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사투리의 미학_01

醉月 2010. 12. 24. 08:31

사투리의 미학 <1> 부산사람, 부산말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부산의 문화와 역사, 정신이 응축된 사투리의 가치를 되살리는 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부산시 전경.
사투리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의 자원이다. 부산 사투리는 부산 사람들의 삶의 반영물이며 영원히 마르지 않는 정신의 샘인 것이다. 그 속에는 부산의 역사와 수천년간 갈고 다듬어진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 지역의 말은 그 지역의 문화와 정서가 응축돼 있지만 획일적인 정책으로 인해 쓸모 없는 말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투리 죽이기'로 일관된 정책은 우리말의 다양성이나 역사성, 아름다움과 매력마저 버리는 우를 범했다.

본지는 이같은 국어정책의 잘못을 바로 잡고 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지역의 문화 정체성 찾기 차원에서 '사투리의 미학'을 기획했다. 이번 기획에서는 오랜 역사를 지닌 사투리의 가치를 발굴함으로써 앞으로도 영원히 자손에게 물려줄 자랑스런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확인하고자 한다. 말의 뿌리를 찾는 일부터 경제성과 해학성, 그 속에 담긴 사고방식 등 사투리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세세히 점검하고 앞으로의 활용방안까지 모색해 본다.


부산에 사는 부산사람은 부산말을 하고 산다. 어머니의 말을 들으며 흉내를 내고, 동네 친구들과 노는 동안 부산말을 깨우치며 자란다. 운명적으로 부산말을 배우고 일생 동안 함께 삶을 영위한다.

"잘가라"는 말보다 "잘가래이"에 녹아 든 긴 여운 속에서 할머니의 따뜻한 품안을 기억하고, "얌생이 몰다"라는 익은 말 속에서 미군 구호물자를 훔치던 가난했던 시절의 아픈 상처를 생각해 낸다. 또한 다양한 높낮이 속에서 남포동 선창의 떠들썩하고 힘찬 얼굴을 떠올리고 자갈치 아지매의 억센 삶을 이해한다.

이처럼 부산말에는 부산 사람의 삶이 녹아 있으며 역사가 담겨 있다. 부산말을 이해한다는 것은 말 속에 녹아 있는 부산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요, 부산의 역사를 이해하는 일이다. 이는 곧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삶의 행복감을 높이는 것은 자기 정체성이 확립된 이후에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학교에서 어색한 표준말을 배우고 이상한 억양으로 이를 흉내내고 있다.

요즘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글을 읽히면 표준말과 부산말이 뒤섞인 이상한 억양의 발음이 나타난다. 평소에는 부산말을 쓰다가 특정한 상황에서는 표준말을 쓰는 등 이중의 언어생활을 하고 있다.

학교의 표준말 교육은 서울 외의 지방말은 버려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지역어에 대한 차별 정책으로 표준적인 한국어에서 벗어난 말은 '버려야 할 유산'으로 여기게 되고 은연중에 열등감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부산 사투리의 보고인 자갈치 시장에서 매년 열리는 '부산 자갈치축제' 모습.  
표준어는 만들어진 언어로 우리말의 체계와 역사를 이해하고 한국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부산을 이해하고 부산사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부산말을 이해하고 지켜나가는 것은 바로 부산사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인 것이다.

요즘 들어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특정 지역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분권화에 따른 지역 사람들의 부상과 정치의 중심세력으로 부각한 젊은 세대로 인해 지역에 대한 자기 동질감이 확대됐다. 지방에서 올라온 새로운 정치세력이 정치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 노력한 결과로, 출신 지역의 언어를 여과 없이 사용해 지역 사람들의 호응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동서로 분화된 정당 구도는 이러한 지역어의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역어가 관심의 대상이 된 또 다른 이유는 지역어의 색다름과 특이성이 호기심을 유발하고 이것을 상업화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영화 '친구' 이래로 부산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많은 대중 매체에서 이를 흥행의 필수 요소로 채택하기도 했다. 영화 '남남북녀' '황산벌' '위풍당당 그녀' '선생 김봉두' '목포는 항구다', 드라마 '명랑 소녀 성공기' '피아노' 등에서 지방말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황산벌'은 경상 전라 평안도의 말을 대사로 사용해 사투리의 멋을 한껏 살려 놓았다.

노랫말이나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사투리는 호소력을 띤다. 가수 강산에는 '명태'를 함경도 말로, '와 그라노'를 경상도 말로 노래했다. '개그콘서트'에서는 '생활 사투리'를 통해 여러 지역말을 비교 소개하고, '폭소클럽'에서는 강원도 말이 소개되었다. 개그맨 김제동과 강호동은 경상도 말을 사실적으로 사용하지만 다른 개그맨보다 인기가 높다.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 가요, 오락 프로그램 등 대중 매체에서 지방말이 각광받는 이유는 표준어 교육에 따라 획일화된 문화에 대한 거부감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신세대로 상징화된 인터넷 세대는 '낯섦에서 오는 신선한 충격'을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동일 지역의 신세대는 자신들의 언어에 대한 동질감으로 인해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것을 개성적 표현의 수단으로 활용하게 된다.

지역어에 대한 인식이 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주고 다양성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지역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지역어에 대한 관심은 특이성에서 비롯되는데 그 특이성은 차별을 낳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즉, 특이한 억양과 발음, 낯선 어휘만이 부각된다면 이는 문화로서의 지역말이 희화화된 요소로만 왜곡될 우려가 있으며 이러한 이질감은 거부감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유머 한 토막을 살펴 보자.
서울 신혼 부부가 붕어빵 장사를 보고

여 : 자기야 저 붕어빵 먹고 싶어. 사 줘.
남 : 그래 자기 여기 있어. 맛있게 먹어.
여 : 자기야 이거 머리부터 먹을까 꼬리부터 먹을까?
남 : 자기는 아무렇게 먹어도 다 이뻐.

 

이것을 부럽게 본 부산 신혼 부부가

여 : 보소 저 붕어빵 사 주소.
남 : 뭘라꼬.
여 : 묵고 싶어서예.
(남자 마지못해 사준다.)
여 : 보소. 이거 대가리부터 묵을까예 꼬랑데이부터 묵을까예?
남 : 닌 사주도 지랄이가.

이 유머에서 부산과 서울의 신혼 부부는 대등한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서울부부는 막 결혼한 사랑하는 사이 같아 보이지만, 부산부부는 결혼한 지 10년쯤 된 권태기의 부부인 것 같다. 부산말은 애정을 갖고 말할 때는 매우 애교스럽고 정답지만 아무 감정 없이 말할 때는 투박하고 무뚝뚝하다. 위의 유머를 다음과 같이 바꿔보면 전혀 우습지 않다.

여 : 저 붕어빵 좀 사 주이소예.
남 : 와 배고프나?
여 : 그냥 묵고싶어예.
남 : 아나, 많이 무우라.
여 : 이거 입부터 묵을까예 끄티부터 묵을까예?
남 : 니는 마 무도 이쁘다 아이가.

이처럼 부산사람이 무뚝뚝하다고 인식하는 이유는 어휘나 표현의 문제가 아니고 발음과 억양, 즉 화법의 문제인 것이다. 언어 표현의 상황적 요인을 없애버리면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이해하기 힘들다. 부산말이 무뚝뚝하다지만 애정을 가지고 말하면 정감이 넘친다. "많이 무라"보다는 "많이 무거라"가, 이것보다는 "많이 먹거래이"가 더 정감있게 들린다.

결국 부산말은 부산 사람의 인식과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특정한 요소만을 강조하거나 비교하는 것은 부산말에 대한 인식을 왜곡시키고 타언어와의 차별을 낳게 된다. 우리가 부산말을 올바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사투리의 미학 <2> 경상도 말과 전라도 말

 
  신라와 백제의 명운을 가른 황산벌 대첩을 다룬 영화 '황산벌'은 경상도와 전라도의 '사투리 버전'으로 영화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뒷말이 길어지는 전라도 사투리와 짧게 끊는 경상도 사투리는 평야와 산악지대라는 지리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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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지역의 사람들을 낮춰 부를 때, 경상도 보리 문디, 전라도 깽깽이, 충청도 핫바지, 강원도 감자바우, 서울 뺀질이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런 말은 팔도 사나이가 모이는 군대에서 가장 많이 듣고, 더러는 지역 감정을 자극하는 사람들이 많이 언급한다.

경상도 '보리 문디'는 '보리 먹고 사는 문디'로 줄여서 '문디'라고 한다. 보리 문디는 지역적 특성에다가 인상적인 언어적 특성을 고려해 붙인 이름이다. 경상도 지역의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 붙인 이름이 아닌 것이니까 '보리 문디'엔 특별한 비하적 의미가 나타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리'는 '보리를 먹고 사는 사람'으로 가난한 시골 사람이란 뜻이 포함되어 있고, '문디'는 경상도 사람들이 흔히 쓰는 '문디야', '문디 자석', '문디 같은 놈'에서 나타나는 '문디'의 뜻이다.

