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경상도 사람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진취적이고 정의적 태도, 짠 음식, 정보 중심의 짧은 언어, 강한 높낮이, 사교적인 말의 생략, 강한 축약, 타인에 대한 높은 경계심 등등. 이런 것들이 경상도 특성으로 지적되어 왔다. 여러 요인 중에서 현저하게
구분되는 것은 역시 말씨일 것이다. 요즘은 끈질긴(?) 표준어 교육에 힘입어 경상도 고유의 발음을 잊은 사람도 많지만, 무의식적으로 발음하는 습관 속에 경상도 사람임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라면 높낮이가 있느냐 없느냐, 길이가 있느냐, 높낮이가 2개인가 3개인가 등 다양한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니면 특정 어미(씨끝)를 중심으로 파악하는 것이 빠른 방법이다. 경상도만 하더라도 "어디 가십니까?"하는 묻는 말을 '어디 가능교?'하고 물으면 대구 경주 울산 부산 등지의 일반적인 경상도 사람이며, '어디 가니껴?'하면 안동 의성 지역 출신 사람이며, '어디 가여?'하고 물으면 상주나 선산 지역 사람이다. 또한 '어디 가니까이다?'라고 물으면 남해나 통영 지역 사람이며 '어디 가는개?'하고 물으면 밀양이나 창녕 지역 사람이다. 또한 특정한 단어의 사용과 특이한 발음은 그 지역 사람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무의식적 발음은 자연 상태에서 속임이 없이 드러나는 것으로 자신과 운명을 함께 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발음이 사람의 생명을 좌우했다는 중요한 사건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성경의 '사사기'에 기록된 길르앗 사람과 에브라임 사람들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성경에 따르면 길르앗 사람들이 에브라임 사람들과의 전쟁에서 이기자 에브라임 사람들을 몹시 핍박했다고 한다. 전쟁에 패한 에브라임 사람들이 이를 견디지 못해 요르단강을 넘어 도망하기 시작했는데, 길르앗 사람들이 이를 막기 위해 요르단 강가를 지키면서 변장한 에브라임 사람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길르앗 사람들은 에브라임 사람들이 's'와 ''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헤브라이어의 강을 뜻하는 'shibboleth'(십볼렛)을 발음하게 했다고 한다. 이때 첫소리 'shi'를 "si"로 발음하면 길르앗 사람이고 "i"로 발음하면 에브라임 사람이라고 판단했는데, "i"로 발음해서 잡혀 죽은 사람이 4만2000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로부터 'shibboleth'가 암호나 표어, 말씨 등을 나타내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만약에 이중에 경상도 사람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발음 때문에 죽었을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일본에 있던 우리 나라 사람들에 대한 슬픈 이야기이다. 1923년 일본에 관동대지진으로 많은 일본인이 죽고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이 때 민심을 수습하기 위하여 계엄령을 내리고 군대를 동원하기 위한 명분이 필요 했는데, 이 명분으로 삼은 것이 '조선인의 폭동'이라 한다. 그래서 대대적으로 조선인을 색출하여 죽이기 시작했는데 조선인을 가려내는 방법이 일본어의 탁음(유성음=울리는 소리)이 들어가는 단어를 발음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첫소리를 일본어처럼 울리는 소리로 발음하기 어렵다. 그래서 첫소리 울림소리를 못내는 우리 불쌍한 조선인들이 6000명 이상 살해당했다. 또한 '노가다'(일용직 노동자) 같은 단어도 이러한 우리 나라 사람들의 발음을 반영한 것이다. 일본어 'どかた'(dokata)는 첫소리가 울리는 "d" 발음이다. 그러나 첫소리 울림소리를 제대로 발음할 수 없어 "d" 발음과 유사한 자리에서 나는 "n"으로 바꾸어 '노가다'(nogada)로 바꾼 결과이다. 이와 같이 발음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높낮이를 제외하고 경상도 사람임을 드러내는 특징적인 발음은 다음과 같은 종류이다.
