屈原旣放三年, 不得復見, 竭知盡忠, 而蔽障於讒,굴원기방삼년, 부득부견, 갈지진충, 이폐장어참,
屈原(굴원)이 이미 쫓겨난 지 三年이 지났는데 다시 만나지 못하니, 지혜를 다 쓰고 충성을 다하고자 하나 讒訴(참소)로 가리고 막혀 있어서
心煩慮亂, 不知所從, 往見太卜鄭詹尹.심번려란, 부지소종, 왕견태복정첨윤.
마음이 괴롭고 생각이 어지러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지라, 太卜(태복) 정첨윤을 가서 만나 보았다.
曰.. 余有所疑, 願因先生決之. 詹尹乃端策拂龜,왈.. 여유소의, 원인선생결지. 첨윤내단책불구,
말하기를, '나는 의심되는 바가 있으니 원컨대 선생께서 그것을 풀어주시오.'라 하니 첨윤은 이내 점풀을 바르게 잡고
거북의 龜甲(구갑)을 털었다.
曰.. 君將何以敎之?왈.. 군장하이교지?
말하기를, '당신은 어떻게 일러줄거나?'
屈原曰.. 吾寧坤坤款款, 朴以忠乎?굴원왈.. 오녕곤곤관관, 박이충호?
굴원이 말하기를, '나는 차라리 정성을 다하여 소박하면서 성실하게 살 것인가?
굴원이 말하기를, '나는 차라리 정성을 다하여 소박하면서 성실하게 살 것인가?
將送往勞來, 斯無窮乎?장송왕로래, 사무궁호?
아니면 가는 건 보내고 오는 건 수고로이 받아 적당히 처신하며 무사하게 살 것인가?
寧誅鋤草茅, 以力耕乎?영주서초모, 이력경호?
차라리 띠풀을 호미 질하며 힘써 밭이나 갈 것인가?
將游大人, 以成名乎?장유대인, 이성명호?
아니면 큰 사람과 어울리며 이름을 낼 것인가?
寧正言不諱,以危身乎?영정언불휘,이위신호?
차라리 바른 말하여 거리끼지 않으면서 몸을 위태롭게 할 것인가?
차라리 바른 말하여 거리끼지 않으면서 몸을 위태롭게 할 것인가?
寧超然高擧,將從俗富貴, 以由生乎?영초연고거,장종속부귀, 이유생호?
아니면 세속을 따라 처신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세속을 따라 처신하며 살 것인가?
以保眞乎?이보진호?
아니면 참을 지킬 것인가?
將鏃姿栗斯, 愕異儒兒, 以事婦人乎?장족자율사, 악이유아, 이사부인호?
아니면 아첨하고 우물거리며 무서워 떨고 선웃음 치며 아부나 하여 부인을 섬길 것인가?
寧廉潔正直, 以自淸乎?영렴결정직, 이자청호?
차라리 청렴결백하고 정직하여 스스로 맑게 살 것인가?
將突梯滑稽, 如脂如韋, 以潔楹乎?장돌제골계, 여지여위, 이결영호?
아니면 각지지 않고 둥글게 돌아가며 기름같이 가죽같이 부드럽게 살며 문설주나 닦을 것인가?
寧昻昻若千里之駒乎?영앙앙약천리지구호?
차라리 우뚝 서서 천리마처럼 살 것인가?
將氾氾若水中之鳧乎? 與波上下, 偸以全吾軀乎?장범범약수중지부호? 여파상하, 투이전오구호?
아니면 물 속의 들오리처럼 물에 둥둥 떠다닐까?
물결 따라 넘실대며 구차하게 내 한 몸을 지킬까?
寧與騏驥亢走乎? 將隨駑馬之迹乎?영여기기항주호? 장수노마지적호?
차라리 준마와 수레 가로목을 나란히 하여 달릴까?
아니면 노둔한 말의 자취를 따를까?
寧與黃鵠比翼乎? 將與鷄鶩爭食乎? 此孰吉孰凶?영여황곡비익호? 장여계목쟁식호? 차숙길숙흉?
차라리 고니와 날개를 나란히 할까?
아니면 닭이나 따오기와 더불어 먹을 것을 다툴까?
이 가운데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쁜가?
何去何從? 世混濁而不淸, 蟬翼爲重, 千鈞爲輕.하거하종? 세혼탁이불청, 선익위중, 천균위경.
어느 것을 버리고 어느 것을 따를까?
세상이 혼탁하여 맑지 않으니 매미 날개는 무겁게 여기고 엄청나게 무거운 물건은 가볍게 여긴다.
黃鐘毁棄, 瓦釜雷鳴, 讒人高張, 賢士無名.황종훼기, 와부뢰명, 참인고장, 현사무명.
황종을 버리고 기와나 숫 조각을 울리고 아첨꾼은 높이 떨치고 어진 선비는 이름도 없구나.
鳴嗟默默兮, 誰知吾之廉貞? 詹尹乃釋策而謝,명차묵묵혜, 수지오지염정? 첨윤내석책이사,
아아! 말 아니하겠노라. 누가 나의 청렴과 정절을 알아주리요?'
첨윤이 점풀을 내려놓고
曰.. 夫尺有所短, 寸有所長, 物有所不足,왈.. 부척유소단, 촌유소장, 물유소부족,
말하였다. '자에도 짧은 것이 있고 마디에도 긴 것이 있고 물건에도 부족함이 있으며
智有所不明, 數有所不태, 神有所不通,지유소불명, 수유소불태, 신유소불통,
밝지 못한 것이 있고, 운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있으며, 정신에도 통하지 않는 것이 있거늘,
用君之心, 行君之意, 龜策誠不能知事.용군지심, 행군지의, 구책성불능지사.
당신의 마음으로 당신의 뜻을 행하면 되나니, 거북과 점풀인들 진실로 세상일을 다 알 수는 없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