 우는 것을 못하게 감정을 억제하면 영화에 대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감정 중추는 기억 중추인 해마와 붙어 있기 때문에 감정이 즐거울 때 기억이 잘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감정을 부자연스럽게 억제하면 소수의 세포만이 기억 과정에 참가하기 때문에 기억력이 떨어진다. 

 

예컨대 강압적인 환경에서 일하거나 강압적인 태도로 대하면, 사람들은 기가 죽고 자신의 감정을 자꾸 숨기게 된다. 더 부드럽게, 보다 민주적으로 대하는 것이 구성원의 능력 발휘뿐만 아니라 기억력에도 좋다.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를 하면 기억력이 좋아질 뿐 아니라 동기부여도 되어, 학습 효과가 높아진다.

 

 

 

*세계 뇌 주간 행사

2010년 3월 13일부터 20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개최되는 세계 뇌 주간 행사(World Brain Awareness Week)가 국내 10개 도시에서 개최된다. 국내 유수의 뇌과학 연구자들이 국민을 대상으로 뇌의 기능 및 뇌질환에 대한 최신의 연구결과를 알기 쉽게 소개할 예정이다. 누구나 무료로 이번 행사에 참석할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한국 뇌학회 홈페이지(http://brainsociety.org)에서 볼 수 있다.

“무릎 관절염으로 말미암은 통증으로 고생해 온 세계랭킹 1위 라파엘 나달이 결국 대회 개막을 사흘 앞둔 19일 대회 참가를 포기하기로 했다.” 페더러를 제치고 2008년에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나달은 육상선수를 방불케 하는 빠른 스피드로 세계 테니스계를 주름잡았다. 치타처럼 빠른 발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공을 받아내니, 상대선수가 주눅이 들 수밖에…

 

테니스 황제 페더러도 나달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졌다. 하지만 나달 스타일의 테니스는 무릎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무릎 통증은 그의 고질병이 되었고, 부상 탓에 결장하는 경기가 점점 많아졌다. 2008년 윔블던에서 페더러를 무너뜨렸던 나달은 결국 2009년 윔블던에 출전하지 못했고, 1년간 지켜오던 세계랭킹 1위도 빼앗기고 말았다. 그 이유는 젊은 나이에 벌써 퇴행성관절염 초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무릎 골관절염 : 무릎 안쪽의 연골이 손상되거나 퇴행성 변화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

 

무릎관절은 경골(tibia)과 대퇴골(femur)의 접촉으로 이루어지며, 그 주위에 근육과 힘줄∙인대들이 있어 관절을 안정하게 유지한다. 뼈의 끝에는 2~4mm 두께의 연골이 있어 뼈를 보호해주고, 반달(menisci)이라는 섬유 연골판이 관절 양쪽에 있어서, 관절면을 더 잘 맞춰주고 충격도 흡수해 준다. 골관절염은 연골이 손상되거나 퇴행성 변화가 옴으로써 관절강이 좁아지고,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나중에는 관절의 변형이 오고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가져오는 무서운 병인데, 이 골관절염(퇴행성관절염)이 가장 흔하게 오는 부위는 무릎 안쪽이다.

 

걷거나 서 있을 때 체중의 75~90%가 무릎 안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골관절염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 대부분이 55세 이후에 발생하지만, 나이가 많다고 모든 사람이 다 골관절염에 걸리는 건 아니다.


하드코트에서 너무 무리해서 테니스를 치는 경우, 퇴행성 관절염에 걸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앞서 말한 나달처럼 무릎에 외상을 입어서도 생길 수도 있고, 비만이거나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 확률이 높다. 미국에선 골관절염이 장애 원인 중 단연 1위라는데, 60대 이상의 33%가 골관절염이다. 우리나라에선 50대 이상인 중장년층에서 37%가 방사선학적으로 무릎 골관절염 소견을 보였고, 관절염 증상을 호소한 사람은 24%였다.

 

골관절염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무릎이 아프고,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조금 지나면 체중이 실릴 때는 아프고 쉬면 좋아지나, 병이 더 경과하게 되면 쉬어도 통증이 있게 된다. 비가 온다든지 습기가 많은 날에는 통증이 더 심해진다. “곧 비가 내릴 테니 빨래를 걷어라.”는 시어머니의 예지력은  바로 골관절염에서 비롯된 거였는데, 날이 흐려 기압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관절강 내 압력이 증가해 신경이 자극받기 때문이다.

 

 

골관절염의 치료의 원칙 : PRICE

 

무릎에 통증이 있는 경우, 얼음찜질을 하루에 15분씩 수 차례 해주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통증이 있는 환자는 아래의 PRICE 원칙을 따라야 한다.

 

 

  Protection - 지팡이를 사용해 체중부하를 줄임으로써 관절을

   보호(protection)하기
  Rest - 오래 서 있거나 계단 오르는 걸 될 수 있으면 피하고

   휴식(rest)을 취하기
  Ice - 얼음찜질(ice)을 하루 15분씩 수차례 실시하기
  Compression - 붕대로 감아 압박(compression)하기
  Elevation - 무릎이 부었으면 다리를 들어 올리기(elevation)

 

체중을 줄이는 게 특히 중요한데, 성공만 한다면 통증을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다, 물론 약도 써야 한다. 초기에는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이 좋다. 그래도 통증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NSAID라고, 비스테로이드 소염제를 쓰면 퇴행성 변화를 예방할 수 있지만, 나름의 부작용이 있다. 스테로이드를 관절강 내에 주입하는 것 역시 자주 쓸 건 아니다. 아직 무릎 골관절염에 대한 완벽한 치료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골관절염 환자의 많은 수가 여러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가벼운 유산소운동과 근력강화 운동은 골관절염의 통증 감소와 관절의 안정성에 도움을 준다

60세 남자가 지난 35년간 매주 30킬로를 달렸다. 그런 그에게 주위 사람들이 “계속 그러면 골관절염 걸린다.”라고 겁을 줬다. 그는 과연 운동을 계속해도 될까?

 

한 정형외과 책에는 ‘일주일에 20마일 이상을 달리는 고도의 스포츠 활동은 골관절염과 관련이 있다.’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골관절염에 더 잘 걸리는 건 아니었고, 심지어 골관절염의 발병이 더 늦어졌다는 보고도 있었다. 마라톤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으니, 위에서 말한 60세 남자는 계속 달려도 될 것 같다.

 

축구나 레슬링처럼 접촉이 많은 스포츠를 하는 건 분명히 골관절염의 위험을 증가시키지만, 이건 상대선수에 의해 직접 관절에 충격이 가해진 탓이며, 조깅 같은 것에 의해서는 골관절염이 오히려 방지된다는 게 대체적인 결론이다. 물론 나달처럼 직업적으로 하드 코트에서 무릎을 혹사한다면 골관절염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골관절염이 있는 환자가 운동해도 될까? 된다. 가벼운 유산소운동과 근력강화 훈련이 통증감소와 관절의 안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단다.

 

축구와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면, 골관절염의 위험이 증가한다.
이는 격렬한 몸싸움으로 말미암은 관절의 충격 때문이지, 운동자체 때문은 아니다.

 

 

 

글루코사민은 무릎관절염의 특효약이 아닌, 건강보조식품일 뿐

일반인에게 무릎관절염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게 바로 글루코사민(glucosamine)이다. 바닷게의 껍질에 들어 있는 키토산을 주 원료로 만든 글루코사민은 환자들의 통증을 완화해주고 관절 연골의 손실을 막아줄 뿐 아니라 연골을 재생시키기까지 한다고 선전됐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최근의 연구결과는 부정적이다. 2006년 미국 국립보건원은 ‘글루코사민의 통증완화 능력이 가짜 약(placebo)을 썼을 때와 별 차이가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글루코사민이 미국에서 ‘약’이 아닌 ‘건강보조식품’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2010년 2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도 ‘글루코사민 제제가 골관절염의 예방 효과는 물론이고 통증감소와 기능향상에 효과가 없다.’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무릎관절 전치환술, 가격은 비싸나 효과가 좋아서 점점 수술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는 병이 있다. 혈액공급이 안되어 대퇴골 머리 부분이 썩는 건데, 이 경우 대퇴골의 머리를 금속으로 바꿔주는 방법을 쓴다. 그렇다면 무릎연골이 닳았을 때 무릎을 금속으로 바꿔주면 어떨까?

 

실제로 대퇴골과 경골의 관절면을 금속성 보조물로 대체해 주는 수술법(무릎관절 전치환술, Total knee arthroplasty)을 쓰는 때도 있어, 2005년 미국에서만 50만 건의  무릎관절 전치환술이 시행된 바 있다.

 

이 방법이 성공하면 통증 없이 생활을 하는 기간이 증가할 수 있는데, 가격이 비싸고 나이 든 환자에서 결과가 썩 좋지 않은 게 단점일 수 있지만, 비용대비 효과를 따져봤을 때는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약을 쓰는 건 증상을 완화하는 것일 뿐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점점 이 수술을 하는 사람이 늘어날 전망이다.


골관절염 환자가 무릎관절 전치환술을 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무릎 안쪽에 실리는 하중을 분산하기 위해 신발을 잘 선택하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안창이나 신발을 잘 선택하는 것도 골관절염 치료에 도움이 된다. 맨발로 걷는 것보다 신발을 신으면 골관절염의 위험성이 증대된다는 결과가 있지만, 사회생활을 하려면 신발을 안 신을 수는 없다. 이럴 때 외측쐐기 깔창(lateral wedge insole)을 사용하면 도움이 되는데, 원리는 이렇다. 경골이 수직으로 서 있는 데 반해 대퇴골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이게 무릎관절 안쪽에 하중이 실리는 원인이다. 일어서서 신발 바깥쪽에 쐐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발 바깥쪽을 들어 보자. 무릎 안쪽에 걸리던 하중이 분산되는 느낌이 들 거다. 이 때문에 골관절염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건 당연한 얘기지만, 같은 이유 때문에 굽이 높은 힐은 골관절염 환자는 신으면 안된다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잘 잊어버리는 사람도, 오래 전에 본 영화 내용은 잘 기억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미국의 하버드 대학과 스탠퍼드 대학 연구원들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어떤 사물을 보았을 때 뇌의 전두엽 앞부분과 해마 피질 부분이 오래 자극을 받으면,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은 어떤 경험이 잘 기억되느냐, 쉽게 잊히느냐는 그 경험이 뇌에 들어왔을 때 얼마만큼 각인되느냐에 달린 것으로 생각해왔다.

 

 

전두엽과 해마 피질은 기억력과 관련이 깊다

 

하버드 대학의 와그너(Wagner)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실험 대상자를 자기공명 영상장치(MRI)에 연결한 상태에서, 2초마다 단어 하나씩을 스크린에 비춰주면서 처음에는 대문자인지 소문자인지를 묻고, 이어 구체적인 뜻이 있는 단어(의자나 책)인지 추상적인 단어(사랑과 미움)인지를 묻는 방식으로 기억력 테스트를 했다.

 

와그너 박사는 이들에게 가장 잘 기억하는 단어와 기억이 희미한 단어, 기억나지 않는 단어가 무엇인지를 묻고, 이를 MRI를 통해 관찰한 뇌 활동과 비교했다. 그 결과 전두엽(이마엽) 앞부분과 해마 피질 부위가 작동되는 시간이 긴 단어일수록 잘 기억되고, 짧은 단어일수록 잘 잊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비슷한 예로 전두엽이나 해마에 손상을 입은 알츠하이머병(치매) 환자는 단기 기억력에 문제가 발생한다.

전두엽과 해마 피질 부위가 활성화되면, 기억을 더 잘할 수 있다.
<출처: Wagner et at. Science(1998)>

 

 

 

뇌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수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피곤할 때 공부를 하는 것은 내용을 기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명한 헵(Hebb) 시냅스를 처음 제시하고 기억 연구로 유명한 도널드 헵(Donald Hebb) 박사는 한창 열심히 일하던 47세 때 심각한 기억력 감퇴를 경험했다. 논문을 읽으면서 필요한 내용을 기록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해 노트를 펼쳤는데, 이미 그 내용이 글씨로 기록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밤에는 일을 중단하고 쉬면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영양을 보충한 결과 기억력이 되살아났다.

 

여러 연구팀에서 수면이 기억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보고하였다. 기억 중의 하나인 시각구조구별 작업기억(Visual texture discrimi nation task)은 렘과 서파수면 시간이 길면 더 오래 기억을 하였고, 운동순서 작업기억(Motor sequence task)은 수면 2단계인 비렘수면(nREM) 시간에 비례하여 기억력이 오래 지속되었다.

 

 

또한 운동적응 작업기억(Motor adaptation task)은 수면 4단계인 서파수면에 비례하여 기억력이 강화되었다. 이처럼 뇌의 피로를 줄이면 기억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간 중간 일을 중단하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며 충분히 자는 것이 좋다. 즉 피곤할 때 억지로 많은 것을 기억하려 하지 말고, 뇌의 저장 공간을 생각하여 적당히 주입시키는 것이 오히려 기억이 잘 되게 하는 방법이다.

