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라 세져라! 해양문화, 코리아 ‘마리나 강국’의 꿈
홍장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책임연구원
‘국토의 3면이 바다’ ‘1만2682km의 해안선’ ‘3167개의 도서’ ‘세계 5대 갯벌’ ‘청정해역과 해양생물의 보고’….
우리나라 해양자원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소개할 때마다 이용되는 통계와 수치들이다. 이런 화려한 표현과 달리,
우리의 해양공간은 1960년대 이후 산업화를 거치면서 임해산업단지, 항만물류기지,
수산업 활동기지 등 산업 활동의 공간으로 이용돼왔을 뿐이다. 해양레저와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 이후 늘어난 여가시간, 연안지역에 대한 접근성 개선은 해양관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연간 해수욕장 이용객 1억800만명, 도서지역 방문객 8900만명 등 해양관광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더불어 해양관광 활동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해양관광 활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와 연안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는
해양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그 결과 앞으로 추진할 두 가지 정책적 사업을 찾아냈다.
‘해양레저산업 육성’과 ‘마리나 시설 조성’이 그것이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이와 관련한 다양한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결론에는 두 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
그리고 ‘마이 요트시대(My Yacht)’가 도래한다는 믿음과 그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나리라는 점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현재 우리의 해양레저산업은 첫 걸음마를 떼는 ‘발아기’이며, 지금까지는 공급이 성장을 이끄는 양상이라고 봐야 옳다. 자칫 실질 수요가 공급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중복투자, 난개발로 이어질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해양레저산업의 환경변화와 국내 해양레저 활동 여건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이 해양레저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추진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마이 요트’ 시대
그렇다면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들의 사정은 어떨까. 해양관광이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친수공간 조성사업을 통해 해양관광을 활성화하고 있다. 해수욕장, 마리나, 크루즈 터미널이 관광의 중심 기능을 한다. 레저보트와 윈드서핑, 스킨스쿠버 등의 해양레포츠 활동이 해양관광의 주를 이루며 크루즈 관광의 참여 비중도 높은 편이다. 해양관광을 포함한 세계 해양산업의 시장전망 자료를 분석해보면 우리의 해양산업이 나아갈 방향이 나온다.
자료에 따르면, 세계 해양산업에서 해운산업(36%)과 해양관광산업(17%)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향후 성장 가능성은 해양관광산업과 더불어 요트·보트산업(2005~2010년 연평균 7.7% 성장)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시장규모(2005년과 대비)는 무려 43%의 증가가 예상된다. 크루즈 산업의 성장 예상치는 28%.
요트와 보트를 중심으로 한 해양레저산업의 성장 추이를 좀더 자세히 분석하면, 세계 해양레저산업 중 요트와 모터보트의 보급 규모는 2006년 기준 약 2309만7000척으로, 시장규모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보급 규모 면에서는 미국이 전체 시장의 79% 정도를 차지한다. 미국의 연간 레저보트 거래 규모는 375억 달러, 신규 레저보트 판매량은 84만 척에 이른다(2007년 기준). 미국 레저보트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대단하다. 매년 5910만명이 레저보트 활동에 참여해 211억 달러를 지출한다. 이로 인해 연간 33만7758개의 직간접적인 일자리가 창출된다.
현재 레저보트 공급시장은 미국과 더불어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소재 제조업체들이 주도하는데, 주요 레저보트 제조업체로는 1960년부터 레저보트사업을 시작해 현재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14%)을 자랑하는 미국 브런즈윅(Brunswick), 이탈리아 페레티(Ferretti·7%), 프랑스 베네토(Beneteau·6%) 등이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가 레저보트산업 육성과 마리나 시설 조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실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단지 레저보트산업이 미개척 시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통 마리나라고 하면 요트와 보트가 정박하는 시설쯤으로 알고 있지만, 해양레저산업이 활성화한 선진국에 가보면 마리나 시설이 전체 해양레저 활동의 기반시설 기능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리나 시설은 해양관광지의 중심에 자리하며 배후에는 연안 친수공간, 호텔, 레스토랑, 상가시설 등이 조성된다. 레저보트 활동은 단순히 모터보트나 요트를 운항하는 것 외에 바다낚시, 스킨스쿠버, 도서관광, 경관 감상 등의 관광활동을 수반한다. 산업적 측면에서 봐도 레저보트 및 마리나 시설의 조성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매우 크다.
또한 레저보트산업의 육성은 중소 조선산업의 기술 발전 외에도 관련 기자재산업, 해양레저장비산업, 서비스산업,
금융 및 보험 산업 등으로의 파급효과가 크다.
6월9일 국토해양부가 ‘마리나 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마리나법)을 제정, 공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마리나법이 만들어짐에 따라 우리나라는 해양레저 활동의 기반이 되는 마리나 시설과 배후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지식경제부도 2020년 세계 해양레저장비산업 점유율 20% 달성을 목표로 ‘해양레저장비산업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에서도 해양레저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는 중이다. 대부분의 연안 자치단체에서도 마리나 개발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면서 해양레저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이런 움직임에도, 해양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국내 해양레저산업의 여건은 ‘다소 미흡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 레저보트 관련 장비 시장만 봐도 전문 기술인력과 기자재 업체가 부족한 나머지, 미국과 유럽에서 수입하거나 일본의 중고 레저보트를 들여와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레저 활동 측면에서도 요트와 보트를 이용한 해양레저보트 활동은 초보 수준으로 우리의 해양관광 활동은 아직까지 해수욕과 수산물 시식, 해변경관 감상 등에 편중돼 있다. 해양레저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마리나 시설, 부대 서비스시설, 레저보트 교육시설 등의 기반시설도 부족하다. 또한 레저보트의 구매, 등록, 검사와 관련된 법·제도적 지원체제도 미비한 형편이다.
지역 여건과 특수성 고려해 중복 개발 피해야
긍정적 측면도 있다. 최근 해양레저 활동을 위한 수상조정면허 취득자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상레저 사업장과 수상레저 기구도 증가하고 있는 것. 수상레저 활동 실태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모터보트 조정과 바다낚시 등에 대한 활동 비중이 높아 레저보트 활동 인구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2008년까지 등록된 개인소유 수상레저 기구(모터보트, 요트, 수상오토바이)는 약 7500척으로 그중 모터보트는 4600척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우리나라의 레저보트 규모는 미국의 인구 17명당 1척으로, 호주의 31명당 1척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여건이 완비되지 못했다고 해서 우리가 해양레저 강국이 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해양레저 강국이 되려면 먼저 해양레저 문화의 대중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국내 소비시장이 활성화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마이 요트시대’ 등식은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는 것에 더해 국민의 해양의식, 해양에 대한 친수성, 해양레저 문화 등이 함께 성숙해야 성립한다.
해양레저 문화에 대한 인식과 해양레저 활동에 대한 접근 기회가 다양화하지 못한 현실에서 공급 중심의 개발구상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이 해양레저 활동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시장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우선이다. 해양레저 문화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해양레저 교육과 더불어 홍보를 통해 국민적 관심을 높여야 한다. 더불어 레저보트와 요트클럽의 육성, 국제보트쇼와 요트대회의 활성화, 레저보트 임대사업과 관련 서비스 산업의 육성, 요트와 보트의 등록·면허·검사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
마리나 중심 해양레저 클러스터 필요
마리나 시설 조성도 지역의 관광활동 여건, 해양공간의 이용 가능성, 배후시장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연안 지자체들이 마리나 개발구상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마리나의 기능이나 세부 유형에 대한 검토는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계획된 대부분의 마리나 시설은 중대형으로, 형태와 기능이 유사한 마리나가 여러 개 조성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적 마리나 개발전략을 수립해 지자체의 과열 경쟁을 방지해야 한다. 동·서·남해안의 해양관광 중심지역에 거점 마리나를 조성하고, 주변 지역은 이를 중심으로 관광활동의 기능 및 배후시장 여건에 따라 도심 기지형, 리조트형, 도서형, 간이 정박형 등의 마리나를 개발해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마리나 개발사업은 방파제 등 외곽시설에 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매우 높다. 따라서 마리나 개발의 초기단계에서는 기존 항만시설을 재개발하거나 어업활동과 상충하지 않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 다기능 관광어항 개발(어항+마리나), 연안 배후공간을 활용한 육상 보관시설의 조성 등 해양 환경오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개발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다음으로는 이런 여건에 부합하는 목표시장을 설정해야 한다. 레저보트산업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성장잠재력이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의 ‘2020년 세계 해양레저장비 시장 점유율 20% 달성’이라는 비전을 현실화하려면 먼저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대형 선박 공급시장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이를 레저보트 시장과 연계하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레저보트산업은 중대형 조선산업과 달리 수요 계층이 다양하며 수요자가 원하는 레저보트의 유형도 각기 다르다.
따라서 미국이나 유럽의 레저보트 업체에서는 여러 브랜드를 만들어 수요계층에 따라 레저보트를 공급하거나,
별도의 전략상품만 제작하기도 한다.
