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권력 지형 어떻게 변했나 검찰·국정원·국세청 등 4대 권력 기관 중에서 국민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경찰의 권력은 어떤 모습일까. <시사저널>은 그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경감 이상 경찰 간부 5천9백53명의 명단을 입수해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 경찰 간부들의 핵심 세력이었던 고시 출신과 간부 후보생 출신들의 퇴조와 경찰대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간부들의 인적 구조에 대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경찰 간부의 계급 표식은 대한민국의 꽃인 ‘무궁화’이다. 경찰은 사정기관 가운데 국민과 가장 가까이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민중의 지팡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지금 경찰은 국민에게 ‘가깝고도 먼 지팡이’이다. 경찰은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위압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해 친근한 캐릭터도 만들고, 이미지도 개선했다. 국민에게 다가서고 봉사하는 경찰이 되기 위해 ‘치안 서비스’ 개념도 도입했다. 지구대 화장실도 개방했다. 인터넷에서 경찰의 문제가 이슈가 되면 해당 경찰서 서장이 직접 해명에 나선다. 경찰은 많이 변했고, 또 변하고 있다. 이제는 진정한 국민의 경찰, 봉사하는 경찰로 국민에게 바짝 다가왔다. 한 전직 경찰 고위 간부는 “요즘 경찰 수준이 아주 높아졌다. 남자 경찰의 90% 이상이 대학을 나왔다. 오랜 노력 끝에 진정한 봉사 경찰이 되었다. 앞으로도 국민 앞에 더 다가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시사저널>은 경감 이상 경찰 간부 5천9백53명의 명단을 입수해 분석했다. 경찰의 권력 흐름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지표로 손색이 없다. 실제 여러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경찰 권력은 큰 분수령을 맞고 있었다. 경찰 간부들의 인적 구조에 대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 경찰 간부들의 핵심 세력이었던 고시 출신과 간부 후보생 출신이 점차 권력 핵심에서 밀려나고, 그 자리를 경찰대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미 치안정감의 50%, 치안감의 25%, 경무관의 41.6%, 총경의 36.7%가 경찰대 출신들이다. 경찰 역사상 최연소 여경 총경도 경찰대에서 배출했다. 경찰 간부의 ‘경찰대 천하’가 멀지 않은 셈이다. 내년 8월 경찰청장이 바뀔 시점에는 경찰 권력의 지형도가 지금보다는 훨씬 더 경찰대 쪽으로 기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간부급 출신 대학, 경찰대가 26.1%로 최다 경찰 간부들의 출신 대학은 어떨까. 경찰대 출신이 월등히 많았다. 전체 26.1%(1천5백57명)를 차지했다. 방송통신대가 9.7%(5백73명)로 두 번째로 많았다. 고교를 졸업한 뒤 경찰에 근무하면서 방통대를 졸업하거나 대학을 나온 뒤 다시 방통대를 다닌 이들이 많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재 치안정감 중에 방송통신대 출신은 없다. 대신 치안감에는 다섯 명이 포진해 있다. 박웅규 중앙경찰학교 교장(58), 김기용 충남경찰청장(55), 신용선 제주경찰청장(58) 등이 방송통신대 출신이다. 동국대는 자타가 공인하는 ‘경찰 간부 후보생 사관학교’로 알려져왔으나 최근 경찰대에 밀리는 형국이다. 경감 이상 숫자에서도 방송통신대에 이어 3위인 5.1%(3백7명)에 머물렀다. 치안정감 이상에서는 손창완 경찰대학장(57)과 이성규 서울경찰청장(57)이 동국대 출신이다. 손청장은 전남 장성 출신으로 광주제일고와 동국대를 졸업하고 군 특채로 경찰에 입문했다. 이청장은 경북 상주 출신으로 문경고와 동국대를 나왔으며, 경찰 내 대표적인 ‘정보통’으로 꼽힌다. 치안감 중에는 동국대 출신이 아홉 명이다. 경찰대보다 두 명이 많았지만 ‘떠오르는 해’인 경찰대의 대세를 꺾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전반적으로 경찰 간부들을 배출한 대학에서는 지방대가 강세였다. 경감 이상 간부 50명 이상을 배출한 대학은 전남대, 동아대, 영남대, 전북대, 조선대 등이었다. 반면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는 전부 합쳐서 65명에 불과했으며, 고려대(35명), 서울대(16명), 연세대(14명) 순이었다. 치안감 이상 고위 간부들 중에 서울대와 연세대 출신은 한 명도 없다. 조현오 경찰청장(56)과 김정석 경북경찰청장(50)이 고려대를 나왔다. 경찰 간부들 가운데 지방대 출신이 많은 것은, 경찰 입직 경로가 워낙 다양하고 전문화된 인력들이 특채 형식으로 들어오면서 생겨난 현상으로 보인다. 지방 대학들이 앞다투어 경찰행정학과를 설치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명문 대학의 경우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등으로 빠져나가다 보니 상대적으로 경찰에 지원하는 숫자가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고시 유형별로 보면 사법고시가 40명이고, 행정고시가 14명이다. 외무고시는 한 명이다. 