먼저 'ㄱ'을 자주 탈락시켜 발음한다. 예를 들어 '목욕'이 "모욕"으로 발음하는 것과 같은데, 이는 'ㅛ,ㅠ,ㅕ,ㅑ'앞에서 'ㄱ'을 탈락시키는 것으로 경상도 사람들의 소리 구조와 관련 있다. 반대로 '올해'와 같은 부분에서는 '올개'로 'ㅎ' 대신에 'ㄱ'으로 강화되기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으로 홀소리에도 콧소리를 많이 쓴다는 점이다. 우리말의 콧소리는 닿소리의 'ㅁ ㄴ ㅇ'인데 경상도 말에서는 홀소리도 콧소리를 사용한다는 점이 아주 특이한 점이다. 홀소리가 콧소리로 바뀌는 조건은 '강이'처럼 홀소리 사이에 받침 'ㅇ'이 있거나 '산이'처럼 'ㄴ'이 있을 때, 각각 '가이', '사이'처럼 홀소리가 모두 코안에서 울려 발음된다. 이런 방법으로 '가마니'는 "가마이"로, '시장이'는 "시자이"로, '물동오'는 "물또오"로 발음된다. 만약 이름이 '종건'이라면 이는 "종거이"라고 발음된다.
또 경상도에서는 첫 소리가 입천장소리 '어두 구개음화'로 나타나는 경향도 많다. 우리말에서는 '해돋 +이'(해도지)처럼 보통 형태소 사이 즉, 두 개의 형식이 연결되는 조건에서 'ㄷ, ㅌ'이 'ㅣ'와 결합하여 'ㄷ, ㅌ'이 'ㅈ, ㅊ'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런데 경상도에서는 'ㄱ, ㅎ'도 단어 첫 머리에서 'ㅣ'와 만나면 'ㅈ, ㅅ'으로 바뀐다. 즉 '길'이 "질", '김치'가 "짐치", '힘'이 "심"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잡히다'가 "잽히다", '속이다'가 "색이다", '벗기다'가 "백기다"로 되는 것처럼 뒤쪽의 홀소리가 앞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전설 모음, 움라우트라고 한다.) 홀소리의 발음은 뒤 쪽에서 발음하는 것보다 앞 쪽에서 발음하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그 외에도 첫소리를 된소리(ㄲ, ㄸ, ㅃ)로 발음하는 어두 경음화가 발달한 편이다. '가지'를 "까지", '굴'을 "꿀", '갈치'를 "깔치" 등으로 발음하는 것이 그 보기이다.
또 낱말 중에 'ㄴ'을 첨가하여 발음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나중'을 "난주", '여치'를 "연치", '까치'를 "깐치"나 "깐챙이", '꾸지람'을 "꾼지람", '가지러니'가 "간지로미"로 나타난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는 '버드나무, 소나무, 부살개, 부손'등 'ㄹ'이 탈락되는 단어도 버들나무, 솔나무, 불살개, 불손 등으로 형태를 고정시켜 인식하기 쉽도록 발음하고 있는 것도 특이한 발음이다.
아울러 '잇기다'는 "익기다", '굳게'가 "국게", '밥그릇'이 "박그륵", '곱게'를 "곡게"로 발음한다든지 '손발'을 "솜발", '감기'를 "강기"로 다른 지역과 차이 나게 닿소리를 동화시켜 발음하는 것도 경상도 발음의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춥다'가 '추워''추워서'등으로 활용되는 데 경상도 지역에서는 '추버', '추서' 등과 같이 'ㅂ'이 활용에 그대로 나타난다는 정직한 발음이 특징이다.
