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신연의(封神演義)-주왕이 무도하여 炮烙포락의 형벌을 만들다
▲ 주왕이 운중자가 준 나무 보검을 태우다. 주왕은 달기가 놀라 거의 죽게 된 것을 보자 운중자가 주고 간 나무로 만든 보검을 태웠다. 보검이 불타고 나자 달기는 요사한 기운을 다시 회복한다. 이에 운중자는 탄식하며 사천대 벽 위에 시를 적어 놓고 종남산으로 가버렸다. (삽화 권미영)
주왕은 달기가 놀라 거의 죽게 된 것을 보자 황망하여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시어관에게 ‘운중자가 주고 간 나무로 만든 보검을 즉각 불에 태우라’고 어지를 내렸다. 보검은 소나무 가지를 깎아 만들었으므로 불을 이기지 못하고 순식간에 타버렸다. 시어관이 명령대로 검을 태우고 돌아와 천자에게 결과를 보고했다.
보검이 불타고 나자 달기는 요사한 기운을 다시 회복하고, 정신도 옛날과 같았다. 바로 詩가 있어 이를 증명한다.
“불로 보검을 태우니 지혜가 얼마나 용렬한가? 요사한 기운이 전과 다름없이 구중궁궐을 찌르고 있다. 애석하구나! 상나라가 한갓 그림에 떡이 되었으니, 새벽하늘에 겨우 남은 달과 같은데 새벽 서리마저 짙구나.”
달기는 이전처럼 주왕을 모시고, 궁중에서 잔치를 베풀고 환락에 빠졌다. 이때 운중자는 아직 종남산으로 돌아가지 않고, 朝歌조가에 있었는데, 홀연히 요사한 광채가 다시 일어나, 궁궐을 가득 비추는 것을 보았다.
운중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탄식한다.
“나는 다만 그 보검으로 요사한 기운을 진압하여 없애버리고, 잠깐이나마 成湯성탕의 맥락을 연장하려 하였다. 그런데 대운수가 이미 기울고, 나의 보검을 불태우리라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첫 번째 성탕의 商상이 응당 멸망할 것이요, 두 번째 周주나라 왕실이 마땅히 흥할 것이요, 세 번째 신선들이 큰 겁난을 만날 것이요, 네 번째 강자아가 응당 인간세상의 부귀를 누릴 것이요, 다섯 번째 여러 신들이 封號봉호를 받으려 할 것이다. 아! 안타깝구나. 이제 빈도가 한차례 하산하였으니, 24자를 남겨서 후대 사람들에게 증험으로 삼을까 한다.”
운중자는 문방사보를 가져와 司天臺사천대 벽 위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요사한 기운이 궁궐을 더럽히고 어지럽히는데, 聖德성덕은 西土서토(西周서주를 의미)로 옮겨가 드날린다. 朝歌조가를 피로 물들이는 것을 알고자 하면, 그날이 바로 戊午年무오년 甲子日갑자일이다.”
(妖氛穢亂宮庭, 聖德播揚西土. 要知血染朝歌, 戊午年中甲子)
운중자는 글을 쓰고 난 후 바로 종남산으로 가버렸다. 조가의 백성들은 도인이 사천대 벽 위에 써놓은 시를 보고 몇 번이나 읽어보았으나 그 뜻을 알 수가 없었다.
이 글을 보기위해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고 흩어지지 않아서 주변이 몹시 혼잡하였다. 지나가는 백성들이 이러고 있는 사이에 마침 太師태사 杜元銑두원선이 퇴궐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천대 앞을 둘러싸고 있어 시종들이 길을 열라고 한다. 태사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
사천대 관부 문지기가 보고한다.
“대인어른, 도인 한 분이 사천대 벽 위에 시를 적어 놓았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있습니다.”
두원선이 말위에 앉아서 건너다보니, 24자가 쓰여 있는데, 그 뜻이 자못 깊어 금방 해석하기가 어려웠다. 문지기에게 물로 씻어내라고 명령을 내렸다. 태사는 관부 안으로 들어가, 그 24자를 세세히 연구해 보았는데, 궁구할수록 그 뜻이 깊고 은미하여 종래 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마음속으로 가만히 생각해본다.
“이것은 반드시 전날 조정에 보검을 진상한 도인이 쓴 것으로, 요사한 기운이 궁궐을 둘러싸고 있다고 말한 것과 어떤 관련이 있을 것이다. 연일 내가 밤하늘의 상을 살펴보니, 요사한 기운이 날로 번성하여, 궁궐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반드시 상서롭지 못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도인이 사천대 벽 위에 시를 남겼구나.
눈앞의 지금 천자는 荒淫황음하고 조정의 정무를 살피지 않으며, 간악한 권력가들이 성총을 어지럽히니, 하늘이 근심하고 백성이 원망하는데, 눈앞에서 그 위험을 보는 듯하다.