 

 

여러 종류의 기억력과 그에 영향을 주는 수면 시간 사이에는 비례 관계가 있다.

 

 

 

 

미주신경을 자극하면 기억력이 높아진다

미국 서던 일리노이대학 심리학교수인 로버트 젠슨(Robert Jensen) 박사는 <네이처뉴러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사람들이 일상적인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면서 결혼∙죽음∙모욕과 같이 감정이 크게 움직이는 사건이나 행사를 잘 기억하는 이유가 바로 부교감 신경계인 미주신경 덕분이라고 밝혔다. 미주신경은 뇌간에서 체내의 거의 모든 장기까지 뻗어 있는 부교감 신경조직으로, 심박동 등을 조절하는 뇌의 명령을 전달하고 위장관 등의 소화기관이 비어 있는지의 여부 등 각 기관의 상황에 관한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젠슨 박사의 쥐 실험 결과를 보면 감정이 복받친 사건이 기억에 오래 머무는 것은 부교감 신경인 미주신경이 자극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젠슨 박사는 실제로 10명의 실험 대상자에게 250개의 단어 중 42개가 노란색으로 표시된 여러 줄의 문장을 읽게 한 뒤, 노란색 표시 단어를 기억해 내도록 하는 테스트를 수행하였다. 특수 장치로 미주신경을 자극하기 전후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결과, 미주신경 자극 후 점수가 미주신경 자극 전과 비교하면 36%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따라서 미주신경을 자극하면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다. 젠슨 박사는 이러한 발견은 언젠가는 뇌졸중 환자나 뇌 손상을 당한 환자의 기억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젠슨 박사는 미주신경 자극이 알츠하이머병 환자나 시험을 위해 많은 것을 머리 속에 집어넣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젠슨 박사는 미주신경을 너무 자극하면 오히려 기억력 향상의 이익이 없어지는 것으로 쥐 실험 결과 나타났다고 지적하였다. 머리속에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으면 기억력 향상의 한계를 초과하게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인의 죽음과 같은 슬픈 기억이 오래가는 것은, 부교감신경계인 미주신경 때문이다.

 

 

건망증은 뇌세포 손상으로 발생하는 치매와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입력하면 기억으로 저장되는데, 상호 간섭이 일어나므로 입력이 잘 안된다. 된다 하더라도 견고하게 저장이 잘 안되므로, 강한 자극이 들어오면 쉽게 빠져나가 잊힌다. 모든 사람이 가장 흔하게 경험하는 건망증은 치매처럼 독성 단백질에 의해 뇌 세포가 손상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입력시키거나 주의 집중을 하지 않고 대충 입력시키기 때문에 나타난다. 따라서 건망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주의를 집중해서 한 번에 하나씩 입력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이해를 하지 않고 무조건 반복적으로 많은 것을 암기하는 것은 좋은 기억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TV를 오래 보면, 기억력 떨어진다

 

일방적으로 전달만 하는 TV를 오래 보면, 기억력이 떨어진다.


 

호주에서 시행한 한 조사에서 기억력과 생활습관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하루 한 시간 이하의 TV를 시청한 사람들이 많은 시간 TV를 시청한 사람보다 이름이나 얼굴∙직업 떠올리기∙시장 보기∙목록 외우기 등 모든 부문에서 기억력이 좋았다. 또한, 소설을 읽고 식단에 신경 쓰는 등 적극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기억력이 좋았음이 밝혀졌다.

 

많은 시간 일방적으로 전달만 하는 TV에 정신을 뺏길 정도로 시청하게 되면, 너무 많은 일방적 정보에 뇌신경 세포가 쉽게 지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수동적으로 TV 내용에 좌우 받게 되어 능동적으로 다양한 생각을 하기 힘들게 된다. 따라서 뇌 신경세포에 다양한 정보 전달이 잘 안 되어 기억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적절히 시청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좋은 기억력을 유지하는 데 좋다.

 

우리 몸에 있는 혈관을 한 줄로 늘어놓으면 약 100,000km(지구 둘레의 두 바퀴 반)에 이르고, 심장을 출발한 혈액이 불과 몇 분 만에 온몸을 한 바퀴 돈다. 심장이 피를 짜내는 기관이고, 심장과 피가 생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알려졌었다. 지금이야 누구나 피가 온몸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 사실이 알려진 것은 4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아주 쉽게 알아낼 수도 있을 법한 혈액순환 이론이 왜 이렇게 뒤늦게야 알려졌는지, 그 과정에 어떤 일이 있었고, 혈액순환의 발견이 이후의 의학 발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알아보기로 하자.

 


17세기 이전 서양사람들은 피가 간에서 끊임없이 생산된다고 믿었다

 

“피는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17세기 이전의 서양사람들이 고민한 흔적은 별로 없다. 당연히 간에서 피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 간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간의 색깔이 피의 색과 가장 비슷하고, 혈관이 꽤 발달하여 있기 때문이다. 단위 면적으로 치자면 콩팥에 혈관분포가 더 많고, 피가 수시로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 심장이므로, 콩팥이나 심장에서 피가 생성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간이 피를 생성하는 기관이라는 믿음은 오랫동안 다수가 인정하는 당연한 진리(?)였다.

 

아주 조잡하여 현미경이라 할 것인지 말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을 제외하면, 현미경을 이용하여 뭔가를 관찰하기 시작한 것은 말피기(Marcello Malpighi, 1628~1694)∙로버트 훅(Robert Hooke, 1635~1703)∙레이우엔훅(레벤후크, Anton Van Leeuwenhoek, 1632~1723) 등이 등장하면서부터였다. 이들은 각자 나름의 방법을 개발하여 현미경을 고안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현미경의 성능과 원리에 다소 차이가 있으므로 “누가 먼저 현미경을 개발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한 명을 꼭 집어내기는 쉽지 않다.


혈액순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윌리엄 하비
<출처:Daniel Mytens at en wikipedia.com>

 

 

아무 증거가 없음에도 1628년에 하비(William Harvey, 1578~1657)가 혈액이 순환한다는 사실을 주장하기 전까지 “피는 간에서 만들어진다.”라는 내용이 의학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입으로 섭취한 음식이 소화되고 흡수되면, 이것이 간으로 가서 피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된다고 생각했다. 간이 열심히 피를 만들어내면 이 피가 심장에서부터 온몸으로 보내지는 것이라 믿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하비의 생각 : 혈액은 순환한다


과학역사학자인 토머스 쿤(Thomas Samuel Kuhn, 1922~1996)은 1962년에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을 통해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는 이론적 틀이나 개념의 집합체”라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과학 발전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발전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이론이 제시되고, 이것이 과학이 갑자기 발전하는 계기가 되면서 과학이 점진적이라기보다는 계단식으로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으로 보면 쉽게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1962년 이전에 이와 같은 생각을 체계적으로 제시한 학자가 없었다는 것이 특이할 뿐이다.

 

 

팔을 고무줄로 묶으면 혈관에 피가 모여 혈관이 부풀어오른다.
<출처:하비의 [동물의 심장과 혈액의 운동에 관한 해부학적 연구]>


혈액이 온몸을 돌아다닌다는 하비의 주장도 패러다임을 바꾸는 내용이었다. 어른은 분당 60~70회, 어린이는 분당 70~100회 정도 심장이 뛴다는 사실은 하비 이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심장에서 인체 곳곳으로 배출되는 혈액의 양이 너무 많으므로, 음식을 통해 섭취하여 얻은 재료만으로 혈액을 계속 만들어낸다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할 만도 했다. 그러나 1628년에 하비가 이를 의심하고, 피가 간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순환되면서 재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할 때까지 이를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비는 [동물의 심장과 혈액의 운동에 관한 해부학적 연구]라는 책에서 팔을 고무줄로 묶으면 혈관에 피가 모여 혈관이 부풀어오르는 현상, 동물해부를 통한 피의 흐름 관찰, 뱀의 대동맥을 묶으면 심장에 피가 모이지만 대정맥을 묶으면 심장이 비는 현상, 심장에서 배출되는 혈액량이 아주 많다는 사실 등을 기초로, 혈액은 순환하고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스승조차 외면했던, 하비의 혈액순환에 대한 주장

패러다임이란 그 시대를 지배하는 생각이므로 이를 한순간에 바꾸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하비가 여러 가지 정황증거를 내세워 혈액이 순환하고 있음을 주장하였지만, 당시 주류 학자들에게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중에는 그의 스승이자 유명한 해부학자인 파브리키우스(Geronimo Fabricius, 1537~1619)도 포함되어 있었다. 파브리키우스는 하비의 스승이었을 뿐 아니라, 하비가 혈액이 순환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 정맥판(정맥 안쪽에서 혈액의 저류를 방지하는 구조물)을 발견한 학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도 특별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 채 혈액순환에 대해 지극히 비판적인 태도를 보일 만큼, 혈액이 온몸을 돌아서 다시 제자리로 온다는 이론은 당시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야만 하는 일이었다.

 

1790년에 역사학자 크루크생크(Willium Cumberland Cruikshank, 1745~1800)는 “반대자들이 하비의 이론이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하비의 이론이 옳다는 결과만 나타났다. 그러자 하비의 이론이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던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하비 외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 증명되자, 하비의 발견은 의학에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하는 쓸모없는 발견이라고 태도를 바꾸었다.”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말피기가 발견한 모세혈관, 혈액순환 이론을 완성하다

오늘날 혈액순환 이론에 의하면 심장에서 배출한 피는 대동맥을 통해 동맥으로 점점 더 가는 혈관을 타고 이동하면서,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를 전해준다. 그리고 나서 세포에서 생산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노폐물을 받아서 정맥을 통해 돌아온다. 이 와중에 노폐물은 콩팥의 혈관을 지나가면서 걸러지고, 이산화탄소는 폐에서 산소와 교환된 다음 다시 심장으로 가서 온몸으로 배출된다.

 

 

말피기는 모세현관을 발견하여, 동맥에서 정맥으로 피가 흘러가는 것을 입증하였다.
이로서 하비의 혈액순환 이론은 완성되었다. <출처:Arcadian at en wikipedia.com>

 

 

하비가 혈액순환 이론을 내세우고, 실험적으로 증명하기는 했지만, 심장을 출발한 피가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완전히 밝혀낸 것은 아니었다. 혈관은 말초로 갈수록 굵기가 작아져 동맥의 끝 부분에 이르면 크기가 아주 작은 상태의 모세혈관이 된다. 이는 너무 가늘어서 눈으로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산소를 싣고 가는 빨간색의 동맥피와 산소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검푸른 색인 정맥피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하비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였다.

 

이 수수께끼의 해답을 찾아낸 이가 바로 말피기다. 하비가 혈액순환 이론을 발표한 해에 태어난 그는 곤충에서 노폐물을 배출하는 말피기관, 사람 콩팥의 작은 구조물인 말피기소체 등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학자다. 그는 현미경을 이용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포와 조직을 관찰하여, 여러 가지 새로운 발견을 많이 했다. 가장 유명한 것이 1661년에 모세혈관을 발견한 것이다. 1657년, 하비가 세상을 떠난 지 4년 후 말피기에 의해 모세혈관을 통해 동맥피가 정맥으로 전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하비의 혈액순환 이론이 완성되었다.

 

 

오래 전부터 혈액순환에 대한 언급 있었으나, 실험과 관찰 결과까지 제시한 건 하비가 처음

 

하비보다 앞서서 혈액이 순환한다는 이론을 내세운 사람이 있지는 않았을까? 정답은 “있다”이다. 그러나 하비만 이름을 남긴 것은 하비의 주장이 실험과 관찰 결과가 뒷받침된 믿을 만한 이론이었던 데 반해, 다른 사람들의 주장은 그냥 한번 해본 말에 불과하거나 몸 전체의 혈액순환이 아니라 특정 부위의 순환만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기원전 약 2,600년경부터 전해진 지식을 기원전 3세기에 편집한 중국의 [황제내경(黃帝內經)]에 ‘심장은 혈액을 조종하는 기관이며 혈액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있다’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으나 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으므로, 이를 혈액순환 이론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13세기에 이집트에서 활약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많이 남긴 이븐 알나피스(Ibn al-Nafis, 1213?~1280?)는 혈액의 폐순환에 대해 처음 기술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교황 클레멘트 8세의 시의였던 체살피노(Andrea Cesalpino, 1519~1603)는 1593년에 혈액에 대하여 순환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으며, 최초로 폐순환(소순환)과 체순환(대순환)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였다.


모세혈관을 발견하여, 하비의 혈액순환 이론을 완성시킨 말피기
<출처: L C Maill at en wikipedia.com>

 

 

16세기 스페인 신학자이자 의학자인 세르베투스(Michael Servetus Villeneuve, 1511~1553)는 자신이 쓴 신학 책에 “폐에서 혈액이 공기를 거르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공기가 혼합되면 혈액의 색이 바뀐다.”라며 혈액이 순환한다는 내용을 최초로 기술하였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하나님이 쓴 것과 같은 대우를 받던 갈레노스(Claudios Galenos, 129~199)의 책 내용과 다르다는 이유로 종교개혁가였던 캘빈(John Calvin, 1509~1564)에 의해 이단자로 몰려 42세에 화형에 처해지고 말았다.