김학배 대전경찰청장과 김정석 경북경찰청장이 사법고시 출신이고, 김용판 충북경찰청장과 김기용 충남경찰청장은 행정고시 출신이다. 외무고시는 조현오 경찰청장이 유일하다. 경찰 간부들의 출신 고교는 검정고시가 1백78명으로 가장 많았다. 조선대부속고가 54명, 김천고와 진주고가 각각 41명으로 그 뒤를 따랐다. 이것을 토대로 보면 검정고시가 경찰 간부 배출의 산실이라고 볼 수 있다. 조선대부속고도 경찰 고위 간부를 많이 배출한 명문고로 떠올랐다. 강종근 조선대부속고 교장은 “전통적으로 우리 학교 출신들 가운데 경찰 간부들이 많았다. 내 동기도 다섯 명이나 총경 출신이다. 이런 선배들이 많다 보니 후배들이 영향을 받고 경찰에 많이 진출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감 이상 간부들의 평균 연령은 49.2세였으며, 50대가 51.2%를 차지했다. 20대 경감 세 명 중 두 명이 경찰대 출신이다. 경찰 간부 출신들은 퇴임 후 어디로 갈까. 퇴임 이후 행로는 다양하다. 경찰청장들은 자신의 정치력에 따라 명암을 달리한다. 정치권으로 진출하거나 정부 기관이나 공기업 사장 등으로 임명된다. 역대 경찰청장들을 보면 4대 김화남 청장과 9대 이무영 청장은 각각 15,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5대 박일룡 청장은 안기부 제1차장에 발탁되었고, 7대 김세옥 청장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냈다. 12대 허준영 청장은 철도공사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11대 최기문 청장은 역대 청장 중 유일하게 기업에 몸담고 있다. 3대 김효은 청장은 사회복지법인 청지기 재단 이사장을 맡았으며, 6대 황용하 청장은 한국전력공사 감사를 지냈다. 8대 김광식 청장은 경북도립대 학장을 지내기도 했다. 15대 강희락 청장은 퇴임 후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변호사로 일하다가 함바집 비리에 연루되어 구속된 상태이다. 경찰 고위 간부 출신 중에서는 주상용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4월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에 선임되었다. 최병국 경산시장은 노량진경찰서장을 역임한 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서 민선 3선 고지에 올랐다. 이 밖에도 경찰행정학과 교수, 경찰고시학원 강사, 보안업체 고문 등으로 가고 있다. ‘10단계’ 경찰 승진 제도, 어떻게 달라지나 경찰 직급은 일반직 공무원과 체계가 다르다. 일반직이 1급에서 9급까지 9단계인 데 반해, 경찰은 치안정감에서 순경까지 10단계이다. 경감·경위·경사가 6~7급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러다 보니 일반직과 비교해 7급에서 6급으로 승진하기가 어렵고, 승진할 때 소요되는 연수에도 차이가 크다. 이로 인해 경찰 조직 내 사기가 저하하고 과도한 승진 경쟁으로 결속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법안 개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경장과 경사를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되었다. 하위직 경찰의 승진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경우 특정 계급에서 보수가 하향 조정되고, 보직 체계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현재 순경 1호봉의 기본급(약 1백21만원)은 일반직 9급(약 1백12만원)보다 높다. 경정 1호봉(약 2백1만원)도 일반직 5급(약 1백91만원)에 비해 10만원가량 많다. 여기에 시간외 근무가 많은 경찰 업무의 특성상 수당으로 지급받는 금액도 일반직과 비교할 때 대부분 높다. 일부 경찰의 경우 허위 또는 과다 수령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찰 내 실세’ 총경급 이상 간부들은?
정락인·안성모 기자 freedom@sisapress.com
그렇다면 경찰 내부는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경찰 직제에서 경감은 일선 경찰서의 계장이나 팀장급에 속한다. 현재 경감 이상 경찰 간부에서는 남성(5천7백42명)이 여성(2백11명)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여성이 경찰에 진출하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간부급에서는 여전히 남성들이 우위에 있다. 총경급 이상 간부 중에 여성은 경무관 한 명(이금형 광주지방경찰청장), 총경 여섯 명에 불과하다.
실제 고시 출신 간부 55명의 출신 대학을 살펴보면, 고려대가 14명(25.4%)으로 가장 많고, 서울대가 아홉 명(16.3%), 성균관대가 여덟 명(14.5%) 순이다. 이 밖에 한양대가 네 명, 경북대·부산대·연세대·영남대·전남대·중앙대가 각 두 명씩이다. ▲ 지난 1월12일 경찰청 본청에서 열린 전국 지휘관회의에서 조현오 경찰청장 등 지휘부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경찰직 공무원의 승진 제도가 개선될 전망이다. 근속 승진 임용 대상을 현행 경위에서 경감까지 확대하고, 근속 승진 기간을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이 지난 6월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재 근속 승진 기간은 경장 6년, 경사 7년, 경위 8년이다. 이를 경장 5년, 경사 6년, 경위 7년 6월, 경감 12년으로 조정했다.