나는 先帝선제의 깊은 은혜를 받았는데, 어찌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있겠는가? 현재 조정의 문무 관원은 개개인이 우려하고 있고, 사람마다 다가올 위험을 두려워하고 있다. 상소문을 갖추어 힘써 천자에게 간언하여 신하로서의 충절을 다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직간하여 명예를 탐하는 것이 아니고, 실로 국가를 위해 어지러움을 다스리는 것이 아닌가?“
그날 밤 집에 돌아온 두원선은 상소문을 작성하였으며, 다음날 상소문을 들고 문서방으로 갔다. 누구에게 상소문을 보여야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이날 근무자가 마침 수상 상용이었다.
두원선은 크게 기뻐하면서 앞으로 나아가 예를 올렸다.
“승상께 아룁니다. 어제 밤 두원선이 사천대에서 살펴보니 요사한 기운이 깊은 궁궐을 휘감아 두르고 있어, 재앙이 곧 나타날 것인데, 천하의 앞일을 가히 알 수 있습니다. 주상은 국정을 살피지 않고, 조정의 기강을 다스리지 않습니다. 아침저녁으로 환락에 빠져 함부로 음탕한 짓을 하고 주색에 곯아 있으니, 종묘사직의 문이 닫혀있고, 어지러움을 다스리는 것이 묶여 있는데, 이는 작은 일이 아니므로 어찌 앉아서 보고만 있겠습니까?
이제 특별히 간언하는 상소를 갖추어 천자께 올리고자 합니다. 수고스러우시더라도 승상께서 이 상소를 천자께 전달해 주셨으면 합니다. 승상의 뜻은 어떠하신지요?”
수상 상용은 두원선의 말을 듣고 한마디 한다. “太師태사가 이미 상소를 준비했는데, 老夫노부가 앉아서 지켜보는 것이 어찌 이치에 닫겠소? 다만 연달아 천자께서 어전에 나오시지 않아서 면전에서 아뢰기가 어렵습니다. 오늘은 노부가 태사와 함께 內庭내정으로 들어가 면전에서 아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상용이 구간대전으로 들어가 용덕전, 현경전, 가선전을 지나고, 다시 분궁루를 지났다. 이곳에 있던 奉御官봉어관이 상용이 나타나자 “승상께서는 무슨 일이 있습니까? 壽仙宮수선궁은 곧 출입을 금지하는 천자의 침실이온데, 바깥 신하는 이곳에 들어와서는 안 됩니다!” 한다.
상용이 대답했다. “내가 어찌 모르겠소? 당신은 내가 주청드릴 것이 있다고 아뢰시오. 상용이 어지를 기다리겠소.” 봉어관이 궁전으로 들어가 아뢰었다. “수상 상용이 어지를 기다립니다.”
주왕이 대답했다 “상용이 무슨 일이 있어 내궁으로 들어와 짐을 보고자 하는가? 다만 상용이 비록 外官외관이지만, 천자를 三代삼대나 모신 老臣노신이니, 들어와 만나도 좋겠다.” 하면서 들어오라고 명을 내린다.
상용이 내궁으로 들어와 폐하를 외치면서 계단아래 엎드렸다.
주왕이 물었다. “승상은 무슨 긴급히 상주할 상소가 있어, 특별히 내궁까지 들어와 짐을 만나자는 것이오?”
상용이 아뢰었다. “사천대를 관장하는 두원선이 어젯밤에 하늘을 살펴보다가, 요사한 기운이 궁궐을 둘러싸고 비추는 것을 보고, 재앙이 다가 온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두원선은 삼대에 걸친 노신이고, 폐하의 팔과 다리와 같은 믿을 만한 신하이온데, 차마 좌시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폐하께서 무슨 일로 조정을 열지 않으며, 나랏일을 돌보지 않으십니까?
깊은 궁궐에 앉아 계시오니 백관들이 밤낮으로 우려하고 있을 뿐입니다.
오늘 신 등이 도끼로 참형을 당하는 형벌을 피할 수 없을지라도, 천자의 위엄을 침범한 것은, 직언으로 이름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오니, 삼가 페하께서 통촉해 주시옵소서.”
말을 마친 상용이 상소를 올리자, 시어관이 상소를 받아 책상에 올려놓는다. 주왕이 상소를 펼쳐들고 읽어 내려간다. 상소는 다음과 같았다.
“상주문을 갖추어 사천대를 관장하는 두원선이 삼가 아룁니다. 나라를 보호하고 백성을 편안케 하며, 망령된 것을 쫓고 요사한 것을 제거하여, 宗社종사를 편안히 하고자 합니다. 국가가 장차 흥하려고 하면 상서로운 조짐이 반드시 출현하고, 국가가 장차 망하려고 하면 불길한 것들이 생긴다고 신은 들었습니다.