 

어깨를 다친 기억도 없는데 어깨가 아프다. 좀 아프다 말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심해진다. 팔을 위로 들어 올리기가 어려워져 세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밥 먹을 때 숟가락을 들어 올리는 것도 힘들고, 화장실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안 되겠다 싶어서 병원에 가보니 ‘오십견’이란다. 오십견이란 무엇이고, 오십 세가 안됐는데도 오십견이 올 수 있는지 한번 알아보자.

 

어깨관절(shoulder joint)은 상박골의 머리(humeral head)와 관절와(glenoid cavity)의 접촉으로 이루어진다. 상박골 머리와 닿는 부위의 관절와가 조금 들어가 있고, 그 주위로 섬유 연골이 주성분인 테두리가 둘러싸여 있긴 하지만, 골반이 대퇴골두를 완전히 감싸는 고관절에 비하면 좀 불안한 게 사실이다. 어깨 탈구가 비교적 흔히 일어나는 것도 그 때문인데, 이를 보상하기 위해 여러 개의 인대와 근육이 어깨관절을 지지해 준다. 최종적으로 그 둘레를 섬유주머니가 둘러싸고 있는데, 이 주머니를 ‘관절낭(capsule)’이라고 한다.

 

 

별다른 외상 없이 어깨가 아프고, 운동하기 힘들면 오십견

 

오십견은 별다른 외상 없이 어깨가 아프고 그로 말미암아 운동이 제한되는 질환을 말한다. 어깨관절을 둘러싼 조직에 염증이 생기고(관절낭염) 달라붙어(유착) 잘 움직여지지 않고 아파지는데, 의학적 진단명은 유착성 관절낭염(adhesive capsulitis)이고, 세간에서는 동결견(frozen shoulder)이라 부른다. 1934년 어깨를 잘 못 움직이고 아파서 밤에 잠도 잘 못 자는 환자를 진찰한 코드맨(Ernest C. Codman)이 처음으로 동결견이라는 말을 썼고, 팔을 앞으로 들어 올리거나 바깥쪽으로 회전시키는 일(오른팔이라면 시계방향)이 어려워지는 게 이 병의 특징이라고 했다. 코드맨은 동결견의 원인을 몰랐지만, 1945년 네비애서(Robert N. Neviaser)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유착성 관절낭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이 두 용어가 같은 질병을 지칭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상태지만, 여기서는 그 둘을 같다고 간주한다.

 

오십견이란 별칭처럼 동결견은 50대에서 주로 발생하며, 40세 전에 생기는 일은 드물다. 가장 흔한 나이가 56세며,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다. 정형외과에서는 제법 흔한 질환으로, 전체적으로 보아 이 병에 걸리는 사람들은 3~5% 정도다.


어깨관절은 상박골의 머리와 관절와가 만난부위로,다리의 고관절에 비해 조금은 불안한 구조로 되어 있다.이부분에 염증이 생긴것을 흔히 통결견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동결견은 1~3년 사이에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으며, 오랜 기간 어깨 움직임에 지장이 있는 사람은 20~50% 정도다.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 여부는 빈도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양쪽 어깨에 동시에 동결견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 다행스럽게도 동결견의 재발은 아주 드물다.

 

 

50대에 주로 발병하는 동결견, 아직 그 원인이 다 알려지지 않았다

동결견의 원인은 아직 알려져지 않다. 외상이나 다른 질병이 동결견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으며, 특히 당뇨병 환자는 동결견에 걸리는 일이 아주 흔해, 그 비율이 10~36%에 달한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갑상선 기능 저하증파킨슨병∙심장병∙뇌졸중 등에서도 동결견이 비교적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는 동결견의 증상

 

통결견의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어깨에 통증이 있어서 운동범위가 제한된다는 소견을 보인다.


동결견은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단계는 통증단계 혹은 냉동단계로 서서히 통증이 심해지면서 관절운동의 범위가 줄어든다. 통증은 밤에, 누워있는 상태에서 더 심해지므로 수면장애가 발생하기도 한다. 환자는 증상이 금방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하고 병원에 오지 않지만, 사실은 상박골과 관절와의 접촉부위에 염증이 생겨 있다. 통증이 더 심해지고 운동범위가 더 줄어들고 난 뒤에야 병원에 오는데, 이 과정이 3~9개월에 걸쳐 일어난다.

 

1단계의 환자 중 상당수가 2단계로 진행되며, 이걸 유착 단계라고 부른다. 팔을 움직이면 아프니 어깨를 점차 안 쓰게 되고, 그 결과 통증이 사라지더라도 어깨는 여전히 뻣뻣한 상태가 된다. 특히 팔을 바깥으로 돌리는 게 제한되며, 그다음엔 들어 올리는 것도 안되어진다. 이 과정은 4~12개월 사이에 일어난다.

 

세 번째 단계가 관해 단계로, 어깨의 움직임이 점차 정상으로 돌아오며, 이건 12~42개월 걸린다. 일부에서는 관절운동이 완전하게 돌아오지 않지만, 대개가 노령에 접어드는 환자들이고 활동이 많지 않기에 어느 정도의 운동 제한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깨가 아픈 것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어, 섣불리 동결견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동결견은 증상만으로는 정확한 감별이 어렵다. 어깨가 아프면 무조건 동결견을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어깨가 아픈 원인질환으로 더 많은 것은 회전근개 질환이라고, 어깨에 분포하는 근육들에 이상이 생긴 경우다. 그밖에 관절염이라든지, 경추이상, 내부장기 이상에서 초래되는 통증이 어깨로 간 경우, 종양, 신경손상 등이 있을 때 어깨가 아플 수 있으므로 이들과 감별진단을 해야 한다.

 

사실 동결견은 어깨가 아픈 원인을 모를 때 내리는 잠정적인 진단으로, 동결견이 의심된다 하더라도 추후 경과를 잘 살펴서 진짜 원인이 뭔지 더 찾아보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환자들도 그렇고 의사 중에서도 동결견 진단을 좀 남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정형외과 교과서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동결견이 매우 흔한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근래 조사한 바로는 어깨 통증의 원인 중 약 5% 내외의 빈도였다는 보고가 있는 것으로 보아, 과거에는 발생 빈도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니어Neer (C. S. Neer)라는 의사는 동결견의 임상적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1. 견관절의 운동 범위가 줄어들며, 이 범위를 지나서 움직이려 하면 통증이 발생하지만

                        제한된 범위 내에서는 통증이 거의 없다.
                    2. 누르면 아픈 것, 즉 압통이 없다.
                    3. 방사선 소견에 골다공증 말고 특별한 소견이 나타나지 않는다.
                    4. 혈액 검사에서 특이한 소견이 나타나지 않는다.
                    5.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
                    6. 저절로 회복이 되면서 통증이 사라지고 운동범위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7. 40세~60세에서 흔하다.

 

 

수동적인 관절운동을 통해서 운동범위를 정상화하는 것이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치료는 수동적인 관절운동을 통한 운동범위의 정상화다. 초기, 즉 움직이면 아픈 시기에는 휴식을 취해야겠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어깨 통증을 심하게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환자 스스로 수동적 관절운동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따뜻한 물 찜질 후 시행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며, 손가락을 벽에 대고 점차 위로 올리는 운동이 대표적인 운동법이다. 이런 운동을 하루 6회 정도 시행해 굳어진 어깨를 서서히 이완시키는 게 치료의 목표다.

 

통증이 심하면 운동치료와 함께 진통 소염제를 쓰기도 하며, 잘 안 들을 때는 마취를 시키고 강제로 운동을 시키거나 스테로이드를 주입하기도 한다. 이런 비수술적 치료에 반응이 없을 때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는데, 수술은 관절경을 이용하거나 어깨관절을 열고 시행한다. 환자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 즉 동결견은 만성적인 질환이며 증상이 다 나으려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걸 환자에게 이해시키고, 인내심과 의지를 가지고 의사 지시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동결견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며 통증이 수반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연 치유될 수 있다. 그러니 어깨가 아프다 싶으면 빨리 병원에 가야하고, 진단이 내려지면 인내심을 가지고 자가 치료에 힘써야 한다. 노년의 행복은 어깨에 있으니 말이다.


통결견의 치료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수동적인 관절운동을 통해 운동범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피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던 과거에는 피가 아주 소중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각종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이 다양했다. 드라마를 보면, 중병에 걸려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손가락을 깨물어 흐르는 피를 환자의 입 안에 한 방울 떨어뜨리기만 해도, 죽어가는 사람이 정신을 차리고 살아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처럼 피의 가치를 높이 사고, 피를 소중히 여긴 우리나라의 전통의학이지만, 특별한 순간에는 피를 뽑아내는 방법을 치료를 위해 사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긴 피를 빼버리는 것이 특이하긴 하지만 서양에서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흔하게 피를 뽑아내는 치료법을 시도해 왔다. 이를 사혈이라 하며, 이 방법은 현대의학에서 거의 이용되지 않지만, 역사적으로는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기원전 377?)가 활약한 기원전 5세기부터 약 100년 전까지 널리 이용된 치료법의 하나다.

 


피를 뽑아내는 치료, 사혈의 역사는 깊다

 

히포크라테스의 4체액설을 발전시켜 사혈을 하나의 치료법으로 소개한 갈레노스 <출처: Pierre Rpche Vigneron>


히포크라테스가 ‘의학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이유는 의학이라고 내세울 만한 게 없던 미미한 의학 수준을 한층 끌어올려, 질병이 자연현상의 하나이므로 인간의 힘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질병은 인체 내부의 생리적 불균형 또는 인체 내부와 외부 환경의 부조화에 의해 발생한다.”라고 히포크라테스가 주장하기 전까지 질병이란 신이 인간에게 주신 벌이었다. 그러므로 병이 생기면 직접 치료하기보다는 신에게 노여움을 풀어 달라고 비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히포크라테스는 사람의 몸에 존재하는 네 가지 체액, 즉 혈액∙점액∙황담즙∙흑담즙의 균형이 건강을 유지하게 하며, 어떤 이유에서건 네 가지 체액에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이 질병의 원인이라 생각했다. 이를 4체액설이라 하며, 2세기에 로마에서 활약한 갈레노스(Claudios Galenos, 129?~199?)는 이를 더욱 체계화하여 세상에 널리 퍼뜨렸다.

 

 

히포크라테스 학파의 이론을 공부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켜 근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역사 상 가장 오랜 기간 의학을 지배했다는 평가를 받는 갈레노스는 4체액설을 더욱 발전시켰을 뿐 아니라 몸에 들어 있는 체액에 불균형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바로잡으려는 방법의 하나로 사혈을 소개함으로써 오랜동안 사혈이 질병치료를 위해 이용되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부위의 피를 얼마나 빼내는 것이 좋은지는 아무도 몰라

 

피를 빼내기 위해서는 피를 담은 혈관에 손상을 가해야 한다. 그렇다면 얼른 의문이 생긴다. 어떤 병이 생겼을 때, 어느 부위에 있는 혈관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내어, 얼마나 많은 양의 피를 뽑아내는 것이 가장 적합할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 의학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피를 뽑아내는 것 자체가 워낙 좋은 치료법이니 피를 뽑아내는 장소나 양을 무시하고라도 뽑아내기만 하면 몸에 이롭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학자에 따라서 질병 발생 부위에서 가까운 혈관에 상처를 내는 것이 좋은지, 먼 곳에 있는 혈관의 피를 빼내는 것이 좋은지 논쟁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결말이 나지 않았다. 어차피 결론이 없는 논쟁이었으므로 어느 방법이 좋은지 증명하기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17세기에 윌리엄 하비가 발표한 혈액순환이론이 진리로 자리를 잡게 되면서 논쟁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혈액이 온몸을 계속해서 돌아다니므로, 어느 위치에서 피를 뽑아내건 어차피 같은 피이므로 부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심어 준 것이다.


환자의 몸에서 사혈을 하는 장면 <출처: Armamentium Chitugie(1693)>

 

 

피를 뽑아낼 때 ‘적당히’ 뽑아내고 나서도 질병이 낫지 않으면, 뽑아낸 양이 적다고 판단하여 더 빼냈고, 그래도 낫지 않으면 또 더 빼내다 결국 혈액부족에 의해 사망하는 예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최선의 치료를 다하고 맞이하는 어쩔 수 없는 불행한 결과’일 뿐이었다.

 


사혈을 위해 다양한 기구가 고안되었고, 그 중 하나가 거머리

상처가 생겨서 피가 흐를 때, 상처가 크면 출혈량이 많아서 문제가 되고, 상처가 작으면 금세 상처가 아물어 피가 흐르지 않게 되므로 원하는 만큼 피를 뽑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천 년 이상 사혈이 바람직한(?) 질병 치료법의 하나로 받아들여지면서 사혈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방법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사혈 시행을 용이하게 했다.

