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보라매의 ‘홀로날기’
어미새가 새끼 새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5월 중순께의 모습이다.
충주 남한강변 마을야산 좌우 날개의 능선은 바람을 차단하고, 앞이 탁 트여 있다. 꼭 절집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아늑한 곳을 선택해 참매가 둥지를 틀었다. 능선 위 나무들은 바람 소리를 내는데 둥지 주변의 낙엽송은 고요하기만 하다. 참매는 이같이 아늑하고 전망 좋은 곳을 선택해 둥지를 틀고 번식한다. 다른 맹금류 못지 않은 영리함을 느낄 수 있다.
참매를 촬영하기 위해 현장 환경과 똑같이 위장막을 지었다. 참매가 눈치를 채지 못하게 하고 주말이면 촬영을 했다.
참매는 농촌의 해발 200~300여 미터 야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활엽수가 많은 산에서 활동을 한다. 간혹 소나무 위에 둥지를 틀기도 하지만 주로 낙엽송에 산다. 군락을 이루고 골이 깊지 않은 계곡의 15~20여 미터 되는 낙엽송 중간 가지에 둥지를 틀고 번식을 한다.
3월말께 어미가 알을 품고 있다.
어미는 알을 품다가 부화가 되면 새끼를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한동안 둥지를 지키며 새끼들과 함께 보낸다. 수컷은 어린 것들이 먹기 좋은 포획물을 가져온다.
둥지 속 어린 새들이 커가며 맹금류의 본능을 발휘하면, 수컷이 사냥해오는 포획물도 점점 커진다. 이처럼 수컷은 사냥을 해서 둥지를 오고가다 하루에 한 두 차례는 암컷과 교대로 둥지를 지키고 암컷은 숲속으로 날아가 활동을 하다 포획물을 달고 돌아온다.
부화한지 3주 정도가 되면 어미들은 둥지에 함께 있지 않고 둥지 주변에서 활동을 하고 간간이 카랑카랑한 소리를 내어 계곡 주변에 어미가 있음을 둥지 속 어린 새들에게 알리며, 자기들의 존재를 숲속에서 활동하는 많은 야생들에게도 알린다.
6월말 새끼 새가 이소한 후 둥지 근처에 있다.
어린 새들이 하루하루 자라서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에 올라가기도 한다. 날개를 펼쳐 비행연습을 조금씩 하다가 밖으로 날아간다. 날아간 녀석은 어미를 찾는 소린지 며칠동안 애절한 소리를 내며 둥지 주변을 맴돈다. 하지만 어미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소를 못한 새는 아직 둥지에서 나뭇가지를 왔다 갔다 하면서 두리번거리며 어미가 오기만 기다리는 듯하다. 어미들은 자랄 만큼 자란 녀석들을 독립시켜야 하기 때문에 둥지 주변에 나타나지 않는다.
혼자 숲속에서 위장을 하고 참매의 습성과 숲에서 활동하는 야생의 세계를 보다보면 우리들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참매는 3월에 둥지를 틀고 4월에 알을 낳으며 5월에 부화해 6월말 이소를 한다.
참매는 현재 멸종위기종으로서 천연기념물 제323호로 지정되어 있다. 매목 수릿과로, 예로부터 매사냥에 사용되는 대표적 맹금류다. 1년 6개월 미만의 참매를 보라매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공군이 마스코트로 하고 있을 정도로 날렵하며 카리스마가 넘친다.
농촌마을 뒤로 보이는 작은 산들이야말로 소중한 자연환경이다. 자연이 준 땅을 야생들과 나누며 공존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섬에 날고 싶다
서해 최북단 무인도. 인천에서 여객선으로 2시간 넘게 걸리는 연평도 인근에 위치한 그곳은 새들의 온전한 천국이었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가 많았다.
인간과 충돌이 없는 새들의 고향 무인도.