신 두원선이 밤하늘을 살펴보았사온데, 괴이한 안개가 상서롭지 못하였고, 요사한 빛이 내전을 둘렀고, 암담한 기운이 깊은 궁궐을 뒤덮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폐하께서 전날 몸소 대전에 왕림하였을 때 종남산의 운중자가 요사한 기운이 궁궐을 꿰뚫고 있다고 하면서, 특별히 나무로 깎은 검을 진상하여 요사한 기운을 진압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현인의 말씀을 듣지 않으시고, 목검을 불태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요사한 기운을 다시 회복하여 날로 성하게 되어 하늘을 찌를 것 같사오니, 장차 그 재앙과 우환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신이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소호가 귀인을 진상한 후 폐하의 조정에는 기강이 없어지고, 천자의 책상에는 먼지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붉은 섬돌아래에는 백가지 풀이 싹이 나고, 어전 계단에는 이끼가 끼어 푸릅니다. 조정의 정치는 문란하고, 백관이 실망하고 있습니다.
신 등은 폐하의 얼굴을 가까이 하기 어렵습니다. 폐하께서는 美色미색에 탐닉하셔서 밤낮으로 오락에 빠져 있습니다. 임금과 신하가 만나지 못하는데, 마치 구름이 태양을 가린 것과 같사옵니다. 어느 날에 기쁨으로 노래가 끊이지 않는 盛世성세를 보게 될지? 또 다시 태평한 세월을 보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신은 도끼를 피하지 않으며, 죽음을 무릅쓰고 말씀을 올리는데, 신하로서의 작으나마 충절을 다할 뿐입니다. 만약 신의 말이 그릇되지 않으면, 폐하께서 빨리 어지를 내려 속히 시행하시기를 바라옵나이다.
신 등은 황송할 따름이오며, 명령이 내려지기를 기다릴 뿐이옵니다!
삼가 상소를 읽으시고 받아들여 주시기를 바랄 뿐이옵니다.”
상소를 다 읽은 주왕은 가만히 생각해본다. “주장하는 말은 지극히 옳다. 상소 내용 중에 운중자가 요기를 제거하려고 한 일이 있는데, 전날 소미인(달기)이 하마터면 목숨을 잃게 될 위험에 처한 적이 있지 않았는가! 하늘의 도움으로 검을 불태워 바야흐로 편안하게 되었다. 오늘 또 요사한 기운이 궁궐에 있다고 말을 한단 말인가!”
▲ (삽화 권미영)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주왕이 고개를 돌려 달기에게 묻는다.
“두원선이 상소를 올려 요사한 기운이 궁궐에 침투했다고 하는데, 이 말은 과연 무슨 연고인가?”
달기가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전날 운중자는 方外術士방외술사로 요사한 말을 날조하여 聖聰성총을 가리고 미혹시켰으며, 만 백성을 혼란하게 하였는데, 이 말은 妖言요언으로 나라를 어지럽게 하였습니다. 이제 두원선이 또 이것을 문제 삼아 상소를 하였사오니, 이 주장은 모두 붕당을 짓게하고 많은 사람들을 미혹되게 만드는 허튼말로서 공연히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백성은 지극히 어리석어 이러한 사특한 말을 한번 듣게 되면 당황하지 않은 자도 당황하게 되고, 어지럽지 않은 자도 어지럽게 됩니다. 그리하여 백성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스스로 편안할 수 없으므로 자연히 어지러움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 근원을 궁구해보면, 모두가 이러한 터무니없는 말들이 백성을 미혹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고로 무릇 요언을 퍼뜨려 백성을 미혹시키는 자는 죽여도 용서할 수 없사옵니다!”
주왕이 대답했다.
“미인의 말이 지극히 지당하구나! 짐의 어지를 전하라. 두원선을 梟首효수하여 사람들에게 보여서, 요망한 말을 경계하게 하라!”
수상 상용이 간언했다.
“폐하, 이 일은 불가 하옵니다! 두원선은 3대를 모신 노신 이옵고, 그 성품이 충성스럽고 어질며, 진실로 나라를 위해서 피를 뿌려 충성을 다하는데, 아침에는 주상의 은혜를 저녁에는 임금의 덕을 갚으려고 생각하는 한 조각 고심한 마음으로 부득이하여 말씀을 올린 것이옵니다.
하물며 사천대를 관장하여 길흉을 조사하고 대조하는 벼슬입니다. 만약 이를 제쳐놓고 아뢰지 않는다면 오히려 감찰기관의 탄핵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오늘 直諫직간하였사온데, 폐하께서는 도리어 죽음을 내리셨습니다. 두원선이 비록 죽음을 사양하지 않고 목숨으로 임금에게 보답하여 죽음으로 돌아가 자신이 그 죽을 곳을 얻었다고 여길 것이옵니다.
두원선이 무고하게 죽임을 당한다면, 단지 사백여명의 문무관원들 중에 각기 불평이 있을까 염려되옵니다. 폐하께서 두원선의 충성심을 헤아리시고, 불쌍히 여기시어 용서하여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주왕이 대답했다.
“승상은 모르십니다. 만약 두원선을 베지 않으면 誣告무고하는 말이 종래 그치지 않을 것인데, 그러면 백성들이 불안해서 떨게 되고 편안함이 없을 것이오.”