따라서 해양레저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에는 목표시장이 명확해야 한다. 즉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슈퍼요트, 낚시활동을 위한 소규모 파워보트, 경기용 요트 등에서 우리의 목표시장을 설정하고 이를 국가 브랜드로 육성해야만 레저보트 공급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
해양레저산업을 육성하려면 기반시설인 마리나 시설과 더불어 레저보트 제조산업, 지원 서비스산업, 전문인력 등이 함께 육성돼야 한다. 해양레저산업이 발달한 미국 유럽 호주에서는 마리나 시설을 해양관광지에 개발해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함과 동시에 요트, 보트 등의 제조단지를 배후지에 조성하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시설도 함께 마련해 마리나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해양환경 및 수산업 여건이 유사한 일본은 해양레저산업의 기술력 제고와 전문화를 위해 야마하 등의 제조업체가 마리나 시설의 투자, 개발,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레저보트의 보관, 수리, 판매, 교육을 통해서도 수익을 올리면서 새로운 기술과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마리나를 중심으로 한 해양레저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관련 산업을 복합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또한 해양레저산업 발전에 필요한 전문인력 육성은 물론, 마리나 개발에 따른 관리·운영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 또한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해양레저산업은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지녔지만 해양레저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
불과 2년 전 전곡항은 그저 서해안의 자그마한 어항일 뿐이었다. 몇 척의 고기잡이배가 음울하게 떠 있고 선창가에는 횟집들만 들어서 있던 곳. 오래된 통통배만 즐비하던 어항이 예쁘고 아담한 요트들이 가득한 마리나(요트계류장)로 바뀌었다. “전곡 마리나엔 60석의 수상계류장과 53석의 육상계류장이 있습니다. 2010년에는 633석으로 늘어날 겁니다. 얼마 전 요트대회가 끝난 뒤 요트와 보트들이 이렇게 몰려드네요. 현재 여기도 모자라 인근 바다에 그냥 서 있는 요트도 꽤 많습니다.” 안내를 담당한 경기도 해양수산과 해양시설담당 홍석우 사무관이 신이 나서 말한다. “취재 온다고 남해안의 요트를 이리로 다 끌어모아 놓은 것 아니냐”고 농처럼 물었더니 “트럭으로 실어올 수도 없는데, 이 비싼 크루즈 요트들을 어떻게 한꺼번에 100척씩 모으겠냐”고 쏘아붙인다. 마리나를 한 바퀴 돌아보니 크루즈 요트들의 규모가 사진으로 본 것보다 무척 크다. 육상계류장에도 육중한 요트들이 지지대에 의지한 채 공중에 떠 있다. 이걸 어떻게 끌어올렸을까 싶은데, 한쪽에서는 선박용 기중기가 가뿐하게 요트를 바다에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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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요트의 수가 신고 안 된 것까지 합치면 1만5000대쯤 되며 그중 절반이 수도권 시민의 소유입니다. 그동안 수도권 인근에 마리나가 없어 전부 남해안에 가 있었는데 그게 속속 돌아오는 중입니다. 벌써 포화상태라 옆에 500여 석 규모의 마리나를 더 만들려는 겁니다. 수도권 소유자는 편하죠. 차로 1~2시간 거리에 자신의 요트가 있으니까요. 앞으로 경인운하가 완공되면 한강의 크루저들은 전곡항 일대 마리나를 자유자재로 다니게 될 겁니다.” 홍 사무관은 “서해안의 평균 조수간만차가 9m인데, 전곡 마리나는 이런 어려움을 기술력으로 극복해 물이 가장 많이 빠져나가도 요트 정박의 기본 조건인 3m 수심을 늘 확보한다”며 “이곳만한 요트 정박 적지(適地)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곤 “이곳 땅값이 10년 만에 20배가 올랐다. 비싼 곳은 3.3㎡당 1000만원에 육박한다”고 귀띔했다. 실제 1998년 한국수자원공사가 전곡항 어항배후지를 개발할 때 이곳 일대의 분양가는 3.3㎡당 50만~100만원이었다. 2020년까지 1500척 규모 마리나 건설 이름 없던 자그마한 어항이 이처럼 인기 있는 레저항으로 변한 이유는 뭘까. 마리나 시설과 요트, 보트 등 해양레저산업 전반에 대한 경기도의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투자에 그 답이 있다. 요트 경기에 관심 없는 사람도 얼마 전 경기도가 치른 국제요트대회 소식은 들었을 터. 경기도는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국제보트쇼와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6월3~7일에 열린 제2회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에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요트대회인 아메리카스컵 출전팀, 올림픽 3연속 우승팀 등 기라성 같은 멤버들이 참가했다. 이 때문일까. 세계적 경제 불황과 남북 긴장 고조, 폭우 등 온갖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25만명의 관람객이 운집했으며, 세계 60개국에 생방송됐다. 이를 두고 경기도는 코리아매치컵이 아메리카스컵, 볼보오션레이스와 함께 세계 3대 요트대회로 성장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자체 평가한다. 홍 사무관은 “요트대회가 단 2회 만에 이렇게 세계적 대회로 성장한 데는 전곡항 인근 바다의 아름다움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침 순시를 나가던 화성시 어업지도선 화성누리호를 같이 타자고 제안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뜻. 어업지도선이라면 대형 어선 또는 군함에 큰 레이더가 얹힌 형태를 떠올리지만 화성누리호는 대형 크루즈 요트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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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도 마찬가지. 선상에 오르니 파티라도 할 수 있을 만한 테이블과 의자가 갖춰져 있고 선실에도 대형 벽걸이 TV가 있는 회의실, 조리실, 세면실, 침실 등 호텔급 시설이 구비돼 있었다. “요즘 요트나 보트 구입 등 해양레저산업에 대한 투자 목적으로 경기도를 찾는 외국 바이어들이 많습니다. 이 배로 일대를 보여주면서 설명하곤 하죠. 그럼 다들 좋다고 난리입니다. 앞으로 어업지도선은 고기잡이배들의 단속과 계도뿐 아니라 요트나 보트의 해상 구조, 면허위반 단속업무 같은 것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요트처럼 만들면 더 잘 어울립니다. 발상의 전환이라고나 할까요.” 화성누리호 이홍구(화성시 축수산과 소속) 선장의 설명이다. 한국 요트산업, 작지만 강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전곡항을 빠져나가는데 오른쪽으로 누에섬이 눈에 들어온다. 전곡항은 안산시 탄도항과 말굽 모양으로 마주보고 있다. 탄도항에서 누에섬까지는 방파제가 쳐져 있고 방파제 위로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이 방파제 덕에 지금의 전곡 마리나가 조성될 수 있었고, 옛 어항은 방파제와 전곡 마리나 사이로 옮겨가게 됐다. 누에섬 정상에는 새하얀 작은 등대가 그림처럼 걸려 있다. 그 뒤쪽으로 2012년까지 500척 규모의 요트 마리나가 새로 만들어질 제부도가 눈에 들어온다. 경기도는 인근 방아머리항(구본항)에도 100척 규모의 요트 마리나를 조성할 계획. 홍 사무관이 슬쩍 귀띔한다. “왼쪽으로 멀리 보이는 항구가 흘곳인데 거기에 SK그룹이 2015년까지 400척 규모의 요트계류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SK그룹은 대형 크루저요트를 소유하고 있죠. 제가 알기론 SK그룹뿐 아니라, 요즘 웬만한 대기업은 ‘큰손’ 바이어 접대를 자사 소유의 대형 크루저요트에서 합니다. 대기업이 대형 마리나를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요트레저가 사업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겠죠. 대기업이 손해보는 장사를 하겠습니까?” 2020년 경기도와 대기업이 기획한 마리나 시설 조성사업이 끝나면 도내 서해안의 마리나 전체 규모는 1113척을 넘는다. 여기에 평택시가 자체 조성하는 마리나까지 합치면 서해안 일대 마리나는 1500척 이상의 엄청난 규모가 된다. 해양레저에 대한 대중적 수요가 아직 부족한 상태에서 경기도가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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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누리호가 순시를 끝마치고 전곡항 근처로 돌아오는데 일단의 요트 무리가 순시선 가까이 다가온다. 배에 탄 사람들이 손을 흔든다. 홍 사무관이 그중 가장 큰 요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배가 이번 국제요트대회에서 사용된 공인 경기정입니다.‘G마린호’라고 불리는데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었죠. 이번 국제보트쇼에서 대량 주문도 받았습니다. 한국은 출발은 선진국보다 많이 늦었지만 요트 만드는 기술력은 최고 수준입니다. 요트는 얼마나 가벼운가, 얼마나 엔진이 좋은가, 얼마나 균형이 잘 잡히도록 설계됐는가 등 세 가지로 경쟁력이 좌우되는데 한국은 조선 세계 1위, 자동차 세계 4위 국가잖습니까. 수요만 있으면 초스피드로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사실 경기도가 1500척 규모의 마리나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해양레저산업의 선두가 되겠다”고 큰소리를 치는 배경에는 ‘작지만 강한’ 국내 요트산업의 기술력이 있다. 화성엔 현대자동차 엔진개발의 산실인 남양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 코리아매치컵과 함께 열린 제2회 국제보트쇼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베네토, 자뉴 등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유명 요트 제작업체를 비롯해 163개의 외국 기업과 바이어가 참가한 사실도 놀랍지만, 117개 국내 업체가 참가해 438건, 1068억원(8900만 달러)의 요트와 보트, 부속장비 수출 계약을 맺은 것은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수출상담 건수는 4721건, 3억100달러에 달했다. “해양레저산업 투자는 사회간접자본” 화성누리호에서 내리니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G마린호를 만든 어드밴스트 마린테크(이하 암텍)의 이상홍(41) 대표가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대 조선공학과 출신인 그는 대학시절 요트 제작 벤처를 창업해 지금까지 600여 척의 크고 작은 선박을 만들었다. 경기도뿐 아니라 남해안의 각 마리나 개발과 요트 산업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는 이번 보트쇼에서 경기정 G마린호에 침실, 주방, 화장실 등이 들어간 레이싱 크루저를 선보여 2척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같은 급에선 빨라요. 세계적 선박회사 관계자들이 우리 회사에 들렀다 갔습니다. 경비행기 소재를 이용해 무게는 가벼우면서도 속력은 더 빠르죠. 가격은 훨씬 싸고요. 그러니까 사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대표는 “우리 레저보트의 기술력을 보여주겠다”며 레저용 모터보트로 소매를 잡아끌었다. 그러고는 대뜸 직접 운전을 해보라고 했다. “수영도 할 줄 모른다”고 말하자 “요트 선수 출신이자 요트 제작업자인 나도 수영을 못한다. 그렇지만 이 배는 절대 뒤집히지 않게 설계됐다”고 단언했다. 벌벌 떨며 배에 오르니 보트 엔진에 현대자동차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현대자동차 사내 벤처인 씨즈올마린에서 SUV ‘모하비’에 들어가는 베라크루즈 엔진을 선박용으로 개조한 엔진입니다. 타보면 알겠지만 정말 조용해요. 하지만 힘은 끝내줍니다. 40노트까지 나오거든요.” 기어를 전진에 놓고 최대속도로 올렸지만 말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대화가 될 만큼 조용했다. 보트 운전은 자동차 운전보다 쉬웠다. 기어도 전진과 후진, 중립뿐. 앞으로 밀수록 속력이 올라갔다.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도 배는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비록 핸들을 쥔 손이 긴장감에 부르르 떨리긴 했지만 수영도 못하는 기자가 창망한 바다를 40노트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자체가 놀라운 일. 보트 가격은 5만 달러로 고급승용차와 비슷한 가격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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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레포츠는 돈 있는 사람들만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죠. 