흔히 경찰 조직의 지휘부는 총경 이상 간부를 두고 말한다. 총경에 오르면 경찰서장을 맡을 수 있게 된다. 지역 경찰의 수장이 되어 조직을 이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경찰청의 실무 책임자인 과장급도 대부분 총경이 맡는다. 경찰 내 실세라 할 수 있다.
한 계급 위인 경무관은 ‘경찰의 별’이다. 총경이 되기도 어렵지만 총경에서 경무관으로 승진하기는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이다. 총경이 4백90명인 반면 경무관은 41명에 불과하다. 치안감에서 치안정감에 오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치안정감 자리는 경찰청 차장, 서울·경기지방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네 곳밖에 없다. 28명의 치안감이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셈이다. 치안총감은 경찰의 수장인 경찰청장이다.
경찰 지휘부는 성별로 볼 때 남성이 압도적이다. 총경에서부터 치안총감까지 총 5백65명 중에서 남성이 5백57명(98.7%)이다. 여성은 총경 여섯 명, 경무관 한 명 등 모두 일곱 명(1.2%)에 불과하다.
연령별로는 50대에 몰려 있다. 모두 3백52명(62.4%)이다. 다음으로 40대가 1백67명(29.6%), 60대가 45명(8%)이다. 평균 연령은 52.9세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총경의 평균 연령(53세)이 경무관(51.5세)보다 높다는 점이다. 치안감의 평균 연령(54.5세)도 치안정감(53세)보다 높다. 이 또한 경찰 조직의 계급 구조가 고위직에 올라갈수록 급속히 감소하는 ‘압정형’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이다.
출신 대학은 경찰대가 2백6명(36.5%)으로 압도적이다. 동국대가 71명(12.6%)으로 그 뒤를 이었고, 방송통신대 출신이 44명(7.8%)으로 세 번째로 많다. 그 밖에는 영남대(17명), 전남대(14명), 동아대(13명), 경남대(11명), 충남대(10명), 고려대·조선대(9명), 국민대(8명), 성균관대·원광대·제주대(6명), 부산대(5명) 순이다. 서울대와 연세대 출신은 각각 총경 세 명과 한 명이다.
출신 고교는 검정고시가 30명(5.3%)으로 가장 많다. 그 밖에는 마산고·진주고(11명), 전주고(10명), 계성고·대구고·목포고·충남고(8명), 광주고·조선대부속고·청주고(7명) 순으로 부산·경남(PK), 대구·경북(TK), 호남, 충청 지역 고교들이 골고루 상위에 올랐다.
경찰대-동국대·간부 후보-고시 출신 ‘3대 파벌’ 암투도 치열
양대 파벌은 경찰대와 비(非)경찰대이다. 비경찰대 출신들이 경찰대 출신들을 견제하는 모양새이다. 그 속내를 보면 출신별로 이해득실이 다르다. 일반 출신들은 경찰대 출신들이 간부 자리를 독식하면서 승진 문턱이 좁아진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경찰은 계급 정년제가 있다. 만약 제때 승진하지 못하면 싫든 좋든 조직을 떠나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하위직 경찰들은 승진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경사는 “경찰 내부에서는 이른바 ‘전문직 특채’에 불만이 많다. 이 사람들이 조직에 들어오면 그들끼리의 파벌이 만들어지고, 하위직이 올라갈 수 있는 길이 그만큼 막힌다”라며 푸념했다.
현재 경찰대를 나오면 바로 파출소장급인 경위로 임관한다. 반면 일반직(순경, 학사 경장, 학사 경사 등 포함)은 경찰대 출신들보다 계급이 낮게 시작하다 보니 올라가는 데 한계가 있다. 그에 따라 위화감이 조성되어 불협화음이 생기게 된다. 가령 일선 파출소에서 20대의 새파란 소장이 부임해 40~50대의 하위직 경찰관들을 부하 직원으로 부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수사 부서도 마찬가지다. 산전수전 다 겪은 고참 형사들이 수사 경험이 없는 ‘반장’을 모시게 되면서 사사건건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일반직 출신들은 경찰 발전을 위해 ‘경찰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 경감 이상 간부들의 인적 구성을 보면 일반직 출신은 31%(1천8백44명)이다. 아직은 경찰대 출신(26.1%)보다 4.9%(2백87명)가 더 많다. 하지만 머지않아 비율이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경찰대는 매년 1백20명씩 경위를 배출하고 있다. 간부 후보생 출신들은 경감 이상 간부 중 16.5%(9백94명)를 차지해 인적 구성으로 보면 세 번째이다.