수상 상용이 재차 간언을 하려고 하는데, 어찌 주왕이 이를 용납하랴! 봉어관에게 상용을 궁 밖으로 내보내라고 명한다. 봉어관이 강제로 상용을 내몰자 어쩔 수 없이 궁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상용이 문서방으로 돌아오니, 두태사가 어지를 기다리고 있는데, 자신의 몸에 죽음의 화가 떨어진 것도 모르고 있었다.
두원선에게 어지가 떨어졌다.
“두원선은 요사한 언어로 많은 사람을 미혹시켰으므로 죄인의 머리를 베어 높은 곳에 매달아 국법을 바로잡으라.”
봉어관이 어지를 읽기를 마치자, 다짜고짜로 두원선의 옷을 벗기고, 포승줄로 묶더니 오문으로 끌고 간다. 막 두원선이 구룡교에 도착하는데, 몸에 대홍포를 걸친 대부 梅伯매백이 다가왔다.
두태사가 포승줄에 묶인 채 오는 것을 본 매백은 앞을 향해 물었다.
“태사께서는 무슨 죄로 이와 같은 일을 당하였습니까?”
두원선이 대답했다. “천자가 실정을 하므로 상소를 內庭내정에 올려, 요사한 기운이 궁중을 꿰뚫고 있으며, 재앙이 천하에 다가왔음을 수상 상용을 통해 전달하였는데, 이것이 천자의 위엄을 범하게 되었습니다. 임금이 신하에게 죽음을 내리니, 감히 그 뜻을 어길 수 없습니다. 매백선생, 功名공명 두 글자는 재와 티끌이 되었구려. 누차에 걸쳐 붉은 충성심만 가득 찼는데, 마침내 차가운 얼음이 되었다오!”
매백이 이 말을 다 듣고 말했다.
“기다리시오. 내가 천자께 상주하겠소.”
마침내 구룡교 옆에 도착한 수상 상용을 만났다. 매백이 말했다.
“승상께 묻사옵니다. 두태사가 무슨 죄로 천자를 범했다고, 특별히 죽음을 내리는 것입니까?”
상용이 대답했다.
“두원선이 상소를 올린 것은 실로 조정을 위해서였소. 그래서 요사한 기운이 궁궐을 둘렀고, 괴이한 기운이 궁전을 비추고 있다고 하였소. 천자께서 지금 소미인의 말을 들으시고는, ‘요언으로 백성을 미혹시키고, 만민을 두렵고 당황하게 하였다’는 죄로 처벌을 받았다오. 이 늙은이가 힘써 간언하였지만 천자께서 듣지 않으셨다오.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매백은 상용의 말을 다 듣고 나자, 화가 치밀어 올라 온 몸이 화끈거리고, 불같은 노여움이 가슴을 불사르는 것 같았다.
이어서 부르짖듯이 말했다.
“승상, 음양을 조화시키면 국가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다고 합니다. 간사한 자를 베고, 아첨하는 자를 벌주고, 현자를 천거하고, 유능한 자를 포상한다고 합니다. 임금이 바르면 수상은 올릴 말이 없으나, 임금이 바르지 않으면 직언으로 임금에게 간해야 합니다.
이제 천자가 무고하게 대신을 죽이는데, 승상 같은 분들이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고 포기하여 어쩔 수 없다면, 이는 일신의 공명만 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조정내의 믿고 중하게 여기는 신하를 가벼이 여기는데, 죽음을 두려워하고 삶을 탐하며, 피와 살로 된 작은 신체를 아까워하고, 군왕의 형벌을 두려워하면, 이 모두가 승상이 행할 바가 아닙니다!”
▲ 주왕은 달기의 말만 들어 포락의 형벌을 만들다.(삽화 권미영)
매백이 승상 상용에게 말을 마친 후 고함을 질렀다.
“멈추어라! 내가 승상과 함께 임금을 면담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라!”
매백은 승상을 앞세워 대전을 지나, 곧 내정으로 들어갔다. 매백은 외관이므로 壽仙宮수선궁 문 앞에 이르자 바닥에 엎드렸다.
봉어관이 아뢰었다.
“상용과 매백이 어지를 기다립니다.”
주왕이 말했다.
“상용은 삼대를 모신 노신이라 내정에 들어와도 용서할 수 있으나, 매백은 제멋대로 내정에 들어오니 국법을 무시하는 처사다.”
“들어오라”고 어지를 내렸다.
상용이 앞서고 매백이 뒤따라 내정으로 들어와 부복했다. 주왕이 물었다.
“두 분 경들께서는 무슨 주청할 것이라도 있소?”
매백이 폐하를 외치면서 “폐하! 신 매백이 상주할 것이 있사옵니다. 두원선이 무슨 일로 죄를 지어 국법을 어겼다고 죽음을 내리시옵나이까?”
주왕이 대답했다.
