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의 장

봉신연의[封神演義]_05

醉月 2009. 12. 4. 08:56

봉신연의(封神演義)-운중자가 검(劍)을 바쳐 요괴를 제거하려 하다

 

▲ 연기도사 운중자가 소나무 검으로 요괴를 제거하려가다. 
천백년 동안 도를 닦은 煙氣연기도사 운중자가 약초를 캐러가다가 동남쪽하늘에 요상한 기운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 천년 묵은 여우가 황궁으로 숨어들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 요괴를 그냥 두면 장차 조정에 큰 화근이 될 것을 알고 소나무 검을 깎아 요괴를 제거하러 조정으로 들어간다. ⓒ 삽화 권미영

 

주왕은 달기와 사랑에 빠져 종일 荒淫황음을 탐닉하며 조정의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

이때 終南山종남산에 煙氣연기도사 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름을 雲中子운중자라고 하였으며, 천 백 년 동안 도를 닦아 득도한 신선이었다. 그날따라 특별히 할일이 없어 손에 꽃바구니(水火花籃)를 들고, 虎兒崖호아애로 약초를 캐러 가려고 하였다. 막 호아애에 가려고 구름을 타자 곧 안개가 일어나는데, 홀연 동남쪽에서 한줄기 요사한 기운이 솟아올라 곧장 구름 하늘 위를 꿰뚫는다.

운중자가 이를 한번 보더니, 머리를 끄덕이면서 탄식한다.
“이 짐승은 천년 묵은 여우(千年狐狸)에 불과한데, 이제 사람의 형태를 빌려 쓰고, 조가의 황궁 안으로 몰래 숨어들었구나. 만약 일찍이 제거하지 않으면, 반드시 큰 재앙이 될 것이다. 나는 출가한 사람으로 자비를 근본으로 삼는데,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일시적인 방편을 쓸 수밖에 없구나!”

서둘러 金霞금하동자를 불렀다.
“너는 오래된 마른 소나무 가지 하나를 구해서 나에게 가져오너라. 그것으로 내가 목검을 하나 다듬어서 요사한 것을 없애 버리겠다.”

금하동자가 물었다.
“도사님, 어찌 보검을 사용하여 요사한 요괴를 베어버려 禍根화근을 영원히 끊어버리지 않습니까?”

운중자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천년 묵은 여우를 처리하는데 어찌 나의 보검을 쓰겠느냐! 다만 이 목검이면 충분하니라.”

금하동자가 소나무 가지를 구해와 운중자에게 건네주자, 이것으로 목검을 깎았다. 그리고 금하동자에게 분부했다.
“내가 없는 동안 洞門동문을 잘 지키어라. 내가 갔다가 금방 돌아오겠노라.”

운중자가 종남산을 떠나 발아래 상서로운 구름을 밟으며 조가를 바라보면서 갔다. 이 광경을 보고 읊은 시가 있었다.

“말을 타거나 가마나 배를 타지 않고, 五湖四海오호사해 온 세상을 내 마음대로 노닌다. 大千世界대천세계 먼 거리도 잠깐이면 도착하며, 돌이 허물어지고 소나무가 고목이 되는 긴 시간도 잠깐이어라.”

한편, 주왕은 날마다 酒色주색에 미혹되어, 만 한 달이 되어도 조정에 나오지 않아 백성들은 불안해하고, 조정 가득한 문무관원들도 의론이 분분하였다.

마침 상대부 梅柏매백이 수상 商容상용, 아상 比干비간에게 말했다.
“천자가 함부로 음탕한 짓을 하고, 주색에 빠져 조정의 정사를 살피지 않아 상소가 산처럼 쌓여있는데, 이것은 천하대란의 조짐입니다.

수상·아상 등은 조정 대신의 몸이므로, 나아가고 물러남에 마땅히 대의를 다해야만 합니다. 하물며 임금에게는 간언하는 신하가 있고, 아비에게도 바른 소리하는 자식이 있으며, 선비에게도 바른 소리하는 친구가 있으니, 小官소관과 두 분 정승은 함께 책임이 있습니다.

오늘 종을 치고 북을 두드려, 문무관원을 일제히 소집하고 천자께 대전으로 들기를 청하여, 각기 자기 일을 고하고, 힘을 다해 이를 간언한다면, 아마도 군신의 대의를 잃지 않을 것 입니다.”
이 말에 상용이 대답한다.

