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의 野性

거대한 바위들로 이뤄진 울산바위 정상. 정상에 오르면 눈으로 뒤덮인 설악의 주능선의 위용과 함께 영랑호와 청초호, 속초항 너머 동해가 펼쳐진다. 여기에 서면 바람 소리가 마치 짐승의 울부짖음처럼 능선을 타고 넘는다. 바람의 거친 숨소리 앞에서 비로소 ‘울산’이란 바위 이름이 ‘우는 산’에서 왔음을 알게 된다. 겨울 설악(雪岳). 거기에 길들여지지 않는 거대한 짐승이 살고 있습니다. 사나운 이빨로 적의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듯한 바람 소리.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바람 소리에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불면의 밤이었습니다. 차가운 달빛은 교교했고, 보름이 가까운 밤임에도 별빛은 선명하게 반짝였습니다. 달빛 아래 설악의 암릉들이 어둠을 배경으로 왕관의 장식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울산바위를 정면으로 마주 보는 자리. 여기는 강원 고성군 토성면 미시령 옛길의 델피노 골프&리조트입니다. 리조트 C동 613호. 감히 이 자리를 설악의 울산바위를 가장 가까이서 장엄하게 올려다볼 수 있는 곳이라 단언합니다. 울산바위가 가장 아름다웠던 건 이른 새벽이었습니다. 창밖으로 영하 16도의 차갑고 푸른 여명이 번져 가는 시간. 커튼을 열어젖히고 베란다에 서자 순백의 설원 위로 솟은 거대한 울산바위 암릉이 눈앞으로 불쑥 달려들었습니다. 밑둘레만 4㎞에 달한다는 거대한 바위는 압도의 느낌, 그 자체였습니다. 아침 햇살의 비껴 드는 붉은 기운을 받자 울산바위 암봉들은 입체감으로 살아났습니다. 바위의 이빨들이 칼처럼 날카롭고 선명해졌습니다. 공룡능선이나 용아장성에다 대면 어림없지만, 울산바위는 바다를 굽어보는 설악의 바깥 자락 중에서 가장 힘차고 웅장한 풍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때 흔들바위와 함께 설악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던 울산바위는 이른바 ‘공포의 808계단’의 아찔함으로 기억됩니다. 거대한 바위 틈에 사다리처럼 직각으로 세워진 좁은 철계단이 주는 공포는 참 대단했지요. 특히 요즘 같은 겨울에 손바닥이 쩍쩍 달라붙는 난간을 붙잡고서 얼어붙은 철제난간을 위태위태 디디면서 ‘괜히 올라왔다’는 후회의 말을 수도 없이 내뱉곤 했으니까요. 새삼 다시 울산바위를 찾아간 것은 거기에 길이 새로 놓였기 때문입니다. 설악산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해 10월쯤에 이른바 ‘공포의 철계단’을 철거하곤 좀 더 순한 길을 들여놓았습니다. 노출 암반의 깎아지른 벼랑을 피해 낮은 쪽의 사면에 기대서 오르는 길입니다. 심장이 콩알만 해지는 아찔함은 덜한 대신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붉은 둥치를 세우고 장하게 서 있는 금강송들의 위용을 감상하며 오르는 매력적인 길입니다. 울산바위를 오르는 여정에다 강릉 주문진을 끼워 넣었습니다. 울산바위와 그닥 가깝지 않은 이곳을 함께 소개하는 이유는 소돌마을의 바다에 솟은 기암 아들바위 때문입니다. 울산바위의 위용에다 대면 어림도 없긴 합니다만, 산정을 이룬 거대한 암봉이 울산바위라면, 아우성처럼 찢긴 아들바위를 ‘바다의 바위’로 꼽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설악을 향하는 여정에서 오며 가며 고속도로에 오른다면 강릉과 주문진을 들를 수밖에 없는 일이고 보면 울산바위로 향하는 여정에 아들바위를 끼워 넣는 것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을 겁니다. 