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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그린 카 전쟁

醉月 2008. 10. 17. 08:53
‘친환경 미래 차를 선점하라!’ 세계의 그린 카 전쟁 일본 유럽 선두다툼, 미국은 맹추격, 한국은 걸음마
 
 
●‘하이브리드 차냐, 클린 디젤 차냐’ 치열한 선두 경쟁
●내년 7월 LPG 하이브리드 양산하는 현대차의 고민
●바이오 연료는 과연 친환경적인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에 ‘올인’하는 미국의 속셈
●꿈의 자동차 수소연료전지 차는 상용화될 수 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운행중인 전기 자동차. 유럽에서 시험운행중인 수소연료전지 버스. 지난해 4월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컨셉트 카(위 왼쪽에서 시계 방향으로).

“나는 이해를 못하겠다. 자동차가 미국에서 발명됐고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혁신도 이곳에서 이뤄져왔는데 도대체 왜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자동차 디자인과 제조를 한국과 일본이 하도록 내버려뒀느냐.”

미국 자동차 업체 관계자의 얘기라면 가볍게 흘려버리면 될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한국과 일본 자동차 업체의 미국시장 공략을 고깝게 바라보면서 미국 정부를 향해 지원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력 정치인의 발언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국과 일본의 친환경 자동차 개발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발언의 주인공은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다. 그는 9월3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 주 켄트주립대에서 차세대 에너지원 확보를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미국 자동차산업의 부활을 강조하며 이렇게 얘기했다. 그는 “여러분이 연료절약형 자동차를 생산하는 대가로 자동차산업을 재조정하는 데 필요한 지원과 대출 보증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공화당 대선후보 매케인도 오바마에 지지 않는다. 매케인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기술적 한계를 획기적으로 해결하는 과학자나 단체가 있다면 미국인 모두 1달러씩 지출하는 개념으로 3억달러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두 후보 모두 미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다짐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두 후보 모두 친환경 그린 카(Green Car) 개발을 지원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린 카 개발이 자동차 업체 차원을 뛰어넘어 국가적 이슈로 부각됐다는 얘기다. 물론 이들의 지원 약속은 파산설까지 나돌고 있는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에 자금을 공급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은 의회에서도 나오고 있다. 올 1월 상원을 통과한 ‘2007 기후안전법’은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들에 대해 향후 20년간 40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2050년까지 자동차 배출가스를 70% 감축하고 친환경 제품 생산을 위한 공장 설비 개선에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명문화해놓은 것.

 

지난해 하이브리드 차 35% 증가

오바마의 발언에는 중대한 오류가 발견된다. 한국이 그린 카 개발에서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 올라와 있는 것처럼 얘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 및 상용화를 이끈 업체는 일본 자동차 업체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세계 1위 자동차 업체로 올라선 도요타자동차는 1997년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차 ‘프리우스’를 발매, 이미 누적 판매대수 10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전세계 하이브리드 차 판매 대수는 51만8000대 수준. 이는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6935만2000대의 0.7%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고작 4.8% 증가한 반면 하이브리드 차는 같은 기간에 무려 35%의 판매 증가율을 보였다. 고유가 때문에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리드 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도요타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프리우스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50%가 증가한 28만대로, 전체 하이브리드 판매량의 54%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론 역시 도요타의 캠리가 5만4000대 팔렸고, 혼다 시빅(5만2000대)이 뒤를 잇고 있다. 도요타는 2010년 하이브리드 차 연간 판매대수 10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프리우스가 이처럼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하이브리드 대표 모델이라는 소비자의 인식이 작용한 덕분으로 보인다. 캠리나 시빅이 가솔린 엔진 모델에서 파생된 데 반해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로 출시됐다. 특히 2004년 연비와 성능을 개선한 2세대 프리우스가 출시되면서 판매가 본격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정부가 뒤늦게 그린 카 육성 방침을 밝히는 등 한참 뒤떨어진 상태. 이명박 대통령은 8월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임기 중 한국을 세계 4대 그린 카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 656대였던 국내 하이브리드차 생산 규모를 2012년까지 3만대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자동차도 내년 7월에야 아반떼 LPG 하이브리드 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차 측은 “세계 최초의 LPG 하이브리드 차”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이를 바꿔 말하면 LPG 하이브리드 차는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된다. 기본적으로 LPG 엔진은 글로벌 시장에선 통하지 않아 내수용으로 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LPG 하이브리드 차로 방향을 잡은 것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가솔린 하이브리드 기술은 도요타가 대부분의 특허를 독점하고 있는 탓이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LPG 하이브리드 개발 과정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 개발에 나서겠다는 현대차의 의지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LPG 하이브리드 개발 과정에서 현대차는 특유의 ‘뚝심’도 선보였다. 관련 법령이 개정되기도 전에 LPG 하이브리드 차 개발을 시작하는 모험을 강행한 것. 정부는 올해 초에야 비로소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 LPG 하이브리드를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때늦은 기준평균연비 도입