“대부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이어서 執殿官집전관에게 알린다.

“종과 북을 울려 임금이 대전에 오르시기를 청하라”
그때 주왕은 摘星樓적성루에서 막 연회를 한창 즐기는데, 대전에서 종과 북소리가 일제히 울리는 것을 들었다. 좌우에서 주왕에게 가마에 올라 대전에 오를 것을 주청한다.

주왕은 어쩔 수 없어 달기에게 분부한다.
“미인은 잠시 편안히 쉬고 있으라. 짐이 대전에 나갔다가 곧 돌아오겠다.”

달기는 몸을 엎드리면서 천자의 수레를 전송한다.
주왕이 홀인 圭규를 잡고 수레(輦)에 앉아, 대전으로 나아가 보좌에 오르자 문무백관이 임금에게 절을 하며 하례를 마친다.

천자가 앞을 바라보니, 두 정승이 상소를 안고 대전에 오르고, 이어 여덟 대부도 상소를 안고 대전에 오르며, 鎭國武成王진국무성왕 黃飛虎황비호도 상소를 안고 대전으로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주왕은 연일 주색에 미혹되어 정신이 혼미해져, 만사가 싫증나던 차에 또 많은 상소를 보게 되자, 단번에 어떻게 이 많은 것을 다볼 수 있겠는가? 조정을 물러나오고 싶을 뿐이었다.

이때 두 승상이 앞으로 나와 엎드리면서 아뢴다.

“천하의 제후들이 상소를 올려 폐하의 재가를 기다리는데, 폐하께서는 무슨 일로 한 달이 되어도 대전에 오르지 않고, 날마다 깊은 궁궐에 앉아, 조정의 기강을 가지런하게 바로잡지 않습니까? 이는 반드시 폐하의 좌우에 聖聰성총을 미혹시키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삼가 폐하께서는 국사를 중요하게 여기시고, 이전처럼 깊은 궁궐에 앉아서 나태하게 국사를 돌보지 않음으로 하여 신하와 백성들의 신망을 크게 저버리지 마시기를 비옵나이다.

신은 들었습니다. 천자의 직위는 오직 어렵다고 합니다. 하물며 이제 天心천심조차 순응하지 않아, 水害수해와 旱害한해가 고르지 않고, 재앙이 백성에게 내렸는데, 이는 정치의 득실에 따른 소치라 생각됩니다.

원컨대 폐하께서는 나라의 근본에 마음을 두시고, 지난날을 철저하게 고치시고, 소인의 참언과 여색을 멀리하시고 정치를 부지런히 하셔서 백성을 불쌍히 여기시오면, 천심도 순응하여 국가가 부유하고 백성도 풍요하게 되며, 천하가 편안하여 四海사해가 무궁한 복을 받게 되옵니다. 원컨대 폐하께서는 행여 유념하시기 바라옵나이다.”

▲ 도인 운중자가 주왕에게 도인의 경지를 아뢰다. 
도인이 왼손에 꽃바구니(花籃)를 들고, 오른 손에는 불진을 쥐고 머리를 조아리며 인사하자 주왕은 기분이 언짢아진다. 그러나, 마음은 속박이 없어 흐르는 물과 같고 몸은 自在자재하여 떠도는 구름 같이 자유로운 도인의 이야기를 듣자 금방 마음이 녹는다. ⓒ 삽화 권미영

 

 

주왕은 수상 상용 등 두 정승의 간언을 다 듣고 난후 말했다.

“짐이 듣기로는 온 사방이 편안하고, 만백성이 그 생업을 즐긴다고 하였소. 다만 北海북해에서 나라에 반역하는 일이 발생하였으나 이미 태사 聞仲문중으로 하여금 간악한 무리들을 토벌하여 섬멸하도록 하였으니, 이것은 옴과 같은 자그마한 병에 불과할뿐인데, 어찌 문제시될 것이 있겠소?

두 분 정승의 말씀이 심히 옳다는 것을 짐이 어찌 모르겠소? 다만 조정의 백가지 일은 전부 수상께서 짐을 대신해서 처리하시고,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대로 행한다면, 어찌 매사에 막힘이 있겠소? 비록 짐이 보좌에 있지 않고 후궁에 머물러 있더라도 역시 팔짱을 끼고 되어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에 불과할 뿐인데, 또한 하필이면 번거롭게 여러 말을 할 필요가 있겠소?”