울산바위와 아들바위. 산에서, 또 바다에서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켜온 바위를 만나러 갑니다. # 울산바위, 보는 자리마다 다른 형상으로 떠오르다 설악의 울산바위는 입체적이다. 따지고 보면 입체적이지 않은 산이 어디 있을까만, 울산바위는 다른 산과 비교해 봐도 유독 그렇다. 울산바위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건 우뚝 솟은 암봉이 사방으로 열어 두고 있는 시선 때문이다. 밑둘레만 4㎞에 달하는 이 거대한 바위는 어디서든 보인다. 거대한 암릉이 뿌리째 북쪽의 탁 트인 속초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제 쪽에서 미시령터널을 막 빠져나왔을 때도, 고기잡이 배가 떠 있는 속초 동명항의 방파제 끝에서도, 리조트들이 몰려 있는 노학동에서도 울산바위의 모습은 뚜렷하다. 울산바위는 보는 자리에 따라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엄청난 크기의 암봉이 뿜어내는 위압의 기운이야 어디서건 느낄 수 있는 것이지만, 올려다보는 지점과 시야에 따라 그 형상과 느낌이 사뭇 다르다는 얘기다. 바위에는 한껏 직각으로 추켜올린 선이 있는가 하면, 날 선 창 끝과 같은 날카로움을 보여 주기도 하고, 단단하게 뭉친 근육의 기운도 품고 있다. 마치 좌대 위에 올려놓은 수석처럼 이쪽에서 보면 이렇게 보이고, 저쪽에서 보면 또 저런 모습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한때 설악의 아이콘으로 흔들바위와 함께 울산바위가 꼽혔던 것은 두 말 할 것 없이 이런 거대한 자태 때문이다. 미시령을 넘어서 마주하게 되는 울산바위의 위용은 누구에게나 감격적이다. 한번도 산에 발을 디뎌 보지 않았던 이라도 울산바위의 장중한 풍경을 올려다보노라면 거기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게 된다. 바위의 이름이 왜 하필 울산(蔚山)일까. 조물주가 금강산을 지을 때 울산에서 날아온 거대한 바위가 금강산 1만2000봉이 다 채워졌다는 소식에 그만 설악산에 멈춰 서고 말아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란 얘기가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그건 설악산이 관광지로 개발된 이후에 덧대진 이야기란 혐의가 짙다. 조선시대의 기록에서도 울산바위란 이름은 등장하되 그런 유래를 전혀 찾아볼 수 없으니 말이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울산이란 이름을 두고 기이한 봉우리가 울타리를 이루고 있어 ‘울타리산’이란 뜻으로 붙여진 것으로 풀이했다. 이보다 더 그럴듯한 것이 바람이 이 바위에서 스스로 불어오기 때문에 하늘이 운다고 해서 ‘울산’이라 했다는 ‘관동읍지’의 기록. 큰 바람이 장차 불려고 하면 산이 먼저 울기 때문에 ‘울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풀이하는 ‘강원도지’의 기록도 있다. 지금도 울산바위 아래쪽으로 큰 바람이 지날 때면 바람 소리가 얼마나 세찬지 마치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짐승의 소리를 연상케 한다. ‘바위가 운다’거나 ‘바람이 이 바위에서 스스로 불어온다’고 믿었던 옛사람들의 얘기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설악의 울산바위는 속초의 어디에서든 보인다. 