 

사혈을 위해 시도한 방법은 정맥에 상처를 내는 방법과 흡각과 같은 기구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19세기 초에 프랑스 의사인 브루세(François-Joseph-Victor Broussais, 1772~1838)는 사혈을 위해 거머리를 널리 이용하였다. 이 때문에 사혈을 시행하기 위한 거머리를 어느 의사가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명의의 구분 기준이 되기도 했다. 물론 화살촉이나 칼로 정맥에 상처를 내는 방법이나 사혈을 시도하기 위해 의사들 각자가 고안한 기구가 사용되기도 했으며, 세계 곳곳에서 이와 관련된 수많은 방법이 개발되었다.

 

 

19세기에 거머리를 이용하여 사혈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요즘도 의학용 거머리를 이용하여 환자를 치료하기도 한다.

 

 

사혈의 효용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도 많았다

사혈이 진짜로 질병 치료 효과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대 그리스 때부터 의문이 제기되었다. 에라시스트라토스(Erasistratos, 기원전 310?~기원전 250?) 학파에 속하는 이들은 인체 내 피의 양을 줄이는 것은 좋은 치료법이기는 하지만, 사혈은 아주 위험한 방법이므로 사혈 대신 단식을 통해 혈액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17세기에 혈액순환 이론이 제시되기 전에는 섭취된 음식으로부터 피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으므로 이 이론은 나름대로 타당한(?) 이론이었다. 사혈을 시행하는 중에 환자가 의식을 잃게 되면,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했으므로 사혈 도중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생기기도 했다. 따라서 사혈의 위험성을 지적한 학자들도 계속 쏟아져 나왔다.

 

수많은 질병이 전염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이탈리아의 프라카스토르(Girolamo Fracastoro, 1478~1553)는 체액의 불균형에 의해 질병이 발생한다는 이론에 의문을 가졌다. 따라서 사혈의 치료 효과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화학자로 더 유명하고, 연금술사로도 알려진 헬몬트(Jan Baptist van Helmont, 1579~1644)도 사혈의 효과에 의문을 가져 환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어 사혈과 다른 치료법을 별도로 실시하여 결과를 비교해보자는 제안을 했고, 이 제안은 그로부터 약 200년이 지날 때까지 몇몇 연구팀에서 비슷한 연구를 했고, 사혈의 효과에 부정적인 결과를 얻으면서 사혈은 서서히 쇠퇴해 갔다.

 


20세기 초까지 사혈은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널리 인정받았으나

 

20세기 초의 유명한 의사인 오슬러도 사혈의 효용에 대해 강조를 할만큼 사혈은 2천년 간 반대 연구 결과와는 상관없이 치료법으로 널리 쓰여왔다.
<출처: Gilbert & Bacon photographer at en.wikipedia.com>


실험군과 대조군을 비교하는 연구를 통해 사혈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사혈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으나 지금처럼 교통과 통신이 발달해 있지 않은 시절이라 그 속도는 아주 느렸다. 그 와중에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George Washington, 1732~1799)도 한편에서는 사혈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그의 주치의였던 러시(Benjamin Rush, 1745~1813)도 사혈의 효과를 신봉한 의사였다. 그는 동맥의 상태가 사혈의 효과에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며, 1799년에 워싱턴 대통령이 인후에 생긴 염증으로 고생하던 시기에도 여러 의사를 시켜 사혈을 시도하게 했다. 약 2리터 정도의 피를 이유 없이 몸 밖으로 내보내야 했던 워싱턴 대통령은 결국 사망하고 말았으니, 직접적인 사인이 무엇이냐에 관계없이 이렇게 많은 양의 피를 내보내는 것은 목숨을 건 위험한 행동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17~19세기에 걸쳐 사혈이 질병치료와 무관하다는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수시로 발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초 오늘날 의학연구를 위한 최고의 기관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을 세우는데 공헌한 오슬러(William Osler, 1849~1919)가 “사혈은 폐렴 치료에 좋은 효과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반세기 동안 너무 사용을 적게 했다.”라는 기술을 남긴 바와 같이 20세기 초까지도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특별한 경우 외에는, 사혈은 사라져야 할 치료법

체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바늘로 손가락 끝을 따는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오늘날에도 사혈은 계속 이용되고 있다. 이 방법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지만, 효과를 판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인이 직접 느끼는 것이다. 이 방법의 최대 단점은 손가락 끝에 생긴 상처를 통해 질병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이 침입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혈은 그 효과에 대한 이론적 근거가 부족하고, 실제로 효과를 보이는 경우도 없으므로 상처로 인한 감염발생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사라져야 할 치료법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우리 몸에서 필요 이상으로 적혈구의 수가 크게 증가하는 진성적혈구증가증과 같은 질병은 과다한 적혈구를 제거하기 위해 몸에서 피를 빼내는 것이 지금도 행해지는 치료법의 하나다. 유전성 혈색소침착증과 같이 몸속에 철분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경우 이를 배출하기 위해 사혈을 실시하면 철 농도가 줄어들면서 심폐기능이 향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특발성 피부 포르피린증과 같은 질병은 피를 빼내면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상을 호전시켜 줄 수도 있다. 아무리 현대인의 눈에 황당하게 보이는 치료법인 사혈이라 해도 아주 특수한 질병에서는 실제로 치료를 위해 이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수 년 전 한 거물 국회의원이 대화 도중 쓰러져 언어가 마비되고 반신불수가 되어, 정치적 야망을 펼치기는커녕 정상생활을 영위하지도 못하는 처지에 빠져 많은 사람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그 국회의원이 걸린 병이 흔히 중풍이라고 하는 뇌졸중(stroke)이다.

 

 

뇌혈관 장애로 인한 질환, 뇌졸중

뇌졸중은 뇌혈관 장애로 인한 질환의 총칭이며, 일반적으로 갑자기 뇌혈관에 순환장애가 일어나 의식이 없어지고 신체가 마비되는 뇌혈관 질환을 말한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이 있으나, 생활 패턴의 변화로 뇌경색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뇌의 문제로 인해서 사람의 행동에 장애가 올 수 있는 뇌졸중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하였다.(왼쪽)
허혈성 뇌졸중은 혈전이 뇌의 혈관을 막아서 발생하는 뇌졸중이다.(오른쪽)

 

 

혈전이 떨어져 나와 뇌의 혈관을 막는 허혈성 뇌졸중

허혈성 뇌졸중은 또한 신체 다른 부위, 특히 심장 및 그 주변 기관에서 혈전(혈관 내 혈액 응고물)이 발생하여, 이 혈전이 떨어져 나와 뇌의 혈관을 막는 ‘뇌색전증’에 의해서도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심장판막증과 같은 심장질환 환자에게 뇌졸중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뇌색전증때문이다. 허혈성 뇌졸중은 혈액순환 장애 정도에 따라서 완전 허혈과 부분 허혈로 분류할 수 있다. 완전 허혈 시에는 뇌 국소 부위의 혈액순환이 완전히 차단되어 뇌 일부분이 죽는 현상, 즉 뇌경색이 발생하게 된다. 뇌경색이 발생한 부위는 그 기능을 되살릴 수 없으며, 따라서 장애가 영구히 남게 된다.

부분 허혈의 경우에는 조속히 뇌 혈류를 복원시켜 주면 뇌 세포의 사망을 막을 수 있고, 그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뇌졸중에 대한 치료는 바로 부분 허혈 부위를 되살리는 데 그 초점을 두고 있다. 또한 뇌졸중은 일단 발생하고 나서 방치하여 두는 경우, 점차 악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악화를 막는 것도 뇌경색 치료의 중요 목표이다.

 

 

얇아진 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출혈성 뇌졸중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뇌의 혈관 벽은 1,500㎜Hg라는 높은 혈압에도 견디는 탄력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있으나, 혈관이 약해져 있는 부위는 200㎜Hg의 혈압에도 쉽게 파열되어 뇌출혈이 생긴다. 출혈성 뇌졸중의 원인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것은 고혈압성 뇌출혈이다. 이는 고혈압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는 경우나 무리하게 힘든 일을 하거나 피로가 겹치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약해진 뇌혈관 일부가 높은 혈압에 의하여 파열되어 발생한다.

 

고혈압 이외에 뇌출혈의 중요 원인으로 뇌동맥류와 뇌동정맥기형의 파열이 있다. 뇌동맥류란 선천적으로 뇌혈관 일부가 약화되어 그 부위가 꽈리 모양으로 불거져 나와 있는 것을 말하며, 이 부위는 혈관 벽이 매우 얇아서 파열되는 위험성이 높다. 뇌동맥류 파열은 인구 만 명당 매년 1명가량 발생하며, 그 치사율이 매우 높아서 전체 뇌동맥류 파열환자 중 50% 이상이 수술치료 등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현장에서 혹은 병원으로 후송 중 사망한다. 뇌동정맥기형이란 뇌동맥이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뇌정맥과 연결되어 있는 선천성 기형을 말하는데, 전체 뇌동정맥기형 환자 중 2~3%가량이 뇌출혈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의 얇은 혈관이 터져 뇌세포에 적절한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지 못하면 뇌졸중이 발생한다.

 

 

뇌졸중의 증세 : 갑작스러운 신경기능의 장애

원인에 관계없이 뇌졸중은 갑작스러운 신경기능의 장애로 나타난다. 뇌졸중에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갑작스러운 두통 및 구토가 있고, 반신 마비나 신체 일부의 마비, 신체 일부의 감각마비와 소실이 있을 수 있으며, 언어장애(실어증 혹은 발음장애), 안면신경장애, 운동실조(사지 및 신체의 움직임을 원활히 조절할 수 없는 상황)가 나타날 수 있다. 대뇌 피질 연합 영역이 침범되면 치매가 나타나게 된다. 허혈성 뇌졸중의 경우 초기에는 이러한 증상들이 경미하게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경우 더 심한 영구적 장애를 남기는 뇌졸중이 조만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뇌졸중의 증상은 갑자기 나타나게 되지만 뇌혈관의 이상은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설명한 뇌동맥류 혹은 뇌동정맥기형으로 인한 뇌출혈을 제외하고는, 혈관의 병이 진행하여 혈관이 견디지 못할 정도가 되면 터지거나 막히게 되어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뇌졸중의 원인이 되는 선행질환

 

혈압이 높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이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높다.


고혈압∙당뇨∙심장질환∙동맥경화증 등이 있는 경우, 혹은 이전에 뇌졸중의 경험이 있거나 가족 중 뇌졸중 환자가 있는 경우 뇌졸중의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얼마 전 모 대학병원의 조사 결과, 남자 고혈압 환자가 출혈성 뇌졸중에 걸릴 확률은 정상인의 15배, 여자 고혈압 환자가 출혈성 뇌졸중에 걸릴 확률은 약 10배이다. 뇌경색에 걸릴 확률은 남자와 여자에서 각각 약 5배, 8배가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당뇨병 환자가 뇌경색에 걸릴 확률은 정상인의 약 6배, 여자는 정상인의 약 4배였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당뇨병의 경우는 뇌출혈 발병을 증가시키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고혈압과 당뇨병과 같은 선행질환의 치료가 무서운 뇌졸중을 막는 데 아주 중요하다.

 

폐경기 전의 여성은 남성보다 뇌졸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으나, 폐경기 이후에는 차이가 없다. 기타 혈액 내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흡연∙음주∙비만∙신체적 활동이 적은 경우 등도 뇌졸중의 위험성을 높이는 위험인자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것이 고혈압 발생에 중요하다는 사실은 널리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아주 낮은 콜레스테롤(100㎎/㎗ 이하) 값도 뇌졸중 발생과 연관이 깊다는 사실이 일본에서 보고되었으며, 육류를 섭취하지 않거나 적게 섭취하는 사람이 출혈성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결과가 우리나라에서도 보고되었다.

 

 

뇌졸중 환자에게는 주위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일단 뇌졸중이 생기면 환자의 성격, 행동과 생활에 급격한 변화가 생겨, 심하면 기본적인 일상생활에도 남의 도움을 받게 된다. 사회적 지위나 가정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상실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며 무력감∙당혹∙수치심 등을 느끼게 되고,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미안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옷을 입고 벗는 일에서 수저질까지 둔해지며 자주 실수를 하게 되고 또 의사 표현 및 이해의 장애로 답답함과 짜증이 자주 나타나며, 가족 외에는 남과의 대면이 두려워지기까지 하고, 불안과 분노, 부정과 우울증이 심해질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환자 스스로 병에 적응하게 되고 병에 대처해야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환자는 자신이 병에 걸려 있다는 현실을 마음 속으로 인정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때부터 자신의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앞으로 어떻게 적응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이와 반대로 모든 희망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환자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이에 대처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주위의 이해와 배려가 필수적이며, 심한 우울증이나 좌절을 보이는 경우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졸중 초기에는 장애로 인해 답답함 때문에 환자가 짜증을 부리게 된다. 그러나 대처해야겠다는 의지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야 한다.