“두원선은 방사(운중자)와 통모하여 요언을 날조하고, 군사와 백성들의 마음을 미혹되게 흔들어 놓았고, 조정에 어지러움을 가져와 조정의 명예를 더럽혔다. 대신이 된 몸으로 조정의 은혜에 보답할 생각을 하지 않고, 도리어 요언과 요사한 것들을 입에 담으니, 임금을 가리고 속이는 지라 법에 따라 마땅히 죽여야 하며, 간사한 자를 제거하고 아첨하는 자를 뿌리 뽑는 것이니, 이것은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오.”
매백이 주왕의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지르며 아뢰었다.
“신은 들었습니다. 堯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 하늘에 순응하여 사람에게 순응하였습니다. 말은 文官문관에게 듣고, 계책은 武將무장을 따랐다고 합니다. 조정은 하루에 한 번씩 조회를 열어 백성을 편안히 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방도를 함께 의논했습니다. 참언을 없애고 여색을 멀리하고, 함께 태평을 즐겼다고 합니다.
금일 폐하께서는 반년동안이나 조회에 참가하지 않으시고, 깊은 궁궐에서 아침마다 잔치를 열어 마시고, 밤마다 환락을 즐기고 있사옵니다. 그리하여 조정을 돌보지 않으시고, 간언이나 상소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신이 듣기로는 ‘임금은 뱃속의 깊은 마음과 같고, 신하는 수족과 같다’고 하는데, 마음이 바르면 수족이 바르고,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수족도 왜곡되어 나쁘게 된다고 합니다. 옛말에 ‘신하가 바른데 임금이 바르지 못하면, 나라의 우환을 다스리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두원선은 바로 세상을 다스릴만한 충성스러운 사람이옵니다. 폐하께서 만약 두원선을 베어서 先王선왕의 대신을 폐하신다면, 어여삐 여기는 후궁의 말을 듣고, 국가의 기둥을 상하게 하는 것입니다.
신은 원컨대 주공께서 두원선의 미천한 목숨을 용서하신다면, 문무관원들이 폐하를 성군의 큰 덕을 갖추신 분으로 우러러 바라볼 것이옵니다.”
주왕이 매백의 말을 듣고 말했다.
“매백도 두원선과 일당으로서 법을 어겨 내정에 들어왔는데, 內朝내조 外朝외조를 구분하지 못하였다. 이 일은 마땅히 두원선과 같은 예에 따라 벌을 받아야 하나, 이전에 짐을 보필한 노고가 있으니 잠시 그 죄를 면해 주는데, 다만 상대부 관직을 삭탈하고 영원히 등용하지 않겠다!”
이 말에 매백이 성난 큰 목소리로 아뢰었다.
“어리석은 군왕이 달기의 말을 듣고, 임금과 신하의 의리를 잃어 버렸습니다. 이제 두원선을 베면, 이것이 두원선을 베는 것이 아니라 사실 朝歌조가의 백성들을 베는 것이옵니다! 이제 매백의 관직을 파직하는 것은 가볍기가 티끌과 같은데, 이것을 어찌 애석해 하겠사옵니까! 다만 참을 수 없는 것은 成湯성탕의 수백 년 업적이 어리석은 임금의 손에서 잃게 되는 것 입니다!
지금 聞太師문태사가 북쪽으로 원정을 떠나있어 조정의 기강이 통솔되지 않고, 백가지 일들이 헛갈리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임금이 참언과 아첨하는 말만 듣고, 좌우에 가리어 미혹되고 있습니다. 달기와 더불어 깊은 궁궐에서 낮밤으로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눈앞에서 천하의 변란을 보는 듯한데, 신은 선제를 지하에서 뵈올 면목이 없을 뿐이 옵니다!”
주왕이 크게 노하여 봉어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매백을 끄집어 내 金瓜금과(무기의 일종)로 정수리를 내려쳐라!”
좌우시어관이 막 손을 쓰려고 하는데, 달기가 나서서 말했다.
“신첩이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주왕이 “미인은 짐에게 무슨 아뢸 말이 있소?”
달기가 말을 이었다.
“첩이 주공께 아뢰옵나이다. 사람으로서 신하가 되어 대전에 서서 눈썹을 곧추 세우고 눈을 부라리면서 욕된 말로 임금을 모욕하는 것은 大逆대역 무도한 것이며, 윤리를 어지럽히고 상도에 어긋나는 것인데 한번 죽어서 속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매백을 감옥에 구금하여 놓으면 첩이 아뢰는 刑具형구로 다스려 교활한 신하의 모욕적인 주청을 막고, 그릇된 말로 올바름을 어지럽히는 것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주왕이 물었다.
“그 형구는 무슨 모양인가?”
달기가 대답했다.
“이 형구는 높이가 약 이장, 둘레가 여덟 자, 상중하로 세 개의 불구멍(火門)이 있는데, 구리로 만듭니다. 마치 구리 기둥과 같사온데, 기둥 속에는 숯불을 피워 빨갛게 달구도록 합니다.