경찰 간부들 사이에서는 경찰대, 동국대-간부 후보생, 고시 출신들이 ‘3대 파벌’을 형성하고 있다. 간부 후보생과 고시 출신들이 경찰대 출신들을 견제하는 구도이다. 경찰대 출신들은 동문들끼리 결속력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대학 때부터 생활해오다 보니 ‘끈끈한 동지애’가 뼛속 깊이 새겨져 있다. 그만큼 결속력도 강하다. 선배들이 밀어주고 끌어주는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경찰의 핵심 요직을 경찰대 출신들이 독식하는 현상이 심해지자 간부 후보생 출신 간부는 간부 후보생 후배를, 고시 출신 선배는 고시 출신 후배를 챙기는 ‘이심전심’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경찰 인사 때마다 내외부에서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내의 파벌을 없애려면 실무적인 차원과 정서적인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면, 경찰대 출신끼리 뭉치는 것에 위화감을 느낄 수가 있다. 우선 개개인의 문화에 편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무적으로는 출신을 보고 인사한다는 오해가 들지 않도록 출신 간 안배라든지 능력 있는 타 출신을 우대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조직 화합이 이루어진다”라고 강조했다.
윗자리 올라갈수록 약진 두드러져
경찰대 시대가 활짝 열렸다. 경찰대는 지난 1980년에 경찰 초급 간부 육성을 위해 설립되었다. 그로부터 31년이 지난 지금 경찰대의 위상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경찰 본청과 지방청의 기획 부문은 대부분 경찰대 출신들이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을 움직인다”라는 말이 나온다.
경찰대는 지난 3월에 졸업한 27기를 포함해 지금까지 3천1백13명의 경찰 간부를 배출했다. 이 가운데 여경은 1백59명(5.1%)이다. 경감 이상 경찰 간부 가운데 경찰대 출신은 26.1%(1천5백57명)이다. 경감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경찰대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일선 경찰서 서장급인 총경의 경우 경찰대 출신이 36.7%(4백90명)이다. ‘경찰의 별’로 불리는 경무관은 41명 중 17명(41.6%)이 경찰대 출신이다. 경무관 열 명 중 네 명이 경찰대를 나온 셈이다. 경찰청장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 네 명 중 두 명(50%)이 경찰대 출신이다.
이처럼 경찰 조직의 상층부가 경찰대 출신들로 채워지면서 권력의 중심축이 경찰대로 완전히 쏠리고 있다. 경찰대 출신이 경찰 지휘부인 치안감에 처음 진입한 것은 지난 2006년 12월 치안감급 인사 때이다. 이때 경찰대 1기 선두 주자인 윤재옥 전 경기경찰청장(50)이 경찰청 기획정보심의관(치안감급)으로 임명되었다.
윤재옥 전 청장은 ‘경찰대 신화’로 불리기도
윤 전 청장은 같은 해 9월에 열린 퇴임식에서 “이렇게 황망하게 떠날 줄 몰랐다. 개인의 명예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공직자로서 자중자애해야 한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라며 애써 말을 삼갔다.
경찰에서는 내년을 경찰대 출신들의 ‘권력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차기 청장으로는 경찰대 1기 출신인 이강덕 경기경찰청장(50)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도 이청장을 차기 경찰청장 ‘0순위’로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청장은 현 정부에서 경찰 조직의 실세로 통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동향인 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냈고, 부산지방경찰청장을 거쳐 경기경찰청장까지 승승장구했다.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과는 이청장이 포항 남부경찰서에서 첫 서장직을 맡으면서 가까워졌다는 후문이다. 그는 또 영포회(경북 영일·포항 출신 5급 이상 중앙 부처 공무원 모임)의 주요 멤버 중 한 명이다. 더구나 경찰대 동기 중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윤재옥 전 경기경찰청장이 명퇴하면서 큰 걸림돌 하나가 제거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대통령은 퇴임 이후를 생각해 충성도가 강한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할 것이고, 여기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 이강덕 경기경찰청장인 것이다.
경기경찰청의 한 간부는 “그런 말 하지 마라. 우리도 청장님이 차기 총수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것을 안다. 다만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면 안 되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쉬쉬하고 있다”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청장 주변 사람들은 “이청장은 절대 적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평한다. 경찰대 후배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경찰대 2기인 한 경찰 간부는 “이강덕 선배는 후배가 멀리서 지나가면 먼저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후배들도 그런 인품에 반해 잘 따랐다”라고 전했다.
경찰대 출신 중 이강덕 청장 다음의 핵심 인물로는 박종준 경찰청 차장(48)을 꼽을 수 있다. 박차장은 이청장보다 경찰대 1년 후배이지만 계급은 이청장과 같은 치안정감이다. 나이는 이청장보다 두 살 아래이며, 치안정감 중에서는 유일한 40대이다. 1기 선배들을 제치고 최고 지휘부인 치안정감에 올랐다. 차기 서울경찰청장의 유력 주자 중 한 명이다.
