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상

선시(禪詩)감상_20

醉月 2011. 4. 9. 08:09

오도송(悟道頌)




삼십 년 동안 마음 찾던 나그네
잎 지고 꽃 피는 것 그 얼마나 보았던가
이제 복사꽃 한 번 본 후로는
다시는 더 의심할 게 없어졌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영운지근(靈雲志勤, ?~820?)
당대(唐代)의 사람. 복건성(福建省) 장계(長溪)에서 태어났다. 위산영우(潙山靈祐) 밑에서 복사꽃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한다.

 

무애자재(無題)




밝게 오면 밝게 치고
어둡게 오면 어둡게 쳐라
사방 팔방으로 오면 회오리 바람으로 치고
허공으로 오면 도리깨로 후려쳐라.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보화(普化, ?~830?)
당(唐)의 선승으로서 반산보적(盤山寶積)의 법(法)을 이었다. 그는 언제나 요령을 흔들고 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한푼만 달라”고 하는 등 미치광이 노릇을 했다고 한다. 특히 그의 임종 얘기는 유명하다. 예로부터 그는 광승(狂僧)의 본보기가 되는 인물로서 임제(臨濟)와 가까이 지냈다고 한다.

 

취승도(題張僧繇醉僧圖)

 




술은 언제나 떨어지지 않으니
소나무 가지엔 왼종일 술 한 병 걸려 있네
초성(草聖)의 광기가 한 번 꿈틀대면
저 그림 속의 바로 그 취승(醉僧)이 되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회소(懷素, ?~?)
회소는 술에 취하면 긴 머리칼에 먹을 찍어 붓삼아 벽이든 책상이든 나무 바닥이든 닥치는 대로 초서를 내둘렀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도 말했듯이 이런 식으로 ‘초성삼매(草聖三昧)’에 들었다고 한다. 후세인들은 그를 초서(草書)의 제일인자라 불렀다.

 

백척간두에서(無題)

 




백척간두에서 동요하지 않는 사람
비록 경지이긴 해도 아직 멀었네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온 누리가 그냥 내 몸이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장사경잠(長沙景岑, ?~840~?)
어린 시절에 출가하여 남전보원(南泉普願)의 법(法)을 이었다. 앙산혜적(仰山慧寂)과 법담을 할 적에 앙산혜적((仰山慧寂)을 잡아 꺼꾸러뜨렸기 때문에 앙산(仰山)으로부터 “호랑이같이 난폭한 선객(岑大蟲)”이라는 말을 들었다.

 

무위자연(無題)

 




연잎은 둥글둥글 둥글기 거울이요
마름 열매 뾰죽뾰죽 뾰죽하기 송곳이네
버들개지 바람 타고 솜털 날리고
배꽃에 비 뿌리니 나비가 나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협산선회(夾山善會, 805~881)
805년 하남성 현정(峴亭)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호남성 용아산(龍牙山)에 출가, 도오(道吾)의 권유에 의하여 강소성 화정현(華亭縣)의 오강(吳江)에서 뱃사공을 하고 있던 선자덕성(船子德誠)을 찾아가 깨달음을 얻었다. 870년경 호남성 협산(夾山)에서 선풍(禪風)을 떨쳤다. 881년 11월 7일 77세의 나이에 입적했다.

 

세월 밖의 봄(劫外吟)

 




고목에 꽃 피는 세월 밖의 봄날이여
옥상(玉象)을 거꾸로 타고 기린을 뒤따라가네
저 일천 봉우리 속으로 몸을 숨기나니
바야흐로 청풍 명월의 호시절이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동산양개(洞山良介, 807~869)j
절강성에서 태어났다. 21세에 출가, 남전보원(南泉普願), 위산영우(?山靈祐)의 문하에서 공부. 어느 날 다리 위를 지나다가 크게 깨달았다. 특히 선시(禪詩)에 뛰어났던 그는 조동종(曹洞宗)의 초조(初祖) 추앙되었다. 저서:《동산어록(洞山語錄)》1권