 

 

일을 보고 휴지로 닦는데 피가 묻는다. 큰 병이 아닐까 덜컥 겁이 난다. “혹시 대장암 아냐?” 하지만 휴지에 빨간 피가 비치는 가장 흔한 원인은 치질이다. 피가 비치는 정도야 그냥 참고 살 수 있지만, 항문 밖으로 뭔가가 삐져나오면 그땐 좀 고민이 된다. 다른 병과 달리 치질은 예민한 부위에 생기는지라 주위 사람과 상의하기도 쑥스럽다. 괜히 상의했다가 “쟤 치질이래!”라고 소문이라도 나면 얼마나 민망하겠는가? 항문 쪽 질환에 대한 편견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지만, 말도 못하고 끙끙 앓기만 하는 분들이 이 글을 읽고 도움이 되길 바라 마지 않는다.

 

 

치핵은 정맥총에 피가 몰려서 생기는 일종의 정맥류

흔히 치질로 알려졌지만, 의학용어로는 이 병을 ‘치핵’이라 부른다. 치핵(hemorrhoid)은 ‘피가 흐른다’는 뜻의 haimarhoos에서 비롯된 단어로, 정맥총에 피가 몰려서 생기는 일종의 정맥류(varicose vein)이다. 우리는 배에 힘을 주면 그냥 변이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게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다. 딱딱한 변이 옆으로 누운 채 항문관을 지난다고 생각해 보라. 생각만 해도 아프지 않은가?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 몸은 혈관조직으로 된 풍부한 쿠션이 마련되어 있다. 누운 사람의 항문을 아래쪽에서 바라본다고 가정할 때 이 쿠션은 크게 오른쪽 앞 오른쪽 뒤, 왼쪽 옆 이렇게 3개가 있고, 이 쿠션들은 평상시 항문 압력의 15~20%를 담당하고, 여기에 더해 항문관을 완벽하게 닫는 마개 구실을 한다.

 

치핵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
<출처 : WikipedianProlific at en.wikipedia.com>

 

 

문제는 이 쿠션이 밖으로 돌출될 때며, 이걸 바로 치핵이라 한다. 치핵에는 내치핵과 외치핵이 있는데, 내치핵은 항문관 위쪽에 있는 정맥총이 문제를 일으킨 경우이며, 외치핵은 아래쪽 정맥총이 돌출된 경우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의사는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아서,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어서, 변을 보기 위해 배에다 힘을 많이 주었을 때 등이 치핵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들 말고도 변비∙설사∙임신∙가족력 등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아직 어느 하나도 입증된 바는 없다. 치핵이 있는 사람에서 평상시 항문관의 압력이 높아져 있다는 연구가 있지만, 변을 보려고 힘을 줄 때 압력은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단계별로 나눠보는 치핵의 증상

 

항문 입구 밖의 피부로 덮인 부분에서 나타나는 외치핵은 원칙적으로 증상이 없지만, 혈전이라도 생겨 혈관이 막히게 되면 통증이 유발된다. 증상이 있는 치핵은 대부분 내치핵으로, 출혈∙체외 탈출∙가려움∙통증 등이 있을 수 있다.

 

정맥에 혈액이 정체되어 항문관의 쿠션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고, 항문을 지지해주는 근육들이 늘어나면 쿠션이 직장조직과 함께 덩어리를 이루어 돌출되는데, 이 조직은 쉽게 상처가 생겨 출혈을 일으킨다. 이때 생기는 출혈은 산소포화도가 높은 동맥혈이라 선홍색을 띤다. 그리고 직장 점막이 탈출해 점액이 항문 주위에 묻으면 가렵기도 하고 영 찜찜한 느낌이 든다.


 

사람의 치핵 조직의 단면

 

 

 

바노프(Leon Banov Jr.)는 내치핵의 증상을 단계별로 구분했는데, 다음과 같다.

 

 

                            1기 - 그냥 피만 비치는 것. 이같은 경험을 한 사람은 꽤 많이 있을 것이다.

                            2기 - 변을 볼 때 뭔가가 나오는 것 같은데, 저절로 들어간다.

                            3기 - 변을 볼 때 나왔던 그 무언가가 저절로 들어가지 않아 손으로 넣어 줘야 한다.
                            4기 - 그 무언가를 손으로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다.


치핵 초기에는 배변 시에만 쿠션이 나오지만, 나중에는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도 나오며, 심지어 일어설 때도 나온다. 이런 증상을 참아가며 사는 것보다는 초기에 전문병원을 찾는 게 좋다. 요즘은 ‘항문외과’라는 간판 대신 ‘항사랑’ ‘항세상’ 등 세련된 이름을 붙이는 추세인지라 그 병원에 가는 걸 누가 본다 해도 들키지 않을 수 있다.

 

 

45~65세에서 가장 흔하며, 50세 이상에서는 적어도 50%가 이 병을 앓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치핵을 앓고 있는지 파악하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치질 있으세요?”라고 물을 때 솔직하게 그렇다고 할 사람도 없을뿐더러, 1기에 속하는 사람들은 병원에 가지 않으니 말이다. 직장경을 시행한 환자에 국한해서 통계를 냈을 때 86%가 치핵이라는 보고도 있고, 우리나라 외과 교과서에는 “50세 이상에서는 적어도 50%에서 이 병을 갖고 있다”고 되어 있다. 미국에서 시행한 조사결과 4.4%가 치핵이며, 45~65세가 가장 흔하다고 한다. 좌변기의 증가 등 사회경제적 수준의 향상과 치핵의 빈도가 관계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과 영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세기 후반부에 치핵이 오히려 감소한 걸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하다.

 

 

치핵을 치료하는 비수술적 치료법

치핵에 있어서 흔히 처방되는 것은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고 배변 시 지나치게 힘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따뜻한 물에서 좌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진통제도 통증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고, 니트로글리세린도 항문관의 압력을 줄여줘 통증을 감소시키지만, 오랜 기간 쓸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비수술적 치료법이 개발되었다.

 

경화 요법(sclerotherapy)
1기나 2기 치핵에 쓸 수 있다. 페놀을 오일에 섞어서 치핵 밑부분의 점막 하 조직에 주사하면 혈관이 막히면서 치핵의 크기가 줄어든다. 90%가량의 환자에서 증상이 나아졌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통증도 있지만 발기부전은 정말 치명적이며, 4년 후 30% 환자에서 치핵이 재발하였다고 한다.

 

한랭 요법(cryotherapy)
커진 내치핵을 급속히 얼려서 파괴하는 건데, 부작용이 많아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다.

 

고무밴드 결찰법
고무밴드로 치핵을 묶어주는 거다. 이러면 3~5일 후에 치핵이 썩어서 떨어진다는데, 1, 2, 3기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쓴 경우 80%에서 효과가 있었다는 보고가 있고, 재발률이 높지만 그때 또 묶어주면 된다.

 

 

3기 이상에서는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

 

 

3기 이상에서는 수술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치핵을 수술로 제거하는 방법으로, 3기 이상에서는 수술이 가장 효과적이고, 수술 후 재발하는 일도 거의 없다. 환자 중에는 “수술을 했더니 삶의 질이 극적으로 향상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수술시 통증도 심하고 부작용도 있으므로, 가능하면 비수술적 방법을 먼저 써야 한다. 치핵이 너무 크거나 비수술적 방법에 듣지 않고, 환자가 꼭 수술을 해달라고 하고, 치루(fistula)와 같은 동반된 질환이 있다면 수술을 하는 게 좋다. 3-4기 환자 중 치핵제거술을 받는 환자는 대개 5~10% 정도이다.

 

수술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수술 후 통증이 생긴다는 것. 통증이 어찌나 심한지 대부분의 환자가 수술을 받고 2~4주 후까지 직장에 복귀하지 못한다고 한다. 괄약근에 손상이 오는 일도 있다고 하는데, 주위에 이런 일을 당한 사람이 한 명만 있으면 치질이 생겨도 수술을 꺼리게 된다. 수술할 때 너무 항문을 벌려서 이런 일이 생기는데, 일단 보존적 요법을 써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치핵 1기면 약만 쓰고, 2기나 크기가 작은 3기면 비수술적 방법을 쓴다. 큰 3기나 4기, 혈전이 생긴 경우, 보존적 요법이 안 들었을 때 제한적으로 수술하는 게 좋다.

 

심지어 손으로 넣어도 들어가지 않고 아프기까지 하면 얼마나 일상생활이 힘들겠는가? 그래서 4기쯤 되면 수술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치핵 수술을 한 사람들에 의하면 “삶의 질이 극적으로 향상됐다.”라고 하니, 주위 사람에게 상담하는 대신 항문을 전공으로 하는 병원을 찾는 게 좋겠다.

 

 

변을 보다가 피가 보였다고, 모두 치핵은 아니다

변을 보다가 선홍색 피가 발견되면 치핵일 확률이 가장 높지만, 그렇다고 다 치핵은 아니다. 변을 볼 때 항문이 아픈 것도 항문에 갈라진 곳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 항문 주위에 농양이 생긴 게 원인일 수도 있다. 더 중요한 이유로 대장암일 때도 출혈이 있을 수 있으니, 치질이라고 혼자 진단하고 괴로워하는 대신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의할 것을 권한다.

 

거리에서 혈액이 부족하니 피를 구한다는 홍보를 흔히 볼 수 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 년 내내 헌혈자를 구한다는 홍보를 볼 수 있으니,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피가 부족함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의학이 발전한다는 것은 과거에는 살려내지 못하던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하지만, 대신 남의 피가 몸에 들어옴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를 더 잘 알게 해 주기도 한다. 따라서 의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헌혈에 부적합한 피는 많아지고, 피만 있으면 살릴 수 있는 생명은 늘어나니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이다.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헌혈

 

사람의 힘으로 인공혈액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으련만, 현대의학이 아무리 발전했다 해도 인공혈액을 상업화하기에 이르지는 못했으므로 수혈이 필요한 환자는 많아지고, 헌혈로 얻을 수 있는 피는 점점 부족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해결 방법은 단 하나, 헌혈자가 늘어나는 것뿐이다.

 

헌혈이란 멀쩡한 사람의 피를 뽑아내는 일이다. 사람에게 꼭 필요한 피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혈관에 상처를 내야 한다. 상처가 생기면 그 부위로 질병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이 침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혈관에 상처를 내서 피를 뽑아낸다는 것은 의학 상식으로 바라보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헌혈을 통해 얻은 피를 죽어가는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데 이용하기 때문에, 피를 뽑아내는 행동, 즉 헌혈자의 희생이 개인에게는 조금 고통이나 불편함을 줄 수 있지만, 인간 사회 전체로 보면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 된다.


헌혈을 통해 얻은 피는 죽어가는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데 사용된다. 그러므로 헌혈은 참으로 고귀한 행동이다.

 

 

두 달 간격으로 헌혈해도 무리가 가지 않는 건, 우리 몸의 조절 능력 때문

헌혈을 50회 또는 100회를 돌파하여 표창받은 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매스컴에 가끔 등장하곤 한다. 이럴 때 쉽게 가질 수 있는 의문이 “저렇게 자주 피를 빼내더라도 몸에는 아무 탈이 없을까?”, “저런 분들은 얼마나 자주 헌혈을 할까?”라는 것이다. 헌혈관련 홍보물에서 ”몸에 아무 문제가 없고 건강한 분이라면, 두 달마다 한 번씩 해도 아무 문제 없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적혈구의 수명은 보통 120일 정도이다. 그러므로 무작위로 피를 빼내면 확률적으로 빠져나간 적혈구의 반은 60일 이내에 파괴될 것이지만, 나머지 반은 60일 이상 수명이 남아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헌혈 후 두 달이 지나는 경우 몸 밖으로 빠져나간 적혈구의 반만 회복될 뿐 나머지 반은 보충되지 못한 채 손실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두 달 만에 또 헌혈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몸의 조절 능력 때문이다. 사람의 몸에서 피가 부족해지면 자동으로 보상 과정이 발동되어 생산능력이 증가한다. 그러므로 헌혈을 하였을 때 회복속도가 빨라져 두 달 만에 또 헌혈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질병이 있거나 전염병 지역을 방문한 경우, 헌혈을 제한받을 수 있어

혹시 좋은 뜻으로 헌혈하러 들어갔다가 다음에 오라는 이야기를 들은 분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2007년 봄에 헌혈차에 올라 문진을 하는 과정에서 헌혈 부적합자로 판정되어 두 달 더 있다가 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 문제가 된 것은 말라리아 만연지역을 방문한 지 일 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말라리아 모기에 물렸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헌혈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일정기간이 지나 말라리아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이 확실해지고 난 후에는 헌혈을 할 수 있다.

 

 

말라리아는 모기가 사람을 물 때 모기의 침을 통해 들어온 유충이 적혈구에 기생하면서 자라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그러므로 말라리아에 걸린 사람의 피를 수혈하면 말라리아가 전파될 수 있다. 주로 적도지방에 있는 말라리아 만연국가를 방문하고 나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지 않은 분들은 물론이고, 90년대 중반 이후 휴전선 부근 지역에서 말라리아 환자가 수시로 발견되는 까닭에 내국인들도 헌혈에 제한을 받는 경우가 있다.