경감 이상 간부, 진주고 출신이 최다
치안감에는 경찰대 출신이 일곱 명 있다. 지난해 12월 정기 인사에서 경찰대 출신이 대거 치안감에 올랐다. 기존에 네 명이 있는 상태에서 세 명이 조현오 청장의 참모 치안감인 본청 국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조청장의 참모급 치안감 여덟 명 중 네 명이 경찰대 출신들로 채워졌다. 조길형 기획조정관(50), 김호윤 경찰청 생활안전국장(50), 장전배 경비국장(50), 황성찬 보안국장(50)이 그들이다. 모두 경찰대 1기 출신이다.
지방청장 중에서는 서천호 부산경찰청장(51), 강기중 대구경찰청장(49)이 경찰대 1기이다. 경찰대 선두 그룹에 있는 치안감 중 이만희 청와대 치안비서관(49)도 눈에 띈다. 그는 경찰대 2기 출신 가운데 유일한 치안감이다. 박종준 경찰청 차장과 함께 2기 선두 주자이다. 그동안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 뉴욕 주재관, 서울 성동경찰서장 등을 지냈다.
경찰대 출신 경무관은 17명이다. 이 중 1기가 11명으로 가장 많고, 2기와 3기는 각각 두 명과 세 명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이상식 경기경찰청 3부장(46)이다. 이부장은 경찰대 5기이다. 1·2기 선배들과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병화 경찰대 교수부장(50·경대 1기), 강신명 서울경찰청 경무부장(48·경대 2기), 한광일 전남경찰청 차장(47·경대 3기) 등도 경찰대 출신이다. 경찰대 1기인 황운하 서울송파서장(49)은 지난해 12월의 경무관 인사에서 승진이 점쳐졌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경찰대 출신 여경 중 선두 주자는 윤성혜 가평경찰서장(41)이다. 윤서장은 지난해 1월 총경 인사에서 경찰대 출신(10기) 여경 가운데 최초로 총경에 올랐다. 당시 40세로 경찰 역사상 최연소 여성 총경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윤서장은 1996년 경위로 임관한 뒤 서울 혜화경찰서 조사반장을 시작으로 서울 성북경찰서 경비계장, 여경기동대 중대장, 경찰청 외사국 국제보안계, 경찰청 형사과 실종사건수사팀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7월5일 가평경찰서장에 취임했다.
한편 경찰대 출신 경감 이상 간부의 출신 고교에서는 진주고(28명)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김천고(25명), 심인고(20명), 공주사대부고(19명), 강릉고·달성고(18명) 순이었다. 치안정감인 박종준 경찰청 차장이 공주사대부고, 이강덕 경기경찰청장이 달성고를 나왔다. 치안감은 장전배 경찰청 경비국장(전주고), 황성찬 보안국장(마산고), 김호윤 경찰청 생활안전국장(50), 조길형 기획조정관(청주 신흥고), 이만희 청와대 치안비서관(대구고), 서천호 부산경찰청장(진주고), 강기중 대구경찰청장(대동고)이다.
현역 최초로 최고위인 치안감급에 올라 총경은 ‘경찰대 1호’ 윤성혜 가평서장 등 6명
최근 ‘대한민국 사건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경찰서의 강력계 수장으로 여성 경감이 취임했다. 강남권 경찰서 형사과에 대한 인적 쇄신이 이루어지면서 강남경찰서 역사상 최초로 여성 강력계장이 탄생한 것이다. 박미옥 경감(44)은 이 자리가 전혀 낯설지 않다. 대구여고를 졸업한 후 순경으로 시작한 경찰 생활이 어느덧 23년째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주로 형사과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는 이미 2000년 여성 최초 강력반장, 서울경찰청 여자기동수사대 반장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여성 경찰의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7천13명의 여경이 근무하고 있다. 아직 전체 경찰의 6.9% 수준이지만, 예전에 비해 역할과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 특정 분야에 한정되었던 업무 영역은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박경감의 경우처럼 강력계 베테랑으로 활약하는 여경의 모습을 보는 것도 낯설지 않게 되었다.
<시사저널>이 경감 이상 경찰들의 명단을 통해 확인한 결과, 경감 이상 여성 경찰 간부는 현재 2백1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감 이상 경찰 간부의 3.54%에 달하는 것으로, 전체 여경이 차지하는 비중에는 훨씬 못 미친다. 여전히 경찰 조직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고위직에 오르기가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계급이 올라갈수록 승진 문턱은 더 높아진다. 여성 경감은 1백64명으로 전체 경감의 4.34%이다. 반면 여성 경정은 40명으로 전체 경정의 2.48%, 여성 총경은 6명으로 전체 총경의 1.22%에 그쳤다. 총경 이상을 기준으로 해서 보더라도 전체의 1.24%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경무관 41명 중 한 명이 여성이지만, 치안감 이상에서는 아직 여성이 아무도 없다.