 

산노래, 둘(山居詩二)

 




말로는 쉬었다 하나 마음 쉬기는 어렵네
시흥에 젖어 물가에 홀로 앉았나니
초가삼간 여기에 사람 자취 끊기어
십리 소나무 그늘에 홀로 노닐고 있네
명월과 청풍이여 우리 가풍 빛남이요
석양의 가을빛 또한 격외(格外)의 누각이네
마음은 아직 무심(無心)에 이르지 못하여
이 마음길 만 갈래가 물 따라 흘러가이.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선월관휴(禪月貫休, 832~912)
832년 절강성 난계(蘭谿)에서 태어났다. 839년 8세에 안화사(安和寺)에 출가. 시(詩)·서(書)·화(畵)에 모두 뛰어났으며, 특히 시승(詩僧)으로서 이름이 높았다. 방랑으로 일생을 보냈으며 승속을 가리지 않고 누구하고도 친분을 두텁게 했다. 오월왕(吳越王) 전씨(錢氏)가 특히 그를 존경했으며 ‘선월대사(禪月大師)’라는 호를 바쳤다. 912(乾化 2) 81세에 입적했다.

 

산노래, 여덟(山居詩八)

 




마음이여 마음이여 그윽한 곳에만 머물지 말라
돌집 바위 가파른데 긴 백발 날리며
다칠세라 길 뺏는 대죽순 피하여 가고
소나무 사랑하여 길 막는 가지조차 그대로 두네
향 사르며 발 걷을 제 뜰에는 안개 피어 오르고
발 사이 내 마음은 아득하고 달은 연못에 있네
옛 사람 하나같이 백발 되어 돌아갔거니
지금은 어디서 무엇 하는지 알 길이 없네.

산노래, 열(山居詩十)

 




오악은 안개로 긴 띠 둘렀고
신선의 굴은 눈앞에 보이네
돌창문 머리맡에 성근 빗발 지나고
물방아엔 사람 없어 바람만이 붐비네
동자승의 독경 소리 대밭 깊은 속이요
석양을 등에 업고 잔나비 이를 잡네
곰곰이 지난날 생각해 보니
바람 같은 물 같은 내 삶이었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산노래, 열둘(山居詩十二)


 

바위 푸른 틈을 뉘 있어 그릴까나
계수향 떨어지는 물에 풀잎 향기 섞이네
안개 걷고 구름 쓸며 운모(雲母)를 뜯나니
돌을 파고 솔 옮기다 복령을 얻었네
꽃 속의 예쁜 새는 경쇠 소리 엿보고
물 같은 어린 이끼 금병(金甁)을 덮네
욕하려면 욕하고 웃으려면 웃게나
천지가 개벽해도 또한 거기 맡기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산노래, 열여섯(山居詩十六)

 




암자는 아득히 저 하늘가요
대나무베개 소나무상에 푸른 산이 둘렸네
젖사슴은 눈 덮인 길을 몰래 다니고
폭포는 잔잔하게 돌 누각길 적시네  
한가로운 걸음이여 어느새 뜰을 지나왔는가
긴 한 곡조에 산의 신령이 감응하네
아아, 그 누가 이 뜻을 알겠는가
성인도 범부도 버린 채 홀로 깨어 있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산노래, 열아홉(山居詩十九)

 




홍란에 이슬 젖어 옥구슬(이슬)은 밭둑에 가득한데
한가로이 노닐다 어느덧 서편에 이르렀네
이 마음 연꽃이듯 물들지 않게 할 것이지
뭣 때문에 몸을 깎아 고목나무 만드는가
옛 참호에 가는 연기, 낙엽은 붉게 저물어 가고
반봉(半峯)의 잔설 속에 흰 잔나비 우네
이곳 비록 복사꽃 피는 별유천지 아니지만
봄이 오면 복사꽃잎 개울 가득 흘러가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저 흰구름에게(雲水頌)

 




한 그릇으로 천가(千家)의 밥을 빌면서
외로운 몸은 만리를 떠도네
늘푸른 눈을 알아보는 이 드무니
저 흰구름에게 갈 길을 묻네.