천안함 사태의 후폭풍이 일고 있던 7월에다 북한 해주가 건너다보이는 곳에 갔지만 남북 사이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오히려 인간이 방해꾼이었다. 섬에 들어서자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괭이갈매기 무리들이 뒤섞여 하얗게 날아올라 머리 위로 지나갔다. 위협을 가하면서 텃세를 부리는 듯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그들은 관대해졌다.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고, 사진 찍는 것을 수용했다. 내가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이었다.
비행하는 저어새들.
해풍에 시달려 키가 자라지 못한 나뭇가지와 억새풀포기 사이에 위치한 둥지 곳곳엔 갓 태어난 어린 저어새들과 어미 저어새가 함께 있었다. 알을 품거나 짝짓기를 하는 노랑부리백로의 모습도 보였다. 괭이갈매기 어미들은 갓 태어난 어린것들이 종종걸음으로 나다니는 것이 불안한지 분주하게 뒤따라 다녔다. 그 모습이 애틋하기만 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엔 저어새 번식지로 강화 석도와 비도 각시바위 등이 알려져 왔다. 그런데 이처럼 저어새 번식지가 또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보채는 둥지 속 어린 저어새들.
노랑부리백로가 둥지에 알을 낳았다.
노랑부리백로 한 쌍이 짝짓기를 하고 있다.
물수리 ‘사냥의 기술’
물수리가 사냥해온 잉어와 마지막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곡릉천 상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이자 국제지정 보호종 물수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물수리는 몇년 전부터 9~10월이면 3~4마리가 이곳을 찾는다. 곡릉천 물이 맑아지면서 개체수가 늘어난 큰 메기와 잉어 등을 사냥한다.
물수리는 높은 공중으로 올라가 선회비행을 하다가 잉어 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순간 쏜살같이 내려와 날카로운 발톱으로 잡아챈다. 맹금류인 물수리는 독수리 못지 않은 시력을 자랑한다. 잉어 무리가 눈에 들어오면 자신의 그림자가 수면에 비춰지지 않도록 뒤쪽에서 다가가는 지혜로운 사냥꾼이기도 하다. 잉어들이 눈치를 채 달아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사냥감을 포착하면 물수리는 활짝 펼쳤던 날개 1단을 접는다. 바람의 저항을 줄이며 빠른 속도로 수직 하강하기 위해서다. 낚시 바늘 모양의 양 발톱을 펼쳐 낚아챈 잉어의 머리를 날아가는 방향으로 움켜쥐어 바람 저항을 최소화한다. 몸을 흔들어 깃털을 적신 물을 털어낸다.
물수리가 사냥감을 찾아 비행을 하고 있다.
물수리가 잉어를 사냥하는 순간의 모습을 포착했다.
물수리가 사냥한 잉어를 달고 비상하고 있다.
잉어 한 마리를 사냥한 물수리가 먹이터로 날아가고 있다.
포식자 물수리의 표정에 여유가 있다.
민통선 겨울손님 오다
재두루미 등 겨울 철새들의 낙원은 파주와 철원 부근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일대다.
멀고 먼 비행에 허기졌는지 선발대로 찾아온 재두루미들이 논바닥에서 알곡을 찾아먹기에 분주하다.
봄·여름 동안 러시아 캄차카 반도와 시베리아, 몽골, 중국 등에서 지내던 겨울철새들은 혹독한 겨울을 피해 10월 중순쯤 이곳으로 날아온다.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 가족이 경기도 파주 민통선 부근 논에서 낙곡을 주워먹고 있다.
비무장지대의 북한쪽 산을 넘어 강원도 철원으로 날아오는 재두루미 무리.
재두루미 무리가 강원도 철원 민통선 부근 들판에서 저녁노을이 찾아오자 잠자리인 인근 강가로 날아가고 있다.
재두루미는 선발대가 앞서 오고 많은 무리가 그 뒤를 잇는다. 비무장지대 민통선 주변의 농경지가 서식 장소다. 들판에서 낙곡을 주워먹거나 강에서 다슬기 등을 잡아먹는다. 밤에는 살쾡이 같은 천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강 가운데 모래톱 주변에서 잠을 잔다.