저기 딩기요트 타는 사람들 보세요. 누구든 딱 하루만 배우면 탑니다.” 홍 사무관이 “잠시 들를 곳이 있다”며 광활한 갯벌로 안내했다. 6월3일 국제보트쇼 개막과 함께 첫 삽을 뜬 해양복합산업단지 터였다. 화성시 서신면 장외리와 전곡리 일원 198만㎡(60만평)에 조성되는 복합산업단지(2012년 완공)에는 보트와 요트의 제조, 수리, 판매, 보관 등 해양레저산업 관련 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암텍과 이 대표의 보트에 선박용 엔진을 납품한 씨즈올마린 등 5개 국내 업체가 이미 단지 입주를 약속했다. 취재를 마치고 전곡 마리나를 떠나려는데 딩기요트를 타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점심밥을 먹기 위해 인근 횟집으로 몰려갔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도 눈에 띈다. 어린이는 “오늘 배웠는데 생각보다 쉽다. 돛대가 얼굴에 부딪히는 것만 피하면 된다”며 연신 즐거운 표정이다. 이들은 화성시에서 무료로 마련한 요트 교육 및 체험에 참가한 사람들. 한 팀에 40명씩 일주일에 3회가 열리는데, 벌써 정원이 다 차간다고 한다. 이곳에서 요트 강습을 하는 인하대 생활체육과 유홍주 교수는 “경기도가 대중적 수요에 비해 너무 앞서나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조선시대 이래로 해양에 관심이 적었던 우리는 해양레저산업 투자를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세계 레저보트의 시장 규모가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20% 수준입니다. 우리는 이제 걸음마를 뗀 데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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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묻지 않은 ‘서해의 진주’ 굴업도, ‘뽀득뽀득’ 눈밭 같은 백사장, 섬과 내가 그대로 자연 2013년 서해 최대 해양관광단지 ‘오션파크’ 들어서 |
정철훈 여행작가·<사>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 |
인천 남서쪽 90km 해상에 자리한 굴업도는 덕적군도의 8개 유인도 중 리(里) 단위 섬으로는 규모가 가장 작다. 그래서일까. 굴업도와 처음 마주하자 ‘천생 섬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섬을 두고 섬이라고 하는 게 우습지만, 섬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섬과 굴업도가 그만큼 많이 닮았다. 두 팔을 벌리면 품에 폭 안겨올 것만 같은 작은 섬 굴업도. 그곳에서의 하루는 꿈결같이 흘러간다. 덕적도를 떠나온 해양호는 1시간여 만에 굴업도 선착장에 닿았다. 굴업도 선착장에는 자그마한 트럭 한 대가 나와 있다. 굴업도에 있는 두 대의 트럭 중 하나. 이 트럭은 하루에 한 번 떠나는 사람을 배웅하고, 떠나온 사람을 마중하기 위해 선착장으로 나온다. 섬을 떠날 사람은 배에 오르고, 육지를 떠나온 사람은 트럭에 오른다. 이렇게 섬마을에선 사람이 사람의 빈자리를 메운다. 굴업도에 자동차가 들어온 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사실 굴업도에선 자동차가 크게 필요치 않다. 도로라고 해봐야 큰말과 선착장을 잇는 500m 남짓이 전부이고, 자동차가 하는 일 역시 이 도로를 오가는 게 전부이니 경운기로도 트럭을 대신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사실 큰 짐을 나를 일이 없다면 경운기도 필요 없다. 선착장에서 큰말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20분. 선착장 인근 오솔길을 타고 넘으면 5분은 더 단축할 수 있다. 큰말 해변과 개머리 억새군락 트레킹 선착장에서 언덕 하나를 넘으면 큰말이다. 굴업도 주민은 모두 이곳에 모여 산다. ‘모두’라고 해봐야 13가구 21명. 하지만 뭍으로 들고 나는 이들이 워낙 많아 섬에 상주하는 주민은 10여 명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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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마을을 지나 해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마을과 해변은 닿을 듯 가깝다. 주민들은 이 해변을 큰말 해변이라 부른다. 큰말 해변으로 들어서면 저 멀리 왕관처럼 생긴 선단여가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백아도와 지도, 울도 등 덕적군도의 섬이 신기루처럼 가물거린다. 굴업도를 대표하는 해수욕장답게 해변 입구에는 화장실과 개수대가 정비돼 있다. 600m에 이르는 넓은 큰말 해변은 그 규모 못지않게 다져놓은 듯 다부진 백사장이 인상적이다. 이는 분말처럼 고운 모래 덕분인데, 입자가 얼마나 고운지 한 움큼 집어 쏟아내면 바람에 훌훌 날릴 정도다. 모래가 고운 만큼 해변을 걷는 느낌도 여느 해변과는 다르다. 특히 물기를 가득 머금은 모래 위를 걸을 때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뽀득뽀득, 예쁘게 내린 눈밭을 걷는 듯한 기분 좋은 소리가 난다. 큰말 해변 왼쪽에는 토끼섬이 자리한다. 큰말 해변에서 토끼섬까지는 물때가 맞으면 걸어서 들어갈 수도 있다. 큰말 해변에서 굴업도 서쪽 끝자락에 자리한 개머리까지는 트레킹 코스로 그만이다. 억새군락을 따라 길게 이어진 이 길은 제주도 해안 올레길이나 울릉도 옛길에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 풍광을 뽐낸다. 큰말 해변에서 개머리까지는 거리가 제법 멀지만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큰 힘 들이지 않고 다녀올 수 있다. 굴업도에선 트레킹이나 산행 중 흑염소, 사슴과 마주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넓은 초지를 이용해 흑염소와 사슴을 방목하기 때문. 20년 넘게 방목한 사슴은 그 수가 250여 마리에 이른다. 목기미 해변은 굴업도에서 가장 큰 해변이다. 본섬인 동섬과 부속섬인 서섬을 이어준다고 해서 ‘연육사빈(聯陸沙濱)’이라고도 불리는데, 선착장 쪽에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덕물산 쪽으로 돌아나간다. 관광안내도에는 이곳을 ‘굴업도 해수욕장’으로 표기해 놓았지만 사실 목기미 해변은 큰말 해변보다 해수욕장으로서의 매력은 떨어진다. 주변에 화장실과 개수대 등 편의시설이 없고 지형적으로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람 덕에 양면이 바다와 접한 목기미 해변이 만들어지고, 그 주위로 크고 작은 해안사구가 발달할 수 있었다. 바람이 만들어놓은 목기미 해변은 지금도 해수면이 높아지는 사리 때면 1시간 남짓 물에 잠긴다. 굴업도의 명물 코끼리바위는 목기미 해변 북쪽 해안가에 있다. 서섬 최고봉 덕물산 연평산 산행 도전해볼 만 굴업도에서 도전해볼 만한 산으로는 덕물산(138.5m)과 연평산(128.4m)이 있다. 두 산 모두 목기미 해변 너머 서섬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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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마개처럼 생긴 서섬의 북쪽 최고봉이 연평산이고 남쪽 최고봉이 덕물산. 연평산과 덕물산 산행은 목기미 해변 북쪽에 있는 작은 마을 터에서 시작한다. 작은 마을 터까지는 목기미 해변에 띄엄띄엄 박힌 전봇대를 따라가면 된다. 1980년대까지 7가구가 살던 이곳에는 아직도 당시 사용하던 건물이 몇 채 남아 있는데, 전봇대 행렬이 끝나는 곳에서 만나는 낡은 창고 건물도 그중 하나다. 창고 건물을 오른쪽에 두고 오르막을 조금 오르면 왼쪽 길섶으로 화장실로 사용하던 건물이 나온다. 소변기 하나 달랑 남은 이 건물의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용도를 알 수 없는 또 다른 건물이 자리해 있다. 이곳에서 길이 세 갈래로 나뉜다. 본격적인 산행 들머리다. 왼쪽이 연평산, 오른쪽이 덕물산 방면이다. 이정표는 없다. 그래서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든 잡풀 사이로 남은 길의 흔적에 의존해 산행해야 한다. 굴업도 산행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이처럼 등산로와 산행 이정표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산행시간은 두 방향 모두 2시간 남짓 소요된다.
연평산은 굴업도의 명물인 해식절벽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제주도의 주상절리에 비견되는 굴업도 해식절벽의 대부분이 섬의 북쪽 해안에 분포하기 때문이다. 굴업도에선 해상유람을 위한 별도의 배편이 없어 해식절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연평산에 오르는 게 가장 좋다. 굴업도의 남쪽 해안을 한눈에 담고 싶다면 덕물산이 제격이다. 거대한 덕물산 암봉 위에 서면 시원스레 펼쳐진 굴업도 남쪽 해안과 작은 섬들이 멋스럽게 어우러진다. 연평산에서 바라보는 것만큼 아기자기하지는 않지만 가슴 탁 트이는 전망을 마주하고 싶다면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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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전하는 푸른 사연 귀 기울이면 들려요”, 김태호 경남지사가 직접 쓴 ‘남해안 여행 가이드’ |
김태호 경남지사 |
여름휴가는 누구에게나 1년을 꼬박 기다려온 시간일 것이다. 늘 가슴에 품었던 ‘행복한 고민’을 실천에 옮기고, 색다른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기 위한 인생의 투자. 하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 반드시 챙겨야 할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여행지를 담아오기 위해 마음을 비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떠나볼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챙겨야 할 한 가지는 바로 ‘벗’이다. 평생을 같이하고픈 벗이 제일이겠지만, 한잔 술로 마음을 엿본 이도 괜찮다. 천륜으로 맺어진 가족이면 더 좋다. 여행을 함께 하고픈 벗이 있다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힘이 된다. “내 벗이 몇이냐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에 달 떠오르니 더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 하리.” 소매물도 아름다운 섬, 동경의 섬 소매물도는 통영항 동남쪽에 있다. 주민 50여 명의 조그만 섬. 한려해상국립공원이 품은 아름다운 보석 중 하나다.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대도(글씽이섬) 등 3개의 섬을 ‘매물도’라 부르는데 흔히 소매물도와 등대도를 합쳐 소매물도라 하기도 한다. 소매물도와 등대도 사이의 해안암벽은 절세의 장관을 연출한다. 통영 3경 중 하나. 사진작가와 배낭족이 연중 몰려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금방 날아오를 듯한 용바위, 의젓한 부처바위, 깎아지른 병풍바위, 목을 쑥 내민 거북바위, 하늘을 찌를 듯한 촛대바위…. 그 사이사이로 바위굴이 입을 벌리고 있는데 ‘글씽이굴’은 배를 타고 아슬아슬 통과할 수 있어 묘미를 더한다. 소매물도와 등대도는 조수가 빠져나가면 걸어서 건널 수 있어 하루에 두 차례씩 ‘모세의 기적’을 연출한다.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매물도 페리호가 하루 2~3회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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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남해와 이충무공 전몰 유허 누군가 ‘한 점 신선의 섬’이라 했던가. 가공되지 않은 보석과도 같은 신비의 섬 남해. 지리산 쪽에서 하동을 거쳐 남해를 찾으면, 한국 최초의 현수교인 남해대교가 우뚝 바다를 가로지른다. 300리 아름다운 바닷길 한려해상국립공원을 품은 곳. 그 위로 남해대교가 달린다. 남해대교에서 섬의 한가운데를 향해 4km 들어오면 사적 제232호 관음포 이충무공 전몰 유허가 있다. 이락사라고도 하는 이곳은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고 전사한 이순신 장군의 유해가 처음 육지에 오른 곳이다. 첨망대까지 솔밭길 500m를 걷다 보면, 길 양쪽 솔가지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정취를 더한다. 첨망대에 서면 그 옛날 장군께서 전장에 나서기 전 굽어 살폈을 때처럼 노량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상주 은모래 비치 해안을 조금 더 타다 보면 남해에서 가장 빼어난 풍경이라 꼽히는 ‘상주 은모래 비치’(남해군 상주면)를 만난다. 2km에 이르는 반월형의 백사장은 모래가 은가루를 뿌린 듯 부드러워 비단 위를 걷는 듯한 감미로운 감촉이 느껴진다. 백사장을 감싸고 있는 100년 이상 된 해송들이 잔잔한 물결과 하모니를 이뤄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이성계가 백일기도를 드려 조선 건국의 성업을 이뤘다는 금산을 배경으로 잔잔한 파도가 가슴속 깊이까지 다가온다. 가까운 곳에 강물이나 다른 오염원이 없어 바다 밑바닥 모래를 헤아릴 수 있을 만큼 물이 맑다. 가천 다랑이마을 남해의 꾸불꾸불한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국가 명승지 제15호, 농촌전통 테마마을로 지정된 ‘가천 다랑이마을’이 보인다. 