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상

생명의 속삭임, 사찰음식

醉月 2012. 7. 17. 06:40

사찰음식이 대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시중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 하루 또 얼마나 많은 오염 식품을 섭취하고 독소를 쌓아가고 있을까? 어제 밤 고기를 구우며 회식을 했다면 다량의 항생제와 성장호르몬도 함께 먹었을 가능성이 크고, 오늘 점심을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로 간단히 때웠다면 고열량과 각종 식품첨가제로 인해 비만과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싸구려 수입 농산품의 폐해도 크다. 맹독성 농약과 방부제로 말미암아 밀가루엔 벌레가 나지 않으며, 콩은 메주를 쒀도 발효되지 않는다고 한다. 서구화된 식단과 화학첨가물에 익숙해진 우리 입맛은 더욱 자극적인 맛을 원하며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사찰음식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치유의 밥상이다.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수행의 과정이다. 우리 시대 사찰음식의 본 모습을 찾아 영천 은해사 백흥암, 울진 불영사, 청도 운문사로 사찰음식순례를 떠났다. 그리고 느꼈다. 사찰음식이 대안이다.



영천 은해사 백흥암 공양간. 사찰에서는 부뚜막 위에 조왕단을 설치하고 조왕탱화를 그려 모시고 있다. 조왕신은 부엌을 관장하는 신이다. 공양 준비 전후에 조왕신께 예를 갖춰 합장한다.




가마솥밥은 장작불의 예술이다. 불길의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처음엔 화력을 강하게 하고, 밥물이 끓어오르면 잔불의 열기로 천천히 익혀간다. 그래야 밥의 본래 맛과 영양이 은은하게 살아난다.




겨울 사찰음식의 백미는 역시 정갈한 동치미다. 항아리에서 막 꺼내온 동치미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스라하게 남아있는 옛 맛을 기억케 한다. 담백하고 상큼하며 시원한, 바로 그맛이다.





01 직접 재배한 콩을 삶아 띄운 메주. 사찰음식은 인공조미료를 가미하지 않기에 잘 익은 메주로 담은 장맛이 중요하다.



02 새벽 5시, 쌀 씻는 소리가 공양간의 정적을 깨운다.



03 깻잎 하나를 찬상에 옮기는 데도 온갖정성이 필요하다. 그것이 수행이다.



04 공든 밥, 사시마지.




05 할 일을 마친 가마솥과 주걱의 휴식. 참 평화롭다.



06 울진 불영사 점심공양 주메뉴로 올라온 김치찜이 먹음직스럽다.



밥의 사리, 누룽지.

 

선재 스님 - 사찰음식 대중화의 원조

선재 스님은 하루하루가 바쁘다. 매주 화, 수, 목, 금요일에 서울 전국비구니회관에서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사찰음식 강의를 하고 있으며 전국에서 쇄도하는 특강 요청에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전국비구니회관 사찰음식 강좌는 현재 대기자만 4,000여 명에 이른다. 스님은 강의를 기다리는 대기자들에게 감사하면서도 미안해 ‘대기자를 위한 특강’을 시시때때로 열어주고 있다. 지난 1월 20일부터는 8일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현지 언론의 초청으로 ‘사찰음식과 김치’ 특강을 다녀오기도 했다.



사찰음식은 약이다
전국비구니회관을 찾은 날, 오전 강의가 끝나기 무섭게 스님에게 달려갔다. 최근 들어 스님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 일이 되었기 때문에 잠깐의 틈을 이용
한 것이다.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서인지 입술이 터 있었다. 그래도 스님은 언제나 미소로 사람들을 만난다.
“무채두부찜을 추천할게요. 무의 비타민C는 세포의 노화를 억제하고 몸의 독소를 풀어줍니다. 또한 무에는 소화효소인 디아스타아제도 많아 손상된 위 점막을 복구해주고 소화를 도와주어 ‘천연 위장약’이라고도 합니다. 두부와 무를 함께 먹으면 무가두부의 뭉친 기운을 풀어주고, 무에 없는 두부의 단백질 등을 섭취할 수 있어요. 콩 속의 제니스틴 성분은 암을 비롯한 당뇨병과 고혈압 등의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구요.”
평소 ‘사찰음식은 약’이라고 강조해왔던 스님은 대표음식을 추천하면서도 ‘의학적 기능’을 덧붙여 설명했다. 스님은 배추된장찜과 팥죽도 함께 추천했다. “최고의 웰빙음식, 항암식품으로 손꼽히는 된장은 아토피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습니다. 자극적인 인스턴트 음식에 길든 아이의 입맛을 돌릴 수 있는 배추찜을 해주면 아주 좋아요. ‘100가지 채소가 배추만 못하다’는 중국 고어가 있을 정도로 배추는 맛도 있고 영양도 풍부합니다. 또 팥은 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설사를 멈추게 하며 지방의 축적을 막아주기도 해요. 팥의 섬유질, 사포닌 성분은 변비 치료에 좋을 뿐만 아니라 포만감을 느껴 과식을 방지할 수 있어 다이어트에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사찰음식에 깃든 생명존중의 정신
스님이 추천한 음식은 모두 늦가을과 겨울에 나는 재료들로 만든 것이었다. 평소에도 ‘제철음식’을 강조하는 스님다웠다. “제철음식은 치료약이자 예방약입니다.