이와 같이 경상도 발음의 특징적인 발음법은 대체로 발음을 쉽게하거나 인식을 편리하기 위한 방법이거나 특정한 구조에 맞추기 위한 발음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 '갔습니까'의 지역별 발음
함경도 |
갔씸등, 갔습메. 갔씀능가 |
평안도 |
갔씀메까 |
황해도 |
갔씀나 |
경상도 |
갔능교, 가씻소 |
전라도 |
가아새라우 |
제주도 |
가수꽈, 가수니까 |
경기도 |
갔습니까 | |
◇ 경상도 사람 특유의 발음법
ㄱ발음 탈락-강화현상 |
목욕→모욕 올해→올개 |
홀소리에 콧소리 사용 |
강이→가이 가마니→가마이 종건(사람이름)→종거이 |
어두 구개음화 |
길→질 김치→짐치 힘→심 |
전설모음 (움라우트) |
잡히다→잽히다 벗기다→백기다 |
첫소리 경음화 |
가지→까지 갈치→깔치 |
ㄴ음 첨가 |
나중→난주 꾸지람→꾼지람 가지러니→간지로미 |
ㄹ음 유지 |
버드나무→버들나무 부살개→불살개 |
ㅂ음 활용 |
추워→추버 | |
사투리의 미학 <7> 국시·춤, 과 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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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국수 뽑는 장면이다. 이 모습을 보고 경상도 사람들은 "밀가리로 국시를 맨들고 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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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로 '국수'와 '국시'의 차이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차이점으로 우선 '국수'는 서울사람이 먹는 것이고, '국시'는 갱상도 촌사래미 묵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다음으로 만든 재료에서 '국수'는 '밀가루'로 '만든' 것이고 '국시'는 '밀가리'로 '맨든' 것이 차이가 난다. 또 '밀가루'와 '밀가리'의 차이점은 '밀가루'는 봉투에 담아 파는 것이지만 '밀가리'는 '봉다리'에 담아 파는 것이란 점이다. 더 나아가 '봉투'와 '봉다리'의 차이점은 '봉투'는 침을 발라서 붙인 것이지만 '봉다리'는 '춤'을 발라서 붙인 것이며, '침'과 '춤'의 차이점은 '침'은 '혓바닥'에 '묻어'있는 것이고 '춤'은'빠닥'에 '문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상도 사람들은 토속적인 '국시'가 '바닥에 춤을 문치가 봉다리에 담아 파는 밀가리로 맨든 촌사람이 묵는 것'이 더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다 아시다시피 사용된 낱말에 어원적인 차이가 없어 뜻과 맛의 차이는 없다. 단지 홀소리나 닿소리의 발음 차이가 우리를 웃게 만든다. --------------------------------[본문 2:2]----------------------------------- 이처럼 발음의 차이를 만든 원인은 무엇일까? 위의 '봉다리, 바닥'을 제외하고 경상도 어휘로 나타난 '국시, 밀가리, 춤' 등의 낱말의 홀소리(모음) 발음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것은 '수'보다는 '시', '루'보다는 '리'로 발음하는 것과 같이 주로 'ㅜ'로 발음하는 것보다 'ㅣ' 홀소리로 발음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발음에 들이는 노력을 줄이기 위한 발음 경제의 일환으로 확인된다. 이 경우를 보통 'ㅜ'소리가 'ㅣ'소리보다 입 앞쪽에서 나기 때문에 앞홀소리 되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앞홀소리는 뒷홀소리보다 앞쪽에서 발음되기 때문에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발음할 수 있는 쉬운 발음이다. 또 소리의 전달 효과도 확실하기 때문에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경제적으로 발음할 수 있다. 경상도 홀소리는 높낮이의 영향 때문에 복잡하고 힘든 조음 위치를 가진 어중간한 발음의 홀소리는 모두 발음하지 않거나 퇴화시켜버려서 다른 지방보다 간단한 홀소리 조직을 갖고 있으며 앞에 오는 닿소리의 영향에 따라 홀소리를 선택하여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침'이 '춤'으로 나타난 것은 앞쪽에서 발음되는 'ㅊ'과 어울리는 'ㅣ'발음보다 어려운 'ㅜ'를 선택한 것이므로 '국시, 가리' 등의 'ㅣ'선호 발음에 어긋나는 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발음은 쉽고 간편한 발음을 지향하려는 경상도 발음의 근본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춤'의 음절 구성을 살펴보면 'ㅊ + ㅜ + ㅁ'으로 첫소리 'ㅊ'은 앞쪽에 소리 나는 닿소리이고, 끝소리 'ㅁ'이 앞쪽에서 소리 나지만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서 발음하는 닿소리이다. 입술이 모아지는 끝닿소리를 발음하기 위해 입술은 필수적으로 모아서 발음해야 한다면 여기에 기대여 'ㅜ'발음을 하면 쉽게 발음될 수 있다. 이른바 무임승차이다. 편한 것이 효율적이며 아름답다. 