가천마을의 다랑이 논은 설흘산과 응봉산이 바다를 향해 아래로 내달리는 급경사지에 만들어졌다. 벼농사를 짓기 위해 산비탈을 일일이 깎아 만든 곡선 형태의 100여 층 계단식 논. 인간의 위대함이 빛을 발하는 곳이다. 배후의 높은 산과 전면의 트인 바다는 빼어난 농촌문화 경관으로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노도 인근 상주해수욕장에서의 피서, 금산 산행과 더불어 가족 단위 관광에 적합한 곳으로 한적한 섬 ‘노도(櫓島)’를 추천한다. 옛날 이곳에서 배의 노를 많이 생산했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섬에서 바라보는 금산의 절경과 앵강만의 풍광 못지않게 ‘구운몽’과 ‘사씨남정기’의 작가 서포 김만중이 56세를 일기로 유형의 삶을 마감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바다의 땅, 통영 남해에 들렀다면 이제 바다의 땅 통영으로 가보자. 통영은 쪽빛 바다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으니 다니기도 좋다. 눈 돌려 굳이 훑어보지 않아도 그냥 머릿속으로 들어와 가슴에 오래 남는 곳이기도 하다. 쪽빛 바다에 점점이 흩어져 전설을 품은 섬들이 우리를 부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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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는 한국의 100대 명산 중 하나인 통영 미륵산(해발 461m)에 설치된 국내 최장(1975m)의 케이블카. 8인승 곤돌라(총 48기)를 타고 미륵산 정상에 올라 한려수도의 보석 같은 섬들과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 이순신 장군 구국의 혼이 서린 한산대첩지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한산도에서 여수까지 이르는 뱃길은 기암괴석과 바다의 합주곡이다. 이 길을 한려수도라 이름 짓고, 혹은 노래로 혹은 시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드는 길이 됐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자리해 사시사철 푸르니 때론 바다를 건너오는 바람에 야생화가 소담하게 피고, 먼 바다로 나가면 섬 바위틈마다 풍란이 흐드러지게 피어 낚싯배에 건들거리는 물결 따라 그 향기 오래도록 남는 곳이 통영이다. 250개의 섬이 통영 시내를 에워싸고 펼쳐진다. 한산도
한산섬으로 향하는 여객선은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8회 출발한다. 여객선으로 30분, 유람선으로 15분 남짓이면 이내 한산섬에 닿는다. 구름떼 같던 왜군이 학익진으로 일시에 수장된 견내량은 나라를 구한 통렬한 승리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예술이 꽃피고 바다와 산, 섬, 나무, 물새가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한산도 가는 길에 대·소 죽도, 해갑도, 거북등대, 한산대첩 전적비가 줄지어 있다. 한산만을 따라 하트형으로 길게 소나무길이 이어지는데 잠시 바깥세상을 잊고 솔바람을 맞는다. 한산만을 훑어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걷기를 2km 남짓, 이충무공을 모시는 제승당이 나온다. 한산도에는 충무공이 3년8개월 동안 병사들과 함께한 흔적이 섬 구석구석에 지명으로 남아 있다. 제승당을 나와 선착장에 가면 왼쪽으로 한산일주도로가 이어진다. 산책으로 그만인 트레킹 코스가 옆으로 따라붙는다. 이 길 따라 올라가면서 남해안 일대에 자생하는 갖가지 풀과 야생화를 볼 수 있다. 인근의 봉암 몽돌해수욕장도 명물이다. 해변은 넓게 휘어지며 1km에 걸쳐 펼쳐지는데 모래밭(沙場)은 없고 몽돌과 색채석만이 빛을 발한다. 그 색채가 아름다워 ‘봉암수석’으로 불리기도 한다. 산책로도 좋아서 남쪽 바다를 품기 좋은 곳이다. 이래서 ‘겨울 산, 여름 바다’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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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홍포 해변
통영의 산양일주도로를 타면서 해안의 비경에 넋을 잃는 사이 어느덧 거제에 이른다. 여차-홍포 해안도로를 걸으며 바다를 바라보면 구도를 달리하는 여러 폭의 동양화가 시시각각 눈에 들어온다. 저물녘에 닿으면 일몰이 일품. 어느 것 하나 장관 아닌 것이 없다. 등산객의 숨을 고르게 하는 망산에 오르면 한려수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바다 안개에 싸인 다도해의 풍경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점점이 박힌 섬 사이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일몰이 내려서는 발길을 붙잡는다. 가파른 산자락 아래에 있는 여차만의 몽돌해변은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갈 때마다 자연의 소리를 던져주고는 시치미를 뚝 뗀다. 그 자연의 소리를 먹고 자란 자연산 돌미역 맛은 일품. 신선대, 바람의 언덕 함목을 지나 해금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북쪽으로 내려서면 그림 같은 도장포 어촌마을이 나오고, 고개만 들면 ‘바람의 언덕’이 수채화처럼 눈에 가득 찬다. 다시 되잡아 언덕을 올라 도로의 남쪽 전망대에 서면 신선이 되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이름하여 ‘신선대’다. 바람의 언덕은 띠가 덮인 언덕이라 옛 이름도 ‘띠밭늘’이다. 길게 뻗은 이곳은 청정해역에 감싸여 있기에 언제나 바닷바람이 찾는 이를 맞이한다. 바다와 언덕이 조화로워 드라마 촬영장소로도 각광받는다. 푸른 바다와 갈매기가 어우러지고, 저 멀리 남해안의 맑은 파도가 몽돌을 굴리면서 ‘자글자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과 수산마을이 지척에 펼쳐져 절경을 이룬다. 학동 몽돌해변 앞에 펼쳐지는 야생 동백림 군락지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팔색조의 울음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지심도 끝없이 펼쳐진 여러 해변에 잠깐이나마 질렸다는 생각이 들고 바다와 가까이하고 싶다면 배를 타자. 떠나자. 마음속의 섬, 천혜의 자연휴양림, 지심도로. 거제 장승포항에서 바라보면 손에 잡힐 듯 떠 있는, 동백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 ‘동백섬’이라 불리는 지심도는 그야말로 남해안의 숨겨진 보물섬이다. 지심도는 마음 심(心)자를 옆으로 돌려놓은 모양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지심도에는 원시림에 가까운 굵은 동백나무가 많은데 동백숲 터널을 천천히 걸으며 먼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국내의 유일무이한 곳이다. 쪽빛 바다와 붉은 동백이 연출하는 환상적 어울림, 동박새와 직박구리가 지져대는 환상교향곡도 좋고, 이제는 아이들 소리마저 사라진 폐교, 너럭바위에 누워 잠시 속세를 벗어난 듯 세상사를 뒤로한 채 선경에 젖어보아도 좋다. 선창 낚시터에서 갓 잡아올린 자연산 물고기의 회도 일품이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아름답고 앙증맞은 남해안의 섬 여행을 지금 떠나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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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섬 ‘외도’에 살어리랏다 거제 관광 먹여 살리는 일등공신…이창호·최호숙 부부 30년 집념의 산물 |
박춘광 거제타임즈 대표 geojetimes@hanmail.net |
“공룡이 금방 하늘로 승천할 것 같은 웅장한 기상과 거센 파도를 휘감고 춤을 추는 외도는 구조라에서 해금강으로 가는 길목에 마치 보물섬처럼 위치한다. 구조라 바깥에 있다고 해서 바깥섬 또는 외도라 하는데 내도는 여자 섬이고 외도는 남자 섬이다. 이 섬은 ‘태초에 태평양 바다에 떠 있던 남자 섬 외도가 여자 섬 내도를 향해 떠오다가 아침에 물 길러 나온 아낙이 섬이 떠오는 것을 보고 놀라 고함치는 소리에 그 자리에 멈춰 서버렸다’는 전설과 같이 사랑하는 연인을 눈앞에 두고 발을 멈춰 선 남성처럼 억세다. 섬 안에는 몇백 년이 됨직한 동백나무와 팔손이 등 희귀식물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이승철, ‘가을바다 해조음’ 중에서) 경남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산 109번지에 자리한 외딴섬 외도(外島·밖섬). 경남도의 최근 조사 결과, 경남을 찾은 외국인과 내국인 1만6000명이 경남지역에서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이자 기억에 남는 여행지로 꼽은 곳이다. 한편으론 개인사업가 고(故) 이창호 씨와 부인 최호숙 씨의 인생역전 성공담으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여인을 지척에 두고 무뚝뚝하게 서 있는 섬 외도가 이제는 거제시를 먹여 살리는 대표적 관광지로 변모했다. 남해 푸른 물결에 사계절 꽃 만발 거제도에 흩어진 6개 선착장에서 출발해 짙푸른 남해의 물결을 10여 분 가르다 보면 외도 선착장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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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이국적 풍취. ‘어서 오라’며 손님을 반기는 빨간 기와의 아치형 정문, 선착장 코앞이 바로 외도 여행의 시작점이다. 방향 표시를 따라 경사진 길을 걸어오르다 힘겨워질 무렵, 아쿠아블루 빛 분수가 더위를 한 방에 날려준다. 이어진 삼거리 안내센터. 여기부터가 ‘지상낙원’을 옮겨놓았다는 아열대 식물원 ‘외도 보타니아’의 첫 관문이다. 남국의 멋을 자랑하는 길 양쪽의 야자나무, 그 사이에 들어선 50여 종의 선인장 동산은 많은 관람객의 사랑을 받는다. 어린이에게는 더없는 교육의 장소. 겨울에는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 있다 봄이 되면 야외로 얼굴을 내민다. 선인장 동산 위로는 외도의 풍광 중 가장 아름답다는 비너스가든이 자리한다.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이름을 날린 리스하우스가 있는 곳이다. 분교가 있던 곳에 잔디를 가꾸고 동백나무를 심어 선형 무늬의 절경이 완성됐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축소해놓은 듯한 비너스가든에는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10여 개의 비너스 조각이 ‘나 보라’며 손짓한다. 지중해식 사택 리스하우스에서 바다 쪽으로 뻗어나간 정원은 배치가 독특하다. 지난해 지어진 사택 맞은편 야외음악당은 조만간 유명 음악가를 초대해 클래식 음악회나 공연을 할 계획이라고. 나무데크가 깔린 정원 옆 파라다이스 라운지에선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간단한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따스한 햇볕이 가족과 친구의 만남을 더욱 기억에 남게 한다. 근처에는 어린이가 뛰어놀 수 있는 놀이동산도 있다. 비너스가든 옆 화훼단지에는 3~4월에는 수선화 튤립 아이리스, 5~6월에는 꽃양귀비 디기탈리스 ‘천사의 나팔’, 7~8월에는 수국 블루세이지 란타나 달리아, 9~10월에는 카시아 세이지 로즈마리 라벤더 같은 허브류 등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여러 종류의 꽃과 매화 해당화(봄), 돈나무 후박나무 자귀나무 범부채(여름), 머위 석산(가을), 동백나무(겨울) 등 우리 고유의 자생식물이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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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꿈이 이룬 ‘섬 관광’의 기적 꽃길을 지나 무성한 대숲을 지나면 제1 전망대가 나온다. 발아래는 파도가 굽이치는 해안절벽. 절벽 위의 난간에 설치된 전망대에선 해금강, 대마도, 서이말 등대, 원시림의 외도 동도, 공룡바위 등을 훤히 볼 수 있다. 전망대 스낵 가게에서 배를 채우고 비탈길을 내려서면 제기차기, 기마전 등의 전통 민속놀이를 하는 아이들 조각이 서 있는데 그 모습이 워낙 실감나 잠시 동심에 잠기기도 한다. 이곳에선 외도의 사방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어진 동백나무 사이 오솔길을 걷다 보면 또 다른 조각공원이 나오는데, 이번엔 아담과 이브의 조각들이 등장한다. 전시작은 모두 국내 유명 조각가의 작품으로, 자연과 어우러져 예술적 가치를 발한다. 조각공원이 끝나면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는 광장이 나오고 그 오른쪽 해안가에는 자그마한 교회가 그림처럼 앉아 있다. 외도의 손님이면 누구나 잠시 기도하며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 커다란 십자가상 위로 매일 펼쳐지는 일출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다시 소철과 야자수 길을 따라 올라가면 외도의 전경과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제2 전망대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편백 방풍림을 태피스트리로 잘 짜놓은 ‘천국의 계단’이 펼쳐진다. 주제별로 심은 계단 사이의 여러 꽃과 나무는 실제 천국에 온 느낌을 준다.