 

영국 등 광우병 유행지역에서 거주했던 사람은 훨씬 더 오랫동안 헌혈을 할 수 없으며, 그 외에도 간염의 원인이 되는 B형과 C형 바이러스를 비롯하여 전염병 매개체가 발견되는 경우는 헌혈한 피를 수혈에 이용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의학지식이 많아질수록 헌혈에 부적합한 피가 많아지므로 헌혈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수혈에 의해 발생하는 사고, 자가수혈을 통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어

 

1940년대, 영국의 로열 멜버른 병원에서 헌혈하는 모습. 영국은 역사적으로 수혈을 금하지 않아서, 헌혈과 수혈에 대한 역사가 다른 나라보다 깊다.


헌혈과 수혈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가끔 오염된 혈액을 수혈하는 바람에 질병이 옮겨진다는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오곤 한다. 좋은 뜻으로 헌혈한 피에 문제가 있다거나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혈을 했는데 다른 질병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는 피를 주는 이나 받는 이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혈액을 관리하시는 분들이야 이런 일을 예방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시겠지만, 피를 통해 옮겨지는 모든 문제를 원천적으로 예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피를 통해 전파되는 병원체는 그 수가 워낙 많으므로 다 검사하기는 불가능하고, 미생물이 아니더라도 질병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 피 속에 포함될 수 있으므로 최대한 안전한 수혈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절대로 안전한 피를 수혈하기를 원한다면 자신의 피를 사용할 수 있다. 응급으로 출혈이 생기면 시도할 수 없지만, 큰 수술을 받기 전에 미리 자신의 피를 준비해 놓았다가 수술 후에 자신의 피를 보충하는 것이다. 이를 자가수혈이라 하는데, 항상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므로 수혈이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진과 상의하고 나서 시행한다면, 수혈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역사 속 수혈은 너무 비과학적이라서 황당하기만 하다

수혈의 가장 큰 위험은 전염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운반되어 전염병을 옮기는 것과 혈액형이 다른 피가 주입되어 혈액응집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사망에 이르는 현상을 들 수가 있다. 미생물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19세기 중반의 일이고, ABO식 혈액형이 발견된 것은 20세기가 시작된 후의 일이니 이런 개념이 없던 시절에 수혈한다는 것은 부작용이 사망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지만 호기심과 과감성으로 무장한 사람들은 함부로 피를 수혈하곤 했다. 15세기의 법황 이노센트(Innocent) 8세는 젊어지기 위해 소년(일부 기록에는 소녀)의 피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그 후로 두 달 이상 더 살았으니 예상외로 수혈이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로 말미암아 소년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1657년에 영국의 렌(Christopher Wren, 1632~1723)은 개의 정맥에 다른 동물의 피는 물론 맥주∙오줌∙침∙약물 등을 주입하여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1665년에 영국의 로우어(Richard Lower, 1631~1691)는 개에서 피를 빼내어 다른 개로 직접 혈액을 옮겨 주는 수혈실험을 했다. 1667년에는 프랑스의 데니스(Jean Baptiste Denis, 1643~1704)가 새끼 양의 피를 사람에게 수혈했고, 그로부터 수개월 후에는 로우어와 데니스가 양의 피를 사람에게 수혈했으나, 다음 해 수혈받은 사람이 죽는 바람에 프랑스 정부가 수혈을 금지하면서 더 이상 실험으로서의 수혈은 오랜 기간 시도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수혈 후 죽은 사람의 사망원인은 그의 아내에 의한 독살이었다.


몸에서 나온 피는 쉽게 응고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계적 받침대는 혈액 주머니를 교대로 기울이는 운동을 시켜줌으로써 혈액 주머니에 들어 있는 혈액응고방지제에 의해 혈액이 응고되지 않도록 한다.

 

 

수혈을 가능하게 한 두 사람

프랑스에서는 수혈이 계속 금지되었지만 영국에서는 금지하지 않고 있었다. 한 세기 반이 지난 1818년, 영국의 블런델(James Blundel, 1791~1878)은 출산 후 출혈이 생긴 산모를 살리기 위해 주사기로 사람의 피를 빼내고 나서 이 산모에게 주입했다. 다른 사람들의 실험을 자세히 검토한 그는 수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빼낸 피를 최대한 빨리 수혈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위해 주사기를 사용하였다. 이때의 시도가 성공인지 아닌지는 불확실하지만, 1829년에 그는 피가 필요한 아내에게 남편의 피를 수혈함으로써 아내를 살려내어 역사상 최초로 사람끼리의 수혈에 성공한 의사로 남게 되었다.

 

몸 밖으로 나온 피는 응고되기 시작하므로 20세기에 들어와 항응고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수혈에 성공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블런델은 첫 성공 이후 사람에게 10회 이상 수혈을 시도하여 5회 이상 성공함으로써, 수혈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최초의 항응고제인 소듐 시트르산(sodium citrate)이 발견된 것은 1914년의 일이며, 이보다 앞선 1901년에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 1868-1943)가 ABO식 혈액형을 발견함으로써 수혈의 성공률을 높여 주었다.

2004년, 35세 된 이탈리아 남성이 펄펄 끓는 열 때문에 병원에 왔다. 그 남자는 일 때문에 잠비아에서 6개월간 머물다 돌아왔는데, 귀국한 지 3주 만에 증상이 시작된 거였다. 열이 나는 원인 중 중요한 게 말라리아(malaria)고, 잠비아는 자타가 공인하는 말라리아 유행지. 환자의 혈액을 뽑아 검사했더니 적혈구 속에 말라리아가 들어 있는 게 보였다. 말라리아 약이 투여됐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간과 신장을 비롯한 여러 장기가 급격히 망가지기 시작했다. 결국 입원한 지 15일 만에 환자는 사망하고 말았다. 환자는 처음 3개월 동안에는 말라리아 예방약을 잘 먹었지만 나머지 석 달 동안에는 귀찮아서 먹지 않았는데, 그게 죽음에 다가서는 거라는 걸 그때는 몰랐을 거다.

 

 

나쁜 공기라는 의미가 있는 말라리아, 사실은 모기가 전파해

 

말라리아는 ‘나쁘다’란 뜻이 있는 ‘mal’과 ‘공기’라는 의미의 ‘air’가 결합한 용어로, 예전에는 말라리아가 나쁜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고 믿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라브랑(Charles Laveran)은 모기가 말라리아를 전파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말라리아를 이용해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4명에 달할 만큼 중요한 질환으로 취급되고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해마다 100-300만 명이 말라리아로 사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관리 노력이 무색할 만큼 말라리아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는지라 누군가가 말라리아 백신을 개발해 낸다면 아마도 다섯 번째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말라리아 원충

 

 

 

말라리아는 열원충이 적혈구에 들어가서 발생하는 병

말라리아는 열원충(Plasmodium)에 의해 일어난다. 사람에게 감염되는 열원충에는 4종류가 있고, 그 중 삼일열원충(Plasmodium vivax)이 가장 흔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열원충은 주로 열대열원충이다. 모기가 사람 피를 빨 때 말라리아 병원체가 사람 몸에 들어오는데, 일단 들어온 말라리아는 간으로 가서 숫자를 증식시킨 다음 혈액으로 나와 적혈구 안으로 들어간다. 그 뒤부터 말라리아는 적혈구 안에서 분열∙증식하고, 어느 정도 숫자가 됐다 싶으면 적혈구를 깨뜨리고 나온다. 말라리아의 특징적인 증상인 발열∙오한∙떨림 등은 적혈구가 깨질 때 생긴다.

 

삼일열에서는 적혈구 안에서 숫자를 늘리는 기간이 일정해 이틀 간격의 규칙적인 열이 나지만, 열대열에선 시도 때도 없이 열이 나는 게 특징이다. 이렇게 열원충이 적혈구를 깨뜨리고, 열원충에 감염된 적혈구는 우리 몸에서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해 비장에서 파괴되어 버리는지라 적혈구가 모자라는 현상, 즉 빈혈이 나타난다.

 

 

말라리아가 무서운 이유는 뇌를 침범하기 때문

 

 

말리리아의 징후


말라리아가 무서운 이유는 바로 뇌를 침범하기 때문이다. 주로 열대열 말라리아가 뇌에 병변을 일으키는데, 그 작용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리 몸의 혈관에는 적혈구가 지나가고, 그 적혈구를 통해 우리는 산소를 공급받는다. 그런데 그 적혈구에 말라리아 병원체가 들어가면 적혈구의 표면이 튀어나오고, 접착력도 갖추게 된다.

 

그 적혈구는 혈관벽에 붙고, 거기에 다른 적혈구들까지 달라붙어 혈관이 막힌다. 원래 열원충에 감염된 적혈구는 비장으로 가서 파괴되어야 정상이지만, 혈관이 막혀 버리면 감염된 적혈구들이 비장까지 가지 못하고, 열원충은 신이 나서 발육과 증식을 계속한다.

 

그 결과 뇌에 있는 혈관들 여러 군데가 막혀 뇌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며, 환자는 혼수상태에 빠진다. 이때 적절히 치료를 받지 못하면 죽게 되는데, 죽지 않는다 해도 마비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특히 소아에서 이런 일이 더 잘 벌어지는데, 말라리아로 말미암아 죽는 100~300만 명의 대부분은 아프리카에 사는 어린이들이다. 말라리아가 나쁜 기생충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다행히 열대열 말라리아처럼 심각하지는 않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말라리아로 죽지만 우리나라에선 말라리아에 대해 별반 관심이 없는 이유가 뭘까? 우리나라에서 말라리아가 발생하지 않아서? 그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6년 이후 해마다 2천 명 내외의 환자가 생긴다. 답은 우리나라에서 열대열 말라리아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말라리아는 모두 삼일열로, 증상도 가볍고 약에도 잘 듣는지라 걸렸다 해도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1984년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말라리아가 우리나라에서 다시 유행하게 된 건 북한에 살던 모기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남쪽으로 내려온 탓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감염자 대부분이 휴전선 부근에 있는 군인들이다.

 

우리나라에 열대열 말라리아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라리아가 계속 살아남으려면 모기 속에 잠복한 채 겨울을 나야 하는데, 겨울에 영하로 떨어지는 우리나라에선 열대열 말라리아가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인 것이, 우리나라에 열대열이 유행했다면 경제발전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기껏 일을 가르쳐 놨더니 다음날 말라리아에 걸려 죽어버리는데 어떻게 경제발전을 하겠는가? [총.균.쇠]라는 책에서 잘 지적했듯이 못사는 나라는 그 사람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자연환경의 영향이 작용한 결과다.

 

 

열대열 말라리아가 흔한 지역을 여행할 때는

열대열말라리아는 아프리카∙뉴기니아이티 등에서 흔하며, 그래서 이 나라로 여행을 갈 때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대의 동물원인 세렝게티(Serengeti) 국립공원이 있는 탄자니아도 열대열 말라리아의 유행지니, 이런 곳에 갈 때는 반드시 예방약을 먹어야 한다. 열대열 말라리아라고 해서 아프리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미∙인도∙동아시아∙오세아니아 등에도 이 말라리아가 유행하며,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인도 원정 중 말라리아에 걸려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전쟁에서 죽은 우리나라 파병자도 말라리아가 사인인 경우도 있었다.

 

 

말라리아는 주로 아프리카와 남미대륙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다.
노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말라리아의 위험이 있는 국가들이다.

 

 

 

 

말라리아 전파의 주범은 얼룩날개모기

모든 모기가 다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건 아니다. 얼룩날개모기(Anopheles)라는 모기가 주로 말라리아를 전파하는데, 이 모기의 특징은 앉아 있을 때 엉덩이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엉덩이를 낮춘 모기라면 “네가 배가 고프구나”라고 여유를 부려도 되지만, 엉덩이를 들고 있다면 긴장해야 한다.

 

 

물론 그런 모기에 물린다고 다 말라리아에 걸리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의 한 학자가 “대체 모기들은 얼마나 말라리아에 걸려 있는가?” 하는 호기심에서 모기를 잔뜩 붙잡아 검사한 적이 있다. 결과는, 놀라지 마시라, 7천 마리 중 하나꼴로 열원충을 가지고 있었다. 2010년에도 강원도에서 비슷한 실험이 있었는데, 2천 마리 중 2마리, 즉 열원충을 가진 모기의 비율이 0.1%였다.

 

대략 모기한테 천 번쯤 물리면 한번 말라리아에 걸릴 수가 있다는 얘기인데, 이건 우리나라에서만 그렇다는 것이고, 말라리아가 많은 아프리카에선 훨씬 비율이 더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니 외국에 가서는 되도록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지만, 주의한다고 안 물리는 게 아니라는 게 이 병의 고민거리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얼룩날개모기

 

혈액 검사를 통해 말라리아로 판단하면, 클로로퀸이라는 약을 써서 치료해

열원충은 적혈구 안에 산다. 그러니 말라리아의 진단은 환자의 혈액을 빼서 슬라이드에 놓고 염색을 한 뒤 현미경으로 보면 된다. 치료는 기본적으로 클로로퀸을 사용한다. 단, 삼일열 말라리아에선 간에 숨어 있는 열원충을 근절하기 위해 프리마퀸을 같이 써줘야 한다. 클로로퀸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제국주의가 한창이던 시절, 아프리카를 침략한 프랑스군이 말라리아로 전멸한 데 비해 아프리카 병사들은 비교적 사망자가 적었는데, 그 비결이 바로 키니네라는 나뭇잎이었고, 여기에 착안해 클로로퀸이 만들어진 거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열원충은 클로로퀸에 저항성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이제 웬만한 유행지에선 약제에 내성을 가진 열원충이 보고되고 있다. 이럴 때는 메플로퀸이나 판시다, 아르테미시닌 같은 약을 쓰는데, 정말 이거다 할 만큼 효과가 좋은 약이 나오지 않는 게 이 병의 두 번째 고민거리다.