임금과 신하가 막 國事국사를 논하고 있는데, 궁궐의 남문을 지키는 午門官오문관이 아뢴다.
“종남산의 煙氣道士연기도사 雲中子운중자가 수레를 타고 나타나 보고할 중요할 기밀이 있다고 하는데, 감히 오문관인 제가 독단적으로 천자를 알현하게 할 수 없어 폐하께 아뢰오니 재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주왕은 가만히 생각해 본다.
“많은 문무관원들이 상소를 한 아름씩 안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차라리 도사를 만나서 한담이나 하는 것이 낫겠다. 그러면 백관들의 분분한 의론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또 짐이 간언을 물리쳤다는 이름도 면할 것이다.”

주왕은 ‘도사를 들게 하라’라는 어지를 내린다.
운중자는 오문에 들어와 구룡교를 지나 큰길을 따라 걷는데, 큰 소매의 넓은 도포를 입고, 손에는 拂塵불진을 쥐고, 표표히 느린 걸음으로 다가온다. 도인은 단정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이러하였다.

“머리에는 푸른 비단으로 된 일자 머리띠를 두르고, 머리 뒤에는 바람에 날리는 쌍으로 된 나뭇잎 두 줄기를 드리웠고, 이마에는 삼광인 해와 달과 별을 점으로 찍었고, 머리 뒤에는 머리칼을 해와 달이 나뉘어있듯이 둥글게 말았다. 입고 있는 비취색 도포는 陰陽음양이 모두 들어있는 듯하고, 허리에는 서왕모의 매듭인양 두 갈래로 끈을 드리웠다.…”

도인은 왼손에 꽃바구니(花籃)를 들고, 오른 손에는 불진을 쥐고, 물방울이 떨어지는 처마 앞까지 다가와서 불진을 잡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아뢴다.

“폐하! 貧道빈도가 삼가 인사 여쭙니다.”
주왕은 방금 이 도인이 천자를 대하는 태도를 지켜보다가 마음속에서 불쾌함이 솟구쳐 올라왔다.

천자가 생각하기를 “짐은 귀하기로는 천자이며, 부유하기로는 사해가 나의 소유이다. ‘온 나라 안의 백성은 모두 왕의 신하’라고 한다. 너는 비록 方外방외에 있으나, 도리어 짐의 版圖판도내에 있는데, 이렇게 가증스럽다니! 본건은 마땅히 임금을 업신여긴 죄로 다스려야 하는데, 신하들은 다만 짐이 다른 사람을 포용하지 못한다고 말할 것이다. 하여 짐이 그의 의중을 떠본 후 그가 어떻게 나를 대하는지를 지켜보겠다?”

주왕이 물었다.
“그대 도인은 어느 곳에서 왔는가?”

운중자가 대답했다.
“빈도는 雲水운수에서 왔습니다.”

주왕이 물었다.
“무엇을 雲水운수라고 하는고?”

운중자가 대답했다.
“마음은 흰 구름과 같아 항상 自在자재하여 속박이나 장애가 없으며, 생각은 흐르는 물처럼 동서남북에 맡깁니다.”

주왕은 총명하고 지혜로운 천자였으므로, 곧 질문한다.
“구름이 흩어지고 물이 마르면, 도인은 어느 곳으로 돌아갈고?”

도인이 대답한다.
“구름이 흩어지면 밝은 달이 응당 공중에 걸려있고, 물이 마르면 밝은 구슬이 나타납니다.”

주왕은 운중자의 말을 듣더니 노여움이 기쁨으로 변했다. 이어서 말했다.
“방금 도인께서 짐을 보고 고개만 숙이고 절을 하지 않아, 임금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많이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지금 도인의 대답을 듣고 보니 모두 이치에 합당한데, 이제야 지혜에 통달한 大賢대현임을 알겠도다!”

주왕이 좌우에 명하여 “자리를 내드려라”한다.
운중자는 사양하지 않고 천자 곁으로가 앉는다. 운중자는 등을 쭉 펴면서 말했다.
“원래 이와 같습니다. 천자는 다만 천자가 귀하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만, 三敎삼교(유불선)중에서 원래 道德도덕이 존귀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천자가 물었다.
“어떻게 도의 존귀함을 보이겠는가?”
운중자가 “빈도의 말을 들어 보소서”하면서 한바탕 도의 존귀함을 읊조린다.