이 '문디'는 '나병으로 얼굴이 문드러진 사람'이라는 뜻에서 생긴 비하적 말이 관습적으로 굳어져 사용되고 있다.

전라도 '깽깽이'는 전라도말의 언어적 특성에서 비롯된 말이다. 전라도 말은 말끝이 '-당께''-게라우'와 같은 특이한 씨끝이 많은데 이러한 씨끝 중에서 인상적인 '-께'가 자주 반복된다는 뜻에서 '깽깽이'로 불리고 있다.

충청도 '핫바지'는 원래 겨울에 입는 '솜을 둔 바지'에서 유래한 것이다. 바지에 솜을 두면 모양이 나지 않을 뿐더러 입었을 때 어딘 가 둔해 보이고 답답해 보인다.

이처럼 핫바지는 핫바지 같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촌스러운 사람'이나 '시골 사람', '무식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핫바지는 충청도 사람들이 시골 사람으로 행동이 세련되지 못함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강원도 '감자 바우'는 원래 '감자 바위'의 경상도식 발음에서 유래한 것인데, 강원도는 산이 많아 감자를 주로 재배하고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특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감자바우'에서 '바우'는 흔히 특정 지역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감자바우'는 '감자 먹고 자란 사람'에서 나온 말로 시골 사람이라는 뜻이다.

서울사람을 '뺀질이'나 '깍쟁이'로 부르는 이유는 그 사람들의 성격적 특성에서 유래한 것이다. 어렸을 때 서울에서 전학 온 친구를 '서울내기 다마 내기, 맛 좋은 고래 고기'라고 놀려대던 시절에는 다마내기(양파)가 뺀질이를 뜻한다.

'양파처럼 빤질거리다'는 뜻에서 뺀질이가 나온 것인지 뺀질이가 양파의 모습으로 비유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뺀질이'는 자기 일만 챙기고 다른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이란 뜻에서 생긴 말이다.

경상도 지역에서만 지역적 별칭을 자신들의 동질성을 확인하는 의미로 많이 쓰일 뿐, 다른 지역에서는 자신의 별칭으로 자신들을 규정하지 않는다.

이런 점으로 볼 때 경상도 사람들은 지역말이 심리적인 동질성을 확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상도 사람들이 흔히 쓰는 '우리가 남이가', '우리는 보리 문디 아이가' 하는 표현도 언어적 동류의식에 기반한 심리적 유대감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여기서 특이한 점은 각 지역의 사람들의 명칭 가운데 언어적 특성에 기인하는 것은 경상도와 전라도뿐이라는 것이다. 두 지역의 말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전혀 다른 언어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도 지역은 높낮이를 주로 사용하는 언어이고 전라도는 높낮이 대신에 길이를 사용하는 언어라는 특이성이 두 지역을 구분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높낮이는 투박하게 들리지만 경제적이고 길이는 부드럽게 들리지만 가볍게 여겨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보통 "전라도 사람은 서울에 살면 쉽게 서울말로 바꾸는 간사한 점이 있고 경상도 사람은 융통성 없이 자기 말을 지킨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언어의 본질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편견이다.

우리말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동편은 높낮이, 서편은 길이가 주로 언어를 구별하는데 쓰인다. 동편은 산간 지방이라 말소리가 크고 끊고 맺음이 확실해야 그 말이 멀리까지 잘 전달되며, 서편은 넓은 평야가 많아 힘들여 끊어 발음할 필요가 없어 말이 길어지게 된다.

외국의 경우 프랑스말과 독일어를 비교해 보면, 평야 지방인 프랑스는 말끝의 발음이 부드럽게 들리고 위쪽 지방인 독일 지역에서는 발음이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다.

판소리에서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라고 하는 노래의 특성도 동서의 지역적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는 조선시대 세종의 육진 정책에 따라 경상도 사람들을 육진으로 강제 이주시켰는데, 동해안으로 길게 늘어진 높낮이가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경상도나 강원도, 함경도 사람들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높낮이로 언어를 구별하는 일종의 동류인식을 가지고 있다.

또 전라도 평야 지역을 중심으로 충청도, 경기도 지역은 길이가 주로 쓰이기 때문에 서로간의 언어를 배우기 쉽다. 경상도 사람이 서울말을 배우는 것은 높낮이를 길이로 바꾸는 힘든 일이지만 전라도 사람이 서울말을 배우는 것은 길이를 조금 변화하는 일이므로 그리 힘들지 않다.

이처럼 우리들이 가지는 특정 지역의 편견은 지역적 특성에 따른 언어의 구조를 바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다.

경상도 지역만 하더라도 대구를 중심으로 하는 경상북도 쪽은 '했십니더'와 같이 말끝이 길어지고,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경상남도 쪽은 '했심더'와 같이 말끝이 짧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도 바다를 끼고 있는 남도는 대체로 좀더 빠르고 짧게 끝나야 말이 좀더 확실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평야 지역에 사는 전라도 사람은 '했는게라우'처럼 끝이 길게 나오기 때문에 가벼운 느낌이 들지만, 길이 때문에 정겨움이 묻어나는 말이 될 수 있다. 같은 길이를 사용하는 충청도 사람도 '했시유' '했는감유' 처럼 말끝이 약간 길어지는 것이 특징인데, 편견없이 들으면 부드러운 정감을 느낄 수 있다.

경상도 말도 '잘가자'는 말보다 '잘가래이' 하면 더 깊은 정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다. 더러는 충청도말은 뒷말이 느려서 촌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충청도 말은 생각처럼 그렇게 느린 말이 아니다. 끝맺는 부분을 느리게 처리해서 느린 느낌이 들 뿐인 셈이다.

같은 '부추'가 지역에 따라 '정구지'가 되고 '소풀'도 되고 '솔'로 표현되는 것은 지역적 다름이지 차이는 아니다. 언어로 지역적 특성을 폄하하는 것은 무지의 소산이다

 

 

사투리의 미학 <3> `갱상도` 발음장애인?

 
#'고양이'는 어미일까 새끼일까

우리 주변에 흔히 보는 동물은 어미 이름뿐만 아니라 새끼 이름이 있다. 어미 이름과 새끼 이름이 있는 동물은 우리와 친숙한 가축이다. 이는 새끼 때부터 클 때까지 모두 지켜볼 수 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새끼 때 이름과 어미 때 이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는 송아지, 말은 망아지, 개는 강아지, 닭은 병아리 등 모두 어미 이름과 새끼 이름 둘 다 있다. 짐승의 새끼 이름에는 '-아지'나 '-아리'등의 '작다'는 뜻의 뒷가지가 붙어 있어 새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고양이'는 이런 말이 없어 어미인지 새끼인지 알 수 없다. 표준어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이 경상도 사투리에 그 이해의 열쇠가 있다.

경상도에서 고양이는 '갱이'(김해 고성 의령 거창 합천 함양 산청 함안 창원)나 '굉이'(진주 하동), 혹은 '개냉이'(밀양, 양산), '꾀내기'(울주) 등으로 부르거나 '살징이'(양산), '앵구'(통영 거제), '개이'(진양), '기생이'(남해)등으로 부른다. 여기서 고양이 명칭이 '갱이, 개이, 굉이' 형식과 '개냉이, 꾀내기'형식으로 나뉘는데, 이를 분석해 보면 '개, 갱, 굉+-이'의 모습과 '개, 꾀+내기,앵이' 모습이 나타난다. 고양이의 옛말이 '괴(猫)'인 것을 이해하면 '개, 갱, 굉'은 고양이를 뜻하고 '-이'는 부르는 말에 붙는 뒷가지고, '-내기, 앵이'는 새끼를 나타내는 '애기'의 바뀐 꼴이다.

그러므로 경상도에서는 고양이 어미를 '굉이', 새끼를 '괴내기'로 구분해 부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양이가 어미와 새끼가 구분이 안되는 것은 크기와 관련해 이해될 수 있다. 고양이는 커도 강아지만하니 단순히 보면 새끼인지 어미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새끼와 어미를 함께 이르는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고양이는 새끼 이름이다.

참고로 '-애기'가 붙은 경상도 말에는 '끄내끼'와 '싸래기'등이 있다. 끈도 보통 것은 '끈', 짧은 것은 '끄내끼'식으로 구분되며 쌀도 부스러기는 '싸래기'다.

경상도 사람이 놀림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발음이 이상하다는 점이라고 한다.

어떤 발표자가 발표회장에 나와 '대포로 발포하겠다' 해서 청중의 웃음을 산 적이 있다. 더욱이 경상도 대통령이 '경제가 위기입니다'를 '갱제가 이깁니다' 했다가 박수를 받은 적이 있다는 말도 들리고, '해운대를 세계적인 관광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간강 도시'(?)로 만들어 버렸다는 말도 한다. 또한 '확실히'를 '학실이'로 발음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저렇게 하면 되냐고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학실히' 그들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지역 사람들이 경상도 사람들은 특정한 발음을 잘 못한다고 인식하고 있고, 경상도 사람들도 자신이 발음을 못한다고 생각한다. 경상도 사람들이 흔히 지적되는 발음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다.