 

 

말라리아는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베트남 전쟁 때, 말라리아의 예방약으로 개발한 메플로퀸
<출처 : Bongoman at en.wikipedia.com>


치료약이 없다면 예방이라도 잘해야 한다. 효과적인 백신이 나온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수많은 연구자가 뛰어들었어도 이렇다 할 백신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DDT라는 살충제를 발명한 파울 뮐러(Paul Hermann Müller) 박사가 노벨상을 받은 것도 말라리아가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를 보여 주는데, DDT는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게 알려져 사용이 중단됐다. 백신도 없고 모기 근절도 되지 않으니 예방약을 먹는 수밖에. 말라리아 유행지역을 갈 때는 출발 1주 전부터 말라리아 약을 먹어야 하며, 유행지역을 떠나고 나서도 4주 동안 더 복용을 하는 게 좋다.

 

1999년 <도전 지구탐험대>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오지 탐험을 하는 프로였는데, 라오스 편에 출연했던 탤런트 김성찬 씨는 말라리아 예방약을 먹지 않았고, 거기서 걸린 말라리아 때문에 사망하고 말았다.

 

거듭 말하지만 2009년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신종 플루의 사망자가 불과 수천 명인데 반해 말라리아는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이 죽는 무서운 질환이다. 우리나라에 유행하는 말라리아만 생각하고 안심하는 대신, 말라리아 유행지역에 갈 때는 제발 긴장을 하고 말라리아 약을 복용해야 한다.

피 속에 들어 있는 세 가지 세포, 즉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의 대표적인 기능은 순서대로 산소운반∙식균작용∙혈액응고이다. 피의 기능이 세포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며, 이들 세포가 없다 해도 영양소 운반∙삼투압 조절∙체온 조절 등과 같은 피의 기능 수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피가 이와 같은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온몸을 잘 흘러다녀야 한다. 온몸을 흐르기 위해서는 피 속에 건더기가 없어야 하므로 무엇이든 피 속에 들어온 물질은 잘 녹아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피 속에 건더기가 생기면 피가 흐르는 일이 방해를 받게 될 뿐 아니라 건더기가 혈관벽을 자극함으로써 손상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혈액에 건더기가 생겨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몸 속의 피가 굳으면 안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피가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인체 곳곳에 산소와 영양소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물질을 운반하는 것이니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버리게 되면, 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생명이 위험해진다. 그러나 피가 몸 밖으로 나오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피가 몸 밖으로 나왔다는 것은 혈관에 상처가 생겨 정상적으로는 몸 속에서만 존재해야 하는 피가 상처부위를 뚫고 나왔음을 의미하므로, 이 상처부위가 얼른 닫히지 않으면 피는 계속해서 흘러나오게 된다. 따라서 밖으로 나온 피는 얼른 굳어서 자신이 나온 구멍을 막아주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혈액세포의 현미경 확대 사진, 왼쪽부터 적혈구, 혈소판 그리고 백혈구

 

 

헌혈을 하는 경우처럼 인위적으로 피를 몸 밖으로 빼낼 때에는 피가 굳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고, 심장이 기능을 하지 못해 인공심장을 이식받은 환자에서는 피가 비정상적으로 굳는 일이 쉽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혈액응고 방지제를 투여하여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야 한다. 모든 생명현상이 그러하듯이 혈액이 응고되는 과정도 적재적소에서 일어나는 것이 생명유지의 필요조건이다. 

 

 

혈액응고를 담당하는 세포는 혈소판

 

혈액의 응고에서 가장 중요한 작용을 하는 혈소판을
모아놓은 모습 <출처 : Steffen Dietzel at en.
wikipedia. com>


피 속에 들어 있는 세포 중 혈액응고를 담당하는 세포는 혈소판이다. 혈소판은 비정형화된 모양을 하고 있으며, 지름이 약 2-3μm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세포의 지름이 보통 10μm임을 감안하면 혈소판이 얼마나 작은지 짐작이 갈 것이다. 혈액 도말검사 상 적혈구나 백혈구 같은 다른 혈액세포와 비교할 때, 혈소판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아주 작게 보인다. 보통은 적혈구나 백혈구 사이에서 '세포인지' 아니면 '세포가 파괴되고 남은 조각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모양으로 보인다. 핵은 가지고 있지 않으며, 1μ 안에 들어 있는 혈소판의 수는 약 35만 개 정도이므로 약 500만 개인 적혈구의 1/14에 해당하고, 약 8,000개인 백혈구보다는 약 40배가량 많은 셈이다.

 

혈소판의 특징을 소개하면 수명은 9~12일 정도에 불과하므로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또 파괴된다. 흔히 혈소판의 기능이 혈액응고라 하지만, 이외에도 혈소판은 성정인자를 분비하고, 염증반응을 매개하는 물질을 분비함으로써 상처 치유와 인체 내 미세환경에서 일어나는 신호전달기전에 관여하는 기능을 한다.

 

혈소판이 혈액응고 기능을 하기는 하지만 혈소판 혼자 혈액을 응고시킨다는 뜻은 아니다. 혈액응고 기전은 아주 복잡하며,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되는 혈액응고 기전은 실제로 몸 밖으로 흘러나온 피가 응고되는 과정을 아주 간단히 요약해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몸 밖으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인체는 방어기전을 발동하여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지혈이 일어난다. 지혈 과정은 혈관단계∙혈소판단계∙응고단계 등 세 과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혈관에 상처가 생겨 이 부위로 피가 흘러나오게 되면 지혈의 필요성이 생긴다. 그러면 혈액손실을 줄이기 위해 먼저 혈관이 수축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를 ‘혈관단계’라 하며, 다음으로 혈소판이 손상된 부위를 메워주는 ‘혈소판 단계’가 일어나고, 마지막으로 혈액이 덩어리를 형성하여 출혈이 멎게 하는 ‘응고단계’가 일어난다. 혈관단계와 혈소판단계는 혈관이 손상된 직후부터 시작되지만, 응고단계는 혈관이 손상된 후 30초 이상 지나서 일어나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혈소판은 혈관에 상처가 생긴 후 15초 이내에 혈관내피 표면과 상처로 인해 노출된 아교 섬유에 달라붙기 시작한다. 혈소판이 점점 더 많이 모여들어 덩어리를 이루게 되면 ‘혈소판 마개’라 하는 덩어리를 형성하여 손상이 생긴 혈관부위를 막아주게 되며, 이것이 혈액응고에 있어서 혈소판이 담당하는 기능이다.

 

 

 

지혈의 3단계 중 가장 복잡한 단계는 응고단계

 

 

중고등학생용 생물책에서 혈액응고에 대한 내용을 접할 때면 트롬빈(thrombin)∙프로트롬빈(prothrombin)∙피브리노겐(fibrinoge n, 섬유소원) 등 익숙지 않은 용어를 대하게 된다. 혈액응고의 3단계 중 마지막 단계인 응고단계는 이들을 포함하여 열 가지가 넘는 인자들이 관여하는 복잡한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응고단계를 간단히 설명하면 피 속에 들어 있으면서 온몸을 순환하고 있는 피브리노겐이 피브린(fibrin, 섬유소)로 변하는 과정이다. 피브리노겐은 물에 녹지만 피브린으로 바뀌게 되면 물에 녹지 않으므로 피가 흘러나오는 부위를 막아 줌으로써 피가 굳는 것이다. 그런데 피브리노겐이 피브린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열 개 이상의 인자들이 관여해야 하므로 응고 기전이 복잡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인자 중 한 가지만 부족해도 그 인자가 담당하는 과정이 진행되지 못하므로 응고단계는 진행되지 않게 되고, 이에 따라 일단 흐르기 시작한 피는 계속해서 흘러나오게 된다. 혈액응고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한 번 흐르기 시작한 피가 계속 흘러나오는 질병을 혈우병이라 한다.


혈액응고에 관여하는 트롬빈의 구조를 시뮬레이션하였다.

 

 

몸 밖으로 나온 피는 굳어야 하고, 체내의 피는 굳어서는 안 된다

혈우병은 피가 몸 밖으로 흘러나왔을 때 응당 일어나야 할 혈액응고가 안 되어 발생하는 질병이지만, 반대로 혈액응고가 잘 일어나는 질병도 있다. 피는 계속해서 온몸을 흘러다녀야 하므로 피 속에 어떠한 덩어리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데 광고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혈전(thrombus)이라는 용어는 정상적으로 피 속에 덩어리가 생겼을 때 이를 용해해야 할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다.

 

 

혈관에 혈전이 생기면,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한다. <출처 : Persian Poet Gal at en.wikipedia.com>

 

 

 

일반적으로 혈소판이 혈관벽에 달라붙으면서 피 속에 녹지 않는 혈전이 형성되기 시작하며, 혈전의 전부 또는 일부가 사람의 몸에 존재하는 혈관 어딘가를 막는 경우에 이렇게 막은 물질을 색전이라 한다. 색전에 의해 혈관이 막히는 것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이를 색전증(embolism)이라 구별한다. 혈전과 색전증은 혈액응고가 과다하게 일어나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런 경우에는 혈액이 응고되지 않고 녹은 상태로 피 속에 존재할 수 있도록 신속히 혈액응고 방지제를 공급해 주어야 한다.

 

피 속에 지질이 많으면 피에 녹지 않고, 혈관벽에 달라붙어서 침전되므로 혈관이 좁아지게 된다. 우연히 피 속에 녹지 않고 침전되어 있는 덩어리가 좁아진 혈관부위를 막게 되면 혈액의 흐름이 막혀 고유기능을 못하게 되므로 잠잘 때 좁아진 부위에 혈관 내 침전물이 막았을 때처럼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러므로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항상 몸을 잘 관리해야 하고, 혈전에 의해 혈관이 막힐 만큼 혈관에 좁아진 부위가 있는 분은 혹시나 혈전이 생겨서 갑자기 이 부위를 막음으로써 심각한 상태에 빠질 수 있으므로 좁아진 혈관을 넓혀 놓는 것과 같은 시술을 미리 받아 놓는 것이 좋다.

충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는데 갑자기 신호가 왔다. 도착하기까진 한 시간 남짓, 다리를 최대한 꼬아 출구를 막았다. 터미널에 내렸을 때 몸은 온통 땀에 젖어 있었다. 볼일을 보고 나자 몸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고, 집에 가서 그대로 뻗었다. 아픔은 참을 수 있고, 가려움도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지만, 볼일의 고통을 참아내는 건 이렇듯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일반인들은 이런 고통을 살면서 몇 번 겪지 않지만, 이런 일을 상시적으로 겪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과민성대장 증후군(과민성장증후군) 환자들이다.

 

 

장이 과민하다? 사실은 원인을 잘 모른다는 뜻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도 배가 아프고 변비나 설사를 하는 병이다. 육안으로 봤을 때 염증이 있다든지 형태가 이상해졌다든지 하는 소견이 관찰되지 않는지라 ‘기능성 장질환’이라고도 불리는데, 사람으로 따지면 “멀쩡하게 생긴 놈이 왜 저러냐”에 해당한다. 사실 환자에게 “당신의 장이 과민하다”고 말하는 건 좀 무책임한 말일 수 있다. 원인도 잘 모르고 치료법도 없다는 걸 우회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니 말이다. 하지만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전 세계적으로 사춘기 이후 성인의 10-20%가 이 질환에 시달리고 있을 만큼 흔한 병이고, 현재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유전, 환경, 호르몬, 자율신경계 등 여러 요인들이 관계가 있음이 밝혀진 바 있고, 남자보다 여자에서 2-3배가량 많다는 것에서 보듯 심리사회적 요인도 관여한다는 게 알려졌다.