<해설 : 선시감상사전 석지현 엮음/민족사>
 
포대화상(布袋和尙, ?~916)
절강성 봉화(奉化)에서 태어났다. 언제나 어깨에 포대를 메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구걸했다. 많은 이적(異蹟)을 남긴 그는 흔히 미륵의 화신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입멸(入滅)에 얽힌 그의 일화는 너무나 신비하다.

 

빗줄기(浮漚歌)

 


빗줄기 떨어져 뜰 앞은 바다였네
물위에 거품이 둥둥 뜨고 있었네
앞엣것 꺼지면 뒤엣것 다시 뜨고
앞과 뒤가 꼬리 물듯 끝이 없었네
본시는 빗방울이 거품을 만들었으니
바람이 여기 치면 거품 문득 물인 것을,
물과 거품 둘 아님 그도 모르고
거품이다 물이다 분별심을 내고 있네
밖으로는 투명한데 안으로는 텅 비어
안과 밖 영롱하여 수정구슬과도 같네
바람 부는 그 위에선 있는 것 같지만
바람 자면 그 다음은 흔적마저 없는 것
있다 없다 그 묘한 이치 밝히기는 어려워
모습 없는 그 가운데 모습이 갖춰 있네
물거품 물로부터 비롯됨을 안다 해도
물 또한 거품에서 나오는 이치, 이를 어찌 알겠는가
물이다 거품이다 임시로 갈랐으니
이 모두가 집착하는 번뇌망상 때문이네
이런 이치 아는 곳에 물거품은 사라지고
거품도 아니요 물도 아닌 그런 것(본질) 보게 되리.

 

낙보원안(樂普元安, 834~898)
834년 섬서성(陝西省) 봉상현(鳳翔縣)에서 태어났다. 854년 20세에 회은사(懷恩寺)에 출가. 협산선회(夾山善會)의 문하에서 깨달음을 얻은 뒤 호남성(湖南省)의 낙보원(樂普院)에 주석(駐錫), 사방으로부터 납자(수행자)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898년 12월 2일 65세에 입적했다.

 

 

가고감에 흔적 없어(玄旨)

 

 
 

가고감에 흔적 없어
그대 만일 묻는다면

올 때 또한 그러하네
해해 한 번 웃겠노라.

 

 

향엄지한(香嚴智閑, ?~898)
중국 당나라 때 청주(靑州) 사람. 계산(溪山)에게 출가. “책이나 글로 배운 것 말고 태어나기 이전의 소식을 일러 보라”는 위산(潙山)의 물음에 막혀 고심하다가 책을 모조리 불 질러버리고 울면서 위산을 하직, 정처 없이 떠돌이 길에 올랐다. 남양(南陽)의 충국사(忠國師) 유적지에 가서 쉬던 어느 날 채전밭을 매다가 던진 돌이 대나무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홀연히 깨달아, 후세 사람은 이것을 ‘향엄격죽(香嚴擊竹)’이라 하였다. 평소 납자(納子)를 제접(提接)함에는 그 말이 간략하고 곧았다. 게송(偈頌) 200여 수를 남겼다.

 

삼라만상 가운데(投機)


               
 

삼라만상 가운데 홀로 드러난 몸이여
옛적에는 길 위에서 찾아 헤매었으나

그대 스스로 인정해야만 비로소 친숙해지네
오늘은 불 속에서 얼음을 보네.


 
장경혜릉(長慶慧稜, 854~932)
절강성 해녕(海寧)에서 태어났다. 13세 때 소주(蘇州) 통현사(通玄寺)에 출가. 설봉의존(雪峰義存)에게서 크게 깨쳐 그의 법(法)을 이었다. 호는 초각대사(超覺大師).

 

이 천지간에(無題)

 

  
 

이 천지간에 일없는 길손이요
그대들 비웃거나 말거나

    사람 가운데 돌중이 되었네
    내 생애는 이런대로 당당하다네.

