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이론’ 알면 열 도둑 안 무섭다 |
하루에 1300여 건씩 발생하는 흉악 범죄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까.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도둑·강도 피해를 줄이는 방법과, 가정 폭력과 학교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는 비결을 알아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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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초희·이경희·김미연 | 좀처럼 범죄가 줄지 않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1년 53만2243건이던 범죄 발생 건수가 2002년에 47만5369건, 2004년에 45만5840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에 다시 50만 건을 넘어섰다(52만1142건). 특히 폭력(29만4403)과 절도(21만2473)·강간(8732건) 사건이 많았는데, 이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어지럽고 위험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들 범죄가 어느 특정 계층이나 특별한 사람에게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그같은 점을 염려해 최근 <범죄 예방을 위한 일상생활의 지혜>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범죄 예방을 위한…>에 따르면, 절도나 폭력·강도 등은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 그 비결을 소개한다.
깨진 유리창부터 없애라 영화나 만화를 보면 늘 지저분한 거리나 낙서로 얼룩진 골목 등에서 범죄가 발생한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똑같다. 미국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이같은 현상을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이라고 말한다. 그들에 따르면, 유리창 파손 같은 경미한 범죄를 방치하면 결국 큰 범죄로 이어진다. 뉴욕 시는 1994년 이 이론을 도입해 절망적 수준에 빠졌던 치안 상태를 다소 회복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깨진 유리창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열린 유리창이다. 좀도둑은 대부분 특별한 기술 없이 열린 창문을 통해 침입한다. 차량 절도범도 비슷하다. 이러한 ‘유리창 도둑’에게는 ‘창문 열림 경보기’가 천적이다. 900원에서 수천원만 있으면 대형 마트나 인터넷에서 구입할 수 있다.
누가 그녀를 죽였나 뉴욕의 한 주택가. 그곳에서 새벽 3시에 키티라는 여성이 소리를 질렀다. 한 괴한이 성폭행을 시도한 것이다. 35분 동안 괴한의 ‘공격’을 받으며 구원을 요청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살해되었다. 이후 그녀의 애타는 목소리를 들은 주민이 모두 38명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이 그들을 만나 “왜 도와주지 않았느냐?”라고 묻자 그들은 대부분 이렇게 대꾸했다. “다른 사람이 신고할 줄 알았다.” 이처럼 목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수수방관할 확률이 높은 것을 ‘방관자 효과’라고 말한다. 학교 혹은 직장과 거리에서 타인의 위험을 목격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남에게 미루지 말고 지체 없이 112를 누르거나, 주위 사람에게 알려 위기에서 탈출하기 바란다.
이웃이 은인이다? 범죄는 의도한 사람, 목표물, 감시자의 부재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일어난다. 앞의 두 가지는 피할 수 없는 구석이 있다. 그렇지만 ‘감시자의 부재’는 면할 수 있다. 바로 집 주변이나 보행로 주변의 슈퍼마켓이나 문방구 주인 등을 감시자로 확보해두는 것이다. 그들에게 “제 감시자가 되어달라”고 부탁하라는 말이 아니다. 평소에 주변 상인이나 이웃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는 뜻 이다.
<한국의 범죄 피해에 대한 조사 연구>(2006년 김지선 외)에 따르면, 이웃 간의 유대가 높으면 높을수록 범죄 피해가 적었다. 1989년 샘프슨과 그로버스의 연구에서는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고, 거주 이동성이 높고, 인종이 다양하고, 해체된 가정이 많을수록 지역적 유대가 낮았고, 그로 인해 범죄와 비행이 증대된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에서는 지금도 ‘이웃들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라는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웃을 지켜주고 수상한 사람을 신고하는 범죄 예방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흉기는 누구 것인가? 한 경찰은 자기 집안에 있는 칼끝을 모두 휘어놓는다. 자신을 겨냥한 보복 범죄나 강도나 도둑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범죄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이는 현명한 행동이다. 실제 살인 사건이나 강력 범죄에서 사용된 칼이나 가위 등은 대부분 범죄 현장에 있던 것들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흥분 상태의 가해자는 현장에 있는 흉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폭력성이 더욱 높아진다. 이를 ‘흥분 유발 단서’라고 하는데, 단순히 말싸움으로 끝날 일도 현장의 흉기 탓에 살인 사건으로 비화되는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집안에 흉기로 사용될 만한 주방 용구나 공구가 있다면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둔다.