장차 요사한 말로 백성을 미혹시키고, 입 재간이 좋아 임금을 모욕하고, 법도를 존중하지 않고, 일없이 망령되게 간언하는 문장을 만들고, 그리고 제반 법을 위반하는 자는 모두 관복을 벗기고 쇠사슬로 몸을 묶어 구리기둥위에 싸매 놓으면 四肢사지 근골이 굽히게 되는데, 잠깐 사이에 연기가 다하고 뼈가 사그라질 것이며, 재만 남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형벌을 炮烙포락이라 이름 합니다. 만약 이러한 가혹한 형벌이 없다면 간교한 신하나 이름을 얻으려는 무리나 법과 기강을 희롱하는 자 등은 모두가 경계와 두려움을 모를 것이옵니다.”
주왕이 말했다.
“미인의 법이 가히 가장 좋고 아름답구려!”
바로 명하여 어지를 내렸다.
“두원선은 효수하여 백성들에게 보게 하여 요언을 경계하게 하고, 매백은 감옥에 가두도록 하라.”
또 어지를 내려 이야기 한 대로 炮烙포락의 형구를 만드는데, 서둘러 빠른 시일 내 만들라고 하였다.
수상 상용은 주왕이 무도한 행위를 하고, 달기를 신임하여 마침내 炮烙포락의 형구를 만드는 것을 보고는 수선궁 앞에서 탄식하며 말했다.
“이제 보니 천하의 대세는 기울었다! 오직 成湯상탕께서는 그 德덕을 닦는데 힘쓰고 공경하여 한 조각 삼가 하는 마음으로 천명을 받들고 보존하셨다. 그러나 지금의 천자에 이르러 하루아침에 無道무도하여 눈앞에서 종묘를 지키지 못하고, 사직이 폐허가 될 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내가 차마 어찌 볼 수 있으리오!”
또 상용은 달기가 炮烙포락의 형구를 만든다는 것을 듣고 엎드려 아뢰었다.
“신, 폐하께 아뢰옵니다. 천하의 대사가 이미 안정되었으며 나라의 만 가지 일이 편안하게 되었습니다. 이 老臣노신은 늙고 쇠잔하여 중임을 감당할 수 없고 잘못 일을 그르치어 폐하께 죄를 지을까 두렵사옵니다. 생각해보건대 신은 3대에 걸쳐 군왕을 모시면서 여러 해 재상 직위에 있었지만 실로 하는 일이 없어 봉록 받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폐하께서 비록 신을 파면하지 않으신다 하시더라도 신의 용렬함과 노쇠함을 어찌하겠습니까? 바라옵건대 폐하께서 쇠잔한 신을 용서하시어 전원으로 돌아가 배불리 밥 먹고 배를 두드리면서 편안히 살아가게 해주신다면, 이것은 모두가 폐하께서 내려주신 나머지 여생이라고 생각되옵니다.”
주왕은 상용이 재상직위를 그만두겠다고 하자 상용을 위로하여 말했다.
“경이 비록 해가 저무는 연령이나 오히려 아직 정정한데, 경이 극구 물러나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구려! 다만 경이 조정의 기강을 위해 노고가 많았으며, 여러 해 정성을 다하셨는데, 짐이 몹시 애석하구려!”
주왕은 바로 시위관에게 명을 내렸다.
“짐의 뜻을 전하노니, 문관 2명을 지정하여 나라밖까지 나가 예를 표하고 경이 영광스럽게 고향에 돌아갈 수 있도록 전송하라. 이어서 그 지역 지방관이 수시로 안부를 묻게 하라.”
상용은 은혜에 감사를 올리고 조정을 물러 나왔다.
오래지 않아 백관들은 수상 상용이 벼슬을 사직하고 영광스럽게 귀향한다는 것을 알고 전송하기 위해 멀리까지 왔다. 전송 나온 주요인물은 黃飛虎황비호,·比干비간,·微子미자,·箕子기자,·微子啓미자계,·微子衍미자연 등 이었는데, 모두 성문 십리 밖 長亭장정에서 餞別전별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상용은 백관들이 장정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말에서 내렸다.
그곳에 있던 일곱 고관대작들이 손을 부여잡고 말을 건넸다.
“노 승상! 오늘 진실로 영광스럽게 귀향을 하시지만, 당신은 한 나라의 원로가 되어 어떻게 제반 어려운 것들을 팽개치고, 成湯성탕의 사직을 일방으로 포기하고, 채찍을 휘두르며 물러가시는 것이 어찌 마음 편할 수 있겠습니까?”
상용은 울면서 말을 이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 고관대신들과 많은 선생 여러분! 상용 비록 粉骨碎身분골쇄신하더라도 만에 하나 나라의 은혜를 갚기가 어렵습니다! 이 몸 설사 죽더라도 어찌 애석하겠으며, 목전의 안일을 위해 일시의 모면을 꾀하겠습니까?