또 다른 농담이 있다. '팔'을 '폴', '파리'를 '포리', '팥'을 ''으로 알고 있는 경상도 사람이 서울에 가서 콩을 사러 갔다. '팥'을 ''이라 해서 촌스럽다고 놀림받은 적이 있는 경상도 사람은 놀림을 면하기 위해 당연히 '콩'도 '캉'일 것으로 생각해서 '캉 주세요'해서 더 놀림을 받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시쳇말로 '오버한 것'이며 전문적인 말로 '부정 회귀'(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어형을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어형으로 돌려 놓았는데, 알고보니 바른 어형을 잘못된 형태로 바꾼 것)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은 '팥'이 ''보다 세련된 발음이라 여기는 편견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팥'과 ''은 중세 국어의 ''에서 변화한 말이다. '아래아(·)'는 나중에 'ㅗ'나 'ㅏ'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정착된다. 그 예로 '쵉리'는 경상도 지역에서는 '포리'로, 그 외 지역에서는 '파리'로 정착된다. 소리의 변화는 규칙적이며 일반적인 원리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일반 원리란 발음이 편하도록 형태를 바꾸거나 뜻을 확실히 구분하겠다는 의도에 따라 어려운 발음도 불사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발음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어려운 발음보다는 발음이 편하도록 노력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쵉리'의 경우, '쵉'의 첫 닿소리인 'ㅍ'이 두 입술 자리에서 나는 소리이므로 발음이 편하기 위해서는 '· '를 'ㅗ'로 변화 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입술 소리가 나는 자리에 그대로 둥의 요소만 붙이면 되기 때문에 발음이 쉽다 그러나 '파'의 경우는 입술 소리에서 먼 'ㅏ'를 선택한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발음의 시간이 길어져 경상도 사람에겐 어려운 발음이 된다. '파리'는 '포리'와 같이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아래아'와 관련된 홀소리의 변화는 앞 닿소리의 입술 둥에 따라 입술 둥의 요소를 선택한 경상도식 발음이 더욱 효율적인 발음이 된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타는 '말'도 '몰'로 발음하여 '몰만한 처녀'와 같은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포리'나 '폴', ''이나 '몰', '포리'는 부끄러운 유산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발음인 것이다.
사투리의 미학 <8> 개죽은 모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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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철홍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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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경상도 시골 할머니가 서울 아들집에 갔다. 서울 역에 도착했다. 길을 모르는 할머니는 택시를 탔다. 그러자 운전수는 친절하게 "할머니, 어디 가시나요?"하고 물었다.
원래 서울사람들은 싸가지가 없고 불친절하다고 생각한 할머니는 서울 택시 운전사도 어른한테 출신을 이렇게 묻는가 싶어 화가 났다. 그래서 "부산 가시나다 와"하고 쏘아댔다.
여하간 할머니는 아들네 집에 도착했다. 문이 잠겨 있자 집안을 향하여 "야야 새때 끼라라. 어이"하고 소리쳤지만 무슨 소린지 알아 듣지 못해 그날 할머니는 많은 시간을 밖에서 떨어야 했다.
할머니는 우여곡절 끝에 집안에 들어가 서울 출신 며느리에게 저녁상을 받았다. 그날 저녁은 젊은 며느리가 신경을 썼지만 밥은 질고, 된장국은 식은 상태로 밥상을 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며느리를 "이기 밥가 죽가?"하고 타박했지만 며느리가 무엇을 바꿔준다는 뜻이지 난처해하자 할머니는 속이 탔다.
그리고 식은 국을 보이며 "야야 이거 데파 주라"했더니 며느리는 부엌으로 달려가 대파를 숭숭 썰어 국에 넣어드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다음날 할머니는 목욕탕에 가서 묵은 피로를 칼컷게 씻어내려 목욕탕을 가려고 했다. 그래서 며느리에게 "야야 가근방에 개죽은 모욕탕이 어데고?"하고 물었다. 그러자 며느리는 "어머니 개가 죽은 목욕탕은 여기 없어요"하고 말했다고 한다.
또 이 집에 할머니의 손자 '안 득기'가 있었는데 처음에 서울로 전학 가서 학교생활이 낯설고 힘들었다. 득기가 피곤해서 수업시간에 맨 뒤에 앉아 졸고 있었다. 경상도 출신 선생님이 이를 보고 "어이 너 이름 뭐꼬?"하고 물었다. 그러자 덕기가 "안 덕깁니다"했다. 안 듣긴다는 말에 화가 난 선생님이 "뭐라? 안 듣기나? 내말 들리나?"하자 득기가 "덕깁니더"하자 다시 선생님이 물었다. "이름이 머꼬?"하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득기는 "안 덕깁니다"라고 했다. 선생이 화가 나서 득기에게 청소를 시켰다.