강원도 철원 민통선 인근 들판에서 흥겹게 춤추는 재두루미들.
겨울철새가 펼치는 장관
가창오리 무리가 일몰과 함께 마지막 날갯짓을 하고 있다.
노을 속 가창오리 군무의 풍경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 무리가 비상하고 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11~12월.
수많은 겨울철새들이 우리나라 곳곳에 날아든다.
충남 천수만은 겨울철새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가창오리 군무가 가장 자주, 가장 멋있게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간월호 위에서 펼쳐지는 가창오리들의 군무는 장엄하고 신비롭다.
수십만 마리의 율동은 한 치의 오차도 없어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겨울손님’ 황새
높고 푸른 창공에서 황새 한 쌍이 그들만의 몸짓으로 마주보며 애정을 나누고 있다.
황새 한 쌍이 도도한 자태로 거닐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199호 황새가 올해도 충남 서산 천수만에 왔다.
전 세계 660여 마리로 추정되는 멸종위기종이다. 과거엔 우리나라에서 사계절 볼 수 있던 ‘주인새’였지만 맹독성 농약 사용 이후 지금은 겨울철새로 찾아오는 ‘손님’이 됐다. 황새는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명관이 발달하지 않아 목청으로 울지 못한다. 암수가 구애할 때 아래 위 부리를 마찰해 소리를 내는 것이 유일하다.
황새들은 낮에는 들녘과 수로에서 먹이를 찾다 밤이면 논이나 모래톱에서 지낸다.
올해는 한강 상류에도 한 쌍이 찾아와 눈길을 끌고 있다.
두루미 가족의 비상
두루미 한 가족의 어미는 다리를 쭉 펴고 바람을 가르며 날갯짓을 하는데 뒤따라가는 어린 것들은 추워서 다리를 깃털 속에 넣은 채 날고 있다.
잠에서 깨어난 두루미 무리가 새벽 한탄강에 모여 있다.
한쌍의 두루미가 다정하게 날고 있다.
갯벌에서 날고 있는 두루미 무리들.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비무장지대를 넘나들며 월동하는 두루미(鶴). 매년 11월부터 3월 말까지 한반도에서 지내는 천연기념물 제198호다.
주요 활동무대는 인천 강화도 주변 갯벌과 경기도 파주와 철원.
인천 앞바다에 있는 세어도에서 20여 마리가 밤을 보내는 것이 최근 처음 확인됐다.
두루미는 울음이 우렁차고 자태는 고아하며 장수를 상징하는 새로 알려져 있다.
한강의 최상위 지배자
한강 상공을 선회 비행하는 참수리.
한강에 천연기념물 제243호 참수리 성조(成鳥)가 찾아왔다.
꼬리 깃과 날개 견장이 하얗고 부리는 황금색이다.
육중한 몸의 참수리는 사냥을 하기 위해서 하루에 두세 차례 비행을 한다.
한강 상공으로 참수리가 비행하는 모습을 보면 한강 하늘의 최상위 지배자 같아 보인다.
휴식을 취하는 곳도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가장 높은 곳이다.
북한강과 남한강 일대 상공을 누빌 정도로 참수리의 활동범위는 매우 넓다.
이처럼 넓게 활동을 하는 참수리도 해가 지면 어김없이 한강 가운데 모래섬으로 날아든다.
참수리는 직접 사냥도 하지만 간혹 흰꼬리수리 등 다른 맹금류가 사냥한 것을 빼앗는 법도 능숙하다.
매년 관찰을 하지만 늘 자주 앉는 곳에 앉는 것으로 보아 해마다 찾아오는 녀석인 것 같다.
한강 주변의 숲들은 사라지고 고층아파트로 들어찬 환경에 참수리를 보기 쉽지 않다.
그나마 한강 상류 미사리 주변에 나무숲이 있고 밤이면 지낼 수 있는 모래섬도 있어 매년 잊지 않고 찾아와 다행이다.