“다만 삼교를 보건대 오직 道도만이 지극히 높다. 위로는 천자에게 조회하지 않고, 아래로는 공경을 배알하지 않는다. 새장 같은 자유롭지 못한 처지를 피하여 자취를 감추고, 속세의 그물을 벗어나 참됨을 닦는다. 자연을 즐기며 名利명리를 끊고, 바위 암굴에 숨어서 욕됨과 영예를 잊는다.

머리에 쓴 星冠성관에는 해가 빛나고, 베로 만든 누더기를 업었으나 늘 봄을 즐긴다. 혹 머리털을 쑥대강이처럼 하고 맨발로 다니며, 혹은 상투를 틀고 두건을 매기도 한다. 예쁜 꽃을 따서 삿갓에 꽂고, 들풀을 꺾어서 방석에 깐다. 단 샘물을 마셔 양치하고, 소나무와 잣나무를 씹어 수명을 늘린다. 높이 노래 부르며 손바닥을 두드리고, 춤추다가 그만두면 구름 속에서 잠잔다. 신선을 우연히 만나면 현문의 도를 구하고, 도우를 만나면 술을 나누며 詩文시문을 담론한다.”

도사 운중자가 황제에게 요괴를 제거하는 비법을 알려주다.

운중자는 주왕에게 소나무 가지로 깎은 거궐(巨闕)이라는 검의 신통을 이야기하며 그 검으로 요괴를 제거할 것을 간언한다.

 

운중자가 주왕에게 도의 존귀함을 읊조리는데 그칠 줄 모른 채 이어진다.  

“사치스럽고 더러움에 물든 부귀를 비웃으며, 淸貧청빈한 속에서 자유 자재함을 즐긴다. 한 터럭이라도 걸리는 것이 없고, 반점의 캥기는 것도 없다. 셋씩 모여앉아 玄妙현묘를 탐구하여 깨닫고 도를 논하며, 두 사람씩 모여 옛날을 궁구하고 지금을 담론한다.  古今고금을 궁구하고 담론하면서 前朝전조의 흥망을 탄식하고, 玄道현도를 탐구하고 논하면서 性命성명의 근원을 추구한다. 추위와 더위의 변화에 맡기고, 해와 달의 흐름에 따른다. 회백색 얼굴이 도리어 젊어지고, 흰 머리칼이 다시 검어진다. 표주박 하나를 가지고 저자거리로 가서 밥을 빌어 배를 채운다.

 

  호미와 채롱을 들고 산림으로 들어가 약초를 캐고,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구제한다.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것으로부터 만물을 이롭게 하고, 혹은 죽은 사람을 일으켜 살아나게 한다. 仙선을 수련하는 자는 그 뼈가 굳고 빼어나며, 達道者달도자는 정신이 가장 신령한 자이다.

 

  吉凶길흉을 판단함이여! 爻象효상에 밝게 통하였고, 禍福화복이 정해져 있음에 사람의 마음을 세밀히 살핀다. 道法도법을 闡明천명함에 가장 높은 正敎정교를 드러낸다. 符籙부록을 그려서 인간세상의 요사한 기운을 제거한다. 陽神양신이 날아올라 옥황상제를 알현하고, 북두성의 기운을 밟고 雷門뇌문에 든다. 하늘의 문을 두드리니 천지가 캄캄하고, 땅의 문을 치니 귀신이 울고 神신들마저 공경한다.

 

  천지의 빼어난 기운을 빼앗고, 해와 달의 정화를 채집한다. 음양을 운행하여 성품을 단련하고, 水昇火降수승화강케하여 水火수화를 길러서 胎태를 응결(凝胎)시킨다. 몸속에 음기를 없애버리니 황홀한 것 같고, 양기를 자라게 하니 어둡고 아득한 것 같다. 四時시사에 맞추어 丹田단전의 丹藥단약을 채취하고, 아홉 번을 돌려서 丹단을 이룬다.

 

  靑鸞청란에 올라타 바로 선계에 오르고, 백학을 타고 두루 하늘나라를 편력한다. 건곤의 妙用묘용을 탐구하고, 道德도덕의 은근함을 드러낸다. 儒者유자들이 높은 관직과 현달함을 추구해도 그 부귀란 것이 뜬 구름과 같고, 截敎절교의 무리들이 수행한 다섯 가지 도술로도 사실 正果정과를 이루기 어렵다. 다만 儒佛道유불도 三敎삼교을 논해도, 오직 도가만이 홀로 높도다.”