친구와 같이 유리창 청소를 하던 득기는 친구가 유리창에 낀 때를 지우지 못하자 친구를 위해 이렇게 충고 했다. "신문지에 춤 바르고 매매 문떼바라" 그러자 친구가 "문을 떼면 선생님께 혼난다"라고 했다. 득기는 이에 "글나?"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친구가 다시 "긁지는 않고 혼만 나"라고 했다. 그러자 우리의 득기가 이렇게 말했다. "맞나?"그 친구는 다시 "맞지는 않고 야단만 쳐"라고 말했단다.
나중에 득기는 할머니를 만나 이러한 사실을 가지고 "글마가 그쿠니 내가 그카지"하면서 말하니까 옆에 있던 서울 아이들이 "봐라. 일본사람이지"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우스갯소리는 서울 사람과 경상도 사람의 의사 소통 부재를 과장해서 만든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웃다가도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경상도 사람이 표준어를 배워서 원활한 소통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새떼 끼라라'는 '열쇠로 열어라', '밥가 죽가'는 '밥이냐 죽이냐'로, '데파'는 '데워'로, '칼컷게'는 '깨끗하게'로, '개죽다'는 '가깝다'로, '가근방'은 '근처'로, '매매'는 '힘껏'으로 '문떼바라'는 '문질러라'로 바꾸고 '글나'는 '그것이 사실이냐?'로 '맞나'는 '(그 말이) 옳으냐?'는 뜻으로 바꿔야할 판이다.
그러나 표준어로 바꾼다면 의사 소통을 수월하게 한다는 이유로 다양한 경상도의 말맛을 잃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보통 사람들은 특정한 사투리가 그에 대응되는 표준어가 있어서 그에 따라 바꾸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실상은 다르다.
우선 '칼컷다'의 경우, '깨끗하다'로 바꾸면 될 것 같지만 그 환경과 의미가 다르다. '깨끗하다'의 경우는 표준어에서는 '① 맑다, 끼끗하다, 칠칠하다, 정결(淨潔)하다, 정(淨)하다, 결정(潔淨)하다, 식정(拭淨)하다, 식청(拭淸)하다, 청결(淸潔)하다, 청정(淸淨)하다, 청절(淸絶)하다, 건정(乾淨)하다, 간정(幹淨)하다, 간정(簡淨)하다, 소쇄(瀟灑)하다 ② 단정하다, 정갈하다, 정갈스럽다, 말끔하다, 청허(淸虛)하다, 청징(淸澄)하다, 징청(澄淸)하다, 정결(淨潔)하다, 인결하다 ③정정당당하다 ④ 텅비다, 비다 ⑤ 조촐하다, 선명하다, 아름답다, 산뜻하다, 작작(嚼嚼)하다 ⑥ 개결(介潔)하다, 개정(介淨)하다, 결백(潔白)하다, 청정무구(淸淨無垢)하다, 충담(沖澹)하다 ⑦ 말짱하다, 감쪽같다, 완전하다 ⑧ 청순(淸純)하다, 청초(淸楚)하다, 청신(淸新)하다 ⑨ 구김살없다, 티없다, 경결(耿潔)하다, 아(雅)하다'와 같이 많은 경우에 쓰일 수 있는 단어이다(전문적으로는 기능 부담량이 많다고 한다). 이렇게 기능 부담이 많은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로 통합되어 쓰이기 때문에 그 환경과 의미가 자세히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경상도 양산이나 밀양, 창녕 말에서는 '칼클타'와 '깨끗하다'가 있고, 합천 묘산말에서도 '깔컬타'와 '깨끗다'가 함께 쓰이고 있다는 점은 두 단어의 기능 부담이 다르다는 증거가 된다. '칼컷다'의 경우는 '시원하다, 깔끔하다'와 같은 환경에 쓰이는 단어이고 '깨끗하다'는 '청결하다, 맑다'는 뜻으로 쓰이는 단어이다. 만약에 이것이 같은 의미와 환경을 가진다면 구분되어 쓰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새첩다'의 대응 표준어가 '예쁘다'로 인식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새첩다'와 '예쁘다'는 그 환경이 다르다. '새첩다'는 '귀엽고 앙증맞다'는 뜻으로 물건이나 사물에 주로 많이 쓰이고, '예쁘다'는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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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 '어여쁘다'에서 변한 말로 얼굴이 아름답다는 뜻으로 사람에 자주 쓰이는 단어이다. 그러므로 '의자가 예쁘다'보다는 '의자가 새첩다'가 더 적절한 표현이 되는 것이다. 