그중에서도 압권이라면 델피노 골프&리조트의 C동 객실 베란다에서 마주하는 풍경이다. C동 613호 객실 베란다에 나와 정면으로 마주한 울산바위의 위용이 이렇듯 압도적이다. # ‘공포의 808계단’ 대신 새로 길이 놓이다 울산바위는 설악동에서 신흥사를 지나 계곡을 끼고 오른다. 길을 잠깐만 벗어나도 겨우내 쌓인 눈이 장딴지까지 푹푹 빠지는 길. 신흥사로 드는 신흥교에 이르면 능선 너머로 솟은 울산바위의 뒤통수 머리끝이 바라다보이는데, 노란빛이 감도는 흰 석벽이 앞에서 볼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속초 쪽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가 순백의 눈과 검은빛의 바위가 어우러진 날카롭고 어두운 모습이라면 신흥사 쪽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는 밝고 부드럽되 웅장한 모습이다. 가까이 다가서면 이내 바위는 모습을 감춘다. 40분쯤 눈 덮인 부드러운 산길을 따라 타박타박 걸어 휴게소에 당도하면 겨울나무에 가렸던 하늘이 일순 터지면서 비로소 울산바위의 진면목이 바라보인다. 깎아지른 직벽의 바위의 거대함은 그 틈새로 놓인 가파른 철계단의 크기로 가늠된다. 상상했던 것보다 높이는 더 아찔하고 크기는 더 거대하다. 붉은색으로 칠해진 바위 틈의 철사다리가 바로 ‘공포의 808계단’으로 불렸던 옛 탐방로다. 울산바위를 찾은 이들은 지난해 11월까지 아찔한 철계단을 오르내렸다. 휴게소를 지나면 이내 계조암이다. 울산바위의 암봉을 뒤로 펼치고 석굴 속에 법당을 넣은 절집의 기운이 범상치 않다. 암자 앞의 너른 바위에는 한때 설악산을 대표했던 흔들바위가 눈모자를 쓰고 있다. 잦은 눈에다 매서운 산중의 추위로 바위 아래쪽이 얼어붙어서인지 꿈쩍도 않지만, 바위를 붙들고 힘껏 밀어 보는 등산객들의 웃음소리가 유쾌하다. 계조암을 지나면서 새로 놓인 울산바위 탐방로가 시작된다. 새로 놓은 탐방로는 갈지(之)자로 길을 놓은 데다 계단의 폭을 넓히고 발 딛는 자리에 고무판을 깔았으며 기울기를 낮췄다. 이전의 탐방로와 가닿는 정상 은 똑같지만, 오르기가 한결 쉽고 공포감도 거의 없다. 길이 유순해졌으니 이제 가족산행에도 그닥 문제가 없다. 게다가 다리쉼을 하면서 대청봉과 소청봉, 달마봉과 공룡능선 등 설악의 비경을 두루 건네다 볼 수 있는 조망지점까지 마련해 뒀다. ‘공포의 808계단’이라 불렸던 이전의 탐방로는 오금이 저릴 만큼 아슬아슬 이어진 철계단의 연속이었다. 가파른 계단 앞에서 오르길 포기한 이들은 차라리 나았다. 멋모르고 계단에 발을 디뎠다가 비좁은 철계단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오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대범한 척 오르는 이들도 온 신경이 난간을 잡은 손과 발판을 딛는 발끝에 모아졌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새 탐방로를 따라 제법 주위를 둘러보고 경치도 감상하며 오를 수 있게 됐다. 그 길에서 눈길을 붙잡는 것은 치솟은 바위를 바람막이 삼아 우람하게 자란 붉은 둥치의 금강소나무. 활개를 치듯 자라난 늙었으되 기품있는 소나무의 모습은 발끝만 바라보고 올라야 했던 이전의 탐방로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속초 동명항에서 바라본 설악의 위용. 가운데 고층 건물 뒤편의 봉우리가 울산바위다. 설악의 능선이 선명하게 펼쳐지는 이런 풍경은 겨울에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 울산바위로 오르는 길은 언제 만들어졌을까 계조암을 출발해 1시간이면 울산바위 정상에 닿는다. 