먼저 닿소리(자음) 'ㅅ'과 'ㅆ'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살'과 '쌀'과 같은 단어를 구분하여 발음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 이사해 온 자취생이 주인집 할머니가 학생이 밥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서 대신 밥을 해 주려고 '야야 살 시꺼 나라'했더니 그 학생이 '쌀을 씻어라'로 알아듣지 못해 목욕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두 번째는 홀소리(모음) 중에서 'ㅡ'와 'ㅓ'를 구분하지 못하고 'ㅔ'와 'ㅐ'를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글'을 '걸'로 읽고 '은마 아파트'를 '언마 아파트'로 발음하며 '개'는 그대로 발음하는데 '게'를 발음할 수 없어서 '끼'로 힘겹게 발음한다고 한다.

세 번째는 'ㅑ, ㅕ, ㅛ, ㅠ'와 같은 겹홀소리(이중모음)을 발음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문명인'이나 '문맹인'이나 똑같이 [문맹인]되는 인간 평등 주의자(?)로 대접받기도 하고, '명물'(유명한 것)이 '맹물'(아무것도 없는 것)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태로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오해는 특정한 부분만을 비교해서 이해되는 편견이다. 만약 그렇다면 경상도 사람들은 발음을 못하는 발음 장애인이란 소리이다. 경상도 사람들이 발음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거나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먼저, 특정한 사람의 이상한 행위는 그 사람의 생활 환경이나 현재의 상태를 살펴 보면 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자기와 다른 발음을 하거나 이상한 어휘를 쓰는 사람은 나름대로의 환경과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체계와 의도를 모르면 비합리적인 편견이 나타난다.

경상도 사람들이 특정한 닿소리나 홀소리를 발음하지 않는 것은 그 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로, 우리가 발음을 하는 이유는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전달하기 위함이다. 뜻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발음을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한 발음을 할 때는 복잡하거나 힘든 발음은 다른 방법이 있다면 일부러 굳이 어렵게 발음할 필요가 없다.

경상도 사람들이 '살'과 '쌀'을 구분하지 않는 것은 이 둘을 다른 수단으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쌀'과 '살'로 구분하지 않아도 '살'과 '살키'로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데 굳이 구별하기 어려운 'ㅅ'과 'ㅆ'을 발음으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 우리말에서 'ㅅ'도 어려운 발음이고 'ㅆ'은 더욱 어려운 발음이다. 우리말은 마찰음이 많이 없는 말로 유명하다. 마찰음은 발음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주로 욕에는 마찰음이 많이 쓰인다. 마찰음의 특성상으로도 소음이 많아 시끄럽게 들리므로 욕에는 제격이다. 'ㅅ'과 'ㅎ'이 이러한 마찰음에 속한다. 여기에 'ㅆ'은 마찰음에 다시 센 기운을 더해 발음한다는 것이므로 고통 위에 고통을 더하는 것과 같다. 이런 고통을 참느니 아예 다른 식으로 구분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이다.

둘째로 한 나라 안에서의 발음은 그렇게 차이가 날 수 없다. 왜냐면 언어 체계란 것이 있어서 근본적인 틀이 바뀌면 다른 나라의 언어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홀소리 체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ㅡ'와 'ㅔ'이다. 왜냐하면 'ㅡ'소리는 어중간한 위치에서 발음되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도 문제가 되는 발음이다.(그래서 'ㅡ'소리의 별명이 흐리멍텅함이다.) 'ㅡ'소리는 잘못 발음하면 'ㅓ'소리로 변하게 되는 것도 일반적이다.

그리고 'ㅔ'소리도 'ㅐ'와 정확하게 구분되기 어렵다. 두 소리의 차이를 입벌림의 정도 차이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배운 사람도 '화제'인지 '화재'인지 듣고 쓰기에는 곤란하다. 이런 이유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도 'ㅓ'를 'ㅡ'를 발음하는 경향이 있어 '어른'을 '으른'으로 발음하고, 젊은이들도 '네'를 '니'로 발음하는 것이 예사로 들리는 등 'ㅔ'와 'ㅐ'도 구분이 안 되는 실정이다. 이렇게 보면 서울 사투리나 경상도 사투리는 서로가 발음상의 제약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지역 발음을 못한다는 것은 잘못이다.

더욱이 서울 지역의 홀소리가 9개로 완전한 체계를 갖추고 있더라도 경상도 지역의 6개와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서울 지역은 길고 짧은 2개의 길이로 뜻을 구분하고 경상도 지역은 3개의 높낮이로 뜻을 구분한다. 홀소리의 구분을 산술적으로 비교하더라도 서울 지역은 9(홀소리)×2(장단)=18, 경상도 지역은 6(홀소리)×3(높낮이)=18로 동일하다. 결국 경상도 사람들은 높낮이의 3단의 배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굳이 발음이 어려운 홀소리를 일부러 발음하는 것보다 높낮이로 대신 뜻을 구분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경상도 사람은 발음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안하는 것이다. 아니 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경상도 사람들이 겹홀소리(이중모음)을 발음할 수 없다는 것은 구조적 압력에 의한 것이지 발음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이른 바 조직 속에 있는 요소는 조직의 규칙에 따라야 한다는 평범한 원리에 따른 것이다.

경상도 사람들이 경상도를 '갱상도'라고 발음한다고 해서 '영이'를 '앵이'라고는 발음하지 않는다. 즉, 'ㅕ'를 일괄적으로 'ㅐ'로 발음하지 않는다. '경상도'에서 '경'과 '영이'에서의 '영'은 그 환경이 다르다. '경'의 경우는 '닿소리+겹홀소리+닿소리'의 구조이고 '영'의 경우는 'φ+겹홀소리+닿소리'의 경우이다. 경상도 말에서는 높낮이 때문에 한 음절 속에서는 3개 이상의 소리로는 발음 되지 못한다.

그래서 3개 이상의 발음이 오면 일괄적으로 3개로 조정하게 된다. 겹홀소리는 홀소리가 길어진 것으로 두 개의 소리이다. 그래서 겹홀소리가 있는 발음은 음절 속에서 3개 이상 발음된다는 원리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닿소리+겹홀소리+닿소리'의 구조인 '경'은 한 음절 발음이 4개가 되고 'φ+홀소리+닿소리'의 '영'은 음절 발음이 3개가 된다. 그러므로 '경'의 경우는 3개의 발음인 '갱'으로 조정하게 되고 '영'은 3개 발음이므로 조정할 필요가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확실히'도 '학실히'로 발음하고 '대표'도 '대포'인 것이며 경제도 '갱제'로 발음한다.

이처럼 경상도 사람들이 발음을 못한다는 것은 경상도 사람들이 사용하는 높낮이의 체계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편견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높낮이 체계에 따라 길게 발음하는 것을 없애고 짧으면서 쉬운 발음법을 선택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리 경상도 사람들도 자신의 발음에 대한 부끄러움에서 벗어나 쉽고 경제적인 원리에 순응한 자연스런 현상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높낮이가 있는 한 우리는 '확실한 경상도 사람'이 아니라 '학실한 갱상도 사람'이다.

 

 

사투리의 미학 <4> 경상도 가수와 음감

 
  경상도 출신 가수들은 다른 지역 출신보다 음의 높낮이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노래를 더 잘 할 수 있다고 한다. 왼쪽부터 나훈아 현철 설운도 강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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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문주란 설운도 현철 최백호 김태우(지오디) 배기성(캔) 장우혁(에치오티) 김재덕(잭키) 원미연 이한철 강산에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경상도 출신의 가수라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노래를 잘하며 예전에 인기 있는 가수였거나 요즘도 인기 있는 가수이다. 더러는 경상도 가수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도 많겠지만, 많은 연예인 중에서도 경상도 출신의 가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경상도 출신의 아나운서가 드물고 힘든 것처럼, 경상도 출신의 가수도 발음을 교정해서 정확한 발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경상도 출신의 가수가 적은 것 같기도 하다.

경상도 출신 가수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쓸쓸히 사랑하게 된거야"를 "썰써리 싸랑하게 댄거야"로 부르거나 "흙에 살리라"를 "헐게 살리라"로 부르는 등 경상도 발음이 그대로 노래에 녹아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의 가수는 경상도 사투리 하나 없이 잘 불러 경상도 가수인줄 모르고 있다가 인터뷰할 때 사투리가 나온 것을 보고 '아 저 사람은 경상도 가수구나' 하고 짐작하는 경우도 있다.

