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시범 개장하는 강원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의 전망대 격인 스카이타워 막바지 공사 모습. 전망대 정상은 원판형으로, 그 아래는 손바닥 모양으로 관람대를 만들었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아찔한 고도감과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① 철원 주상절리길 잔도
허공에 떠있는 듯한 전망대 3곳
절벽 경관 코 앞에서 감상 가능
②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
격자형 바닥 전망대 다리‘후들’
404m 길이 울렁다리도 곧 개장
③ 보령~원산도 잇는 해저터널
대천·안면도 차로 한 번에 떠나
푸드트럭 싱싱한 해물요리 가득
코로나19로 관광객들의 발이 묶인 사이에 지방자치단체들이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관광콘텐츠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도되며 조심스럽게 여행이 재개되는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그동안 준비해왔던 비장의 관광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것. 코로나19로 영업이 어려워진 호텔이 그 시간에 리뉴얼 공사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새로 출렁다리를 놓거나 새로운 관광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까지 치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인데, 그중 관광객의 동선이나 판도를 바꿀 만한 굵직한 신규 관광콘텐츠 3개를 골라봤다.
◇벼랑에 매단 길이 열렸다
절벽에 길을 매달아 놓은 아찔한 잔도(棧道) 구간이 포함된 한탄강 주상절리길 철원구간 도보길 3.6㎞가 지난 19일 개통됐다. 이번에 개통된 구간은 절벽과 절벽 사이에 잔도 709m의 구간과 철제 덱 구간 2.2㎞ 등으로 만들어졌다. 잔도와 덱 중간중간에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전망대 3곳과 출렁다리를 포함한 다리 13개가 설치됐다. 입장료는 1만 원을 내면 5000원을 철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되돌려준다.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사업은 정부가 추진 중인 ‘접경지역 발전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전체 121㎞에 달하는 종주길을 완성하는 한탄강 주상절리길 조성사업. 이 중 78㎞의 구간이 이미 조성을 끝냈고, 이번에 개통된 철원구간은 단절된 43㎞를 연결하는 사업의 일부 구간이다. 단절구간을 잇는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철원(3.6㎞)을 시작으로 연천(9.3㎞), 포천(30.1㎞)에서 단계적으로 개방될 예정이다. 경기 연천의 세월교에서 도감포까지인 연천구간 3.8㎞ 코스도 지난 23일 조성공사를 끝마쳤다.
한탄강 주상절리길 중에서 가장 극적인 구간이자 하이라이트가 이번에 개통된 한탄강 주상절리길 철원구간의 잔도다. 절벽에 구조물을 매달아 자연환경 훼손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번 잔도 구간 개통으로 관광객들은 아찔한 벼랑에 매달아 놓은 잔도를 걸으며 절벽의 경관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또 남북 관계 경색,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코로나19 등으로 위축된 접적지역의 관광 산업에 활기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19일 개방한 강원 철원의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 구간.
◇한국의 장자제(張家界) 문 열다
강원 원주 간현관광지에 들어서는 ‘소금산 그랜드밸리’가 오는 27일부터 12월 24일까지 시범 개장된다. ‘소금산 그랜드밸리’는 기존의 관광 소금산 출렁다리에 더해 덱 산책로와 잔도, 전망대인 스카이타워, 출렁다리 두 배 길이의 울렁다리, 산악 케이블카, 야외 에스컬레이터 등을 설치해 조성하는 종합테마파크. 테마파크의 최종 완성은 케이블카와 에스컬레이터가 완공되는 내년이지만, 원주시는 우선 먼저 완공한 시설부터 시범 개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7일부터 기존의 출렁다리 외에 덱 산책로와 잔도, 전망대인 스카이타워를 먼저 한시적으로 개방한다.
원주시가 시범개장에서 가장 자신 있게 내놓는 건 전망대인 스카이타워. 아래층은 손바닥 모양으로, 위층은 원형으로 만들어진 전망대는 아찔한 고도감과 엄청난 개방감으로 압도적인 감각을 선사한다. 당초 전망대 바닥 전체를 투명유리로 마감하려 했으나 풍동실험결과 안전에 문제가 있어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격자형 바닥으로 마무리했음에도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라는 설명. 오는 연말에는 소금산 출렁다리의 두 배인 404m 길이의 소금산 울렁다리를 개장할 계획이다. 기존의 출렁다리가 상판을 고정한 형태였다면, 울렁다리는 케이블을 매달고 거기에 줄을 달아 상판을 연결하며 만들고 있다. 길이도 길지만 출렁다리보다 훨씬 더 흔들림이 심해 아찔한 느낌이 더하다. 시범개장 기간 소금산 그랜드밸리 이용요금은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으로 책정됐다.
오는 12월 1일 완공되는 보령 해저터널로 바다를 건너 닿는 원산도 오봉해수욕장의 해넘이 모습. 뒤로 보이는 섬이 삽시도다.
◇해저터널이 관광지도를 바꾼다
충남 보령에서 원산도를 잇는 국내 최장 해저터널인 ‘보령 해저터널’이 내달 1일 완전개통된다. 해저터널은 관광시설이 아닌 교통인프라지만, 터널을 건설하는 주요 목적이 관광객 유치에 있으니 관광콘텐츠로 분류해도 좋을 듯하다. 보령 해저터널은 길이 6.9㎞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길다. 보령 해저터널이 개통되면 보령에서 바다 건너 원산도를 딛고 연륙교를 건너 태안까지의 이동시간이 10분으로 대폭 단축된다. 이로써 보령의 대천해수욕장 등과 태안의 안면도를 차로 한 번에 여행할 수 있게 돼 서해안의 관광지도가 크게 바뀌면서 여행자들의 동선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보령해저터널 개통을 앞두고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관광객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원산도다. 원산도해수욕장에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푸드존이 조성됐다. 푸드트럭에서는 싱싱한 지역 수산물로 요리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베이커리 겸 카페와 특산품 판매를 겸하는 로컬푸드마켓인 ‘원산창고’도 문을 열었다.
해저터널 개통에 힘입어 내년을 ‘보령 방문의 해’로 선포한 보령시는 오는 2024년까지 민자 1000억 원을 유치해 국내 최초로 섬과 섬을 연결하는 3.9㎞의 해상 케이블카를 원산도와 삽시도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어 오는 2027년까지 호텔, 컨벤션, 스카이워크 등 2253실의 숙박시설과 부대시설을 갖춘 서해안 최대 규모의 리조트 단지를 조성한다. 원산도 인근의 섬인 효자도, 삽시도, 고대도, 장고도 등에도 어촌민속가옥과 방문자 센터, 관광체험관 건립, 걷기 길과 치유의 숲 조성 등 관광 시설을 대폭 확충한다. 이들 섬은 각기 개성을 드러내는 형태로 개발된다. 원산도는 해양레저 허브로, 삽시도는 예술의 섬으로, 고대도는 치유의 섬으로, 장고도는 젊은 여행자에게 특화된 섬으로, 효자도는 허브(Herb)를 내세운 섬으로 각각의 주제가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