무채두부찜
● 무 1/2개, 두부 1모, 마른 표고버섯 3개, 홍고추 1개, 미나리 5줄기, 소금, 고춧가루 1큰술, 집간장 2큰술, 포도씨유, 들기름, 통깨 약간씩 1 두부는 1cm로 썰어 소금을 약간 뿌려 팬에 지지고, 마른 표고버섯은 불려서 채 썰어 들기름에 볶는다. ● 2 무는 곱게 채 썰고 홍고추도 반으로 갈라 채 썬다. 미나리는 줄기만 4cm로 썬다. ● 3 무채에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려 고춧가루 물을 들인 후 볶은 표고버섯, 미나리, 홍고추를 넣어 집간장으로 간해서 골고루 버무린다. ● 4 달구어진 냄비에 무채를 깔고 그 위에 두부를 얹고 다시 무채를 얹은 후 뚜껑을 덮어 무채가 아삭할 정도로 살짝 익힌다.



배추된장찜
● 배추 1/2통, 물 3큰술, 들기름 1큰술, 집 된장 2큰술, 다시마 2장 ● 1 배추는 한 장씩 뜯어서 깨끗하게 씻는다. ● 2 냄비에 다시마를 넣고 배추를 넣은 후 물을 붓고 뚜껑을 덮어 김을 올린다. ● 3 김이 올라 배추가 익으면 들기름과 된장을 넣어 배추에 골고루 간이 배게 배추를 위아래로 뒤적여준다. ● 4 배추에 살짝 간이 배면 불을 끈다.



팥죽
● 붉은팥 1컵, 물 10컵, 불린 멥쌀 1컵, 찹쌀가루 1컵, 소금 양간 ● 1 쌀을 씻어서 두 시간 이상 물에 불려놓고, 팥은 씻어서 물을 붓고 한번 끓어오르면 그 물을 버리고 넉넉하게 물을 붓고 푹 무르도록 삶는다. ● 2 팥이 다 익으면 앙금만 걸러 가라앉히고,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옹심이를 만든다. ● 3 팥물의 앙금이 가라앉으면 웃물만 따라서 쌀을 넣어 퍼지게 끓인다. ● 4 쌀이 퍼지면 앙금을 조금씩 넣어가며 농도를 맞추고, 맨 마지막에 빚어 놓은 옹심이를 넣어 옹심이가 떠오르면 불을 끈다.

따라서 병이 오고 계절에 따라서 치료제가 와요. 그래서 계절에 따른 음식을 먹으면 병도 치료됩니다.” 스님이 이렇게 제철음식을 강조하는 것은 과거 의 경험 때문이다. 한때 간이 안 좋아 고생을 했는데, 그때 제철 사찰음식을 먹으면서 건강을 회복했다. 그래서 사찰음식을 대하는 스님의 마음가짐은 흐트러짐이 없다.
“사찰음식에는 생명 존중의 정신이 깃들어 있어요. 내 먹을 것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녹아있는 것입니다. 사찰음식은 모든 생명이 나와 하나라고 것을 말해주고 있으며, 생명들이 함께 공존하는 길이 특히 선식禪食에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사찰음식 연구와 강의를 통해 나 자신의 불성을 깨달아가고, 다른 사람의 수행을 돕고, 건강과 영혼을 맑히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을 계속하려 합니다.”
사찰음식 역시 철저하게 부처님 말씀에 근거해만들어야 한다는 선재 스님은 몸이 맑아지고 마음이 건강해지는 사찰음식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한 길에 이렇게 서 있다.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사찰음식 책
선재 스님,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불광출판사)
지난 30년간 사찰음식을 연구하고 강의해 온 사찰음식의 대가 선재 스님이 11년 만에 새 책. 책에서 스님은 사찰음식을 통해 마음을 맑히고, 몸속의 독소를 배출해 병고를 녹여내는 방법을 일러준다. 스님은 또 부처님의 말씀에 따라 제철 음식 재료와 요리를 소개하고, 22가지 요리법과 그 효능을 알려주고 있다.

 

대안 스님, 『열두 달 절집 밥상』(웅진리빙하우스)
대안 스님은 책에서 특별한 양념도, 희귀한 재료도, 복잡한 조리법도 없이 간단하게 무치고, 삶고, 볶고, 끓여 만드는 절집 음식을 소개한다.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만들기 쉬운 사찰요리의 세계가 펼쳐진다. 음식의 기본 재료가 되는 장과 맛국물, 맛가루 만드는 법부터 1년 12달, 계절에 맞는 밥상 차림까지를 모두 만날 수 있다.

 

 

적문 스님, 『전통사찰음식』(우리출판사)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전통 사찰음식 요리 안내서. 옛부터 전승해 온 맛깔스러운 사찰음식을 사계절로 나누고, 4인 기준 정량을 표기해 요리에 자신이 없는 초보자들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소개했다. 책의 중간 중간에는 ‘영양상식’ 코너와 사찰음식 문화의 이면에 깃든 구수한 옛이야기를 곁들였다.

 

일운 스님, 『불영이 감춘 스님의 비밀레시피』(담앤북스)

울진 불영사에서 오랫동안 내려오던 스님들의 음식관, 건강관, 가치관을 담은 책. 건강요리법을 좀 더 쉽게 일반인에게 알리기 위하여 펴낸 책으로 요리법만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재료 하나하나의 특징과 건강 상식은 물론이고 불영사에서 실제 일어나는 재미있는 절집 이야기와 음식 이야기가 맛깔스럽게 담겨 있다.

 

 

 

 

적문 스님 - “사찰음식은 수행식입니다

사찰음식을 알고 배우기 위해 평택 수도사 사찰음식교육관을 찾는 사람들은 세 번 놀란다. 사찰음식의‘A to Z’를 설명하는 스님이 ‘비구比丘’여서 먼저 놀라고 스님의 커다란 몸집에 두 번째 놀란다. 그리고 세 번째 놀라는 이유는 ‘덩치 큰 스님의 아기자기한 손놀림과 음식솜씨’때문이다. 취재차 수도사에 간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더 놀랐던 것은 스님의 사찰음식에 대한 열정과 사랑 때문이었다. 스님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서울 국제선센터, 목요일 오후 2시 수도사, 금요일 오후 2시 광주 무각사에서 정기 교육을 하며 대중들을 만나고 있다.