경상도 출신의 가수들은 노래를 잘 부를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경상도 가수들은 다른 지역 출신의 가수와는 달리 높낮이를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노래의 본질은 음정과 박자에 있다. 박자의 경우, 노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만, 음정의 높이는 늘 일상적인 언어 속에 높이가 녹아 있는 경상도 사람들이 유리하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음악가 중에서 바하, 요요마, 마일스 데이비스, 잉베이 맘스틴, 스티비 원더와 같은 사람들은 시대와 장르는 다르지만 절대 음감의 소유자라는 점이 공통적이라고 한다. 다른 음과 비교하지 않고도, 음높이를 즉석에서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절대 음감인데 이들은 인구 2000명당 1명도 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절대 음감을 가진 천재들이란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절대 음감이 유전적으로 부여받는 재능이라 여겼지만 요즘엔 음악 교육을 시작한 시기와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절대 음감을 지닌 사람들은 대개 6세 이전에 음악 교육을 시작했으며, 음악 교육을 받기 시작한 시기가 빠를수록 절대 음감을 갖게 될 확률도 더 높았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절대 음감이 모국어의 특성과도 관계 있다는 점이다. 뉴욕의 음악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아시아계 학생 32%, 비아시아계 학생 7%가 절대 음감을 보였으며, 아시아 학생 중에서는 중국인이나 베트남인에게서 절대음감이 쉽게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그들의 모국어가 음높이나 억양에 따라 말의 의미가 달라지는 성조 언어이기 때문에 그들이 말을 배우면서 음높이에 의미를 부여하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절대 음감을 쉽게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 이들 과학자들의 연구가 믿을 만한 것이라면 우리 경상도 사람들은 쉽게 절대 음감을 갖출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이는 경상도 언어는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게 높낮이로 뜻을 구분하는 언어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그 예로 경상도 사람들은 "(개가) 마- 죽었다"는 첫어절을 높게 하고 뒷 어절을 낮게 하면 개가 그냥(마) 이유도 없이 죽은 것이고, 반대로 첫어절을 낮게하고 뒷어절을 높게 발음하면 개가 몽둥이에 맞아(마) 죽은 것이 된다는 것을 안다.

또한 '가가 가가 가가 가가 가가 가가'의 단순한 연결도, 높낮이에 따라 '아까 그 아이가 가씨 성을 가진 그 아이냐, 아니면 다른 그 아이가 가씨 성을 가진 그 아이냐?'로 암호 해독하듯 해석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경상도 사람들은 높낮이가 뜻을 구별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언어이다.

경상도 사람들의 이러한 특성을 높낮이 언어, 성조 언어라고 한다. 경상도 높낮이는 소리를 단순히 크게 하고 작게 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경상도 높낮이의 본질은 특정한 소리가 다른 소리와의 상대적으로 높거나 낮게 들리는 데 있다.

이 높낮이는 음악의 음계와 유사하다. 음악의 음계는 절대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 있지만 경상도의 높낮이는 상대적인 높이라 특정한 기준의 음계로 표시하기 어렵다. 그래서 고도로 훈련된 사람이 아니면 발음으로는 쉽게 알아 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서면'의 '서'가 높은 음이나 아니면 낮은 음인가를 쉽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서면'과 '부전동'을 비교해 보면 상대적인 높낮이를 알 수 있다. 발음으로 비교해 보면 '서면[3-3]'의 '서'[3]가 '부전동[2-3-3]'의'부'[2]보다 약간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경상도의 높낮이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기에 같은 경상도라도 높낮이가 지역에 따라 다르다. 부산은 고, 중, 저 등의 3단으로 나타나지만 대구를 비롯한 경북지역은 고, 저 2단에다 길이가 있어 높낮이의 느낌이 다르다.

부산보다 대구쪽이 좀더 높낮이의 차이가 많이 느껴지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전화왔어요'의 발음의 경우 부산 사람들은 높낮이의 변화가 많이 보이지 않는데, 대구 사람들은 '전(젖)-나왔어요(?)'처럼 들린다. 높낮이의 변화가 심한 편이다.

또한 광주나 전라도 지역에서도 약간의 높낮이가 나타나는데 이쪽 사람들은 길이를 주로 쓰면서도 세게 들리는 소리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키다리'의 경우, 첫음절 '키'가 센소리가 있기 때문에 크게 들리고 또한 높이도 높게 발음 한다.

더러는 경상도 높낮이와 중국의 성조를 비교하기도 하지만 경상도의 높낮이는 중국의 성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국의 성조는 4성으로 모든 낱말의 높낮이가 고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三[se]'의 경우, 제1성으로 고음을 높고 평평하게 힘을 빼지 않고 높이를 유지해서 발음하면 된다. 이러한 '三[se]'의 발음은 문장 어디서나 변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중국의 성조는 낱말 단위로 익히면 되니까 발음하기 쉽다.

그러나 경상도 말은 언어의 특성상 낱말이 가만히 있지 않고 뒤에 조사가 붙거나 어미가 붙어서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원래 가지고 있던 낱말의 높이를 유지하지 못한다. 뒤에 따라오는 조사나 어미에 의해 높낮이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말(馬)'은 '말보다, 말부터'는 [1-3-1]로 나타나지만 '말이다, 말에서'는 [3-1-1]로 발음된다. 그래서 경상도의 높낮이는 쉽게 발음하더라도 다른 지역사람들이 높낮이는 느끼지만 자세하게 드러내기는 어렵다.

이처럼 경상도 말은 높낮이가 중요한 언어라 기본적으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힘들여 높낮이를 연습하지 않더라도 평소의 말에 높낮이를 얹고 있어 학습하기 쉽다.

게다가 이러한 높낮이 특성을 잘 살리면서 가사까지도 경상도 말로 나타낸다면 경상도 사람들이 굳이 발음의 제약을 받으면서 어렵게 가수가 될 필요는 없어 진다.

강산에(강영걸) 노래 "와그라노"를 들으며 경상도 높낮이의 오묘함을 감상해 보자. 경상도 사람들 중에 바하, 요요마, 마일스 데이비스, 잉베이 맘스틴, 스티비 원더와 같은 절대 음감을 가진 음악가가 나올 때를 기대해 본다.

사투리의 미학 <5> 경상도 사람은 짱구?

짱구는 편두(偏頭)의 우리말이다. 짱구라 함은 머리의 일부분이 튀어나오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골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른바 고구마 두상이다.

예전에 짱구가 심한 아이는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경상도 지역에서 "이 짱구야" 하고 놀리면 머리가 나쁘거나 둔한 사람이란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요즘엔 말썽장이 만화 주인공의 이름으로 나타나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짱구는 특이한 행동과 재치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 경상도 사람들이 대체로 짱구를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원래 짱구(편두)는 한민족 계열, 그 중에서도 경상도 지역의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 경상도 지역인 진한(신라)·변한(가야)족이 대체로 편두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여러 증거를 통해 나타난다고 한다. 그 예로 신라 법흥왕의 골상이 편두였고, 경상도 일대에서 발굴된 인골 자료도 편두가 대부분이며 신라 금령총 출토 기마형 인물 토기의 기수도 편두로 표현돼 있다는 점이란다.

경상도 사람들은 짱구라는 점 이외에도 겹자상 교합이라는 특이한 치아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나라에서 발견되는 고인골의 치아 구조는 크게 두 가지 종류라고 한다. 주로 나타나는 것이 합자형 교합인데, 이는 윗니가 아랫니를 덮는 형태로 북방계쪽의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치아구조이다. 다른 하나는 겹자상 교합인데, 이는 윗니와 아랫니가 맞물려 있는 족집게형 잇물림으로 주로 가야 고인골에서 발견되는 형태이다. 우리 경상도 사람들은 여러 인골의 관찰상 겹자상 교합이 주조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겹자상 교합은 대체로 위쪽 지방 사람들에 비해 윗니가 들어가고 턱이 커서 입이 약간 합죽하게 보이는 특징을 가진다. 그래서 코를 중심으로 얼굴 위쪽(상안)보다 얼굴 아래쪽(하안)이 더 길어진다. 하안이 긴 얼굴은 골상학적으로 입천장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입천장이 길면 혀가 움직일 공간이 넓기 때문에 모음의 발음폭이 넓어지지만, 입천장이 짧은 경우에는 혀가 입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게 된다.

이 결과 섬세한 모음의 발음이 어려워지게 되고 발음도 입 앞으로 모아져 되바라지게 들린다. 경상도 언어가 높낮이를 이용해 발음하는 것도 이러한 입천장 구조와 관련이 있다.

이와 같이 골상과 치아구조가 경상도 높낮이를 기본으로 한 소리 구조를 낳고, 아직까지 높낮이를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만들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나라 말 중에서 경상도 사람들이 아직까지 옛날식의 발음을 유지하며 높낮이를 가지고 있는 이유가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골상학적으로 버릴 수 없는 운명적(?)인 것에 있음을 말해 준다. 아직까지 경상도나 함경도 일부를 제외하고 높낮이를 길이로 바꾼데 대한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상도 사람들이 길이보단 높낮이에 더 적합한 골상과 치아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는 있다.