여경의 현역 최고위직은 광주경찰청장(직무대리)을 맡고 있는 이금형 경무관(54)이다. 광주경찰청장은 치안감이 앉는 자리이다. 이경무관은 치안감 자리의 청장에 오른 최초의 여성인 셈이다. 충북 청주에 있는 대성여상을 졸업한 뒤 지난 1977년 순경 공채시험에 합격해 경찰에 입문한 그는 이후 충북 진천경찰서장과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서울마포경찰서장, 충북지방경찰청 차장, 경찰청 생활안전국장 등을 역임했다. 여성 경찰로서는 세 번째로 총경이 되었고, 두 번째로 경무관에 올랐다.
‘여성 1호 총경’은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66)이다. 1970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그의 이름 옆에는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1998년 여경 사상 처음으로 총경으로 승진해 첫 여성 경찰서장이 되었다. 서울 종암경찰서장 시절 미아리 집창촌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며 ‘성매매와의 전쟁’을 펼쳐 화제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여성 1호 경무관’은 김인옥 전 청장
‘여성 1호 경무관’은 김인옥 전 제주경찰청장(59)이다. 경남 김해 출신인 그는 1972년 순경 공채 1기로 경찰에 입문했다. 경찰청 소년계장, 경기경찰청 방범과장, 서울 방배경찰서장을 역임한 그는 2004년 첫 여성 경무관으로 승진한 후 이듬해 제주경찰청장으로 취임했다. 60년 한국 경찰 역사상 첫 여성 지방경찰청장이었다.
현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총경은 모두 여섯 명이다. 이 중에서 윤성혜 총경(41)은 지난해 1월 최연소 총경이자 경찰대 출신(10기) 최초의 여성 총경으로 승진해 주목을 받았다. 초급 간부 시절부터 수사와 생활 안전, 경비 분야를 두루 경험한 윤총경은 서울 성북경찰서 경비계장, 여경기동대 중대장, 경찰청 형사과 실종사건수사팀장,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기획수사팀장, 경찰수사연수원 운영지원과장 등을 역임했다. 최근 경기도 가평경찰서장으로 부임했다.
김순정 총경(59)도 윤총경과 함께 승진했다. 당시 최고령 총경 승진이었다. 대구 출신인 김총경은 대구여고를 졸업하고 대구교대를 중퇴했으며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했다. 1972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투신한 그는, 2003년 경정으로 승진한 뒤 서울 광진경찰서 생활안전과장과 중랑경찰서 경무과장, 강원경찰청 보안과장 등을 역임했다. 올해 1월 강원도 영월경찰서장으로 취임했다.
이은정 총경(47)은 이보다 한 해 전인 2009년 3월 당시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총경으로 승진했다. 서울 출신으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경찰에 입문한 이총경은, 경기 분당경찰서와 성남수정경찰서 수사과장을 지낸 ‘수사통’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강원 영월경찰서장에 부임했다가 올해 1월부터 경찰교육원 교무과장을 맡고 있다.
여성 간부들, 젊은 층에 많이 몰려 있어
한재숙 총경(59)은 2006년 2월 총경이 되었다. 광주·전남 지역 여경으로서는 처음이었다. 벌교상고와 조선대를 졸업한 한총경은 지역 첫 여성 수사과장과 방범과장을 지냈다. 총경 승진 후 전남 함평·장성·화순 등에서 경찰서장을 역임했으며, 전남경찰청 생활안전과장과 청문감사담당관을 지냈다. 최근 전남 완도경찰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홍영화 총경(60)은 강원 지역을 대표하는 여성 경찰이다. 강릉 출신으로 강릉제일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2007년 1월 강원 출신 여성으로는 처음 총경으로 승진했다. 1972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홍총경은 서울경찰청 여자형사기동대장, 서울 서부경찰서 보안2계장, 청량리경찰서 생활안전과장, 혜화경찰서 생활안전과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강원경찰청 정보통신담당관, 강원 삼척경찰서장, 서울경찰청 보안2과장을 지낸 그는 올해 1월부터 서울 광진경찰서장을 맡고 있다.
이처럼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총경 이상 고위직에 오른 여성 경찰은 여전히 손에 꼽을 정도이다. 하지만 여성 경찰 간부들이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몰려 있다는 점은 향후 이들의 약진을 기대하게 만든다. 30대 이하에서 경감 이상 여성 경찰 간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7.78%에 이른다. 현재 최연소 경감도 27세의 여경이다.
“여경의 양적인 증가보다 질적인 발전이 더 중요하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강자 교수는 “과거에 비해 전체 여경은 물론 간부직에 오른 여경이 많이 늘어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여경에 대한 교육과 인사 제도 등에서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여경 스스로 노력해야 하고, 특히 여성 간부들의 책임이 막중하다”라고 강조했다.