금일의 천자는 달기를 신임하여 까닭 없이 악행을 저지르며 炮烙포락의 혹형을 만들고, 간언을 물리치고 충신을 죽이고 있습니다. 상용이 힘을 다해 간언하였으나 듣지 않으셨으며, 또 임금의 뜻을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머지않아 하늘이 근심하고 백성들이 원망하여 재앙과 어지러움이 생길 것입니다. 상용이 나아가 임금을 보필하는 것이 부족하였고, 죽더라도 마침내 허물만 드러내는 것입니다. 부득이 벼슬을 사양하고 죄를 기다리겠으니, 부디 여러 현명한 인재와 준걸들이 경륜을 크게 펴서 이 禍亂화란을 구하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이 상용의 본심은 감히 임금을 멀리하고 나만 살겠다고 내 몸을 앞세우는 것을 꾀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고관대신들이 베풀어주신 송별의 술을 상용이 서서 한잔 마시겠습니다. 지금 이별하지만 곧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입니다.”
이어서 상용은 술잔을 잡고 시를 한수 짓는데, 훗날 만날 것을 기약하는 내용이었다.
“귀향길에 임금이 베푼 십리 전송의 은혜를 입었는데, 長亭장정에서 술잔을 잡으니 눈물이 흐른다… 여러 차례 오고간 말들 근심과 원망의 말도 많았지만, 어느 날에 다시 이별의 정을 말하리오?”
상용이 시를 다 읊조리고 나자 백관들은 모두 눈물을 뿌리면서 이별을 고하였다. 상용은 말을 타고 떠나고, 백관들은 모두 조가로 되돌아갔다.
주왕은 깊은 궁궐에 틀어박혀 점점 더 환락에 빠져들었고, 조정은 더욱 어지럽고 뒤숭숭해졌다. 얼마 되지 않아 포락의 형구를 만드는 감독관이 와서 기구가 완성되었다고 아뢰었다.
주왕이 크게 기뻐하면서 달기에게 물었다. “구리 기둥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소?” 달기가 그것을 보겠다면서 가져오라고 하였다. 형구 만드는 감독관이 포락의 구리기둥을 가져왔다. 번쩍거리는 구리 빛을 한 높이 2장, 둘레 여덟 자, 세 개 층에 불구멍이 있고, 아래에는 굴림대가 있어서 밀면 잘 굴러 갈 수 있었다.
주왕이 이것을 보더니 달기를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미인은 신이 전한 기이한 술법을 몰래 전수받았는데, 진실로 세상을 다스리는 보배라고 하겠구려! 짐이 내일 조정에 나아가 먼저 梅伯매백을 정전 앞에서 포락의 형을 시행하여 백관들에게 두려움을 알게 하여, 감히 新法신법을 방해하거나 상소로 귀찮게 하지 못하도록 하겠소.”
▲ 삽화 권미영
다음날 주왕은 조정을 열기위해 종과 북을 일제히 울려 문무양반을 모았다. 조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알현의 예를 마쳤다. 그곳에 있던 무성왕 황비호는 정전 동쪽에 20개의 큰 구리기둥을 보았으나 이 물건이 무엇을 하는데 사용하는지 몰랐다.
그때 주왕이 말했다. “매백을 끌어내오라!” 執殿官집전관이 매백을 데리러 갔다. 주왕이 포락의 구리기둥을 가져오게 하여 3개의 불구멍에 숯을 쌓아놓고, 큰 부채로 부쳐 숯불을 피우자 구리기둥이 시뻘겋게 달았다. 자리한 많은 관리들은 이것이 무슨 까닭인지도 몰랐다.
오문관이 아뢰었다.
“매백이 이미 오문에 도착했습니다.”
주왕이 “끌고 오너라!”고 했다. 씻지 못해 때가 낀 얼굴에 머리가 마구 헝컬어진 매백이 나타났는데, 몸에는 하얀 소복을 입고 있었다. 정전으로 올라와 무릎을 꿇으며 만세를 외치면서 “신 매백, 폐하를 알현 하옵니다”
주왕이 말을 던졌다.
“匹夫필부 듣거라! 너는 이 물건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 한번 보아라?”
매백이 그것을 보았으나 이 물건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신은 이 물건이 무엇인지를 모르겠습니다.”
주왕이 웃으면서 말했다.
“너는 내전에서 임금을 모욕하였는데, 너의 입 재간을 믿고, 무고한 말로 짐을 훼손하여 욕할 줄만 알았다. 짐이 친히 이 새로운 형벌로 다스겠는데, 이름하여 炮烙刑포락형이다. 이 필부야! 오늘 九間殿구간전 앞에서 너에게 포락의 형벌을 가하여 너의 뼈와 살이 재가 되게 하겠다!
앞으로 미치광이처럼 망령된 무리들에게 임금을 모욕하고 비방하는 자는 매백의 사례처럼 된다는 것을 알게 하겠다.”
주왕의 말을 모두 듣고 매백은 큰소리로 꾸짖었다.