품평은 눈과 맛과 마음으로
적문 스님은 교육관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 경내를 둘러보고 다시 돌아와 보니 ‘버섯 오색 만둣국’과 ‘콩비지 김치찌개’, ‘삼색은행튀김’ 등이 가지런히 식탁 위에 올라와 있다. 스님은 먼저 오색만둣국에 대해 설명했다. “만두는 겨울철 별미인데, 여기에 불교의 상징인 오색五色에 맞춰 색깔을 냈어요. 이 음식의 포인트는 오색에 있습니다. 청색은 마음을 모아 부처님의 법을구하고자 하는 정근精勤을, 황색은 찬란한 부처님의 몸의 빛과 같이 변하지 않는 굳은 마음을, 적색은 항상 쉬지 않고 수행에 힘쓰는 정진精進을, 백색은 깨끗한 마음으로 온갖 번뇌를 맑히는 청정淸靜을, 주황색은 수치스러움과 그릇된 길로의 꾐에서 잘 견뎌 이겨내는 인욕忍辱을 상징합니다. 이와 같은 가르침을 생각하면서 먹으면 더 맛있을 것입니다. 국물은 버섯으로 우린 것이구요.”
떡국이 어우러진 만둣국은 버섯의 담백한 맛, 만두의 아름다운 색깔이 합쳐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군침이 돌게 한다. 스님은 예전부터 절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떡과 은행, 당근을 이용해 삼색은행튀김을 만들었고, 콩비지김치찌개 역시 절에 많이 있는 김치와 단백질이 많은 콩비지 등을 활용했다.
적문 스님은 “입맛에 맞을지 모르지만 품평은 혀가 아닌 눈과 맛과 마음으로 해달라.”고 당부하며 웃는다.

삼덕三德을 살려야 한다
적문 스님은 20여 명의 비구니 스님들과 함께 만든 한국사찰음식연구회 회장 소임을 맡고 있다. 유일한 비구이면서도 여느 스님 못지않은 오랜 시간 동안 사찰음식을 연구해왔기에 대중들이 맡긴 소임이다. 적문 스님이 사찰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여 년 전인 중앙승가대 재학 시절, 학보사 기자로



버섯 오색 만둣국
● 밀가루 2컵, 콩가루 1/3컵, 두부 1/4모, 숙주나물 200g, 배추김치 200g, 표고버섯 10장, 애호박 200g, 마른 가죽 잎사귀 30g, 산초장아찌 열매 약간, 오색재료(백련초, 치자, 시금치, 석이버섯) ● 1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은 후 색색으로 반죽하여 젖은 행주를 덮어두었다가 얇게 밀어서 직경 5cm로 둥근 모양의 만두피를 만든다. ● 2 두부는 곱게 으깨 물기를 짜두고, 숙주는 소금물에 데쳐 냉수에 헹궈 잘게 다지고 애호박도 채를 썰어 소금에 살짝 절인 후 잘게 다져둔다. ● 3 김치와 버섯은 곱게 다지고, 산초열매는 먹기 좋게 다듬어놓고, 2의 재료와 함께 소금, 깨소금, 참기름, 후춧가루로 양념하여 버무린다. ● 4 양념한 소를 만두피에 싸서 만두를 빚는다. ● 5 냄비에 다시마, 무, 마른가죽잎사귀, 버섯으로 국물을 만든 후 우러나면 건더기는 건져내고 소금, 청장으로 간을 하고 만두를 넣어 끓인다.



삼색은행튀김
● 은행 30개 정도, 당근 100g, 흰떡 3가래, 녹말가루 2큰술, 튀김기름, 소금 1작은술, 후추 약간● 1 은행은 껍질을 벗겨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넣고 팬이 뜨거워지면 은행을 넣고 소금을 뿌려 강한 불에서 재빨리 볶아야 색이 좋게 난다. ● 2 당근은 은행크기와 비슷하게 썰어 살짝 데친다. ● 3 흰떡도 작은 가래를 준비해 위와 같은 크기로 썰어놓는다. ● 4 위의 재료를 나무꼬치에 당근, 은행, 흰떡 순으로 꽂아놓는다. ● 5 4의 재료에 녹말을 섞어 소금, 후추로 양념을 한다. ● 6 위의 재료를 150℃ 기름에 튀겨낸다.



콩비지 김치찌개
● 흰콩 1과 1/2컵, 배추김치 300g, 고춧가루 1큰술, 청장 1큰술, 표고버섯가루 1큰술, 들기름 1큰술 ● 1 콩은 씻어서 하룻밤 정도 물에 불렸다가 손으로 비벼 껍질을 모두 없애고 동량의 물을 넣고 곱게 간다. ● 2 김치는 송송 썰어서 냄비에 들기름을 넣고 볶다가 1을 넣고 중불에서 서서히 끓인다. ● 3 익어서 맑은 물이 돌면 고춧가루, 표고버섯을 넣고 청장으로 간을 한다.

사찰음식문화를 취재하면서부터다. 스님은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기 전 어느 절 공양간에서 인공조미료를 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찰음식도 아니고 속세 음식도 아닌 ‘얼치기 음식’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대로된 사찰음식을 발굴하기 위해 전국 사찰을 다니며 실태조사와 연구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처음 스님이 사찰음식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기 시작하자 주위에서는 힐난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비구니도 아니고 비구가 무슨 요리냐?”며 어른스님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꾸중을 들었다. 그래도 스님은 꿋꿋하게 사찰음식의 한 우물을 파왔다. 그래서인지 스님은 ‘사찰음식의 책임성’을 특히 강조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사찰음식의 퓨전화나 고급화 등과 관련해서도 “현장에 있는 우리 스님들이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여러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또 사찰음식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스님은 특히 사찰음식을 조리할 때의 세 가지 법도인 삼덕三德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덕은 청정淸淨, 유연柔軟, 여법如法을 말한다. 청정은 인공 조미료나 방부제가 깃들지 않은 청정한 채소로 만든 깨끗함이다. 고기는 물론이고 젓갈이나 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 등 오신채五辛菜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유연은 짜고 맵지 않아야 한다는 뜻으로, 음식에 자극이 많으면 수행에 정진하는 스님들의 위장에 부담이 가기때문이다. 여법은 양념을 하더라도 단 것, 짠 것, 식초, 장류 순서로 넣어야 하며, 골고루 적당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양념은 채소의 독특한 맛을 살리지 못한다.