도둑의 정체 도둑을 당한 사람은 많지만, 도둑을 실제로 본 사람은 적다. 그만큼 그들은 민첩하고 은밀하게 활동한다. 그 탓에 절도범은 검거율도 낮다. 2007년 절도 발생 건수는 21만2473건. 경찰은 이 중 10만2688건을 해결했다. 폭력·강도·강간의 검거율이 80~90%인 점을 감안하면, 절도범 잡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이 간다.
물론 그들에게도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상원 교수(용인대·경찰행정학과)에 따르면, 도둑은 십중팔구 젊은 사람이고, 아파트 침입은 주로 낮 시간(오전 9시~오후 3시)에 시도한다. 활동이 제일 활발한 요일은 화요일·수요일이고, 침입로는 창문·출입문·베란다 순이다. 또 그들은 대부분 심리적으로 매우 도전적이며, 거의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범행한다(방화범의 47%는 취한 상태에서 불을 지른다).
이들 불한당은 가정집에 들어올 때 반드시 불이 꺼져 있는지, 문이 열려 있는지, 방범창이 있는지, 신문이나 우유가 쌓여 있는지 살핀다. 그렇다면 예방법은 간단하다. 나도 똑같이 점검하면 된다. 장기간 집을 비울 때는 더 주의한다. 집 전화는 휴대전화로 착신하고, 우유와 신문 배달은 일시 중지한다. 그리고 이웃이나 경비실에 장기 외출을 알린다.
착신 전화 통화 서비스는 간단하다. 고객센터(KT 100번, 하나로 106번 등)에 전화해서 착신 전환 서비스를 신청하고, 고객센터에서 연락이 오면 ‘* 88 착신전화(휴대전화) 번호 *’를 차례로 누른다. 해제는 ‘# 88 *’을 누르면 된다. 경찰의 ‘빈집 사전 신고제’를 이용해도 안전하다. 장기 외출할 때 관할 지구대에 신고하면 수시로 순찰을 해준다.
만약 당신이나 가족이 집에 있는데 도둑이 들어온다면 좀더 난처해질지 모른다. 그렇다고 당황해할 필요는 없다. 만약 소리를 쳐야 한다면 “도둑이야”라고 외치지 말고 “불이야” 하고 외쳐라. “도둑이야”라고 외치면 이웃이 피해를 두려워해 방관자로 남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불이야”를 외치면 대부분은 상황 파악을 하려고 밖으로 나온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비교적 조용한 네 가지 방법을 권고한다. ①문소리와 같은 소음을 내어 도둑이 스스로 나가도록 한다 ②도둑이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방문을 잠근다 ③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112에 신고한다. 문자 메시지로 신고할 때는 주소를 남기고 국번 없이 112번으로 보낸다 ④도둑이 나갔다면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고 경찰에 알린다. 현장이나 증거는 그대로 둔다.
줄줄 새는 내 비싼 정보 내 지갑 속의 1만원짜리가 사라지면 금방 눈치 챈다. 그렇지만 인터넷 속의 정보는 알 방법이 없다. 문제는 그 정보가 1만원짜리보다 몇 십 배, 몇 백 배 더 가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흘러나간 정보는 나와 상관없이 암거래된다. 때로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그 정보를 이용해서 물건을 사고팔기도 한다. 이같이 어이없는 일을 막으려면 비밀번호를 자주 변경하고, 남들이 쉽게 추측할 만한 번호를 피하라. 그리고 이메일이나 문자로 개인 정보를 노출하지 말고, 개인 정보를 묻는 수상한 이메일은 당장 쓰레기통에 담아 버려라. 공용으로 사용하는 컴퓨터에서 인터넷 쇼핑을 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만약 자기 정보가 인터넷에서 떠돈다면 한국정보보호진흥원 개인침해신고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국번 없이 1336번, www.1336.or.kr). 택배 영수증, 카드 명세서, 기타 우편물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문서 파쇄기를 이용하면 더 안전하다.