내려오는 길, 방문객은 ‘선물의 집’에 들러 기념품을 사기도 하고 잉어 연못가에서 먹이도 주며 여흥을 즐긴다. 가게에 들러 테이크아웃 커피나 허브 제품을 사기도 한다.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면 외도의 개발과정을 담은 옛날 사진, 각종 자료를 전시한 외도 기념관과 해금강을 관망할 수 있는 바다전망대가 마지막까지 방문객의 편의를 배려한다. 편안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꽃향기 속을 거닐 수 있는 곳, 해금강의 절경과 바다 냄새가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곳, 틀에 박힌 일상으로부터의 외도를 꿈꾸는 이라면 이보다 좋은 곳은 없을 듯하다. 1995년 4월15일 개장한 ‘외도 보타니아’는 2007년 8월3일 누적 유료입장객 1000만명을 달성했다. 지난해 입장객은 약 105만명, 지금까지 연평균 입장객은 8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외도가 이처럼 국내 섬 관광을 대표하는 명승지로 떠오르기까지는 많은 사람의 땀과 눈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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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는 수심 30~50m의 바다와 해발 80m의 수려한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외도해상문화시설지구로 지정된 개인 소유의 섬이다. 문헌에 따르면 외도에는 조선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사계절 풍부한 후박나무 약수터가 있어 이를 중심으로 7, 8가구가 모여 살았다. 섬 주민들은 경사진 밭에 고구마를 심고 돌미역을 채취하거나 고기잡이 등을 하며 생활했다. 척박한 바위투성이 섬이던 외도에는 전화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고, 기상이 악화되면 10여 일간 교통이 두절되곤 했다. 선착장이 없어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면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 태풍주의보가 내릴 때 급한 환자라도 생기면 속수무책. 어업과 농업을 생업으로 하던 주민들은 육지로 나가 사는 게 최고의 꿈이었다. 옛 외도에는 분교도 있었지만 연료가 없어 동백나무를 땔감으로 베어 쓸 정도였다. 그만큼 외도의 현실은 열악했다. 외도의 아름다운 자연은 인간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주민이 떠나는 외딴섬이 됐다. 이런 열악한 현실에 주목한 이가 이창호·최호숙 부부다. 1969년 7월 낚시하러 왔다 태풍을 만나 우연히 외도에서 하룻밤 민박하게 된 이 부부는 소박한 인심과 섬의 풍광에 매료돼 이후 3년여에 걸쳐 섬 전체를 사들였다. 수백년 된 동백나무가 땔감으로 쓰기 위해 베어지는 현실도 마음 아팠다. 한편으론 북녘 고향(평안남도 순천)에 대한 그리움을 남쪽의 아름다운 섬에서 달래보려는 마음도 있었다. 전천후 접안 위해 방파제 축조 예정 이들 부부는 1970년대 초반 주민들이 고구마를 심던 밭에 밀감나무 3000그루와 편백 방풍림 8000그루를 심어 농장을 조성했다. 그러나 어느 겨울 닥친 한파로 몇 년간의 정성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다시 초등학교 분교운동장에 돼지 80마리를 키웠는데, 이번에는 ‘돼지 파동’으로 실패하는 좌절을 맛봤다. 여러 차례 실패를 겪고 난 뒤 부부는 이곳에 농장 대신 식물원을 구상했다. 운반 수단이라곤 경운기밖에 없던 시절이라 경운기가 고장나면 모든 일이 꼬이기 일쑤였다. 경사 심한 언덕에서 나무를 바닷물에 빠뜨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30년이 넘도록 가꾸고 다듬은 게 바로 지금의 외도다. ‘환상의 섬’ 외도는 이처럼 한 부부의 자연에 대한 사랑과 집념, 희생에 세워진 바벨탑이다. 외도를 처음 찾는 이들은 거제도까지 왔다 섬에 발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허탕 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외도도 섬이다 보니 연중 90일 이상 너울성 파도가 유람선의 접안을 가로막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런 국내외 관광객의 불편도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도 보타니아 측과 거제시가 유람선이 전천후로 접안할 수 있는 방파제 건립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개장 이후 거제시 관광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외도에 대해 지역자치단체와 국회, 정부가 드디어 손을 내민 것. 길이 60m, 폭 6m, 수심 30~40m의 방파제에는 100억원이 투입된다. 외도 보타니아는 이와 별개로 현재의 서양식 정원에 더해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식 정원 3동과 유리온실, 외도기념관, 이집트 정원을 건립하고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휴게소, 선착장 데크, 관람 탐방로 증설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여름, 이국의 섬을 여행하고 싶다면 거제의 외딴섬 외도를 먼저 가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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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나폴리 통영 해양레저·관광 메카로 뜬다, 요트 클러스터·관광섬 개발 등 옷 갈아입기 한창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
“(거제의) 외도와는 달라야 합니다. 섬을 찾는 사람은 물론 요트를 타고 섬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들에게도 동백 군락지의 특징을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7월2일 오전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장사도. 임시 선착장에 내려 공사 중인 오솔길을 따라 섬을 오르는 동안 통영시 임채신 관광시설계장과 현지 작업팀장 박성광 씨가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하루 전날인 7월1일자로 시설계장을 맡은 임 계장은 이날 이른 시각부터 장사도 공사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장사도, 오곡도, 추도 등 개발 장사도(長蛇島)는 면적 0.2km2에 북서~남동 길이 1.7km, 평균 너비 200m, 최고점 65m로 거제도 남단에서 서쪽으로 1km 거리의 작은 섬. 바다 위에 뱀 한 마리가 구불구불 기어가는 형상이어서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지난 2003년 땅 주인인 김봉렬(현 장사도해상공원주식회사 대표) 씨와 통영시가 개발을 시작해 현재 공정률 70%를 보인다. 환경온실과 생태체험장, 공연장 등 건물 공사는 이미 끝났다.
“장사도는 천혜의 자생 동백 군락지입니다. 인공적으로 식물공원을 조성한 외도와 달리 자연 그대로의 해상식물공원을 조성하는 거죠. 개장하면 외도와 ‘진검승부’를 벌일 겁니다.” 박 팀장의 설명처럼 장사도는 이웃 거제시의 외도를 의식한 ‘차별화’가 공사의 ‘포인트’였다. 섬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는 동백나무 등 200여 종의 자생식물이 장관을 이뤘고, 나무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듯 오솔길은 군락지를 빙 둘러 이어졌다. 자연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것은 무엇보다 섬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이리라. 정상 부근 환경온실 건물에서 내려다본 남해안의 섬과 바다는 보는 이를 빨아 당겼다. 죽도와 대덕도, 소덕도, 가왕도 등 한려수도의 섬들과 섬 아래 바위에서 부서지는 하얀 파도는 마치 그림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안겼다. 기자는 이날 하루 종일 통영을 ‘돌아다녔다’. 250개 섬으로 이뤄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통영. ‘동양의 나폴리’라는 수식어가 이제는 옛말이라고 할 만큼 통영은 한국 해양레저·관광 산업의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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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 정식 개장을 앞둔 장사도를 비롯해 연화도와 오곡도, 추도, 비진도 등에서 이미 관광섬 개발을 시작했고 한산도와 욕지도, 사량도 등 통영의 섬들을 패키지로 볼 수 있는 연안 크루즈를 띄울 준비를 하고 있다. 총연장 5km(도남동~한산면)의 해상케이블카 사업과 한산도 통제영 테마마을 조성 사업도 순항 중이다. 때마침 정부는 6월3일 ‘해양레저산업 클러스터 단지’를 이곳에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2015년까지 모두 167억원을 투입하는 클러스터 단지는 23만㎡ 규모로 요트 제조시설, 요트 박물관, 요트 학교 등 해양레저산업을 한데 모아 신성장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려는 정부의 의지 표현이기도 하다. 현재 요트산업은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이 시장을 주도하지만, 조선업이 발달한 한국도 기술 축적을 통해 고급 요트 생산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통영시는 클러스터 단지 부지 선정 검토를 하고 있다. “연평균 14.9℃의 온화한 기온, 초속 7~ 12km의 바람, 아름다운 바다 풍광 덕분입니다. 통영은 요트 활동의 3대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죠.” 박종민 홍보계장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통영을 둘러보면 클러스터 단지가 왜 통영으로 정해졌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장사도를 떠나 통영대교를 지나면서 곳곳에 보이는 조선소에서는 금방이라도 바다에 띄워 보낼 듯 선박의 마무리 제작 작업이 한창이다. 통영요트학교(도남동 638번지) 앞 계류장에는 크루저급 요트 4대와 딩기 요트 십수 척이 기자 일행을 반겼다. 정부가 요트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하기 2년 전, 정확히 2007년 6월 문을 연 통영요트학교는 딩기급 19대와 크루저급 4대, 비상구조선 2대를 갖췄다. 2년 전 설립한 요트학교에 1만2000여 명 수업
“요트학교를 세울 때만 해도 국내에서의 인식은 ‘요트는 배부른 탈것’이었습니다. 그나마 부산에 요트스쿨이 있었지만 선수 육성이 주목적이었죠. 눈동냥, 귀동냥을 하기 위해 해외 요트 선진국을 찾아 돌아다녔고, 일반인이 참가할 수 있는 요트스쿨을 완성했습니다.” 2년간 ‘시장 특명’으로 요트학교 설립에 매달렸다는 박 계장은 그때의 고생이 생각나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는 “2년 전에는 정부 내에 요트산업 관련 담당부서가 없어 이곳저곳 뛰어다녔지만, 요즘은 통영시 요트학교가 성공사례로 알려지면서 각종 세미나 발표자로 초청받아 뛰어다닌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계류장 건설 시 세제혜택 도입 등 실무적인 부분을 통영시가 정부에 제안한 것도 이때의 경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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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에 1만원 정도의 교육비만 내면 누구나 ‘요트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통영요트학교는 지금까지 1만2000여 명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지난해 9월에는 요트조종면허시험장을 갖추면서 이용객의 40%가 수도권에서 내려올 만큼 ‘요트 상아탑’으로 자리를 굳혔다. “서해는 조수 간만의 차 때문에 계류장에 배를 정박하기 어렵습니다. 수도권은 인구는 많지만 자연환경을 갖춘 곳이 없어요. 지금 걸음마 상태지만 요트 저변이 확대되면 통영으로 사람들이 몰릴 겁니다.” 정부의 클러스터 단지 조성과는 별도로 통영시는 요트학교 근처 4800여㎡에 해양스포츠센터 신축공사를 시작했다. 국제요트대회와 윈드서핑대회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대회 시설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기자는 이어 미륵도 중앙에 자리한 해발 461m의 미륵산을 케이블카로 올랐다. 케이블카로 1975m를 오르는 동안 충무공의 기가 서린 한산섬과 연화도 용머리 등 한려수도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통영항에는 첨단 조선소 크레인이 분주히 움직이고 오른쪽 도남관광지 앞바다에는 딩기 요트가 붓질하듯 흐르는 모습에서 ‘작지만 강한’ 통영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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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천천히 걸어봐, 감동이 확 밀려올 거야 전남 ‘슬로 아일랜드’ 느림의 미학 속에 피어나는 시골 인정 |
김옥 여행전문 자유기고가 ok59yoon@hanmail.net |
‘빠름’에 익숙해진 도시인은 늘 마음의 평온을 꿈꾼다. 바쁜 현실을 떠나 삶의 속도를 한 박자 늦추고 싶어 한다. 평온을 찾으려 하는 욕구는 ‘여유’에 대한 갈망. 여유는 일상에서 벗어나 천천히 자연을 접하는 데서 나올 수 있다. 그래야 평소 그냥 지나치던 것들에 신체의 모든 감각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러다 서서히 감동의 물결이 밀려온다. ‘웰빙 보물섬’ 증도
1975년 중국 송·원나라 때의 보물선이 발견되면서 ‘보물섬’이라 이름 붙은 증도. 다채로운 천혜의 자연경관이 곳곳에 분포돼 ‘보물섬’이기도 하다. 면적 28.16km², 해안선 길이 46.5km의 증도는 목포시 북서쪽 51km 해상에 자리하며 북쪽에 사옥도(沙玉島)와 임자도(荏子島), 남쪽에 자은도(慈恩島)와 암태도(岩泰島)가 있다. 1896년 지도군에 속했다가 1914년 무안군, 1969년에 다시 신안군에 편입됐다. 증도는 원래 대조리·우전리(羽田里)를 구성하는 대조도(大棗島)와 별개의 섬이었다. 그러나 두 섬을 잇는 제방이 축조되고 그 사이에 대규모 염전이 개발되면서 하나의 섬으로 통합됐다. 섬에는 100m 안팎의 구릉지가 완만하게 늘어서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어머니의 품과 같다. 증도의 대표적 자랑거리는 국내 유수의 천일염 생산지인 태평염전이다. 우리나라 천일염 생산량의 6%인 연간 1만6000t을 만들어내는 최대 규모의 단일염전이다. 부지만 무려 100만평. 1953년 6·25전쟁 피란민을 정착시키기 위해 물이 빠지면 징검다리로 건너던 전증도와 후증도 사이 갯벌에 둑을 쌓아 염전을 만든 게 염전의 시초. ‘하늘농사’라는 소금농사. 햇빛에 백설의 결정체들이 만들어질 시간이 되면 염부들의 대패질 소리가 부산해진다. 밀고 또 밀어서 한 곳으로 백설을 모은다. 태평염전은 게르마늄이 함유된 갯벌 덕분에 맛의 진가를 인정받는다. 염전 이름이 서서히 알려지면서 대패질, 수차 돌리기, 함초 관찰하기 등의 염전체험 관광 프로그램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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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박물관(일요일 휴관)은 반드시 들러봐야 한다.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석조 소금창고를 현대적인 감각의 박물관으로 재탄생시켰다. 염전 사이 길로 한참 들어가면 우전해수욕장과 마주한다. 길이 4km, 폭 100m의 우전해수욕장에선 크고 작은 섬들이 떠 있는 앞바다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백사장과 바다가 깨끗하고 솔숲이 울창해서 여름철 피서지로 안성맞춤. 우전해수욕장과 중동리 마을을 잇는 470m의 짱뚱어 다리는 광대한 갯벌과 어우러져 묘한 정취를 자아낸다. 신안군이 갯벌체험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는데, 다리 아래 갯벌에는 게와 짱뚱어가 득실거린다. 다리에 서서 입맛을 다시는 사람들도 있다. “짱뚱어가 무슨 생선인가요? 이름이 참 괴상하네요.”