‘불교가 지금까지는 수행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이제 사찰음식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적문 스님의 신념이 실현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된장, 고추장 등 장을 구입할 수 있는 사찰
사찰 역시 여느 여염집과 다르지 않게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의 장류를 담가 먹었다. 그래서인지 사찰 한편에‘반듯하게’놓여 있는 장독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사찰 특유의 장맛을 느낄 수 있는‘상품’들도 속속 나오고 있어 많은 일반인들 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공주 영평사 041)857-1854,
www.youngpyungsa.org
양산 통도사 서운암 055)382-7094, www.seounam.co.kr
산청 금수암 055)973-6601, www.guemsuam.or.kr
평택 수도사 031)682-3169, www.sudosa.co.kr

 

대안 스님 - “제대로 먹어야 근심 없이 공부할 수 있어요”

대안 스님을 만난 시간은 오후 2시였다.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사찰음식점 ‘발우공양’과 ‘발우공양 콩’에는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2009년 6월 개점 이후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며 사찰음식 대중화의 ‘전진기지’가 된 이곳에서 스님은 손님들과 눈을 맞추고 30여 직원들의 업무까지 꼼꼼히 챙기고 있다. 세밑, 바쁜 스님에게 차를 한잔 청했다.



“계정혜 삼합이 겨울철 보양식”
리차드 기어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공양을 하며 “내가 먹어 본 음식 중에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던 그 자리에서 스님과 마주 앉았다. 스님은 자리에 앉기 무섭게 몇 가지의 사찰음식을 가져왔다. 인터뷰 약속을 잡으면서 스님에게 추천 음식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계정혜 삼합’과 ‘채계장’,‘ 삼색전’이다. 보기만해도 군침이 돈다.
이중 스님의 대표 추천음식은 ‘계정혜 삼합’이다. 만두와 두부, 곰취장아찌쌈밥 등 3가지로 구성돼 ‘삼합三合’이다. “우리 음식은 ‘계절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철 따라 섭생하기 때문에 몸에 좋은 것이 바로 우리 음식입니다. 입맛도 고려했구요. 겨울철에 많이 먹는 것이 바로 만두와 두부, 장아찌 음식인데, 그것을 이용한 음식입니다.”
평소 스님이 추구하는 담백함이 가득 묻어난다. “육미(六味_ 맵고, 쓰고, 달고, 시고, 짜고, 싱거운 여섯 가지맛)를 적절히 섞으면 담백한 맛이 납니다. 담백한 맛은 마음의 평온을 가져옵니다. 그러면 수행도 더 잘되겠죠? 채계장은 국물이 그리운 겨울에 채소만 가지고도 별미로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전은 우리 전통음식으로서 겨울에 좋은 연근과 검은깨, 고추장을 이용해 만든 것입니다. 세 가지 모두 수행에 도움이 되는 건강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스님이 직접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에서 ‘범접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조심스럽게 수저를 가져다 맛을 봤다. 세속 맛에 익숙한 사람에게 꿀맛은 아니다. 그렇지만 혀가 즐거워한다.

스님의 별명은 ‘국일암 채공’
사실 스님과 사찰음식의 인연은 출가와 함께 시작됐다. 1985년 해인사 국일암으로 출가한 스님은 손맛이 좋아 공양간 채공菜供을 도맡았다고 한다. 행자, 학인을 거쳐 비구니계를 받고서도 마찬가지였다. 계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공양간에서 ‘해방’되는 것이 관례지만 스님에게 그런 ‘혜택’은 없었다. 그



계정혜 삼합
● 두부숙회 ● 두부 1모, 소금 약간, 엄나무순 장아찌 1큰술, 가죽 장아찌 1술 ● 1 데친 두부를 한입크기로 잘라서 다진 엄나무순 장아찌와 가죽 장아찌를 토핑처럼 올린다. ● 곰취장아찌쌈밥 ● 곰취장아찌(20장), 배아현미 2컵, 참기름 1큰술, 소금 약간 ● 1 배아현미로 밥을 지어 소금, 참기름, 다진 곰취대를 섞어 밥을 뭉친다. ● 2 곰취장아찌를 1장 펴놓고 뭉친 밥을 1큰술 올리고 보자기로 여미듯이 밥을 싼다. ● 절집만두 ● 두부 1/2모, 마른표고버섯 10개, 사각유부 10개, 숙주나물 50g, 묵은지 50g, 시금치 1/3단, 당근 20g, 청고추 1개, 홍고추 1/2개, 참기름,집간장,소금,통깨 적당량씩 만두피(밀가루 1컵, 물 1/4컵, 올리브유 1큰술, 소금 1/2큰술) ● 1 데친 두부는 물기를 빼서 으깨고, 불린 표고와 데친 유부는 다진 뒤 참기름과 집간장으로 밑간해서 볶는다. ● 2 숙주와 시금치는 삶아 다진 후 밑간해서 무치고, 당근과 고추도 다진 후 살짝 볶는다. ● 3 묵은지도 다진 뒤 볶아서 준비한 소와 섞어서 만두소를 만들어 놓고 만두피를 만들어 만두를 빚고, 찜이 오른 솥에서 쪄낸다.