 

  주왕이 듣기를 마치자 크게 기뻐한다.

  “짐이 선생의 이 말을 들으니, 자신도 모르게 정신이 상쾌하여, 마치 티끌세상 밖에 있는 것 같고, 부귀라는 것이 뜬 구름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소. 다만 선생께서는 과연 어느 洞府동부에 계시며, 무슨 일로 짐을 보고자 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내막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운중자가 대답한다.

  “빈도는 종남산 玉柱洞옥주동에 머물고 있으며, 雲中子운중자라고 합니다. 빈도가 일없이 한가롭게 지내다가 높은 봉우리에 올라 약초를 캐려고 하는데, 홀연히 요사한 기운이 朝歌조가를 가로 지며, 그 기운이 궁궐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빈도는 道心도심이 넉넉하고, 善念선념이 항상 따라다닐 뿐입니다. 하여 빈도가 일부러 와서 폐하를 알현하였사오니, 이 요괴를 제거하고자 할 따름입니다.”

 

  주왕이 운중자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한다.

  “궁궐은 깊은 곳에 감추어져 있으며, 대궐의 문은 삼엄하고 사방은 더욱 세밀히 지키고 있다오. 또 세상에 드러난 산림이 아닌데, 요괴가 도대체 어디로 들어온단 말이오? 선생이 이번에 온 것이 헛걸음이 아니기를 바라오!”

  운중자가 웃으며 대답한다.

 

  “폐하께서 만약 요괴가 있는지를 안다고 하시면, 요괴는 스스로 감히 오지 못합니다. 오직 폐하께서 이 요괴를 모르므로 그 요괴가 능히 기회를 틈타 미혹시키고 있습니다. 이를 오래도록 제거하지 않으면 큰 해로움이 차츰 빚어질 것입니다.


빈도가 이것을 시로 지어 올리겠습니다.

 

  ‘아름답고 요염한 것이 몹시 사람을 미혹시키는데, 몰래 肌骨기골에 파고들어 元神원신을 잃게 한다. 만약 이것이 진짜 요괴임을 알았더라면, 세상에는 응당 몸을 죽이는 것이 많지 않을 것이다.’(豔麗妖嬈最惑人, 暗侵肌骨喪元神. 若知此是眞妖魅, 世上應多不死身)”

 

  주왕이 말을 한다.

  “궁궐에 요괴가 있다면, 장차 무엇으로 이를 진압하려 하시오?” 

운중자가 손에 들고 있던 꽃바구니 뚜껑을 열고, 소나무로 깎은 검(劍)을 꺼내어 손에 잡더니, 주왕을 보고 말했다.

  “폐하께서 이 검의 묘용을 모르시오니, 빈도가 읊는 시를 들어보소서.

  ‘소나무 가지로 깎은 이 검을 거궐(巨闕)이라 하는데, 그중의 묘용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비록 검의 보배로운 기운이 북두성과 견우성을 뚫지는 못하더라도, 삼일이면 재가 되고 요기가 떠나게 될 것이다.’(松枝削成名巨闕, 其中妙用少人知. 雖無寶氣衝牛斗, 三日成灰妖氣離)”

  운중자가 말을 마치고, 검을 주왕에게 바친다. 주왕이 검을 받고 말했다.

 

  “장차 이 검을 어느 곳에 놓아야 하는가?”

  운중자가 대답했다

  “分宮樓분궁루에 걸어 놓으면, 삼일이내 영험이 있을 것 입니다.” 

  주왕을 좌우에 명을 내린다.

“이 검을 분궁루 앞에 걸어 놓아라”  명을 받은 관리가 복명하며 물러간다.

 

  주왕이 다시 운중자에게 물었다.

  “선생께서는 이러한 여러 도술이 있어, 음양에 밝으며, 능히 요괴를 살필 수 있는데, 어찌하여 종남산에서 내려와 짐을 보호하지 않으시오? 관직에 나와 작위가 올라가고, 후세에 이름을 드날리면 어찌 아름답지 않겠소! 무엇 때문에 淡薄담박한 것을 달가워하고, 이름도 없이 세상을 등지고 살고 있습니까?”

 

  운중자가 사례를 하며 대답했다.