만약에 경상도 말 '새첩다'를 모두 '예쁘다'로 대응 시키면 다양한 말맛이 모두 사라진다. 언어의 표현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인식이 세분화되었다는 것이고 인식이 세분화된다는 것은 그에 따라 삶의 가치가 다양하고 정확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지시하는 대상이 같은 말이라도 그 말맛은 다르다. 경상도 말에서 '꿀밤나무'나 '도토리나무', '상수리나무'는 다 같은 나무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노래에 나오듯이 '커다란 꿀밤나무 아래서…'부분을 '커다란 상수리 나무 아래서…'라고 표현한다면 어릴 적 친구와의 정담도 반감될 것이다. 우리에겐 '꿀밤나무'도 필요하고 '상수리나무', '도토리나무'도 필요하다. 우린 '상수리나무' 아래에서 논 적이 없고 '꿀밤나무' 아래에서 논 적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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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의 미학 <9> 소꿉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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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를 쓰는 아이들도 ( )를 할 때는 표준어를 쓴다"는 사실에 ( )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
이 문제의 답은 '소꿉놀이'다.
아이들의 소꿉놀이는 사투리를 쓰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결과이다.
인간의 언어발달은 3세에서 6세 때 완성된다. 이 때 배운 언어가 자기의 모국어가 된다.
아무리 서울에서 태어난 아이라도 말 배우는 시기에 시골에 있는 할머니에게 맡겨 길러질 경우에 아이의 모국어는 자라난 시골말이다.
이러한 모국어는 이성적인 사고, 의도적인 노력 없이는 평생을 함께 하는 숨길 수 없는 증거물이 된다.
서울말을 열심히 배운 경상도 여자들도 난처한 상황에 도달하면 갑자기 '우짜노'하는 감탄사가 튀어 나온다.
또 첩보 영화를 보면 국적을 숨기고 완벽하게 위장한 첩자라도 꿈을 꾸거나 무의식적인 독백 중에 자신의 모국어가 나와 신분이 들통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사투리는 우리의 의식 속에 지배받고 있다가 그 의식이 제어하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아이들의 소꿉놀이는 가상적인 역할 놀이다. 본능에 지배받는 놀이가 아니다. 그러므로 소꿉놀이는 자신의 모국어보다 이상화된 모델인 표준어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빠, 엄마 역할을 모델로 삼아 흉내내기 놀이를 할 경우는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
경상도 아이들도 '왔다, 밥 도, 자자'가 아니라 '여보 나 왔습니다. 밥 주세요, 잠을 잡시다'가 일상적인 소꿉놀이의 대화가 된다.
예전에 직장 생활을 하는 며느리가 시골에 있는 시어머니를 불러다가 집안 일을 시키고 애를 보게 했다.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시어머니는 며느리 보는 앞에서 손자와 같이 놀면서 손자에게 말을 가르쳤다.
비행기 모형을 들고 이기 '비행구'다. '비행구 따라 해라.' 가위를 들고 이건 '가시개'하고 가르치고 혀를 내고 '쌨바닥'이라고 가르쳤다. 이를 본 며느리는 다음부터 아이를 시어머니에게 맡기지 않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아마 며느리는 아이의 모국어가 시어머니의 시골말이 될까 두려웠던 모양이다.
아이들의 소꿉놀이는 경상도 말로 '동두깨비' 혹은 '반주깨놀이, 반지깨'라고 한다.
일부지역(진양)에서는 두 낱말이 서로 결합해서 '동지깨'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단어의 결합은 사이를 뜻하는 '새'와 중간에 먹는 음식인 '참'이 결합해 '새참'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낱말을 만드는 방법이다.