삼색전
● 빈자적 ● 불린 녹두 1컵, 고사리 100g, 숙주 150g, 당근 40g, 표고버섯 3개, 청₩홍고추 1개씩 집간장, 참기름, 소금 약간씩, 부침유(들기름 1큰술 + 식용유 1큰술) ● 1 고사리와 채 썬 표고버섯은 집간장과 참기름으로 밑간해서 볶고, 다진 청홍고추와 채 썬 당근도 소금간 해서 살짝 볶는다. 숙주도 데쳐놓는다.● 2 간 녹두에 준비한 채소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 후 부침유를 두르고 지져낸다. ● 검은깨 연근전 ● 연근 1개(500g), 검은깨 1큰술, 밀가루 1/2컵, 물 1/4컵, 소금 약간, 부침유(들기름 1큰술+식용유 1큰술) ● 1 다진 연근에 흑임자, 밀가루, 물을 넣고 반죽을 만든 후 부침유를 두른 팬에서 한 스푼씩 떠서 부쳐낸다. ● 고추장떡 ● 깻잎 20g, 호박 1/2개, 청고추 2
개, 홍고추1개, 표고버섯2개, 미나리1/2단, 밀가루1컵, 고추장 1큰술, 된장 1/2큰술, 맛국물 1/2컵, 부침유(들기름 1큰술+식용유 1큰술) ● 1 밀가루, 고추장, 된장, 맛국물을 섞어 반죽을 만든 뒤 깻잎, 호박, 청, 홍고추, 표고버섯, 미나리를 다져서 반죽을 만든다. ● 2 부침유를 팬에 두르고 반죽을 한 숟가락씩 올려 약한 불에서 부친다.



채계장
● 마른나물 취, 토란대, 다래순 각 30g씩, 마른표고버섯 10개, 다시마 50g, 느타리 30g, 숙주 30g, 고사리 30g, 도라지 30g, 각유부(소) 7장, 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된장 1큰술, 들깨가루 1큰술, 쌀가루 1/2큰술 ● 1 마른 나물은 물에 담가두었다가 삶은 후 삶은 물에 5~6시간 담가서 우려낸다. ● 2 다시마와 마른 표고버섯은 맛국물을 미리 만들어놓는다. ● 3 유부도 끓는 물에 2번 데쳐내어 물기를 꼭 짜서 1cm정도로 썰어 놓는다. ● 4 도라지는 먹기 좋게 손질하고 숙주는 씻어서 물기를 빼고, 느타리버섯도 먹기 좋은 사이즈로 찢어 놓는다. ● 5 맛국물에서 건진 표고버섯은 편 썰기 해서 집간장과 참기름으로 밑간해서 살짝 볶는다. ● 6 고춧가루, 고추장, 된장을 섞어 다대기를 만들어놓고 들깨가루와 쌀가루는 맛국물을 조금 넣어 불린다. ● 7 솥에 들기름과 집간장을 넣고 삶은 나물을 손으로 섞으며 덖는다. ● 8 김이 뜨겁게 오르면 마른표고버섯과 나머지 생나물을 넣고 덖는다. ● 9 맛국물을 붓고, 만들어 놓은 다대기를 넣는다. ● 10 펄펄 끓으면 들깨가루와 쌀가루를 넣고 한소끔 더 인다.

러면서 노스님인 성원 스님과 은사 법경 스님으로부터 옛 사찰음식의 비법을 고스란히 전수받았다. “어른스님들로부터 배운 사찰음식의 핵심을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는 평등심입니다. 몸과 마음의 밸런스Balance가 평등하게 맞아야 합니다. 둘째는 불살생不殺生입니다. 다른 생명을 내 먹거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조화로움입니다. 어느 것에 치우쳐서는 안 됩니다. 나와 내가 먹는 음식이 항상 조화로운지를 살펴야 해요.” 스님은 사찰음식을 만들 때는 ‘최소 재료의 최대 활용’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수행자들이 계를 지키는 출발점이 바로 음식이어서 제한된 식재료로 최대한의 영양을 만들어야하고 자연의 재료들로 만드는 음식이기 때문에 맛과 효능을 최대한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음식을 해오다 보니 대안 스님이 만든 레시피는 무려 1,200여 개에 이른다. 장아찌 108개, 밥 80여 개, 국물 100여 개와 전, 구이, 조림, 무침, 찜, 탕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발우공양’을 지키는 대안 스님의 맑은 미소에서 사찰음식의 건강함과 밝은 미래가 엿보인다.

*추천 사찰음식점
발우공양
서울 조계사 앞에 자리한 대표적인 사찰음식점. 리처드 기어가 사찰음식의 본래면목을 체험한 곳이다.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다. 대안 스님이 직접 개발한 다양한 퓨전 사찰음식을 맛볼 수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사찰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발우공양 콩’도 추천.
Tel. 02)733-2081, www.baru.or.kr

감로당
좋은 재료와 정성스런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퓨전 사찰음식 전문점이다. 장류는 직접 담그고 새송이, 연근, 참마, 우엉 등은 산지에서 직접 구입한다. 재료를 다듬을 때도 정수기로 걸러진 물만 사용한다. 사찰음식 기본대로 오신채를 쓰지 않고 고기, 생선 등 육류 음식도 없다. 천연조미료만 사용하고 밀가루대신 국산 감자전분과 찹쌀가루를 섞어 사용한다.
Tel. 02)3210-3397,
www.sachalfood.com

산촌
스님 출신 사찰음식 연구가로 유명한 정산 스님이 20여 년 전문을 연 최초의 사찰음식 전문점이다. 산에서 나는 야채와 산나물 음식이 특히 많다. 북춤과 부채춤 등 전통공연을 즐기며 정통 사찰음식을 맛볼 수 있다.
Tel. 02)735-0132,
www.sanchon.com