외지인들은 잘 몰라도 남도 사람들은 누구나 짱뚱어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을 정도로 친숙한 고기다. 원래 보양음식으로 애용된 짱뚱어는 톡 불거져 나온 눈이 우스꽝스러워 ‘짱뚱’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머리가 나빠 낚시가 코에 걸려도, 귀에 걸려도 등짝에 걸려도 잡힌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숙달된 짱뚱어잡이들의 얘기일 뿐이다. ‘갯벌의 제트기’라는 짱뚱어를 일반인이 잡기는 역부족이다. 증도 대초리 덕정마을의 남쪽에는 이름 그대로 꽃처럼 아름다운 섬이라는 화도(花島)가 있다. 재작년 인기리에 방송된 TV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촬영지다. 썰물 때 ‘노두’라 불리는 바닷길이 드러나야 건너갈 수 있는 섬인데, 드라마에 나온 집과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노두’란 징검다리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지금은 양쪽 바다를 막고 시멘트 바윗돌을 겹겹이 쌓아 단단한 방파제 길로 만들었다. 바로 옆으로는 갯벌과 갯고랑의 진경이 펼쳐지긴 하지만 길이 협소해 아슬아슬하다. 길 앞에서 차나 경운기가 머리를 먼저 쏙 내밀면 그저 건너오기만 기다려야 한다. ‘빨리빨리’는 여기서 안 통한다. 양보와 느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는 체험 현장이다. 자전거 섬으로도 알려진 증도는 면사무소(061-271-7619)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면사무소는 약 300대의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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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서 여유롭게 섬의 아름다움을 느껴도 좋다. 증도 면사무소 뒷산인 상정봉에 오르면 또 다른 감동이 기다린다. 한반도 지도를 닮은 우전해수욕장 송림은 여기서밖에 볼 수 없다. 보물섬 증도에는 ‘엘도라도 리조트’도 있다. 18동 103실(14~45평)을 갖춘 최신 휴양시설. 리조트는 우전해수욕장을 마당으로 삼고 해송숲 자락에 안겨 있다.
모든 객실에서 한 폭의 풍경화를 보듯 바다 조망을 할 수 있다. 다도해 요트 크루즈의 최적 조건을 갖췄다는 신안군의 특색을 살려 다도해 크루징, 선상 디너파티, 제트스키 등 종합해양레저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지루함을 찾을 수 없는 테마다. 신나고 재밌고 즐겁고. 그야말로 ‘쓰리 G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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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仙山), 청산도
과연 청산여수(靑山麗水)로세! 전남 완도군에 속하는 청산도는 예부터 한겨울에도 상록수가 많다고 해 선산(仙山), 선원(仙源)이라 불렸다. ‘청산’이라는 명칭도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됐다. 신안군 증도와 함께 2007년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선정될 만큼 나무로 뒤덮인 섬과 주변의 자연환경은 무척 빼어나다. 완도항에서 약 20km 떨어진 청산도 선착장에 입도하면 맨 먼저 파란 하늘빛 아래 하얗게 솟은 등대가 보인다. 살짝 시야를 넓히면 구불구불한 황톳길을 따라 돌담과 돌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 그리고 하늘빛에 물든 청보리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창 앞에는 버스와 택시가 늘 대기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곳의 택시는 4륜구동 RV들이다. 돌 많은 섬의 울퉁불퉁한 도로 사정 때문. 이런 사정을 모르고, 또는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승용차를 가지고 입도하면 그건 승용차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선창에서 15분 정도 이동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 당리다. 주인공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면서 당리 돌담길을 걸어 내려오는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지금도 당리마을에는 촬영 세트로 지은 초가가 그대로 남아 있다. 밀랍인형도 만들어놓아 영화의 감동을 되살리려 애썼다. 여기서 구불구불한 황톳길을 따라가면 당산나무 한 그루와 마주친다. 해마다 주민들이 마을의 안녕과 뱃길의 무사, 풍어를 기원하는 풍어제를 올리는 곳이다. 거기서 읍리 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청동기시대 유물인 고인돌과 하마비(下馬碑)를 만날 수 있다. 하마비는 말을 오르고 내릴 때 사용하는 일종의 디딤돌인데, 청산도 하마비엔 불상이 음각돼 있는 게 독특하다. 처음엔 하마비로 쓰이다 세월이 흐른 뒤 불교숭배 차원에서 조각을 한 듯하다. 청산도는 초분(草墳) 풍습이 남아 있는 섬이기도 하다. 초분은 남해안 도서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장례 문화다. 시신이나 관을 땅에 올려놓은 뒤 짚, 풀 등으로 엮은 이엉을 덮는 풀무덤이다. 초분은 가족이 고기잡이를 나가 갑자기 상을 당하거나, 사람이 죽은 즉시 묻는 게 너무 매정하다고 생각될 때 행해진다. 뼈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신앙 등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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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의 수호신 범바위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 권덕리 보적산에 올라서면 가파른 능선에 범 한 마리가 웅크리고 적을 노려보는 듯한 바위가 있다. 문화관광 해설사 임미화 씨는 “가까이에서 보는 것보다 근처 상섬에서 올려다보면 용맹스러운 모습이 더 살아난다”고 말했다. ‘호랑이 한 마리가 범바위에 올라와 포효하다,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 제 소리에 놀라 도망친 뒤 청산도에는 호랑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전설도 전해온다. ‘본디 승천할 이무기가 바다에 살고 있었는데 범바위의 위력에 눌려 승천할 수 없자 앙심을 품고 매일 이 섬을 안개에 휩싸이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섬을 치러 나온 왜적들과 한 패가 돼 섬을 공격했는데 결국 범바위 호랑이가 이무기를 무찌르며 안개의 미명을 벗어나 산, 바다, 하늘, 들녘도 푸른 청산도가 됐다.’ 또 한 번 ‘믿거나 말거나’다. 잠시 혼란스러웠다면 지리해수욕장으로 가보자. 시원한 바다와 어우러진 광경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뻥 뚫린다. 일출과 일몰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곳. 1.2km에 이르는 고운 은빛 백사장과 완만한 수심, 병풍처럼 둘러쳐진 200년 수령의 노송들의 위용, 여기에 저녁이면 펼쳐지는 낙조까지 절로 탄성이 터진다. 진산리 갯돌밭은 길이 곱지 않다. 차가 심하게 트위스트를 춘다. 현기증을 느끼면서 악착같이 당도하면 갯돌밭이 600m 정도 펼쳐져 있다. 돌의 모양과 크기도 다양하다. 그제야 비로소 아름다움에 녹아든다. 빠드득 소리 내는 돌밭을 걸으면 눈앞에 신흥리해수욕장의 환상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밀물 때는 모래무지, 도다리 등의 낚시를 즐길 수 있고 썰물 때면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2km나 드러나는데 이때 조개와 바지락 등을 캘 수 있다. 오토 캠핑장으로 적합하다. 특히 목섬을 중심으로 한 갯바위 낚시는 어황이 아주 좋은 곳. 청산도의 맛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 먹을거리는 삼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즉석에서 회를 떠 밥 한술에 묵은 김치 한 조각, 삼치 한 점을 올려놓고 먹어야 한다. “얼마나 맛있는지 혀가 말려 들어가는 것도 몰랐어요.” 서울에서 온 김정림(45) 씨는 삼치의 맛에 반했는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청산도 삼치잡이는 9~10월이면 시작된다. 눈과 입이 즐거운 청산도 여행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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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천국, 사도
여수시 화정면 낭도리 사도(沙島)는 모래가 많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데, 7개의 섬으로 형성돼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얘깃거리로 복잡한 도시생활을 잊게 한다. 여수항에서 배로 1시간 반. 배는 매일 두 번 방인들을 섬에 내려놓고는 서둘러 뱃머리를 돌린다. 사도 초입에는 우스꽝스럽게 생긴 공룡 조형물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티라노사우루스 같아.” 책에서 보던 공룡의 이름을 떠올리는 40대 남성이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말한다. 사도에선 연중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음력 2월15일과 3월15일에 길이 780m, 폭 15m의 해저 지면이 떠오르는 ‘모세의 기적’, 즉 해할(海割) 현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추도, 간도, 시루섬(증도), 장사도, 낭끝, 연목, 진대섬 등 7개 섬이 육계사주로 연결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사도 주변에는 거북바위, 얼굴바위, 용꼬리바위, 멍석바위 등 기암 절경도 많다. 훤하게 트인 사도해수욕장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눈이 섬 저편의 바다로 저절로 향한다. 깔끔하게 에둘러 앉은 섬들은 새색시처럼 곱다. 100m 좀 넘게 걸으면 해수욕장 끝자락에 ‘천년층’이라 불리는 바위벽이 나타나는데, 마치 책을 촘촘히 쌓아둔 것처럼 층층겹겹을 이룬 붉은 바위벽이 탄성을 자아낸다. 사도의 볼거리는 뭐니뭐니 해도 공룡 흔적. 사도 3곳에 공룡 화석지가 있는데 주변 섬인 추도 지역에 공룡 발자국이 84m의 행렬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발견돼 공룡 군단의 집합지로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수각류(獸脚類·삼지창 모양, 발자국 크기가 지름 28~50cm, 폭 20~37cm, 보폭 110~122cm), 용각류(龍脚類·코끼리 발자국처럼 둥근 모양, 지름 42~68cm, 폭 40~66cm), 조각류(鳥脚類·새 발자국 모양, 지름 28~51cm, 폭 30~48cm, 보폭 80~138cm) 등으로 매우 다양하며 수각류(주로 육식공룡)의 다량 산출이 특징적이다. 전문가들은 이곳이 백악기 당시 대규모 공룡집단 서식지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공룡발자국 화석지와 퇴적층은 천연기념물 제434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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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발자국 외에 규화목과 탄화목, 부족류의 연체동물 화석, 무척추동물에 의한 생흔 화석 등이 관찰된다. 규화목은 암석 성분 중 규산이 나무와 목질에 침투, 굳어진 것으로 노출된 부분이 2m 정도이며 송백류(松柏類·소나무류와 잣나무류를 총칭)로 추정된다. 퇴적 구조로 연흔과 건열, 불꽃 구조, 변형 구조, 빗방울 자국 및 주상절리 지질 구조도 발견돼 생태학습장으로도 가치가 높은 섬이다. 아치형 무지개다리가 호기심을 다시 자극한다. 다리를 건너면 중도다. 중도의 명물은 반달처럼 동그랗게 휘어진 국내 유일의 양면해수욕장이다. 원래는 증도(시루섬, 신안 증도와 다른 섬)와 중도를 이어주는 모래사구인데 조개껍데기 성분의 모래가 곱고 안바다와 바깥바다의 바닷물 온도가 달라 이색적인 해수욕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 진귀한 공간에서 한숨 돌린 다음 세 번째 섬 시루섬으로 들어간다. 징검다리를 건너듯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을 밟고 가면 시루섬의 바위 마당에 이른다. 시루섬은 크고 작은 바위들이 만들어놓은 자연 수석공원. 아무도 관리하지 않지만 사시사철 철 따라 옷을 갈아입으며 얼굴바위, 거북선바위, 고래바위, 병풍바위, 마당바위, 용꼬리바위 등 기암괴석들이 줄지어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거대한 얼굴바위는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그 너머의 세계를 가늠하는 듯하고, 거북바위는 반대편으로 돌아앉은 채 허공을 응시한다. 얼굴바위와 거북바위는 사도를 지키는 수호신들이라고 한다. ‘용궁 가는 길’에 행여 있을지 모르는 악귀의 침입에 대비해 용왕이 용궁의 장군과 거북이를 이곳에 보냈다는 것. 음력 2월이면 어김없이 바다가 갈라져 모세의 기적이 펼쳐진다. 납닥섬(납작한 무인도라 해서)에서 추도로 이어지는 피안의 바닷길은 넘실대는 파도 아래 굳게 입을 다물고만 있지만 그렇게 한 번씩 속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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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섬, 애달도 원래는 외롭게 떨어져 있어 ‘외(外)달도’라 불렸지만 최근 연인들이 찾다 보니 ‘애(愛)달도’라는 명칭이 더 많이 쓰인다. 목포 사람들은 원래 발음이 안돼 ‘애달도’라 부른다고 한다. 워낙 ‘애달도 애달도’ 하다 보니 지금은 위에서 섬을 내려다보면 정말 물개 한 쌍이 다정하게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남 목포시 달동이라는 주소가 말해주듯 목포에서 멀지 않은(직선거리 6km) 작은 섬. 사랑의 섬으로 변신한 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가 자연생태 우수마을과 2008년 휴양하기 좋은 섬, 100대 아름다운 섬으로 지정했다. 휴양 명소로 급부상한 것은 당연한 이치. 섬은 걸어서 30분이면 일주할 수 있을 만큼 아담하다. 18가구 주민 대부분이 민박을 운영해 남도의 정과 사랑을 느끼기엔 딱이다. 관광의 3대 요소인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의 궁합도 아주 좋다. 제1 해수욕장은 400m 규모의 백사장이 활처럼 굽어 있는데, 이곳에서 고둥이나 조개를 채취해 현장에서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다. 애달도 서쪽 해안에 자리한 제2 해수욕장은 일몰 풍경이 장관이다. 썰물에도 해수욕을 즐길 수 있게 바닷물을 끌어 조성한 802평 규모의 인공 풀장은 애달도만의 자랑이다.