경찰특공대 창설 이후 최초의 경찰대 출신 특공대원이 있다. 진석중 경찰특공대 전술팀장(35·경위)이 그 주인공이다. 경찰 내 엘리트 인맥인 경찰대 출신(16기)이 특공대로 지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진팀장은 대원들 사이에서 ‘희귀종’으로 불린다.
지난 7월13일 서울 방배동 경찰특공대에서 만난 진팀장은 한눈에 보기에도 체격이 다부졌다. 피부는 고왔으나 눈매가 매서워 마치 독수리의 눈 같았다. 겸손하고 예의 바르면서도 절도가 있었다. 그는 왜 특공대원이 되었을까. “경찰대에 다닐 때부터 대테러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여기에 오기 전에는 교통, 수사, 생활 안전, 경비 분야를 경험했고, 본청 대테러센터에 1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특공대가 내 천직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무술은 ‘이소룡’급, 사격은 ‘스나이퍼’
경찰특공대 요원들의 85%는 특수부대 출신 가운데에서 특채한다. 무술은 물론 사격술 등에서도 단연 최고이다. 하나 같이 무술은 ‘이소룡’, 사격은 ‘스나이퍼’이다. 나머지 15%는 경찰 내에서 지원을 받아 시험을 치른 후 선발한다. 진팀장은 후자의 과정을 거쳐 특공대에 들어갔다. 그는 태권도 공인 5단이다.
경찰특공대의 하루는 혹독하다. 진팀장은 “훈련과 출동의 연속이다. 보통 오전에는 체력 및 무도 훈련을 한다. 오후에는 사격, 레펠, 다중 범죄 진압 훈련, 각종 상황 훈련 등 전술 전문화 교육을 받는다. 또 산악 구보, 장애물 훈련 등 단체 체력 훈련을 한다”라고 말했다. 하루 일과가 출동을 위한 만반의 준비 단계인 셈이다. 이처럼 특공대의 하루는 고된 훈련의 연속이다.
언제 어떤 상황이 터질지 몰라 내일을 예측할 수도 없다. 평소에도 12일에 한 번씩 미국 대사관 경비 등에 전진 배치되고, 4일에 한 번씩 당직을 선다.
G20과 같은 국가 행사 때에는 ‘초비상 상황’이다. 이런 국제 행사 때는 테러가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며칠씩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도 다반사이다. 그는 “우리는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첨병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진팀장에게도 큰 아픔이 있다. 지난 2009년 2월에 있었던 용산 화재 사건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당시 남일당 건물에서 농성 중인 철거민들의 진압에 나섰다가 동료인 김남훈 경사를 잃었다. 김경사와 진팀장은 특공대 전입 동기였다고 한다. 훈련도 같이 받았다. 그때 작전에 참여했던 대원들 중에는 아직도 ‘용산 증후군’이 남아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는 “김경사를 잃은 후 대원 모두가 형제를 잃은 것처럼 슬퍼했다. 또 국민들이 경찰특공대를 ‘나쁜 집단’으로 보는 것 같아 많이 힘들었다”라고 토로했다. 철거민과 김경사가 사망한 것 모두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특공대원들의 일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가령 폭발물 신고, 인질 대처, 건물 점거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찰특공대가 출동한 후에야 끝이 난다. 그래서 경찰 내에서는 ‘해결사’로도 불린다.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공대원들의 체력이 강하고 무술 유단자들이다 보니 가끔 출퇴근 중에 강도나 성추행범을 잡기도 한다.
진팀장에게 목표를 묻자 “대테러 분야에서 계속 종사하려고 한다. 이 분야를 좀 더 전문화시키고 발전시켜, 세계 최고가 되는 데 일조하고 싶다. 아울러 특공대원에 대한 대우가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라는 속내를 밝혔다. 경찰 특공대원들의 평균 연령은 30대 중·후반이다. 대원 중 여경은 여덟 명(약 5%) 정도 된다. 특공대원들의 최고 계급은 경감이다. 특공대장(경정)은 특공대 출신이 맡고 있다.
대한민국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은 차관급이다. 경찰청장의 직제에는 미 군정 시기부터 지금까지 네 번의 변화가 있었다.
광복 직후 미 군정청 아래에서의 직제는 ‘경무부장’이었다. 유석 조병옥 박사가 초대 치안 총수를 맡았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에는 ‘내무부 치안국장’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그러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4년에 ‘내무부 치안본부장’으로 변경되었고, 노태우 정권 때에 ‘경찰청장’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초대 경무부장인 조병옥 박사부터 현재의 조현오 경찰청장까지 지금까지 경찰을 이끈 최고 책임자는 60명이다. 이 가운데 경찰청으로 이름이 바뀐 이후에 경찰청장(조현오 청장 포함)을 지낸 이는 16명이다. 초대 김원환 청장이 2004년 8월 지병으로 별세했고, 나머지는 생존해 있다.