한국이 이처럼 그린 카 개발에서 뒤떨어진 것은 정부와 관련 업계 모두 책임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동종인 교수는 “2005년 경유승용차 도입 당시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저공해 자동차 도입 등 많은 것을 약속했는데, 현재로선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정부가 미래지향적 목표를 설정해놓고 업체를 끌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정부가 도입한 기준평균연비 제도만 해도 그렇다. 평균연비란 각 자동차 업체가 1년 동안 국내에 판매한 승용차의 연비 합계를 판매량으로 나눠 산출한 값. 현재는 배기량 1600cc 이하는 12.4㎞/ℓ, 이를 초과하면 9.6㎞/ℓ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2012년부터 현행 기준 대비 16.5% 상향 조정할 예정인데, 이에 대해선 일부 자동차 업체에서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비란 연료 1ℓ로 주행 가능한 거리(㎞)를 말하는 것으로, 국가에서 규정한 시험법 및 절차에 따라 공인 시험기관에서 측정된 자동차의 소비효율을 공인 연비라고 한다. 기준평균연비제도는 한마디로 연비가 좋은 자동차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갈돼가는 화석연료를 보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제도 도입은 한참 늦은 감이 있다. 미국은 1975년부터 이와 비슷한 기업평균연비(CAFE)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부과한다. 반면 우리의 경우 일정 기간을 정해 연비 개선을 명할 수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내용을 언론에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제재 내용이 ‘솜방망이’ 수준이다.

내년 7월 이후 출고·수입되는 하이브리드 차에 대해 100만원 한도에서 소비세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한 정부 방침도 뒷말을 낳고 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시중엔 이미 일제 하이브리드 차가 판매되고 있는데, 내년 7월 이후 출시되는 현대자동차 LPG 하이브리드 차를 의식한 ‘꼼수’가 아니겠느냐”라면서 “글로벌 경제시대에 아직도 ‘외제차를 타면 비애국적’이라는 사고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이웃 일본은 2001년부터 저공해 자동차에 대해 자동차세를 감면해주는 ‘자동차 그린 세제’를 시행하고 있다. 2005년 부분 변경된 ‘자동차 그린 세제’에서는 2010년 연비 기준보다 20% 이상의 성능 향상을 보인 하이브리드 차에 대해서는 구입시 취득세 2.2%를 경감해주고 있다(원래는 5%). 국내에도 시판되는 혼다 시빅이 대표적이다.

 

일본과 유럽의 치열한 선두 경쟁

지난해 2월 국내에 출시된 혼다 시빅은 출시 이후 올해 8월까지 349대가 판매됐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연간 판매 목표는 60대였는데 이를 6개월 만에 돌파했고, 올해 들어서는 8월까지 186대가 팔려 작년 판매 대수 163대를 이미 초과했다”면서 “고유가 때문인지 연비가 좋은 혼다 시빅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 자동차 업체의 그린 카 개발은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이뤄지고 있다.