애달도 북측 선착장을 따라 오른쪽으로 걸으면 해상 콘도형 유료 낚시터(061-246-3170)가 있다. 바다에 설치된 가두리 양식장에서 고기를 낚기에 어린이도 쉽게 낚을 수 있다. 낚싯대와 미끼는 무료. 잡은 고기의 종류에 따라 돈을 지불하면 된다. 참돔은 마리당 1만6000원, 농어·감성돔은 마리당 8000원이다. 인심 후한 주인장 오순복 여사는 매운탕의 달인이다. 즉석에서 회도 썰어준다. 바다낚시를 원하면 낚싯배를 빌릴 수 있다. 숙박은 7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 하나에 3만원이다. 바다 위에서 잠을 잔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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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황홀한 매력 ‘여수’ 를 아느냐 남해안 관광 허브를 넘어 세계로 도약 … 2012년 세계박람회가 디딤돌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여수는 항구였다 아~ 철썩철썩 파도치는 남쪽의 항구 “손님, 이 노래를 아시는가요? 절믄께로 모르시겄죠잉. 요 노래가 여수 브루스란 것인디, 이제는 가사를 싹 바꿔부러야 해요.” 7월2일 오전 여수공항에서 여수시청으로 향하는 택시 안. 언젠가 들은 듯한 옛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자 운전기사는 이렇게 한마디 툭 던진다. 1948년 여수·순천사건을 주제로 한 ‘여수 브루스’(강석오 작사/ 박시춘 작곡)의 한 소절인데, 가사가 구슬프기 짝이 없다. 여수는 그처럼 불운한 과거사를 지닌 삭막한 항구도시였다. “여수가 겁나게 커버릴 겁니다” 60여 년이 흐른 지금 여수는 새로운 가사의 ‘여수 브루스’라도 만들어야 할 만큼 세계적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천혜의 자연과 호국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해양관광, 레저산업의 중심지로 급부상한 것. 전국 3171개 섬 중 10%에 이르는 300여 개의 아름다운 섬이 여수에 속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해양관광 허브로서의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여기에 판소리, 음식 등 남도 전통문화와 향일암, 흥국사 같은 유적지들이 여수의 자연친화적 조건을 더욱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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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축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하면서 여수는 관광 및 레저산업에서의 미래 성장거점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세계박람회는 2012년 5월12일부터 3개월간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주제로 펼쳐지는데 세계 100여 개 국가, 5개 국제기구, 16개 지방자치단체가 참가하고 800만명의 국내외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적인 이벤트. “여수가 겁나게 커버릴 겁니다. 시방도 꿈틀꿈틀하고 있당께요.” 여수항 여객터미널 인근에서 만난 주변 상인들은 세계박람회를 통한 여수의 발전에 거는 기대가 컸다. 전문가들도 여수지역의 자연환경 및 문화요소가 새로이 들어설 휴양, 연구, 행정기능의 사회간접자본과 어우러져 국제 수준의 해양관광 콘텐츠와 결합할 경우 우리 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여수시는 관광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15명의 교수를 초빙해 ‘여수시 관광자문교수단’을 꾸렸다. 여수세계박람회를 지구촌 축제로 성공시키기 위해 다른 지역과 차별화한 관광자원을 발굴할 계획. 정부 또한 여수에 관심이 크다. 정부가 추진하는 남해안 선벨트(Sun Belt) 사업의 중심에 여수가 있기 때문이다. 남해안 다도해 개발과 연계해 여수에 세계 수준의 해양관광레저 벨트를 구축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 여수를 선벨트 일대의 광역경제권을 이끄는 중심축으로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여수시가 세운 분야별 세부계획 가운데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섬관광 활성화 사업. 여수 인근 317개의 섬(유인도 49개, 무인도 268개)이 해양관광자원 개발의 핵심이다. 섬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섬 고유의 매력은 그대로 살린다는 목표로 대규모 개발 및 건설 사업은 지양하고 콘텐츠 중심의 지역 주도형 섬을 만든다는 것. 이를 위해 자연환경은 물론 역사, 문화, 생태를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는 계획이다.
체험형·체류형 관광 기반 조성 섬 가꾸기 사업의 시작은 거문도다. 여수시 삼산면에 속하는 이 섬은 1880년대 이후 30여 년간 영국군과 일본인이 무단 점거했던 탓에 오랜 세월 무인도로 남아 있었다. 아직 영국군 무덤과 1945년 해방 직전까지 거주하던 일본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여수시는 이런 아픈 역사를 오히려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심산이다. 이 일대를 ‘역사·문화의 섬’으로 조성한다는 계획. 영국군 묘지 공원화, 인어해양공원, 여객선 터미널 등 관광 기반시설 정비는 이미 끝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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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군 묘지의 주인은 1885년 4월~1887년 3월 이곳에서 익사, 병사, 총기 사고 등으로 숨진 9명의 수병으로, 현재는 2기만 남아 있다. 전남도청 관광정책과 최청산 주무관은 “지역의 전설과 영국군 유적 관련 스토리텔링 발굴 등 역사·문화적 이미지를 관광자원화할 것”이라면서 “민자 유치를 통해 관광호텔과 콘도 등을 조성, 좀더 많은 관광객이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30실 규모의 관광호텔은 내년 10월 완공된다. 현재는 3개 여행사가 매월 15회 거문도·백도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로부터 동백꽃, 진달래꽃, 선모초가 만발해 ‘꽃섬’이라 불리던 하화도는 꽃과 나무를 테마로 한 ‘녹색의 섬’으로 조성된다. 6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12년까지 산책로 주변과 주요 해상조망지에 동백, 철쭉, 진달래 같은 수목은 물론 선모초, 원추리, 감국 등을 심어 야생화단지로 만든다. 전남도는 휴경지에 유채 등 꿀을 채취할 수 있는 꽃을 심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주민의 새로운 소득원도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육지와 가까운 여수시 경호동 경도 일대에는 호텔, 골프장(27홀), 수산물직판장, 시푸드센터, 낚시 테마파크 등이 혼합된 멀티해양관광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이곳은 5월 여수박람회 지원시설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에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생태의 섬’으로 조성되는 사도와 낭도의 개발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천상의 선녀들이 먹는 과일이라는 천선과(天仙果·뽕나뭇과 식물)와 모람나무, 참나리, 보리수나무 등 몸에 좋은 식물이 섬 전체에 지천으로 자라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받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도 돌담 정비와 야생화단지 조성은 지난해 11월 완료됐고, 오는 9월까지 진입로와 선착장 등 관광 기반시설 사업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내륙에서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레저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리조트, 크루즈로 야간 경관과 각종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체류형 복합관광지구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 유동 인구가 많은 오동도 일대의 여수 신항이 그 중심으로, 관광객이 배에 머물면서 바다 곳곳을 경험할 수 있는 콘셉트다. 여수뿐 아니라 부산, 인천 연안 및 한·중·일 국제 크루즈 관광상품과도 연계될 수 있는 사업이다. 이곳은 여수공항과 가까울 뿐 아니라, 세계박람회 개최지 안에도 들어가 있어 기대 이상의 결실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신항 주변에는 오션타워와 아쿠아리움으로 구성된 복합공간 ‘빅 오션(Big Ocean)’, 그리고 부산-목포 간 리아스식 해안을 1000분의 1로 축소한 ‘다도해공원’이 들어설 예정. 입국절차 간소화 등 관광 여건의 개선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여수-제주 크루즈 운항도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수 신항이 본래의 무역항 기능을 포기하고 관광 및 레저항으로 전환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수 시의회 관계자는 “무역항(지원 항만)의 기능을 잃는 여수 신항을 대체할 접안시설 축조, 여수공항의 활주로 확장 및 철도 교통망 개선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분위기만 띄워놓고 알맹이는 못 챙기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생계 터전을 잃게 될 수도 있는 항만노조원의 처우 문제도 고민거리. 한편 ‘마이 요트 시대’에 발맞춘 요트 기반시설 확충도 체류형 관광기반 조성을 위한 주요 사업이다. 여수시는 남해안 지역에서 운영 중인 마리나 시설들과 연계한 요트관광 활성화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요트관광 활성화에 대한 관심은 기대 이상이다. 지난 5월 오동도, 신항 일대에서 열린 여수 국제범선축제와 거북선 대축제에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든 바 있다. 전남도는 지난 5월 제주도와 국제요트대회를 함께 유치해 두 지역이 번갈아 개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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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앞 7개 섬 대형 테마파크로 조성 복합문화단지 ‘타임아일랜드’ 개발 부푼 꿈 … 세계 최대 출렁다리·누드비치 등 조성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