홀로 활동하는 참수리 성조.
참수리가 오랜 시간 휴식을 마치고 비행을 하기 위해 날개를 펼치고 있다.
때로는 강가에서 활동하는 참수리.
인내심의 대가, 살쾡이
삵이 사냥을 하기 위해 낮은 자세로 은밀하게 이동하고 있다.
지난 1월 초 경기 파주 임진강. 대지는 흰 눈으로 덮이고 강물은 얼어붙어 멈추었다. 혹독한 한파로 삶이 고달프기는 동물도 마찬가지. 기러기 등 물새들은 먹이를 찾아 눈이 녹아가는 양지바른 강가로 올라간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그 곳에는 포식자 삵(살쾡이)이 숨어 기다리고 있다.
농수로에 앉아 있던 삵이 카메라맨과 마주치자 맹수의 본능을 보여주고 있다.
삵은 귀여워 보이지만 눈동자만큼은 포식자답게 이글거린다.
삵은 귀여워 보이지만 눈동자만큼은 포식자답게 이글거린다.
삵은 고양이과 동물로 외모는 고양이와 흡사하다. 몸이 잽싸고 나무를 잘 타는 것도 유사한 대목. 하지만 고양이보다 몸피가 더 크고 헤엄도 잘 친다. 그만큼 사냥 대상도 더 크다. 다람쥐도 잡지만 꿩이나 물고기, 닭도 사냥한다.
삵은 인내심이 뛰어나고 치밀한 사냥꾼이다. 종종걸음으로 이동을 하고, 크게 위협을 느끼지 않는 한 멀리 뛰는 법이 없다. 사냥할 때는 아주 천천히 척추를 길게 폈다 움츠렸다를 반복하면서 느린 걸음으로 나뭇가지와 수풀이 크게 흔들이지 않게 소리 없이 은밀하게 이동한다. 야행성으로 낮에는 동굴 같은 은신처에서 잠을 자지만 낮에도 활동할 때가 있다. 은신처 주변 지리를 잘 알고 있으며 기다림의 사냥방법에 익숙해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쉽게 사냥을 한다.
삵은 앞뒤 모든 발을 일자로 해 나란히 걷는다.
삵은 카메라맨과 마주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여유롭다.
한국의 고양이과 맹수 가운데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삵의 운명은 희망적이지 않다. 야산과 습지 등에서 활동하지만, 4대강 사업과 같이 전국의 강과 야산 주변 등이 개발되고 먹이사슬 균형이 좁아져 갈수록 서식을 위협받고 있다. 삵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공중급식 ‘수컷의 외조’
거대한 바위절벽 앞으로 검푸른 바다가 펼쳐진 부산 태종대. 3월 초 ‘하늘의 사냥꾼’ 매가 번식을 위해 둥지를 트는 곳이다. 주변에 사냥감이 풍부해 새끼들을 기르기에 좋다. 천연기념물 제323-2호 매는 자기보다 몸집이 몇 배 더 큰 벌매 등이 나타나도 공격해 영역에서 쫓아낸다. 사냥을 위해 날개를 접고 급강하할 때는 시속 400여km나 돼 ‘스피드의 제왕’이란 별칭도 얻었다.
수컷 매가 사냥해온 먹이를 공중에서 암컷에게 전달하고 있다.
매가 고사목에 앉아서 사냥감을 관찰하고 있다.
암컷은 새끼를 부화시키기 위해 둥지에서 장시간 알을 품어야 하고, 수컷은 암컷의 먹이까지 공급한다. 포란 시기에만 볼 수 있는 장면도 있다. 수컷이 사냥한 먹이를 발톱에 달고 둥지 앞 바다 위를 비행하며 큰소리로 암컷을 유인한다. 그러면 암컷이 둥지에서 뛰쳐나온다.
태종대 앞바다 위로 매가 비행을 하고 있다.
매가 자기 영역에 들어온 침입자 벌매에게 공격을 하고 있다.