  “황송하게도 폐하께서 숨어사는 저를 경시하지 않으시고, 빈도에게 관직을 맡기려 합니다. 빈도는 산야의 게으른 필부 이옵고, 더욱이 나라를 다스리고 편안히 하는 방도를 모르며, 해가 높이 뜰 때까지 늦잠을 자고, 옷을 입지 않고 맨발로 마음대로 노닐 뿐 입니다.”

 

▲ 삽화 권미영

 

 주왕이 말했다.

  “선생이 그렇게 지내는 것이 무슨 좋은 점이 있습니까? 높은 벼슬이 되면 자주색 도포를 입고 金印금인을 허리에 드리우고, 아내도 봉함을 받고, 자식도 비호를 받으며, 무궁히 누리는 것들이 있지 않소.”

 

  운중자가 대답했다.

  “빈도는 그런 가운데 또한 좋은 점이 있습니다. 몸은 소요하고, 마음은 자유자재합니다. 창을 잡지 않고, 남을 책망 하지도 않습니다. 만사를 아득히 여겨 몸 밖에 둡니다. 나는 공무를 다스릴 생각을 하지 않고, 부추나 심으며 공명을 취하지 않으며, 몸에 비단 도포를 입을 생각이 없으며, 허리에는 옥대를 달고 싶지 않으며, 재상의 수염처럼 하여 어루만지고 싶지 않으며, 군왕의 쾌락을 빌릴 생각도 하지 않으며, 쇠뇌를 메고 신속하게 진군할 생각이 없으며, 속세를 바라보며 몸을 굽혀 절을 하지 않을 것이며, 나의 벼슬을 높게 하여 천종의 복록을 누리고 싶지 않으며, 나를 이용하여 三代삼대가 영광을 받도록 하고 싶지 않습니다.

 

  좁디좁은 움막이지만 좁은 것을 싫어하지 않으며, 낡고 낡은 의복이지만 더럽다고 싫어하지 않습니다. 마름과 연꽃잎으로 재단하여 옷을 만들고, 가을 난초를 꿰매어 허리 장식품을 만듭니다. 天皇천황과 지황·인황을 묻지 않으며, 天籟천뢰와 지뢰·인뢰를 묻지 않습니다.

 

  고아한 심정은 황홀하여 가을 물과 같고, 흥이 일어날 때 오로지 천지마저 장애가 될까 두렵습니다. 한가로우면 베개하나 베고 산중에서 자며, 꿈속에서 혼이 서왕모가 요지에서 개최하는 蟠桃會반도회에 가고자 합니다. 그곳에서 달이 동쪽으로 오르고, 해가 서쪽으로 지는 것을 지켜보겠습니다.”

 

  주왕이 듣기를 마치고, 탄식하면서 말했다.

  “짐이 선생의 말씀을 들으니, 진정으로 선생이야말로 淸靜청정한 나그네인가 하오.”

  시위관에게 서둘러 명령을 내려 금과 은을 각기 한 쟁반씩 가져와 도인의 앞길에 여비로 삼도록 한다.

  잠시 후 시위관이 금과 은이 담긴 붉은 쟁반을 두 손에 받쳐 들고 운중자에게 건넨다. 운중자가 웃으며 말했다.

 

  “폐하께서 내리는 사은품을 빈도는 쓸 곳이 없습니다. 빈도가 대신 시를 한 수 올리겠습니다.”

  “인연따라 연분따라 세속에 나왔는데, 한 조각 마음은 물과 같고 구름과 같다. 두 권의 道經도경과 석자의 검, 한 자루 명아주 지팡이와 다섯 줄 거문고가 모든 것이어라. 주머니 속에 약이 들어있어 아픈 사람을 만나면 구제하고, 배속에는 새로운 시가 들어있어 우연히 손님을 만나면 읊조린다. 한 알 단약으로 천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데, 인간 세상에 황금이 있다고 자랑하지 말라.”

  운중자가 말을 마치자, 구간대전을 떠나려고 머리를 조아리고, 큰 소매를 바람에 휘날리며, 활갯짓하면서 성큼성큼 걸어서 마침내 오문을 나섰다.

 

  이때 대전 양쪽에 서있던 여덟 대부가 막 앞으로 나와 업무를 보고하려고 하는데, 도인이 출현하여 이상한 요괴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지체시켰다. 주왕은 운중자와 더불어 이야기를 오래하여 이미 만사가 싫증이 난 상태였으며, 소매로 용포를 거두고, 수레에 올라 환궁하면서 백관들에게 잠시 물러가라고 한다. 여러 관리들도 어찌할 방도가 없어 다만 물러갈 뿐이었다. 