경찰청장들의 출신 지역은 영남이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16명 중 11명(68.8%)이 영남 출신이었다. 호남이 두 명이었고, 서울과 충청, 평안북도가 각각 한 명이었다. 반면 경기, 충북, 강원, 제주 등은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영남 지역 중에서도 경북이 여섯 명으로 압도적이었다. 단일 지역으로만 보면 경찰청장은 ‘경북 천하’였다.
이무영, 역대 최고 업적 남긴 청장으로 꼽혀
고등학교별로는 경북사대부고가 유일하게 두 명의 경찰 총수를 배출했다. 11대 최기문 청장과 14대 어청수 청장이 이 학교 출신이다. 지금까지 경찰청장을 배출한 대학은 모두 10곳이며, 고려대가 네 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대와 동국대가 각각 두 명이었다. 차기 경찰청장에 경찰대 출신이 유력한 만큼 향후 경찰총수 자리에는 ‘경찰대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누가 청장에 올랐을까. 단연 고시 출신들이 대세였다. 경찰청장 16명 중 절반인 여덟 명이 고시 출신이었다. 간부 후보생 출신이 일곱 명(43.7%), 일반(학사 경사)이 한 명이었다. 고시 출신만 보면 행정고시가 다섯 명(김화남, 박일룡, 황용하, 최기문, 이택순)으로 가장 많았고, 외무고시 두 명(허준영, 조현오), 사법고시 한 명(강희락)이었다.
경찰청장 중에서도 입지전적인 인물이 있다. 초대 김원환 경찰청장은 1960년 학사 경사 1기로 경찰에 첫발을 내딛어 경찰 총수까지 올랐다. 10대 이팔호 청장은 순경으로 입직해 경찰간부 후보생으로 재입직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경찰청장 중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인물로는 9대 이무영 청장이 꼽힌다. 이 전 청장은 재임 시절 경찰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해 경찰관 처우 개선과 직무 관행을 변화시켰다. 경찰 이미지 개선을 위해 경찰 캐릭터도 만들었다. 경찰 마스코트인 ‘포돌이’도 이청장 재임시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지금은 ‘경찰 개혁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이무영 전 경찰청장은 “전직 경찰 총수들은 두 달에 한 번 정도 만나서 모임을 갖고 있다. 명칭은 ‘치안 총수 모임’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 우리 경찰은 진정한 봉사 경찰로 거듭나고 있다. 총수들도 경찰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수사 지휘권 범위 결정’ 남아 업무 능력과 인권 보호에 대한 국민 신뢰부터 얻는 것이 중요
“눈물 나는 노력을 전개해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 옆에 다가서면 경찰에게 이 정도 수사권은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 7월13일 ‘전국 지방청·경찰서 수사·형사과장 워크숍’에 참석해 한 말이다. 이날 워크숍에는 경찰뿐 아니라 시민단체·학계·언론계 등에서 11명의 패널이 참석해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경찰로서는 ‘쓴소리’를 들어야 하는 자리였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되어 전국의 일선 경찰관들도 지켜볼 수 있었다.
조청장은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펼친 검찰과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검찰의 반발로 수세에 몰리면서 ‘무능한 지휘부’라는 일선 경찰들의 불만이 표출되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검찰 수장이 책임을 지고 옷을 벗은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6월30일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경찰 내부는 ‘수사권 독립’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일단 수사 개시권을 명시화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경찰은 그동안 실질적으로 수사를 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적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해왔다.
특히 검찰의 수사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정하기로 했다가 법안 통과 막바지에 ‘대통령령’으로 바꾼 데 대해 반색하는 분위기이다. 법무부령과 대통령령은 절차상 차이가 크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장관이 관련 부처와 ‘협의’를 하면 되는 것과, 국무회의 심의 과정에서 경찰을 관할하는 행정자치부장관과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은 천양지차이다. 경찰 내에서 ‘수사권 독립’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한 일선 수사관은 “법무부령에서 대통령령으로 바뀐 것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현장 경찰관들이 경찰도 수사를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수사권 현실화는 국민이 주는 것”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은 사실상 지금부터가 ‘본경기’이다. 대통령령에서 검찰의 수사 지휘권 범위가 어디까지로 결정되느냐가 최대 관건이기 때문이다. 조청장은 “고도의 법률적인 지식이 필요하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등은 검찰이 맡고, 나머지 일반적인 범죄는 경찰에게 맡기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라고 제안했다. 경찰 입장에서는 ‘검찰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라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여론을 어떻게 이어나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무 능력과 내부 개혁, 인권 보호 등과 관련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 한 전직 경찰청장은 “이제 징검다리 하나를 놓은 것일 뿐이다. 수사권 현실화는 국민이 주는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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