가정 폭력은 순환한다 가정 폭력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맞는 사람이나 때리는 사람이나 쉬쉬하기 때문이다. 가정 폭력을 분석한 <가정폭력 범죄의 형사절차상 위기개입 방안 연구>(2001년, 김은경)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부 10쌍 중 3쌍이 1년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다. 그리고 낮은 신고율은 가정 폭력을 ‘순환’시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정 폭력은 3단계에 걸쳐 일어난다. 첫 단계는 ‘긴장의 고조’. 배우자 간에 단순히 밀치거나 꽉 잡는 식으로 마찰이 일어나고, 이런 상태가 짧게는 몇 시간에서 몇 달간 지속된다. 다음은 ‘폭력의 발생’ 단계. 통상 말다툼에서 시작한 싸움이 구타로 이어진다. 가해자를 막을 방법이 없고, 피해자의 애원이나 논리적 설명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마지막은 ‘가해자의 후회’ 단계이다. 가해자가 자기 행동을 후회하며 다시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때로는 얼마간 가족에게 친밀하고 인자하게 굴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다시 1단계가 시작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때로는 3단계가 생략되기도 한다).
이같은 가정 폭력은 가족끼리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쉬쉬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현명하다. 경찰이나 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 등에서 도움을 준다. 국번 없이 1366을 누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혹시 우리 아들도… 끔찍하기는 학교 폭력도 마찬가지이다. 친구끼리 치고받을 수 있다고 믿겠지만, 학교 폭력은 엄연한 범죄 행위다. 친구들 간의 협박, 공갈, 성희롱, 따돌림, 인터넷이나 휴대 전화를 통한 음란 정보 제공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실제 지난 6월에 지법 민사 재판부는 친구를 집단 폭행한 뒤,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린 여중생 4명에게 689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학교 폭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피해 학생의 죄책감이 크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의 학생은 자기가 맞더라도 “내 탓이다”라고 여기는 경향이 크다. 그렇다면 학교 폭력은 얼마나 심각할까. 수치로만 보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2005~2007년 학교 폭력을 자진 신고받은 결과 1만9757건이 접수된 것이다. 학교 폭력 서클도 적지 않아서 1275개.
부모가 학교 폭력을 감지하면 제일 먼저 자녀의 신체적·정신적 상태를 파악하고,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와 상의하고, 담임교사에게 현 상황을 알린다. 가해자 부모와 만날 때에는 가급적 학교에서 만나고, 교사를 입회시킨다. 피해자(부모)는 가해자 부모나 학교에 원하는 것을 정확히 전달한다.
자신의 자녀가 학교 폭력에 노출되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www.jikim.net)이 제시하는 ‘학교 폭력 진단표’(아래)를 활용하면 된다. 다음 12개 문항에서 2~3 가지 이상의 증상이 감지되면 학교 폭력 피해를 의심해보기 바란다.
①몸이 아프다며 학교 가기를 거부한다
②이유 없이 “전학 가고 싶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③몸에 상처나 멍 자국이 있어서 물어보면 그냥 넘어졌다고 하거나, 운동하다가 다쳤다고 말하며 자세한 이야기를 피한다.
④소지품, 새로 산 운동화, 옷 등이 자주 망가지거나, 자주 잃어버렸다고 한다
⑤노트 등에 욕설·폭언·협박, “죽고 싶다” 따위 낙서가 있다
⑥용돈을 요구하는 횟수가 늘어나거나 말없이 돈을 가져간다
⑦웃음이 없어지고 풀이 죽어 있거나,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잘 나오지 않는다
⑧평소 좋아하던 음식에도 별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⑨친구나 선배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난처한 표정을 짓거나 불려나간다
⑩자면서 식은땀을 흘리며 잠꼬대를 한다
⑪갑자기 성적이 떨어진다
⑫갑자기 짜증이 많아지고, 엄마나 동생처럼 만만한 상대에게 폭력을 쓰거나, 공격적으로 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