 

원인이 뭐든지 간에 환자들의 장이 과민하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환자의 74%에서 음식물이 맹장 내로 들어갈 때 통증이 유발되는 게 관찰됐으니 말이다. 이건 실험으로도 증명된다. 직장-항문 위에 있는 그곳-에 풍선을 넣고 공기를 주입하면 통증이 오는 건 보편적인 감정이다. 근데 대장증후군 환자들은 공기를 조금만 넣어도 통증이 유발된다고 한다. 이런 결과로 보아 뇌에서 통증을 관장하는 부위가 증상 발현에 관계가 있으리라 추측된다. 또한 환자들 중 일부는 장염을 앓고 난 뒤 증상이 생겼다고 하니, 세균 감염도 장이 과민해지는 원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성인의 10~20%가 시달리는 흔한 병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

한 검색자료에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환자 뱃속에 불이 활활 타는 그림으로 표현한 걸 봤다. 이 병의 특징을 제대로 나타나는 그림이라고 감탄을 했다. 배 안에 불이 있으면 배가 아플 것이고, 맹렬한 설사가 나올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에 있어서 복통이나 복부 불쾌감은 필수적인 진단 기준이다. 복통의 위치는 아랫배, 배 왼쪽, 오른쪽, 명치 등 다양할 수 있고, 대개 일시적이고 경련이 오는 듯한 느낌을 주며, 심할 때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런 통증은 식후 악화되고 변을 보고 나면 완화된다. 복통과 더불어 배변 습관의 변화가 특징적인 증상이다. 대부분 설사와 변비가 교대로 나타나는데, 이 중 한 가지가 더 심한 경우가 많다. 변비도 괴롭지만 설사가 조금 더 괴로울 듯한데, 밥을 먹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설사를 하니 반경 10미터 이내에 화장실이 없다면 불안해서 상사랑 얘기하는 것도 어렵다. 이게 다가 아니다. 트림과 방귀가 수시로 나와 우아한 척을 하는 것도 불가능한데, 여기에 더해 소화불량, 가슴쓰림, 구역질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이런 증상이 있다고 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단 과민성대장증후군 진단이 붙으면 설사의 원인을 찾는 노력을 덜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진단을 내릴 땐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현재 2006년 로마에서 발표된 진단기준이 통용되고 있는데,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지난 3개월 동안 한달에 최소 3일 이상 복통이나 복부 불쾌감이 있으면서 아래 3가지 중 2개 이상을 만족하는 경우이다. 아래에서 ‘배변 형태’란 대변이 단단하고 가늘어졌다든지, 무른 변이 나온다든지 하는 걸 의미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진단

 

 

스트레스를 받으면 금방 증상이 생긴다는 것이 과민성대장증후군의 특징 중 하나이다.


살면서 배가 안 아파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며칠간 설사를 안 해 본 사람은 또 어디 있겠는가? 수많은 질환들이 복통과 설사를 일으킨다. 그러니 과민성대장증후군 진단을 내릴 때는 혹시 다른 질환이 아닌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진단을 받았던 한 환자는 알고 보니 음식 알레르기로 밝혀졌고, 세균이나 기생충으로 인해 비슷한 증상을 나타낸 환자도 있는 만큼, 환자의 병력을 꼼꼼히 듣고 판단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 아랫배가 아프고 설사나 변비가 있으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금방 증상이 생긴다든지, 증상이 더 악화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생기는 것 등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시사하는 소견이다. 이외에도 열이 나지 않고 체중감소가 별로 없다는 것, 변에 피가 섞여 나오지 않는 것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밤에 설사가 심해지거나 밥을 먹지 않아도 설사가 지속된다든지 하는 경우엔 다른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특징적인 증상이 있으면서 환자의 병력이 진단에 부합한 경우, 검사를 많이 하는 건 불필요하다. 특히 과민성대장증후군처럼 장의 구조적 이상이 없다면 뭔가가 나올 때까지 검사를 하는 수가 있는데, 이건 환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치료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니 근원적인 치료법은 없고, 단지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이 현재로선 최선이다.

 

1. 식이요법

특정 음식을 먹었을 때 증상이 더 악화된다면 그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지나친 과당이나 인공 감미료 섭취는 설사와 헛배, 복통, 가스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는 건 도움이 된다. 변비인 경우엔 변을 잘 볼 수 있게 해주며, 설사가 주증상인 경우에도 변을 천천히 내려가게 함으로써 설사 방지에 효과가 있다.

 

2. 항경련제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 복통이 있는 건 장에 경련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경련제를 주면 복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3. 지사제

설사 때문에 도저히 일상생활이 안되는 경우 지사제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항우울제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는 작은창자의 운동성을 줄여 줌으로써 설사를 덜 나오게 하는 효과가 있다. 물론 변비를 주로 하는 환자에서 쓰면 안된다. 
 

5. 트림 및 방귀 치료

트림과 방귀는 우아한 삶을 저해하는 요소들이지만, 치료가 그리 쉽지는 않다. 식사를 천천히 하고, 껌이나 탄산음료를 피하는 게 고작이다.

 

 

스트레스를 줄이자

성격이 까칠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별 것도 아닌 일에 마구 화를 내는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되도록 그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자신의 장이 까칠한 것, 그러니 될 수 있으면 장을 자극시키지 않으려 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증상 발현과 관계가 있다니 인생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자세, 고민해서 해결되는 건 별로 없다는 그런 자세가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스포츠에서 어떤 팀이 수 년간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선수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느 해에 갑자기 성적이 나빠지면 ‘새로운 피 수혈이 필요하다’와 같은 기사가 나온다. 아무리 성적이 좋더라도 더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왜 하필 피에 비교하는 전통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으나, 5월 2일자 원고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새로운 피를 수혈하여 오래 살아보겠다는 인간의 욕망은 수혈법이나 혈액형에 대한 지식이 일천했던 15세기에 이미 있었던 일이다.


20세기 시작과 더불어 피에도 종류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혈액형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 혈액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피의 종류에 따라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면역반응이 달라지므로 피에 종류가 있다는 것은 피를 이용한 의학적 시술에 많은 어려움을 낳고 있다. 따라서 인류의 건강과 의학발전을 위해서는 혈액형이 서로 다른 경우를 감안하여 의학적 처치를 해야만 한다.

 


내가 알고 있던 혈액형과 내가 검사한 혈액형이 다르다?

아기가 태어나면 혈액형을 검사한다. 가장 큰 이유는 아기의 혈액형을 미리 알아놓음으로써 응급 상황시 수혈과 같은 치료법을 사용하기 위해서지만 아빠와 엄마의 혈액형과 비교함으로써 혹시나 신생아실에서 아기가 바뀔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것도 한 이유다.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 생물 시간에 각자 자신의 혈액형을 알아보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이 때 친구 한 명이 십수 년간 자신의 혈액형이 O형으로 알고 살아왔지만 직접 피 한 방울을 뽑아내어 실험한 결과 B형 항원에 대한 응집반응이 일어나 B형으로 판명된 경험이 있다. 아무 조작을 하지 않았는데 혈액형이 바뀌는 경우는 없으니 다른 검사자의 혈액형이 원래 알고 있던 것과 같다면 이런 경우에는 B형이 옳다. 과거의 혈액형 검사시 무슨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혈액형 검사 결과. 좌측이 RhO+형이며, 우측이 RhB-형의 결과이다.

 

 

 

혈액형은 피 속의 세포 표면에서 항원역할을 하는 물질이 무엇인가에 따라 피를 구분하는 방법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혈액형은 A 또는 B 항원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다. 두 가지를 모두 가진 경우는 AB형, 모두 가지지 않은 경우는 O형이고, 한 개만 가진 경우는 A형 또는 B형으로 구분한다. 외부에서 피를 주입했을 때 사람의 면역기능에 의해 응집반응이 일어나면 피 속에 덩어리가 생겨 피가 온몸을 돌아다니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AB형의 경우 아무 피나 받아들일 수 있지만 O형은 O형 외에 다른 피를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멘델의 유전법칙에 적용시키면 A형과 B형이 각각 동등한 우성 역할을 하고, O형이 열성인 방식으로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유전되는 것이다.


 

혈액형을 발견한 란트슈타이너


ABO식 혈액형을 발견한 사람은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 1868~1943)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출생하여 빈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한 그는 20세기 혈액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는 1900년에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서 채취한 혈액을 혼합하던 중 혈구가 서로 엉켜서 작은 덩어리가 생기는 것을 처음 발견하였다. 이 현상에 집중하기 시작한 그는 1901년에 혈액이  응집되는 성질을 이용하여 사람의 혈액형을 셋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듬해에 데카스텔로와 스툴리가 하나의 혈액형을 더 제시함으로써 4가지 종류의 사람 혈액형이 확립되었다. 1910년에는 등게론과 히르즈펠트가 혈액형이 유전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 오늘날 ABO식 혈액형에 대한 기초지식을 완성한 유래가 된다. 이때부터 혈액형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혈액형과 혈액의 특성 규명, 수혈요법의 발전, 친자 확인을 위한 응용 등 여러 분야에 널리 이용되기 시작하였다.


혈액형 발견의 토대를 닦은 란트슈타이너는 1940년에 ABO식 외에 다른 혈액형 관련인자인 Rh 인자를 발견하였고, 혈액에서 발생하는 면역 반응 기전과 면역을 담당하는 인자들의 화학적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또한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바이러스를 발견했고, 미생물 연구에 암시야를 이용하여 매독균을 증명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팔방미인이었다.

 

 

ABO식 외에도 다양한 혈액형 구분이 있다

 

혈액형을 구분하는 방법 중 ABO식 다음으로 유명한 것은 Rh식 혈액형이다. 서양인들은 전 인구의 약 15%가 Rh-형 피를 지니지만 동양인들은 약 0.5%만이 Rh-형 피를 지닌다. 문제는 Rh-형인 사람이 피가 부족해질 경우, Rh-형 피를 수혈해야 하는 것이다. 오래 전에는 응급상황에 빠진 한국인이 Rh-형 혈액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주한 외국인이 혈액을 공여하여 응급환자을 구하는 미담이 전해지곤 했다.


이외에도 혈액에서 일어나는 응집반응을 기준으로 혈액형을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혈액 내 세포나 내용물 중에는 항원 역할을 하여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ABO식만큼 흔히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MN식 또는 MNSs식 혈액형, P식 혈액형, 루테란식, 켈식, 더피식, 키드식, 디에고식 등 다양한 혈액형 구분방법이 알려져 있다.

 

의학 발전에 따라 인체 내 장기 중 하나가 못쓰게 되어 죽음을 눈앞에 둔 경우에 장기이식수술을 통해 사용 가능한 장기를 받으면 생존 가능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장기이식시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는 거부반응이다. 공여해도 별 문제가 없는 혈액형을 보유한 공여자로부터 이식수술을 해도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조직적합성 항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항원(Human Leucocyte Antigen, HLA)은 백혈구, 혈소판, 림프구에 공통으로 존재한다. 이것이 ABO식이나 Rh식처럼 적혈구 표면에 존재하는 항원이 혈액형을 결정하는 것과 대비되는 내용이다.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 1868~1943)
ABO식과 Rh식 혈액형을 발견했다.
1930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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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에 대한 진실과 거짓

“프로야구 선수들을 조사한 결과 혈액형이 A형인 경우가 가장 많으니 프로야구 선수가 되려면 A형이 유리하다.” 이와 유사한 내용이 실제로 매스컴에 보도된 바 있다. 이 말에 신빙성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해서 통계학의 기본을 모르는 전혀 얼토당토 않은 말이다. 한국인에게서 가장 많은 혈액형은 A형으로 전체의 34~38%를 차지한다. 그러므로 A형이 야구선수가 되기에 유리한 게 아니라 A형인 사람이 많아서 야구선수 중에도 A형이 많을 뿐이다. 이 말이 옳다면 다른 운동 종목에서도 이런 예가 얼마든지 있을 것이고, 공부 잘하는 사람 중에도 A형이 많으니 한국인들에 대한 거의 모든 일은 A형이 유리하다고 해야 한다. 서양인의 경우 O형이 40~45%로 가장 많으니 서양 야구선수 중에 A형이 더 많다면 기사거리가 되겠지만 한국인에게서 ‘A형 야구선수가 많으니 A형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는 ‘남자로 태어나면 (여자보다) 장가가기에 유리하다’는 말과 전혀 차이가 없다. 한때 혈액형이 성격을 결정한다는 내용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별다른 과학적 근거는 없으니 재미 이상의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혈액형도 바뀔 수 있다

수 년 전만 해도 혈액형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은 진리가 아니다. 왜냐하면 혈액형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연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피 속에 들어 있으면서 혈액형을 결정하는 항원을 제거할 경우 아무 피나 수혈할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혈액형이 바뀐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온몸을 돌아다니는 피 속에는 항원이 어느 곳에든 존재할 텐데 이를 모두 제거하는 일이 가능할까? 항원 제거에 의해 혈액형이 바뀐다는 이론은 1982년에 처음 제시되었지만 실행이 어려워 실제로 혈액형이 뒤바뀌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7년에 프랑스와 덴마크의 학자들과 미국의 생명과학업제 자임퀘스트(ZymeQuest)가 공동연구를 통해 세균과 진균에서 발견되는 효소중에 A형과 B형 혈액으로부터 항원 제거 기능을 지닌 효소를 찾아냈다고 발표를 했다. 이 연구진은 ‘Elizathethkingia meningosepticum’이라는 세균에서 A항원을 제거하는 효소를, ‘Bacteroides fragilis’라는 세균에서 B항원을 제거하는 효소를 발견함으로써 이를 이용하면 혈액형을 O형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얻은 것이다. 즉, 혈액형을 바꾸는 기술이 개발된 셈이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 하더라도 ‘진리’란 그 시대의 진리일 뿐이며, 세상이 바뀌면 진리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것이라는 점을 되새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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