“이 어리석은 임금아! 매백은 죽음을 기러기털처럼 가벼이 여기는데, 무슨 애석함이 있겠느냐? 나 매백은 상대부에 있으면서 삼대를 모신 오래된 신하로서 무슨 죄를 지어 이제 이러한 참혹한 형벌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단지 成湯성탕의 천하가 어리석은 임금의 손에서 잃게 되는 것이 가련할 뿐이구나! 이후에 무슨 면목으로 너의 先王선왕을 뵐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주왕이 크게 노해서 매백의 옷을 벗기게 하고, 맨몸의 손발을 철사 줄로 묶어서 구리기둥을 껴안도록 했다. 가련하게도 매백이 크게 신음을 한번 토해내다가 바로 기절했다. 구간전 위에서 매백의 피부와 근골이 벌겋게 달은 구리기둥에서 굽혀지는데, 지글지글 뼈와 살이 타는 지독한 냄새는 맡기조차 어려웠으며, 얼마 되지 않아 한 움큼 재로 변했다.
한 조각 충성심과 반평생의 진실한 마음으로 바른 소리를 하여 임금에게 간하였는데, 이러한 참혹한 화를 당하였다니 가련하구나!
바야흐로 한 점의 붉은 마음은 큰 바다로 돌아갔고, 아름다운 이름은 만세에 남겨져 드날리게 되었다.
한편, 주왕은 매백을 구간대전 앞에서 포락의 형벌을 가하여 충성스런 신하의 간언을 막게 되자 새로운 형벌인 포락형을 진기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반면에 문무양반들은 이 형벌로 매백이 비참하게 죽게 되자 두려움이 생기고, 사람마다 위축되는 마음이 일어나 벼슬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마저 일어났다. 이때 주왕은 가마를 타고 수선궁으로 돌아갔다.
그때 많은 대신들이 오문 밖에 모였는데, 그중에서 미자,기자,비간이 무성왕 황비호에게 말했다.
“천하는 어지럽고, 북해도 아직 동요하고 있는데, 聞太師문태사는 나라를 위해 원정을 떠나 있습니다. 뜻밖에 천자는 달기를 신임하여 이러한 포락의 형벌을 만들어 어진 신하를 잔인하게 죽였습니다. 만약 이 소식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천하의 제후들이 들어서 알게 된다면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이오!”
황비호가 이 말을 듣고, 다섯 가닥의 긴 수염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크게 노해서 말했다.
“세분 전하, 이 末將말장이 보더라도 이 포락의 형벌은 대신을 포락하여 죽게 한 것이 아니며, 불에 통째로 구운 것(炮)은 주왕의 강산이며, 불에 낙인(烙)한 것은 成湯성탕의 사직입니다.
옛말에 이르기를 ‘임금은 신하를 수족과 같이 여기면 신하는 임금을 깊은 뱃속의 마음처럼 본다고 하며, 임금이 신하를 흙과 풀처럼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여기면 신하 또한 임금을 원수처럼 여긴다’고 했습니다.
금상 폐하는 어진 정치를 펴지 않으시고, 상대부에게 부당한 형벌을 내리니, 이것은 상서롭지 못한 조짐이오며, 몇 년이 가지 않아 반드시 재앙과 어지러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들이 어찌 앉아서 패망하는 것을 차마 좌시할 수 있겠습니까?”
한편, 주왕이 회궁하자 달기가 영접하는데, 주왕이 수레에 내려 달기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미인의 묘책으로 짐이 오늘 대전 앞에서 매백을 포락형에 처했는데도 중신들이 감히 앞으로 나와 간언하지 못하였으며, 모두 입을 다물고 침묵하다가 그냥 아무 소리도 못하고 물러갔다오. 이로 보건대 포락의 형벌이야말로 나라를 다스리는 기이한 보배와 같구려.”
주왕이 어지를 내려 잔치 상을 마련하고 미인의 공을 하례한다. 그때 생황이 연주되고, 퉁소소리 등 관악기가 일제히 울린다. 주왕은 달기와 더불어 수선궁에서 온갖 즐거움을 맛보며 끝없는 환락과 기쁨을 만끽하는데, 어느덧 문루의 북소리가 이경을 알리는데도 음악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마침 이 음악소리가 한줄기 바람에 실려 中宮중궁까지 들려오는데, 姜皇后강황후는 아직 침소에 들지 않았다가 음악소리가 요란한 것을 듣고 좌우에 있는 궁녀들에게 물었다.
“이 늦은 시각에 어디에서 악기를 연주한단 말인가?”
궁녀들이 대답한다.
“황후마마, 이 악기소리는 수선궁에서 소미인(달기)이 천자와 함께 주연을 즐기면서 나오는 소리입니다.”
강황후가 탄식한다.
“어제 천자가 달기의 말을 믿고 포락의 형구를 만들어 매백을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 처참함을 가히 말로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건대, 그 비천한 사람이 천자의 성총을 혹하게 하고 임금을 유혹하여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자행한 것이로다.”
곧 명을 내려 가마를 대령하게 하고는 “내가 수선궁으로 가서 한 번 만나보겠다.”한다.
황후의 이 한 번의 수선궁 행차가 달기의 질투를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인데, 是非시비가 이 일로부터 생겨나고, 재앙이 눈앞에서 곧 발생할 것이다. 그 뒷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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