매가 흙 목욕을 하고있다.
수컷은 공중으로 높이 올라가며 소리를 낸다. 순간 암컷이 수컷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수컷은 가지고 있던 먹이를 넘겨준다. ‘공중 급식’인 셈이다. 암컷은 바위절벽이나 나무 위로 날아가 먹이를 다 먹은 뒤 둥지로 되돌아가 알을 품는다. 이런 생활이 3개월째 되면 어린 송골매가 둥지에서 나온다.
어린 송골매는 주변 나무와 바위 위에서 앉는 연습과 비행연습을 한 뒤 태종대 고향을 떠난다.
매는 몸에 기생충을 막기위해 하루에 한 차례 흙으로 목욕을 한다.
바위 절벽에서 매 암 수가 애정을 펼치고 있다.
밤하늘의 지배자, 수리부엉이
3월 말 갯바람이 부는 강화도 바닷가 절벽에 위장텐트를 쳤다.
밤하늘의 지배자 천연기념물 제324-2호 수리부엉이 둥지를 관찰하고 싶어서였다.
겨울이면 수리부엉이가 탄생하는 곳이다.
해안선 가로등불이 켜지면서 부엉이 울음이 들려왔다.
둥지 속 암컷은 귀를 쫑긋 세우고 맞은편 절벽을 바라보았다.
둥지에서 어린 수리부엉이도 어머니와 똑같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암컷의 시선이 닿은 곳에 수컷이 앉아 있다. 솜털로 덮인 새끼 3마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암컷은 새끼들과 부리를 비비고 먹이를 먹여준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자 암컷이 두리번거리다 좌우 날개를 번갈아 펼치며 날아오른다.
수리부엉이 어린 녀석이 먹잇감을 통째로 삼키고 있다.
새끼들을 그냥 놔둔 채다. 둥지 속 새끼들은 영문을 모른 채 웅크리고 앉아 있다.
체온이 떨어져 죽을까봐 걱정이 된다. 반갑게도 암컷은 20여분 만에 돌아왔다.
새끼들을 가슴에 품은 채 몸을 좌우로 흔든다.
이방인이 나타나자 절벽의 주인 수리부엉이가 위협적이 비행을 한다.
밤 10시 20분, 암컷이 고개를 들고 어둠을 응시한다. 수컷이 날아든다.
사냥한 먹이를 암컷에게 전해준다. 암컷은 다시 먹이를 어린 것들에게 나눠 먹인다.
야행성인 수리부엉이는 우리나라 텃새 중 가장 크다.
양 날개를 펼치면 1m 60㎝ 정도 된다.
어린 수리부엉이는 알에서 깨어나 3개월간 둥지에서 자란 뒤 독립한다.
암컷이 둥지에서 포란중에는 수컷은 늘 맞은편 절벽에서 둥지을 지킨다.
갯벌 멋쟁이의 먹이활동
검은머리물떼새들이 썰물을 따라가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썰물로 물이 빠지면 인천 송도 주변에는 많은 생명체가 살아 숨쉬는 잿빛 갯벌이 드러난다. 갯벌은 갯지렁이, 게, 조개, 해초류 등 먹이가 풍부해 새들에게 만찬장이 된다. 갯벌 매립지에서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던 물새들은 썰물의 끝자락을 따라가며 드러나는 갯벌의 각종 먹이를 잡아먹는다.
검은머리물떼새 한 쌍이 개발현장 주변에서 둥지를 틀려고 한다.
송도 갯벌 매립지 방파제 위에서 검은머리물떼새 한 쌍이 짝짓기를 하고 있다.
그 중에 유독 눈에 띄는 무리가 있다. 눈과 긴 부리가 붉고 매력적인 갯벌의 멋쟁이 천연기념물 제326호 검은머리물떼새다. 쌍쌍이 날아들어 부지런히 먹이활동을 한다. 먼 곳으로 떠난 바닷물이 다시 돌아와 갯벌을 덮기 전에 배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물새들 먹이활동은 더욱 분주해진다. 갯벌 매립지의 중장비 굉음이 울리는 환경 속에서도 탄생의 계절을 맞아 검은머리물떼새는 좀처럼 떠나지 않고 개발현장 주변 자투리 땅 곳곳에 알을 낳고 번식을 한다.