'동두깨비'는 '독 두깨비' 즉 단지나 독이 깨진 사금파리를 의미하는 낱말로 옛날 아이들이 그릇 대용으로 쓰던 물건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또한 '반주깨'는 '반느질 고리'를 의미하는 데, 여기에 인형이나 작은 살림살이를 담아 가지고 놀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소꿉놀이를 '반주깨 놀이'라고 한다.
경상도 말의 특이한 낱말로 보이는 여러 단어들은 옛말의 흔적이 남아 있거나 기억상으로 편리한 형태로 고정하여 만든 합리적인 것들이 많다. 이런 어휘들은 우리말을 풍부하게 하고 우리 민족의 고유한 의식세계를 내포하는 가치 있는 것이다.
'토마토'는 외래어로 고유어로 대체할 만한 다른 낱말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경상도 말에는 '토마토'가 '땅에서 나는 감'이란 뜻으로 '땅감'으로 불린다. 나무에 열리는 홍시나 단감 말고도 그 모양이 비슷한 토마토를 '땅감'으로 부른다면 굳이 '토마토'란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어휘를 풍부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지진'은 한자어이다. 그러나 경상도말에서는 '땅에서 나는 불'이라 '땅불'이라 한다. 지진보다 '땅불'이 낱말의 뜻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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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경상도 말의 어휘를 어색하고 낯설게 보는 것은 그 낱말이 가진 멋진 표현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온다.
붉게 물든 저녁 노을을 바라보면서 햇살이 부채살처럼 솟아오르는 모양처럼 이해한 사람들은 노을을 '북살'이라고 자연스레 표현한다. 나불거리는 파도를 '나부리'라고 표현 하는 사람들이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자연스런 '나불'을 놔 두고 '파도(波濤)'로 표현하고자 하는 그 관념성이 어리석은 것이다
사투리의 미학 <10> 새들의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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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 중에는 노래하는 새가 따로 있다. 까치 멧비둘기 등은 단순한 소리만 반복해서 내지만 종다리 쇠유리새 휘파람새 등 '명금류'라고 불리는 새들만 가락을 이용해 노래할 수 있다. 그런데 새들의 노래는 지방마다 다르다고 한다. 즉 동물도 사투리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조류가 사투리를 한다는 것은 동물도 부모나 이웃으로부터 같은 언어 학습을 받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중요한 사실이 된다. 새들의 사투리는 지역적으로 통용되는 신호라서 새로 태어난 새끼새는 사투리를 알지 못할 것이고, 그 새가 그 지역에서 원활하게 살아 가면서 구애를 통한 번식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누군가에 의해 사투리를 전수받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 철새보다는 텃새가 한 곳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사투리로 소통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에 사는 휘파람새는 겨울철에는 필리핀에 갔다가 여름철이 되면 번식을 위해 다시 우리 나라를 찾아오는 철새인데도 사투리가 있다고 한다. 철새인 휘파람새에게 사투리가 있는 이유는 이들이 태어난 곳에서 자기 아버지나 이웃집 아저씨에게 배우고, 다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찾아와 번식을 하면서 2세들에게 사투리를 전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제주도의 휘파람새는 휘파람 앞 부분의 소리가 길게 이어지는 반면에 내륙지방 휘파람새의 소리는 잘게 끊어지는 경향이 있고 거제도나 완도에 사는 휘파람새는 제주도와 내륙의 중간 정도에 해당되는 휘파람 소리를 낸다고 한다. 또한 휘파람 소리 다음에 계속 이어지는 음절들도 각 지역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의 언어와 마찬가지로 새들의 노래에도 새들은 사는 곳에 따라 음절의 모양 뿐 아니라 음의 높낮이도 판이하다고 한다. 