산행의 기점이 되는 설악동 소공원에서부터 재자면 2시간 안쪽이다. 이 계절에 울산바위 정상에 오른다면 거센 바람쯤은 각오해야 한다. 모든 것을 날려 버릴 듯 정상에 우우 몰아치는 바람 소리는 거친 바위들이 빚은 풍경에 깔리는 배경음이다. 하나의 바위를 이루고 있는 첩첩이 포개지는 연봉들의 우람한 모습도 역동적이지만, 속초 쪽으로 광활하게 열려진 시야도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권금성에서 칠성을 지나 대청으로 오르는 화채능선의 첨봉들이 손에 잡힐 듯하고, 저항령과 세존봉 뒤로는 공룡능선의 암봉들이 창처럼 솟아 있다. 이런 설악의 절경들을 무겁게 선 대청봉이 내려다보고 있는 풍경이라니…. 바다 쪽으로 눈을 돌리면 너른 해안 평야를 이룬 속초 일대의 모습과 청초호와 영랑호, 그리고 그 너머는 푸른 바다다. 울산바위 정상에 섰을 때 드는 의문 하나. 누가 맨 처음 이곳까지 계단을 놓았을까. 새로 탐방로가 놓이면서 철거가 예정된 철제계단은 1985년에 놓은 것. 그러나 1985년 이전에도 시멘트계단과 철사다리는 있었다. 그런데 그걸 언제 놓았는지는 남아 있는 자료가 없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속초시청도, 속초문화원도 ‘모르는 일’이라며 다 고개를 저었다. 수소문 끝에 찾아낸 1960년대 초반의 문서에 울산바위의 계단에 대해 딱 한 구절이 등장한다. “근년에 도문리(지금의 속초시 도문동) 오수영이 사재를 들여 고생 끝에 쇠다리를 가설하였으므로 지금은 누구나 다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울산바위 아래 계조암의 혜문 스님도 “1959년쯤에 도문리에서 작은 여관을 하던 이가 계단과 철다리를 놓고 울산바위를 오르는 이들에게 50원씩을 받았다”고 기억했다. 1959년이면 영국 왕실 아시아학술회원 90여 명이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설악산을 찾아왔던 해였다. 당시 설악동에는 자동차길이 없어 이들을 맞기 위해 국방부가 대포동에서 설악동까지 도로를 닦았다. 이 같은 기록을 보면 울산바위야말로 설악의 허다한 명소 가운데 가장 먼저 개발된 곳이었다. 지금이야 설악산이 비경을 간직한 명산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195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설악은 ‘무명의 산’쯤으로 홀대받았다. 그건 바로 이웃한 금강산의 당당한 위세 때문이었다. 옛 선비들은 내륙에서 손쉽게 닿을 수 있는 금강산을 놔두고 구태여 백두대간을 넘는 불편한 교통을 무릅쓰고 설악을 찾을 리 없었다. 이런 연유로 예부터 금강산을 찾은 선비들의 시문과 기행문이 넘쳐났지만, 설악산은 봉우리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채 팽개쳐져 있었다. 게다가 광복 이전까지만 해도 설악산은 북한 땅이었다. 휴전 이후 남한 땅으로 편입된 후에도 1956년까지는 접적지역이라는 이유로 민간인의 출입이 엄하게 통제됐다. 그런 와중에 울산바위에 철다리가 놓였던 것은 아마도 먼발치에서도 뚜렷한 울산바위의 장엄한 자태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험한 바위 사이로 가늘고 위태로운 길을 놓는 난공사 중의 난공사도, 누구든 울산바위를 오르고 싶어해서 시작된 것일 터였다. 강릉 주문진의 소돌 아들바위공원 뒤쪽의 기암. 등대가 올라앉은 바위가 마치 찢고 구긴 종이의 형상이다. 이 바위 앞쪽으로 아들을 점지해 준다는 아들바위가 있다. # 바다가 빚어낸 바위의 아름다움… 아들바위 울산바위로 향하는 여정에 강릉시 주문진읍 교항리의 소돌 아들바위를 끼워 넣어 보면 어떨까. 