높낮이의 언어는 길이의 언어에 비해 소리의 변화가 심해 시끄럽게 들리기도 하고 기질적으로 역동적인 힘을 가지게도 한다. 또 높낮이의 언어는 길이의 언어에 비해 축약이 빈번하게 일어 난다. 일반적으로 길이를 가진 언어는 축약이 필수적으로 고려되지 않지만 높낮이를 가진 언어는 한 숨에 많은 발음을 처리하면서 높낮이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축약이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축약은 발음의 편의를 위한 당연한 절차인 셈이다.

예를 들어 '경희'보단 '갱이'가 높낮이엔 유리하며 '선생님'보단 '샘'이 더 높낮이를 얹기에 유리하다. 경상도 사람들의 축약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다. 위에 든 '선생님'의 경우 '샘'으로 축약하는데도 '선생님'이 가진 필수적인 요소를 모두 고려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먼저 우리말의 모든 음절은 '닿소리+홀소리+닿소리'가 기본적인 구조이므로 아무리 줄인다고 해도 이러한 구조를 어길 수 없는 것이므로 원래의 소리를 잘 조합하여 '닿소리+홀소리+닿소리' 구조에 맞추어야 한다.

그래서 세 음절의 단어를 한 음절의 단어로 바꾸는 방법은 첫음절은 닿소리로, 두 번째 음절은 홀소리로, 세 번째 음절은 닿소리로 나타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선'에서 'ㅅ'을 따고 '생'에서 'ㅐ'를 따며, '님'에서 'ㅁ'을 따는 방법으로 '샘'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만들면 원래의 '샘물'의 '샘'과 동일한 형태의 단어가 만들어져서 헛갈릴 수 있다. 그러나 '샘물'의 '샘'은 '새미'의 형태로 나타내기 때문에 낱말의 형태가 달라지고 높낮이로 두 단어를 구분할 수 있으므로 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 음절의 단어를 한 음절로 축약할 경우엔 세 음절을 순서대로 닿소리, 홀소리, 닿소리로 대응시켜 변화하면 되지만 두 음절의 단어는 닿소리와 홀소리를 첫음절의 것을 사용하고 마지막 닿소리를 두 번째 음절의 끝소리를 선택해서 만든다.

'형님'을 축약해서 '햄'을 만드는 것도 '형'의 축약형 '행'에서 '해'를 따오고 '님'에서 'ㅁ'을 따와 만든 결과물이다. 이처럼 경상도 발음에서 특징적인 축약도 일정한 규칙과 원리에 따른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절차가 관련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상도 사람의 짱구는 높낮이를 낳고 합리적인 축약을 낳은 위대한 짱구이다.


 

사투리의 미학 <6> 경상도 사람 식별법

 
일반적으로 경상도 사람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진취적이고 정의적 태도, 짠 음식, 정보 중심의 짧은 언어, 강한 높낮이, 사교적인 말의 생략, 강한 축약, 타인에 대한 높은 경계심 등등. 이런 것들이 경상도 특성으로 지적되어 왔다. 여러 요인 중에서 현저하게
구분되는 것은 역시 말씨일 것이다. 요즘은 끈질긴(?) 표준어 교육에 힘입어 경상도 고유의 발음을 잊은 사람도 많지만, 무의식적으로 발음하는 습관 속에 경상도 사람임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라면 높낮이가 있느냐 없느냐, 길이가 있느냐, 높낮이가 2개인가 3개인가 등 다양한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니면 특정 어미(씨끝)를 중심으로 파악하는 것이 빠른 방법이다. 경상도만 하더라도 "어디 가십니까?"하는 묻는 말을 '어디 가능교?'하고 물으면 대구 경주 울산 부산 등지의 일반적인 경상도 사람이며, '어디 가니껴?'하면 안동 의성 지역 출신 사람이며, '어디 가여?'하고 물으면 상주나 선산 지역 사람이다. 또한 '어디 가니까이다?'라고 물으면 남해나 통영 지역 사람이며 '어디 가는개?'하고 물으면 밀양이나 창녕 지역 사람이다. 또한 특정한 단어의 사용과 특이한 발음은 그 지역 사람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무의식적 발음은 자연 상태에서 속임이 없이 드러나는 것으로 자신과 운명을 함께 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발음이 사람의 생명을 좌우했다는 중요한 사건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성경의 '사사기'에 기록된 길르앗 사람과 에브라임 사람들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성경에 따르면 길르앗 사람들이 에브라임 사람들과의 전쟁에서 이기자 에브라임 사람들을 몹시 핍박했다고 한다. 전쟁에 패한 에브라임 사람들이 이를 견디지 못해 요르단강을 넘어 도망하기 시작했는데, 길르앗 사람들이 이를 막기 위해 요르단 강가를 지키면서 변장한 에브라임 사람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길르앗 사람들은 에브라임 사람들이 's'와 ''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헤브라이어의 강을 뜻하는 'shibboleth'(십볼렛)을 발음하게 했다고 한다. 이때 첫소리 'shi'를 "si"로 발음하면 길르앗 사람이고 "i"로 발음하면 에브라임 사람이라고 판단했는데, "i"로 발음해서 잡혀 죽은 사람이 4만2000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로부터 'shibboleth'가 암호나 표어, 말씨 등을 나타내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만약에 이중에 경상도 사람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발음 때문에 죽었을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일본에 있던 우리 나라 사람들에 대한 슬픈 이야기이다. 1923년 일본에 관동대지진으로 많은 일본인이 죽고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이 때 민심을 수습하기 위하여 계엄령을 내리고 군대를 동원하기 위한 명분이 필요 했는데, 이 명분으로 삼은 것이 '조선인의 폭동'이라 한다. 그래서 대대적으로 조선인을 색출하여 죽이기 시작했는데 조선인을 가려내는 방법이 일본어의 탁음(유성음=울리는 소리)이 들어가는 단어를 발음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첫소리를 일본어처럼 울리는 소리로 발음하기 어렵다. 그래서 첫소리 울림소리를 못내는 우리 불쌍한 조선인들이 6000명 이상 살해당했다. 또한 '노가다'(일용직 노동자) 같은 단어도 이러한 우리 나라 사람들의 발음을 반영한 것이다. 일본어 'どかた'(dokata)는 첫소리가 울리는 "d" 발음이다. 그러나 첫소리 울림소리를 제대로 발음할 수 없어 "d" 발음과 유사한 자리에서 나는 "n"으로 바꾸어 '노가다'(nogada)로 바꾼 결과이다. 이와 같이 발음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높낮이를 제외하고 경상도 사람임을 드러내는 특징적인 발음은 다음과 같은 종류이다.

먼저 'ㄱ'을 자주 탈락시켜 발음한다. 예를 들어 '목욕'이 "모욕"으로 발음하는 것과 같은데, 이는 'ㅛ,ㅠ,ㅕ,ㅑ'앞에서 'ㄱ'을 탈락시키는 것으로 경상도 사람들의 소리 구조와 관련 있다. 반대로 '올해'와 같은 부분에서는 '올개'로 'ㅎ' 대신에 'ㄱ'으로 강화되기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으로 홀소리에도 콧소리를 많이 쓴다는 점이다. 우리말의 콧소리는 닿소리의 'ㅁ ㄴ ㅇ'인데 경상도 말에서는 홀소리도 콧소리를 사용한다는 점이 아주 특이한 점이다. 홀소리가 콧소리로 바뀌는 조건은 '강이'처럼 홀소리 사이에 받침 'ㅇ'이 있거나 '산이'처럼 'ㄴ'이 있을 때, 각각 '가이', '사이'처럼 홀소리가 모두 코안에서 울려 발음된다. 이런 방법으로 '가마니'는 "가마이"로, '시장이'는 "시자이"로, '물동오'는 "물또오"로 발음된다. 만약 이름이 '종건'이라면 이는 "종거이"라고 발음된다.

또 경상도에서는 첫 소리가 입천장소리 '어두 구개음화'로 나타나는 경향도 많다. 우리말에서는 '해돋 +이'(해도지)처럼 보통 형태소 사이 즉, 두 개의 형식이 연결되는 조건에서 'ㄷ, ㅌ'이 'ㅣ'와 결합하여 'ㄷ, ㅌ'이 'ㅈ, ㅊ'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런데 경상도에서는 'ㄱ, ㅎ'도 단어 첫 머리에서 'ㅣ'와 만나면 'ㅈ, ㅅ'으로 바뀐다. 즉 '길'이 "질", '김치'가 "짐치", '힘'이 "심"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잡히다'가 "잽히다", '속이다'가 "색이다", '벗기다'가 "백기다"로 되는 것처럼 뒤쪽의 홀소리가 앞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전설 모음, 움라우트라고 한다.) 홀소리의 발음은 뒤 쪽에서 발음하는 것보다 앞 쪽에서 발음하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그 외에도 첫소리를 된소리(ㄲ, ㄸ, ㅃ)로 발음하는 어두 경음화가 발달한 편이다. '가지'를 "까지", '굴'을 "꿀", '갈치'를 "깔치" 등으로 발음하는 것이 그 보기이다.