▲ 하이브리드 자동차 및 클린 디젤차

▲ 전기 자동차

▲ 연료전지 자동차가 그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가 다음 ‘단계’의 기술이라면, 세 번째는 다음 ‘세대’의 기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밖에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는 게 바이오연료 자동차 개발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이란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복합 자동차. 시동은 모터 구동으로 걸고, 일반 주행은 내연기관을 이용한다. 또 가속이나 등판 때는 부족한 엔진 출력을 모터가 지원한다. 특히 정지시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는 아이들 스톱(idle stop) 시스템으로 연비를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배기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클린 디젤 차란 가솔린에 비해 연비가 좋은 디젤 연료의 특성을 살리되 기존 디젤 엔진과 달리 소음과 배출가스를 대폭 줄인 차를 말한다. 유럽 업체들이 그동안 디젤 엔진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최근 국내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나 RV(레저용 차량)에 일반화된 커먼레일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여기에 배기가스 후처리장치(DPF)까지 부착해 배출가스를 더욱 줄이고 있다.

이론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연비 향상과 배출가스 저감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디젤엔진과 전기 모터의 조합이 이상적이다. 그럼에도 현재 상용화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하고 있다. 이는 가솔린 엔진 기술이 발달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상용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미국 업체들은 그린 카 개발 주도권 경쟁에서 밀린 듯한 상황. 이는 미국 정부와 업체들이 전략적으로 판단을 잘못한 결과다. 미국은 클린턴 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연료전지 차 상용화에 ‘올인’했으나 실패했다. 연료전지 차 상용화까지는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미국은 최근 바이오 연료 쪽에 힘을 쏟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앞으로 10년 안에 휘발유 소비를 20% 감축한다’(20-in-10 plan)는 대통령령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수송용 연료에서 대체연료의 사용 비중을 2006년 3%에서 2017년 15%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바이오 연료는 사실 새롭거나 특별한 기술은 아니다. 이미 100년 전 독일의 루돌프 디젤이 디젤 엔진을 개발할 때 콩기름을 연료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바이오 연료 가운데 상용화된 것은 바이오 디젤과 바이오 에탄올이다. 각각 디젤과 가솔린에 일정 비율을 섞어서 사용하고 있다. 바이오 에탄올은 사탕수수가 풍부한 브라질에서 가장 일반화돼 있다.

그러나 바이오 연료는 최근 들어 과연 친환경적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에선 바이오 에탄올 연료인 사탕수수 재배를 위해 열대우림을 불태우고 있어 또 다른 환경파괴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여기에 바이오 연료 붐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해 경제성과 공급 안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바이오 연료의 이런 한계 때문에 바이오 연료 차량은 21세기 그린 카의 주역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강만옥 실장은 “20년 후에나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는 연료전지 차량 등 다른 그린 카와 상호보완하는 관계가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강화되는 각국의 환경 규제

선진 자동차 업체들이 이처럼 그린 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자동차에 대한 커다란 도전 때문이다. 바로 안전과 환경 문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자동차 선진국은 두 분야에서 점점 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이에 대응하지 못하면 자동차를 판매하기도 어렵게 됐다.

잘 알려진 대로 자동차 배출가스 가운데 탄화수소(HC)나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x), 입자상물질(PM)은 인체에 유해하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오래 전부터 이의 배출 한도를 규제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전기 자동차나 연료전지 차 같은 무공해 차(ZEV)를 10% 이상 판매하도록 할 정도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비교
모델 제작사 공차중량(kg) 배기량(cc) 변속기 연비(km/ℓ) 기존연비(등가차량)
클릭 하이브리드 현대자동차 1,080 1,399 무단변속 18.0 13.5
베르나 현대자동차 1,130 1,399 무단변속 18.9 13.3
프라이드 하이브리드 기아자동차 1,127 1,399 무단변속 18.9 13.4
프리우스 도요타 1,300 1,499 유성기어조합 26 -
시빅 혼다 1,305 1,399 무단변속 23 -