둥지에서 검은머리물떼새 암컷이 포란중에 있다.
사라진 갯벌에서 검은머리물떼새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이처럼 불안한 땅에서 새 생명을 부화시키려는 검은머리물떼새들의 활동은 애절하다. 수컷은 암컷이 알을 품고 있는 둥지 주변에서 함께하기도 하고, 암컷의 먹이활동을 위해 교대로 알을 품어주기도 한다. 둥지 주변에서 서성이며 포란 중인 암컷을 돌보는 수컷은 이방인이 나타나면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이방인을 둥지로부터 먼 곳으로 유인한다. 한낮의 온도가 올라가면 물가에 가서 적신 가슴팍의 물로 둥지 속 알을 축이고 알을 굴려준다. 어미의 지극한 마음이 애처롭게 보일 정도다.
새끼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올빼미는 초저녁부터 울었나 보다
야행성 올빼미가 칠흑 같은 밤에 사냥을 나왔다.
어미 올빼미가 느티나무 구멍 속 둥지를 관찰하며 날갯짓을 하고 있다.
어미 올빼미가 생쥐 한 마리를 사냥해 둥지로 돌아왔다.
야행성 조류답게 올빼미는 한낮에는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다.
5월 초 천연기념물 제324-1호 올빼미를 만나러 충북 충주의 한 산골마을을 찾았다.
곳곳에 오래된 느티나무와 고택이 있어 올빼미 서식 환경으로 그만인 곳이다.
올빼미 새끼는 매년 배꽃이 필 무렵 알에서 부화된다.
어둠이 내리자 올빼미가 앞산에서 음산한 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하지만 좀처럼 둥지에 날아들지는 않는다.
3시간가량 지났을까, 느티나무 주변에 무언가 다가오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휙휙 하는 날갯짓 소리가 들린다.
어미들이다. 암컷과 수컷이 생쥐를 둥지 속 새끼들에게 넣어주고 날아간다.
새끼들이 스스로 먹이를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보아 둥지를 떠나 독립할 때가 된 것 같다.
올빼미 어미들은 밤새 먹이를 세 번이나 날라다 주었다.
황조롱이 수컷의 암컷유혹 비법
황조롱이 수컷이 사냥한 먹이를 암컷에게 주고 구애에 성공해 짝짓기를 하고 있다.
황조롱이는 우리나라 텃새로 맹금류이며 천연기념물 제 223-8호다.
주로 작은 새와 들쥐를 사냥한다.
황조롱이 어미가 먹이사냥을 하고 둥지로 돌아와 새끼들에게 주고 있다.
황조롱이는 4월 초가 되면 암컷과 수컷이 서로 구애의 소리를 낸다.
수컷은 사냥한 먹이를 가지고 암컷에게 다가가 온갖 구애를 한다.
암컷은 수컷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짝짓기 상대가 되어준다.
황조롱이들은 짝짓기 후에는 알을 낳고 품을 둥지를 찾는다.
주로 까치둥지를 사용한다. 마음에 드는 까치둥지를 사용하기 위해 둥지의 주인 까치와 한동안 신경전도 벌인다.
정지비행의 달인 황조롱이가 사냥하기 위해 대지를 굽어보고 있다.
둥지를 차지하고 나면 황조롱이 암컷은 둥지에 알을 낳고 알을 품기 시작한다.
수컷은 부지런히 먹이를 사냥해 둥지 속 암컷에게 공급한다.
다 자란 황조롱이 새끼들이 둥지에서 어미를 기다리지만 어미는 새끼들에게 독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일부러 한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황조롱이 한 쌍은 매년 봄부터 구애와 짝짓기를 거쳐 5월 중순에 새끼들을 부화한다.