 

 

장주나한(漳州羅漢, ?~?)
당말송초(唐末宋初) 초에 살았던 인물. 법안문익(法眼文益)에게서 깨달음을 얻은 다음 주로 장주(漳州) 복건성의 나한원(羅漢院)에 머물며 납자를 제접했다.

 

잠에서 일어(睡起作)

 

     
 
 

가을비 멎었는데
물을 보고 산을 보며 앉아 있나니
옛 조사들의 마음을 시구로 읊으면서
내 살림살이 뉘 있어 알겠는가

잠에서 일어 정신을 가다듬네
부귀도 명예도 다 잊었네
한가롭게 차를 달이네
외로운 구름만 이따금 섬돌가에 오네.

 

 

정심수목(淨心修睦, ?~?)
당(唐) 말에 살았던 인물. 속성(俗姓)은 요(姚)씨로 광화(光化) 중에 홍주(洪州)의 승정(僧正)이 되었다. 그 밖의 자세한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다.

 

꽃을 보며(詠花)

 

         

 

꽃 피니 가지 가득 붉은색이요
꽃 한 송이 가지 끝에 남아 있나니

꽃 지니 가지마다 빈 허공이네
내일이면 바람 따라 어디론지 가리라.

 

 

지현후각(知玄後覺, 874~?)
당(唐) 말 사천성(四川省) 미주(尾州)에서 태어났다. 속성(俗姓)은 진(陳)씨, 사호(賜號)는 오달국사(悟達國師).

 

 

파강에서(宿巴江)

 

 

 

강물 소리 오십 리
낮은 어느새 밤이 되었는가
골짜기에 외로운 달이여
산그림자는 줄곧 나를 따라와

푸른 물빛 급히 흘러 현처럼 휘네
세월은 참 덧없이 가네
양쪽 언덕에 두견새 우네
새벽 뱃머리를 덮고 있네.

 

 

서섬(棲蟾, 唐末)
당(唐) 말 절강성에서 태어났다. 방랑을 좋아하여 일생 동안 구름과 물을 벗삼아 떠돌아다녔다. 시문(詩文)에 능하여 가는 곳마다 시우(詩友)를 사귀었다. 만년에는 병풍암(屛風巖)에 머물렀다.

 

목동(牧童)

 

   

  
소를 타고 이리저리
푸른 산 풀밭 속에
날이 새면 노래부르며 갔다가
누가 그대를 흉내내리
봄바람 실비 속을 가네
외로이 가는 한 가락 피리 소리여
달 뜨면 손뼉 치며 돌아오네
여기 옳음도 옳지 않음도 없는 것을…….
 
서섬(棲蟾, 唐末)
당(唐) 말 절강성에서 태어났다. 방랑을 좋아하여 일생 동안 구름과 물을 벗삼아 떠돌아다녔다. 시문(詩文)에 능하여 가는 곳마다 시우(詩友)를 사귀었다. 만년에는 병풍암(屛風巖)에 머물렀다.

 

 

가풍(家風)



 

내로라 자부하는 선객(禪客)들이여
하나 이 몸은 늙고 병들어 아무것도 모르나니

입 벌렸다 하면 깨달음을 거론하네
벌건 대낮에 새벽종을 울리고 있네.

 

 

성원혜명(性原慧明, 唐末)
법안종계(法眼宗系)의 선승. 어린 시절에 출가하여 제방(諸方)을 편력하다가 법안문익(法眼文益)의 문하에서 대오(大悟)하였다.

 

 

반야송(般若頌)



 

마하반야여
만일 이 뜻을 알지 못하면

취할 것도 없고 버릴 것도 없네
엄동 설한에 칼바람 불어오리.

 

 

영은청용(靈隱淸聳, 五代)
복건성 복청(福淸)에서 태어났다. 법안문익(法眼文益)의 법을 잇고 절강성의 임안(臨安)에서 선풍(禪風)을 크게 드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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