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을 찾아 남쪽으로 길을 떠났더니, 봄바람을 타고 산기슭에 ‘행복의 향기’가 번져가고 있었습니다. 춘분 하루 전인 19일. 위세를 떨치던 꽃샘추위가 무색하게 복수초(福壽草) 무리가 땅을 샛노랗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복수초의 꽃말 ‘영원한 행복’은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원주민 아이누족의 전설에서 유래합니다. 아름다운 여신 ‘크론’은 아버지가 땅의 신 용신에게 시집보내려고 하자 사랑하는 이와 영원한 행복을 찾아 야음을 틈타 도망칩니다. 화가 난 아버지가 크론을 끝까지 찾아내 이처럼 작고 가녀린 풀꽃으로 만들어버리지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복수초, ‘아도니스(adonis)’는 여신 아프로디테와 비너스의 사랑을 받았으나 멧돼지의 어금니에 찔려죽은 미소년을 뜻한답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비봉산 기슭 한택식물원에는 4가지 ‘영원한 행복’이 차례로 피어납니다. 이곳에는 북한·중국산 작은 복수초, 충청도 지역의 개복수초, 제주복수초(세복수초), 경기지역의 가지복수초가 차례로 피어납니다. ‘모란·작약원’ 정원에는 튤립과 수선화가 언 땅을 뚫고 비 온 뒤 죽순처럼 맹렬히 솟아나고 있었습니다. 4월이 되면 이곳은 튤립꽃 천지가 될 것입니다. 튤립과 수선화에 이어 5월이면 모란과 작약으로 물들고 6월은 백합 천지, 여름은 해바라기를 닮은 루드비키아 세상으로 변합니다. 루드비키아의 꽃말도 ‘영원한 행복’입니다. 유럽의 선진 식물학자들도 부러워하는 것이, 이 모든 꽃이 함께 섞여 공생하며 심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온실 식물원이나 한두 종류 꽃나무만 심어진 식물원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누군가 꽃을 사랑하게 되면서 미워하던 사람들까지도 껴안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갖게 됐노라고 고백했습니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는 ‘야생화 뜰’에는 변산바람꽃 한 송이가 외롭게 피어있었습니다. 개울가에는 꽃잎이 많이 피면 풍년이 온다는 풍년화와 홍갯버들 산개구리알이 눈부십니다. 남산제비꽃에는 ‘순진한 사랑’, 모란은 ‘부귀’라는 꽃말이 있습니다. 그리스로마신화에는 신들이 또 다른 생명을 창조할 때마다 새로운 꽃이 태어납니다. 꽃이 있기에 신들이 태어나고 그들을 기념하기 위해 꽃들이 피어나는 셈이지요. ‘사람보다 아름다운 꽃이야기’(도솔)의 저자 오병훈씨는 “한 떨기의 꽃이 간직하고 있는 사연 속에는 달콤한 사랑이 있고, 쓰디쓴 배신이 있으며, 통쾌한 복수도 있다”며 “꽃에 얽힌 전설 가운데에는 사랑의 질투와 눈물 어린 이별도 있다”고 들려줍니다. 전면 주5일수업제가 실시되는 올해는 온 가족이 식물원, 수목원을 찾아 꽃과 나무의 꽃말, 이른바 사랑·순결·지혜·소망·믿음에 얽힌 사연을 들으며 말을 걸어보면 어떨까요. 꽃과 나무와 나누는 대화는 ‘성과사회’, ‘피로사회’에서 지쳐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위무해줄 것입니다.
◆한택식물원 #바오밥나무가 있는 국내 최대 종합식물원 = 1979년부터 조성돼 올해 33년째를 맞은 한택식물원은 66만㎡(20만평)의 산기슭에 36개의 테마정원과 9700여종의 식물을 보유한 국내 최대 종합식물원이다. 36개의 정원은 계절마다 식물을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기존의 계곡, 생태림 등의 지형지물을 살리면서 양지, 음지, 반음지 등의 식물의 생육조건을 고려해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농약을 사용하기보다 다양한 식물종과 함께 살아가는 생물들의 공존과 천적관계를 고려해 다양한 식물종의 생태계가 유지되도록 조성된 친환경적 식물원이다. 특히 다양한 국내외 식물종을 보유하고, 식물연구소를 설립해 체계적인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외 식물원과 상호교류하는 등 정부가 해야 할 식물종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환경부로부터 ‘희귀·멸종위기식물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받아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을 보전하고 자생지를 복원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자연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연스러운 멋을 지닌 자연생태원, 수생식물원, 억새원을 비롯, 모란작약원, 원추리원, 아이리스원 등에서 다양한 품종의 식물을 볼 수 있다. 온실이 아니라 대부분 야외에 조성된 점이 특징.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가 있는 호주 온실이 눈길을 끈다. 길이 7m, 둘레 3.5m의 국내 최대 크기로 호주 퀸즐랜드와 뉴사우스에 서식하는 바오밥나무는 볼거리를 더해준다. 아열대식물 컬렉션으로는 호주 온실 외에 남아프리카 온실이 있다.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희망봉 케이프식물대는 전세계 꽃이 피는 식물의 10%가 서식한다. 남아프리카 온실의 볼거리는 극락조 형상의 ‘극락조화’다. 올해 5월에는 남아메리카 온실이 개관한다. 온도를 높이기 위해 조성된 ‘지하 온실’에는 백서향(천지향) 향기가 진동하고, 몸을 마취시키는 독성식물인 마취목이 피어있다. 허브식충식물 온실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개성만점의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정원,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야외공연장도 조성돼 있다. 계절 따라 봄꽃페스티벌, 반딧불이체험전, 여름생태교실, 국화·단풍축제 등이 열린다. 아이들이 자연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및 전시 등 행사가 펼쳐진다. 주5일수업 전면시행에 맞춰 4~11월 문화관광해설사가 진행하는 가족생태체험프로 등 다양한 주제의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한다. 031-333-3558, hantaek@hantaek.co.kr
|
'풍류, 술, 멋'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교익의 味食生活_19 (0) | 2012.03.29 |
---|---|
시와 함께하는 우리 산하 기행_09 (0) | 2012.03.28 |
동양화가 말을걸다_06 (0) | 2012.03.23 |
충북 단양의 선경 속으로 (0) | 2012.03.20 |
李龍在의 맛있는 상식_01 (0) | 2012.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