채근담
정통 사찰음식에 현대적 요리법을 가미해 인근 젊은 직장인에게 인기가 높다. 백련초, 치자, 청포묵을 무친 오방식 묵채와 우엉을 곁들인 잡채 등이 포함된 정식이 좋다.
Tel. 02)555-9173,
www.chaegundaam.com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건강 밥상

 맛이 아닌 의미로 먹는 사찰음식

인류의 역사는 음식과 함께 발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사찰음식은 한국의 전통문화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독특한 카테고리를 품고 있다. 인간의 욕구 중 가장 첫머리를 차지하는 식욕은 그동안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이기심을 토양으로 발전되어 왔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언론매체 등을 통해서 사찰음식이 소개되면서 사찰음식은 곧 웰빙음식, 건강음식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져 갈수록 사찰음식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평정심을 닦기 위해 먹는 사찰음식
그렇다면 사찰음식이란 무엇인가? 사찰음식은 말 그대로 사찰에서 마음의 평정심을 닦기 위해 먹는 음식을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사찰에서 먹는 음식 이 아니라, 음식의 기본개념을 뛰어넘어 마음 도리를 공부하는 스님들이 먹는 음식이다 보니 정신을 맑게 하여 수행을 돕는 음식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승가에서 ‘먹는다’라는 것은 공양이라고도 말하는데 부처님의 가르침인 중도를 실천하는 것을 사찰음식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몸의 육체적인 측면에서의 보존뿐 아니라 정신까지 건강하고 맑게 성장시키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사찰음식이다.
흔히 사찰음식과 채식이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런 측면에서 사찰음식과 채식은 차이가 난다. 자연식, 채식의 장점뿐 아니라 정적인 상태에서 마음 닦기에 필요한 수행의식의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이 사찰음식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찰음식에서는 동물성 식품과 술, 오신채(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의 사용을 금하고 있다. 『수능엄경』에 육식을 금하는 구절이 명시되어 있고, 오신채는 익혀 먹으면 음욕을 일으키고 날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커져서 수행에 방해된다고 했다. 이런 철학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육류가 채소보다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 배설이 원활하지 않아 병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의 성인병과 만성질환의 발생 원인이 동물성 식품의 과잉섭취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다. 매스컴을 통해 암 선고를 받은 환자들이 육류의 섭취를 줄이고 여러 채소로 이루어진 식단으로 암을 극복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철저한 노력으로 투병해서 암을 극복하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병이 오기 전에 예방하는 식습관을 가졌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건강을 위협하는 식재료의 사용을 줄이고, 왜 안전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와 이 식재료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우리에게 어떤 경로로 왔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건강한 밥상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사찰음식이 더 필요한 이유
사찰음식 재료의 가장 큰 특징은 제철 재료의 활용이다. 절기에 맞추어 제철 재료를 사용하면 건강한 밥상을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농업의 발달로 계절에 상관없이 원하는 재료를 구할 수 있게 됐다. 각재료가 가지고 있는 효능이나 특징을 살펴보면 모두 제철에 사용하는 것이 우리 몸의 오장육부 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식물의 유익한 성분이 우리에게 약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사찰음식은 양념의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향과 맛을 최대한 살리는 순수 자연식이다. 간을 맞추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은 인공화학조미료가 아니라 천연조미료다. 짜거나 맵거나 너무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담백하고 감칠맛이 날 정도로만 간을 맞춘다. 가장 자연에 가까운 음식문화가 우리를 건강하게 한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들의 밥상은 어떠한가? 현대사회의 경쟁구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종 스트레스 속에서 매일 긴장된 생활을 하고 바쁜 일상 속에 식사도 시간에 쫓겨 하다 보니 그저 한 끼를 때운다는 생각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가 우리들의 밥상을 홀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 간편하다고, 시간이 없거나, 요리를 못한다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즉석 조리식품들을 사용하고 있다.
마트에 가보면 식품매장에 즉석조리식품이나 반조리 상태의 식품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 즉석식품이나 여러 식품첨가물과 자극적인 맛에 어릴 때부터 길들면 어른이 되어서도 당연하게 그런 식품들을 찾게 된다. 결국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도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습관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각종 성인병과 여러 질병으로 다가와 남은 시간을 투병하는 데 소모하게 한다. 먹거리는 풍부해졌지만 그에 따른 환경오염과 토양오염 등으로 식재료 또한 위협을 받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점점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되고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지친 현대인들에게 사찰음식이 더욱 더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엄마의 음식 정성이 훌륭한 아이를 만든다
해를 거듭할수록 육아, 자녀교육에 공을 쏟는 엄마들을 자주 보게 된다. 예전보다 엄마들의 자녀에 대한 여러 투자는 늘어나는데, 요즈음 아이들이 성품이 예전 같지 않게 과격해지거나 과잉행동의 성향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환경적 요인이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먹는 음식에 의한 요인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성이 형성되는 아동시기부터 나쁜 식습관으로 아이들의 성품에도 문제가 생겨,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일들이 발생한다.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사찰음식을 먹다 보면 성품에도 변화가 오고 인성형성에도 좋은 영향을 주어 결국 건강도 지킬 수 있게 된다. 음식의 재료가 되어준 자연에 대한 은혜를 생각하면서 음식을 만든 이의 정성과 기품을 느끼다 보면 정신수행이 저절로 될 것이다.
아이들이 예전 같지 않다고 탓만 하지 말고 양에만 치우치는 음식이 아니라 질적으로 건강한 밥상을 만들어주는 것이 어머니들의 가장 큰 임무이다. 어릴 때부터 건강한 사찰음식으로 자라온 아이들이 미래에 어떤 인재가 될지를 생각해보자.
얼마 전부터 국가차원에서 ‘한식의 세계화’란 슬로건을 걸고 한식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제철 식재료와 전통 장류로 맛을 내는 사찰음식이야말로 한식의 베이스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사찰음식을 알리는 행사 때마다 사찰음식을 맛본 외국인들은 담백하고 깔끔한 음식 맛을 극찬했다. 외국인들이 꺼리는 파, 마늘과 젓갈 등의 냄새가 나지 않다 보니 더 선호하고 있다. 외국 사람들이 사찰음식을 맛보고 육류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재료만으로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메뉴를 선보일 수 있느냐고 감탄했다. 미국의 유명배우인 리차드 기어가 내한해서 나중에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에서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았느냐고 물어봤을 때 사찰음식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이야기한 기사를 보았다. 미국의 채식요리와는 다르게 요리 하나하나 뜻이 있고 담백하고 정갈한 맛에 감명받았다고 한다. 맛만으로도 반한 외국인들에게 훌륭한 맛은 기본이고 스토리와 역사를 품은 사찰 음식은 정신적 측면과 건강에 이로운 음식임이 더욱 알려지면 사찰음식의 세계화는 그리 멀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사찰음식을 배우러 오는 수강생들을 보면 사찰음식은 만들기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수업을 하다 보면 의외로 간단한 과정에 놀라워한다. 또 요리하는 것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찰음식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깨달으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본다. 사찰음식은 맛을 즐기거나 식탐을 채우기 위한 음식이 아니다.
수행의 한 덕목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요리하다 보면, 그 음식을 먹는 사람도 건강해질 것을 알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찰음식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닐까?