자료 : 자동차부품연구원

 

물론 ZEV 규정은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비현실적이라는 비판 때문에 완화된 상태. 현재 상황에서 말 그대로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ZEV는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하이브리드 차 등 SULEV(초 저공해차) 판매로 이를 일정 부분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령 하이브리드 차 1대를 파는 경우 ZEV를 0.7대 판매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식이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가 문제되고 있다. 인체에 직접적으로 유해하진 않지만 기상이변 등을 불러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구 전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가운데 30% 정도가 수송용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자동차 연비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자동차 연료인 가솔린과 디젤은 엔진에서 연소 과정을 거치면서 이산화탄소를 반드시 배출하게 돼 있다. 달리 말하면 같은 연료 양으로 더 많은 거리를 주행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다. 결국 연비 기준을 강화한다는 것은 기후 변화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서 가장 앞선 곳은 유럽연합(EU)이다. EU는 교토의정서에 따라 이미 1999년 유럽자동차협회와 이산화탄소 감축 계획 협약서를 체결했다. 유럽자동차협회는 당시 역내에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자동차회사들에 대해서도 이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다음해 한국자동차공업협회도 EU와 같은 협약을 체결하게 됐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연료전지차 투싼 2대와 스포티지 1대가 8월23일(현지 시간) 미국 대륙 횡단의 최종 목적지인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하자 회사 임직원들이 성공적인 횡단을 축하하고 있다.

이 협약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2009년까지 EU에 수출하는 한국 차 전체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40g/㎞로 줄이도록 돼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2006년 한국의 평균 배출량은 165g/㎞(지난해 실적은 아직 미공개)여서 2009년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는데 EU가 최근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어 상황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EU는 자율 협약 대신 법제화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한다는 방침 아래 지난해 말 법안을 공포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2012년 업체별 감축 목표는 평균 130g/㎞로, 목표 초과 g당 1대에 20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이 목표는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목표치를 점점 낮출 경우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차 vs 클린 디젤 차

현재의 그린 카 개발 경쟁은 자동차가 처음 탄생한 100년 전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가솔린·증기·전기 자동차가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당시 ‘주류’는 약 5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증기 자동차였다. 다음으로 전기 자동차가 약 30%를 차지하고 있었고, 가솔린 자동차는 겨우 20% 정도여서 절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솔린 자동차가 결국 승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선 증기 자동차는 계속 물을 데워야 하는 약점이 있었다. 전기 자동차는 1회 충전으로 인한 주행거리가 짧은 데다 충전에 시간이 걸린다는 불편이 있었다. 반면 가솔린 자동차는 유전 발견으로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던 데다 헨리 포드가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춤으로써 차츰 자동차시장을 장악하게 됐다.

그린 카의 ‘주류’가 무엇이 될 것인지를 놓고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 전재완 연구위원은 “하이브리드 차나 클린 디젤 차는 각각 일본과 유럽 자동차 업체의 세계 시장 제패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자사가 개발한 그린 카가 미래 시장을 선점한다면 현재의 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현재 하이브리드 차가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은 북미 대륙과 일본이다. 지난해 하이브리드 차 판매 대수 52만대 중 35만대가 북미시장에서 팔렸다. 반면 서유럽에서는 클린 디젤 차가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서유럽에서 팔린 1653만대의 자동차 가운데 약 50%가 디젤 차인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규모만으로 보면 클린 디젤 차의 압승인 셈이다.