 

  한편, 주왕의 가마가 수선궁에 이르렀으나 달기가 나와 수레를 맞이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주왕은 마음이 몹시 불안하였다. 다만 시어관이 수레를 맞는데, 주왕이 물었다.   

  “蘇소미인은 어찌하여 짐을 맞이하지 않는가?”

 

  시어관이 머리를 조아리며 아뢴다.

  “蘇娘娘소낭낭께서 갑자기 심한 병을 얻어 인사불성으로 까무러친듯하여 침상에 누워 일어나지 못합니다.”

  주왕이 듣기를 마치자 급히 수레에서 내려, 서둘러 침궁으로 들어가 황금룡이 새겨진 휘장을 들어올린다. 달기의 얼굴이 쇠 가지와 같고, 입술은 백지장과 같은데, 혼미한 상태에서 숨 쉬는 것조차 힘 드는 듯 쇠약해져 기절한 것 같다.

 

  주왕이 부르짖는다.

  “소미인, 그대는 아침에 출궁하는 짐을 전송할 때, 아름다운 모습이 꽃과 같았는데, 어찌하여 일시에 질병을 얻어 이러한 액운이 드리웠는가! 짐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구나?”

  독자가 알고 있는바 대로 이것은 운중자의 보검을 분궁루에 걸어놓아, 진압된 여우의 그런 모양이었다. 만약 그때 진압된 그 천년 묵은 여우인 달기가 죽었더라면, 成湯성탕의 商상나라가 보존되지 않았을까? 또한 이것은 주왕의 강산이 패망하고, 주나라가 일어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어서인지 주왕은 마침내 달기의 탈을 뒤집어 쓴 여우에게 미혹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때 달기는 둥글고 큰 눈을 가늘게 뜨고 억지로 붉은 입술을 열고, 신음을 내지르며 숨이 차서 헐떡이면서 한마디 던졌다.

  “폐하! 신첩이 아침에 적성루에서 폐하의 수레를 배웅하고 나서, 정오에 폐하를 영접하기 위해 분궁루 앞까지 갔었습니다. 문득 머리를 들어보니, 한 자루 보검이 분궁루에 높이 걸려있었습니다. 그때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마침내 이러한 위급한 병을 얻었사옵니다. 이것은 천첩이 박명하고 연분이 없어서인데, 폐하 곁에서 오래도록 모시고 영원히 화목하게 해로하는 사랑의 즐거움을 다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삼가 폐하께서는 자애하시어 천첩이 염려하지 않도록 하시옵소서.”

  달기는 말을 마치고, 얼굴 가득히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주왕은 한참동안 말이 없다가, 역시 눈물을 머금고 달기에게 말했다.

  “짐이 잠시 판단이 흐려 하마터면 방사에게 속을 뻔했다. 분궁루에 걸려있는 검은 종남산의 연기도사 운중자가 진상한 것이다. 그 도사가 짐의 궁중에 요사한 기운이 있다고 하면서, 이 검으로 진압하라고 하였는데, 설마 누가 미인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겠소?

 

  이 자가 요사한 술법으로 미인을 해하고자 짐의 궁중에 요사한 기운이 있다고 날조한 것 같소. 짐이 생각하기로는 깊고도 은밀한 궁중에 세상의 티끌조차 이르지 못하는데, 어찌 요괴가 있을 수 있겠소? 무릇 방사라는 자들은 사람을 속이는 자들인데, 짐도 미혹된 듯하오.”

  급히 어지를 좌우에 내린다.

  “방사가 진상한 그 목검을 불로 빨리 태워버리도록 하되, 잠시도 지체하지 말라. 하마터면 미인을 놀라게 해 다치게  할 뻔하였구나.”

 

   주왕은 재삼 달기를 곁에서 따뜻하게 위로하면서, 온 밤 내내 자지 않았다.

  안타깝구나! 주왕이 보검을 불에 태우지 않았더라면, 상나라가 계속되었을 것이다. 이 검을 불태움에 따라 요사한 기운이 깊은 궁중에 뿌리박히게 되었고, 그것이 주왕을 옭아매어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어 어수선하게 되었다. 조정이 황폐화되고, 사람이 떠나고 하늘을 원망하였으며, 천하를 西伯侯서백후에게 잃게 되었다. 이것 또한 하늘의 뜻이라면 당연히 이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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