숲이 우거져 휘파람새가 몰려 사는 제주도에는 소프라노가 많은 반면, 드문드문 사는 육지의 휘파람새는 바리톤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같은 경상도 말이라도 내륙지방과 해안지방의 언어가 다른 이유와 밀접하게 닮아 있다는 것인데, 새들도 인간의 사투리의 분화와 같은 방식으로 노래가 분화된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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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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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새를 명명하는 어휘에도 지역별로 다르다. 일반적으로 새들의 명칭은 대체로 새의 특성에 따라 붙이는 것과 새의 노랫소리로 붙이는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지역 사람들이 인식하기 쉽고 구별하기 쉬운 방법에 의해 다양한 이름이 나타난다. 이 중 새의 특성은 크기나 색깔 사는 곳, 습성 등 여러 가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특징적으로 판단되는 부분을 이용해서 이름을 짓는다. 그 예로 흔히 보는 '참새'는 '먹을 수 있는 진짜 새'라는 뜻으로 붙인 의미이며 또한 '황새'는 '크기가 크다'는 뜻으로 붙인 '한새'에서 변한 말이다. '까마구'는 검정 색깔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쇠기러기'는 '소와 같이 큰 기러기'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고 '멧까치'는 산에서 산다고 붙인 이름이다. 그리고 '부앵부앵' 우니까 부앵이, 따옥따옥 우니까 '따오기', 꾀꼴꾀꼴 우니까 '꾀꼬리'로 붙인다. 이처럼 새의 이름은 지역에 따라 인식하기 쉬운 방법으로 이름을 붙이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새의 이름 중에서 '두견새'와 같이 한자어로 된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경우나 일본말인 '잉꼬(インコ)'로 불리는 새는 이름으로써는 식별하기 어려우니까 울음소리인 '소쭉새'로 인식하거나 특성에 따라 '사랑새'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런데 소쩍새(두견새)나 뻐꾸기가 생김새로는 쉽게 구별되지 않고 울음 소리도 유사해서 대부분의 경상도 사람들은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두 새의 울음이 '풀국풀국'으로 들리는 거창 남해 합천 거창 창원 지역에서는 '풀꾹새'로 부르고, '부꿈부꿈'으로 들리는 양산 의령 사천 지역에서는 '부꿈새'로 부른다. '뚜꾹뚜꾹'으로 들리는 진주 지역에서는 '뚜꾹새'로 불리기도 한다. 이렇듯 지역에 따라 자신들이 인식하기 쉬운 방법으로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기억의 편리성 때문이다. 그러나 더러는 젊은 사람이나 표준어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원래의 명칭이 고상하고 더 유식해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향도 많다. 다음의 부산말을 생각해 보자. "봄이 되면 '띠지기'가 땅을 파고, '뿔찌'가 잠자고, '똑딱새'가 나무를 찍고, '물닭'이 알을 낳는다." 이 문장에 나타난 '띠지기, 뿔찌, 똑딱새, 물닭' 등은 젊은 사람들이 쉽게 알기 힘든 낱말 같아 보인다. 그러나 낱말의 뜻을 잘 살펴 보면 원래 이름보다 그 대상을 알기 쉬운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띠지기'는 '땅을 뒤지기 좋아 하는 동물'이니까 '두더지'를 나타내는 말이고, '뿔찌'는 '뿔이 있으며 찌(쥐) 모양으로 생긴 새'로 '박쥐'에 해당하는 낱말이다. '똑딱새'는 '똑딱거리며 나무를 찍는 새'로 '딱따구리'를 말한다. '물닭'은 '물에 사는 데 닭 모양을 하고 있는 새'로 '뜸부기'를 부르는 말이다. 이렇게 이름 속에서 그 동물의 특성이 드러나게 만든 것은 인식의 편리함 때문이다. 동물의 이름은 그 특성이나 모습에 따라 기술하는 것이 추상적인 이름보단 효율성이 높다. 특히 올빼미와 부엉이는 모양으로는 쉽게 구분되지 않고 두 귀가 머리 위에 뾰쪽하게 솟아난 것을 보고 부엉이로 인식할만큼 서로 구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양산 지역에서는 뿔을 가진 새라는 의미로 부엉이를 '뽈찡이'로 부른다. 또한 '꽁꽁꽁' 우는 '꿩'의 경우, 수컷은 '장끼'로 암컷은 '까투리'로 구분해 부르지만 보통 사람에게 암수의 구별은 쉽지 않다. 그래서 경상도 사람들은 장끼와 까투리를 그냥 '암꽁' '수꽁'으로 부른다. 암수를 복잡하게 구분하는 것보다는 아예 암수의 이름을 달아서 부르는 편이 머리가 복잡해지지 않는다. 유식한(?) 까투리보단 무식한(?) 암꽁이 더 유용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쉬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