소돌 아들바위공원. ‘소돌’이란 이름의 마을에 기묘한 형상의 ‘아들바위’가 앉아 있는 해변이다. 아들바위를 들르는 일정을 제안하는 이유는 이렇다. 우선 울산바위가 있는 외설악을 찾는다면 지척의 바다를 포기할 수 없다. 수도권에서 설악동을 가자면 내륙에서 미시령터널을 통해 들고 나는 게 가장 빠른 길이긴 하지만, 거기까지 가서 바다를 들러보지 않을 수는 없는 일. 그렇다면 오고 가는 길의 한쪽에서는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7번 국도로 주문진을 거쳐 가야 한다. 아들바위는 주문진에 있다. 게다가 자태나 크기를 비교하자면 턱도 없지만, 아들바위 일대의 해안 갯바위들도 기기묘묘한 풍경을 품고 있으니 울산바위와 그런대로 짝이 된다. 울산바위가 비와 바람이 빚은 것이라면, 소돌바위는 온전히 바다가 빚어낸 절경이다. 소돌 해안에서는 정작 아들바위보다 등대가 타고 앉은 바위가 더 눈길을 끈다. 거대한 촛농이 뚝뚝 흘러내린 것 같기도 하고, 누가 마구 구기고 찢어버린 종잇장 같기도 하다. 바위의 생김새가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괴하기도 하다. 바닷속에 있던 바위가 융기해 오랜 세월 파도로 이런 모습을 갖게 됐다는데, 규칙적인 파도가 지나간 흔적이라고는 도대체 믿기지 않는다. 아들바위가 명소로 알려진 것은 1999년 해안에 시멘트를 발라 만든 물량장을 철거한 뒤부터. 고깃배에서 그물을 부리던 물량장을 걷어내자 빼어난 해안 경관이 드러났고, 바위에다 빌면 아들을 점지해 준다는 전설도 되살아났다. 하지만 관광지 정비작업이랍시고 해안가에 기도하는 여자상과 갓 태어난 아기상, 파도 노래비 등을 세워둔 게 아무래도 거슬린다. 울산바위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소돌 해안의 아들바위만 추천했지만, 설악동에서 강릉 주문진까지 7번 국도를 따라 이어지는 해안도로 구간에 들를 만한 곳이 어디 거기만 있을까. 속초의 영랑호와 양양의 낙산사, 하조대 같은 명소를 찾아간대도 좋겠고, 한계령의 굽이길을 넘어가며 눈 쌓인 설악 암릉의 아름다움을 만끽해도 좋겠다. ▲ 울산바위 가는 길 = 수도권에서 설악동까지는 춘천고속도로, 또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갈 수 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나들목으로 나와 속초, 인제, 신남 방면으로 우회전해 44번 국도를 따라가다 46번 국도와 56번 지방도로로 바꿔 타고 미시령터널을 지난다. 터널을 나와 속초로 진입한 뒤 척산온천 방면으로 우회전, 목우재를 넘어 다시 우회전하면 설악동에 이른다. ▲ 어디서 묵고 무엇을 맛볼까 = 설악산 울산바위의 거대한 위용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자리에 서있는 델피노 골프&리조트를 추천한다. 대명설악리조트를 증축, 리뉴얼하면서 새로 지은 리조트의 시설도 깔끔하지만 무엇보다도 울산바위의 전망이 압도적이다. 그중 C동의 레스토랑과 객실에서 보는 경관이 가장 감동적이다. 객실 베란다에 서면 유장한 설악의 능선과 함께 울산바위 암봉의 위용에 숨이 턱 막힐 정도다. 속초에는 다양한 메뉴의 맛집들이 많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속초항 인근의 횟집들도 물론이거니와 동명항생선숯불구이(033-632-3376) 등 이름난 생선구이 전문점도 즐비하다. 학사평 일대에는 김영애할머니순두부(033-635-9520)를 비롯한 순두부집이 늘어서 있고, 속초중앙시장에는 찹쌀호떡과 닭강정으로 유명한 맛집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