또 낱말 중에 'ㄴ'을 첨가하여 발음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나중'을 "난주", '여치'를 "연치", '까치'를 "깐치"나 "깐챙이", '꾸지람'을 "꾼지람", '가지러니'가 "간지로미"로 나타난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는 '버드나무, 소나무, 부살개, 부손'등 'ㄹ'이 탈락되는 단어도 버들나무, 솔나무, 불살개, 불손 등으로 형태를 고정시켜 인식하기 쉽도록 발음하고 있는 것도 특이한 발음이다.

아울러 '잇기다'는 "익기다", '굳게'가 "국게", '밥그릇'이 "박그륵", '곱게'를 "곡게"로 발음한다든지 '손발'을 "솜발", '감기'를 "강기"로 다른 지역과 차이 나게 닿소리를 동화시켜 발음하는 것도 경상도 발음의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춥다'가 '추워''추워서'등으로 활용되는 데 경상도 지역에서는 '추버', '추서' 등과 같이 'ㅂ'이 활용에 그대로 나타난다는 정직한 발음이 특징이다.

이와 같이 경상도 발음의 특징적인 발음법은 대체로 발음을 쉽게하거나 인식을 편리하기 위한 방법이거나 특정한 구조에 맞추기 위한 발음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 '갔습니까'의 지역별 발음

함경도

갔씸등, 갔습메. 갔씀능가

평안도

갔씀메까

황해도

갔씀나

경상도

갔능교, 가씻소

전라도

가아새라우

제주도

가수꽈, 가수니까

경기도

갔습니까


◇ 경상도 사람 특유의 발음법

ㄱ발음 
탈락-강화현상

목욕→모욕 
올해→올개

홀소리에 
콧소리 사용

강이→가이
가마니→가마이
종건(사람이름)→종거이

어두 구개음화

길→질 
김치→짐치
힘→심

전설모음
(움라우트)

잡히다→잽히다
벗기다→백기다

첫소리 경음화

가지→까지
갈치→깔치

ㄴ음 첨가

나중→난주
꾸지람→꾼지람
가지러니→간지로미

ㄹ음 유지

버드나무→버들나무
부살개→불살개

ㅂ음 활용

추워→추버


사투리의 미학 <7> 국시·춤, 과 팥

 
  전통 국수 뽑는 장면이다. 이 모습을 보고 경상도 사람들은 "밀가리로 국시를 맨들고 있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국수'와 '국시'의 차이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차이점으로 우선 '국수'는 서울사람이 먹는 것이고, '국시'는 갱상도 촌사래미 묵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다음으로 만든 재료에서 '국수'는 '밀가루'로 '만든' 것이고 '국시'는 '밀가리'로 '맨든' 것이 차이가 난다.

또 '밀가루'와 '밀가리'의 차이점은 '밀가루'는 봉투에 담아 파는 것이지만 '밀가리'는 '봉다리'에 담아 파는 것이란 점이다.

더 나아가 '봉투'와 '봉다리'의 차이점은 '봉투'는 침을 발라서 붙인 것이지만 '봉다리'는 '춤'을 발라서 붙인 것이며, '침'과 '춤'의 차이점은 '침'은 '혓바닥'에 '묻어'있는 것이고 '춤'은'빠닥'에 '문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상도 사람들은 토속적인 '국시'가 '바닥에 춤을 문치가 봉다리에 담아 파는 밀가리로 맨든 촌사람이 묵는 것'이 더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다 아시다시피 사용된 낱말에 어원적인 차이가 없어 뜻과 맛의 차이는 없다.

단지 홀소리나 닿소리의 발음 차이가 우리를 웃게 만든다.
--------------------------------[본문 2:2]-----------------------------------

이처럼 발음의 차이를 만든 원인은 무엇일까? 위의 '봉다리, 바닥'을 제외하고 경상도 어휘로 나타난 '국시, 밀가리, 춤' 등의 낱말의 홀소리(모음) 발음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것은 '수'보다는 '시', '루'보다는 '리'로 발음하는 것과 같이 주로 'ㅜ'로 발음하는 것보다 'ㅣ' 홀소리로 발음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발음에 들이는 노력을 줄이기 위한 발음 경제의 일환으로 확인된다. 이 경우를 보통 'ㅜ'소리가 'ㅣ'소리보다 입 앞쪽에서 나기 때문에 앞홀소리 되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앞홀소리는 뒷홀소리보다 앞쪽에서 발음되기 때문에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발음할 수 있는 쉬운 발음이다. 또 소리의 전달 효과도 확실하기 때문에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경제적으로 발음할 수 있다.

경상도 홀소리는 높낮이의 영향 때문에 복잡하고 힘든 조음 위치를 가진 어중간한 발음의 홀소리는 모두 발음하지 않거나 퇴화시켜버려서 다른 지방보다 간단한 홀소리 조직을 갖고 있으며 앞에 오는 닿소리의 영향에 따라 홀소리를 선택하여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침'이 '춤'으로 나타난 것은 앞쪽에서 발음되는 'ㅊ'과 어울리는 'ㅣ'발음보다 어려운 'ㅜ'를 선택한 것이므로 '국시, 가리' 등의 'ㅣ'선호 발음에 어긋나는 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발음은 쉽고 간편한 발음을 지향하려는 경상도 발음의 근본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춤'의 음절 구성을 살펴보면 'ㅊ + ㅜ + ㅁ'으로 첫소리 'ㅊ'은 앞쪽에 소리 나는 닿소리이고, 끝소리 'ㅁ'이 앞쪽에서 소리 나지만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서 발음하는 닿소리이다. 입술이 모아지는 끝닿소리를 발음하기 위해 입술은 필수적으로 모아서 발음해야 한다면 여기에 기대여 'ㅜ'발음을 하면 쉽게 발음될 수 있다. 이른바 무임승차이다. 편한 것이 효율적이며 아름답다.

또 다른 농담이 있다.

'팔'을 '폴', '파리'를 '포리', '팥'을 ''으로 알고 있는 경상도 사람이 서울에 가서 콩을 사러 갔다. '팥'을 ''이라 해서 촌스럽다고 놀림받은 적이 있는 경상도 사람은 놀림을 면하기 위해 당연히 '콩'도 '캉'일 것으로 생각해서 '캉 주세요'해서 더 놀림을 받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시쳇말로 '오버한 것'이며 전문적인 말로 '부정 회귀'(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어형을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어형으로 돌려 놓았는데, 알고보니 바른 어형을 잘못된 형태로 바꾼 것)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은 '팥'이 ''보다 세련된 발음이라 여기는 편견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팥'과 ''은 중세 국어의 ''에서 변화한 말이다. '아래아(·)'는 나중에 'ㅗ'나 'ㅏ'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정착된다. 그 예로 '쵉리'는 경상도 지역에서는 '포리'로, 그 외 지역에서는 '파리'로 정착된다.

소리의 변화는 규칙적이며 일반적인 원리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일반 원리란 발음이 편하도록 형태를 바꾸거나 뜻을 확실히 구분하겠다는 의도에 따라 어려운 발음도 불사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발음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어려운 발음보다는 발음이 편하도록 노력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쵉리'의 경우, '쵉'의 첫 닿소리인 'ㅍ'이 두 입술 자리에서 나는 소리이므로 발음이 편하기 위해서는 '· '를 'ㅗ'로 변화 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입술 소리가 나는 자리에 그대로 둥의 요소만 붙이면 되기 때문에 발음이 쉽다
그러나 '파'의 경우는 입술 소리에서 먼 'ㅏ'를 선택한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발음의 시간이 길어져 경상도 사람에겐 어려운 발음이 된다. '파리'는 '포리'와 같이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아래아'와 관련된 홀소리의 변화는 앞 닿소리의 입술 둥에 따라 입술 둥의 요소를 선택한 경상도식 발음이 더욱 효율적인 발음이 된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타는 '말'도 '몰'로 발음하여 '몰만한 처녀'와 같은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포리'나 '폴', ''이나 '몰', '포리'는 부끄러운 유산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발음인 것이다.

 

사투리의 미학 <8> 개죽은 모욕탕

 
  일러스트=박철홍기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경상도 시골 할머니가 서울 아들집에 갔다. 서울 역에 도착했다. 길을 모르는 할머니는 택시를 탔다. 그러자 운전수는 친절하게 "할머니, 어디 가시나요?"하고 물었다.

원래 서울사람들은 싸가지가 없고 불친절하다고 생각한 할머니는 서울 택시 운전사도 어른한테 출신을 이렇게 묻는가 싶어 화가 났다. 그래서 "부산 가시나다 와"하고 쏘아댔다.

여하간 할머니는 아들네 집에 도착했다. 문이 잠겨 있자 집안을 향하여 "야야 새때 끼라라. 어이"하고 소리쳤지만 무슨 소린지 알아 듣지 못해 그날 할머니는 많은 시간을 밖에서 떨어야 했다.

할머니는 우여곡절 끝에 집안에 들어가 서울 출신 며느리에게 저녁상을 받았다. 그날 저녁은 젊은 며느리가 신경을 썼지만 밥은 질고, 된장국은 식은 상태로 밥상을 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며느리를 "이기 밥가 죽가?"하고 타박했지만 며느리가 무엇을 바꿔준다는 뜻이지 난처해하자 할머니는 속이 탔다.