이선영 | 한식, 양식, 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지닌 요리연구가. 세계의 다양한 요리에 관심이 많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찰음식의 현대화에 정성을 기울이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찰음식을 만들고 싶어 한다. 현재 금당사찰음식문화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안심하고 먹어도 탈나지 않는 절밥
김선우 시인이 맛본 사찰음식



10년 만의 경주행이다. 함월산 기림사에서 3박 4일을 머물렀다. 기림사는 단아하고 아름다운 절집이었다. 가득 채우는 걸 경계하는 잔盞인 계영배戒盈杯처럼, 넘치지 않는 장엄이 평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소박한 절집 마당을 거닐었다. 코끝 쨍한 겨울햇빛이 절집 곳곳의 아름다운 나무들을 만나 고즈넉한 그림자를 만드는 것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들면 나지막하게 절집을 품은 함월산含月山. 달을 머금은 산이라니! 이름 참 근사하다. 새벽예불을 마치는 시간이면 함월산 능선 위에 구르듯 떠있는 밝은 달이 숨을 쉬는 것 같았다. 함월산과 이어진 토함산吐含山의 의미가 불현듯 각성되었다. 머금고 뱉고 내쉬고 들이쉬고…. 아, 그러면 인접한 토함산은 숨 쉬는 산이라는 뜻이겠구나. 달을 머금은 함월산에서 문득 저편의 토함산까지 하나의 호흡이 여닫히는 것을 느낀다. 산 능선이 이어져있듯 이편과 저편이 연결되어 있음이 절집에서는 자연스럽게 깨달아진다.



절에 갈 때 기대하는 세 가지
몸과 마음을 쉬어야 할 때 자주 절집을 찾는다. 한국에 태어나 가장 좋은 것을 들라면, 나는 주저 없이 명산 곳곳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절집이 있다는 것을 꼽을 것이다. 절집에 갈 때 속인으로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세 가지. 그곳에 모셔진 부처님이 어떤 느낌일지. 도착 첫날 참석하는 새벽예불이 어떤느낌을 줄지. 공양간의 음식은 맛있을지. 부처님의 첫인상과 새벽예불의 느낌은 그 절집과 나의 인연에 퍽 중요한 기준이 되는 편이다. 첫 느낌이 환희로우면 가장 좋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받아들이는 내 감각이 잘 깨어있어야 비로소 외부가 잘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니 내 감각을 잘 깨워두려고 노력하
는 편.



그런데 음식은 내 감각의 준비 정도와 상관없다. 좋은 음식은 좋게 들어오고 나쁜 음식은 나쁘게 들어온다. 음식이 나보다 힘이 세다. 20대 이후로 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어본 적이 없는데, 마지막으로 햄버거를 먹었을 때 내 몸이 그것을 소화시켜내느라 아주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나쁜 것을 먹으면 우리 몸은 나쁜 것에 고스란히 점령당한다. 나쁜 것을 빼내느라 시간과 몸이 축난다. 그러니 나쁜 음식은 아예 몸에 들이지 않는 게 상책이다.
나는 그저 간소하게 집에서 먹는 밥이 좋다. 집바깥의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땐 국산 재료를 신선하게 사용하는 곳을 퍽 까다롭게 고르지만 낭패 볼때가 더 많다. 건강한 좋은 음식을 팔고 자연스럽게 돈도 벌면 좋을 테지만, 보통은 돈을 벌기 위해 음식을 팔다 보니 나쁜 음식이 많아진다.