부화된 어린 것을 기르는 모성애는 사람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뜸부기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울까
푸르게 자란 모포기 위로 뜸부기가 날고 있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동요 <오빠생각>에 등장하는 뜸부기가 경기도 파주 문산 들판에 찾아왔다.
넓은 들판에 모내기가 끝난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논두렁 위에서 몸을 끄덕이며 ‘뜸뜸’ 하고 소리를 낸다. 5월 말에 찾아온 뜸부기는 모가 자기보다 크게 자라면 모포기를 반쯤 구부려 둥지를 틀고 번식을 한다.
30여년 전만 해도 농촌의 대표적인 여름 철새로서 이맘 때면 들판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긴 발가락을 내디디며 뜸부기가 걷고 있다.
뜸부기가 모포기 사이로 다니며 먹이를 찾고 있다.
그러나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2005년 천연기념물 제446호로 지정되었다. 요즘은 파주, 김포, 천수만 등과 같은 일부 지역에서만 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월동을 하고 여름이면 우리나라와 중국 등지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뜸부기는 주로 곤충류와 개구리, 미꾸라지 등을 잡아먹지만 풀꽃과 풀씨를 훑어먹기도 한다. 들녘에 병충해 방지용 살충제와 제초제가 살포되면서 이와 같은 먹이류가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뜸부기와 같이 흔하던 새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소쩍새의 울음 “솥이 적다 솥이 적다”
도회지를 벗어나 여름 밤길을 걷다보면 발길을 멈추게 하는 소리가 있다.
천연기념물 제324-6호 소쩍새 소리다.
사냥을 하기 위해 소쩍새가 밤을 가르며 날아가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강매마을 한적한 곳의 고사목에서 소쩍새가 번식을 한다.
초여름에 찾아와 ‘솟쩍다 솟쩍다’ 하며 먼 곳과 가까운 곳에서 낮은 소리와 큰 소리로 번갈아 울어댄다.
짝을 찾는 소리다. 짝을 찾는 시기에는 숲속 곳곳에서 소쩍새 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짝을 만난 암컷이 둥지에 알을 낳고 알을 품는 시기에는 소쩍새 소리가 간간이 들릴 뿐이다.
쥐를 사냥한 소쩍새 어미가 둥지로 돌아와 새끼들에게 넘겨주고 있다.
쥐를 사냥한 소쩍새 어미가 둥지로 돌아와 새끼들에게 넘겨주고 있다.
한 달 정도 알을 품는 시기를 거쳐 새끼 소쩍새는 7월에 태어난다.
새끼가 어릴 때는 가로등불에 모여드는 나방과 배추벌레와 같은 작은 곤충류를 사냥해와 먹이지만, 어린 것들이 커지면서 사냥해오는 먹잇감도 커진다.
소쩍새 어미들은 몸집이 작지만 새끼들이 커가면 쥐를 사냥해올 만큼 날렵하고 사납다.
예로부터 소쩍새에 대해 전해내려오는 민담이 여러 개 있다. 그 중에 다음과 같은 민담도 있다.
야행성인 소쩍새도 낮에는 이처럼 숲속에서 휴식을 취한다.
옛날에 며느리를 몹시 구박하는 시어머니가 있었는데 며느리를 굶겨 죽이려고 아주 작은 솥에다 밥을 짓게 했다고 한다. 결국 며느리는 굶주려 죽었고, 죽은 며느리의 넋은 새가 되어 ‘솥이 적다 솥이 적다 솟쩍 솟쩍’ 시어머니를 원망하면서 울었다고 한다.
'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중권과 정재승의 크로스 2_로또 (0) | 2011.08.07 |
---|---|
한의사 김승호의 약초 이야기_03 (0) | 2011.07.31 |
경찰 권력 지형 어떻게 변했나 (0) | 2011.07.24 |
하이브리드 넘어 수소차까지, 그린 카 혁명 (0) | 2011.07.10 |
뽀로로 (0) | 2011.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