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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순의 방하 한생각_02

醉月 2014. 5. 9. 02:00

자유의지?

두뇌는 7초전에 이미 결정한다

 

최근 신경과학에서는 인간의 자유의지의 실체성 여부를 탐색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그 중, 아주 흥미로운 실험결과가 있다. 아래의 실험은 2008년 막스프랑크 연구소의 브레인사이언스 과학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며, BBC방송의 에서도 동일한 내용의 실험을 방영했다.

(참고):에서 “Unconscious Determinants of Free Decisions in the Human Brain.”으로 검색하면 관련기사를 찾을 수 있다. BBC의 에서는 “ Neuroscience and Free Will BBC video”란 제목으로 검색하면 유튜브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실험은 아주 간단한 것인데, 요약하면 이렇다. 실험 참가자가 오론 손을 쓰기로 결정하면 오른쪽 버튼을 누르고 왼손을 쓰기로 하면 왼쪽 버튼을 누르는 것인데, 참가자들이 결정하는 전 과정을 초정밀 f MRI로 스캔을 하면서 추적하는 것이다.

실험결과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참가자가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왼손을 쓸 것인지 오른 손을 쓸 것인지를 결정하기 7초전에, 두뇌의 스캔에서는 이미 어떤 손을 쓸 것인지가 영상으로 확인이 되었다. 즉 참가자들은 자유의지에 의해서 왼손을 쓸 수도 있고 오른 손을 쓸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지만, 그러나 실험 결과는 7초전에 이미 결정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의식적 결정이란 것은, 7초전에 이미 두뇌에서 결정한 것을 사후적으로 확인하고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막스프랑크 연구소에서는 7초전이라고 했고 BBC방송에서는 6초전으로 이야기한다. 실험과정에서 1 초의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 실험 결과를 놓고 보면, 인간의 의식이란 것에 대해서, 특히 자유의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자발적 의지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행동을 결정한다고 했는데, 7초 전에 두뇌는(또는 뉴런들이) 이미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니까, 자유의지란 것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또 인간의 의식이란 것, 의식적 결정이란 것을 지배하는 것은 뉴런들이 하는 짓이라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의식에 대해서 나아가서 ‘자아’의 정체성에 대해서 다시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실험은, MRI로서 포착 가능한 범위의 것이고 그래서 지금 수준으로서는 7초전까지를 포착한다. 만약 새로운 장비, 더 정밀한 장비가 있다면 그 시간은 더 연장될 수도 있다. 마치 결정론과도 같은 가설이 나올 지도 모른다.

그러면 의식에 앞서 결정하는 주체가 무얼까? 이것이 문제다. 막스프랑크 연구소에서는 무의식적 자아(unconscious me)가 의식적 자아(conscious me)에 앞서서 결정하는 것으로 말한다. 두뇌의 작용을 무의식으로 처리한다. 물론 이들이 무의식이라고 말하는 것은 의식적 영역 밖의 것이란 소박한 의미의 것이지 무의식에 대한 다른 이론체계가 없고 더 이상 설명하지 못한다. 마치 물리학에서 물질의 개념으로 포착할 수 없는 미지의 물질을 암흑물질(datk matter)이라고 하듯이.

서구 과학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이야기지만, 불교의 ‘유식학(唯識學)’에서 의식(=6식)의 상위에 있는 7식 ‘말라야식’을 이야기하고 제8식 ‘아뢰야식’을 이야기한다. 현대 신경과학에서 의식의 7초전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것이 말라야식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신경과학과 브레인사이언스의 연구결과를 더 지켜보아야할 것이지만, 현재의 뉴런에 대한 연구나 신경연결망(connectome)에 대한 연구로서는 6식을 넘어 7식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인간 개체의 뉴런이나 커넥톰의 물질적 반경의 추적으로서는 6식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7식은 개체를 넘어서, 뉴런 간의 신호 메커니즘이 아니라 개체와 외계와의 신호체계를 포착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고, 단절된 개체의 브레인과 뉴런을 아무리 뜯어보아도 7식으로 전이하기 어렵다. 태양계에 비유하면, 지구가 개체이고 지구 중력장을 넘어설 때 7식의 세계로 진입가능하다. 지구 중력장에 갇혀있는 한, 6식 반경을 탈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8식은 빅뱅가설에 비견하면 특이점에 근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의지의 문제는–인간은 자유의지적 존재인가 아니면 운명적 존재인가는-철학적 난제의 하나이지만, 그래서 다음에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의식(6식)차원에서는 자유의지를 말할 수 없고 7식차원에서도 말할 수 없고 8식 차원에서 가능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7식 말라야식의 통제를 벗어난 의식, 그러니까 8식과 직거래할 수 있는 의(意)에서 자유의지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불가적 개념으로는 최소한 자재(自在)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무애라는 개념이 등장하는 그 지점에서 자유의지를 말할 수 있다)

세친이 <유식30송>을 저술했을 때가 4세기였고 유식학을 집대성한 <성유식론>이 나온 것이 7세기 중반이다. 그러고 보면, 동양에서는 1500년 전에 이미 의식을 넘어 7식, 7식만이 아니라 8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구 첨단 과학은 이제 의식보다 앞서는 7초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직 그들이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 그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