그리고 식은 국을 보이며 "야야 이거 데파 주라"했더니 며느리는 부엌으로 달려가 대파를 숭숭 썰어 국에 넣어드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다음날 할머니는 목욕탕에 가서 묵은 피로를 칼컷게 씻어내려 목욕탕을 가려고 했다. 그래서 며느리에게 "야야 가근방에 개죽은 모욕탕이 어데고?"하고 물었다. 그러자 며느리는 "어머니 개가 죽은 목욕탕은 여기 없어요"하고 말했다고 한다.

또 이 집에 할머니의 손자 '안 득기'가 있었는데 처음에 서울로 전학 가서 학교생활이 낯설고 힘들었다. 득기가 피곤해서 수업시간에 맨 뒤에 앉아 졸고 있었다. 경상도 출신 선생님이 이를 보고 "어이 너 이름 뭐꼬?"하고 물었다. 그러자 덕기가 "안 덕깁니다"했다. 안 듣긴다는 말에 화가 난 선생님이 "뭐라? 안 듣기나? 내말 들리나?"하자 득기가 "덕깁니더"하자 다시 선생님이 물었다. "이름이 머꼬?"하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득기는 "안 덕깁니다"라고 했다. 선생이 화가 나서 득기에게 청소를 시켰다.

친구와 같이 유리창 청소를 하던 득기는 친구가 유리창에 낀 때를 지우지 못하자 친구를 위해 이렇게 충고 했다. "신문지에 춤 바르고 매매 문떼바라" 그러자 친구가 "문을 떼면 선생님께 혼난다"라고 했다. 득기는 이에 "글나?"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친구가 다시 "긁지는 않고 혼만 나"라고 했다. 그러자 우리의 득기가 이렇게 말했다. "맞나?"그 친구는 다시 "맞지는 않고 야단만 쳐"라고 말했단다.

나중에 득기는 할머니를 만나 이러한 사실을 가지고 "글마가 그쿠니 내가 그카지"하면서 말하니까 옆에 있던 서울 아이들이 "봐라. 일본사람이지"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우스갯소리는 서울 사람과 경상도 사람의 의사 소통 부재를 과장해서 만든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웃다가도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경상도 사람이 표준어를 배워서 원활한 소통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새떼 끼라라'는 '열쇠로 열어라', '밥가 죽가'는 '밥이냐 죽이냐'로, '데파'는 '데워'로, '칼컷게'는 '깨끗하게'로, '개죽다'는 '가깝다'로, '가근방'은 '근처'로, '매매'는 '힘껏'으로 '문떼바라'는 '문질러라'로 바꾸고 '글나'는 '그것이 사실이냐?'로 '맞나'는 '(그 말이) 옳으냐?'는 뜻으로 바꿔야할 판이다.

그러나 표준어로 바꾼다면 의사 소통을 수월하게 한다는 이유로 다양한 경상도의 말맛을 잃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보통 사람들은 특정한 사투리가 그에 대응되는 표준어가 있어서 그에 따라 바꾸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실상은 다르다.

우선 '칼컷다'의 경우, '깨끗하다'로 바꾸면 될 것 같지만 그 환경과 의미가 다르다. '깨끗하다'의 경우는 표준어에서는 '① 맑다, 끼끗하다, 칠칠하다, 정결(淨潔)하다, 정(淨)하다, 결정(潔淨)하다, 식정(拭淨)하다, 식청(拭淸)하다, 청결(淸潔)하다, 청정(淸淨)하다, 청절(淸絶)하다, 건정(乾淨)하다, 간정(幹淨)하다, 간정(簡淨)하다, 소쇄(瀟灑)하다 ② 단정하다, 정갈하다, 정갈스럽다, 말끔하다, 청허(淸虛)하다, 청징(淸澄)하다, 징청(澄淸)하다, 정결(淨潔)하다, 인결하다 ③정정당당하다 ④ 텅비다, 비다 ⑤ 조촐하다, 선명하다, 아름답다, 산뜻하다, 작작(嚼嚼)하다 ⑥ 개결(介潔)하다, 개정(介淨)하다, 결백(潔白)하다, 청정무구(淸淨無垢)하다, 충담(沖澹)하다 ⑦ 말짱하다, 감쪽같다, 완전하다 ⑧ 청순(淸純)하다, 청초(淸楚)하다, 청신(淸新)하다 ⑨ 구김살없다, 티없다, 경결(耿潔)하다, 아(雅)하다'와 같이 많은 경우에 쓰일 수 있는 단어이다(전문적으로는 기능 부담량이 많다고 한다). 이렇게 기능 부담이 많은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로 통합되어 쓰이기 때문에 그 환경과 의미가 자세히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경상도 양산이나 밀양, 창녕 말에서는 '칼클타'와 '깨끗하다'가 있고, 합천 묘산말에서도 '깔컬타'와 '깨끗다'가 함께 쓰이고 있다는 점은 두 단어의 기능 부담이 다르다는 증거가 된다. '칼컷다'의 경우는 '시원하다, 깔끔하다'와 같은 환경에 쓰이는 단어이고 '깨끗하다'는 '청결하다, 맑다'는 뜻으로 쓰이는 단어이다. 만약에 이것이 같은 의미와 환경을 가진다면 구분되어 쓰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새첩다'의 대응 표준어가 '예쁘다'로 인식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새첩다'와 '예쁘다'는 그 환경이 다르다. '새첩다'는 '귀엽고 앙증맞다'는 뜻으로 물건이나 사물에 주로 많이 쓰이고, '예쁘다'는 원

래 '어여쁘다'에서 변한 말로 얼굴이 아름답다는 뜻으로 사람에 자주 쓰이는 단어이다. 그러므로 '의자가 예쁘다'보다는 '의자가 새첩다'가 더 적절한 표현이 되는 것이다. 만약에 경상도 말 '새첩다'를 모두 '예쁘다'로 대응 시키면 다양한 말맛이 모두 사라진다. 언어의 표현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인식이 세분화되었다는 것이고 인식이 세분화된다는 것은 그에 따라 삶의 가치가 다양하고 정확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지시하는 대상이 같은 말이라도 그 말맛은 다르다. 경상도 말에서 '꿀밤나무'나 '도토리나무', '상수리나무'는 다 같은 나무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노래에 나오듯이 '커다란 꿀밤나무 아래서…'부분을 '커다란 상수리 나무 아래서…'라고 표현한다면 어릴 적 친구와의 정담도 반감될 것이다. 우리에겐 '꿀밤나무'도 필요하고 '상수리나무', '도토리나무'도 필요하다. 우린 '상수리나무' 아래에서 논 적이 없고 '꿀밤나무' 아래에서 논 적이 있을 뿐이다.


 

 사투리의 미학 <9> 소꿉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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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를 쓰는 아이들도 ( )를 할 때는 표준어를 쓴다"는 사실에 ( )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

이 문제의 답은 '소꿉놀이'다.

아이들의 소꿉놀이는 사투리를 쓰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결과이다.

인간의 언어발달은 3세에서 6세 때 완성된다. 이 때 배운 언어가 자기의 모국어가 된다.

아무리 서울에서 태어난 아이라도 말 배우는 시기에 시골에 있는 할머니에게 맡겨 길러질 경우에 아이의 모국어는 자라난 시골말이다.

이러한 모국어는 이성적인 사고, 의도적인 노력 없이는 평생을 함께 하는 숨길 수 없는 증거물이 된다.


서울말을 열심히 배운 경상도 여자들도 난처한 상황에 도달하면 갑자기 '우짜노'하는 감탄사가 튀어 나온다.

또 첩보 영화를 보면 국적을 숨기고 완벽하게 위장한 첩자라도 꿈을 꾸거나 무의식적인 독백 중에 자신의 모국어가 나와 신분이 들통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사투리는 우리의 의식 속에 지배받고 있다가 그 의식이 제어하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아이들의 소꿉놀이는 가상적인 역할 놀이다. 본능에 지배받는 놀이가 아니다. 그러므로 소꿉놀이는 자신의 모국어보다 이상화된 모델인 표준어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빠, 엄마 역할을 모델로 삼아 흉내내기 놀이를 할 경우는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

경상도 아이들도 '왔다, 밥 도, 자자'가 아니라 '여보 나 왔습니다. 밥 주세요, 잠을 잡시다'가 일상적인 소꿉놀이의 대화가 된다.

예전에 직장 생활을 하는 며느리가 시골에 있는 시어머니를 불러다가 집안 일을 시키고 애를 보게 했다.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시어머니는 며느리 보는 앞에서 손자와 같이 놀면서 손자에게 말을 가르쳤다.

비행기 모형을 들고 이기 '비행구'다. '비행구 따라 해라.' 가위를 들고 이건 '가시개'하고 가르치고 혀를 내고 '쌨바닥'이라고 가르쳤다. 이를 본 며느리는 다음부터 아이를 시어머니에게 맡기지 않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아마 며느리는 아이의 모국어가 시어머니의 시골말이 될까 두려웠던 모양이다.