공경하며 먹어야 하는 음식
안심하고 먹어도 탈나지 않는 음식은 집밥과 절밥. 절에 갈 때 절밥 생각에 미소가 떠오른다면 대웅전부처님께서 조금 섭섭해 하시려나. 절집 밥을 먹는 일은 일종의 걸식이다.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 음식에 대해 돈을 따로 지불하지 않는다. 일종의 빌어먹는 밥이다. 그러므로 이 밥을 먹고 그 먹은 것을 알뜰히 좋은 힘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절집에서 밥을 먹을 때 ‘공양한다’고 말하는 그 어감이 좋다. ‘밥 먹는다’라는 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공양한다’는 말은 먹는 행위 너머를 성찰하게 한다. ‘공경하며 먹어야 하는 음식’이 절밥이다. 공경한다는 것은, 몸가짐을 조심스럽게 하여 받들어 모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절집에서 밥을 먹는 일은, 자신의 몸을 부처를 모신 법당처럼 여기며 내 몸에 음식물을 바치는 일이 된다. 이때의 음식은 준비하는 사람의 수고와 정성까지 포함하여 이루어지는 일종의 마음수행의 발현이기도 하다. ‘이 음식을 먹는 이들이 성불하게 해주십시오’라고 하는 마음으로 만드는 절집의 음식은 돈을 벌기 위해 파는 음식과 질적으로 다른 음식이다.
기림사의 절밥은 정갈하고 맛있었다. 공양간 보살님들은 모두 미소가 아름다웠다. 내가 절집음식에서 종종 감탄하는 젓갈 없는 김치는 담백하고 아삭하게 숙성되어 있었고, 과하지 않게 청량한 매운 맛을 내는 절인 고추며, 깨기름과 소금만으로 볶아낸 각종 산나물들은 또 어쩜 그리 맛있는지. 막퍼지기 시작한 햇살처럼 고운 빛깔의 호박볶음은 너무 늙지도 어리지도 않은 호박을 잘 골라야 이런 예쁜 빛깔이 난다고 설명해주시는 공양주보살님의 얼굴이 중요한 사명을 완수한 소녀처럼 진지하고 사랑스러웠다. 내가 음식들을 너무 맛있어 하니 “다음에 밥 먹으러 꼭 또 오세요.”하신다. 소박하고 진심어린 그 말씀에 부처님 마음으로 밥을 지은 사람의 만족감과 긍지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런 음식을 먹으면 부처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좋은 힘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음식의 재료로 자신을 기꺼이 내어준 곡식과 채소들에 한없는 감사를 드리게 된다.



절음식의 지혜가 필요한 우리 시대
요즘 사찰음식이 유행이다. 좋은 음식이 유행이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사찰음식이 몸에 좋은 건강음식으로만 부각되는 것엔 일면 우려도 있다.
몸에 좋은 것이라면 뭐든 먹고 보는 과도한 건강집착은 탐심의 또 다른 발현일 수도 있다. 절음식이 좋은 것은, 이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가를 성찰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음식을 얻기 위해 생명 순환의 모든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통찰하는 불교적 사유의 지혜로움 때문이다. 병든 음식이 병든 마음을 일으키고, 병든 마음이 다시 세상을 병들게 하고, 병든 세상이 다시 우리 마음을 병들게 한다. 이런 악순환을 생명 순환의 건강한 흐름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절음식의 지혜가 소중히 쓰였으면 좋겠다.
절은 내 안의 불성을 깨닫는 곳이다. 절도 절이고 절 아닌 곳도 절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산맥, 수맥, 공기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들이다. 건강한 음식을 감사히 먹고 내가 얻은 에너지를 세상에 잘 회향하여 세상을 건강하게 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가짐. 그것이 절음식을 웰빙음식이라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 아닐까. 어디서든 우리 모두가 절음식을 잘 누렸으면 좋겠다.



김선우 | 시인이자 소설가. 1996년『창작과비평』겨울호에「대관령 옛길」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2000년 첫 시집『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을 펴내었으며, 2002년 첫 산문집『물 밑에 달이 열릴 때』, 2003년 어른이 읽는 동화『바리공주』, 같은 해 가을 두 번째 시집『도화 아래 잠들다』를 펴냈다. 2004년 현대문학상, 2007년 천상병시상을 수상
하였다. 저서로『피어라, 석유!』,『 김선우의 사물들』,『 내 몸속에 잠든이누구신가』,『 나는춤이다』,『 캔들플라워』,『 어디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등이 있다.

내가 사찰음식을 좋아하는 이유

사찰음식점이나 강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사찰음식과의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내가 사찰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를 정리해본다.

“강의를 들었던 친구에게 얘기를 듣고 사찰음식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바로 강의 신청을 해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사찰음식은 담백합니다. 집에서는 육수肉水를 쓰는데, 사찰음식은 채수菜水를 써요. 비린내가 나지 않고 건강에도 좋아요. 집안 어른들은 좋아하시는데, 아이들은 아직 별로라고 하네요.
사찰음식을 배우면서 집에서 하는 요리도 조금씩 바뀌어 가는것 같아요. 이런 작은 변화를 볼 때마다 강의 듣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___ 이선정(52,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건강 때문에 사찰음식을 찾았습니다. 얼마 전 유방암 수술을했는데, 사실 수술 전부터 자연요리에 관심이 많았어요. 자연요리와 가장 가까운 것이 사찰음식이더라구요. 조금씩 사찰음식을 알아가면서 점차 건강도 회복되는 느낌이에요. 인터넷검색을 해보니 수도사에서 사찰음식 템플스테이를 한다는 것
을 알게 됐어요. 템플스테이를 먼저 경험하고 정식으로 강의를 듣고 있는데, 집에서 아이들에게 요리를 해주면 아주 맛있다고 또 해달라고 해요. 육식을 좋아했던 아들의 식성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___ 김경숙(50,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종교는 개신교이지만 은퇴 이후 함께 배울 수 있는 것을 알아보다 사찰음식을 알게 됐습니다. 남편의 ‘식생활 독립’을 목표로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배워두면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아요.”
___ 김판수(65).엄인상(63) 부부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어렸을 때부터 채식을 주로 먹었어요. 그때는 그것이 싫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의 말씀이 너무도 감사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직접 채식을 공부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사찰음식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자리가 있다고 해서 듣고 있어요. 더 배워야 하겠지만 스님의 정성스런 가르침을 들으면서 사찰음식의 취지 등을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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