유럽에서 하이브리드 차가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은 앞에서 설명한 대로 무엇보다 유럽이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감축엔 가솔린보다 효율이 좋은 디젤이 더 효과적이다. 여기에 유럽은 고속도로 주행시간이 길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주행에 적합한 하이브리드 차의 장점이 발휘될 수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그럼에도 하이브리드 차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 연간 판매 대수 1800만대 안팎으로 추산되는 북미시장에선 하이브리드 차가 디젤 차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RL폴크앤코는 2015년엔 하이브리드 차가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30~35%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하이브리드 차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연구원 전재완 연구위원은 “현재 디젤엔진 기술발전 속도로 봤을 때 2015년 무렵이면 디젤이 가장 친환경적인 연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위원은 또 “하이브리드 차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막상 디젤 차 연비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 아니라면 경제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전망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대한 기대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그린 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 기존 하이브리드 차가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의 조합으로 구동하는 차라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전기 자동차와 기존 하이브리드 차의 장점을 결합한 자동차다. 단거리는 전기에너지만으로 주행하고 중·장거리는 일반 하이브리드 차와 동일하게 운전하는 방식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심야에 가정용 전기를 사용해 충전함으로써 여유 전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또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짧았던 기존 전기 자동차의 단점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력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차로 급부상하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는 GM 등 미국 자동차 업계가 적극 개발에 나서고 있다. 미국 정부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최상원 연구위원은 “일본 업체에 비해선 하이브리드 차 기술이 뒤지고, 유럽 업체에 비해선 클린 디젤 차 기술이 뒤진 미국 업체 입장에선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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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연료는 곡물가 폭등 등의 부작용을 극복해야 한다.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바이오 디젤을 주유하고 있다.

미국 업체들은 약 50마일 이내 단거리를 배터리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미 운전자의 약 70%가 하루 50마일 이하를 운행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터리 기술 등의 한계 때문에 10마일 이내 주행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를 먼저 개발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의 대중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게 배터리 성능 개선과 신뢰성 향상이다. 현재 하이브리드 차는 배터리 가격이 차량 가격의 3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배터리 무게가 차량 전체의 4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무겁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배터리 성능은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그만큼 개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배터리 성능 향상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와 하이브리드 차를 넘어 전기 자동차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당연히 최근 전기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일고 있다. 전기 자동차는 1996년 GM이 EV1을 개발했을 때 ‘GM 기술의 승리’라고 반짝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배터리 기술의 한계 때문에 그동안은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ZEV인 전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고민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전기 자동차 보급이 상당 부분 이뤄질 경우 충전용 전기를 어떤 에너지원을 이용해 생산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화석연료 발전 비율이 높은 미국 입장에선 결국 무공해 자동차 에너지원 생산을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려야 하는 어려움에 부닥치게 된다.

 

머나먼 연료전지 차 상용화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이 궁극적인 무공해 차로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게 바로 수소연료전지 차다. 연료전지란 연료(수소)를 연소 과정 없이 전기로 직접 바꿔주는 전기화학 장치.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는 원리를 역이용해 얻은 전기로 구동하는 자동차가 바로 수소연료전지 차다.

수소연료전지 차는 배출가스가 전혀 없고 깨끗한 물만 방출한다. 반응도 매우 간단해 소음이 거의 없다. 또 열 효율이 60~70%로, 기존 내연기관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환경 문제와 관련한 거의 모든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무공해 차로 각광받는 이유다. ‘진정한 자동차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역시 상용화를 위해선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현재 수억원이 넘는 가격을 낮춰야 하고, 수소 충전소 같은 인프라도 문제다. 여기에 높은 압력으로 안전하게 수소를 저장하는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자동차부품연구원 미래형자동차사업단 이장우 기술기획실장은 “이런 이유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상용화하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각광을 받는 이유도 수소연료전지 차의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수소연료전지 차의 조기 상용화에 대한 비관론이 힘을 얻게 되면서 과도기적인 기술로 낮게 평가되던 하이브리드 기술이 당당히 고연비·그린 카의 신주류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얘기다.

친환경 차 개발은 모든 자동차 업체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아직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최상원 연구위원은 “이런 과제를 해결하려면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환경 문제보다는 안전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는 점이 자동차 업체들의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린 카 개발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 문제는 그린 카 개발에 관한 한 선진 자동차 업체들은 저만큼 앞서가고 있지만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점이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과연, 짧은 기간에 압축 성장을 통해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 된 저력을 그린 카 개발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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