아이들의 소꿉놀이는 경상도 말로 '동두깨비' 혹은 '반주깨놀이, 반지깨'라고 한다.

일부지역(진양)에서는 두 낱말이 서로 결합해서 '동지깨'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단어의 결합은 사이를 뜻하는 '새'와 중간에 먹는 음식인 '참'이 결합해 '새참'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낱말을 만드는 방법이다.

'동두깨비'는 '독 두깨비' 즉 단지나 독이 깨진 사금파리를 의미하는 낱말로 옛날 아이들이 그릇 대용으로 쓰던 물건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또한 '반주깨'는 '반느질 고리'를 의미하는 데, 여기에 인형이나 작은 살림살이를 담아 가지고 놀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소꿉놀이를 '반주깨 놀이'라고 한다.

경상도 말의 특이한 낱말로 보이는 여러 단어들은 옛말의 흔적이 남아 있거나 기억상으로 편리한 형태로 고정하여 만든 합리적인 것들이 많다. 이런 어휘들은 우리말을 풍부하게 하고 우리 민족의 고유한 의식세계를 내포하는 가치 있는 것이다.

'토마토'는 외래어로 고유어로 대체할 만한 다른 낱말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경상도 말에는 '토마토'가 '땅에서 나는 감'이란 뜻으로 '땅감'으로 불린다. 나무에 열리는 홍시나 단감 말고도 그 모양이 비슷한 토마토를 '땅감'으로 부른다면 굳이 '토마토'란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어휘를 풍부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지진'은 한자어이다. 그러나 경상도말에서는 '땅에서 나는 불'이라 '땅불'이라 한다. 지진보다 '땅불'이 낱말의 뜻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경상도 말의 어휘를 어색하고 낯설게 보는 것은 그 낱말이 가진 멋진 표현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온다.

붉게 물든 저녁 노을을 바라보면서 햇살이 부채살처럼 솟아오르는 모양처럼 이해한 사람들은 노을을 '북살'이라고 자연스레 표현한다. 나불거리는 파도를 '나부리'라고 표현 하는 사람들이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자연스런 '나불'을 놔 두고 '파도(波濤)'로 표현하고자 하는 그 관념성이 어리석은 것이다

 

사투리의 미학 <10> 새들의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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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 중에는 노래하는 새가 따로 있다. 까치 멧비둘기 등은 단순한 소리만 반복해서 내지만 종다리 쇠유리새 휘파람새 등 '명금류'라고 불리는 새들만 가락을 이용해 노래할 수 있다. 그런데 새들의 노래는 지방마다 다르다고 한다.
즉 동물도 사투리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조류가 사투리를 한다는 것은 동물도 부모나 이웃으로부터 같은 언어 학습을 받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중요한 사실이 된다. 새들의 사투리는 지역적으로 통용되는 신호라서 새로 태어난 새끼새는 사투리를 알지 못할 것이고, 그 새가 그 지역에서 원활하게 살아 가면서 구애를 통한 번식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누군가에 의해 사투리를 전수받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 철새보다는 텃새가 한 곳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사투리로 소통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에 사는 휘파람새는 겨울철에는 필리핀에 갔다가 여름철이 되면 번식을 위해 다시 우리 나라를 찾아오는 철새인데도 사투리가 있다고 한다. 철새인 휘파람새에게 사투리가 있는 이유는 이들이 태어난 곳에서 자기 아버지나 이웃집 아저씨에게 배우고, 다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찾아와 번식을 하면서 2세들에게 사투리를 전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제주도의 휘파람새는 휘파람 앞 부분의 소리가 길게 이어지는 반면에 내륙지방 휘파람새의 소리는 잘게 끊어지는 경향이 있고 거제도나 완도에 사는 휘파람새는 제주도와 내륙의 중간 정도에 해당되는 휘파람 소리를 낸다고 한다.

또한 휘파람 소리 다음에 계속 이어지는 음절들도 각 지역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의 언어와 마찬가지로 새들의 노래에도 새들은 사는 곳에 따라 음절의 모양 뿐 아니라 음의 높낮이도 판이하다고 한다.

숲이 우거져 휘파람새가 몰려 사는 제주도에는 소프라노가 많은 반면, 드문드문 사는 육지의 휘파람새는 바리톤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같은 경상도 말이라도 내륙지방과 해안지방의 언어가 다른 이유와 밀접하게 닮아 있다는 것인데, 새들도 인간의 사투리의 분화와 같은 방식으로 노래가 분화된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휘파람새  

인간이 새를 명명하는 어휘에도 지역별로 다르다.

일반적으로 새들의 명칭은 대체로 새의 특성에 따라 붙이는 것과 새의 노랫소리로 붙이는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지역 사람들이 인식하기 쉽고 구별하기 쉬운 방법에 의해 다양한 이름이 나타난다. 이 중 새의 특성은 크기나 색깔 사는 곳, 습성 등 여러 가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특징적으로 판단되는 부분을 이용해서 이름을 짓는다.

그 예로 흔히 보는 '참새'는 '먹을 수 있는 진짜 새'라는 뜻으로 붙인 의미이며 또한 '황새'는 '크기가 크다'는 뜻으로 붙인 '한새'에서 변한 말이다. '까마구'는 검정 색깔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쇠기러기'는 '소와 같이 큰 기러기'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고 '멧까치'는 산에서 산다고 붙인 이름이다. 그리고 '부앵부앵' 우니까 부앵이, 따옥따옥 우니까 '따오기', 꾀꼴꾀꼴 우니까 '꾀꼬리'로 붙인다.

이처럼 새의 이름은 지역에 따라 인식하기 쉬운 방법으로 이름을 붙이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새의 이름 중에서 '두견새'와 같이 한자어로 된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경우나 일본말인 '잉꼬(インコ)'로 불리는 새는 이름으로써는 식별하기 어려우니까 울음소리인 '소쭉새'로 인식하거나 특성에 따라 '사랑새'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런데 소쩍새(두견새)나 뻐꾸기가 생김새로는 쉽게 구별되지 않고 울음 소리도 유사해서 대부분의 경상도 사람들은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두 새의 울음이 '풀국풀국'으로 들리는 거창 남해 합천 거창 창원 지역에서는 '풀꾹새'로 부르고, '부꿈부꿈'으로 들리는 양산 의령 사천 지역에서는 '부꿈새'로 부른다. '뚜꾹뚜꾹'으로 들리는 진주 지역에서는 '뚜꾹새'로 불리기도 한다.

이렇듯 지역에 따라 자신들이 인식하기 쉬운 방법으로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기억의 편리성 때문이다. 그러나 더러는 젊은 사람이나 표준어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원래의 명칭이 고상하고 더 유식해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향도 많다. 다음의 부산말을 생각해 보자.

"봄이 되면 '띠지기'가 땅을 파고, '뿔찌'가 잠자고, '똑딱새'가 나무를 찍고, '물닭'이 알을 낳는다." 이 문장에 나타난 '띠지기, 뿔찌, 똑딱새, 물닭' 등은 젊은 사람들이 쉽게 알기 힘든 낱말 같아 보인다. 그러나 낱말의 뜻을 잘 살펴 보면 원래 이름보다 그 대상을 알기 쉬운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띠지기'는 '땅을 뒤지기 좋아 하는 동물'이니까 '두더지'를 나타내는 말이고, '뿔찌'는 '뿔이 있으며 찌(쥐) 모양으로 생긴 새'로 '박쥐'에 해당하는 낱말이다. '똑딱새'는 '똑딱거리며 나무를 찍는 새'로 '딱따구리'를 말한다. '물닭'은 '물에 사는 데 닭 모양을 하고 있는 새'로 '뜸부기'를 부르는 말이다.

이렇게 이름 속에서 그 동물의 특성이 드러나게 만든 것은 인식의 편리함 때문이다. 동물의 이름은 그 특성이나 모습에 따라 기술하는 것이 추상적인 이름보단 효율성이 높다.

특히 올빼미와 부엉이는 모양으로는 쉽게 구분되지 않고 두 귀가 머리 위에 뾰쪽하게 솟아난 것을 보고 부엉이로 인식할만큼 서로 구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양산 지역에서는 뿔을 가진 새라는 의미로 부엉이를 '뽈찡이'로 부른다.

또한 '꽁꽁꽁' 우는 '꿩'의 경우, 수컷은 '장끼'로 암컷은 '까투리'로 구분해 부르지만 보통 사람에게 암수의 구별은 쉽지 않다. 그래서 경상도 사람들은 장끼와 까투리를 그냥 '암꽁' '수꽁'으로 부른다. 암수를 복잡하게 구분하는 것보다는 아예 암수의 이름을 달아서 부르는 편이 머리가 복잡해지지 않는다. 유식한(?) 까투리보단 무식한(?) 암꽁이 더 유용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쉬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