한국에도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대형 테마파크가 들어설 전망이다. 공룡유적지와 천혜의 자연환경, 우주발사기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과거-현재-미래의 체험장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대규모 오락시설과는 성격이 확연하게 다르다. 박준영 전남도지사와 오현섭 여수시장, 황보창호 ㈜종합건축사무소 황보건축 대표, 양용승 하나대투증권 대표는 7월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3층 장보고홀에서 ‘융·복합 문화관광지 개발사업-타임아일랜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타임아일랜드는 전남 여수시 화정면 일대 낭도, 사도, 중도 등 7개 섬을 잇는 대규모 관광지. 14만7200㎡에 4000여 억원을 들여 콘도미니엄과 호텔, 테마전시관, 모노레일, 누드비치, 수상호텔 등이 들어선다. 2009년 착공해 2012년 개장이 목표. 배후부지 60만㎡도 향후 개발지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타임아일랜드가 들어서는 화정면 일대의 섬은 황보 대표가 20여 년 전 관광지 개발을 위해 매입한 섬으로, 최근 여수엑스포지원특별법 제정 등으로 개발이 가능해졌다. 공룡섬, 전설섬 … 섬마다 테마 설정 황보 대표는 이들 섬을 특성에 맞게 ‘테마섬’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콘도미니엄과 컨벤션 시설이 들어서는 낭도는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활용하는 예술섬으로, 사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즐기는 모래섬으로, 중도는 섬 전체를 공룡섬으로 만들어 모노레일을 타고 공룡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추도는 용궁섬, 전설이 많은 증도(시루섬)는 전설섬으로, 기암괴석이 많은 장사도는 만물섬으로 만들고 여기에 25동의 테마전시관도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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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인위적 개발은 하지만 천혜의 관광자원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자연친화적인 설계가 뒷받침된다. 최근 이곳에서 발견된 금조개를 모티프로 한 콘도미니엄 설계와 장사도와 중도를 잇는 세계 최장 출렁다리(약 420m), 낭도와 사도 간 집 트렉(Zip-trek·나무와 나무 또는 평지에 설치된 기둥을 와이어로 연결해 도르래를 타고 활강하는 친환경 스포츠 시설), 공룡공원 모노레일 설치 등을 계획하는 것도 모두 자연환경을 고려한 작품이다. 여기에 융·복합 문화관광 전문대학원을 유치하고 관광지 내의 모든 활동을 디지털미디어콘텐츠로 제작할 예정이다. 타임아일랜드 자문위원인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신영석 겸임교수는 “융·복합 문화관광은 관광과 타 산업 간 융·복합화를 지향하는 관광기술(Tourism Technology)을 말한다. 관광지인 타임아일랜드에서 문화축제는 물론 영화나 방송, 애니메이션 제작 등 다른 산업과 연관 상품을 개발하는 새로운 형태의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첫 삽을 뜨지는 않았지만 섬 곳곳에 ‘들어갈’ 문화 콘텐츠 작업은 이미 진행 중이다. 타임아일랜드에서만 발행되는 화폐와 공식 술을 만드는가 하면 콘도 일부 객실 천장을 유리로 해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또 장사도에 조성될 ‘성(性)의 광장’은 남녀가 짝을 지어 입장하는데 관람 내내 손을 잡고 있으면 입장료를 환불해주고, 관광지 내 음식점 24곳(한식 12가지, 각국 음식 12가지)을 운영하면서 매년 1개 음식점을 퇴출시켜 경쟁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200여 명 조직위 출범 … 7월19일 문화예술제 팡파르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이계익 전 교통부 장관 등 각계 유명인사 200여 명이 참여한 타임아일랜드 조직위원회가 지난달 출범, 타임아일랜드 일대를 방문했다. 이 중 문화예술계 인사 30여 명은 타임아일랜드 콘텐츠 ‘싱크탱크’로 활동하고 있다. 영화배우 정지희 씨, 삿갓시인 김만희 씨 등은 타임아일랜드 운영을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공룡화석지 이미지를 고려해 낭도와 사도를 오가는 배는 ‘공룡선’으로 하고, 낭도 제2해수욕장을 ‘원시인촌’으로 설정해 나뭇잎 모양 팬티로 중요 부위만 가리는 누드비치를 제안한 것도 이들이다. 이와 함께 7월19일~10월10일 여수시 거북공원과 섬 일대에서 타임아일랜드 문화예술제(www.timeisland. com)를 열어 누드 촬영대회와 백일장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황보 대표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타임아일랜드는 9000만년 전의 공룡화석지이기도 하지만 고흥 외나로도 우주발사기지가 직선거리로 13.5km에 있는 미래의 땅”이라며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경쟁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타임아일랜드는 훌륭한 자연자원을 가진 전남의 이미지와 맞고 정부의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 정책과도 통한다”며 “안심하고 개발에 전념해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타임아일랜드는 ‘타임머신 아일랜드’의 줄임말로, 육지에서 타임머신 캡슐(집 트렉)을 타고 9000만년 전의 공룡섬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로 이름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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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랜드도 울고 갈 경이로운 관광지 만들 것”
“대한민국 여수에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경이로운 관광지’가 들어설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25년 전의 꿈을 이제 이루는 것이기도 하죠. 준비는 끝났습니다.” 전장에 나서는 장수의 마음이 이럴까. 때론 양손 깍지를 끼고, 때론 설계도를 그려가며 타임아일랜드를 설명하는 황보창호(53) 대표는 진지했다. 오랜 꿈을 실현하게 됐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목이 메는 듯 물을 찾았다. 빛바랜 잡지와 신문 스크랩을 펼쳐보일 때면 살짝 입꼬리가 올라갔다. 여수시 사도 일원에서 바닷길이 열리는 ‘모세의 기적’을 알리는 21년 전 기사. 그는 너덜너덜한 기사(위 사진)를 보며 20년 넘게 이날을 기다렸다고 했다(이곳에서는 정월 대보름 등 연 두세 차례에 걸쳐 2, 3일 동안 ‘물 갈라짐’ 현상이 나타난다. 길이 1.5km, 폭 30m의 길이 생겨 7개 섬이 ‘ㄷ’자 형으로 연결된다). 그러고는 뜬금없이 물었다. “담배 피우시나요?” 아이디어로 ‘탁구장 대박’ “서울 동대문구청 건축과에 있을 때였어요. 민원인에게 도움을 줬는데 그분이 당시 남해안에 섬이 있는데 사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고요. 일단 보러 갔죠.” 섬이 마음에 들지 않아 수십 번 헛걸음한 끝에 사도로 향했다. 양면바다 해수욕장의 ‘치명적 유혹’에 매료됐고 평당 500~1000원 하던 땅을 2만원 쳐주고 샀다. 땅 주인이 30, 40명 됐는데 중개인에게 2만원에 몽땅 매입해달라고 부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개인은 1만원에 매입했고 나머지는 자신의 몫이었다. 1984년 어느 날이었다. “어쨌든 여수 앞바다와 첫 인연이 됐죠. 당시 천혜의 자연환경에 반해 무조건 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여력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인근 섬을 매입해나갔죠. 언젠가는 이곳을 지상낙원으로 바꿔놓겠다고 생각하면서요.” 당시 공무원 한 달 급여가 5만원 안팎이던 시절이라는 생각에 고개가 갸웃했다. 초등학교 다니던 동안에만 경북 포항에서 경기 문산까지 6번을 옮겨다닐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다고 들은 터라 더욱 그랬다. 얘기는 ‘탁구장 이론’이라는 엉뚱한 곳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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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말 공무원시험에 합격하기 전 1년 동안 탁구장을 운영했습니다. 사글세 살 땐데 무조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아이디어를 냈죠. 400, 500원 하던 탁구 라켓을 1만8000원짜리 국가대표 선수용으로 교체했고, 남녀가 데이트할 수 있도록 휴게실도 만들었습니다.” 탁구대 6대는 늘 만원이었고 주말에는 예약 티켓을 사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주말이면 하루 5만원, 평일에는 3만원 이상 벌었다니 공무원 한 달 봉급을 하루에 번 것이다. “저는 그때의 경험을 ‘탁구장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탁구장은 10가지 아이템으로 큰돈을 벌 수 있었죠. 음식점은 20가지, 영화는 100가지 아이템만 있으면 성공한다고 봐요. 타임아일랜드에는 최소 200가지 이상 아이템이 필요합니다.” 각종 특별법으로 규제 풀려 … “아이템으로 승부하겠다” 사도 주변 섬을 매입해가던 1987년 어느 날, 우연히 여수에 들렀다가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주민 한 사람이 “바다가 갈라져 조개가 많다”며 조개 잡으러 가자고 해서 따라나선 길. 바다가 갈라지면서 사도와 중도, 장사도, 추도를 잇는 바닷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지역주민들은 당연한 자연현상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지만 ‘서울 촌놈’에게는 또 하나의 훌륭한 관광 아이템이었다. 당시에는 진도의 바닷길만 알려져 있던 터. “한마디로 ‘특종’이었죠. 빨리 설계를 하고 개발해야겠더라고요. 1988년 3월 본격적인 작업을 위해 공무원 생활을 접고 건축사무소를 냈어요. 그 전해에 건축사시험에도 합격한 터라 자신 있었습니다.” 이즈음 그는 사도 ‘모세의 기적’을 신문사에 제보했고, 대부분의 국내 언론은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하지만 인근 지역이 수자원보호구역으로 묶인 데다 섬마다 공룡발자국이 많이 발견돼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개발의 꿈에 먹구름이 끼었다. 하는 수 없이 버섯 재배 등 일부 개발이 허용되는 농어촌정비법에서 개발 근거를 찾기도 했고, 문화재보호구역 설정이 잘못됐다며 민원을 제기하기를 수십 차례. 서서히 지쳐갔다. “낭도에는 공룡발자국이 없는 곳이 보호구역으로 묶인 거예요. 섬을 샅샅이 뒤져 수차례 알렸더니 ‘행정 착오’라며 나중에 보호구역을 해제해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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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대 국가정책과정에 다닐 때는 타임아일랜드의 관광산업 계획을 논문으로 제출해 우수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도전하고 싶었다. 그는 이 꿈을 ‘황보의 꿈’이라고 표현했다. 가보는 것 자체가 꿈인 경이로운 관광지를 만들겠다는 꿈. “그런데 신기하게도 꿈은 이뤄지더라고요. 여수엑스포지원특별법과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 등이 만들어졌어요. 마침 전남도와 여수시도 적극적이었고요. 올해 초부터 다시 ‘탁구장 이론’을 꺼냈습니다. 아이템을 만들어야 성공하죠.” 소풍 전날 어린이처럼 그는 신이 난 듯 타임아일랜드 추진위원회 자문위원들과 함께 만들고 있는 아이템을 쏟아냈다. “생일이 같은 사람을 세계에서 400명 정도 선발해 모으는 겁니다. 성년의 날에는 각국 성년을 맞은 사람을 초청해 ‘인연’을 만들어줄 겁니다. 물론 ‘오리지널 싱글’만 초청해야죠.” 미스코리아 주간, 만화가 주간 등을 만들어 ‘객실 공실 제로 프로젝트’도 만들었다. 낭도에 세워질 원시인촌 촌장도 뽑아놓았고 공식 술인 ‘젖샘주’도 이미 만들었다. 세계적 유명인들이 스태프와 찾을 때는 장사도를 일주일간 빌려줄 계획이다. 출렁다리만 통제하면 안전은 보장된다. 그렇다면 투자금 조성에는 문제가 없을까. “하나대투증권이 파트너로 참여하는데 사모펀드를 추진할 겁니다. 이미 타임아일랜드 예정지를 다녀간 분들 중에서도 투자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운영수익을 배분할 계획이니까요.” “저는 직원들에게 ‘프로 대신 킬러가 되라’고 합니다. 프로는 많아요. 핵심을, 정곡을 찌르는 킬러가 돼야 성공합니다. 이제는 관광의 킬러가 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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